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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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책을 제외하고, 나는 책을 쓰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탈고하기 전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라고 말하는 줄리언 반스의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끊임없이 독자들과 죽음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모두가 '팻에게' 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 책에는 'P에게' 라고 되어있지만 역시 9년 전 사별한 아내 팻이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원제는 [Nothing to be frightened of] 로 2009년에 미국에서 출판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번역이 되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첫 출판이 된 것은 2006년 즈음이다. 그러니 아내의 죽음을 상상조차 하지못했던 시기에 쓰여졌다. 영국의 문학 에이전트였던 아내 팻은 어느날 갑자기 길에서 쓰려져 37일만에 반스 곁을 훌쩍 떠나버렸으니 말이다.

"나는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 그립다" 첫문장부터 심오하다. 뒷부분에 가면 "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행복했다" 라고 말하며 자신을 '행복한 무신론자' 라고 부른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죽음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들려준다. 할머니 이야기로 시작해 아버지, 어머니, 철학과 교수인 형, 할아버지 이야기로 퍼져나간다. 할아버지는 정원일을 하다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는데, "양배추를 심다가 저세상으로 가고싶다" 라고 했던 몽테뉴와 빗대어 이야기 한다.

"죽는 게 뭐 대수라고 그렇게 난리니" 라던 어머니는 여간해선 세상사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여성이었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이야기를 할 때는 아버지는 분명 두려웠을테지만, 어머니는 죽음 따위 두려워할 분이 아니다 라고 말한다. 부모님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서 "살다보면 자기 부모에게 놀라는 때가 있기 마련인데, 부모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되어서가 아니라 그동안 부모에 대해 얼마나 몰랐던가를 새삼 깨닫게 되어 놀라는 것이다" 라는 문장에서 잠시 멈추었다. (p. 21)

또한 서머싯 모옴, 알퐁스 도데, 구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딜런 토마스, 괴테와 같은 위대한 작가들과, 예술가, 철학자들이 어떻게 죽음을 이해하고 준비하고 맞이했는지를 들려준다. "플로베르, 투르게네프, 에드몽 드 공쿠르, 알퐁스 도데, 에밀 졸라는 예의 바르고 사교적인 방식으로 죽음을 논했다. 모두 무신론자이거나 진지한 불가지론자였으며 죽음을 두려워했어도 회피하진 않았다" (p. 47)

살아가는 동안 죽음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예기치 못한 때에 엄습해 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는 두려움과 친해져야 하며, 그 한 가지 방법은 글로 쓰는 것이다. 난 죽음에 대해 글을 쓰고 생각하는 게 나이 든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더 빨리 죽음에 대한 생각을 시작한다면 어리석은 실수를 할 확률도 줄어들 것이다" (p. 50)

반스가 죽음에 관해 철학적 사고를 한 계기가 되었던 몽테뉴 이야기는 계속 나온다. 반스가 몽테뉴를 읽은 것은 옥스퍼드 재학 시절이었고, "죽음에 관한 현대적 사유가 시작되는 지점에 그가 있다" 라고 말한다. "종교의 가장 확실한 토대는 삶에 대한 경멸이다" 라고 했던 몽테뉴는 "죽음을 물리칠 수 없다. 우리가 죽음에 반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놓치 않는 것' 이라고 했다.

그외 죽음에 관한 다양한 철학적 해석을 소개한다. "플라톤학파는 죽은 후 인간은 순수한 영혼이 되어 육신의 장애를 벗어나기 때문에 더 자유롭고 명징하게 사유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사후에 모든 것이 좋아지기 사작한다고 믿었다. 반면에 이피쿠로스학파는 죽은 후에 아무것도 없다고 믿었다. " (p. 77) 반스는 작가답게 소설과 책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중 '소설의 역할' 에 관한 이야기에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반스는 이렇게말한다. "소설은 아름답고 균형잡힌 거짓말로 힘겹고 빈틈없는 진실을 봉합합니다.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한 적도 없고, 설령 존재한다 해도 단어들, 배우들, 색깔들의 단순한 복제, 일시적으로만 설득력을 갖는 시물라크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책을 읽는 동안은 , 우리의 눈으로 탐사하는 동안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p. 133)

