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적과 친구가 스쳐지나갔는가 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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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중 장편소설 《50년 여름》은 조국해방 전쟁 이 일어난 1950년 6월부터 8월초까지의 시기를 시대적배경 으로 하여 천재 적 군사전 략가,백 전백 승의 강철 의 령 장으로서 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풍모를 서사시적화폭으로 감명깊게 형상 하고있 다. 소설은 크게 세 개 의 부분으로 구성되 여있 다. 첫부분에 서 는 위대한 수령님께서 미제와 리승만역도의 조선전쟁도발책동을 막 고 어떻게하나 조국의 자주적평화통일을 이룩하시려 가능한 모든 노력 과 사색 을 다 기 울이 시는 뜨거 운 동포애 적 풍모를 그리 고있다. 둘째 부분에서는 전쟁을 막기 위한 우리의 비상한 노력에도 불구하 고 전면전쟁을 도발하여 38도선 이북으로 침공해온 적들을 즉시 적 인 반공격 으로 구축하고 전쟁발발 3일 만에 서 울해 방전투를 빛 나게 결속하도록 이끄시는 위대한 수령 님의 비범한 담력 과 군사 적예지,천재적인 지략을 보여주고있다. 셋째 부분에서는 《유엔 군》의 탈을 쓰고 첫 지상군으로 기여든 미군 《스미스특공대》 를 격 멸소탕한 오산전투로부터 력사적 인 대 전포위작전을 승리 에 로 이끄시여 세계전쟁사상 류례를 찾아볼수 없는 현대전의 모범,현 대전의 기적을 창조하신 수령 님의 탁월한 군사전법,백 전백승의 령장의 풍모를 보여 주고있 다. 소설에는 위대한 수령 님의 작전적구상과 방침을 관철하며 조 국수호에 목숨바쳐 싸우는 전선사령관 김책,총참모장 강건 등 항일 혁 명 투사들과 인민군군관,전사들 그리 고 각이한 운명 과 곡절의 길을 걸어온 남조선의 력사학자 성송암의 가정을 비롯한 많은 민주 인사들도 등장하고있다. 소설은 실재한 력 사적 사건과 사실,방대한 인물군상을 조선반 도와 일본,미국 등 세계적판도에서 립체적으로 폭넓게 펼쳐보이 면서 경 애하는 수령 님 의 숭고한 조국애 와 민족애,세 련된 령도 력과 군사지략의 위대성을 품위있고 진실하게 형상하고있으며 수령님의 두리에 굳게 뭉친 조선인민의 승리와 미제멸망의 력사 적 합법 칙성 을 생 동한 예 술적 화폭으로 천명 하고있다. 편집부 주요인물 김 책 내각부수상,전선사령관 최 현 38경 비 려 단장,조선인민군 52사단장 최용건 민족보위상 강 건 조선인민군 총참모장 림운학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군관 송기덕 조선인민군 54사 18련대 군관 성련화 림운학의 애인, 남조선녀대학생으로 의용군 입대 성 송암 남조선력 사학자,성 련화의 아버 지 맥아더 미극동군 총사령관 채병덕 남조선군 참모총장 ',起:형■빼 h 뇨다 서 장 희망과 좌절이 엇바꿔 다가들며 사람들의 가슴을 조이고 끓게 하고 가랑잎처 럼 타들게 하였다. 《5. 30선거》에서 리승만이 대패했다는 소식은 《북진》광신 자들의 함몰을 의미하는 서곡처럼 들리여져 밝은 희망의 미소를 던 져주었고 뒤미처 6월 7일 발표된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호소문은 싸움이 없고 분렬이 없는 내 나라,내 인민의 행복이 안겨지는 감격 의 기슭에로 사람들을 이끌어갔다. 오는 8월 5일〜8월 6일사이에 전조선적인 남북총선거를 실시하고 해방 5돐 기념일에는 최고립 법기관회의를 소집하자는 호소문의 구절구절은 노래처럼 시처럼 삼 천리 방방곡곡에 울려퍼졌다. 그러나 이 평화의 호소는 1만여발 의 미국제총탄으로 대답을 받았다. 호소문을 가지고 려현역에 나갔 던 세명의 조국통일인사는 미국제군복을 입은자들에게 체포되여 고 문실로 끌려갔다. 엄청난 기쁨이 다가올듯한 기대에 가슴을 조이며 이해 여름의 첫 어귀에 들어섰던 사람들은 랭흑한 좌절과 실망의 쓰거움을 맛보았다. 좌절의 뒤끝에는 불안이 뒤따랐다. 6월 17일 미국무성특사 죤 포스터 덜레스가 서울에 날아듦으로써 그 불안 은 막연한것으로부터 실제적인것으로 되였다. 섭씨 30도를 오르내리 는 무더위속에서 검은 양복차림의 이 키 다리는 랭풍한 방안에 배 겨있은것이 아니라 38도선의 괴뢰군 진지와 전호를 돌아보았다. 그 시 각 도교에는 미극동군 사령 관 맥 아더 의 손님으로 국방장관 루이스 존슨과 합동참모본부 의 장 오마 브랫들리대장이 와있었다. 6월 19일 평 양에 서 는 《력 사적조국통일 촉진제 의 에 대 하여》라 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결정서를 채택발표하였다. 그날 서 울에서 열린 리승만《국회》에서는 덜레스와 리승만의 연설이 교환 되였다. 덜레스는 《공산주의와의 타협이나 양보를 거부하여야 한다》는것을 엄숙히 강조하였고 리승만은 《공산주의자들이 사 멸》하게끔《열전》을 하겠다는 맹 약을 다졌다. 이날 오후 도교의 궁성앞 광장에서는 미극동군의 대열병식이 거 행되였다. 3만여명의 보병과 3백여대의 비행기,수백문의 포와 땅 크들이 맥 아더와 튼슨,브랫들리 가 서 있는 열병대 앞으로 지 나갔다. 모든 포와 장갑화력기 재 들이 산뜻하게 도색 을 마쳤고 술과 계 집 과 도박에 미처 마약환자처럼 시들어가던 미국군인들이 비맞은 뒤의 독버섯처럼 기가 올라 행진하였다. 머지 않아 《미국의 번 영을 위한 위대한 사변》에 뛰여든다는 의식과 표창과 명예와 황금 의 소나기가 쏟아질 복지의 땅으로 가게 된다는 충동이 그들의 사 기를 북돋군것이다. 마치 울안에 갇힌 사냥개가 토끼냄새가 풍기는 풀발에 나왔을 때와 같은 모습들이였다. 대지는 화끈 달아올랐다. 례없이 무더운 날씨 가 련일 계속되 였다. 노랗게 타드는 하늘가에서는 때때로 얼레구름이 얼씬하다 가는 사라지군했다. 땅도 타고 사람들의 가슴도 랐다. 이해 여름의 땡별이 지독스럽게 뜨거운것은 정세탓이라고 하 는 사람도 있었다. 동해안의 공업지구시찰을 나갔던 김책은 그 량 자가 다 겹친탓인지 그렇지 않아도 철색의 얼굴이 아예 거떻게 그 슬려 돌아왔다. 해방직후부터 늘 쓰고다니던 중절모도 별반 도움을 주지 못한듯실었다. 김책의 출장일정 을 아는 사람들은 계 획날자 를 앞당겨 온 그의 출현을 두고 별의별 억측을 다 불였다. 대개 가 불길한 추측들이였다. 그 추측들은 하나같이 덜레스의 이번 행 각과 맥 아더 와 죤슨,브랫들리 를 둘러싼 도교의 움직 임 과 결부시 켜 보는것들이 였다.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김 책 의 도착을 보고받으시 고 점심식사를 함께 하자고 하시였다. 청진제강소를 거처 백두산-림철 개 통식까지 보고오기 로 된 김 책 이 흥남에 서 돌아선 사실 에 대 하 여는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시였다. 차에 올라서도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그에 대 해 전혀 비 치지 않으 섰다. 김책은 급전직하로 변화되는 정세의 심상치 않은 흐름때문에 취한 자기의 일정계획변동이 김일성 동지께 불만을 끼쳐드렸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길가에 하얗게 떠도 는 버들꽃을 보시며 동해안쪽의 날씨에 대해서 물으시고 전반적 으로 가물이 심한데 대하여 걱정하시였다. 그때문에 사흘전 황주에 나가 모내기정형을 알아보신데 대하여도 들려주시였다. 그사이에 차는 저택에 이르렀다. 《좀 쉬 다가 들어 갑시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포도년출이 초막처럼 처진 긴의자쪽으로 걸 음을 옮기시였다. 웃옷을 벗어 의자등받이우에 걸쳐놓으시던 그이께서는 포도년출을 올려다보시였다. 김책은 포도년출받침 가 름목에 빨간십자표식이 새겨진 완장과 역시 빨간 십자표식을 새 긴 깜찍스럽게도 작은 위생가방이 걸려있는것을 보았다. 손바닥 크 기밖에 안되는 그 가방에는 방금 알잡힌 포잇한 포도송이들이 배부 르게 담겨있었다. 김책은 그 임자가 누구일가를 찍어보았으나 부모 잃은 하많은 유자녀들이 제집처럼 들락거리는곳이라 딱히 짚여지지 않았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목깃단추 하나 터치지 않고있는 김책 을 유심히 보다가 물으시였다. 《덜 레 스가 맥 아더 를 다시 만난다는것때 문에 온것 이겠지 요 ?》 《네,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김책은 발치아래 아롱아롱 그려지는 포도년출그림자에 시선을 떨구었다. 동그랗고 네모지고 밝기도 하고 어둡기도 한 복잡한 무 늬들이 해득하기 어려운 도형처럼 얼른거렀다. 《김책동문 어떻게 생각합니까?》 《제 말입니까?〉》 김책은 무엇에 떠박질리운 사람처럼 고개를 쳐들었다. 김일성 동지의 안색은 평온하였다. 늘 그러 신것처 럼 지금도 여유있는 웃음이 어 려있는상실었다. 그러나 김책은 보기드문 긴장감을 그이의 눈길 에서 느꼈다. 《저는 이번 덜레스의 움직임이 리승만괴뢰군의 북벌준비에 대 한 마지 막 검열이 고 동시 에 그 수행 에 대 한 지령 하달외 에 다른것 이란 있을수 없다고 보고있습니다. 도교에 나타난 미국방장관이 나 합동참모본부의장이라는자들 역시 그 준비와 진행에 대하여 맥 아더 와 최 종토론을 하기 위 한 목적 때 문에 왔을것 입 니 다.» 《그건 옳습니 다. ))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한동안 침 묵하신채 생 각에 잠기 셨다가 조용 히 말씀을 떼시였다. 《하지만 김책동무로서는 다른 각도에서 분석해볼수도 있잖습 니까. 가령 워싱론의 제스류어나 선전에 따라 론리를 전개하자는것 입 니 다. 실례로 덜레스의 행 각을 〈5. 30선거》에서의 실폐로 미 쳐난 리승만의 광증을 진정시킨다던가 다르게는 인기를 잃어버 린 리 승만대 신 새 로운 주구를 택 하기 위한것 이 라던가로 볼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도교에 날아든자들의 목적에 대해서는 그들의 말대 로 일본과 강화조약을 체 결 하여 막대한 군사적 부담에 서 벗 어 나기 위한 행 위 라고 보던지 … 작년도에 우리 를 어 째 보려 다가 호되 게 맞았으니 정신을 좀 차리지 않았겠는가.》 《장군님,저도 그런 론거 로 가능성 을 찾아보러했습니 다. 트루 맨의 〈대 만 불간섭 성 명》이 라던가 애 치 슨의 〈극동방위 선》에 서 남조선을 제 외 시 킨것 등을 보며 혹시 단념한것 이 아니겠는가,명 색이 대국이고 신사도를 념불처럼 외우는자들이 설마 한입으로 두말하겠는가 하고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그건 마음의 거짓 위안 에 불과한것이 아니겠습니까.》 《위 안이 라? ! 一》 장군님께서는 더 말씀을 하지 않으시였다. 김책은 가슴이 쓰렀다. 그러고보면 김일성 동지께서 자기를 식 사에 부르신것은 원가 밝은 전망을 듣고싶어서였을수 있다. 그런 데 어데서 그 전망을 보겠는가. 김 일성 동지께서 야말로 그 누구보 다먼저 미국의 조선침략야욕을 꿰뚫어보시지 않았던가. 트루맨은 100만명으로의 륙군병 력확장과 300만론의 함대건설로 세 계를 위 협하고있다. 맥아더는 6월 6일 일본의 공산당 공직간부들을 추방하 는것 까지 로 병 참후방기 지 토서 일 본의 《치 안확보》를 완료했 다. 일본의 모든 로조와 민주세력을 지하에 몰아넣음으로써 맥아더는 철도와 군수산업공장들을 자기 손아귀 에 틀어쥐 였다. 이번 대 열 병식을 계기로 미극동군의 전투동원준비도 끝냈다. 리승만은 남 조선 유격대 에 대 한 《토벌》작전도 끝냈고 《5. 30선거》를 계기 6 로 반대파인사들을 《숙청》감금하는 놀음도 끝냈다. 마파람에 산불처럼 퍼져나가는 이 사태앞에 필사적인 노력과 인내성으로 평화공세를 하였으나 그 모두가 허사로 되고말았다. 6월 7일 호 소문도 6월 19일 결정서도 그자들에게는 약자의 애원으로밖에 들 리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네들의 계획은 이미 오래전부터 확고한 결심 으로 굳어 진것 이 기때 문이 다.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이 미 1945년 7월 포츠담회담에서 실패한 미국대통령 트루맨이 민주진영에 《전 쟁》을 선포한 그때부터 새로운 세계대전을 예감하시였고 38선이라 는 인위 적 인 조작물이 이 땅에 생겨났을 때 그것 이 새 로운 싸움 의 도화선으로 될수 있다는데 대해 깊이 우려하시였다. 그후의 모 든 사래발전이 예 견의 정 확성 을 증명 했 다. 미 군에 의한 남조선 《국방경비대》의 조작으로부터 15여만에 달하는 《국방군》의 발족,월슨 (1920 년대 의 미 국대통령) 의 품에 서 키워진 리승만의 단 선과 피 뢰정권의 조작,49년 7월부터 50년 1월사이에 벌어진 20여 만의 애국자들에 대한 학살,〈〈남북협상파》〉요인들에 대한 검거, 암살,두문책 동,49년도의 은파산,벽 성,송악산,양양지 구에 대 한 침 공과 피 뢰해군부대의 몽금포기 습사건,맥 아더사령 부의 대 북첩보반 활동과 카토의 전쟁작전준비,올해 2월 도교에 서 의 맥 아더 와 리 승 만,채병 덕의 비밀모의 … 오늘 있게 된다는 맥아더,덜레스,죤슨,브랫들리의 회담,그 회담은 이제 까지 의 모든 움직 임 에 대 한 총화로,마지 막 결속으로 될것 이 다. 김책은 초조해졌다. 김일성 동지께서도 이 정세를 불안스럽게 주 시하고계신다는 직감이 그 초조감을 더욱 짙게 했다. 그는 밤새 기 차를 타고오며 생 각했던 의견을 말씀드려 야겠다고 마음먹 었다. 그러나 김책은 말할수 없었다. 《장군님 !》하는 어 리광섞인 반가움에 찬 처녀애의 웨침과 함께 물에 젖어 칠흑처럼 반짝이는 단 발머리가 깡둥거리며 달러왔다. 최현의 딸이였다. 김일성 동지의 얼굴에는 해살같이 밝은 미소가 피여올랐다. 《룡옥이로구나.》 최현이를 신통히 닮은 여섯살잡이 처녀애는 얼굴에 보조개를 짓 고 숫된 웃음을 머금은채 김일성 동지께서 내여미는 팔에 거침없 이 안겨들었다. 잔등에는 알락달락 색칠을 한 목총이 메워져있고 세라복을 입은 량어깨에는 풀잎으로 된 《왕별》이 붙어있었다. 《월 했기에 이렇게 젖었느냐?》 《군사놀이 하고 목욕했 어 요. 땀나서 . 》 《오늘은 대 장을 했느냐,큰별을 달았구나.》 〈〈해해,난 대장은 싫어. 난 기관총 부사수가 제일이야. 근데 장군님,다른애들이 자꾸 기관총에 욕심내며 날더러 간호병 하래.》 《녀자야 간호병 이 좋지 않느냐?》 〈〈난 싫어싫어.》 룡옥은 살래살래 머리를 저었다. 〈〈그런데 난 저것이 네건줄로 알았구나.》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포도년출받침 가름목에 걸 린 위 생 가방을 가 리키셨다. 룡옥은 가방에 삐죽이 나온 포도송이를 보자 얼굴이 활 딱 붉어지며 숨죽은 기색으로 말했다. 《간호원언니가 군사놀이를 한다니까 만들어줬어요.》 《그 가방안에 건 약품이 냐 ?》 《저 一 동생한테 주려고 포도를…》 생기롭게 빛나던 통옥이의 얼굴이 시무룩해졌다. 김일성 동지께서 의아한 눈길로 보시자 그는 울먹해서 말씀드렸다. 《동생 이 밤에 그냥 아파서 울었어. 엄마도 꼬박 못잤어. 나 도 못자고. )) 김일성 동지께서는 저으기 놀라셨다. 지금 최현의 처인 김철호 는 정부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있었다. 철호의 갓난아이가 앓 고있다는것은 금시 초문이 였던것 이 다. 《그래 어디 아파서 그러는지 모르겠느냐?》 《아부지 보고파서 그러지뭐. 그래서 그앤 그냥 아빠 아빠 했 는데 그런것두 모르구 의사선생님들은 자꾸만 아프게 주사를 찔 러요. 장군님,아부지 오게 해줘…》 《통옥이도 아부지 보고프니 ?》 《응 ! 아니 난 일없어. 동생이…〉〉 흐렀던 얼굴같지 않게 룡옥이의 눈이 죄스럽게 반짝이고 얼굴 8 이 감빛으로 달아올랐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의 젖은 머리를 쓰다 듬어주시였다. 해방이 되였지만 최현은 언제 한번 집안식구들과 편 히 앉아있어보지 못하고있다. 작년부터는 내처 38도선에 나가 야전 생활을 하고있다. 《룡옥아,그렇 다면 아버 지 오게 하자꾸나.》 《정말? ! 아이 좋아. 장군님 제일이야.》 통옥은 김일성 동지의 손목을 잡고 깡충장충 뛰였다. 그러다가 쓸쓸 히 웃는 김책을 보고 무슨 생각인지 발돋음을 하여 김일성 동지의 귀 전에 입을 가져다대고 숨찬 소리로 소곤거렀다. 《아부지 오게 한것 엄마한테 대주지 말어.》 〈〈왜 ?》 《엄마가 욕해. 엄만 아버지 가 게서 오면 나쁜놈들이 쳐온다 고 했어.》 《으음,알겠 다. 그래 네 말대 로 하자.》 〈〈그러 니 엄 마말 거 짓부리지 ?》 〈〈아니 다. 엄마 말이 옳다.》 《그럼 아버진 어떻게 오나?》 천진한 소녀의 눈에 근심이 함북 끼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룡 옥이 어깨를 가볍게 쓸어주시였다. 〈〈걱정말어 라. 다른 경비대아저씨들이 있지 않니.》 《아니 난 알아. 장군님 무서워 그놈들 못올거야. 그렇지 ?》 《허 허,그래 그렇 다 하자꾸나. » 김일성 동지께서는 허구픈 웃음을 웃으시였다. 《아니 참,장군님,식 사 ! 내 알려 드리 겠 다구 오구선. » 《룡옥인 밥먹었느냐?》 《나 병원가서 먹을래. 엄마가 자꾸 일루 온다구 욕해.》 《일없다. 여기서 먹자. 엄마한테는 내 말하마.》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통옥이 가 한발 먼저 달려 가는것 을 보시 다가 김책이에게 고개를 돌리시였다. 《최현동문 철호동무가 입원했는데도 아직 한번도 못와봤소.》 《그 동문 지금 신경이 칼끝처럼 되여있을것입니다. 그런데 정 9 말 그 동무를 부르실 작정입니까?》 《한번 와 보게 해 야겠소.» 《그러고보면 제가 너무 신경과민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제 가 정세때문에 좀 당황했던것 같습니다.》 《허허,그건 당황이 아니라 긴장입니다. 하긴 동무가 되돌아 선것은 잘된것 같지 않습니다. 갑시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일어서시였다. 김책도 따라 일어섰으나 그 자리에 그냥 서있었다. 〈〈저 한가지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김책은 사업상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보자고 마음먹었다. 〈〈제가 이번 걸음에 생각해본것인데 아무래도 인민경제계획을 일부 조절해야 할것 같습니다.》 《어 떤 면에 서 ?》 《군수산업에 대한 지표를 좀더 늘구자는것입니다. 수출품중 에서도 군수산업에 필요되는것들은 제한하고…》 김책은 말끝을 흐렀다. 김일성 동지의 안색이 눈띄게 달라지셨 다. 그이께서는 자신의 불만한 심정을 보이지 않기 위함인지 몇 걸음 옮기다가 멈춰서시였다. 김책을 피끗 일별하시고 생각깊이 말 씀하시 였 다. 《안은 생각해봅시다. 그러나 그것은 급한것이 아닙니다. 나 는 이번에 정부의 명의로 남조선의 극우익인사까지 망라하는 회 담개최를 제기하자고 합니다. 이에 대해서 가능성여부는 더 론하지 맙시다. 이제는 가능성을 찾는것이 아니라 만들어야 된다고 봅니 다.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노력과 인내성이 최대로 발휘되여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적들의 도발책동을 막는 일이라면 설사 그 것이 희생으로 되고 손해가 되더라도 해야 합니다. 인민경제계획에 대하여 말한다면 생산을 높이는것으로 변경은 있을수 있지만 계 획된 건설과 생산의 중지란 있을수 없습니다.》 이날 도교에 도착한 덜레스는 려정의 피곤을 풀 생각도 하지 않 은채 땅크의 무한궤도자국이 채 지워지지 않은 궁성앞 광장을 걸쳐 10 맥아더를 찾아갔다. 이미 맥아더의 방에 와있던 죤슨과 브랫들리가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덜레스는 열병식기록필림을 보지 않겠는가 고 하는 브랫들리의 물음에 《건 무엇때문에》라는 쌀쌀한 대답 을 던지고 맥 아더에게 극히 실무적으로 말했다. 《난 우리의 토론이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는 대통령과의 통신결속시간을 물어보았다. 아무런 필 기도구와 목책도 없이 차잔만 댕그랗게 놓인 차탁을 마주하고 극히 실무적으로 진행된 《4자회 담》은 마지막에 한장의 전신문용지를 펼치는것으로 끝났다. 5년전 원자탄 투하를 지령할 때와 같이 특급 암호문으로 된 전신문에 네사람은 각기 자기식으로 수표를 하였다. 죤 포스터 덜 레 스가 《위 대한 연극》이 라고 이 름한 6. 25전쟁 개 시의 최종문건은 그날로 맥아더에 의해 백악관의 트루맨에게 날아갔 다. 이 전파가 공간에 날아갈 때 38도선의 몇개의 지점들에 한두 발씩의 포탄이 떨어졌다. 그 포탄들의 락탄점은 례외없이 그 이전것 들보다 훨씬 더 북쪽계선이였다. 경비대지휘관들은 그 포들이 새 롭게 배 치 되 였거 나 이 동된 포들의 시 사사격 이라고 보고해 왔다. 11 제 1 장 조총의 일제사격소리 가 을렀다. 38경 비 려단장 최 현장령은 보 위성군관의 옆에 서있던 녀인이 흠칫하고 몸을 떠는것을 보며 눈을 내리깔았다. 아들과 마지막 영결을 하는 이 녀인의 모습은 최현 의 가슴을 더더욱 쓰리게 만들었다. 이제는 두번다시 볼수 없는 애 어린 전사의 얼굴이 녀 인의 모습과 겹 쳐 삼삼히 서 려올랐다. 어 제아침 최현은 조회보고를 받다가 폭음을 들었다. 지휘부 뒤산 기 슭에 갔을 때 그 전사는 이미 숨져있었다. 전사의 손에는 호박꽃이 쥐 여져있었고 옷은 갈가리 찢 겨져 있었다. 솜털이 보르르한 입 가 에 서 는 검 붉은 피 가 흘러 내 렸다. 손에 쥐 인 호박꽃에 도 피 방울이 튀여 불꽃처럼 번쩍였다. 경비중대 대원인 그 전사는 보초교대를 마치고 자기가 심은 호박포기들을 돌아보다가 불시에 날아온 105미 리 포탄파편에 맞은것이 였다. 최 현은 그길 로 전방대 대 장 감시소 로 나가 하루낮 하루밤을 꼬박 밝혔다. 단 한발뿐인 포탄의 수수께 끼 가 그리고 노란 호박꽃을 쥔채 눈을 감은 전사의 모습이 그에 게 서 안정 을 빼앗고 자제 력 까지 잃게 했 다. 오늘 이 장례 식 에 오면 서 안나카까지 먹 었으나 그때의 분함과 슬픔은 가셔지는것 이 아 니 라 점 점 더 커갔다. (최 현은 리도산《토벌》대 와 백 병 전을 할 때 받은 타박상의 후유증으로 머리가 아플 때이면 남모르게 안나카 를 먹군했다.) 최현은 얼굴이 거멓게 죽은채 눈길을 돌렀다. 수십개의 묘지 들이 안겨왔다. 파아랗게 잔디가 살아오른 봉분들엔 분명 오늘아침 잔손질이 간듯 아카시아며 산딸기며 가둑나무따위들이 뿌리채 뽑힌 자리가 빨깃한 반점처럼 보였다. 최현은 매 묘비에 적힌 이름과 사 망년월일을 보며 낯을 알거나 모르는 그 병사들을 생각하였다. 여기에 첫 광을 파고 시신을 안장할 때 최현은 그것이 처음이 자 마지막이기를 바랐었다. 그래서 그때 여기로 자동차길을 내자는 12 것도 반대했다. 그런데 묘는 하나 둘 자꾸만 늘어갔다. 항일혁명전쟁시기에는 조국광복을 위한 싸움에서의 불가피한 희 생이라고 체념했지만 해방된 조국땅에서까지 아까운 사람들이 쓰러 질줄을 과연 상상이나 했던가. 적들의 무장침습은 해를 따라 더 욱 극심해졌다. 최현은 자기를 향해 려단작전참모가 헐썩거리며 달 려 와 보고하는것도 몰랐다. 거수경례를 한채 곳곳이 서있던 참모는 최현이 흐릿한 눈길을 돌리자 한걸음 더 다가서서 속삭이뭇 말했다. 《국에서 오늘 오후 5시까지 평양에 도착하라는 지시가 왔 습니 다. 사업 내 용은 내 각에 서 조직한것 이 라고 하며 밝히 지 않 습니 다. » 《내 각에서 ? 一》 최현은 말을 되받다가 자기에게 쏠린 시선을 육감으로 느끼며 고개를 돌렀다. 희생된 전사의 형이라고 하는 보위성군관이 자기를 보고있었 다. (참, 저 동무랑 어 머 니 랑 만나야 하지 않는가. ) 최현이 이런 생각속에 그를 부트려는데 군관이 제먼저 빠른 걸 음으로 다가왔다. 《려단장동지,총참모부 군관 림운학 만날만합니까?》 최 현은 자기 를 마주보는 군관의 크고 어 글어글한 눈길 에 서 록 록치 않은 담기를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일가? 최현 은 눈을 포프렸 다. 몇년 있 다가 천장해 달라는 부탁일 가 ? 아니 면 소지품을 달라는?… 지난 기간 몇번 겪었던 일들이 반사적으로 떠 올랐다. 《저의 동생은…》 군관은 소나무발에서 공포어린 기색으로 보고있는 어머 니를 피끗 살피고 흥분을 자제하려 애쓰며 말했다. 《얼 마전 편지 에 … 포대경 으로 보면 아버 지 가 갇혀 있는 감옥 은 안보이지만 서울의 삼각산은 보인다고,통일이 되면 자기가 맨선 참 아버 지 를 만날것 이 라고 했 댔 습니 다. » 《아버지가 서울에 계시오?》 최현은 또 한번 무근한 진통을 느끼며 담배를 찾아쥐 였다. 그 13 러나 피우지 못했다. 운학이라고 하는 군관은 약간 불깃한,그로 하 여 더욱 절절하게 번뜩이는 눈길로 최현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저를 동생이 있던 이 려단에 받아주십시오. 전사로라도 좋 습니 다. 어머니 하고는 토론이 있었 습니 다.» 최현은 그의 어머니를 보았다. 녀인은 최현장령의 시선과 부 딪치자 몸이 더 졸아드는듯한 상태에서 머리를 수그려 절을 했다. 마치 아들의 말이 틀림없으니 제발 소청을 들어줍시사 하는듯한 태 도였다. 최현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러나 그는 이 감정 이 드러 날가 보아 눈살을 찌프렸다. 《려 단장동지 가 총참모장동지 한레 부탁하시 면 될것 입 니 다.» 군관이 그루박듯 하는 말에 최현은 매눈같은 예 리한 눈초리로 운학이를 다시 뜯어보았다. 여느 군관들이라면 시선을 떨구었겠 으나 그렇지 않았다. 이것은 최현의 마음에 들었다. (천성으로의 당돌함일가, 아니면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비 분때 문일 가?) 별과 바람을 적게 쐬인듯한 창백한 얼굴,너무나 잘 생긴 얼굴 이다. 그런 모양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나무뿌리나 돌에 한번도 긁혀보지 않은 윤기가 반들거리는 장화역시 이 군관에게는 덤불 과 돌투성이의 산발보다 총참모부의 너렁청한 건물안에서 문서를 다루는것 이 적 합할것 이 라는 생 각을 자아내게 한다. (혈기겠지. 혈기 ! ᅳ 복수라? |서" 열이 식으면 오히려 슬픔 으로 어깨가 떨어질수 있어. 가지 못할 서울쪽을 보면 아버지에 대 한 그리움으로 애간장이 더 마를것 이고…) 최현의 머 리속에서는 이런 생 각이 굴렀으나 마음 한구석에 차 오르는 애정비숫한 감정은 어쩔수 없었다. 《집이 승호리라고 했지 ?》 《그렇습니다.》 〈〈동문 이제 어떻게 하겠소?》 《오늘 오후차로 올라가겠습니다.》 《어머니는?》 14 《어머니도 오늘 올라갑니다.》 최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처가 집에 있다면 이들을 거기 데 리고가서 며칠 함께 지내며 마음을 위로받게 해주면 좋겠지만 철호 는 지금 정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있었다. 최현은 음식차리는 일을 돌보고있는 량식과장을 손짓으로 찾 은 다음 운학에게로 돌아섰다. 《내 차를 타고가기요.》… 30분후 최현은 기차로 가겠다고 한사코 사양하는 운학이 와 그 의 어머니를 차에 태우고 금천一평양간 도로에 나섰다. 《동문 지금 몇살이요?》 최현은 반쯤 몸을 돌린채 운학에게 물었다. 동생이 묻혀있는 골짜기를 뒤돌아보던 운학은 장령의 찌르는 듯한 시선에 부및치자 고개를 떨구었다. 〈〈스물네 살입니다.》 《장가는 갔소?〉》 《안갔습니 다.» 〈〈고향은 서울이요?》 《아닙니다. 평양입니다.》 차는 최고속도로 내담고있었다. 최현의 성미를 잘 아는 운전 사는 려단장의 찌 프린 눈섭 이 실룩거 리 고 그 눈길 이 지 꽃게 앞을 쏴볼 때면 번개와 우뢰가 가슴속에 휘돌아감을 알고있었고 이런 순 간에는 질풍같은 속도로 차를 몰아야 려단장의 격 해 진 기 분을 조금 이나마 풀어줄수 있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근데 아버진 어떻게 되여 서울에 있소?》 최현이 다시 침묵을 깨뜨렀다. 운학의 눈시울이 떨렀다. 허나 그는 매우 침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버진 1944년도에 반일무장단사건련루자로 체포되여 서대 문감옥에 끌려갔습니다. 그때 13년형을 언도받았습니다.》 《해방이 되여 올수 있잖았소?》 〈〈그렇게 못되였습니다.》 군관은 어두운 얼굴로 띠염 띠염 자기 자서 전의 한부분을 이 야 15 기하기 시작하였다. 감옥생활을 하는 아버지의 뒤바라지를 위해 누 군가 서울로 가야 했다. 어머니는 로환으로 있는 할머니의 시중 때문에 뜰수가 없었다. 그래서 운학이가 떠났다. 외가견의 먼 친척 집에 자리잡은 그는 건설판,화물하역장 등을 떠돌며 품삯으로 받은 돈으로 근근히 차입품을 마련하였다. 그가 공부를 그만둔데 대하여 아버지는 몹시 실망한 기색이였다. 《새 나라가 서면 공부한 사람이 필요할것인데 나때문에 이 러 면 어찌하느냐?》 아버지의 책망에 충격을 받은 그는 야간전문에 편입하여 고학 을 하였다. 해 방된 다음날 아버 지 가 감옥에 서 풀려 나오자 그 즉시 고향으 로 오자고 했 다. 그러 나 아버 지 는 감옥동지 들과 함께 처 음에 는 《김일성장군 환영준비위원회》에,다음에는 시인민위원회의 조직 에 관계하여 반동들과의 싸움에 뛰여들었다. 운학이도 자연히 그 운동의 선풍속에 휘말려들었다. 그러나 그 모든 열떤 운동과 희망은 미군정의 개입으로 물거 품처럼 되고말았다. 아버지는 인민위원회 간판을 뜯어부시는 미 군 엠피의 행동을 저지시키다가 체포되여 《미군가해죄》와 〈〈군정 법》위반으로 다시 감옥에 들어갔다. 그때 우익반동레로단과 싸우는 행동대원이였던 운학은 어느날 조선녀 학생 들을 집 단릉욕하려 는 미 군을 때 려 놓힌것 으로 지 명 수배 를 당하게 되였다. 그 검거를 피해 숨어다니며 아버지를 면회할 방 도를 모색 하던 어 느날 그는 감옥에서 보낸 아버 지 의 편지 를 받았 다. 단 두줄의 짧은 편지였다. 《집으로 가거라. 그 길밖에 없다. 어머니와 네 동생에게 나의 인사를 전해라.》 평양에 들어온 운학은 세멘트공장에서 일하다가 아버지의 친 구들의 주선으로 보안간부훈련소에 들어갔다. … 최현은 반쯤 눈을 감은채 담배만 세 관게 빨아댔다. 거울에 비 친 군관의 창백한 얼굴이 침통하게 이지러지고 불그레한 눈굽에 서 눈시울이 떠는것을 괴롭게 보다가 담배갑을 뒤로 내밀었다. 16 《피 우오.》 《전… 못피읍니다.》 울음을 가까스로 참는 그 목소리는 몹시 가슴아피 울렀다. 최현은 어금이를 지그시 깨물고 더는 말을 걸지 않았다. 방목 하는 양떼들이 노니는 어느 한 산자드락 숲우에 까마귀들이 기승스 레 날아도는것을 보자 최현은 차를 멈추고 뒤좌석에 놓혀둔 기병총 을 꺼내여 림운학에게 내밀었다. 《저것들을 쏴보지 않겠어 ?》 《아니 일없습니다.》 《그래 ? ! 一》 최현은 말소리를 길게 끌며 말하고는 별로 겨누지도 않고 날 아가는 까마귀를 향해 사격했다. 네방을 연방 갈기자 까마득히 날 아오르던 까마귀 한마리가 돌덩이처럼 떨어져내렸다. 최현은 총 구의 연기를 훌 불고 안전장치를 한후 그 총을 운전사에게 내밀 고 새 담배대를 꺼내였다. 피발이 선 최현의 눈에는 운학이로서 는 리해 못할 시서늘한 분노와 슬픔이 연물처럼 고여 번뜩였다. 최 현은 담배연기를 길게 쁨다가 운학의 어머니가 기침을 터뜨리자 바 닥에 담배불을 비벼끄고는 낮으나 팩한 어조로 말했다. 《가자 !》 차는 사동초입의 외진 길목에서 뜻밖의 행차에 맞다들었다. 알락꿍 달락꿍 새색시 얼럭꿍 덜럭꿍 새신랑 일여덟명의 까까중이들이 좁은 길목을 메우며 뛰쳐나오고 그 뒤의 마을쪽에서 칠색주렴을 늘인 꽃가마가 덩치 큰 네 사나이 의 어깨에 들려오는데 착 앞에는 자그마한 총각이 하늘소에 올라앉 아 목을 잔뜩 움츠리고 어쩔줄을 몰라했다. 까까중이들은 하늘소의 앞뒤로 뛰여다니며 손짓코짓 놀려주고있었다. 《이놈들 물렀거 라. 요 씨 벌레 같은것들, 경을 쳐봐야겠느냐?》 가마잡이들은 이렇게 을러놓고는 제풀에 흐아호아 웃음을 터 17 치고 늦모를 내던 농군들이 모춤을 흔들며 《춘향도령 좋다.》하고 법석을 떨었다. 최현은 다가오는 꽃가마를 보다가 차를 길옆에 붙이라고 했다. 운전사는 히죽이 웃고 변수지레대를 옮겨 차를 후진시켰다. 그 런데 꽃가마에 반정신을 앗긴바람에 뒤바퀴 하나가 도랑에 빠졌다. 가마군들은 자기들로 하여 군대장관의 차가 빠진것을 알자 가마 채를 놓고 도와주러 달러왔다. 최현은 엄 한 자세로 그들을 나무랐다. 《빨리 가마를 메고 가시오.》 어 던가 감사나운 인상을 주는 최현의 거머무트름한 얼굴을 일별 한 가마군들은 황송하게 절을 하고 흘끔흘끔 뒤돌아보며 가마를 메고 걸어갔다. 하늘소와 가마를 쫓던 까까중이들이 최현이를 신기스럽게 보며 차에 모여들었다. 까까중이들과 모를 내던 사 탐들이 달라붙어 차를 끌어냈다. 최현은 한 30분 걸으면 전차길 이 있 다는것 을 알고 차를 운학이네 집 이 있는 승호리쪽으로 가 게 했다. 운학이와 그의 어머니가 한사코 사양했으나 최현은 딱 잡아떼였다. 《이래서야 무슨 군대인가?》 그는 머뭇거 리는 운학의 잔등을 철썩 갈기며 강다짐으로 차에 떠밀어 앉히 였다. 《려단장동지,제 부탁은 어쩌겠습니까?》 림운학이가 황급히 말했다. 최현은 불깃하게 달아오른 운학의 눈시 울이 애처롭게 떠는것을 지켜보다가 그의 어머니에게 시선을 돌렀다. 〈〈아주머니 생각은 어떻습니까?》 《대 장님,저 사람 부탁이 자 저 의 부탁입 니 다. 원쑤를 갚게 해 주십시오.》 녀인의 마지막 말끝은 흐려들며 떨리였다. 최현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고 가슴을 꽉 찌르는 녀인의 눈길 을 피하여 고개를 돌렀다. 신랑신부행렬이 사라진 행길쪽을 물끄러 미 바라보던 최현은 운학이를 불렀다. 《약속을 하자구. 총참모장한레는 내가 청을 들여볼레니 동 18 무는…》 최현은 망설이는듯 말중간을 끊었다가 부러 활기를 띠우며 말했다. 《인츰 장가를 들라구. 알겠어 ? 장가를… 아주머니 ! 봐둔 며 느리감이 있습니까?》 뚝뚝한 장령으로부터 싹싹한 동네어른으로 변한 최현의 태도에 저으기 놀란 운학의 어머니는 허둥이는 눈길을 운학에게 떨구었다. 《려단장동지,전 조국이 통일된 다음 장가를 가기로 하였습니다.》 운학은 머리를 떨군채 이 말을 하였다. 최현은 머리를 저었고 포프린 눈에 힐난하는 웃음을 담았다. 《그건 민청회의때나 하는 소리고… 동문 장가를 가야 해. 색 시감이 없다면 내가 중매를 서지. 아주머 니,어떻소?》 이야기가 예까지 번져지자 운학의 어머니는 민망스럽게 아들 을 보기도 하고 미 안스런 기색으로 최현을 살피기도 하다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군대어른의 성 의는 정말 고맙습니 다. 그런데 이 우리 집 큰 사람은… 좋아하는 처녀가 서울에 있답니다. 무슨 팔자가 사나와서 인지…》 《서울에 ?! …》 최현은 가슴이 답답해왔다. 방금까지 지어냈던 활기도 사라졌 다. 차가 떠나 한참토록 최현은 그자리에 못박힌듯 서있다가 무 겁게 걸음을 옮겼다. 초가집들이 사라지고 기와집과 떨건 벽돌집이 나타나는 시내 어귀에 들어서자부터 그는 술한 사람들의 시선속 에 들어 화제의 중심대상이 되고말았다. 허나 최현은 별로 그것 을 느끼지 못하였다. 얼마간은 운학이의 일로 또 다르게는 처음 보는듯한 도시의 새로운 인상에 사로잡혀서였다. 확성기에서 울려 나오는 건드러진 노래의 선를,자동차의 경적, 아이들의 웨침소리,웃음소리… 이 도시의 온갖 소음은 반생을 산에 서 살다싶이하고 해방된 지금까지도 산에서 살다싶이하는 그에게는 생소한것 이면서도 그만큼 자극적 인것 이 였다. 이 따금 평 양에 올라 올 때면 차창으로 보군한 그림같은 도시였으나 지금은 눈으로,귀 로,몸으로 보고 느끼고 부닥치는 현실이였다. 19 최현은 퇴근하는 사람들로 벅적거리는 전차줄 맨 공무니에 있 었는데 전차가 오자 《어서 타십시오.》,《이 리로 오십시오.》하 는 존경과 호기심어린 시선들의 손길에 끌리우고 밀치우면서 어 쩌는새없이 맨 선참 차에 올랐고 앉기바쁘게 붉은넥타이를 맨 소년 들의 포위속에 들었다. 아이들을 보자 꽃가마를 따르던 까까중이들 의 모습이 떠오르며 절로 웃음이 슴새나왔다. 어제 오늘 겪은 지나 친 슬픔과 긴장은 마치 기쁜것을 바라는 인간본능자체의 요구에 지 고만듯 안개걷히듯 잊혀진것만 같았다. 《아저씬 경비대지요?》 《이 왕별은 사단장표식이 야.》 겨끔내기로 재잘거리는것들의 이마빡에 밤알총을 놓으러 했으나 그 역빠른 소년들이 깜찍스럽게 뛰는바람에 허一하고 웃었을뿐이 다. 그리 고는 획 획 지 나가는 건물들,무슨 사진관,면옥,팔죽집 , 상점 , 《청주팝니다》,《무용강습합니다》따위의 소개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하였다. 선교로타리에 이르러 전차가 멎었다가 다시 달릴 때 《어마나》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최현은 해말끔한 도 시의 녀자들과 어딘가 구별되는 녀인의 모습에 눈길을 멈추었다. 중키에 까뭇하고 동그스름한 얼굴이 강단이 있어보이면서 무 척 귀인성스럽게 생긴 젊은 녀인이 얼굴이 홍시가 되여 의자가름대 를 쥐고 어쩔바를 모르는데 그앞 의자에 앉은 나이지굿한 사람이 커 다란 보따리 에 깔려 《허 허 . 》하고 웃었 다. 《전차를 처음 타는가본데 일없수다.》 나이지굿한 사람이 자세를 바로잡고 보따리를 내밀었으나 녀 인은 의자가름대를 놓으면 또 넘어질것 같아서인지 손을 멜념을 못했다. 《이젠 일없어요. 출발할 때 한번 그렇지. 여기 앉으시라요.》 최현의 옆에 앉은 청년이 자리를 양보하였으나 녀인은 자기가 떨군 짐보따리를 안은 남자에게 무안한 눈길을 떨군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있었다. 《자,발으라구요. 이 크 든찍 한데 一》 나이지굿한 사람이 너스레를 부리며 보따리를 내밀자 녀인은 《아슴채이꾸마》하고 들릴락말락 말하였다. 그 독특한 억양에 20 사람들은 그 말을 채 못알아들은 축들까지도 요란스런 웃음을 터치 여 녀인의 얼굴에 고추물을 끼얹었다. 《아주머니, 앉으시라구요.》 총각이 녀인의 팔소매를 잡아끄는바람에 애어린 녀인은 마치 짐 짝처럼 털렁 앉았다가 옆에 앉은 어마어마한 장령을 보자 고개를 푹 수그리고 치마를 감추리며 무릎을 모았다. 청년이 보따리를 앞에 들어다놓을 때 녀인은 마치 외국어를 발 음하듯 《고맙습니다.》고 표준어를 쓰는데 그것 역시 사람들의 입 가에 미소를 그려놓게 하였다. 최현은 머리를 공진것으로 보아 분명 새색시일 이 녀인에게 동 정이 갔다. 〈〈어디서 오오?》 최현이 자기에게 익달된 함경도 토배기의 억 양으로 묻자 녀인 은 수삽한 미소를 풍기며 반기듯 보았다. 《온성에서 읍니다.〉〉 《온성 ? ! 멀리서 떠났꾸마. 그래 어디로 오오?》 전차안의 뭇눈길들은 두사람에게 집중되였다. 녀인은 최현을 대 뜸 자기 고향출신의 어른으로 단정해버리고 연연히 타오르고있는 홍조를 채 씻지 않은채 또랑또랑한 애된 목소리로 말했다. 《평천리로 가꼬마.》 《평 천 리 로 ? 거 긴 누가 있는데 一》 «•••» 녀인은 약간 수심낀 낯빛이 되여 입술을 감빨다가 최현의 검 실한 눈이 대답을 재촉하며 지켜보고있음을 깨닫고 한결 낮은 소리 로 말했다. 《군대이꼬마. 송기덕이라구… 한줄에 소성 한알.》 《우편함 대호는 있소 ?》 〈〈예.》 녀인은 몸을 반쯤 돌려 저고리 밑섶을 주무트더니 공책종이에 쓴 주소를 내보였다. 《이 건 군관학교구만.》 21 《그건 작년 그러께 받은거 꼬마.》 《음… 그래 평천리가 정확하오?》 《예,우리께 쌍둥이 집 아재 가 알아보고 왔습니 다.» 최현은 평천리 에 54사가 있음을 알고있었다. 그런데 이 녀 인 이 평천리 로 꽤 찾아가겠는지 근심 이 되 였다. 그는 주변을 둘러 보며 물었다. 《여기 평천리로 가는 사람이 없소?》 《아까 소비조합차를 얻어라면 되는걸.》하는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정 길을 모르면 내가 대드리지.》하고 말할 때 전차가 멎 었다. 정류소에 이른것이다. 최현은 해방산등성이의 3고중청사 지붕을 눈띠여보며 일어섰다. 그러자 녀인은 여간 초조한 기색이 아니였다. 최현은 녀인의 보따리를 쥐였다. 《나를 따라오시오.》 녀 인은 차안 전체를 향해 나직 이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는 전 차에서 내렸다. 최현은 마침 국립극장쪽으로부터 걸어오는 경무 관 한명을 발견하고 손짓으로 찾았다. 거무스름한 얼굴에 짙은 눈 섭 이 어 마어마하게 굵은 장령 이 손짓하는바람에 경 무관은 바람에 불린 민들레씨처럼 가뿐히 달러 와 차렷을 했다. 《나 최현이야. 이 아주머닐 평천54사지휘부에 차태워보내라 구. 가는 차들이 있지 ?》〉 《차들이 있습니다. 명령대로 이 아주머니를 차태워 보내겠습니다》 경무관은 경례를 하기 바쁘게 최현의 손에서 짐을 옮겨들었다. 최 현은 녀 인을 향해 《자,그럼 랑군일 지 오빠일 지 가서 잘 만 나오.》하고는 의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의대뒤 조금 못미처 경비국청사가 있었다. 녀인은 경무관이 《갑시다 !》할 때까지 멍하니 서서 장령의 뒤를 바래였다. 그는 이 최현이라는 이름을 해 방전부터 들어 알고있었다. 그리고 이제 찾아갈 약혼자라고 할지 남편이라고 할지,생판 남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송기덕에게서도 이 유명한 빨찌산투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것이다. 경비국에 간 최현은 국직일관실에 나와 기다리고있던 부국장 으로부터 장군님께서 최현이 철호를 입원시킬 때 오고는 정세때 22 문에 한번도 안와봤다는것을 아시고 몹시 언짢아하셨다는것이며 그 로 하여 국에서 자기를 불렀다는것을 알았다. 최현은 그 길로 돌따 서 병원을 찾아갔다. 숲에 둘러싸인 병동에 들어가 남향 끝방의 문 을 열었을 때 철호는 애의 기저귀를 갈고있었다. 《잘 있었슴둥?》 최현이 빙굿이 웃으며 들어서자 철호는 너무도 깜짝이라는듯 눈 이 다 둥싯해졌다. 《무슨 일이 생겼어요?》 최현을 흙어보는 철호의 얼굴에는 반가움보다 의아스러운 빛 이 더 질었다. 부부간이라지만 빨찌산때부터 언제한번 사사롭게 자 기를 《돌봐주는》남편이 아니였고 또 그것을 의당한것으로 알 고있는 철호였기에 더욱 그랬다. 더구나 최현으로 보면 선전포고없 는 전쟁의 일선에서 름바삐 지내는 사람이 아닌가. 《좀 어떻소?》 최현은 대답대신 이렇게 되묻고나서 철호를 한동안 여겨보다 가 그로서는 매우 례외 적 인 말을 하였다. 《동물 보러 왔소.» 《원,당신답지 않게.》 철호는 평범한 남편으로 환원된 《상관》의 변화된 태도에 놀 라움과 기쁨을 금치 못하며 얼굴이 다 빨개졌다. 《그러고보니 통옥의 점이 신통해요. 그애가 당신 온다는게 아 니 예요.》 《그앤 어데 있소?》 《장군님 댁 에 갔어 요. 무슨 더퍼린지 군사놀이 를 한다며 늘 장군님댁에 가 붙어살아요.》 《건 날 닮아 그런거 야.» 최현은 시물시물 웃으며 침대가에 놓혀놓은 아이에게로 다가 갔다. 이제 한달밖에 안되는 어린것은 최현을 빠금히 보면서 종 주먹을 입에 대고 열심히 빨고있었다. 《배고파 이러지 않소?》 《금방 젖을 먹었는걸요. 근데 이 며칠 혼났어요. 애가 열이 나 23 서 글쎄 장군님한테서까지 전화가 오구 의사들이 뛰여오구一》 《동무가 설레발친것 아니요?》 최현은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더없이 흐뭇한 기색이였다. 《이젠 일없어 보이는걸.》 《감기래요.》 《그런걸 떠들면 어떻게 하오?》 《누가 떠들었나요. 의사들은 장군님한테 알리진 않았다는데 一》 《장군님께서 모르시는 일 있는줄 아오?》 최현은 어린애의 보동보동한 볼을 새끼손가락으로 살짝 건드 려보고는 수염이 꺼칠꺼칠한 입술을 가져갔다. 《안돼요. 얼굴도 씻지 않고.》 철호가 아이를 돌쳐 안았다. 《허 허 . 》 최현은 면구스럽게 웃고는 강보를 싼 궁둥이 어방을 가볍게 두 드려주는것으로 아버지의 애정을 표시하고 돌아서려다가 그만 희다 못해 푸른 흰자위의 머루알같이 령롱한 눈동자에 끌려 시선을 멜수 없었다. 끝없이 맑은 눈,눈섭 한번 깜박이지 않고 올려다보다가 배 시시 웃는다. 입술이 벌려진 사이로 이도 안난 발깃한 이몸이 드러 났다. 최현은 부지중 따라웃으며 《응아,응아》혀소리를 내다가 그만 성난 얼굴로 허리를 폈다. 방금까지 떠돌던 너누룩하고 애정깊 은 아버 지 의 표정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너무나 다른 엄청난 현실이 그의 앞에 육박해왔다. 조총의 일 제사격… 쓰러진 전사의 굳어진 동공… 소리없이 눈물을 뿌리던 녀 인… 그러나 여기에는 웃고있는 아이가 있다. 신랑의 하늘소와 신 부의 꽃가마,창밖으로 본 도시의 환희롭고 생신한 흐름… 그런데 적의 포탄은 예까지 날아올수도 있지 않은가. 《여보,당신 왜 그래요?》 철호의 놀란 목소리가 그를 현실로 이끌어왔다. 《아,아니.》 최현이 혼자소리하듯 뇌이며 침대 한머리에 앉자 철호는 아이 를 맞은편 침대에 놓히고 남편과 마주앉았다. 24 《무슨 일이 있었어요?》 《당신 저 아이 가 곱지 ?》 동문서답이다. 철호는 억이 막힌듯 두눈이 동그래서 남편을 쳐 다본다. 《그래 아이가 곱지 않고 입겠어요.》 《어른이 돼두 지금처럼 고울가?》 《크면 더 그렇겠지요. 제 키운 정까지 합쳐 생각되겠는데…》 철호는 근심스럽게 최현을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전방에서 또 무슨 일이 있었군요. 희생이 많았어요?》 《응,아니… 저 그런데 다 나았다더니 어찌된 일이요?》 《왜요?》 《내가 동무한테 와보지 않는다고 장군님께서 성을 내셨다오.》 《그래요? ! 一》 철호는 저으기 놀라면서도 눈가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최현은 눈살을 찌프렸다. 《동무가 무슨 약한 소리를 한게 아니요? 난 동무가 빨찌산 때 를 다 잊 어 버 린 아낙네 가 될 가봐 겁 나오. » 《제가요?》 철호는 억 이 막힌듯 조용히 웃고는 진중한 기색으로 돌아갔다. 《사실 요즈음 여러 동무들이 문병을 왔어요. 지방에서 출장 오는 동무들까지 들리군해요. 장군님께서 가보라고 하신다는거예 요. 김정숙동무랑 안길동무랑 잃으신후부터 장군님께선 우리들중 에 조금만 앓아도 몹시 근심하며 걱정해요. 그때문에 난 아직도 퇴 원을 못하고있지요. 며칠전엔 장군님께서 첫물딸기며 사과랑 보 내주셨어요.》 최현은 눈언저 리가 불깃해진 안해의 얼굴을 보며 말먹은 사람 처럼 번히 앉아있었다. 빨찌산때 입은 동상으로 늘 까칠하게 타있던 철호의 얼굴에 한결 화색 이 돌고 볼언저 리가 보얗게 고와진것 이 다. 장군님께 서 세심 히 보살펴주신때 문이 라는 생 각이 가슴업 혔다. 최현의 심정을 알아차린 철호는 반픔 돌아앉아 아이의 가슴을 다독거려 주었다. 25 《그래 잔등이 쏘던것은 어떻소?》 이슥하여 최현이 물었을 때 철호는 웃음떤 얼굴을 쳐들었다. 《다 나았어요.》 《그렇다면 퇴원하는것이 어떻소?》 《저도 그 생각이예요. 한데 병원선생들은 장군님께서 말씀이 계셨다고 하며 놔줄념을 안해요.》 《지금은 너무 편안할 때가 못되오. 뭐이 심상찮소.》 최현은 시름겹게 말하고는 애기의 눈시울이 까풀거리다가 소 르르 감기는 모양을 넋없이 바라보았다. 문기척소리에 최현은 얼른 침대에 가앉고 철호는 이미 잠든 아 이의 가슴을 또다시 다독이기 시작했 다. 《들어오시오.》라는 최현 의 목소리가 울리자 문은 조용히 두드리던 때와는 판판 달리 활 짝 열렀다. 〈〈최현동무 아닙니까?》 활기 찬 기 쁜 음성과 함께 중성 네 알을 단 해군군관이 뛰여들었다. 《아니 이거 새애기 춘국이 아닌가?》 최현이 팔을 쩍 벌리자 두사람은 얼싸안고 돌아갔다. 《근데 해군부사령관이 랍시는 사람이 이 내륙에 와선 월하자 는거 요?》 최현이 먼저 자리에 앉으며 시까스르듯 한마디 하자 철호가 눈 을 빨았다. 《어쩌다 만나서 한다는 소리는…》 하면서 입 가에 곱게 웃음을 그린채 상두대밑에서 사과를 꺼내 깎기 시작하였다. 최춘국은 최현이와 철호를 씨물씨물 웃으며 보다 가 먼저 얼굴부터 붉히며 롱담조의 말을 꺼 냈다. 《나도 〈몽고해군》이지 요. 그래서 이 걸 벗으려고 재주를 부 리고는 있는데 잘 안됩니다.》 《여보,다시 우리쪽에 지원을 오게나. 괜히 이렇게 신수편편 한 사람의 병문안입네 하고 소일하지 말고一》 최현이 철호를 눈짓하며 지꽃게 롱담을 들이대자 최춘국은 또 한번 씨익 웃었다. 26 《한창 정담을 나눌 때 내가 방해를 시켜 안됐습니 다.》 《실없는 소리 ! 이거나 드세요.》 철호가 사과 한알을 반쪽씩 갈라 내밀었다. 《주겠으면 옹근알로 주지.》 최현이 타발하자 철호는 잽싸게 말을 받았다. 《그것도 춘국동무덕에 맛보는줄 알라요. 장군님께서 보내주 신 사과여서 한알 남겼던건데一》 《그렇소 ? 그렇 다면 동무가 먹 어 야지 . 》 최현은 사과를 상두대우에 슬며시 도로 놓았다. 《허,원 앙새 부부도 부러 워 할판이 군요. » 최춘국이 이죽거렸으나 최현은 덤덤히 웃었을뿐 응대 하지 않 았다. 최춘국은 사과를 조금씩 떼여 음미하듯 천천히 먹고는 벗 었던 모자를 눌러쓰며 일어섰다. 《어델 가려고?》 《가야지요. 더 방해를 놀순 없고 오늘저녁은 우리 집에 와서 쉬 여 야 합니 다.» 〈〈좀 있으라구.》 최 현은 그의 옷자락을 잡아 끌어앉히 였다. 그리 고는 문이 반 쯤 열린것을 보고 일어나 닫았다. 최춘국이앞에 원탁을 끌어다놓은 최현은 거기에 두팔을 얹은채 심중한 눈길을 쳐들었다. 《좀 묻자구. 해군부사령관이 이쯤 돌아치는것을 봐서는 특별 한것이 없을듯하네만 내 봐서는 정세가 매우 긴장한것 같은데… 그 래 어떤판인가?》 최현의 물음에 최춘국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아니였다. 《그야 최현동무가 더 잘 알지 않습니까. 모든 문제가 38선에 서 시 작되 고 끝나는것 인데 一》 〈〈아니 난 정식 묻는거야.》 최현은 초조한 안색이 였다. 최 춘국은 원탁에 놓인 꽃병 을 빙 글빙글 돌리다가 왼손으로 머리를 긁었다. 심중한 말을 할 때면 의 례 하는 버 릇이 였 다. 〈〈내가 보건대 정세는 전쟁접경에 이른것만은 사실입니다. 다만…》 27 최춘국은 꽃병밑굽에 《경성도자기》라고 쓴 글을 물끄러미 보며 생각을 굴리다가 《다만이 원가?》하고 최현이 재촉해서야 띠염띠염 말을 잇기 시작했다. 《놈들한테 어느 정도의 리성 이 남아있는가에 따라 전쟁 이 몇 년 뒤늦게 일던가 아니면… 정말 안일어날수도 있겠지요. 물론 우 리 의 진지 한 노력과 성의를 전제 로 해 서 입 니 다만.» 최춘국은 작년도에 있은 적의 《동서해안절단작전계획》까지 비 친후 최근 집계된 정세자료를 말하기 시작하였다. 눈치빠른 철호가 군사비밀론의 라고 생 각하여 자리를 뜨려 하자 최춘국이 말렸다. 〈〈이건 비밀이 아닙니다. 보위성가족강연회에 나가 한 말을 되 풀이하는거니까. 또 철호동무야 예비역군관이 아니요.》 《그러니 놈들의 해안침공기도는 좌절된셈이다 이거겠군?》 《그렇지요. 우리가 해 안방비까지 꾸리니까 놈들이 포기한셈 이 지 요.» 《그럼 동무는 건달로 될것 아닌가. 해 안방어사령관이라는 이 롬은 좋네만 임자야 보병에 걸맞지.》 최현의 말에 최춘국은 웃었다. 《나도 그 생각입니다. 이제부터 거기가 꽤 바쁘게 될겁니다.》 《옳아. 놈들이야 땅을 먹자고 하지 바다물을 먹자고 하는건 아 닐테니까. 그래 동무생각엔 어떤가,쌈이 일어날것 같은가?》 《글쎄요. 놈들의 움직임으로 봐서는 꼭 터질것 같기도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올초에 트루맨과 애치슨이 자기네 방위권에서 남 조선을 빼버린다는 선언을 두고 적들이 침공야욕을 단념하지 않 았는가고도 생 각합니 다.» 《여보,그따위 중의 념불같은 거짓부리엔 귀도 기울이지 말라 구. 뭐 트루맨이 그렇게 줴치는 때 맥아더는 어쨌나? 리승만과 채 병덕을 만났지. 그로부터 리승만과 채병덕의 북침지랄이 얼마나 더 극심 해졌나?》 최현의 눈에서는 불이 일었다. 《어저께 우리한테서 또 한 전사가 죽었어. 105미리 포탄이 날아와 터 졌지 . 생 각해 보면 무서 운 흉계 가 있는 도발이야. 그저 도 28 깨 비 한레 는 방망이 가 제 일 인데 ••■» 《허,또 옹진사건때 처 럼 그러 자고 그럽 니 까 ? 참으셔 야지 요.》 최현은 작년도에 옹진쪽에서 쳐들어온 적들이 부녀자들과 소 까지 빼앗아가는것 을 보다못해 38도선을 넘 어 쫓아나가려 다가 김일성 동지로부터 되게 꾸지람을 들은적이 있었다. 최현은 그때 생 각이 나는지 얼굴이 확 붉어져올랐다. 《인내성도 한도가 있지. 가만 뒤두면 뒤둘수록 개지 랄이거든. 작년 옹진사건때 내가 내치겠다니까 장군님께서는 비판하시면서 도 미친개에젠 몽둥이가 약이라고 하는데는 동의하셨어. 때려야 돼! 때려야!》 최현은 격하게 부르짖으며 원탁을 두들겼다. 그 소리에 잠들 었던 애가 깨여나며 앙一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에구 당신두一》 이야기를 듣는데 열중해있던 철호가 혀를 차며 일어나 아이를 안고 둥게둥게 얼렸다. 최현은 그것도 아랑곳않고 열이 나 말했다. 《결론은 전쟁이 터질것인즉 불이 일면 단매에 놈들의 혼맹이 를 뽑아버릴 잡도릴 하는거지. 세계가 어떻고 정치가 어떻고 하 는 문제는 후차야. 지금 동무 말을 들어보니 새애기 춘국이가 정치 가로 돼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 좋지. 하지만 우리는 장군님 받드는 군사간부야. 전쟁이 일면 동무나 내가 막아치우겠다는 강심 을 먹는게 첫째야!》 《허허,그래서 난 어떻게 하면 다시 보병으로 갈가 아글타글 합 니 다.» 〈〈건 무슨 소리야?》 《사실 오늘 병 원에 온것도 그래서 왔습니다. 39년도에 다친 다 리가 지금도 떨찌인줄 알고 〈사무관〉노릇에 맘붙이란건데… 지금 정세루야 어 디 그렇게 도피할수 있습니 까. 그래 우선 다리 가 성 하다는것을 증명시키 고 보병 에 가는 공작을 하려는것 입 니 다. 오늘 렌트젠을 해보니 파편은 그자리에 있긴 하지만 일없답니 다. 글쎄 일없지 않을수 없지요. 그때 철호동무가 갖은 정성을 다 해 치료해 나은것인데.》 29 최춘국은 싱그레 웃으며 철호를 결눈질했다. 그는 다리의 부 상처를 얘기할 때마다 늘 최현의 안해인 철호의 희생적구완을 잊지 않는다. 적《토벌대》가 싸다니는 산속 바위밑에서 근 20일 철호가 지어주는 죽을 먹고 철호가 찧어주는 풀잎을 다리에 싸붙이고 상처 를 고쳤기때문이다. 그래서 철호와 춘국이 사이가 더욱 자별한것이 고 그로 하여 최 현은 마치 춘국이 를 친혈육으로 대 하는것이 였다. 《그건 그거고》 최현이 말을 자르고 화제를 다른데로 이끌었다. 《요즈음 장군님께서 무슨 구상을 하시는지… 혹 모르나?》 《군대 와 관련된것 말입니까?》 《물론,나와 자네는 군인이 아닌가?》 《그야 전들 잘 알겠습니까. 그런데 그저께 강건동무가 38도 선 중부와 동부를 시 찰한다고 떠 났습니 다. » 《음. )) 최현의 눈섭이 꿈틀하며 량미간에 모여들었다. 《이 건 사래 가 간단치 않다는것 이 요. 장군님깨 서는 원가 내 다 보셨어.》〉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적의 어떤 도발에도 말려들지 말데 대 하여 수차 강조하시였습니 다.》 최현은 손잔등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말 했 다. 《하긴 그래. 말이 났으니 말이지 장군님께서 나를 38도선에 보 낼 때 뭐라고 하신줄 아나? 38도선을 굳게 지키는것은 전쟁을 막 는길이라고 했네. 우리가 강하면 적들이 덤벼 못들것이라고… 옹진 사건때에는 나를 비판하시면서 우리 땅에서 우리 인민의 피가 흐르 면 어쩌 느냐고 하셨소. 그때 나는 속이 띠 곰했소.》 최현은 벌떡 일어나 거칠게 숨을 쉬며 오락가락하다가 창가에 머물러 섰다. 마당에 승용차 한대가 와 서는것을 보고 최춘국에 게 물었다. 《저게 누구 찬가?》 최춘국이 반픔 몸을 일으켜 내려 다보다가 《강동무》하고 소 30 리쳤다. 그러나 차에서 내린 사람은 못들었는지 그대로 정문으로 들어 섰다. 《강부관이구만… 저 사람을 만나야겠어.》 최현이 어깨에 쓴 위생복을 벗는데 최춘국이 그의 손을 잡았다. 〈〈병원에 왔으니 여기 들릴것입니다. 그가 여기 말고 어디 오 겠습니까?》 최현이 그럴상실어 주저하고있는데 아닐세라 문기척소리가 나 며 수수한 차림에 역시 사람좋게 수수한 얼굴의 강부관이 들어섰다. 《여기 계셨군요.》 모두걸이로 인사를 하고난 강덕수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후 정중한 자세 로 말했다. 〈〈최현동지,장군님께서는 저녁 식 사를 함께 하자고 최현동지를 부트시였습니다.》〉 《장군님께서 ?… 지금 맥에 계시오?》 《아닙니다. 최현동지가 흑시 다른데 갈가봐 미리 전하라고 하 셨습니다.» 《음,알겠소.» 아이를 둥싯거리던 철호는 최현의 수염이 거밋한 턱을 념려스 레 보며 《여보 !》하고 속삭였다. 그러 나 그가 주의 의 말을 꺼 내기전에 최현은 거울앞에 다가가 수염을 쓸어보며 눈을 낌벅거 렀다. 그러다가 홱 돌아서서 춘국이의 어깨를 특 쳤다. 〈〈리발소가 어데 있나?》 6시였다. 바로 그 시각 풍을 친 풀색 찦차가 창광산기슭의 보위성청사 로 쓴살같이 들이닥쳤다. 날씬한 몸매에 가름한 얼굴,유난히 까 만 눈섭 에 상아빛얼 굴이 무척 단아하게 생 긴 30대 의 장령 一 강건 참모장이 정문보초의 경례도 받지 못한채 거의 뛰듯이 달려올라 갔다. 그런데 3분도 못되여 그가 역시 올라가던 식으로 다급히 달 려 내 려 왔고 뒤 따라 최 용건보위상이 그 장대한 몸집 에 비 해 서는 매우 날파람있다고 할 걸음으로 층계를 내러왔다. 두사람은 쥐빛 포베다를 타고 곧추 내 각청 사로 달렸다. 31 제 2 장 내각의 하루일과가 끝나가는 시간이였다. 문건을 보시던 김일성 동지께서는 방안이 갑자기 어둑해지는것을 느끼며 창문쪽 을 바라보시였다. 한낮의 더위를 막느라고 닫아놓은 창문밖으로 침 침히 흐려드는 하늘이 보였다. 트레트레한 먹구름이 겹겹이 엉켜들 며 허옇게 트인 공간마다 빼곡이 메워들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창쪽에 다가가 문을 활짝 열어제끼시였다. 벌 써 비발이 뿌려치며 습하고 서늘한 공기가 밀려들었다. 무심중에 손을 내밀어보시였다. 땀기어린 손바닥에 몇개의 비 방울이 날려와 닿았다. 먼 우뢰질소리가 들렀다. 뒤미처 그 천둥이 불러 낸듯 우一하는 소리 와 함께 폭우가 쏟아져내 리기 시작하였다. 창가림이 찢어질듯이 펄럭거리며 그이의 팔에 휘감겨들었다. «•• •오끼 나와남쪽에 서 래 풍발생,반경 80키 로메 터, 중심 기 압 960미 리바르,〈엘시〉라는 이름을 떤 이 래풍은 급격 한 속도로 북상…》 정오에 받은 기상수문국 통보자료가 상기되셨다. 이 태풍의 영향으 로 다른 피해가 없을가 하고 다시금 생각을 굴려보셨다. 저수지며 농경 지 들,도로며 철도들을 그려보시는 그이 의 뇌 리속에는 래 일 있을 백두산一림철개통식이 떠오르셨다. 《엘시》의 태풍은 백두산쪽에도 비를 몰아갈것이였다 그렇게 되면 개통식행사가 시원찮게 될것이다. 그곳 사람들의 실망은 더욱 커질것이고… 김책은 얼마전 그곳 건설 책임일군에게 개통식때는 김일성 동지께서 도 내려가실수 있을것이라 고 알려줬다고 했다. 사실 보름전까지만 해도 김 일성 동지께서는 개 통식을 계기로 김책이 와 함께 북부지구의 공업기지들과 백두산지구 의 옛 싸움터들을 돌아볼 계획을 하셨었다. 그러나 지금의 정세는 그러한 계획을 허용하지 않고있다. 도교와 서울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 은 김책이마저 그리로 떠나는것을 주저하게 하고있다. 번쩍 ! 32 번개의 푸른 화광이 하늘 한귀통이를 베여냈다. 뒤이어 대지 를 깨뜨릴듯한 폭음이 요란스럽게 지나갔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천천히 창문을 닫으시였다. 그리고 시계를 보 시였다. 홍명희부수상이 올 시간이 림박하였다. 그이께서는 다시 서탁에 나앉아 문건을 보기 시작하시였다. 《…〈척양척왜》론의 신봉자로서 리승만을 극도로 혐오질시 하나 〈반공》의 리념적일치로 피뢰정부에 동조… 상해〈림정> 에서 〈반공》레로단에 관계… ※ 보천보전투직후 유격대를 찾아 동북지방을 편력한바 있습 니다. 친구에 대한 의리심은 있음…》 이 대목에 시선을 멈추신 그이께서는 마지막 줄에 밑선을 그 으셨다. 김 일성 동지께서는 어제저 녁 홍명 희부수상을 만나 남북조선 제 정 당사회 단체 련석 회 의 참가대 상에 서 극우익 반동이 라고 제 외 시 켰던 괴뢰정부의 일부 고위인사들까지 초청할데 대한 의향을 비 치시고 매 인물의 동향자료를 만들데 대 한 파업을 주셨다. 려현 역에 나간 우리측 평화통일호소문전달자들에게 만여발의 총탄을 퍼 붓고 마지막에는 체포까지 감행해나선 적들의 야만적행위에 극도로 분격하고 한편 사래의 비극적 인 진전에 불안을 금치못하던 홍명 회는 밤을 밝혀 이 문건을 만들었다. 평소에는 상대할 필요조차 없 는 반동들이라고 타매하였던자들에 대해서도 원가 긍정점을 찾으러 애쓴것이 대목마다에서 느껴졌다. 그이께서 문건의 마지막 폐지를 번지실 때 강부관이 들어섰다. 《장군님 ! 김책동지와 최용건동지,강건동지 세분이 오셨습니다.》 《강건? ! •••»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자리 에 서 일 어 나시 였다. 《들어오시오.》 빠르신 걸음으로 문가로 나가시던 그이께서는 강건을 보고 저 으기 놀라시였다. 강건의 입술에는 보풀이 일고 알릴듯말듯 피가 진 눈에는 근심어린 빛이 짙게 배여있었다. 《앓지 않았소?》 김일성 동지께서는 거수경례를 하는 강건의 손을 잡아내리우며 33 유심히 보시였다. 강건은 그 시선에 눈길을 내리깔았다. 《앓지 않았습니다. 정세가 좋지 않습니다. 사래는 전쟁을 예 고하고있 습니 다. )) 강건의 표정은 긴장과 흥분으로 굳어져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의 말에 따라 더욱 엄숙한 빛으로 서있는 김책과 최용건을 돌 아보고 우선우선한 태도로 말씀하시였다. 《아무리 바빠도 좀 앉읍시 다.》 그이께서는 푸른색 라사직을 씌운 긴 앞상에 다가가시였다. 강 건에게는 친히 자리를 권하시 고 선풍기를 그쪽에 돌려놓으시 였다. 그러 시 고는 보시 던 문건을 접 어 놓으시 였다. 무어라 이름할수 없는 압박감이 가슴을 지그시 눌렀다. 〈〈그럼 강건동무의 이 야기 를 들어 봅시 다.» 그이께서는 책상우의 목책을 끄당겨놓고 연필을 잡으시였다. 강건은 소리없이 재 빨리 일 어 섰다. 그는 19일밤에 38도선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서 목격하고 듣게 된것은 보위성청사안에서 생각 하였던것보다 더욱 엄청 나고 놀라운것들이 였다. 수많은 산고지들 을 오르내리고 포대경과 마주하기도 하고 경비대 지휘관들과 이 야기도 나누며 그는 고질인 위병탓도 있겠지 만 입맛까지 싹 잃었 다. 련천,화천지대에서 목격한 육안으로도 환히 보이던 갓 닦은 적 의 기동로들,얼룩덜룩한 위장포에 가리운 포진지들,숲과 산기슭 에 줄느런히 자리잡은 천막들에서 받은 충격은 그를 숨가쁜 흥분에 로 몰아갔다. 《그래 그 예고한다는 근거는 무엇이요?》 김일성 동지께서는 여유어린 기색으로 강건을 보시였다. 강건 은 맞은편 벽에 걸린 조선자연전도에 시선을 준채 입술을 지그시 깨물다가 빠른 어조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제가 나가본 38도선 중부와 동부계선에서 적들의 공격대형편 성과 공격출발진지 진출은 전부 완료되 였다는것 입 니 다. 포와 인원, 전투기재의 38도선에로 집중은 어저께로 끝났습니다. 아군 경비대 와 대치 한 38도선 거의 모든 지 역들에 야영천막들이 전개되고 새 로운 포진지들이 개설되여있습니다. 제가 본 련천앞 도로로는 21일 34 하루동안에만도 무려 50여대의 운수차에 적의 보병들이 실려왔습니 다. 저 는 먼저 한 경 비 초소의 감시기 록부자료를 인용하려 고 합니 다. 양양군 기사문리 경비대의 감시기록입니다.》 강건은 웃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여 미리 접어놓아 표시한 부 분을 펼치고 마디마디 력점을 찍으며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6월 19일 밤 10시부터 6월 20일 새벽 5시까지 50여대의 화 물차로 포와 탄약 (추정 한것 입 니 다. ) 수송. 6월 21일 새벽 150여개의 야영천막 발견. 6월 22일 아침 10시 3대 의 스리 퀴타 경 비 초소앞 700메터 지 점 에 도착. 5명의 미군장교와 다수의 피뢰군장교들이 쌍안경으로 북측지대를 보면서 지도작업. 이들이 돌아간지 30분후 기사문리 경비대지휘부 주변과 도로변들에 6발의 포탄이 떨어짐. (새로 전 개 한 포진지 들에 서 의 시 사사격으로 인정됨. ) 6월 22일 밤 12시부터 6월 23일 새벽 3시까지 경비초소 전방 남쪽분계 선에 적괴 뢰보병들 지 뢰해제작업 진행. 6월 23일 괴뢰군 공병대위가 의거입북. 매 중대장들에게까지 공 격지대지도가 하달되였다고 함.》 강건의 읽기는 여기서 끝났다. 그의 얼굴이 눈에 뜨이게 해쏙 해졌고 까만 두눈은 열기가 어려 번뜩였다. 그는 수첩을 접 어넣는다 는것이 헛손질로 끝나자 그대로 수첩을 움켜잡은채 말을 이었다. 《다 아시겠지만 오늘아침 채병덕이가 장갑차대대를 끌고 연 안에 나왔다고 합니다. 그뿐아니라 인민유격대〈토벌》에 내몰리 워 있던 괴 뢰 2사,3사,5보사도 전방으로 움직 이 고있다고 합니 다. 만약 전면전쟁 도발이 라면 몇달후가 아닌 래 달,아니 이 며 칠 안 에 터질수도 있습니다.》 강건은 격하게 부르짖고 입술을 깨문채 곳못이 서있었다. 방안에는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이 들렀다. 김 일성 동지께서는 강건이 라는 이 름자외 에 아무것도 써놓으신것 없는 자신의 목책에 시선을 주신채 생각에 잠겨계셨다. 그이께서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쓸려있음을 생생 히 느끼고계셨다. 홍 분할 때면 항용 그러 하듯 이 마전에 피줄이 파랗게 살아오른 김책 이 35 두손으로 책 상모서 리 를 쥐 였 다놓았다하는것 도 느끼 셨으며 최 용건 이 석상처럼 굳어져 벽의 한점을 꿰뚫어지도록 응시하는것도 놓 치지 않으셨다. (알고있은것인데,모르고있은것은 아닌데… 당황인가,긴장인가 아니면 놀라움인가,불안인가?) 그이께서는 이들을 두고 또 자신을 두고 속으로 뇌여보시였다. 그 어떤 쇠덩이같은 인간일지라도 의지와 마음이라는것은 환경에 따라 흔들릴수도 있다는데까지 생 각이 미처가셨다. 〈〈강건동무 !》 김책의 칼칼한 목소리가 침묵을 깨뜨렸다. 〈〈적의 도발에 대처해 어떤 안이 있습니까?》 여느때라면 김책은 이런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삼가할것이였다. 그는 김일성 동지의 사업을 보좌하는 부수상들중에서 첫째가는 일군 으로 지목되여있지만 좀해서는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 람이 였기 때 문이 였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나 역시 그걸 묻고싶소.》하는 눈길로 강건을 보시였다. 강건은 망설이는 빛으로 서있다가 결심한듯 입을 열었다. 《적들의 상태에 비해볼 때 우린… 첫 타격을 제 압하고 격퇴 시킬 준비가… 미약합니다. 38도선상에 배치된 적아의 무력을 대비 하면 압도적 으로 적 들이 우세합니 다. 적 들의 도발책 동을 예 견하 여 일부 군부대들이 38도선 가까운곳에 나가있으나 중장비기재들은 대개 후방에 있고 거기 나간 군인들도 거의가 농촌 모내기에 동 원된 형편입니다. 이제 그 부대 들과 후방에 있는 사람들까지 전투준비 를 시켜 38도선에 내보낸다 해도 빈공간을 다 메울순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엔 절대적으로 시간이 모자랍니다. 특히 중동부계선이 문제 입니다. 우리는 작년도부터 적들이 서부를 주공방향으로 정하고 침 공책동을 벌리는데 대처하여 그곳에는 일정하게 진지들을 꾸렀습니 다. 그러나 현재 중동부계선은 적들이 집결시킨 병력을 볼 때 거의 빈공간이나 다름없습니다. 적들이 이것을 알고 주공을 여기에 지향 시 키 지 않겠는가고 우려하는 지 휘 관들도 있 었습니 다. 물론 중동 36 부에로의 력 량집중이 우리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기만일수도 있 으나 결코 일리가 없는것은 아니라고 볼니다. 적들은 작년도 서 부로의 침공계획이 우리에게 알려졌다는것을 알고 엉둥한 수를 꾸밀 수도 있 다는것 입 니 다. 가급적 으로 여 기 에 도 두개 사단범 위 의 력량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 이 요구 를 실현한다는것이 무리라는것은 압니다. 그러나 이것은 절대적 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장군님,전…》 강건의 입술이 알릴듯말듯 떨었다. 까만 눈동자는 강렬한 희 망과 호소를 담고 번쩍였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제 라도 전국적 인 동원이 나 긴급조치 가 필요하다고 봅니 다. • - •» 강건은 눈을 깔며 어떤 질책도 받아들일 자세로 버리고 섰다. 혁명의 전취물을 지킬 중임을 받아안은 총참모장으로서 자기의 우려 와 소망을 숨김 없이 털어놓은것이 다. 그의 너무나도 돌연적 이고 엄청난 제기에 김책과 최용건은 아무말도 못하고 묵묵히 생각 에 잠겨있었다. 《앉으시 오, 강건동무 !》 김일성 동지께서는 부드럽게 말씀하시며 앞상우의 선풍기를 강 건의 쪽에 더 바투 옮겨놓으시였다. 강건은 그제야 철철 흐르는 땀 을 느끼고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문질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의 수척하고 창백한 얼굴을 보시다가 불쑥 말씀을 떼시였다. 《동무가 떠날 때 내가 무슨 과업을 주었댔소?》 의외의 질문에 강건이 얼떠름해 일어서려는것을 김일성 동지께서 손짓으로 제지시키시였다. 강건은 질문의 의도를 깨닫지 못한채 김일성 동지의 얼굴빛만 눈 여 겨 보았다. 《동문 내 당부를 잊었군. 나는 동무를 보내면서 식사시간을 정 확히 지키고 5월 13일에 내린 의사의 처방대로 식사할것을 지시 에 포함시 킨것 같은데一》 팽팽히 긴장되던 강건의 얼굴빛이 확 풀렸다. 알릴듯말듯 홍 조가 지나갔다. 김책과 최용건도 이 《엄혹한 사태》에서 잠시 물 러 나게 하신 말씀에 소리없는 웃음을 지 었다. 37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미 간을 찌 프리셨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 라는거요 ? 그 관점을 언제면 고치겠소 ?》 김일성 동지께서는 저으기 엄한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내가 알아보니 동무는 오늘아침도 안먹었소. 그래,벌써부터 몸을 흑사하다가… 일단… 도래하면…》 이때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은 생 략된 단어 《전쟁》이라는 말 을 다같이 동시에 느끼며 이 여름날 저녁의 평화스러운 방에 계 시는 그분의 유연한 웃음과 온화한 표정뒤에 얼마나 크고 요란스러 운 세계가 있는가를 절감했다. 그이의 음성은 점점 높아지면서 우렁우렁 을렀다. 《가장 위급하고 어려운 시각이 오면 어찌겠소? I 今 벌써 여 러 동무들이 떠나가지 않았소.》 이 순간 방안에는 정적이,공기의 흐름조차 얼어붙고 호흡조차 멎어버릴듯한 정적이 깃들었다. 강건에게는 불쑥 추도가의 처절한 노래가락이 울려오고 비애 에 싸인 령구차가 천천히 움직여가는것이 보이는것만 같았다. 김정숙동지 와 안길참모장을 떠나보낸 가슴의 상처가 누구에게 도 아물지 않은 때였다. 《물론 강건동무의 심정은 리해됨니다. 38도선에 나가 직접 보 게 되니 사래의 엄중성과 절박성을 더 심각히 느꼈을겁니다. 그 러 니 식 사도 뭐 도 다 잊 고 뛰 여왔겠지 요. 그러 나 이 건 내 가 아 는 강건동무답지 않습니 다. 그래 도 한나라 총참모장이라는 사람 이,수만 왜적과 싸우면서도 눈섭 한번 까딱할줄 몰랐다는 빨찌산이 그쯤한것에 당황해서 덤비면 어떻게 합니까. 인민군 전 하사군관들 이 다 동무의 얼굴을 볼것이 아닙니까. 나나 여기 김책,최용건동무 도 그렇 습니 다. 전방에 나갔던 동무가 뛰여 들어 와 〈야단났습니 다.》하고 놀란 소리를 치면 놀라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놈들의 책동을 전혀 모르고있었던가 전혀 뜻밖에 일어난 사래 라면 모르 지 만 우리 야 이 미 작년부터 적 들의 전쟁 도발책 동에 맞서있는 사 탐들이 아닙니 까. 고립 무원한 상태 의 빨찌산때 도 끄떡 않던 우리 가 이젠 나라가 있고 인민이 있고 정규적인 무력을 가지고 총포 38 탄을 만드는 공장까지 가지고있는데 무엇이 두렵단말입 니까. 나 는 강건동무가 오늘 적의 실체는 보면서도 우리 군대와 인민은 왜 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돕니다.》 김일성 동지의 말씀은 엄하고 준절하였다. 그런데 그 말씀을 듣 는 강건의 얼굴은 비록 쑥스러운 빛은 없지 않으나 확연히 밝아 졌다. 정기어린 두눈이 열정과 경모의 정을 담고 김일성 동지를 우 러렀 다. 《작년에 최 현동무는 송악산에 서 한개 대 대 력 량으로 근 5배 나 되는 적의 공격을 물리쳤습니다. 물리쳤을뿐만아니라 그때 그 동무 는 서울까지 처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내가 막지 않았으면 인 민들의 희생을 본 그가 서울까지는 몰라도 의정부까지 나갔을것입니 다. 어떻습니까. 가령 강건동무가 한개 련대쯤 가지고 화천이나 련천에 틀고앉아있다면 적의 한개 사단쯤 막을수 없겠습니까?》 강건의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떠올랐다. 《문제는 믿음입 니다. 자신과 자기 군대,자기 인민에 대한 믿 음이 없 으면 이 런 정 세하에 서 다 신경환자가 될 수 있습니 다. 이렇게 생각해봅시다. 우리 매 사람이 전호에 있다고말입니다. 혼자라고 생각하면 단 일분도 견디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옆에 전 우들,린접 의 부대들,뒤의 인민들을 생 각하면 담이 생기고 힘 이 생기고 용기가 생김니다. 군사적용어로 말하면 종심과 익측 문제입 니다. 종심,이것은 무한대한 인민이며 익측,이것은 피로 맺어진 전 우들입 니 다. » 그이 의 눈길은 정 을 가지 고, 열을 가지 고 매 사람의 모습을 따 뜻이 감싸시였다. 그이께서는 의자를 조용히 밀치며 자리에서 일어 서시였다. 《지금 여기서 적이 언제 쳐들어오는가 그리고 서부로 쳐들어 오는가 중부로 쳐들어오는가를 완전히 결론한다는것은 불가능합 니다. 그러 나 견해 는 명 확히 가지 고있 어 야 합니 다. 강건동무의 판단대로 적은 쳐들어올것이며 그것도 시급한 시일내에 시작할것입 니다. 서 부인가 동부인가 하는데 서 나의 생 각은 변함없습니 다. 적은 산이 많은 중동부를 주타격방향으로 설정할수가 없습니다. 맥 39 아더는 아직 산에서 싸우는것은 모름니다. 그가 숭상하는 나폴레옹 이나 씨저도 벌판에서 싸웠고 그 역시 벌판에서 싸우는것밖에 모롭 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것이 아닙니다. 적이 언제 어떻게 들어오 겠는가 하고 적 의 기도에 따라서만 움직 이 려 하면 수세 에 빠집 니 다. 우리는 든든한 배심을 가지고 적들의 준동을 살피며 끝내 쳐들 어오는 경우 주동적 인 작전으로 적을 피동에 몰아넣겠다는 각오 와 결심을 굳게 다지는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배심을 든든히 가 집시다. 그래야만 우리는 평화적 건설도 계속할수 있고 적들이 감히 덤 벼드는 경우 당황하지도 동요하지도 않고 싸울것입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방안을 둘러보시고 창문쪽에 시선을 멈추셨 다. 창문쪽은 포장을 드리운것처럼 보였다. 김책이 일어나 전등 스위치를 넣자 천정의 둥근 전등에서 은회색빛이 쏟아져내렸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여전히 어둠을 감촉하시는 눈길로 창가를 보시였 다. 방안에 불을 견때문인지 밖은 더 어두워보였다. 문득 노래소리 같은것이 들렸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 소리에 귀기울이시다가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가셨다. 창가림을 제끼고 문을 여시였다. 창광산둔덕아래의 학교쪽으로부터 풍금소리와 함께 밝은 노래소 리가 흘러들어왔다. 백두산 말기에 백학이 너울너울 해방된 강산에 뼈꾸기 뼈국 삐곡 이즈음 농촌이며 가두 어디서나 즐겨부트는 노래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분명 고중써클원들이 부트는듯한 그 노래에 심취 되신듯 한동안 서계시다가 돌아서시였다. 《지각있는놈들이라면 저런 노래를 부트는 사람들에게 감히 덤벼들진 못할것이요.》 최용건과 강건이 떠나가고 김책이 뒤따라나가다가 돌아보았을 때 김 일 성 동지 께 서 는 침 통한 기 색 으로 비 내 리 는 밖을 주시 하고계 셨 다. 《그냥 계시겠습니까?》 40 김책이 물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벽시계를 언뜻 보시였다. 《홍명 희 선생 을 만나기 로 했습니 다.» 《퇴근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냥 갈리가 없는데 …》 김일성 동지께서는 부관실과 련결된 신호단추를 누르러다가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부관실에서는 홍명희부수상이 깜장스카트에 흰브라우스를 입 은 동싯한 얼굴의 처녀와 함께 무슨 그림인가에 열중해있었다. 문 소리에 고개를 든 처녀는 장군님의 뒤견에 선 김책의 엄엄한 얼 굴을 보자 옷걸이판옆에 물러섰고 홍명희는 약간 붉어진 얼굴로 인 사를 했다. 《기다리 셨군요?》 김일성 동지께서 민망스런 표정으로 말씀하시며 강부관에게 나 무람어린 눈길을 주시자 홍명희가 서둘러 말씀을렀다. 《부관동무가 알리겠다는걸 제가 말렸습니다. 여기서 그림감 상을 했 습니 다. )) 김일성 동지께서는 홍명희가 집어드는 수채화를 보시였다. 옷 걸 이 판에 붙어 서 지 금 어 쩔 바를 모르는 저 오영 헤 가 8. 15해 방기 념일을 계기로 열리는 미술작품현상응모에 내겠다고 보름전부터 름 름이 그리 던 그림이 였다. 김 일성 동지께서는 그림 의 소재 로부터 주제에 이르기까지 오영헤와 이야기가 있은지라 새삼스러운것이 없 었지만 찬찬히 여겨보시였다. 전람회에 낼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 서는 그이께서 결론해달라고 오영헤가 이미전에 부탁을 드렸기때문이 였다. 오영헤는 희생된 오중성의 딸로서 김일성 동지께서 각근한 관심 을 가지고 돌봐주시게 된 그 많은 유자녀들중의 한사람이였다. 《어떻습니까?》 김 일성 동지께 서는 홍명 희에게 물으시 였다. 《저는 지지표를 주기로 했습니다. 이건 명혜의 당당한 출세 작이 될수 있습니다. 다만 이 옷차림에서 영헤와 의견이 상치되 였습니 다. » 홍명희는 익살어린 눈길을 오영헤에게 주었다. 오영헤는 도릿 41 한 얼굴이 홍시처럼 익 어 숨조차 크게 못쉬고있었다. 《온 나라 가 배운다》라는 제목을 붙인 그림은 일을 끝마친 로동자들이 야간 등교수업을 하는것을 형상하였다. 칠판앞에서 산수문제를 푸는 중년나이의 남자를 중심에 앉히고 창문밖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 며 저희들끼리 속삭이는 인민학교(당시) 학생들의 웃음어린 모습을 측면으로 조화시켜 생신하고 밝은 양상을 띠고있었다. 그런데 칠판앞에 선 사람은 아래우 맞달린 푸른 작업복을 입 고있 었 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오영헤 가 로동자를 형 상하기 위 하여 의도적으로 그 차림을 시켰음을 알았으나 내색 하지 않으셨다. 《이 동무가 아마 지각을 한 모양입 니다. 옷을 갈아입을 시간 이 없었겠지요.》 〈〈장군님 !》 오영헤가 얼어붙었던 입을 열었다. 《그건… 부수상선생 님이 전형화에 맞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 니다. 그래서 고치기로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런것을 두고 자연주의표현이라고 하는것 같습니다.》 《그一래 ? !》 김일성 동지께서는 새삼스레 오영해를 보시였다. 동북에서 나온 첫해에는 조선글조차 똑바로 못쓰던 그가《유식한 술어》까지 탕탕 쓰는것 이 우습기도 하면서도 놀라우섰다. 그러 나 그림 하나를 두 고 가슴을 조이는 영헤의 긴장된 눈매를 보면볼수록 가슴 한복판 을 스쳐가는 근심과 불안을 지우실수 없었다. 이 천진란만하고 순진 한 영헤가 지금 시시각각 다가오는 엄흑한 사래를 안다면 어찌할가. 《접수되면 고쳐야지. 그게 좋겠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자신의 심중이 드러나실가봐 재빨리 말씀하 시고 돌아서시였다. 《장군님,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생긴것이 아닙니까. 