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말이 있음 확실히 하지그래 나를 어떻게 생각해 알게뭐냐 검색해병신아

나를 진정으로 마주 보는 연습을 충분히 해야지. 싫다고 끝까지 외면해봤자 돌아오는 화살에 맞는 과녁은 내가 될 수밖에 없단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맨날 남의 의견도 듣지않고 꽉막혀서 혼자 이것저것 결정하다 보니 이지경이 됐나 싶기도하다.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해서 현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 왔기때문에 그 안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얼마나 잘 추스리고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현명한 것 또한 따라오는 것 같다.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라는데 무작정 겪어보고 지나치며 낭비하는게 무슨의미가 있겠나. 뭐가됐던 잘 보낸다는게 가장 중요한 것 이겠지. 30살이 되어보니 사실 크게 다른 것도 없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숫자이긴하다. 나의 10대는 어렸고 20대는 어리석었으며 30대는 정말 본격적인 인생의 시작점 이라는 생각. 지난날의 과오는 다 털어버리고 마치 새로운 노트를 사서 첫장을 깨끗하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인데 그게 어쩌면 새로 산 때밀이 타올 처럼 따가울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나하게 취한 채로 몸도 못가눴던 29살은 사실 몇개월 전에 불과한데 고작 앞의 숫자가 달라졌다고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기분일까. 오늘 센터에서 피티 선생님이 이별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많이 힘들고 자꾸 생각이 나서 무게를 더 쳐야겠다고. 우리는 이별이란건 다 겪고 산다지만, 겪어본 사람만이 그 마음을 이해 한다지만, 결국 해줄수 있는말은 시간이 지나야한다는 말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가장 뻔하고 가장 야속하지만 정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괜찮아 진다는 걸 아니깐. 정확히 말하면 시간은 기다렸고 괜찮아진건 우리..

나는 아직이다. 아직은 좀 힘들고 마음이 갈팡질팡댄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는일이라 마냥 지치고 힘든데도 2주 정도가 지나고 나니 익숙해졌다. 아직까지 내가 힘든 이유를 이 은밀한 일기장에도 감히 겁이나고 떨려서 적지못하겠지만, 조금 더 용기가 나면 스스럼 없이 써 내려가야지. 그래도 고맙다. 무너지지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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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3/31

3/14

오늘은 OB 청첩장 모임. 용수, 재흠, 진우를 주연이와 함께 만났다. 용수오빠는 꽤 오랜만에, 재흠오빠와 진우는 진짜 오랜만이었다. 회를 조금 먹었고, 알탕 속 알과 야채를 많이 먹었다.

3/15

SVP 마지막날. 내일부터 이틀간은 명상수업을 한다.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당근마켓에 허먼밀러를 올렸는데 업로드와 동시에 연락이 왔다.

오늘의 문장 : 경력 사원이 회사에 적응을 너무 잘 하면 회사는 그 사람을 뽑은 이유가 없어진다 (svp 마케팅 상무님)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다 (svp 인사이트 페어 발표자)

3/16

명상수업 첫째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해본 적이 또 있나 싶다. 늘 해야할 일, 하고싶은 일, 보고싶은 것들을 줄세웠었으니까. 명상수업만 일주일 더 할 수는 없을까?

어제 함께 운동한 PT선생님이 확진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고 근처 병원으로 가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 내 앞사람은 양성판정을 받았는데 기침을 연신 콜록콜록 해댔다. 실은 전파의 많은 부분이 병원 복도에서 이뤄지고 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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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허먼밀러 구매자가 찾아왔다. 당근 구매자가 이 크고 무거운 게 이만큼 크고 무겁다는 걸 알고있을까, 가져갈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는데 두 사람과 큰 차 한 대 (제네시스 g70)가 왔다. 작은 카트도 챙겨오셨는데 계단이라 쓸 일이 없어 죄송해졌다. 마침 딸의 첫 당근이 걱정되셨던 엄마 아빠가 도착해 힘을 합쳐 의자를 옮겼다. 집에 돌아가 의자 사진을 보내주셨는데 우리집에선 택배 받침대가 되어있던 의자가 제자리를 찾은 모습이었다. 당근에 용돈벌이 말고도 이런 기쁨이 있구나. 물건에게 쓸모를 찾아주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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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뉴욕시 수잔에게 편지와 함께 청첩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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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YB 청첩장 모임. 준호, 재형, 정기와 오랜만에 만났다. 늘 똑같이 바보같고 실없고 재미있었지만, 가족과 여자친구 이야기를 할 때면 눈에 진심이 그렁그렁. 강남에서 모임을 하던 만득이도 자리에 와서 인사를 나누었다. 애들이 짓궂었지만 어른스럽게 받아주는 만득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3/19

지난 주에 예고당했던대로 (”주연아.. 너희 집에서 샤워 좀 해도 돼?” “무슨..? 아..?”) 대학교 친구들이 브라이덜 샤워를 해주었다. 이런거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받으니 친구들이 들인 공과 시간이 모락모락 떠올라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또르르 나오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주연이와 각자 개인사진 1시간씩, 단체사진 1시간씩 도합 3시간을 사진을 찍고 찍히니 당이 떨어져 테이블에 있던 포도를 뚝뚝 다 뜯어먹었다. 고맙고 행복한 시간.

어느새 우리가 만난 지도 12년째. 다 커서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우리가 친구였던 시간이 서로를 모른채 살았던 시간을 무섭게 따라잡고 있다. 광고홍보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건 많이 없지만(?) 얻은 건 이 친구들이 아닐까. 학교에서 강제로 정해준 1학년 1학기 9시 등교 - 6시 하교 시간표가 그 땐 정말 싫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함께 내내 수업을 들으며 떠들다 혼나고, 공강 시간에 PC방에 가서 서든어택 칼전을 했던 그 시간이 우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내 생에 가장 시끄러웠고 가장 술을 많이 먹었고 또 가장 고마운 나날들에 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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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수향 수잔과 정말 오랜만에 모닝 시모임. 시모임이라고 말하기 부끄럽게 시도 글도 없었지만 근황과 수다와 따뜻함이 있었다. 이 모임에선 늘 인류애를 얻는다. 마음을 조금 채워온다.

모임이 끝나고 곧바로 정성비스포크로 가 만득의 예복 1차 가봉을 했다. 우리가 고른 천과 색, 핏으로 둘러쌓인 만득이 퍽 멋지고 기뻐보���다.

오늘의 문장 : 그 일이 그 아이의 전부는 아니니까! (나쁜 일을 겪은 아이를 두고, 수잔의 수퍼바이저)

3/21

오프라인 첫 출근. 회의실에서 인사팀의 짧은 안내를 받는 와중에 담당자분의 층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와 안내가 더 짧아졌다. 회의실 밖에선 각자의 팀장님 혹은 팀원들이 삼삼오오 기다리고 있었는데, OT가 끝나고 우리가 각자의 팀을 찾아가는 모습이 꼭 영화 소울에서 영혼들이 자신의 멘토들과 조우하는 장면 같았다.

병국 씨디님이 나와서 나를 맞아주셨는데, 미수 씨디님은 가족이 확진되었다는 소식과 모두 적극적인 재택중이라 오늘은 본인만 나오셨다는 이야기. 목요일에 첫만남을 갖기로 했다는 뉴스를 들려주시고는 홀연히 사라지셨다. (홀연히는 아니고 맥북을 처음 만나는 자에게 윈도우 프로그램 등등을 깔아주시고 가셨다)

나는 혼자 남아 서랍장과 vdi, vpn, 법카와 명함 등등.. 거의 모든 것을 신청하려 했으나 모든 것은 한 번에 되는 법이 없었으며 (명함을 신청하려 했더니 전화번호가 필요해서 전화기를 찾았더니 없어서 신청했다) 맥으로 켜는 윈도우 인터넷은 정말 더럽게 느렸으므로 하루 종일 서랍장과 전화기를 신청했고, 하루 종일 이것밖에 한 게 없다는 자괴감을 덤으로 얻었다.

여기는 나갈 때 공항검색대처럼 가방을 엑스선으로 투시하고, 노트북은 바코드를 찍어야 반출하거나 반입할 수 있다. IT회사에 있다 오니 이런 불편함에 영 적응되지 않는다. 차암나! 치사하다 치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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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

오늘도 출근했으나 아직 사원증은 찍히지 않았고 아직 사내커피 한 번을 맛보지 못했다. 점심 2시간은 운동 없이 보내기엔 너무 길어, 계단운동으로 건물을 5바퀴 정도 올랐다. 재혁오빠가 출근해서 같이 잠깐 이야기를 했다.

저녁엔 퇴근 후 마일드아이즈에 룰루랄라 걸어가 (실은 프라이탁이 너무 무거웠기에 ‘으라차차’에 가까웠음) 준하님의 귀가 택시를 얻어타고 왔다. 배민은 택시비에 후하다. 자료공유에도 후하고, 월급에도.. 연봉에도..

3/23

오늘은 재택을 하기로. 왜냐하�� 만득을 소개해준 형경에게 상품권을 증정해야 하기 때문이고, 그러려면 점심시간을 틈타 상품권 판매소에서 현금을 주고 상품권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품권을 돈 주고 사는 건 처음이었는데, 마치 작은 환전소같았고 아주 작은 마진을 남겨서 구매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는지 (9.8천원으로 10만원어치 상품권을 삼. 3천원을 벌었다네~) 마치 파칭코에서 경품과 돈을 교환하는 듯한 약간의 스릴(?)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재택을 선택하고, 20분을 걸어온 것까지 하면 오히려 손해가 아닌가 하는 기분도. 결혼은 참 이래저래 이것저것 할 일도, 신경쓸 일도 많다. 다신 하지 말아야지 (?)

3/24

예고된 환영회의 날! 바로 바로 나를 환영하는 날!ㅎㅎ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에이미님과 만나 처음 인사를 했다. 그런데 인사를 나누자마자 에이미님의 집에서 어떤 소식이 들려왔고, 급히 회사를 떠나셔야 했다.

환영회로 밥도 먹고 다시 확진도 되자는 씨디님의 농담에 살짝 긴장했는데, 한 명이 없어서인지 회식은 점심 솥밥을 1차로, 우중충한 기후를 고려한 분위기의 독일식 카페에서 2차로 마무리되었다.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이야기하며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너는 임원 되면 안되겠다. 꼰대되겠다 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신나서 피티 선생님께 연락했고, 8시 운동을 했다.

3/25

윤지언니와 방이편백찜. 언니는 새로 연애를 시작했고, 그 전에는 대단한 사람들과 소개팅을 했다. 누구에게 얘기해도 알지 못하겠지만, 나에겐 너무 흥미로운 일이라 여기에 남겨둔다. 망넛이네 사장님이 타는 차는 포르쉐 블랙! 망넛이네 사장님 나랑 친한 언니랑 소개팅 했다!

3/26

인천 친구들에게 처음 만득을 소개시켜주는 날이었다. 선영은 코로나로 격리 중이라, 수현이와 지안, 지안 남편분과 모였다. 고기를 먹고 2차를 갔고, 3차로는 맥도날드 맥플러리. 지안이네 남편분을 함께 부른 것은 아주 좋은 한 수였다. 친구들끼리만 있으면 만득이가 조금 어색했을 수도 있었을텐데, 함께 얘기하니 오디오도 빌 틈 없이 다들 목아플 정도로 서로 농담을 던졌다. 근데 진짜 목이 아픈 것 같은데.. 이번에도 기분탓이겠지? 내 표정이 안좋자 이션은 자꾸 물을 권했다.

3/27

숙소에서 새벽에 이션과 지안에게 추천받은 <나는 솔로>를 보는 중, 아무래도 이상해 자가키트를 몇 개 사왔다. 1차 음성. 그런데 슬슬 기침도 나오기 시작하네? 심상치않다 싶어 한 번 더 해봤다. 목과 콧구멍에 5cm 정도는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주아주아주 흐릿하게 보이는 두 줄.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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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병원을 찾아 신속항원검사. 나는 양성이고, 오빠는 음성. 오빠는 아주 흐릿하게 바이러스가 보이는데 음성이라고 해서, PCR검사를 다시 받았다. 아무래도 오빠는 이미 한 번 걸렸던 게 아닌가 싶다.

주말에 있던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청첩장을 그렇게 돌리고 다녔는데 이제야 걸린 것도 용한 거라는 위로를 들으며 살짝 울컥했다. 어제 만난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함께 살짝 억울한 마음도 들어서. 그리고 출근 일주일만에 확진된 직원이 되어서. 바로 팀방에서 이야기했고, 살짝 정적이 흐른 것 같은 건 오늘이 주말이어서인지 내가 너무 눈치를 본 탓인지.

3/28

7일 격리 시작. 4월 2일 토요일 자정에 격리가 해제된다. 회사에선 따로 병가가 나오지 않는다. 다행히 나는 증상이 미미한 수준이라 괜찮지만, 아니면 조금 서글프지 않았을까 싶다.

3/29

격리 2일차. 저녁에만 기침이 조금 나오고, 낮에는 괜찮다. 밤 10시 이후에만 코로나균의 활동이 활발해져서 정부에서 통금시간을 정한건가! 다 생각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첫 회의를 했는데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지만 왜인지 첫인상으로는 말아먹은 기분도 든다. 기존 광고안을 수정 편집하는 프로젝트라 제대로 아이데이션 할 기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더 잘할 걸 싶은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3/30

하도 누워있어서일까 붓기가 심상치않다. 그래서 오늘은 심으뜸 슬로우버피 200번을 했다. (으쓱)

3/31

아직 한창 격리중인데 송파구청장님이 문자를 보내주셨다.

격리 중 가장 힘든 건 운동을 못한다는 것. 나는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동력발전형 인간이기 때문이다. 운동을 못하면 삶을 꾸려나갈 에너지도 없어져서, 집 안도 엉망. 치울 생각도 에너지도 없고 쓰레기는 쌓이고 스스로가 미워지는 마음도 덩달아 차곡차곡 적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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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랜만에 헬스장 가서 근력 운동하는데 손에 낀 반지 때문인지 손가락이 아파서 반지를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걸 깜빡하고는 헬스장용 바지를 의류수거함에 넣었고

그리고 집에 돌아와 자려는데 앗 반지! 하면서 화들짝 놀랐다.

