물 에서 수소 를 얻는 방법

13. 이산화탄소저감및처리기술개발사업단
14. 고효율수소에너지제조·저장·이용기술개발사업단
15. 차세대초전도응용기술개발사업단

“수소 개발기술은 이 시대 가장 강력한 에너지 기술입니다. 앞으로 5년 동안 수소 개발에 120억달러를 투자하겠습니다.”

2003년 1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한 연설의 일부다. 국내 석유 소비량의 60%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를 뿜어내는 미국은 ‘에너지 자립’과 ‘청정 에너지 개발’을 위해 ‘수소’를 선택했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다. 발열량은 천연가스(LNG)보다 3배나 높다. 수소(H₂)를 산소(O₂)와 결합해 태우면 물(H₂O)밖에 나오지 않는다. 말 그대로 ‘고효율 무공해 에너지’다. 그러나 지구에서 순수한 수소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지구 생성초기에 대부분 날아가버렸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건 물(H₂O)이나 메탄(CH₄) 등 화합물 속에 들어 있는 수소뿐이다. 오늘날 수소를 얻기 위해선 물을 분해해야 한다.

물에서 수소를 얻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전기나 미생물, 원자력이나 광촉매 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기술은 바로 ‘광촉매’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이다. 물에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광촉매를 넣고 햇빛을 쪼여 수소를 얻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 흔한 물과 햇빛만으로 미래 에너지원 수소를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 에서 수소 를 얻는 방법

이재성 교수

지난 8월31일 포항공대에서 만난 이재성(56) 교수는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광촉매 물분해 전문가다. 그는 최근 21세기 프론티어사업의 지원 아래 태양광 전환 수율이 3%인 산화물 광촉매를 개발했다. 이번 성과로 우리나라는 광촉매에 관한 한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과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어떤 계기로 광촉매를 이용한 수소 에너지 개발에 참여하게 됐을까? “1995년께 국내외 학계에선 이산화탄소 처리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저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유용한 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에 큰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수소와 반응시켜 자동차 연료로 쓸 수 있는 메탄올을 만드는 연구였습니다. 저는 이 반응을 쉽고 빠르게 진행시키는 촉매 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3년 이상 노력한 끝에 효과가 뛰어난 촉매를 찾아냈습니다. 그러나 ‘실용화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바로 ‘수소’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수소는 나프타나 천연가스 등으로부터 생산했는데, 가격이 비쌀뿐더러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기술인데,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았죠. 이후 제 머릿속엔 늘 ‘수소… 값싸게… 이산화탄소 없이…’가 맴돌았습니다.”

이 교수는 1997년 국제학회에서 만난 도쿄대 도멘 교수한테서 그 해답을 얻게 됐다. 도멘 교수는 당시 광촉매를 이용해 물에 햇빛을 쪼여 수소를 얻는 연구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광촉매를 이용한 물분해 기술은 제가 찾던 ‘값싸고 이산화탄소 없이’ 수소를 얻는 방법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이 기술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감이 없었죠. 그런데 도멘 교수는 제게 두 가지 조언을 해줬습니다. 자신도 나처럼 처음부터 광촉매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과 광촉매 연구는 초보 단계이므로 후발 주자의 불리함이 크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도멘 교수의 격려로 광촉매 연구에 도전하기로 맘먹은 이 교수는 2년 후, 당시로선 최고의 광효율을 갖는 광촉매를 개발했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라 불리는 광촉매를 개발해 자외선을 쬔 결과 예전보다 4배 많게 수소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 미국 화학회가 발간하는 <케미컬 앤 엔지니어링 뉴스>는 이 성과에 대해 “수소 에너지 상용화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페로브스카이트 광촉매는 뛰어난 효율에도 만들기 어렵고, 햇빛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시광선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었다.

“물과 햇빛만으로 수소를 얻으려면, 자외선이 아닌 가시광선을 흡수할 수 있는 광촉매가 필요합니다. 왜냐면 햇빛 가운데 자외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에 불과하지만, 가시광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4%이기 때문입니다. 2003년 고효율수소에너지기술개발사업단이 출범하면서 가시광선을 흡수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이 싸고, 안정성도 뛰어난 광촉매를 개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광촉매의 광전환 효율은 3~4%에 불과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수소 에너지 상용화가 가능한 10%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동의 종말>, <소유의 종말> 등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책 <수소혁명, 석유시대의 종말과 세계경제의 미래>에서 “수소는 앞으로 인류 문명을 재구성하고 세계 정치와 경제구조를 재편할 것”이라 내다봤다. 또 그는 수소 에너지를 ‘민주적 에너지’라 했다. 석유처럼 특정 지역에 묻히지 않고, 기술만 있으면 물과 햇빛만으로 누구든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석탄, 석유 등 화석 에너지는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물과 햇빛에서 얻는 수소는 어떤 혁명을 일으킬까?