"죽음과 마주할 때 우리는 어느 때보다 책에 의지하게 된다" 라고 말했던 쥘 르나르는 잊을만하면 나오는 듯하다. 서머싯 모옴은 "인생의 크나큰 비극은 사람이 죽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했고, 플로베르는 "모든 것은 학습을 요한다. 독서부터 죽음까지" 라고 했다. 그리고 윌리엄 스타이런과 필립 로스가 작가로서 늘 새겼던 플로베르의 유명한 말을 인용한다. "규칙적이고, 평범하게, 부르조아처럼 생활할 것, 그러면 격력하고 독창적인 작품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책상에 붙여좋은 글과는 표현이 좀 다르지만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최초의 퓰리처수상작가 이디스 워튼은 '인생이 비극으로 끝나는 비극 내지는 "암울한 코미디' 라고 했다고 한다. 인생이 암울한 코미디라니.. 메사추세츠 레녹스에 있는 그녀의 멋진 집 '더 마운트' 를 떠올려보니 그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의 절친이었던 헨리 제임스는 '인생이란 죽기 전까지 처해있는 곤경' 이라고 했고, 제임스 친구 투르게네프는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죽음' 이라 했다 한다.

반스가 말하는 '기억' 에 관한 정의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기억은 정체성이다. 당신은 당신이 이제껏 행해온 바다. 당신이 이제까지 행한 바는 당신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 당신이 기억하는 것이 당신이라는 사람을 정의한다. 당신이 당신의 인생을 잊을 때, 당신은 설령 아직 죽지 않았다 해도 이미 끝난 존재다" (p. 231) 생이 무의미하다 믿었던 카뮈의 '부조리' 와 연관해서 다시 읽어보았다.

죽음에 관해 늘 골똘히 생각했던 반스답게 수많은 작가들의 무덤을 찾아나섰다. 몽마르트에 있는 공쿠르 형제의 무덤을 찾아간 날, 에밀 졸라가 추도 연설을 한 일을 추억한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과연결해본다. "누군가 내 책을 읽고 화답할 생각으로 내 무덤을 찾아 나선다는 생각이 마음에 든다" (p. 318) 그럴지도모른다. 아니 분명 반스의 작품을 사랑한 수많은 독자들이 그의 무덤을 찾고, 꽃을 가져다둘 것이다.

에밀 졸라는 공쿠르 형제가 죽은 6년 뒤 예순두 살의 나이로 눈을 감는다. 늘 곤경에 처한 서민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던 졸라는 자신의 작품의 주인공처럼 세상을 떠났다. 아내와 함께 한 여행지의 침실에 불을 피우는데 미처 굴뚝이 막혔다는 생각을 하지못했다. 머리가 아파왔지만 소화불량이라 생각하고 아내에게 "아침이 되면 괜찮아질거예요" 라고 말하고, 그 말이 그의 마지막 말이 되었다.

졸라는 공쿠르와 같은 몽마르뜨의 무덤, 하지만 훨씬 화려한 무덤 속에 잠들었다. 몇년 뒤 프랑스 정부는 졸라의 시신을 프랑스의 위대한 영웅들을 모시는 팡테옹으로 이장했다. 아이들과 프랑스여행 때 들렀던 소르본느 대학과 팡테옹이 생각난다.

명사들의 묘비명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스탕달은 자신의 묘미명을 직접 이렇게 썼다고 한다. "그는 글을 썼다. 그는 사랑했다 그는 살았다" 였다. 알퐁스 도데는 "안녕히, 나의 아내, 자식, 가족이여, 내마음에 간직한 것들이여, 안녕히, 나 자신이여, 날 아껴주었으니 이제는 너무도 흐릿하고 너무도 희미해진 존재여" 라고 세상과 작별을 한다. 60명 위인들의 묘비명을 깨알같이 모아둔 [인생열전] 이라는 책이 생각나서 다시 뒤적여보았다. 다시 읽어도 재밌다.

가족, 자신, 작가들, 예술가들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줄리언 반스의 이책은 문학적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몽테뉴, 키케로, 소크라테스, 라캉 등도 만날 수 있다. 읽다보면 술술 넘어가지는 않고 저주 호흡을 멈추고, 생각을 해야한다. 어쩌면 두어번 더 읽게될 것 같다. "나는 기억이 진실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기억이 진실할 수 없음에도, 사람은 추억에 기대어 살지 진실에 기대어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라고 했던 스트라빈스키의 말을 다시 한번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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