급한대로 관장님한테 제가 반지를 바지 주머니에 그냥 넣고 온 거 같다 혹시 내일 확인해주실 수 있냐고 문자를 보냈는데

바로 연락오더니 지금 찾고 있는데 없다면서 아무것도 없다면서 라며 말하길래

없을리가 없고 없다고 말할 줄 나는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나랑 관장 사이에 아직 불편한 감정이 있다 피티 환불 건에 관한 뭐 그런..)

혹시 제가 지금 그쪽으로 가도 되겠냐고 그랬다. 내가 직접 찾든지 해야 맘이 놓을 거 같아서

택시타고 이십분을 달려 도착했고 바로 의류수거함에 있는 바지를 뒤졌는데 웬걸 바로 반지가 바로 나오던데?

금방 찾을 수 있었는데 저 새끼.. 일부러 아예 안 찾은 거 아닌지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데 (백프로 이백프로 안 찾았어.. 찾은 흔적도 없었음)

자기가 엄청 찾았다는 걸 어필 하는 듯

아유 회원님~ 제가 진짜 엄청 다 찾아보고 뒤집어서 싹 다 찾아봤는데 진짜 없었는데….

이래서

주머니에 손만 넣어도 알 수 있는 걸….

백퍼 안 찾았겠지….나 ��탕 먹이려고 그런 거지….

저 새끼는 진짜 나쁜 새끼다 생각하고 찾은 반지 보여주고 나가려는데 붙잡대?

회원님과 저와의 사이 아시잖아요 좀 불편한 사이 뭐 그런.. 솔직해집시다. 라며 주저리주저리 계속 얘기해 아주 작정하고.. 이봐 아저씨.. 새벽이라고여 빨리 보내줘도 모자를 판에 붙잡고 떠들어대는 게 너무 한심스럽네여

괜히 나 마스크 쓰고 말하는 걸로 시비털지 않나 사람 진심으로 얘기하는 거 진심 아닌 거 같다고 말하지 않나 갈길이 구만리인 사람한테 계속 자기 할 말만 하질 않나

결론은 좀 친하게 지내자며

(내가 왜요 뭐 때문에요 굳이?)

이정도면 그 헬스장 망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제발 망해주세요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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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티 받는 시간 외에는 요즘 다시 거의 달리기 아니면 사이클만 하고, 발레는 한달 동안 여섯번? 갔나? 그랬더니 바로 턴이 안되기 시작해서 서터레스ㅠㅠ

스팟은 대체 몇년을 못하는 고질병인데 이거 다 스케이트 때문이라고 핑계대보지만 사실은 나는 안다 그냥 내가 스팟을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두....스케이트 덕분에 큰 점프는 작은 알레그로 못하는대신 자신있어 자신있어!)

새영쌤 만난 첫 날, 나 춤추는 거 보고 우리는 게으른 몸이라 빠른 거 할 때 음악 안들어야 한다며 단번에 알아보셨는데 보라샘 이후로 처음으로 욕하는 걸로 안들렸다. 그..그래 게을러 보이는 대신 우린 음악성이...있어..그러다 박자 밀리지요🥲

알고보면 나 진짜 부지런하고 병적으로 꼼꼼한데..지금은 지각댑장이 되었지만 어릴때는 심각했었는데..

그런 애가 한땀한땀 하고 있는데 알레그로만 했다하면 느리다, 게으르다 혼나는게 너무 절망적이라 발레 그만 둔거였..내가 어떤 앤지 아니까 뭐 엄마는 더 버티라고 하지 못함. 아니다 반가워했던 것 같다. 날 예체능으로 보낼 계획이 1도 없었기 때문...

또 당대 선생님들 얼마나 무서웠늬. (큰 목소리를 들으면 갑자기 식은땀 나고 돌처럼 굳는 게, 지금도 그렇더라..?)

지금은 가르치는 모든 선생님들에게서 똑같은 지적을 받으면서도 하고 있는 미스테리🤷🏻‍♀️

그래도 컴플렉스라 지적받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척만 하고, 기분이 여전히 좋지않다ㅠㅠ

이걸 평생 못고치는 내가 너무 싫어져

그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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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좋은아침입니다. 이번주부터 기온이 많이 떨어지는데요, 옷차림 각별히 신경쓰시면서 감기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미국증시는 코로나 백신 기대와 미국 정치 불확실성 감소 등으로 지난주 주요 주가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었는데요 다음 달 중순 미국에서 코로나 백신이 출시될 것이라는 점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대선 결과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정치적 갈등에 대한 우려를 줄였습니다. 다만 주요 지수가 이미 큰 폭 오른 만큼 레벨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입원 환자 수가 9만 명도 넘어선 가운데, 추수감사절 연휴 이후 확진자가 큰 폭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이번 주는 11월 미국의 고용지표도 발표됩니다. 11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나쁘다면, 단기적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음을 유의하고 대응하셔야 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3차 펜데믹이 진행되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백신 상용화가 빨라질거라는 기대감과 연말 소비 시즌으로 접어들면서 경기 활성화 기대감이 반영되는 시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와 블랙프라이데이가 온라인 강세로 인한 사이버먼데이 기대감으로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연말 소비 시즌에 코로나 확산 속도가 증가하면서 온라인 매출은 20% 늘어나고 오프라인 매출은 작년대비 50%이상 감소하는 추세로 전개되었습니다. 확실히 추가 재정지원책이 지연되면서 소비에도 영향을 끼친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에 백신 우려가 제기되며서 모더나와 화이자가 부각되는 분위기로 입니다. 모더나는 백신 뿐만이 아닌 치료제로도 부각되며서 주가의 급상승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백신의 상용화와 콜드체인 부담감이 화이자 보다는 좋기 때문에 월가 리포트들은 목표가를 상향하는 상황입니다. 이번주 모더나 관련주들 주시해야 할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업계 호황 덕분에 #삼성전자 주식이 많이 올랐죠? 우리 코스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는데요 , 내년에 공급 부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 이유가 코로나로 인한 따른 비대면 경제 활성화인데, IT 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업계가 호황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미세공정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파운드리 업체 중 5나노 공정이 가능한 곳은 TSMC와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관련된 종목들 유의깊게 보시면서 약 1개월남은 내년준비도 알차게 해보시는 것도 좋을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거리두기 2단계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사항만 추가하였습니다. 사우나 / 한증막 / 실내체육시설 / 음악학원 / 피티 등인데요 '유투브' 영상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정부에서는 아무래도 경제적인 영향때문에 쉽사리 격상을 결정하는것이 쉬운일인 아닐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부디 건강 잘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가 전 세계에서 문제인데, 이제 새들까지 아프네요 조류독감이 2년 8개월만에 또 문제를 일으키면서 방역조치 중입니다. 그뜩이나 코로나 영향으로 힘들어하는 농민들이 이번일로 인해 더욱 힘들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 자 오늘하루도 《화이팅》 하면서 몸건강 마음건강 주변건강 잘 챙기는 11월의 마무리하는 하루 시작해보겠습니다 !! https://www.instagram.com/p/CINjST3nIcr/?igshid=vckg4urc2f7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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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2/28

2/16

주연이와 함께 동기들 청첩장 모임을 잡았다. 아직 모임에 인원제한이 있어 YB, OB, 그리고 OOB로 나눠서 몇 개의 단톡방을 팠다. 와, 만약 누군가 나에게 만나서 청첩장을 준다면 그건 진짜 꼭 가야하는 거구나. 청첩장을 돌릴 사람을 추리고, 연락하고, 약속을 잡는 모든 일이 이렇게 어렵고 부담일 줄 미처 몰랐지. 우선 추리는 것부터 너무 어렵고. 연락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갸우뚱한 회색지대에 쌓인 연락처들은 해야 할 일을 미뤄둔 것처럼 마음 한 켠에 무겁게 놓여있다.

아무래도 직접 건네지 않으면 서운해 할 법한 사람에게 먼저 만나자는 연락을 돌리고 있는데, 재형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가 욕먹고 싶지 않아서 연락을 안하려는 거잖아? 근데 섭섭하게 만드는 것보다 욕먹더라도 연락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해.” 하긴 내가 욕 먹고 싶지 않은 건 욕심인거고, 내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섭섭한 마음을 들게 하는 건 안 될 일이지. 만나긴 어렵더라도 전화로는 소식을 전해야겠다.

2/17

민재님과 점심. 어떻게보면 한 번 같이 일을 한 사이인데 먼저 점심을 먹자고 말해주어 고마웠다. 70프로의 확률로 갑상선 암인 그녀는 (3월에 3차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30프로의 확률이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 최근에 잔뜩 받은 야근과 스트레스를 이야기하며 “글쎄 나보고 모레까지 가져오래. 나 어제 암 선고 받았는데!”라고 질병을 유머로 승화시켰다. 그래 우리가 어떤 민족이야, 해학의 민족이지. 그렇지만 오늘 웃을 수 있는 게 어제 울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라는 걸 안다.

민재투어로 더 큰 집을 구경했다. 잠실타워 38층 뷰는 사진보다 웅장했고 짜릿했다. 특히 마음에 들어왔던 건 스마트한 오피스 자리에 붙은 아날로그틱한 액정 이름표였다. (불투명하고 뭉탁한, 마치 옛날에 자석을 이용해 무언가 그리고 지우던 필름 같은 재질) 그치-이런 게 바로 배민 색이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되니 떠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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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도 반가운 38층 뷰여 안녕. 내가 또 언제 이렇게 넓은 서울을 볼 수 있을까!

2/18

거리두기 6인 유지. 오미크론으로 회사도 문을 닫았다, 원래도 닫았지만 더 적극적으로. 이제 출근하려면 부문장 승인 후 자가검진키트로 검사까지 해야한다. 아마도 나의 38층 뷰는 어제가 마지막이 될 것 같다.

할머니들 카톡방에서 소정언니가 MBTI 궁합을 가져왔다. 결과는 파국. E인 다운이가 열일했다. 다음에 만나면 공로상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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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하님의 피티 선생님이 우리 둘이 함께 운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하셨고, 말 잘 듣는 우리는 처음 함께 운동을 했다. 옷을 갈아입고 자 이제 뭐부터 하지? 준하님도 화이팅! 건승을 빌며 각자 기구를 선택한 우리에게 선생님이 다가왔다. “아 함께 운동 하는 게 아니라 그냥 같이 온 거예요?” 헬스장의 세계에서 “운동 같이 하자”의 의미는 같이 들어갔다 대충 시간 맞춰 집으로 갑시다-가 아니라, 내가 무게를 들 때 네가 쉬고 내가 쉴 때 네가 무게를 들자, 즉 번갈아 웨이트를 하자는 뜻이었다. 나는 몰랐지, 준하님도 몰랐지. 우린 몰랐지!

2/19

만득의 오랜 친구 세연 언니를 만났다. 오빠의 여자 사람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는지라 조금 긴장한 채로 나갔는데 털털한 성격에 내 마음도 털털 가벼워졌다. 언니는 만득이가 친구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좋아하는 것 같은지를 귀뜸해주었다. 프로포즈를 어떻게 해야하지 하는 고민도,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친구들에게 했었다고. “여자가 추천하는 남자” 타이틀을 얻은 만득은 약간 의기양양한 듯 보였고, 친구들 앞에서 나를 좋게 말해준 만득이에게 너무 고마웠다.

2/20

아빠 양복을 맞춘 날. 아빠는 어색해했지만 수트가 꽤 잘 어울렸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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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희진 카피님과 보들이(태명)을 만났다. 벌써 8개월이라니! 예정일은 4월 말이라고 한다. 회사를 나오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카피님은 결혼을 했고 이제 곧 애기가 나온다. 짧다고 생각했는데 한 생명의 프리퀄부터 본격적인 시작까지의 서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2/22

아름, 은정님과의 환궁시 쫑파티겸 나의 굿바이 모임. 신사 핀치브런치바라는 곳에 갔다. 예쁘고 비싸고 양이 적은 맛.

모두 각자의 고민이 있었다. 나 역시 문득문득 “가서 적응도 일도 못하면 어떡하지? 너무 많은 것이 바뀌어있으면? 분위기가 생각보다 더 좋지 않다면?” 하는 생각들이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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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만득이의 생일. 만득의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오부이용에 갔다. 한수씨의 형 관수씨의 프랑스 요리학교 친구가 귀국해 오픈한 가게인데, 작고 따뜻하고 활기찬 인테리어에 한 그릇 한 그릇 맛이 꽉 찬 곳이었다.

처음 먹어본 달팽이 요리는 부드럽고 신선했고, 두 번째로 맛본 양파스프는 달달 뜨끈 고소하고 농축된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예전에 인사동에서 먹어본 것과는 전혀 다른 맛. 사람을 세 번은 봐야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듯, 음식도 세 번은 봐야 어떤 맛인지, 내 입맛에 맞는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먹어본 양파스프가 별로였다고 오늘 고르지 않았다면 이 맛을 몰랐을 테니까. 양파스프에게도 세 번의 기회를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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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의 마지막에 나온 디저트에 작은 초를 꽂아 생일을 축하하고, 몰디브에 꼭 가자는 약속을 담은 만-드 (만득이의 드론)을 선물했다. 249g의 작고 귀여운 만드의 소원은 몰디브의 하늘을 비행하는 것.

2/24

옥정이에게 청첩장을 주기 위해 마포에 갔다. 오랜만에 수프가 수퍼 맛있는 souper. 동기라는 건 참 신기하다.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고, 말하지 못할 게 없다. 어쩌다보니 같은 날, 같은 곳에 들어왔을 뿐인데.

내가 가지 않은 길을 내 동기를 통해 엿본다. 이미 어엿한 고참이 되어있는, 몇 년 새 더 멋있어지고 어느 정도 여유를 지니게 된 나의 친구. 늘상 달고 사는 다이어트로 더 맛있는 걸 사주지 못해 미안했고 기꺼이 와준다고 해서 고마웠다. 프릳츠에서 드립백을 사서 가방에 꼬깃꼬깃 넣어주었다.

2/25-2/27

2년만의 방문이자 만득이와 함께 오는 두 번째 제주. 만득이 예약해준 숙소는 또 오고싶을만큼 예뻤다. 바다 바로 앞에 위치한 덕에 앞바다를 앞마당처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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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엔 사려니숲길을 걸었고, 만-드의 첫 비행을 했다. 숲길은 울퉁불퉁하니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는데 자꾸 걸으니 편안하고 아늑했다. 이래서 숲을 걷는 거구나. 사람의 적응력이 이런 거구나. 주차장에서 만드를 처음 날렸는데, 이 작은 기계를 만득이가 너무 기특해해줘서 기뻤다(?) 성읍 민속마을에서 유명하다는 흑돼지를 먹었는데 예전에 공항 앞에서 먹었던 곳보다는 별로였다.