신색 이 좋지 않으십 니 다. 최용건선생도 그렇고 김책선생도 그렇고…》 집무실에 들어선 홍명희는 자리를 잡아 앉기바쁘게 이렇게 물 었다. 홍명희가 만든 문건을 끄당겨 펼치시던 김일성 동지께서는 뜻 밖의 물음에 놀라움을 금치못하고 마주보시였다. 소년의 눈처럼 리 42 없이 맑은 로인의 안청에 드리운 다심한 정과 근심어린 빛을 포 착하신 그이께서는 이 오랜 학자며 작가인 부수상앞에서는 아무 것도 숨길수 없음을 깨달으셨다. 《선생님,전쟁이 터질것 같아서 그럽니다.》 군살이 없는 홍명희의 갱핏한 얼굴이 재빛으로 변해갔다. 《장군님…》 다시 고개를 쳐들었을 때 홍명희의 눈시울이 떨었다. 《전쟁은 꼭 터지고야말것입 니다. 이 땅의 력사가 그렇게 비 틀어 져 있는것 이 아니겠습니 까.》 재차 말을 잇는 홍명희의 눈에는 처연하면서도 슬픈 빛이 넘 쳐 흘렀다. 어찌보면 모든것을 체념한듯하고 또 다트게 보면 울 분에 지 쳐버 린듯한 표정 이 기 도 하였다. 《정통적인 맑스주의와는 좀 어긋날지 모르지만 력사란 결국 순 환과 반복의 과정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발전이라는 의미에서 라선 형적반복이 라고 보지만… 전 이즈음 리승만패당과 미국이 하는 노릇을 보고 천년전에도 있었고 백년전에도 있은 반역을 볼니다. 사색당쟁에 피눈이 되여 날뛰고 돈과 권력이 라면 제 나라,제 인 민까지 서슴없이 팔아먹는것이 리완용의 대에 끝난것이 아니니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입니까.》 《그래도 시대가 달라지고 인민들이 각성하지 않았습니까.》 《장군님,옛말에도 민심이 천심이라 하면서 백성의 힘에 대해 서 말했고 더우기 맑스주의는 인민이 력사의 창조자라는것을 명 백히 찍었지요. 필연이란 의미에서 보면 인민이,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은 론할것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력사란 우연과 필연의 사이길에 서 방황하는 나그네라는 말이 있는것처럼 우연에 기울어질 때가 적 지 않거든요. 부정의가 정의를 심판하고 참살한 경우가 얼마나 많 았습니까. 현대에도 그렇지 않습니까. 인민의 의지대로 된다면 이미 사회주의는 빠리를문에서 성취되여야 했고 일본제국주의는 조 선땅에 발을 붙이지 못해야 했으며 히틀러는 총통자리에 올라앉 지도 말아야 했을겁 니 다.》 《허허,선생은 저를 몹시 난감하게 하는데요.》 43 《제 장군님앞이니 다 터놓습니다. 다른 사람들 알면 로망든 늙 은이 소리라고 펄쩍하겠지만…》 〈〈계속하십시오. 흥미있습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홍명희의 현학적인 론조에 끌려 잠시나마 현실의 중압에서 벗어나신 기분이였다. 홍명희는 방금전의 비감 어린 빛을 다분히 가신채 이야기에 열중하였다. 《전쟁에 대한 말이 났으니 장군님,인류가 생겨나 지금까지 계산해 본데 의하면 1만4천번의 전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쟁에 대해 서는 처음부터 많은 사람들이 반대해 나섰습니 다. 싸움을 하면할수록 더 그랬습니 다. 그러 나 첫 전쟁 이 있은 때 로부터 수천년이 지 난 오 놀까지 전쟁은 계속 일어나며 이제는 〈전쟁유익설》이라는 체계정 연한 리론까지 나오고있습니다. 30여년전의 빠리국제협정은 조건부 를 주긴 했지만 전쟁을 국제법으로 승인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데 서 보면 맑스주의자들도 크게 례외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반혁 명적폭력에 혁명적폭력으로 맞서자는 구호는 결국 전쟁에 대한 인정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보면 전쟁은 없을수 없습니다.〉〉 《그럼 전쟁에 대해 선생 생각은 어떻습니까?》 《할것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리승만이가 내놓고 북 침하겠다고 하고 덜레스까지 날아들어 전쟁모략을 꾸미고있는판 에 칼들어오너라 하고 기다릴수야 없지 않습니까. 기회를 놓치다가 는 큰 참화가 빚 어질수 있다고 생 각합니 다. 엥겔스나 레 닌은 이 에 대해서 〈씨뚜아찌야》라는 뜻으로 풀이했던것 같은데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전취물을 지키기 위 한 이 결단 은 맑스주의원칙 에 도 부합되는것 이 라고 생 각합니 다.》 《맑스주의라구요?》 김일성 동지께서는 허구픈 웃음을 지으시였다. 김책이나 다른 누 가 이렇게 말했다면 그것은 응당하다고도 할수 있었다. 그러나 홍 명희가 이렇게 말한다는것은 상상밖이였다. 홍명희는 맑스주의를 연구했으나 자신을 맑스주의자라고 하지 않았다. 그는 공산주의자들로 꾸려진 이 내각에서 유일한 비당원 부수상이 였다. 저멀리 한일합방의 비운의 날 일제침 략자들의 조 44 선강점에 항거하여 선친이 자결한 그때로부터 한생의 목표를 구 국독립에 둔 홍명희는 일찌기 1920년대에 《신간회》창립자로서 정 치 운동에 뛰 여 들었 다. 그 길 에 서 《민족개 량주의》의 황혼을 체험하였고 신사조로 물결쳐들어온 어중이떠중이 좌우경 공산주 의리론과 운동의 탁류속에서 이것도 저것도 다 아니라는 쓰디쓴 환 멸과 좌절감도 맛보았다. 모든 주의 와 운동이 파벌의 란투극으로 종말을 고하고 일제침략자들의 총부리밑에 쓰러져버릴 때 그는 세상을 개탄하며 은둔생활로 들어갔다. 그에게 남은것이란 《떠 가는 구름 흐르는 물같이 거침이 없고 리가 없어야 한다.》는 좌우 명 뿐이 였다. 그러 나 그 좌우명과 《애 국을 저버리지 말라》는 선친 의 유언을 지킨다는것마저 어려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해방을 맞 아 김일성장군님을 찾아오는것으로 그는 자기의 좌우명과 량심, 선친의 유언을 참답게 지키는 활로를 찾았다. 조선력사에 대한 깊 은 통찰과 파란많은 한생의 귀추끝에 그가 얻어내고 표방하는 교훈 이 란 한나라,한집 안에 서 당쟁 과 파쟁 은 멸 망의 징 조라는것 이 였 다. 그는 오직 조국의 평화통일에 마음기울이며 민족의 화해와 번영 을 지망하는 사람이였다. 서울에는 그의 벗들이 많다. 괴뢰정부 의 많은 사람들과도 친면이 두럽다. 그런데 도 그는 자기 의 과거 와 친지들이 있는 낡은 세계와의 싸움을 정당화한것이다. 천성이 참하고 단정한 이 기품있는 로인의 비상한 결단은 감정이 라기보다 오랜 력사를 추슬러 엄은 론리적해답에서 나온것일것이 다. 그리 고 그 해 답을 맑스주의 전쟁 론으로까지 공고화시 키 고있 다. 그렇 다. 맑스와 레 닌의 전쟁 론에 서는 절대 의 다수 피 압박계 급 의 승리를 위해서는 그 결정적기회에 선손을 써 싸우는것이 필요하 다고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머리를 저으셨다. 《우리는 그럴수가 없습니다. 이 땅에서 한 겨레가 서로 피흘 리는 싸움에 대해서는 그것이 설사 맑스주의,그보다 몇배로 훌륭한 주의 로 정당화된다 하여도 받아들일수 없습니 다.》 김 일 성 동지 께 서 는 홍명 희 에 게 서 원가 다른,전쟁 이 아니 라 평 화에 대한 희망과 가능성을 들으려고 기대하셨던 자신을 돌이켜 보며 서운함을 느끼시였다. 45 《그럼 선생이 이 〈국회의원〉과 〈정부장관〉들의 긍정점까 지 밝히려 애쓰신것은 무엇때문이 였습니까? 선생은 지금 이 시 각까지 아니, 래 일도 모레도 화합을, 통일을 바라실것 입 니 다. 선생 은 전쟁을 아십니까?》 홍명희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말씀을 끊으 신채 강부관이 날라온 차를 홍명희에게 권하시고 자신도 조금 마시 였다. 그리고 차잔을 책 상우에 내 려놓으시고 노란 차물의 파동을 지켜보다가 흥분한 안색으로 말씀을 떼시였다. 〈〈선생의 말씀처 럼 인류는 그 문명 이 시작될 때부터 전쟁 이 라 는걸 알았습니다. 곤봉과 창으로부터 시작된 전쟁 이 오늘에는 비행 기와 대포,지어 원자탄으로까지 번져졌습니다. 그러고보면 인류 사는 전쟁사이기도 합니다. 슬프게도 이 파정엔 포악한 침 략자들이 이긴 경우가 많았고 그로 하여 력사의 반복이라는 가슴아픈 말도 나오게 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인민이 자기 힘과 사명을 자 각하지 못한 때의 일들입니다. 너무나 오랜 과정을 겪었지만 인 민대중은 자기의 위치와 사명을 깨닫고 세기와 력사의 주인으로 나 서고있습니다. 이렇게 될 때 슬픈 력사는 결코 그대로 반복될수 없 을것입니다. 나는 우리 인민이 어제날의 인민이 아니라는것을 잘 알고있습 니다. 나는 이 점을 믿기때문에 지금까지 평화통일에 대한 구상 을 포기하지 않고있으며 극반동이라고 하는 피뢰〈국회》나 〈정 부〉의 인사들과도 만날 용의를 품고있는것입 니다. 선생의 문건에도 밝혀진 인간으로서의 그 마지막 잔해를 확대 해보며 손을 내밀자는것입니다. 선생도 잘 아시지만 나는 화성의숙 시절부터 오늘까지 수다한 〈반공》의 거물들을 만났습니다. 그 런 거물들속에서 인간적인 량심,민족적인 량심이 조금이라도 남 아있는 사람들은 례외없이 우리와 손을 잡았습니다. 나는 그런 경 험과 믿음으로부터 중립적 인 인사들은 물론 우익정치인들에 대한 희망도 완전히 포기 하지 않고있습니다.》 《장군님,솔직 히 말씀드려서 저는 그들이 협상장에만 나오면… 하고 기대를 가지고 생각합니다. 김구도 김규식이도 장군님을 한번 46 만나뵈 옵고 개 과천선 하지 않 았습니 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홍명희의 얼굴로부터 창문쪽에 시선을 돌리 셨 다. 〈〈글피 가 김 구선생 의 한 I 제 지 요.» 《네,그래서 그날 조국전선명의로 추모회를 열자고 생각합니다.》 《벌써 한해가 되였군 !》 김일성 동지께서는 나직이 뇌이고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계시다 가 문건을 번지시였다. 《이 추가초청명단은 김구의 한 I 제를 계기로 내보냅시다. 조 전도 보내고…》 김구는 평화통일을 주장한것이 죄가 되여 백주에 흉탄을 맞고 쓰러 졌다. 민족주의 운동선상에 서 마지 막 거 장의 비 통처 절한 운명 이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치신 매 사람의 이 름을 더듬다가 《※기 타》〉라고 한 란에 시선을 멈추셨다. 《여기 인사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무소속인사들입니다.》 홍명희는 반쯤 몸을 일궈세우고 문건을 들여다보다가 쑥스러 운 미소를 띠우며 계속했다. 《제 개인적인 친면으로 써넣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저 그들 이 장군님을 한번 만나뵙게 했으면 하는 소망에서이지요. 례하여 거기 성송암이라고 하는 사람은 제 오랜 론적인데 정계와 학계에서 이름있는 학자입 니 다. 옛날 성삼문이 라는 학자의 후손인데 괴벽 한 고집불통입니다. 끝없이 박식하면서도 끝없이 막혔습니다. 정견 으로 보면 민족주의에 가까우나 본인의 주장으로는 일체 주의와 주 장을 다 부정합니다.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완전히 어둡게 보는 사 람이기도 하지요. 그런 면에서는 숙명론자이기도 합니다.》 〈〈흥미있는 사람입니다.》〉 《자기 말로는 력 사를 부여안고 통곡하며 산다는데 인간으로 볼 때는 더없이 깨끗하지요. 전 그가 한번 장군님을 뵈옵고 깨도를 하여 그 문객들과 친지들에게 좋은 영향을 줬으면 합니다. 려운 형과도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전 아까 장군님께서 인민대중의 각성 47 에 대 하여 말씀하실 때 이 사람 생 각도 했습니 다. 그처 럼 박식 한 사람이 그처럼 모호하고 복잡한 사상의 기로에서 헤매이니 과연 언 제면 모두가 각성할가 하고말입니다. 그 사람의 리론인즉은 인민이 란 드센자의 손탁에서 놀아나는 불쌍한 양떼에 불과하다는것입 니 다. 저 역시 리론적으로는 인민의 무궁한 힘에 대해서 믿지만 총칼 앞에서는 어쩌지 못한 과거를 생각지 않을수 없습니다.》 《과거 ? ! 물론 그런 과거 가 있었지요.》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지 금 히 비 야본점 (미 극동사령 부) 이 나 워 싱 론, 서울에 틀고앉아있는 많은자들이 우리 인민을 그 옛날처럼 얕보 리라는 생각에 끌수 없는 분격이 치밀으며 음성이 떨리셨다. 《그러나 력사는 조만간 우리 인민이 침 략자의 총칼앞에 룰틀 이 흩어져 쓰러지는 약자가 아니라는것을 알게 될것입니다. 이 세 기는 우리 인민의 피로운 과거에 영원한 종지부를 찍는 중견자로 될것입니다.》 김일성 동지께서 내각청사를 나오시여 저택에 이르셨을 때는 10시,비몇은 뒤 끝이 였다. 야외등이 푸릿 하게 비 치는 정 원길을 곧 추 질러 저택정문에 들어섰을 때 강부관이 마중하였다. 《최현동무가 몹시 기다렸겠지 ? 식사는 시켰소?》 《네,처 음에는 기 다리 겠다고 하다가 지 시 라고 하니 까 몇 술 들 었 습니 다. 지 금 쉬 는것 같습니 다. » 김일성 동지께서는 신을 벗고 발끝걸음으로 왼쪽 응접실문앞에 이르시였다. 길게 숨을 들이그었다가 짧게 내보내는,잠들었을 때의 최현의 숨소리를 확인하신 그이께서는 소리가 날세라 조심스레 문고리를 잡아당기시였다. 밤색유단을 씌운 쏘파우에서 최현이 왼견으로 머리를 떨군채 말뚝잠을 자고있었다. 그의 한쪽 무릎우에는 룡옥이가 머리를 올려놓고 색색 코소리 를 내며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딸애의 어깨우에는 최현의 팟팟•한 손이 어루쓰다듬듯 놓여있었다. 어설프면서 눈물나는 광경이였다.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한참이 나 서 서 그 모습들을 지 켜 보시다가 맞은편 안락의자에 가앉으시였다. 48 강부관이 매우 긴장된 기색으로 방에 들어와 김일성 동지께 속 삭이듯 말씀드렸다. 《내무성 에 서 전화가 왔습니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최현을 다시한번 돌아보고 방안을 걸어나가 시였다. 강부관은 장군님께서 오시면 제꺽 알려달라고 하던 최현의 부탁을 리행하지 못하여 저 범같은 사람한테 한번 땀줄이 나게 닥 달을 받으리 라는 생 각을 하며 시 름겹 게 서 있 다가《뭐 요?》하는 장군님의 격하신 음성에 흠칫하며 돌아보았다. 열려진 전실옆방 에 김일성 동지의 옆모습이 뵈였다. 한손으로 전화탁을 꽉 누르신 그이의 눈길에 심상치 않은 불빛이 번쩍였다. 《그래… 알겠소. 나도 나가겠소.》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송수화기를 그대 로 든채 굳어 진듯 서 계시 다 가 한참만에 야 내리 시였 다. 응접 실 에서 최현 이 가 황급히 얼굴을 문 지르고 옷자락을 쓸어내리며 뛰다싶이 나왔다. 《장군님,안녕하 십니까?》 어망결에 인사를 올리며 황황히 마주오자 방금까지 불꽃을 튕기던 김일성 동지의 안광에는 따뜻한 미소가 피여오르시였 다. 《최현동무.》그이께서는 그러 안을듯 마주가시여 최현의 두손 을 꼭 잡아주시였다. 최현은 벙글벙글 웃었다. 《축가지 않으셨군요.》 《허허,내가 왜 축가겠습니까. 그랬다간 또 동무들한테 야단 을 만나려구.》 김일성 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며 최현의 어깨를 그러안고 응접실로 들어가시였다. 《오늘 철호동무한테 욕을 먹진 않았습니까. 그렇게도 꿈쩍 안 하면 됨니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아까 앉았던 안락의자에 앉으며 물으시였다. 최 현은 그이께서 권하시는 맞은편 쏘파에 엉거주춤 앉아 싱굿 웃었다. 《그 사람이야 제게 욕할 자격이 있습니까. 자기야 사민이고 나 는 군인이 아닙 니까 . 》 롱담으로 얼버무린 최현은 웃음어린 눈으로 김일성 동지를 우 49 러 러 보다가 정 색 하여 말씀드렸다. 《이젠 그 사람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아주십시오. 호부자집 귀 부인처럼 호강을 하는데… 참 춘국동무를 거기서 만났습니다.》 《문병을 왔던가요?》 〈〈예,렌트겐촬영하러 왔다가 들렸습니다. 다리는 철덩이같은 데 장군님께서 자꾸 걱정하신다고 민망해하더군요.》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빙그레 웃으시 였다. 최현은 그 웃음에 용기를 엄은듯 한무릎 나앉으며 두눈을 가 느스름히 포프리고 말을 이었다. 《장군님,춘국동물 그냥 〈몽고해군〉으로 두시겠습니까. 그 사람은 송악산물이 제몸에 딱 맞는다고 했습니 다. 그저 산이 좋 다는겁 니 다. )) 《허허,최현동무는 춘국동무한테서 단단히 무슨 침을 맞은 모 양입 니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소리내여 웃으시였으나 왜서인지 그 웃음뒤 끝에 쓸쓸한 음영이 뒤따르는듯실었다. 그이께서는 담담한 어조 로 말씀하시였다. 《사실 이제와서는 해군에 그 동무가 꼭 있어야 될 필요는 없 습니다. 하지만 다리부상처도 채 낫지 않고 해서 그자리에 두는것인 데… 참,거기 정세는 어떻습니까? 어제 포사격이 있었다지요.》 최현은 김일성 동지께서 최춘국의 직무문제에 대하여 대답을 주시는중에 얼굴빛을 흐리신것을 보고 왜서일가 하는 의문을 굴 리느라 그저 《네.》하고말았다. 《전사 한명이 희생되였다는데 어쩌다가 그렇게 되였습니까?》 김일성 동지께서 재차 물으시였다. 최현은 잠시 대답을 못드리 고 망설였다. 모든 사실을 다 말씀드릴것인가 말것인가. 순간적 으로 눈앞에 쓰러진 전사의 얼굴이 떠오르고 뒤미처 거뭇한 봉분앞 에서 곡도 흐느낌도 없이 눈물만 똑똑 떨구던 가날픈 녀인의 모 습이 스쳐지났다. 《장군님,정 말 참기 어려 운 일 입니 다.» 최현은 그때의 분격과 슬픔이 다시금 끓어올라 어제의 포사격 50 으로부터 오늘 장례식에 이르기까지의 일을 상세히 말씀드렸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원탁에 올려놓으신 두손을 꽉 마주잡은채 아무 말씀도 조그마한 움직임도 없이 듣고계시다가 림운학이 가 38도선전방구분대로 오겠다고 했을 때 그의 어머니가 말없이 절 을 하는것 으로 아들의 소청 에 동의 를 표시하더 라는 대 목에 이 르 러서 문독 말허리를 끊으시였다. 《그 어머니 년세가 어떻게 됨니까?》 〈〈쥔한살이 랍니 다. 전 그 운학이라는 동무의 제기에 대해서는 그저 용무나 하고만 생각했는데 어머니의 그 래도를 보고서는 정말 눈물이 났습니다.》 《고향이 남조선입니까?》 《고향은 승호리 랍니다. 참 그 집안 래력을 듣고보면 기가 막 힘니다. 그 동무네 아버지는 해방전에 〈반일무장단》사건으로 체포되 여 서대문형무소에 갇혔는데 지금도 그 신세를 면치 못하 고있습니다. 올해들어 열여덟살에 잡힌다는 그 동무동생은 아버 지 를 만나는것 이 소원 이였답니 다. 포대 경 으로 서 울쪽을 보며 울 기 도 하고… 그런데 죽는것 도 참 기막히 게 … 호박발을 돌아보다 가 파편에 맞았는데 손에 호박꽃을 떡 쥐고 숨이 넘어 가있는것 이 아니겠습니까. 글쎄 이런 일이 벌써 얼마입니까.》 최 현은 작년도의 적 의 무장침 습사건만도 2,617회 를 기록하고 있고 그 무장도발에서 희생된 사람이 경비대를 제외하고도 400여명 이 넘는다는것까지 말씀드리러다가 김일성 동지의 안색이 무섭게 변 한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 희생된 전사의 이름이 무어라고 했던가요?》 김일성 동지께서는 갈린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최현은 김일성 동지께서 희생된 유격대원들과 그 유자녀들의 이름과 주소를 적군하던 비망록을 꺼내 펼치시는것을 보았다. 그가 희생된 전사의 이름을 말씀드리자 김일성 동지께서는 어머니와 형의 이름까지 물으시였다. 《림 운학 ? …》 그이께서는 이름을 적다가 기억을 더듬어 눈길을 포프리시였다. 51 《그 동문 총참모부 군관인데 애인이 서울에 있답니다.》 《서울에 ?》 《네,이 집 안을 보면 온 나라의 불행 이 한군데 모인듯합니 다. 장군님,정말 이대로는 참기 어렵습니다. 쩍하면 놈들은 갈개 지,계속 희생이 생기지,전사들은 눈에 불이 나 들이댑 니다. 원쑤들 을 요정내고 통일을 해 야 한다는것입 니 다.» 《통일 !》 김일성 동지께서는 천만의 무게를 가진 음조로 나직이 뇌이시 였다. 또한번 마음무거운 진통을 체험하셨다. 모두가 통일을 웨 치고있구나. 홍명 희는 론리 로,최 현은 감정 과 담기 로… 그 녀 인과 아들은 가정적비극으로부터…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한동안 침 묵을 지 키 고계 시 다가 조용히 말씀 하시였다. 《물론 통일은 해야 합니다. 통일이야말로 우리모두의 숙원이 고 최대의 희망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에젠 이 땅에 두번 다시 류혈이 없게 해야 할 사명도 지워져있습니다. 우린 아직 동북 에 널려있는 전우들의 유해도 다 안치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최현은 숨이 탁 막혀 드는것 같았다. 어제날 만주의 수림속에 서 사랑하는 전사들이 쓰러 졌을 때 그 시 신을 부여 안고 눈물짓 던 장군님의 영상이 현재의 비통한 모습과 엇섞여 안겨왔던것이다. 《장군님,제… 담배를 좀 피우겠습니다.》 《담배를 ? !》 김 일 성 동지 깨 서 는 되 묻고나서 〈〈참,내 깜빡 잊 을번했소. » 하 며 일어 나시 였 다. 그이 께 서 는 방을 나가셨 다가 인츰 되 돌아오시 였다. 손에는 호화판포장을 한 네모난 함이 들려 있었다. 〈〈며칠전 벌가리 아동무들한테서 선물받은것입 니 다. 그 나라의 특산이라고 자랑을 하길래 동무에게 주자고 남겼던것입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포장을 헤치고 담배 한갑을 터치여 친히 담 배가치를 최현에게 내미시였다. 《원 장군님두… 이런것까지… 뒀다가 쓰시지.》 김일성 동지께서는 최현이 담배 한대를 다 태울 때까지 그냥 지 52 켜보기만 하시였다. 최현은 이상스런 긴장감을 느끼며 담배불을 비 벼꼈 다. 《최현동무…》 그이께서 말씀을 떼시자 안색이 심각해지고 알릴듯말듯 주름 이 일어서는 이마에서는 준절한 기운이 풍기시 였다. 《방금전에 받은 전화인데… 10시경부터 38도선 거의 전반지 역 에 서 적 들이 포사 격 을 시 작했 습니 다. 심 상치 않은 놀음입 니 다. 사래는 우리 의 희 망과는 달리 번져 나가고있습니 다.》 《네 ? !》 최현은 흠칫했다. (이래서 였구나.) 오늘 만나뵈온 김일성 동지는 어딘가 다른데가 있었다. 그이께서는 전쟁을 보시였다. 하지만 다문 30분이라도 최현의 기분 을 아늑한 즐거움속에 안아두려고 혼자서만 고뇌를 걸머지시였다. 최현은 입술을 꽉 악물고있다가 벌떡 일어섰다. 《장군님,떠 나겠습니 다.》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묵묵히 보시 기 만 하다가 자리 에 서 일 어 서 시 였 다. 《잠간만 있으시오.》 그이께서는 방밖에 나갔다가 도자기병 하나를 들고 오셨다. 상두대우에 놓인 커다란 차잔 두개를 가져다가 그 병의것을 부 었다. 병의 액체는 그 두잔에 다 쏟아졌다. 《앉으시 오,최 현동무.》 그이께서는 술이 담겨진 차잔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시다가 잔 하 나를 최현에게 내미시였다. 《식 사할 때 들자고 준비 한건데 … 자,듭시 다. » 최현은 눈굽에 눈물이 핑 고였다. 《장군님,이거 정말…》 〈〈왜 그러시오?》 《마음이 스산해 그럽니다.》 《아니,동무도 약한 소릴 할 때 있소 ?》 53 《아니,그것 이 아업니 다. 아까 방에 혼자 와 있을 때도 그랬 습니다만… 정숙동무가 없으니 영… 스산합니다. 지금도… 이제 험 한 일이 생기면 더하겠지요. 왜 먼저 가서…》 최현은 말끝을 채 맺지 못하였다. 김일성 동지 깨서는 흔들거리는 액 체 면 의 잔물결 을 보시 다가 약 간 고개를 저으셨다. 다함없는 정이 어 린 눈길을 최현에게 주시 였 다. 《나에 대해선 걱정마시오. 동무들이 잘 돌봐주니까. 동무에게 미안한게 많소. 동무랑 철호동무랑 주을온천에 보내려고 했는데… 내 마음대로 잘 안되는구만. 언제 한번 쉬우지 못하고一》 〈〈장군님,무슨 말씀을… 전…》 최현은 목이 꺽 막혔다. 《마시기요.》 최현은 불을 삼키는것만 갈았다. 그리고 그 불은 온몸을 달구 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김일성 동지를 잘 알며 가깝다 고 생각하고있었다. 그의 가슴에 새겨진 김일성 동지는 세상에서 가 장 강한 인간이면서 동지에 대해서는 가장 마음이 무르고 인정이 많은분이시였다. 동지들파 인민들의 희생과 아픔과 슬픔에 대해 백 배천배 로 감수하며 피로와하시는분이시였다. 미구에 다가올 사변 속에서 가슴아프신 일이 한두가지이겠는가. 《최 현동무 !》 김일성 동지께서는 뜨거운 눈길로 최현을 보다가 말씀하시였다. 《만약 적들이 덤벼들면 단단히 답새기시오. 그러나 적들이… 물러선다면 자제하시오. 흑시 단념할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나의 희망을 동무가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장군님,명심 하겠습니다.》 《철호동무를 만나고 가시오.》 《네.》 잔을 놓고 침묵속에 마주보았다. 언어가 아닌 심장과 심장의 사 랑과 믿음, 약속과 맹세 가 오고갔다. 최현은 쏘파에 꼬부리고 누워 세상모르게 자고있는 자기 딸애 54 에게 시선이 닿자 어깨를 잡아 조심히 흔들었다. 《룡옥아,룡옥아, 이 젠 가야지 . 》 룡옥은 입을 다시며 돌아누웠다. 《허허,다 큰게 이게 뭐냐?》 최현은 어찌할바를 모르다가 통옥이를 훌쩍 들어 안았다. 통옥 은 반짝 눈을 뜨다 말고 〈〈아부지.〉〉하고는 도로 감아버리며 가 느다란 두팔로 최현의 목을 꼭 그러 안았다. 최현을 바래주신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길로 다시 내각청사로 가시였다. 차를 타지 않고 어둠에 잡긴 길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 며 복잡한 생각을 이어가실 때 느닷없이 최현의 이 야기에서 아슴푸 레 기억을 건드리던 림운학이라는 군인의 모습이 얼핏 떠오르셨다. 순서도 꼬리도 없는 추억이 점선을 그으며 그이의 뇌리를 스쳐갔다. (그래,보안간부훈련소에서였지. 그 동문 무슨 《송기떡》이라 는 별명을 가진 대원과 함께 처벌훈련을 받고있었다. 두사람 다 기 막힌 사연을 가지고있었지. 그 운학이 라는 동무는 동생까지 잃었 다. … 포사격에… 포사격이라? ! •••) 회상은 여기서 끊어지였다. 어마어마한 사변을 예고하는 38도 선의 소란이 그이의 모든 사색과 감정을 무참히 짓눌렀다. 한때 보안간부훈련소 신입병사반에서 《송기떡》사건으로 크 게 물의를 빚어낸바 있는 송기덕소대장은 금천군 시변리에 나와 모 내기동원으로 름바삐 지냈다. 래일 일요일 농촌지원을 나가는 군인들을 푸짐히 먹이겠다고 돼 지접 수를 갔다오라는 량식과장의 청 탁을 마지 못해 (사실은 바람 쐬는것으로 좋았지만) 받아물고 대원 한명과 함께 이른아침에 떠났 던 송기덕은 소짝같은 돼지 두마리를 접수하였다. 그런데 우리에서 나올 때만도 양전하다고 봤던 돼지들이 길에 나서자 애를 먹이기 시작한것이 종내는 한마리가 새끼줄을 끊어 버리고 맹렬한 기세로 달아났다. 기덕이 주먹을 부르쥐고 다쫓자 바빠맞은 돼지는 길가 논판에 뛰여들었다. 논물을 보던 처녀가 기 급을 하며 고함을 치는바람에 주변의 모군들이 달러와 소리치고 뛰 55 며 법석을 놓았다. 기덕이 논두렁을 올리뛰고 내리뛰고 하며 겨 우 돼지를 잡았을 때는 반들거리던 장화가 죽탕이 되였을 때였다. 기덕이 숨을 릎으며 논물에 장화를 씻는데 논물을 보던 처녀 는 《아유,저 논을 어째. 한섬을 밑졌네.》하며 기덕에게 곱게 눈을 흘기였다. 기덕은 썽글씽글 웃으며 《어쩌겠소,저놈이 군대규 를을 모르다나니 그리된걸. 처벌로 저놈을 오늘내로 없애버릴레 요.》하고는 넘어진 모대 몇개를 세워놓는 시늉을 하고 돼지의 궁 둥이를 발길로 조기며 몰아왔다. 그런데 부대정문에 이르니 중대장 이 나와 기다리고 섰다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련대장이 찾는다는 것 이였다. 기덕은 자기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르지 않았는가 두루 생각 하였으나 잘못이란 불을 까지 않은 돼지가 사납다는것을 모르고 각 성을 늦춘통에 농민의 논발에 좀 피해를 준것뿐이나 그 사실은 아 직 알리가 만무한것이고 흑시 꺽다리 부소대장이 리민주선전실 처녀와 어찐다는 말이 있더니 그때문이 아닐가 하는 억측도 있었지 만 그것이라면 자기우에 부중대장,중대장,대대장까지 있는데 이 조 그마한 별 하나짜리를 중성 셋을 단 지휘관이 부른다는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련대장은 시퍼렇게 성이 난 얼굴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련대에 배치될 때 가까이 만나고는 처음인,늘 상냥스런 웃 음으로 인상지어진 련대장이 성나있는바탐에 기덕은 죄지은것이 없 으면서도 가슴이 두근거 렸 다. 그가 도착보고를 하자 련대장은 ■탕 이 된 바지며 장화에 못마땅한 눈길을 던지며 딱딱하게 물었다. 〈〈동무, 처가 있소?》 《네 구… 아 아니, 없습니다. )) 기덕은 간부과에 바친 리력서에 적었던대로 대답하였다. 《정말 없소?》 《…네 . )) 기덕은 가슴이 방망이질했으나 국 참았다. 련대장은 눈섭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빤히 그를 보다가 딱 잘라말했다. 《동문 열흘간 영창처벌이요.》 송기덕은 얼음물에 잠겼다나온 사람처럼 정신이 홱 맑아졌다. 56 흑시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쳤으나 지레 겁먹고 이실직고하 는것은 사내가 아니지 않는가. 《련대 장동지,질 문할만합니 까 ?》 〈〈하시오.》 〈〈무슨 리 유 인지 알려 주십 시 오.» 《이런 소가죽같은一》 련대장 리훈은 백 소리치고는 제풀에 껄껄 웃었다. 그리고는 다 시 퍼렇게 성을 내며 물었다. 《리 복심 이 라는 녀 자는 누구요 ? 솔직 히 말해 보오.» 련대장의 안존한 얼굴빛은 이미 태풍의 한고비가 지나갔음을 암 시했다. 이렇게 된바에는 더 숨기고 뻗댈 여지도 없다. 더구나 마 음이 녀자같이 착하다는 련대장이 아닌가. 송기덕은 얼굴이 뻘개서 자백은 하되 이럴 때일수록 수세에 빠지는 저자세가 아니라 공세로 나가야지 괜히 잘못했소 하고 흰기를 들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련대장동지,사실은말입니다. 억울하게 된 일이 있습니다. 우리 부모가 까막눈의 화전군인데다가 할아버지는 봉건이 가뜩했습 니다. 글쎄 해방된 다음해 평생 처음 남알마대나 건사하게 되니 까 흩 열일곱살인 저를,그때 전 다른 열일곱살짜리보다 퍼그나 어 렀습니 다. 장가들인다는것 이 였습니 다. 색 시 감으로 찍 어놓은 녀자 는 역시 화전뚜구리 리달보라는 어른네 딸인데 제야 뭐 압니까. 철 이 있습니까, 셈이 있습니까, 미운거 고운거 압니까. 로할아버지는 〈사내 열일곱살이면 아들딸 3형제는 거느릴 때 다.〉고 하며 으 르지 아버지, 어머니는 땅이 있고 돈이 있는데 무슨 걱정 이냐 하 며 강제 결혼을 시 키 는것 이 아니 겠습니 까. 울며 불며 나귀타고 가 서 색시를 맞긴 맞았지만 어떻게 삽니까. 련대 장동지,그래 이것을 장가간것으로 봐야 옳습니까. 전 아 직 그 동무의 옷고름에 손도 대지 않았습니 다. 정말입 니 다. 그통에 로할아버지의 대통에 이마빼기 가 두군데나 터졌습니 다.》 《여 됐소,됐소.》 련대 장은 소리 치 다말고 배 를 그러쥐 고 웃어 댔 다. 그럴수록 송 기덕은 어리광대처럼 오히려 제가 큰 모욕이나 당한것처럼 풀풀 하 57 며 눈을 부라렸다. 《그래 그 녀자는 몇살이요?》 《저보다 한살 우입니다. 그래야 녀편네사랑을 올리도 받고 내 리도 받는다는겁니다.》 《군말할게 없소. 동문 이제부터 내 명령에 복종하오. 동무의 처 가…》 《련대장동지,정말 처가 아닙니다.》 《소대장동무,연극은 그만 노우. 지금 동무의 처가 평천리 부 대에 와있소. 온성 이 어디요. 그 먼곳에서 왔는데 안만나면 되겠 소. 휴가를 줄레니 가서 열흘간 지내고 오오. 조혼이란 잘된건 못 되지만 어쩌겠소. 맺어논 고름이니,가서 리각래각했다간 철직에 제 대요.》 《아,련대장동지. 그거야 봉건이지요. 련애나 가정이란게一》 《어리석은체하지 마오. 봉건을 반대한다 해서 부모가 맺어주 고 혼례까지 치른 녀자를 리유없이 버린다는건 용서할수 없소. 지 금까지의것은 용서해줄레니 어서 가오. 참,동문 대원들앞에서도 이 러오?》 〈〈린대장동지,그 녀자는 정치엔 문맹입니다. 그래도 군관의 안해라면 一》 《동문 입대할 때 어드랬소?》 련대장은 억이 막혀 기덕을 바라보았다. 기덕은 그 말앞에서 는 아무리 개비위를 부리려 해도 더 입이 열려지지 않았다. 《당장 가오. 이제 30분후에 후방물자를 실으러 가는 운수차 가 있을거 요. » 송기덕이 이 《불행》을 가지고 중대장 최만덕에게 갔을 때 중 대장은 깊은 동정을 표시했다. 조혼을 강요한 부모들의 《몽매성》 과 봉건의 잔재를 함께 한탄하면서… 그런데 정작 기덕이가 떠나게 되자 이제껏 복심이에 대한 푸 념에 맞장구를 치던 중대장이 영 거꾸로 나왔다. 《가서 만나면 잘 대해주라구.》 《잘 대해주란건 어쩌란겁니까?》 58 〈〈그나저나 무어놓은 배필이 아닌가.》 《난 싫수다.》 《그럼 쫓아보내겠다는건가?》 《쫓기야 뭐… 그러나 살지는 않겠습니다.》 《동문… 그 밸집을 고처야 돼.》 《하여튼 잘 설복하지요.》 《어떤 설복을 한단말인가.》 《나야 혁명에 몸바친 사람이고… 그건 촌보리동지니 물러가 라고…》 《허허… 난 모르겠소. 하여간 쫓는것은 반대요.》 이야기는 결국 매듭을 짓지 못한채 끝나고말았다. 기덕은 저 녁 견에 부대로 가는 후방부 운수차에 하나의 짐짝처 럼 마음 편치 않게 올라랐다. 59 제 3 장 6월 24일 아침의 서울. 《쌀 사이소,물고기 사이소.》성 량좋게 웨쳐대는 머 리 푸시시 한 싸구려장사들이 골목을 누비고 신문배달의 종소리에 눈을 흡뜨며 달려나가 받아쥔 신문 1면 란에 서 예 수의 강림 처 럼 어 마어 마하게 보이는 덜레스나 맥아더의 하품소리라도 찾아볼가 하고 급급히 살펴 보는 초췌한 선비님들이 《룩본장교구락부 파리》가 열 리 니 미 남 미 녀 들을 널 리 환영하여 맞아들인다고 한 자그마한 활자들을 보며 정세가 풀리는가부다 하고 안도의 숨을 쉴 때 계동의 고 몽양 려 운형의 뒤집에서 전이 노래진 파나마모를 쓰고 단장을 짚은 60대 의 로인이 밖으로 나섰다. 쑥 빠진 키에 넓은 이마가 흰칠하여 의것 한 풍채였으나 가까이서 보면 반백이 된 머리가 리발조차 제때에 못 하여 귀바퀴를 덮고 우수와 시름에 싸인 눈은 해빛을 두려워하는 양 땅만을 좇고있다. 멀리 이름난 학자인 성삼문의 후손으로 고고학 파 력사는 물론 현대철학에까지 론적이 없을 정도로 박식하건만 정 치의 물결이 엇갈리는 속에서 좌도 우도 아닌 제나름의 소로길을 걸어가는것으로 우사 김규식의 말로 하면 《무해무익의 초인》이라 불리우는 성송암이였다. 허나 사람들은 그 어떤 우주인처럼 《이 세상 의 손님》으로 표방하는 그를 존경하였고 따뜻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인문과학의 내 노라 하는 저 명 인사들도 성송암과의 교분을 명 함처 럼 휘두르는가 하면 정 계의 모모한 사람들도 《배 일애국자》 요,〈〈대 학자》요 하며 송암에게 아부하기도 했으나 송암은 려운 형이 총에 맞아 비명횡사한 다음부터는 그 어디에도 머리를 내밀지 않아 이제는 점 점 그 어르신네들의 기 억속에 서 사라져가고있었다. 송암은 옆구리 에 자그마한 곽을 끼 고있 었 다. 《보당의원》간 판을 단 집을 에돌다가 자전거에 부및친 송암은 피한다는것이 도랑 에 뛰여들어 넘어졌다. 넘어지면서도 곽은 떨구지 않고있다. 자 60 전거임자가 내려서서 사과의 말을 할 때 그는 들은등만둥 얼굴 한 번 찌프리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외진 골목에서 큰길로 나서는데 가날픈 목소리가 마중하였다. 《아버지 아니세요?》 로인의 앞에 흰 치마저고리를 입은 30대의 녀인이 미끄러지듯 달러 와 선 다. 가름한 얼 굴이 희 다 못해 창백한데 다가 눈가에 푸 르무레한 그늘이 비껴 어딘가 쓸쓸한 음영을 풍기는 녀인이였다. 《계 화냐.》 토인은 기 태하는것 도 또 싫 어하는것 도 아닌 소리 로 대 답하고 는 녀 인의 리하나 없 이 산뜻한 옷차림 과 기 름을 발라 쪽진 머 리 에서 은은히 풍기는 이국산 향수내에 골살을 찌프리였다. 〈〈어델 이리 급히 떠났어요?》 《골동품점엘 … 어제 김 규식씨 가 알아봤다만 수가 없구나. 서 장녀석한테 돈을 찌르는게 낫다고들 하길래 할수없이 고려 선운 도사의 금불상을 팔러가는길이다.》 녀인은 아버지가 일생을 바쳐 모았고 그로 하여 제 생명보다 귀 히 여기던 불상을 팔겠다고 나선 놀라운 결심앞에 비참한 형색으로 보다가 로인의 손을 잡았다. 《아버지,이젠 련화는 경찰에서 취급하지 않아요. 그 앤 룩군 형무소에 넘어갔어요.》 《게 무슨 소리냐?》 《그렇게 됐어요. 하지만 차라리 잘된셈 이 야요. 오늘 당장 련 화를 빼내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는걸요.》 《건 누군데 一》 로인의 흐릿하던 눈이 번쩍하고 커졌다. 방금전까지만도 딸을 마치 이방지대의 외인처럼 바라보던 그의 눈에 따뜻한 빛이 갈마들 었 다. 《백정식이라고… 저 채병덕참모총장의 처남되는 사람인데 이 번에 미국류학을 하고 와서 지금 리〈대통령》의 경호장교로 림 시 있다고 해요. 그 사람이 …》 《으음…》 61 성송암은 앓음소리를 치며 눈을 감았다. 그는 추악한 환영을 쫓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어색한 낯빛으로 헛기침을 했다. 《그래 그 사람은 어떻게 알고… 구한다더냐?》 《어제밤 주인과 함께 집에 왔더군요. 그때 그가 련화에 대해 물어보길 래 말했 더 니 자기 가 구해 낸다는것 이 예 요. 그런데 는…》 이 대목에서 계화의 량볼이 보라빛으로 물들었다. 《그런데란 뭣이냐?》 《자기는 련화 없이는 못살겠는데 찬성을 해달라는거예요.》 《그래서一》 《저는 그가 도미 류학도 하고 남자로서 그만하면 빠진데 없다 고 봤어요. 저의 의사를 듣더니 아버지를 만나고싶대요.》 《으음 —》 송암은 또한번 신음을 터치며 단장에 몸을 싣듯하며 고개를 떨 구었다. 그의 머리속에는 괴롭고 어지러운 상념들이 풍우같이 들이 닥쳐 갈갱을 했다. 둘째딸이자 막내딸인 성련화의 운명은 지금 바람앞의 등불처럼 위래한 지경에 빠져들었다. 북에서 발표한 《평화통일호소문》을 가지고 선전한 《죄》로 체포된 련화는 《빨갱이》로 인정되여 엄중 취급을 당하는판이다. 련화와 같이 체포된 청년들속에서 남자들 몇은 벌써 홍제원화장터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총살당했다는 말까지 떠 돌고있 다. 성 송 암이한테는 유일 한 희 망이 자 그의 사 랑을 송두 리 채 걷어 안고있는 련화였다. 그 딸을 구하고저 이때껏 굽히지 않던 기개며 자존심마저 다 버리고 동분서주하게 된것이다. 심지어는 사돈이 라고 하지 만 개 닭보듯하던 《정부》의 《장관》이 랍시는 리 윤병이한레까지 찾아갔다. 얻어진것이란 안됐다는 귀떨어진 동정 몇 마디 에 딸교양을 잘못했 다는 구질구질한 책망이 였다. 그래도 맏 딸 계화가 한발 건너의 사돈보다 나았다. 며칠전부터 대구에서 올라 와 시집에서 사는 계화는 시아버지앞에서는 아무 말도 않고 꿀먹 은 벙어리처럼 있다가 오늘 이렇게 찾아와 억이 막힌 방법이나마 한 가지 구원책 을 내놓는것 이 다. 그러 나 그 구원책 이 라는것 이 인륜도 덕의 계률같은것은 싹 집어던진 상태에서 움직이라는것이다. 的 《어떻게 하겠어요. 아버지,다른 수가 없잖아요. 흑시 아버진 월북한 림운학이란 사람을 생각하는것 안야요?》 계 화가 무심 결에 하는 말인듯 물었다. 〈〈언제 만나기로 했니 ?》 《10시경에 저희집에 오겠다고 했어요. 주인과 하는 말을 들 으니 며칠안으로 감옥과 류치장들을 정리한대요. 빨갱이들을 싹 숙 청 해 치 운다고 해 요. 련화도 그 대 상이 라는거 예 요.» 《너의 주인은 언제 서울에 올라왔느냐?》 대 구주둔 3사단의 미 수석 고문통역인 계화의 남편은 얼 마전부 터 38도선 에 이 동되 였 다고 했 다. 계화도 그래 서 대 구에 서 살다가 시집에 올라와 기거하고있지만. 계화는 아버지의 말에 주변을 기이는 눈치로 조심스레 둘러보 고는 귀속말하듯 말하였다. 《엊저녁에 올라왔어요. 고문관의 처가 오늘래일로 미국의 고 향집에 간대요. 그편에 산삼과 몇가지 선물을 보낸대요. 그리고 말 이예요.》 계 화는 수심 어린 빛 으로 송암이를 보며 원가 말할듯말듯 눈을 깜박이 다가 수삽한 웃음을 지 었다. 《오늘아침 술을 찾더니… 한다는 말이 〈쌈터지기전에 너의 그 빨갱이를 꺼내야지 그렇잖으면 천당에서나 만나.》하는거죠뭐.》 송암은 가볍 게 몸을 떨 었 다. 요즈음 쉬 쉬하며 들리 느니 전쟁 소리라 이미 인박힌 말이였으나 딸의 말을 들으니 사래의 절박성이 더욱 새삼스럽게 느껴져 련화의 신상에 대한 불안감이 가슴을 옥죄 였 다. 《내 그 사람을 만나겠다.》 한발자국 뒤져 걷는 송암의 낯빛은 비장하다 못해 처량했다. 그 는 안국동에 있는 리윤병의 집에 갈 때까지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집은 적산건물중에서 리승만이 하사한 로대 가 달린 2층목조건 물이 였 다. 계 화는 젊 은 시 어 머 니 가 제 동무들과 한담을 하는 맞 은견방을 흘끔흘끔 살피며 2층응접실로 아버지를 안내했다. 응접실은 서양식으로 꾸러져있었다. 벽을 따라 안락의자와 쏘 63 파를 놓고 드문드문 화분을 세웠다. 계화가 권하는 의자에 앉은 송 암은 머리를 쳐들다가 징그러운 구랭이나 만난듯 황급히 외면하 였다. 물에 불궜다나온듯 팅링 부은 몰골의 리승만과 어깨를 맞 춰 찍은 뾰족한 턱에 나비수염을 한 리윤병이 웃고서있는 사진이였 다. 조만식의 한쪽팔로 북선그리스도교의 교주격이던 리윤병이 46년 2월 에 월 남하여왔을 때 같은 리왕조의 혈통이 라는것,미 국과 그리스도교를 다같이 하늘처럼 받들어모신다는 그 일치성에 서로 감격하며 찍은 사진이다. 《얘, 네 방에 가자.》 송암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계화의 방은 복도의 맨끝에 있었다. 방에는 예수의 고행을 보 여주는 눅거 리 모사품들이 어지럽게 걸려있었다. 방을 둘러 본 송암은 허허 웃고는 계화가 내미는 방석은 보지 도 않은채 장판바닥에 끓어 앉았다. 《수녀원이 구나.》 송암이 갓난 예 수를 그러 안고있는 성 모 마리 아상을 유심 히 쳐 다보며 하는 말에 계화는 얼 굴을 붉히 며 고개 를 숙였 다. 《차를 가져올래요.》 계화가 소리없이 문을 여담고 나가자 송암은 나직이 한숨을 지 었다. 세상은 장관의 며느리,세도가 당당한 미수석고문관의 통역의 안해 라는것 으로 계화의 처지 를 흑 부러워할는지 몰라도 이 수도 원과 같은 을씨년한 방에서 찬송가의 구절을 부트며 하루하루 젊음 을 죽여가는 딸이,그나마 아이를 못낳는다고 시부모의 천대까지 받 는 딸이 과연 행복하다고 하기에는 송암의 량심과 눈이 너무나 밝 았 다. 송암이로 볼 때 계화는 이 집에 이식된 하나의 어설픈 꽃에 불 과했다. 리윤병이 만들어놓고 그 아들이 굳건히 지키는 문안에서 순종과 자비의 너울을 쓰고 희망도 정열도 없이 살아가는 고독하고 불쌍한 존재였다. 계 화는 오직 예 수밖에 몰랐다. 리 화녀 전시 절부터 그러긴 했으 나 리윤병 의 며 느리 로 된 이 후부터는 더 욱 극성이 였 다. 그의 모 64 든 행동과 말은 예수로부터 시작되고 예수로 끝났다. 그에게서 아 버지와 동생은 《선량한 이웃》의 하나로만 되였다. 련화가 빨갱이 인 운학이를 따른다 하여 또 송암이가 그것을 두둔한다 하여 계 화는 울며불며 야단을 했고 시부의 엄명이 있어서인지 집으로 다니 는것도 삼가했다. 그래도 아직은 인간의 얼과 인정이라는 살뜰한것 이 다 마멸되지 않아 련화의 이번 불행에 접하여 언니로서 가슴 을 태우고있는것만은 사실이 다. 《아버지,차를 드세요.〉》 계화가 사기쟁반에 노란 차 두고뿌를 가져다바친다. 송암은 김 이 물물 나는 차고뿌를 들었다가 그만 놓고말았다. 《왜 안드세요?》 《별로 생각이 없구나.》 송암은 련화생각에 가슴이 욱 저려들었던것이다. 《너무 걱정 말으세요.》 «•••» 《그리고 이제 부런 련화를 꼭 붙잡으세요.》 《그건 무슨 소리냐?》 《그 앤 그저 사내들처 럼 분주스럽지요. 정말이지 그 앤 먼저 믿음을 갖는것이 첫째야요.》 〈〈그건 너의 시부 말이겠구나.〉〉 송암이 허구픈 웃음을 웃자 계화는 낯이 빨개 졌다. 계 화가 말 하는 《믿음》이 란 자기처럼 예수를 믿던가 하라는것이다. 송암 은 그것이 자기자신에 대 한 반발로도 느껴졌다. 불쑥 마음이 비 꼬여 나갔다. 《련화도 믿음이 있지 않니. 그 앤 공산주의란걸 믿는단다.》 《안예요. 그 앤 공산주의를 믿는것도 안예요. 그저 그 림운 학이라는 사람 따랐을뿐이지.》 〈〈그래, 너 처 럼 예 수를 믿 게 하면 되겠느냐?》 그 말에 계화는 웃음을 머금었다. 송암도 빙굿이 웃었으나 그 것은 자신에 대한 회오와 비난의 웃음이였다. 서로 다른 두 길을 걷는 계화와 련화의 운명,그것은 자기가 빚어만든 기형의 열매가 65 아닐 가. 이 땅은 예 나 오늘이나 사상과 넋의 동토대 라고 개 탄하며 일 찌기 두 딸들에게 정신령역에서의 자유를 선포한것이 그리고 자 기의 무사상,무정견의 허무주의가 오늘의 결과를 빚 어냈는지 모 른다. 오래인 정신적방황끝에 그가 얻어낸 진리란 이 땅에서 정 의를 찾는다는것은 불가능하다는것 이 였다. 그는 모든 주의 와 주 의를 읊조리는 《영걸》들을 회의와 랭소속에 보았다. 이렇게 되여 끝끝내 정신적믿음을 찾지 못한 그는 딸들에게 《너희 뜻대로 살아 보라.》는 아량과 호의를 베 풀었다. 계 화가 이 집에 오게 된것도, 련화가 쇠고랑을 차게 된것도 결국 그 《아량과 호의》때문이다. 그가 리 윤병이 를 알게 된것 은 1944년 서 대 문감옥에 서 였 다. 송 암은 그 몇년전에 헤초가 간 길을 따라 중국과 인디 아를 편답하 던 과정에 상해림정의 인물들과 만난것이 사달이 되여 령어의 몸이 되였던것이다. 그가 옥살이를 하는 방에 하루는 명태꼬치같은 몸에 장삼같은 죄수복을 입은 리윤병이가 들어섰다. 그는 들어서기바 쁘게 창살밖으로 가래침을 내뱉으며 쪽발이 왜놈이 어쩌고저쩌고 욕을 퍼붓더 니 점 심 밥으로 들어 온 목궤 밥을 간수에 게 쥐 여 뿌리 며 《이놈들,이 따위 걸 먹 을줄 아느냐. 이제 하느님 의 사도들한레 천벌 을 받지 않나 두고봐라.》하며 법석을 떨었다. 그통에 도로 끌려나 간 리윤병은 온몸에 구랭이를 감고 들어와 며칠을 앓았다. 그때 윤 병이를 곁에서 간호한것 이 성송암이 와 《반일무장단》관계자 림 천이였다. 윤병은 하늘소기침을 하며 근 열흘을 누워있더 니 일어난 다음 부터는 일체 욕질을 삼가하고 아침저녁 벽을 마주하고 예수를 부트 며 줄곧 성경을 외워대였다. 방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 예수광을 비 웃었으나 성송암과 림천만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림천은(사람들 은 그를 공산주의자라고 했으나 송암은 그것을 믿지 않았다.) 《일 본이 망하라고 하느님께 비는 모양인데 옥고를 이겨내는 하나의 좋 은 방편일지 모르지 요.》하고 윤병 이 를 책 하는 사람들을 눅잦히 기 도 하였 다. 대 신 송암은 그리 스도교의 허 무함을 두고 윤병이 와 이른바 학구적인 토론을 끝없이 벌리기도 하였다. 이런 과정에 친 66 교라면 친교라고 할것이 생겼다. 그런데 운명의 묘한 작회라고 하 겠는지,면회일에 계화와 련화가 법전에 다닌다는 윤병의 아들 리영 준과 림천의 아들이 라는 림운학이와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 그때 송암은 아버지를 닮아 매우 준수하고 기골차게 생긴 운 학이 가 적 맘에 끌렀다. 그래서 감방에 돌아온 다음 노는 말 삼 아 림 천에 게 《아들을 사위 삼고싶 다.》고 했 다. 림 씨 가 웃으면서 《까치는 까치끼 린데… 우리는 짝이 안되지요.》라고 몸을 사리 는데 윤병 이 가 쟁 이상에 웃음을 짓고 송암에게 달라불었다. 《거 큰딸이 리화녀전이라지요. 게선 착실한 신도들이 많이 나 옵네다. 난 아까 그를 보고 성모 마리아가 강림했는가 깜짝 놀랐습 네 다.» 미국선교사들과의 오랜 교우관계로 말을 외국사람들식으로 더 듬는 윤병은 송암의 손까지 잡고 간청하는것이였다. 《거 큰딸을 우리 아들에게 주지 않겠습네까. 아무리 봐야 천 생연분의 배필일것 같소이다.》 송암은 윤병을 갑갑한 감방에서는 말벗으로 삼았어도 사돈으 로 삼을 생 각은 교물만치도 없 었다. 그런데 다 대 모레 안경 을 코에 건 말상의 아들이 라는 사람 역시 마음싸지 않았으나 그가 필생에 명심하리라고 한 좌우명대로 말하였다. 《난 자식들에게 지시를 하는 사람이 아니웨다. 각자는 제 눈 이 있고 제 생각이 있을레 니 그 애 마음이 정 할탓이지요.》 윤병은 다된 혼사런듯 기뼈했다. 그런데 윤병은 몇번 형무소장실에 불려나갔다오더니 감옥에 들어온지 한달도 채 못된 어느날 《병보석》으로 나갔다. 그는 나 가는중에도 〈〈송암선생,약속을 잊지 마소.》하고 다짐을 두는것 을 잊지 않았다. 나가서는 인차 평양으로 떠났고 면회일이면 그 대신 아들이 계화와 함께 나타나선 음식가지며 속옷따위들을 한 아름씩 들이밀었다. 하는 케가 수상쩍어 계화에게 물으니 대답인즉 《사람이 좋아요. 아버지도 승낙했다죠 . 》하고 말을 얼버무렸다. 이런중에 폐결핵 3기인 안해가 덜컥 쓰러졌다. 윤병의 아들이 돈을 내여 입원을 시킨다, 약을 지어 쓴다 하며 얻어쓴 돈이 수백원을 넘 67 는다는것이였다. 허나 그 성의에도 안해가 종시 살지 못하고 눈 을 감자 리윤병 이 와서 장사를 치러주고 면회 일도 아닌 때에 아 들과 계 화를 데 리 고와서 《아예 살립시 다.» 하고 들이대는것 이 였 다. 송암은 낚시에 걸린 가오리신세가 되여 하자는대로 끌릴수밖에 없었다. 눈치를 보니 예수에 미 친 딸은 리윤병 이 가 마치 예수가 보 낸 성인이나 되는듯 떠받드는 꼴이였다. 송암은 감방귀신으로 썩을 지도 모를 자기의 처지에서 이러중저러중 할 형편이 못되여 《마음 대로 해라 !》하고말았다. 이에 대해서 림천은 몹시 유감스러워했다. 《잘한 처사 같지 않습니다. 나도 그 사람을 좀 아는데… 하 느님한테 너무 팔려 지조가 없지요. 그나마 배일감정이 있는것 으로 눈감았는데 지금은 그 감정마저 헌신짝처 럼 집 어던지지 않 았습니까.》 그때 송암은 림천의 말이 옳게 여겨졌으나 겉으로는 수긍하려 들지 않았다. 《설마 그럴수야 있겠습니까? 보석으로 나간것이 좀 별나긴 합 니다만 그렇다 해서 나삐 볼수야 없지 않습니까.〉〉 송암은 해방이 되여 감옥에서 풀려나온후에야 림천이 얼마나 사 탐을 정 확히 왔는가를 알았다. 북선그리스도교회의 거두이고 대지주인 리윤병 이 석방을 위해 비행기헌납금을 바치고 보석으로 나오자바람으로 평양에 가서 벌린 선도회에서 조선사람은 일본을 위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것 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력설했다는것을 들었다. 돌아가는 소문이 라 반신반의하는중에 리윤병이 38도선을 넘어 월남해와서는 《적색 마귀를 물리치자.》고 게거 품을 물고 돌아치더니 리승만의 수하 졸개가 되였다. 그것까지는 사상과 주의에 초월하려는 송암이의 눈 에 융화될수 있었다. 그러나 《서북청년단》이라는 레로단을 뒤 에서 조종하는 인물의 하나가 되여 마지막에는 감옥동료였던 림 천이 서 울시 인민위 원회조직 관계자라는것 으로 배 척하던끝에 미 군 정 에 쏠아 검 거하게 한것 을 알았을 때 송암은 른눈으로 밤을 새 우며 뼈 저린 통탄을 하였다. 68 그때로부터 송암은 리윤병과 절교를 하였고 계화에게 다니는 것도 그만두고말았다. 계화는 처음엔 울기도 하고 그러지 말라고 애원도 하였으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아버지나 련화에 대하여 점점 멀어져갔다. 송암은 그것이 서글폈으나 돌이켜세울 희망이 없었 다. 결국 그는 《너희들 뜻대로 살아보라.》고 한 자기의 처사가 무책임,무관심으로 기울어진 실책임을 자인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이 실책을 두번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련화에 대해서 는 은연중 신경을 썼다. 〈〈어떻게 하라 !〉〉는 조언은 못주었으나 《…하지 말라.》〉는 의견은 강하게 내세웠다. 림천의 아들인 림운학에 대해서 인간적으로는 호감을 두고 귀 히 여겼으나 《북조선공산주의》에 끼워있다는것으로 련화와의 접근을 극력 막아나섰다. 이렇게 그는 자기가 표방한 《정신령역에 서의 자유》와 모순되는 립장을 취했다. 《아버 지,왔어 요.》 송암이 눈을 감은 때에 살며시 방을 나갔던 계화가 문을 열고 기쁜 빛으로 소곤거렸다. 송암은 흠칫 하고 몸을 떨었다. (그자를 만나 ? ! ) 백정식이를 처음으로 알게 된 광경이 눈에 선히 밟혀왔다. … 《두상,림운학이를 감췄지.》 《여,빠따방맹 이 를 멕 일 가 ?》 우그그 몰려든 서청패 의 어중이떠중이들,한놈이 야구방망이 로 송암의 어깨를 때렸다. 《어이구.》하고 송암이 쓰러질 때 웃방에 서 운학이와 함께 있던 련화가 달려나왔다. 《이게 무슨짓들이예요.》 련화가 송암의 온몸을 감싸듯 마주서 소리치자 놈팽이들뒤에 서 있던 딱 바라진 몸매에 거무스레한 얼굴,포마도로 재운 머리가 기 름단지처럼 번들거리는자가 한걸음 나서며 머리를 가볍게 숙였다. 《아, 이 거 성 련화양이 아닙 니 까. )) 대리석조각같이 굳어진 련화의 얼굴을 쳐다보는 눈에는 비굴 한 아첨과 음심이 깃을 폈다. 그는 능글맞게 웃으며 69 〈〈제 련화씨 형부되는 리영준씨의 동창입니다. 미안하게 됐습 니다. 이거 집을 헛갈렀구만一》하면서 머리를 긁는 시늉을 하고는 제 패거리들에게 획 돌아섰다. 《잘못 들어왔다. 이 집은 대학자 성송암선생 님댁 이시 다. 돌 아가자. )) … 성송암은 선뜻 일어서기가 두러웠다. 《그자는 악당이예요. 서청패의 악질로 사람잡이에 이골이 났 어요. 얼마전에 우리 학교 녀동무들 여럿이 미군들에게 끌려가 몸 을 망치게 된것도 저놈이 끄나불이 되 여 안내했다는거예요. 그때 운학씨가 없었다면 저도 잘못됐을거예요.》 언젠가 련화가 하던 말이 귀가를 쟁쟁히 울린다. 허나 그는 끝 내 일어섰다. (이 모통이에 와서 내 주제에 월 망설인단말이냐. 련화의 목 숨이 경각에 이르지 않았는가.) 응접실에 들어서자 대위의 계급장을 단 카키색모직군복을 입 은 백정식이 온 얼굴이 웃음으로 차 거수경례를 하였다. 《선생 님,그간 편안하셨습니 까 ?》 백정식의 눈에는 알릴듯말듯한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아버님,전 성련화씨를 제 목숨처럼 사랑합니다. 자기 감정 을 이런 정황에서 이렇게 드러내는것이 교양없는짓인줄을 알면서도 렴체불고 말씀드립니다. 련화씨는 오늘 빼내지 못하면 위험합니 다. 련화씨만 아니라 륙군형무소의 전부가 그렇게 될것입 니다. 왜서인가는 묻지 마십시오. 전 이것을 저의 명예를 걸고 말합니다. 련화씨 가 공산주의 자들의 동정자라는것을 저도 알고있습니 다. 그 러나 전 사상은 관계 않습니다. 사랑이면 되지요. 사랑이면… 전 아버님이 사상과 주의를 초월하여 계시니만치 저의 이 심정을 충분 히 리 해 하리 라 믿습니 다.》 《어떻게 하면 그 애를 구원할수 있소?》 송암은 미국에 가서 몇가지 얻어들은 엉터리철학으로 인생관 에 옷을 입힌 이 백정식이같은 천치와 마주 상대하고있다는데 심한 불쾌감을 느꼈으나 할수 없었다. 70 백정식은 여느때 자기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송암이 이쯤 나오 자 완전히 사기가 올랐다. 《전 모험을 하렵 니 다. 물론 군직에서 파면될것을 각오한것입 니다. 저는 매부의 인장으로 석방서를 만들렵니다. 그렇게 해서 빼 내면 조만간 탄로가 나 검색이 있을수 있습니다. 그 기간만은 련화 씨를 제 가 알선한 거처 라든가 이 집에 은신시켰으면 합니 다.》 송암은 괴롭게 낯을 찌프리고있다가 계화에게 얼굴을 돌렀다. 《련화가 일루 오는걸 사돈님이 알면 야단맞지 않겠니 ?》 계화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시아버지젠 알리지 않겠어요. 주인이 안들어오니 나와 함께 있던가 빈방들이 여럿이니 적당히 숨겨두겠어요. 아니,주인의 서재 가 유축져서 안전해요.》 《그러면 여기 데려오지.》 백정식은 빙그레 웃으며 계화에게 묻는 눈길을 던졌다. 계화 는 실내화를 신은 자기의 조그마한 흰발을 내려다보고있었다. 송암은 손수건을 꺼내여 이마를 문지르고 일어났다. 그는 계 화가 점심을 먹고 가라는것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왔다. 대문을 나 서 총총히 걷다가 나무에 부및칠번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나 무기둥에 털벌레가 옴질옴질 기 여가는것에 한참이나 시선을 박고있 다가 넋없이 중얼거렀다. 《막바지 로다.» 송암은 단장끝으로 그 벌레를 문질러버리고 자기의 얼뜬 행동 이 싱거워나 주위를 살폈다. 멀리 북한산장의 푸른 등허 리가 안 겨왔다. 송암의 머리에 불쑥 가슴답답할 때마다 뇌이군한 시구절이 떠올랐다. 만국도성이 개미둑같고 천하호걸이 초벌레같네 옛날 서산대사의 입에서 나와 글로 남은 시구를 격하게 뇌이 며 터벌터벌 걷던 송암은 옆으로 꺾어진 골목으로 낡은 시보레차가 71 역한 가스내를 풍기며 지나가는것에 고개를 돌렸다. 차가 들어 가는 집을 바라보던 송암은 〈〈아 !》〉하고 환성비숫 한 소리를 질렀다. 거의 뛰듯이 그 집으로 갔다. 대문앞에 이른 송 암은 원기를 돋구듯 큰소리로 웨쳤다. 《이리 오너라.》 그러자 인차 문이 열리며 열대여섯의 소년이 얼굴을 내밀었다. 〈〈누구신지요?》 〈〈계동의 성송암이 주인께 문안 여쭈러 왔다고 알려 라.》 《네,기 다리 십 시 오.》 소년이 도로 대문을 닫는데 찰찰 고무신 고는 소리가 들리고 부 드러운 저음의 목소리가 반겼다. 〈〈송암이 어찌된 일이요?》 대문을 활 열어젖히며 약간 빠른 하관에 영민한 눈이 반짝거 리는 안재홍이 얼굴을 내밀었다. 《민세,그간 안녕하시오?》 〈〈어서 들어오시오.》 안재홍은 언제나없이 삽삽하다. 그는 후원의 살구나무밑으로 송 암이를 이끌었다. 돗자리까지 펴놓은것이 더위를 피하기에는 안 성 맞춤이였다. 《왜 얼굴이 그리 축갔소.》 《민세도 내 한가지구려.》 송암은 자기의 몰골이 너무 초췌한것 같아 대활한 태도로 웃 었다. 안재홍이 역시 맞받아웃는데 몹시 서글픈 기색이였다. 《이렇게 찾아오니 참으로 반갑소. 이젠 옛날의 지우라던 사 탐들도 다 나를 역신 대하듯 피한단말이요. 남북협상회에는 아니갔 지,리승만과 미국사람들한테 딱 붙어 영 리 만 꾀 하지 하고 공론들이 자자한데… 이젠 아이들의 돌팔매에 투서까지 날아드는판이요. 송암이 ! 송암이야 나를 알겠지.》 송암은 제 사정을 터놓으러 왔다가 뜻밖에 섧은 하소를 듣고 나니 제 말만 말이라고 터놓을수 없었다. 《글쎄 송암이도 한때 내가 미국사람이 주는 민정 장관의 감투 72 를 쓰니 나더러 양놈의 시녀노릇한다고 비웃었지만 그것이 내 의사 로 된것은 아니지 않겠나. 지금도 그렇지. 형무소신세 라도 졌으 면 젊은 사람들한테서 귀먹은 욕이라도 안듣지 않겠나. 나 하나 외 토릴세. 몽양이,백범이 다 넘어지고… 그래 난들 그들처럼 넘어 져야 하나. 그러자면 무슨 시위에라도 나가야지. 그래 그런데라 도 나가라나. 아니면 국회의원 감투를 벗어팽개치고 리승만타도 를 부르짖어야겠나. 자네도 언젠가 말했지. 정치란 늪에 일단 빠져 버리면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든다고… 하긴 제 못난탓이 지 . 》 《민세,소리를 낮추시오. 아무리 국회의원이라도 그런 소릴 남 들으면 무사할가?》 《될대로 되라지. 다 깨진 독인걸. 내 지금 리승만을 만나러 갔 다가 허탕을 치고 오는길일세.》 《그건 왜 ?》 《흥,자넨 귀머거린가? 지금 미국사람들의 부추김밑에 북과 일 대 전쟁을 하자고 이제나저제나 하는판일세.》 《그래 리 승만을 만나자는건.》 〈〈깨우쳐줘야지. 망녕이 들었습니다고,동족끼리 피를 흘러면 남들이 웃습니다 하고… 한데 리승만이는 어제부터 우리따위와는 일체 만날념을 않네. 직원들한테서 돌아가는 말인즉은 대통령이 래 일은 비원에 가서 낚시질을 한다는거네. 그 정치의 곡예사가 무 슨 연극을 하려는지 … 내 그래서 오후에 신국방(신성모국방장관 의 략칭)한레 질의하러 가려네.》 《정말 전쟁을 할가. 작년 김석원이때부터 계속 북벌을 떠들 었지만 거저 위협뿐이지 않았나.》 《아니,지금은 위협타령으로 넘어갈 계제가 아니네. 송암이는 정세에 깜깜이군. 지금 동경에 미국의 브랫들리,존 슨,덜레스,맥아더가 모여있네. 일본주둔 미군부대들이 모두 전투 준비태세 에 들어 가고 우리 국방군들이 대 거 38도선에 밀려 가네.》 《그래 신국방을 만나면 어쩔셈이요?》 〈〈말려 야지.〉〉 73 《민정장관 3년을 헛했군. 그것이 신성모의 결심에서 되고 안 될 대산가?》 《하긴 그렇네만… 하여튼 실상여부라도 알자는걸세. 아, 이제 쌈이 일면 이 재홍이도 천고의 역적으로 몰릴테니… 자네가 부러우 이 . 속세 의 갑론을박을 피 해 처 염히 사는 一》 《민세,그 처염에 불동이 떨어졌네. 사실 민세를 만나러 온것 도 내 작은 딸때 문이 요. 그 애 가 북에 서 날린 6. 7호소문을 지지 선동한 죄로 륙군형무소에 잡혀들어갔소.》 《뭣 이 ?)) 재 홍은 이 마전에 심 줄이 올롱하여 웨 쳤 다. 그도 6. 7호소문을 지 지 한 관계 로 리 승만에 게 불려가 되 게 닥달을 받은데 다가 출처 미 상인곳에 서 협 박전화까지 받았던것 이 다. 《그래 어쩌겠나? 국회의원의 말은 허수로 듣지 않을레니 한 번 힘써주게나.》 송암이 간청하자 재홍은 기막힌 상으로 한숨만 쉬다가 쾌히 승 낙하였다. 《가보세. 내 힘이 있어 야 벼루지 보다는 나을가마는.》 송암은 재홍이 눌러잡는바람에 점심 한술을 엄 어먹고 그의 차 에 올라 록군형무소로 내달았다. 차는 형무소정문에 이르기도전 에 정지당했다. 노란 기발을 든 헌병이 길가운데 우뚝 서서 도사리 고있는것 이 였 다. 《접수를 해야 됩니더.》 위 병장교인듯한 소위 가 마주나왔다. 그는 안재 홍이 내 미는 국 회 의원신분증을 보자 차렷을 하며 경례를 하였으나 안재홍이라는 이름을 보고는 입가에 알릴듯말듯한 비양조의 웃음을 지었다. 정계 의 파상에 예민한 후각을 가진 이런 족속들은 국회의원중에도 경의 를 표해 야 할 대상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대상으로 갈라놓고 있었는데 안재홍은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였던것이 다. 《무슨 용무이십니까?》 《헌병사령관 송요찬씨를 만나러 왔다. 오늘 예와서 군무를 본 다고 했 다.» 74 《유감스럽지만 각하를 만날수 없습니다. 오늘은 일체 외 인들 의 출입을 엄 단할데 대 한 지 시가 있었습니 다.» 《그럼 누구를 만날수 있느냐?》 《누구도 만날수 없습니다. 다만… 직분을 고려하여 당직장교 님을 찾아드리겠습니다.》 그놈은 히죽이 웃으며 정문초소막에 들어가 전화를 걸었다. 잠 시후 중령의 계급장을 단자가 종졸 하나를 데리고 나타났다. 오 달진 몸매의 중령은 두 늙은이를 의심쩍게 보다가 안재홍에게 시선 을 멈췄다. 《무슨 일로 왔습니까?》 《불법감금에 대해서 당신의 상관에게 항의하러 왔소.》 안재홍이 침착히 말했다. 《무슨 불법감금인가요?》 놈은 메밀눈을 한채 싸늘히 웃었다. 안재홍은 낯이 파랗게 질 렸으나 헤덤비지 않고 강단있게 말하였다. 《나는 국회의원으로서 당신네 헌병의 월권행위에 대해 엄중 항의하오. 헌병의 임무와 권한은 륙해공군의 군기유지와 군법에 관 한 수사와 경계지 민간인의 범죄나 정치범에 관해서는 관할 안하는 것이 국가법에 부합되는것이요.》 《어느 범인을 념두에 두십니까?》 《당신네는 지금 리화녀대학생 성련화양을 이 형무소에 감금 하고있지 않소.》 《그렇습니다. 그 녀학생은 빨갱이로서 선전뿐아니라 백범선 생의 암살을 당국과 군부의 모모 요인들의 작간으로 비 난했습니다. 그래,놓아달라는 말씀인가요? 그건 안됩니다. 지금 군비상계엄 령 이 실시 되는 때 라는걸 모르시 는가요. 비 상계 엄 령 하에 서 는 국회 의원도 필요하면 잡아넣는것이 헌병이라는걸 알고 거동하시는게 좋 겠습니다.》 《뭣이,이 고현놈 !》 안재홍이 크게 소리치자 헌병중령은 썽글썽글 웃었다. 《각하, 그 발언은 헌병 모독죄로 될수 있습니다.》 75 《민세, 그만하슈 .》 송암이 안재홍이를 떠밀다싶이 차에로 이끌어갔다. 재홍은 끄 는대로 차에 실려 앉았다. 송암이 차에 오를념을 않자 재홍은 피 기가신 얼굴을 바닥에 떨군채 나직이 물었다. 《어쩌겠나?》 《김규식댁에 가보려오.》 《그도 같지,아니 요즘 그는 감시까지 받지 않나.》 《아니… 그 문제가 아니라 모레 백범의 제사일이라 한번 모 이자고 하더군. 그래서.》 《그럼 나도 일즉 거기 들릴레네.》 안재홍이는 쓸쓸한 미소를 남기고 뿌연 연기를 토하는 차와 함 께 사라졌다. 성송암이 돈의동의 김규식집에 이르렀을 때 한줄금 비가 쏟아져내렸다. 이 집의 출입객들을 감시하던 사복형사들이 비 를 피하여 맞은편 가게방으로 뛰여가는 서슬에 송암은 유유히 그 집에 들어섰다. 대청마루에 앉아있던 규식의 호위원이 버쩍 긴장하여 일어났 다가 이 집의 단골손님인 송암이를 알아보고 안에다 뭐 라 소리치자 머리에 수건을 동인 김규식 이 미닫이문을 열고 나왔다. 5. 30사건 으로 며칠간 옥고를 치른끝에 제 말로 심화병에 신경통이 겹처 신 고하는판이 다. 송암이 인사를 나누고 방에 들어가니 바둑판을 벌려놓고 최동오가 앉아있었다. 바둑판옆에는 되들이 술병이 놓인 다담상이 있었다. 《이거 성선생이 오래간만입니다. 그간 무고하셨소?》 최동오가 눈부터 먼저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버릇대로 삼각수 염을 내 리쓸었다. 송암이 맞절을 하고 보료를 깐 옆의 맨바닥에 앉 자 규식은 돗방석을 내밀며 물었다. 《따님의 일이 어떻게 되였습니까?》 《죄가 더 커진가봅디다. 뭐 그 애가 백범선생의 살해장본이 리 승만이라고 찍 어 말한모양인데 … 그 언치 로 지금은 륙군형무소에 갇혀 있답니 다.» 송암은 낯이 불깃해 대답했다. 76 《말세지,말세야. 그래 백범의 암살이야 리승만이 조작한걸 장안이 다 아는데… 새삼스레 그 말을 왜 꺼내서 그 화를 당한단말 이요.》 최동오는 바둑판을 와락 밀어젖히고는 다담상을 끄당겼다. 《성선생,술이나 마시며 속을 좀 끄시오.》 송암은 인정 이 무르고 결곡한 최동오임을 아는지 라 그의 진정 으로 하는 위안에 가슴이 저리여 부어주는 종지를 그대로 주육 들 이켰다. 최동오는 밥사발에 술을 부어 단번에 들이마섰다. 《그러고보니 그놈의 정치는 은거선비도 아랑곳않는군. 큰딸 은 세도대신의 며느리요,작은딸은 공산당이 라 성선생 신조는 과 연 어찌될가.》 《의산 취했구려.》 김규식이 최동오를 나무랬다. 최동오는 그 말에 고개를 들며 싱 굿이 웃었다. 《취 하는것 이 얼마나 좋습니까. 내 지금 생 각이 많소. 성선생 ! 이제 짚고선 두 섬에서 아니,두 배에서 어느쪽으로 가 겠소? 리윤병이한테 가는가 막낭딸 공산당한테 가는가 시간문제지 만 결국에는 어느 한 배에 타고 노를 저을거 아니겠소.》 《그래 의산은 무슨 배를 랐소? 의산의 정치는 그래 어떤 배 에 실렸소?》 성송암은 조용히 말한다는것이 어조가 급격히 높아졌다. 《15년전 의산은 상해에서 나를 만났을 때 무슨 단심줄소리를 하셨지요. 참사상,참주의를 가진 인걸에 뭉치는것이 조선과 민족의 활로라구요. 그때 난 이 땅에서 사상과 주의란 모두 빌려온 장식품 이 요,남을 누르기 위한 도구요,그걸 휘 두르며 하는 사색 당쟁 이 우리 력 사고 래 일 이 다고 했지 요. 선생 은 날 비 웃고 꾸짖 었습니 다. 왜 참사상이 없겠느냐,간도의 김 일성 장군을 보라,내 있던 의숙의 학생 이 라서 가 아니 라 참사상을 가진 인걸이 여서 말한다, 그를 기 둥삼아 뭉치면 우리도 해빛을 볼거 아니냐고 기염을 뽑았지요. 그 렇다면 해방이 되여 북에 김장군이 오셨을 때 따라가서 받드는것이 정치 가로, 인간으로서의 신념 이고 도의 가 아니 였겠소 ? 나같은것 77 은 별로 기대도 안가고 또 축에 못가 불리우지도 않아 안갔지만 선 생이야 그 뜨르르한 독립운동자의 관록과 김장군의 옛선생이라는 선성 을 갖고 남북협 상에도 갔댔지요. 난 그때 령감을 다시 못보 는가부다 했소. 선생이 참새제비가 아닌즉 대붕의 큰뜻을 좇아 거 기 있으리라고… 그런데 돌아왔더군요. 거기에도 부조리가 있었 겠지요. 그래 와서 무엇을 했는가. 국회의원감투를 엄는 싸움에 진 출하섰소. 결국엔 그 싸움에서 패하고 류치장살이까지 하고 지금은 소생과 술을 마시고… 그래 여기서 무슨 정치가의 신념을 찾겠소. 무슨 정치가의 륜리를 보겠소. 이 땅에서는 어쩔수 없는 일,나는 그래서 령감뿐아니 라 모든 정치 인들을 웃고있습니다.》 《송암,고맙소. 당신은 나에게 불을 지펴주는구려. 송암의 말 은 백번 지당하오. 인정하면서도 의흑을 갖고 따르면서도 동요하고 받들려면서도 자조한… 이것이 최동오올시다. 당쟁의 세습이 인 찍허진 비루한 습성,무지의 소산이지요. 내 전전년에 김장군님 뵈옵고 한생을 회오속에 돌이키면서도 게 눌러 앉지 못한것은 그 래도 나라를 근심하여 살아왔다는 주제에 공없이 있기에는 체면 이 허하지 않아 왔소. 결국 예 와서도 밥버러지로 소일하고있소 만… 내 신념이 없는것만은 아니웨다.》 어지간히 취한 최동오의 눈에는 한방울 눈물이 맺히였다. 송암은 쓸쓸한 기색으로 말했다. 《령감이 부럽소.》 《그건 무슨 말이요?》 《기대를 가지는 사람은 행복자요. 령감은 희망을 찾았으니말 이요.》 《송암이 도 나와 같아질 때 가 올것 이요.》 《천만에 !》 그때까지 한마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김규식은 성송암의 말 에 그 리지적인 얼굴에 한줄기 웃음을 띠웠다. 《성 선생,선생 도 김 장군을 가 뵈 올것 을 그랬소. 보시 오. 그 철석같던 백범선생도 일생의 리념을 뒤집고 련공의 길에 나서지 않 았습니 까 ?》 78 《허허… 그러나 그 기치의 엇갈림으로 얼마나 많은 죽음이 생 김니까. 난 그것이 괴롭소이 다.》 송암은 통탄하듯 말하였다. 김규식 과 최동오는 침묵을 지 켰다. 송암은 자기가 이 령감들의 체신을 도무지 봐주지 않고 마구 떠 들었음을 느끼고 입을 다문채 방안을 두루 살폈다. 창문앞 탁자에 백범선생의 횡사 한 I 에 즈음하여 쓴 추모의 글 이 주렴처럼 펼쳐져있었다. 송암은 규식이에게 눈을 주고 조용히 물었다. 《김구선생의 제를 크게 열것 같습니까? 계엄령하에서는 일 체 모임을 못가진다고 백성욱이 담화를 발표했다는것 같습니다.》 그 물음에 김규식은 득의의 미소를 띠웠다. 《그건 내가 해결했습니다. 오늘아침 백성욱내무를 만나 우리 의 취지를 알리 니 자기 가 책 임 지 고 한 i 제 를 지내게 끔 하겠노라 고 하더군요.》 《난 그게 수상스럽습니다. 어떤 제기에 대해서도 〈국부》께 밀어 버 리는 그 맹 물단지 가 군비 상계 엄 령 하에 서 자기 가 다 책 임 진다 는것이 흰소리 아닙니까 . 》 최 동오가 머리를 기웃거린 다. 《뭐 대답은 해놓은것이 니 우리 야 하면 되겠지요.》 김규식이 최동오에게 말하는데 자동차소리가 나고 뒤미처 문 이 열리며 안재홍이 들어섰다. 《령 감들 !》 그는 방에 들어서 한마디 소리치고는 입술을 부들부들 떨다가 신음하듯 뇌였다. 《군대는 북진을 시작합니다.》 창졸간에 던진 그 말은 뢰성처 럼 을렀다. 방안의 세사람은 요즈 음 장안에서 쉬쉬하며 돌아가는 그 소리에 다 인박힌 상래였으 나 여느 사람 아닌 안재홍의 그 말에 아연하였다. 김규식은 넋 이 나간 사람처럼 벙벙해서 안재홍이를 보다가 왕청같은 소리를 꺼냈다. 《어저께 〈성조기》(미군대신문) 한장을 얻어봤는데 웨더마 79 이 어 가 개 인명 의 로 한국에 미一8형장갑차 12대 를 기 증한다는 뉴 스가 실렸더군.》 《망했습니다.》 안재홍이 흐느꼈다. 최동오는 입술을 악물고 수염만 밸밸 꼬았다. 그러다가 흔들 린 사람처럼 껄껄 웃었다. 《버러지지,버러지. 우리의 힘,우리의 정의란게 무슨 쓸데가 있어?》 송암은 처절한 눈길로 이들을 둘러보았다. 한생 을 제딴으로 배 달의 땅,배 달민족을 위 해 바친 이 사람들 의 비통한 얼굴에서 그는 정치와 외면하려는 자기앞에도 숙고하 지 않으면 안될 큰 문제가 제기되였다는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딸 의 문제면서 또 자기의 문제며 민족의 문제였다. 속세의 싸움에 벗어져 산다고 자부한 그였으나 이 싸움에서 자 기는 어데 가 서 야 하는가. 돌스또이의 타애를 그중 가깝게 받아들 인 그의 심령으로 볼 때 막막하다. 한편 무언가 지글지글 타오르는 분격이 주체할길없이 그의 마음을 휘저었고 그를 떠박질렀다. 《령감님들, 내 정치를 웃습니다. 이 나라에서 정치객 이 란 주 의주장의 싸움군들입 니다. 불쌍한것은 백성 이지 요. 그러고보면 인생이란 그저 조물주의 잘못을 탓하며 그럭저럭 끌 려가는 걸음이지.》 송암은 그동안의 모든 설음과 격정이 눈물로 복받쳐올라 꺼이 꺼이 울음을 터뜨렀다. 폭스트로트와 당고의 광란, 비 비 꼬며 돌아가는 다리 들, 도발적 인 향수내 와 알콜내 … 미 군사고문단의 후방요원들,록본사무처 의 녀서기들,후방보급계의 장교들… 고관의 처 첩들과 1류극단의 배 우들이 저마끔 껴안고 빙빙 돌아가고있었다. 어설픈 각본에 어설픈 연출로 후날의 조소를 받은 〈〈륙본장교구락부락성식》딴스홀의 악사석옆,모든 시선이 쉽 게 가닿는 식 탁앞에는 중량 120키 로라는 조선사람으로는 쉽지 않은 거구의 몸집을 가진 장성이 몽롱한 취안 80 으로 춤추는 다리들을 내 다본다. 때로 기자나부랭 이들이나 외국 인들의 눈길이 와닿을라치면 호걸남아의 위풍어 린 웃음을 보이며 위 스키 병 을 샴팡잔에 기 울이 고 그 잔을 단숨에 마셔 버린다. 그 액 체가 위스키가 아니라 소다수라는것은 오직 부관만이 아는 비밀 이다. 이전 일본군대의 병기소좌였으며 오늘은 《국군》륙본참모총 장으로 있는 채병덕은 《대의》를 위해 지금 연극의 한 장면을 연 출하고있다. 여러쌍의 눈길이 그를 지키고있다. 맞은편 탁에서 평양태생의 헤랄드 노불1등서기관이 로흉스런 눈길로 그를 보고 있다. 노불은 무초대사의 지시를 리행하면서 동시에 미중앙정보 부의 의 사를 대 변하고있다. 그옆에는 륙본 (룩군본부) 담당 지 투수 석고문관 존 피 리스대위와 군사담당고문 하우즈만대위가 채병덕의 행동을 주시하고있다. 채병덕은 그 눈길과 신호들에 비육이 심한 체격으로는 놀랄만 치 민감하다. 아마 그덕에 수다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참모총장이 라 는 높은 덕대에 오른 수닭이 되였는지 모른다. 지금 그의 내심에서 는 《내 결코 너희 인형 만으로는 있지 않으리 라》는 야심 이 도도히 굽이치고있다. 오래도록 준비 하고 갈망해온 거사가 바로 그의 이 야심 까지 성사시켜줄것 이 다. 다만 그 거사가 성공될 때까지만 이 눈길과 손에 아부해야 되고 웃어줘야 한다. 채병덕은 허영심이 비상히 강한 군인이였다. 그의 허영심은 아 버지의 돈과 권력이 어릴적부터 심어준 습벽이였고 중학시절에는 유도와 격검에 미처 돌아가며 특이한 완력으로 망나니들의 대장 질을 하며 굳어졌다. 일본룩군사관학교에서 그 삐여진 자존심과 애 비의 끊임없는 돈의 덕으로 우수성적으로 졸업하여 조선사람으로는 바라보기 힘든 소좌의 계급까지 바라올라갔다. 그 과정에 내지인 행세를 하였으나 때로는 자기 몸에 흐르는 반도인의 피로 하여 진 짜 야마도다마시족들한테 천대를 받을 때도 있었으니 이럴 때는 미 친듯이 피로왔다. 그럴수록 그는 이를 사려물고 높이 올라가야 한 다,높이 올라가 리왕족들이 엄는 일본귀족의 작위라도 받아야 한다 고 생각했다. 81 그러나 일본이 망하자 그는 일본인들한레 업수임을 받던 순간 순간의 일을 재생확대시켜 그때의 모욕감을 《반일감정》으로 환원 시켜 독립만세를 웨치며 눈물을 뿌렀고 친일의 력사에 《종지부〉〉 를 찍고 《건국》에 나섰다. 서룬 일본식 영어발음을 미국식으로 며칠간에 해결하여 미국인들앞에서 〈〈한국산미국인》으로 행동하 였다. 하여 그는 김석원이같은 선배를 밀어제끼고 먼저 장성을 어 깨에 얹었고 참모총장의 권좌에 올랐다. 그러나 참모총장이라는 자 리는 미군대위의 비준밑에서만 위세가 펼처지는 권좌였다. 이로 하여 그는 마음 한구석에 늘 추를 매단것처럼 묵직했다. 그러나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군이란 사사로운 감정에 아녀자처럼 가 슴을 앓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데도 있지만 보다는 그 감정표현 이 곧 자기의 원대한 꿈을 사막의 신기루처럼 허물어지게 하는 원 인으로 될수 있다는것을 간파했기때문이였다. 그러나 이제 벌어 질 거사가 성공하면 그는 영웅이 될것이며 하잘것없는 대위의 손아 귀에서 벗어나 맥아더와도 동격으로 이야기를 나눌수 있게 될것 이라고 몽상하였다. 이렇게 현란하고 화려한 몽상에 도취할 때면 장내가 떠나가게 원가 웨치고싶은 환희가 솟는가 하면 반대로 실제 적인 사업을 생각하면 초조와 불안이 윽죄이기도 하였다. 그 주 요한 원인의 하나는 미군사고문단장 로버트준장의 미국행이였다. 로버트는 많은 외국기자들을 초빙한 송별회에서 임기를 마치고 떠나게 되는 섭섭함을 자못 강조하여 말하고 떠나간것이다. 이제 벌어질 전쟁의 매개 세부를 계획하고 작성한 당자의 하나인 로버트 가 떠나가는것이 필요한 연극의 하나로 되겠지만 떠나기전에 그 가 한 한마디 말은 그때까지 생각 못했던 또하나의 새로운 불안 을 잠깨웠던것이다. 《미스터 채,모든것은 당신의 의사대로 잘되고있습니다. 이 커다란 책임에서 성공이 있기를 바랍니다.》 모든 작전을 저들이 했건만 마치 그것이 전적으로 채병덕의 구 상처럼 떠민다, 그 말은 만약 실패하는 경우에 모든 책임을 채병덕 에 게 전가시 켜 버 리겠다는것 이 다. 채병 덕은 늙은 도죠가 전범 자로 교수형을 받던 시보영화의 화면을 생생히 기억하고있었다. 82 사실 지금의 작전계획은 자기의 눈으로 볼 때도 빈름이 있었다. 그러나 맥아더사령부가 전일본군 고급참모일군들과 함께 작성한 것이고 백악관이 비준했다는데서 이의없이 집행하는 길밖에 없는것 이 다. 금년 2월 리승만과 함께 맥 아더를 만났을 때 그 유명짜한 5성원수는 너그립게 웃으며 용기를 돋궈주었다. 《전쟁이란 자기 법칙이 있소. 그 승리의 궤도로 내담게 하는 법칙은 우리의 의지와 힘속에 있소. 이번 전쟁은 당신네의 전쟁 이자 나의 전쟁 이요.》 며 칠전에 왔던 덜레 스도 신성 모와 무초,로버 트준장,라이 트대 좌(미군사고문단 참모장)가 있는 자리에서 그와 같은 뜻의 말을 하 며 개전즉시 대승할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이등박문과 같은 이 늙 은 외교관의 말을 채병덕은 진실그대로 믿고싶었다. 《참모총장각하,떠나보지 않겠습니까 ?》 담당고문 하우즈만대 위 가 채 병 덕 앞에 와섰 다. 채병덕은 그자의 눈길에 거만한 눈찌로 응수하고 천천히 손목 시계를 보았다. 11시 30분,무초와 약속한 시 간이 였다. (미국인들이 내 부관녀석보다 정확하군. ) 장내를 둘러보니 떠벌이 외국인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마 음나는 계집들을 차고 더블침대로 기여들었을것이다. 다만 12시 까지라고 명령을 받은 위관령관급장교들이 저마끔 껴안은 계집들과 시 시 닥거 리 며 돌아가고있 다. 악대 석 의 녀 자가수와 지 분거 리 던 부 관이 채병덕이가 일어서는것을 보고 시계를 내려다보며 황황히 입구로 나간다. 채병 덕 이 문을 나서는데 뒤 에 서 아양어 린 목소리 가 울렸다. 《대위님,절 오늘밤 재워주지요?》 《안돼. 오늘밤 우린 무조건 병영에 가있어야 돼.》 《아이 장교님도. 저기 나가신 참모총장님의 이름으로 오늘 오 후부터 외출외박이 선포되지 않았나요?》 《이런 바보… 그건 그래본거지. 세상을 속이는거 란말이 야.》 채병 덕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정 문입구에 서 있는 헌병중위 를 손짓으로 찾았다. 83 《저뒤 노란치마를 안고도는 장교와 계 집을 24시 간 입창(영 창 에 넣으라는것)시켜 !》 채병덕이 나가자 운전사가 부관더러 물었다. 《어데로 가잠니까?》 〈〈집으로.》 《어느 집으로 갈가유 ?》 채병덕이 들으라는 소리다. 채병덕은 화가 불끈 돋았으나 부 관 역시 자기를 보는바람에 치받치는 욕설을 삼켜버렀다. 부관은 채병 덕의 엄엄한 기색을 보고는 운전사에게 《본집으 토.》하고 속삭였다. 채병덕은 차가 떠나자 자기가 하마트면 위 신을 떨굴번했다고 안도의 숨을 쉬였다. 그러고보면 자기가 지금 신경이 과민되여있는것이다. 요즈음은 늘 본처의 집이 아니라 호적 등본에 오르지 않은 팔판동의 애첩의 집에 가 자군하였기때문에 운 전사가 그렇게 물은것이라고 생 각하였다. 그가 어찌 언감생심 장성 을 우롱하려고 그렇게 물있으랴. 채병덕이 집으로 들어가자 처는 그때까지 자지 않고있었다. 오 늘밤은 집에 꼭 들릴거라는 부관의 선통을 받은 녀편네는 다 늙 어빠진 쥐상에 희고 붉은것을 잔뜩 쥐여바르고 코트를 벗긴다,실내 화를 가져와 신겨준다 하고 법석을 피우며 칭칭 감겨 돌아갔다. 그 것도 채병덕이 젊을적에 좋아하던 차림인 앞가슴이 헤쳐지는 까 만 기모노를 입고 머리도 왜식으로 틀어을렀다. 채병덕은 이젠 다 스러져버린 녀편네의 뾰족한 얼굴을 쓸쓸히 보다가 사무실 겸 서재 로 쓰는 2층방으로 갔다. 쇠를 열려던 그는 봉인딱지가 떨어진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누가 오지 않았어 ?》 