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 누구 와 누구

공부(만화/영화)

이현석 <일본 만화를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1)>

일본 만화 누구 와 누구
만화를 만드는 사람들 - 만화를 제작하는 주체는 과연 누구일까? 물어볼 필요도 없이 그것은 “만화가”이다. 그러나 일본 만화, 그중에서도 현재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잡지 만화를 논함에 있어서 단순히 만화가의 재능과 기술이 만화를 만들고 있다고 잘라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일본의 만화 산업을 지탱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잡지 체제를 구성하며, 작가들에게 일정한 포맷과 기획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는 편집인원이다. 오늘은 이 편집의 이야기를 2회 걸쳐 조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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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유고]
전 세계를 넘나들며 의뢰인의 의뢰를 수행하는 협상 전문가 유고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이현석)

최근 일본에서는 외무대신(한국의 외무부 장관)인 아소 타로씨가 공식적인 석상에서 한 만화의 이름을 거론하며 팬이라고 밝혀 화재가 된 일이 있다. 고단샤에서 나온 이 만화의 제명은 [유고]이다. 만화의 내용은 네고시에이션-협상 전문가인 주인공 유고가 세계 각국의 분쟁지역을 오가며 자신에게 들어온 의뢰인의 요청에 맞도록 분쟁 상황을 해박한 역사 지식과 인간 심리를 이용하여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다. 원래 월간잡지 [애프터 눈]에 연재되다가 격주간[이브닝]지면으로 옮겨서 연재 중으로 대단한 전문지식과 취재가 요구되는 만화다. 물론 스토리 작가 자신이 국제 변호사 관련의 일을 하여 국제 정세와 각종 법률 지식 등에 정통하기는 하지만, 홍콩 반환 문제에 얽힌 이야기에서부터 러시아 황제의 사라진 제보와 현재 러시아 정세를 엮는다든지 아일랜드와 잉글랜드의 분쟁에 대한 이야기 등등은 세밀한 조사와 고증이 없이는 그 리얼리티를 제대로 살리기 힘든 내용들이다. 물론, 이런 작업은 작가 혼자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부연하자면, 현재 일본은 외국의 정세나 움직임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에 가까울 정도로 무지한 사람들이 태반이라, 이러한 국제 정세를 설득력있게 제시하려면 그국가에 대한 치밀한 취재를 통한 리얼리티 부여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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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카쿠칸의 만화[명탐정 코난].
매주 다른 트릭과 다른 배경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살인사건을 다루는 이 만화는 당연히 그 각 주마다 취재와 아이디어 제공이 필수적이다. 스토리 작가가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스토리를 구축하는 구성 작가의 역할이 크며 소제의 조사나 취재는 주로 편집진이 수행한다. (이현석)

일본과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화 [명탐정 코난]이라는 만화가 있다. 쇼가쿠칸의 잡지 [주간 소년 선데이] 지면에 매주 연재되는 이 만화는 매회에 걸쳐 다양한 트릭이 등장하고 등장인물에 얽힌 다양한 과거 이력들이 등장한다. 매주, 여기에 걸맞는 다양한 무대 배경과 트릭, 등장인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작가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더구나, 일본과 같은 추리물 대국에서 독자에게 설득력있는 트릭을 제시하려면 보통 머리를 짜내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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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달인 94권 표지

쇼가쿠칸의 만화 잡지 빅코믹 스피리츠에 인기리에 연재되고 있는 만화 [맛의 달인]에는 매주 새로운 요리와 그 요리 조리법과 그 요리가 만들어진 지역의 정보나 유래 등에 얽힌 다양한 정보가 등장한다. 가령 한 에피소드에서는 환경 파괴로 이제는 얻을수가 없어진 식재료를 소개하고는 주인공들이 직접 그 지역을 방문하기도 한다. 작품 안에는 그 지역의 구체적인 정보가 등장하므로 그 요리는 물론 그 요리 재료가 생산되는 지역에 대한 취재는 필수적이다.