둘째날, 우도 하고해변. 우도가 이렇게 볼거리 놀거리 많은 곳인줄은 미처 몰랐지. 일단 사이드카를 타고 바람을 맞으며 돌아다니는 것 부터. 어렸을 땐 몰랐는데 우도는 하나의 거대한 카트장이었다. 중간중간 놀 거리, 먹을 거리 가득한. 하고해변이라는 곳에 멈춰 해안가를 걸으며 한참 놀다, 중간에 들른 카페에 널부러져 앉아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친구들과 연인에게는 꽃 하나쯤 있어야지!” 하면서 옆테이블과 우리에게 꽃다발을 안겨주셨다. 신종 판매수법인가 싶어 내 안의 진돗개 1호를 발동했지만 그런 건 아니었고, 아무 대가 없이 받은 꽃다발에 우도가 100배쯤은 더 좋아졌다. 행복은 노닥거리다 ��연히 받은 꽃다발 같은 것. 본섬으로 돌아와 남양수산에서 고등어회를 먹었고, 참돔회를 추가했다. “이게 적은 양이 아닌데..” 계산을 하며 사장님이 놀란듯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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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떠나야할 때. 아침 일찍 일어나 다랑쉬오름을 산책(이라고 하기엔 등산처럼 헥헥댔지만) 하고 가족들에게 줄 쑥찐빵을 샀다. 신촌 덕인당에 가고 싶었지만 휴무여서 새로 급히 검색해 찾아간 곳인데 나름 맛집인듯 싶었다. 공항에 가는 길에 오늘의 여행코스 1순위인 칠돈가 본점을 들렀다. 긴가민가했는데 가보니 2년 전 갔던 그 곳이 맞았고, 목살을 한 점 먹어보니 그 맛이 그대로. 행복한 마무리를 즐겼다. 제주에 가면 공항 가는 길 마지막 코스로 칠돈가 본점에서 근고기를 먹는 것을 우리 가족의 첫 번째 전통으로 등재시켰다.

2/28

희진카피님과 옥정이에 이은 세 번째 청첩장 모임의 주인공은 형경이와 윤영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운봉산장에 예약했고, 어느덧 고참이 된 우리는 한 명은 백수로, 두 명은 연차를 내고 평일의 여유를 즐겼다. 같은 커피도 평일 3시에 먹으면 더 맛있지.

형경이는 포도막염이 심해지고 있었음에도 항생제 8알을 들고 나와주었다. 윤영이는 술을 마시지 못하는 두 사람 앞에서 개의치않고 칭따오를 몇 잔 마셔주었다. 10년 전 비슷했던 모양새와 달리, 오늘의 우리는 각자의 사정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모여 앉아 먹고 마시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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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산장은 정말 어딘가의 산 앞에 있을법한 인테리어의 가게였다. 문지방을 넘자마자 물씬 풍기는 양냄새가 군침을 돋궜다. 코리안 스타일의 옛스런 가게지만 1부와 2부로 나뉘는 프렌치 스타일로 운영되고 있었다. 각 테이블엔 궁서체로 예약자명이 적혀있었고, 앉자마자 밑반찬이 세팅되는 K-스타일. 한국과 프랑스가 요리조리 뒤섞인 어딘가 묘한 느낌. 기대했던 양수육은 환상적이었고 역시나 양이 적었다. 인당 2인분은 먹을 수 있었으나 우리는 사회인이었기에 점잖게 전골을 택했고, 감자탕 스타일로 끓여나온 양고기 전골 맛 역시 훌륭했다. 1부 시간이 끝나고 나올 때 보니, 2부 사람들은 모두 인당 와인 1병씩은 가져오고 있었다. 코르크마개를 따는 손짓에서 결연함이 느껴졌다. 다음엔 우리도 와인을 가져와 콜키지 프리를 제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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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갑내기 부부 42

행복한 여름 되시길 빕니다!

***

잘난 것 하나 없는 소심한 나는 특히나 초등학교와 중학교 생활을 꺼내어 보고 싶지 않는데, 그 이유는 학교 폭력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주희를 만나기 위해서 진주로 고등학교를 지원하긴 했지만, 중학교까지 이어진 괴롭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이유도 나름 존재했다.

그랬기에 어떻게 내 연락처가 알려져 연락이 닿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내게 동창회 참석 연락이 왔었다. 그 전까지는 내게 동창회 참석 연락이 왔어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회는 무시하기 일쑤였다.

김영환.

“똘끼 충만”이라는 단어가 가장 적절한 수식어인, 절대 친구일 수 없는 녀석.

우리보다 두 살이 많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확인은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해볼 생각도 없지만…) 우연찮게 5학년 담임 선생님의 교무 수첩에서 김영환 부분을 봤을 때, 나나 주희와 같은 주민번호 앞 두 자리 였기에 단지 출생신고가 늦었다는 추측만 해볼 뿐이었다.

늘 거의 대부분의 일진들이 그렇듯이 이 녀석 역시 공부와는 담을 쌓았는데, 덩치(떡대)가 워낙 좋아 레슬링 부에 들어가서 운동 쪽으로 방향을 정한 듯 보였지만, 그마저도 흐지부지 된 듯 했다.

가장 기억에 오래 남아있는 이 녀석의 똘끼 충만한 행동은 5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이야 한 반에 스무 명 남짓한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우리 때만 해도 한 반에 40명, 50명은 기본적인 숫자였기에 바글바글한 교실 한 켠에서 조별 활동이랍시고 남자 6명만으로 이루어진 조에서 이 녀석은 우리 앞에서 자위를 해댔었다.

그 당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애들은 그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기에 신기한 행동으로 치부하고 넘겼었지만, 사실 5학년 때 주희를 비롯한 몇 명의 여자 아이들은 이미 2차 성징이 나타났기에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영환이의 행동은 과히 정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똘아이 답게 자위 도중에 영환이는 본인의 침을 손가락에 묻혀 “윤활유”라고 친절히(?) 설명까지 곁들여 자지에 비벼가며 딸을 쳐댔는데, 나를 포함해 조원들은 뭐지하며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던 것이 기억이 난다.

영환이는 주희를 포함해 여러 여자애들의 가슴이 벌써 어떻다는 둥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해대다가 좆물까지 싸댔고, 정액의 일부가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내 교과서에 튀기까지 했다. 혹여나 선생님께 혼날까봐 나중에 영환이에게 내 교과서에까지 튀었다고 소심하게 얘기하다가 싸대기를 두어 대 맞았었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를 끊임없이 괴롭히던 영환이가 A중학교로, 나는 주희와 함께 남녀공학인 B중학교로 가길 내심 기대했었지만, 주희를 만나기 위해 모든 운을 써버렸는지 나는 영환이와 같은 중학교로 진학했고 중학교 때는 더욱 심하게 괴롭힘을 당했었다. (게다가 주희는 중3때 전학까지 갔었으니 나의 소심함은 극에 달해갔다.)

나는 내 의지로 선택하긴 했지만, 동창회날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은 극에 달했고, 동시에 어떻게 영환이와의 관계를 주희에게 보여 줘야할지 고민도 계속 됐었다.

****

날짜가 속절 없이 흘러서 중학교 동창회 날, 십 수년만에 만난 영환이는 나이가 들자 살까지 붙어 떡대가 나와 비교해 족히 두 배는 되어 보였다. 동창회 이후의 일은 여느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뻔한 클리셰와 같았다. 계속해서 술을 마시자며 나를 불러내서는 계산을 시킨다든지, 술을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손찌검이 있었고 나를 무시하는 말과 욕지기는 예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이 굴종적인 관계를 자랑하고 싶었는지, 자기가 회장으로 있는 초등학교 동창회에도 참석하라고 압박을 가해왔다.

사무장과의 신혼의 달콤함을 즐기면서도 자주 내 집에 들러 나의 사랑을 확인하던 주희 역시도 내가 하루 걸러 술을 마시는 모습에 이상함을 느낄 때쯤이었다.

“하아~ 아 좋다… 근데 너 요새 술 너무 자주 마시는거 아냐? ㅋㅋ 친구 한 명 없는 형권이 너를 누가 자꾸 불러내?ㅋㅋㅋ”

사무장에게 ‘정주’를 잔뜩 받아 와서는 내 입 위에서 사무장의 정액을 배출하며 강력한 오르가즘을 느끼고 내 옆에 쓰러지듯 눕던 주희가 갑자기 생각난 듯 틱틱거리며 나를 걱정해주었다. 오글거리는 것을 싫어하는 주희다운 말투였다.

“…아… 그… 동창 있어~ 너도 알껄? 김영환이라고…”

어떻게 주희에게 이야기할지 고민하던 찰나, 주희가 먼저 말을 꺼낸 것에 고마움을 느끼며 주저주저 대답했다.

“그 김영환? 우리 초딩 동창?”

누워있던 주희가 갑자기 일어나자 내 눈 앞에서 주희의 풍만한 가슴이 출렁였다. 주희의 눈이 토끼 눈처럼 동그래졌다.

“응 나는 걔랑 중학교도 같이 다녔잖아… 이번 중학교 동창모임에서 만났거등…”

“이제껏 너 동창모임 한번도 안 갔잖아? 그런데 갑자기 가서는 김영환을 만나?”

“뭐.. 그렇게 됐네…”

주희를 위해서 일부러 만났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주희가 보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참나… 무슨 바람이 들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그럼 너 혹시 이번에 울 초딩 동창 모임도 가?”

“어… 참가비 냈어 이미…”

“몇 년 전부터 김영환이 걔가 우리 초딩 동창회장됐잖아…”

“응… 그런 것 같더라… 근데 너는 몇 번 가봤지 않아?”

“나는 대학 다닐 때니까 꽤 됐지… 영환이 걔는 그 때까지 얼굴 한 번 안 비치더니 갑자기 동창회장도 하고… 갑자기 졸부가 됐다던데?”

“듣기로는 뭐 회장이 된 표면적인 이유는 전임 회장 xx가 해외 지사로 발령나는 바람에 공석이 되면서 그랬다던데..”

“공석이 되든 말든 지 잘난거 자랑하려고 회장같은거 하지… 참! 그나저나 되게 수상하다 너? 그런 곳에 가는 애가 아닌데 왜 그러지?”

“…나이드니까 그런가 보지머…”

조심스레 주희의 눈치를 보며 얼버무렸다.

“조심해… 이젠 어른이니까 뭔일이야 있겠냐만… 너 걔 한테 엄청 시달렸잖아?

역시 주희도 알고 있는 듯 했다.

“… 알았어…”

“난 그날 피티 받아서 아마 조금 늦을거야~ 따로 가서 거기서 봐! 우리가 결혼 한 거 아무도 모를걸?ㅎㅎㅎ”

주희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다시 여운을 느끼려는지 아랫배에 손을 대며 다시 침대 위에 누웠다.

그로부터 이 주가 지나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겨울 초입인 금요일 저녁, 나는 영환이의 연락을 받고 동창회 시작하기 전에 만나 당구 내기를 했다. 나는 초짜였음에도 300에 가까운 실력인 영환이가 나에게 게임비를 전가하기 위해 반강제(?) 내기 당구를 쳤다. 나는 50을 놓고쳤었는데 초심자의 운으로 몇 번 성공하자 내가 치려고 하는 순간, 본인 큐대로 내 엉덩이에 똥침을 놓아 방해하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당구비로 세 시간 정도를 내가 내고서야 동창회가 있는 술집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한참을 영환이 옆에서 소맥을 잠자코 먹으면서 영환이가 나를 초딩때부터 중딩때까지 어떻게 나를 괴롭혔는지 훈장처럼 남자애들이 모인 곳에서 얘기하고 있었다. 총 인원은 나 포함 남자는 열한 명이었고, 어릴 때 얼굴이 전혀 매치되지 않는 여자애들은 넷이서 테이블 반대쪽 끄트머리에 앉아 있었는데 사실 도착 시간이 모두 달라 들어오는 대로 서로서로 명함을 주고 받느라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하는 정신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남자들 몇 명은 여자들 옆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자기들끼리 음담패설과 함께 근황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 사람씩 생맥 3000짜리를 거의 다 마셔갈 무렵, 우리 중 한 명이 출입문을 향해 눈길을 주었다.

“오~ 씨발! 방금 여자 혼자 들어왔는데 혹시 쟤가 우리 동창이야? 꼭 밤마실 나온 차림인데… 이리로 왔으면 좋겠다ㅎㅎ”

“야! 쟤 정주희잖아~ㅋㅋㅋ”

“쟤가? 쟤가 저렇게 변했어?ㅎㅎㅎ”

주희를 처음 본 영환이의 놀라움 섞인 말투에 나 역시 고개를 살짝 돌려 쳐다보니 주희가 두리번거리며 무리를 찾고 있었다.

“주희야! 여기!”

우리 중 한 명이 팔을 높게 흔들며 주희를 불렀다. 자기 이름을 듣자 주희가 우리를 알아봤는지 씩 웃으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잘 놀고 있었어?”

주희는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갓 다녀와 몸에 열기가 남았는지 옷차림이 꽤나 얇아보였다. 평소 본인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옷을 입고 나온 듯 했는데, 연한녹색 긴팔 후드집업은 몸에 딱 붙는 재질이라 주희의 풍만한 가슴을 더 도드라져 보이게 했고, 배 부분에는 밴딩이 들어가 아랫배가 살짝살짝 드러나 색기를 풍겼다. 게다가 녹색 색상에 어울리는 검은색상의 짧은 돌핀팬츠를 입고 나와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머리는 상투를 틀어올린 듯 똥머리에다 굽이 있는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편한 차림으로 나오긴 했지만 메이크업은 풀로 세팅되어 있어 나름 신경을 쓴 듯 보였다.

“뭘 먹길래 너는 하나도 안 변했니? 호호”

주희는 한참동안 먼저 여자애들이랑 인사를 나누면서 차례대로 우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이양~ㅋㅋ”

“자 내 명함~”

주희와 다른 아이들의 인사가 이어졌다. 남자들은 명함을 건네주면서 주희에게 함박 웃음을 지어댔다.