채병덕은 뒤쫓아오는 처에게 눈알을 부라렸다. 녀편네는 기모 노앞섶을 가리며 얌전스레 대꾸했다. 《정식 이가 왔다갔어요.》 《이 방을 열지는 않았어 ?》 《그 애 가 뭣때메 ?》 《봉인이 떨어졌단말이야.》 84 《절로 그럴 때도 있어요. 청소부애가 혹시 소제를 하다가…》 채병덕은 채 듣지 않고 문을 열었다. 묵직한 밤빛 비로도카렌을 창문마다 드리운 이 방은 마치 물 속처럼 고요하고 침침하다. 그는 문밖에서 기웃거리는 처에게 손짓 으로 물러가게 하고는 방문을 잠그었다. 그리고는 벽시계와 손목시 계를 대조해본후 책상에 앉아 씨가를 한대 꺼내물었다. 그는 쳐 칠이 려송연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후부터 늘 이것을 피웠다. 그 때문인지 어떤 친구들은 채병덕을 《쳐칠경》이라고 부론다. 채 병덕은 담배연기를 천천히 쁨다가 시계가 5분전 12시를 가리키자 수화기를 들고 록군본부작전상황실을 찾았다. 면바로 작전국장이 나왔다. 특별히 제기된 일이 없는가를 묻고 수화기를 놓는데 옆 에 놓인 하얀 전화기에서 매미소리같은것이 을렀다. 수화기를 들자 쉬 여빠진 코맹 맹 이 늙은 목소리 가 나왔다. 《채병덕이냐?》 《예,대통령각하,채병 덕 이 전화받습니 다.》 《별고 없겠지 ?》 《네,대 통령 각하,만전을 기 하고있습니 다. » 《그럼 난 맘놓고 자겠다. 그래 군의 용기는 여전하겠지 ?》 채병덕은 씩 웃었다. 아침은 해주, 점심은 평양이라는 그 호기 로운 맹약들에 대한 질문인것이다. 채병덕은 될수록 공손한 말투를 찾아 대답하였다. 《각하,념 려마십 시 오. 미 국어른들이 어 떨지,군은 의 기 충천합 니 다. 옥체 를 보중하시 여 숙면 하십 시 오. » 《고맙다. 용전하길 바란다.》 덜컥 하는 소리를 듣고 채병덕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수화 기를 놓는데 마치 그 동작이 신호종을 누른것처럼 전화가 울어 댔다. 채병덕은 《아차 !》하고 혀를 차며 재차 그 수화기를 집 어들었다. 무초도 12시,리승만과도 12시 라고 전화약속을 한것 이 잘못되였다는 뒤늦은 후회가 머리를 쳤다. 분명 무초가 리승만 과 전화를 하는 2〜3분간 신경질적으로 전화손잡이를 돌렸을것 이다. 아니, 이 전화선이 미대사관과 대통령실과 직결된것이니 무 85 초가 도청했을수도 있다. 채병덕은 리승만과의 전화에서 〈〈미국 어른들》이라고 할 때 비양조로 말했음을 뉘우치며 정중하게 제 함자를 대였다. 〈〈참모총장 채병덕입니다.》 《다른 일은 없습니까?》 랭랭한 목소리다. 채병덕은 두손으로 전화기를 싸쥔채 잔뜩 긴 장하여 졌 다. 《일은 잘되고있습니다. 일선상태도一》 《그건 나도 알아봤습니다. 다만 나는 약속을 지켜드린다는것 을 귀관에게 알리고자 전화를 걸었습니다.》 《각하,감사합니 다. 저희를 믿고 주무십 시 오.» 채병덕은 전화기를 놓고나서 허구픈 미소를 지었다. 《저희를 믿으라》는것은 너무나 빤드름한 아첨에 불과한 말 이다. 무초역시 이것을 잘 알고있다. 명령을 되받아넘기는 전달 자에 불과한 자기가 아닌가. 그러나 얻어질 때는 매우 큰것을 엄을 수 있는 싸움, 그는 이 싸움이 단순히 북조선만이 아니라 적색세 력을 중국과 씨비리에서까지 완전히 구축하려는 어마어마한 싸움임 을 잘 알고있는것이다. 이제 다섯시간을 어떻게 보낼가. 잠은 들수가 없다. 그러면 한잔 할가. 무초나 리승만이 다같 이 파리에 가서 술을 마시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여기 집에서 마 시는것이야 저들이 알가.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앞에 는 처가 무릎을 끓고 얌전히 앉아있었다. 일본구주의 포병시절, 신혼의 얼마동안 흉내를 내다가 집 어던진 일본식 옥상의 연기다. 순간 그의 눈은 기모노깃사이로 가닿았다. 벌써 몇해전부터 소 박당하듯하며 별로 손이 가보지 않은것이다. 부지중 녀편네가 측은해졌다. 전쟁의 만약 경우를 생각해서 일본에 금을 빼돌리 면서 도 이 녀자의 몫으로는 조금도 넣지 않고 다 팔판동의 애 첩 에게 맡겼다. 너무 잔혹한 처사가 아닐가. 그때 또다시 전화벨 이 귀찮게 울어댔다. 채병덕은 약속되지 않은 전화라 당황해서 되돌아섰다. 수화기 를 들자 헌병 사령 관 송요찬의 찡쩡 한 목소리 가 흘러 나왔다. 86 《각하가 엄중단속하라고 한 성련화라는 녀자를 귀 처남되는 사 탐이 데려갔습니다. 석방서엔 각하의 인장이 찍혀졌다고 하는데 사 실을 확인하려一》 《처남이 ?… 음…》 채병 덕은 골살을 찌 프렸다. 리승만경 호장교라고 우물렁거 리며 돌아가는 백정식,나라가 뭣이고 사상이 뭣이냐,죽으면 단데 하고 위험스런 발언을 망탕 하는가 하면 어떤 때는 자기도 놀랄 정도 로 흥분하여 이북을 쳐 쑥발을 만들자고 웨쳐대는 덜렁뱅이 처남이 라는 녀석이 감히 나라무력의 통수자의 인장을 훔쳐 쓰다니 ? 채병덕은 뻗쳐오르는 울기를 간신히 참고 태연히 말했다. 《찍은 일이 있소. 김규식이요, 안재홍이 요 너무 들싸대서… 그런데 도로 잡아넣어야겠소. 좋기는 조용히 없애던가 그렇지 못하 면 오늘내로 서대문류치소의 제주도 빨갱이패들속에 밀어넣소. 알겠소? … 도로 잡아넣으란말이요.》 채병덕은 전화기를 놓고 이마를 쓸었다. 《쳐죽일녀석 !》 좋지 못한 징조였다. 그러나 자기의 처리는 괜찮은것 같다. 만 약 참모총장이 제 인장을 처남이 마구 다루게 뒀다는것을 엉큼한 송요찬이 알면 무슨 망신이랴. 채병덕은 눈을 감고 잠시 서있다 가 벽장에 있는 철함에 다가갔다. 철함에는 일본도가 걸려있었다. 그는 칼을 벗겨들고 칼날을 뽑아 불빛에 비쳐보다가 책상에 다가 정 중히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전축을 틀었다. 이것저것 판을 고르 던 그는 베토벤의 교향곡중 《영웅》을 뽑아들었다. 그 판을 맞 추고 바늘을 올려놓은 그는 매우 엄숙한 표정을 하고 군도가 놓 인 책상에 마주 가 앉았다. 그리고는 두손을 십자로 포개여 칼우에 얹고 거기에 머리를 박았다. 베토벤이 그려낸 영응과는 엄청나게 다른 제 나름의 영웅을 꿈꾸며 그는 칼에 정신적구조를 기 원했다. 차거운 칼날에 이마가 선뜻선뜻했다. 87 제 장 《너무 어여쁜걸.》 《저건 어떤 계집이야.》 야수의 본능이 새빨갛게 타오르는 음탕한 눈길들이 세라복을 입 은 그의 몸에 어지럽게 날아들 때면 련화는 자기가 마치 도마우 에 오른 고기처럼 느껴졌다. 고막을 에일듯 터져나오는 형장의 비 명을 듣게 된다든가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땀에 번들거리 는자의 와이샤쓰에 튀긴 피방울을 보게 된다든가 하는것이 그에 게는 다 견디기 어려운 고문이였다. 그는 제대로 자지도 못했고 목 함에 들어오는 밥같은것은 구역이 나서 입에 대지도 않았다. 처음 체포되였을 때 《평화통일을 지지한것이 왜 죄가 되나요. 민 족운동의 기수를 살해하는 진범은 활개치게 하고 애매한 사람을 잡아가두는것이 질서의 파수군이 라는 경찰의 본업 인가요.》하고 들이 댄것 이 말꼬리 가 잡혀 김구살해의 장본을 대 라는 질문에 리승만과 신성모,채병덕을 찍어댄것이 지금 보면 자기를 이 록군형무소의 지하감방에 오게 하고 여기의 한 헌병의 말처럼 《네 고운몸이 백 골로 되 여나가게 되 니 아깝다.》는 신세를 면할수 없게 된것 이 다. 련화는 일단 죽음을 각오하고나자 마음 편한것을 느꼈다. 그 런중에도 바라는것이 있다면 고문을 받지 않고 조용히 자기도 모르 게 죽는것이였다. 이날 저녁은 다른 때와 달리 몹시 조용하였다. 옆방의 《월북미수 자》들을 족쳐대던 고문도 없었다. 련화는 여느때처럼 되창이 보이는 구석 널판자에 조그리고앉아 번거로운 생각에 잠겨있었다. 자기가 만약 이대로 죽으면 운학동무가 알아줄가. 안다면 언제나 알가. 그리고 그의 부탁대로 이 땅의 지성과 량심의 꽃으로 살려고 마지막까지 모지름셌다 는것까지 알가 하는 천진스런 생각에 자기를 찾는것도 몰랐다. 《성 련화씨 !》 88 재차 부트는 여느때없이 상냥한 소리에 고개를 돌린 련화는 뺑 끼칠이 벗겨진 문이 활짝 열리고 간수옆에 낯모를 소령이 웃으며 선것을 띠여보고 화닥닥 놀라며 일어섰다. 그러나 너무 갑작스레 일어난탓인지 눈앞이 팽 돌아 그대로 주저 앉고말았다. 소령이 황황 히 달려 와 부축하려 했 다. 련화는 그 매 끈한 손을 보자 진저 리를 치며 일어났다. 입술을 피터져라 깨물고 간수를 향해 마주갔다. 〈〈련화씨,석 방입 니 다. 누가 힘을 쓴줄 아십 니 까.» 복도에 나갔을 때 소령은 담배 진내를 끼 얹으며 귀속말로 말하 였다. 련화는 이것 역시 무슨 악몽의 시작이러니 하고 그 말을 바 람결처럼 흘러며 이끄는대로 걸었다. 땀내와 피비 린내로 숨막히는 지하실로부터 마당에 나와 시원 한 공기를 마셨을 때 련화는 짜릿한 충격에 몸을 떨었다. (정말 내가 놓여나가는것이 아닌가. 그러면 내가 산단말인가. ) 형무소 정문에는 언니 계화가 우산을 받쳐든채 웬 남자와 함 께 서있다가 달러왔다. 《련화야.》 《언니 !》 련화는 불쑥 눈물이 솟구쳐올랐다. 그때 언니와 함께 서있던 남 자가 다가와 고개를 끄덕했다. 〈〈고생 했겠습니다.》 그를 알아본 련화는 속이 섬씻했다. 백정식이였던것이다. 《이분이 위험을 무롭쓰고 너를 구했다.》 계화의 말에 련화는 저으기 놀라면서도 감사의 뜻으로 말없이 머리를 숙여보였다. 백정식은 구원자로서의 생색을 내지 않고 풍을 씌운 스리퀴 타에 안내했다. 《당분간 우리 집에 있어야 돼. 위법으로 빼내니만치 다시 검 색이 있을수 있어. 아버지도 승낙하셨다.》 언니가 이렇게 소곤거릴 때 백정식은 매우 초조한 기색으로 주 변을 살폈고 빠른 속도로 차를 몰아나갔다. 리윤병의 집에 올 때까 지 백정식은 말 한마디 없었다. 련화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였다. 그는 백정식이가 지난 기간의 죄에 대해 반성하고 회개의 길에 나 89 서는 기적을 발휘한것이 아닌가 하고까지 생각하였다. 련화가 백정식을 처음으로 알게 된것은 해방직후 그리스도교 청년회관에서 있은 시내 각 학교 대표들의 모임에서였다. 모임은 《해방과 조선청년》이라는 제명으로 된 토론회였다. 여기서 리 화녀전대표로 나간 성련화는 《조선은 민주사회로 나가야 하며 청년들은 민주정치의 기발을 들고 앞장서 나가야 한다.》고 열렬히 토론했다. 그가 토론을 마치고 연단에서 내렸을 때 백정식 이 나 타나 자기 소개를 하며 물었다. 《련화씨라고 했지요. 불불는 토론,목청도 좋구요. 끄당기는 힘 이 대 단합니다.》 이렇게 얼레발을 치고는 매우 심각한 눈길을 하고 묻는것이였다. 《민주정치 라는데 어떤 민주정치 입 니까. 미국식민주주의 입 니까 네데를란드식 민주주의 입 니까. 아니면 손문의 민주주의 입 니까 ?》 일본성대 중퇴생이라는 백정식의 질문에 련화는 우선 모욕감 을 느꼈고 다음은 그 질문에 답변할 준비 가 못된데 당황해서 얼 굴을 붉혔다. 그러자 백정식이도 덩달아 얼굴을 붉히며 《련화씨같 은 미모의 녀성은 정치에 나설바 못됩니다. 련화씨는 사랑을 위 해 래여난 존재입니다. )) 하고 무슨 서푼짜리 련애극 대사갈은 말을 뇌이고는 자리를 떴었다. 두번째로 만난것이 좌익계학생들의 모임때였다. 림운학이 나 가 토론할 때 서북청년단 깡패들이 들이닥쳤다. 그중에 백정식이도 있었다. 백정식은 뒤전에서 싸움을 지휘하다가 련화를 보자 슬그머 니 피하고말았다. 그후 백정식은 련화를 찾아 학교로 왔었다. 그는 란투극에 뛰여든데 대해서 사과하면서 자기는 련화를 위해 모든것을 바칠 준비 가 되 였노라고 사랑의 고백 비숫한것을 하였다. 련화는 어처구니 없어 웃었다. 《전 방금 토론한 연사의 편인데요.》 〈〈린 화씨 에 한해 선 그것 을 잊 으렵니 다.» 련화는 웃음을 거두고 경멸하는 눈길로 그를 똑바로 보았다. 《체포하러 오지 않은데 대해서는 감사해요. 그러나 이제 다 신 오지 마세 요.» 90 그후 련화는 백정식이가 미군정청에도 나들고 엠피들을 이끌 고 좌익계학교들을 습격하는데 앞장을 선다는것을 알았다. 더우 기 그가 림운학의 체포에 혈안이 되여 날뛰는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는 영 원한 원쑤로 락인찍 었었다. 그런데 3년동안 어데론가 사라 졌는지 보이지 않던 백정식이 련화가 체포되기 닷새전에 불시에 집 으로 나타났다. 그때 련화는 방에서 평화통일호소문을 열부씩 간종그려 쌓고 있었다. 미처 치울새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선 백정식은 군복차 림이 였다. 3년전보다 낯이 한결 희 멀끔해 진 그는 미국류학을 마 치고 돌아와 인사차로 들렸다고 비위좋게 말하였다. 련화는 바닥에 널린 호소문때문에 간이 콩알만해서 그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도 모르고 조밋 조밋해 서 있었다. 다행 히 아버 지 가 그전의 원험은 잊은듯 점잖게 말동무를 해주었다. 련화가 새초롬해서 보자기에 호 소문을 싸자 백정식은 시치미를 떼고 한장을 집어들어 소리내여 읽 었 다. 그리 고는 별게 아니 라는투로 련화에 게 돌려 주는것이 였 다. 《뭐 나를 3년전의 백정식이로 알지 마십시오. 하긴 나도 리 대통령 과 백내무께서 이 호소문관계자들을 엄 벌하라고 한 내용을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이까짓… 뭐랍니까. 미국에서는 매일 시위 고 삐 라놀음이지요. 사상놀음은 자유로워 야지요. 그렇지 만 련화씨 , 이런 놀음은 그만두십시오. 종이 몇장으로 래풍을 당합니까. 지금 정부나 군정은 추상적인 관념에 불과한 사상때문에 혈안 이 되여 쏴죽일내기를 하고있지 않습니까. 개개인의 벼룩같은 존재 가 무엇 입 니 까. 련화씨같은 경 우에 경 찰은 눈 한번 깜박이 지 않 고 저승으로 보낼거 란말입니다. 민족의 기둥이라고 하던 김구같 은분도 서슴지 않고 없애는 판에.》 《그거 야 무뢰배의 개 인레 로지 정부가 한것은 아니잖나?》〉 김 구의 살해진상에 무척 관심 을 갖고있던 아버 지 가 한물음 던 지자 백정식은 가없다는듯 싱그레 웃고는 기가 나 떠벌였다. 《선생님은 그래 안두희같은 조그마한 존재가 제 의사로 그 거 물의 가슴에 맞창을 내였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저의 매부나 특 수정 보과장 김 창룡이 나 씨 아이 씨 의 노엽 중위 에 게 물어 보십 시 오. 91 국부가,아니 그보다 더한데서의 지령이였지요.》(련화는 첫 심문 시 이 자료를 가지고 반박을 한것으로 륙군형무소로 옮겨진것이 였다. 그는 어데서 들은 류언비어인가고 할 때 백정식이한테서 들 었다는것은 말하지 않았다. 백정식이가 호소문건을 가지고 고발 하지 않은데 대한 갚음이라고 하겠는지… 자기로도 분명치 않은 리 유로 침묵을 지켰다. ) 백정식은 자기의 말에 반응이 큰것을 보고 성수가 나 계속했다.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날리 있습니까? 그러니 련화씨는 괜한 모험을 하지 마시오. 아버님께도 부탁 합니다. 아버님처럼 현명한분이 어찌하여 따님의 이런 행동에 눈을 감으시 는지 리 해 가 안갑니 다. 나는 련 화씨가 걱정이 됩니 다. 선생님,전 지난 기간에 선생님뿐아니라 련화씨앞에서도 불한 당이였습니다. 사상바람에 미쳐 칼부림도 하고 나쁜 짓도 하였습니 다. 그러 나 지 금은 3년전의 백 정 식 이 가 아닙 니 다. 선생 님,제 가 따님 한테 청혼하는것을 승인해주십 시오.》 너무나 뜻밖의 맹 렬한 기습이 라 그때 아버지는 깜짝 놀랐으나 련 화는 낯이 파릿하게 될 정 도로 분했 고 한편 억 이 막혔 다. 그는 백정식 이 비굴할 정도의 웃음을 담고 아부어린 눈길을 자기에게 돌 릴 때 발칵 일어섰다. 《저한텐 애인이 있어요. 미안하지만 전 약속이 있어서 가봐 야겠어요.》 «-» 백정식의 낯이 해쓱해졌다. 점차 입술이 파릿하게 몽켜들며 눈 에 독이 뻗쳐올랐다. 그러나 그는 싸늘히 비웃음을 띄웠을뿐 소 리없이 일어났다. 그는 문을 홱 열어젖히고 한참이나 신고하여 구 두를 신고는 피 발어린 눈길을 련화에 게 돌렀다. 《애인이란 북에 간 림운학이겠지요. 약속한 동무란 북에서 보낸 프락치야일것이구요.》 《원 무슨 망녕된 소릴 !》 아버지가 꾸짖듯 말하자 백정식은 머리를 꾸벅했다. 〈〈실례했습니다. 격한김의 망발입니다.》 92 그리고는 련화에게 음울한 시선을 주고 이제까지의 태도와는 판 다른 은근한 태도로 말했다. 《미스 성, 난 운학이라는 환상과 결별할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는 씽씽 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졌다. … 련화는 온몸이 나른한중에 이 생각을 굴리며 무언가 떳떳치 못 한 께름한 예감이 들었다. 밤이 어둠이라는 자극제로 도깨비와 강도를 불러낸다면 전쟁 이라는 조직된 범행은 일종의 자극제로 되여 백정식이와 같은 인간 에게는 유쾌한 범죄를 감행할 들든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백정식은 오늘 경호대 대기차를 몰고 륙군형무소로 무단출입한것이 문제시된 다는것을,더더구나 채병덕의 인장을 쓴것으로 지금 하늘 높은줄 모 르고 으르렁대는 매부와 충돌할수도 있고 자칫하면 군사재판에까지 회부될수 있다는것을 모르는바 아니였으나 나으리들이 동족을 피에 잠그는 행위를 버젓이 하는판에 이까짓 일이 무슨 문제랴 하고 마 치 서부활극에 나오는 렵기적주인공인양 모험을 한것 이 다. 백정식은 서북청년단이 좌익청년들을 때려엎는 그 장소에서 성련 화를 보고 그 미모에 넋이 빠지면서부터 한가지 결심을 굳혔다. 저 녀자가 진정으로 나의 사랑을 받아들인다면 결혼할것이다. 그 결혼으로 어리석은 빨갱이짓과 결별하게 할것이다. 그렇지 않고 배척하는 경우엔 육체를 점령하고 아예 없애치울것이다. 녀자는 배 척하였다. 그러나 련화를 단념할 용단을 내리기에는 백정식의 의지 에 원가 부족한것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과 환경이 련화를 쟁취 한다던가 짓밟을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 모든 욕망을 그는 오늘 현실적으로 실현할것이였다. 그 방 법에 대한 계획과 그 계획에서 오는 긴장과 짜릿한 감정으로 그 는 차에 앉았을 때부터 리윤병의 집에 들어설 때까지 련화를 보 는척 도 안했 다. 련화는 형부네 집에 들어설 때 오싹 소름끼치는 느낌을 순간 적으로 받았다. 무엇때문인지 알수 없었다. 너무나 조용한탓인지 아니면 신발장에 신발을 올려놓고 머리를 쳐들었을 때 십자가에 매 단 벌거벗은 그리스도가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리고있는 목판화를 93 본탓인지. 그러나 그는 《얘,왜 그러고 선?》하고 계화가 부드 럽게 속삭이며 잔등을 가벼이 떠밀 때 주위를 둘러보고 다소 마 음을 놓으며 걸음을 옮겼다. 약간씩 소리를 내는 마루장을 밟으 면서 그는 뼈부러지는듯한 신음소리와 악에 받쳐 웨치는 형리의 고 함소리를 더는 듣지 않게 되였다는것으로 또 등이 거멓고 배가 하 얀 이름을 알수 없는 벌레들이 발밑으로 기여다니는 구질구질한 형 무소의 감방에서 벗어났다는것으로 그리고 옆에는 비록 사상과 감정으로는 멀리 떨어져있어도 여하튼 같은 피줄을 타고났고 한 이 부자리에서 자며 한 밥상에서 밥을 먹으며 자라난 언니가 있다는것 으로 일종의 안온과 안심을 느끼였다. 《시부모들은 1층에 있어. 다 잠들었으니 걱정 마.》 련화는 계화가 이끄는대로 따라 움직였다. 2층 욕실에서 목욕 을 하고 언니의 살내가 느껴지는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언 니가 가져오는 음식을 이것저것 먹었다. 〈〈얘,그 사람한레 가 인사는 해 야지.》 련화가 목욕과 포식에서 오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여 눈이 감 츠레해있자 계화가 속삭이듯 말하며 손을 잡아끌었다. 련화는 례의 라는 그 도덕 의 굴레 를 벗 을수 없 다는데 끌려 응 접실에 앉아 담배를 빨고있는 백정 식 에게 로 갔다. 《고마워요.》 백정식은 매우 례절바른 태도로 정중히 인사를 받았다. 《푹 쉬 십 시오. 그런데 제 차가 이 집 에 왔댔으니만치 흑 수 색시에 이 집에 올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데는 얼씬 마십시오. 래 일 …》 백정식은 여기서 말을 끊고 잠시 생각하다가 계속했다. 《앞으로 경계령이 풀리면 그때 알려드리지요.》 련화는 그앞에 그대로 있기가 무엇하여 목례를 하고 언니가 침 방으로 정한 방으로 걸어갔다. 그 방에까지 이론 그는 백정식에 대 한 본능적인 경계심으로 하여 숨소리를 죽이고 언니와 하는 이야기 를 귀기울여 들었다. 《…잘수 없습니다. 경무대로… 래일이면 알것입니다.》 94 련화는 자기와 관계된 소리가 아니라는것으로 방문을 열고 들 어섰다. 화분들이 구석구석 놓인 방한가운데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 었다. 창가림이며 원탁이며 침대발치에 세운 체경이며 전축대옆 에 놓인 화장대 며 가 다 호화롭고 사치 한것 이 였다. 련화는 녀 자의 본능이라고 할 충동에 끌려 화장품대에 가 동그란 경대의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쳐보고 반라체의 요염한 녀자가 웃고있는 칼멘 상표 의 분곽을 집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분통을 열지 않고 도로 놓고말 았다. 며칠동안의 상심과 육체적고통에서 약간 수척해진 얼굴을,그 러나 자기로도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가름한 얼굴에 쌍까풀이 알 릴가말가한 눈이 꿈속에 잠긴듯 몽롱해있는 모습을 보고는 한숨 을 짓고 침대로 다가갔다. 언니가 가져다놓은 깃이 넓고 가슴부 분에 수를 놓은 하얀 잠옷을 보며 문득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자 기 집을 생각했다. 오직 있다면 책들뿐,장식이란 몇개의 옛그림 과 서예의 족자들… 자기네와 언니는 서로 다른 먼 세계로 갈라 져있다는 사실이 이 평뎅그렁하면서도 사치한 방안의 일체가 그 리고 널직한 침대에 던져진 비단잠옷으로 증명되는것 같았다. 그러 자 방금전까지 어데 앉기만 하면 잠에 끓아떨어질듯하던 피곤대 신 원가 불쾌하면서도 두려운 생각이 스며들었다. 마침 언니가 들 어왔다. 그는 침대에 앉아 량무릎에 팔굽을 의지하고 턱을 고인 채 생각에 잠겨있는 련화를 물끄러미 보다가 조용히 옆에 와 앉 았 다. 《년 그래 끝내 공산주의를 한다는거니 ?》 《그 사람은 갔어요?》 련화는 대답대신 경계어 린 눈길로 물었다. 계화는 무심한 래 도로 대꾸했다. 《피곤해서 조금 눈을 붙였다가 간다누나. 새벽근무여서 … 그 사람이 참 불쌍하구나.» 련화는 놀라움속에 언니를 야멸차게 쏴보았다. 계화는 련화의 눈총에 어설픈 웃음을 입가에 그렀다. 《그래 년 사상이 다트면 다 원쑤로 본다지 ?》 《언니,그만 자요.》 95 《련화야,년 언제 한번 내 말을 귀등으로도 안들었다만 이번 엔 좀 새겨들어 라. 이젠 무슨 그런 통일이 니 공산당이 니 하는데 끼 여들지 말아라. 어디까지나 우린 녀자야. 녀자란 뭣이니. 가정 을 꾸리여 남편을 받드는 내조자로 사는것이 녀자의 도리가 아 니겠니. 너는 지금 마음에 잡스러운것이 가득 차서 방황하고있 는 들새 와 같다.» 련화는 언니의 그 목사의 설교조 비숫한 어조에 그만 웃고말 았다. 자조,순종,고요를 미덕으로 알고있는 언니,지어진 운명의 오솔길을 조용히 눈 내리깔고 걷는 녀인으로만 알고있는 언니가 사 상을 두고 훈시 를 하는 거 기 에 웃음이 나간것 이 다. 그러 자 전신 에 긴장이 탁 풀리며 다시금 자고싶은 생각이 치밀었다. 계화는 련화의 가느스름한 눈과 흐트러 진 입 모양새를 보며 어 깨를 그러안았다. 《너처럼 곱디고운 애가 빨갱이라니 참 요절할 일이다. 괜히 들 떠하지 말고 시집가렴.》 《언니,그런 말 말아요. 그리고 난 솔직한 말로 공산당이 안 예요. 호호,내가 무슨 정치에 간참하겠어요?》 련화는 한때 미〈〈군정》을 반대하는 젊은이들의 흐름에 운학 이를 따라 뛰여든 그것으로 내내 자기를 무슨《운동가》로 보는 언니가 우스웠고 이자리에서 그 오해를 풀고 벌려진 《간격》을 메 꾸고싶었다. 그러나 계화는 그의 소리를 하나의 변명으로 들었는지 귀전으로 스치며 제 생각을 좇아 말했다. 《지금 백정식씨는 너때문에 환장이 됐다. 저처럼 열정적인 사 탕이 있 다는것 을 나는 소설 에 서 나 봤지 생 전처 음이 다.» 《언니 !》 련화는 새침해서 소리쳤다. 그리고는 새파래진 얼굴로 발끝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잘금잘금 씹었다. 이처럼 련화가 성을 낼라치면 계화는 언제나 어리둥절해진다. 그것은 자기는 선한 의도를 가지고 착한 말을 하는데 왜 그걸 몰라줄가 하는데서 비롯된것이기도 하다. 《년 여전히 암고양이 한가지로구나.》 계화는 쑥스럽게 웃었다. 언니라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세살아 96 래의 련화에게 눌러지내였다. 련화는 아버지한테는 물론 온 동리의 귀염둥이였고 사내애들도 함부로 놀리려들지 못하는 담차고 영악한 소녀였을뿐아니라 학교시절에 계화가 겨우 보통성적을 유지할 때 련화는 늘 90점이상을 놓치지 않는 우수생이였다. 그런데서부터 계 화는 모든데서 련화한테 양보하는데 습관되였고 그럴 때마다 《암 고양이같으니》하는 핀잔 비숫한 나무람을 던지는것으로 언니의 명 분을 지 켰을따름이 다. 계화는 련화가 정 말 지 쳐 쓰러 질듯한 피 곤 에 사로잡혀있음을 알고 잘 자라는 말을 남기 고 방을 나갔다. 련화는 침대에 놓인 언니의 잠옷을 들어보다가 체경우에 걸어 놓고 옷을 입은채로 침대에 꼬부리고 누웠다. 그런데 왜서인지 몸 이 오싹오싹해졌다. 그는 머리맡의 모포를 펼쳤다. 모포에서는 담배내와 향수내가 엇섞여 풍겼다. 《여긴 너의 형부가 자는 침대 란다. 수색 이 있어도 그렇고 여 기 가 좋을게 다. » 아까 계화가 하던 말이 떠 올라 도로 모포를 말아서 마루바닥 에 놓고 베개도 잇을 금방 바문것이지만 원가 께름직하여 뒤집어놓 았다. 그런데 베개밑에서 원가 차고 딱딱한 쇠붙이가 손에 마쳤다. 련화는 그것을 꺼내보았다. 권총이였다. 련화는 섬찍하게 놀랐다. 4년전 이런 권총의 총구앞에 섰을 때의 소름끼치던 일이 번개치 듯 되 살아올랐다. 미 군정 통치 를 반대하는 좌익계 학생 대 표들의 토 론회 로 알려진 모임 때 였 다. 서 청패 와 경 찰들이 달려 들어 모임 해 산을 선포하고 반항하는 남학생들을 포승에 지워 끌고가는 소요 스런 란투가 한마당 끝나 헤쳐갈 때 어디선가 미군들이 달려들었 다. 련화는 담장가에서 미군의 손에 잡혔다. 술취한 미군은 알아들 을수 없는 말을 연신 중얼거리며 그의 허리를 그러잡고 세라복앞자 락을 찢 어내렸다. 그 순간 이미 가버 린줄 알았던 운학이가 나타 났다. 운학은 그놈의 동가슴을 떠박지르며 련화와의 사이를 가로막 았 다. 《뛰 시오.》 그러나 련화는 펼수 없었다. 운학이를 향해 그 미국놈이 권총 을 뽑아들었던것이였다. 련화는 비명을 지르며 운학의 앞을 질러나 97 效다. 술취한 미군은 껄껄 웃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흉내를 내며 《땅 ! 땅 !》하고 입소리를 내고는 권총을 도로 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는 아까보다 더한 횡포한 동작으로 련화에게 덤벼들었다. 그때 운 학의 몸이 앞으로 날았다. 련화를 그러안던 미군이 뒤로 허궁 나가 넘어지자 운학은 재차 껑충 뛰였다가 놈의 복부를 발굽으로 들이질 렀다. 련화는 운학의 손에 부축되여 담장을 넘었고 그의 손에 팔목 을 잡힌채 골목을 누벼달렸다. 행인들이 오가는 불빛 환한 백화 점앞에서 정신을 차리고 걸음을 멈추었을 때 련화는 자기의 세라복 앞깃이 터져 열린것을 보았다. 급급히 손으로 가리웠으나 이미 운 학의 눈길도 거기에 닿았을 때였다. 운학은 얼굴을 붉히며 외면 하고는 말없이 저고리를 벗 어주었다… 련화는 오시시 몸이 떨렸다. 그는 애릿한 추억을 불러일으키 게 한 권총을 베개로 눌러놓았다. 모포를 뒤집어쓰고 누웠으나 잠 이 오지 않았다. 문소리에 련화는 와뜰 놀라며 눈을 떴다. 바람이 밀려들며 시 커먼 그림자가 얼핏거렀다. 소스라친 련화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체경우에 걸어놓은 흰 잠옷이 그대로 있는것을 보고 꿈 이 아님을 알았다. 《미 안합니 다,미 안합니 다. » 문가에는 백정식이가 서있었다. 겁먹은듯 휘둥그렇게 른 눈이 향방을 찾지 못하고 허둥거 렀다. 온몸을 덜덜 떨고있었다. 《나가세요.》 련화는 정신을 차리고 소리쳤다. 《아니 조용히 ! 잠간만.》 백정식은 그대로 덜덜 떨며 다가왔다. 《나가요. 안나가면 소리칠래요.》 《련화씨,난 잠간만 이 야기를…》 《안돼요! 안돼요!》 련화는 공포와 불안 속에 몸이 가드라들며 소리쳤다. 백정식의 얼굴이 이지러지였다. 98 《정말 이러기요?》 문쪽을 한번 돌아보고난 백정식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허 둥거 리던 눈이 살기를 띠고 번뜩였다. 련화는 위험을 감촉하며 몸을 옹송그렀다. 백정식은 얼굴이 벌 겋게 달아올라 독을 써보다가 능글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련화는 침대에서 뛰여내렀다. 그 순간 베개밑에 있는 권총이 생 각되였다. 련화는 다급히 권총을 빼들고 소리쳤다. 《달려들면 쏠레 다 !》 마구 달려들려던 백정식은 흠칫하며 멈춰섰다. 권총을 내려다 보는 그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찡그러졌다. 《네가 그런 녀자였구나.》 련화는 그자의 몸등이를 겨눠 권총을 든채 뒤 걸음치며 문쪽으 로 다가갔다. 《강도다!》 그는 새되게 소리치며 문을 열어젖히고 내달렸다. 옆방문이 열 리며 내다보는 언니의 놀란 얼굴을 보자 련화는 분을 참을수 없 었 다. 〈〈훌륭해요.》 련화는 차겁게 한마디 내쏘고는 계단을 구르며 내달렸다. 파리채를 거꾸로 쥔 조글조글한 상판의 령감과 부및쳤다. 《강도다!》 령감이 기겁하여 소리치는것을 들으며 신발을 찾아든 련화는 정 신없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가는 비발이 활짝 단 얼굴을 식혔다. 한창 달리던 그는 세종로어귀의 전주대옆에서 세 그림자가 후 닥닥 물러나 사라지는것을 보았다. 련화는 황급한중에도 전주대 에 눈띄게 붙인 흰 종이장에 일순 시선이 몇었다. 가로등의 희미한 빛발아래 드러난 글자를 보던 련화는 가슴이 널뛰듯했다. 《금 새벽 4시 북조선공산군 38선 전반연선에 대거 남침.》 련화는 소름이 오싹 끼처와서 정신없이 내달렸다. 세명의 경 관이 두억 시 니같이 나타나 길 을 막아섰 다. 99 〈〈아니 이년이 권총까지 쥐고있구나.》 련화는 손에 쥔 권총을 훌 놓아버렸다. 세명의 경관에게 끌려 간곳은 동대문경찰서였다. 당직경관은 〈〈야간통행단속명부》라는 책을 펼치고 주소성명 을 묻다가 성 련화라는 이름을 듣자 〈〈아 !》하고 환성 을 지르듯 하였다. 그리고 옆에 놓인 경비일지를 훑어보고는 어디엔지 분주히 전 화를 걸었다. 30분도 못되여 차 하나가 들이닥치고 헌병들이 뛰 여 내 렀 다. 련화는 그자들에 게 잡혀 끌려나갔다. 련화는 완전한 절망상태에 빠져 걸음을 걷다가 땡 땡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반공국시》라는 표찰이 붙은 옆에 둥그런 벽시계가 보였다. 시침은 새벽 3시를 가리키고있었다. 모든것이 악몽속에 흘러가고있었다. 련 화가 헌병사령 부의 짚 차에 실 려 서 대 문감옥으로 끌려가는 그 시 각,괴 뢰 군의 모든 전투부대 들은 미 끌미 끌한 흙발이 며 전호, 풀 숲과 나무뒤 에 엎디여 있었다. 포마다 포구씌우개를 벗긴 상태에 서 장탄을 하였다. 새벽 4시,정 확히 말하면 어떤데서는 그보다 30분 빨리 또는 뜨게 38도선 전반지역 에서 북쪽을 향해 총포사격 을 개시하였다. 비 구름 어린 하늘은 삽시 에 쇠 와 불의 광란속에 휘 감겼다. 각종 구경의 포와 저격무기들이 불을 쁨었고 백두산과 압록강 을 최종목표로 삼은 십여만의 군대가 논발과 개울과 산허리를 질러 북으로 내달았다. 나무와 풀과 생명을 가차없이 불사르고 찢어버리 는 포화,불의 소나기, 폭음의 광란속에서 38도선의 땅은 태고이래 처 음되 는 시 련속에 잠겨 들었다. 바로 이 시 각, 칸사스시 투주의 고향 별장에 와 주말휴가를 즐기는 미합중국대통령 트루맨은 성경을 보고있었 다. 흔들이 의자우에 절 반 놓다싶 이 하고 그 작고 여 물진 눈으로 쏴 보듯하는 대 목은 마래복음 7장 7절 의 한대 목이 였 다. 《구하라,그러면 너희 에게 주실것 이요. 찾으라,그러면 찾을것 이요. 문을 두드리 라,그러면 너희 에게 열 릴것 이 니 라.》 100 비밀명령 제29호로써 조선전쟁의 불을 지핀 이 대통령의 표정 은 극히 평온하였다. 이제부터 7일후면 남조선군대는 북조선전체를 공략할것이였다. 운명적인 수자 7은 성경의 이 대목에서 두번 반복 됨으로써 벌써 신의 확실한 담보로 계시된것으로 여겨졌다. 검푸른 번개빛이 감시창을 찢었다. 우뢰소리가 밀려들었다. 목깃단추 하나를 열 어 놓은채 야전탁에 엎 더 쪽잠이 들었 던 최 현 은 눈을 뜸과 동시에 벌떡 일어났다. 무서운 굉음이 고막을 찢을듯 들려왔다. 감시창으로부터는 폭풍이 밀려들었다. 튕기듯 밖으로 나 간 최현은 일진 태풍의 광란을 목격하였다. 벽계봉 좌우의 수키로전선은 포화속에 휩싸였다. 포탄은 그가 선 려단장감시소주변에 도 연방 날아와 터 졌다. 수천개 의 반디 불 이 일선형으로 번뜩였고 짐승의 울부짖음같은 웨침 이 그 공격산 병선에서 터져나왔다. 《아오까(적들이 경비대를 칭하여 부론 말) ! 항복하라 !》 그 공격 산병 선,불의 파도는 숲과 골짜기 를 메 우며 단숨에 려 단방어선을 무찔러버 릴것만 같았다. 《폭풍 !》 최현은 날듯이 뛰여들어가 전화통을 잡았다. 38도선경 비 초병 들에 게 악몽같은 순간으로 영원히 기억에 새 겨 진 가렬처절한 방어전투는 새벽 3시 40분부터 개시되였다. 전사들은 내의바람에 총을 잡았고 어떤 지휘관들은 전화기를 잡고 지휘부를 찾아 발전자돌리개를 돌리다가 전호에 뛰여드는 적병과 부및쳐 육 박전투를 벌리기도 하였다. 몇분사이에 방어선이 다 무너지고 동 강이 나는것 같았다. 여기저기 전화선이 끊어져나갔다. 전화선을 이으러 달려나간 통신병들은 도처에서 적과 부및쳐 쓰러지군했다. 《포위에 들었습니다.》 《견지하기 어렵습니다.》 《두개 의 초소가 점 령 당했 습니 다. » 려단장감시소안에 설치된 3개의 전화기로는 지휘관들의 다급 한 웨침 이 연방 날아들었다. 최현은 그 모든 보고들에 지원을 약속 101 했고 한메 터도 퇴 각해서는 안된다고 을러메 였다. 그리고는 침묵 하고있는 중대와 초소들을 전화로 찾았다. 그 호출전화에는 거의나 다 응답이 없었다. 최현은 옛날 리도산《토벌대》의 불의습격을 받았을 때보다 몇배 더한 긴장과 초조를 체험하였다. 몇분 안되는 사이에 여러 진 지가 돌파된것을 안 최현은 려단참모장을 전화로 호출하여 예비 구분대들의 전투진입계선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만약시의 정황 에 대 처해 취 할 방도까지 말한후 애용하는 말 《새매》에 올라랐 다. 주인과 함께 송악산줄기와 골짜기를 메주밟듯하며 다닌 《새 매》는 밤어둠속에서도 쓴살같이 달렀다. 한개의 기마소대 와 련 락병,부관이 그를 따랐다. 지 원을 요청한 구분대들과 포위에 든 초소들을 찾아 동쪽으로, 서쪽으로 좌충우돌하며 질주하였다. 어둠속에서 불의에 적과 마 주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최현은 그대로 경기관총을 휘두르 며 그 적들이 미처 정신차릴 여유를 주지 않고 뚫고나가 다음초 소로 가서는 돌격해들어온 적들을 구축하라는 명령을 떨구었다. 그 과정에 최현의 《새매》가 적탄에 맞아 쓰러졌다. 최현이 필사적으 로 날아다니며 불의공격으로 빚어진 혼란을 극복하고 방어전선을 얼마간 회복하였을 때 려단좌익린접이 허물어졌다. 한개 중대가 지 켜 선곳을 두개 대대가 밀고들어 온것 이 였 다. 포사격에 엄개지붕이 훌 날아버린 려단장감시소에 들어서기 바쁘게 받은 이 전화보고에 최현은 전화탁을 내 리쳤다. 《물러 서 다니 ? !》 이미 파편에 짜개진 전화탁은 그의 드센 주먹에 두조각이 나고말 았다. 최현은 발치에 떨어진 널조각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려 단경비중대 만 남기 고 모든 직속중대들을… 그렇소,후방창 고경비분대까지 … 다 거기에 돌리오. 우린 한메터도 물러서선 안되 오.» 《려 단장동지 ! 포위에 든 조건에서는 퇴 각하라고 내무상동지 로부터 승낙이 있었습니다.》 《여 보,그것 도 말이 라고 하오 ?》 102 참모장의 보고에 최현은 마치 그가 눈앞에 있기라도 한듯 주 먹쥔 손을 흔들었다. 〈〈누가 누구를 포위한다는거요. 물러서라는 소리는 무슨 소리 고… 우리는 죽어도 이 38도선을 베고 죽어 야 한단말이요.》 그때 최현이 가 가장 불안해하던 사래 가 일 어났다. 최 현려단의 기본방어계선을 정면공격으로 단숨에 뭉개버리러던 적들은 자기 의 시도가 좌절되자 한개 기갑련대무력을 투입시켰다. 거기에는 두 개 중대의 력량밖에 없었다. 《…지금 남은 전투력량은 보병 두개 소대,반땅크포 세문입 니 다. •••» 전사한 대대장의 후임으로 전화를 건다고 하는 군사부대대장 의 비장한 말소리는 여기서 끊어졌다. 최현은 전화기를 군사부려단 장에게 넘겨주고 려 단의 유일한 예비대로 된 기마소대와 련락병,부 관을 대동하고 그곳으로 달렀다. 두개 중대가 진을 치고있던 릉 선코숭이는 나무 한대 없이 번번해졌다. 그런속에 살아남은 전사들 이 도로와 산기슭을 타고 밀려드는 적들과 마지 막결사전을 벌리 고있었다. 최현은 허물어진 엄폐호에서 숨이 진 군사부대대장의 시 체를 꺼낸후 거기에 자기의 경기관총좌지를 잡았다. 그리고 오늘새 벽 내내 탄약배낭을 메고다니는 련락병이 죽은 군사부대대장을 두고 신입병사시절에 자기의 중대장이였다고 하며 울먹거리는것 을 보고 기가 차 말했다. 《래 순이,우는건 이 다음 울라, 탄약 !》 련락병은 군사부대대장의 얼굴에 모자를 씌워주고 탄창을 꺼 내 최현에게 내밀었다. 《자,이 건 군사부대 대 장의 복수다. » 최현은 쇠붙이의 차거운 감촉에 입술을 이지러뜨리며 방아쇠 를 당겼다. 한탄창을 다 풀고 《탄약 !》하고 소리치며 왼손을 내 밀었으나 응답이 없었다. 벙끗 ! 하는 섬광이 순간적으로 주변을 대낮처럼 만들었다. 련락병은 뒤골이 피범벅이 되여 엎어져있었다. 《빌 어 먹을!》 최현은 신음 비숫한 소리를 내뱉으며 련락병의 손에서 탄창을 103 빼내였다. 그리고는 서둘러 경기관총에 탄창을 맞추고 또다시 련발 사격 을 퍼 부었다. 50여메터 까지 접 근한 적 의 제1선 공격서렬이 쫙 홀어지며 풀숲에 숨겨들자 최현은 얼른 경기관총을 놓고 련락병 을 안아일으켰다. 온기도 있고 맥박도 느껴졌다. 흙버무리가 된 얼 굴에서 풀솔같은 속눈섭이 움죽거렸다. 푸르른 새벽빛속에서 눈 동자가 반짝 열리는것 같다. 《살았구나. )) 최현은 너무 기쁜김에 울음지르듯 소리치며 개인붕대포를 꺼 내 련락병의 뒤골을 싸매주었다. 탄환이 뼈를 부슨것 같았다. 그의 손이 상처 에 닿자 호리 호리한 련 락병 의 몸이 쇠장대 처 럼 굳어지며 떨었다. 아픔에 정신을 차린듯 눈을 뜨고 입술을 깨물 며 최현의 가슴팍을 꽉 움켜쥔다. 《죄꼼만 참아.》 최현은 어린애를 달래듯 속삭였다. 련락병은 여전히 바들바들 떨 면서 도 고개 를 끄덕인 다. 《군대가 왔나요?》 《군대 ?! 이제 오지, 이제.》 위생병이 와서 련락병을 가볍게 안아들어 군사부대대장의 시 신을 놓힌 탄약고에 가져다 모로 놓혔다. 《려 단장동지, 이 거 안되 겠 습니 다. » 붕대를 엇가로 동인 가슴에 자동총을 건 중대 장이 뛰 여들었다. 《려 단장동지, 떠 나주십시오.》 《뭐라구?》 《저걸 보십시오.》 최현은 도로를 바라보았다. 불을 견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밀 려들었다. 앞에 선 몇대는 장갑차였다. 길홈타기와 산비 탈,길건 너의 보리발에 엎드려있던 수백명의 적들이 우아一하고 일어났다. 최현은 턱을 매만졌다. 《내가 떠나면 저놈들이 물러서는가?》 《그… 그런게 아니라 여긴 위험 합니다. …》 《위험한건 여기가 아니야. …》 104 최현은 입술을 피나게 깨물었다. 끈덕지게 자기를 바라보는 중 대장의 시선을 느끼자 최현은 불시에 통절한 아픔과 분노를 느끼며 격하게 말했다. 《우리가 물러나면 적들은 어데까지 밀려갈지 모른다. 그럼 전 쟁 이 란말이 다.» 《이제 야 전쟁 아닙니까 . 》 〈〈안돼,우리가 되게 치면 작년처럼 물러설게다.》 최현은 엉거주춤 허리를 굽히고 물러서는 중대장을 보다가 과 연 지금의 정 황으로 볼 때 자기 말처럼 되겠는가 생 각했다. (그러나 내 임무는 평화를 지키는것이라 했다.) 최현은 《도프께끼 (돌격) !》를 부트는 적지 휘 관의 웨침소리 에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허,왜놈군대에 있던놈이 지휘하는구나.) 《아오까 ! 항복하라. …》 숨어배겼던 적들이 수백개의 그림자로 일떠나며 돌진해들어왔다. 105 제 5 장 운학은 창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여났다. 솨_하고 바람치는 소리와 함께 비방울이 날아들어 이마에 선뜩선뜩 부및 쳤다. 창턱우에 놓아둔 음식꾸레미가 생각나 얼른 일어났다. 음식꾸레미는 퍼그나 젖어있었다. 엊저녁에 집을 떠나올 때 어 머니가 부득부득 싸안겨주던것이였다. 침대밑에 그 보따리를 내 려놓고 자리에 누웠으나 피곤한 폭에 비해서는 잠이 오지 않고 집 에서 있었던 일들이 이것저것 되밟혀왔다. 그를 가장 난처하게 했 던것은 색시를 당장 하나 들여앉혀야 한다고 우겨대던 친척들의 지 꿎은 독촉이였다. 동생의 죽음에 눈물을 뿌리던 동네녀인들까지 앉 은자리에서 확답을 받아낼듯 마을처녀들을 비 추어댔다. 다행스럽게도 어머니가 그 일은 좀 두고보자고 한풀 눌렀으나 운학은 그 분위기속에 그냥 버리고 앉아있을수 없었다. 하여 그 는 휴가기일이 더 있었지만 토요일밤 직일근무라는 핑게로 집을 나 오고말았다. 컴컴한 천정을 쳐다보는 그의 눈앞에는 음식보따리를 꾸러가 지고 동구밖에까지 따라나왔던 어머니의 모습이 삼삼히 서려왔다. 《내 걱정은 말고 군무를 잘하거라.》 바람에 날리는 머리칼을 빗쓰다듬던 어머니의 관자노리에 흰 머 리카락 몇 오리가 섞여 있던것 이 가슴을 찔 렀다. 언제나 마음고 생에 시달리는 어머니… 여느 동무들처럼 장가를 들어 며느리와 함 께 산다면 어머니의 마음고생은 한결 없어질것이 아닌가. 차라리 아무데고 장가를 드는것이 낫지 않을가. 운학은 삐무르는 생각에 눈을 감고말았다. 그러자 련화의 얼 굴이 어스름속의 하현달처럼 비껴왔다. 그는 지금 무얼하는가. 내가 지금 괜한 미련으로 그를 생각하는것은 아닐가. 다른데 시 집갔을지도 몰라. 내가 왜 억지로라도 그를 끌어오지 못했던가. 106 좌락좌락 락수물소리는 그의 심회를 더욱 북돋궜다. 잠을 청 하려고 돌아누웠을 때 다급한 발자국소리와 함께 병실문이 열렀다. 《기상! 폭풍!》 전등불이 확 켜지며 눈살을 곳곳하게 만들었다. 비옷도 없이 달 려온 직 일군관의 검스레한 모습을 보며 운학은 무슨 비상소집 인 가 하고 생각하며 습관된 동작으로 재빨리 일어나 바지를 꿰였다. 웃옷을 입으며 시계를 얼핏 보니 시침이 4시쪽에 가있었다. 쏟아지 는 비속을 뚫고 청사에 이르렀을 때는 이미 여 러명 이 나와있었다. 그의 상관은 인사도 받지 않고 긴장된 얼굴로〈〈지도를 꺼내오.》 라고 짤막히 일렀다. 뭐라 이름할수 없는 긴장되고 엄숙한 분위 기였다. 《무슨 훈련입니까?》 운학이 얼굴의 비물을 닦으며 묻자 부장은 거의 애처로운 빛 으로 보다가 나직이 말했다. 《리승만괴뢰군이 38선을 넘어섰소.》 운학은 숨이 딱 막혀들었다. 온몸의 피가 싹 밑으로 빠져내리 는듯하였다. 떨리는 손으로 지도철함을 열고 《백지도》들을 꺼 냈다. 산발과 강하천들이 희미한 무늬로 얼룩져 있는 책 상넓 이보다 더 큰 지도들을 한장한장 간종그려 쌓고있는데 부장이 옆에 와 그 지도들을 두루말이하며 말했다. 《총참모장동지방으로 가야겠소. 저기 색 연필통과 부호자들을 가지 고 따라오우. » 운학이 색연필통과 부호자를 찾아들자 벌써 부장은 지도말이 를 옆에 끼고 문을 나서고있었다. 그때에 야 운학은 총참모장 부 관을 알아보았다. 부관을 따라 가운데 복도계단으로 올라간 그들은 방음장치 가 된 문앞에 이르자 걸음을 멈 췄다. 운학은 자기 가 세 면을 못했음을 상기하고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데 문을 열고 들어 가던 부관이 의아한듯 뒤돌아보았다. 《왜 들 섰습니 까. 빨리 들어 오시 오. » 주춤거릴새가 없었다. 부관의 눈길에서 운학은 여느때면 먼발 107 치에서 보고도 몸이 곳곳해지던 총참모장을,한번 만나려면 의복 단장을 하고 모표의 위치며 목달개상태까지 깐깐히 검열해봐야 하는 평상시의 의례적규칙이 지금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부관이 두번째 문을 열자 벽에 걸린 지도앞에 두 장 령이 서있는것이 눈에 띄였다. 긴탁끝에는 총참모장 강건이 한손에는 전화기를, 다른 손에는 고무지우개가 달린 연필을 들고 앉아있었 다. 문가에 굳어져 서있는 운학이와 그의 상관을 본 강건은 연필 쥔 손을 쳐들어 오라고 손짓하다가 갑자기 이마살을 찡그리며 낮으 나 엄한 소리로 웨쳤다. 《해 주시 당에 까지 ? … 곡사포로 때 린다 ? •••)) 강건참모장은 수첩에 원가 재빨리 적고는 운학이와 부장더러 의 자에 앉으라고 다시 손짓했다. 운학은 몸이 오싹오싹 떨리는것을 느끼며 의자를 조심스레 뒤로 당겨놓고 앉았다. 강건은 수화기를 왼손에 바꿔 쥐고 앞에 펼쳐놓은 지도를 그들 앞에 내밀었다. 《동무네 가져온 그 지도에 옮겨그리시오.» 연필로 표기한 정황지도에는 무수한 적의 푸른색 공격화살표 들이 38도선을 찔 러 들어 왔다. 서 부로는 평천,금천쪽으로,중부로 는 련천, 김 화를 향해, 동부로는 양구, 양양으로 그 창끝같은 화살 표들이 뻗 쳐 들어와있 었 다. 운학은 연회 색 으로 희 미하게 그러 진 지형도우에 자신의 손으로 그려지는 무수한 톱날과 화살표를 보 며 입술이 말라들었다. 몸은 점점 더 떨렸다. 손도 제대로 말을 듣 지 않았다. 때로 낮으나 날카로운 웨침이 《뭐이,2키로 밀렸다고? 한개 사단으로 예상된다?》하고 울릴 때면 저도 모르게 흠칫하 면서 총참모장의 강파로운 얼굴을 훔쳐보군하였다. 육중한 발걸 음소리와 함께 기척도 없이 문이 불쑥 열리였다. 최용건보위상이 들어섰다. 그의 짧게 깎은 관자노리며 머리칼 들에는 비방울이 이슬알처럼 매달려 반짝거렸다. 〈〈여전하오?》 보위상의 무거운 눈길은 송수화기를 그대로 든채 일어서는 강 건의 얼굴을 그러잡고 움직이지 않았다. 강건은 기계적으로 대답하 108 였 다. 《계속 밀려돕니다. 이젠 놈들의 도발을 멈출 그 어떤 방법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발을 중지 할데 대한 정부성명이 발표되 였소.» 최용건은 무뚝뚝하게 이 말을 하고 눈살을 찌프렸다. 강건은 기 대어린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다가 말했다. 《금방 받은 경비국통보에 의하면 많은 경비초소들에서 지휘관, 전사들이 장렬한 희생을 당했답니다. 38선은 전부 돌파당했습 니 다. » 최용건은 목깃단추를 열어제끼고 운학이네 책상쪽으로 다가왔 다. 지도우에 몸을 굽힌 그는 꽉 부르쥔 주먹으로 서해의 백령도와 동해의 울릉도 쪽을 짚고 한참이나 내려다보았다. 전화종소리가 요란히 울렸다. 그 소리에 최용건은 고개를 쳐 들었다. 《강건입 니 다. » 침착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던 강건의 낯빛이 점점 질려가자 최 용건은 다시 지도에 시선을 떨구었다. 그러나 전화가 끝났을 때 그 는 기대 어린 눈길로 강건을 바라보았다. 강건의 미간엔 칼날같은 주름이 일어섰다. 《경비국에서 온 전화입니다. 최현동무네 경비려단이 포위에 들 었답니 다. 부득이한 경 우엔 철수하라고 했 다는데 그냥 견지하다 가 그렇게 됐다는것입 니다. 아무래도 현재의 진출부대들로 반공 격에 진입해야겠습니다.》〉 최용건은 폭우 쏟아지는 창밖에 시선을 준채 무거운 어조로 말 했 다. 《지금은 잃어버린 일부 지역이 문제가 아니요. 혼란속에 말 려들지 않는것… 부대들이 방어진지를 차지하고 린접을 강화하여… 결정적인 파국을 막는것이요.》 〈〈장군님께서는… 결심을… 내리시지 않았습니까?》 강건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용건은 지꿎게 갈마드는 피로운 생 각을 털어버리듯 고개를 가볍게 젓고 침착한 태도를 살려 말했다. 109 《정치위원회를 소집하섰소. 우리로선 적을 저지시키는것이 급선무요. 더 이 상 물러설순 없소. 더 이 상 !》 최용건은 완강한 어조로 곱씹었다. 강건은 초조감을 덜지 못 한채 말했다. 〈〈현재 적들과 접촉한 부대들에서 잃어버린 지역을 탈환하는 반 돌격전투를 진행하겠다고 합니다.》 최용건은 묵묵히 강건을 응시하다가 찍 어박듯 말했다. 《지금 상태에서 마구 내치다가는 혼전에 말려들게 될것이요. 문제는 방어계선을 형성 하고 린접 간의 련계와 균형을 보장하는것 이요.》 운학은 부장이 옆구리를 다치는바람에 일어섰다. 자기들이 여 기에 더 있으면 안된다는것을 부장의 눈짓을 통해 알아차린 그는 작전문제 토의 에 대 한 허 다한 호기심을 안은채 조용히 방을 나섰 다. 림운학에게는 보위 상의 말이 랭흑하나 그만큼 진실겹게 들렸 다. 불의의 침습을 당하는 경우 그 쓰디쓴 곤경을 겪게 되는것은 전쟁 력사들이 보여주는것처럼 어쩔수 없는 운명이 였기때문이였다. 쏘련도 히틀러의 새벽공격에 수백키로의 광활한 땅과 수많은 사 단들을 잃어버리지 않았던가. 운학은 숨이 막혀들었다. 불쑥 최현장령의 얼굴이 떠오르고 이 틀전에 본 38도선의 희스름한 현무암바위들과 묘지의 하얀 표말들, 지휘부의 분홍빛 건물이 밟혀 왔다. 동생의 묘지도 놈들의 군화밑에 밟혀 들것 이 였 다. 그가 부관실대 기탁에 마주앉아 새 로운 지 도를 펴 놓고 복사하 기 시작할 때 최용건보위상이 밀폐된 방안공기를 활 가셔내는 걸음 으로 옆을 지 나 복도로 서 둘러 걸 어나갔다. 그의 손에는 운학이 네 가 그린 지 도가 들려있 었 다. 민족보위상 최 용건은 이 미 오산학교 학생 시 절에 칭 기 스한의 전쟁사로부터 클라위제위츠키,앵겔스의 전쟁 론에 이르기까지 이 름있다는 동서고금의 전쟁서적들을 거의다 독파했었다. 그후 장 구한 기 간의 유격 전을 통해 기 성 리 론의 진가를 검 열 하고 제 나름 110 의 전투경험과 군사상식을 넓혔으며 전쟁과 군사에 관한 일정한 견 해를 확립하게 되였다. 이 견해형성에 결정적영향을 미친것은 항일 혁명전쟁 시 기 김일성 동지 께 서 친히 작성 하신 유격전쟁에 대한 소책 자들에 제시된 사상과 리론,방법들이였으며 그이께서 몸소 조직 지휘 하신 전투들에서 보여준 빛나는 모범들이 였다. 이런데서부터 그는 해방후 민족보위상의 중책을 떠맡을 때 인민무력의 지휘일 군으로서의 자기 능력에 대해 별로 동요하거나 의혹을 품지 않았 다. 조선인민혁명군 출신 지휘관들이 다 그런것처럼 군사가이기 전에 정치일군인 그는 모든 전투행동을 분립해보지 않고 복잡성 속에서 정치와 련관시켜 변증법적으로 고찰하는 안목을 가지고있었 으며 전쟁수행과정이 단순한 작전전술적기도에 의한 기계적움직 임 이 아니 라 구체 적 인간의 감정 과 기 분, 사상과 의 지 의 격 앙,분출, 발전,변화,충돌,해결의 과정임을 잘 알고있었다. 1950년 6월 25일 새벽,적의 무장침습보고를 받을 당시 최용건 은 응당하게도 군사가로서만 아닌 정치가로서의 안목으로 대세를 분석판단하려 애썼다. 지금 그의 내심을 지배하는것은 모욕감이였으며 무엇으로써도 가셔낼길 없는 노여움이였다. 수십년 피를 흘리며 싸워 찾은 내 나 라를 또다시 이방놈들에게 바치려 한푼도 차지 않는 리승만이 내란 을 일구었다는 기막힌 사실앞에 그는 머리가 터져나갈정도로 분 통했다. 그만큼 원쑤들의 침공을 반드시 분쇄하고야말겠다는 억 척같은 각오가 굳건히 뻗쳐올랐다. 그러나 지금 김일성 동지의 부트 심을 받고있는 그의 머리속에는 오늘의 이런 사변에 대비하여 준비 한 작전적방안들이 꿈결처럼 엇갈려돌뿐 《이 것이다 !》하고 앞 을 활 열수 있는 출로와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 나 그는 이제 일정한 시 간이 지 나 인민군부대들이 경비대 들이 싸우는 계선에 이르러 방어전선을 펴면 더는 퇴각이 없으리란 것만을 굳게 확신하고있었다. 《더는 물러서지 않을것 이다. 공고하고 완전한 방어전선을 꾸 려 적의 예기를 꺾을것이다.》 최용건은 김일성 동지의 부르심을 받고 가는 길이였다. 111 김 일성 동지 께 서 타신 차는 당중앙위 원회청 사를 떠 나 보동문을 에돌아 내각청사쪽으로 달렸다. 도시는 아직도 단잠에 취해있었 다. 불이 켜진 창문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잠에서 깨였다가도 단조로운 비소리를 자장가처럼 들으며 다시 눈을 감을것이였다. 차안 의 라지오에서는 적들의 전쟁도발행위를 즉시 중지할데 대한 정부 성명을 발표하는 방송원의 격분된 목소리가 줄기차게 흘러나왔다. 비안개에 젖어 무거워진 어둠은 창가에 집요하게 매여달려있 었다. 새벽은 힘겹게 천천히 다가오고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옆으로 흘러가는 검스레한 가로수와 건물들 을 보시다가 차창에 새겨진 얼룩무늬들에 눈길을 멈추시였다. 무수 한 비방울들이 부및쳐 그려낸 얼룩얼룩한 점들과 선들은 그대로 지 도의 등고선처럼 안겨들었다. 적의 침입지점들이 뚜렷이 새겨지 며 얼기설기한 전호와 진창이 뿌려치는 길과 산발들이 떠오르셨다. 그것은 적의 공격대 형 으로, 행 군해 나가는 인민군대 렬로, 마지 막 탄 알을 쏘고있는 경비대전사들의 모습으로 바꿔지기도 하였다. 차가 멈 칫 하는바람에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밖을 내 다보섰 다. 전조등불빛에 우비를 쓴 장년 남자와 소년이 놀란 얼굴로 돌 아보는것이 눈에 띄셨다. 소년의 손에는 다래끼가, 장년남자의 손에 는 낚시대가 들려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아버지와 아들인듯한 두사람이 어둠속에 묻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돌아보셨다. 지금쯤 강에는 강아지같은 잉어를 꿈꾸며 술한 낚시군들이 일요일휴식의 흥에 떠 앉아있을것이다. 한집의 창문에 불이 밝았다. 창문은 열려 진채로였다. 런닝그바람의 사내가 밖을 내다보고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 사내의 어깨에 예닐곱살난 소년이 목마 를 하고앉아 발가숭이 팔을 내밀어 비방울을 잡고있는것을 보셨다. 비 야 비 야 오너 라 참새 동네 불났다 소년은 웃음을 짓고 동요를 부트는상실었다. (과연 전쟁인가?) 김일성 동지께서는 두눈을 감으셨다. 화염처럼 휘몰아치는 분 112 노에 열떤 사색의 름바구니에서 튕겨나온 이 물음앞에 그이께서는 숨결이 가빠오셨다. 비통과 분노로 굳어졌던 정치위원들의 모습 이 떠오르셨다. 모두가 전쟁을 기정사실로 인정하였다. 도발을 중지할데 대 한 정부성명발표에 긍정은 하면서도 누구나 그에 기 대를 걸지 않았다. 김일성 동지 께 서 도 같은 견해 이 시 였다. 그러 나 그이께 서는 《흑시 나一》하는 희망을 저 버 릴수 없으셨다. 단 몇 분이 라도 희망을 안고 기 다려 야 한다고 생 각하셨다. 그리고 그 기다 림의 시간을 단 일분이라도 늦추고싶으셨다. 하여 그이께서는 내 각청사로 곧추 차를 몰게 하신것 이 아니 라 보통문쪽을 에돌게 하 셨 다. (전쟁 이 라면一)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자신의 결심과 사색을 다시금 정 리 하여보셨 다. 경비대들이 싸우고있는 전선들과 비상소집발령에 따라 움직 이는 인민군부대들의 전개지점들을 그려보섰으며 첫 접전에서 적아 간에 소모될 유생력량과 탄약에 대해서까지 생각하셨다. 퇴각인가,방어인가,반공격 인가. 이런 정황에서 불피코 제기되 는 문제를 띄워놓고 결심을 되굴려보섰으며 이 불의의 사변앞에 서 취할 지휘관들과 병사들,후방인민들의 모습도 그려보섰다. (지금 세계는?…) 여기에 생각이 멎자 김일성 동지께서는 마음이 더욱 무거워지 시였다. 2차대전의 첫시기 도이월란드군의 광포한 공격에 여지없이 무너져버 린 나라들의 실례가 상기되셨다. 《아니 다. » 그이께서는 입속말로 나직이 뇌이시였다. 내각청사에 이르시였을 때는 많은 방들에 불이 켜져있었다. 내 각 비 상회 의소집 으로 호출된 부수상들과 상들이 나온것이 였다. 최 용건보위상이 현관정 문앞에 서 있었다. 현관등의 불빛 에 그 의 모습은 청동조각처럼 보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땀기가 질은 보 위상의 손을 꼭 잡아쥐시고 눈여겨 그의 얼굴을 보셨다. 군모를 깊 이 눌러쓴탓인지 채양그림자가 진 최 용건의 얼굴은 별로 어두워 보였다. 113 〈〈변화가 없습니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번거로운 상념을 털어버리며 크고 우렁우렁한 소리로 물으셨다. 최용건의 입술이 알 릴듯말듯 떨었다. 《전면침공입 니 다. 성명쯤에는 아랑곳 않습니 다.» 뒤따르던 차에서 내 린 김책 이 그 말에 새삼스럽게 팔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올라갑시 다.» 김일성 동지께서 먼저 걸음을 떼시였다. 집무실은 퍼그나 달라보였다. 대형작전지도가 벽 한면에 새 로 덮였고 앞상에는 부호자와 확대경,각이한 색갈의 색연필들이 놓 여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방안을 한번 둘러보시고 벽에 걸린 지 도앞에 잠시 서계시다가 집무탁에 다가가시였다. 탁상일력은 여전히 6. 24일,토요일을 가리키고있었다. 김 일성 동지께서는 《백두산림철개통식거 행》이 라고 엊저 녁에 친 히 써넣으셨던 글발을 보시다가 그 일력장을 번져놓으시였다. 김책 의 시선이 지꿎게 쏠려오는것을 피하시며 그이께서는 최용건이 펼쳐놓은 지도앞에 다가가셨다.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전선정 황이 회 의 도중 경비국과 보위 성작전 직 일관실을 통해 료해 하셨던것보다 엄청 나게 변하였음을 알아보시 였 다. 최용건이 흥분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정황을 보고했다. 《적은 서부로는 래 탄과 벽성,연안一평 천, 개성一금천, 장단一 구화리 방향에 서,중부로는 동두천一련천,포천一김 화,동부로는 춘 천一화천,어 론리一양구,소치_양양,서 림 리一양양,북분리一양양의 일 곱개 방향에 서 밀 려 들고있 습니 다. 전 반전선에 서 의 이 러 한 침 공 은 주타격 방향을 가늠할수 없게 하고있습니 다. 명 백한것 은 전면 전쟁 이 라는것 입 니 다. )) 김일성 동지께서는 룩각으로 된 색연필을 쥐시고 적의 공격화 살표마다에 짧은 선을 그으시 다가 고개를 드셨다. 밖은 여 전히 어두웠고 최 용건이 말을 끊음으로써 생 겨난 정 적 속에 시계의 초침소리만 바쁘게 울렸다. 시간이 없다. 시간은 기다 114 려주지 않는다 ! 시계의 초침소리는 이런 속삭임처럼 들리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주어진 정황에서 인간의 자유란 극히 제한 되여있음을 거의 애달픔 가까운 기분속에 체험하셨다. 이젠 어 찌할수 없다는 랭철한 판단속에 일단 부및쳤으니 뚫고나가야 한 다는 그이의 고유한 의지가 장벽처럼 일떠섰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서둘러지는 마음과 달리 행동을 늦추셨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벽시계에 시선을 주시였다가 총참모부와 직결된 전화기를 드시 였다. 솨一 하는 전류소리를 가늠하시며 (흑시 ?) 하는 기대감에 심장의 박동을 세는듯 계시다가 말씀을 떼시였다. 《강건참모장을 바꾸시오.》 하자 낮으나 절도있는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강건 받습니 다. )) 《어떻소?》 《여전합니다. 방금 들어온 보고에 의하면 해주쪽으로 침입한 적 들은 시 내 입 구에 까지 들 어 섰습니 다. » 챙챙한 목소리가 련발사격하듯 튕겨나왔다. 《알겠소. 동문 즉시 나에게 오시오.》 《장군님, 더 기 다릴순 없습니 다.》 김책이 메마른 소리로 조용히 말씀드렸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김 책을 얼핏 보시고 상우의 지도에 시선을 주셨다. 적의 공격화살 표들을 묵묵히 쏘아보시던 그이께서는 색연필을 틀어쥐고 무의식적 인듯 서울에 동그라미를 치시였다. 다음 그이의 손길이 재빨리 움 직 이셨다. 적의 모든 전선들에 붉은 화살표가 쫙쫙 박혀들어 그 예 각이 서울계선으로 뻗어나갔다. 동해 안의 강릉쪽에 화살표를 그 으실 때는 연필심이 다 무드러졌다. 그이께서는 다른 연필을 바 꿔쥐섰으나 더 그리지 않고 한손을 허리에 얹으신채 지도의 화살표 들을 바라보셨다. 다급한 발걸음소리에 그이께서는 고개를 돌리 시였다. 문기척과 거의 동시에 강건이 들어섰다. 해쏙한 얼굴에 두 눈만이 황황히 랐다. 계단을 달려온탓인지 숨을 가삐 쉬였다. 김일성 동지의 미간에 한줄기 주름이 엉켰다가 사라졌다. 《기적을 기다렀는데 기적이란 있을수 없지.》 115 그이께 서는 혼자 말씀하듯하시 고나서 세 사람을 일별하시 였다. 다음 근엄 한 안색으로 돌아가셨다. 《이 이상 참을수는 없습니 다. 전쟁 입 니 다. 전면전쟁 에는 전면 전쟁으로 대답해야 합니다. 어리석게도 놈들은 우리 인민이 어제날 의 조선사람이 아니라는것을 모르고 덤벼들고있습니 다. 어디 그 강도의 론법이 이 땅에서 통하는가 봅시다.》 순간 그이 의 눈에 는 섬광같은것이 번쩍 였 다. 《이 즉시 우리는 전국에 전쟁상태를 선포하며 모든 경비대들 과 인민군부대들은 즉시적이며 동시적인 반공격작전으로 넘어가 야 하겠 습니 다. » 《반공격 ? !》 누구의 입에서인지 이 말이 되풀이되여 울려나왔다. 놀라움과 의 문과 초긴장이 어린 눈길들이 그이께 쏠렸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신 심에 찬 단호한 어조로 말씀을 계속하섰다. 《그렇습니다. 반공격입니다. 나의 결심은 이렇습니다. 여기 금천과 구화리,련천과 철원,화천과 양구 일대 에 강력 한 집 단을 조 성하여 적의 공격을 좌절시킨후 전전선에서 반공격으로 넘어가자 는것입니다. 우리의 주타격은 여기 의정부_서울_수원으로 지향 하여 괴뢰군의 기본집단을 이 서울계선에서 포위소멸할것입니다. 계속하여 우리는 적의 전략적종심으로 빨리 진출하여 서울을 비롯한 주요거 점들을 장악하고 나아가서 남조선전역 을 해 방하여 야 합니 다.》 책상모서리를 꽉 틀어잡은채 지도를 내려 다보고있던 최용건이 고개를 들었다. 원가 말을 하려는듯 입술을 움직였으나 아무 말 도 하지 못했다. 최용건은 다시 지도를 내려 다보았다. 붉고 푸른 부호와 화살표들이 보라색으로 엉켜도는 속에서 남으로 뻗은 세 개의 공격화살표가 확대되 여 안겨왔다. 김일성 동지의 음성이 거센 진폭을 가지고 을렀다. 《물론 이 작전은 기성전쟁의 경험과 리론으로 볼 때는 모험 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승리의 필연성이 있습니다. 지금 적들 은 히틀러의 전격전식으로 마치 태풍이나 해일같은 기세로 덤벼 돕니다. 그러나 이것은 쟁개비 끓듯하는 광란에 불과합니다. 우 116 리가 과감히 반격하여 적의 예기를 무너뜨리면 강제로 끌려나온 피 뢰군은 그 순간부터 오합지졸로 될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렇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다시는 옛날처럼 살지 않으려는 우리 인민 의 각오와 결심,념원과 지향은 그 어떤 적들의 공격도 짓부셔버 리 고야말것 입 니 다. 나는 동무들에게 바로 우리 인민의 이러한 지향과 감정에 따 라 반공격으로 나가야 한다는것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최용건은 크나큰 감격속에 숨이 막혀들었다. 작전진행의 가능 성과 방도문제같은것은 뒤전에 밀려들었다. 온 우주를 통털어쥐 고 흔들듯한 그이의 기세찬 담력과 응대한 배포, 철석같은 신념에 부지중 심장이 세차게 뛰며 말할수 없는 용기가 치달아올랐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이 길밖에 없다는것입니다. 조만간에 이 전쟁의 장본인 미국놈들이 직접 덤벼들수 있습니다. 그 경우 이 땅 에서 우리 인민들은 더욱 많은 희생을 강요당할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놈들이 조국강토에 발을 붙이기전에 적의 피뢰군 집체를 소 멸하고 승리를 달성해 야 합니다. 이 길만이 민족의 재 난을 덜고 우 리 인민이 피를 흘러는 비극의 시 간을 단축하는 길로 될것입 니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격한 호흡을 묵새기시려는듯 잠시 말씀을 끊으셨다. 비장처절한 안색을 띠셨던 그이의 얼굴에 따뜻한 정 이 굽이치는 미소가 떠오르셨다. 《동무들 ! 우리는 젊은시절부터 조국의 해방과 인민의 자유 를 위해 싸웠습니 다. 그때처럼 우리 앞에는 또다시 간고한 시련이 닥처왔습니다. 우리는 그전날 그랬던것처럼 억천만번 죽더라도 원쑤를 쳐이김시다.》 최용건은 눈물을 머금었다. 민족앞에 떨어진 비극을 마음속깊 이 애통해하시며 억세인 의지로 그 모든 괴로움과 슬픔을 믿고 일 어서 승리의 지평선을 그어주시는 그이의 혜안과 담력 앞에 다시금 경탄을 금하지 못하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전쟁의 운명은 이 시각에 결정되였다고 생 각하였다. 그리고 몇분 되나마나한 시간에 내리신 결심은 오직 그이만이 내리실수 있으며 또 이러한 결심은 김일성 동지께서 수 117 십 여성 상의 혁명 전쟁 경험 의 총화이 란것도 잘 알고있었다. 잠시후 최용건은 전방지휘소가 설치될 철원으로 떠나고 강건 은 김일성 동지께서 찍어주신 타격방향에 따라 매 부대장들에게 임 무를 하달하였다. 반공격명령이 내려 한시간 전후하여 인민군부 대들은 점령당하였던 전체 지역을 랄환하고 38도선이남으로 진격하 였 다. 최현려단을 비롯한 38경비대들의 희생적 인 전투로 중요지탱점 들과 교두보들이 견지된것은 반공격속도를 높이는데서 주요한 작용 을 하였다. 경비 려단과 합류된 인민군부대들이 개성과 옹진쪽으 로 들어 갈 때 주타격 부대들인 53보사,54보사는 38도선을 넘 어 포 천,동두천쪽으로 진군하였고 52사와 62사, 55사도 38도선이 남으로 적 을 구축하였다. 118 제 6 장 모든 인민군부대들이 38도선을 넘는 그 시 각,황주一중화사이 의 구배진 행길에는 자동차 한대가 가로수에 대일듯말듯 한쪽에 제 빠듬히 서있었다. 그옆으로는 중화장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닭이며 토끼며 돼지새끼따위를 안기도 하고 등에 지기도 하고 광주리에 넣 어 이 기 도 하고 부산스레 지 나갔다. 자동차 적재 함에 씌 운 천막 한귀 통이가 풀썩 들리 더 니 가무잡 잡하고 칼칼한 얼굴에 메 대 추씨같은 눈이 자동차옆으로 지 나가는 자전거 탄 사나이를 불렀다. 자전거뒤에는 새끼로 동여맨 궤짝이 실렸는데 그속에서는 삐용삐용하고 병 아리들이 드립다 울어댔다. 《여보시오 동무,지금 몇시요?》 《6시 반이우다.》 자전거 를 탄 사람은 고개마루라 엉 뎅이를 번쩍 쳐들고 헐금씨 금 발디디개를 드립다 밟다가 고개를 외로 틀며 대답했다. 물었던 사람은 손을 내밀어 비방울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것을 알아보고 천막을 훌 들추며 일 어났다. 《젠장,이거 어떻게 된거 야?》 그는 목을 길게 빼들고 황주쪽을 보다가 천막밑의 모포통구리 를 꺼내여 그우에 풀썩 물앉으며 혀를 끌끌 찼다. 평 양을 다 온 코앞에서 가동뽀인트인지 고정뽀인트인지 하는 뭐 백금으로 만들었다는 파리눈알만한 접점 이 떨어져나가 차는 바퀴 떨어진 달구지처럼 되고 그 뽀인트를 얻겠다고 군소재지를 향해 밤 중에 떠 난 운전사는 팔매돌마냥 돌아올념을 안한다. 지금쯤 떡을 치고 돼지를 잡아싣고 군악을 울리며 농촌벌에 나 갔을 전우들을 생 각하면 궁둥이 가 쑤셔 댔 고 한편 복심이 를 생 각 하면 한숨이 나간다. (그건 왜 와서 이 고생을 시키는지.) 119 일이 신통치 않은 조짐으로는 무엇때문에 차가 떠날 때부터 비 는 오는것 이며 또 평 양을 코앞에 두고 차가 고장이 나는가말이 다. 이쯤되면 복심이와의 상면도 씨원치 않을것이 분명하다. 지청구 를 늘어놓고 떼거지를 쓸지도 모른다. 그러니 만나자바람으로 되게 굴어 야 한다. 나를 잊게 해 야 한다. 이런 생각을 차고받고 하는데 빵 ! 빵 ! 하는 차의 경적소리 가 울렸다. 앞으로 가던 장군들이 길가넉으로 물러서고 그가운데로 찦차들이 맹렬한 속도로 달려갔다. 두번째 차에서 장령견장을 띠여 본 기덕은 놀라 몸을 움츠렸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가 탄 차 를 스쳐 모터찌콜이 속도를 죽이며 지나갔다. 기덕은 두눈이 휘 둥그래졌다. 보안간부훈련소 반장이던 림운학이 뒤꽁무니에 앉아 무슨 철학가나 된듯 그 환한 얼굴이 우거지상이 되여 있지 않는가. 기덕은 〈〈운학동무 !》하고 소리 쳐 불렀 다. 운학은 기덕이가 손짓까지 해서야 알아본듯 벌떡 일어서다가 차 가 속력 을 놓는바람에 도로 궁둥방아를 찧었다. 뒤미처 몸을 돌이킨 운학은 기덕이 듣기에 전혀 처음 듣는듯 한 비장한 목소리로 웨쳤다. 《기 덕 동무,잘 있으라. 난 전선으로一》 《뭐 이 ? 一》 기덕이 손나팔을 하고 묻자 저만치 멀어진 운학은 한손을 주 먹쥐여 불끈 쳐들었다. 《기덕이 !一 리승만이 전쟁을 일으켰다. 전쟁을 !一 전선에 서 만나자一》 기덕은 처음에 그 말의 뜻을 선뜻 리해할수 없었다. 길가던 장 군들이 하나 둘 모여들며 어찌된 일인가고,리승만이 끝내 전쟁을 터쳤는가고 묻는 소리를 듣고서 야 그는 정신을 차리며 차에서 뛰여 내렀다. 리승만이 전쟁을 일으켰다는 운학의 말이 그제서야 똑똑히 뇌리에 박혀들었다. 운전사를 만나 뼈골을 뽑아내서라도 빨리 부대 로 가야 하겠다고 마음먹고 급하게 달리던 그는 황주천다리목에 서 운전사를 만났다. 운전사 역시 얼굴이 까맣게 질려있었다. 군당 에서 포인트와 함께 전쟁소식을 엄어가지고 숨이 넘게 달려온것 120 이다. 기덕은 가동포인트를 갈아맞추자 그즉시 차를 되돌려 련대로 되돌아가자고 우겨댔다. 그러 나 운전사는 후방물자를 싣고갈 임 무를 받았는지라 그의 뜻을 좇을수 없었다. 차가 앞서가던 장군들을 뒤 에 떨구며 한창 달릴 때 보짐 을 진 데다가 손에는 벼짚망태기까지 든 체대 큰 사내가 길복판을 막다싶 이하고 손을 쳐들었다. 운전사가 그대로 밟아대자 사내는 뭐라 소 리치며 다쫓아와 적재함에 매달렀다. 그는 덤벼치는통에 벼짚망 태기를 떨구었으나 주을념을 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 기덕은 차 를 세우게 했다. 〈〈동문 뭐요?》 《중화까지 가면 됩니다.》 덩둘한 두눈이 무척 호인스러워보였다. 《길에 흘린거나 주어오우.》 기덕은 바쁜길을 훼방한 사민이 못마땅하였으나 군관의 체면 에 어쩌 는수 없 었 다. 《일없수다. 빨리 가자구요.》 그는 운전사쪽을 향해 소리치고는 서슬이 푸르러 앞을 바라보 았 다. 《장 보러 가오?》 기덕은 온곱지 않게 물었다. 사내의 눈이 불만스럽게 그를 훑 었 다. 《장이 라니 요. 허 참,난 도관개 관리소 로동자입 니 다.» 그는 땀에 절은 얼굴을 팔소매로 훔치고 이젠 퍼그나 멀어져 보이는 벼짚망태기를 보다가 말을 이 었다. 《난 장군님 령을 집행하고 가는 길입니다. 장군님께서 한주 일전에 여기 화동리에 나오시여 농민들을 만나보셨답니다. 가물 과 장마때 문에 매번 고생 한다는것을 아시고 저수제방공사를 할데 대하여 분부하셨지요. 우리는 닷새동안에 해치웠수다. 어제 저녁 집에 가는걸 이곳 농민들이 한턱 차리고 놓아주지 않는바람에 이꼴 이 됐수다.》 《무슨 급한 일이 있소 ?》 121 《전쟁 이 났다는데 그래 로동계급이 늑장을 부리고있겠습니까. 군대로 가자는겁니다.》 《군대토?!》 기덕은 그가 무척 대견스럽게 여겨졌다. 헤여질 때 그들은 서 로 통성까지 하고 굳은 악수를 나누었다. 사내의 이름은 전호근 이라고 했다. 기덕이 평천리의 부대정문에 이르렀을 때는 온 부 대가 비상소집을 하여 떠나고 후방일군 몇이 뒤처리를 돌아보고 있을 때였다. 정문에 나와 휴가군인들과 외출군인명단을 들고 들어오는 사 람들에게 지시사항을 주던 부대직일관이 기덕이의 소속과 직무를 물어보고는 몹시 반가와했다. 《동무네 련대는 38도선에 나갔는데 동무네 련대장은 동무가 꼭 처를 만나게끔 하라고 그 복잡통에 전화까지 해왔소. 동무네 련 대군의소장네 집을 아오? 그 집 웃간에 동무 처가 있소. 두시 간후에 우리모두 렬차로 떠나니 그때에 오우. 출발시간을 어기 지 마오.》 기 덕은 전쟁 과 복심 이라는 문제를 두고 허 둥이는 자기 의 생 각 파 감정 들을 정 돈할새 없 이 군관사택 마을로 달려 갔다. 여 느때 없 이 집앞마다 군관가족들이 서성 이는것 이 전쟁 이 라는 이 뜻밖의 사변에 대해 원가 생각을 해야 한다고 일깨워주는것만 같았다. 새끼 와 가마니 몇장을 들고오는 련대 군의소장의 아주머 니 를 만났다. 초면이나 다름없는 그 녀자는 몹시 반가와하며 촌에 보 낼 짐을 쌀 준비로 가마니를 가져온다고 눈물이 글생해 일장설화를 하고는 기 덕 이 가 집 쪽을 슬밋 슬밋 눈짓 하는것 을 보자 《에 구,내 주 책머리없이…》하고 수선을 떨며 기덕의 팔소매를 잡아끌고 집마당 으로 들어섰다. 《웃방에 있소. 어 제밤은 통 자지 않고 동그랗게 꼬부리 고앉 아 밝혔다니一》 기덕 이가 문가에 이르렀을 때도 안에서는 기척 이 없었다. 밤 새 안잤다니 지금 자고있는것이 아닐가. 전쟁이 일어났다는데 잠은 무슨 잠이야. 장화를 벗은 기덕은 얼굴을 찌프리며 문을 열 었다. 122 광하고 울리는 문소리에 방구석의 동그란 보짐에 오도카니 기대 여있던 녀인이 화닥닥 놀라며 일어섰다. 기덕은 기억속의 모습과는 판다트게 변한 복심이라는것을 알 았으나 시선이 마주칠가 저어하며 뜯어볼념을 못하고 찌프린 눈 길로 구들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고무신자리가 동그랗게 반달을 그린 새하얀 버선이 노란 장판바닥에서 옴지락옴지락하였다. 바 람벽밑에는 부대로무자 목수아바이의 솜씨가 분명한 네모난 밥상이 놓여있는데 첫물 베천에서 잘라낸 보자기가 씌워져있었다. 그리 고 그 우벽에는 언젠가 군인상점에서 본 수예 《소나무와 학》이 걸려 있었다. (흥, 완전히 주저 앉아 살림을 하겠다고一) 그러나 그는 의젓한 태도로 첫말을 뗐다. 《수고를 했소. 앉기요. 부모님들은 다 잘 있소?》 《네.》〉 《으흠 !》 기덕은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위엄있게 물었다. 〈〈동문 민청에 들었소? 녀맹에 들었소? 물론 민청이겠지.》 복심은 아무 대꾸없이 손으로 보꾸레미를 매만지고있다. 조그 마하나 손부리가 여물고 마디진 손이다. 《정말 답답하고 한심하오. 여하튼 동무도 조직에서 매국노 리 승만의 전쟁책동에 대하여 들었겠는데 살림을 하겠다고 예까지 온다는게 말이 되오? 이제야 해방이 돼서 5년이나 됐는데 동무 도 발전했어야지. 그래 아직도 그 조혼이라는 굴레를 쓰구 나를 따 라다녀야 옳소? 생각을 해보오. 나야 일생을 군대에 바쳐야겠는데 어찌 너절히 이따위 살림방에 들어박히겠소. 전쟁이요,전쟁 ! 지금 동무때 문에 나만이 부대 에 서 떨 어 졌소. 모르지,벌써 부대 동무들 이 전투에 들어갔는지. 그럼 우리 소대 수십명의 전사들이 지휘 관인 내가 없이 어찌한단말이요. 동문 왜 이 송기덕의 발목을 잡아 끄당기오? 그래 아직도 내가 가틀골 로재의 숯검댕이 셋째인줄 아 오 ? 응,참 ! …》 기덕은 아예 《동무는 원래 내 대상이 될수가 없소.》라는 말 123 이 혀끝까지 나오는것을 간신히 참고 어성을 낮춰 말을 이었다. 《이젠 난 가봐야겠소. 싸움터로 가야지. 내가 가면 다시 만 나려니는 생각 마오. 정말 생각을 좀 해보오. 동무도 기억나겠지. 왜정때 순사놈한테,짝귀 산림 간수놈한테 천대를 받던 생 각말이요. 우차실이에 잘 안나온다고 새파란 면서기한테 동무 할아버지가 뺨맞던 일을 잊었소? 그런놈들의 세상이 오지 않게 이 기덕이가 목숨을 바칠레란말이요. 목숨을 바처… 그놈들의 세상이 오지 않게 싸운단말이요,응.» 송기덕은 스스로 자기의 말에 감동이 되여 목이 메여올랐다. 그 런데 복심이는 분명 자기의 감동과는 다른 설음에 어깨를 들먹이며 울기 시작했다. 《아니 울긴 왜 우는거요?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 될 시국에.》 기덕이가 책 소리지르자 복심은 우뜰 놀래였다. 그러며 손수 건을 꺼내 눈을 닦고는 목이 꽉 잠긴 소리로 말했다. 《안울래요. 가요. 어서… 싸운다니… 가 싸워요.》 《하,전쟁에 나갈 사람한테… 그렇게 말하는 법이… 허참.》 기덕은 녀자가 앙탈을 쓰는바람에 무춤했다. 밖에서 이 울음을 들으면… 련대장이 이 사실을 알면… 하자 등 에 땀줄이 서는것 같았다. 복심은 흑흑 서럽게 소리까지 내여 울었다. 《아니,왜 울보가 돼서 야단이우. 동지적으로 충고를 줬는데. 난 전선으로 간단말이 우.》 송기덕 이 당황해 말하자 복심은 그때 야 처음으로 얼굴을 들었 다. 그 순간 기덕의 시선과 부딪쳤다. 빨갛게 짓무른 오목눈에서는 방울방울 눈물이 피여흘렀다. 기덕은 얼른 눈길을 돌렸다. 밥상 이 눈띄운다. 《저 상에건 내 밥이요?》 복심 은 말없 이 일 어 나 상보를 내려 놓은 다음 두손으로 기 덕 이 쪽에 밀어놓고 돌아앉는다. 상은 떡 벌어지게 차려졌다. 부대에서는 물론 이 지대에서는 구 경도 할수 없는 조차떡까지 오르고 소갈비에다가 술주전자까지 124 놓여있지 않는가. 《아니,이 술은 웬거요? 내가 술 먹는거 봤소? 더구나 군 대 기— )) 그 말에 복심은 고개를 더 떨구며 입술을 떨었다. 《이 동리에서들 오늘아침 다들 사오길래… 주인들이 전장터 에 나간다고…》 《허 一》 기덕은 가슴이 뜨끔해서 재빨리 둘러쳤다. 《이 조이차떡이랑 꼬장떡은 집에서 가져온거겠지 ?》 《네,좀 쥔것 같아… 찌긴 꼈는데一》 기덕은 저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수저앞에 마주놓인 또 한가 락의 수저를 보며 복심이가 자기를 기다려 아직 아침도 안먹고있음 을 알고 차마 혼자 먹을 비위는 없었다. 《아침을 안먹지 않았소?》 《먹기요.》 기덕은 불시에 복심이가 불쌍하고 또 그를 불쌍히 여기게 되 는 자기가 불쌍하였다. 두루 가슴이 아파 술주전자로 자연히 손 이 갔다. 술주전자옆에는 노란 놋보시기까지 놓여 있었다. (에 라,모르겠 다. ) 기덕은 물럭물럭 거의 한보시기나 쏟아 단참에 입안으로 들이 부었다. 떡에 고기점에 저가락질을 연방 하는데 문밖에서 기척이 나면서 주인을 찾는 소리가 들렀다. 기덕이 문을 열자 낯모를 전사 가 미안쩍은 기색으로 경례를 불였다. 《출발시간이 20분후로 앞당겨졌습니다.》 전사의 말에 기 덕은 그대 로 저가락을 내려놓았다. 보따리옆에 또하나의 보따리런듯 응크리 고 앉아있던 복심 이 의 낯이 순간에 해쏙해 졌다. 기 덕은 입에 들어간 떡포각을 꿀꺽 삼키고 우줄 일 어났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대로 훌 나가는가, 무슨 인사말을 더 해야 하는가. 치마로 감싼 무릎에 고개를 묻은채 구들바닥에 굳어붙은듯 움직 이지 못하는 복심 이,동그스름한 어깨, 125 늘 푸시시한것으로만 알았던 머리가 윤기나게 쪽져있고 거무스레하 게 늘 터있던 목이 하얗게 빛난다. 복심이 아닌 복심이다. 기덕 이는 불시에 가슴이 활랑거렸다. 어깨에로 손이 가고싶다. 그러 나 아서라. 이제 쌈터에 나가면 자기가 어찌될지 뉘 알랴. 기왕 지사 아프더라도 이렇게 헤여지는것이 서로 좋을것이다. 괜히 정을 줬다가 내가 없어지면… 기덕은 길게 숨을 들이쉬고 말을 떼였다. 《잘 있소. 집에 가면 우리 부모님께 탕도 잘 인사를 전해주오. 난 더 생각지 마오. 내 한몸 생각할 때가 아니요. 다 잊기요. 그리 고 날 너무 나쁜놈이라 생각지 마오.》 기덕은 문을 열고 문턱에 걸터앉은채 장화를 신었다. 발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손이 자꾸 떨린다. 젠장 끝내 장화를 신고 일 어선 그는 《잘 있소.》하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는 돌아보 지 않고 걸어나갔다. 그때 《저一》하는 목소리가 그의 걸음을 멈춰세웠다. 복심이가 버선발로 달러왔다. 그는 고개를 외로 튼채 베천에 둘 둘 감은것을 내밀었다. 《집에서 보낸… 엿이예요… 차입쌀로 한…》 복심이는 더 말을 못하고 고개를 푹 수그렀다. 기덕은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뿌리 가 뜨끈해지 였다. 집이란 도 대체 어느 집인가? 저희 집인가,우리 집인가. 분명 제가 한것이겠 지. 복심 이를 끌어 안고 다시 방에 들어가 자기를 못난놈이라 꾸 짖고 다정한 말을 해주고싶은 충동이 불끈 치밀었다. 허나 송기덕은 《잘 먹겠소.》하는 말을 남기고는 뚜벅뚜벅 걸 어갔다. 맨버선발로 마당에 서있는 복심의 모습이 눈앞에 꽉 차 오르는것을, 그 모습앞에 흐려드는 약한 감정을 물리치려 하며 《조 국보위행진곡》을 휘파람으로 불려 했으나 아무 소리도 나가지 않았다. 그러 다가 돌멩 이에 걸려 하마트면 넘어질번하였다. 《에익, 바보같으니一》 송기덕은 침을 훼 뱉았다. 