자아…이런 만화들을 작가 혼자의 힘으로 만들수가 있을까? 그것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들은 반드시 2-3인의 편집인들이 만화 제작에 힘을 빌려주어야만 제작가능한 작품들이다. 유고의 경우는, 만화의 플롯과 배경이 정해지면 작가와 스토리 작가가 편집부가 제공하는 교통비와 취재비로 직접 그 국가로 취재를 가게된다. 덧붙여 필요한 군사자료나 정치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 등도 제공을 하게된다. 따라서 이들 만화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만화 제작의 사전단계와 진행 과정에서 참가하게 되는데 보통 2,3사람의 담당 편집자는 물론이거니와 때에 따라서는 취재만을 위한 외주 라이터나 취재 전문의 사진가 등이 따라붙게 된다. 물론 이런 섭외와 관리는 모두 만화 출판사가 책임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보통 이들 만화들은 일주일에 한번씩 관련된 스텝들이 회의를 가지게 되며 작품 전체의 제작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하게된다. 요는 한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위의 인기 작품들은 작가 개인의 힘이 아니라 편집부의 관여와 도움이 없이는 절대로 제작불가능한 만화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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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에 예를 든 만화들은 대량의 취재와 정보 제공이 필요한 만화들이라 예외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기타 다른 만화 제작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편집이 깊이 관여하게 된다. 최근의 만화 체제는 대단히 정교해지는 추세에 있다. 1960년대 후반에 현행의 일본 주간 잡지만화 체제가 거의 완성되고, 오오토모 카츠히로 등의 작가가 이전의 만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고도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선 보인 이래 플롯의 전개 방식이나 캐릭터의 구현에서 점차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게 되었다

최근 연재가 끝난 [데스노트]의 경우도 작화에 어마어마한 노력이 요구되는, 각 페이지의 정보량이 막대한 작품이다. 이런 만화를 일주일에 20여 페이지 분량으로 몇년에 걸쳐 연재하는 것은 4-5명의 작화 스텝을 가지고도 대단히 어려운 작업이다. 때문에 작가는 여기서 다른 업무에 눈을 돌리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스토리의 완급조절이나 이야기의 다음 전개방향에 대한 구상, 그 구상에 맞는 배경자료 수집과 아이디어 제공등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불가결해 지고 있다. 당연히 여기서 작가 자신이 누군가를 고용하지 않는 이상, 그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감수하는 사람들은 편집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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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데스노트](왼쪽)와 [우주소년 아톰](오른쪽).
작화면에서 투입되는 노동력의 차이가 일목요연하게 들어난다. 당시 아톰의 작가인 테츠카 오사무가 몇개나 주간 연재가 가능하였던 것은 이렇듯이 작가 혼자서 얼마든지 작화가 가능할 정도로 만화 작화가 간단하였기 때문이다. 데스노트와 같은 퀄리티의 작화를 동시에 몇개나 수행하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현석)

더해서, 작가란 독자에게 만화라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어떤 의미에서 가장 독자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주고받는 사람들로 오해받고는 하지만, 정작 위와같은 이유로 독자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기 가장 어려운 위치에 있다. 물론 독자들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의 움직임이나 동향에 대해서도 파악하기가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존재들인 것이다. 반면 편집은 독자 앙케이트나 서점에서의 만화 판매량 등을 항상 민감하게 체크하고 있고 작가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여타 다른 매체들을 살펴볼 여유가 있는 편이라 여러가지 사회 동향이나 시장상황에 대한 판단이 빠르다. 따라서 편집은 현재 시장 원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이를 어떤 작가에게 맡기면 가장 적절할지에 대한 분석을 내어놓고 작품을 제작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기획- 프로듀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작가가 이러한 작품을 하는 것이 어떨까하고 잡지에 제안하는 경우도 물론있지만, 이를 타당한지 평가하고 실을지를 평가하는 것은 결국 편집의 몫이며, 이들의 결정이 결국 일본만화 전체의 성격을 좌우하는 큰 역할을 한다.


다음 호에서는 이런 편집의 업무와 성격, 형태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다루어보자.

2006년 6월 vol. 41호
글. 이현석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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