“와~ 정주희! 이리와봐라~ㅋㅋㅋ”

영환이는 육중한 상체를 주희 쪽으로 돌리더니 손짓을 하며 주희를 불렀다.

“니는 저쪽으로 가 있어라~”

주희가 영환이 쪽으로 몸을 틀자 영환이는 내 머리를 툭툭 치며 내 자리를 비우게끔 만들었다. 쭈뼛주뼛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쭈굴 모드로 영환이 반대편 쪽 빈 자리로 이동하며 주희를 슬쩍 훑어봤는데, 찰나의 순간에 나를 보던 주희의 ‘동공지진’을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내게는 주희가 영환이에게 걸어가는 그 시간이 슬로우모션처럼 보였다.

주희의 반응을 보아 나의 쭈구리 모드가 주희에게 흥분감을 줄 것이라는 내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니 뭔데?ㅋㅋ 동창회인데 동네 편의점 가는 거처럼 나왔노?ㅋㅋ 동창회장으로 섭섭하네ㅎㅎㅎ”

영환이는 대뜸 주희의 복장을 지적하고 있었다.

“내가 잘 보여야 될 애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잘 차려 입고 나올 필요가 있니 ㅋㅋㅋ”

영환이는 내가 좀전까지 앉아 있던 자리에 주희를 앉혔는데 주희는 앉자마자 다리를 꼬았다. 그 바람에 돌핀팬츠 아래로 엉덩이가 훌렁 드러났다.

“야~ 니 모르나?ㅋㅋ 동창회는 딱 두 부류인거?ㅋㅋ 동창들한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애들이랑 동창들한테 지 잘난 거 보여주고 싶은 애들 밖에 없는거?”

영환이는 주희의 까무잡잡한 피부를 눈으로 슬쩍 훑어보고는 싱긋 웃었다.

“니는 뭔데?ㅋㅋㅋ 아~ 방금 운동하고 와서 그런가 덥다야…”

주희는 영환이의 시선을 느끼며 지퍼를 주욱 내려 미드를 오픈해버렸다. 내 결심 때문인지 몰라도 주희가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는 것에 나 역시도 흥분이 되었다. 지금껏 주희가 좋아하는 모습에 내가 흥분했다면 무언가 이상의 흥분감이 생겼다.

주희가 미드를 오픈하자 올록볼록한 골덴 바지 같은 세로 줄무늬가 있는 흰색 크롭탑에 돌핀팬츠 색깔과 같은 검은색 브라를 받쳐 입었었다. 그런데도 가슴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했는지 흰색 탑이 추욱 처져 주희의 가슴골이 드러내고 있었는데, 흰색 탑 안에 검은색 브라가 그대로 비쳐 너무나 야했다.

“얘는 지 잘난 거 보여주고 싶은 쪽이지~ㅋㅋㅋ”

영환이 맞은편에 앉아 주희가 후드의 지퍼를 내린 상황의 가장 큰 수혜자인 또 다른 녀석이 영환이 대신해 대답했다. 주희에게 말을 걸기 전까지는 관심도 없던 녀석이었는데 다시 명함을 꺼내 보니 보험 쪽 일을 하고 있었다. (영환이 표현에 의하면 얘는 반대로 영환이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쪽이었다.)

“나 이런저런 거 하고 있다~ㅋㅋ”

나를 만나서는 한 번도 자기 얘기를 하거나 명함 한 장 안 주던 영환이는 일부러인 티가 확 나도록 주희 쪽으로 몸을 기울여 주희에게 자신의 덩치를 누르더니 오른 손으로 자신의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명함 한 장을 주희 손에 쥐어주었다.

“얘 명함 아무나 안 주는데~ 부럽다야~ㅋㅋ”

보험 팔러 온 이 녀석은 여전히 주희의 가슴골에 한 번씩 눈길을 주면서 영환이 듣기 좋은 소리만 내뱉고 있었다.

“와이에이치물산 대표?ㅋㅋㅋ 영환이라서?ㅋㅋ 뭐하는 덴데?ㅋㅋㅋ”

주희는 슬쩍 쳐다보더니 명함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서 영환이에게 다시 가져가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운이 좀 좋아서ㅋㅋㅋ 임대사업도 하고 그러고 살지ㅋㅋ  니 아나?ㅋㅋ 내가 예전에 살았었던 동네가 바로 길 건너잖아… 거기 몇 년전부터 개발됐다 아이가ㅋㅋㅋ 돈 좀 만졌지~ㅋㅋ 이 술집있는 이 빌딩도 내 건물이거등ㅋㅋㅋ”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지 얘기를 술술 불어내는 영환이었다.

“근데 서비스가 왜 이렇게 별로야~ㅋㅋㅋ 어이 대표씨~ 말은 그만하고 술이나 좀 따라봐ㅋㅋㅋ”

영환이를 전혀 개의치 않아하는 주희의 말투가 내게는 또다른 쾌감을 주고 있었다. 나 대신 영환이를 어린 아이 갖고 놀 듯이 대하는 주희의 태도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씨발~ 정형권! 니 뭐하는데? 콱 대가리 뽀사뿔라~ 얼음컵이랑 수저 안 갖고 오고 뭐하는데?”

내가 미소를 지은 것이 티가 났는지 나한테 불똥이 튀었다.

“그거 종업원한테 부탁하면 되…”

“뭐라고 지껄이노 씹새끼가… 꼬봉 주제에 갖고 오라면 갖고 와야지! 주희가 서비스가 개떡같다고 안하나?”

사실 술집 소음이 워낙 컸기에 테이블 반대쪽에 앉아 있는 무리에게는 들리지 않았는지 우리 쪽만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내가 슬쩍 주희 쪽을 쳐다보자 술도 먹지 않은 주희가 귀가 발그레해지는 것을 보아 이 상황이 흥분이 되는 듯 했다.

“아… 알았어~”

나는 내가 의도했던 것이 성공을 향해 간다는 느낌을 받자 더 비굴하게 주섬주섬 일어나 얼음컵과 수저를 가지고 자리에 돌아왔다.

“좋게좋게 말할 때 잘 해야지~ 새꺄! 얼른 주희 줘~”

일부러인지 흥분감이 주희를 간지럽히는지 내가 컵과 수저를 가지고 왔음에도 주희는 바로 받지 않았다. 그러자 영환이는 내가 병신 짓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뒤통수를 빗겨 때리며 나한테 한 번 더 윽박질렀다.

“고…고마워~”

주희는 그제서야 내가 준 생맥 컵이랑 수저를 받아들었지만 귀는 더 빨개진 느낌이 들었다.

“자~ 계속 달려보자!”

영환이는 주희 컵에 생맥 피쳐를 기울여 가득 채워주었다.

****

“야~ 우리 먼저 가볼게~ㅋㅋㅋ 간만에 나올 핑계 거리 있어서 좋았어~”

나를 제외한 모든 애들은 서로서로 자리를 바꿔 앉아가며 한참을 시시콜콜한 옛날 얘기, 사회 얘기, 세월호 얘기, 남편 또는 아내 뒷담화를 안주거리 삼아 술을 먹었다. 나는 주희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는 내내 머리를 풀었다가 묶었다가 하는 행동을 보며 끊임없이 남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주희의 행동을 재미있게 쳐다보고 있었다. 주희가 도착하고도 꽤나 시간이 흘렀는지 여자애들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희도 한참을 여자애들이랑 웃으며 얘기하고 있었는데 여자애들이 모두 일어나 영환이가 있는 쪽으로 몰리자 주희도 다시 이 쪽으로 왔다.

“2차 갔다 가지~ 서른이 넘었는데도 통금 시간이 있냐ㅋㅋㅋ”

영환이가 싱긋 웃으며 툭 던졌다.

“애기들 재우러 가야지ㅋㅋ”

“영환아 아니지~ㅋㅋ 쟤네들 한 잔씩들 했으니 근질근질해서 남편이랑 뜨밤 보내러 가는거야ㅋㅋ”

보험 녀석은 영환이 오른팔이 된 듯 영환이 옆에서 한 마디씩 거들고 있었다.

”뭐래ㅋㅋㅋ 남편이랑 뜨밤? 아직도 솔로 티내냐?ㅋㅋ 우리가 왜 남편이랑 뜨밤을 보내 ㅋㅋㅋㅋ”

어이 없다는 듯이 여자애들이 보험 녀석에게 중지 손가락을 내밀었다.

“맞어ㅋㅋㅋ 영환이가 재워주면 또 모를까ㅋㅋㅋ”

술에 취했는지 농담이 조금 야해져갔다.

“애기 엄마 되서 헷가닥 했냐? 내가 니를 왜 재워주냐ㅋㅋㅋ”

영환이는 콧방귀를 꼈지만 기분은 싫지 않은 듯 했다.

“남편 한테 잘해라~ 영환이 걸고 넘어지지 말고ㅋㅋ”

주변에 서있던 남자애들도 잘 걸렸다 싶었는지 한 마디씩 거들었다.

“뭐래ㅋㅋㅋ 너네 와이프한테나 잘하셔들!”

“ㅋㅋㅋㅋ 무튼 즐거웠어~ㅎㅎㅎ 얘기 들어보니까 우리 여자애들은 참가비 면제라며? 역시 센스 쩔어~ㅋㅋ”

여자애들은 다시 영환이에게 싱긋 웃으면서 아양을 떠는 듯 보였다. 건물주의 위력인 것 같았다.

“아~ 뭐래~ 기분 잡쳤다~ㅋㅋㅋ 가정있고 아기들 있는 새끼들은 빨리들 꺼져라ㅋㅋㅋ 내 핑계 대고 더 놀다 들어가기만 해 그냥ㅋㅋ 내가 너네 남편이랑 와이프한테 다 확인한다?ㅋㅋ 나중에 딴말 나오면 너 죽고 나 죽자야!”

역시 똘끼 충만다웠다. 나온지 몇 시간 되지 않은 기혼자들에게 저런 말은 진짜 금기어였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말 해버리는 영환이었다.

“와 개새끼ㅋㅋㅋㅋ 우리의 희망을 다 끊어놓네ㅎㅎㅎㅎ”

“내 알바 아님ㅋㅋ 너네가 파장 만들어서 분위기 잡쳤잖아ㅎㅎㅎ”

“우리를 버리지 말아주시옵소서 영환 폐하ㅋㅋㅋㅋ”

“지랄하지말고 다 꺼져ㅋㅋ 대신에 내가 자주 불러주잖아~ㅋㅋ 이런 회장 봤어?”

“ㅋㅋㅋ 다음번에는 그럼 송년회인가?”

“다음엔 펜션 같은 거 빌려볼게~”

“역시! 통 큰 회장님~”

“지갑은 크지만 우리 끼리 한 잔 하는 거는 절대 용납 못하는 밴댕이 소갈딱지 영환이?ㅋㅋㅋ”

“썅년들 죽을려구ㅋㅋㅋㅋㅋ”

영환이는 웃으면서 크고 두꺼운 손을 들어 영환이를 놀려댔던 한 여자 동창 엉덩이를 후려쳤다. 손이 커서 그런지 철썩 소리가 날 정도였다. 주희도 이런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재미있는지 아니면 다소 폭력적인 영환이를 때문인지 시선을 영환이에게 박아두고 박장대소를 할 때마다 옆에 있는 남자애들의 팔을 계속 때리고 있었다. 때릴 때마다 주희의 출렁이는 가슴 골은 내 시야를 어지럽혔다.

“오~ㅋㅋ 다음엔 영환이의 승은을 입으려나?ㅋㅋ”

그러면서 옆에서 부추기는 여자애들이 더 무서울(?) 정도였다. 초딩때는 전혀 저런 모습을 볼 수가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 다 이렇게 변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이렇게 대주면 돼?ㅋㅋ”

영환이에게 엉덩이를 맞은 동창은 아이를 낳아서 그런지 몰라도 주희와 달리 축 쳐진 엉덩이를 영환이에게 들이밀며 깔깔 웃어댔다.

“꺼져ㅋㅋㅋㅋ 미친년아ㅋㅋㅋ”

영환이는 자기 앞섶에 놓여진 엉덩이를 뒷치기하는 시늉으로 쳐버렸다.

“어머ㅋㅋ 역시 힘이면 영환이지ㅎㅎㅎ”

“ㅎㅎㅎ 아 웃겨 진짜~ㅋㅋ”

“다음에 또 술 한 잔 해!”

남자애들은 절대 하지 못할 영환이 놀리기를 시전한 여자애들은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

“형권이 그리고 너! 우리는 2차 가자~ㅋㅋ”

모두다 쌀쌀한 밖에 나가 인사를 하고 삼삼오오 떠나고 나자 결혼 하지 않은(?) 남자 셋이 남았다. 주희가 가는 것 같길래 나 역시도 가려 했지만 영환이의 부름에 다시 술집으로 들어와 앉았다.

“씨발년놈들~ 결혼해가지고 동창생끼리 서로 붙어 먹으려고ㅋㅋ 누가 몰라?ㅋㅋ”

영환이는 혼잣말을 다 들리게 얘기하고 있었다.

“그니까ㅋㅋ 여기 나오는 이유야 뻔하잖아ㅎㅎㅎ”

보험 녀석은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듯 얘기했다.

“얘들아~ 나도 2차 갈래~ 남편 출장 갔거등...”

여자애들과 밖으로 나가길래 가는 줄 알았던 주희가 다시 돌아왔다. 밖이 추웠는데도 후드의 지퍼를 반만 올려서 주희의 가슴골이 그대로 보였다. 기분이 좋은지 통통거리는 매력이 물씬 풍기는 주희였다.

“ㅋㅋㅋ야~ 정주희! 내가 아까 동창회에는 두 부류 밖에 없다 그랬지?ㅋㅋ 사실은 한 부류 더 있다!”

“뭔데?ㅋㅋㅋ”

“빠구리~ㅋㅋ 쟤네들 따로 흩어지는 척하다가 몇 명 만나서 모텔간다 백퍼ㅋㅋ”

영환이는 왼손은 주먹, 오른손은 보자기를 만들어 두어 번 맞부딪치며 제스쳐를 곁들었다.

“ㅋㅋㅋㅋ”

주희는 아무말 없이 웃었다.

“정주희! 니는 뭐꼬?ㅋㅋㅋ 니도 빠구리가?ㅋㅋ”

노골적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가슴골을 쳐다보는 영환이었다.