베보자기만은 더 곡 끌어안으며. 순 간 가슴에 딱딱한것이 만져졌다. 두달분 로임이 주머니에 있다는것 126 을 상기한 기덕은 그 돈을 빼들며 돌따서 달려갔다. 문을 여니 눈물범벅의 복심이가 간신히 얼굴을 쳐들었다. 송기덕은 머쏙해서 돈봉투를 문지방앞에 놓고 허리를 폈다. 얼 굴이 검붉게 질려 소리치듯 말했다. 《건강하오. 잘 있소,잘 !》 그리 고는 되 돌아서 달음박질했 다. 시 원섭 섭 하면서 도 한편으로 는 말 못할 알찌근한 아픔이 가슴을 저미였다. (할수 없지. 큰일을 하자면 작은 아픔을 극복해야지.) 기덕은 쌀마대와 천막통구리들이 실린 유개방통에 올랐다. 렬 차가 긴 고동을 울리고 덜커덩하며 움직일 때 누군가 방통문을 열 어제꼈다. 모든 군인들이 문가로 모여들어 수도를 마지막으로 바라 보았다. 대동강철다리를 넘고 대동강역이 뒤에 사라질 때까지 그들 은 누구도 말이 없이 서있었다. 〈〈난 처와 아이들을 데리고 사진을 찍었어.》 기덕 이보다 늦게 차에 올랐던 등둥한 몸매의 한 군관이 자리 에 와앉으며 자기 옆군관에게 귀속말을 하였다. 《어떻게 그런 시간을 내였나?》 《5분도 안걸렸어. 사진사는 모든걸 리해하고 잠옷바람에 나 와 찍 어 주더 군. •••» 《잘했 구만.» 《독사진도 하나 더 찍어야 되는걸.》 《욕심두 원…》 《어찌될지 알겠나?》 《쓸데없는 소리.》 《왜 ? 난 죽을수도 있다고 생 각하네. 조국을 위해 자기 를 바 치는것은 영광이 란말이 야.》〉 《들떠 있군.》 기덕은 천막통구리에 와 절반쯤 기대누운채 눈을 곡 감았다. 《어찌될지 알겠나?》하는 그 말이 귀바퀴로 뱅뱅 돌아갔다. 잊으리라던 복심의 생각이 엉겅퀴가시처럼 달라불었다. (그런 얼빠진 연설을 할 시간에 나도 사진이나 한장 함께 찍 127 었던들 복심의 마음에도 좋고 집에서도 기뼈했을걸. 정말 어찌될지 알겠는가. ) 덜컹 덜컹… 레루이음짱을 넘는 소리,간간이 울리는 기적소리…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를 길을 간다는 현실적인 감각은 이제껏 떠있던 기덕의 감정과 생각을 차분히 가라앉혔고 무겁고 쓸쓸한 감 상에 떠밀어넣었다. (여 하튼 복심 이 한레 안됐다. 그가 불쌍하구나. 한데 짝귀 간수 얘기를 한것은 잘했지. 짝귀의 아들녀석따위들이 우리한테 덤벼 들겠구나. ) 기덕은 주먹을 꽉 움켜쥐며 이발을 으드득 갈았다. 기덕은 짝귀로 하여 어머니를 잃었다. 독립군《토벌》시에 일 본군의 안내병으로 따라다니다 한쪽귀를 잃은 짝귀는 린근 수십 리의 전답과 산림을 거머쥔 지주이자 산림간수로 흉포하기 그지 없는놈 이였다. 해방되기 이래전인 어느날 기덕은 심장병이 도진 어머니 를 대신해 재물에 삶은 송기를 씻으러 강에 나갔다가 복심이의 도움 을 받았다. 복심이가 함지에 담은 송기를 물에 한창 헤우고있을 때 공교롭게도 짝귀의 아들이 나타나 별의별 소리로 다 놀리였다. 《송기 떡,복심 이,쨈쨈 이 가 들켰구나. 입 맞추다 들켰구나.» 《그런게 아니다.》 기덕은 얼굴이 새까닿게 질려 항변했다. 그러나 그자는 여전히 놀려댔다. 《여,송기떡,송기떡으로 복심이를 챘는가? 송기떡값이 괜찮 은데 . 》 기덕은 복심의 얼굴이 빨개지고 눈에 눈물이 핑 도는것을 보 며 어떻게 달려나갔는지 모른다. 버들뿌리에 발이 걸려 미처 움 직이지 못하는 짝귀의 아들을 머리로 받았다. 넘어진 그자에게서 공기총을 앗아들고 죽어라 하고 내리됐다. 《이새끼야,송기떡 이 어떻단말이냐? 송기떡 이,송기떡 !》 기덕은 울었다. 치고 또 치다가 공기총을 강물에 홀 던져버리 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저녁 짝귀간수가 기덕의 집으로 나타났 다. 앓는 어 머 니를 불러 낸 그놈은 제 아들을 구타한 기 덕 의 《죄》 128 를 렬거하고 송기를 벗긴데 대하여 50원의 벌금을 물어내라고 을러 댔다. 사유를 안 어머니는 처음부터 빌었다. 《나리님 !》,《어 른님 !》,《주사님 !》,《간수님 !》하며 . 짝귀는 웃지도 성내지도 않고 무표정하게 듣다가 딱 잘라 말했다. 〈〈그건 후에 계산하는셈 치고 우선 오늘은 이집녀석의 버릇부 터 고쳐 줘야겠소.》 《어 르신네 소망대 로 하시 우다. 얘 야,빌 어 라.》 파릿하게 질린 어머니의 겁에 찬 얼굴을 보며 기덕은 주춤주 춤 짝귀 한테 다가섰다. 잠뱅 이 의 허 리 끈을 고쳐매고 무릎을 끓었 다. 그러나 비는 말은 나오지 않고 억울한 눈물이 쏟아져내 렀다. 《이 녀석,네 잘못을 알겠느냐?》 〈〈잘못했습니다.》 《음. )) 고개를 끄덕인 짝귀는 늘 짚고다니는 짤막한 박달나무지팽 이 를 훑어보고 높이 쳐들었다. 《주사님,어 쩌 자고 이 러 십 니 까 ?》 어머니의 비명같은 웨침이 터지는 순간 그 쇠같이 무거운 몽 둥이가 기덕의 어깨로 날아들었다. 기덕은 《악 !》소리를 치면 서도 그대로 엎더있었다. 얼굴을 흙바닥에 꽉 대이고. 찌 끈! 찌 끈! 매를 세였다. 그 한대 한대를 벌금대신으로 생각하며 참았다. 자기를 실컷 때 리고나면 짝귀의 한이 풀릴것이고 그러면 모든 《죄》가 용서되여 벌금을 안받을것이 아닌가. 《에 구,주사님 ! » 《이녁은 가만있소.》 《제발 용서 !》 중 하는 소리에 기덕은 고개를 들었다. 짝귀간수는 기덕의 피 터진 어깨를 보고 다가드는 어머니를 그 박달지팽이끝으로 밀쳤다. 대돌에 넘어진 어머니는 얼굴이 하얘지면서 《용서를…》하는 말을 뇌이다가 쓰러졌다. 《어머니 !》 129 기덕은 성난 고양이처럼 일떠나 짝귀의 팔목을 잡고 이발로 손 등을 물어뜯었다. 어머니의 실신에 당황한 짝귀는 기덕이를 발로 차버 리고 황황히 달아났다. 어머니는 보름도 못되여 세상을 떠나고… (아, 그 원쑤를…) 기덕은 그때의 몸부림이 되살아나 벌떠덕 일어나 앉았다. 담 배를 꺼냈으나 손이 후들거려 불을 붙일수 없었다. 기덕은 그 피맺힌 상처를 건드린것으로 하여 3년전에 군인의 체 모에 손실을 줄 일을 저지를번했다. 오침을 하기 위해 대렬점명을 하고 병실로 들어갈 때 아직은 초 면과 다를바없는 동무들 여럿이 그 별명을 불렀다. 《송기 떡 ? ! …》 《송기 떡 이 란 소나무껍 질로 만든 떡 이 지 . 》 아,그때 그들이 짝귀의 아들이 아니 라 자기와 같은 처지의 동 무들이며 한갖 롱말로 친근히 부른다는것을 잊었던가. 《뭐 야,이 쌍, 어 디 서 이 따위 들이 야 !》 날씨가 더운탓이였던가. 신경이 너무 예민했다. 분명 주먹을 쳐 들었다. 다행히 반장(분대장)인 림운학이 뛰여들어 말려 때리지 는 않았으나 규를위반건으로 처벌훈련을 받게 되였다. 속에서 치받 치는 분함과 슬픔을 눈물로 쏟으며 무거운 보총을 꼬나들고 운동장 을 돌게 되였다. 《뭣때메 동무들의 롱담에 그처럼 성내오?》 그의 처벌훈련을 지켜보게 된 림운학이 안타까이 물었을 때 기 덕은 입을 악문채 대답하지 않았다. 운학은 혼자서 운동장을 한바퀴 두바퀴 돌아가는 기 덕 이 가 보 기 딱했던지 자기 역시 총을 꼬나잡고 그의 뒤를 동무삼아 따라 주었다. 기덕은 그것이 눈물나게 고마왔다. 운동장을 네바퀴째 돌고나니 맥 이 빠지고 총대 가 후들거 렸다. 어데다 터뜨러야 할지 모를 분노와 슬픔이 마구 치밀어오르며 눈물 이 피여올랐다. 《앞으로… 그런 성격은 죽이라구.》 운학이 헐떡이며 속삭일 때 기 덕은 통분한 눈물과 함께 내쏘 130 았 다. «〈송기 떡〉이 나의 어머니를 죽였단말이 야.» 그때 훈련소 마당으로 한대의 승용차가 들이닥쳤다. 그 차에 서는 경애하는 김일성장군님께서 내리셨다. 기덕은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것이다. 장군님께서는 처벌훈련을 하고있다는 보고에 몹시 언짢은 빛이 시였다. 림운학이 사유를 말씀드리고 기덕이 눈물을 덤벙덤벙 쏟으 며 원한 맺힌 과거를 하소연하듯 말씀드렸을 때 장군님의 안색은 흐 려지셨다. 기덕은 자기의 철부지같은 행동때문에 장군님께서 노하 셨다고 생각하였다. 그는 절망적 인 상태에서 간신히 말씀드렸다. 《장군님,잘못했습니다. 다신 동무들에게… 그러지… 않겠습 니 다. 군대에서 내보내지만 말아주십시오.》 《누가 동무를 내보낸다고 했소?》 장군님의 음성에는 노여움과 안타까움이 스며있었다. 기덕은 원 가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나 눈물이 쏟아지고 말이 나가지 않았다. 숨가쁜 침묵을 이기지 못해 기덕은 고개를 쳐들었다. 그때 그는 깜짝 놀랐다. 장군님의 눈가에 물기가 어 려 있는것 이 였다. 《난 동무가 훌륭한 군인이 되리라는걸 믿소. 다시는 그런 과 거 가 오지 않게 군사복무를 잘하오. )) 장군님께서는 더없이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 시였다. 기덕은 흐느낌을 터치며 그이의 품에 와락 얼굴을 묻었다. 《장군님 !》 감격의 절정에 서서 다진 그때의 맹세가 지금 기덕의 뇌리에 불 꽃처럼 살아 명멸하며 가슴을 그들먹하게 만들었다. 131 제 7 장 운학은 철원읍에 들어서며 처음으로 포소리를 들었다. 그는 전 방지휘소 참모진에 배속되여 보위상의 일행을 따르게 된것이다. 운학은 오늘아침 《반공격》이라는 소리에 온 참모부가 들생 해있는 시각 장군님의 부르심을 받고 갔다온 강건총참모장이 그 의 작업대앞에 이르렀을 때 전선에 보내줄것을 제기했다. 물론 최 현장령 에게 청 탁했던 사실도 꺼들면서. 강건은 매우 놀라운 기색이 되여 운학을 쳐다보았으나 성은 내 지 않았다. 《동문 지도작업 에 재 간이 있소. 다른 생 각 말고… 내 고향도 남이요. 경상북도 상주를 아오? 상주.》 강건은 이렇게 말했지만 부탁은 들어준것이다. … 《저 것 보우. )) 최용건의 부관이 손짓하였다. 둔덕진곳에 학교가 있었다. 흰 위생복을 입은 군인들이 마당에 선 차에서 부상병들을 들어내리 우고있었다. 아이들과 로인들,밥함지며 국통을 인 녀인들이 그 주변에 몰켜서있었다. 그 학교를 지나 솔숲그늘이 드리운 골짝길로 들어서는데 세채의 담가가 마주오고있었다. 맨앞 담가병은 모자 도 없이 얼굴이 온통 땀에 젖어 입을 벌린채 가쁘게 숨을 통았다. 그런데 그뒤 담가의 백 포가 풀썩 하더 니 소매가 찢겨져 너 덜거 리 는 팔이 쑥 삐여져나와 흔들거렀다. 보위상의 차가 그 담가앞에서 불시에 멈춰섰다. 예까지 오면 서 한번도 차를 세운 일이 없던 보위상이였다. 최용건이 차에서 내 려서자 제일 뒤채의 담가를 들고오던 키가 작달막한 군인이 담가를 놓고 달러와 《민족보위상동지 ! 조선인민경비대》하며 규정영접 보고를 하려 하였다. 최용건은 《수골 하오.》라고 하며 손을 내젓 고 팔을 흔들고있는 부상병에게 다가갔다. 부상병의 왼쪽견장은 날 132 아나고 바른편 견장만 붙어있었다. 색갈구분을 할수 없이 흙범벅이 된 바탕에서 노란별 하나만은 알아볼수 있었다. 목에서부터 머리까 지 붕대로 칭칭 감긴 그 경비대군관은 이제 스물한두살 될가말가하 게 어려보였다. 코밑과 눈언저리를 약솜으로 닦은듯 발기우리한 피 부가 드러나고 뺨에는 온통 피 와 흙먼지가 엉겨불었는데 맑은 두눈 이 희뿌연 하늘을 물끄러미 쳐다보고있었다. 최용건이 내려다볼 때 도 그의 눈동자는 까딱않은채 무엇을 호소하는듯,묻는듯 하늘만 쳐 다보고있었다. 보위상은 분명 담가대 책임자인듯한 키작은 특무 장에게 눈길을 돌렀다. 특무장은 바지혼솔에 두손을 딱 붙이고 기 다렸던듯 재빨리 입을 열었다. 〈〈이 소대장동지는 흙속에 절반 묻혀 있는걸 찾아냈습니다. 정 신을 잃고 계속 헛소리만 하고있습니다. 적의 새벽기습을 맨처음 겪은 경비초소의 소대장인것 같습니다. 초소전호는 포사격에 다 없 어지고 그앞에 백여명의 적이 쓰러져있었습니다. 이 소대에는一》 부상병의 신음소리가 그의 말을 중단시켰다. 팔이 아까처럼 뻗 쳐 흔들렸다. 최용건이 그 팔목을 잡았다. 그는 마치 부상병의 팔 목을 잡고 맥 을 세는듯 아무말없이 그 군관을 내 려 다보기 만 했다. 《보위 상동지 시오.》 특무장이 그가 알아듣도록 큰소리를 질렀으나 군관의 눈표정 은 여 전했다. 그러 다가 잠시 후 무슨 꿈에서 깨 인듯 부상병 이 속 삭였다. 《용서해주십시오.》 너무나 예상외의 말에 모두가 흠칫하며 숨까지 멈 추었다. 운학은 긴장하여 그 군관의 입을 지켰다. 그 군관은 여전히 같 은 눈표정이였으나 마치 정신이 돌아선듯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 였 다. 《초소를 사수… 못했습니다. 무조건 사수하라는… 명령을… 못 지켰습니다. 한시간을 견였습니다. 그러나 포사격에 전원… 그리고 대대가… 밀려들었습니다. 제가… 정신잃고 쓰러졌을 때… 적의 장 갑차가… 우리 초소를 깔고 지났습니다… 우리는… 퇴각한것은 아닙니 다. … 그저 죽었고… 나는… 보았으나… 몸이 움직이지 않 133 았습니다.… 하지만 용서받을수 없었지요.… 소대는 희생되였습니 다. 그러니 조국땅을 잃고… 전사도 잃고… 내가 왜 살겠습니까. … 죽어 야지요… 허나 용서해주십시오.》 〈〈군관동지 !》 특무장이 격하게 불렀다. 《소대는 다 죽지 않았습니다. 13명이나 살았습니다. 그리 고… 초소를 다시 탈환했습니다. 인민군대가 나왔습니다. 피뢰군은 38도선너메로 쫓겼습니다.》 특무장은 목메여 웨치고는 보위상에게 어줍은 얼굴을 쳐들었다. 《아까부터 계속 이렇게 헛소리를 칩니다.》 최용건은 얼른 그의 눈길을 외면하며 낯을 찌프린채 꾸중하듯 말했 다. 《헛소리가 아니요. 이 동문 듣지 못하고… 시신경장애로 잘 보 지 못하오. 빨리 후송하오… 그리고 군의들에게 말하오. 이 동무가 회복되는 즉시… 잘 싸웠다는 나의 감사를 전해주게 하시오.》 차에 오른 최용건은 엄한 눈길로 앞을 쏘아보며 짧게 말했다. 《갑시 다 !》 차가 떠났다. 운학의 모터찌클에 탄 소좌는 담가대를 뒤돌아 보며 매우 통절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한개 소대에서 열세사람이 남았단말이지… 저 소대장동문 두다리가 다 부서졌소… 애국자들이요…》 운학은 아무 말도 못했다. 그는 이제껏 별로 생각 못했던 전쟁의 한 단면을 보았다. 그 것은 비장하고 준엄한 세계였다. 한때는 농가들이였으나 오늘아 침부터 전방지휘소 건물들로 된 초가와 동기와집들이 몰켜있는 산기 슭으로 운학이 네 가 들이닥친것은 이때 로부터 30분 못미 처 서 였다. 보위상이 부관들과 함께 전화선묶음들이 빨래 줄처 럼 늘어 진 동기 와집 으로 들어간후 운학은 사단급에 서 온 군관들속에 끼 여들어 두서없이 오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기가 새벽에 지도작 업을 하면서 보았던 전선이 6〜7시간 사이에 얼마나 크게 변하였는 가를 커다란 놀라움과 경탄 속에 들었다. 52사는 벌써 38도선을 넘 134 어서 적을 춘천쪽으로 압박하고있고 53사는 포천을 향해 905땅크 려단과 협 동하여 내 닫고있으며 54사는 동두천에 이르렀다는 믿기 어 려운 기적같은 공격이 였다. 바지 가랭이 가 온통 흙투성 이이고 겨드랑과 잔등에 비맞은 자욱이 아직 마르지 않은 소성 네알을 단 군관이 화제의 중심이 되였다. 그의 이마에는 무언가 스쳐놓은듯 갈쥔 상처자리가 나있었고 채 마르지 않은 피자국이 붙어있었다. 분명 본인은 그것을 알련만 씻 을념을 않고 주변의 좌급 군관들까지 너나들이 동무가 된듯 허물없 이 친근하게 말했다. 《…놈들이 된찌를 갈겼지. 글쎄 우리가 이렇게 쌜줄이야 꿈 엔들 알았겠습니 까 ? 그저 다리 야 날 살려 라 하고 줄행 랑인데 뭐 평 양에 가서 먹자던 도시 락은 물론 총이건 모자건 다 집 어치고 들 구뺐지요. 들에는 그놈들이 줴버 리고 간 물건짝들로 꽉 깔렸지요. 참 이런걸 봤습니까? 전리품인데 한대씩들 피워보십시오.》 그 군관은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여 매 사람에게 담배를 권 했 다. 운학은 해방직후 서울에서 미군들한레 붙은 장사군들이 내다 팔 던 《럭키 스트라이크》를 알아보았다. 그 군관은 한쪽견에 우두커 니 서있는 깨끗한 군복차림으로 유표한(여기 군관들의 옷은 죄 다 비 맞아 험 상궂은데 다가 위 장망을 풀단처 럼 쓰고있 었 다. ) 운학이 에게까지 너그러운 태도로 그러면서도 어던가 약간 깔보는듯한 태도로 담배를 권했다. 《 고맙 습 니 다. )) 운학은 이 군관들이 모두가 전투에 참가하여 어려운 첫 세례 를 이겨냈다는 그 한가지 리유로 자기가 몹시 주눅이 드는것을 느 끼며 담배를 공손히 받아쥐였다. 바로 그때에 보위상의 부관인 소 좌가 그를 찾았다. 소좌는 매 우 심 각한 표정 으로 보위상으로부 터 54사의 전선형편을 직접 보고 오라는 과업을 받았다고 하면서 필요한 경우에 현장에서 지도작업까지 하여야 되기때문에 운학이도 가자는것이 였다. 운학은 보위상 부관이 한갖 전선을 돌아보는것 뿐만아니라 주요한 명령서들도 동시에 가지고 갈것이라는것을 알았 135 으나 더 알려 하지 않고 반갑게 응했다. 안내 및 호위로 두 자동총 수가 탄 모터찌클 한대가 나타났다. 자동총수들은 옷이 찢긴것으로 보아 새벽부터 이 싸움판에 뛰여든 군인들같았다. 운학은 모터찌클에 다시 올라랐다. 차가 오불꼬불한 산길을 돌아 골짜기를 빠져 언덕에 올랐을 때 운학은 두대의 자동차에 열댓명의 군인들이 붙어 법석이는것을 보았다. 가까이 가보니 두대중 한대는 자동차가 아니라 《 U . S . A . ARMY )) 라는 영어문자가 또렷이 찍힌 장갑차였다. 한쪽바 퀴가 떨어진채 볼성없이 찌부러진 그 장갑차에 쇠바줄을 걸고 화물 차가 끌고 그뒤 에 서 공병견장을 단 군인들이 나무토막과 쇠장대 로 장갑차바퀴에 든장을 먹이며 떠밀고있었다. 《엠一8형 장갑차로군.》 보위상 부관이 중얼거 리며 모터찌콜을 멈춰세우고 누구에게라 없이 물었다. 《동무들,월 하고있소 ?》 〈〈박물관에 가져가렵니다.〉〉 웃통을 벗어붙이고 장갑차바퀴밑에 든장질을 하던 군인이 웃 으며 대 답할 때 공병하사관이 나타났다. 그는 경 례를 하고 기름 이 발린 손으로 얼굴의 땀을 닦으며 근심낀 기색으로 말했다. 《이놈의 장갑차가 길을 막아서 굴려 치 우려 하는데 끄떡않습 니다. 우릴 먹 겠 다고 달려 들어 올 때 는 몹시 빨랐겠는데 깨 진 다 음에는 영 바위산입니다.》 《뭣에 맞았소?》 《반땅크수류탄에 주저 앉 았습니 다. » 《허 허,반키 로짜리 에 너부러 졌군. 저 쪽 바위밑을 파고 좀 끌 면 도랑으로 굴러떨어질것 아닌가.》 부관의 말에 공병하사관은 활기있게 대 답하였 다. 《네,지금 그렇게 하고있는중입 니 다. 근데 발곡식 이 손해봅 니 다. » 그는 파아랗게 발을 덮은 콩포기들을 손짓하였다. 《어쩌겠소. 놈들한테 그 값까지 받아내면 되겠지. 아니… 저 136 놈은 전쟁이 끝난 다음 놈들이 어떻게 쳐들어왔는가를 알리는 증표 로 그대로 발에 두면 멋지겠군. 동무들,수고하오.》 부관은 매우 유쾌한 표정이였다. 언덕을 내려 다시 골짜기에 들 어섰을 때 그들은 근 한개 중대 가량의 푸른 군복차림과 부및쳤다. 《포로병 이 다.» 누군가 웨쳤다. 비와 흙탕에 범벅된 포로병들의 몰골은 말이 아 니였다. 피로한 겁먹은 눈길들이 힐끔힐끔 운학이네를 견줘보았 다. 앞 모터찌콜에 탄 두명의 자동총수들은 《여 ! 맛이 어때 ?》 하고 놈들을 향해 소리치며 그대로 옆을 지나갔다. 부관이 무슨 생 각이 들었는지 모터찌클병에게 차를 세우라고 하였다. 맨앞에 서서 피발이 선 눈으로 흘끔 돠•보는 괴뢰군대위를 향 해 큰소리로 물었다. 〈〈공격출발진지를 몇시에 차지했댔소?》 대위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외로 틀었다. 〈〈아침은 먹 었소?》 대위는 그 물음에도 침묵을 지켰다. 《흠. )) 부관이 쓰겁게 웃을 때 대위의 바로 뒤에서 불평에 찬 목소리 가 울려나왔다. 낯이 파랗게 질린 피뢰군 사병 한명이 대위를 밀어 젖힐듯하며 나와 섰다. 〈〈이놈은 먹 었을지 라우. 그러 나 우리는 못먹었습니 더. 궁평리 를 점 령하면 아침을 먹을것 이 라고 했는데 궁평 리에 오니 장수면 소재지까지 가서 먹자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총으로 몰아대는데 어쩔수 없었습니더. 한데 장수면으로 쳐들어가다가 인민군대 포 위공격에 걸려 대대가 다 포로됐습지요. 인민군님들이 점심밥을 주 어 고맙게 먹었습니더. … 이놈은 지주자식입니더.》 《닥쳐 !》 대위가 돌아서 책 소리치자 갑자기 그놈한테 서너명의 포로가 때릴듯이 달라불었다. 《늬 이놈아,아직 도 장교나. 이 젠 늬 나 내 나 다 포로다. 이 옴 두꺼비 대대장아.》 137 호송병이 말리지 않았으면 란투극이 벌어질번하였다. 부관이 역 스러운 연극이 나 본듯 찌 프린 얼굴로 《가기요 !》하고 말을 떼고 운전사가 기 야를 밟을 때 문득 《림형 !》하는 소리 가 울렸다. 키 가 껑충한 피뢰군장교가 운학이를 향해 오른팔을 내밀고 주춤주 춤 걸어 나왔다. 대모레안경 이 해빛에 번쩍거 렸다. 공포와 비굴,아첨과 수치 이 모든 저속한 감정이 환을 그린듯 이 지 러지 고 창백 해 진 대 모레 안경은 울상이 되 여 운학이 를 쳐 다보았다. 운학은 숨이 딱 멎는것 같았다. 그앞에는 성련화의 언니 성계 화의 남편인 리영준이가 서있었다. 해방전 서대문감옥에 다닐적 에 알게 된 인연으로 해방후에도 만나면 문안정도는 나누군하던 자였다. 더구나 성련화의 형부라는것으로 그뒤의 더러운 배경을 애 써 보지 않으려 하며 비록 경원하고 멸시하면서도 타매하지는 않았 던자였다. 해방직후 미국에 공부하러 간다던 저자가 이 날 도적고양이처 럼 밀려든 적군의 무리속에 섞여 나타날줄이야 상상이나 했던가. 〈〈너도?》 운학은 공기를 뽑듯 이 말을 하였다. 〈〈림형 ! » 영준은 운학의 싸늘한 시선앞에 눈길을 내리깔았다가 다시 쳐 들며 애걸하듯 말했다. 〈〈나를 도와주오. )) 운학은 자기가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 랐다. 보병총을 멘 두줄배기 호송병의 시선이 의흑과 멸시를 담 고 자기의 얼굴을 일별하고 부관과 운전사가 호기심에 차 자기를 본다는것을 알았을 때 괜히 자기가 무슨 나쁜짓을 하다가 들킨듯한 당황함과 모욕감을 동시에 느끼며 얼른 이자리를 떴으면 하는 생각 밖에 없었다. 운학은 그의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풀물이 퍼렇게 든것과 바 지무르팍에 온통 흙투성 이 인것을 보며,이자가 살려고 몹시 애를 썼 다는 생각을 하며 구슬픈 조소를 머금었다. 그에 용기를 얻었는 지 아니면 반발을 느꼈는지 영준은 방금전의 절망적인 기색을 버리 138 려 애쓰며 한결 고집어린 태도로 입을 열었다. 《한가지만 말해주오. 우릴 죽이오? 살리오?》 운학은 영준의 허 리춤에 매 달려 있는 권총갑을 바라보았다. 그 권총갑은 순간적으로 그의 눈앞에 중상당한 경비소대장의 피기 잃은 얼굴과 눈동자를 그려주었다. 《림형,거기서는 포로에 대한 국제법을 적용하오?》 재차 묻는 영준의 비굴한 목소리에 운학은 치솟는 격분을 느 꼈 다. 《여보,날강도로 쳐들어온 당신네가 무슨… 법 이라는 공정성 을 론할 자격 이 있소 ?》 《림형,난 통역이요. 난 누구도 죽이지 않았소. 림형은 나를 알 지 않소.〉》 《알지. 그러나 나는 총을 찬 당신이 아니라 학생 이던 당신을 알고있 었을따름이 요.》 《림형,나를 도와주오. … 난… 난… 그래도 림형의 련화씨를 구 원해주려 했소 !》 《련화?》 《그렇소. 련화는 〈빨갱 이〉로 록군형무소에 수감되 였소. 내 가 그를 빼내게끔 했소. 록군형무소에서 놓여나왔을것이요. 정말이 요. 내 동료가 아… 림형도 잘 아는 백정식군이 빼낸다고 장담했 소. 난 어찌되오?》 《우린 교형 리가 아니요.》 운학의 가슴은 원가 무거운것으로 지지눌리운듯 가빠났다. 그 중압을 뿌리치듯 그는 운전사를 향해 (이 순간 자기 의 상급이 옆 에 있다는것도 잊고) 소리쳤다. 《월하고있소. 떠 나지 않고.》 운학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이를 악물었다. 《아는 사이요?》 차가 얼마간 달렸을 때 보위상 부관은 낯이 컴컴하게 질려있 는 운학이를 보며 물었다. 《네.》 139 《그런데 성 련화란 누구요 ?》 《저의… 녀동무입니다.》 운학은 태연하게 대답하느라고 했으나 목소리가 떨렀다. 불현 듯 심장이 옥죄여들었다. (과연 사실인가?) 련화의 신상에 끔찍한 불행이 닥쳐들었다는 생각에서 그는 헤 여날수 없었다. 한편 백정식이가 그앞에 어두운 망령처럼 나타나 마음을 어지 럽혔 다. 련 화를 억 지 로 라도 데 려 오지 못한것 이 또다 시 아픈 후회로 살아올랐다. 련화는 한생 운학이만을 알고 살겠 다고 하였다. (과연 그는 어떻게 변했을가?) 38도선을 넘자 길에는 남으로 나가는 포차며 보병행군대렬이 꽉 차있었다. 경무관완장을 끼고 자동총을 앞가슴에 걸멘 군관이 갈림 길목에서 대렬을 좌우로 뽑고있었다. 그 경무관에게 앞의 자동총수 들이 뭐라 말할 때 운학은 경무관뒤에 한쪽 널판이 롭에 잘린듯 떨 어 져나간 리 정 표가 있는것 을 보았다. 《서울一 32 km 》 라는 글자 가 확 안겨왔다. 가슴이 후두두 뛰 였다. 54사참모부에 들렸을 때 운학은 서울해방이 결코 먼 꿈이 아 니라는것 을 실감했 다. 54사 선두구분대는 벌써 동두천쪽으로 진 격 해 나가고있 었 다. 운학은 작전참모방에 서 정 황지 도를 펼쳐 놓고 사단의 진출계 선을 그려넣다가 이 진출계 선을 확정한지 몇분이 나 지났는가고 물었다. 작전참모는 30분전에 보고된 자료에 기초하 여 작성한것 이 라고 하면서 개 별적중대들은 더 나갔을지 모른다고 하였다. 운학은 보위상 부관이 사단장을 만나고나온후 그에게 지도 를 넘기 며 정색하여 제기했다. 〈〈소요산을 공격하는 5련대의 진출계선을 정확히 알기 위해 제 가 그쪽으로 나가야겠습니 다.》 운학은 자기 가 전투에 참가해보지 않고는 아무 일도 손잡히지 않으리 라는것 을 알았기 때 문이 였다. 보위상 부관은 그의 이 글이 글 타는 눈을 보다가 한숨섞인 소리로 말했다. 《우린 이이상 나갈 권한이 없소.》 140 《여기에 무슨 권한이 있습니까. 보다 정 확한 보고를 하자면 전 방에 나가보고…》 《동무 !》 부관은 억이 막힌 웃음을 짓고는 타이르듯 말했다. 《동문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그래 난 뭐 지도작성을 할줄을 몰라 동물 데려온줄 아오? 그리고 공격하는 부대의 진출계선을 우 리 가 와서 그려가지 고 가 보고한다는것 이 19세 기 도 아닌 현대 전 쟁에서 말이 되오? 전화도 있고 무전도 있는데. 다만 동무가 이리 로 온것은 아바이의 교육학적배려지. 아바인 화약내를 못맡은 참모 부 군관들에게 전선바람을 씌 여 야겠다고 했소. 그래서 내 가 동물 데려온것이요. 나도 이렇게 여기까지 나온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일거요. 정식 련 락군관제 가 생 길 레 니 까. 동무가 오늘같은 행 운이 라 도 계속 얻자면 빨리 가서 전방지휘소 련락군관자리라도 하나 버젓 이 따는게 상책이요.》 《화약내를 맡으라면 전방에 가야 하지 않습니까. 정 안된다 면 전 도망치겠습니다. 부탁합니다.》 운학은 그의 팔을 꽉 붙잡았다. 부관은 물끄러 미 그를 보았다. 동정 어린 눈빛 이 였다. 《동무 심정은 알만해. 그런데 … 아니,가보오. 그러나 게서 머무를 생각은 마오.》 《고맙습니 다.» 사단 경비중대군인을 안내로 태운 모터찌클은 미국제 대형트 럭과 포들이 어지럽게 널린 사이를 날새처럼 빠지며 쓴살같이 달렀 다. 소요산을 언덕 하나로 사이둔 길목에는 완전전투준비를 갖춘 한 개 대대가 엎드려있었다. 경적을 울리며 그대로 길목을 벗어나려 하 자 중성 한알을 단 군관이 성 이 독같이 나 권총을 빼들며 소리쳤다. 《미치지 않았소. 서라!》 운학의 군인중을 보고 《전방에 나가보라는 보위상동지의 지 시집행중》이 라는 과장된 변명을 듣고나서도 그는 성을 가라앉히지 못했 다. 《저 동무들까지 자꾸 내담겠다는걸 겨우 막고있는데 알만한 동 141 무까지 이러면 어떻게 하오.》 《그래도 전 나가봐야 합니다. 저 앞에는 두개 중대가 전개하 지 않았습니까?》 《전개했소. 하지만 화력이 어찌나 심한지 고지기슭에 붙어 더 움직이지 못하오. 그래도 전사들이 마구 나가 희생이 많았소. 련대 지휘부에 안들렸댔소? 련대에선 더 돌격하지 말고있다가 나팔신호 가 울린 다음 일체 돌격을 하라고 했소. 무슨 우회전술을 쓰는 모 양이 요.》 《그러면 이 대대도 좀더 접근했다가 앞의 중대를 지원하면 안 됨니까?》 《저길 보오.》 언덕을 가리켰다. 통나무들이 빗살처럼 총총히 서있었다. 마 치 센 우박이 쏟아질 때처럼 나무이파리들이 나폴나폴 날아떨어 졌고 나무아지들이 분질러져나갔다. 《쫓겨간놈들이 몽땅 모여서 미친듯 쏴•갈기오. 저기로 내담는 것은 무모한짓 이요.》 그의 마지막말에 운학은 불쾌감과 함께 그 어떤 의분을 느꼈다. 《전… 최전방을 가보게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모터찌클병에게 그대로 여기 대기하라는 말을 하고는 군 관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돌아섰다. 언덕우에 오르자 발밑에서 흙덩이들이 뿌리쳐날았다. 총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것이였다. 그는 숲으로 뛰여들어 아카시아가시에 얼굴이 찢기는것도 모르고 내달았다. 첨벙 ! 하고 파아란 모가 들 어찬 논판에 뛰여들었을 때 총탄에 모자가 벗겨져 달아났다. 《엎디시오 ! » 논뚝밑 물탕에 한사람이 엎디여있는것이 보였다. 그의 얼굴은 흑인처럼 시꺼맸다. 흙물이 튀여 그런것이였다. 특무장의 견장을 단 그 군인의 량옆에는 늄밥통 두개 가 놓여 있었다. 밥통은 둘 다 흙탕에 버무러지고 우그러 진것이 처참할 정도였다. 한쪽 밥통의 푹 터 갈라진 짱새 기 로는 팔밥알들이 비죽비죽 내밀려 있었다. 온몸을 뜨스한 논물에 잠근 운학은 불시에 웃음이 나갔다. 밥통마저 이 142 처럼 된탕을 겪는 때에 자기는 조금도 상하지 않았으며 주요하게는 자기가 겁먹지 않고 탄우속을 달려왔다는 자긍심때문인것 같았다. 《이건 점심입니까?》 운학은 헌헌한 태도로 특무장을 향해 물었다. 무엇때문인지 내처 얼굴을 찌프리고있던 특무장은 그의 말에 매우 찔러는 표정이였다. 《중대는 아침도… 점심도… 못… 먹었습니다. 〈기상,전투 !〉 한 다음부터 계속 나가는판인데… 국은 끓였으나 국통은 포격에 잃 었습니다. 국통을 지였던 전사도 죽고…》 운학은 속이 뜨곰해 자기가 웃은데 대 하여 후회를 하였다. 《하여튼 잘됐습니다. 난 이걸… 어떻게 고지까지 가져갈가 했 는데 …》 운학은 그의 입술이 파란 빛을 띠고있음을 놀라움속에 보았다. 《어데 아프오?》 《배에 맞았습니다.》 《뭣 이一》 운학은 황급히 기여가 특무장의 어깨를 잡아돌려 놓혔다. 상 처는 보기 끔찍할 정도였다. 확 헤쳐진 옷자락밑 배꼽옆에 평하 니 뚫린 구멍이 나타나고 희끗희끗한것이 보였다. 개인붕대포를 풀 어 상처를 동일 때 특무장은 《음음.》하고 앓음소리를 쳤다. 《꽤 견더겠습니까?》 운학은 이 특무장을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망설였다. 특무장 은 담배진이 누렇게 앉은 이를 드러내며 비죽이 웃어보였다. 《난 됐수다. 이제… 담가대가 오겠지요. 그저 저 식사를… 부 탁합니다. 지금 중대원들은 이 특무장을… 뒈라 하겠습니까. 이 런 때 제구실 해 야 되는데…》 《몇 중대요?》 《3중대 … 입 니 다. )} 운학은 특무장의 손을 꽉 잡았다놓고 밥통을 량팔에 하나씩 끼 였다. 그는 속으로 뜨거운것을 삼키며 무릎걸음으로 기여나가기 시 작하였다. 논배미 하나를 넘어 얼마간 더 나갔을 때 갑자기 나팔소 리 가 울렸다. 그러자 나팔소리는 고지를 둘러 싼 사방에서 련이 어 143 울리고 고지기슭으로 수많은 군인들이 내달리는것이 보였다. 운학은 열키로들이밥통을 그대로 껴안은채 벌떡 일어서 내닫 기 시작했다. 너무 덤벼치는통에 감탕판에 꼬꾸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밥통은 어떻게 해서든 붙안고 떨구지 않았다. 고지중턱에 이르러 자지러진 총성과 만세소리를 들었을 때는 밥통을 훌 팽개 치고 다문 몇놈이라도 제껴버려야겠다는 생각이 꼭뒤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특무장의 어줍은 눈길과 간절한 말이 떠오르며 그것을 밀 막았다. 온몸이 그대로 땀자루가 되여 고지에 올랐을 때는 이미 전투 가 끝난 뒤끝이였다. 적들의 새까만 무리가 행길과 논발으로 하 여 동두천시가지쪽으로 몰려가는것이 육안으로도 빤히 보였다. 운학은 밥통을 껴 안은채 연기 자욱한 고지 우를 오가며 《3중대 !》 를 소리쳐 찾았다. 열댓명의 포로를 끓어 앉힌 앞에서 백골표식이 그려진 흰 기발을 가리키며 원가 연설을 하던 군관과 마주쳐 그 가 3중대장인것을 알았다. 운학은 특무장을 만나본 사연을 짤막 히 말하고 밥통을 인계하였다. 중대장은 몹시 반가와했다. 《아침에 건빵 한포각씩 씹은것밖에 없지요. 그리구 세차례의 전투를 치르며 예까지 장 달러왔습니다. 무엇때문이겠습니까. 바로 이때문이지요. 놈들은 우리 땅을 백골로 뒤덮자는것이 아 니요. 특무장이 안됐군. 글쎄 무슨 귀신인들 식사보장을 할수 있겠 습니까. 우린 계속 내달려가지.》하면서 중대장은 특무장이 어떻게 좋은 사람이 였는가를 한창 말하다가 운학에게 식사를 함께 하자 고 했다. 《무어니무어니해도 배가 든든해야지요. 참모동무 아니면 어 쩔번했습니까?》 개 인밥통에 밥을 담아들고 모여앉은 전사들도 특무장에 대 하 여 평 소에 인정 이 많았다거 니,힘이 세고 용감했 다거 니,이제 나으면 꼭 중대에 다시 오게끔 해야 된다거니 하며 떠들다가 운학에 대 해서도 들으라는듯 수군거렀다. 《특무장동지의 상태를 알고 저 총참모부 군관동지가 직접 식 사를 날라왔어.》 144 《대 단한데.》 〈〈이젠 서울까지 죽 달릴수 있구나.》 운학은 이들과 함께 있었으면 하는 끈질긴 유흑을 간신히 털 어버렸다. 중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식사보장때문에 논판에까지 기여온 특무장의 인상이 더욱 그렇게 했는지 모른다. (나도 빨리 전투임무를 받아야 한다. ) 그가 전방지휘소에 도착했을 때는 밤 9시 30분이였다. 운학이 부관을 찾아 늦게 온것을 사죄하고 목격했던 싸움에 대 하여 말하려 하자 부관은 그까짓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희색이 만면해 말 하였다. 《여 보,53사와 905땅크려단은 벌써 포천으로 들어가고있소. 서부의 51사도 _ )) 그는 이 말을 끝맺지 못했다. 찦차 한대가 불을 죽였다 켰다 하 며 맹렬한 속도로 들이닥쳤다. 보초소를 통과하여 보위상의 지휘처 로 쓰는 동기 와집 앞에 와멎은 차에 서 는 비 옷을 입 은 장령 한명 이 뛰여내 렸다. 그는 보위상의 호위 군관에게 신분중을 보이고는 아 무말없이 방문으로 사라졌다. 〈〈누굽니까?》 운학이 가 귀속말로 묻자 부관 역시 속삭이듯 말했다. 《52사 사단장 위청 동지요.》 그리고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계속했다. 《52사의 전투보고는 없었는데一》 부관은 입을 다물었다. 최용건의 방 양피지를 바른 창문이 드 르릉 울리며 무섭게 노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던것이다. 《뭣이?… 한개 대대나?… 그따위 싸움이 어데 있소? 〈돌 파교범〉이 싸우는가, 머 리 가 싸우지 . 》 운학이와 부관은 거의 동시에 흠칫하였다. 《아바이 요.》 《왜 저럴가요?》 《글쎄 방금까지는 기분이 대단히 좋으시였댔는데一》 운학은 여기 더 있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였다. 부관실에서 나 145 오는 그의 머리에는 현훈중에 걸릴만한 승리적인 작전이 벌어지 고있는 이때에 무엇때문에 보위상이 저처럼 성을 낼가 하는 의문이 줄닿게 뻗쳐올랐다. 최용건은 칼자리가 알릴듯말듯 난 위청장령의 뺨이 재빛으로 변 해가는것을 한동안 보다가 눈길을 내리떨어뜨렸다. 퍼런 정맥이 죽 죽 뻗쳐오르는 부트쥔 주먹을 내려다보며 터져오르는 분노를 눅 잦히느라 애썼다. 전선중부에서 전진하던 52사는 춘천앞 소양강 에서 전진을 좌절당했을뿐아니 라 적지 않은 유생 력량의 손실을 가져왔던것이다. 최용건에게 있어서 이것은 하나의 비상경보처럼 안겨들었다. 38도선 이북에 들어선 괴뢰군사단들을 구축소멸하는것으로부 터 작전을 개시한 인민군부대들은 단 몇시간안에 적의 공격전선을 허물어버리고 38도선이 남의 여러 지 역을 해방하였다. 적은 수세 에 빠져 전투의 주도권을 잃고말았다. 주타격방향부대들인 53사 와 54사, 905땅크려 단의 공격 은 전광석 화와 같이 눈부신 속도였 다. 최용건은 예상외의 성과에 기뻤으나 한편 불안을 느꼈다. 52사와 56사가 예정된 계선으로 진출하지 못한것이 였다. 이런데서부터 53사와 54사의 빠른 공격 이 적의 어떤 음흉한 함정으로 되지 않 겠는가 하는 억측까지 일어났다. 그런만치 그는 전반공격전선의 균 형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을 썼다. 매 부대 들이 독자적 으로 유 리한곳을 택하여 자유자재 로 싸우 는 유격전이 아니라 일정한 전선을 차지하고 부대들간의 긴밀한 협 동작전과 보조밑 에 싸우는 정 규전이라는데 서 더 욱 그랬 다. 52사는 보조타격방향부대 라고 하지 만 그 임 무와 역 할에 서 는 커다란 사명을 띠고있었다. 52사는 거의 단독으로 전선중부를 담당 하면서 주타격전선의 좌익린접 을 보장하게 되 여 있었고 동시 에 적으 로 하여금 아군의 주타격방향을 서 부가 아니 라 중부로 오인하게 끔 하는 사명도 수행해 야 했다. 그에 신빙성을 주기 위해 오늘아침 주타격방향부대들인 53사와 54사는 련천,철원 지대에서 출발하여 전 선중부를 위협하며 나갔다. 38도선을 넘어선 이후부터 53사와 54사는 146 자기의 계획대로 서쪽으로 진로를 돌렸고 52사는 62사와 더불어 중 부로 나가게 되였다. 최용건이 전방지휘소에 도착한 바로 그 시각에 52사는 벌써 춘 천앞 소양강에 이르렀다. 최용건은 그 즉시 김일성동지께 전화를 걸었다. 지금의 공격속도로 볼 때 52사는 주타격부대들이 서울로 접근하는 시간이면 서울뒤나 수원근방에서 포위환을 형성할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렀다. 《수원까지 라 ? … 대 단합니 다. » 김 일성 동지께 서는 그때 몹시 기 뼈하시 였다. 《그러나 너무 덤비진 마시오. 특히 첫 작전에서 쉽게 이겼다 고 지휘관들이 너무 자만하게 하진 마시오.》 전화가 끝난후 최 용건은 52사의 위 청 사단장을 무전기앞에 호 출하여 오늘내로 춘천을 점령한후 계속 속도를 높여 수원을 타고앉 으라고 하였다. 여느때없이 밝고 명쾌한 보위상의 지시에 위청 역 시 자신만만한 기세였다. 《보위상동지,오늘내로 춘천을 점령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수원은 떼논 당상입니다.》 〈〈자신있소?》 《자신있습니다. 우린 네시간동안에 40키로 전진했습니다. 제 가 꾸르쓰깐가도 전투시에 …》 《좋소. 동무의 말을 믿겠소.》 그때 최용건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를 놓고나자 원 가 불만스럽게 느껴졌다. 그것은 위청이 국제려단에 속해 싸운 生 도전쟁때 일을 자랑하려고 하는것때문인지 아니면 그의 어조에서 풍기는 들뜬 기분때문인지 그때는 잘 몰랐으나 그 전화가 있은 때 로부터 다섯 시 간이 지난 지 금에 는 알수 있 었 다. (성 공에 취 하여 현훈중에 걸 렀 다. 경 적필패 라는 말을 잊 었 다. 이 건 사단장의 전투지휘나 단순한 전술적 착오만이 아니다. ) 최용건은 성공에 자만하지 말라고 하신 김일성동지의 경고를 깊 이 새기지 않은 자신을 나무람하였다. 《그래,〈돌파교범〉대로 다 했는데 안됐으니 이젠 어떻게 하 147 겠소?》 최용건은 평소의 자신을 회복하며 끊었던 말을 다시 이었다. 위 청은 보위상의 목소리가 불시에 낮아지자 놀란듯 눈길을 치떴다. 최용건은 여전히 눈을 내리깔고있었다. 미간에 찍허진 굵은 주 름살만이 지금 그의 가슴속에 회오리치는 폭풍우를 암시 하고있었 다. 위청은 입술을 혀로 핥고 역시 낮고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전화로도 말씀드렸지만 땅크가 없이는 안되겠습니다. 대 안의 봉의산에 구축된 화점은 포사격으로도 해 결할수 없습니 다. 땅 크대 를 앞세 우고 보병 돌격을 해 보겠습니다. 적의 화력 이 집 중된 교 두보 쟁 탈시 에는 땅크를 앞장세 우는것 이 기본이 라고 〈돌파교범》 에 ^―》 〈〈또 〈돌파교범〉이요?》 최용건은 기가 막혀 먼 옛날의 제자를 환멸에 가까운 시선으 로 바라보았다. 위청은 최용건의 황포군관학교 교관시절에 학생 이였다. 별로 뛰여난데가 없었으나 나라찾을 마음으로 군사를 공부 하는 위청이를 최용건은 마음속으로 대견해하였다. 그런데 위청 은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항일전쟁에 참가했다가 무슨 반연으로인지 쏘련에 갔다. 방랑심과 모험심에 충만된 위청은 쏘련 에 서 에스빠냐전선으로,다시 2차대 전이 일 어 나자 쏘련군에 입대 하여 싸우다가 조선이 해방되자 귀국하였다.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무력으로 개편하게 되면서 위청은 물망 에 오른 인물로 되였다. 유격전쟁에만 익숙된 조선인민혁명군 출신 지 휘 관들이 절대 과반수인 조건에 서 현대 적 인 정 규전쟁참가자인 위청이는 매우 희귀한 존재였다. 하여 최용건은 직접 김일성동지께 위청을 사단장재목으로 추천하였었다. 그때 김일성 동지께서는 쾌히 동의하면서 지금 돌이 켜 생 각하면 매 우 의 미심 장한 말씀을 하시 였 다. 《쏘도전쟁의 경험은 매우 귀중합니다. 그만치 그 전쟁의 불 길속에서 교훈을 쌓은 동무들의 가치가 큼니다. 하지만 그 동무 가 흘레브만 먹어 조선 토장맛도 잊고 저가락 쓰는 법도 잊어버 렸다면 야단입니다. 148 그 동무에젠 쏘도전쟁 경험도 귀중하지만 조선땅을 연구하고 우 리 식 사고와 우리 식 싸움법을 체득하는것이 더 중요하다는걸 알 게 해야 합니다.》 최용건은 전쟁발발과 동시에 전반적부대들의 지휘관들을 상기 하며 매 사람들의 금새를 저울질할 때 위청에 대해 그중 많은 생각 을 하였다. 함께 싸워보지 못한것으로 파악이 없는데서 오는 불 안도 없지 않았으나 기대가 더 컸다. 광대한 전선을 장악한 참모부 의 군관으로 있으면서 현대전을 익힌 사람이니만치 이 싸움에서 꼭 두각을 드러내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토록 믿고 기대한 위청은 첫 날의 가장 중요한 싸움에서 실로 최용건이로서는 아연실색할 실 책을 범했다. 춘천을 점령할데 대한 명령을 접수한 위청은 깊은 연구도 전 술도 없이 첫 반공격전투에서 승리하여 사기왕성해지고 적에 대 한 보복의 념에 타는 전사들의 불같은 기세에 편승하여 단숨에 돌 격점 령할것을 결심 하였다. 그런데 춘천앞에는 소양강이 흐르고있 었다. 그 강폭에는 하나의 다리밖에 없었다. 다리를 넘어서면 절벽 을 이룬 봉의산이 솟아있었다. 공격하다가 되쫓긴 피뢰 6사의 거의 모든 력량이 이 봉의산에 집 결되 였다. 하여 봉의산은 거대한 화 구가 되여 다리를 노리고있었다. 춘천과 15여키 로 떨어 진 고개에서 쌍안경으로 그 봉의산을 보며 위청은 적들의 화력이 거기에 집중되 였을것이라는것을 알았다. 아닐세라 앞에서 나가던 첨병소대가 다리목에 들어 서 기바쁘게 적 의 중기 와 경 기 들이 무섭 게 사격 을 해왔다. 뒤따르던 보병대대들은 다리목에 채 이르지 못한채 산개하 여 넓은 논판에 엎드렸다. 《저따위에 멈춰서 !》 위청은 이를 부드득 갈고 자기는 찦차를 타고 도로를 따라 그 다리 목에 접 근하였 다. 그러 나 다리 목 100메터 근방에 서 운전사가 흉부관통으로 희생되는바람에 차는 논판에 구겨박혔다. 위청은 온몸이 진흙투성 이가 되여 권총을 빼들었다. 그리고 대대 장을 찾았 다. 지난 기간 꾸르쓰간대로에서,우크라이나벌판에서 병사들을 돌격전에로 부트던 인상깊은 지휘관들의 모습을 되그려보며 단호히 149 명령 하였다. 《육탄으로 라도 저 봉의 산을 점 령 해 야 되 오.» 그리고 그는 대대장을 보지 않고 권총을 쳐들고 소리쳤다. 《병사들,지금 이 시각 남녘겨레들은 리승만의 학정밑에 죽어 가고있다. 저 고지 만 빼 앗으면 서울이 다. 동무들 ! 돌격 앞으로 !》 번쩍 이는 장령견장과 붉은줄이 간 바지 그리고 그의 힘찬 고 동구호는 그렇지 않아도 엎디여있는것에 답답증이 난 병사들에게 선풍같은 작용을 일으켰다. 대대 장,중대 장들이 구령을 채 받기도 전에 대대 전체 가 일떠 났다. 《만세》〉의 우렁 찬 함성 이 일며 마치 태풍마냥 다리로 접근하였다. 허나 보이지 않는 수천수만발의 탄알 의 소나기는 단 몇분동안에 대대를 땅에 쓸어놓혔다. 다리목에서 먼저 쓰러진 대대장은 마지막숨을 거두며 소리쳤다. 《동무들,내 눈이 감기기전에 저 고지에 공화국기발을 꽃아주■一》 그러나 다리를 건너간 력량은 대대에서 한개 중대밖에 못되 였 다. 뒤따르던 두번째 대대도 역시 같은 비극적정 황속에 돌진하였 다. 자기의 전우들이 피흘러며 쓰러지는것을 본 그들의 발길을 막 을 힘은 없었다. 위청은 일곱명의 전사들이 거의 동시에 쓰러지 는것을 보며 눈앞이 캄캄해지는것을 느끼였다. 〈〈돌격 을 중지 하라 !》 그의 웨침을 받아 달려 가던 련락병도 쓰러졌다. 악이 난 전사 들은 줄곧 다리로 내달리려 했다. 죽을것을 알면서도 죽음에로 내 닫는 그들을 제지시키느라 근 30분이 걸렸다. … 위청은 타격을 입은 대대를 철수시키고 또다시 한개 대대를 준 비시켰다. 그리고 한개 련대는 강을 따라 전개시키고 부단한 사 격으로 적의 시선을 끌게 한후 한개 중대씩 다리로 진입시켰다. 그러나 이 역시 성공할수 없었다. … 최용건은 이제 더 위청을 나무랄 기력을 잃었다. 왜서인지 슬 퍼졌다. 그는 처음으로 두뇌가 없이 움직이는 《교조주의자》의 산 모습을 발견한듯실었다. 최용건은 한숨을 내쉬고 조용히 입을 떼 였다. 《동문 언젠가 황포군관학교 시험장에서 와레를로격전에 대해 150 우수한 대답을 한적이 있었소. 나폴레옹이 자기의 마지막 정예무력 인 철갑기병을 내보낸것은 절망상태에 빠진 자살적행위였다고 옳게 분석 했댔 소. 그런데 오늘의 동무의 지휘는 그때의 그보다도 못했소. 나폴 레옹에게는 타산이 있었으나 동무에게는 아무런 타산도 없었소. 동문 우리 전사들의 참된 애국심과 혁명정신을 람용하여 그들 을 죽음에로 내몰았을따름이요. 위청이,패전지장은 어떻게 된다는것을 알고있소?》 《알고있습니다.》 위청의 입술은 가늘게 떨렀다. 그는 최용건의 눈길을 보지 않 은채 모든것을 체 념한 청낮은 소리로 계속했다. 《저 에 게 기 회 를 주십 시 오. 야습으로 해 보겠습니 다. )) 《위청동무,동문 언젠가 방식상학때 김일성장군님께서 항일무 장투쟁시기를 회고하시면서 하시던 전술에 대한 가르치심을 받은 기억이 나오?》 위청은 머리를 더 떨구었을뿐 대답이 없었다. 최용건은 깊은 상 념속에 옴한 사람같은 자세로 나직 하나 또렷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런 문구들은 생각나겠지. 동성서격… 우회포초와 기동,역 습과 기만…》 이 까지 말하던 최 용건은 불시 에 입을 다물어 버 렸다. 어떻게 위청 이가 김 일성동지께서 15성 상 싸우시 며 창조하신 그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전술과 전법들을 한번 강의로 다 깨친단말 인가. 또 설사 그 전법을 알았다 해도 구체적이며 각이한 환경에서 어찌 김 일성동지 만이 하실수 있는 그 높이 에 서 응용하고 구현할 수 있단말인가. 매 인간에게는 제나름의 제한된 사고와 능력의 기 준이 있다. 그렇다면 김일성동지의 전법을 그 누구보다 깊이 연 구파악했 다고 할수 있는 자기 가 위청 이같은 지 휘관들에게는 미 리 구체적 이며 신통한 방안을 제기하고 묘술을 가르쳐줘야 할것이 아니 였는가. 《보위 상동지, 한번 만 더 기 회 를 주십 시 오. » 더없이 초라한, 이제 라도 제 이마빡에 권총을 들이댈듯싶은 위 151 청의 얼굴을 보다가 낯을 찡그리였다. 그리고 위청의 눈길을 외 면한채 무겁게 말을 떼였다. 《동문 돌격선의 앞장에서 내닫다가 쓰러지자는게 아니요? 하지만 소양강에서 사단이 저지되고 수백명이 쓰러진 책임을 어 떻게 할레요?》 《기회를 주십시오.》 최용건은 위청의 눈을,바르르 떠는 눈시울밑에서 애원하는듯 아 니면 강렬하게 호소하는듯한 눈을 보다가 일어섰다. 《지금 여기서 말하며 시간을 끄는것도 죄악이요. 방법을 생 각하오. 우회,기만… 응… 방법을 ! … 시간이 없소. 시간이… 만약 실패하면… 아니,가시오. 마지막 기회요. 그리고 〈돌파교범〉은 잊으시오.》 문이 벌컥 열렸다가 닫기며 그가 사라졌으나 뿌잇한 그 모습 은 여전히 눈앞에 서있는듯실었다. 달음박질하듯하는 발자국소리 가 을렀다. (아니,저 사람을 보내서는 안된다 ! 난 저 사람이 무엇하러 꼭 가려고 하는가를 알지 않는가. 치욕을 씻으러,결국 죽음에로 가 는것 이 아닌가 ! ) 문득 뇌리를 치는 생각이였다. (저 사람은 자기만아니라 사단을 자멸에로 이끌수 있다 ! ) 이어지는 결론앞에 최용건은 가슴이 써늘해졌다. 부관을 찾았다. 그러나 부관이 들어서기전에 찦차의 발동소리가 울리고 요란 한 동음은 쫓기듯 멀어져갔다. 멈춰세우기는 글렀다. 최용건은 방에 들어선 부관에게 랭수를 한바가지 가져다달라 고 하였다. 부관이 집뒤의 샘터에 가서 찬물을 가져왔을 때 최용건 은 그 물을 먹을 생각도 않고 한손으로 이마를 짚은채 지도를 내려 다보고있었다. 그의 생각은 복잡하였다. 매 사단들의 진격로를 살피는 그의 눈앞에는 위청의 흐려진 얼 굴이 계속 얼른거렸다. (어떻게 할것인가? 이제라도 사단에 전화를 걸어 전투행동중 지 명령을 내려 야 하잖을가. 그렇 게 되 면一) 152 최용건은 좌익의 린접을 잃은채 쑥 내달아나간 53사의 공격화 살표를 보고 저도 모르게 《음.》하고 신음소리를 내였다. 52사 가 춘천을 점령하지 못하여 53사의 린접을 보장 못하면 53사가 익측타격을 받아 역포위될수 있다는 느낌이 가슴을 섬쩟하게 했다. (53 사의 진공속도를 늦추고 좌익방비를 강화하게끔 해 야 하지 않을가. 그렇게 되면一) 암담했다. 의정부_서울의 주타격의 강도와 속도가 늦춰질수 있 는것 이 다. 문제는 52사가 춘천지대를 빨리 장악하는 길밖에 없다. 과연 위청이가 이제 해낼수 있을것인가. 만약 해내지 못한다면 작 전은?… 그리고 위청의 문제는? 최용건은 가슴이 답답하고 머 리속에 피가 몰려 번열이 나는것 같았다. 〈〈물 !》 그가 일어나며 소리치자 부관은 기다렸던듯 찰랑찰랑 넘치게 떠 온 물바가지를 내밀었다. 이 집주인들이 샘터에 늘 띄워뒀을 한 쪽 귀 통이를 실로 꿰맨 바가지 를 물끄러 미 보던 최용건은 머 리를 제끼고 기 갈든 사람처 럼 그 물 전부를 마셔버 렸다. 그리고는 책 상우에 놓인 전화기를 살피 다가 결심한듯 맨 오른쪽 전화기의 송수 화기를 들었다. 최 용건은 한시간전에 전화련계 를 취했을 때 나 다름없이 반가 움에 차 울리는 목소리를 들었다. 《김 일성 입 니 다. » 최용건이 자기를 밝히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듣기만해도 가슴이 활 열리는 시원시원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그래 어떻습니까? 공격기세들이 대단한데一》 《그렇 습니 다,장군님 !〉〉 최용건은 불시에 의탁할 기둥을 찾은듯 탕개가 풀리며 떨리는 소리로 대답올렸다. 《다른 정황은 없습니까?》 《52사가 걸렀습니 다.》 무거운 시름을 덜듯 대답올리고 숨을 길게 들이쉬며 잠시 기 다렸다. 김 일성동지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순간 최용건은 153 자기가 매우 량심 이 없고 둔감한 사람처럼 생 각되며 자신에 대 한 혐오비숫한 감정속에 휘말려들었다. 그러나 어쩔수 없었다. 그는 소양강전투가 잘 안된데 대하여,위청사단장의 분별잃은 지휘에 대하여 무거운 어조로 보고드렸다. 이따금 《그렇습니까.》,《네.》하고 응답하며 전화보고를 들 으시던 그이께서는 한개 대대의 손실을 입었다는 대목에 이르러 서 놀란듯 반문하시였다. 〈〈한개 대대란 전투력량으로말입니까,아니면 사상자를 념두에 둔것입니까?》 최용건은 선뜻 대답올릴수 없었다. 모든데서 너그럽고 관대하신 김 일성 동지 이 시 지 만 무모하게 전사들을 희 생 시 킨 지 휘 관에 대 해 서는 용서하지 않으신다는것을 잘 아는 그였다. 하지만 그이앞에서 거 짓말을 할수 없었다. 사상자수자를 보고드리 자 김 일성 동지께서는 한동안 침묵하셨다가 말씀하셨다. 《그래 그 사단장은 지금 월하고있습니까?》 노염이 풍기는 음성이였다. 커다란 분노를 터치기전 자신을 다 잡으러 애쓰시는 그이의 강한 의지의 풍김이다. 최용건은 마치 모 든 잘못이 자기로 하여 빚 어진것 같은 기분속에 말씀드렸다. 《다시한번 공격전투를 하러 내보냈습니다. 과오가 엄중하니 만치 용서받을 기회를 주기 위해 본인의 요구로 보냈습니다.》 《성공할 방안이 있습니까?》 《믿 습니 까 ?》 쩌렁쩌렁 울리는 그 음성은 그 크기와 급한 호흡으로 대답을 촉 구하고있었다. 최용건은 말을 못하고 입술만 아프게 깨물었다. 《이제 그가 또 실패하면 어떻게 됨니까?》 《장군님 !》 최용건의 목소리는 갈리며 을렀다. 김일성 동지 께 서 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하신듯 계 속하였 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그를 살릴수 없지 않습니까. 동무도… 그 사람은 비겁하거나 용렬해서 실책을 범한것이 아닙니다. 그 154 나 우리 전사들이 용감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것은 아니지 않습니 까. 동무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용감했습니다. 전사들과 다를바 없이 용감했고 전사들의 심정을 안고 내달린것은 사실입니다. 그러 나 지휘관은 전사들과 심정을 같이할뿐만아니라 그 심정을 승리 에로 이끄는 머리를 가져야 지휘관입니다.》 《장군님,제 가 사람을 잘못 천거 했 습니 다.»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사단장 하나의 문제가 아 닙니 다.》〉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잠시 말씀을 끊으셨 다가 부드러 우나 단호한 어조로 계속하시였다. 《지금 상태에서 그는 사단을 지휘할수 없습니다. 수천명의 전 사들의 생명을 책임질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전사로 강직 시 키 겠 습니 다.» 《전사로 ? ! …》 〈〈네.》 《직무해임만 하시오. 희생된 전사들을 생각하면… 그가 산에 서 싸운 사람이 였다 해도 나는 그를 그냥 두지 않았을것 이요.》 최용건은 온몸이 굳어졌다. 김일성동지께서 다시 말씀을 떼시 였 다. 《이제 즉시 위청동무의 사업권한을 정지시키고 같은식의 무 모한 공격전투는 중지시키시오.》 《알겠습니 다,장군님 ! 그런데 그의 후임 으로는 누구를 임 명 하시겠습니까?》 《동무의 복안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그렇다면… 최현동무를 보내겠습니다.》 《최현? ! » 《다른 의견이 있습니까?》 《그의 성미에 보조방향을 달가와하겠습니까. 더구나 지금 상 태 에 서는 주저 앉은 사단이 고…》 최용건은 말끝을 얼버무렸다. 최현이 그 불같은 성격에 뒤떨 155 어진 사단을 보면 마구다지로 내몰다가 재구를 칠수도 있다는 로파 심이 그를 망설이게 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심중을 환히 꿰 뚫어 보신듯 부드러 우면서 도 신중한 어 조로 말씀하시 였 다. 《여 기 엔 성미 문제 같은것 이 하등 관계 가 없 습니 다. 문제 는 우 리 의 반공격 작전에 대한 견해와 립 장,리 해와 인식이 어떻 게 섰는가 하는것이고 동시에 전투 경험과 전술,지략 문제입니다. 그의 성 미가 정 문제라면 내가 담보하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였다. 최용건은 낯이 달아올 랐다. 김일성동지의 말씀속에서 그는 현재의 작전흐름에 대한 인식 에서 자기에게 석연치 못한 구석이 있음을 생각했기때문이였다. 《장군님,지금 그가 어데 있습니까?》 《래일아침이면 거기에 도착하게 될것입니다.》 《알겠습니 다.» 《동무가 우려 한대 로 이 제 그가 가면 굉 장히 열을 낼 것 입 니 다. 이제부터 52사는 참으로 간고한 싸움을 치르게 될것입니다.》 《더 어 려 우리 라고 보십 니 까 ?》 《그렇 습니 다. )} 《장군님,저 도 그 걱 정 입 니 다. » 최용건은 머 리속의 짐 하나를 홀 들어 팽개쳐버 리는 심정으로 솔직히 말씀드렀다. 《적은 52사를 결정적으로 저지시키려 하고있습니다. 그래서 전 52사의 진격속도를 보장하며 주타격사단들과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 하여 53사의 한개 련대를 서부로부터 52사의 중부쪽으로 진출시 켰으면 합니 다. 현재 53사는 52사의 지 연으로 좌익측면을 로출시 킨채 앞서나가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적이 53사의 옆구리를 쳐온 다면 돌이킬수 없는 실패가 생길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53사의 공격을 늦춘다는것입니까?》 《네,52사가 자기 의 계 획계선에 이를 때 까지 53사는 공격 전선 을 유지 하면서 력량을 정 비보강하는一》 《 안됨 니 다.» 김 일성동지께 서는 단마디 로 일축하시 였다. 156 《오직 빠른 공격,련속타격입니다. 그길만이 52사의 앞길도 열어주는 길입 니 다. 단 1키로메터 라도 더 빨리 전진할수록 좋습 니다. 만약 53사가 꾸물거린다면 보위상동무의 생각처럼 적이 역공 격 을 하여 53사의 좌익 을 우회타격 할수도 있습니 다. 하지 만 지금처 럼 나간다면 적은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산병선을 생각합 시다. 빠른 병사를 기준으로 나가지 뒤늦은 병사를 기다리는 법 은 없습니다. 우리의 이런 련속타격은 채병덕이나 리승만은 물론 맥아더조차 상상 못한것으로 적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지금 서울 의 미군사고문단이나 리승만은 저들의 운명문제로 반정신이 나갔을 것입니다. 고기는 얼쳤을 때 잡기 쉬운 법이 아닙니까.》 집무실 시계는 밤 12시를 가리키고있었다. 시계추소리만이 간 간이 울리는 방안은 무척 고요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서기가 들 여오는 또 한묶음의 문건을 집무탁 한견에 쌓아놓으시고 필통옆 에 놓인 차고뿌를 들어 한모금 마시였다. 보리를 태워 만든 차는 그 남알기운때 문인지 점심과 저 녁을 번지신 그이께 시 장기를 느 끼게 하며 머리를 핑一 돌게 하였다. 그이께서는 차고뿌의 마지 막 밑굽까지 비우시며 약간 감추린 눈길로 책상우에 놓인 일감들을 보시였다. 쓰시다 만 원고(그이께서는 래일 전국인민들에게 방송연 설 을 하실 의 향이 였다. ),펼 쳐 놓은채 있는 작전국 보고서 와 전시 경제 개 편안,부상병구호대책 안(김책 과 홍명 희 가 각기 만들어 들여 온것이였다.)을 둘러보시던 그이께서는 작전국 보고서를 끄당겨 펼 치시였다. 스물세시 현재 인민군부대들의 진출정형을 집계한 자 료였다. 그이께 서는 책 상빼탐에서 압침 에 끼운 지도표식형 기발 몇 개 를 꺼 내 드시 고 벽 에 걸 린 지 도에 마주가시 였 다. 새 로 해 방된 지역들에 그 기발을 하나하나 꽃고 잠시 서계섰다. 주문진으로부터 옹진까지 동으로부터 서로 련결된 반공격전선 은 38도선을 썩 넘어섰다. 강릉쪽을 향해 산발을 넘은 부대들과 림 진강쪽으로 내담는 부대들이 방불히 보이는듯싶으셨다. 간단없이 울리는 시 계 추소리 가 그곳에서 울리는 폭음과 총성 으로 들리셨다. 모든것이 계획대로, 결심대로 되여가고있었다. 그러나 만족하실수 157 없었다. 제 일 뒤떨어진 52사의 기발표식,춘천이 그이의 시선을 무겁게 하였다. (자그마한 소도시가 최용건까지 흔들어놓았다. ) 그이 께 서 는 최 용건의 립장에 서 사색 을 정 돈해 보셨 다. 불의 적 인 공격 에 즉시 적 인 반공격 이 라는 결심앞에 서 그는 마음의 준비 를 채 못했을수 있다. 승산의 담보를,과학적해 답을 못쥐 였기때 문이 다. 전쟁 은 산수적계 산에 의한 답으로 승패 를 결 정하는것 이 아니 지 . 문제 는 시 간이 증명 할것 이 다. 그러 나 시 간은 야속하게 도 무 심한것 이 아닌가. 시 침은 열둘에 가까와오고있었다. 벌써 하루가 다 간것 이 다. 번개 처 럼 흘러간 하루였다. 그리 고 번개 같이 사색 이 굽이치고 결심 이 내려진 하루였다. 커 다란 사변,기쁨과 슬픔,행 복과 불행 이 극과 극에서 서로 부및치며 어떤 사람들에게는 환희 를,어떤 사람들에게는 비극을 안겨주며 지나갔다. 김책,홍명 희 … 최 용건,강건… 최 현,류경 수… 그리 고 현지 지 도 의 길에서 만난 수많은 군관,병 사들… 오늘 만났거 나 기 억속에 스 쳐간 사람들의 얼굴이 한순간에 다시 밟혀지나갔다. 한결같이 믿음 을 주는 모습들이 였 다. 그만치 그들의 운명 에 대 한,그들의 래 일 에 대한 념려가 무겁게 자리를 잡았다. 위청의 일도 떠오르신다. 교조란 얼마나 무서운것 인가. 그는 오늘 얼마나 크나큰 상심 을 체험할것인가. 하나의 오유를 깨닫는데 그는 너무나 흑독한 대 가를 치르었다. 그 자신을 위해 서는 오늘의 교훈이 유익할지 모 른다. 허나 그 교훈에는 우리 전사들의 피가 슴배여있는것이다. 그 는 분명 자기의 정당성,자기의 넋이 있었을것이다. 허지만 그는 조 선땅에서 조선식싸움을 한다는 주체의 넋은 찾지 못했다. 바로 비 극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 이 아닐수 있다는데 있다. 전투경험이나 군사지략은 일조일석에 생 겼다 없어지는 물건같은것은 아니 다. 사람은 아는것만큼,경험한 것만큼 제나름의 견해를 가진다. 오늘 새벽 집무실에 나타났을 때 검붉게 질려있던 최용건의 얼 굴이 점점 더 확대되여 떠올랐다. 좀더 묻고 이야기를 하였을걸 그 때로는 도저히 실현할수 없었던 생각이 치솟아오르셨다. 158 (그래,시간이 없었다. 그는 지금 매우 어려울것이다. 매우一) 그이께서는 전화기를 드셨다. 강건을 찾으신 그이께서는 즉시 방으로 오라고 하셨다. 그리고나니 마음이 저으기 풀리셨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의자에 와 앉으시였다. 작전국보고서를 접 어 한쪽 가넉에 옮기시던 그이께서는 책상 유리장밑에 놓인 한장의 사진에 시선을 멈추셨다. 1940년봄 최현과 안길 셋이서 찍은 사 진이였다. 소부대공작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최현은 그때 사진을 찍 는다는것으로 어린애처럼 기삐하며 얼굴이 온통 웃음으로 버그러졌 었는데 사진에는 검은 수염 의 무뚝뚝한 사람으로 되 여있었다. (지금픔 최현은 운전사를 찾고 부관을 찾으며 벼락불을 놓겠 구나. ) 방금전 전화로 만났을 때 떨리며 울리 던 최 현의 젖 어든 음성 이 가슴 애릿하게 사무처왔다. 《장군님,제가 구실을 제대로 못한것 같습니다. 적들이 감히 우 리를 업수이보고 덤벼들게 했습니다. 오늘새벽에 제대로 물리쳐 내지 못했습니다.》 최현은 마치 평화를 지켜내지 못한것이 전적으로 자기 잘못인 것처럼 피로와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것이 못내 가슴아프셨다. 그라고 왜 전쟁 이 일어난 원인이 여 러 가지 다른 요인에 의한 것 이 라는것 을 모르겠는가. 옹진사건때 적 을 반격 해 나가겠 다는것 을 비판하며 《평화를 지키는것이 동무의 사명》이라고 하신 자신의 말씀을 관철하지 못했다는데서 오는 고지식하고 리없이 순진한 심정에 붙박혀 그럴것이다. 그로 하여 최현은 오늘새벽 화선에까지 나가 보통전사들처럼 결사전을 벌렀다. 만약 그때 어느 흉탄에 잘 못되였더라면 자신의 가슴에 영원히 아물지 않을 상처가 남을것 이다. 《최 현동무,동문 자기 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 했습니 다. 그런데 동무가 앞으로도 오늘처럼 전투소대에까지 나가 백병전에 뛰여든다 면 진짜 처벌을 주겠습니다. 후방으로 아예 소환해치우겠다는것 입 니 다. » 159 《장군님,제야 어린 사람도 아닌데 너무 걱정마십시오.》 눙치려드는 그 대답에 김일성동지께서는 부러 엄하게 말씀하 시였다. 《롱말이 아닙 니 다. 최현동무,동무가 진정으로 나를 생 각한다 면 무모한 희생에 대한 보고가 없어야 한다는것입니다. 첫째로 동 무가 그리고 모든 대원들이.》 〈〈알겠습니 다. )) 《최현동무,내가 동무를 찾은것은 새로운 임무를 맡기려는데 있 습니 다. 전방지 휘소의 최용건동무에게 가서 임무를 접수하시오.》 《알았습니 다.» 《무슨 직무 인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어려 운곳입 니 다.» 김 일성 동지 깨서는 최현이 애 어 린 전사처 럼 《알았습니 다.» 를 연방하는 바람에 되물으시였다. 《장군님,제야 무슨… 장군님 필요되시는데 가면 되지 않습 니까.》 그 가식없는 대답에 김일성동지께서는 한참이나 말씀을 못하 시였다. 언제나없이 그랬던것이다. 〈〈동무한테 부탁할것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 식의 싸움법을 잊 지 말라는것입니다. 현대적인 정규전이라 해서 틀에 박힌 교범으로 만 싸우려는 사람들이 있는것 같은데 그러면 안되겠습니다.》 《알겠습니 다. 전 그 하이 칼라외 국경험들을 신통하게 보지 않 습니 다. )) 《아니,전혀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나는 그 외국경험이 라는 틀에 매달려 리론의 노예가 되는 현상을 념두에 뒀을따름입니다. 그리고 난 동무도 지난 기간 골받이질을 좋아한 때가 있었다 는것으로 걱정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아,거 야 젊은 혈기로 옛 날에_》 최현이 다급히 변명조로 말하는바람에 김일성동지께서는 웃으 시였다. 《물론 옛날일이요. 하지만 그런 기분이 생길 때가 많을수 있으니 만치 꼭 경계하여야 합니다. 그래 어떻습니까. 자신있습니까?》 160 〈〈자신있습니 다,장군님 !》 최현은 말허리를 끊고 가쁘게 숨을 통다가 어줌은 어조로 계 속했 다. 《저는 어려운곳에 나가게 된다니 기쁨니다.》 김일성동지께 있어서 최현은 하나의 작전적예비대 맞잡이였다. 주위 의 일 부 일 군들이 예 비 대 조성 에 대 하여 근심 스럽 게 말할 때 김일성동지께서는 바로 최현이와 같은 지휘관들을 념두에 두었기에 근심하지 않으셨다. 지 난 기간 오중흡이가 적을 놀리며 교묘하면서도 야무지게 싸 웠다면 최현은 맞받아치기의 명수로 어떤 역경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적을 무자비하게 족쳐댄 호랑이 같은 싸움군이 였다. 그이께서는 주타격부대를 선정하고 지휘관을 점찍을 때도 최 현이를 생각하셨다. 그러나 그 부대들에는 지휘관이 있었다. 또 설 사 없다고 해도 최현이를 그곳에 보내지는 않을것이였다. 주타격부대의 작전행동을 구체적인 세부까지 설계하고 조직하시는 그이께서는 매우 어려울것 같은 그 부대들의 진군로가 남들의 생각보다는 쉽게 열릴것을 예견했으며 또 그렇게 할것을 확신성있게 결심하고계셨 다. 그곳은 념려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 모든 전략작전적기도를 관철하게끔 하는데서 겉으로는 잘 드러 나지 않는 중요한 고리가 있는법 이 다. 52사의 위치 가 바로 그러했다. 그런데 위청 의 과실 로 하여 이제부터 M 사의 전투행동은 최대의 악조건속에서 진행 될것 이 였다. 가장 어렵고 그러면서도 빛이 나지 않는 위치다. (지금쯤 최현이는 차에 올랐을것이다. 토산쪽길은 진흙탕이지 … 비가 더 오지 말아야겠는데 …) 이런 생각을 그어가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책상빼람옆에 불은 호출단추를 누르시였다. 강부관이 들어섰다. 《52사지 역 지 도를 가져 오시 오. )) 김일성동지께서는 최현이를 위해 원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 야겠다고 생 각하시 였다. 강부관이 나간지 얼마 안되 여 강건참모 장이 집무실에 나타났다. 그때 김일성동지께서는 해군사령관에게 161 전화지시 를 하고계 셨다. 주문진해 상에 어 뢰 정 대 를 파견하여 예 견 되는 미극동함대의 해상봉쇄작전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라는 내용이 였 다. 《미군함대가 벌써 나타났습니까?》 〈〈아직은 예견일따름이요.》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강건이를 한참동안 응시 하다가 부드럽 게 말 씀하시였다. 《식사를 했소?》 《했 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의 초들초들 마른 입술을 보시며 거짓말 임을 아시였으나 구래여 따지지 않으셨다. 그이께서는 시계를 다시 쳐다보고 말씀하시였다. 《이제 집에 가서 한시 간동안 쉬고 나오시오.》 «•■•)) 강건은 몹시 놀라는 얼굴이 되여 김일성동지를 의아쩍게 쳐다 보았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망설 이 셨다. (이제 말할가. 알고나면 이 성미에 자려고 안할레지. 그러나…) 그이께서는 생각을 고쳐하셨다. 《전방지휘소에 나가야겠소. 철원에말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강건의 얼굴에 의혹의 그림자가 스치는것을 놓치지 않으며 부드럽게 말씀을 이으셨다. 《총참모장사업을 하면서 최용건동무의 사업을 보좌하는것이 요. 최용건동무가 지금 부담이 큰것 같소. 새벽에 너무 급히 떠 나다보니 준비도 부족했고 새로운 난국이 조성되고있소. 그런데 다가 동무도 느꼈지만 그곳 지대가 산악이다보니 전파장애로 통 신련탁이 잘 안되오. 때로 독자적인 결심을 내릴 때가 있을수 있는 데 동무가 곁에 있는것 이 그에게도 좋고 작전진행에도 좋을것 이요. 지금 춘천때문에 최용건동무가 머리를 앓고있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위청이를 해임하고 최현이를 그 후임으로 임명하신것까지 말씀하시고나서 강건이를 유심히 바라보며 물으 시였다. 162 《그래 어떻소? 다른 의견이 없겠소?》 〈〈없습니 다. 다만 여기 일이 걱정 됩니 다.» 《여기 일은 걱정마오. 나도 있고 김책동무도 있지 않소.… 문 제 는 서 울해 방을 다그치 는것이요.» 〈〈장군님,알겠습니다.》 강건의 영채어린 눈에 비상한 결심의 빛이 스쳐갔다. 《장군님,그럼 이 길로 즉시 떠나겠습니다.》 《아니,집 에 갔다오시 오. 인계 나 출발준비 에 대 해 선 신경 을 쓰지 마오. 내가 다 할테니… 집에 대해서나 뭐 부탁할것은 없소?》 〈〈없습니다.》 부관실에서 오영헤가 강부관과 무슨 책을 보고있다가 강건을 앞세우고 나오시는 김일성동지를 보자 서둘러 경례를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강부관이 얼핏 뚜껑을 접어 치우는 책이 《조 선인민군내 무규정》임 을 알아보시 였 다. 김 일성동지께 서는 그에 대해서 모르는척하시 였다. 오영헤 가 아직도 퇴근하지 않고있는것이 놀라와 물으시였다. 《왜 아직 퇴근 안하고있소?》 오영헤는 대답을 선뜻 못하고 고개를 숙이 였다. 전등빛탓인지 낯이 핼쑥하게 질려보였다. 늘 김일성동지를 뵈오면 어린애처럼 두 눈에 웃음이 방글거리고 얼굴이 발그레 타던 오영헤로 볼 때 여 느때 없던 태도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 김일성동지께서 근심어린 기색으로 재차 물으시였다. 오영헤 는 두눈에 비장하면서도 슬픈 빛을 띠우고 김일성동지를 우러렀다. 《장군님.》 오영헤는 입술을 떨었다. 〈〈장군님께 하직 인사를 올리러 왔습니다.》 《하직이 라니?》 김일성 동지 께 서 는 한문투의 말투에 웃음을 지 으시 였 다. 《장군님,전 오늘 민청 모임 에 서 전선에 탄원했습니 다. 그래 서 래 일 아침 떠나기로 했 습니 다. )) 163 《군대로 간단말이지 ?》 약간 긴장되셨던 김일성동지의 안색이 확 풀어지시고 웃음이 넘 치듯 차올랐다. 《오영 헤 가 군대 로 간다 ? ! » 〈〈네,장군님. 전 탄원했 습니 다.》 오영헤는 말끝을 잇지 못했다. 《그래 꼭 군대에 가야만 하겠소 ?》 《네,우리 민청 원들은 다 궐기했습니 다. 리승만도당을 물리치 기 위해 청년들이 앞장서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 나가서 무얼 하려고 하오?》 《간호원이든 뭐든 하겠습니다. 그러나 시켜준다면 녀성정찰 병이 되겠습니다.》 김 일성동지께 서는 대 견하신 웃음을 머금으시 였다. 《녀성정찰병이라? ! … 될수 있지. 지리에도 밝고 그림에도 능 하고 기억력도 좋고 똑똑하고… 그렇지만 생각해보라구. 영현 내결 에서 떨어지고싶지 않겠지 ?》 오영헤는 김일성동지를 얼핏 쳐다뵙고는 황황히 머리를 수그 리며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마음이 아릿해 나지 시 였다. 오중성 이 며 오중 홉의 령전에서 그들의 후대를 맡겠다고 약속하신 그이이시였다. 그러 나 필요하면 이 오영헤도 전방에 내보내 야 한다. 이 하루를 한세기 맞잡이로 보내며 애써 극복하신 비통함이 이 시각에도 하나의 넘기 어려운 언덕처럼 막아나섰다. 전쟁이란 모든 다정한 사람들과의 리별이다. 그 리별은 일시 적일수도 있고 영원할수도 있다. 영헤는 전쟁이 무엇인가를 아직 다 모른다. 그러나 이렇다 해서,인정 이 끄당긴다 해서 막을수는 없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심중한 표정으로 오영헤를 보셨다. 《다시 생각해보라구. 동무가 어디에 더 필요하겠는가. 영헤 는 여기서 지금 내 사업을 돕고있어. 그렇잖아도 다들 전선으로 떠 나가는데. 이제 강건동무도 떠 나가고…》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소곳이 고개를 수그리는 오영헤의 모습을 164 묵묵히 보시다가 조용히 물으시였다. 《그림을 다 완성했나?》 《못했습니다. 전쟁 이 끝난 다음 완성하겠습니 다.》 《그럼 새 과제를 주겠소. 전쟁 포스터를 하나 그려 보라구.》 《저…》 오영헤가 망설이는 눈길로 김일성동지를 우러러보았다. 김 일성동지께 서는 웃으시 였다. 《군대말이요?… 그건 영헤 결심대로 해야지. 그러나 동무가 여기 있으면 나에 젠 큰힘이 되오.》 오영헤는 고개를 떨구고 울먹울먹하며 말했다. 《장군님… 잘못했습니다.》 《허허,됐소. 이젠 가보오.》 김일성동지께서는 강건과 함께 나가는 오영헤의 뒤모습을 눈 여겨보시다가 천천히 돌아서시였다. 집무실로 들어가신 그이께서는 전화로 군의국을 찾으시여 강 건의 약을 부탁하신후 강부관이 가져다놓은 52사담당지역지도를 집 무탁우에 펼치시였다. 그이께서는 두손으로 집무탁을 짚으신채 한참이나 지도를 내려다보시다가 자리에 앉아 펜을 드시였다. 지도 의 웃머 리에 《최현동무 !〉〉라고 박아쓰시고 뾰족하게 깎은 붉은 색연필을 바꿔쥐시였다. 춘천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화살표를 주 욱 그으시 였다. 화살표는 서 울에 닿았다가 보은까지 뻗어 나갔다. 도중도중에 몇개의 전술부호를 그린후 지도여백에 글을 쓰셨다. 색연필을 놓으신 김일성동지께서 천천히 일어나 창문가로 다 가가섰다. 창가림을 열어제끼고 밖을 바라보시였다. 등화관제를 한 도시는 캄캄한 심연에 잠긴것 같았다. 허나 하늘은 비씻긴뒤라 푸 르청청 맑았다. 그이께서는 최현이며 강건이며를 다시 만날 시각을 그려보시 였 다. 가까울것 같으면서 도 멀게 만 생 각되는 래 일 이 였다. (모든것은 오직 승리를 앞당기는데 달려있다 ! ) 그이께서는 주먹을 불끈 그러쥐시였다. 165 제 8 장 밤새 하늘을 배 회 하던 구름장들은 아침 이 되 자 포각포각 홀어 져 어디론가 사라졌다. 골짜기마다 밥짓는 연기에 뒤섞여 무럭무럭 피여오르던 안개도 사라지고 잎새마다에 맺혀있던 물방울들이 쏟아 지는 해빛에 말끔히 걷혀졌다. 행군하는 보병전사들의 몸에서는 김 발이 피여올랐고 지휘관들의 얼굴에는 웃음발이 피였다. 진격이다. 남으로! 최 현은 비 그친 아침 의 밝은 해 빛 으로 하여,길 가에 서 보게 되 는 활기찬 행군대렬의 씩씩한 모습으로 하여 더욱 기분이 좋았다. 후방이 아니 라 전방에 로, 전투지 대 에 로 그를 불렀다는것은 얼마나 기 쁜 일인가. 다만 오는 도중에 차가 범 람한 산골개울을 건느다 가 빠져 30분 지체한것으로 조급중이 덧쳤을따름이다. 평강에 와서 도로경무장으로부터 강건총참모장이 한시간 앞서 통과했다는것을 들은후부터 최현은 보다 심중하게 미지의 새 임 무를 두고 생 각하기 시 작했 다.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지 난밤 전화에 서 구체적인 지시는 강건을 통해 주겠다고 하시였다. 하여 임무 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피하고 어렵다는것만 강조하시였다. 《최 현동무, 난 매번 어 려 운곳에 동무를 보내 게 됨 니 다. 옛 날 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습니다. 힘들면 나를 원망하시오.》 가슴을 쩌릿하게 하던 다정한 말씀이 지금도 귀가를 쟁쟁히 울 린다. 최현이 자동총을 멘 두명의 보초가 서있고 몇대의 위장한 《월리스》가 서있는 동기 와집 앞에 이르렀을 때 모포를 친 문이 열 리더니 군관 한명이 뛰여나왔다. 《기 다리 고있습니 다. » 최현은 물바께프를 들고 내리려는 운전사에게 신칙하듯 말했다. 《차청소는 하지 말고 즉시 뛰게 하오. 밥도 차에서 먹고一》 그리고 자기를 호기심에 차 바라보는 군관에게 말했다. 166 《저 동무 대식간데 운반식사를 하게 해주.》 《그럼 려단장동지도 식사를 못했습니까?》 〈〈난 차에서 했소.》 최현은 한때 사민집이였음을 알리는 노루발쪽 손잡이가 달린 문 앞에 다가갔다. 귀익은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52사의 지체는 서울해방작전에 커다란 난점을 조성하고있습 니다. 동서량익 의 사단들과 이 보조타격 사단들의 진공속도를 주 타격부대들과 일치시키는것,이것이 현재 전방지휘소앞에 제기된 당면한 과제입니다.》〉 《들어 가십 시 오. 도착한 즉시 들여보내 라고 하였습니 다.》 첫눈에 강건이 가 띄 였다. 대 형 작전지 도가 걸 린 앞에 서 강건이 말하다가 최현이를 보고 알릴듯말듯 눈인사를 했다. 그옆 책상에서 만년필을 든 최용건이 지도쪽을 향해 앉아있다가 최현이를 알아 보고 움씰 일어나 다가왔다. 〈〈보위 상동지,38경 비 려 단장 최 현 임 무를 받기 위 해 왔습니 다.》 최용건은 그의 두손을 곡 잡고 회의중이라는것을 생각했음인 지 말없이 자기 의자옆에 데려갔다. 최현은 그의 손이 뜨겁고 땀이 배였음을 느꼈다. 주변의 장령들은 주의깊은 눈길로 최현이를 바라 보았다. 강건이 최용건에게 묻는 눈길을 던지자 최용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건은 왼손에 쥐고있던 지시봉을 책상우에 놓으며 사람 들을 둘러보았다. 〈〈질문할것이 있으면 하십시오.》 그리고는 질문을 바라지 않는다는 태도로 성급히 말했다. 《문의할것이 있으면 15분후 나의 방에 오십시오. 그리고一》 강건은 시계를 보았다. 《23분후부터 김일성장군님께서 방송연설을 하십니다. 통신부 부장동무, 야외마이크 설치를 끝냈습니까?》 《네,끝냈습니 다.》 《최현동무만 남고 돌아들 가시오.》 최용건이 말했다. 한사람,두사람 일어 나 걸상을 책상쪽에 밀어 놓고는 최현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약속이나 한듯 수고하게 됐습니 167 다 하고 인사들을 했다. 그들이 다 나가자 최용건이 입을 열었다. 《남들은 인사를 했는데… 난 구래여 인사치레는 안하겠소. 지 금 52사는 제 일 뒤떨 어져 있소.》 그는 책상우에서 파란 봉인도장이 찍힌 봉서를 열고 타자친 모 조지를 꺼냈다. 《38경비려단장 최현을 인민군52사단장으로 임명할데 대하여.》 최현은 맨밑에 옆으로 흘려쓴 그토록 눈익고 친근한 글자를 한 참이 나 내려 다보았다.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최용건은 그 종이를 다시 봉서에 넣고 책상우의 지도를 끄당겨오다가 최현의 엄숙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난 동무에게 어려운 사래에 직면한 사단을 맡기게 된데 대 하여 가책을 느끼 오.》 최용건은 최현이 그대로 서있자 고개를 흔들었다. 《앉소. 례식을 차릴 시간이 없소. 지금 52사가 걸렸소. 전반 작전행동이 52사로 하여 위협을 당하고있소. 강건동무, 상세 히 얘 기해주시오.》 강건은 기다렀던듯 새 지도 한장을 작전탁우에 펼쳐놓았다. 세 개 의 붉은 화살표가 남으로 뻗 었 다. 두개 는 서 울쪽으로, 다 른 한개는 춘천에 가서 및 었다. 그 화살표앞에는 《최 현동무 !》라 고 쓴 글발이 있었다. 최현이 묻는 눈길로 강건이를 바라보자 약간 상기된 얼굴의 강건은 저으기 심중한 태도로 말했다. 《이 지도는 장군님께서 친히 최현동무에게 주라고 하신 지도 입 니 다. 화살표들은 장군님 께 서 직 접 그으신것 입 니 다. » 최현은 약간 흠칫하며 강건이를 뚫어질듯 바라보다가 지도에 고 개를 수그렀다. 불그레 상기된 얼굴에서 눈섭오리가 푸들푸들 떨었 다. 강건은 흥분한 어조로 계속했다. 《최현동무도 알고있겠지만 지금 전반적전선에서의 반공격속 도는 대단한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부대들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는 것으로 하여 장군님의 의도를 관철하는데서 상당한 난국을 조성 하고있습니 다. )) 강건은 색 연필뒤등으로 지도를 가리켰다. 168 《시간상 정황설명은 길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두개 화살표는 서 울로 나가는 53사와 54사,905땅크려단의 행 동선입 니 다. 