포항/조동영 기자

기존 귀금속 촉매보다 저렴...수소생산효율 25% 향상

물 에서 수소 를 얻는 방법

▲ 청정에너지 수소
청정에너지 수소를 좀 더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에 많은 과학자들이 뛰어들고 있다. 특히 물을 전기분해해 얻을 수 있는 수소에너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소자동차의 경우는 연료가 수소이기 때문에 가동 중에 산소와 결합해 물을 배출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고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물 분해를 통해 수소를 만들어 낼 때 투입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연구진이 물 분해 반응효율을 높여 전기를 적게 사용하고도 수소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화학공학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공동연구팀은 철-코발트-인산을 결합시킨 촉매로 물을 분해해 수소에너지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촉매는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촉매보다 25%나 효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중고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웠듯이 물을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물 분해시 산소 발생 반응은 상대적으로 느려 전체 물 분해반응의 효율을 낮춘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화이리듐, 산화루테늄을 촉매로 반응속도를 높인다. 이리듐과 루테늄이 고가의 귀금속이기 때문에 수소 생산비용이 높아진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물 에서 수소 를 얻는 방법

▲ 이론적으로 예측된 철/코발트 인산(FeCoPO₄) 촉매 물질의 구조
UNIST 제공

연구팀은 산화그래핀을 지지대로 해서 그 위에 철, 코발트, 인산 같은 비교적 구하기 쉽고 저렴한 물질을 이용해 산소 발생촉진용 촉매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최적의 촉매 분자구조를 만들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이론적으로 계산한 뒤 실험적으로 합성해 냈다.

이번에 개발한 철-코발트-인산 촉매는 산화이리듐촉매보다 전기분해시 사용되는 전력량이 적게 들어가는 등 전반적으로 수소 생산 효율이 25% 이상 개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5000번 이상 사용한 뒤에도 촉매 분자 구조가 변하지 않았고 반응성도 떨어지지 않는 것이 관찰됐다.

김광수 UNIST 화학과 교수는 “기존에 사용되어 온 값비싼 상용 촉매보다 산소 발생 반응성이 훨씬 개선된 데다 수백 배 저렴한 촉매를 개발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연료전지 등 여러 친환경 에너지 물질의 촉매 개발에도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기계신문] 최근 수소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나 연료전지 개발 소식이 활발하다. 여기에 쓰일 수소를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으로 생산할 ‘물 분해 촉매’가 개발됐다. 기존 촉매만큼 안정성을 보이면서 전기는 훨씬 적게 들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백종범 교수 연구팀은 새로운 물 분해 촉매 ‘이리듐엣콘(Ir@CON)’을 개발해 우수한 성능을 검증했다. 이 물질은 ‘이리듐(Ir)’을 3차원 유기 구조체인 ‘쓰리디-콘(3D-CON)’의 기공 내부에 가둬서 고정시킨 형태인데, 논문으로 보고된 물 분해 촉매 중 가장 높은 효율을 보였다.

수소는 산소와 반응해 전기를 만들고 물만 배출하는 청정 연료다. 연료를 태우는 연소 과정이 없어 이산화탄소 같은 배출물이 없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소는 천연가스나 화석연료를 통해 얻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피하기 어렵다. 또 수소 운송비용도 높아 이를 해결할 기술적 장애물도 많다.

백종범 교수는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수소를 생산하고, 만들어진 수소의 수송 문제도 해결할 방법은 ‘물의 전기분해’”라며 “물 형태로 운반하고, 수소가 필요한 장소에서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의 핵심은 ‘좋은 촉매’다. 그 조건은 물을 수소로 바꾸는 효율이나 내구성, 가격 경쟁력 등이 있다. 특히 물의 산도(pH)에 영향 받지 않고, ‘낮은 전압’에서 수소를 발생시키는 게 필수 조건이다.

백종범 교수팀은 지난해부터 루테늄(Ru) 기반의 촉매(Ru@C₂N, Ru@GnP)를 합성해 수소를 얻는 경제적인 방법을 제시해왔다. 특히 루테늄엣씨투엔(Ru@C₂N)은 기존에 보고된 수소발생 촉매 중 가장 낮은 과전압을 보였는데, 이번에 개발된 이리듐엣콘이 이 기록을 넘어섰다.

이리듐(Ir)은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백금(Pt)보다 우수한 촉매다. 하지만 원소끼리 뭉치는 응집 현상(Aggregation)이 나타나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에서 백종범 교수팀은 이리듐 입자의 응집을 막는 방법을 찾았고, 성능도 검증했다.

다공성 3차원 구조체(3D-CON) 내부에 고정된 이리듐은 응집되지 않았고, 이론적으로 예측된 성능을 보였다. 특히 물의 산도(pH)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다른 금속 촉매와 비교해도 과전압이 가장 낮았다.

백종범 교수는 “이론적으로 예측했지만 누구도 실험으로 구현하지 못했던 이리듐의 수소 발생 성능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실험적으로 규명한 최초 사례”라며 “이리듐엣콘은 현존하는 물 분해 족매 중에서 가장 낮은 에너지 손실률과 가장 높은 전류량 대비 성능을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12월 27일(목)일자 뒷표지로 출판됐다. 제1저자는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자비드 마흐무드(Javeed Mahmood) 연구교수와 모신 알리 라자 안줌(Mohsin Ali Raza Anjum) 연구원이며, 교신저자로 정후영 교수와 이재성 교수도 참여했다.

이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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