“뭐래ㅋㅋㅋ 2차 가자며? 어디로 갈건데?”

주희는 나머지 지퍼를 마저 끌어올렸는데 가슴부근에 머물러 있던 지퍼가 힘겹게 올라가는 것을 영환이는 놓치지 않았다.

“너도 나처럼 동창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부류구만?ㅋㅋㅋ 하긴 니 어릴 때부터 몸매 좋은 거는 유명했지~ㅋㅋ”

영환이는 피식 웃으며 혼잣말을 내뱉더니 자기 잔에 남아 있는 맥주를 마저 들이켰다. 내 머릿속에서는 5학년 때 영환이가 딸 치는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야! 장형궈니! 너 빨리 4층 당구장 올라가서 다이 두 개 예약해라~”

“어? 어… 2차 당구장 가게?”

충실한 꼬봉 같이 보이기에 알맞은 말투였다. 주희를 흘깃 쳐다보니 역시 주희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꼬았던 다리를 풀면서 반대로 넘겼다.  

“확씨.. 오늘 계속 대꾸가 길다 너?”

영환이는 손을 다시 공중 위로 올리며 협박의 제스처를 취했다.

“알았어~”

나는 서둘러 술집을 비척비척 걸어나와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당구장에 들어섰다. 다행히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기에 다이 두 대를 잡기에는 힘들지 않았다. 나는 애들을 기다리며 재떨이를 가져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야~ 재떨이 갖고와봐~”

얼추 다 피워갈 무렵, 영환이와 주희, 그리고 보험 녀석이 당구장으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영환이는 나에게 재떨이를 가져오라 말했고, 나는 서둘러 내 담배를 비벼끄고는 내 재가 떨어져 있는 재떨이를 아무 생각 없이 내밀었다.

퍽.

내 눈에 별이 갑자기 보였다. 그리고 올라오는 통증.

“씨발새끼… 내가 언제 너랑 똑같은 재떨이 썼었냐? 죽을라고 아까부터… 깨끗한 거 갖고와… 씹새끼 빠져가지고…”

호랑이의 으르렁거림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였다.

“알…았어…”

나는 비척비척 카운터로 가서 새 재떨이를 갖다 주었다.

“정주희… 니는 몇 치냐?”

내가 재떨이를 가져오자 나에게는 눈길 하나 안 주고 주희에게 물어봤다. 아마 내가 재떨이 가지러 간 사이에 보험 녀석에게 먼저 물어본 듯 싶었다.

“나? 나는 100 정도 치는데 요새는 모르겠네~?ㅎㅎㅎ”

“그래? 그럼 사구 내기로 토너먼트 알제?ㅋㅋ 3등 4등은 짜장면 시키고, 2등은 엉덩이로 이름쓰고, 2등부터 4등까지는 1등한테 큐대로 엉덩이 맞는 거… 오키? 나랑 형권이, 주희랑 너 일케 시작해서 결승전이랑 3,4위전 하자잉~ㅋㅋ”

룰 역시 마음대로 정해서 통보하다시피하는 영환이었다.

영환이는 하는 내내 나를 괴롭혔다. 길도 못 본다며 병신이라 놀림 받으며 충실하게 모든 것을 받아줬다. 흘금흘금 주희를 쳐다보니 주희 역시 우리 쪽 얘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 같았다.

“어이 장형권~ 짜장면 시켜라~ㅋㅋㅋ 그 쪽은 누고? 하이고~ 니도 좆병신이네ㅋㅋ 정주희 하나 못 이기고 으이그…”

쉽게 영환이가 서른 개를 까고는 나를 3,4위전으로 밀어냈고, 얼마 되지 않아 주희가 보험 녀석을 이기고 영환이와 결승전을 하게 됐다. 오히려 주희가 이기길 바랬는지 주희한테 졌다는 걸 비꼬면서 얘기를 했지만 영환이의 표정은 무척 좋아보였다.

주희가 공을 치기 위해 상체를 숙일 때마다 돌핀 팬츠가 올라가 공을 치고 몸을 바로 할 때마다 엉밑살이 드러났는데 주희는 승부에 집중을 해서 그런지 옷을 바로 하는 일이 드물었다. 게다가 일부러 주희는 영환이가 길을 볼 때마다 반대편에 서서 머리카락을 끊임없이 모아 올리며 겨드랑이와 가슴골을 부각시켰다. 그것 때문인지 영환이가 30개를 까기 전에 주희가 10개를 먼저 까고 스리쿠션도 이겨버렸다.

“ㅋㅋ 딱 대! 다들 ㅋㅋ 똥꼬에 힘 빡줘!”

주희는 기분이 좋은지 손바닥에 입김을 불어넣었다.

짝. 짝. 짜악.

“어이~ 장형권… 이리 와서 내 이름 써라!”

큐대로 때리기로 했던 룰 대신, 주희는 본인의 찰진 손으로 남자 세 명의 엉덩이를 짝 소리나게 갈기는 것으로 승자의 여유를 즐기고 난 뒤, 영환이의 벌칙만 남았었다. 애초에 영환이 생각으로는 주희의 그 풍만한 엉덩이로 이름을 쓰는 벌칙을 보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은 듯 했다. 소심하게 나는 영환이가 벌칙을 받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영환이는 나를 불러 본인 이름을 나보고 쓰라며 시켰다.

“야! 니가 써야…”

주희는 웃으며 영환이에게 말을 건네려 했지만 자기를 쳐다보지도 않는 화가난 표정의 영환이를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대신 다리사이에 끼워둔 큐대를 지긋이 누르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빨리 써 새키야ㅋㅋㅋ 영환이가 쓰라잖아ㅎㅎㅎ”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옆에서 보험 녀석이 더 깐족댔다.

“알았어…”

나는 체념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주희 앞에서 엉덩이로 이름을 썼다. 다 쓰고 주희의 표정을 살피자 주희의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 흥분한 것이 틀림없었다.

“ㅋㅋㅋ 뷰웅신ㅋㅋ 존나 웃기네ㅋㅋㅋ 하란다고 하냐?ㅋㅋㅋ 기분도 좋으니까 짜장면은 내가 쏜다ㅎㅎㅎ”

나를 비웃던 영환이는 카운터로 가 탕수육도 하나 주문하고는 배달 되어 온 짜장면 곱배기를 게눈 감추듯 털어넣었다.

“야~ 정주희 쟤 왜 저래? 원래부터 저런 애였나?”

보험 녀석은 짜장면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나한테 소근소근 물어봤다.

“뭐?”

“쟤 결혼 했다면서 왜 저렇게 흘리고 다니냐? 얼굴 발그레 해가지고 말야… 꼭 자지 굶은 것처럼…”

솔로라더니 눈치 하나는 좋았다. 아무래도 그 눈치 덕분에 보험하면서 사는 거긴 하겠지만 말이다.

“…글쎄…”

아마 내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당구 몇 게임을 더 치면서 나는 계속 영환이에게 시달렸고, 그것을 지긋이 보면서 부추기는 주희를 보며 내 생각을 점점 정리해갔다.

****

“야! 장형권… 너 뭐냐?”

따로 대리운전을 부르길래 주희는 사무장 집으로 가려나 싶었는데, 나보다 주희가 먼저 집에 와 있었다.

“뭐가~”

나는 모르는 척 대꾸했다.

“너 왜 영환이 한테 그러고 있냐?”

“아뭐… 일자리 하나 줄까 싶어서 그러지…”

거짓말까지 보태�� 내 쭈굴+비굴함을 주희에게 드러냈다.

“…이씨ㅂ… 병신 같이…”

내 대답에 어이가 없었는지 잠깐 머뭇 거리던 주희는 움찔하는 듯 하더니 화장실로 들어가버렸다.

“……”

“……”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나는 술기운을 빌려 말을 꺼낼 결심을 했다.

“… 그냥… 모르겠어… 이제는 다른 사람이 너를 쳐다보고, 만지려들고, 너랑 섹스하고 싶어하고 그러는게 흥분돼…”

“그리고 그게 영환이라서 더 흥분돼…”

한참을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리던 나는 준비해 두었던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 말이 내 귀에 다시 들어오는 순간, 내 척추가 저릿함을 느꼈다. 처음에 결심할 때는 진담 반, 연기 반이었는데 말을 꺼낸 순간 그 말이 100% 진심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

“아까 니가 영환이 옆에 서있을 때 척추가 저릿저릿하더라… 니가 나 때문에 영환이 앞에 무릎 꿇고 앉아서 영환이 좆물을 기다렸으면 좋겠어~ 니 얼굴이랑 가슴에 막 튀게~”

한번 터진 둑처럼 내 머릿속에 없던 말까지 두서없이 막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

주희가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내 시야에는 주희가 내민 중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에 묻은 물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뒤이어 주희의 돌핀팬츠와 팬티가 종아리에 걸쳐져 있고 부들대며 보짓물을 줄줄 흘리는 모습을 하고 서 있었다.

“야… 씨발 그만해… 모임 내내 꼴려서 뒤질 뻔 했단말야… 너 맞는 모습보는데 얼마나 찌릿하던지…”

주희가 꽥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그 새벽에 화장실 앞에서 우리는 섹스를 했다.

****

“나 심쿵한 거 알아? 와… 장형권… 역시 유일하게 내 심장을 뛰…”

둘 다 최고의 만족감을 느끼며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주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 말을 이어가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오그라드는 말이 튀어나오자 자신도 놀란 듯 몸을 일으켜 나에게 깊숙히 키스를 해왔다. 평소와 다른 말투와 행동.

“……”

키스가 끝나자 주희의 눈을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사실은 말야….. 지금껏 너한테 죄책감이 있었는데… 아무리 니가 나를 이해해주고 해도 마음 한 켠엔 혹시나 이런 내가 싫은건 아닌가 했었단 말야… 십 년이 넘는 시간이잖아…”

한참을 망설이던 주희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고백을 했다.

“응… 나도 변했나봐~”

“얼마나 힘들었는데…”

“너랑 있으니까… 니가 다른 사람 만나는게 이제는 흥분되더라…”

“진짜?ㅋㅋ 이제서야 이해가 되네… 니가 왜 영환이 만나러 다니는지…”

“……ㅎㅎ”

/예전에 미국에서도 그렇고, 원장언니 남편… 내가 맞을 때도 그렇고, 저번에 고딩한테 맞을 때도 그렇고… 니가 내가 괴롭힘 당할 때 니가 흥분하는거 알고 있었어…/

이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내가 또 너를 엄청 바꿔놨나봐…”

주희가 싱긋 웃으면서 내 코를 본인의 혀로 낼름 핥았다.

“그러게ㅋㅋ”

“영환이랑 연락해봐 그럼? 그게 니가 그렇게 흥분된다고?ㅋㅋㅋ”

전라의 주희는 엎드리더니 발을 허공에 까딱거리면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팔로 몸을 지탱하자 풍만한 주희의 가슴이 적나라하게 보였고, 볼록 솟은 젖꼭지가 주희의 기분 상태를 알려주고 있었다.  

“오~ ㅋㅋㅋ 바로 답장오네?ㅎㅎ”

주희는 나에게 톡을 보여주었다.

//잘들어갔어? 오늘고마웠엉ㅎㅎ

//다음에는 좀더 일찍오기나 해ㅋㅋ 남편 출장갔다면서 뭐 글케 일찍 가버리냐ㅎㅎ

“진짜 계속한다?”

“지금까지 남자들이랑 톡 해본적 없는 것처럼 그러네ㅋㅋ”

“느낌이 다르지~ㅎㅎ 니가 허락해서 하는 건 처음이잖아~ 지금까지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 니가 이해해준거구ㅎㅎㅎ 아~ 느낌 존나 꼴릿해ㅋㅋ”

“참나~ㅋㅋ”

“아아~ 진짜 이런 느낌 오래오래 느끼고 싶어~ㅋㅋ”

주희는 진짜 행복한 듯 보였다. 내 여자가 행복한 모습을 보는 나 역시도 행복했다. 하지만, 나는 그 동안의 긴장감이 풀리고 사정 후의 노곤함까지 찾아와 바로 잠에 빠져버렸다.

다시 눈을 떠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니 주희가 옆에서 전라의 상태 그대로 잠에 빠져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간밤에 주희가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했기에 내 핸드폰을 집어 도청어플을 켰다.

//너도 유부남에 애가 셋이라며? 얼른 집에 보내줘야지~ㅋㅋ

//유부남인게 뭐!

생각보다 영환이는 여자와의 대화에서는 순둥순둥한 면이 보였다.

//하나도 박력있어보이지 않거등?

//ㅋㅋ 알았어~

//그래도 장형권한테 하는 거 보니까 옛날 생각나더라ㅎㅎㅎ

일부러 주희가 내 얘기를 꺼낸 듯 보였다.

//하~ 걔는 서른 먹어서도 셔틀처럼 빌빌 대는게 존나 병신새끼야…ㅋㅋ

//존나 패버려 다음번엔ㅋㅋㅋ

//여윽씨 B중 일진클라쓰 나오는구만?ㅎㅎ

//ㅋㅋㅋ

//그때 난 너무 순수했어 그치?ㅎㅎ 그 때 너랑 한 번 자봤어야됐는데…

//머래ㅋㅋㅋㅋ 나는 뭐 발랑 까졌었을까바?ㅋㅋ

//그냥… 누가 나보고 첫사랑 물어보면 니가 기억나긴 하니까…

//치~ㅋㅋ 이제보니 영환이 너 로맨티스트네?

//그럼 뜨거운 심장을 가졌지ㅋㅋㅋ

//어이구? 하는 짓은 뜨거운 심장이 아니라 뜨거운 몽둥이로 여친 한 트럭은 사겨본거 같던데?ㅋㅋ

//에이 왜그래~ 나 그래도 와이프 말고는 사겨본 사람 없어~

//오~ 진짜?ㅋㅋㅋ

의외였다. (혹시 몰라 대화내용은 조금의 수정을 가했습니다)

//가정에서는 좋은 아빠하려고 노력하구… 술도 담배도 하는 모습 안 보여줘~ 너네들 만난다고 간만에 그런거야

나랑 하루 건너 한 번 마신 건 뭔가 생각이 들었다. 주희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도 있었겠지만, 술이 원체 센 녀석이니까 그럴 수 있을 듯 했다.