이 번 반공격 작전에 서 이 들이 주타격 부대 로 나가게 됩 니 다. 52사는 중부를 담당하여 피뢰 6사가 막고있는 춘천을 해방하 고 더 나가서 수원을 차단함으로써 적의 기본 유생력량이 집결된 서 울지 구를 뒤 로 절 단하여 53사,54사와 함께 포위 소멸 전을 하게 됨니다. 이 작전이 계획대로 되였더라면 우리는 적어도 90프로의 적의 병력을 붕피소멸시킬수 있었을것입니다. 그런데 이 작전대로 되자면 춘천은 어제 오후까지 해방되 여 야 했 습니 다. )) 강건은 영민하고 날카로운 눈길로 최현을 바라보았다. 최현은 입술을 국 다문채 지도만 내려다보았다. 강건은 미 간에 실주름을 지은채 계속하여 적정과 린접부대들 에 대 하여 말하고는 의 미심 장한 눈길로 최 현이를 응시하면서 또 박또박 힘주어 말을 이 었다. 《장군님께서는 2〜3일내로 서울을 해방할것을 바라십니다. 만약 52사가 계획대로 춘천을 해방하였다면 2〜3일안의 해방 은 문제 없는것이 였습니 다.》 《장군님께서 초기 계획하신 춘천점령시간은 언제였습니까?》 《늦어도 오늘새벽까지는 끝내기로 되였습니다. … 늦었습니다.》 최현의 얼굴이 이지러지였다. 장미가 바늘처럼 일어섰다. 《위청은 지내 덤비다가 실패했소. 마구다지로 맞받아치다가 대 원들만 잃었소.》 최용건이 불같은 성미의 최현이 너무 격동한것에 안심찮아 말 했 다. 《또 한번 그런 사래가 빚어지는 경우 그 사단은 1제대 부대 로 활동할 사기마저 잃을것이요. 물론 여기에는 위청만 아니라 나 의 불찰도 크오. 나는 심중할걸 바라오. 그러나 오늘내로 무조건 해 방해 야 하오. )) 《최현동무 ! 만약 52사가 지연되면 서울작전안은 수정해야 169 합니 다.» 최용건의 뒤를 이어 강건이 다짐을 두듯 말하자 최현은 찌프 린 눈길을 쳐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초기계획에 제시된 우리 사단의 서울측 방진출시간은 언제입니까?》 《27일 이 요. 그 지 도에 도 밝혀 있소. » 최용건이 대답하자 최현은 끌날같은 눈길로 맵짜게 한번 쳐다 보고는 아무말없이 책상우의 지도를 차곡차곡 접 어 전투가방에 넣었다. 딸깍 ! 하고 맞단추 부및치는 소리와 함께 그는 성급하 다고 할 재빠른 동작으로 의자를 밀치며 일어섰다. 《돌아갈만합니까?》 최용건은 묵묵히 최현을 지켜보다가 일어섰다. 《최 현동무, 난 믿소. 아직 까지 그 어 떤 전투에 서 도 실패 를 모 른 동무가 아니요. 잘 싸워주오.》 최현이 밖에 나왔을 때 강건이 따라나왔다. 《최고사령부에서 몇시에 떠났습니까?》 최현은 궁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한시경 입니다.》 《장군님께 서 는 두루 심뇌 가 크겠지요 ?》 《더 말할것 있습니까. 내가 떠나올 땐… 참 오영헤 있잖습 니까?》 《오중홉의 조카말이지요?》 《네,그 체 네 때 문에 더 욱 심 란해 하셨 습니 다. 그 새 침 데 기 까 지 군대 에 가겠 다고 하니 장군님 께 서 오죽했겠습니 까. 더더 구 나 장군님께서는 최현동무를 힘든곳에 보낸다고 몹시 마음을 쓰 시더군요. 그리고 동무에게 꼭 다짐을 두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어 떤 경 우에 도 참을〈인〉자를 생 각하라는것 입 니 다. » 《그건 그전에 누군가 나를 삼국지의 장비로 비유한탓이요. 허 참… 난 결코 망하는 모험은 안합니다. 장군님을 다시 뵈야지 않 겠소.〉》 최현은 웃었으나 김일성동지의 다심한 정에 눈굽이 뜨뜻이 달 170 아올라있었다. 강건은 원가 더 이야기를 할 차비 였으나 채 할수 없 었다. 53사지휘부에서 전화가 왔던것이 다. 최현은 그와 다시한번 악수를 하고 차에로 다가갔다. 그가 차에 오르고 운전사가 발동을 걸 때 아래우 맞달린 퍼런 운전사복을 입은 특무상사가 손을 저으며 달러왔다. 차가까이 이른 그는 최현을 보고 와닥닥 놀라며 돌아설가말가 망설이는 눈치였다. 최현은 강건참모장의 운전사를 알아보았다. 《무슨 일이요?》 《편지를 좀 부탁하려고 합니다.》 《편지 ? ! 보자구. » 최현은 그의 손에서 편지봉투를 받아쥐였다. 수신인 이름을 본 최현은 씨무룩 웃었다. 《오영헤가 부탁했어 ?》 〈〈네,저 내각수상실 기술서기입니다.》 《안다. 그런데 이건 무슨 편지래 ?》 《모르겠습니다. 비밀을 곡 지켜달라고 했는데…》 특무상사는 뒤더수기를 긁었다. 최현은 눈섭을 찌프렸다. 《그렇다면 비밀을 지켜야지. 벌써 두사람이 더 알지 않아. 하 여튼 이건 내가 전해주지.》 최현은 그 편지를 품속 안주머니에 밀어넣고는 자기 운전사의 어깨를 쳤다. 《자,날아보자.» 차가 전방지휘소 골짜기를 벗어났을 때 최현은 무선방송에서 울 려나오는 흥분한 목소리를 들었다. 최현은 소리조절기를 최 량으로 높였다. 그리고 등받이에 몸을 바로잡고 반쯤 눈을 감았다. 순간 후사경에 자기 차를 따르는 모터 찌클이 보였다. 최현은 차를 세우게 했다. 모터찌콜이 차꽁무니 에 부및칠듯한 거리에서 멈춰섰을 때 최현은 거기에 탄 각광을 단 하사관을 불렀다. 〈〈동무넨 어데 가오?》 《사단장동지의 호위임무를 받았습니다.》 171 《이 차에 옮겨라오. 장군님께서 방송연설을 하시오.》 두눈이 휘둥그래진 하사관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뒤 공무니에 올라랐다. 차가 제동을 풀고 다시 달릴 때 재차 방송원이 중대 방송연설을 알리고 뒤 미 처 우렁 우렁 한 음성 이 울려 나왔다. 《친애 하는 동포들 ! 사랑하는 형제자매들! 우리 인민군 군관,하사관,병 사들 !》 최현은 가슴이 뜨거워올랐다. (목소리가 좀 갈리신것 같구나. ) 최현의 눈앞에는 마이크앞에서 연설하시는 김일성동지의 근엄 한 영상이 방불히 보이는듯실었다. 모든 슬픔과 괴로움을 짓누르고 산악처럼 높이 솟아 신심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밝으신 모습으로,분 노와 중오에 충만하여 원쑤격 멸을 호소하는 서 리 발 풍기는 모습 으로 그 영상은 부단히 변화되였다. 《리승만역도는 동족살륙전쟁을 통하여 남반부에서 지배하고 있는 반인민적 인 반동통치 제 도를 공화국북반부에 서 까지 실시 하려 하며 우리 인민이 쟁취한 민주개혁의 성과들을 빼앗으려고 합니다. 리승만반동도배 는 공화국북반부에 서 실시 된 무상몰수, 무상분 배의 원칙에 의한 토지개혁의 결과로 토지의 주인으로 된 농민들에 게서 토지 를 빼앗아 다시 지주들에게 돌려주려 하며 북반부인민 들이 쟁취한 모든 민주주의적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려 합니다. 리 승만역도는 우리 조국을 미제의 식민지로 만들려고 하며 전체 조선 인민을 미제의 노예로 만들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최현은 번쩍이는 눈길로 하사관을 돌아보았다. 《명심해,이걸.》 《인류력사는 자기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투쟁에 결사적으로 궐 기한 인민들은 언제든지 승리한다는것을 보여주고있습니다. 우리 의 투쟁은 정의의 투쟁입니다. 승리는 반드시 우리 인민의 편에 있 을것입니다. 조국과 인민을 위한 우리의 정의의 투쟁은 반드시 승 리 하고야말리 라는것 을 나는 확신합니 다.》 최현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도우에 써넣으신 김일성동지의 172 글발이 불길처럼 안겨왔다. 최현동무 ! 련속타격 ! 시간 ! 시간 ! 오불꼬불한 산길에 들어서 얼마간 달렸을 때 이 산간에 어울 리지 않는 빨간 벽돌집 한채가 덩그렇게 보였다. 《저기가 사단지휘부입 니 다.》 하사관이 반쯤 몸을 일으키며 소리치자 최현은 피끗 보고는 딱 딱한 어조로 말했다. 《이제 사단참모장을 태우고 날 따라오우. 소양강으로.》 차가 높은 고개마루로 올라갈 때 참모장을 데리러 갔던 모터 찌클이 다쫓아왔다. 최현은 그 차에 중성 세알의 군관이 탄것을 보 고는 차를 세 우게 했 다. 모터 찌 콜에 서 내린 기 름한 얼굴에 안경 을 낀 52사참모장이 달려오자 최현은 마뜩지 않은 눈길로 아래우를 흙어 보았다. 《지도는 가져왔소?》 《네,그런데 위 청 동지 가 인계때 문에 . 》 《인계는 문제가 아니요. 이 차에 타오.》 최현은 자기 부관에게 눈짓으로 앞자리를 가리킨후 참모장이 거 북스럽게 앉는 뒤좌석에 자기도 옮겨 앉았다. 참모장이 전투가방 에서 지도를 꺼내 내밀자 최현은 확대경을 꺼내들며 운전사에게 소 리 쳤 다. 《전속으로 !》 고개 마루에 오르자 길은 보병들과 박격 포병들,가마마차들로 꽉 메워지다싶이했다. 모터찌클이 앞서달리며 연신 경적을 울리 고 참모장이 일어나 사납게 소리치자 길이 점점 트이였다. 최현 은 지도를 보다 말고 이따금 옆으로 지나가는 병사들의 모습을 살 피 였다. 한결 같이 사기 왕성 한 모습들이 였다. 그들은 시 퍼 런 왕별 견장을 단 장령을 놀라움과 감탄속에 바라보고는 서로 수군덕거 렸 다. 《세우오.》 173 최현이 갑자기 소리쳤다. 45미리포 네문이 길가에 나란히 서 있는것을 띠여본것이다. 그가 차에서 뛰여내리자 길도랑이며 산 비랄에 주저앉아 쉬 고있던 군인들이 약속이 나 한듯 일제 히 일 어 섰 다. 소성 세 알을 단 군관이 〈〈차렷 !》을 웨 치 고 달려 오는것 을 보았으나 최현은 그쪽이 아니라 포에로 다가갔다. 〈〈중대장이 누구야?》 최현이 한 소대장을 향해 묻자 《차렷 !》을 준 군관이 《접 니다.》하고 달러왔다. 《쉬 엿 하시오.》 최현은 상위의 흙물이 든 바지며 장화를 보다가 날카로운 어 조로 물었다. 《포는 왜 세워놓고있소?》 그러자 포중대장은 참모장을 흘깃흘깃 보며 선뜻 대답할념을 못 했다. 참모장이 어색한 낯빛으로 변명하듯 말했다. 〈〈포가 은폐할곳이 없어 여기에 뒀습니다. 개활지여서 포가 맞 을수도…》 최현의 눈섭이 사납게 일어서고 두눈이 이글이글 타며 참모장 을 쏴보았다. 《그래 포가 마사지는 위험은 보고 보병들이 쓰러지는것은 못 보오. 포가 뭣 하러 있소 ?》 《이 포는 반땅크전투에 쓰기 위해 아껴 야 한다고 위청사단장 동지 가一》 《동무 !》 최현은 날카로운 어조로 말허리를 잘랐다. 그는 참모장의 피 기 잃은 얼굴을 억 이 막혀 보다가 포중대 장에게 돌아섰다. 《저 포는 이 차에 달고 다른건 그대로 끌고가자. 포탄은 질 수 있는껏 지고. 집행 하오.》 최현이 벼 락같이 호통을 치는 바람에 참모장까지 포탄상자를 날 랐다. 최현은 차에 포를 달고 포장까지 태웠다. 내리막길이라 차는 힘들지 않게 포를 끌었다. 산굽이를 돌자 앞이 확 트이며 넓은 논 벌이 펼쳐졌다. 휘여든 장검같은 강이 논판을 가로질렀다. 174 강건너편에는 뾰족모자를 댕그렇게 놓은듯한 산이 보였다. 그곳에서는 자지러지게 총소리가 울렸다. 적탄은 시퍼런 벼모가 늠실거리는 논판에 비오듯 쏟아졌다. 누 런 군복을 입은 병사들의 산병선이 논판에 엎더있었다. 《헛참 !》 최현은 기가 막힌듯 혀를 차며 번뜩이는 눈길로 참모장의 옆 모습을 쏴보다가 《세우라 !》하고 소리 쳤다. 차가 뻑_하고 급 정 거 함과 동시 에 30메터 앞 길 바닥에 우박치 듯 기 관총탄이 쏟아졌 다. 운전사가 다급히 후진시키려 하자 최현은 래연한 어조로 《일 없어.》하며 락탄점을 살피다가 《저게 최대사거리 야 !》하고 긴 장해있는 사람들에게 웃음어린 얼굴을 보였다. 숲에서 중성 두알을 단 군관이 뛰쳐 나왔다. 최현은 4련대 장이 라고 소개 하는 참모장의 말을 들으며 차에서 내려 마주 다가갔다. 련대장이 미처 보고도 하 기전에 그는 매우 못마땅한 기색으로 논판을 손저어 가리키며 크게 물었다. 《왜 저기 엎드려있소?》 《공격 준비를 갖추고 대 기 하게 되 여 있습니 다. » 《적의 사격속에 있어 야만 공격준비요? 당장 이 계선까지 철 수시 키 시오.》 《알겠습니 다. )} 련대장이 기세좋게 대답하고 돌아서려 할 때 최현이 재차 명 령했 다. 《그리 고 이 제 45미 리 포사격 을 신호로 봉의산에 대 고 일제 사 격을 해 야겠소.》 «-» 련대 장은 의 아한 빛이 였다. 최 현은 이 마살을 찌 프렀다. 《정찰하자는것이요.》 《아,알겠습니 다. » 련대장은 선망어린 기대에 찬 눈길로 최현이를 일별하고 활기 에 넘쳐 내달려갔다. 최현은 고개마루로 내려오는 45미리포들을 지 켜보다가 길옆에 나가넘어 진 포뿌라나무에 가앉았다. 담배 까지 175 꺼내무는것을 본 참모장이 불안스럽게 속삭였다. 《음폐부로 갑시다. 포사격이 있을수 있습니다.》 최현은 어던가 야유어린 눈길로 돌아보다가 참모장의 진중한 얼 굴에 몇자 선량한 미소를 지었다. 《놈들의 포는 저 다리에 사격제원을 잡아놓고있소. 그러니 마 음놓소. 이제부터 예 앉아서 구경 이나 하기요.》 45미 리 포병들이 포를 끌고 내달려왔다. 사단장이 직접 본다 는데서 사기가 오른 그들은 숫기좋은 말처럼 진창을 마구 튕기며 내 달았다. 최 현은 포병 중대장에 게 포의 전개 위 치 를 찍 어 주었 다. 《목표는 봉의산정점 !》 최현은 〈〈포전투준비 끝!》이라는 보고가 울리자 담배대를 집어던지고 포병중대장에게 싱굿이 웃으며 귀속말하듯 말했다. 《쏴보오 !》 네문의 포는 거의 동시에 발사했다. 예리한 금속성이 대기를 찢 으며 울릴 때 온 벌판이 일떠설듯 수천발의 총탄이 봉의산으로 날 아갔다. 그러자 봉의산은 그대로 활화산이 불을 쁨듯 으르릉거 렸 다. 수백개의 목화송이같은것이 피여오르며 다리부근과 논판에 불기둥을 일으켰다. 포탄파 탄약의 소나기,쿵광거리는 폭음과 아츠 러운 저격무기의 총성으로 온 공간이 차넘쳤다. 최현은 한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바늘꽃힐 자리도 없을만큼 봄총한 봉의산의 화력 망을 살피 다가 고개 를 설 레 설 레 저 으며 일 어 났 다. 《다음 명령을 주십시오.》 련대장이 다시 나타났을 때 최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뚝 뚝히 말했다. 《전사들을 좀 만나보기요.》 최현은 솔발가운데서 얼른거리는 어깨며 팔에 붕대를 동인 사 람들을 띠여보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풀숲을 질러오르 는 사이에 그들은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최현은 불쾌함을 참지 못 하고 련대장을 돌아보았다. 《저 사람들은 뭐요?》 〈〈부상병들입니다.》 176 《그런데 왜 바퀴처럼 숨는거야?》 《후송될가봐 그럽니다.》 〈〈후송될가봐?》 〈〈네,춘천을 먹는걸 보기전에는 떠나지 않겠답니다. 장군님의 방송연설을 듣고 다들 버립니다. 떠나지 않으면 처벌을 주겠다고 하는데 도 막무가냅 니 다.» 최 현은 눈섭 을 찌 프린채 부상병 들이 사라져 버 린곳을 점 도록 바라보다가 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런 사람들을 데리고 이지경이 되다니.》 이 순간 그의 눈매는 더없이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참모장동무 !》 그는 돌아보지 않고 걸어가며 말했다. 《전방군의소를 이 현장에 옮겨오게 하시오. 가능한한 저 동 무들의 소원대로… 둬두시오.》 숲을 꿰질러가던 최현은 숨가락이 밥통에 부및치는 달가닥소 리를 듣고 귀기울이다가 돌각담옆에 일여덟명의 군인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것을 보았다. 한사람은 군관복차림인데 견장이 없었 다. 그는 세운 무르팍우에 밥통을 올려놓고 내키지 않는 숟가락 질을 하고있었다. 다른 전사들은 이 따금 그를 곁눈질하며 조용히 밥을 먹고있었다. 최현이 그리로 다가가자 전사들이 놀라며 일어났 으나 구령칠념은 않고 견장없는 군관을 흘끔흘끔 살폈다. 누군가 《대대장동지 !》하고 속삭여서야 고개를 돌린 그는 슬며시 일어서 며 각광을 단 하사관에게 눈짓했다. 그 하사관이 《차렷 !》하고 구령 을 쳤 다. 《쉬 엿 하오.》 최현은 전사들이 매우 어색한 표정으로 눈치를 슬슬 보는것을 감촉하고 견장없는 군관에게 시선을 멈추었다. 서른이 되였을가 말가한 기름한 얼굴에 눈꼬리가 시원히 뽑혀지고 코마루가 우뚝 한것이 록록치 않은 인상이나 최현의 눈길앞에서 죄진사람처럼 외면하였다. 어디선가 본 얼굴이였다. 최현은 기억을 더듬느라 눈귀를 조프렸다. 그러나 떠오르지 않았다. 177 《동문 직무가 뭐요?》 《없습니다.》 군관은 용단을 내린듯 얼굴을 쳐들었다. 될대로 되라 하는 자 포자기와 일종의 반항심이 서 린 담찬 눈길이 최현의 불만스런 눈에 도전하듯 마주왔다. 최현은 또한번 (어디서 봤더라?)하고 기억을 더둠으며 련대 장을 돌아보았다. 련대장은 진흙에 범벅이 된 장화코만 내려다보다 가 최현이 《이 사람은 뭐요?》하고 불쾌하게 물었을 때야 알아차 리고 얼른 입을 열었다. 《2대대 장이 였습니 다. 그런데 오늘 새벽 다리돌파명 령 을 접 수 하지 않은것으로 하여 위청사단장동지한테서 철직명령을 받았습 니 다. )> 《명령에 불복해 ?一》 최 현은 노염 어린 눈길로 견장없는 군관을 쏴•보았다. 련대 장에 게 눈길을 옮길 때 그 얼굴은 더욱 험상舌게 이지러졌다. 《왜 이런 사람을 뒤두오?》 이 제 라도 총살형 을 내릴듯한 격 분에 련대 장은 황급히 변호하 듯 말했다. 《따져 놓고보면 명 령 불복종은 아닙 니다. 위 청 사단장동지 가 실 폐로 끝나는 정면돌격을 세번째로 이 대대에 떨구자 이 동문 몇 사람만 가겠다고, 대 대를 전멸에 처 하게 할수 없 다고 하였습니 다. 위청사단장은… 권총을 빼들다가… 견장만 떼버렸습니다.》 《사실이 야?》 최현은 《철직》된 대대 장을 바라보았다. 〈〈사실입니다.》 〈〈전투시 명령불복종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지 알아?》 〈〈압니다.》 《어떻게 동무같은 사람이 우리 군대의 군관이 될수 있어 ?》 《전 무익한 희생은 참을수 없었습니 다. 제 가 총살당한다 해 도 전… 그 명령을 집행할수 없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거였어 ?》 178 《묘안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적의 집중사격구역으로 마구 나 가는… 자멸행위는 찬성할수 없었습니다.》 《내가 나가란다면 ? …》 《철 직》대대장은 낯이 대 리 석 처 럼 하얗게 질 렸다. 볼편근육 이 부르르 떨었다. 《같은 방식이면 전… 전사로는 나가도 명령하는 지휘관으로 는 나갈수 없습니다.》 최현의 눈에 호감어 린 빛 이 스친것을 누구도 보지 못했다. 그 의 목소리 가 더욱 엄 해 진때 문이기도 하였다. 《못나간다? ! 그렇게는 안될걸. 난 최현이야.》 〈〈알고있습니 다.» 〈〈어떻게 알아?》 《전 사단장동지가 2소분소에 계실 때 소대장이였습니다.》 《으一음. )) 최현은 비웃듯 눈을 立•프렸다. 그제야 기억에 떠올랐다. 보안간부훈련소를 한창 꾸리기 시작한 첫해 겨울이였다. 병실이 모자라 령하 20도를 오르내리는속에서 집을 짓지 않으 면 안되였다. 작두로 짚을 썰고 그 짚을 진흙에 섞어이겨 벽을 발 랐다. 세면장물이 명명 얼어붙는 그날 병실작업장을 돌아보던 최현 은 코등에 진흙덩이를 빚 어붙이고 어 리광대흉내를 내면서 맨발로 진흙을 이기는 이 군관을 인상깊이 보아두었던것이다. 이 군관의 소대가 병실꾸리는 작업에서 1등을 한것이 기억된다. 그후 최현 은 인차 거기를 떴으므로 이 사람에 대해서 더 알 기회는 없었다. 최현은 이 회상과 더불어 《철직》대대장에 대한 호감이 더 커 지는것을 어쩌지 못하여 이마살을 찌프리고 전사들을 돌아보았다. 《동무넨 명령에 불복한 상관을 어떻게 생각하오?》 최현의 목소리는 높았으나 위험천만한 사래를 예고하던 추상 같은 기운은 사라졌다. 아까 《차렷 !》구령을 쳤던 하사관이 얼 굴이 빨갛게 질리여 한걸음 나섰다. 《장령 동지,말씀드릴 만합니 까 ?》 《말하오. )) 179 《사실 우리 대대장동진 대대를 위해… 그랬습니다. 철직을 ••• 맞고도 이쪽 강으로 도하할 방도를 찾아 강을 건너갔다 왔습니 다. 우리 대대장동진…》 《대대만을 위하는 대대 장은 필요없소. 동무들은 장군님 방송 연설을 들었소?》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흰 당원들로 습격조를 꾸러 적의 화 점들을 칠가 합니다.》 《누구의 발기요?》 《대대장동지가.》 《그一래 ? !》 최현이 두눈을 간잔지런히 포프릴 때 애된 전사가 불쑥 소리 쳤 다. 《장령 동지,우리 대 대 장동진 강건너 고지 까지 가서 화점 하나 를 까고왔습니다. 대대장동진…》 《그만하오.» 최현은 가슴이 억해 《철직》대대 장을 돌아보았다. 대대 장은 고 개를 떨군채 울고있었다. 눈물도 소리도 없었으나 그가 전사들의 마음에 감격해 울고있는것만은 명 백했다. 《다들 앉소.》 최현은 마른 잔디에 주저 앉았다. 담배 한대를 붙여물고《철직》 대대장에게도 권했다. 대대장은 떨리는 손으로 담배가치를 뽑아 서 옆의 전사가 켜주는 성냥불에 붙여물었다. 첫모금에 연기에 개 키여 기침을 짖었다. 그통에 얼굴이 시떨정게 되고 이마전에 혈 관이 살아올랐으나 고집스럽게 연거퍼 담배를 빨아댔다. 최현은 파랗게 감겨오르는 담배연기를 즐기듯 바라보다가 곁 눈질로 《철직》대대장을 흘깃 보고는 통명스럽게 물었다. 《이름이 뭐요?》 《박로수입 니 다. » 《박로수?》 최현은 놀라 되뇌이며 실눈을 짓고 대대장을 다시 뜯어보았다. (허참,별일이 라구야. 이 친구가 오중흡의 조카딸과 눈이 맞다 180 니… 그래,남자답게 생기긴 했어.) 최현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오영헤를 알아?》 〈〈네 ?—— )) 이제껏 당황하지 않던 대대장은 눈을 한껏 치뜨며 어리둥절해 최현을 보았다. 《오영헤를 몰라? 내각에 있는一》 《압니다.》 〈〈가까워 ?》 «•■•)) 박로수는 고개를 수그렀다. 솔뚜껑같은 그의 커다란 손이 조 약돌을 턱없이 주무르고있다. 최현은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동무같은 사람이 어떻게 오영헤와 가까울수 있어. 오영헤가 어떤 처년지 알아? 그의 아버지,삼촌들이 어떤 혁명가였는지… 오 명혜가 눈이 멀었어.》 〈〈사단장동지.》 박로수가 펄쩍 일어났다. 주먹이 꽉 부르쥐여지고 눈에 달이 든 듯 이글거렸다. 《절 모욕하지 마십시오. 저도 그분들처럼 싸울 각오를 다진 사 람입 니 다.» 최현은 담배불을 비벼끄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오영헤 의 편지 가 내 한레 있어. 동무한테 보내는 편지말이 야. 그러나 안줄테야. 동무같은 사람과 오영헤는 가까울수 없어. 자 격이 없단말이야,자격이.》 그 말에 박로수는 머리를 푹 떨구었다. 최현은 담배를 획 집어던지고 전투가방에서 지도를 꺼냈다. 그 리고 이제까지 와는 판다른 부드러우면서도 심중한 어조로 말했 다. 《내옆에 앉소. 이걸 보오.》 최현은 엄지손가락으로 지도의 한점을 짚었다. 박로수는 의 아 스럽게 최현의 얼굴을 보고는 지도에 시선을 박았다. 《여기까지 몇시간이면 갈수 있어 ?》 181 《두시간이면…》 《좋아,그런데는 적들 모르게 간다는 여기에 방점이 있어. 거 기서 이 홈타기로 빠져 봉의산을 에돈다. 이 에도는 시간을 한시간 으로 주겠어. 합계가 얼마야.》 〈〈세시간입니다.》 《옳아, 거 기서 동무가 신호탄을 날리고 배후를 칠 때 가 사단 의 공격시간이 야. 무슨 말인지 알만해 ?》 최현이 처음으로 싱굿이 웃으며 박로수를 보았다. 《철직》대 대장의 얼굴은 비씻긴뒤의 달처럼 환해졌다. 〈〈알겠습니 다. 사단장동지,우회 기습입 니 다.» 그의 굵진 목소리는 감격으로 하여 노래부트는것처럼 들렀다. 《두개 중대를 주겠소. 선별권한은 동무에게 주지. 그리고 사 단정찰에서 한개 소대를 배속시키지. 어때 ?》 《알았습니 다.» 박로수가 차렷하고 거수경례를 할 때 그 눈에 콩알같은 눈물 방울이 슴새여올랐다. 최현은 그 눈길을 피하여 땅바닥을 내려다보 며 조용히 말했다. 《편지는 봉의산에 가서 주겠어. 보충적으로 줄 명령은 손끝 하 나 상해 도 안된다는거 야. 동무도 대 원들도.》 《알았습니 다. 사단장동지,감사합니 다. )) 《감사? ! 감사는 동무의 이 전사들께 주라구.》 30분후 최현이 탄 차는 진흙탕을 흙비처럼 뿌리며 2층벽돌집 마당에 이 르 렀 다. 차 안에 서 참모 장에 게 지 휘 부비 상소집 을 명 령 한 그는 련락병을 시켜 포병부사단장을 찾았다. 까무잡잡한 얼굴의 젊 은 포병부사단장이 달려왔을 때 최현은 승용차 기관실우에 지도 를 펼쳐놓고 전반적인 포들을 전방계선에 진출시킬데 대한 지시 를 주고 색연필로 점을 찍어가며 주요배치 지점들을 정해주었다. 《모든 포들은 봉의산정면을 때리게 돼야 하오.》 《박격포도 말입니까?》 《그렇소. 모든 포요. 한시간내로 이동을 끝내고 사격준비를 끝 내시오.》 182 《알겠습니 다.» 《그런데 반포대 대 의 45미 리 네문을 내 가 소양강 기슭에 배 치 했소. 동무와 합의없 이 해 서 안됐소.》 최현은 지휘부성원들이 다 정렬한것을 보고 포병부사단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동문 먼저 움직이시오.》 최현은 사단참모장이 대렬경례를 하려는것을 못하게 하고 군 사부사단장으로부터 후방부 취사병까지의 대렬 전체를 무려 5분 동안이 나 말없이 살펴보다가 취 임인사치고는 너무나 짧은 지시를 주었다. 《인사는 춘천을 해방하고 합시다. 이제부터 사단지휘부는 춘 천이 내려 다보이는 삼각고지로 합니 다. 한시간안으로 지 휘부 이 동과 전개 를 끝내 야 하겠습니 다. 군사부사단장동무가 조직하 시오.》 최현은 참모장을 데 리고 위청장령 의 방으로 갔다. 위청은 문 가에서 그를 맞았다. 《안녕 하오. 늦어서 안됐소.》 최현이 먼저 인사를 했 다. 위 청은 입 술을 가늘게 떨었을뿐 말 은 못하고 습관적으로 거수경례만 하였다. 하얗게 피기잃은 얼굴에 서 칼자리가 푸른빛을 띠였다. 그는 인계문건이 가득 쌓인 책상 앞에 다가가 절도있게 돌아서 엄숙한 눈길로 최현이를 보았다. 《문건은 참모장동무에 게 넘 기 시 오. » 최현은 눈길을 내리깐채 조용히 말했다. 《이건 어떻게 할가요?》 위청은 까만 에나멜도색을 한 네모난 함을 가리켰다. 《무엇이요?》 《부호자,지 남침,쌍안경 … 그러 루한것 들이 요. » 《거야 동무것이 아니요?》 〈〈나한레 이런것들이 더 필요하겠는지 ?》 《동문 무슨 소릴 하오?》 최현의 눈빛이 사납게 번쩍였다. 위청은 그를 외면한채 전화 183 선을 거두고있는 통신병을 보다가 정색하여 물었다. 《최현동문… 자신있소?》 〈〈자신? ! … 그래 동문 자신이 없이 싸웠소?》 《모르겠소. 자신은 있은것 같은데.》 최현은 불시에 그가 측은해졌다. 《위청동무,평소에 우리가 〈장군님 전법》이라는 말을 자주 썼 는데 나한텐 그게 승리의 비결이고 자신이요.》 《알겠소. 나도 좀 깨달아지는것이 있소…》 〈〈부탁할것이 있소.〉》 최현은 뚝뚝하게 말을 잘랐다. 위청은 눈을 치뜨며 의아히 물 었 다. 〈〈무슨 부탁이요?》 《동무가 철직시킨 대대장이 생각되시오?》 《누구?》 《6련대 2대대장 박로수一》 《네 ? ! 내 가… 그때 … 아,알겠소.》 위청은 수치심에 낯이 벌정게 되며 피씩 웃었으나 그것은 자 기 모멸에 가까운 침울한 웃음이였다. 최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 했 다. 〈〈그 동무의 철 직 명 령 을 취 소해 주시 오. )) 《아,그거야… 이젠 내 권한밖이 아니요. 최현동무 결심대로…》 《그럼 동의한것으로 믿겠소. 잘 가시오.》 《다른 인계는?》 〈〈필요없소.》 달리는 차우에서 최현은 지도를 펼쳐놓고 누구도 알아보기 힘든 부호를 하나하나 그려나갔다. 이 따금 서울쪽으로 뻗은 화살표를 보고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최현은 잃어버린 시간을 회 복 하는것이 매우 어렵다는것을 알았기때문이였다. 남이 저질러놓 은 잘못이지만 이제부터 그 모든 손실은 자기가 메꿔야 하는것 이다. 184 최현장령이 소양강 기슭으로 다시 가고있을 때 아군의 주타격 사단들은 서울의 관문인 의정부로 육박하고있었다. 의정부전방 수키로일대는 적 아 량측이 쏘아대는 무시무시 한 포화속에 자욱한 초연의 바다로 되여있었다. …송기덕이 속한 중대는 의정부정면 5키로메터지점의 야산앞 논 벌 에 산개 하여있 었 다. 《이보게,암만해도… 저기 화점들이 다는 없어질것 같지 않아… 저 바위 짬들을 잘 보라구.》 온 얼굴에 흙탕이 튀여 탈바가지를 쓴듯 우습게 보이는 중대 장 최만덕이 고지쪽을 근심스럽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는 오늘 처음으로 전투에 참가하는 송기덕에게 름만 있으면 가르치 는것 이 다. 기덕은 쓴입을 다시였다. 어제밤에야 중대를 따라잡은 그는 자 기 가 전투에 《풋내 기》가 되 였 다는것 으로 심 사가 비 틀려 있 었 다. 불시에 고막이 찡一하고 저려들었다. 고지정점을 때리던 포사격 이 멎은것이다. 《시작될것 같습니다.》 기덕은 그의 끈덕진 《연설》을 피하고싶어 이 말을 하며 자 동총 안전장치를 소리나게 벗겼다. 고지 우에 타래 치 던 연 기 가 바탐에 이 리 저 리 밀 리 며 거 밋 거 밋 한 바위며 새파란 관목과 소나무들을 드러냈다. 검붉게 패인 포 탄구뎅 이들과 전호의 륜곽이 알렀다. 이 논벌로 접근할 때만도 총탄의 소나기를 퍼부어대던 그 참 호들이 조용하였다. 기덕은 한시바삐 내담고실은 충동에 온몸의 힘 줄이 푸들푸들 뛰였다. 《진정하게… 아직 좀,여유가 있어.》 중대장은 안절부절 못하는 기덕의 잔등에 손을 없었다. 대대 군관들속에서 팔방미인으로 통하는 중대장은 기덕의 곱지 않은 눈길을 보고는 약간 섭섭 한 기색이 였다가 웃어보였다. 《잔소리로 듣지 말게… 동문 내 1대리인이 아닌가. 만약 내 한레 무슨 일이 생기면 동무가 중대를 지휘해야 해. 덤비다간 중대 185 가 망하네. …》 이 소리에 기덕은 역시 속에서 돌덩이같은것이 치밀어올랐으 나 진정어린 중대장의 눈빛이 그것을 눌러버렸다. 〈〈참… 처한테 편지는 썼나?》 《네一에 ?》 기덕은 너무나 왕청같은 소리에 눈이 째지게 치떠보았다. 엊저녁 중대를 따라잡았을 때 중대장은 첫마디에 처에 대한 문 제부터 물었다. 자초지종을 듣고나자 그저께 복심이 문제로 련대장 에게 불리워갔다왔을 때만도〈〈조혼》〉해독성을 두고 장단을 맞췄던 그가 붉으락푸르락해서 기덕을 나무랐다. 《동문 사람이 아니라 돌덩이야. 나무토막이야. 사죄편지를 당장 쓰던가 하지 않으면 문화부에 제기해 문제를 봐야겠어.〉〉하고 을러메기까지 했다. 기덕은 그의 말이 별로 싫지 않았고 얼마간 감 동돼서 그렇게 하겠노라고 반승낙을 하였다. 그러나 편지는 써도 사죄는 어떻게 하며 또 뭐라고 빈단말인가. 〈〈안썼군. 동문,안되겠어.》 《전투가 끝난 다음 쓰지 요.» 기덕은 웃으며 대답하였다. 《꼭 그러게… 우리 전투를 하는 사람은 무슨 후회가 없게끔 뒤 가 깨 끗해 야 돼.》 의정부하늘로부터 새들의 한떼가 날아왔다. 화살처럼 내리비 치는 해살과 포연에 검 붉게 핀 구름밑을 나는 그 새들을 유심 히 보 던 중대장이 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우리쪽으로 와. 새들도 제 살데를 안다니.》 《포사격 이 시 가쪽으로 접 근했 습니 다.» 《1소대장,만약 경우 이 전투가방을 넘겨받으면 그안에 집에 보 내는 편지가 있네. 부탁해.》 《아,원 새빠진 소리.》 기덕은 속이 좋지 않았다. 《이 제 공격 이 시 작되 면 나는 2,3소대 와 함께 정 면으로 달릴 테니 동무넨 저 우측 홈타기로 에돌라구.〉〉 186 기덕은 중대장의 의도를 알아맞췄다. 적의 화력이 강할것을 타산 하고 정면공격과 함께 우회포초하여 고지를 점령하려는것이 였다. 기덕은 홈타기 까지 에 돌 거리를 타산해 보았다. 적 의 사계 에 서 상당히 떨어진 위치였다. 거기까지 가는 사이면 적의 모든 화력 은 중대의 기본 전투서렬에 미칠것이다. 《중대 장동무, 우리 소대 가 정면을 맡겠습니 다.» 《아니,동무네 소댄 달리기에서 1등이기에 멀리 에돌게 한거야.》 《중대 장동무 ! 그렇게 얼 릴내 기 를 하지 맙시 다. » 《이제부런 명령이야.》 중대장은 아예 그의 말을 더 듣지 않을 잡도리 인듯 딱 잡아떼 고 기덕의 손목을 꼭 잡았다놓았다. 그때 대대의 공격나팔소리가 을렀다. 논판에 머리를 박고있던 모든 전사들이 고개를 들었다. 약 간 창백한 표정들이였다. 《동무들 !》 중대장이 상체를 일으켰다. 파릿한 입술이 떨었다. 《조국을 위 하여 ! 장군님을 위 하여 ! …》 중대장은 권총을 추켜들며 일어섰다. 기덕은 중대장의 목소리가 이처럼 크고 우렁찬줄은 처음으로 알 았다. 《조국》과《장군님》이 라는 그 단어는 끝없이 신비하고 장 중한 노래처럼 안겨들며 거센 추진력으로 온몸을 훌 띄웠다. 《장군님 을 위 하여 앞으로 !》 죽은듯하던 고지에서 미친듯 불꽃이 번쩍이고 룩공포탄이 날 아왔으나 굳센 결심과 각오로 굳어진 전사들은 타는 눈을 번쩍 이며 무섭게 내달았다. 발목이 푹푹 빠져드는 홈타기로부터 산비탈로 오 른 기덕은 브로닝경기를 휘두르는놈을 자동총으로 갈겨치우고 교통 호로 뛰여들었다. 측면으로 기여든 기덕이네의 불의의 돌격에 적들 은 급급히 흉장을 뛰여올라 도망치기 시작했다. 흉장우에 뛰여올라 또한번 중대장쪽을 보았다. 공화국기를 든 기수의 앞장에서 중대장 이 뭐라 웨치며 계속 내닫고있었다. 고지꼭대기에 올라 창격전을 벌리면서부터는 좌우앞뒤를 돌아 볼사이가 없었다. 얼씬하고 푸른 군복이 나타난다던가 총창이 번뜩 187 일 때면 날째게 몸을 피하며 총탁을 휘둘러 야 했다. 보안간부훈련소시절부터 창격전에서 이름을 떨친 기덕은 앞뒤 좌우로 번개같이 날며 총탁으로,구두발로 놈들의 머리통을,사타 구니를 치고 까고 하였다. 낯이 벽돌장처럼 질린 1분대장은 총은 어데다 뒀는지 맨손으 로 구척같은 키다리의 목을 잡고 연신 머 리받기를 들이대고있었다. 키다리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고 미구에 혀까지 빼물었으나 석 동근은 계속 머리받기를 들이대고있었다. 중대장 련락병인 꼬맹 이 정금통은 보병삽을 비껴든채 총창을 꼬나든 두명의 적을 맞받아 부살처럼 날아들었다. 기덕은 그중의 한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놈이 내지르는 총창을 총신끝으로 쳐버리고 총탁으로 면상을 부셔버렸다. 그리고 정금통이 맡은 적을 향해 돌아서니 꼬맹이 정 금통이 가 무슨 억척 장사가 되 였는지 그놈을 타고앉아 보병삽으로 돌판을 까내듯 계속 조겨대고있었다. 《금통아,그놈은 죽었다.》 《이 … 이… 놈이 중대장을 죽였어요. 중대장을 !》 고개를 돌린 금통의 눈에 피눈물이 맺혀 번쩍였다. 《뭐 라구 ? !》 기덕은 아연하여 소리쳤다. 그때야 그는 금룡의 어깨에 중대 장의 전투가방이 메워있음을 보았다. 《중대장동진… 이걸 소대장동지에게 주라고 하고는…》 금통은 더 말을 못잇고 전투가방을 넘겨주고는 적을 향해 산 아래로 내달려가기 시작했다. 《아一아一》 기덕은 자기도 모를 소리를 내지르며 그를 앞서 비호같이 내 달았다. 《모조리 죽여라.》 중대장이 전사했다는 웨침이 사방에서 호곡처럼 터져나오며 대원들을 무서운 복수전으로 떠밀었다. 기덕은 이때 제1제대서렬에서 자기 중대가 제일 앞섰기때문에 응당 대대지 휘부와의 련계를 취 한 상태에서 움직 여 야 한다는것을 188 알았댔으나 그대로 공격에 로 이끌었다. 《모조리 죽여라!》 시내방어를 맡고있던 적들은 단 한개중대가 악악 소리치며 달 려드는것을 처음엔 자기편으로 생 각하였다. 알았을 때는 늦었다. 길목을 차단한 바리케트는 수류탄벼락에 순식간에 부서지고 살아남은 적 들은 미 처 격 발기 를 여 담을새없 이 총창과 총탁에 쓰 러졌다. 아군땅크공격을 막으려 배치한 이 무반동포중대를 일격 에 족쳐버린 기덕이네는 세거리 모통이에서 기관총의 집중사격에 들었다. 모든 집과 전주대,지 어 돼지우리에서까지 적 탄이 날아왔 다. 건물의 바람벽과 도랑창에 의거하여 응전해나서자 적들은 륙공 포를 쏘아댔다. 이럴 때 한쪽 골목에서 땅크가 불쑥 나타났다. 포얀 연기속을 헤치며 달려오는 땅크를 본 기덕은 유일하게 아꼈던 반땅크수류 탄을 뽑아들었다. 《2소대 장, 부탁한다 !》 땅크를 향해 달려가던 기덕은 일순간 자기가 잘못될수도 있다 고 생각했으나 무서움은 없었다. 어째서인지 중대장과 함께 복심이 의 얼굴이 망막에 피끗 스쳤다가 사라졌을뿐이였다. 그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기덕이를 맞받아 달려오던 땅크가 멈춰서더니 기관 총사격 을 비 쏟듯 퍼 붓던 적들의 2층 석 조건물을 단방에 부셔버 렸 다. 뒤이어 기덕이네 중대를 향해 달려들던 맞은편 도로의 적공 격 서렬가운데에 포사격을 가했다. 《아군땅크다!》 전사들은 모자를 벗 어저으며 땅크에 달려갔다. 땅크 포탑문이 열리며 탄염에 절은 거뭇한 얼굴이 불쑥 솟구쳤다. 자기도 모르게 주저 앉았다가 일어서는 기덕이를 보며 그는 쾌활한 어조로 물었다. 《동무넨 어데요?》 《54사 18련대입니다.》 기덕은 대답하다 말고 굳어졌다. 땅크에서 묻는 군인은 종합 련습때 몇번 본 일이 있는 류경수장령이 였던것 이 다. 《장령 동지 !》 189 기덕은 거수경례를 하였다. 《여보,우린 동무때문에 간이 떨어질번했소.》 수류탄을 든채 달려든것을 념두에 둔 말이였다. 《용서해주십시오. … 그만… 몰랐습니다.》 《창격전을 했소?》 《네.》 《그럴수 있소. 그런데 지휘관이 그러면 어쩌오?》 《…우리 중대장동무랑… 전사들이… 희생되였습니다.》 기덕이 우울해 하는 말에 장령은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수록 강심을 먹어야 돼. 원쑤를 다 없애기전에… 심장 이 터져나가면 어떻게 하오.》 두개의 땅크가 더 들어오자 류경수장령은 진로를 시가중심으 로 돌렸다. 이때는 의 정 부시 가가 삼면포위 속에 들어 있 었다. 의 정 부계 선방 어에 투입된 적의 병 력은 괴뢰 2보사를 중심으로 7보사,3보사의 총 8개 련대 였다. 이 에 대 하여 아군은 53보사의 일부와 54보사,905땅 크려단으로써 정 면과 측면을 쳐 공격 하였 다. 포천에서 출발한 53보사는 905땅크려단과 함께 두개 종대를 편성하여 의정부 동북쪽 약 8키로지점에 요새 화된 축성 령을 정 면공격 과 우회공격 으로 점 령 하고 의 정 부를 측방과 배후로부터 압축하여나갔고 덕정리일대에서 저항하는 적 7보사의 방어진을 무찌른 54보사는 의정부를 정면과 우측 측면으로 압축하여 포위 하였다. 송기덕중대의 의정부시가진입과 동시에 의정부시가 좌측으로 돌 파해 들어온 류경수장령의 척후 땅크들은 시가를 종심으로 꿰뚫 어나갔다. 이로 하여 적의 진중에서 무서운 혼란이 일어날 때 아군 보병련대들이 시 가에 들어서 최 종 소멸전을 벌 리 였다. 이 전투는 전쟁개시후 적아 량측이 가장 주도세밀히 짜고든 대 표적 인 전투였다. 의 정 부는 괴 뢰수도 서울을 지키는 관문이였기 때문이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이 전투가 서울해방의 관건적고리를 해결하 190 는 열쇠로 될뿐만아니라 나아가서 현대전을 처음으로 치러보는 전방지휘소 장령들과 부대지휘관들에게 련합부대들의 전투 조직 과 지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범을 보여줘야 한다는데서 도 그 의의를 크게 부여하시고 전투조직의 세부까지 친히 작성하고 지휘하셨다. 전쟁에서는 그 어떤 전투던 수많이 첨가되는 이런저런 특수성 과 우연으로 하여 완전한 의미에서 계획대로 되는 일이란 극히 드 물다. 그러나 이 의정부전투는 그 시작부터 끝까지 완전무결히 째 이 고 성공된 전투로서 작전으로부터 매 전투원들의 정신도덕적상래까 지 하나의 완벽된 경지에서 치러진 싸움이였다. 두개의 보병사단과 한개 의 땅크려단으로 3개사단이 방어하는 지 역을 포위 공격하여 해 방한것 이 다. 창호지 를 비 쳐 들 어 오는 마지 막 별 이 방안을 불그레하게 만들 었다. 전화기 한대만 남기고 모든 사품을 들어내여 행뎅그렁하면서 도 한결 넓어진 방안에서 최용건은 뚜벅뚜벅 거닐다가는 이따금 창 가에 멈 춰서서는 성수나 뛰 여다니는 군인들을 내 다보았다. 전방지휘소가 의정부로 이동하게 된것이다. 최용건은 54사 18련대 의 한개 중대 와 땅크들이 의 정 부시 가에 진 입 했 다는 류경 수장령 의 무선보고를 받은 즉시 로 이 결심 을 채택한것 이 다. 경비중대는 한개 분대만 남고 비 상소집을 하여 배 낭을 둘러메 였고 통신실에서도 무선기 한대만 남기고 모두 짐을 쌌다. 작전 대 와 서 류함,침 구와 화식기 재따위 들을 실은 자동차들이 발동을 걸고 부르릉거 렸다. 《완전히 명절기분입니다.》 의정부출발을 위해 완전전투복차림으로 어깨띠를 두르고 권총 까지 찬 강건이 기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명절이 요.》 최용건은 부관이 떠온 바가지의 샘물을 마시며 말했다. 그는 벌 써 세번째로 그 물을 찾았다. 흥분때문인지 몹시 갈증을 느꼈던 것이 다. 그는 물방울이 뚝뚝 돋은 바가지를 들고 잠시 내려 다보 191 다가 웃음어 린 눈길을 쳐들었다. 《쪽바가지 빌려차고… 라고 하던 노래구절이 생 각나오. 조국 잃고 방황하던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노래였소. 그런 민족의 아들 들이… 지금 어떻게 싸우고있소?》 최용건은 감격어린 목소리로 말하다가 그 물을 마저 다 마셔 버렸 다. 《결국一》 그는 바가지를 부관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이 새로운 인민들이 장군님의 뜻을 받들어 이 엄청난 기적 을 가져오는것이 아닌가. 나는 지금 이것을 생각하고있소.》 《52사만 지체되지 않았으면 우리는 벌써 서울을 해 방할수 있 었을것입니다.》 강건의 말에 최용건의 얼굴빛이 흐려졌다. 이로 하여 두사람 의 작별은 서먹하게 되였다. 《언제 출발하겠습니까?》 악수를 나눈 강건이 근심스럽게 최용건을 보았다. 《최현의 대 답을 듣고 떠나겠소.》 최용건은 최현사단과 동부진출부대들과의 련계때문에 전방지 휘소 출발을 늦추고 강건의 일행을 먼저 보내게 된것이다. 대동아전쟁 이 막판에 기울어지고 온 나라 쇠붙이 란 쇠붙이는 다 걷 어들일무렵 서 울장안에 는 〈〈만냥갑부〉〉를 선전하며 다니 는 광산청 부업 자들이 드문히 나타나 뜨내 기 인부들을 끌어가군 하였다. 여름방학을 리용하여 모래치기장에서 푼돈벌이를 하던 운학이도 몇몇 고학생들파 함께 화천 연광산에 와서 한달동안 밀차를 민 적 이 있었다. 그 반연으로 그는 화천,춘천 지대를 어느 정도 알 고있었다. 소요산전투장에 한번 나가본 뒤부터는 아예 지도앞에 붙박혀 점 령지대 나 그려넣는 《사도공》으로 되 고만 림운학은 보위상 부관의 춘천행을 알자 두번다시 없을 이 기회를 놓칠수 없 었다. 최용건의 부관은 그곳지대를 손금보듯한다는 그의 말에는 192 별로 주의를 돌리지 않았으나 동행으로 떠나는데는 선선히 동의 했 다. 그런데 림운학은 최현사단에 올 때까지만도 연광산에서의 인 부생활이 자기의 소망을 이루게 될 조건으로 될줄은 몰랐다. 최현의 사단지휘부는 소양강이 환히 내려 다보이는 제방뚝밑에 있었다. 낮사이에 끊임없는 피로전,화력전으로 적을 들볶은 사단은 밤이 되자 일체 사격을 중지하고있었다. 맞은편 봉의산의 적들도 침묵을 지키고있었다. 이따금 탐조등의 시퍼런 불줄기가 강물을 이 리저리 빗질하였고 예광탄이 길게 꼬리를 끌며 날았다. 소양교우에는 조명탄이 매여달려있었다. 허연 바가지같은 조 명탄이 백광을 쁨다가 꺼져내릴라치면 펑 ! 하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조명탄이 떠올라 소양교를 환히 비치였다. 소양교는 온종일 퍼 붓는 적의 포사격 에 삐야와 골조만이 남아있을뿐이 였다. 꼬이 고 비틀어진 철근들이 갈비뼈처럼 앙상히 드러나보였다. 최현은 장마통에 떠내려왔을 퍼런 린광이 번뜩이는 버드나무통 에 앉아있었다. 류마치스의 동통때문에 자주 다리의 무릎관절 을 윽죄여 비틀군했으나 봉의산쪽에는 한초도 시선을 떼지 않 았 다. 그의 발치에는 전화기가 놓여있고 댓걸음 떨어진곳에서는 신 호총수가 옹크리 고앉아 명 령을 기 다리 고있었다. 전방지휘소에서 보위상 부관이 도착했다는 말에 최현은 용무 만 물었을뿐 만날념을 하지 않았다. 전투전의 엄숙한 정적이 무겁게 깃든 어둠속에서 림운학이와 보 위상 부관이 한식경을 기다려있을 때 봉의산 정점에서 붉은 신호탄 세발이 날아올랐다. (이것은 봉의산 배후로 들어간 박로수의 기습대 의 전투개시 신호였다. ) 그러자 최현의 옆에 섰던 신호총수가 재 빨리 두발의 흰 신호탄을 쏴을렀다. 아름다운 불꽃처 럼 련이 어 오르는 그 신호탄이 포물선을 그리 며 어둠의 심연속으로 떨어져내릴 때 수천개의 총과 포에서 발사되 는 탄환이 날아갔다. 밤은 삽시에 깨여져버렸다. 누기찬 어둠이 꽉 엉켜붙은 공간 193 이 총성과 함성으로 터져나갔다. 봉의산 기슭에 미리 도하하여 접 근해있던 한개 련대가 돌격에 일떠서는것까지 지켜본 최현이 보 위상 부관을 불렀다. 〈〈수고했소. )) 최현은 보위 상 부관과 림운학에게 악수를 청하였다. 운학은 《군관 림운학 !》하며 경례를 했으나 너무 긴장한탓 도 있겠지만 폭음속에 묻혀 그의 말은 가날피 을렀고 최현 역시 못 알아들었다. 보위상 부관이 참모장에게 이미 말한 보위상의 희망과 물음을 성급히 되 풀이할 때 묵묵히 듣기만 하던 최현은 한 군관 이 달려오자 용무는 끝났다는 식으로 손을 내밀었다. 《알겠소. 가서 보고하오. 래일 아침전으로 춘천에 들어가겠 소. 그리고…》 최현은 부관의 손을 잡은채 잠시 말을 끊었다가 마디마디 씹 어뱉듯 말했다. 《명 령 대 로, 계 획 대 로 하겠소. 잘 가오. » 그리고는 자기 앞에 와선 온몸이 물에 젖은 군관에게 돌아섰다. 《무슨 일이요?》 《자동포가 넘 어 가자면 … 현재 의 기 자재 로는 어 림 없습니 다. » 《이제 그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는가 !》 최현은 다급스레 소리를 쳤다. 《다리파괴가 예상보다…》 《튼돈(중도하창)을 뜯소. 그걸로 련결시켜보오.》 《그걸 생각해왔는데 철관이 없는 상태에선 그걸 다리에 펴놔 도 하중에 견더 못낼 것 같습니다.》 공병 과장인듯한 군관은 절망적 으로 중얼거 렸다. 〈〈레루면 안됩니까?》 이때까지 최현의 동작 하나 말 한마디에 온 신경을 바처가며 말 할 기회를 노리던 림운학은 전투와 관련된 실무적인 문제인것으 로 용단을 내려 한걸음 내짚으며 말했다. 《여 보, 레루가 어 디 있소 ?》 공병군관은 운학의 팔목을 대뜸 틀어잡고 씨근거 리며 단김을 쁨 194 었 다. 《30리밖에… 연광산이 있습니다.》 《정말이요?》 《정말입니다.》 《야.» 공병군관은 림운학의 팔목을 힘껏 흔들고는 사단장의 결론을 기 다리듯 그의 앞에 차렷하고 섰다. 《그래,광산이 있지.》 최 현은 고개 를 끄덕이 며 림 운학을 유심 히 봤다. 림 운학은 가 슴이 울렁거렸다. 《사단장동지,안녕 하십 니 까. 총참모부 군관 림 운학입 니 다. )) 최현은 손에 든 전지로 림운학을 얼핏 비추고는 낮게 한숨을 지 었 다. 〈〈이렇게 만나는구나.》 《사단장동지, 제 가 레 루를 구해 오겠습니 다. » 운학은 다시 없을 이 기회를 놓치고실지 않았다. 《지금 월 하나?》 《…그저 이 럭저 럭 다닙 니 다.》 〈〈그럼 안되지.》 자기 말을 나무라는지,아니면 말그대 로를 믿고 책망하는지 가 늠이 되 지 않았다. 보위상 부관이 좋지 않게 생 각할수 있다는것 을 알면서도 운학은 다시금 간곡히 말했다. 《사단장동지… 저에게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허 허 . 》 최현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치며 보위상 부관에게 고개를 돌 렀 다. 《강건참모장에게 가서 말하오. 사단전투행동의 필요로 이 동 물 떨군다고… 수속절차는 서울에 가서 밟기로 하기요. 필요하면 그때 돌려보낸다고 하오.》 이렇게 되여 림운학은 사단장의 직속부관격으로 떨어지게 되 였다. 그가 두대의 자동차를 가지고 아미산광산에 가서 레루를 실 195 어왔을 때는 이미 봉의산을 점령한 사단이 2제대까지 도하를 개 시할 때였다. 자동포와 포차들이 도로를 꽉 메워 레루를 실은 자동 차가 빠져 나갈수 없게 되자 두사람이 하나씩 레루를 메고 달렸다. 다리복구는 새벽녘이 되여 끝났다. 지칠대로 지친 운학이가 지휘부 천막을 찾아가니 회의중이였다. 보초는 그 어방에도 접근할수 없게 하였다. 운학은 최 현이 밤에 앉았던 구새먹 은 나무통에 앉아 레 루를 뜯어낼 때 덤벼치면서 찢겨진 바지를 기웠다. 운학은 언젠가 한 항일투사로부터 최현장령은 옷차림이 지저 분한것에는 아예 질색 이 라고 한 이 야기를 상기했던것 이 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전투구분대의 지휘관으로 갈수 있는 《공 작》을 성사시킬것인가를 생각하였다. 봉의산너머 춘천쪽에서는 연신 화광이 뻗쳐올랐고 둔중한 포소리와 함께 저 격무기의 세찬 사 격소리가 끊임없이 을렀다. 운학은 마지막 바늘뜸을 하고나서 실을 끊다가 발치에 잘게 끊어 진 풀잎들이 어지 러 이 널려있는것을 보 았다. 문득 처음 이리로 왔을 때 고목등걸처럼 앉아 봉의산쪽을 지 켜보던 최현의 모습이 살아올랐다. 아바이가 꽤나 속을 썩였구나 하는 생각이 덜미를 쳤다. 풀잎을 매 만지던 그는 천막쪽에 서 수선거 리는 인기 척 과 말소 리에 고개를 돌리며 일어섰다. 최현이 여러명의 군관들과 함께 나오다가 운학이를 알아보고 걸 음을 멈추었다. 《저 동문 내가 서울까지 책임지고 데려가려는 사람이요.》 최현의 말소리는 낮았으나 운학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운학은 얼굴이 화끈해서 고개를 수그렀다. 자름자름 뜯어널린 풀잎들을 보자 눈언저리가 시큰거렀다. 최현이며 모든 사람들이 자 기를 위해 싸우고 애쓰는듯만 실었다. 최현은 방금 비상한 결심을 선포하고 나온 뒤끝이였다. 위청 의 실패 로 하여 잃 어버린 시 간을 되 찾기 위한 노력은 아직껏 별 로 은을 내지 못하였다. 봉의산전투만 해도 그랬다. 최현의 예견보 다 곱절의 시간을 끈 전투였다. 적들은 봉의산정면전방의 강과 다 리,개 활지 와 도로를 온종일 포사격 으로 누벼댔 다. 피 뢰 6사와 196 8 사의 린접점을 꿰뚫고 들어가던 박로수의 우회기습대도 증강된 적 의 방어에 부및쳐 더 멀리 우회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공격주력 역 시 정면도하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부득불 소양강을 멀리 하류쪽 으로 에 돌지 않을수 없 었다. 치 렬한 화력전으로 적 의 시 선을 끌 면서 한개 련대를 은밀히 우회시켜 강을 도하하여 봉의산기슭에 접 근시키는데 한것한밤이 흘렀다. 참모장이나 작전군관들은 이런 주도세밀한 전투조직에 쾌재를 올렸으나 최현은 조금도 만족할수 없었다. 그에 게 는 《27일 까지 !》라는 절대 적 인 명 령 기 일 이 있 었 다. 물론 이것은 위청의 전투실패로 하여 지나가버린 작전날자로 되 고말았으나 김일성 동지께서 일단 계획하셨던 날자라는것으로 의 연히 그에게는 지상의 명령시간으로 굳어져있었다. 그런데 27일까지 서울측방에 도착한다는것은 현재 상태로는 불가능했다. 밤새 봉의산을 마주하고 박로수대대의 진출신호를 기 다리면서 최현은 이 27일을 생 각하였다. 직선거리로 볼 때 서울은 자동차로 두시간 거리였다. 그러나 봉 의산전투식으로 나간다면 열흘이 걸 릴지 스무날이 걸 릴지 한정없는 거리였다. 하여 최현은 두개 련대로 피뢰 6사를 압박하면서 한개 련대로는 일행천리전술로 서울동남지구에 진출할 기상천외의 결 심을 내렸다. 보병련대를 사단의 포차와 운수차에 분승시켜 기계화 보병으로 변신시킨후 자동포를 앞세워 적구 깊숙이 쳐들어가자는것 이였다. 적의 역포위에 걸려들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최현은 코 웃음을 쳤다. 《포위에 드는것은 우리가 아니라 적이요. 53사는 벌써 의정 부에 들어가지 않았는가. 그따위놈들이 무슨 담보가 있어 역포위를 시도해.》 이렇게 되여 사단장의 결심은 정식 명령으로 채택된것이다. 춘천의 적 을 포위압축한 련대 들이 마지 막 시 가전을 벌 릴 때 최 현 이 직 접 이 끄는 그 서 울포위련대 가 출발하였 다. 매 차의 운전칸에는 춘천一가평一서울 일대를 알고있는 군인 들이 랐다. 차들의 지붕마다에는 경기관총과 고루노바중기 가 설 197 치되였다. 맨 선두에는 기병정찰소대가,그다음 자동포가 섰다. 일체 정지상태에서의 전투는 불허되였다. 운학은 도하창을 실은 차에 랐다. 차가 출발할 때 그는 몹시 가 슴을 울렁 거 렸다. 상상도 못한 어 마어 마한 싸움에 대 한 두려움과 함께 거센 흥분이 그를 진정할수 없게 만든것이다. 순조롭게만 된다면 몇시간안에 그는 서울의 삼각산이며 북악 산을 볼것이라고 생각하였다. 198 제 9 장 서울주재 유피통신사 기자 재크 제임스가 날려보낸 조선전쟁 발발기 사가 일요조간신문들에 나간후부터 미 국은 히 스테 리 적 발작 속에 휘말려들어갔다. 텔레비의 아나운사로부터 주식시장의 거두 에 이르기까지 흥분속에 밤을 보내고 새 날을 맞았다. 국무성은 홍수처럼 밀려드는 재벌계의 거물들과 기자들,외교 관들과 모모한 인사들의 질문의 포화속에 벌둥지처럼 소란했다. 그러나 이 연극의 연출가인 해 리 트루맨만은 끝없이 침착하고 조용하였다. 인디펜던스의 고향집에서 주말휴가를 보내다가 이 상보를 보고받고 떠날 때부터 그는 오랜 집지기가 아연할 정도로 태연자약하였다. 행장을 꾸릴 때 친히 검은 가죽뚜껑의 성경책을 접어 트렁크에 넣었으며 평소에 본척도 않던 늙은 집지기의 비만중 에 대해서 물어도 주었다. 워 싱론의 디씨공항에 내 릴 때 안내 양 의 어깨도 가볍게 두드려주었으며 카메라를 쳐들고 몰려드는 기 자들앞에서는 약간 근심스러운 얼굴빛을 유지하면서도 례의있게 웃 어줌으로써 미합중국대통령을 미화하려는 기자의 붓끝에 《해리 는 강하다 !〉〉는 찬사의 제명까지 받게 되 였다. 오늘아침 (6 월 26일 이 시각은 조선에서는 어두운 밤이였다. ) 그는 수리중인 《와이트 하우스》(백악관)를 돌아보았고 유명가 수로 되 려는 딸 리사이틀의 발성련습도 들었다. 그다음 그는 림 시 관저인 블레 어 하우스에 서 국무장관 던 애 치 슨의 조회 보고를 받았다. 도수높은 안경의 두터운 유리를 통해 무표정하게 애치슨을 바라보던 그의 눈길이 갑자기 곳곳해졌다. 《뭐 라고 ! 던,다시 말하오.》 그는 책상앞으로 몸을 약간 숙이고 얼굴을 바싹 앞으로 내밀 면서 볼을 불구었다. 이것은 그가 마음속으로 은근히 자기와 비 슷하다고 생 각한 무쏠리 니 의 동작에 서 본따온,상대 로 하여 금 위 199 압을 느끼게 한다고 생 각한 연기 였다. 그러나 애치슨은 그런 눈 치는 전혀 못차린듯 들고온 문건철을 내려다보며 침착하게 말했다. 《맥아더는 유엔결의안의 세번째 항목에 의견이 있다는것입 니 다.» 〈〈그래,무엇이 불만이라오?》 «〈유엔에 대해 원조를 주며> 를 〈한국에 대해 모든 군사적 원조를 주며》라고 명백히 찍어 밝혀야 한다는것입니다.》 《허허.》 트루맨은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웃을 때도 여전히 싸늘한 빛 을 잃지 않는 파란 눈으로 애치슨을 응시하였다. 《그래,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오?》 애치슨은 이 물음에 애매몽롱한 웃음을 머금었다. 어제 노르웨이사람인 유엔사무총장 트리그브 리는 트루맨의 요청으로 안보리사회를 긴급소집하고 애치슨이 작성하여 제출한 〈〈결의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은 아직 세계가 전쟁이 라는걸 꿈에도 생 각않던 저번주,트루맨과 애치슨이 주말휴가라는 예비작전에 들어가기전 백악관 대통령실에서 세밀히 검토한것이 였다. 특히 세번째 항목은 트루맨만이 할수 있는 치밀한 타산으 로 심중히 검토되고 수정되였다. 그때 트루맨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대해 군사적지원을 준다고 하는것보다 〈유엔〉 에 대해 모든 원조를 준다고 한것이야말로 명안이요. 그렇게 되 면 우리는 〈한국》전쟁을 떠미는 호전국가로가 아니라 〈유엔〉의 기치를 따르는 평화애호국가의 체면을 그대로 유지할수 있을것 이요. 더 구나 우리는 몇 달전까지 만도 〈한국》을 우리의 방위 권 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한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하자고 하 면 유엔의 동료들이 뭐라고 하겠소. 더구나 크레믈리의 〈조아저 씨》(쓰딸린을 야유하여 부른 말)가 알면 어쩌겠소? 때문에 우리가 어디까지나 유엔을 내세워 유엔의 결정에 끌려 가는 역을 해야 되오. 말고삐를 잡건 마차에 타건 씨저는 씨저인것 이요.〉〉 200 며칠전의 이 대화를 상기한 트루맨은 자기가 실언했음을 때늦 게 느끼고 화제를 어디로 돌릴가 궁리하는데 애치슨이 입을 열었다. 《맥원수는 괜한 치기를 보이는셈이지요. 우리의 모든 의도를 잘 알면서도 자기 라는 존재를 드러내려 그래본 말같습니다.》 《아니,그는 우리의 의도를 다는 모르오. 그런 사람이라면 그 와 내가 자리 를 바꿔 앉았어 야지 . 》 트루맨은 롱담조로 말했으나 얼굴을 붉혔다. 맥아더를 모든 면에서 질시하고 경원하는 자기의 감정을 너무 쉽게 드러낸데서 오는 일종의 가책과 동시에 항상 자기 앞에 커다란 그림자로 나타나는 맥아더라는 거상을 이 방에서나마 짓밟아 야 유했다는 통쾌감이였다. 《그런데 맥원수는 지상군 투입명령을 언제 주겠느냐고 물어 왔습니 다.» 트루맨은 눈살을 찌프리였다. 《그런데 왜 〈한국》사람들은 단독으로도 북진통일이 자신있 다고 하다가 이 모양이요? 맥아더도 그랬지. 그리고 당신의 고 문인 그 덜레스씨도 그러지 않았소 ?》 트루맨은 이제까지 지켜오던 외면적 침착과 태 연을 깡그리 잃 어버렸다. 애치슨이 덤덤히 있자 트루맨은 더 열이 올랐다. 그에게 는 잘 어울리지도 않고 또 별로 효과도 없는,그러면서도 자기로 서는 매우 유용한 때에 유용하게 써먹는다는 카우보이 (서부의 기마 목동)식 란폭한 말투로 넘 어갔다. 《다 나발이거든. 그 허풍쟁 이 맥 아더는 닷새면 된다고 장담 하더 니 지금 뭐요. 서울의 군대는 아직까지 38도선인가 하는데서 뭉개고있잖소.》 《각하,〈한국군》은 38도선으로부터 훨씬 이남으로 밀리웠습 니 다. 방금 받은 무초대 사의 전문에 의 하면 의 정 부가 함락되 였답니 다. » 《의정부? ! 의정부란 어데요?》 《서 울앞 소도시입 니 다. 그로 하여 지 금 서 울정 부는 혼란입 니 다. 그때문에 장면대사가 지금 여기에 와있습니다. 그는 지금 절망 201 상태 입 니 다. 리승만대통령 과 그들의 정 부 전체 가 흔들리 고있습니 다. 한번 만나서 용기를 주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장면은 울고있 습 니 다. )) 《그 사람은 우리가 참전하게 된다는것을 모르고있습니까?》 《그는 이미부터 알고있습니 다. 그러나 의정부가 함락되자 이 젠 망했다고 하면서.》 《그가 어제 안보리사회에 나가 연설했다는데 그때도 울었습 니까?》 트루맨은 입가에 알릴듯말듯 웃음을 지었다. 《울지는 않았으나 영어로 한 류창한 그의 연설은 적잖은 동 요분자들을 눌러 놓았습니 다.》 〈〈그를 만납시 다. )) 《그런데 먼저 이것을 보십시오.》 애치슨이 문건철에서 타자를 친 종이장을 내밀었다. 《뭐요?》 〈〈무초대사로부터 나에게 온 전문입 니다. 리대통령에 대 한 자 료입니다.》 《두고가시오. 어제와 같은 시간에 그 두번째 회의를 합시다.》 애치슨이 나가는것을 손으로 바래주고난 트루맨은 국무성명판 이 찍힌 전신문을 날카로운 눈길로 내려다보았다. 국무장관에 게, 서 울, 6. 26 밤,12시, 무초로부터 리(리승만을 략칭으로 부트는 말)가 밤 10시 전화를 걸 어 와 경무대 로 갔음,대 사관에 와있던 신성 모국무총리 와 동행. 리 관저 에는 전 국무총리 리 범 석 도 와있 었음. 대 통령 은 대 단히 긴장,안 면은 경 련,말은 반복되 고 끝을 못맺으며 앞뒤련결도 안됨 . 의 정 부함락상황을 이 야기하며 정 부를 대 전으로 옮길 것 을 제 의 해 왔음. 개인안전고려가 아니라 정부는 존속돼야 하며 대통령이 공산군에게 잡히 면 〈한국》의 존립 에 중대 한 타격인때 문이 라고 리 유를 반복설 명. 미국의 원조가 약속대로 안된다고 불평. 나는 무기와 병력이 투입될수 있을것이라고 하면서 정부는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설득. 202 허나 대통령은 정부가 포로될 모험을 해서는 안된다고 고집. 이 결 심을 꺾을수 없어 대통령은 대전으로 가도 나는 서울에 남아있겠다 고 했음. 밖에 나왔을 때 신성 모국무총리는 대통령은 서울천도를 토론없이 결정했다고 비난. 《겁쟁이들 ! » 트루맨은 그 종이장을 훌 던져버렀다. 그리고는 장면대사를 만 나야 한다는것을 까맣게 잊고 아까 보다만 속기록을 천천히 번져나 갔다. 트루맨은 모든 비밀회 의 속기록은 례외없이 직접 자기 가 검토 하군하였다. 그 속기록이 백 악관의 비밀문서고속에 좀이 쓸어 먼지 가 될것 이 라 하더라도 후날 어느 눈에 띄여 비 난받을 대목이 있 을가봐 우려 하는데 서 오는 로파심때문이 였다. 엊저녁에 이 집 소회의실에서는 만찬회의 명목으로 조선전쟁 문제와 관련된 대비책을 토론하였다. 정치에는 내 알바 없노라는듯 모든 연기를 집어던지고 빨리 조선전쟁에 전면침투하자는 텔레타이 프로 송신된 맥아더의 편지가 화제의 기본내용으로 되였다. 맥아더는 리승만군의 새벽공격이 실패한 조건에서 즉시 미지 상군전투부대까지 포함한 미군의 개입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중국본 토까지 공격하자는 뜻의 제의를 해왔다. 이미전에 이 모든것에 합 의를 보았지만 세상의 여론과 눈이 있는 조건에서 다 때 가 있고 방 법이 있다는데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트루맨은 속기록의 여 러 대목을 수표용펜으로 벅벅 지워나갔다. 특히 그는 자기가 한 말 들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의 검은 수표용펜에서 다음의 대목 들이 사정없이 먹칠이 되였다. 트루맨 : 현재 는 조선전쟁 에 해 군,공군만 동원되 고있다. 여 론 이 지상군투입을 원하게끔 모든 사업이 진행돼 야겠다. 죤슨(국방장관) : 지상군파견에 대한 초기계획을 앞당겨야 한 다. 왜 이래야 하는가. 북조선군이 예상외로 강한데 있다. 우리 는 리승만군대가 38도선을 넘어 북진하는것을 전제로 2전선을 전개할 203 안이였다. 그러나 이제는 직접 1선에 나가야 할것 같다. 트루맨 : 나는 이미 전에 《한국군》만으로는 쉽게 되지 않으리 라고 생각했다. 그러 니 본토에서도 지상군이 가야 한다. 죤슨(국방장관): 그렇다. 콜린즈(룩군참모총장) : 애치슨 : 우리의 지상군이 전부 참전하는 경우 쏘련에 대한 견 제에 보다 시 선을 돌려 야 한다고 본다. 트루맨 : 쏘련의 극동공군을 없앨수 있는가? 반데버그(공군참모장) : 원자폭탄을 사용하면 가능하다. 이까지 읽고난 트루맨은 눈을 감았다. 거대한 버섯구름이 찌 를듯한 백광과 불길을 안고 육박해왔다. 번쩍이는 섬광속에 무너져 내리는 건물과 각이 찢겨지고 이지러진 시체의 무데기가 안겨왔다. 그의 얼굴은 살기로 이지러지였다. 원가 잘못 내다봤다. 5일전쟁이요 7일전쟁이요 하는 도교와 서울의 흰소리에 랭정한 리성을 잃었던것이다. 우선 미국의 참전을 합법 화하기 위 해 꾸민 여 러 가지 책 략자체 가 매 우 소극적 이 였 다는 느낌이 이 순간 트루맨을 몹시 피롭혔다. 눈감고 아웅하는 식으 로 이미 《2자》흑은 《3자》협의로 합의를 본 미군파견문제를 가 지고 엊저녁 늦게까지 다시금 찧고 까분것도 다 소극적인것이고 완 만한것이 아닌가.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북조선과 나가서 씨비리 나 중국본토를 먹기 위한 대전쟁에 끌고나가기 위해서 구래여 이렇 게 회 의 결정이 라는것 까지 만들 필요가 무엇 인가. 모든것은 명 백 히 작성 되 고 결심 지어 진것 이 아닌가. (의정부?) 트루맨은 발음하기 힘든 지명 을 상기하며 벌떡 일 어났다. 서 류함에 접혀진채로 놓여있던 1945년판 조선지도를 꺼냈다. 미국 방성에서 편찬한 50만 대 1조선전도였다. 그는 확대경과 갓 생산되 여나온 계산기까지 들고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서울을 찾고 주변을 살피 던 그는 한치앞에 의 정부라는 도시 가 있음을 알아보았다. 거 리 204 를 재고 축척비를 보고 계산기단추를 누르던 그는 《음》하고 낮 은 신음을 쳤다. 의정부는 서울로부터 불과 10여마일밖에 안되는 거리에 있었다. 트루맨은 불시에 온몸을 엄습하는 오한을 느꼈다. 자기가 주 관하고 〈〈태평양의 씨저》〉라고 쁨내는 맥아더가 직접 작전하는 북조선공략작전이 어찌 하여 잘 안되는가 하는 의문이 무서운 공포로 미처왔다. 이제까지 확고한 결심으로 굳어졌던 계획이 흔들리였다. (중국본토에 대 한 공격은 애치슨의 말처럼 좀 두고봐야 한다. 심중해야 한다.) 트루맨은 수화기를 들고 극동담당차관보인 딘 러스크를 찾았다. 15분후에 38도선을 만든 미국인중의 하나인 러스크가 들어섰을 때 트루맨은 매우 침울한 어조로 물었다. 《당신은 현재 북조선군의 움직임을 어떻게 생각하오?》 《그에 대해서는 제가 방금 씨비에쓰 텔레비에 자료를 주고 오 는 길입니다.》 러 스크는 활기있게 다가와 마치 먼 전쟁력사를 이 야기 하듯 유 쾌하게 말을 떼 였 다. 〈〈북조선군은 서방세계에 던져진 하나의 수수께끼로 되고있습니다.》 〈〈수식사는 그만하오.》 《수식 사가 아닙 니다. 그들의 반공격 속도는 실 로 기 상천외한 것입 니 다. 그들은 리승만군대의 공격을 단 한시간동안에 진압저 지 시 키 고一》 《잠간,당신은 기 자들에 게 도 이 런 식 으로 말했 소 ?》 트루맨의 눈은 유리알밑에서 위협적인 빛을 띠고 무섭게 번뜩 였 다. 러스크는 어깨를 으쏙하였다. 《각하,저 는 오랜 군인입 니 다. » 《알고있소. 계속하오.》 《그들은 맹렬한 기세로 반공격으로 넘어와 이틀째인 오늘현 재 서 부로는 의 정 부,중부로는 춘천에 까지 이 르렀습니 다.》 《의정부에서 서울까지 언제면 들어설것 같소?》 205 《그들의 공격속도대 로 하면 리승만군이 아무리 잘 싸운다 하 더라도 3일을 넘지 못할것 같습니다.》 트루맨은 러스크의 반들거리는 눈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당신은 서 울이 점 령 될 수 있 다고 생 각하오 ?》 〈〈네.》 《그러면 어떻게 되오?》 《서울을 뺏기면 리승만군은 부산까지 도망쳐올것입니다.〉〉 《그다음?》 《거 야 대 통령 각하나 맥 아더 원수의 결심 에 따를것 이 지 요.》 《북조선군이 〈한국》을다 휩쓴 다음에 우리가 들어가는 경 우,전세는 어떻게 될것 같소?》 〈〈그건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뭐요?》 트루맨은 자기 의 분노를 간신히 억 제하며 소리 를 낮추어 계 속 했 다. 《당신은 극동담당일군으로 어떻게 그처럼 무관심할수 있소?》 러스크는 트루맨의 눈길에 외면하며 약간 짓눌린 소리로 대답 했 다. 《솔직 히 개 전전까지 저 는 리 승만군이 이 기 리 라고 믿 었습니 다. 그리 고 불리한 경 우에 도 맥 아더 의 극동군이 조금만 개 입하면 압 록강까지는 쉽게 밀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형세로 봐서… 그처럼 잘 훈련되고 장비된 리승만군이 그처럼 치밀히 작성 된 전략과 우수한 고문단의 지휘를 받으면서도 패퇴한다는것은 북조선군이 보통군대가 아니라는것입니다. 적어도 쏘련군 몇사단 이 포함되지 않았는가 하는.》 《그런 정보는 없소.》 《여 하튼 그 수수께 끼같은 반공격 을 놓고볼 때 맥원수의 군대 로만 안된다는것입니다.》 《그런데 왜 당신은 그렇게 밝은 얼굴이요.》 《각하,그곳은 수천마일의 타국입 니 다. 그리고 제 가 여기서 얼굴을 찌프렀다 해서 해결될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206 트루맨은 러스크가 사라지고 방에 자기만이 남았을 때 불안감 과 고독감을 더 크게 느꼈다. 그는 처음으로 흑시 이 전쟁에서 실 패할수 있지 않을가 하는 무시무시한 예감을 접하고 맹렬히 머리를 저 었다. 그는 량손으로 이마를 꽉 누르고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 고 하였다. 일본사람들이 심장흥분을 막기 위해 쓰는 방법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후부터 트루맨은 자주 이러군하였다. 회의속기록에 시선이 갔다. 《원자폭탄》이라는 단어가 두드 러지게 눈에 띄였다. (그렇 다. 나에게는 믿음직 한 저 주패 가 있다. 아직 미 국은 주 먹을 쥐고 겨누고있을따름이다. 이제 그 주먹이 나가면 모든것은 달라질것이 다.) 트루맨은 전화로 유엔대사 오스린을 찾았다. 아첨기어린 억양 의 말소리가 흘러나올 때 트루맨은 권위와 확신이 넘쳐흐르는 완강 한 어조로 말했다. 《유엔사무총장에게 나의 이름으로 전하시오. 오늘내로 〈유엔〉 군의 이름으로 〈한국》전선에 군대를 파견하는 결정이 내려져야겠 소. 결정이 내릴 때 당신은 미국을 대표해서 미국군참전을 웨치 시오.》 전화를 끊고난 트루맨은 방안을 앞뒤로 거닐다가 긴 쏘파에 가 털썩 물앉았다. 쏘파 팔걸이옆에는 검은 가죽의 성경책이 놓였다. 트루맨은 파르르 떠는 손으로 그 성경책을 집어들었다. 노근노근한 가죽을 감촉한 순간 그는 불현듯 자기 가 너무 어질다는데 신경 이 뒤집혔다. 그는 서기를 찾았다. 그리고 녀서기의 짙은 금발에서 향 수내를 강심제처럼 들이키며 단호히 말했다. 《쓰시 오. 도교, 더 글라스 맥 아더 에 게 . 귀관은 어떤 방법파 수단으로써 라도 서울을 사수하라. 력사는 귀관과 미합중국의 힘을 지켜보고있다. 〈한국〉관리들과 군인들에게 유엔군참전으로 고무하라. 귀관 의 성공을…》 트루맨의 무선전문이 날아간지 한시간만에 맥아더의 답전이 도착했 다. 207 《…본관은 대세를 날카롭게 주시하고있으며 조금도 비관하지 않고있 다. 안심 하도록.》 이 전문을 받아읽은 트루맨은 노발대 발하였다. 대통령이 불안해하는데 맥아더는 여전히 허장성세로 을러대는 것이다. 《허 풍선 이, 미 친 총독 !》 트루맨은 방안을 맴돌며 영국인들이 맥아더에게 붙여놓은 별 명을 끼들어 한창 질욕을 퍼부었다. 그럴수록 이상스럽게도 마음이 너누룩해졌다. (내 가 너무 신경과민이 아닌가. 서울을 내주게 된다면 아무리 허 풍선 이 맥 아더 라도 저 렇 게 흰소리 치 지 않을것 이 다. ) 트루맨은 중위가 장령을 대할 때의 신빙감으로 맥아더의 답전 을 다시금 읽어보았다. 무덤속처럼 캄캄한 도시로는 자동차불들이 어지럽게 쏘다녔다. 헌병들의 호각소리,카빙 총소리 가 겨끔내기 로 울리 였다. 달리는 차의 뒤좌석에 몸을 묻다싶이한 채병덕은 주변의 모든 현상과 외면 하려는듯 눈을 국 감고있었다. 경무대에 갔다오는 그의 마음은 몹 시 우울하였다. 《국부》랍시는 리승만의 작별전 행동은 기괴하 면서 슬펐다. 《자네넨 어찌된 일인가? 이레사이면 백두산에 태극기 꽃고… 압록강 가서 술마시고 아리 랑한다던 때 가 언젠가. 엉 ? 대 답해 봐.》 〈〈각하,저희의 통찰력이 짧았습니다.》 리승만이 노기충천하여 소리칠 때 신성모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 이였고 채병덕은 보석류며 수형따위들이 들어있을 프란체스카의 핸 드백을 우울하게 바라보았다. 《그래 신국방은 아무 근거도 없이 그 말을 되옮겼단 말인가?》 《각하,백두산은 여기서 400키로입 니 다. 하루 60키로면 이레 면 충분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로버트씨나 맥아더원수까지도 능히 가능할것으로 인정했습니다.》 《신,일국의 국방장관이 요 국무총리 인 자네 가 어 찌 타국사람에게 208 만 미는가. 순양함 한척 이 면 북벌 이 문제 없다던 자네 가 아닌가.》 《각하,죄송합니다. 그건 저의 실언이였습니다.》 《옳거 니,하지만 이제 그걸 더 따지는것도 무리지. 자네들은 이 제부터 죽기로써 전패를 막을 각오를 해야 하네. 내 엊저녁 도교의 맥아더원수에게도 독촉을 했으니 미군이 불 일간 들어올것이야. 용기들을 내게. 그럼 난 떠나겠네.》 리승만이 몸을 일으킬 때 신성모는 날째게 두걸음 내짚어 로 구의 몸을 부축했다. 리승만의 허리를 감싼 프란체스카의 손이 신 성모의 손잔등을 꼭 잡았다놓았다. 〈〈짚린(선장) 신,굳모닝.》 〈〈정말 떠나시럽니까?》 이제껏 침묵하고있던 채병덕이 육중한 몸을 떨며 한걸음 내짚 었 다. 《그럼 자네는 어쩌라는건가?》 리승만은 부석부석한 눈두덩아래 가늘고 예리한 눈길로 채병 먹이를 견줘보았다. 《각하가 떠 나면 군기 의 저 락을 어떻 게 막습니 까 ?》 리승만은 싱굿이 웃었다. 〈〈내 가는건 필승을 위함이야. 미군이 빨리 움직여 빨갱 이를 죄 없애기 위함일세. 난 자네의 소위를 나삐 생각지 않으려네.》 리승만은 채병덕의 어깨까지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채병덕은 기가 막힌 심정으로 리승만을 바래주었다. 프란체스 카의 손에 입을 맞추는 신성모의 행동에는 역기가 치밀었다. 음 흉하고 로회 하다는것밖에 볼것 없는 로망쟁 이〈〈대통령〉〉과 발라맞 추기나 잘하는 신성모따위를 〈〈국방장관》〉으로 내세워 〈〈반공》 의 《성업》을 이룩해보려 했다는것이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그길로 신성모와 함께 담배연기가 뽀얗게 감도는 국방부청사 소 회의실에 간 그는 작전토론이 아니라 전패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 냐 옥신각신하고 국방부를 수원에 옮기자거니말자거니 하는 시비속 에 들자 분연히 일어나 퇴장하였다. 그는 문가에서 신성모까지 소 스라칠 정도의 차디찬 표정으로 엄숙히 선언했다. 209 《서울사수에 동요하거나 절망하여 도주하는자는 관위여하를 불 문하고 총살하겠습니다. 나는 국방부의 제관들이 이에 모범이 될것 을 바랍니 다.》 신성 모가 회 의 실 밖에 까지 따라나왔다. 《채총장은 어찌할 셈이요?》 채병덕은 가늘게 떨리는 신성모의 손가락끝에서 담배재가 날 리는것을 보며 쓴웃음을 머금었다. 한때 영국상선의 선장에 불과했 던 신성모가 능통한 영어와 약삭바른 발라맞추기로 무초와 프란 체스카의 총애를 독점하고 국방장관자리에까지 올랐다는것으로 채병덕은 그를 시답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김구나 려운형이네를 거꾸러뜨리는데서 한폐가 되고 참모총장자리를 놓고 술한 사람이 열을 올릴 때 자기에게 지지표를 던진 신성모인것으로 하여 빚을 지고살았다. 《나는 전선을 돌아보렵니다.》 신성모는 그의 말에 매우 놀란 기색이였다. 그러나 살갑게 웃 었 다. 《지나친 만용은 삼가하시오. 당신은 군의 수뇌임을 명심해야 지. 미고문단도 수원으로 움직 일 차비 라오.》 〈〈수원으로? !》 채병덕은 격하게 소리쳤다. 계단을 내려갈 때 발을 헛짚어 하 마트면 넘어질번하였다. 《개쌍 백당놈들 !》 차에 오른 그가 누구에게라없이 욕질하자 부관이 깜짝 놀라 돌 아보았다. 《창동전선으로!》 채병덕이 재차 내치는 호령에 부관은 펄쩍 뛰다실이했다. 《안됩니다. 호위차도 없이 떠나는걸 전… 부관으로서… 용인 할수 없습니다.》 채병덕은 서청의 이름짜한 레로명수였던 부관을 새삼스런 눈 길로 보다가 지친듯 눈을 감았다. … 그는 차가 륙군본부정문에 들 이 닥칠 때 까지 꼼짝 않고있 었 다 당직 장교가 뛰 여 나왔다 210 《하우즈만대위가 있소 ?》 《고문단에 가겠다고 했습니 다.》 《흠. )) 채병덕은 왜서인지 이 순간 심한 피곤과 허랄감을 느꼈다. (그만둘가?) 비대한 몸집을 무겁게 일으켜 차에서 내렀다. 그가 작전국상 황실에 들어가 정황보고를 받고있을 때 부관이 나타났다. 《뭐야?》 《창동전선으로 가시자고… 호위 차는 다 준비했습니 다.》 ((•■•)) 채병덕은 부관을 거의 중오에 차서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 눈길과 달리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그렇지,가야지.》 채병덕은 달리는 차안에서 도대체 자기가 무엇때문에 인민군 대의 원거 리포탄이나 일선장교들이 공포속에 부르짖는 인민군땅 크에 잘못될수도 있는 전선에 나갈가 하고 생각하였다. 한나라의 《대통령〉〉도 룩본담당의 하우즈만대위도 다 도망쳐버린 이 판국에 자기가 무엇때문에 가는가. 그래 자기가 가서 과연 무엇을 바로 잡을수 있단 말인가. 자기의 명령에 《네.》하기전에 먼저 담당고 문의 얼굴을 쳐다보는 등신같은 사단장,련대장들한테서 무엇을 기대하며 또 하우즈만의 조언이 없이 자기가 전방방어진에 대해 서 무슨 변화를 줄수 있단 말인가. 채병덕의 눈앞에는 신성모의 여유작작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자는 리승만이 나 무초의 눈에만 삐뚜로 나지 않으면 된다 고 생 각한다. 나라가 위급하든말든 관계 없다. 그저 아무데서나 편안히 잘살면 그만이라는것이다. 망한다 해도 그는 아무 미련없이 이 땅을 떠날것이다. 옛날처럼 영국상선의 선장이 된다던가 망명정 부의 고관으로 되여 일신의 안락만 추구할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것이다.) 채병 덕은 순간적 으로 자기 야말로 이 땅에 서 《공산주의 피 물》 과 맞서 일떠선 투사라는 감정에 도취했다. 그는 가끔가다 이렇 211 게 자가당착의 모순된 생각속에 집념할 때가 많았다. 이럴 때면 그 는 자기가 반생을 넘도록 일본인행세를 하며 일본군의 소좌로 있었 다는것도 또 지금은 한갖 형식에 불과한 《대한민국》군의 참모 총장일뿐이지 실제로 미군사고문단의 지시집행자인 피뢰에 불과 하다는것을 망각하군하였다. 이때 누구든 그를 《피뢰》라고 하 면 진심으로 분격했을것이다. 바로 이러한 모순,자기의 처지와 놀아야 할 역 을 때때 로 망각하는것은 그로 하여금 2중성격 자로 되 게 하였다. 그는 새벽 어둠이 씻겨져나가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물을 벗 긴 포가위 에 서 덩 이밥을 씹 고있는 사병 들이 지 나가는 차를 눈이 덩둘해 보고있었다. 한 장교가 차를 세웠다. 《각하,더 나가면 공산군진지 에 가닿을수 있습니 다.》 채병덕은 문을 열어제낀채 전장을 바라보았다. 길옆 밭을 갑 자기 뚜져 판 전호마다에는 다갈색 군복의 사나이들이 빼곡이 엎디 여있었다. 드문드문 2.82 인치 로케트포가 보였다. 채병덕은 약간 둔덕 진곳에 있는 기 관총좌지 를 보자 한마디 위 엄있게 하였 다. 《음폐와 위장을 잘해야겠소.》 그는 자기를 향해 끗꿋이 선 사단참모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래일아침도 난 군을 여기서 볼걸 기대 하오.》 차에 오른 채병덕은 7사가 있는 방향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그 런데 얼마 안가서부터 귀에 선 포사격이 우렁차게 울러왔다. 차가 아카시아꽃이 너저분히 떨어진 야산사이로 빠져나가는데 갑자기 열댓명의 흙투성이사병들이 달러왔다. 《뭐야?》 채병덕이 놀란 소리를 지를 때 부관이 더 바빠맞아 소리쳤다. 〈〈차를 돌려야지요?》 채병덕은 〈〈그래라.〉〉하고 혀끝까지 오른 말을 삼키며 앞을 묵 묵히 쏘아보았다. 뒤미처 백여명은 넘을 군인들이 길로,산으로 쓸 어달러왔다. 채병덕은 되돌아서고싶은 마음의 요구와는 달리 턱을 덜덜 떨며 차문을 열어젖히 였다. 총소리 가 자지 러지게 울렸다. 그러 나 그는 총소리 가 몇 키 로메터밖에 서 울리는것 임 을 알았다. 212 《뭐야?》 채병덕이 뛰여 나가며 소리 칠 때 호위 차의 성 원들도 그를 옹위 하며 《뭣들이 야?》하고 소리 쳤 다. 모자도 없이 머리를 짓숙이고 달려오던 사병이 흠칫하고 서며 채병덕을 올려다보고 곳곳이 굳어졌다. 뒤미처 달려오던 사병들 은 우뚝우뚝 멎어서며 겁질린 눈길을 어디다 건사할지 몰라 갈팡거 렸다. 부관은 안절부절 못하며 채병덕에게 말했다. 《각하,공산군 게 릴라가 들이 닥친것 아닙 니 까?》 《뭣 이 ?» 채병덕은 흠칫 몸을 떨며 자기의 마음속 공포를 드러내게 한 자 극적인 말에 격분하여 부관을 쏘아보았으나 인차 래연한 기색을 지 었다. 부관은 굳센 각오의 빛을 하고 엄숙히 차렷자세를 했다가 홱 돌아섰다. 《쌍, 태 를 거꾸로 감고 나온것들 !》하며 눈을 부라 리던 부관은 한 중위가 뒤걸음치는것을 발견하고 매가 꿩을 덮치듯 달려들어 끌어내왔다. 《누구야?》 부관의 물음에 스물대여섯살난 중위는 낯이 새파랗게 질려 《중… 중대 장입 니 다. » 하고 겨 우 말했 다. 채병덕은 그자를 향해 다짜고짜 방아쇠를 당겼다. 《악》하 는 단말마의 비명에 사병들은 낯이 새까매서 얼어붙은듯 굳어졌다. 채병덕은 발밑에 쓰러져 시뻘건 피가 꿈틀거리며 흘러내리는 중 위의 시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권총을 갑에 넣었다. 불쑥 앞의 대 렬속에서 악쓰는 소리가 울렸다. 《나도 쏴•라 !》하며 달려드는것은 대위였다. 채병덕은 화닥 닥 놀라며 권총집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나 부관이 더 날쨌다. 그 는 대위의 복부를 면바로 차 거꾸러뜨리고 재차 그자의 멱살을 치 켜들고 귀쌈을 갈겨댔다. 대위는 펄쩍 물앉았다. 그리고 땅에 머리 를 박고 통곡했다. 《년 누구냐?》 채병덕은 매우 온화한 목소리로 물었다. 부관의 발길이 대위 의 면상으로 또 나가려는것을 막으며 대답을 지켰다. 순간적발작에 213 서 깨인듯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을 쳐든 대위는 가까스로 일어나 며 입에 묻은 피를 닦고는 기척을 했다. 《7사 20련대 작전관입 니다.》 《어찌된거야?》 〈〈저흰 고문관님의 명령으로 반돌격에 나갔습니다. 무공을 세 울 때라고 련대장님이 친히 앞장섰는데 공산군의 반격에 련대장 님이하 대대가 전멸一》 《성대령이 전사했단 말이야?》 《네.》 《그렇다면 함께 전몰되던가 복수를 해야지.》 《목숨이 아까와 도망쳐오는게 아닙 니다. 