//에이~ㅋㅋ

//참! 너 오늘 시간 되면 커피나 한 잔 할까?

//나야 시간 많지ㅎㅎ 근데 갑자기?

//그냥 이제 곧 넷째도 태어날 건데… 너무 바른 생활만 해서 뭔가 마지막이랄까…

//니가 이렇게 사실 동창회 온 것도 그렇고…

//연락하고 있는 것도 은근 떨리고 설레고 그런다ㅎㅎㅎ

진짜 같이 주희를 향한 절절함이 묻어나오는 듯 했다.

//술 취해서 그래ㅎㅎㅎ

칼 같이 잘라버리는 주희였다.

//자기라고 불러도 돼?

//맘대루ㅋㅋㅋ

//알았어~ 이제 들어가봐야겠다! 출근하면 또 연락할게!

//잘잤어 자기?

새벽에 다시 카톡 보내온 것까지 해서 둘이서 친근한(?) 톡을 주고 받은 듯 했다. (사실 나중에 주희는 이런 스타일의 톡을 평소에 끔찍히도 싫어하지만, 나 때문에 억지로 말을 이어간 거라고 얘기를 해주긴 했다.)

주희의 마음과는 달리 나는 폰을 내려놓고 흥분감이 다시 파도처럼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 전과 다른 흥분감이었다.

술을 많이 마신 주희를 위해서 나는 해장라면을 끓이면서도 계속해서 카톡 내용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 냄새 좋다아~”

여전히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주희가 라면 냄새에 일어났는지 주방으로 나와서 내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기댔다.

“조금만 기다려ㅎㅎ 라면 익는 중이야~”

내가 몸을 돌려 주희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내 시야에 깔끔하게 제모가 된 주희의 도끼 자국이 들어왔다.

/바람피게 해주는 남편을 가진 여자야말로 가장 행복한 여자다/

내 머릿속에 갑자기 어디서 읽었던 구절이 내 기억을 스쳐지나갔다. 어제 새벽에 내가 술김에 내뱉은 말로 인해 완전히 주희에게 날개를 달아준 느낌이었다. 지금까지는 주희가 리드를 해서 사무장과의 새 살림까지 차렸다면 이제부터는 나의 허락하에 주희의 저 맛있는 몸안으로 자지가 들락거릴 생각을 하니 또다시 척추가 저릿한 쾌감이 흘러내려갔다.

“그동안~ 내가 김치 꺼낼게~ㅋㅋ”

콧노래를 부르며 엉덩이를 삐죽 내밀고는 압류 스티커가 붙어있는 냉장고 안에서 김치를 찾는 주희의 벌어진 엉덩이에서 후장과 보지가 보였다. 보지 주변에는 새벽에 질싸한 내 좆물의 흔적이 말라붙어 있었다. 아니,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없이 주희가 받아들인 정액 때문에 내가 이렇게 바뀐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가 그렇게 신나?ㅋㅋ”

내가 대충 끓인 라면과 신김치로 해장하며 계속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주희에게 물어봤다. 주희의 살짝 처진 가슴 위로 라면 국물 방울이 조금씩 튀는 것을 보고 나는 물티슈를 뽑아 건네주었다.

“아니 뭐ㅋㅋㅋ 이제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더 재밌을 것 같아서?ㅋㅋ”

주희는 가슴에 튄 국물을 닦지 않고 입주변을 쓱 닦으며 웃어버렸다.

“참나ㅎㅎㅎ”

“각오했겠지? 장형권?ㅋㅋ”

“내가 좋다는데 주희 니가 나 사랑하면 내가 좋아하는 거 해줘야지ㅎㅎ”

“어이구? 와이프 걸레 만들어서 참 좋으시겠네요ㅎㅎㅎ”

“내가 만들었나?ㅎㅎㅎ 원래부터인듯? 아야! 아퍼!ㅋ”

내 말이 귀여웠는지 주희는 내 볼을 잡고 흔들었다.

“자~ 이거봐ㅋㅋ”

라면 국물까지 싹싹 긁은 주희는 폰을 가지고 와 아침에 온 카톡을 나에게 보여줬다.

//출근했어?

주희는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톡을 한 듯 했다.

//이제 일어났어? 와~ 몇시냐ㅎㅎㅎ 좋겠어~ 나는 새벽부터 외근인데ㅋㅋ

//너는 먹여살릴 가족이 있으니 일해야지ㅋ

//ㅋㅋㅋ아~ 간만에 설레는 느낌 받아서 좋다~ㅋㅋ 남편 왔어?

//아직ㅋㅋ 아 속쓰려~

//속 쓰리면 해장해야되는데~ 내가 오전에 외근 갔다가 오면서 자기 해장국 사줘야겠다~

//그때까지 위 잡고 구르라구?ㅋㅋ

//그럼 알아서 해장하고 오후에 커피 마시자~ㅋㅋ

“오후에 커피 마시쟤~”

주희는 나에게 톡을 보여주는 내내 웃고 있었다.

“너는 사무장 집 안가도 돼?”

“너하고 있는 거 아는데 뭐~ 만날까?”

주희는 내게 의사를 물어봤지만 사실 내 허락보다는 나에게 흥분감을 주려 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내 눈을 바라보며 뇌쇄적인 미소를 지어보이는 주희는 폰을 들고 흔들었다. 전라의 상태로 남편인 나에게 폰을 흔들며 만남을 허락받는 주희의 태도에 자지가 불끈 솟아올랐다.

//오후에 남편 오는데?

//잠깐 나오면 되지~ 슈퍼간다고ㅎㅎ

라면을 먹느라 답장이 늦었지만 영환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희에게 톡이 왔다.

//ㅋㅋ 알았어~ 넌 괜찮아?

//난 피씨방 간다고 하면 되~ㅋㅋ

//알았엉~ㅎㅎ

//자기 가슴보고 싶다~ 사진 보내주면 안돼? 일만 아니면 지금 바로 영통할텐데ㅠ

//꺼져! 일해ㅋㅋ

“일단 좀 씻을게~”

주희는 여기까지 보내고는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ㅋㅋㅋ”

나는 다 먹은 라면그릇과 냄비를 설거지통으로 들고가 설거지를 하고 뒷정리를 마쳤다.

“ㅋㅋㅋ이거 좀 많이 야해?”

그리고 재떨이를 비우고 집안 청소까지 마치고 베란다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기 시작하니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아올린 것 이외에는 똑같이 전라로 욕실에서 나온 주희가 폰을 들어 내게 다가왔다.

“뭔데?ㅋㅋ”

나는 몇 번 빨지 않은 담배를 서둘러 비벼 끄고는 주희의 폰을 받아들었더니 주희가 욕실에서 찍은 본인의 셀카였다.

“가슴보여달래서 몇장 찍어봤지~”

내가 좌우로 넘겨본 사진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잡티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의 소유자인 주희의 가슴 부분 사진이 보였다. 내 결혼반지가 걸려 있는 목걸이로 주희의 사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살짝 쳐져 벌어진 주희의 가슴과 젖꼭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진.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 양쪽 꼭지만 눌러 가슴골을 만들어 더 야��보이는 사진.

팔을 이용해 가슴을 모아 더욱 가렸지만 상체를 살짝 숙여 가슴골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진.

좀더 멀리 팔을 뻗어 왁싱한 도끼자국까지 보이는 사진까지.

“어떤거 보낼까?ㅋㅋ”

“나는 두 번째 사진이 제일 야해보이는데?”

“진짜?ㅋㅋ 이 사진 보낸다 그럼?”

주희의 신난 표정이 귀여웠다.

“ㅋㅋㅋㅋ”

“진짜 보낸다? 보내면 노 터닝백(못돌아와)!”

주희는 일부러 뜸을 들이며 영어까지 쓰면서 나를 놀려댔다.

“알았어~ㅋㅋㅋ”

소심한 나는 영환이가 결혼까지 했는데 이런 사진을 보내도 되나라는 걱정이 들긴 했지만, 이미 주희는 사진을 보낸 뒤였다.

//사진 1

//사진

같이 앉아서 톡을 쳐다보는 우리 둘 모양새가 웃기긴 했지만 금새 보내자마자 읽음 표시로 바뀌는 카톡을 보고는 나도 사뭇 긴장되었다.

//와~ 볼륨봐ㅎㅎ

//자기 피부 너무 좋은데?

//젖꼭지는 어딨어?

한참 후에 영환이에게 연락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에게는 똘끼 충만에 폭력적인 그 영환이는 어디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형권이 너 어제 맞는 생각하고 있다…ㅋㅋㅋ”

주희는 내 옆에 앉아 한 손으로는 클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영환이와의 대화를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남편을 괴롭히는 어릴 적 일진에게 누드 사진을 찍어보내면서 만남을 준비하는 주희의 모습을 보며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래오래 우려먹어야지~ㅋㅋ”

주희의 의미심장한 말이 무엇인지는 그 때 이해하지 못했다.

//빨리 더 오픈해줘바ㅎㅎ

//자꾸 그럴래?ㅡㅡ

주희는 일부러인지 속도 조절(?)을 하는 듯 싶었다.

//알았어~ 일처리 끝내고 좀 있다 연락줄게 자기야~ㅎㅎ

“어휴~ 맞춰주느라 힘들어ㅋㅋ 너 아녔으면 진작에 연락 끊었다…ㅋㅋ”

주희는 귀찮은 듯 나를 보며 폰을 흔들어 댔다. 주희의 풍만한 가슴 역시 따라 출렁였다.

“글케 재미없어?”

“완전 쑥맥에다 말투가 왜 저런데… 걔랑 잠깐 사귀었던 옛날에 내가 미쳤었나 심각하게 곱씹는 중ㅋㅋㅋ”

“진짜 사겼었어?”

“아 뭐~ㅋ 소꿉장난 같은 거였지~ㅋㅋ”

“중딩때부터 얼싸 대줬다더니 혹시?ㅎㅎ”

예전에 주희에게 물어본 것 (동갑내기 부부 30화 참조)이 기억나 신이 나서 물어봤다.

“… 어ㅋㅋ 눈 뜨고 있다가 들어가서 고생했었지ㅋㅋㅋ”

잠깐 머뭇하던 주희가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A중과 B중 일진 들은 치고 박고 싸우기가 일쑤였는데, 영환이가 중3 되면서 통합으로 통(?)을 먹으면서 주희랑 잠깐 사귀는 사이였다고 고백했다. 영환이는 주희가 전학가기 전까지 끊임없이 주희와 자고 싶다고 꼬셔댔지만 주희는 손과 입으로만 해주고, 보지도 손가락까지만 넣게 해줬다고 주희가 조근조근 말해주었다.

“나하고는 연락없더니 영환이 좆물 받아주고 있었구나?ㅎㅎ”

나는 살짝 비꼬며 주희의 반응을 보려 도발을 시전했다.

“ㅋㅋㅋ그러게~ 그 때 눈 딱 감고 영환이한테 한 번 다리 벌려줘도 됐을텐데ㅋㅋㅋ 덕분에 지금 너무 좋다~ㅋㅋ”

주희는 기분이 매우 좋은지 내 도발 조차 아무렇지 않게 웃어넘길 정도였다.

잠깐 티비를 틀어 맛있는 녀x들이라는 예능을 틀어놓고 보다 피곤했는지 주희는 나체 그 상태 그대로 내 허벅지에 기대 낮잠에 빠져들었다. 도중에 사무장에게 전화가 2번이나 왔지만 받지 못하자 내게 카톡이 왔고, 나는 주희가 어제 새벽까지 달려 내 집에서 낮잠을 잔다고 사실대로(?) 설명해주고 안심시켰다.

//일 다 끝났다~ 집 주소가 어떻게 돼? 미리 가있으려구~

주희가 낮잠을 자고 있는 동안 주희의 카톡이 울렸다.

//xx동

나는 주희를 깨울지 잠깐 고민했지만, 동네 알려주는 것 정도야 내가 해줄수 있다 싶어 짧게 답장해주었다.

//지금 나올수 있어?

급했는지 영환이는 주희에게 카톡을 빨리 답장을 했다. 나는 이 말에 대해선 답장을 하기가 힘들어 조심히 주희를 흔들어 깨웠다.

“씨… 아 왜…”

역시 자는 주희를 깨우는 건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영환이가 톡 와서…”

“아… 그래? 크크큭…”

주희는 엎드려서 잠에 취한 말투로 웃었는데 영환이가 톡이 왔다는 말에 순식간에 짜증이 모두 사라진 듯 했다.

“아웅 피곤해…”

//아니… 남편 방금 옴…

주희는 폰을 던져버리고 기지개를 쭈욱 켰다. 최근에 피티를 받아서 그런지 등에 잔 근육들이 올라와 있는 것이 보였다.

“지금 안나가?”

소파에서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여는 주희에게 말을 건넸다.

“니가 나 대신에 시간 벌어줬잖아ㅎㅎ 이 동네 근처로 오라고 했으니ㅋㅋㅋ”

“그런가?” “어~ 게다가 나 라면 먹고 낮잠 잤잖아~ 움직이면서 붓기도 쫌 빼야되구~ㅋㅋ 그리구 나 아까 말했잖아ㅎㅎ 이거 오래오래 우려먹을거라고~ㅋㅋㅋ”

주희는 생수병 페트병째로 꿀꺽거리며 물을 마시며 싱긋 웃었다. 그리고는 소파 앞에 엎드려서 운동을 시작했다. 나체로 플랭크와 스쿼트를 비롯한 여러가지 운동을 하는 주희가 너무나 야해보였다. 처음에는 그냥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지하게 운동에 임하는 모습이 더욱 야했다. 특히 스쿼트를 할 때 변형 동���을 추가해서 하는 데 한 번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발을 옆으로 차는 동작에는 엉덩이와 허벅지의 흔들림이 보지까지 전달이 되는 모습이 코피가 터질 만큼 뇌쇄적이었다. 게다가 뒷보지인 주희인지라 앉을 때마다 벌어지는 보지구멍과 털 하나 없이 깔끔히 제모되어 뒷구멍이 벌름거리는 것까지 적나라하게 보이자 내 물건은 다시 하늘로 솟구쳤다.

“훌쩍… 넘 야…야한 거 아냐?ㅋㅋ”

코피 대신 콧물을 닦아내며 나는 심지어 말까지 더듬거렸다.

“이런 거 처음보지?ㅋㅋ 나랑 같은 헬스장 다니는 남자들 머릿속엔 내가 이런 모습 하고 있지 않을까?ㅋㅋㅋ”

주희는 내가 던진 말에 더 큰 자극을 주려고 하는지 나를 향해 돌아서서 스쿼트를 시전(?)했다. 내 앞에서 주희는 나체로 (나중에 물어보니) 암업 와이드스쿼트라고 하는 동작이라며 내 앞에서 하는 모습은 주희 다리 사이에 남자만 없다 뿐이지 가히 영락없는 섹스체위였다. 언젠가 어느 야동에서 본 여자의 팔이 하늘로 결박당한채 여성상위자세로 섹스를 하는 반강제(?)성을 띄는 그런 동작이었다.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출렁거리는 주희의 풍만한 가슴과 애교뱃살은 누구라도 당장 주희의 보지에 자치를 처넣고 싶은 욕구가 들 것 같았다. 눈이 주희의 배꼽 아래로 내려가자 깔끔히 제모된 주희의 보지가 (평소에는 뒷보지로 인해 앞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그 때만큼은) 와이드 스쿼트를 할 때 마다 대음순이 벌어져 클리가 수줍게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십수 년간 그렇게 굵은 자지들이 들락거렸음에도 조금의 늘어남 조차 보이지 않는 주희의 소음순과 질 입구는 핑크빛 속살로 꼭 다물어져 있었다.

그 와중에 그 동안 많은 남자의 정액을 짜낸 힘의 원천인 허벅지 안쪽 근육은 주희가 스쿼트를 할 때마다 피부 위로 솟아올랐다가 꺼지기를 반복했는데, 아이러니(?)하게 주희의 안쪽 허벅지에는 자는 동안 보지에서 흘러나왔을 내 정액이 말라붙어 있었다.

다시 시선을 올려보니 주희는 반쯤 내리깐 눈으로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어림잡아도 50회가 넘어가는 주희의 스쿼트 갯수에 차츰 몸이 땀으로 번들거리기 시작했고, 몸이 점차 발갛게 달아오르고 유두는 꼿꼿이 서 있어 나는 주희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스쿼트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형권이 하아… 너는 와이프 잘 만나서 이런거… 하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거야ㅋㅋ!

내 눈빛을 느꼈는지 주희는 스쿼트를 하면서도 말을 이어나갔는데 운동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듯 주희의 호흡도 가빠졌기에 우리 모습을 보지 못하고 집 밖에서 소리만 들었다면 주희가 섹스를 하는 걸로 느낄 것 같았다.

“존나 미칠 듯이 좋아…ㅎ”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내 본심이 내 귀에 들려왔다. 이후로도 내 앞에서 주희는 부들부들 떨면서 플랭크와 푸시업을 하고 둔부와 가슴의 출렁임이 걱정될 정도로 격렬하게 버피까지 마친 후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나는 잠깐 흥분을 가라 앉히려 베란다에 나가 담배를 한 대 피고 들어오니 온 거실에 가득차 있는 주희의 ‘육향’을 맡자 다시 흥분감에 휩싸여 버렸다.

****

“아… 이 새끼 짜증나네~ㅎㅎ”

웃는 건지 화난 건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 주희의 말에 나는 슬쩍 화장실 문틈으로 주희를 살펴보았다. 집이 좁아 욕조 대용으로 물을 담아두는 빨간 고무통 안에 쭈그려 앉아 물 속에서 주희는 한 손으로는 양치를 하며 톡을 하고 있었다.

“왜 무슨 일인데?”

나는 재빨리 거실로 돌아가 주희에게 물어보는 척 소리를 높였다.

“모텔 잡고 기다린데 발정난 개새끼가…ㅋㅋ”

주희가 나에게 퉁명스럽게 말을 하면서도 웃긴지 끊임없이 큭큭 댔다.

//나 아침에 씻지도 못하고 나왔거든? 나 잠깐 너 사는 동네 근처 ㅇㅇ모텔에 들어가서 씻고 나올게~

주희의 말에 나는 내 폰을 집어 도청어플을 켰다.

//아 뭔데ㅋㅋ

//너 보는데 깔끔하게 봐야지~

//커피 마신다며 뭔 씻고 나와ㅋㅋ

이미 주희의 촉은 핑계거리를 대고 주희를 모텔로 부를 영환이의 의도라는 것을 파악한 듯 했다.

//무튼 기다린다? 너 바로 못나온대서 나도 시간 좀 필요해서 그렇지ㅎㅎ

//알아서 해~ㅋㅋ ㅇㅇ 모텔 근처에 엔제리너스 있으니까 거기서 봐

//피곤해서 씻고 기다리다가 잠들어 버리면 기다리지 말고 깨워줘~ㅋㅋ

마지막 말 때문에 주희가 딥빡한 것 같았다.

“속옷이나 옷 같은 거는 압류 아니지?”

주희는 여유있게 샤워를 끝내고는 머리까지 깔끔하게 말리고 나와서는 주섬주섬 옷을 찾으며 나한테 넌지시 물어봤다. 내 머릿속에서는 주희가 사무장과 했던 내기가 스쳐지나갔다.

“응… 아마 그럴걸? 그런건 사무장이 더 잘 알지 않을까?”

“옷이 없네~ 내가 대부분 저쪽 집에다 갖다 놨구나…ㅋㅋ”

내 말에 뼈가 있는 줄 알아챈 주희는 나보고 씨익 눈웃음을 지었다.

“내가 옷 좀 사줄게ㅎㅎㅎ”

나는 주희의 표정변화를 얼른 알아채고는 나도 무마를 시도했다.

“어이구? 벼룩의 간을 내어먹지 차라리?ㅋㅋ 영환이 밑에 들어가서 월급 좀 받게?ㅋㅋ”

주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왜~ㅋㅋ 내조 좀 해주게?”

거리낌 없이 나도 주희에게 농담을 던졌지만 소심한 나는 괜찮을까 고민이 다시 들었다.

“ㅋㅋㅋ 그럴까? 예전 남친이자 남편 학폭 일진한테 남편 잘 봐달라고 보지 좀 벌려?ㅋㅋ”

내 성격을 아는 주희는 속옷을 고르며 웃으면서 더욱 심하게 수위를 올렸는데, 진짜 그럴 것 같아서 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희의 과감함이 무서웠다.

“ㅋㅋㅋ”

나는 별 말 없이 백기를 들고 소파에 앉았다.

“결혼했다고 미리 얘기 안해서 그 카드는 못 쓸 것 같네ㅋㅋㅋ 아.쉽.지.만!ㅋㅋㅋ”

주희는 의기양양하게 옷을 집어 들고서는 내 앞에서 입기 시작했다.

//나는 너네 동네 근처 도착했어~ 나올 수 있으면 연락줘

주희가 옷을 입는 동안 주희 폰이 울리길래 나는 슬쩍 내 폰으로 도청어플을 켜 주희의 톡을 살폈다.

//너네 동네근처에 무인텔도 많더라?

//아니뭐그냥 그렇다고ㅋㅋ

//준비중이야?

//아기대되네

주희의 대답이 없자 모텔에 입성한 듯한 영환이는 주희와의 섹스를 상상하는지 계속해서 (혼자만의) 설렘 가득한 톡을 끊임없이 보내왔다.

“계속 연락오지? 아 귀찮아 진짜…ㅎㅎ”

주희는 말과는 달리 미소가 귀에 걸려 있었다.

//모텔은 무슨… 너 자꾸 그럴래?

주희가 폰을 집어들어 톡을 보냈다.

//아냐~ 농담해본거지ㅎㅎ 씻고만 나간다구

영환이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돈이 썩어나나봐?

//알잖아ㅎㅎ 이정돈 뭐ㅎㅎ

//30분 뒤에 잠깐 엔젤에서 봐…

//ㅇㅋ

“나 좀 도와줘봐봐~”

주희는 간단히 톡을 마치고는 진짜 입을 만한 속옷이 없었는지 검은색 색상으로 운동할 때 입는 튜브탑과 속바지 세트를 입은 상태로 내게 다가와 원피스를 입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왜?”

“아.. 이거 안감이 있어서 니가 좀 잡아줘야돼…”

주희가 머리를 집어넣은 상태로 낑낑거리고 있었다.

“어… 알았어”

역시나 옷감이 타이트했기에 둘이서 낑낑대면서 안감이 구겨지지 않게 주희가 입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면인데도 스판끼가 잔뜩 들어가 있어서 가슴과 엉덩이를 도드라지게 보여주고 있었고, 허리 부분도 꽤나 잡아줘서 주희의 애교 뱃살까지 보였다.

집에서 대충 입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원피스 였지만 밑단이 나풀거리지 않게 무릎 바로 위 정도에서 끝나면서 타이트해 나름 섹시하게 보였다. 누가 보더라도 집에서 잠깐 외출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신경 쓴 듯 안 쓴 듯한 옷차림이었다. 그나마 안감이 들어있어 흰색의 원피스입에도 전날과 달리 색깔이 있는 속옷이 잘 비치지는 않았다.

하고싶은말이 있음 확실히 하지그래 나를 어떻게 생각해 알게뭐냐 검색해병신아

“춥지 않을까?”

“나는 더워~ㅋㅋ 가디건 하나 걸치고 나가면 돼~”

좀 전까지 운동을 했던데다가 쭈그려 앉아 옷을 찾느라 시간을 보냈으니 더울 만도 했다.

“감기 걸릴라~”

연하게 화장까지 하는 주희를 보며 걱정스레 한 마디 더 얹었다.

“나 갔다올게?ㅋㅋㅋ”

주희는 회색 가디건을 입고 옷 안으로 들어간 머리카락을 잡아 밖으로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십여 년 동안 보았던 윌리엄이나 매형, 사무장을 만나러 가는 주희의 표정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이었다. 남편의 허락을 받고 바람(?)을 피러 나가는 여자의 감정이란 어떨지 나로서는 짐작이 전혀 가지 않았다.

주희가 나간 뒤로 조마조마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주희가 마음이 바뀌어 바로 모텔로 향해서 영환이랑 떡을 치는 것은 아닌지, 오래오래 우려먹는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도청 어플을 켜놓고서도 가끔씩 톡을 확인하며 둘이서 만나기를 기다렸다. 주희는 일절 말이 없이 주변에서 가끔씩 들리는 조그마한 소음 만이 ���피커를 통해 흘러나왔다.

“아 씨발새끼야… 깜짝이야! 왜 뒤에서 귀를 만졋!”

지루하게 기다리다 주희의 날카로운 소리에 나 역시도 깜짝 놀랐다. 영환이가 주희를 만나면 어디를 스킨십 할까 궁금했었는데 주희의 반응으로 알 수 있었다.

“어? 어… 그냥… 니가 흡연실에 혼자 있길래 놀래켜주려고…”

“아 진짜! 죽을래?”

“자기 내 생각하면서 존나 빨아대고 있었구나? 그러게 모텔로 오면 더 굵은 거 실컷 빨 수 있는데ㅋㅋㅋ 참! 커피는 안 시켰어?”

능글맞게 넘어가려는 영환이었다.

“뭔 지랄? 니가 커피 먹자고 해놓고 내가 커피 사놓고 기다리게?”

“너 만나려고 나는 모텔비 까지 냈는데?ㅎㅎ”

분위기 파악 못한 듯한 목소리의 영환이었다.

“아 진짜… 자꾸 모텔 타령하면 나 그냥 간다?”

주희는 정색한 듯한 목소리를 냈다.

“뭐… 그래 하하~ 자연스러운게 제일 좋은거니까~ 자연스럽게… (후…) 뭐.. 좀 마실래?”

영환이는 짧게 한숨을 내쉬면서 진짜 주희 앞에서는 얌전한 강아지 같은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냥~ 난 아이스아메리카노면 돼!”

“어 그래… 내가 주문하고 올게!”

영환이의 목소리가 재빠르게 멀어지는 것으로 보아 주희의 표정이 어떨지 상상이 갔다.

“이열… 자기 스타일 좋다~ 잠깐 밖에 나오는데도 이렇게 입어?”

초스피드로 다시 돌아온 영환이의 시선이 어디에 꽂혀 있을지 안봐도 뻔했다.

“그냥 잠깐 나온 건데 뭐~ 너야말로 바쁘게 사네? 주말에도 일 하는 거 보면?”

주희는 별일 아니라는 듯 주제를 바꿔버렸다.

“아… 뭐~ㅋㅋ 다들 이렇게 살잖아 ㅎㅎ 너네 남편도 주말에 출장가고 그러는데 뭘~”

“하긴…”

“그래도 오늘은 서울에서 사업 보고받을 일이 있어서 잠깐 갔다온거라~ 얼마 안 걸렸…”

역시나 으스대는 영환이의 말투를 가만히 두고 볼 주희가 아니었다.

“야! 커피 다 됐나 보고와~”

영환이의 말을 잘라먹은 주희는 영환이를 다시 일으켰다. 상대방 남자의 성향을 기가 막히게 캐치해 내서 맞춰주는 평소의 주희치고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어어… 그러고보니 급하게 오느라 진동벨 안 들고 왔네…ㅋㅋ”

영환이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의자가 밀려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주희급 정도 되는 레벨(?)의 여자라면 작정하고 상대방을 까기 시작했을 때 버틸 수 있는 남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했다. 잠시였지만 영환이가 불쌍하다는 느낌이 사알짝 들 정도였다.

“어휴 병신새키… 남자들 사이에서나 일진 흉내내는거지… 내가 너 때문에 참는다… 장형권!”

흠칫. 내가 듣고 있는 걸 다 아는지 주희는 내 이름을 나지막하게 불렀다. 등골이 오싹했다.

“그러고보니 거스름돈도 안 받았더라~ㅋㅋ 여기 커피~ 참 해장은 했어?”

영환이가 당황한 듯 주섬주섬 내려놓는 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다 들릴 정도였다. 아마 주희에게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영환이는 모텔 얘기, 스킨십까지 시도했지만 주희에게 통하지 않은 것을 느낀 순간 이미 주도권은 주희에게 넘어간 것이었기에 내가 다 통쾌했다.  