공산군은… 악마입 니다. 그놈들은 저 의 집과 땅을 빼앗았습니 다. 그놈들을 없애기 전에는 난 죽을수도 없습니 다.》 대위는 피거품을 물고 부르짖었다. 《너희들이 싸우던곳이 어딘가?》 그 말에야 대위는 정신을 차린듯 주위를 둘러보다가 고개를 떨 구었다. 《너 흰 전선에 서 20리 나 도망쳐왔단 말이 다. 그리 고도 〈멸공 통일》할수 있는가?》 채병덕은 대위가 낯이 파래서 부들부들 떠는것을 흡족히 바라 보다가 의뭉스런 미소를 지 었다. 《대위,년…》 채 병 덕은 생 사여 랄권을 쥔 자기 의 권력 에 대 한 쾌 감을 음미 하며 잠시 있다가 너그러운 아량을 보이기로 결심 하고 부드럽게 말했 다. 《이제 30분내로 진지를 차지하라. 만약 네가 자기 진지에서 공 산군을 저지시키면 모든것을 용서하겠다. 하지만 다시 이런 일이 있다든가,진지 를 내주는 경 우엔 이 참모총장이 직 접 너를 재 판없 이 총살하겠다.》 《하 !》 《일군에 있었는가?》 《네. 그렇 습니 다,각하.》 214 《좋다. 일본은 나쁘지만 그들의 군인정신은 본받을바 있다. 너 를 대대 장으로 임 명 한다. 지 휘 해 라.» 《각하, 감사합니 다.» 대위는 눈물이 그렁해 경례를 붙이고 사병들의 무리를 향해 꽥 소리질렀다. 《전체 기착 ! 참모총장님을 향해 경례一엣.》 사병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공포와 악의에 찬 눈길들이 흘깃 거렀다. 대위를 따라 억지로 끌려가는 사병들의 불안에 찬 느릿 느릿한 동작을 바라보는 채병덕의 심정은 우울해졌다. (모두가 저 대위처럼 《멸공》정신이 투철한자들이라면 얼마나 좋을가. 사실상 저 대위는 순간적으로 공포에 사로잡혔을따름이다. 그렇게 볼 때 저 대위는 제 한목숨을 먼저 생각하여 도피소동 을 피우는 대통령이랍시는 리승만이나 국방장관 신성모보다 몇배나 더 낫다. 모두 개 쌍놈들뿐이 지 ! ) 채병덕은 자못 비분강개하여 주먹을 틀어쥐였다. 속이 음울해 오고 피가 끓어올랐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둔덕에 올라 쌍안 경으로 방어전방을 살폈다. 줄줄이 파진 전호너머 포뿌라가 듬성한 공지쪽을 훑어보던 그는 갈대와 잡초가 설렁거리는 속에서 인민 군산병선을 발견하였다. 모자에 빨간줄이 있는 군관이 자기쪽을 향 해 손짓하는것을 보며 가슴이 섬씻했다. 그는 쌍안경을 내렸다. (한시 간이 면 여 기 에 닿을수도 있다. ) 하지만 그는 내색 하지 않고 돌아서 군화목까지 잠기는 흙비 랄 로 천천히 걸어내러왔다. 비젖은 흙은 그의 육중한 중량이 실린 발 밑에서 밀려내려갔다. 부관이 그를 부축하였다. 차에 이른 그는 비 랄길을 내리며 지체된 시간을 단축하려는듯 매우 날랜 동작으로 올 랐다. 부관이 신발에 묻은 흙을 터는것을 보고 잔뜩 화가 나 소 리쳤 다. 《월해,빨리 가자.》 그 순간 그는 자기가 쏴죽인 젊은 중위의 시체를 보았다. 진 창에 떨어진 아카시아꽃잎을 물들이며 거무스레한 피가 퍼져흘렀 다. 심한 오한과 구토감이 치밀었다. 215 (나도 총알에 맞으면 저렇게 될수 있다.) 불시에 죽음에 대한 공포가 무섭게 엄습해오며 삶에 대한 본 능적애착이 그의 온 심신을 결박해버렀다. 채병덕은 달리는 차안에 서 무선으로 7사단장을 호출하였다. 그리고 북동 5키로지점의 인민 군산병 선에 곡사포사격 을 가할것을 명 령 하였다. 서 울시 내에 들어서 자 얼마간 마음이 진정 되 였다. 길목마다 설 치된 바리케트들과 직사포진지들을 에돌며 록본에 도착했을 때 분명 도주했다고 생각한 하우즈만대위가 자기의 종졸과 함께 채 병덕의 방에서 기 다리고있었다. 《나는 새벽에 수원에 갔댔습니다. 고문단이 그리로 옮겼기때 문입니다. 도교와의 통신련락의 신속성과 기밀보장으로 그리로 옮긴것 이 지 요. 도교에 서 는 서 울을 무조건 사수하라는 명 령 입 니 다. » 《그래서 왔소?》 채병덕은 군화에 더덕더덕 붙은 진흙을 양복솔로 긁어내리며 무 심한 표정을 짓고 물었다. 하우즈만은 대답은 피하고 《륙본의 결 심은 어떻습니까?》하고 은근히 물었다. 허리를 굽히고있어 얼 굴에 피가 몰린 채병덕은 하우즈만의 깊숙한 눈확에서 불안스럽 게 번뜩이는 눈을 맞바로 한참 보았다. (그래 너는 너희 상급에게서 쫓겨 이리로 온셈이구나. 분명 서 울을 못지키면 모가지라는 소릴 들었겠지. 그런데 너는 이제 불 길속에 휘말릴 도시에 있고싶진 않을것이다.) 채병덕은 음울한 어조로 말했다. 《룩본은 병사와 애국시민들과 함께 여기서 결사전을 하려고 합 니 다. » 하우즈만의 낯색 이 창백해지 였다. 그러 나 그도 래연한 빛으로 웃었 다. 《미 스터 채 는 황군의 옥새 주의 를 따로려 는것 이 아닙니 까. 전 쟁을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머리는 아껴야 합니다. 륙본은 당신네 군대의 머리입니다. 머리만 있으면 병사는 얼마든지 생김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소?》 채병덕은 잔뜩 늘어붙은 소리로 되물었다. 216 하우즈만은 얄팍한 입술을 혀로 핥고 날카롭게 채병덕을 일별 하였다. 《현대전에서는 통수부의 인물이 일선에 나가는것 이 아닙 니 다. 우리가 발전된 통신기재로 당신네를 장비시 킨것은一》 그자는 말을 채 맺을수 없었다. 싸이렌소리가 울리고 뒤미처 직 일장교가 뛰여들었다. 〈〈항공입 니 다.» 하우즈만은 화닥닥 일어섰다. 그는 눈살을 찌프리고 내쏘듯 말 했 다. 《이런 상태에서 작전을 제대로 할수 있습니까?〉》 그 위협적인 살기어린 눈을 쳐다보던 채병덕은 자기가 져야 한 다는것을 알았다. 《난 룩본을 이미전에 후보지로 정했던 시흥으로 옮겼으면 합 니 다. )) 하우즈만은 마치 깊이 생각하는듯 눈섭을 낌벅거렸다. (개자식,썩은 다꾸앙이나 처먹고 설사나 곽 만날 여우새끼같 은것 . ) 채병덕은 속이 뻔한 연극을 하는 하우즈만에게 골탕을 먹일수 없는것이 한스러웠다. 하우즈만이 고개를 쳐들었을 때 그 눈과 얼 굴에는 매우 진지한 사색의 빛이 흘렀다. 주요한 전략문제를 결 론하듯 이제까지와는 판달리 매우 뜨직뜨직한 말씨로 입을 열었다. 〈〈난 채총장이 그렇게 결심한 이상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원가 생각하는듯(허나 채병덕은 이자가 무슨 생 각을 하는것이 아니라 공산군항공기의 비행음을 듣고있음을 알았 다. ) 눈을 포프리고있다가 갑자기 결심이 생긴듯 헌헌한 태도로 계 속했 다. 《그럼 내가 먼저 가겠습니다. 륵본이동에 대하여 고문단에 통 고하고 맥 아더원수의 사령부에 보고도 하고…》 《감사하오. )) 채병덕은 울며 겨자먹기로 강잉히 웃음을 띄웠다. 하우즈만은 방에서 나가다가 되 돌아섰다. 217 《한강교폭파준비는 어떻게 됨니까?》 《포치 되 였소.» «〈매사에 불여튼》이 라는 당신네 성구는 좋은것입 니 다.》 하우즈만이 사라지자 채병덕은 신성모에게 전화를 걸고 작전 국에 장성회의소집을 명령했다. 신성모의 참가하에 열린 장성회 의에서 륙본이동에 대한것이 결정되였다. 제일 기태한 사람은 신성 모였다. 룩본이동은 비밀리에 진행되였다. 시흥에 도착한 채병덕은 보병학교 교장실에 자리를 잡고 첫 사 업으로 서울전방 사단장들과 전화교신을 하였다. 7사와 2사 사단장 이 인민군대의 맹렬한 공격을 떠들며 철퇴를 운운해오자 그는 같은 계급의 동료에게 군사재판으로 위혁하며 한걸음도 움직이지 말라고 을렀다. 그다음 종졸이 날라온 점심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위 스키를 부어 배를 업힌후 비프스레끼 한점을 집어드는데 모터찌 클과 승용차의 발동소리가 요란히 울리고 뒤미처 왁자하는 소음 이 복도를 채웠다. 채병덕이 엉거주춤히 일어서자 마당에 넉대의 승용차가 들이닥치고 첫 차에서 레 인코트를 걸친 칼칼한 얼굴의 미 국인이 뛰여내 렸다. 전쟁전날 작전계 획도를 가지고 도교의 맥 아 더 사령 부에 갔던 주한미 군사고문단 참모장 라이 트대좌였 다. 로버 트준장의 대리로 실제적인 한국통수자인 그를 본 채병덕은 막연 한 불안과 함께 막연한 희망을 안고 나프낀으로 입술을 재빨리 닦 으며 문가로 걸 어 갔다. 그가 문을 열 고 복도로 나갔을 때 성칼스러 운 목소리가 을렀다. «〈둥보〉채는 어데 있소?》 그 소리에 채병덕은 얼굴이 지지벌개졌다. 미군장교들속에서 자 기의 성에 《둥보〉〉를 불여 이름대신 부른다는것을 알았으나 라 이트가 술한 하졸들이 있는데서 그렇게 부트는데는 아연하였다. 채 병덕은 더 나가지 도 들어 가지 도 않고 그대 로 바위 처 럼 굳어 져 있 었다. 타이트가 나타나자 기계적으로 손을 올렸다. 라이트는 컴 컴히 흐려진 채병덕의 눈길과 마주치자 개짖는것처럼 표독스럽게 웨쳤 다. 218 《당신은 왜 여기 와있습니까?》 채병덕은 돌덩이를 삼킨 사람처럼 낯을 일그러뜨렀다. 라이트 는 지금상태로는 채병덕을 누를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더 말없이 그 의 옆을 스쳐 채병덕의 방으로 들어갔다. 뒤따르던 신성모가 채 병덕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채병덕이 치받치는 울화를 간신히 제 어하고 들어갔을 때 라이트는 왜정때 유물인 등받이에 국화꽃문 양이 새겨진 안락의자에 주저없이 앉아 신성모를 보며 물었다. 《나는 당신네 군부수뇌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에 유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맥아더원수는 나에게 서울을 무조건 사수할데 대하여 명령을 주 었습니다. 이것은 트루맨대통령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현재 당신들의 행동은 우리 미국정부와 시민들에게 커 다란 실 망을 줍니다. 더구나 록본까지 서울에서 도망쳐 이 촌락에 숨어 배긴데 대하여 맥아더원수는 몹시 노하였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매 사람의 인끔이 평가될 때라고 맥아더원수께서 얘기가 있었습 니 다.» 라이트는 우연인듯 채병덕을 힐끔 쳐다보았다. 《륙본은 이 즉시 본위치로 옮겨가야겠습니다. 알겠습니까,채 총장.》 채병덕은 거대한 무게로의 압박감을 느끼며 우울히 대답했다. 《그리 하겠습니다.》 타이트는 싱그레 웃으며 주머니에서 돌돌 만 전신지를 꺼내들 고 마치 전지전능의 신비력이 담긴 물건인듯 살피다가 채병덕에 게 내밀었다. 《채총장,이걸 보십시오.》 채병덕은 주변환경이 요구하는데 따라 남의 의지에 인도되듯 공 손히 그것을 받아들었다. 모르스부호를 따라나가며 써넣은 보라 색 글자를 보던 채병덕은 숨이 가빠올랐다. 《맥 아더로부터 타이트에게. 귀관은 본위치 로 돌아가라. 머 잖 아 중대 한 변화가 생 긴다. 안심 하도록 ! •••» 219 라이트는 방금까지의 신경질적인 태도를 버리고 곰살궂게 웃 으며 채병덕에게 다가와 전신지에 쓴 《변화》〉라는 글자를 반지 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이것이 월 의미하는지 알겠지요?》 채병덕은 이 순간 라이트라는 사람은 한갖 대좌가 아니라 이 나 라의 운명은 물론 자기의 운명까지 쥐고있는 미국이라는 힘의 대표 임을 새삼스럽게 절감하였다. 《알고있습니다.》 타이트는 웃었다. 그는 벗어쥔 장갑으로 손등을 특특 치다가 웃 음을 거두고 말했다. 《채총장이 알고있는것은 우리 미국군대의 참전이겠지요. 물 론 그렇 습니 다. 그러 나 그뿐만아니 라 영 국, 프랑스, 뛰 르끼 예,필 리 핀 등 수십개 나라를 망라하는 〈유엔군》이 올것입니다. 이것은 아직 까지 는 비 밀 입 니 다. 당신들만이 알고있어 야 합니 다.» 라이트는 매개 사람을 굽어보다가 작전탁앞으로 걸어갔다. 신 성모에게 량해를 구하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매우 공 식적인 어조로 결패있게 말을 떼였다. 《나는 죤 처치준장으로부터 도교사령부의 취지를 전달받은후 현재의 불리한 정세를 회복할 방안을 연구했습니다.》 그는 커다란 작전지도를 레블에 펼쳤다. 지도의 량가넉을 두 손바닥으로 누르고 엄엄한 눈길로 사람들을 둘러본후 주로 채병 덕에게 시선을 주며 설명했다. 《미군전투사단이 올 때까지 당신들은 지연전,소모전을 하여 야 합니다. 그러되 우리는 최상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한 몰트케 장군의 지론을 지침으로 삼아야 합니다. 여기一》 라이트는 동부의 적갈색 산줄기를 길다란 손가락으로 죽 훑어 내렸 다. 《당신네 6사가 지켜선 산줄기를 우리는 하나의 요새로 만들 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상대하는 공산군은 게릴라전의 풍부 한 경험을 가진 군대인것으로 만약 이 중동부의 산줄기들을 내주는 날에는 미군이 들어올 경우에도 상당한 지장을 받을수 있다고 맥원 220 수께서 경종을 울렸습니다. 그러나 기본은 어디까지나 서울입니 다. 그러면 어떻게 서울방위를 할것인가. 나는一》 타이트는 오른손을 모재비로 세우고 춘천과 서울사이로 칼처 럼 들이밀었다. 채병덕은 바싹 긴장하였다. 타이트는 그의 긴장 된 시선을 보자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 이 였다. 《그렇습니다. 나는 절단기습작전을 결심했습니다. 한개의 강 력한 사단으로 인민군 53사와 52사의 린접점 아니 현재는 그 린 접점이 없습니다. 당신네 용감한 6사 장병들이 중부의 52사를 견제 함으로써 보시 오. 인민군 53사는 여 기 미 아리앞까지 이 르렀으나 52사는 저 기 춘천을 겨 우 벗 어났습니 다. 바로 이 공간지대를 한개 사단이 진입하여 53사의 허리나 배 후를 들이치면 서울진공작전을 꾀하던 인민군사령관은 어떻게 할것 같습니 까. » 타이트는 감탄하는 상의 신성모와 눈섭을 중깃거리는 채병덕 을 일별하고나서 책상을 가볍게 치였다. 〈〈퇴 각을 명 령할것 입 니 다. 왜 냐하면 적사령관도 전쟁 경험 이 풍부하니만치 역포위에 들수 있다는것을 알고 한발 물러서 전반 적 전선의 균형 을 보장하려 할것 입 니 다. 이 시 간,이 황금의 시 간 은 서 울을 구하는 시 간이 면서 우리 의 강유력한 미 군이 전면적 으 로 전투마당에 뛰여들 때 까지 의 여 유를 만들어 줄것 입 니 다. 미군 사단들이 개입된 다음에는 전선이고 전술이고 머리아픈 토론은 없을줄 압니 다. 채총장,어떻게 생 각합니까? …》 채병덕은 라이트의 미간에 주름이 깊어지는것을 보지 못하고 물 었 다. 《그런데 그들이 레일이나 모레 서울로 쳐들어오는 경우 어떻 게 됨니까?》 채병덕은 창동전방에서 본 인민군의 공격산병선을 그려보았던 것이다. 그의 물음에 신성모도 타이트도 억이 막히다는 눈길로 웃 었 다. 라이트는 채병 덕 의 심 각한 얼굴색을 알아보고 정색하여 대 답 했 다. 221 《채총장,당신도 말하지 않았습니 까. 바로 중부의 52사가 서 울포위 를 위한 부대 라고… 그들은 여 러 사단이 수비하는 대 도시 공격에 더구나 천험의 요새마냥 산에 둘러싸인 이 도시 공격에 린 접이 없이 덤벼드는 햇내기가 아니라는것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정면으로 결박하고 52사로 하여금 익측이 나 후 방을 갈기게 하고 들어오자는것입 니다. 이 전술은 우리도 앞으로 연구할 매우 훌륭한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도교나 여기엔 그 모든것 을 알아맞히는 머 리 가 있는것 입 니 다. » 라이트의 말에 가벼운 웃음이 실내로 줄달음쳤다. 그러나 채 병덕만은 생각에 잠겼다. 신성모따위들이 한개 대좌에 불과한 라이 트의 말에 어떻게 하면 재빠른 찬동과 감탄의 반응을 보이겠는가 눈치만 살필 때 미군참전이라는 강심제 로 기 분을 회 복한 채병 덕 은 어 떻게 하면 보다 완벽한 작전을 세 우겠는가 하는것 에 자기 의 군사적지식 과 두뇌를 깡그리 동원하는것이 였다 〈〈아직 리해 안되는것이 아닙니까?》 《두가지 문젭 니 다. 방금전에 들어 온 보고에 의하면 중부의 52사는 그들의 가장 유능한 오랜 빨찌 산인 최 현이 지 휘한다고 합 니 다. 만약 이 52사를 순전히 서울점령의 보조타격부대로만 생각하 다간 큰 실 수가 빚 어 질수 있습니 다. 그들이 서 울쪽을 위 협하다가 중부회 랑으로 그냥 내려오는 경우 아군은 전반이 절단될수 있습 니 다.» 《그럴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6사가 그들을 막고있고 또 새로 투입되는 사단이 그 인민군 52사와 53사사이에 뛰여들어 53사 를 역포위할듯이 하여 놀래운후 52사를 옆으로 쳐갈기면 다 풀릴것 입 니다. 이미 도 2 L 에서까지 인민군 52사의 진출기도를 포착하고 그 진출로를 5공군의 비행대로 봉쇄하게 하였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인민군 52사와 53사사이에 쾌기칠 사단 이 없습니다.》 《여보 채총장.》 신성모가 답답한듯이 대화에 뛰 여들었다. 222 《거 야 후방사단을 긴급출동시키면一》 〈〈후방사단이 어데 있습니까?》 채병덕이 독살스럽게 내쏘자 신성모는 눈이 올롱해졌다. 그러 나 어조는 침착하였다. 《이제 미군참전만 알려지면 구름모이듯 군대들이 생겨 날것 이 요. 그 보장은 내 가 말겠소.》 채병덕은 도저히 신빙성이 없는 들든 장담이라고 여겼으나 더 할 말이 없었다. 타이트가 또 다른 질문이 없는가고 물었을 때 죤 피리트대위가 일어섰다. 《국방장관각하에게 한가지 묻고저합니다.》 〈〈말하시오,대위.》 신성모는 호의적웃음을 띠우고 그를 바라보았다. 튼대위는 음울한 눈길로 신성모를 주시하며 말했다. 〈〈저는 일정한 정보선을 통해 서울시내에 공산게릴라가 준동 하고있으며 그들과 결탁밑에 서대문,마포 형무소들에서 폭동이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조처하시 겠습니까.» 《그건 내무장관의 관할 문제요.》 《각하,외람된 말씀이지만 그것은 국무총리라는 각하의 직함 으로도 응당 처 리 하여 야 할 문제 가 아닙 니 까.» 신성모는 당황해서 채병덕을 보았다. 채병덕은 쓴웃음을 머금 었다. 일개의 국무총리가 미군대위의 추궁에 어쩔바를 모르는것 에 화가 났으나 한편 우스웠던것이다. 500년전의 보신각종우에 독수리가 앉아있는 마크를 어깨에 붙이고 눈을 내리든 대위를 다시 봤을 때 채병덕은 순간적인 반발감을 느끼며 신성모에게 말했다. 《주모자급들부터 처치 하면 되지요.》 신성모를 보고 한 말이였으나 튼이라는 대위가 성급히 받아나 섰다. 〈〈좀습니 다. 전시이 니 군에 서 담당하면 좋을것 입 니 다.》 이 대위는 미중앙정보국 요원이였다. 그의 폭동설은 완전히 꾸 며진것이였다. 그러나 상부로부터 서울을 내주는 경우《부역자》〉 223 들을 다 없애라는 지시를 받고 묘하게 데마를 만들어 학살조직을 은밀히 사촉한것이였다. 신성모는 채병덕이와 그의 제안에 절대 찬 성하는 존대위의 얼굴을 보다가 그제야 국무총리 겸 국방장관으 로서의 자기 위치를 자각했던지 엄숙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로 말 했 다. 《순천_려수계 폭동자들과 제주도패들부터 처리해야겠소.》 채병덕은 고개를 끄덕이는것으로 동의를 표시하였다. 라이트는 그러한 채병덕을 매우 신뢰어린 눈빛으로 보았다. 잠 시후 서울로 들어가는 승용차에서 채병덕의 옆에 앉은 라이트는 더 없는 친절과 믿음을 풍기며 속삭였다. 〈〈이제부터 모든 문제는 서울에 달려 있습니다. 서울의 운명은 곧 나나 당신의 운명 입 니 다.» 채병덕은 그 말에 은연히 품고있던 그에 대한 불만조차 거의 잊 고말았다. 한강교를 넘어설 때 그들은 뜻밖의 환영대렬파 부및쳤 다. 타이트가 그토록 비밀로 강조한 《유엔군참전》과 〈〈미군참 전》이 어떻게 새여나갔던지 환영나온 유지신사들이 든 프랑카드와 머리에 동인 수건에는 〈〈서울을 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글발 파 함께 〈〈환영 미군참전》,《환영 유엔군참전》이라는 글자가 띄여 놀라움을 금할수 없게 하였다. 채병덕에게는 힘과 고무로 안 겨드는 감동적인 화폭이였다. …그 구름은 분명히 적란운이였다. 번개를 떤 그 구름속에 들 어가면 비행기는 폭파될것이였다. 운학이는 자연이 주는 이 도움을 고맙게 생 각하였다. 모름지기 도하수송대의 지휘관인 공병파장도 군사부사단장도 그렇게 생 각했을것 이 였 다. 비 구름이 다. 얼 마나 고마운가, 적기는 못올레 니 어서 가자, 남 한강으로 ! 패잔병들의 먼 총질에는 외눈도 돌리지 않았다. 《항공 !》과 《음폐 !》구령이 떨어졌을 때는 이미 적기들 은 그들의 머리우에 나타났다. 무수한 까만 점들이 삽시에 십자 가의 형래로 변했다. 따르탁 ! 그 소리는 신호였다. 달리던 자동차 가 훌 들리고 눈앞에 번개가 번쩍였다. 림운학은 운전칸지붕에 머 224 리를 짓포으며 차에서 굴러내렸다. 화약내를 떠실은 폭풍이 그를 떠실어 몇메터가량 뿌려던졌다. 온몸이 지근지근 쏘고 눈앞이 캄캄 했다. 눈을 뜰수 없었다. 손바닥으로 땅을 더둠었다. 돌멩이,따 끈따끈한 쇠조각이 잡혔다. 파편인가 아니면 부서진 자동차의 잔해 인가,나무와 뺑끼가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귀청을 긁어대며 급 강하하는 적기의 비행음,기관총사격과 동시에 일어나는 폭탄의 폭발,땅은 지진을 만난듯 떨었다. 흙비가 돌덩이와 함께 그의 어깨 며 잔등을 두들겼다. 운학은 군관학교 강실에서 배운대로 될수 있 으면 배를 땅에 붙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가까운곳에서 폭 탄이 터질 때마다 밀어쳐오는 폭풍과 땅의 진동에 그는 몇번이나 태질을 당하였다. (이렇게 죽는가.) 그는 폭격의 중심권에서 헤여 나가려고 했으나 첫 폭발에 눈이 상했는지 아무것도 분간할수 없었다. 눈은 불맞은것처럼 따끔거 렀다. 그는 손을 들어 얼굴을 쓸어보았다. 흙부스레기와 껍진한 진 흙이 매달려있었다. 와락 긁어내렸다. 눈물이 솟구치며 캄캄한 밤중에 별빛이 흘러드는 창문을 보았을 때처럼 주위가 희스름한 빛 속에 안겨왔다. (눈에 •이 들어갔구나.) 그는 아까 운전칸 창문에서 본 풀어놓은 천필처럼 나타나던 강 물을 생각하였다. 폭음과 아우성이 차넘치는 속에서 강의 여울물소 리를 귀담아들으려 했다. 그리고 기여갔다. 시 원한 강바람과 물 비린내를 말으며 일어나 달렸다. 발길이 물에 닿는 순간 풍덩 물앉 으며 두손으로 얼굴에 물을 끼없었다. 그것으로 성차지 않자 자 맥질하듯 물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두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손 으로 눈을 씻었다. 쇠꼬치로 쑤셔대는듯 아파나는것을 참았다. 어린 시절 눈앓이를 할 때 소금물사발을 들고나온 어머니가 싫다고 앙랄을 쓰는 그의 머리를 젖내풍기는 가슴에 안고 눈을 씻어주던 일이 불쑥 떠올랐다. (어머니 한레 편지 를 써 보게 될 가. ) 숨이 막혀 얼굴을 쳐들자 주변이 한결 밝아졌다. 그는 고개를 225 번쩍 쳐들었다. 머리우로 허연 배때기를 번쩍이며 적기가 날아지났 다. 운학은 다시 물속에 잠겨들었다. 그러기를 몇번… 물속에 서 다시 솟구쳐 나온 그는 고막이 《앵_》하고 진동하 는것을 느꼈다. 그의 눈앞에는 스산한 광경이 펼쳐졌다. 뽀얀 안개 가 자욱히 서린 강녘과 길에는 45미리포와 76미리 산포를 끌던 말들이 향방없이 달리고 불타는 자동차와 빠름(경도하창)주변에 서 군인들이 뛰여다녔다. 말을 탄 기마수가 사방에 뛰여다니며 뭐 라고 소리쳤다. 운학은 적기가 사라져간것을 알고 비칠거리며 강에 서 걸 어나와 자기 가 타고있 던 자동차쪽으로 걸 음을 옮겼 다. (다 부서 졌구나,다. ) 운학은 몇분동안에 사단의 도하기재와 적지 않은 포와 자동차 들이 녹아난 사실앞에 너무 기가 차서 우들우들 몸을 떨었다. 《월하고있소?》 그는 박격포탄상자를 메고 걸어오는 한 군인의 힐난에 찬 부 르짖 음에 정 신을 차렸다. 낯모를 포병군관이 였다. 그 군관은 비 난과 의 흑어린 눈길로 보다가 거 칠게 말했 다. 《짐 이 없는 군인들은 직위병 종 여하를 불문하고 포탄을 나르 게 되였소. 사단장동지의 명령이요.》 이때야 운학은 말을 타고 번개같이 앞뒤로 달리는 군인이 최 현장령임을 알아보았고 불타는 자동차들에 까맣게 달라붙은 군인들 이 날라가야 할 《짐》과 〈〈포탄》을 찾으러 한다는것을 알았다. 《빨리 움직이오. 사단장동지가 시퍼렇게 성이 났소. 빨리 맞 은편 대안에 넘어가라는거요. 적기가 또 날아올수도 있거든… 너무 슬퍼 마오. » 군관은 굳어 져 서 있는 운학에 게 마지 막으로 동정조의 말을 남 기고 강으로 들어섰다. 그의 뒤 를 따라 온통 흙투성 이 의 군인들 이 따랐다. 운학은 저도 모르게 최현장령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 현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있었다. 마상에 앉은 그는 불타고있는 경도하창을 보며 동상처럼 굳어져 까딱하지 않았다. 그가 탄 말 의 한쪽 허벅다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땀에 번들거리는 말의 궁 둥이가 이 따금 푸들푸들 경 련 하듯 떨 었 다. 운학은 못볼것 을 본듯 226 가슴이 아릿하여 포탄차에로 다가갔다. 운전칸은 뭉청 날아났으 나 포탄이 튀지 않은것이 놀라왔다. 그는 기계적으로 상자를 메 워주는 한 군인에게서 포탄상자를 받아들었다. 몹시 무거웠다. 그는 경도하창을 가설하기 위해 박아놓은 말뚝에 하마트면 부 및칠번하였다. 물속에 들어가서는 몇번이고 넘어질번하였다. 어 떤곳은 물이 목에까지 차올랐다. 대안의 버들숲에까지 이르며 두번 이나 물을 먹었다. 여기저기서 옷을 벗고 쥐여짜는 군인들속에 섞 여 그도 옷을 벗 어 짰다. 웃주머 니에 있는 딴딴한 지갑을 감촉하고 군인중과 함께 있는 어머니와 련화의 사진이 못쓰게 되였을것이 라는것을 생각했을 때는 다 짜고난 뒤였다. 《…이 상태에서 쳐나갈수 있을가.》 《중포나 싸마호트(자동포)들이 하나도 못건느게 됐으니 야단 이지.》 불안스럽게 울리는 말을 들으며 운학은 사단의 전투행동에 엄 중한 난관이 생겼음을 깊이 생각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웃쪽 버들 숲에 몇명의 지휘관들이 있는것을 보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가 최현장령이 네명의 자동총수와 함께 강을 건너오는것을 보았다. 최현도 포탄 두개를 옆구리에 끼였다. 여러 군인들이 사단장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한 군인에게 포 탄을 넘겨준 최현은 물녘에 넘어져있는 버드나무통에 주저앉아 장화를 뽑기 시작하였다. 련락병이 그 장화에 손을 대자 최현은 강 을 건너오는 군인들을 처염한 눈길로 바라보고있었다. 운학은 불시에 최현장령 이 측은해지며 가슴이 저 릿해왔다. 오늘새벽 최현은 그 어느때보다 너그립고 락천적인 사람이였다. 《애인생각이 나지 ?… 이제 불이 번쩍나게 가보자.》 련락병에게서 장화를 받아쥔 최현장령은 그것을 꺼꾸로 쳐들 었다. 좌르륵_ 물이 쏟아져내리였다. 최현은 장화에서 마지막 물방울이 떨어질 때까지 지켜보다가 신었다. 운학은 저도 모르게 그앞에 다가갔다. 그를 본 최현은 이마살을 찌프렀다. 《왜,우는가?》 《네 ? !》 227 운학은 이때야 폭격시에 다친 눈에 피가 졌고 눈물이 계속 내 리는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음을 알았다. 좀전에 본 포병군관 이 비난과 의흑 속에 주시하던것이 자기가 울고있는것으로 알았 기때문일것이다. 운학은 애써 웃어보였다. 〈〈폭탄바람에 먼지가 눈에 좀 들어갔습니다.》 손바닥으로 눈굽과 볼을 훔쳤다. 볼가죽이 불에 데인것처럼 뜨 끔거렀다. 손바닥에는 눈물과 함께 점점이 피가 묻어났었다. 최 현은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군사부사단장과 지휘관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거기서는 무선수가 애처로울 지경의 급한 목소리 로 《청천강》을 불러댔다. 잠시후 최현이 운학이를 불렀다. 최현은 손에 종이쪽지를 들고있었다. 그의 옆에서는 무선수가 울상이 되여 흙투성이 된 무선기를 분해하고있었다. 운학은 직감적 으로 무선기가 고장났음을 알았다. 《말탈줄 알아?》 〈〈못타봤습니 다.» 〈〈의정부의 도봉산을 알겠지 ?》 〈〈압니다.》 《거기에 전방지휘소가 있소. 이제부터 내 말을 똑똑히 기억 해두라구.》 최현은 날카로운 눈길로 림운학을 살펴보다가 종이쪽지에 눈 길을 떨구었다. 《…포화력기재로 증강된 서울진출부대는 남한강 좌표 20,23지점 에서 적의 항공습격을 받았음. 손실一중도하기 재 전부, 포차 8대, 122미 리 포 3문,76미 리 포 2문… 자 동포 1대 •••)) 최현은 수자를 부트다 말고 그 종이쪽지를 구겨버렸다. 입귀 가 떨리고 눈길이 사납게 번쩍거렸다. 운학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 의 눈에는 면도칼로 도려낸듯이 포탄파편에 잘리워나간 사단장의 장화코숭이가 안겨들었다. 불그스레한 물거품이 그 코숭이를 덮 고있었다. 장화굽으로 물매미 한마리가 엉금엉금 기 여오르다가는 228 떨어지고 떨어졌다가는 다시 기여올라갔다. 최현은 그 물매미를 집 어 강물에 획 던져넣고는 한결 침착한 음성으로 계속했다. 《중도하기 재 의 파피 로 자동포,포,… 등 중화력 기 재 들과 자동 차의 시급한 도하는 불가능하게 되였음. 나의 결심에서 변화된것은 없음. 사단장 최현. 복창하시오.》 《사단장동지!》 〈〈복창하시오.》 운학은 속이 떨렀다. 기계적으로 받아외웠다. 《포화력기재로 증강된 서울진출부대는 북한강 좌표 20,23지 점 에 서 …》 중부회 랑으로 이름지어진 춘천一서울방향의 도로에 대한 미5 공군전투폭격기들의 맹렬한 폭격은 최현사단의 도하기재를 거의 다 부셔버렸다. 그 도하기재의 파괴는 중포를 비롯한 전투기재의 서울 방향으로의 이 동을 파탄시 킨것이 였 다. 대 담하고 기 발한 이 전투 행동은 불의에 나타난 60여대의 대폭격기편대의 도로절단작전으 로 부득불 지체되지 않을수 없었다. 최현은 이 불의적인 사래를 전방지휘소에 보고하지 않을수 없 었 다. 《동문 이제 기마정찰수 두명을 데리고 도봉산에 가오. 늦어 도 두시간안으로 도착해야겠소. 가서 무선기가 마사졌다는것도 보고하오. » 《사단장동지, 절 여기에 그대로 있게 해주십시오.》 최현은 엄 한 눈빛으로 운학이를 쐬•보았다. 운학이 머뭇거 리자 최현은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이 건 명령 이야.》 최현의 음성 이 부드러워지고 그 눈에 서글픈 미소가 지 나갔다. 《게 가야 서울에 빨리 갈수 있어. 우린… 좀 늦었다.》 《사단장동지!》 운학은 열떤 소리로 부르짖 었다. 《그래서가 아닙니다. 전 전… 여기서 이 난관을 함께 헤쳐보 고싶습니다. 서울엔 못가도 좋습니다.》 229 《명령이야. 가서 여기 정황을 그대로 말하라구. 미국것들의 까 마귀떼 한레 맞아 이 최현이 넘 적해있더 라는걸 … 그러 나 청년 ! 우리 가 서 울에 못들어 가리 라는 생 각은 집어 치워. 문제 는 내 계획에 서 늦었다는거야. 내 계획에서 !》 최현은 절통하게 부르짖었다. 오늘안으로 서울 측방이 아니라 한강 너머 서울 뒤계선까지 나가볼 욕심이였다. 최현은 얼굴을 붉히며 일어서 정찰과장을 소리쳐 불렀다. 《이 동무에게 길을 가리켜주게一》 그리고는 어쩔바를 질정 못하는 사람처럼 서성이다가 련락병 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내 말을 가저와一》 련락병 이 뛰 여가더 니 다리에 붕대를 동인 불빛말을 끌고 나타 났다. 최현은 말고삐를 넘겨잡고 말머 리를 쓸어주었다. 말은 코 를 벌름거 리며 최현의 손바닥에 자꾸 입을 가져갔다. 최현은 말 고삐를 운학의 손에 넘겨주었다. 《하루 타봤는데 순한 말이 야. 눈치 도 빠르고. » 《사단장동지 말이 아닙 니 까 . 》 《타고가라구. 이젠 말을 타고다니긴 글렀어.》 운학은 주저주저하다가 말고삐를 잡았다. 이제 최현이와 헤여 지면 다시 못만날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뇌리를 쳤다. 《가보라구. 더 할말이 있나?》 《없습니 다. 사단장동지,명 령대 로 수행 하고 돌아오겠습니 다.》 《아니,올 필요는 없어.》 《사단장동지,이 상태 에 서 정 말 내 밀 수 있 습니 까 ?》 《허허,이 사람 봐라. 우린 옛날에 소총만으로도 몇배나 되는 적과 싸웠어.》 최현은 웃으며 운학의 어깨를 무드려주었다. 말고삐를 잡은채 강을 건느던 운학은 중복판에서 돌에 미끄러 졌다. 간신히 몸을 다잡으며 무심코 돌아본 그는 최현장령이 량 손을 허리에 얹은채 자기를 지켜보는것을 보고 눈앞이 부예졌다. 230 두명의 기마정찰수와 함께 도봉산을 목표로 길이건 산이건 관 계없이 직선으로 내담던 림운학은 바람재라는 등마루에서 둬개 중대의 전투서렬과 부및쳤다. 보리발을 배경으로 움직 이던 그 서 렬 은 운학이네가 가까이 갈 때까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한걸음 앞서 달리던 기마정찰수가 말을 끄당겨 멈춰세웠다. 〈〈적입니다.》 《여기엔 적이 없기로 되여있지 않았소?》 운학이 길을 잘못 들었나 주위를 살필 때 그 대렬이 넓게 산 개하며 사격을 개시했다. 운학은 뒤에 선 기마정찰수에게 급히 최 현장령에게 가 알리라고 한후 말을 짓쳐몰아 오른쪽으로 에돌아 달 렀다. 말은 최현의 말대로 무척 령리하였다. 기관총탄이 날아오 고 륙공포탄까지 터지자 말은 주인이 고삐를 채기전에 총탄이 적게 미치는 통나무밭속으로 뛰여들어 요리조리 나무사이를 에돌며 빠져 달렸다. 드디여 적의 사격이 멀어진다고 생각했을 때 초가집이 듬 성 한 길 목에 서 또 한폐 가 나타나 《빨갱 이 다 !》하고 총질을 하 며 쫓아왔다. 총알이 팽팽_날아가는것에 바빠난 운학이 몸을 수그 리는데 말이 푹 꼬꾸라졌고 운학은 호되게 땅에 부딪쳐 덩굴었다. 《생 포하라 !》 하는 귀따가운 웨침에 운학은 권총을 뽑아들며 훌쩍 일어섰다. 231 제 10 장 의정부의 전방지휘소는 이전 북조선파견 괴뢰첩보원들의 소굴 이였던 《리재민수용소》라 이름붙인 바라크식건물에 자리잡고있 었다. 최용건은 두명의 호위군관이 따르는 속에 파아란 풀이 수 북이 돋은 길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지 막 보초선입 니 다. 돌아가야겠습니 다.» 누군가의 말에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비구름이 드리운 도봉산너 머에서는 포소리가 울려오고 이따금 저 격무기의 총성 이 울러왔다. 《저 총소리는 뭐요?》 최용건이 산쪽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 묻자 아까의 목소리가 대답하였다. 《저 산뒤에 패잔병들의 일부가 남았습니다. 방금전 땅크 한 대에 보병소대를 태워보냈습니다.》 최용건이 여기에 도착한것은 새벽 녘이 였다. 강건은 무선통신실에서 도교방송을 듣고있던중에 최용건을 맞 았다. 도교의 시사방송으로 소개되는 맥아더사령부 출입기자의 〈〈토핑뉴스》는 이미 정찰국통보에 지적된 미국의 무력간섭을 다시 금 확인하는 내용이 였다. 《북조선공산군의 파죽지세와 같은 공격에 대처하여 〈자유애 호국가》들은 일치한 보조로 적극적 인 견제행동에 들어설것이다. 관측은 수일내로 〈유엔군》의 조선전선파견이 실시될것을 예측 하고있다… 유엔의 〈결정〉에 고무된 〈한국》군은 맹렬한 기세로 공산군을 핍박하며 급속한 진공을 개시하고있다. 맥아더사령부 작전국 모씨의 말에 의하면 서울은 〈수도〉로서 무조건 사수될 것이 라고 한다…》 《좀전에는 유엔 안보〈결정〉을 발표했는데 그때 도 무슨 〈유 엔군》소리를 떠들고있었습니다.》 232 최용건은 치받치는 격분을 주체할수 없었다. 미군참전이라는 사 변은 구름장뒤에 숨겨진 뢰우처럼 그에게 안겨들었다. 그럴 때 김일성 동지로부터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여 서울해방을 다그칠 데 대한 무선명령문이 도착하였다. 최용건은 그 즉시 모든 서울타격부대들에 공격을 다그칠데 대 한 명령을 하달하고 작전회의를 소집하였다. 회의에서는 공격시 간을 앞당길 방법을 토론했으나 신통한 해결책을 엄지 못하였다. 춘천과 림진강쪽에서 지체된 52사와 56사가 아직까지 계획된 계 선에 이르지 못했기때문이였다. 최현이 직접 이끌고 나온다는 한개 련대라도 서울측방에 붙는 다면 앞당겨볼수 있겠으나 그것 역시 두고봐야 할 일이였다. 결 국 최현부대를 비롯한 보조타격부대들의 진출속도를 높여 최대한 서울공격을 앞당기겠다는 일반적인 보고밖에 올릴수 없었다. 최용건에게는 이것이 매우 가슴답답하면서 피로운 일이였다. 강 건과 마주앉아 계속 토론을 벌렸으나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강건은 안타까운 나머지 류경수가 제기한 안이라고 하면서 땅크 의 정면공격으로 해보자는 안을 제기했다. 최용건은 하나밖에 없는 땅크려단을 그런 《모험》에 투입할수 없 다고 생 각했 다. 다섯 개 나 되는 적 사단이 틀고앉아있는 서 울이였기때 문이 였다. 토론할수 록 난관만이 제기되였다. 갈수록 머리가 무거워지고 포화상태에 빠 진듯한 심정이 였다. 하여 그는 맑은 공기 라도 마시면서 어떤 묘 안을 찾고싶어 이처럼 밖으로 나온것이다. (최현만이 라도 오늘레 일 나와준다면. ) 최용건의 생각은 여기서 줄곧 맴돌이쳤다. … 그가 되돌아서 몇걸음 옮기는데 부관이 풀숲을 꿰질러 곧장 달 려 와 숨도 못잦힌채 황급히 보고했다. 《보위상동지. 52사에서 련락군관이 도착했습니다.》 《최 현한테 서 ? !》 《네,최 현사단장동지 가 보냈습니 다. » 최용건의 눈빛이 번쩍했다. 그는 무엇에 탁 떠밀치운듯 걸음 을 떼였다. 233 《그런데 련 락군관동무는 오는 도중 52사와 53사의 린접계 선 인 바람재 에 서 적 들과 부딪 쳤습니 다. » 마당가의 오동나무밑에는 한필의 말이 거품을 문채 서있었고 이 미 숨이 진듯한 전사를 몇명의 군인이 맞들어가고있었다. 최용건은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그냥 강건의 방으로 들어갔 다. 지금의 그에게는 한초가 급했다. 강건앞에 서있던 군관이 문소 리에 홱 돌아섰다. 최용건은 알기도 하고 모를듯도 한 군관의 얼굴을 잠시 눈줘 보았다. 눈에는 초점 이 명 백 치 않았다. 땀에 절 어 거 밋하게 보이 는 가슴앞자락엔 피자욱이 둥글게 나있었다. 강건이 먼저 52사와 53사사이로 들어오는 적에 대하여 한개 대대를 출동시켰음을 보 고했 다. 《보고서는 어데 있소?》 최용건은 누구에게라 없이 물었다. 《구두로 전달하라고 하였습니다.》 군관이 대답했다. 《어 데 서 떠났소 ?》 《홍천강 좌표 20, 23지 점 입 니 다. )) 〈〈보고하오.» 《복창하겠 습니 다. » 림 운학은 혀 로 입 술을 감빨며 한단어라도 틀릴세 라 외 웠 다. 《…포화력기재 로 증강된 서울포위부대는 좌표 20, 23지 점 에서 적의 항공습격을 받았음.》 최용건은 확대경을 들고 지도를 살펴보다가 그의 보고가 끝나 기 바쁘게 물었다. 《동무도 폭격현장에 있었소?》 《네.》〉 《실태그대로 말해보오.》 운학은 최용건의 관자노리에 바줄같은 혈관이 살아오르는것을 두렵게 보며 춘천으로부터 가평까지의 려정과 불의에 나타난 대 폭격기편대의 폭격에 대하여 자초지종 설명하였다. 234 《최현동무한테서 다른 말은 없었소?》 《없었습니다. 다만 사단장동진 〈나의 결심은 변함없음.》이 라고 강조해 말했습니 다.» 《알겠소. 가서 식사를 하오.》 《방금전에 정 찰부장동무가 서 울시 방어 략도를 가져 왔습니 다. )) 운학이가 나가자 강건이 기다렸던듯 재빨리 말하며 책상서랍 에서 접이지도 한장을 꺼내 펼쳤다. 그러나 최용건은 운학이가 사 라진 문쪽에 시선을 준채 움직 이지 않았다. (최현은 포위속에 들어가 지리멸렬될수 있다. 이것은 작전전 반에 위기가 조성되였음을 말한다. 그런데 저 련락군관의 보고를 어느 정도 믿어야 하는가?) 《저 동무의 보고가 백프로 사실일가?》 그는 자기 생각을 입밖에 드러내고말았다. 강건은 꼭 닫겨진 문 을 일별하고 말했다. 《제가 알고있는 동무입니다. 저 동무가 23일 38경비대에 가 겠다고 최현동무한테 부탁하고…》 《그런데一 최현동무의 보고에서 〈나의 결심은 변함없음》이 란 무엇을 의미하오?》 〈〈그건 초기계획에 예견된 작전날자입니다. 그 동문 장군님께서 주신 작전지도에 밝혀진 27일이라는 수자를 서울까지 가야 할 자기 의 작전날자로 결심하였습니 다. 그가 〈나의 결심〉이 라고 한것 은 곧 장군님의 결심 입 니다.》 〈〈그러니 동문 그가 오늘안으로 서울아근에 당도하리라고 보오?》 《전 그렇게 생 각합니 다. 그러 나 보고에 도 밝혀 진것 처 럼 도하 기재가 없는 형편이라 경보병으로 유격전식으로 접근할것이라고 생 각합니 다. » 《그의 심정은 리해되오.》 최용건은 수면부족으로 피가 진 눈을 비비고 정찰부장이 가져 온 서 울시 방어략도를 끄당겼 다. 서 울시 의 외 곽방어 는 동북쪽으로는 괴 뢰 2보사,3보사,7보사였 고 서 북쪽으로는 피 뢰 1보사와 수도사단,5보사로 형 성 되 여 있 었 다. 235 적의 이 반원형방어선도 점차 서북쪽으로 가드라들면서 종심방어로 넘어가 서울시가까지 여러겹의 참호로 둘러쳤고 시내입구의 도로는 물론 시내 골목마다 바리케트를 구축하였고 건물과 목책은 영구 화점으로 되여있었다. 〈〈적은 시가방어외곽전선이 무너지는 경우를 예견하여 시내에 견고한 방어진지를 꾸리고있습니다.》 강건의 말을 들으며 최용건은 책상앞에 놓인 딱딱한 나무의자 에 앉아 확대경의 매끈거 리는 손잡이를 만지작거 리며 지도를 물 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침묵을 지키자 강 건 역시 입을 다문채 정찰부장이 가져온 적정자료들을 2만 5천 대 1 지도에 옮겨그리기 시작하였다. 최용건은 강건의 지도에 그려 진 52사의 화살표에서 눈길을 떨수 없었다. 최현이 꼭 나간다고 강 건이까지 담보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믿는가. 어떻게 적이 욱실거리 는 서울측방에 붙을수 있는가. 더구나 적은 52사와 53사 린접에 서 역습까지 시도하지 않는가. 서울의 동남쪽에 그려진 적의 톱날형방어선이 일떠나 무수한 공 격대형으로 덤벼드는것을 환각속에 그려본 최용건은 움족하고 일어 났다. 〈〈현재상태에서 최현동무가 결심한대로 나간다는것은 희망에 불 과할따름이요. 더구나 적들이 최현의 52사와 53사사이로 역습까 지 시 도하는 형 편에 서 더 욱 그렇소. 주타격린접 의 56사도 서 울계 선 에 이르러 면 이틀은 걸려야 될것 이고… 결국 보조타격부대들의 서 울진출을 기다려 해 보겠 다는것 은 서 울해 방을 늦잡겠 다는것 이 아닌가. » 최용건의 말은 고통스럽게 을렀다. 강건은 낯빛이 질려 그를 보 았 다. 《상동지,결국 우리의 보고는 앞당기지 못하겠다는것으로 되 고말았습니 다. 저 는 주타격 부대 만으로도 해 봤으면 합니 다…》 《두개 의 보병 사단과 한개 땅크려단으로 다섯 개 사단을 친다 ? 동문 이 것 이 유격 전이 아니 라 지 역 해 방이 라는것 을 생 각해 봤소 ?》 《다른 방법은 없지 않습니까?》 236 《시간을 앞당긴다는 의미에선 그 방법밖엔 없지… 허지만.》 최 용건은 정 찰부장이 가져 온 서 울시 가정 찰략도를 끄당겼 다. 번열에 타는 눈길로 지도를 내려다보던 그는 색연필을 들고 서울시 가의 매 포진지와 화점들을 따라가며 동그라미를 치였다. 그 수 자를 서른두개까지 세고는 그만 색연필을 놓고말았다. 이때 문소리 가 울리며 최용건의 부관장이 들어섰다. 《장군님으로부터 무선입니다.》 최용건은 오늘 벌써 두번째로 당하는 일이라 저으기 놀라며 일 어섰다. 변신된 글자가 암호문밑에 깨 알같이 박힌 무선문용지를 받아든 그는 안경을 끼려 다가 창문쪽에 다가가 약간 올려쳐든채 읽었 다. 최용건,강건 동지 앞. 적은 당황망조한 속에 맹목적 인 저항을 꾀 하고있다. 주타격부 대들은 현재의 공격기세를 늦춤없이 계속 진격하여 늦어도 래일 안으로 서울해방전투를 결속지 어야 한다. 적의 다대한 무력에 위 압 되지 말고 현재 서울계선에 진출한 부대들로써 서울해방전투를 조직할것이다… 최용건은 강건에게 무전명령문을 넘겨주고 다시금 지도를 내 려다보았다. 《답전을 언제 올리겠습니까?》 《이제 곧.》 최용건은 여전히 지도만 보고있었다. 강건은 무선문을 다시 따 라가며 한자한자 음미하듯 읽었다. 미군개입에 대한 통보를 받고 최대긴장상태로 전국에 림하시는 김일성 동지의 엄한 모습이 우렷이 떠올랐다. 한편 현재의 부대만으로 적을 처이길수 있다는,그이만이 가질수 있는 비범한 배심이 글줄마다에서 풍겨왔다. 〈〈우리에젠 하루반이 있소.》 《시가지까지의 접근은 어렵지 않다고 볼니다.》 강건은 번쩍 이는 눈길로 보위상을 바라보며 쇠를 끊는듯한 옭 맺힌 소리로 말하였다. 237 《문제는 시내의 화력진지들,건물을 보루로 삼는 포와 기관총 화력 진지 들입 니 다.» 《유격전을 하던식으로 들어가면 어떻소. 야간공격으로…》 최용건의 말에 강건은 까만 눈섭을 미간에 모으고 생각에 잠 겼다가 폐 기 있는 어 조로 말했 다. 《우리가 포나 비행대로 적의 화력체계를 부시고 그식으로 나 간다면 가능하다고 봅니 다. )) 〈〈포사격 ?» 《그렇 습니 다. 잘만 조직하면 4〜5시 간내 에 400문의 포를 시 가공격 계 선에 집 중할수 있습니 다. 그 화력이 면 시내의 일체 화력 진 지 와 유생 력량 집 결처를 부실수 있습니 다.〉》 최용건의 부트쥔 주먹이 책상 한귀통이를 부셔뜨릴듯 짓누르 고있었 다. 《옳소. » 그는 마치 앞에 다섯개 사단의 적군이 마주선듯 완강한 자세 로 다시 곱씹었다. 《없애버려 야겠소. 모든 련포군,사포군의 포화력 을 일체 동원 하여 적 의 방어 시 설들을 모조리 격 파해 버 려 야겠소.》 그 시 각부터 전방지 휘소의 모든 교환대 와 무전기들은 최대마 력으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내각수상실에 올라가는 전방지휘소의 결심안과 보위성 예비포무력과 사포군,련포군들에 포전개위치를 알리는 명 령 들이 구두로,전파로 날아갔다. 포병참모부들은 시 가 의 담당포사격구역에 대한 제원구득을 시작하였다. 최용건은 포병대들의 이동과 사격준비정형을 감독검열하기 위 하여 파견되 는 군관들을 만났다. 포병 부국장,부장,부부장들로 된 성 원속에는 그들을 수행하게 된 참모군관들까지 섞여 있었다. 최 용건이 서울해 방작전의 의 의를 설명한 뒤끝에 이번 전투의 승패 를 좌우할 포사격에서 사소한 빈름도 있어서는 안된다고 엄하게 강 조하고 질문할것이 있으면 하라고 했을 때 한 군관이 대렬밖으로 한걸음 나섰다. 그런데 그 군관은 용감하게 나선것과는 달리 선 뜻 말을 하지 못하였다. 238 최용건은 몇시간전에 최현사단에서 온 림운학이라고 하는 그 군 관을 알아보고 입술에 미소를 띠였다. 《어서 말하오.》 《상동지,시가중심에도… 포사격을 하게 됨니까?》 최용건은 그 군관의 낯빛을 보고 채 말하지 않은 뜻까지 읽 었 다. 최용건은 그에게 원가 많은 말을 해주고실었다. 전쟁의 제법칙 과 승리와 희생의 필연적과정에 대한 현학적인 말구들이 떠올랐 으나《그렇소.》〉하고 단마디로 대답하고말았다. 그대신 매개 포지 휘관들과 포수들이 0_이의 편차도 없이 적의 기본목표만을 맞히게 끔 해 야 한다는것을 재삼 강조하고 그자리를 떴다. 서울시가 포사격준비에 대한 전파가 온 공간에 차고넘칠 때 피 뢰록군정보반 무선대도 그 정보를 도청하여 암호해득을 끝냈고 전방지휘감시소들에서는 그 사실을 육안으로 목격확인했다. 인민 군대가 수천문의 대포를 가지고 온 서울시가를 불단지로 만들어 버 린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도시를 휩쓸었다. 도시는 온통 뒤죽박죽이 되였다. 길목마다 군인들이 우글거리 고 피난민들로 혼잡을 이루었다. 이사짐을 싸고 움직이는 집,장독이며 허접쓰레기들을 움에서 끄 들여내고 요긴한 세간을 거기에 옮겨놓는 집… 경찰들이 돌아다 니며 그건 헛소문이라고,강력한 《국군》이 있는 한 도시는 끄떡 없다고 했으나 소동은 가라앉지 않았다. 달구지나 웬간히 큰 장농같 은것은 《국군》들이 그자리에서 징발하여 《도시수비》에 썼다. 김규식의 집에도 여러 사람들이 그 흉흉한 소문을 안고와 이 제 도시는 무덤이 되고 그 폐허우에는 재먼지만 날릴것이라고,그다 음 외국군이 출병하여 마지막혈투를 벌리면 이 땅엔 공산주의자 건 민족주의자건 배달의 족속은 깨끗이 사라져버리고 먼 후날 멸망 당한 민족중의 하나로 력사책의 한 갈피에 남아있을것이라고 떠 들었다. 엊저녁 김구의 한 i 제로 경교장(김구가 살던 집)에 갔다온 뒤부터 내내 김규식집에서 술과 울분을 함께 마시며 딸 잃은 애 비의 괴롬을 끄고있던 성송암은 중낮이 되여 그 집을 나섰다. 239 계화에게서 련화의 《실종》경위를 듣고난 뒤부터 아예 만날 희 망을 저버린 그는 마지막으로 서울시가나 똑바로 보고 죽든살든 하자고 덕수궁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맥빠진 그의 걸음을 바께프모 자(미군운동모)를 쓴 일여덟살난 소년이 멈춰세웠다. 《할아버지,글루 가면 안돼요.》 하수도나 남의 집 처마밑에 잠자리를 잡는 거지애였다. 며칠 전만도 이런 애들은 《국회의사당》과 《경무대》가 가까운 이곳에 올수 없었다. 성송암은 더덕더덕 기운 소년의 옷차림과 부황기가 어린 누릿한 얼굴을 보다가 물었다. 《무엇때문에 안된다는거냐?》 《저 우에단 대포를 굴려다놓았어요. 글루 가면 군대들이 잡 아가요.» 《그런데 년 여기에 어떻게 왔냐?》 소년은 방굿이 웃었다. 그리고는 좌우를 살펴보고 속삭이듯 말 했 다. 〈〈여기 가게들을 군대 님들이 다 청소를 해요. 그통에 난 이런 걸 얻었거든요.》 소년은 주머니에서 생과자를 꺼내보이였다. 《훔친건 아냐요. 군대들이 털어가며 흘린걸 주었어요.》 《년 집이 어테냐?》 《집 이요 ? ! …》 소년은 경계 어린 눈길로 되묻고 잠시 빤히 쳐 다보다가 《없어 요.》하고는 반대쪽으로 뛰여갔다. 《잠간만.» 송암은 련민어린 정 에 속이 울컥해 서 그를 불렀다. 그리 고 주 머니를 황급히 뒤져 련화를 찾으면 원가 사먹이려던 돈을 꺼내였 다. 그런데 소년은 송암이를 수상스럽게 볼뿐 되돌아올념을 하지 않았다. 송암이 가 돈을 꺼 내 보여 서야 홀린듯 달러 왔다. 송암의 손에 쥐 인 많은 액수의 돈을 본 소년은 두눈이 올롱해졌다. 《이 걸 다 나한테 주나요 ?》 《가져라. 그리고 맛나는것을 다 사먹어라.》 240 《고마워요, 할아버지.》 소년은 꾸벅 절을 하고 매우 신기스러운 눈길로 몇번씩이나 되 돌아보며 걷다가 혹시나 다시 불러 돈을 달라고 할가봐서인지 장달 음을 놓았다. 송암은 눈굽이 불깃해서 그를 보았다. (저 생령이… 이제 얼마후면 이 땅에서 사라진다는것을 안다 면 어떻게 생각할가. 사람다운 생활 한번 못하고.) 송암은 문득 이 란시에 어떤 가게방도 문을 열지 않았으리라 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러자 소년을 위해 자기로서 해준 수고도 헛 된것으로 되고말았다는 락담어린 느낌이 가슴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성송암은 비칠걸음으로 언덕을 내렸다. 한때 려운형이와 함께 몇번 드나든적 이 있는 《몬나리자》다방 근처에 오니 길목에 군 인들이 가득 모여 모래가마니며 널판따위로 바리케트를 만들고있었 다. 분명 가게방에서 털어내온듯한 커다란 매대판우에 축음기가 돌 아가고있었 다. 언젠가 다방주인이 백 계 로씨 야인들한테 서 샀다고 하며 들려주던 로씨 야민요가 그 축음기 판에서 흘러 나왔다. 날에 날마다 찾았네 님의 무덤을 찾았네 이 하루도 하염 없이 헤매 니 어데 있느냐 쓸리교 성송암은 숨이 곽 막혀들었다. 불시에 련화생각이 뭉클 치받 치며 심장이 멎어드는것만 같았다. 《이 건 원가?》 하는 꽥 소리에 송암은 정신을 차렸다. 〈〈국군》장교가 축음 기레코드판을 들어 땅바닥에 내리쳤다. 《망할것 들,이 건 아라사노래 란말이 다. 빨갱 이 노래 란말이 다.» 송암은 휘 친거 리는 다리를 끌고 그자리를 떴다. 그런데 길목 이란 길목은 온통 포와 속사포천지고 군인들이 득실거렸다. 241 도처에서 그를 불잡아세우고 어떤놈들은 몸뒤짐까지 하고서야 놓아 주었다. 사방 길이 막혀서 집을 멀리 에돌아오지 않으면 안되였다. 남대문모통이가 비교적 조용하였다. 리야까며 말달구지 따위들 에 짐을 실은 사람들이 울상을 하고 종종걸음을 치고있었다. 송 암은 자기 가 이 도시를 마지 막으로 볼지도 모른다고 생 각하였다. 그렇게 되니 모든 정경을 망막속에 영원히 새겨두고픈 생각이 불끈 치밀었다. 그는 단장에 몸을 실린채 남대문층계를 올라 도시를 굽 어 보았다. 뿌연 구름속에 도시는 침침했다. 보이는것이란 군인들뿐이다. 먼 지바람을 일으키며 포를 단 자동차들이 광화문쪽으로 내달려갔다. 성송암이 집에 오니 울짱문이 벙글써 열려있다. 송암은 가슴 이 후두두했다. 《련화가 왔냐?》 허겁지겁 뛰다싶이 들어가니 양음리 백주사댁에서 심부름을 하는 순남이가 굽석 절을 했다. 한다리가 태렁이라 몸이 한쪽으 로 기울어질사했다. 《임자가 어떻게 왔나?》 《남새를 가져왔이유.》 송암은 토방에 놓인 부루며 쑥갓따위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 했 다. 《이 란세에 남새 팔러 보내더냐?》 백주사네 집에서 대대로 종살이를 하던 이 순남이는 해방바람 에 《종》이라는 명칭은 떼여버렸으나 오강씻기로부터 남새철이 면 50리밖 서울장안에까지 와서 남새팔이까지 못하는 일이 없었다. 《젊은 주인님이 정세를 살피자구 사촌고모네 집에 오는 길에 저를 데리고…》 《사촌고모란 참모총장이라는 사람의 안사람이겠구나.》 《네.》 《그런데 게 있지 않고 이렇게 와서 일없냐?》 《네,젊은 주인님은 나더러 먼저 가라고 했이유. 이제 〈국방 군》이 다시 밀고 올라간대유.》 242 《그래,자넨 그게 좋나?》 《글쎄요. 주인말룬 빨갱 이들이 왔다간 우릴 죄 잡아죽인대유. 빨갱이들속에는 빨간 틀이 돋고 사람잡아먹는 즘생같은 피물도 있대 유.》 《허허,그래 자네 도 죽 인 다던가 ?》 〈〈그러 문요.〉〉 성송암은 눈이 덩둘해 대답하는 순남이를 기가 막혀 보다가 한 숨을 지 었 다. 《그 빨갱이들은 자네같은 사람은 안죽여.》 《정말이 나요?》 순남이 는 이 상스럽 다는듯 머 리 를 기 우둥거 리 다가 물었 다. 〈〈선생님이랑은 어떻게 되나요?》 《나? ! … 나같은 사람이 야 다트지. 죽이던가 저 어디 정배 를 보낼거 다.》 〈〈그러니 역시 나쁜놈들이군요.》 《다 우리 같은 사람인데 주의에 미쳐 그런다.》〉 《주의란게 원가요?》 《주의 가 주의 지 _》 성송암은 서글프게 되받았다. 이 땅에서 주의자들이란 바로 이 런 백성들을 꾀여 자기 목적에 써먹는것이 아닌가. 리승만은 리 승만대 로,공산정 권은 공산정권대 로… 송암은 토방에 놓인 남새 짐 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앉으며 순남이의 얼굴빛을 유심히 관찰했다. 수백년 내려온 무지와 편견이 자국자국 배인 얼굴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얼마나 순진하고 인정스러운 덕이 깔린 눈빛이며 얼굴 인가. 《이제 미국군대가 온단다.》 《네 … 미 국군대 ? ! …》 순남이는 낯빛이 컴컴히 죽어 송암을 뚫어지게 보았다. 송암 은 싱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미 국군대 가 온단다. 좋으냐?》 〈〈싫어 유.》 243 순남이는 완강히 머리를 저었다. 이제껏 유순하던 두눈에 분 노와 적의의 빛이 평끗거린다. (그렇다. 머슴살이에 인박혀 양같이 된 이 사람도 미국이라 하 면 죽을 때까지 치를 떨것이다.) 순남이는 미국군대의 찦차에 치워 다리병신이 된 사람이다. 성 송암이 길가에서 반주검이 된 그를 입원시키고 알아보니 성송암 의 처제인 정화숙이 있는 양음리사람이였다. 대강 다리가 나은 다 음에는 정화숙이가 자기 집 에 데려 다가 치료를 했으나 찌무덩다 리를 면할수 없었다. 머슴으로의 가치를 잃게 된 순남이는 병원 에서 나오는 날로 백주사집에서 쫓겨나게 되였다. 무슨 대학교 명 예리사요,동물보호협회 간사요 하는 이름뒤에 술한 전답을 틀어 쥐고 지주질을 해먹는 백주사는 그 린근에서 제왕처럼 날뛰는자 라 누구도 맞서지 못했다. 이 억울한 사정을 안 송암은 백주사를 두번씩 이나 만나고 재판송사와 사회여론으로 위협한끝에 순남이 를 그대로 살게 하는데 성공하였다. 특히 순남이에 대해서는 련 화의 방조가 컸다. 서울병원에 입원하였을 때는 거의 매일이다실이 병문안을 갔고 양음리에 내려갔을 때도 드문히 찾아가서는 우리 글공부까지 시켜주었다. 그래서 순남이는 성송암이와 련화에 대 해서는 은인치부하며 제 혈붙이보다 더 끔찍이 따랐다. 《그럼 미국군대와 빨갱이중에 어느편을 따르겠느냐?》 〈〈다 싫어요.》 《지금 사는게 좋으냐?》 《선생님이 왔다가신 다음부터 백주사어른이랑 절 때리지 않 아요. 요전번엔 이런 모자도 줬는걸요.》 순남이는 지게머리에 얹혀있던 좀이 나고 여러군데 고삭은 맥 고모를 들어보이며 히무죽 웃었다. 성송암은 눈살을 찌프렸다. 올봄에 누이동생한레 갔던 길에 순남이가 보고싶어 찾아갔다. 대문 이 열려있어 그대로 들어가니 행랑간막에서 신음소리와 욕설이 튀여나왔다. 송암이 놀라 문을 열고보니 백주사가 단장으로 웃몸을 발가벗은 순남이를 족치고있었다. 피줄이 죽죽 간 순남이의 어깨보 다 먹다가 남긴 밥그릇이 더 가슴을 찢 었다. 244 파리가 날아드는 밥그릇에는 채 빻지 않은 피쌀과 겨가루가 담 겨있었다.… 〈〈불쌍•하다.» 《무슨 말씀인지요.》 순남이는 성송암의 탄식하는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 꼴이였다. 성 송암은 오늘따라 더 지각이 없어보이는 그를 측은히 보다가 말했다. 《백성이란 불쌍하다는것 이 다. ••■» 《헤헤… 인생이란 다 그렇지요. 그런데 선생님,미국군대가 오면 또 일정때처럼 되는가유?》 〈〈그렇다.》 〈〈야,그럼 어쩌나요. 난 싫어유.》 송암은 눈물이 찔끔 솟았다. 《이녀석 아 ! 백성 이 란 나라님들한테서 미물이요, 미물의 뜻이 나 희망인즉은 아랑곳없다.》 순남이도 원가 느껴지는듯 상심 한 얼굴이 되 여 맥고모만 주물 럭거 렸다. 그러 다가 불쑥 물었다. 《참… 련화아씬 옥에서 아직 안나오셨이유?》 《나오긴 했다는데 안들어오는구나.》 《분명히 나왔겠습지요?》 〈〈나왔다는구나. 3일전에.〉〉 〈〈아,그럼 됐이요.》 순남이는 입을 하 벌리고 웃었다. 서른도 못되는 나이에 주름 이 오골조골 서린 얼굴이 그대로 인정많은 할머니처럼 변한다. 〈〈무슨 일이 있냐?》 《저… 젊은 주인님이 그러는데…》 순남이는 그 큰눈을 희번득거 리며 주위를 살피다가 성송암의 귀 바투 다가왔다. 태렁다리를 잘못짚어 성송암이 얼른 그의 손을 잡 아주었다. 순남이는 큰 비밀이나 말하듯 속삭였다. 〈〈옥에 갇힌 〈빨갱 이〉들을 다 죽인대유.》 《그게 정말이냐?》 《사실이예요. 젊은 주인님과 장교어른이 말하는걸 제가 들었 245 어요. 옥에 갇힌건 빨갱이기에 다 죽인다는거예요. 난 그래서 걱정 했지유. 련화아씬 빨갱이가 아닌데… 어쩌나 하고…》 《련화도 그 사람들대 로 하면 빨갱 이 다.》 《네 ? ! — )) 순남이는 펄쩍 될 정도로 놀란상이다. 성송암은 씁쓸한 웃음 을 머금었다. (리승만은 바로 이 런 어리숙한 백 성 에게 총대를 메워 북녘겨 레들을 잡는 싸움에 내몰았다. 그 천진한 사람들은 이 순남이처 럼 빨갱 이 라면 다 마귀 로 생 각하고 마구 죽일것 이 다. 그리고 공 산주의선동에 말려든 인민군대도 이남땅의 우리같은 모두를 로동 자,농민의 피땀을 짜먹는 흡혈귀라고 가차없이 처단할것이고…) 성송암은 순남이가 돌아간 다음에도 방에 들어갈념을 하지 않 고 토방앞에 쭈그리고앉아있었다. 생각할수록 기가 막혔다. 정치에 무관계한 사람이노라고 자처한 그였으나 이 형극에 이르러 현실 을 두고 랭철한 생각을 달리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나 생각할수 록 적 막강산이 였다. 그만큼 울화가 뻗쳐올랐다. 자기대 에서 끝난 《식민지 40년》이 또다시 시작된다는것이 무엇보다 가슴아팠다. 이제까지는 그래도《독립국》의 허울이라도 있었으나 장차 외국군 대가 더 들어오면 이 땅이 어찌될가. 그러다가 그는 저도 모르게 껄 껄 웃었다. 이 도시가 불바다가 되면 무슨 정의고 뜻이고 있는가. 송암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으로 들어갔다. 규식의 집에서 떠 날 때 부터 결심한 일을 시 행하리 라 웃옷을 벗 었 다. 시 간을 알려 고 주머니에 넣은 회중시계를 찾으니 없었다. 좀전 몸뒤짐을 하 던 졸병이 히죽히죽 웃으며 잘 가라고 상냥스레 인사까지 하던 생 각이 났다. 송암은 허구픈 웃음을 터뜨리고 벽 에 걸린 그림족자 들과 책꽂이의 고서들을 헐어내렸다. 그다음 양초를 찾아들고 허청 간에 있는 지하실로 들어갔다. 습기를 방지하느라 가져다놓은 숯가 마니들과 여덟개의 커다란 독이 양초불에 환히 드러나자 송암은 한 동안 못박힌듯 우두커니 서있었다. 어느땐가를 위해 가문대대의 재 산과 자기 노력을 바쳐 모은 희귀력사유물들이 그 독마다에 고스란 히 간직 되 여있는것 이 다. 246 그는 깨여진 토기들과 자기쪼박들이 있는 덕대우에 양초를 고 정시키고 지하실을 나와 책과 족자들을 천폭에 싸안아 날라들이 기 시작했다. 몇차례 그렇게 나르고나자 다리가 후들거리며 더 움 직일수 없었다. 그래도 앙심을 먹고 한축 더 나른후 그는 지하실문 을 꼭 닫았다. 《예 가 내 무덤 이 라면 천하없는 명 당이 로구나 !》 송암은 차고 눅눅한 벽에 기대여 땀을 들이다가 덕대우의 함 에서 참지와 붓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참지우에 일필휘지로 글을 써나갔다. 어느 먼 후날 폐허의 도시를 뒤지는 발굴대의 손에 들어가기 를 바라서 남기는 글이였다. 《후세에 경고하노니一》 이 순간부터 송암의 눈에서는 또다시 눈물이 줄져내렸다. 《이 배달의 땅은 주의와 사상의 싸움터로 천지간 없는 슬픔 의 땅으로 되 였다. 개인의 권력과 야심의 경쟁,당파싸움에 척추 가 부러지고 대국의 발굽밑에 록골이 부러졌다. 유교의 〈결박주 의》에 백성은 벙어리 돌부처가 되고 공산주의 파괴주의에 백성 은 살쟁이가 되였다. 나라 파는 역신의 〈외세주의〉에 이 땅의 보 물과 생령들은 타국족의 제물이 되고. 통탄컨대 력사를 보라. 임금 이 똑똑해도 쓸데 없었다. 밑에서 잘 받들지 못했다. 밑에서 잘 받 들어도 쓸데 없었다. 주의가 옳았어 야 했다. 주의만 옳아 쓸데 있 었는가. 제대로 받아들일줄 몰랐다. 백성이 받아들였다 해도 작 은 나라라 어쩔수 없었다. 큰 승냥이한테 먹히웠다. 오 불쌍한 백성… 이리 맞고 저리 밟히는 백성이여…》 송암은 더 쓰지 못했다. 눈물이 참지우에 마구 뿌려져 온통 흐 려 졌기때 문이 였 다. 홍명희부수상은 쏘련대사 쓰띠꼬브가 심 각한 얼굴빛으로 계 단 을 내려가는것을 보다가 김일성 동지의 집무실로 들어섰다. 오늘 아 침 홍명희는 전쟁이 일어난 새벽보다 더한 흥분속에 비감과 울분을 맛보았다. 공화국을 《침략자》로 오도하고 유엔성원국들의 일치 247 한 행동으로 《응징》과 《제재》를 가하겠다고 한 유엔안보《결 정》은 이 담백하고 박식한 로인의 심장에 모진 충격이 아닐수 없 었 다. 여러 사람들이 그의 방에까지 뛰여들어 격분을 터뜨려놓을 때 평소의 물흐르듯하던 언변도 다 잦아든 로인은 굳게 입을 다문채 이마전이 댕댕하여 서슬푸른 기상으로 있었다. 그러나 마음속 고뇌 와 노기를 참아내지 못한 그는 김일성 동지를 만나뵈옵고저 서기 실을 통해 전화를 걸었다. 그때는 김일성 동지께서 작전회의를 지도 하고계실 때였다. 홍명희는 안절부절 못하다가 보건상으로부터 첫 부상병렬차가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고 그 즉시로 평양역에 내달 아갔다. 엊저녁에 조직된 군사위원회에서 보건사업을 담당하기로 된 그는 부상병렬차를 보게 되자 김일성 동지께 접견을 요청한 사실 도 까마독히 잊고있다가 평 양역 사령전화를 통해 그를 불렀을 때 야 천방지축 달려온것이다. 《부상병들이 많았습니까?》 자리를 잡고앉자 김일성 동지께서는 홍명희에게 담배를 권하며 물으시 였 다. 홍명희는 담배를 집어들었으나 그이의 심중한 기색때문에 말 문을 열수 없었다. 김일성 동지께서 성냥을 그어 불을 붙여주시였 다. 전쟁이 일어나 이 방에 처음 들어와보는 홍명희는 낯설은 작 전지도며 군용부호자며 보위성공인이 찍힌 문건들을 살피면서 가장 준엄하고 긴장된 정황을 안고계시는 장군님의 시간을 침해한데 대하여 일순간 가책을 느끼며 짤막히 부상병 수자와 병원 파송정형 에 대 하여 말씀드렸다. 파상풍주사가 미처 보장 못되 여 오는 도 중 한사람이 사망하였다는 보고를 들으신 김일성 동지께서는 탁상일 력 에 《파상풍주사약》이 라고 쓰시 고는 화제 를 돌리 시 였다. 《아침에 저를 찾았다지요?》 《네.》 홍명희는 얼굴을 약간 붉히였다. 《무슨 용무였습니까?》 248 《사실은 유엔〈결정》때문에… 찾아뢰오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저 좀… 뵈옵고싶었습니다.》 홍명희의 솔직한 대답에 김일성 동지께서는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 이 시 고 저 으기 활달한 음성 으로 말씀하시 였다. 《나도 선생을 만나고실었습니다. 이자 방금 쏘련대사도 그 문 제때문에 왔다갔습니다만…》 홍명희는 놀람이 가시지 않은 표정으로 김일성 동지의 안색을 우 러 러 살피 다가 참고참던 울분을 터치듯 말씀드렸다. 《글쎄 그런 언어도단이 어데 있습니까.… 이거야 너무하지 않 습니까. 사람들이 불안해 합니다.》 〈〈그럴수 있지요 ! 선생 생각에는 어떻습니까?》 〈〈걱정입니다. 유엔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는 미국때문에가 아니겠습니까. 세계의 절반이 미국놈의 손끝에서 놀아나는판이니.》 순간 김일성 동지의 안색은 호려지섰으나 인츰 부드러운 빛을 띠 셨 다. 〈〈놈들의 그 〈결정》에 대해서 서울에 있는 선생의 옛지기들 은 어떻게 생각할것 같습니까?》》 《좋아할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름지기 약소민족의 불행 을 통탄하겠지요. 옛날 리준이 만국대표들의 외면에 통탄하여 피눈 물을 뿌리듯이 …》 홍명희부수상의 여위여 훌푹해진 얼굴살이 떨리고 눈에는 당 금이라도 눈물이 쏟아질듯 안개가 피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언 젠가 홍명희의 집에 가서 보신 명주수건을 상기하셨다. 을사조약이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온 나라를 비감속에 몰아넣을 때 홍명희의 선친은 고향땅이 한눈에 보이는 산자드락에서 그 명주수건으로 목을 매여 자결한것이다. 리조의 조락과 구한국의 멸망사가 가문의 족보에 점 점 이 피 로 얼룩져 있는 집 안래 생 의 홍명 희 야말로 지 금의 사래발전에 대하여 그 누구보다 예민할것이였다. 선친을 잃은 때부 터 오매불망 민족과 나라의 광복을 빌며 문필로 싸워온,해박한 지 식과 깨끗한 인격의 소유자인 홍명희의 말은 망국의 처절한 쓰라림 을 경험 한데서 오는 지사의 피 타는 절규이기도 하였다. 249 《난 오늘 유격대초기 진퇴량난의 적의 포위속에 든 때의 느 낌을 체험했습니다. 참,그때 별의별 생각이 다 들군했습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조용히 말씀을 떼시였다. 지금까지 엉켜끓 던 온갖 사색과 감정 이 뚝을 터치듯 흘러나왔다. 《어떤 때 보면 〈토벌〉대의 불무지가 수백 리 지경으로 우리 를 둘러싸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검은 하늘밑에 사방은 흰눈뿐 그 런 겨울밤엔 마음이 무거워지며 고독과 동요가 머리를 쳐들기도 합 니다. 이것은 무서운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나는 정의가 승 리한다,참된 사상의 힘은 불패이다,지금은 험난하고 외로우나 우리 는 인민이 바라는 길을 심장의 피를 뿌려나가며 헤처가는 선각자들 이며 그 정의로 하여 우리는 불사신이다 하고 자기 신념의 기치,반 항의 넋을 고무했습니다. 우리까지 이 진리의 기치를 던지고 한 몸의 안락을 추구하는 생리적본능의 노예로 굴복한다면 인간의 위대성이 모독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의 아버지,어머니,쓰러진 동지들의 유언,그들이 남기고 간 원쑤에 대한 불타는 증오를 생 각했습니다. 그리고 나의 뒤에는 정의로운 위업을 따라 일떠서 싸 우려는 각성하는 인민이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을 고무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불무지는 하나의 죽어가는 시체에서 떠도는 린광 처럼 보이고 끝없는 어둠의 심 연은 무한정 내달릴 거침 없는 광야로 보일뿐 두려움은 가셔집니다. 이 사상의 불길,시인들이 말하는 심혼의 웨침에 따라 내달릴 때 나는 인간의 위대성,정의와 진리 의 힘을 더욱 미쁘게 깨달으며 정의와 진리가 승리해야 될 책임을, 그 책임을 걸멘 인간으로서 의 긍지 를 느끼 게 됩 니 다. 불무지뒤에는 그 불무지를 포위하고있는 수백 수천만의 인민 이 있다. 비록 무기는 못들었지만 정의와 량심으로 침략자,강도 를 규탄하는 심판의 목소리와 눈길이 있다. 이쯤되면 불무지앞에서 총대를 메고 두릿거리는 돈에 팔리고 거짓에 기만당하고 강제에 끌 려온 적들이 더없이 가련해보이면서 비상한 용기와 담이 생기고 지 헤가 트이고 방도도 열립니다. 진리에 자각된 인민의 힘은 위대한 것입니다. 인민대중이 이 진리로 무장되고 자기의 위대성을 깨달았 을 때 며칠전에도 말했지만 력사는 그야말로 우연과 필연의 사이길 250 에서 방황하는 나그네로가 아니라 필연의 길로 줄기차게 내담는 기 관차로 될것입니다. 우리의 해방도 그 필연의 길에서 이루어진 결 실이 아니겠습니 까. 나는 막막하고 불안할 때 마다 이 런 생 각속에 자신을 고무합니다. 오늘 역시 그랬습니다.》 김일성 동지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여있었고 빛나는 안광에는 다감하고도 세 찬 정 열 의 후광이 어 려 있었 다. 〈〈장군님,장군님께서는 인간만세의 시를 들려주십니다.》 홍명희는 깊은 감동속에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그러자 슬픈 과 거가 되살아오르며 안타까운 한숨처럼 말이 흘러나왔다. 《장군님,자고로 놈들은 우리를 얼마나 숙봤습니까. 엉큼하고 교활한것은 또 얼마였구요. 서양침략배들과 왜놈들이 쓴 글을 보면 례외없이 칭찬속에 독이 있고 멸시속에 탐심이 스며있었습 니 다. 황금의 복지,은자의 나라,금단의 땅,근면하고 성실하고 담백 한 민족,가야금의 선를속에 달을 맞고 막걸리속에 잠들며 은금의 보물과 비단을 감고 사는 사람들… 이런 식으로 써놓아 허기진 식 민주의자들의 식욕을 자극하여 병기를 장만하고 배를 띄워 덤벼 드는것이 과거 수백년이였습니다. 지 지 리 못난 량반들은 간혹 얻어듣는 칭 찬에 〈옳거 니,우리는 인의를 중히 하고 백성 또한 성실하고 문명한 동방례의지국이거 H -) 하며 수염을 쓸며 음풍영월로 소일하다가 총포로 들이닥 치면 극상 한다는것이 독을 먹고 숨진것밖에 없었지요.》 홍명희부수상의 로안에는 눈물방울이 비꼈다. 《선생,마음을 고정 하십시오. 오늘이 어제로 되돌아가는 일은 절대로 없을것입니다. 유엔안보〈결정〉은 력사과정의 하나의 수 치 입 니 다. 그러 나 세 계 는 조만간 이 수치 를 깨 닫게 될 것이고 력 사는 누가 옳았는가를 밝힐것입니다. 나는 미국놈들의 도전에 대하 여 서울해방으로 대답하려고 합니다. 늦어도 래일이면 우리는 력사 깊은 이 도시로 들어갈것입 니다.》 홍명희는 격한 호흡을 묵새기기 어려웠다. 흐느낌이 터져나올 것 같아 입을 꼭 다물었다. 어린애처럼 환성을 지르고싶기도 하 251 였 다. 《서울 !》 홍명희는 젖은 눈에 웃음을 담고 그이를 우러러보았다. 《저흰 소인배들입니다.》 《허허,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사실 장군님,전 부상병들을 만났을 때 그들에 대해서 장군님께 목 말씀드리 겠 다 생 각했 습니 다. » 홍명희는 부상병들속에서 보고들은 몇가지 이야기를 열정을 기울여 말하기 시작하였다. 종종 전화가 와 이야기가 끊어지였으나 김일성 동지께서는 끝 까지 다 들으시였다. 어떤 유개차들에서는 부상병들이 내리려조차 하지 않았다. 한 방통에서는 담가를 들고선 간호병들이 울상이 되여 어쩔줄을 모 르고있었다. 붕대투성 이의 부상병들이 버 리고 누운채 일어나지 를 않았다. 한눈만 남기고 온통 붕대로 감긴 석줄배기 부상병 은 자기를 담가에 실어놓히는 애어린 처녀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 다. 《안된 다,안돼 ! 날 도로 전방으로 보내 라. …》 《정말이요. 우린 싸울수 있소. 보내주오. …》 옆의 군인들도 하나같이 부르짖었다. 인솔군의가 홍명희에게 마 취제와 수면제로 잠재운 이 중상자들이 평양에 실려왔음을 알고 딱 버 린다는것 이 였 다. 홍명희가 석줄배기의 어깨를 부여안고 그러지 말라고 달래자 그 는 울며 말했다. 《…분대 원들을 다 싸움판에 두고… 리승만을 그대로 두고… 제 가 예 와서 … 어 찌 합니 까. …》 홍명희는 그때의 감격 이 되살아올라 말을 떠듬거 리 였다. 《어떤 군인은… 위생차에 실리며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래 서 제가 무엇때문에 미 안한가고 나무람하자 그 군인의 말인즉은 승 리자로 돌아와 장군님앞에서 개선열병식을 하자고 했는데 부상당해 왔다고… 수치 라고 울먹거 렀습니 다. … 저도 그때 따라울었습니 다. 252 이게 바로 우리 장군님께서 키우신 인민이요, 장군님께서 보신 인민 이로구나 하고 말입니다.》 《우리 인민은 원체 그런 인민입니다. 어저께 문산앞고지전투 에서는 21살난 한 청년이 자기의 가슴으로 적화구를 막았습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천천히 거니시였다. 홍명희는 몇번이고 따라 일어서려고 하다가 김일성 동지께서 깊은 사색 에 잠기 신것 을 보고 숨소리 마저 죽이고 까딱 안했다. 전화 종소리 가 김 일성 동지 를 집 무탁에 오시 게 하였 다. 전화를 받던 김일성 동지의 안색이 눈띠게 확 변하셨다. 《응답이 없다? ! … 계속 찾아보시오.》 그이께서는 작전탁에 놓인 지도의 한점을 뚫어지게 보시다가 전 화기를 놓으시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오늘 오전 서울시가 정찰 비행을 나갔다온 리학비행부사단장으로부터 불길한 보고를 받으 시였다. 리학은 서울시가 정찰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도중 서울_ 춘천지대에서 미군 《비一26》전투폭격기편대의 집중폭격을 목격 한것이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 지대가 최현이 서울포위를 위 해 한개 련대를 이끌고 내담는곳임을 알아보시고 통신국에 그를 찾 을 과업을 주셨었다. 그런데는 최현이 무선호출에 응답이 없다는것 이다. 매우 좋지 않은 일이였다. 이날은 그이께 기쁜 일보다 피로운 일이 겹쳐 다가드는 불안 스러운 날이였다. 유엔안보《결정》,그에 대한 불안스러운 반향 들,쏘련대사 쓰띠꼬브는 미군개 입으로 3차대 전이 일 어 날수 있다 고 우려 했 다. 외 무상은 미 국에 빌붙는 호소를 하자고 하고,동해 선철도는 오늘아침부터 적의 비행대와 군함의 폭탄과 포탄 사격 속에 들고 그리고 아까운 전사들이 희생되고있다. 최현? ! 아무리 날고뛰 는 최 현이 라지 만 항공습격 에서는 어쩌 는수가 없지 않은가. 조선인민혁명군 출신지휘관들 거의가 다 아직 항공습격을 겪어보지 못한것이다. 최현의 신상에 무슨 상서롭지 못한 일이 생기지 않 았겠는가 하는 불안과 함께 서울측방으로의 진출이 늦어지게 되 였다는 위구가 밀려들었다. 최용건이며 강건의 얼굴이 떠오르셨 다. 보조타격부대들이 도착해 야만 서울해방전투를 단행할수 있다 253 고 생각하던 그들이 최현부대가 폭격당한것을 알면 어떻게 할가 하 는 생 각이 집요한 물음으로 떠오르셨다. (명령을 받은 이상 그들은 흔들리지 않을것이다. 그러나 신심 있게 움직 이는가 아닌가가 문제 다. ) 김일성 동지께서는 집무탁에 다가가 리학이 공중촬영을 해온 서울시가 사진필림을 집어드셨다가 송구해 앉아있는 홍명희에게 눈 길이 머무트셨다. 로인의 긴장된 자세를 보시고 자신께서 일순간이 나마 여유를 잃은것을 아셨다. 《서 울시 가를 찍은것 인데 좀 보십 시 오.» 그이께서는 사진필림을 홍명희에게 내여미셨다. 홍명희는 의 아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질림을 받아 살피다가 숫진 미소를 담 고 말씀드렸다. 〈〈필림을 봐선 잘 모르겠습니다.》 《찬찬히 보십시오. 여기가 경복궁이 아닙니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창문쪽으로 필림을 들어보이며 손가락으로 짚 으셨 다. 홍명 희는 안경 을 고쳐쓰고 호기심 에 넘쳐 다시 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는 서울시 가가 금방 눈앞에 환히 펼처지는것 같았다. 《네,알아보겠습니다. 그우에 점이 분명 백범의 자택일것이고… 참,저쪽 저 길게 누운것이 창경원입니다. 그런데 길목이 달라졌 군요.》》 〈〈그건 바리 케 트를 쌓은 자리 입 니 다.» 《서울이 말이 아니게 됐군요. 그 고현놈들이 하필 창덕궁에 다가 진지를 꾸리 다니. )) 문소리에 홍명희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김책이 들어섰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김책 이 오전작전회 의때 와는 판달리 활기넘 친 기색임을 보시였다. 《전방지휘소에서 답전이 왔습니다.》 김책은 푸른 마분지 접이에 끼웠던 종이장을 서둘러 꺼내 김일성 동지께 드리였다. 《장군님,다른 일 없으면 그만 물러 가겠습니 다.》 254 홍명희가 앞상밑에 의자를 밀어 넣으며 일어섰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냥 종이장에 시선을 쏟고계시다가 홍명희가 다시 말씀을 올려 서 야 고개를 돌리셨다. 《선생이 좀 수고를 해주셔야겠습니다. 오늘저녁 내각전원회 의를 하자고 합니다. 토의안건은 유엔안보〈결정〉에 대한 우리 의 립장문제를 천명하는것과 각 성,각 국들의 사업을 군사위원회밑 에 복종시키는것과 관련된 집행대책안입니다. 선생은 유엔안보〈결 정〉에 대한 기조보고를 준비하였으면 합니다. 그걸 가지고 좀더 토론했으면 좋겠는데 제가 시간이 없을것 같습니다.》 홍명희는 속이 무르춤했다. 시간이 없을것 같다는 말씀도 그렇지 만 김 일성 동지 의 안색 에 서 심 중한 일 이 생 겼음을 간파했던것 이 다. 《장군님,제 능력껏 해보겠습니다.》 홍명희는 치미는 호기심을 간신히 누르고 그이의 방을 나섰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홍명희를 바래주신 문가에서 돌아서며 김책 이를 향해 물으시였다. 《저는 의견이 없습니다. 현 정황에서 다른 안은 없다고 봅니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전방지 휘소가 서울공격 단행을 주저 하고있는 데 대하여 오늘아침 김책이 몹시 조바심치며 불안해하던것을 상 기하시며 다시금 수신지를 보시였다. 《내각수상 김일성 동지 앞. 6월 27일 13시 수상동지의 명령에 따라 전방지휘소는 다음과 같 이 전투조직 을 하려고 합니 다. 현재 적은 피 뢰 2보사,3보사,7보 사로 서울 동북 11키 로메터지점 의 창동계선 약 9키 로메터 전선 에 피뢰 1보사와 수도사단 5보사의 일부와 기 타 부대는 문산,서 울방면에 집 중배 치 되 여 반달형 밀 집방어 진을 형 성 하고 일 부 지 역 에서는 반돌격을 꾀 하고있습니 다. 적 의 전선 우익린접은 6보사, 좌익린접 은 수도사단의 1련대 로 여 전히 보강되 고있습니 다. 특히 적들은 종심방어로 이전하면서 서울시내에 포와 기관총을 비롯 한 화력진지들과 바리케트를 구축하여 강력한 방어선을 꾸리려 하 고있습니다. 255 현재 아군은 53사,54사,905땅크려 단만으로 서 울을 압축하고있 습니 다. 서울포위를 위해 접근하던 52사 사단장이 인솔한 련대는 좌표 20,23 지대 에 서 항공폭격 으로 저 지되 여 기 대 할수 없게 되 였 습니 다. … 전방지 휘 소는 서 울해 방전투를 다음과 같이 조직하려 고 합니 다. 1. 보위성직속 예비포무력과 서울진출부대들의 모든 포와 박격 포들을 서울시가 사정거리에 접근시켜 포당 1〜 1.5 정량의 포탄으 로 시 가에 있는 일체 적의 방어시설과 유생 력량을 격파소멸하려 고 합니다. 2 . … 3. 공격 준비 완료시 간은 20시,시 가에 대 한 포병 준비 사격 은 20시 부터 21시,최종공격시간은 22시 …》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수신지 를 책 상우에 놓으시 였다. 《김책동무,포사격 말고… 다른 방법은 없겠습니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매우 힘겹게 이 물음을 꺼내시였다. 어쩔수 없이 이 방법을 택한 최용건이며 강건의 로고와 심정이 마쳐왔기때 문이였다. 김책은 그이의 시선을 외면하며 나직이 대답을렀다. 《장군님 … 파괴된것은 다시 건설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우리 포병들의 사격술을 믿고… 그대로 했으면 합니다. 다른 방 법이 없지 않습니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집무탁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뚜벅 뚜벅 저 겨 믿 는 발걸 음소리 와 함께 시 계 의 초침 소리 가 유난히 크게 을렀다. 