“……”

한참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내가 바람을 피는 것을 허락한터라 주희는 예전보다 더 심리적 안정감을 갖고 있었기에 그 침묵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듯 싶었다. (나중에 영환이가 불러낸 술자리에 나가 주저리주저리 털어놓는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 때는 주희가 무슨 이유로 자신을 만나러 나왔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확실했다. 이 날 아침에는 가슴 사진까지 보냈던 주희가 자기랑 섹스하러 나온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낌새가 없으니 당황할 수 밖에 없을 듯 했다.)

“너는 아기 안 낳냐?”

근황 토크로 겨우겨우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는 영환이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식은 땀이 흘렀을까 생각하며 너무나 고소했다.

“뭐… 딱히 가지고 싶은 건 아닌데 또 딱히 피임을 하는 건 아니라서…”

주희가 뭔가 낌새를 잡았는지 또 거짓말로 영환이를 구워 삶기 시작했다.

“아~ 그냥 안 들어서는 구나? 남편이 힘이 딸리는 건 아니고?ㅋㅋㅋ”

비웃는 듯한 어투가 고스란히 스피커를 통해 들렸다.

“힘이 딸리는지 안 딸리는지 내가 어케 알아? 비교 대상이 없는데ㅎㅎ”

순식간에 주희는 지고지순, 현모양처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 진짜? 너도 나처럼 순정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렇게 오해 받는다니까? ㅎㅎㅎ”

영환이 입에서 이 말을 꺼내기 위해서 앞서 거짓말을 했다면 주희는 가까운 미래를 볼 수 있다고 봐야했다.

“순정파는 무슨… 그게 뭘 자랑이라고 떠벌리고 있냐ㅋㅋ”

“뭐… 아무도 없으니까 해본 말이지 ㅋㅋㅋ 나 요즘 너무 땡긴다? 와이프 임신했으니 건들질 못하게 하니까… 순정파 좀 탈출 좀 시켜주라 ㅎㅎㅎ”

“아 진짜?ㅋㅋㅋ 그럼 혼자 손양이랑 데이트 하겠네?”

“남자가 쫀심이 있지… 어데 내 손에다가 싸냐…”

“왜? 넌 나보다 덜 순정파 일거 아냐ㅎㅎㅎ 와이프랑 손양이랑 같이 만나니까ㅋㅋㅋ”

“미친년ㅋㅋ 예나 지금이나 또라이인건 똑같아 진짜ㅋㅋ”

“왜ㅋㅋ 아이를 넷이나 있을 정도면 너네 와이프가 맛있는 거 아냐?ㅋㅋ”

“글쎄… 그걸 모르겠으니까 이러는 거지ㅋㅋㅋ”

은근슬쩍 영환이는 계속 주희와 자는 거를 요구하고 있었다.

“손양이랑 비교해보라니까?ㅋㅋ”

“손양은 무슨… 너랑 딱 빠구… 아니 자 보면 울 와이프가 맛있는지 니 남편이 힘이 좋은지 알 거고… 가정에도 더 충실하게 되구…”

똘기 충만한 영환이다웠다.

“무슨 개소리를 그렇게 예쁘게 포장하냐 븅신아?ㅋㅋ”

역시나 다시 주희가 말을 잘라 먹었다.

“어찌됐든 서로의 배우자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냐는 의미였어… 야! 좀 너무하네 진짜… 씨발!”

이제와서야 영환이가 폭발했다. 사실 나였으면 이렇게까지 오래 끌지도 않았을지도 몰랐다.

“아침에 사진 보내준 건 뭔데? 나랑 자고 싶었던 거 아냐?”

“……”

“뭐…뭐야.. 왜 울어?”

극적인 전개에 나 역시 깜짝 놀랐다. 영환이도 갑자기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

침묵에 눈물만 흘리고 있을 주희가 상상이 되었다.

“남편이랑 무슨 일 있어?”

역시나 번지수 잘못 짚는 영환이었다. 본인을 들었다놨다 하는 줄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아니, 남편 때문에 자신 앞에서 울길 바라는 본인의 희망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위로해 준답시고 주희랑 섹스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을테니.

“그… 그냥… 너는 나 보자마자 계속 섹스 타령이나 하고 있고… 이것저것 쌓인 것도 많은데 너도 내가 원하는 건 뭔지 모르는 거 같고…”

“… 그… 그래? 옛날보다는 되게 감수성이 풍부해진 것 같…다?”

“……”

또 다시 주희가 침묵에 빠져들었다. 주희가 원하는 대답은 솔직히 나도 잘 몰랐다. 다만 오래오래 우려먹을거라는 주희의 말을 토대로 카페에 남녀 둘이 앉아서 여자 쪽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을 해봤더니 주희가 원하는 대답이 어떤 건지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럼 니가 원하는 게 뭔지 물어봐도 돼? 나는 멍청해서 도저히 모르겠다.”

한동안 영환이 딴에는 머리를 굴려 봤었을 테지만 답을 찾지 못한 듯 했다.

“썸…”

역시나 내 추측대로 주희가 원하는 모습은 그냥 그 순간 자체였다. 연인의 모습. 내 허락 하에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싶었던 게 분명했다. 주희의 다자연애를 가능케 해주었던 사무장과의 관계의 처음은 돈으로 엮여 주희의 성상납으로 시작했기에 분명 지금의 영환이와 앉아 있는 모습과 다른 게 확실했으니 주희는 사무장과는 다른 출발을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이 오래오래 우려먹는다는 주희의 의도였다.

“응? 잘 못들었어…”

귓구멍까지 막혔는지 영환이는 마지막까지 병신 같았다.

“다시 썸 타고, 연애해보고 싶다고…”

“엉? 어? 어!... 하하하하...”

멋쩍은 듯 일단 웃어버리는 영환이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사실 이 순간 영환이에게는 한 가지 선택지가 더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른이고 둘 다 결혼했는데 무슨 연애냐면서 그냥 가끔 만나서 주희 더러 본인 좆 앞에서 다리나 벌리고 자신의 좆이나 먹으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영환이는 소년(?)처럼 두근대는 본인의 심장이 주는 쿵덕거림에 주희가 쳐놓은 덫에 걸려든 것이었다.)

“니가 내 인생에서 남편 외에 그래도 잠깐 만났던 사이고, “써넣어야 할 비어있는 챕터” (당시 주희가 이렇게 얘기했다. 주희가 이렇게 문학적인 표현을 쓸 수 있는 여자였나 싶을 정도였다) 가 많잖아…”

“아… 오해했나봐… 이제 이해했어…”

100% 다 주희 입에서 자존심을 다 접어가며 이야기를 했는데 이 때 와서도 이해 못하면 뇌를 꺼내서 육포를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게 뭐야… 자존심이고 뭐고…”

“아 이게… 내가 여자 사귀는 전략이지… 애타게 만드는 거~”

씨알도 안 먹힐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릴 적이랑 달리 이제 여자 다룰 줄 아네?ㅋㅋ”

주희의 남자 컨트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아~ 이 설렘 뭔지 모르겠다ㅎㅎㅎ 가슴 존나 두근거려ㅋㅋ”

“병신아… 주희가 너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다루고 있는 거다…ㅋㅋ”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영환이의 말에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내가 비웃음과 함께 혼잣말을 내뱉었다.

“나 너한테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너도 노력해줘!”

주희는 10~20대 여자들이 고백 후에 할 법한 달달한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어… 어… 알았어… ㅎㅎㅎ 그럼 우리 사귀는 거야?”

남자 몇 명의 소음이 들려왔다. 흡연실에 사람들이 들어온 듯 했다.

“주희야… 우리 나가자~ 사람들도 들어왔는데…”

쪽팔린 듯 그 자리를 벗어나고픈 영환이었다.

“좋아~ㅎㅎ 밖에서는 지금처럼 손 잡는 거만 안하면 돼~ 아는 사람 있을 수도 있으니까…”

주희의 손을 잡고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또 거짓말을 시전하는 주희를 알 수 있었다. 이 동네에는 주희가 알 만한 사람은 없었다. 기껏해야 주희 사진을 찍어간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 정도? 그 분도 사실 나와 주희가 부부 관계인 걸 아는 게 아녔으니 아무도 모른다고 봐야했다. 단지 영환이의 애가 타게 만들어보고 싶은 듯 했다.

“그럼 우리 당구장 데이트 할까? 너 잘 치던데?”

“아냐… 오늘은 남편 있어서 얼른 들어가봐야하니까…”

딸랑 거리는 소리가 함께 들리는 걸 보아 카페에서 나온 듯 했다.

“그러네… 제약이 많네…”

“너도 카톡하는 거 조심해야지… 내 사진 지웠어?”

“어…ㅋㅋ 진작 지웠다… 벌써 가물가물해…ㅋㅋㅋ”

“벌써?ㅋㅋㅋ 그게 가물가물하면 어떡해!”

“직접 보여주면 안 까먹을게~”

“아 진짜ㅋㅋㅋ”

“그나저나 앉아 있을 땐 몰랐는데… 너 몸매 꽤 한다? 옷이 딱 붙어서 그런가… 힙이랑 복부 라인도 장난 아닌데?”

“사귀자고 하고 5분도 안되서 할 말은 아닌듯?ㅋㅋ”

“뭐 처음 사귀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이였으니까?ㅎㅎ”

“고마워 내 억지 받아줘서…ㅋㅋ”

“고맙긴… 나한테 설렘을 줘서 내가 더 고맙지…”

“야! ㅋㅋ 고맙다고 그러면서 길거리에서 이러지마…ㅋㅋ”

“사귀기로 했는데 엉덩이 한 번 움켜쥔 거 가지고 뭐라 그러냐~ 니 엉덩이가 내 손을 부른겨!ㅎㅎ”

“아 진짜… 말을 못하면 밉지라도 않지ㅋㅋ”

“저 아파트 단지가 너네 집이야?”

“어! 어케 알았어?”

“그냥 찍었는데ㅋㅋㅋ”

나는 혹시나 주희의 모습이 보일까 베란다로 나가보았더니 멀리서 걸어오는 주희와 영환이가 눈에 들어왔다. 둘이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같이 걸어오는 중이었는데, 영환이의 떡대로 인해 주희가 여리여리하게 보일 정도였다. 둘의 모습을 보니 홍대나 강남 길거리를 지나다 가끔 볼 수 있는 큰 덩치의 남자와 섹시한 여자의 조합 같은 느낌이었다.  

“치~ㅋㅋ 연락할게… 얼른 집 가… 모텔 가지말고!”

“응! 너도 집에 들어가면 톡 다 지우고~ㅎㅎ”

“ㅋㅋ 알았엉… 우리 자주 보자~”

영환이는 주희가 들어가는 뒷태를 끝까지 눈에 담으려는지 망부석처럼 서 있다가 돌아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웃으며 집 안으로 뛰어들어와 내 품에 안기는 주희를 맞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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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처음 알게 된 사람은 엄청 탄탄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몇 달 전까지만해도 본인이 엄청 뚱뚱했었다고, 저탄고지랑 홈트만으로 몇십 키로를 뺐다나. 저탄고지... 저탄고지... 그냥 그 사람이 멋있어보여서 나도 해볼까 했다. 술 빼곤 잘 참을 자신 있었다. 안주 없이 술 먹어가며 탄수를 확 줄였다. 막상 시작해보니 학교 다닐 때도 비슷한 다이어트 해본 것도 같았다.

연초에 피티 결제를 해두고는 일이다 술이다 이직이다 독서모임이다 이별이다 핑계 대면서 전혀 안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원래 트레이너쌤이 관두셔서 새 선생님을 배정받았다. 자연스레 피티 약속을 잡게 되었다. 왠지 처음 보는 사람 실망시키기 싫어서 지난 주에 첫 수업을 하고 이번 주엔 두 번 수업을 했다. 이번 선생님한테는 힘 세지는 것보단 살 빼고 싶다고 이야기했더니 선생님은 배부르게만 먹지 말라고 했다. 아 물론 그래야지 싶었다. 쌤은 술도 자제하라고 했다. 그건 대충 예 예 하고 넘어갔다.

새 회사는 출근 시간이 자유롭다. 그러니까 술을 여느 때보다 쉽게 마셨고 그래서 점심시간 다 되어 출근하고 그래서 늦게 퇴근했다. 밤마다 몸이 너덜너덜해졌는데, 난 또 그게 심적으로 지쳐서 혹은 즐거움이 없어서라고 생각해버리고는 또 술을 마셨다. 아침마다 후회했다. 그리고 또 마셨다. 점점 더 큰 후회들을 하다가 어느 밤은 술 먹고 있는 내 꼬라지에 갑자기 화가 나서 먹던 술 쟁여둔 술 다 갖다버렸다.

매일이 비슷하여 분간이 가지 않는 한 주를 보냈지만, 평범한 날들을 쌓고 보니 오늘은 금주 금면 금밥 금빵 8일차다. 멍하긴 했지만 딱히 업무 외엔 집중하고 있는 게 없어서 견딜만 했다. 취기 없이 잠드는 건 아직 익숙치 않다. 이번 주 내내 잠이 부족했다. 오늘은 금요일이니 당연히 일찍 누웠고, 누워서는 일기를 쓴다. 가끔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생이 나한테 더 자연스럽고 건강한 방향에 대해 들려주기도 한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그렇다면 나는 평생 그 이야기들에 가만히 귀 기울일줄을 몰라서 마냥 노오력만 외치며 나를 밀어붙여온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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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먹어서 운동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고려해야할 점은 있다. 어릴 때는 하지 않았기에 스스로의 최근의 과거와 비교해서 달라진 점은 운동 후 회복속도가 더디다는 것이다. 충분한 휴식은 고사하고 4-5시간을 자며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와 회사내비업무들에 눌려 살아도 일주일에 2회의 피티 및 개인운동을 하던때와는 달리 운동장에 가고싶은 생각이 3-4일은 사라질 정도의 운동 후 근육통에 시달린다. 한시간 중 50분이 본운동이었다면 이제는 20분 이상을 스트래칭과 폼롤러와 벨트에 할애하게 된다. 주초에 스윙 24를 풀셋으로 하고 기뻐했지만 이틀동안 전완통증과 안쪽 허벅지의 근육통이 계속되고 있어 오늘은 운동 전 폼롤러로 20분을 풀어줬다. 데드 스쿼트 케틀벨 등 하드스타일운동을 계속해서 몸을 철로 만들기 전엔 계속 고통스러울거고 완성 후에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스트래칭도 점점 더 필요하겠지. 그래도 난 옆구리살과 뱃살이 싫고 자전거와 달리기만으로는 그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20200708-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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