그이께서는 걸음을 멈추셨다. 《김 책 동무,도시 는 복구한다쳐 도 사람들은 어 찌합니 까. 사람 이 야 다시 만들지 못하지 않습니까. 포탄에는 눈이 없습니 다. 그 포사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과연 승리의 만세를 부를수 있습니 까. 그런 승리가 우리에게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거기 서울엔 수 십만이 넘는 우리 인민들이 살고있습니다. 그래 우리가 그처럼 이 전쟁을 피하기 위 하여 애쓴것이 무엇때 문입 니까.》 그이의 음성은 짙은 고뇌와 안타까움으로 떨리며 울렸다. 《장군님 !》 256 김책은 한마디 웨치고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피로운 눈길로 김책을 보다가 무겁게 말씀을 떼시였다. 《언젠가 홍명희선생은 서울의 옛 건축물과 우리 인민의 문화 유산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그 건축물과 유산들은 남아있는것보다 외래침략자들의 침입에 불타고 잃어진것이 더 많았다고 가슴아파했 습니다. 그런데 그 얼마 남지 않은 선조의 유산들을 우리가,바로 우리의 손으로 파괴할수 있습니까?》 김책은 불시에 눈앞이 흐릿해졌다. 멀리 경복궁의 단청이,창 덕궁의 퇴색한 바람벽이 얼른얼른 다가오는것 같았다. 서대문으 로부터 광화문에 이르기 까지 하얗게 흐르던 사람들의 물결,20여 년전 서대 문감옥에 서 금방 나와서 지 지는듯 뜨거 운 해 별에 비칠 거 리며 걸을 때 근심 어린 눈길로 부축하며 《에구,가막소에서 나왔 능기요.》하며 목청을 흐리던 파파늙은 로인의 모습이 보인다. 출옥후 허 헌과 함께 종일 돌아본 서 울의 이 골목,저 골목이 몇 초의 순간에 생생 히 밟히우고 거 지애들과 짐을 인 녀 인들과 감투를 쓴 토인들의 군상이 흘러간다. 김책은 숙연한 낯빛으로 김일성 동지를 우러러보았다. 〈〈장군님,저의 … 생 각이 짧았습니 다.》 《사실 전방지휘소의 작전계획은 나무랄데 없이 째였고 훌륭 합니 다. 지 금형 편에 서 포사격없 이 서 울을 해 방한다는것 은 용이하 지 않습니다. 자칫 잘못하는 경우엔 몇갑절의 피해를 입을수도 있 습니다. 그러 나 포사격은 허용할수 없습니다. 나는 시가전을 한번 우리 식으로 산에서 익힌 유격전식을 도 입해보자는것입니다. 아까 최용건동무에게 독촉할 때만도 명백치 는 않았는데 이젠 떠오르는것 이 있습니다. 그리고 야간공격도 고려 해 봐야겠습니 다. 시 가전에 서 야간공격 이 란 인명 손실을 크게 만들 수 있습니 다. •••)) 그이 깨 서 는 집 무탁에 가시 여 부호자와 색 연필을 집 어 드셨다. 일력장에 쓰신 글발에 피 뜩 시 선이 가셨다. 《17시 : 우당 련석 회 의 연설준비—사상동원 ! 물자보장 !》 그이께서는 오늘 오후 각 정당 도위원장 련석회의에 나가 연 257 설을 하시게 되셨던것이다. 《서둘러 야겠습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김책과 함께 보위성 작전국 사판실로 가시 였다. 서울지구사판을 마주하신 그이께서는 시내에 종횡으로 뻗 은 11개의 도로들에 장기쪽 비숫한 나무토막을 놓아가며 자신의 결 심 을 이 야기 하셨 다. 《전방지휘소의 작전계획을 다음과 같이 변경하여야 하겠습니 다. 공격시간은 래일새벽으로 하며 서울시가에 대한 포사격은 일체 불허하여야 합니다. 변경된 계획의 성과적보장을 위하여 우선 밤중으로 미아리_ 월곡리계선을 돌파하여 서울포위망을 최대한 좁힘으로써 총공격 개시후 신속히 거리중심에로 돌입하여 시가전을 최단시간내에 결속 지을 조건을 마련하는것입니다. 다음으로 오늘밤 보병과 땅크의 소부대들을 시내에 진입시켜 적 방어 거 점 들과 화력 진지 들을 기 습타격 함으로써 적 방어 에 일대 혼란 을 조성 하는것 입 니 다. 야간습격은 항일무장투쟁시기 의 성시습격 전 투를 참작하여 진행하여야겠습니다. 이번 전투에서 특히 명심해야 할것은 서울에 있는 귀중한 우리 동포형제들의 생명재산과 유구한 민족문화의 재보들에 조그마한 피해도 없도록 하는것입니다. 이 면에 서 전투원들에 게 정 치 사상사업 을 잘하여 야 하겠습니 다.》 이 명령은 즉시 암호무선문으로 변신되여 전방지휘소 무선대 로 날아갔다. 고요한 수림속에서 청더구리가 그 긴 부리로 강대를 두드릴 때 면 청아한 음악소리같이 따르탁 ! 따르탁 ! 공간을 울린다. 무전수 들은 자기들의 전건소리를 딱따구리의 《연주》라고도 한다. 방 음장치가 된 전방지휘소 최용건의 무전실에서는 무선전신기가 그 음악을 《연주》하고있다. 최용건은 변신참모가 재빨리 암호문을 풀어 써넣는 무선전신레프를 왼손에 감아들고 한자한자 뜯어읽었 다. 마지막 부호가 《김일성》 이라는 단어로 바껄 때 최용건은 《음.〉〉하고 밀폐된 방안의 긴장된 공기를 깨뜨렸다. 그는 오래동안 한자리 에 서 있다가 강건에게 레 프를 넘겨주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258 〈〈위대 한분이요 !》 그의 눈굽에 원가 구슬같은것이 맺혀 주르륵 흘러내렀다. 최용건은 무선실을 나서기전에 무선수와 변신참모에게 자기의 이름으로 감사를 주었다. 잠시후 전방지휘소의 무선수와 전화수들은 〈〈포사격 중지 !》 라는 말을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음악의 선률마냥 되뇌이며 모든 포부대 지휘관들에게 날려보냈다. 저녁해는 마지막 미소를 뿌려던지고있다. 금빛불빛의 그 수만 개의 빛살은 산자드락과 골짜기 숲과 나무에 연붉은 노을을 입힌 다. 포구씌우개를 벗긴 대구경곡사포의 포신들도 그 빛에 붉게 번 쩍인다. 포들의 전투준비는 끝났다. 《옛 다,승만이 다. )) 《옛다,트루맨이 다.》 포의 고정말뚝을 박으며 흥겹게 뇌이던 포병들의 먹임소리도 끝 났다. 림운학은 말뚝을 박느라 힘을 쓰는 통에 통세가 나는 왼손을 감싸쥐고 이제 더 미흡한 구석이 없는가 포들을 돌아보았다. 그 는 이까지 오는중에 왼손새끼손가락을 상했다. 그가 탄 포차가 소 귀고개에서 헛바퀴질을 하였다. 좌우쪽은 급한 비랄이였다. 자칫하 면 포와 함께 자동차까지 굴러내려가게 된 위급한 찰나에 운학은 각목을 쥐고 바퀴밑에 뛰여들었다. 너무 덤벼 각목과 함께 그의 왼 손이 바퀴밑에 들어갔다. 다행히 새끼손가락만이 이지러졌다. 《이 건 개승만이한테 줄거 야.》 《이건 노랑대가리 무초거고…》 우스개소리들에 운학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렀다. 곱등어새끼같이 생긴 포탄들에 신관을 맞추며 전사들은 기세가 올라 주고받고있었다. (동대문?!) 운학은 아슴푸레 륜곽을 잃어가는 북한산장에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앞에는 마지막작별의 눈물을 옷설에 휘뿌리며 섧은 웃음 을 삼키던 련화의 하얗게 질린 얼굴이 피뜩 스쳤다가 사라졌다. (이거 내가 너무 감상적인데.) 259 그는 싱굿 웃어보였다. 최용건보위상앞에서 한 물음이 맹 랑한 것이라고 상관들한테 꾸중을 받은 뒤끝에도 아직 자기가 정신을 못 차린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될수록 랭정해지려 애쓰며 이제 벌 어질 장엄처절한 전투를 그려보았다. 《중앙청》이며 《경무대》 며 《미대사관》,적의 온갖 화력진지들과 방어시설물들은 모조리 불바다속에 들것이였다. 온갖 악과 부정의가 그 불바다속에 타버리 고말것 이 다. 《모조리 ! 무자비 하게 !》 그는 비장하고도 준절한 표정으로 지그시 어금이를 깨물었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바람재에서 있었던 일을 상기하였다. 그때 의 순간순간은 전쟁의 준엄성과 무자비성을 심각히 깨닫게 하는 영 원히 잊을수 없는 충격으로 기억에 새겨져있었다. 자기가 탄 말 이 꼬꾸라지고 땅에 나동그라졌을 때 왁 달려들던 적들이며 앞서 달리 던 정 찰병 이 되 돌아서 그의 허 리띠를 잡아일 구던것,정 찰병 의 부축을 받아 말잔등에 올랐을 때 울리 던 총소리,총소리 … 뒤 에 앉 은 자기 가 아니 라 앞에 앉은 정 찰병 이 총알에 맞아 말머 리에 쓰 러지던것,전방지휘소마당에 와 그 정찰병의 주검을 내리우며 피 터지게 마음속으로 다졌던 맹세를 되돌이켜보았다. 전쟁 에 서 는 개 인의 운명 을 생 각해 서 는 안된 다. 전쟁은 준엄 한 것 이 다. 여기서 개 인만을 생 각하면 결국 비겁쟁 이 로,도피 분자로 밖에 될수 없다. 자기라는 존재를 잊어야 한다. 개인의 온갖 희 망과 소원을 이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복종시켜야 하고 희생시켜 야 한다. 그 정 찰병은 바로 그것을 위해서 자기를 바치지 않았는 가. 그런데 어찌하여 자기는 그때의 맹세,그때 도달한 비장한 각오 의 세계에서 떨어져 몇사람의 운명을 가지고 근심하는外 운학이 이런 모순된 사색과 감정을 안고 포탄신관을 꽂고있는 포병들쪽으로 걸음을 옮길 때 〈〈참모동무 !》하는 소리가 그를 멈 춰세 웠 다. 화력 부관이 였 다. 《련포군장감시 소에 서 찾습니 다. » 운학은 숨을 크게 들이쉬였다. (시작이로구나.) 260 그는 전투가방을 매만지며 다시금 북한산장을 바라보았다. 일 순간 무서운 환각이 파도처왔다. 불바다가 된 도시,대구경포탄의 폭발,재개비로 화하는 집들… 운학은 입술을 깨물었다. 〈〈전쟁 이 다.» 그는 이 말을 뇌이며 화력부관에게 기세좋게 소리쳤다. 《갑시 다. 음악을 연주해 야지 요. )) 련포군장감시소앞 아카시아수림속에는 중대장이상 군관들이 다 와있었다. 운학은 자기의 림시상관인 포병부부장을 찾다가 만나 지 못하고 맨 좌익 뒤 줄에 가 섰었다. 《차렷 ! )) 구령 과 함께 감 시소에서는 련포군장과 함께 강건총참모장이 나왔다. 운학은 이 때부터 모든 일이 어떻게 흘렀던지 기억이 희미하다. 강건총참모장 은 김일성장군님의 명령서를 랑독하였다. 운학은 모든 군관들이 헤 쳐 갔을 때도 그자리 에 그냥 서 있었 다. 《동무로구만 !》 강건총참모장이 그의 앞에 다가와 서 있었다. 《총참모장동지,무슨 일인지 말씀해주실수 없습니까?》 림운학은 꿈속에서처 럼 물었다. 강건은 감회 어 린 눈길로 보다 가 말했다. 《일체 포들의 서울시가포격은 금지되였소. 장군님께서 명령 하셨소. 인민들과 도시의 구원을 위해 취하신 조치요.》 〈〈장군님께서 ? !》 운학은 강건의 옆에 선 별로 잘 알지 못하는 포병부부장을 꽉 그러안았다. 흐느낌 을 막으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박았다. 강건 은 젖어든 눈길로 그를 보았다. 전쟁이란 매 인간의 구체적인 심정까지 계산되고 고려되는것이 아니 다. 그러나 오늘의 싸움은 이 평범한 군인의 마음속에 깃든 어두운 그림자마저 가시기 위하여 모든 작전이 검토되고 수정된것이 아닌가. 《총참모장동지,오늘밤 저 를 야간습격 조에 보내주십 시 오. 전 서울시가를 잘 압니다. …》 눈물을 털고난 운학은 비장한 결심에 불타는 얼굴로 청원하였다. 261 제 11 장 밤이 오자 시가의 소동은 한결 가라앉았다. 지옥의 불처럼 공 포를 주던 인민군 포격설은 《데마》로 돌려졌고 리승만의 유선 방송이 《서울사수》를 읊조렸으며 (대전으로 쫓겨간 리승만의 록 음레프가 돌아가는 소리였지만) 골목과 둔덕,고층건물마다에 진 을 친 《국군》의 보루와 그 무리들이 일정한 안정제로 된것이였 다. 하여 권좌에 눈이 어두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국회의 원》들과 몇몇 장관들이 모인 중앙청과 덕수궁의 《국회의사당》에 서는 《서울사수》와 새 《정부》조작의 꿈을 꾸며 떠들썩하였다. 그러 나 태 반의 〈〈나리 님》들은 승용차와 트럭들에 가족과 재 산을 박아싣고는 짐승처럼 끌려 서울로 밀려드는 군인들의 장사진을 뚫고 남으로 남으로 줄행랑을 쳤다. 록군본부의 넓다란 방에 틀고앉은 채병덕은 이 모든 사래에 매 우 둔감한듯 군무에만 집념하고있었다. 세개의 전화기를 앞에 놓고 그는 줄기차게 정황을 묻고 따지고 호령하며 지시를 내렸다. 그는 오후의 상황청취시간에 춘천을 휩쓴 인민군 52사가 6사 를 추적소멸한다는 보고와 동시에 인민군 52사와 53사의 린접으 로 들이밀었던 혼합대대들로부터 (사단파병을 장담한 신성모는 한 개 련대도 못되는 어중이떠중이들을 긁어모아 보내주었다.) 그곳에 도 52사가 공격해 오며 측면이 나 배 후 타격 위협 에 주저앉았어 야 될 인민군 53사는 뒤주춤하기는커녕 오히려 속도를 높여 10여키 로 더 전진해 온다는 비 명같은 보고를 받고 케 가 글러 감을 깨 달았 다. 초저녁에 (그때만도 《미군참전설》의 취기가 남아있을 때였 다. ) 또 한번 용기를 내여 창동미 아리 전선을 돌아본 그는 아침과 또 다트게 변한 엉망의 《전선》을 보았다. 월리쪽에서 인민군포탄 에 하마트면 고기가루로 흩어질번한 그는 호위차도 떨궈 버리고 뺑소니를 쳤다. 2 的 그리고 골목을 요리조리 돌아 벽마다 푸른 담쟁이로 얼룩진 고 풍의 2층 양옥에 차를 세 웠 다. 부관도 대 동하지 않고 늘 채워있 는 바깥문을 열쇠 로 열고 들어가자 응접 실에 서 한 묘령 의 녀 인이 나타났다. 가슴과 팔을 훌 드러 낸 까만 도레스차림의 녀 인은 채 병 덕 이 를 보자 두팔을 뻗 치 고 채 가닿기 전에 쓰러 졌 다. 채 병 덕 이 그 큰 몸집 에 어울리지 않는 잼 싼 솜씨 로 안자 녀 인은 자스민향 기가 풍기는 흰팔로 채병덕의 목을 얼싸안았다. 《한시간만 더 기다린다면 저는 죽었을거예요.》 녀인은 가쁘게 숨을 쉬며 눈물과 입술연지로 채병덕의 가슴팍 을 얼룩얼룩하게 하였다. 채병덕은 녀인의 따뜻한 입김과 체취, 은근한 향수내와 부드러운 살결에서 풍기는 감미로움에 취한채 한순간 모든것을 망각한 사람처 럼 서있었다. 《그만一》 그는 녀 인을 인형처럼 들어 마루에 세웠다. 그러자 녀 인은 이 제껏 운것 같지 않는 요염한 미소가 아롱진 눈길로 채병 덕을 보 다가《커 피 ?》,《위 스키 ?》하고 재 롱부리 는 소녀 처 럼 말했 다. 채병덕은 얼빠진 사람처럼 씨익 一 큰■숨을 쉬고는 퍼그나 무뚝뚝하게 말했 다. 《다 잘됐겠지.》 《네,이모부한테 전화도 했어요. 국제전화소는 외 국대사관 마 담들로 벌레끓듯해요.》 《수골 했어.》 그 말에 녀인은 애교있게 고개를 약간 수그리며 이번에는 매 우 서글픔이 어린 안개낀듯한 눈으로 채병덕이를 바라보았다. 채병 덕은 음울한 미소를 띄였다. 〈〈그렇게 보면 안되지.》 〈〈알겠어요.》 녀 인이 얕게 웃을 때 채병 덕은 곰처 럼 와락 그러안아 입 술이 며 터진 깃사이의 가슴에 마구 입을 맞추다가 조심스럽게 놓아주었 다. 그리 고는 씨근덕 거 리 며 녀 인을 삼킬듯 보다가 결 연한 태 도로 말했 다. 263 《이젠 떠나라.》 《그럼 ?》 《수원에서 만나자. … 여차하면… 비행기로 하꼬다데로 가라. 네 차는 특별통과증이 있으니까 단속하지 않을것이니 걱정이 없고. 그리 고 노세 이상한레 금을 100폰드가량만 딸라로 바꾸고 그다 음은 은닉하게 해 라.》 《알겠어요.〉〉 녀인은 화려한 문양비로도가림을 드리운 응접실벽에 다가가 스위 치를 눌렀다. 그러자 실내화를 끌며 늙수그레한 로인이 나타났다. 녀인은 이제까지와는 판다른 도담하고도 날카로운 태도로 말했다. 《내 말한것.》 로인은 절을 굽석하고 사라지더니 푸른 나이론보자기로 싼 지 함을 가져왔다. 녀 인은 지 함을 들고 무릎을 끓었다. 《제가 오늘 섬 길수 있는건 이뿐이예요. 시장하실 때 잡수세요.》 채병덕은 이마살을 찡그렸으나 이제라도 자기를 위해서 죽으 라고 하면 죽을듯한 녀인의 교태어 린 진정에 넋을 빼 앗긴채 그것을 받아들었다. 《20분내로 차를 보내겠다.》 녀 인은 당금이라도 잦아들듯한 어 조로 속삭였 다. 《저는 당신이 잘못되면 이 세상에 없다는것을 아세요.》 녀인은 채병덕이 문밖에 나갈 때까지 무릎을 끓고 앉아있었다. 을사오적과 일본황실의 먼 친척과의 사이에 생겨진 이 녀자는 채병덕이의 애첩이였다. 이 가날프고 연약한듯한 녀자는 오늘낮 채 병덕이 은행에서 빼여낸 금괴를 수원비행장에 싣고가 일본 하꼬 다데의 은행주인 이모부에게 부치고 돌아오는 놀라운 기적 을 발 휘하였다. 일본의 재벌계 탐정의 첩자로서 녀자숭배주의자인 무 초의 심장을 사로잡아 채병덕의 출세에 보탬을 준 이 녀자는 끊 임없는 포소리속에서도 자기 애인의 최종철수명령을 인내성있게 기 다렸던것이다. 잠시후 이 녀자는 무장호위병의 옹위하에 당시 서울 에 몇대밖에 없던 〈〈크레농 30》차를 타고 어둠덮인 골목을 빠져나 가 도피행 차들의 무리속에 섞여 유유히 한강을 건었다. 이로 하여 264 채병덕의 마음 한구석엔 든든한 배심이 자리잡았다. 초조해 돌아치 는 하우즈만을 보면 마치 백만장자가 파산당한 기업가를 보는듯 한 흥취까지 살아올랐다. 그 기 분은 만나기만 하면 사등뼈를 분 질러놓으리라 벼르던 백정식이가 나타났을 때 자비로운 용서를 낳게 하였다. 그는 성련화의 건은 전혀 모르는듯 시치미를 떼고 물 었 다. 《어떻게 왔나? 자네 리대통령과 함께 대전에 가있는걸로 아 는데一》 《허허,매부,무슨 소릴 그렇게 하시우. 방송을 들어보시우. 지금 바깥 스피커에선 리대통령께서 서울시민들에게 방송연설을 하 고계시는데一》 《미친것.》 채병덕은 자기를 보면 언제나 조롱기로 나서는 백정식에게 꽥 소리지르면서도 배포유한 자세는 잃지 않았다. 자기의 말에 별로 자극을 받지 않은데 손을 든듯 백정식은 사실을 터놓았다. 《대통령께서 대구에 이르셨을 때 갑자기 무릎을 치고 창탁을 두드리며 소동을 일으켰습니다. 〈어인》인지 원지 하는걸 가져 오는걸 잊었지요. 그걸 가지러 저를 보냈습니다. 못가져오면 되 돌아서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임무를 수행해야지. 찾았느냐?》 《원 매부도… 우선 인척들의 안부가 기본이 아닙니까. 와보 니 서울은 이제나저제나군요.》 《그따위 소리 말어.》 《매 부,대 단허 십 니 다.» 《너 한잔했구나.》 이때 하우즈만이 들어섰다. 그러자 술에 취했다고 생각한 백 정식은 매우 례절겹게 일어나 하우즈만에게 경례를 했다. 채병덕이 차린 가족파리에서 소개된바 있는 백정식이를 흥미있게 뜯어보던 하우즈만은 불쑥 노기 어 린 소리로 말했다. 《당신 대통령을 뒤두고 왜 여기에 와있소.》 《각하,저는 국부께서 주신 특수임무를 받고왔습니다.》 265 《무슨 용건이요.》 《용서 하십 시 오. 그건 기 밀 입 니 다.» 백정식이 차렷을 하며 싱굿이 웃었다. 하우즈만은 불쾌함을 간 신히 참으며 알겠노라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채병덕은 하우즈만 의 패롭게 찌프린 눈을 불안스럽게 살피고나서 백정식에게 엄하 게 말했다. 《빨리 떠나게. 내 걱정은 말고一》 《누이와 가솔은 피신시켰습니까?》 〈〈무슨 소린가?》 《집사람들을 피신시켰는가 하는겁 니 다.》 백정식이 재차 하는 말에 채병덕은 차겁게 웃었다. 《나나 나와 관련된 사람들에젠 피신이란것이 없다. 서울이 살 면 나도 살고 내 가 살면 가족도 사는것 이 다. 네 누이 와 조카들은 집에 있다. 래일도 모레도 떠나지 않을것이다. 시체로 되여도 거기 있을것이다.》 백정식은 낯빛이 하얘서 채병덕을 보다가 싸늘한 웃음을 지으 며 말했다. 〈〈후날의 사가들이 입모아 칭송하겠군요. 훌륭함니다.》 채병덕은 벌떡 일어섰다. 〈〈닥쳐 라 !》 하우즈만은 놀란듯 채병덕을 보다가 다급히 말했다. 《대위,나가시오. 참모총장의 가족은 내가 책임적으로 피신시 키 겠소.» 허나 백정식은 이발을 깨문채 까딱않고있었다. 이때 전화가 오 지 않았으면 채병덕이 무슨 연극을 했을지 모른다. 전화기를 잡 아든 채병덕은 몇마디 안팍에 《월 꾸물거리는가.》하고 호통을 치 고 하우즈만에게 피발선 눈길을 돌렀다. 《형무소 폭파준비가 잘 안되고있소. 서대문형무소는 폭약은 있 는데 뢰관이 도중 분실되였다는군.》 《나한레 말하면 뭣합니까. 토론된대로 해 야지요. 그 헌병사 령관이란 작자는 어깨에 메주를 달고 다니는것이 아닙니까?》 266 채병덕은 하우즈만의 노염이 헌병사령관이 아니라 자기에게 향한것임을 알고 얼굴이 벌개지며 전화통에 대고 소리쳤다. 《당신은 어쩌자는거요? 그들을 살려두는것은 공산군 한개 사단을 살려주는것파 같다고 당신도 말했지. … 길게 말할것 없소. 총이건 포건 휘발유건… 옳소. 모든걸 동원해 그놈의 서대문형무소 것들을 싹 없애치우시오. 누구의 명령인가구… 거 무슨 식어빠진 소리요?》 《뭣입니까?》 하우즈만이 차겁게 물었다. 〈〈형무소청소에 대해서 떨떨한 자식들이 겁나 물러서 려는군요.》 채병덕은 이마에 줄져내리는 땀방울을 손으로 닦았다. 그러면 서도 그는 하우즈만의 독살스러운 눈길 이 묻는듯,찌르는듯 자기 를 견줘 번쩍이고있음을 놓치지 않았다. 채병덕은 열이 나 전화 기에 대고 웨 쳤다. 《건… 대통령도 그리고 이 나 채병덕이도 다 토론된것이요. 즉 시 집행하오. 책임은 내가 져.》 채병덕은 전화기를 놓았다. 손이 후들후들 떨렸다. 순간적으 로 그의 눈앞에는 퍼렇고 떨건 옷을 입은 수천명 수인들의 시체 가 산더미처럼 쌓여 육박해오는 환영을 보았던것이다. 하우즈만 은 창문을 열고 포소리를 가늠하는듯 한동안 서있다가 창문을 도로 담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합니까? 내가 이 방에 들어와 10분 이 지 나도록 정황보고가 한건도 없습니다.》 채병덕은 대답할수 없었다. 그는 오직 퇴각할 기회와 방안만 을 연구하고있을 1선의 장교들을 그려보았다. 그보다 무시무시하게 는 공산군들이 이미 잠적하여 모든 전화선을 절단했을지도 모른 다는 의심이 가슴을 싸늘케 했다. 《채총장,당신은 진실로 안해와 가족을 여기에 남겨두려 합 니까?》 하우즈만이 채병덕을 굽어보았다. 《그렇습니다.》 267 채병덕은 자기의 복잡한 심회를 보이기 싫어 담배를 꺼냈다. 그 는 굵직한 려송연을 뽑아 하우즈만에게 내밀었으나 받지 않았다. 채병덕이 그것을 불여물었을 때 하우즈만은 매우 은근한 어조로 계 속했 다. 《아무리 전쟁 이 더 라도 그러면 안됩 니 다. 나는 채총장이 자기 자신의 운명 에 대해 서 도 너무 무관심 한데 대 하여 충고를 줍니 다. 물론 때에 따라서 인간은 죽음의 잔도 태연히 마시는 쏘끄라 레스적용기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산주의를 끝까지 소멸할 사명을 띠고있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처자의 생명은 귀중합니다. 이것은 나의 말이 아니라 미국군대의 전통적인 인도주의입 니다.》 채병덕은 담배불을 비벼꼈다. 속으로는 코웃음이 나왔으나 그 의 입에서 나오는 이 말이야말로 후날 자기의 영웅성에 대한 보 증을 암시하는 말과 같은것이기때문에 더욱 귀중한것이고 그만치 지금 이 사람의 기분에 거슬러지 말아야 하는것이다. 하우즈만은 구슬리듯 말했다. 《군기에는 지 장이 없을레 니 이제 라도 처자를 피신시 키는것 이 좋겠습니 다. » 채병덕은 침중한 눈길로 하우즈만을 보다가 일어섰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일구이언은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머리를 수그렀다. 《그러면 우리 고문단차로 하겠습니다.》 하우즈만은 빙굿이 웃고 문밖으로 나갔다. 채병덕은 이 순간 저으기 감동되였다. 그는 사실 말대로 가족 의 피신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았다. 후에 패전을 가지고 구구한 론 의들이 있을 때 참모총장은 가족의 안위도 돌보지 않고 싸웠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였으며 그것으로 한점 더 따러는 야심에서였다. 그리고 솔직 한 말로 정떨어 진 그 녀편네는 차라리 공기 처 럼 사라져 버 렸으면 하고 바라는 대상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시각 하우즈만이 자기 처자를 걱정해주는것은 어쨌 든 나삐 보이지는 않는것 이 였다. 하우즈만이 나간지 1분도 못되여 전화기가 울었다. 창황중에 전화 268 를 받은 채병덕은 깜짝 놀랐다. 2사,5사,7사 구역에서 인민군 기습대 가 들어 오고 땅크가 7사 1련대 의 진지 로 쳐 들어 온다는것이 였 다. 《계속… 전화결속을 하라.〉〉 채병덕은 얼른 전화기를 놓고 부관을 불러 장갑차를 대기시키 라고 지시하였다. 〈〈특본을 지킬것이요.》 부관에게 이렇게 주를 달아 내보낸뒤 30분후에 두명의 사단장 이 채병덕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인민군포위망에 드는것 같으니 철 수하게 끔 해 달라는것 이 였 다. 사단고문관들도 승낙했 다는 말에 채 병덕은 악에 받쳐 소리 쳤다. 《퇴 각은 없소. 결 사로 저 지 시 키 시 오. » 그리고 뒤 가 켕겨 하우즈만에게 들어가 사래를 보고하는데 온 몸이 피 투성 이인 미 군고문이 뛰 여 들었 다. 그는 하우즈만에 게 경 례를 하다가 문녘에 서있는 채병덕을 보자 큰소리로 웨쳤다. 《당신네 군대는 똥자루들이요. 한개 소대 기습대에 련대지휘 부가 몽땅 녹았소.》 채병덕은 파랗게 질려 눈알을 희번득거리는 그자를 보며 터져 오르는 분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습관적으로 손을 권총에 가져갔 다. 그러자 피투성이 미군고문은 더 잽싸게 권총을 뽑아들었다. 《노 !》 하우즈만이 다급히 뛰여와 미군중위의 팔목을 호되게 내리쳤다. 권총을 떨군 중위는 짐승같은 눈초리로 채병덕을 보다가 주머니 에서 피젖은 손수건을 꺼내 입을 닦고는 채병덕의 면상에 던졌다. 방안의 화장실에 들어간 채병덕은 피젖은 손수건이 닿았던 얼 굴자리 를 오래도록 씻고 오데꼴론향수를 치 고난후 잠시 거 울앞에 마주서있었다. 이지러진 얼굴을 본 그는 허허 웃고말았다. (그래,저 미군중위의 행동에 분격할 리유는 없다. 오직 이제 는 사는것뿐이다. ) 그는 입연지 자리 가 남아있는 가슴자락을 내 려 다보며 지난 기 간 그 녀자의 나굿나굿한 살뜰한 애무까지 기억해낼 여유를 가졌 다. 그 회상의 단편으로 이 염열의 지옥같은 환경속에서 도피해 269 버 리는것 이였다. (그래 살아야 한다. 향락을 누리기에 충분한 돈이 있다. 퇴 역 이 되면 기업을 일군 옛날의 일본인 친구들도 결코 자기에게는 무 심하지 않을것이다. 그쪽에 간다 하여 못살건 무엇인가,삶의 존 재방식은 같다. 온천주변에 별장 하나를 엄어 전쟁도 소음도 없 고 피젖은 손수건도 없는 환경에서 살아보자.) 채병덕은 허탈비숫한 상태에 잠겼다. 그러나 전화기와 큰별이 번쩍거리는 철갑모를 그리고 나폴레옹의 기마상을 그린 유화를 보느라면 심장이 금시라도 뒤틀려 터질듯한 동통에 사로잡힌다. 반공의 보루로,력전의 영응으로,나가서 이 나라의 절대군주로 받들리우리 라던 야심을 깨끗이 저버 려 야 한다는 기막힌 사실만은 쉽게 접수할수 없었던것이다. 그는 머리를 저었다. (아니다.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 씨저도 한때는 다몰리워 포 로까지 되잖았는外 맥아더도 그렇지. 바탄도에서 도망친 그였으나 지 금은 세 기의 영 응으로 받들 리 지 않는가. ) 그는 이런 궁리도 해봤으나 그 생각에는 힘이 없었다. (무엇때문에 패전하게 되는가. 전술인가. 그래 작전전술에서 도 실패한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왜 장교건 사병이건 싸움만 붙 으면 도망부터 치려드는가? 문제는 용기와 신념이다. 더구나 리승 만이 같은 고루한 령감들탓이기도 하다. 아직 패망을 말하기는 이르다. 내가 충실하고 용감한 장군인 이상 미국인들은 나를 저버리지 않을것이다. 천금의 꿈을 안은채 도박장에 나타났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손을 털고 사라지는것 이 인생이라지만 나는 결코 빈손으로 물러설 범인이 아니다. 인 생 이 도박일진대 나는 꼭 갑오를 월것 이 다. ) 《그래,살아야 한다.》 채병덕이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짓고있는데 요란한 구두발소 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얼굴이 까맣게 된 작전국장이 뛰여들었다. 《각하,공산군땅크가 혜화동 로타리를 거처 돈암동으로 침습 해오고있습니다.》 《뭐야?》 270 《강문봉대 령 이 직접 목격했습니 다. 그 땅크는 바리케트를 막 깔고 거침없이 들어온답니다.》 거만한 자세 로 서있던 채병덕은 신경질적으로 말했 다. 《하우즈만대 위 에 게 알리 시 오.» 채병덕이 도주로정을 그리며 무슨 문건을 가져갈가 생각하는 데 문짝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하우즈만이 날아들었다. 《당신 지금 월하고있습니까?》 《공산군땅크를 제 압할 방법을 생 각하는중이요.》 《한강다리폭파준비는 어떻게 됐습니까?》 《다 됐소. 부득불 아군이 패퇴할 경우 주력이 다 철수한후에 폭파시 키려고 하오.» 《뭐요,당신은 주력의 퇴각을 생각하오? 당신은 일선장교로 갈 걸 그랬습니다.》 채병덕은 자기의 《침착성》과 《용기》가 이런 모욕으로 치 러지는데 놀랐다. 하우즈만은 독살스럽게 노려보다가 웨쳤다. 《한강교는 30분내 에 폭파시 켜야겠습니 다. 그리 고 당신과 륙 본은 떠 나야겠소. 지 휘 관만 있으면 병 사는 생 기는 법 입 니 다. » 《주력을 그대로 두고말이요?》 《그들은 싸우게 해 야 합니다. 동양의 옛 싸움에 배수진이 있 지요. 퇴로가 없으면 더 잘 싸울것 이요.》 채병덕은 한동안 번히 서있었다. 기계적으로 수화기를 들어 공 병 감을 찾았으나 선뜻 말을 멜수 없 었 다. 공병감은 연신《각하》 를 불러대고있었다. 채병덕은 이마에 땀이 솟았다. 그러나 하우 즈만의 독한 눈초리에 부딪치자 그는 무거운 망짝을 끌던 늙은 하 늘소가 지쳐 쓰러질 때의 울부짖음같은 소리로 웨쳤다. 《이 제 30분내 로 다리 를 폭파시 키 시 오. 한강다리입 구에 서 나 를 대기하시오. 뭣이 ?… 고문단의 명령이요. 군말할것 없소. 지시 를 집 행하오.》 채병덕은 낯이 하얗게 질려 전화기를 놓았다. 하우즈만은 고 개를 약간 끄덕이고 한결 풀린 소리로 말했다. 《자,우린 떠 나봅시 다.〉〉 271 채병덕은 바깥에 나왔을 때 컴컴한 어둠과 공포의 대기를 떠 실은 소음이 온몸을 옥죄 이는것을 느끼며 부관을 시켜 대기시켰 던 장갑차에 올랐다. 성송암은 5통등촉에 백옥같은 초대로(이 초대는 그가 1차 원 동인민회의 성원으로 모스크바로 갈 때 티베트의 한 고을을 지나다 가 고려의 왕실에서 만들어진것임을 알고 산것이다. 보부상의 등짐 에 실려 그 먼 타국에까지 간 그 초대를 선조의 뛰여난 솜씨에 대 한 긍지로 수십 년 건사하던 그는 오늘 골동품들을 정리 하다가 자기 로도 무엇때문인지 모르게 꺼내 꽃은것 이 다. ) 환히 불을 밝힌 밑에 서 고대폐르샤의 멸망사를 읽고있었다. 죽은 안해 의 낡은 치마로 차광막을 친 방은 양초의 불빛으로 대낮같이 밝았으나 돌개바람 이 지 나간 뒤같이 어 수선하였다. 집 안벽을 장식하던 그림과 서예품들은 거의다 없어지고 고서 를 넣던 문갑들이 이 리저 리 널려있었다. 때오른 베개들을 덧놓고 누워있는 송암의 머 리맡에는 까닿게 탄 보리밥 누릉지 가 담긴 귀떨 어진 바가지가 놓여있었다. 밥을 안친채 책을 보다가 다 래워먹 은후 그 누롱지쪼박으로 위를 달랜 그는 마음괴롭고 불안할 때면 달관의 세계 로 이끄는 고대 강국과 부유민족들의 멸망사를 읽 었다. 송암이 《미이라》로 될 결심을 지니고 지하실에 있은것은 불과 두 시간도 못될것이다. 먼 후날의 세대들이 보면 좋고 보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생각 되는 글발을 적 어놓고 지 하실벽에 기대 여있던 송암은 처음부터 환각속에 자주 빠져버렀다. 쥐가 버스럭거려도 그랬고 몸을 움직일 때 간혹 떨어지는 흙부스레기에도 그는 신경을 뻗치며 《봄베이 의 마지 막날》과 같은 시 각을 그렀다. 그러 나 아무리 시 간이 흘 러가도 봄베이를 폐허로 만든 활화산의 폭발과 같은 폭음은 들리지 않았다. 그만큼 초조했고 신경 은 더 욱더 예 민해 졌 다. 습기찬 지 하실이라 호흡조차 가빠들었다. 이 것을 극복하려 공상을 달리기 도 했다. 수백 년후에 이 폐허 로 된 땅을 어 느 발굴대 가 뒤지 다가 력사의 슬픈 결론을 담아쓴 글발앞에 굳어져있는 자기와 수백천 272 년전부터 만들어진 도자기며 금은공예품을 보면서 쓸쓸한 미소를 그릴것을 상상해보며 기다리는 초조감을 잊어도 보았으나 그것도 한때 였다. 그런데 다 점심 과 저 녁을 다 번진지 라 배 가 몹시 고파 났 다. 더구나 자기 가 여기 박혀 있는 시 간에 련화가 왔다가 사라져버 릴것만 같은 불안까지 겹치자 더 앉아있을수 없었다. 결국 이런 실 제 적 인 느낌과 생 각이 그로 하여금 지 하실에 서 나오게 한것 이 다. (죽을 때는 죽는거고…) 송암은 아테 네의 창녀 라이 스가 폐르샤인들에 대 한 복수로 아 케메네스조의 화려한 왕궁을 불사르던 폐지를 번졌다. 그러나 지금 은 이 글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뿐만아니라 마음을 가라앉히 지도 못했다. 여느때면 보석으로 몸을 휘감고 주지육림속에 살을 찌우며 향락과 방탕으로 질탕한 나날을 보내던 그 부유한 민족의 처참한 멸망을 눈앞에 방불히 보면서 인생의 무상과 일종의 허무를 느끼면서 고뇌와 번민을 잠시나마 잊고 최면상태에 이르군했었다. 그것이 남의 큰 불행앞에서 자기의 작은 불행을 위안하게 되는 인 간의 리기적지력에서 생겨나는것임을 알면서도 송암은 늘 이렇게 하였었다. 허나 지금은 그것을 읽을수록 그때와 방불한 현실에 생 각이 뻗어가며 그의 일체 감각을 밖으로 이끌어갔다. 송암은 원색그림들로 가득찬 세계사를 집어던지고 머리맡을 더듬었다. 바가지가 손에 마치자 그는 누롱지 한포박을 집어들어 쓰고 쩝쩔한 그것을 입에 넣고 씹다가 도로 뱉아버리였다. 그리 고 다시 머리맡에 손을 올려 부및치는 책을 집어들었다. 신채호 의 문집이 였 다. 6월 24일 저 녁 집 에 돌아와 한번 다시 보자 하면 서도 다만 자기의 불안스럽고 혼란된 마음을 위 안하는것으로 보 기에는 그 대학자며 애국자인 고인의 령혼앞에 죄스러운것 같아 몇 번 들었다가 놓은것이다. 그는 별로 폐지를 찾지 않고도 자기가 말 년에 이르러 깨도하게 된 체험을 딱 찍어 밝힌듯 아프면서도 감 복할만치 정확하게 썼다고 본 대목을 더듬어 읽었다. 《…공자,예 수,맑스. 그 누구를 보더 라도 그 제 자들은 스승들 의 정의 를 잘 리 해하여 자기의 리 익 을 구했 던고로 중국의 석가는 273 인디아와 다트고 일본의 공자는 중국과 다트며 카우츠키의 맑스 와 레닌의 맑스,또한 중국이나 일본의 맑스는 모두 다트다. 그러나 우리 조선사람은 리해이외의 진리를 구하므로 석가가 들 어오면 조선의 석가는 되지 못하고 석가의 조선이 된다. 그리스 도교가 들어오면 조선의 그리스도교가 되지는 않고 그리스도교의 조선이 된다. 대체 주의 가 들어와도 조선의 주의가 되지 못하고 주의의 조 선이 되여 도덕과 주의를 위한 조선은 있어도 조선을 위한 도덕,주 의는 없다,이것이 조선의 특색이라면 노예의 특색일것이리라…》 《그럴지고.》 저도 모르게 옛날 말투가 영탄조로 흘러나오고 손에서 책이 미 끄러져 바가지우에 떨어져내리고 눈귀로는 뜨거운 눈물이 맺히다가 귀밑으로 주르르 흘러내린다. 갑자기 빗장을 지른 바깥대문이 왈가닥거리고 가날픈 녀인의 목 소리와 청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부른다. 《아버지一》 《선생 님一》 환각속의 부름인듯싶어 자리에서 일어나앉아서도 그대로 있던 송암은 자동차의 경적소리까지 반주하듯 울리자 비척거리며 일어섰 다. 현기중에 머리가 팽 돌아 손을 헛짚었다. 신사임당의 족자가 손에 잡혀 삐뚜로 돌아간다. 뒤축을 베여낸 코찢어진 백고무신을 끌고 대 문가에 이르자 계 화의 목소리 가 초조히 을렀다. 《아버지,빨리—》 찌그덩 문이 열리자 검정두루마기로 몸을 감싼 계화가 엎어질 듯하며 송암의 손을 잡았다. 〈〈웬일이냐?》 송암은 대문앞에 선 리윤병의 승용차와 계화의 뒤에 선 억대 우같은 남자를 살펴보며 물었다. 《아버지,어찜 이러고계셔요. 공산군들이 시내로 들어와요.》 《그래 ? ! 一》 《마구 사람을 죽인다고 시부께서 모셔오라고…피난해야 한다 274 고 했어요.》 송암은 제 앞으로 짐을 실은 손수레가 삐그덕거리며 굴러가는 것을 보았다. 《아빠,나 잘래.» 《쉿,안된다. 자면 빨갱이가 와 널 잡아먹는다.》 《이잉,거짓부리.》 맞은편 자전거포에서 널대문에 못을 박는 소리가 청승스럽게 울 린다. 《아버 지,어서 요. )) 계화가 발을 동동 구론다. 송암은 밤어둠속에 처염할 정도로 희 맑게 보이는 딸의 모습을 보다가 가슴 찌르는 회한의 아픔을 느 꼈다. 피줄이 란 어쩌지 못하는가부다. 그래도 제 애비 라고 이처 럼 끄는것이 아닌가. 《선생님,가셔야 됨니다. 선생님은 여기 계시면 일없다고 생 각하는것 아니요.》 체대 큰 사나이가 비쳐들었다. 리윤병이네 사환을 하는 사람 인것을 알아본 송암은 서글프게 웃었다. 〈〈군대 란 살생 이 법 인데 내 어찌 무사할걸 믿겠소. 더구나 독 이 오를대 로 올라 내 달아오는 군대가 아니겠소.》 《그렇다면 왜 망설입니까. 그래도 리윤병장관님께서는 일각 이 삼추같은 형 편에 서도 선생 님의 신상을 걱정 하셔_》 《아버지,난 아버지 안가면 안갈래요.》 계화는 해여진 송암의 팔소매를 잡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렀다. 송암이 모질게 먹은 결심이 흔들렸다. (인민군대가 서울에 들어온다면 장관의 며느리에 장교의 처인 계화는 참살을 면할수 없으렸다. 계급적원쑤에게 무자비하다는것 이 그네들의 신조일진대 그러나 련화는… 어찌 하는가. ) 송암은 저만치 사라진 손수레의 형체를 더듬다가 한숨을 푹 내 쉬였다. 《련화가 찾아와 내 없으면 어쩌겠니 ?》 《아버지,내 깜박 잊었군요.》 275 울음울던 계화는 반겨 입을 열었다. 《시부가 그러는데 련화는 분명 대전으로 끌려갔을것 이 라는거 예요. 게까지 가면 이번엔 자기가 꼭 빼내겠답니다.》 〈〈련화가 끌려갔다고?一》 송암은 련화를 빼내겠다는 윤병이의 장담은 못믿었으나 행방 은 알아봤을수도 있겠다고 믿었다. 《그렇 다면 가자 ! …》 《아버지,짐을 챙겨 야지요.》 《짐 은 무슨 짐 .)) 《선생 님,우리 댁 어 른께 선 선생 님 한테 짐 이 많을것 이 라고 하 셨는데 …》 례의 그 사나이가 전지불을 켜들고 집벽을 비추었다. 그러자 방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계화도 돌따서 한마디 하였다. 《아버 님 이 보관하시던것을 다 가져가야 한다고 했어요. 공산 군이 오면 다 없어질것이라구요.》 《그래 ?一》 성송암은 어이없었다. 리윤병의 약아빠진 얼굴이 떠올랐다. 옛날 서대문에 갇혔을 때 소장된 골동품에 대해서 그 시세까지 미 주알고주알 캐묻던것 이 떠올랐다. (그래서였구나. 내가 아니라 그 유물들이 람났을레지. ) 송암은 일체 귀중품을 지하실에 감춰둔것을 거의 통쾌하게 생 각하며 싹 잘라 말했다. 〈〈뭐 없 어 져 서 아까울 물건이 란 없 다.» 송암은 이렇게 말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옛날에 메고다니던 록 크샤크에 입 을 옷가지 와 5통촉대,신채 호의 문집 과 세 계 사를 쑤셔 넣 었 다. 장서에 가득한 책을 보다가 한숨을 짓고 돌아섰다. 그런데 계화가 장농을 뒤져 어머니의 반짇고리며 패물따위를 꺼내여 룩 크샤크에 쑤셔넣었다. 성송암은 벽에 건 옛날 몇대조 할아버지가 신사임당에게서 기념으로 받은 족자를 내려놓았다. 그것도 넣을 가 했으나 자리가 없었다. 그때 밖에서 서성거 리던 사내가 뛰여 들어오며 송암이 매만지는 룩크샤크를 황급히 집 어들었다. 276 《땅크소리입니다. 빨리 나가야겠습니다.》 송암은 계화의 손에 팔목을 잡힌채 끌려나갔다. 그는 대문을 닫 고 문독 맞은편 자전거포주인이 널문에 못질하던것이 떠올라 못을 박을가 하다가 《에라,그만뒤라.〉〉하고는 차에 올랐다. 계화가《아 버지,불을 안껐군요.》〉하고 말했다. 송암은 차광막 름새로 빠금히 비쳐나오는 그 불을 보고 울음이 터지려는것을 간신히 참았다. 《차라리 저 불이 모든걸 다 래우면 좋겠 다.》 짐을 가득 실은 스리퀴다옆에서 서성거리던 리윤병은 성송암 올 래운 차가 나타나자 늦었다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몹시 반기는 기색이였다. 그러나 차안과 뒤의 짐실이칸을 본 그의 얼굴은 순 간에 새풋하게 질렀다. 그는 성송암을 못마땅하게 보며 말했다. 《아,거 옛날 그릇들이랑 어찌려고 그대로 남깁네까 . 》 《다 팔아버 린 뒤지요.》 송암의 말에 리윤병은 두눈이 올롱해지였다. 그러나 그는 다 른 말은 더 할수가 없었다. 자지러진 총소리가 길건너 집뒤쪽에 서 울리였던것이다. 리윤병은 냉큼 계화와 송암이 탄 차의 앞자 리 에 앉으며 《떠 나자.» 하고 소리 쳤 다. 앞에서 달리는 리윤병의 세간을 실은 차의 적재함우에 산봉우 리처럼 가려쌓은 짐이 위태롭게 흔들렀다. 리윤병은 짐을 보고서인 지 아니면 무슨 생 각에 따라서 인지 십자를 굿고는 손수건을 꺼내 코와 함께 눈물을 풀어내치고는 목멘 소리로 탄식했다. 《46년이 엊 그제같은데 또 적 색마귀 에 쫓기 게 되 였으니 … 으 흑,춘설 이 분분히 날리는 그날은 맵 짜기 도 하더 니. 그래 도 신양 리 자택을 떠나 대동강을 건넜을제는 희망이 꿈틀거렀건만… 온 다는 미군은 과연 오는지 …》 한강교에 들어섰을 때 장갑차가 길을 튀며 질러나가다가 리윤 병이네 화물차를 들이받아 란간에 짓조아놓았다. 그 차의 운전칸에 처를 태웠던 리윤병이 비명을 치며 일어섰으나 앞뒤로 빼곡이 밀려 드는 흐름속에서 차를 세울수도 문을 열수도 없었다. 차가 한강 다리를 건너 영등포로 나가는 길에 들어서는데 이제껏 들어보지 못 한 무시무시한 폭음이 울리며 차까지 움씰하고 들었다놓았다. 그들 277 이 뒤돌아보았을 때 한강다리가운데가 불길속에 휘말려 훌 들리 였다. 한강대교의 폭파인것이다. 침침한 어둠속에 거대한 랍마냥 적황색 불기둥이 일떠섰다. 그 화염의 기둥속에는 부서진 교각,철근포박과 세멘트덩이,찢겨진 승용차들과 짚검불처럼 타버린 시체가 휘말려 올라갔다. 수초동 안 하늘과 강물을 찬연한 백광으로 물들이던 불기둥이 사라지자 무 서운 폭음이 진동하였다. 삽시간에 묘혈로 되여버 린 한강은 사품쳐 끓어번지며 수백수천의 인명과 수백대의 차량을 삼켜버리였다. 장사진을 이룬 도주의 무리들,군용트럭과 고급승용차에 몸을 실 은 장교들과 《장관님》들,《국회 의 원》들은 미처 저주의 말을 뱉을새도 없이 뒤로 밀려드는 인파와 장갑차,트럭의 추적속에 끊임 없이 그 낭떠러지,차와 사람이 겨끔내기로 떨어져내리는 물속으 로 곤두박혀 들어갔다. 말그대로 아비규환 염라국의 한 장면이 20세기 고도 서울에서 연출된것이다. 성송암이 탄 차는 몇메터 못가서 멈춰섰다. 앞서 달리던 차와 사 탐의 떼가 일시에 멈춰섰다. 화광속에 해골같은 얼굴들과 경악한 눈들이 번쩍였다. 아우성과 비명이 폭음의 메아리와 더불어 강반의 어둠을 찢었다. 머리를 풀어헤친 한 녀인이 학생모를 움켜들고 《철 아,철 아.》하고 부트며 부러 져 나간 다리 쪽으로 미 친듯이 내 달았다. 그 녀인만이 아니였다. 이름을 부트며 오가는 사람들이 저 들끼 리 부및치고 넘어진 사람을 타고넘기도 하였다. 장성을 단 《국군》이 권총을 뽑아들고 누구를 향해선지 욕설을 퍼부으며 떠들썩 고아대는 다리목으로 달려갔다. «〈국군》이 다리를 끊었다.》 《군대가 배신했다.》 차문을 열어젖히고 이 광경을 바라보던 성송암은 다리 가 꺾 인 듯 쓰러졌다. 단말마의 포효같은 스산한 웨침 이 그의 입 에서 터 져나왔다. 계화가 그의 어깨를 흔들었으나 송암은 넋을 잃은듯 주 먹으로 차창문을 두드렸다. 《불쌍한 배달의 민족아.》 몸을 옹골뜨리고 얼빠진듯이 앉아있던 리윤병은 후들후들 팔 278 을 떨며 입안의 소리로 웅얼거렸다. 《하느님,굽어 감찰하옵소서.》 그의 의식속에서는 아직 자기 처가 강물에 수장되였다는것이 사 실로 새겨지지 않은 모양이였다. 혼돈과 광기의 시간이 강반을 지 배하고있었 다. 똑똑똑, 똑똑똑. 옹골차게 쥐여진 녀인의 주먹이 거멓게 쩌들은 세멘트담벽을 두 드 린다. 성 련화는 오도카니 앉아 그 통방신호를 지켜보고있다. 백정식 의 마수에서 벗어나 달리다가 다시 경찰서,헌병대를 거처 이 서 대 문형무소에 들어 온 성 련화는 다행 스럽 게 도〈〈국대 안》반대 투쟁 에 나섰다가 잡힌 처녀들,로동쟁의에 떨쳐났던 녀공들이며 제주 도의 이름짜한 해녀들과 한방살이를 하게 되였다. 통방신호를 날리 는 후리후리한 체격에 두눈이 호남자의 눈처럼 억실억실한 그 녀인 은 제주도 폭동시 한 소조장이 였다. 그 연고로 또 상대를 압도하는 기 품과 폭넓게 사람을 감싸는 마음으로 이 방의 호주로 되고있다. 지금 그 녀자의 통방신호를 보지 않는 녀자는 련화옆에 누운 망 낭둥이 라 불리 우는 녀 인뿐이 다. 그는 저 녁 밥을 들여 오는 목궤 에 서 누군가 집어넣은 쪽지를 본후부터 지금까지 내처 울고있다. 그 쪽지에는 《오늘 오후 려수,순천 사건관련자들을 홍제원화 장터 에 서 집 단학살했 음.» 이 라는 글이 적 혀있었 다. 그 려수,순천 사건관련자들속에 이 녀인의 애인이 있었던것이다. 방금전 그들은 오늘밤내로 형무소 수감자전체를 학살한다는 소식을 옆방에서 보내온 통방신호로 알게 되였다. 방안사람들은 자 기들모두에게 닥쳐든 불행앞에서 마지막최후를 생각하고 다른 호실 과 련계를 취하는것이다. 《동무들 !》 통방을 끝낸 정 록주가 흘러 내린 머 리 칼을 한손으로 추어 올리 며 번쩍이는 눈길로 둘러보았다. 성련화는 겨우 몸을 일으켜 앉 았다. 그제저녁 이리로 오기전 호송차에 실리우며 한 헌병장교의 279 구두발에 호되게 채운 옆구리가 쑤셔나 이발을 앙다물었다. 정록주는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최후시각에 다들 〈김일성장군의 노래》를 부르기로 했어. 그 런데 다른 호실들에서는 원가 남겨 야 한다는거 야. 이제 인민군대가 오면… 그래도 이 세상에서 공화국을 우러러 싸운 사람들이 있었다 는것을 알려 야 한다는거 야. 매 사람이 가장 남기고픈… 말하자면 유언이기도 한것을 말이야.》 성련화는 《유언》이라는 말에 이제껏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 던 죽음에 대한 생각에 섬씻했다. (그러니 내가 좀 있으면 영 이 세상에서 사라진단말인가. 파 파 늙었을 때 하게 되는 유언을 이제 한단말인가.) 정록주가 언제 준비해웠는지 흰 옥당목자투리를 꺼내 정히 펼 쳤다. 그는 자기 동무들을 묵묵히 보다가 련화에게 시선을 멈추 었 다. 《련화는 무엇을 남겼으면 좋겠어 ?》 고개를 쳐든 련화는 뿌연 전등빛에서 자기를 주시하는 엄숙하 면서도 더없이 다정스러운 눈길들과 부및치자 엉겁결에 입을 열 었 다. 《전… 저의 동무에게 제가 여기서… 간다는 글발을 남기면 해 요. •••)) 말을 마친 련화는 문득 려수사건관련자인 애인의 죽음으로 눈 물을 흘러던 녀인의 시선과 부및치자 고개를 수그렀다. 《그 동무란 누구예요? 물론 비밀이라면 말 안해도 돼요.》 련화는 정록주의 맑고 큰 눈을 보다가 애 인을 잃었다는 녀인 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에게 미안스러웠다. 그런데 그 녀자의 눈매는 더없이 상냥하였고 눈가에는 동정의 빛까지 어려있었다. 성련화는 이 사람들속에서는 조그마한 비밀도 숨겨둘수 없음을 느 꼈 다. 《그 동문 저의 애인이였어요. 지금 이북에 가있어요.》 《그래요? ! 동문 행복하군요.》애인을 잃은 녀인은 웃어보 이며 련화의 손을 꼭 잡아쥐였다. 련화는 그의 행동이 눈물이 나게 280 고마왔다. 정록주의 말소리가 조용히 을렀다. 《나는 이 천에 우리 마음의 태양인 김일성장군님 만세를 피 로 새기고 우리들의 이름을 적자는것을 제기해요.》 《언니 !》 격동어린 웨침과 함께 주먹쥔 손들이 불쑥불쑥 올라갔다. 련 화의 손을 뜨겁게 매만져주던 녀인도 손을 쳐들었다. 련화는 엄숙하면서도 감격에 번쩍이는 눈길들을 보는 순간 자 기와 이들과의 아득한 차이를 감득하며 송구스러움을 금할수 없 었 다. 정록주가 그의 어깨를 그러 안았다. 《동무의 소망도 적 자요. 적 을 자리 는 많으니 까 . 》 련화는 그 뜨거운 정이 담겨진 말에 흑 하며 그의 가슴에 얼 굴을 묻었다. 죽음이 란 때 로 비겁 한 사람도 용감하게,용렬한 사 람도 슬기롭게 만든다. 그것은 죽음의 목적과 의의가 신성할 때 정 화된 량심 이 비쳐주는 빛에 고무된 인간의 아름다운 본성때문인 것 이 다. 격 앙된 흥분속에 죽음을 과감히 직시 하는 이들은 그러 한 승화된 세계의 절정에 이르러 아무런 두려움도 슬픔도 모르는듯 저 마끔 손에서 피를 내여 자기 마음속의 가장 소중한 글들을 새겨 갔다. 일이 끝났을 때 련화는 벽 에 기댄채 지 친듯 눈을 감고 운학이 를 그려보았다. 운학의 말을 따랐더라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으 리라는 애잡짤한 후회가 가슴을 훌었다. 운학이와의 마지막이 눈물 겹게 떠올랐다. 그날 련화가 저 녁동자를 마치고 설것 이물을 쏟으러 밖에 나가 니 온 천지가 하얗게 눈속에 묻혀있었다. 련화는 흰눈에 얼룩지 울 설젖이물을 차마 마당에 쏟지 못하고 울타리밑에 선 무궁화나무 밑에 던졌다. 그런데 그 흰눈 쓴 무궁화나무뒤에서 꿈속의 모습 인양 림운학이가 표연히 나섰다. 《어 마 ! » 《쉿 !》 281 운학이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댔다. 련화는 문쪽을 얼른 돌 아보고는 대야를 뿌려던진채 운학에게 달려갔다. 운학의 손과 옷은 물에 푹 젖어있었다. «아이 ! » 《좋은 선물을 받았어.》 운학의 말소리는 덜덜 떨렸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뭐 조금.》 련화는 눈뿌리가 따끔해져 행주치마를 풀어들고 설젖이물에 적셔진 그의 가슴자락을 닦았다. 운학이가 그의 손을 조심히 뿌 리 쳤 다. 그 손은 얼 음장처 럼 차거 웠 다. 《집에 들어가요. 동상 걸려요.》 《아버님 계시지 ?》 림운학은 방문쪽을 힐끗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겁쟁 이 !》 련화는 이렇게 말했으나 그를 끌고들어갈 담보까지는 없었다. 아버지는 언젠가부터 〈〈주의바람》에 날쥔다고 하며 운학이가 오는 것을 엄금하였다. 《아버님한테 꾸지 람 많이 들었소 ?》 《안…》 련화는 거짓말을 하였다. 사실 련화는 운학에 대 한 처사에 맞 서 아버지와 몹시 다투었다. 운학이와는 이미 깊은 관계를 가졌 다고,정 말리면 자살하겠다고까지 위협했다. 《아버님 노엽히는 일은 마오.》 운학은 모든것을 눈치젠듯 부드럽게 말했다. 련화는 무의식적 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 어떤 룩감에 소스라치듯 놀라며 운학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슬픔에 싸인 모습이였다. 꽉 다문 입,움직이지 않는 눈동자,그 눈길은 련화의 시선을 안고 깊은 호수처럼 그윽 히 빛났다. 《련화 !》 운학의 목소리가 떨리였다. 그가 한걸음 무섭게 다가왔다. 련 282 화는 얼결에 한걸음 물러섰다. 운학의 손이 련화의 팔목을 잡았다. 련화는 머리가 핑 도는것만 같아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어째서인지 그의 손을 뿌리쳤다. 운학은 몹시 당황한 기색으로 손을 어떻게 건 사했으면 좋을지 몰라 그을음이 잔뜩 낀 굴뚝모서 리를 잡았다. 《손이 어지러워져요.》 련화는 눈살을 찌프리며 아래사람에게 하듯 나무랬다. 림운학 은 억지로 웃어보였다. 다음 그는 매우 활발한 태도로 건강을 조심 하라거니 아버지를 잘 모셔야 한다거니 두루 말하던 끝에 불쑥 주 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내밀었다. 《이걸 받아주겠소?》 《건…》 련화는 영문을 알수 없었다. 그 수첩은 련화도 잘 아는것 이 였 다. 운학이가 좋아하는 작가와 철학가들의 명언으로부터 걸리기 만 하면 감옥에 갈수 있는 이북의 노래들이 적힌 수첩이였다. 언제 인가 련화가 장난겸 진정겸으로 써넣은 여덟줄짜리 시도 적힌것 이다. 운학은 망설이는듯하다가 말했다. 《난 집 으로,어머니한테로 가오. )) 《네 ? 그럼 전…》 련화는 발밑이 무너져내리는듯하였다. 운학은 까딱하지 않고 그 를 보다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난 련 화씨도 함께 가줬음 하오.》 《이 북으로요 ? ! … 아버지는 어찌 하고… 그리고 거 긴 험 하다 는데 . 》 《그 험하다는건 반역도배들의 거짓선전이요. 련화,제발 함께 가주오.» 운학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눈은 황황히 불을 쁨는것 같았다. 련화는 속이 한줌만해지며 한걸음 물러섰다. 미지의 그 세계 는 그에게 공포로만 그려졌다. 운학은 한숨을 짓고 모든것을 체 념한듯 허구픈 웃음을 지었다. 그는 무궁화나무에 얹혀진 눈을 움 켜쥐고는 손가락사이로 녹아내리는것을 즐기듯 보다가 훌 털어버리 283 고 불쑥 손을 내밀었다. 《련화,벗을 잘 사귀 여 주오.》 애절한 목소리였다. 련화는 몸부림을 치고실었다. 그는 슬픔 과 야속함에 못이겨 울음질려 소리쳤다. 《나에 젠 운학씨보다 더 귀중한 벗은 없어요.》 련화는 끝내 흐느낌을 터치고야말았다. 기침소리가 나며 문이 열렀다. 불빛을 등에 지고 나서는 아버지를 보자 운학은 결심한 듯 그쪽으로 다가섰다. 〈〈아버 님,작별 인사하러 왔습니 다. )) 《운학군인가?》 아버지는 끌신을 신고 문밖 대돌에 나와섰다. 〈〈어델 가는가?》 《고향에 갑니다.》 《고향? ! … 엄 친은 어찌 하고…》 〈〈부친께서 분부가 있었습니다.》 《음… 옳은 처사지.》 련화는 몸을 떨었다. 온갖 생각들이 얼어붙은듯 심장만 놀란 새 가슴처 럼 바삐 뛰 였다. 아버지 가 상해에 갔을 때 사왔다는 해 리 털외투를 들고나왔을 때야 자기도 원가 움직이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나 제 정 신이 아니 였고 발은 땅에 뿌리내린듯 움직 여 지지를 않았다. 《바래 주거라.》 외투를 억지 다싶이 운학에게 씌워준 아버지 가 성난듯한 음성 으로 이 소리를 남기고 문을 광 닫고 들어갔을 때야 련화는 자기 일생에서 가장 비극적인 시각이 닥쳐왔음을 알아차렸다. 《안돼 요 !》 그는 제잡담 운학의 팔굽을 잡아쥐 였다. 《이러지 마오.》 림운학은 뼈짱에서 나오는듯한 힘겨운 소리로 뇌이며 련화의 두 손을 꼭 포개쥐였다가 놓았다. 련화는 어쩔바를 몰랐다. 284 《반동한테 는… 시집 가지 마오.» 운학의 말은 여기서 끊어졌다. 그는 성송암이 준 외투를 련화 의 어깨에 얹어주었다. 〈〈잘 있소.» 그다음 운학은 책 돌아섰다. 대문밖으로 나갈 때야 련화는 정 신을 차렀다. 《운학씨 ! _》 련화는 목메여 부르짖으며 달려가 그의 팔을 그러잡았다. 외 투가 발치에 흘러내려 둘사이에 계선을 그었다. 《가지 말아요.》 련화는 애타게 뇌였다. 운학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운 학은 모질게도 련화를 뿌리쳤다. 그다음 비칠거리며 쫓기듯 걸어갔 다. 외 투를, 외 투라도… 련화는 그를 쫓아 달리 다가 쓰러 지고말았 다. 아버지가 찾아나올 때까지 그는 차고 슴슴한 눈을 녹이며 그자 리에 그냥 엎드려있었다. 방안에 들어 간 련화는 운학이가 주고간 수첩을 펼쳤다. 첫폐 지에 큼직큼직한 글이 불덩이처럼 살아 꿈틀거렸다. 《련화씨,나는 당신을 사랑합니 다. 죽어도 살아도 부디 안녕 히 !》 이처럼 그들의 사랑은 고백과 함께 슬픈 리별로 끝나고말았다. 그때부터 애모쁜 그리움과 괴로움 속에 번민어 린 나날이 흘러갔다. 그러 던 어 느날 축구공을 넣은 그물중태기를 엇가로 멘 상고머 리 의 낯선 청년이 나타났을 때 련화는 그가 행복과 희망을 가져올 천 사인줄을 꿈에 도 몰랐다. 그 청 년은 언젠가 림 운학이 와 눈물어 린 작별을 하였던 무궁화나무옆으로 돌아가 그물중태기에서 축구공 을 빼들었다. 그리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축구공의 죄임끈을 풀고 내피의 바람을 뽑았다. 납죽해진 축구공안에 손을 집어넣고 무슨 요술사처럼 움직이더니 네절로 접은 모조지를 넘겨주었다. 그것은 림운학의 편지였다. 상고머 리 청 년은 경 평 축구대 회 로 평 양에 갔다가 풋낯이 나 알고 285 있던 운학이를 만나 편지를 받아왔노라고 하였다. 련화는 이 고 마운 《은인》을 방에 모실 생각도 못하고 굴뚝모통이에 포그리 고앉아 편지를 읽었다. 사랑하는 련화. 나는 동무를 잊으리고 했습니다. ( 《동무》라는 말 어설피지요? 그러 나 나는 련 화를 《동무》라고 부르렵 니 다. ) 기 억 속에서,마음 속에서 동무의 자태마저 잊으려고 했습니 다. 우리는 서로 남남 의 평행선을 걷는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나 는 이 《결심》이 얼마나 허무한 위선이고 거짓이였는가를 깨달 았습니 다. 련화,나는 지금에 와서 동무 없는 삶의 매 순간순간은 아픔과 후회로 이어진 고통의 지루한 시간이라는것을 알았습니다. 동무 를 데려오지 못한것,억지로라도 끌어오지 못한것,강제로라도 사 탕을 쟁취하지 못한것,이 모든것이 후회로 남습니다. 여기는 창조와 활력의 세계입니다. 랑만과 환희,희망에 넘치 는 동산입 니 다. 이 로 하여 나의 후회는 더 크고 번민 역시 무겁 습니다. 그러나 나는 절망하지 않습니다. 한나라,한민족이 서로 사 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어찌 갈라져 살수 있겠습니까 ! 《평화통일》 을 위 한 세 찬 움직 임 이 대 하처 럼 일 어 나고있습니 다. 나는 동무를 끝까지 기 다리 기 로,기 다리 기 로 마음먹 었습니 다. … 사랑하는 사람이 여,지금 그대는 무얼 하는지. 그 아름다운 눈 동자속에,고요히 맥 박치 는 심 장속에 이 나를 받아주오. 동무를 떠난 내가 없듯이 내가 없는 동무가 없게 되기를 나는 충심으로 법 니 다. … 련화는 그 다음날로 상고머 리청년을 찾아가 림운학에게 보내 는 편지 를 전달하였다. 일생 림 운학이 만을 알며 살겠노라고 썼다. 갑자기 복도가 술 렁 거 리 는 소 리 에 련 화는 회 상에 서 깨 여 났다. 대여섯명의 경관들이 복도에 나타났다. 손에는 번쩍거리는 휘발 유통을 들었다. 열쇠꾸레미를 쥔 녀간수가 흰자위가 가독한 눈을 286 이상스레 희번득거리며 련화네 호실앞으로 다가왔다. 얼굴에 깨 김 까지 다 드러 나게 낯이 핼쑥해 진 간수는 련화를 보자 손짓했 다. 〈〈성 련화,나왓.》 녀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련화에게 쏠렀다. 련화는 도대체 무엇때문에 부를가,이 언니들은 무엇때문에 이 렇게 나를 바라보는가 하고 똑바른 판단을 내리려고 했으나 무엇인 지 아직은 딱히 알수 없는 불안스러운 예감에 짓눌러 머리가 뻥 하였다. 간수가 쇠를 열었다. 《빨리 나와 !》 간수는 초조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련화는 차마 걸음을 내짚 을수 없었다. 《련화,나가봐요. 혹시.》 정록주가 땀기 어린 손으로 련화의 종다리를 가볍게 떠밀었다. 그 힘에 련화는 앞으로 나가려다가 무춤하고 멈춰섰다. 그는 백 정식을 보았던것이다. 경찰들의 뒤에서 불쑥 솟구쳐나온 잠바차 림에 푸르딩 딩 한 살기 어린 얼굴의 백 정식은 오도카니 서 있는 련 화를 보자 뻔뻔스럽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련화는 이제라도 백정식 이 또 야수처럼 덤벼들것 같은 공포속에 한발자국 뒤걸음쳤다. 백 정식은 눈섭을 찌프렀다. 〈〈미쓰 성,용서하오. 지나간건 말하지 맙시 다. 시 간이 없습니 다. 우선 나오시오.》 련화는 몸서리가 쳐졌다. 이 순간 그는 여기에 자기만이 아니 라는 생각이 들며 이자앞에서 지금은 무서워할 하등의 리유도 없음 을 깨달았다. 이 생각에 닿자 후안무치하게 덤벼들던 그자의 더 러운 행동이 떠오르며 차거운 비웃음이 떠올랐다. 《전 안나가겠어요,떠나가요.》 련화는 자기도 통쾌할 정도로 차겁게 내쏘았다. 《정말이요?》 백정식의 눈에서 불이 번쩍했다. 《이제 안나가면… 여긴 불바다가 돼.》 련화는 부지중 그자의 낯판대기에 침이라도 곽 뱉아줄 심정으 287 로 웨쳤다. 《물러가요. 더러운것.》 백정식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쌍년 !》 낮게 뇌인 그는 갑자기 문을 홱 열어젖혔다. 그러자 이제껏 둘 의 대화를 지키던 녀인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일어났다. 백정식은 황급히 문을 도로 담으며 뒤로 물러섰다. 후들후들 떠는 다리를 간 신히 지탱하며 서있던 련화는 알수 없는 쾌감과 동시에 아찔한 흥 분속에 잠겼다. 《정말 안가겠소?》 눈을 희번득거리며 위협적으로 물은 백정식은 집어삼킬듯 련 화를 노리 다가《이 빨갱 이 년 !》하며 갑자기 권총을 뽑아들었다. 련화는 권총의 격발기를 여 담는것을 보며 《아 !》하고 낮게 신 음쳤다. 그때 정록주가 련화를 밀치며 나섰다. 《무슨짓이예요. 당신은 뭐예요?》 《이 빨갱이들 !》》 백정식은 악마같은 상을 하고 이를 부드독 갈았다. 벌겋게 충 혈된 눈이 커 다랗게 확대되 였다. 련화의 얼굴을 보자 총구를 그 쪽으로 돌렸다. 《그래 쏴라, 이 망나니 야.》 련화가 정록주의 잔등을 막 밀치며 악에 받쳐 앞으로 내달을 때 〈〈련화동무.》하며 한 녀인이 달려나가며 련화를 막았다. 백정식의 짐승같은 악청과 함께 권총의 야무진 총성이 련발사격하듯 울렸다. 신음소리 와 함께 《저놈 죽여 라 !》하는 웨침 이 감방안을 울렸다. 련화는 자기 앞을 막아섰던,애 인을 잃었다고 울던 녀 인의 몸이 넘 어 지는것을 느끼 며 반사적 으로 그러 안았다. 뜨겁 고 끈적 끈적 한것 이 만져졌 다. 《이 인간백정아一》 련화는 정신없이 소리쳤다. 모든것이 포얀 안개속에 휘말려들 었다. 그런데 갑자기 자지 러 진 총성과 폭음이 일며 복도에서 백 정식의 광기 어린 발작을 구경하던 경관들이 왁작 고아대며 뛰쳐 288 달아났다. 누군가 백정식의 팔소매를 잡아끌자 《이년들 보자.》하 고 소리치며 달려나갔다. 마루바닥이 울리고 벽체까지 움직이는 것 갈았다. 《인민군대 다 ! 인민군 땅크다 !》 누구의 입에서 나왔는지 모를 소리를 따라 울음진 만세의 웨 침들이 터져올랐다. 그러나 련화는 자기 가슴에 안겨 마지막숨을 몰아쉬 며 초점 잃은 눈길로 허 공을 쳐 다보는 녀 인을 그러안은채 울음을 터뜨렀다. 그들의 예측대로 인민군땅크 한대가 서대문형무소로 들이닥쳤 다. 땅크는 휘발유도람통을 만재한 석대의 트럭을 류탄으로 날려버 리고 괴뢰군 헌병들과 경찰들을 기관총사격으로 쓸어눕혔다. 그다음 우에 타고있던 보병들을 내려놓고 룩군형무소쪽으로 내달렸다. 그 땅크에는 림운학이 타고있었다. 마포형무소까지 세개 의 형 무소폭파를 막을 임 무가 그들에게 지워 져있었 다. 그런데 땅크는 륙군형무소근방에 이르기전에 시창이 명중되 여 불타기 시작했다. 림운학은 단신으로 철갑우의 불과 싸우기 시작하 였 다. 밤 세시 정찰국장으로부터 한강교가 폭파되 였다는 전화보고를 받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무선전화로 최용건을 호출하여 서울시 내에 진입한 소부대들의 전투상태를 알아보고 즉시 시가공격을 단행할데 대하여 명령을 주시였다. 《적들이 한강교를 폭파한것은 이미… 작전수뇌부가 제정신을 잃 었다는것 을 말합니 다. 수습되 기 전에 공격을 개시해 야 되겠습니 다. 특히 시가에 먼저 들어간 기습대의 안전을 위해서도 더욱 급 박한 문제입니다. 류경수동무의 주력땅크들도 곧 전투에 진입시 키 시 오.» 이렇게 되여 력사적인 서울해방전투는 그 장엄한 서막을 열었 다. 두개 종대로 나권 류경수의 땅크려 단이 푸릿푸릿한 어둠속을 뚫고 내달리기 시작하자 뒤이어 보병서렬들이 소리없이 일떠나 밀물처럼 밀려나갔다. 289 온밤 독전장교들의 서슬푸른 호령에 떨며 어둠을 향해 끊임 없 이 총을 쏘아대던 사병들은 묵묵히 다가오는 땅크와 보병서렬의 질 풍공격에 대뜸 얼이 빠져버리고말았다. 서울방어의 요새진이라고 할수 있는 수락산,불암산,돌장대,미아리고개,봉화산,북악산의 적 참호와 진지들은 포사격과 땅크공격,두개 보병사단 병사들의 질 풍공격에 삽시에 무너지고말았다. 방어계선을 깊숙이 돌파한 땅크들은 도로상의 모든 적들과 화력진 지들을 짓뭉개며 적의 일체 방어체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땅크의 질풍공격에 절단당한 방어계선의 약한 고리마다 아군 의 보병구분대들이 쾌기쳐 뚫고나가 지역별 포위망을 형성하고 적을 요정냈다. 주요대상물을 말은 소구분대들은 좌우의 적을 무시 한채 과감한 돌격전으로 시내 깊숙이 돌입하여 이미 들어가있는 기 습대와 련계를 보장하였다. 적의 전선은 구획과 계선이 없었다. 토 막쳐진 뱀의 몸둥이가 마지막 경련하듯 고립된 적의 부대들은 이렇 다할 반항도 못하고 붕괴소멸되였다. 시가의 도처에서 섬멸전이 한 창 벌어지고있을 때 중앙청까지 가는 로상에서 땅크들은 열두문 의 포를 뭉개버렸다. 그 과정에 땅크들은 포탄과 수류탄,화염병 공 격에 장갑이 우그러들고 그슬렸으나 일각도 지체하지 않았다. 맨 선두땅크들은 보병들이 시가종심에 들어서기전에 《중앙청》을 장악하고 공화국기를 게양했다. 그 기발은 이 도시에 재생과 환 회의 상징으로 나붓겼다. 전투원들은 펄펄 휘날리는 공화국기를 향 해 만세를 부트며 기세충천하여 마지막 전투에 들어갔다. 54사 18련대는 5련대의 좌익에서 시가를 정면 중심으로 공격 하였다. 송기 덕 의 중대는 905땅크들과 협 동동작속에 전투에 진입 하였다. 포사격없이 서울을 해방하라고 하신 장군님의 명령은 송기 덕이네를 비장한 감격과 열정 속에 휘말려들게 하였다. 오직 무 자비하게 적을 족처야 한다는 결심에 이를 갈던 송기덕은 군인집회 에 서 육탄이 되 여 서 라도 공격 로를 열 것 이 고 인민들의 생 명 재 산을 지켜서라면 자기의 목숨까지 서슴없이 바치겠다고 맹세하였다. 하여 그는 포나 화점과 맞다드는 경우에도 땅크에서 내려 무쇠철갑 의 뒤에 몸을 은폐해 야 된다는것은 아랑곳않고 그대로 포탑에 앉아 290 경기관총을 휘둘렀다. 인왕산 기슭으로부터 무학고개에 이르기까지 길이란 길,공지 란 공지는 적들로 한벌 덮여있었다. 땅크의 기관총사격과 기덕이네 의 일제사격에 적들은 꿩새끼처럼 땅에 머리를 틀어박고 별반 응전 할념도 못했다. 무학고개에서는 직사포진지를 그대로 깔아뭉개면 서 내달렸다. 서대문형무소 주변에서는 두개 련대가량의 적들이 우 물거리다가 땅크가 나타나기 바쁘게 갈게처럼 홀어져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기덕은 형무소마당의 여기저기에 쓰러진 적의 시체들과 아직 도 불길과 내내를 쁨고있는 깨여진 휘발유통들과 자동차의 잔해 들을 보며 여기서도 얼마나 가흑한 격전이 벌어졌는가를 알았다. 거무침침한 형무소의 거대한 건물이 통채로 들리우는가싶게 《만세 !》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조그마한 되창마다에 하얀 손 들이 내밀리워 바람에 흐느적이고있었다. 〈〈인민군대 만세 !》 《김 일성 장군 만세 !》 파도처나가는 함성,울음섞 인 웨침이 였다. 그다음 만세소리는 노래로 바뀌였다. 《김일성장군의 노래》,《인민공화국선포의 노 래》가 창구들마다에서 장엄한 메 아리로 흘러나왔다. 전사들은 형무소정문으로 달려 가 총탁으로 철문자물쇠를 까기 시작하였다. 땅크 한대가 철문을 향해 돌진해왔다. 류경수장령 이 탄 100호땅크였다. 땅크는 자기의 드센 몸체로 철문을 들이받았 다. 그러자 철문은 썩은 바자처럼 나가넘어졌다. 군인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갔다. 우야 ! 하는 함성과 함께 감방문들이 깨 여져나가며 푸르고 붉은 수인복을 걸친 사람들이 하얗게 쓸어나 왔다. 누가 군인이고 수인이였는지 분간할수 없게 되였다. 마구 얼 싸안고 돌아갔다. 서로 그러안고 얼굴을 부비고 울고불고… 그야말 로 환희의 절정이 였다. 기 덕은 마당에서 얻 어든 57미 리포탄깍지 를 거 꾸로 쳐들고 미처 열지 못한 감방문들의 자물쇠를 돌아가며 짓부셔버렸다. 무수한 손들이 그를 얼싸안으려 했으며 눈물을 머금 은 감사의 말들이 숨닿게 쏟아져나왔다. 291 《진정들 하시오. 진정들… 동무들 ! 해방이요 !》 기덕은 눈물에 목이 잠겨 정신없이 뛰여다녔다. 그런데 그는 한 감방안에서 뜻밖의 광경에 부및쳤다. 미모의 한 처녀가 가슴팍에 피자욱이 랑자한 녀인을 부둥켜안고 흐느끼고있었다. 둘러선 다 른 녀자수인들의 눈에도 물기가 어려있었다. 기덕은 련락병이 달려 와 땅크련대장이 자기를 찾는다는 바람에 구체적 사유를 묻지 못 한채 슬픈 자리를 떴다. 《안녕히 가십시오. 생명의 사도들이여 !》 한 녀인이 시를 읊듯 조용히 속삭였다. 모든 녀인들이 기덕이 네쪽을 향해 절을 하였다. 주검을 그러안고 통곡하던 처녀가 기 덕에게는 어디선가 무척 인상깊게 본 얼굴이라고 생각되였다. 밖에 나간 기덕이네는 전투가 계속되고있다는 륵군형무소쪽을 향해 두대 의 땅크에 분승하여 내달렀다. 그들은 록군형무소의 한 귀통이가 보이는 길목에서 화염에 휩싸인 아군땅크를 발견하였다. 땅크둘 레에는 적들이 까닿게 몰려있었다. 놀랍게도 불길에 싸인 땅크에서 는 도간도간 화점의 불꽃처럼 기관총사격 이 일었다. 《우리 땅크다 !》 《아직 살아있다!》 기덕이 탄 땅크는 무섭게 용을 쓰며 전속으로 적들의 무리를 맞 받아달렸다. 불타는 땅크를 에워쌌던 적들이 돠一악 홀어져 달아났 다. 그러자 그 땅크에서 울리던 총성이 몇었다. 땅크의 주변은 수 류탄과 포탄에 벌둥지처럼 파헤쳐졌고 여기저기 인화병부스레기 가 널려있었다. 기덕이는 땅크안에 과연 생명을 가진 존재가 있겠는가 하는 생 각을 안고 그리로 기여갔다. 불길에 온몸이 휘감기며 뛰여올라 포 탑뚜껑을 열려고 했으나 끄떡도 하지 않았다. 기덕은 연기와 화 염에 질려 그대로 뛰쳐내리고말았다. 그때 두명의 땅크병이 그 불타는 땅크밑으로 기여들어가더니 불 에 그슬린 시체 둘을 끌고나왔다. 《또 있소,또 !》 하는 소리에 기덕은 소스라치며 그 땅크밑으로 기여들어갔다. 292 열려진 밑창문으로 노릿한 연기와 숨막힐듯한 뜨거운 열기가 밀 려나왔다. 기덕은 기침을 터뜨리며 그안에 들어가 손을 더듬다가 한사람의 몸둥이를 불안았다. 그 사람의 손은 기관총 방아쇠를 꼭 당긴채 굳어져있었다. 손가락을 간신히 비틀어 빼낸후 그의 상체를 그러안고 뒤걸음으로 그 좌실에서 빠져나왔다. 맨땅에 끌어다 놓혀 놓고보니 얼굴이 온통 그을음으로 검게 탄 그 사람은 다름아닌 림 운학이였다. 〈〈운학이 !》 기덕은 너무나 놀랍고 반가와 목메인 소리로 부르짖으며 운학 의 몸을 와락 그러안았다. 내내가 물씬하게 풍기는 군복자락이 종 이장처럼 미여졌다. 《운학이,정 신차려 . 나다, 기 덕 이 야 !》 《가스에 질식한것 같습니다.》 옆에 따라와 선 위생지도원의 말에 기덕은 다소 마음을 놓았 으나 불에 그슬린 군복자락을 헤칠 때 저절로 눈물이 럼벙럼벙 쏟 아지였다. 위생지도원이 캄파를 놓자 운학은 《공.》하고 앓음소리 를 치며 눈을 떴다. 〈〈수인들은?》 그의 첫말이였다. 기덕은 너무나 기쁘고 반가와 꽥 소리쳤다. 《야… 다 살았다. 살았어一》 기덕은 운학이를 더 붙안고있을수 없었다. 전투중이였던것이 다. 룩군형무소 지하실에서 마지막까지 발악하던 헌병대를 총창 과 수류탄으로 요정낸 기덕이네가 다시 땅크에 올랐을 때 거리의 확성기에서 불현듯 챙챙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렀다. 《친애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 동무들 ! 겨레들 ! 미제와 리 승만의 학정밑에 얼마나 신음하였습니까. 오늘 서울은 영용한 인민 군대에 의하여 해방되였습니다. 저는 서울에 처음으로 입성한 인민 군대의 한 일원으로서 여러분들에게 동포애의 정을 담아 뜨거운 축 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905땅크려 단 문화부려단장 안동수가 방금 점령한 서울시 방송 국에서 첫 방송전파를 세계에 날리는것이였다. 기덕은 시계를 보았 293 다. 10시 30분이였다. 땅크우에 올라탄 전사들은 저마끔 어깨를 그러안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기덕이도 그들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옆으로 인민군 위생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 나갔다. 차문 에 새겨진 십자표식을 바라보던 기덕의 뇌리에는 방금전 헤여진 림 운학의 일이 걱정스럽게 떠올랐다. 그의 옷이 불에 그슬려 쉽게 갈 라지던것이 선히 살아올랐다. (안에 내의랑 지갑은 일없었지.) 순간 그는 옆사람이 듣게 《아차 ! » 하고 소리쳤다. 보안간부 훈련소시절 림운학이 강행도하훈련을 끝마친 강녘에서 물에 젖은 지갑을 꺼내여 밀랍종이에 싼 처녀의 사진을 말리던것을 상기했 던것이 다. 그때 웬 사진인가고 따지고들자 림운학은 매우 서글픈 기색으로 서울에 두고온 녀동무라고 했다. 《하참. » 기덕은 다시한번 혀를 찼다. 서대문형무소에서 본 처녀가 생 각났다. (분명 그 친구 말하던 녀자야. 살눈섭이 길고 눈이 빛나는… 운 학이 가 이 걸 알면 얼마나 속을 끓일가. ) 294 제 12 장 추악과 혼돈 속에 죽어가던 서울은 그 낡은 수의를 벗어버 리 고 신천지의 부활을 맞았다. 미국산 군화와 미국산 군복을 떨쳐 입고 거리와 골목을 휩쓸며 다니던 괴뢰군들은 사라지고 이 나라 어데서나 나는 목화로 실을 자아 짠 천에 이 땅의 가을색을 입힌 군복을 입고 지하족을 신은 어제날의 로동자,농민들이 미소를 담고 거리에 밀려나온 사람들의 환호에 손을 저어주었다. 골목마다에 서 쏟아져나온 사람들은 귀가 아를 정도로 들은 《이마에 틀이 나 오고 손도 얼굴도 빨간》 《빨갱이》들이 의외로 자기의 형제,자식 들과 다를바없는 애된 보통젊은이들인것을 신기롭게 보며 박수를 쳐주고《만세 !》를 불렀다. 그러나 호화주택가의 높이 솟은 대문 들은 굳게 닫겨있었고 창문마다에는 음울한 눈길들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가. 어느 시각에 타도가 올가. )하고 바깥동정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닫혀있던 돈의동의 김규식 집대문이 시가전의 총성 이 채 사라지기전에 찌무덩-하고 열리였다. 김규식이 앞에 서고 뒤에 흰 두루마기의 최동오와 한쪽레가 깨여진 안경을 낀 안재홍이 따라나서자 안채의 식구들이 신발도 제대로 못찾아신고 마당에 달려나와 이들의 신상에 재액이 없기를 바라며 길게 절을 했다. 김 규식의 호위병이 먼 상해에서부터 들고다니던 도이윌란드제 모젤권 총을 괴춤에 찌르며 따라서자 김규식은 낯을 찡그리 였다. 《그만 들어가게. 그놈의 피스一롤 한자루로 지켜질 목숨이 못 되네.》 이들은 한밤을 꼬바기 눈뜨고 밝혔다. 새벽녘에 이 집으로 뛰여든 안재홍은 이들에게 또하나 눈물의 폭탄을 던졌다. 지 난밤 안재홍은 서울에 남아있으면 다 죽는다는 국회족속 마나님들의 아우성에 기가 질린 가족들한레 포박되다싶이 되여 남으로 가는 차에 올랐다. 한강교어귀에서 앞질러나가는 장갑 295 차꽁무니에 들이받기운바람에 차가 도랑창에 굴러떨어졌을 때 한강 교의 폭발이 일어났다. 안재홍은 눈앞에서 한강다리 가 거꾸로 서고 앞서 가던 차와 사 탐들이 순식간에 재처럼 날려 한강에 수장되는바람에 반정신을 잃었다. 더구나 차가 도랑창에 빠져들었을 때 옆으로 지나가는 리 윤병 의 차에 성송암이 타고있는것을 본 그는 친구의 죽음에 더욱 비감했다. 가족들을 도로 집에 끌어간 그는 혼자의 심경으로는 그 비극의 인상을 이겨낼 힘이 없어 김규식의 집으로 달려왔던것이다. 세사람은 천고에 없는 그 참사에 다 울었다. 《제편이 … 제 사람들을 죽이 다니 ! )} 날이 밝아 총성 이 즘즉해졌을 때 김규식의 신변호위원이 대문 짱으로 내 다보고와 인민군땅크들이 세종로에 들어섰다고 했다. 《국군 다섯개 사단이 그렇게 쉬이 물러설수 있나?》 반신반의 하는중에 나가보자거 니 말자거 니 의 논이 벌 어 졌다. 안재홍은 나가는것을 꺼려했다. 〈〈대형들에게야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수심 찬 그의 말에는 미 군정 시 《민정 장관》이 요,현재 《국회 의원》인 자기의 수치스런 처지를 비겨보는데서 오는 불안의 빛 이 력연히 비꼈다. 《대의》를 안고돌던 두뇌가 일단 신변에 대 한 문제로 떨어지자 얼굴색들이 달라져갔다. 《민세나 나나 피 장파장이요.》 김규식이 말을 받자 안재홍은 거의 普쓸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 《대형들이야 년전에 김장군님을 만나외웠을제 과거를 불문하 시겠다는 말씀을 듣지 않으셨습니까?》 그 말에 김규식은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평양에 갔을 때 내전만은 없으리라고 다짐했는데 그게 빈말 로 끝났으니 산다 해 도 무슨 낯으로 뵈 인단말이요 ?》 한생을 내 나라,내 민족을 위해 애썼다는 일푼의 긍지마저 다 잃어버 린 그들은 이 순간만은 하나같이 인종과 체 념 속에 죽음을 바라보는것이였다. 최동오가 분연히 떨쳐일어 났다. 《어쨌든 한번 시내구경을 하는것이 어떻소? 한강교를 우선 봅 296 시다. 송암의 시신이라도 찾아야지 않겠습니까?》 《찾지는 못할겁 니다. 무리죽음사래 이겠는데. 허나 마지막으 로 나가라도 봅시 다. )) 안재홍도 결국 따라일어섰다. 날씨는 맑았다. 하늘에는 희디흰 구름 몇점이 떠돌고 때늦게 밥 짓는 연기들이 아지 랑이처럼 피 여흘렀다. 모든것은 잠시의 꿈이런듯 불바다가 되리라던 시가는 이제까지의 상상과는 너무나 다트게 구래의 연하였다. 세사람은 너무나 뜻밖의 모습에 넋을 잃은것처럼 서있었다. 《몬나리자》라고 쓴 다방옆에 인민군대 포차 한대가 하수도 홈채기에 바퀴 한쪽이 빠져들어 서있었다. 그 차가 달고온 어마 어마하게 큰 대포옆에는 장농과 식기따위를 실은 달구지 한대가 놓 여있고 하늘소 한마리가 그 달구지채에 비끄러매이여 머룩머룩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포차에는 장총을 등에 진 인민군대 군인들과 함 께 이 주변에서 다 떨쳐 나온듯 장년과 로인들, 아낙네들과 아이들까 지 달라붙어 《영차 영차》하며 밀어대고있었다. 《영차 !》소리 를 지를 때마다 자동차는 부릉부릉하고 요란한 소리를 지르며 배기 구에서 검은 연기를 쁨었고 그때마다 달구지채에 매 인 하늘소는 기 겁을 하여 길길이 올리뛰였다. 차에 붙지 못한 아이들은 그것을 보 고 좋아라 떠들썩했다. 《어찌된 일이시오?》 최동오가 거기서 떨어져 팔짱을 낀채 서있는 흰모시샤프에 파 나마모를 쓴 중년사나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 사나이는 세사람을 알아보고 몹시 놀란 기색이 되였다가 안재홍에게 알릴듯말듯 목 례를 하였다. 《5개사단의 대군이 막지 못한 인민군을 저 달구지가 멈춰세 웠습니다.》 어던가 이지러진 역설조의 말투였으나 얼굴에는 감동의 빛이 력 연했 다. 《인민군을 피해 교외로 나가던 저 달구지가 용약 돌따서 인 민군을 맞받아 들어왔습니 다. 저 하늘소의 사령관은 아마 피 난도중 자기가 피압박민중임을 깨닫고 새 제도가 분명 호의를 베풀수 있을 297 것이라 믿었던가 아니면 포위망을 치고 들어오는 인민군선동가의 말 에 공감했던가 했기 에 돌려세 운것 이 지 요. 정처 없는 타향 행 각보다 제 보금자리가 좋아 성수나 달리던 저 하늘소는 골목을 에돌 때 진 군해오는 군용 포차도 못알아보고 냅다 달렸지요. 어떤 국군의 반격 보다 더한 영웅적인 육박돌격에 저 인민군대 포차운전사는 그만 조 향륜을 꺾 어 차를 길밖으로 돌렸습니다. 하늘소의 사령관은 죽었 구나 했는데 차는 하늘소를 빗서며 저처럼 멈춰섰습니다. 그 값으로 하늘소도 달구지군도 다 깜장콩알을 먹는구나 했는 데 오히려 저 인민군들은 까무라치듯 서있는 하늘소의 사령관_달구 지군에게 다가가 상하지 않았는가,놀라지 않았는가 걱정을 해주 고 그 달구지에 랐던 아이를 안아다가 총소리가 무섭지 않더냐, 밥은 먹었느냐 하면서 건빵까지 주고 안고돌았습니다. 창문으로 이 걸 지켜보던 사람들은 너무나 신기한 이 군대를 더 잘 알려 몰려나 왔고 지금은 차를 끌어 내 려 자원적 인 부역 에 투신하는것 이 지요.》 관조자의 랭정한 태도를 잃지 않으려 애쓰며 하는 그의 말을 유 심히 듣던 김규식과 최동오가 호기심을 감추지 못한채 외따로 떨어 져있는 포를 향해 슬밋슬밋 걸음을 놓을 때 안재홍은 그 사람에 게 의 아한 빛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선생은 소설감을 찾아 남았소 ?》 《글쎄요. 이렇기도 저렇기도 하지요. 북에 간 옛 동료들도 만 날겸,우리같은건 맑스의 리론대로 봐도 사회간층이니 독재대상은 아닐거구요.》 그 사람은 벙굿 웃고 동정어린 태도로 말을 이었다. 《선생님이야말로 예 남은게 이상하군요. 공산주의자들한레 생명담보라도 받은게 아닙니까?》 안재 홍은 이 마살을 찡그리 였다가 허허 웃고 《좋은 글감을 찾 기를 바라오.》하고는 걸음을 떼였다. 《몸조심 하십시오.》 통속련애소설가로 이름이 짜한 이 작가는 일행을 더없이 측은 한 눈으로 전송했다. 군복을 입 어 표날뿐 막사람과 다를바 없는 순진한 군인들이라 298 는데서 오는 위안과 동시에 달구지군을 살리려 자동차를 길녘에 꺾 어돌렸다는 놀라운 사실에서 받은 감동으로 순간적이나마 불안을 잊은 김규식과 최동오는 대포의 포가다리에 걸터앉아 소년들의 말동무로 되고있는 팔에 붕대를 칭칭 동인 스무살이 될가말가한 인 민군전사에게 다가갔다. 인민군전사는 두루마기차림에 단화를 신 은 여느 사람들과는 원가 달라보이는 세사람이 나타나자 두 눈길이 간잔지런해지다가 귀밑에 허옇게 불린 은발과 조글조글한 주름살들 을 보고 다시 그 유쾌하면서도 방심 한듯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임자, 이 대포의 최대사거리가 얼마나 되는가.》 최동오가 불쑥 묻자 전사의 눈은 또다시 가느스름해졌다. 로 인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자리에서 일어섰으나 군사술어인 《최 대사거리》를 묻는데서 경각성이 머리를 쳐든 모양이였다. 최동 오는 빙굿이 웃었다. 《허허,달리 생 각 말라구. 나두 임자만할 때 왜놈들과 해보러 총포를 배우던 사람일세.》 붙임성좋은 최동오의 너그러운 얼굴빛과 말이 전사의 의혹을 훌 가셔버 린듯 발그레 한 뺨에 웃음이 감돌았다. 《이 포는 말입 니 다.» 전사는 매우 자랑스러운 기색으로 자기를 우러보는 졸망구니 까지 휘둘러살피고 말을 이 었다. 《수십리밖의 콩크리트구조물도 단방에 박살을 냅니다.》 《그러면 대단한 위력 일세. 분명 이 포도 전투에 참가했겠지 ?》 《우린 전투를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예까지 들어오면서 싸워보지 못하다니 ? !》 번쩍거리는 폐쇄기를 만져보던 최동오가 놀라 고개를 쳐들며 물 었다. 전사의 얼굴빛이 심각해졌다. 《김일성장군님께서 포사격을 하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이 포를 쏘면 어떻게 됨니까. 시내가 다 날아날 판인데. 장군 님께서는 한채의 집,한사람의 인민도 상하지 말게 해 야 한 다고 하셨습니 다. 우리 인민군대는 인민의 생명재산을 첫째 로 여기는 군대이 니 299 까요.» 전사는 마지막 말을 점잖게 하고나서 어던가 시틋한 눈길로 최 동오를 바라보았다. 《장군님께서 ?》 세사람은 다같이 감심한 얼굴로 굳어졌다. 이때 중앙청쪽에서 《만세 !》소리가 터져나왔다. 뒤미처 군 악대의 나팔소리 와 소고소리 가 살벌한 침묵에 잠겼던 도시를 잠 깨웠다. 세사람은 허둥이는 걸음으로 중앙청과 세종로가 한눈에 보 이는 덕수궁쪽 등길로 올라갔다. 고궁의 푸른 담벽밑에 이른 그 들은 너무나도 황홀하고 장엄한 광경에 한동안 얼빠진듯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었다. 북악산쪽으로부터 밀려든 인민군땅크부대와 보 병 부대 가 근감하게 렬 을 지 어 중앙청앞을 지 나 세 종로로 빠져 나 가고있었다. 넓은 광장과 대도로에는 시민들이 꽉 몰켜나와 장사진 을 이루고있었다. 언제 준비했는지 손에손에 꽃다발과 수기를 든 사람들은 인민군대렬을 향해 만세를 웨치며 환성을 올리고있었다. 《저 흐름을 어떻게 막는단말입니까. 이야말로 민심의 철리가 아니겠습니까.》 최동오가 감격하여 부르짖었을 때 김규식이가 심각한 어조로 말 했 다. 《진행된 삶에는 수정이 있을수 없지만 이 도시는,우리의 력사는 갱생을,수정을 보게 되 였소. 망조의 력사는 종지부를 찍고…》 《여하튼 도시가 살았습니다. 새 세상,새 도시 ! 그러고보면 나 같은건 저 흐름에서 밀려난 과거의 그림자일것이고.》 안재홍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경알밑에서 눈물이 솟구 쳐 볼로 흘러내렀다. 《국회의사당》후문으로부터 인민군군인들이 나타났다. 김규 식이네를 발견한 그들은 수상쩍은 기색을 감추지 않고 다가왔다. 《순찰》완장을 두른 그들은 누구에게라없이 건성으로 경례를 붙이 고 매우 례절바르면서도 딱딱한 태도로 말했다. 《증명서를 봅시다.》 세 사람은 원가 례 사롭지 못한 일,바라면서 도 바라지 않던 일 300 이 닥쳐왔다고 생 각했다. 김규식 이 먼저 중명서가 아닌 명함장을 꺼내내밀었다. 그러자 안재홍이 하얗게 질린 얼굴에 한줄기 웃음을 머금으며 《국회의원》의 신분을 증명하는 빠스포르르를 꺼내여 내 밀었다. 김규식의 명함장에서 민족자주련맹 총재라는것을 보고 잔뜩 긴장하였던 하사관은 안재홍이 내미는 《국회의원》신분중 까지 보자 얼굴이 험하게 이지러지였다. 《반동들이군. 갑시다.》 따라선 전사가 자동총을 벗어들었다. 최동오가 다급히 말했다. 《총기는 쓰지 마우.》 《아바이,증명서를 봅시다.》 하사관이 예 리한 눈길로 최동오를 훑어보았다. 최동오는 어깨 를 으쓱했다. 《난 없소. 구래여 말한다면 이전 국회의원 최동오요.》 《한통속이군. 우리와 함께 갑시다.》 그들은 네거리 교차점에 있는 순찰장인듯한 군관에게 끌려갔다. 하사관이 그에게 김규식의 명함장과 안재홍의 신분증을 주며 뭐 라 말하였다. 중성 한알의 군관은 김규식과 안재흥을 날카롭게 쏴 보았다. 당장 《이자들을 쏴갈기시오.》라고 할듯한 기상이였다. 그러 나 안재홍의 옆에 낯이 해쏙하여 서 있는 최동오를 향해 물을 때 인상과는 달리 온화한 목소리였다. 《성함을 어떻게 부르신다구요?》 《최동오라고 하오.》 군관은 흥미 있게 최동오를,다음에는 김규식을 보다가 무뚝뚝 히 말했다. 《미 안하게 됐 습니 다. 선생 님과 김규식 선생 님 은 돌아가십 시 오. )) 《간다는건?》 최동오가 얼떠름해 묻자 군관은 여전히 표정변화없이 말했다. 《가십시오. 선생님들이 야 평화통일을 바라지 않았습니까. 남 북협 상에 도 참가하신분들이 고一》 그리고는 그들을 체포한 하사관에게 안재홍을 가리키며 말했다. 301 《저 국회의원만은 경무부에 호송해가시오. 미군정시 장관까 지 해먹던 령감이요.》 《그렇습니까. 대단한놈이군.》 하사관은 안재홍에게 독기어린 눈길을 주고는 〈〈갑시다.》하 고 호령조로 웨쳤다. 《군관선생,데 려 가려 면 다 데 려 가시 오. )) 최동오가 용기를 내여 나서자 군관은 유심히 그를 살폈다. 《저 안재홍선생으로 말하면 반동이 아니요. 량심적 인 사람이 요. 왜 정 때 독립 지 사고_ )) 〈〈선생 님,량심 이 있다 해 서 죄 가 없다는 법은 없습니 다. 그러 지 말고 떠나십시오. 흑 가다가 단속이 있을수 있는데 남북협상 때 장군님을 만나뵈웠던분들임을 밝히십시오.》 군관은 이 말을 하고는 더 응대할 기분이 없는지 하사관에게 재 촉하는 눈길을 보냈다. 창졸간에 변화된 사래앞에 안재홍은 웃음을 지으려 애썼으나 하얗게 질린 얼굴가죽만이 실룩거 렀다. 《민세 !》 김규식과 최동오가 동시에 부트자 안재홍은 머리를 끄덕여보 였 다. 《인과응보지요. 가족들을 부탁합니다.》 김규식은 표연한 태도로 서있다가 군관에게 다가갔다. 《저 사람을 어떻게 하려고 하시오?》 《전 모름니다.》 《저 사람은 당신네가 생각하는것처럼 반동은 아니요.》 〈〈네 ?— )) 군관은 싸늘한 어조로 반문하고는 격분을 억제 못하며 말했다. 《선생님,저러루한 〈정객》들때문에 우리 인민이 얼마나 고 통을 받은지 모르십니까. 수많은 인민들이 노예처럼 짓밟히고 죄없 는 사람들이 감옥에 갇혀 살해되였습니다. 저 사람이 설사 량심 이 있었다 해도 그 학살의 법에 손을 들고 아전노릇한 죄는 죄로 남을것 이 아닙 니 까. 모든 불행 의 화근에는 저 런 사람들,아니 선 생 님 들까지의 죄도 있단말입니다.》 302 군관의 얼굴은 비참할 정도로 이지러지였다. 김규식은 낯을 흐 리 였 다. 《그 말은 옳소. 나도 그런데서는 례외가 되지 않지. 그러니 우리 도 죄책에 해당한 처분을 받겠소. 그것이 맘편한 일이기때문이요.》 김규식과 최동오는 군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끌려가는 안재 홍의 뒤를 죄인처럼 따라갔다. 모터찌콜을 앞세운 몇대의 찦차가 중앙청을 지 나 푸른 기 와지 붕으로 유표한 경무대를 향해 경적을 울리며 달러왔다. 정문보초병 은 호각을 입에 물다 말고 황급히 굳어지며 영접들어 총을 했다. 최용건보위상의 일행이였다. 경무대에 먼저 와있던 시위수사 령관이 최용건을 맞았다. 최용건은 위수사령관의 안내로 경무대 안에 들어섰다가 도로 나오고말았다. 복도와 랑하 좌우에는 전사들 이 빼곡이 쓰러져있었다. 연 3일동안 제대로 자지도 쉬지도 못하고 달려온 전사들은 괴뢰《대통령관저》에 대한 호기심도 다 꺼버린채 잠에 끓아떨 어 져 있는것이 였 다. 《저 동무들을 정식 오침을 시키오. 목욕도 시키고… 승리자 들이 아니요.》 최용건은 위수사령관에게 조용히 말하고는 언짢은 빛으로 경 무대의 외경을 한동안 묵묵히 살펴보다가 분수대밑에서 어린애들처 럼 물을 맞으며 떠들썩 웃고있는 자기의 부관들을 보자 얼굴색 이 좀 밝아졌다. 뒤 따르는 장령 을 향해 그는 매 우 유쾌한 어 조로 물었 다. 《이 집 령감이 지금쯤 어데 있을것 같소?》 《모름지기 쎈프랜시스코로 가는 배에 올랐던가 아니면 하와 이의 옛집에 가서 여기를 그려보겠지요.》 〈〈그럴듯하오.» 최용건은 싱굿이 웃으며 차에 올랐다. 잠시후 차들은 태평로 를 거쳐 한강교쪽으로 내달렸다. 다리목은 수백대의 차량으로 막혀 있 었 다. 다리 가 폭파되 는바람에 주저앉고만 차들이 였 다. 두대 의 땅 크가 포신을 뒤로 돌린채 그 차들을 밀어내고있었다. 우릉우릉하는 303 땅크의 동음과 와지끈 지끈 하며 차들이 굴러 나는 소음에 강반은 무척 소란스러웠다. 최용건은 다리목에서 300메터 떨어진 지점에 차를 세우고(그 이상은 길이 막혀 나갈수 없었다.) 길을 에돌아 걸 어 갔다. 발밑 의 모래 는 검 은 재 먼지 를 뒤집 어 써 검스레 했 다. 여 기저기에 콩크리트포박과 쇠포각이며 찢겨진 군복천들이 널려있 었다. 다리는 중가운데부분이 뭉청 날려버렸다. 굴러떨어져내린 수 백대의 자동차들이 엎치고 덮치여 쌓여있었다. 사품치는 물속에 드 러 난 자동차들우에서 수십명의 군인들이 움직 이고있었다. 다부진 몸매의 한 군인이 다리란간우에 올라서 교예사처럼 량팔을 쳐들 고 빠른 걸음을 걸어왔다. 비칠할 때마다 옆에 담벽처럼 련달려 늘 어 선 자동차들의 문짝이 나 적 재 함을 짚 어가며 균형 을 잡고는 다 시 달러왔다. 최용건은 그가 공병부국장임을 알아보았다. 장화가 푹 젖은 공 병부국장은 목에 건 쌍안경을 바로잡고는 최용건에게 절도있는 동작으로 다가와 거수경례를 하였다. 《보위상동지,공병국 기술부국장은 다리파괴정형을 료해하고 있습니다.》 《며칠이면 다리를 복구할수 있겠소?》 공병부국장은 무슨 롱말인가 하는듯 놀랍게 보다가 보위상의 심 각한 얼 굴빛 을 보고는 정 색하여 대 답했 다. 《보름은 걸립니다. 그것도 목재와 철근콩크리트가 제대로 보 장되는 조건에서입 니 다.》 부국장은 웃주머 니 에 서 조그마한 수첩 을 꺼 내 였다. 《초보적으로 계산한데 의하면 철근은.》 《나에게 그런 증명은 필요없소. 저 아래 철다리를 알아봤소 ?》 《네,거 기도 파괴 상래가 심합니 다. 삼분의 일가량이 내 려 앉았 습 니 다. 一 )) 《저건 며칠이면 되오?》 《그건 철도건설전문가들이 와야 알것 같습니다. 우선 거기에 는 침목과 레루를 제쳐놓고라도 기중기차라든가 여러가지 복구할수 있는 기술설비들이 있어 야一》 304 《지금은 전쟁 이요. 그 평시 건설방법은 운운하지 마오.》 부국장은 보위상의 눈동자가 까딱하지 않고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데 당황해하며 성급히 대답했다. 《지 금 상태 에 서 가장 빠를수 있는것 은 중도하창을 개 설 하는 것 입니 다.» 《동무네 중도하창은 51사에 보내지 않았소?》 《56사의것을 당겨올수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아오. 그러 나 그것 이 오자면 이틀을 예 견해 야 되 오. 그것이 오면 얼마동안에 부설할수 있소?》 《하루,아니 한것에 하겠습니 다.》 《동문 2차작전방침사상을 알고있소 ?》 《네,장군님께서는 적들이 강하천장애를 리용하여 방어를 강 화하기전에 급속히 한강을 도하하여 패잔병들을 포위소멸하라고 명 령 하시 였 습니 다. » 《동무네 임무가 간단치 않소.》 최용건은 거무죽죽하게 흐린 강물을 바라보았다. 무너져버린 다 리모통이에서는 허연 거품을 일으키며 물갈기가 일었다. 강건너 대 안은 아득히 멀어보였다. 물우에 부및친 해빛이 아지랑이처럼 뛰놀 며 눈을 시글게 만들었다. 철교와 인도교가 모두 폭파된 조건에서 부득불 여기서 지체되 게 되였다는 생각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일부 보병들은 신변기재를 리용해 강행도하를 시킬수도 있으나 포와 땅크가 안받침되지 않 는 상태 에서 적들앞에 나타난다는것은 무모한 희생 만 초래하는 결 과를 빚 어 낼 것 이 라고 생 각하였 다. (목재와 철근?… 그런데 그것이 오기를 기다리느라면 세월이 없 다. 중도하창 ! …그것이다. 잘하면 오늘 밤안으로 올수 있다. … 그렇게 되면 레일은 길이 열린다. 결국 하루의 지체로 된다. 하 루? ! … 그까짓것은 회복할수 있다. ) 뜨겁게 내리죄는 해빛에 눈시울이 아파들며 머리가 지끈지끈 쏴 들었다. 피곤이 무섭게 몰려들었다. 경무대안에서 자고있던 군인들 의 지 친 모습이 불쑥 눈앞을 스쳐지 나갔다. 지금 지 휘 관이건 병 305 사들이건 4일 간의 련속작전에 서 언제한번 쉬 여본적 이 없다는 생 각이 뇌리를 쳤다. 그러자 부대들에 보충해 야 할 유생력 량이며 탄약과 무기, 지 어 피복과 식량에 대한 문제까지 연줄 떠올랐다. 부대들을 정비보강하 고 지친 전사들의 기운을 북돋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자 해야 될 일들이 무척이나 많아졌다. 예비대가 없는 조건에서 지금의 부대들 을 가지고 남해까지 나가자면 여기서 단단히 준비를 갖춰야 할것이 다. 이 것 역시 불리한 역경을 유리한것으로 만드는 하나의 방법 이 아니겠는가. 땅크가 밀어낸 자동차옆에서 괴뢰군 장성표식의 철 갑모를 본 그는 경무대를 돌아봤을 때처럼 싱긋이 웃었다. 승용차에 앉자 눈까풀이 저절로 내려앉으며 졸음이 무섭게 엄 습해 왔다. 옆 으로 획 획 스쳐가는 건물과 가로수들을 안개 속에 서 처럼 바라보는 그의 눈앞으로는 적들이 반땅크구조물로 설치하려고 쌓아둔 레루무지 며 모래 가마니따위들이 얼핏얼핏 띄 였다가는 사 라지 군했 다. 보위 상은 점 점 밀 려 드는 잠의 그물속에 묶여 고개 를 떨 어뜨리 고말았다. 그는 잠속에 길게 늘어선 중도하창우로 굴러가는 땅크의 대렬을 보고 입가에 고즈넉이 미소를 그렀다. 중앙청까지 가는 로 상에는 환영군중들로 인산인해였다. 수기와 기발을 든 시민들이 차 나 군인들이 지나갈 때마다 만세를 부트고 손을 지었으나 보위상은 그것을 몰랐다. 전쟁이 일어나 처음으로 그는 큰 시름없이 잠들 었 다. 중앙청앞마당은 각이 한 형래의 승용차와 포의 전시 장같았다. 군 인들이 주변에 널려진 차와 포들을 밀고와서는 렬을 지어 세워놓았 고 날쎈 종군기자들은 마치 그것이 더없이 좋은 보도사진감인듯 카 메라를 들이대고 샤타를 눌러댔다. 한쪽에서는 장부책을 든 군관이 《포드 두 대 ! … 군기 하나 !》하고 경매판 와주처럼 소리를 치며 그것들을 등록하고있었다. 차가 멎는바람에 깨여난 최용건은 꿈 속에서처럼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청사직일관이 앞에 와선것을 보고 정신을 차렀다. 《강건동무가 있소?》 306 《네,상동지 를 기 다리 고계 십 니 다.» 《방을 어데로 잡았소?》 〈〈상동지의 옆방입니다.》 《내 방이란 어데요?》 《저… 리승만이 있던… 그전에는 미나미총독이 있었답니다.》 중앙청안은 아직도 화약내가 빠지지 않았다. 최용건은 둥근 원 주와 바닥에 깐 빨간 모자이크를 약간 경멸하는 눈길로 보다가 탄 피 와 담배꽁초가 너저 분히 깔린 복도계 단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강건은 전투보고서를 작성해놓고 그를 기 다리고있었다. 최용건은 방안의 색 다른 기물들을 다 둘러보고 미국제 상표의 타자기는 만져까지 본후 강건으로부터 동해안의 강릉이 해방되였다 는 사실을 들으며 보고서초안을 집어들었다. 〈〈좀 빈약하오.》 보고서를 읽고난 최용건은 활짝 열려진 창문으로 안겨오는 세 종로와 그 주변의 건물들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다시금 말했다. 《빈약하오. 조직된 집 체로서 의 적은 없어 졌소. … 문제는 수 자가 아니라… 적은 정신도덕적으로 완전히 패했다는것이요. 나 는 한강교폭파에서 그것을 보았소. …》 최용건은 보고서를 쥔채 방안을 거닐며 흥분을 제어하지 못하 고 말했다. 《전쟁개시 3일,작전개시 3일 ! 3일만에 우리는 적의 피뢰 〈수 도》까지 점령했소. 적은 절망했고 모든것을 포기했소. 다시말하지 만 조직된 적은 없소. 우리의 보고는 한 전쟁에서 승리를 총화하는 보고로 되여야 하오. 솔직한 말로 나는 반공격작전이 이런 기적 을 이루리라고는 생각 못했소.》 그 불안스럽 던 새벽으로부터 오늘까지는 80여시 간이 흘러갔다. 우주의 무한대 한 시공간속에서 눈깜박임과 같은 그 짧은 시 간속 에 어떤 기적이 이루어졌는가. 최용건은 이런 흥분속에 한강도하보장대책안을 다시 검토해볼 여 유를 가지지 못했다. 저녁견에 적의 야간정찰비행기가 날아오는것 을 보고 중도하기재수송에 대해서 일정한 위구를 느꼈을따름이다. 307 네거리 전차길 복판에 한 군관이 서있었다. 온 얼굴에 붕대를 칭칭 동인 그 군관은 초점없는 눈길로 하늘 과 땅,집과 사람들을 보았다. 향방도 목표도 잃어버린 사람처럼 망 연자실한 자래였다. 떼지어 밀려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번씩은 꼭곡 그에게 멎 군하였으나 그는 그에는 개의치 않았다. 아니 애당초 그것을 느 끼지 못하고있다. 《빙과,빙수,화채,수정과… 인민군대님들에게 무상봉사 !》라는 간판을 세우고 흰 차일이 드리운 그늘아래에서 부채질을 슬슬하며 오가는 손님들을 불러들이던 청량음료의 대머리 는 몇번이고 일어나 그에게로 갈듯하다가도 그 군관의 시선과 부및 치면 절레절레 머리를 저으며 앉았다. 《단단히 상심이 든 장교로군.》 이렇게 중얼거리기도 하였다. 차도로 해방된 수인들이 탄 차 가 굴러왔다. 수기를 젓고 노래를 부트는 하얀 얼굴의 수인들을 눈 청이 흐릿해 바라보던 대머리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뛰여나오 며 그 차를 막았다. 다짜고짜로 내리라고 소리치고는 운전칸에 앉 은 사람부터 끌고내려서는 차일밑으로 끌어갔다. 화채인지 수정 과인지를 버치채로 식탁우에 올려놓고는 고뿌에 떠 권한다. 그리고 는 차에서 내리는족족 매 수인과 악수를 하고는 고뿌를 권하고 그 마시는양을 지켜보며 만족한 웃음을 그들먹이 채운다. 전차길에 섰 던 군관이 그 수인들을 보다가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러 나 해방된 이 수인들이 다시 차에 오르자 더 따를념을 안하고 다시 멍청히 굳어져있다. 《장교님!》 대머리가 용기를 내여 말을 걸었다. 《수정 과외 에 막걸 리 도 있 습니 다. » 군관은 무슨 말인가 하는듯 대머리를 물끄러미 보다가《고맙 습니 다. » 하고는 그대 로 서 있 었 다. 대 머 리 가 달려 가 알른 알른거 리는 놋그릇에 수정과를 담아오자 군관은 머리를 젓고 돌아섰다. 대머리는 실망한 기색으로 몇걸음 쫓아가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308 《원 장교님,너무합네다. 내 이래뵈두 려수항쟁때 아들을 바 친 사람입죠.》 군관은 대머리의 말에 전혀 무감각이였다. 그는 림운학이 였다. 땅크우에서 화상을 입은 그는 후송치료를 요구하는 땅크련대 군의의 말에 귀도 기울이지 않고 형무소의 감방 들을 뒤졌다. 련화를 찾아내지 못한 그는 지나가는 군인들의 차 를 얻어라고 서대문감옥으로 갔다. 감옥에서는 안전일군들이 도 망치지 못한 감옥관리들을 심문하고있었다. 문건들을 선별하던 한 안전군관이 그의 사정을 알고 심문중의 사찰계장에게 물었으 나 수만명의 《죄인》을 상대한 놈의 기억에서 림운학의 아버지 나 성련화의 존재란 남아있을수가 없었다. 운학은 경비소대전사 들의 충고로 감옥뒤의 묵정밭을 돌아보았다. 죄인들을 학살하고 대 강 만든 가무덤들이 널려있는곳이였다. 거기서 허탕을 친 그는 홍 제원화장터에까지 갔다. 사람들로 인산인해 인 홍제 원화장터는《아버 지 !》,《오빠 !》 를 부트는 녀인들의 목멘 통곡소리로 차고넘쳤다. 운학은 통곡하는 사람들사이를 헤집으며 구뎅이에 줄느런히 쓰러진 임자가 나타나지 않는 시체들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거기에도 없었다. 화장터를 내리다가 그는 조총의 일제사격소리를 들었다. 아카시아숲속에 커다란 봉분이 있고 열댓명의 군인들과 꽃을 든 녀인들,맨머리바람 의 수인들 몇이 서있었다. 봉분앞에는 커다란 흰 무명천이 주렴 처럼 드리워있었다. 《고이 잠드시라! 우리 생명의 구원자들이 여… 서대문형무소 수감자일동…》이라는 먹붓글씨가 유난히 눈 을 찔렀다. 운학은 수인들속에 행여나 아버지가 있지 않을가 하고 살피다 가 단념하고말았다. 화상에서 오는 열감과 동통으로 쑤셔대는 몸을 끌고 3년전까지 하숙으로 정하고있던 무교동의 먼 친척집으로 찾아갔었다. 그 집에서는 낯모를 녀인이 나와 원래 살던 가족은 이미 48년도에 《부역자》집안으로 몰리워 어던가 먼 산골로 추 방당했다는것을 말해주었다. 운학은 그처럼 환희에 넘쳐 그려보 군하던 상봉의 꿈이 가닥가닥 찢 겨 나가는 뼈 저린 고통을 감수했 다. 309 이젠 두번다시 아버지를 만날것 같지 못한 절망감이 그를 윽죄 였 다. 대돌에 주저앉은 그는 얼굴을 싸쥔채 한식경이나 까딱않고있었 다. 감옥 면회실 창구에서 마지막으로 본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 을 그리자 왈칵 눈물이 솟구쳤다. 집주인녀자가 어쩔바를 모르며 찬물사발과 무슨 고약을 들고나타나 권할 때에야 간신히 자신을 다 잡았다. 그는 림천이라는분이 혹시 오게 되면 아들이 왔다는것을 알리라 하고는 친절한 녀인의 동정어 린 눈길을 받으며 그자리를 떴 다. 걸음걸음 다가서는 아버지에 대한 상서롭지 못한 예감에 짓 눌린채 계동의 성련화네 집에 이르니 그 역시 빈집이였다. 몽우 리 앉은 무궁화나무를 우두커니 서 보는데 한 녀인이 쪽문옆에 서 서 지켜보다가 누구냐고 물었다. 운학은 이 옆집에 살던 두부장 사아낙을 알아보았다. 운학은 그 녀인에게서 성련화의 아버지가 오 늘 새벽 피뢰장관의 차를 타고 도망쳤다는 기막힌 소식을 들었다. 련화에 대해서만은 그 녀인도 아는것이 없었다. … 독립문쪽에는 많은 시민들이 몰켜서서 인민군대만 나타나면 《만세 !》를 목터지게 불렀다. 따뜻한 미소가 어 린 감사의 눈길들 이 가는곳마다에서 맞았다. 남대 문에 이르자 꽃과 기 발로 장식된 커다란 물체가 그를 향해 달러왔다. 전차였다. 땡,땡,땡. 연거퍼 울리는 종소리에 운학은 부지중 미소를 머금었다. 활짝 열린 차창마다엔 공화국기와 빨간 수기들이 내밀리여 흔 들리였다. 운학이 성급히 전차길에서 물러나자 전차는 그를 위해서 인듯 불시에 제동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타십시오 ! » 량볼에 진한 홍조가 물든 젊은 운전사가 상냥스럽게 미소하며 소리쳤다. 운학이가 전차에 오르니 초만원이였다. 온 서울이 전 차에 오른셈 이 였다. 아이,어른,할머 니,젊은 녀 인들까지 있었고 운학이처럼 초청을 받은듯한 군인들 몇이 만족한 얼굴로 앉아있 었다. 운학은 로동복차림의 한 청년이 내주는 자리를 마다하고 전 차안을 깐깐히 훑어보았다. 모두가 명절맞이를 가는 얼굴빛들이 였다. 어디 일이 있어 가는 사람이 란 하나도 없었다. 누구도 무 310 엇때문에 이 전차를 랐는지 모르고있었다. (이 전차를 련화와 함께 랄 때면 그는 늘 맨 앞에 서곤했고…) 운학은 길게 드리운 손잡이끈에 머리를 대이고 잠시나마 아릿 한 추억에 눈을 감았다. (련화,련화는 지금 어데 있는가. 아버지 와 너를 구하러 온 내 가 아닌가. 그런데 아버지도 너도 없구나.) 그러자 또다시 조총소리가 귀에 울리고 죽은 전사의 모습이 눈 앞에 지나가며 이 기쁨에 젖은 군상과 엇섞여 돌아갔다. 《장교동지,앉으십 시오.》 캡을 쓴 사민 한명이 또다시 일어나 자리를 권하였다. 운학은 자기가 비칠거렸음을 깨닫고 몸을 곳곳이 펴고 밖을 내다보았다. 거 의 집 집 마다 공화국기 가 걸려 있었 다. 큰것,작은것,창가와 마당 에 선 사람들마다 전차를 향해 손을 젓고있었다. 어린 아이들이 종 주먹을 쥐고 달려오고있었다. 〈〈동해면옥!》 커다란 낯익은 간판이 보였다. 운학은 가슴이 후두둑 뛰 였다. 추운 겨울날 그 엄동의 날에 무슨 바람이 불어 련화앞에서 그처 럼 희명게 놀았던가. 〈〈국수를 좋아해요?》 《그렇소. 우리 평 양사람들은 랭면이 라 하면 다 두세그릇씩 이요.》 《그럼 세그릇 살가요? 랭면으로.》 《사오.» 그 찬국수를 다 먹고 밖에 나와 덜덜 떨 때 련화는 까르르 웃 음을 터뜨렸지. 〈〈바보 !》 《그렇소. 난 바보온달이고 동문 평강공주.》 《공주란 좋지 않아요. 차라리 선녀 아니,눈꽃이 라고 부트세요.》 련화는 뱅글뱅글 떨어져내리는 눈송이를 잡아쥐려 손을 뻗치 며 재롱스럽게 말했다. 국수집은 안에는 물론 밖에까지 사람들이 서있다. 중절모를 쓴 점잖게 생긴 사람이 국수를 받아들고 서있는것이 우습게 보였다. 311 먹을 자리가 람탁치 않아서인것 같다. 긴 의자마다 사람들이 줄 져앉았다. 한사람이 일어나며 그 중절모를 앉히자 마치 그들은 친 구이런듯 인사를 건냈다. 중절모는 역시 점잖게 나무저가락을 포개 여 국수를 한번 휘젓는다. 이제 후루룩一삼키겠지 하는데 중절모는 지나가는 수인 한명을 보더니 벌떠덕 일어서 내달렸다. 아는 사 인가? 아니였다. 중절모가 뭐라 말하자 수인은 머리를 저었다. 그 러나 끝내는 그 손에 끌려와 중절모가 받았던 국수그릇앞에 앉았 다. 중절모는 그 죄수복이 저 가락을 들고 먹는것까지 지켜보다가 국수집 안으로 사라진다. 거리의 군상은 다양했다. 손수레를 끌고가는 군인,그옆에서 황송해 어쩔바를 모르며 따르는 로인,리발의자를 아예 문밖에 내놓 고 머리를 깎는 위생복차림의 리발사,그옆의 리발소 표식판에는 긴 종이장이 너펄거렀다. 《해 방리 발을 해 드립 니 다. 오늘 당일만은 무료 !》 아이들이 오구구 떼지 어 줄지어 서있었다. 림운학은 왜서 인지 눈앞이 흐려지였다. 눈앞에 스쳐지나는 건물,번쩍이는 유리창… 유 리 창까지 그대로 있다. … 그늘진 담벽밑에서 총들을 껴 안은채 잠든 군인들의 모습도 보 였다. 그들의 옆에는 말아놓은 못자리며 방석들이 있었다. 집으 로 끌어들이려다가 끝내 성공 못한 사람들이 해방자에 대한 정성으 로 꺼내온것들일것이였다. 전차가 급제동을 거는바람에 운학은 정 신을 차렸다. 모든 사람들의 머리가 창밖으로 나갔다. 어떤 사람들은 전차 문을 열고 뛰여내렀다. 운학은 무슨 일인가 하여 밖을 내다보았다. 전주대밑에 술한 사람들이 둘러싸여있었다. 그 전주대꼭대기 에는 통신병 한명이 가름목에 년쩍 올라앉아 주둥이가 삐죽이 나온 확성기를 통신줄로 비끄러매고있었다. 그 확성기에서는 힘찬 노 래소리가 왕왕 울려나왔다. 운학은 성부와 화음이 맞지 않는것으로 써 방송국을 장악한 군인들이 부트는것임을 알아맞혔다. 만세와 돌 격함성 속에 쉬여버 린 목청이였다. 그러나 감격과 열정에 목메인 그 소리는 어떻게나 가슴을 세차게 치는지 운학은 한동안 주변의 312 움직 임도 잊다싶이했다. 운전사로부터 로파에 이르기까지 홀린듯 노래를 들었다. 전차 안이 인차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슨 노랜가?〉》 〈〈그것도 몰라?〉》 《당신 알아?》 《저 노래도 모르는가,〈김일성장군의 노래》를. 난 48년도 단선반대때부터 저 노랠 불렀지.》 림운학은 눈을 감았다. 뜨거운 눈물이 줄줄이 볼을 타고 내렸 다. 그는 차창에 머리를 대이고 오래도록 눈물을 진정할수 없었다. (그렇다. 이것이 바로 조선민족의 얼이고 정신이고 량심이다. 우리 전사들은 이 노래를 부트며 예까지 왔고 또 갈것이 다. ) 그는 이 전차안에 대고 아니 이 맥박치는 도시전체를 향해 목 이 터져라 웨치고싶은 불같은 충동에 휩싸였다. 서울사람들이여,당신들은 아는가. 그대들이 웃으며 활보하는 이 도시,이 거 리가 어떻게 남아있게 되였는가를, 당신들이 자자손손 살며 물려온 집들과 당신들의 안녕을 위해,력사깊은 도시의 유적들 을 위해,민족의 봄을 가져오기 위해 이 길에서 흘린 전사들의 피 와 땀,우리 장군님 의 거 룩한 뜻을. 서울이여,서울사람들이 여, 이것을 잊지 말라. … 련 3일간을 꼬박 밝히 신 김 일성동지 께 서는 서 울해 방에 제 하여 보내는 축하문을 작성하신 뒤 집무실과 맞달린 휴게실에서 30분 가량 휴식을 하시였다. 그이께서 벗었던 웃옷을 걸치실 때 강부 관이 곤색 제낀양복과 넥 타이를 가지고 나타났다. 외국사람들과의 접견이 있다는것으로 준비했겠으나 명절때나 간 혹 입군하시던 의복을 가져온것이 김일성동지로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 이였다. 《동문 전쟁이 다 끝난걸로 생각는게 아니요?》 《사회주의나라 사람이 아닌 기자도 있다고 하던데요.》 《허허, 그 사람들이 내 옷차림을 보자고 오는것은 아니요.》 313 오늘 서울해방소식이 발표되여 한시간도 채 못되였을 때 김일성 동지께 여러 나라 대사들의 공동명의로 접견요청이 제기되였 다. 서 울해 방을 축하하여 찾아뵈 읍겠 다는것 이 였 다. 접 견형 식 은 비공식방문인데 담화까지 포함시켰으면 하는것이 그들의 희망이 였 다. 외무성을 통해 그 보고를 받으신 김일성 동지께서는 쾌히 수락 하시였다. 그들의 방문목적이 단순히 서울해방에 대한 축하가 아닐 것이며 보다는 이 전쟁의 성격과 발전전망에 대한 정부의 견해와 립 장을 알려는것 이 기본일것 이 라고 짐 작하신 김 일성 동지께서는 이 회견에 크게 의의를 부여하시였다. 세계의 적지 않은 나라들 에서 이 전쟁에 대한 잘못된 견해를 고집스럽게 붙안고있는 조건에 서 유익 한 기 회 라고 보셨다. 그이께서 접 견장소인 내각 소회의실로 가시자 미리 와 대기하 고있던 외교관들이 열렬한 박수로 그이를 맞이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신임장봉정식때라든가 명절행사에서 가끔 만나군한 외교관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고 집사람들의 건강에 대해서까지 물어주시였다. 외교관들은 거의가 다 오늘 본국정부 에 서울해방소식을 통보했다는것을 말하였으며 일부 대사들은 자기 나라에서 대대 적 인 조선지 원깜빠니 야가 예 견되고있음을 암시 하기 도 하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주탁에 와앉으시다가 분명 모란봉 이던가 대성산에서 꺾어온듯한 꽃을 보시였다. 싱싱한 산냄새와 향 기가 물씬 풍기였다. 그이께서는 그 꽃을 보시며 매일매시 싹트 고 피여나고 커갈 무성한 성장의 계절인 여름을 새삼스레 느끼셨 다. 갓 모를 낸 벼발이며 강냉이발들,꽃향기가 진동할 과원을 발목 이 휘도록 돌아보고싶으신 충격 이 가슴을 짜릿하게 흙으시 였다. (두달전에는 이 동무들과 5.1 절 들놀이를 하였었지.) 그이께서는 담담한 오후해빛 이 아름으로 쏟아져들어 오는 창문 쪽을 마지 막으로 보시 였다.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먼저 아무런 준비 도 없이 회의실에서 귀빈들을 맞지 않으면 안된데 대하여 량해를 구 하고 서울해방을 축하하여 찾아준데 대하여 사의를 표시하시였다. 《어저께 와 오늘 사이 모스크바, 베 이 징,베를린, 부다빼슈뜨, 지 314 어 로마와 뉴욕에서까지 미제는 조선에서 손을 떼라고 군중 집회와 시위가 있었습니다. 나는 이것을 나와 우리 인민에 대한 가장 큰 고무로,축하로,선물로 여김니다. 이에 대하여 나는 매 정부와 인민 에 게 심 심 한 감사를 표합니 다.» 통역 이 채 말을 끝내기전에 열렬한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손을 한번 쳐들어 답례를 표하고 시간상 긴 담화는 할수 없으니 필요되는 질문에 대 답을 주겠다고 하시 였다. 예 견 하신대 로 질 문은 인 차 제기 되였 다. 〈〈수상각하.» 맨 구석진데서 나이 지굿한 외국인이 일어섰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가 북유럽의 정치평론계에서 이름있다고 하는 사람임을 알아 보셨 다. 《저는 1차 대전시 기부터 기자였습니 다. 에 스빠냐전선도 가보 았고 쏘도전선도 아프리카의 2전선도 보았습니다. 실례지만 지금 각하의 적국으로 되는 나라들의 사령관과 수상들파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 서투른 감상을 지레 발표하는것은 이르지만 지금 저는 이 나라가 생사존망의 위험에 직면한 상태라는것을 잊지 않고있 는가 할 정도로 각하의 여유있는 태 도에 감탄을 금할수 없습니 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서두가 요란한 기 자의 이 야기 에 각성 을 가 지 고 주의를 집중하셨다. 《각하,저는 이 전쟁의 현재와 미래를 두고 각하의 전체적인 견 해를 듣고싶습니다. 이 전쟁을 단순한 동족분쟁으로 봐야겠는지,세 계정치세력의 대결로 보겠는지… 다 알고실습니다. 외교관제씨들, 저의 질문을 량해해주십시오.》 외교관들 거의가 그 기자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정치평론 가는 모두의 관심 사를 한데 묶어 질 문한셈이 였 다. 김 일 성 동지 께 서 는 주의 깊 이 그를 응시 하다가 말씀을 떼 시 였 다.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말하자면 부득불 과거부터 소급하지 않 을수 없 습니 다. )) 김 일성 동지께 서는 격 앙되는 흥분을 느끼 며 우렁 우렁한 음성으 로 계속하시였다. 315 〈〈력사를 파헤쳐놓고 볼 때 인류에게 무서운 참화로 새겨진 2차 대 전은 문현협 정 에 의한 체 스꼬의 비 극으로부터 시 작되 였습니 다. 그런데 지금 미제는 조선을 그러한 도이월란드의 〈체스꼬》로 만들려고 하고있습니 다. 11년전 세계의 비 렬하고 어 리석은자들의 묵인하에 체스교를 먹은 나치스는 큰 맹수로 둔갑하여 뽑스까를 삼 키고 프랑스를 걷어쥐였고 영국에 포문을 돌렸습니다. 그때야 세계 는 〈파쏘도이윌란드》의 위험성을 깨닫고 무장을 갖추기 시작하였 으나 늦었습니다. 그 깨달음의 지체는 수천만의 무덤을 만들었습니 다. 지금 세계의 일부 사람들은 1939년에 영국이나 뽑스까의 정 치 가들이 리해하던것처 럼 미국을 딸라의 나라로만 알았지 세계를 통채로 위장에 집어넣으려는 허기증에 시달리는 맹수임을 모르고있 으며 포츠담회담에서 코를 떼운 트루맨이 뒤에 돌아가 군수독점 체의 지령밑에 얼마나 무서운 열전의 무기를 제작하는가 하는데 대 해 서 는 외 면 하였 습니 다. 이 렇 게 이 발과 발롭을 벼 른 미 국은 오늘 조선을 자기의 첫 침략대상으로 찍었습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 람들은 조선전쟁을 다만 프로레타리아와 부르죠아지의 반목과 모순 에 의한 계급투쟁의 일환으로,사상과 제도와 리념의 차이로부터 오 는 민족공민전쟁으로만 보고있습니다. 유엔마저 미국의 대변조합 이 되여 세계라는 이름을 걸고 우리를 비방중상하고있으며 미국 은 이에 더욱 기고만장하여 자기의 기도실현에 박차를 가하고있 습니 다. 그러나 리승만군대는 덤벼드는 첫걸음에 된탕을 먹었고 오늘 은 저 희 들의 이 른바 수도라던 서 울까지 내 주지 않으면 안되였습 니 다. 워싱 론의 선전내 용으로 따른다면 민족주의 와 자본주의 에 대 한 북조선 공산주의자들의 리념상 적의로 시작된 이 〈동족상쟁〉의 내 란은 이미 승부가 내린것으로 됨 니 다. 그러 나 전쟁은 이제 시 작된데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전쟁은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가. 지금 미국내에서는 전쟁 을 반대하는 운동이 그칠새 없지 만 트루맨행 정 부와 펜 타곤, 월 가의 전쟁상인들은 그 목소리에 관계없이 전쟁의 불을 더 크게 지 316 피려 하고있습니다. 만약 그들이 리성을 돌이킨다면 전쟁은 멈춰질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승냥이가 양으로 변할수 없는 리치와 마 찬가지 로 한갖 꿈에 불과한 일 일 것 입니 다. 왜냐하면 이 전쟁은 미국이 조선과 나아가서 아시아,씨비 리전 체를 먹으려는 침략의 야망에서 시작된것이기때문입니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이 전쟁은 미제국주의가 조선과 나아가서 아시아와 사 회주의 진영전체를 병탄하려는 세계적인 싸움의 첫시작으로서 우리 에게는 반제민족해방전쟁으로 되는것입니다. 현재 미국은 7함대 와 5공군으로 이 전쟁 에 참가하고있습니 다. 그러 나 래일에는 미 지상군까지 덤벼들것입니다. 그때면 싸움은 매우 어려워질것입니 다. 그러 나 우리 는 굴하지 않을것 이 고 반드시 승리할것 입 니 다. 미래에 대한 예측은 기자선생… 그때에 가서 더 봅시다.》 김 일성 동지 의 말씀에 방안은 물을 뿌린듯 조용해 졌다. 모두의 얼굴빛이 그 엄청난 사변을 그려보듯 긴장되여있었다. 그때 유럽인 치고는 키가 작다고 볼 암팡진 몸매의 한 대사가 비 장한 표정으 로 일 어 섰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언젠가 신임 장봉정 식때 자기 를 사냥애호가라고 소개하면서 《장군님의 사격술이 신묘하다는데 그 비결을 가르쳐주십시오.》라고 청하던 일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를 그리였다. 대사는 외교적호칭을 뛰여넘어 그때처럼 《장군님 !》 하고 부르고는 잠시 있다가 힘겹게 말을 떼였다. 《지금 장군님께서 분석 하신것처럼 미국은 딸라와 선전수단으로 적지 않은 나라들을 매 수하고 국제 련합으로 신생 공화국을 짓 밟아버 리 려 하고있 습니 다. 예언대로 미국의 륙군까지 총 출동한다면 비례상 대비도 안되는 싸 움으로 될것입니다. 비록 귀정부의 군대와 인민이 매우 용감하고 영응적이나 그앞 에서는 매우 바쁠것입니다. 그러니만치…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 니다만… 서울까지 나가서 위력을 보인이상 더 나가지 않는것이 어 떤가 하는것입니다. 지금의 경이적인 승리에 세계가 놀라고있을 때 철수한다면 아무리 파렴치한 미국도 더는 덤벼들 구실이 없지 않겠 습니 까 ?》 모든 사람들이 긴장된 눈길 로 김 일성 동지 를 주시하였다. 317 김일성 동지께서는 가슴속에 래풍같은 격한 감정이 치솟는것을 간신 히 억제하고 물으시였다. 《당신네 집 에 강도가 뛰여 들면 어쩌겠습니까?》 대사는 긴장어린 태도로 김일성 동지를 응시하다가 통역의 말 을 듣고는 씽굿 웃었 다. 《수상동진 저에게 쏴잡아야 한다는것을 권고하는군요.》 《그렇습니다. 동무야 렵총의 명수가 아닙니까. 양우리에 기 여든 승냥이는 때려잡는 길밖에 없다고 이미 이소프시대에 다 밝혔 습니 다. 그냥 뒤 두면 또 달려 들것 이 아닙 니 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대사를 보시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지금 우리의 처지에서는 끝까지 싸우는 길밖에 없습니다. 이 것은 우리 인민의 한결같은 의지이며 결심 이기도 합니 다. 그리고 우리 인민은 원체 가축을 물어 가는것이 호랑이 라 하더라도 다 쫓아 가 때려잡는것이 생리로 되여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전쟁에서 우리가 이길수 있는가 하는 문제인데 나는 각성된 인민의 의지는 불패이라는 진리로 대답을 마치려고 합 니 다. 이 전쟁에서 우리 인민은 모두가 영웅으로 될것입 니다.》 〈〈수상동지 !》 대사는 원가 격렬한 웨침을 터뜨릴듯하다가 두손을 높이 들어 박수를 쳤다. 우뢰같은 박수소리가 뒤따랐다. 누군가《코레아 ! 게 로이 (영웅) !》하고 감격 하여 웨 쳤다. 그러자 박수소리는 더 높아 졌고 《브라보 !》,《게로이》라는 말이 합창처럼 터져울렸다.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가법 게 손을 저 어 그들의 환호에 답례 를 표 시하시였다. 접견담화가 끝난 뒤 쓰띠꼬브를 비롯한 몇몇 대사들은 따로 남아 그이께 본국과의 합의가 있었다고 하면서 필요되는 원조 품목들을 알려달라고 하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들의 제기가 고마우면서도 한편 서글픈 느낌을 체험하셨다. 어저께만도 전쟁 의 추이를 불안스럽게 주시하던 그들이였다. 그들과의 접견을 마치 고 집무실에 이르신 그이께서는 심한 피곤을 느꼈으나 휴식할수 없으셨다. 전선동부와 중부의 전투정황을 료해하시고 해당 지시 318 를 떨구시였다. 간난신고를 거듭하여 서울측방에 이르렀다가 남 한강으로 진출하는 최현부대에는 원래의 수원이 아니라 진천방 향으로 계속 진격을 다그치라고 명령을 주섰다. 저녁련에는 만경 대의 김보현할아버지가 오셨다. 서울해방을 축하하여 보내는 만경대 사람들의 소박한 선물인 과일꾸레미를 힘겹게 가지고 온 할아버지는 김일성 동지의 축가신 신색에 놀라며 오늘밤만은 꼭 집에 들어가 쉬 라고 간곡히 당부하셨다. 김 일성 동지께서는 그리 하겠다고 대 답하셨 으나 일감은 그것을 허 락치 않았다. 새로 꾸리는 군수공장 문제 를 두고 김책이며 정준택국가계획위원장과 저녁시간을 다 보내고난 뒤끝에는 재정상을 만나 남반부해방지역에서 전시수송사업에 동 원된 사람들의 생활보장문제까지 토론하시 였다. 그 담화가 끝날 무렵 에 전방지 휘 소의 전투보고서 가 련 락군관편에 도착하였 다. 김일성 동지께서 강건의 편에 그리고 어제밤 련락군관을 통해 보 낸 2차작전방침에도 강조하여 밝히신 한강을 급속도하하여 진격 속도를 멈추지 않을데 대한 지시에 따라 늦어도 래일저녁으로 한강 도하를 개시하겠다는 한줄짜리 대목을 보시고 좀 늦는다고 생각 하섰으나 지 방자재 를 모아 다리복구를 하자면 그만한 시 간이 걸 릴수밖에 없다고 보셨다. 전화가 개설되였다면 실행여부를 다시 확 인하고싶으섰으나 무선은 전파장애로 잘 안되고 46년에 끊어진 평양一서울전화선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있었다. 김 일성 동지께서는 보고서 마감부분에 밝힌 체포한 적 고위급 인물들의 명단을 보시고 보위성 문화부상 김일을 찾으셨다. 오늘밤 서울에 나가게 된 김일은 인민군화보의 표지규격을 가 지고 찾아왔었다. 그이께서는 화보와 인민군신문의 편집내용에 대하여 몇가지 의견을 주시고 포로된 남조선 고위급인물처리에 대하여 말씀을 주시였다. «〈정부〉나 〈국회》의 인물들을 구속하는 놀음을 하지 말 아야 하겠소. 물론 리승만이 나 그 졸개같은 극반동들은 제 외 요. 나 라를 팔아먹 고 손에 인민들의 피 를 묻힌자들은 용서할수 없지 요. 그러 나 여기 안재홍이같은 사람들까지 잡아둔다는것은 말이 되지 않소. 사상이 좀 다르다는것이 무슨 큰 문제겠소. 제나름대로 보고 319 사느라면 다 생각이 있겠지요. 늙은분들인데 생활보장에까지 우 리가 관심해야 할것 같소. 그리고 김규식이나 최동오선생같은 분들 에 대해서는 자택경비까지 서줘야 할것 같소. 적들의 도발적인 레 로가 있을수도 있소. 그리고 홍명희선생의 부탁인데 성송암이라 는 학자에 대해서 알아보오.》 김일을 떠나보내신것은 10시 조금 지나서였다. 그이께서는 밖에까지 그를 배응해주시며 마지막으로 한강도하 대책과 관련된 문제에 대하여 다시금 강조하여 말씀하시였다. 11시 부터는 군사위원회를 지도하시였다. 인민군대렬을 보충하며 부대들의 후방공급사업조건을 잘 보장 할데 대한 문제를 토론한 뒤 공화국영웅칭호를 제정할데 대한 문제 를 제기하셨다. 영응칭호제정에 대한 김일성 동지의 제기는 전폭 적인 지지찬동속에 채택되였다. 320 제 13 장 전조등 오른쪽에 〈〈경무대긴급차》라는 명판을 세운 차가 요 란스러운 경적을 울리며 대전_수원 도로를 따라 북상하였다. 차에 는 두정의 기관총이 좌우로 뻗쳐 허공을 향해 이따금 설화탄을 발 사하였다. 그 탄도의 시뻘건 불줄기와 자동차의 경적은 정신없이 내리쓸어오는 피난군중과 패잔병의 무리들을 놀래우며 길을 내게 하였다. 그렇게 터놓은 길을 따라 흰 철모의 《엠피》들이 탄 모터 찌클이 검은빛 대형승용차를 옹위 하며 달리고있었다. 차의 뒤좌석 에는 리승만과 무초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리승만 은 고요히 눈을 감고있었다. 부석부석 부어오른 눈두덩의 푸릿한 자욱이 절망과 광기의 량극에서 헤매이던 심뇌의 흔적인양 남아 있었다. 렬차도주의 비극은 과거로 되였다. 어제 대전에서 만난 《국무위 원》들과 《국회 의 원》들의 미 친듯한 공박과 비 난에 어 쩔줄을 몰라하며 헤덤비던 그가 아니였다. 《신성모를 갈아치우라. 채병덕의 목을 따라.》 〈〈한강교 폭파 진범이 누구냐?》 《이 전패의 책임은 대통령 에게도 있지 않느냐.》 울고불고하는 비두발괄에 《국부》의 체면도 잃고 《체신머 리 없이 무슨 로망들이야. 강을 건느다가 말을 바꿔 탈수 있느냐.》하 고 소리치기도 하고 《국사가 어려울수록 당국자의 실수나 흠집 을 가려 인심을 어지럽히는것은 부역자와 같은 행위다.》고 위협도 하고 《낸들 어쩌냐. 제갈량이 대통령이고 장비가 총사령관이 되였 다해 풀릴 일이냐. 도와준다던 미국이 손발뜨게 움직이니 이 참 사가 아니냐.》하고 말한것이 지금으로는 낯뜨거운 일이다. 어제는 진종일 대전교외의 유성국제전화중계소에 가불어 워싱론의 국무 부와 장면대사에게,도교의 맥아더사령부와 《한국대표부》에 미 군의 급속참전을 간청하였다. 그것이 은을 내였는가. 오늘아침 321 더글라스 맥 아더가 전황시찰을 위해 〈〈한국래방》을 통고해온것 이다. 그 무선문 통고를 받기전까지 리승만의 기분은 극도로 흐 려있었다. 너무나 엉성하게 차린 아침식사때문에 더욱 그랬다. 육식을 금하고 채식만을 한다는 그의 식성에 맞춰 도지사가 보냈다 는 오이와 나박김치외에 마른 빵과 콩통졸임이 서글프게 놓인 식탁 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리승만은 불같이 터져나오는 불만을 곡 집 어삼키고 나프낀을 들고서있는 료리사에게 찌글써 웃으며 물었다. 《어전식품이 무어드라?》 료리사는 빳빳이 굳어졌다. 언젠가도 한번 이런 질문을 받은 후 비서실장에게 진땀이 나게 닥달을 받은 기억이 있는 료리사는 가게문들이 다 닫겨 아무것도 구할수 없는 도시의 형편을 말하고 량해 를 구하고싶 었 으나 그전대 로 외 워 바칠 수밖에 없 었 다. 《수라상으로 말씀드리 면 찬품은 열구자탕,어 만두,편육,구절 판, 생 복찜,화양적,전복초,전유화,겨 자차,진지 상도 말씀드리 리 까 ?》》 리승만은 눈을 감은채 고개를 끄덕거렸다. 료리사는 이마에 땀이 흥건히 솟아 다시 주어섬겼다. 《진지외에 완자탕,김구이,굴비,볶음고추장,북어무침,오이숙 장과 삼색 나물 그리 고 찬품단자외 에 마지 막 차림 으로 오미 자화채, 빙 사과,매 작과,강정,조란,화전.» 《그만하게. 잊지는 않았군. 자넨 뭐드라?》 《네,소인은 대통령 각하의 료리 사올시 다.» 《그건 큰 벼슬이야. 벼슬살이는 쉬운게 아니야. 가보게.》 리승만은 그쯤 조겨대고 이마살을 찡그린채 상에 마주앉다가 맥 아더의 래방에 대한 희보를 접한것이다. 비서실장의 그 보고를 끝 까지 다 듣고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수그리며 《오,주 여 !》하고 감격에 흐느끼며 충심으로부터 신에 대한 감사의 념 에 젖어있었다. 그리고 밥을 숭늉에 말아서 제꺽 먹어버리고 《도 끼를 !》하고 호령했다. 제꺽 눈치를 알아차린 비서실장이 집뒤 후 원에 책상널들을 뜯어다 쌓아놓고 날선 공병도끼 하나를 가지고 대 기하였다. 리승만은 조끼차림으로 나와 전쟁이 일어나 이 5일간 싹 잊다 322 싶이했던 도끼질에 달라불었다. 백성들에게 《근로애호》의 《평 민적기질》을 선양하는 이 도끼질은 실상 리승만의 건강장수법의 하나로 고정된 일과였다. 비서실장이 널쪽을 도끼모래에 정하게 놓 으면 리승만은 도끼를 들어 내리쳤다. 얄팍한 널이 족 짜개질 때마 다 비서실장은 《로대통령》의 《젊음과 힘》에 감탄을 금치 못 하여 눈을 휘둥그래 치떴고 그럴 때면 리승만은 다음번에 조겨댈 널판을 기합선수의 눈길로 노려보았다. 그 도끼질로 심신이 한결 거뿐해진 리승만은 여느때면 항상 그 경박하고 건방진 태도에 기분이 상하군하던 무초를 반갑게 만났을뿐 아니 라 무초의 차를 타고 맥 아더를 영접 하러 가는 길에 나섰다. 카리마스적(뛰여난) 외교술을 가졌다고 하는 그로서 일국의 《대통령》이 타국대사의 차에 올라타고 가는것 이 세상의 비 웃음 살 일이라는것을 모르는바 아니였으나 하느님의 《가호》가 내리는 이 시각 그 자질구레한데 류념할 필요가 없다고 여겼으며 보다는 어데서 총탄이 날아오고 공산군이 쓸어나올지 모르는 이 엄중한 환 경에서 될수록 미국의 품속 가까이 있기를 바라는 그의 생리로부터 무초의 차에 올라앉게 했던것이다. 다른때면 늘 조롱기어린 미소와 질문으로 상전과 피뢰의 계선 을 암시하던 무초도 지금만은 매우 정중하여 말이 없었고 거의 침 울하기까지 했다. 무초는 평소에처럼 밝은 연미색 양복에 까만 나 비넥타이의 정결한 차림이였으나 사교계의 녀인들을 매흑시키던 파 랑눈은 침침히 흐려지고 홍안은 납빛을 띠였다. 도주행각의 고달픈 려정속에 지칠대로 지친 그였다. 유럽과 미국의 외교적쌀롱을 전전 하면서 닦이울대로 닦이우고《폐미니 스트》 (녀권주의자)라는 호 와 당시 류행하던 노래 《베사메 무초》의 덕으로 인기있던 《초로 의 독신신사》의 우아성은 지금의 시점에서는 찾을수 없었다. 무초로서는 〈〈한국에 대 한 통수권》을 맥 아더에게 이 양하는 길인것이다. 《맥아더원수께서 전폐의 책임에 대해서 물으면 어떻게 하시 렵니 까?》 무초의 물음에 리승만은 눈을 감고 한숨을 지었다. 323 《나야 군사에 무식하니 무슨 말을 하겠소. 타기할건 신성모 그 젊은이지.》 《물론 대통령각하로서 야 〈국방부장관〉을 추궁할수밖에 없 지요. 군사작전까지 각하가 류념하여 가부를 할수 없는 형편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는 책임은 미스터 신이 아니라 그 〈등보〉채에게 있다는것입니다. 작전집행에서의 결함인것이지요.》 《글쎄 지략을 론하는데서 흠점을 가지고는 그리할지 몰라도 채 병덕은 충실한 견마입니다.》 리승만은 채병덕을 두둔했다. 이 순간 리승만은 자기에게 그 토록 충실한 채병덕을 떼여내치면 자기지반이 그만큼 약해질것이라 는것을 포착하였고 동시에 빨갱이들이며 려운형이며 김구따위를 없 애는데 오른팔이 되여준 채병덕의 충성에 대하여 임금으로서 덕 을 베 풀어 야 한다고 생각했기때문이 다. 그러나 리승만은 무초의 한 마디 말에 자기의 주장을 더 전개할수 없었다. 이미 웃음을 거둔 무초는 랭정하면서도 례의를 잃지 않는 태도를 지키며 모멸차게 반 박했 다. 《맥 아더 사령부와 펜 타곤에 서 채 의 해 임 을 요구했습니 다. 채는 작전집 행 에서 무능하고 래 만했을뿐만아니 라 한강교폭파 를 너무 조급히 단행함으로써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수많은 미국의 벗들을 북조선군의 수하에 맡겨두는 과오를 저질렀습니 다.》 서 리 찬 그 선고에 리 승만은 한참이 나 있다가 어험 어 험 기침을 하고 타협조로 물었다. 《글쎄,군사에 야 내 견식 이 밭다나니 모르겠는데 … 그 한강교 폭파시간에 대해 채총장은 군사고문단과도 토론이 있었다고 대답했 습 니 다. )) 《대통령각하,그렇다면 우리 군사고문단의 잘못으로 보신다는 것입니까?》 《무슨 말을… 무초씨는 오늘 신경이 예민하오.》 리승만은 얼굴이 벌개서 얼버무리고 동안을 두었다가 계속하 였 다. 《그 후임 이 란 누구요 ?》 324 《정일권준장입니다.》 《만주군출신이지.》 리승만은 부하장졸들에 대해 무식 하지 않다는것을 보일양으로 한마디하고 나직이 한숨을 지었다. 그리고 무초의 낯빛을 살피다가 중을 뜨듯 물었다. 《그런데 난 국회와 국무위원들이 제기하는 신국방과 채총장 갱 질에 대해서 반대를 했는데一》 《신국방은 그대 로 두는것 이 좋을것 이 라는것 이 저 희들의 의 견 입니다. 물론 채총장문제는 맥아더원수의 결론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맥아더원수는 정일권준장이 미국을 떠나오고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딱 짜르는듯하는 말에 리승만은 서글픈 눈길로 바깥을 내다보 았다. 보리밭으로 커다란 대포가 굴러가고있었다. 철갑모를 쓴 열댓 명의 사병들이 포를 미는 뒤에서 미군하사관이 낌을 질경질경 씹으 며 바라보고있었다. 고대석판화에 피 라미드돌을 굴려가는 노예들 을 감독하는 노예주의 형상이였다. 그들이 수원비행장에 도착하 였을 때는 신성모국방장관, 백성욱내무장관을 비롯하여 채병덕, 장 도영,정보국장 등 《국군》〉의 장성들이 수다히 나와있었고 껑충 한 키에 턱이 뾰족한 존 처치준장이 라이트대좌를 비롯한 미군사고 문단원들과 무슨 이야기를 지껄이고있었다. 비행장격납고며 연유 창고자리에서 연기가 피여올랐다. 오늘 있은 인민군비행대의 폭 탄세례를 받은 흔적이였다. 리승만이 무초의 소개로 존 처치준장과 악수를 나눌 때 갑자기 폭음이 울리며 하늘에 비행기가 나타났다. 검은 기수에 《바탄》이 라고 쓴 씨_54형기가 추격기의 호위속에 공중선회를 한번하고 천천히 착룩하였다. 비 행 장대 기 실 앞에 바자치 듯 서 있 던 《정 부》고관들은 찔 러 대 는 해살에 눈을 찡그리며 구름을 배경으로 독수리처럼 내 리콘지 는 비행기를 마치 구세주의 강림을 지켜보듯이 바라보았다. 리승만은 검은빛 《바탄》이 땅에 닿아 달려오다가 채 멎기도 전에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걸음으로 37년간의 교분으로 얽힌 325 그의 하느님을 맞으러 잦은걸음을 쳤다. 재빨리 한사람이 부축했기 에 망정이지 로구의 휘친거리는 다리는 그 바쁜 마음을 받치지 못 하고 넘어졌을것이다. 비행기 프로펠라의 회전에서 일어나는 돌 풍에 양복자락이 휘감겨오르는데까지 이른 리승만은 비행기승강 구문이 열리기도전에 모자를 벗어들었다. 다라쁘가 내리고 문이 열리자 약간 비풀게 쓴 모자에 검은색안경 을 걸치고 검정가죽잠바를 걸친 륙척 장신의 맥 아더가 나타났다. 전쟁과 군대를 위해 신의 계시를 받고 태여났다고 생각하는 70객의 이 5성원수는 왼손에 연기가 몰몰 나는 파이프를 들고 굵은 주름이 에워싼 기름한 얼굴에 웃음을 그린채 5〜6초동안 서있다 가 뒤따라 나오는 스트라이트 메이어공군사령관에게 고개를 돌렸다. 《북조선 비행대의 항공습격이 몇시에 있었다고 했소?》 《아침 10시 니 우리가 부산을 내려 다보던 30분전입 니 다.》 《그들의 폭격술을 어떻게 생각하오?》 맥 아더의 물음에 극동공군사령관은 얼떠름한 표정을 지 었다가 허물어진 격납고들과 연유땅크자리에서 불길이 이는것에 눈길을 주 고는 얼른 대답했다. 《명폭격입 니 다. 그런데 그들이 왜 활주로를 때 리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이 비행장도 자기네 것으로 치부한것이요.》 《그렇게 될수 없지요. 빠트리치는 각하의 명령을 받고 5공군 에 북조선폭격명령을 내렸을것입니다. 그들의 몇대 안되는 프로 펠라비행기는 우리의 분사식 대편대들이 날아가면 뜨지조차 못할것 입 니 다.» 스트라이트 메이어는 방금전 비행기에서 맥아더의 지시로 북 조선을 폭격할데 대 하여 자기 가 작성하여 떨 군 무선명 령 문을 상 기 하며 유쾌한 웃음을 지 었 다. 맥아더는 아무런 응대없이 천천히 다라쁘를 내렸다. 그리고 자 기앞에 나타난 리 승만을 가볍 게 포옹하였 다. 리 승만은 울음맺 힌 소 리 로 뭐 라 중얼거렸으나 맥 아더는 색 안경 너머 로 신성모의 뒤견에 선 음울한 얼굴의 채병덕이를 살피느라 듣지 못했다. 맥아더는 채 326 병덕의 눈가에서 고뇌어린 절망과 불만을 포착했던것이다. 그러 나 리승만의 땀밴 자그마한 손이 자기의 손을 끄당겨잡고 놓지 않 는것을 느끼며 불시에 보호자로서의 자기를 자각하였다. 다섯달 만에 다시 보는 〈〈대통령》〉의 눈시울밑에 눈물방울이 맺혀 굴러 내 리는것을 보자 맥 아더는 손에 힘을 주고 그 잘 울리는 바스의 음 성으로 친절히 말했다. 《나는 약속대로 왔습니다.》 맥아더는 파이프가 든 왼팔로 리승만의 잔등을 다시한번 더 그 러안음으로써 인종관념을 초월한 대맥아더의 너그러움과 인간미 까지 보여주었다. 그러 나 지금 맥 아더의 심중은 겉보기의 평온, 태연자약과는 판이한 불안감과 분노 속에 앙앙불락하였다. 무엇 보다도 자기의 명예_50년간의 파란많은 군인생활로 쌓아올린 업적 과 광휘가 한꺼번에 무너질수 있다는 위구가 그를 괴롭혔다. 이 미 그는 트루맨과 펜타곤,월가의 반맥 아더파들이 자기에 대 한 험담 을 개 시하였 다는것 을 알고있 었 다. 그것 은 덜 레 스와 를링 즈룩군참 모총장,존슨국방장관과의 전화에 서 암시되 였다. 미 국의 대 포와 함선으로 무장하고 미 국식훈련을 받았으며 맥 아더의 《천재》가 꾸며내고 검토한 작전계획으로 시작된 북조선진 공이 그 서막으로부터 참담한 실폐에 부및치자 그 모든 책임이 마 치 맥 아더 에 게 있는듯이 쉬 쉬하며 떠든다는것 이 다. 무엇보다 격 분할 일은 트루맨의 태도였다. 서울이 함락된 사실을 보고받고 《맥 아더는 월하고있는가.》하고 질욕을 했다는것 이다. 브랫들리 와의 텔레콘회견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 맥아더는 자기를 진정키 어 려 웠 다. 그는 《장군,나의 결 박을 풀어 달라고 그 존경하여마지 않는 트루맨씨 에 게 전하시 오.》〉하고 으르렁 거 렸다. 트루맨과 맥 아더사이에서 그 누구에게도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 애쓰는 약삭바 른 외교신사인 브랫들리는 례의 《미친총독》의 발작이 개시되는것 을 알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미 백 악관주인과 펜타곤이 맥아더 에게 륙해공군총사령관에 〈〈유엔군총사령관》의 요란스러운 권력 까지 주며 모든 미군무력을 〈〈한국전쟁》에 마음대로 리용할수 있게 하였다는것,군수창고들의 무기 와 탄약이 배에 실려 태평 양 327 항행을 개시했으며 《한국》파견부대들이 비밀리에 함선에 오르 고있으며 전국적으로 징집령이 내렸다는것,다만 아직 국내의 반 전파와 세계여론때문에 공개적인 선포를 미루었지 오늘래일안으 로 떳떳이 공포하고 버젓이 움직일것이라는것을 기름지게 설명한후 맥아더에게는 매우 자극적인 말을 덧달았다. 《그런데 여기서는 맥아더원수께서 이모저모 굼뜨다고 합니다. 여기서 야 국회요, 언론이요의 말씨름과 눈치보기에 그렇지만 군의 실권자인 맥아더원수로서 필요한 행동을 할수 있지 않는가 하는 것 입니 다.» 《장군,선포뒤끝에 움직이는 신중성을 보이라고 한것은 누구요?》 맥아더는 큰소리를 쳤다. 6월 24일 브랫들리는 만약 경우에도 세계의 여론이 있으니만치 《한국》정부의 요청과 미국정부의 성명 과 대통령의 명령이 발포된후에 본격적인 개입에 들어가라고 하 면서 그것은 자기의 말이 아니고 대통령의 의견이노라고 신중성 에 대해 두세번 다짐했던것이다. 이를 상기시키는 맥아더의 말에 브랫들리는 묘한 웃음을 지었을뿐 응대를 하지 않았다. 그에 더 욱 화가 난 맥 아더 는 마치 상대 에 게 결 투를 청할 때 의 거 만하면 서 도 차거운 래 도로 내뱉듯 말하였 다. 《대통령에게 말하시오. 나는 이 즉시 한국전선에 가보겠소.》 브랫 들리 는 잠시 눈을 내 리 깔고있 다가 마치 준비 된 《메 쎄 지》 를 읽듯이 말했다. 《로장군의 한국전선방문은 정부와 시민에게 커다란 감동과 현정세하에서의 미국이 지닌 의무와 사명감을 깨닫게 하는 위대한 행위로 평가될것입니다. 나는 이제 대통령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이 사실을 보고하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리승만을 만난 순간 그는 즉흥적인 감정의 계선 을 넘어 아시아에 대해서 지닌 자기의 《책임》을 상기했다. 맥 아더가 리승만을 알게 된것은 루즈벨트대통령의 전속부관시절이 였다. 그때 이 미 《아시 아광》으로 알려진 맥 아더는 당시 미 국의 국무성이나 고위급 사교실에 굽신거리며 나타나는 모든 동양인들에 게 미래적견지에서 류다른 관심과 친절을 보였다. 황색인종인 《동 328 양원숭이》들에 대한 그의 친절과 호의를 나무라는 친구들에게 맥아더는 역시 롱조로 변명하였다. 《알랙싼드르의 동방원정의 승리는 인종의 차이를 줄이려 한 그 의 세계주의의 승리였어. 나는 필요하다면 알랙싼드르가 했듯이 아 시 아녀 자에 게 장가를 들지 도 몰라.» 아직은 아시아_태평양주의가 미국의 대외시책으로 널리 표방 되지 않을 때 라 맥 아더의 이 말을 대부분 무심히 들었다. 그러나 이때 벌써 맥아더는 미국의 미래는 아시아 태평양지배에 있으며 맥 아더 자기가 그 대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굳게 마음먹고있었다. 병 영의 화약창고에서 태여났으며 서부개척의 피바다우에서 총검에 익 숙되고 인디 안《사냥》과 메히꼬인살륙에 홍안의 시절부터 특기 의 담대성과 용맹을 시위한 맥아더는 일찍부터 인류력사는 전쟁 의 력사이며 인간은 자연계의 법칙에 따라 서로 싸워이기는데 그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력사속에서 그는 대선배들을 찾았 다. 동서 련결의 명장으로, 영 응으로 받들리 우는 알랙 싼드르,씨저, 나폴레옹의 원정사를 읽으며 부러움과 질투에 책을 집 어던지기도 하고 주먹을 흔들기도 하였다. 필리핀 군정장관이였던 아버지의 뒤 를 따라 신비의 땅, 아름다운 동방을 편력 하면서부터 그는 도도한 야심에 피를 끓였고 《태평양의 씨저》를 몽상하였다. 아버지는 필리핀이라는 자그마한 섬들의 통치자로 끝났으나 자기는 아시아대록의 패권자가 될것이였다. 이런 측면에서 그는 《태평 양전쟁》을 신이 그에게 준 선물로 받아안았다. 비록 수치에 찬 바탄의 도주와 같은 비극적행각이 있었으나 이 전쟁의 덕으로 그는 일본점 령 군사령 관이 되 였으며 미 극동군사령 관으로 태 평 양우 에 우뚝이 군림하였다. 그러나 그의 일생일대의 숙원인 아시아대룩 은 발가락만 쥐였을뿐 그 거대한 몸체는 아랑곳않고 자기의 정조를 지켜 고스란히 있었다. 더구나 하느님이 정해준 인간의 신분적차이를 다 일소하고 거 지 와 귀족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음식을 먹을것을 요구하는 공산주 의라는 제도가 아시아대륙에 붉은기를 덮는것에 맥아더는 더욱 분격했다. 타고난 명문의 피가 끓어넘치는 맥아더는 이것을 자신에 329 대한 개 인적모욕으로도 생 각하였다. 그는 전쟁으로 이 공산주의 라는 〈〈마귀》를 쳐물리치고 아시아의 풍요한 자원,아름다운 땅 을 미국의 령으로 된 나라와 맥아더의 이름이 붙는 도시들로 채 워 야 한다고 생 각했다. 태평 양을 미 국의 호수로,아시 아를 미국의 속주로 만들기 위해 전쟁을 하자는자들에 대해서는 당파와 정견 에 관계없이 손을 잡았다. 비록 트루맨이 민주당출신이고 가문으로 나 인끔으로 보잘것없는 인물이였지만 《열전》의 구상을 펼치자부 터 그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여주었다. 리승만에 대한 호의 적인 태도도 역시 이런 리해관계에서부터 출발하였다. 맥아더는 리승만의 손에서 풀려난 손을 무초에게 한번 준후 그 다음부터는 매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는것으로 《력전의 영웅〉〉 을 《뵈옵는 영광》을 베풀어주고 자기를 위해 대기시킨 대형고 급승용차 캐디 탁에 올라앉았다. 무초가 사교적 인 미소를 띠우고 말 했 다. 《원수각하,어데 가시겠습니까? 전진지휘소가 있는 농사시험 장은 초라한 동양식 관사입 니 다. 대 전시에 별장이 준비됐습니 다.》 맥아더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휴양하러 온 사람이 아니요.》 그는 죤 처치준장에게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말했다. 《한강으로 갑시다.》 그 말에 무초는 물론 튼 처치도 타이트도 얼굴이 삽시간에 굳 어졌 다. 《그곳은 위험 합니다. 공산군과의 대 치 선입 니 다.» 무초가 놀라움의 빛을 숨기지 않고 말하자 맥아더는 빙그레 웃 었 다. 《맥아더는 위험을 좋아하오. 난 전선을 보러 온 사령관이지 당 신들을 보러 온 손님 이 아니요.》 이미 맥아더는 여기로 떠나오기전 알몬드의 참모부와 월로우 비의 정보부로부터 한강은 철교와 인도교가 다 날아갔고 배도 없으 며 방어적인 무장으로만 준비된 인민군에게는 수록량용땅크라든 가 대부대도하를 보장할수 있는 기술기재가 없으므로 아직 서울 330 에 그대로 머물러있음을 알고있었다. 그리고 불의의 전쟁에 예비대 가 없이 반격하여나온 인민군으로서 즉시적인 도하전투에는 진입하 지 못하리라는 타산이 충분히 서있었다. 하여 물불을 모르던 젊 은 시절과 달리 목숨을 꽤나 아끼게 된 나이지만 용약 1선에 나 가려는 결심을 채택한것이였다. 그는 이 행동이 여기의 부하들에게 는 물론 도교나 워싱론에도 거대한 메아리를 불러일으키리라는 효과까지 내다보았다. 그는 땅크와 장갑차로 호위대를 조직하여 떠 나자는 존 처치의 의견도 거부했다. 리승만이며 무초따위는 그대로 떨궈두고 순 무관들만 따르게 하고 차의 출발을 명 령했다. 그리 고 누구에게라없이 말했다. 〈〈나의 목숨은 신이 결정하는것이요.》 서울一수원간 도로로 나서자 길은 자동차, 장갑차,대포와 사람 들의 물결로 차넘쳤다. 사민과 군대들이 엇섞여 떠들썩 고아대며 내달려오는 아비규환의 물결속에 들어선 차는 신음소리와 악다구니 와 욕지거리의 소음을 뚫고 간신히 전진했다. 맥아더는 도저히 사 람의 형용이라고 할수 없는 피와 진창과 땀으로 매닥질이 되고 붕 대와 쌍지팽이따위로 치장을 하고 공포와 적의로 눈을 희번뜩거 리며 달려오는 군인인지 사민인지 늙은이인지 젊은이인지 모를 군상들을 흥미진진하게 살폈다. 20분이면 내 달을 거 리를 거 의 한시간이 나 걸려 뚫고온 맥 아더 는 한강과 서울이 빤히 보이는 둔덕으로 향했다. 둔덕밑에는 그 래도 전호를 파고 괴뢰군사병들이 두더지처럼 박혀있었다. 여기 저기서 박격포를 쏘아대고있었다. 매캐한 화약내 가 코를 찔렀다. 그러 자 전장에 나설 때 면 생 리 적현상으로 일어나는 독한 위스키를 마셨을 때와 같은 희열과 공포 가 엇갈린 피의 세찬 흐름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흥분으로 들 띄웠다. 언덕의 풀발에 미끄러지지 않으려 고개를 수그린채 천천히 걸음을 내짚던 맥 아더는 문득 발밑 에 파아란 크로바잎사귀 가 밟 히는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토씨야 까자크저격병이 나폴레 옹의 머리를 겨누어 발사하는 순간 나폴레옹이 발밑에 있는 네잎의 크로바를 뜯으러 머리를 수그림으로써 생명을 건졌다는 고사가 331 떠오르며 회심의 미소가 피여올랐다. 그는 부하들의 눈만 아니라면 분명 그 크로바를 뜯었겠으나 다만 보는것으로 그치고 이 크로바가 이번 려정 에 자기 신변의 안전을 담보하는 표식처 럼 느껴져 마음 가볍게 언덕에 올랐다. 수원들은 그의 급작스런 빠른 걸음에 간신히 뒤쫓아올랐다. 비릿한 물냄새를 떠실은 강바람이 확 안겨드는것을 느끼며 맥 아더는 고개를 쳐들었다. 서울시가가 한눈에 안겨들었다. 그러나 오래 볼 흥미를 잃었다. 응당 사가나 기자들이 〈〈맥원수의 눈앞 에는 염열의 지옥과 같은 폐허의 도시가 펼쳐졌다. 있는것은 몇 개의 벽체일뿐 재가루와 죽어가는 시민의 비명이 고도의 멸망을 장 식했다.》라고 쓸 도시여야 했으나 지금 맥아더의 눈앞에 있는 도 시는 전쟁과는 너무 인연이 먼 평화와 안정이 굽이치는 도시였다. 맥 아더는 오만상을 찌프렸다. 아무리 걸레 짝같은 《한국》군 대기로서 니 5개사단의 대병 이 둔을 치고 싸웠다는 도시가 고층집 하나 부서 진것없 이 생 생할수 있는가. 맥 아더는 독기 어린 눈으로 타이트를 노려보았다. 검 정색 안 경의 가림으로 그 독기를 보지 못한 라이트는 어마어마한 맥아더의 시선을 받자 자기의 군사적재능을 자랑할 기회가 왔다고 잘못판 단하고 재빨리 말했다. 〈〈각하,분산퇴 각한 〈국군〉은 방금 지난 시 흥과 수원지 구에 서 재집 결 하여 이 강안에 강력한 방어 선을 꾸리 려 고 합니 다. 새 로 조직된 〈시흥전투사령부》의 기본임무가 한강을 도하하는 인민 군의 공격을 이 계선에서 저지시키고一》 《대좌,〈한국〉군은 없소.》 맥 아더는 차겁게 내붙이고 여전히 타이트에게 시선을 준채 말 하였다. 《그런데 당신은 보고에 치렬한 방어전끝에 중과부적으로 서 울을 내놓았다고 했는데 저기 어디에 치렬한 싸움의 흔적이 있소? 대 포 한방 터 지 지 않은 도시 를 그대 로 내 놓는 머 저 리 군대 가 어 데 있느냐말이요.》 그때 야 맥 아더 의 분노를 알아차린 라이 트는 바지혼솔에 두손 332 을 붙이고 재빨리 대 답했다. 《각하,우리 륙군의 전술강좌에서 배운 시가전과는 판이 한 종 잡을수 없는 싸움이였습니다. 격식을 규정할수 없는 땅크와 보병의 각이한 시각, 각이한 규모와 형식의 불의적기습에一》 《대좌,당신은 관동군전사편찬위원회에서 묶는 〈김일성의 유 격전술〉이라는 자료를 못보았소?》 〈〈못봤습니 다,각하.» 《당신이 격식이 없다고 말하는 그것은 일종의 현대화된 게릴 라전이요. 적을 이기려면 적을 알아야 한다,이 말은 명언으로만 아 니 라 실천으로 받아들여 야 하는 진리요.》 맥 아더는 꾸지 람하듯 뇌 이고나서 다시 서울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가슴에는 싸늘한 의흑이 치밀어올랐다. (그래 맥아더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당신은 그네들의 전술을 알고있는가. 관동군전사편찬위 원회 도 김 일성 장군의 전술 을 묶으려 다가 결국 실폐하지 않았는가. 알다가도 모를 요지경의 전술이라고…) 맥아더는 파이프를 입에 물고 빨았다. 역한 니꼬찐내가 쓸어 들어왔다. 담배가 다 탄지 오래다는것을 잊었다. 관동군의 모모 한 장성들속에 《백두산호랑이》로 불리우던 김일성장군에 대한 상 기는 맥아더로 하여금 압박감과 불안을 느끼게 했다. 《각하,공산군 대부대 가 철 다리 로 접 근합니 다.» 죤 처치가 결에 와 조용히 말했다. 맥아더는 그대로 묵묵히 서서 손을 뒤로 내밀었다. 누군가 내 여미는 쌍안경으로 그 철다리쪽을 살폈다. 맥아더는 처음에 무수한 총검의 숲을 보고 놀랐다. 그러 나 렌즈조절기를 돌려 살피 던 그 는 수많은 사람들의 어깨에 멘것이 총이 아니라 삽과 곡쟁이,나 무토막따위며 군대 가 아니 라 사민이 래 반임을 알아보았다. 《저들은 다리를 복구하려는것이요. 장한 기개요.》 맥 아더는 쌍안경을 부관에게 넘겨주며 여유작작히 웃었다. 그 의 웃음에 따라 발라맞추듯 웃는 수원들을 돌아보며 그는 롱말을 하였다. 333 《이 공병 (맥 아더의 첫 복무는 공병으로 시작되였다) 맥 아더 의 판단으로 볼 때 저들은 다리를 복구할수 없소.》 그리고는 껄껄 웃다가 나직이 물었다. 《철 교폭파를 잘했소. 누가 지휘했소?》 〈〈제가 했습니다,각하.》〉 반기듯 떨리며 울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맥아더는 수원비 행장에서부터 측은한 모습으로 따르던 채병덕을 알아보았다. 맥 아더는 2월달에 도교에서 그를 만났을 때 병기장교로서 출발한 그 의 경력을 듣고 《당신은 홀륭한 군인의 영광을 엄을것이요.〉〉라고 말했음을 잊지 않고있었으나 이미 전패의 책임을 이 둥보에게 넘겨 야 한다는것이 말없는 약속속에 눌려진 조건에서 아량과 친절을 보 일 수 없 었 다. 그리하여 오직 그다운 결 단성 으로 책 돌아서 언 덕 뒤에 서서 이제라도 무슨 공산군기습대가 달려들지 않을가 하여 주 변을 살피는 스트라이트 메이어장군을 불렀다. 그리고 날카로운 어 조로 말했다. 《공군은 공산군의 한강도하준비를 일체 불허할 책임을 지시오.》 《알겠습니 다.» 맥아더는 다음 죤 처치에게 고개를 돌렀다. 《당신은 직접 지도상의 영등포_려주방어선에만 매 력을 느끼 지 말고 이곳 방어에 직접 참여해 야겠소. 전패한 군대 일 수록 널 어 놓을것 이 아니 라 한곳에 모아두어 야 하오. 여기에 오늘안으로 얼마간의 병력을 집중시킬수 있소?》 그 물음에 튼 처치는 어리둥절해있었다. 그러자 이제껏 자기 는 이 모든 정황과 타개책을 잘 알지만 자기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 앞이라 물러서있다는 식으로 한쪽뒤에 서있던 관자노리가 희슥희슥 한 《한국》군2성 장군이 (그는 방금전 시 흥전투 사령 관으로 임명 된 장개 석 군에 서 중장으로 있던 김 홍일 이 였 다. ) 한 미 군장교의 눈짓신호를 받고 한걸음 나서며 〈〈각하 !》하고 조선말로 웨쳤다. 그리고 기척을 한다는것이 뒤로 잔뜩 몸을 제낀채 한동안 갑자르다 가 서툰 영어로 말을 이었다. 《세개 사단을 이 지역방위에 집결시키겠습니다. 현재 대렬재 334 편성을 끝낸 부대들이 차례로 방어진지를 차지하고있습니다.》 맥아더는 이 늙은 장성의 금새를 알려는듯 잠시 살피고나서 반 지를 낀 누런 손가락으로 영등포앞을 막아선 고지쪽을 가리켰다. 《저곳 이름이 작전지명으로 무엇이요?》 그의 물음을 한 미군련락장교가 통역하자 김홍일은 채 배우지 못 한 영어로 내뱉는 고통에서 벗어난 해랄감을 가지고 제꺽 대답했다. 《작전지명으로는 없습니다. 각하,그저 로량진이라고 부롭니 다. 저 앞에 고지 를 수도고지 라고 부르기 로 했습니 다.» 맥아더는 이마살을 찡그리였다. 《저곳을 중시하시오. 영등포라는 저 소도시의 방위뿐아니라 저 산들은 이 일대의 감제적고지요.》 《각하, 저 희 도 그렇 게 생 각하고있 습니 다. )) 김홍일이 가 기뼈 대 답했다. 맥아더는 한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혼자소리하듯 말했다. 《다리 없는 한강은 신이 우리에게 준 구원의 축복이요.》 그길로 돌아선 맥아더는 리승만을 만나 미군의 즉시 상륙을 약 속하고 일체 정무를 군에 복종시키라는 지시를 떨구었다. 한편 리승만으로부터는 《한국군작전권》을 겸손히 이 양받은 후 비행기에 오르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채병덕이 앞을 막아나 섰다. 호위원들이 권총집에 손을 가져갔을 정도로 채병덕의 얼굴은 험 상궂게 이지러졌다. 그러나 채병덕은 절망과 모욕감에 불랐을뿐 감 히 5성원수를 해할 뜻은 없는것 같았다.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 며 황급히 말했다. 〈〈각하,전 모든 명 령과 계획된 작전에 최선을 다했습니 다. 그 러나 저는 패전한 장군입니다. 전 각하의 손에 죽고실습니다.》 맥아더는 이 등보가 우둔스런 생김에 비해볼 때 매우 꾀스럽 고 대담한자임을 느꼈다. 불손하면서도 한편 지극한 충성과 아첨이 담긴 그 행동은 맥아더의 관록을 빌어 현재의 처지를 유지하려는 연극이며 그것이 실패하는 경우에는 무지스런 반항으로 변화될수도 있는 전제임을 알았다. 맥아더는 불쾌했으나 부드러운 어조로 달래 335 듯 말하였다. 《장군,동양속담에 승패는 병 가지상사라는 말이 있소. 락심하 지 마오. 한번 장군이 된 사람은 병사로 되였다가도 인차 장군이 되오.》 더없이 애매한 대답으로 채병덕을 떨떨하게 만들고 비행기다 라쁘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그러나 그는 등뒤에서 채병덕의 눈이 원한과 불신에 차 번뜩인다는것을 모를만치 둔감하지는 않았다. 질은 구름을 헤처가는 비행기안에서 맥아더는 워싱론에 보내 는 《메쎄지》를 구술하였다. 《〈한국》군은 혼란상태 에 빠져 있다. 현재 내 가 파견한 장교 들이 남쪽으로 퇴각하는 병사들을 집결시키고있다.… 그러나 〈한국》군은 반격할만한 힘을 갖지 못하고있다. 적의 전진이 더 이상 계속된다면 〈한국》의 존립이 위래로와진다. 현재 의 전선을 유지하며 장래 실지를 회복하는 방법은 미지상전투부 대를 한국의 전투지역에 투입하는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이까지 부르고난 맥 아더는 타자를 끝마친 부관 시드니 워 프가 원가 더 기다리는 태세로 있는것을 보자 가슴 한구석에서 은근히 머리를 쳐들고 그를 압박하는 생각을 입에 올렸다. 《최 악의 경우에는 우리들의 행동이 완전한 실패 로 끝날지 모 른다.» 이 시 각 워싱론의 블레아 하우스에서는 트루맨대통령이 집권 이래 처음 국회 의 사전 동의 없이 단호하고도 엄격 한 태 도로 일부 지상군을 포함한 해군,공군을 총동원하여 조선전선에 파견할 결 심을 피력하였다. 그러나 맥아더의 불안어린 웨침을 접한 트루맨은 이로부터 24시간후 일부 지상군이라는 말을 수정하여 미지상군전체 를 전면 개입시킨다고 바꿔 정식 명령으로 선포하였다. 6월 29일 오후 한강도하보장을 위해 이동되여오던 중도하창이 적의 비행대폭격에 불타버리고말았다. 이날 저녁 새로 회복된 평 양_서울간 직통전화를 통해 실태를 료해하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최 용건에게 처음으로 되는 엄한 비판을 주시였다. 336 《시간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그럴수 있습니까. 중도하창 하 나에 매달려 기다리고 휴식한다는것이… 빈집들을 헐어서라도 재목 은 보장할것 이고 적들이 버 리고간 공병기자재들도 있을것 아닙 니 까. 그것을 리용하면 림시적인 가교라도 놓을수 있지 않습니까.》 마디마디 안타까움에 차 심각히 울리는 그 말씀을 들으며 최 용건은 자기의 실책을 깨달았다. 한강을 돌아보고올 때 적들이 버 리 고간 레 루무지 와 공병 기 재 들을 상기 하며 후회 막급한 심정에 사로 잡혔 다. 김일성 동지 께 서 는 《지 친 전사들을 휴식 시 키 기 위 한》데 도 있었다는 그의 대답에 실망을 금치 못하셨다. 《최용건동무,그 인심과 배려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것 을 생각하지 못했습니까. 그것이 가흑한 전투와 전사들의 피로 보 상된다는것을 어떻게 잊을수가 있습니 까.» 최용건은 자기가 일생두고 씻을수 없는 과오를 범하였다는것 을 가슴저 리게 느꼈다. 다리복구에 력 량을 집중하고 개별적소구 분대들을 전투에 진입시켰을 때는 이미 대 안에 적의 강력한 방어진 이 꾸려졌을 때였다. 서울에 진입한 그 시각부터 땅크의 도하문 제때문에 아글타글하던 류경수는 장군님께서 심려하신다는 사실 을 알게 된 즉시 한개 기계화보병중대를 강행도하시켜 로량진을 공 격하였다. 이미 그때는 로량진일대가 맥아더의 으르렁거림속에 두개의 괴뢰군사단으로 전선을 이룬 때였다. 로량진은 일진일퇴 의 치렬한 공방전속에 날이 밝고 날이 저무는 치렬한 격전장으로 변했 다. 뜨겁게 달아오른 모래 가 폭풍에 휘 말려 향방없이 떠 다니고 그 모래알의 수자와 다를바없는 무수한 탄알과 파편의 비가 쏟아졌 으며 검붉은 화염이 바위를 핥고 나무를 불태웠다. 54사 18련대의 송기덕중대가 인천나루쪽에서 올라온 발동선을 얻어라고 한강을 건너 이 로량진의 수도고지에 올랐을 때는 백병전 이 마지막 고비에 이르고있었다. 다리가 끊어져나간 전사가 량손에 수류탄을 틀어잡고 폭풍에 넘어진 나무통을 기여넘으려다가는 미츠 러지고 미츠러졌다가는 또 기여올랐다. 전사의 차돌같은 이발이 박 힌 입술에서는 피가 흘렀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기덕이 그의 손 337 에서 수류탄을 앗아들고 지원부대가 왔다는것을 말하자 그 전사 는 의식을 잃었다. 《18련대 맛을 봐라 !》 송기덕이네는 이렇게 웨치며 육박전마당에 뛰여들었다. 첫 전 투에서 그들은 수십명을 쓸어놓혔다. 그러나 적들은 검질기게도 연 신 반돌격해 올라왔다. 한강대안의 뚝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서 서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기덕이네는 그 어느때보다 완강한 기백과 정열로 기세충천하여 싸웠다. 여덟번째의 반돌격을 물리 쳤을 때는 중대력 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런데다가 적의 항공 대까지 날아들어 줄폭탄을 퍼붓는바람에 쪽배들로 날라오던 탄약보 급마저 끊어졌다. 뚝우에서 수기를 젓고 손을 흔들던 시민들도 비 행대의 사격에 사라져버리고말았다. 적들의 한무리가 또 쫓겨내려가자 박격포사격이 개시되였다. 기 덕은 청 석 짱새 로 판 배 좁은 전호에 틀고앉아 적의 시체로 딩 구는 산비탈을 바라보았다. 그만큼 뒈졌으면 그만둘만한데 이건 터진 개 미집에서 게바라나오듯 계속 올려미니 악이 받쳤다. 그는 담배를 찾아 웃주머니를 뒤졌다. 파편이 스쳤는지 웃주머니가 가로찢어 져 나갔다. 그는 급히 주머 니안쪽을 더 듬었 다. 다행 히 도 편지 는 남아있었다. 희생된 최만덕중대장의 가족에게 쓰다만 편지였다. 어 저 께 휴식 할 때 복심 이 에 게 까지 편지 를 쓰러 고 마음먹 었으나 어 느 하나 끝내지 못했다. 편지를 쓰는데서는 자기가 영 무재간이 라고 생각했다. 더구나 최만덕의 《유언》대로 복심이에게도 쓰 느라고 했으나 도대체 뭐이라고 한단말인가. 큼직한 위훈이라도 있 으면 자랑삼아 쓰겠는데 그건 없다. 그렇다해서 어떤 사람들처럼 《사랑하는 당신》이요뭐요 하고는 더구나 쓸수 없다. 《저게 누구야?》 《어제 온 신대원 아니야?》 전사들의 웨침에 그는 고개를 돌렀다. 나무란 씨 알머 리없이 사라지고 모래불처럼 푹푹 잠겨드는 땅 우로 기다란 보병총의 총신을 해빛에 번쩍거리며 한 전사가 기여오 고있었다. 그 전사의 주변에서는 박격포탄이 번쩍번쩍 섬광을 일으 338 키며 터졌다. 포탄이 터질 때마다 전사는 머리를 땅에 박았다. 《저거 ! … 전호근이가?》 기덕은 깜짝 놀랐다. 어저께 기덕이네는 세명의 신대원을 받 았다. 놀라읍게도 그속에는 6월 25일 아침 황주에서 우연히 만났던 전호근이가 있었다. 그는 기덕을 알아보자 너무 반가와 두손을 감 싸쥐고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런데 그는 오자바람으로 온 중대에 화제거리로 되였다. 무슨 전라도엔가 있다는 제 누이에게 가져다주 겠 다고 집 에 서 약산단 한감을 꿍져 가지 고 온것 이 들장났던것 이 다. 거 기 다가 고집 역 시 이 만저 만 아니 였 다. 기 덕 이 와의 안면을 생 각했 음인지 이번 로량진전투에는 신대 원이라는것으로 제외되게 됐으 나 로동계급이라는것을 가지고 코를 세우며 끝내 따라섰다. 열성에 비해서 전투에서는 쑥이였다. 그래서 좀전에 부상당한 부중대장 을 업어 고지아래에 있는 굴간에 보냈댔는데 또 나타난것이다. 기 덕은 전호근의 주변에 포탄이 집중되는것을 보고 그냥 두면 안되겠 다고 생각하고 벌떡 일어나 그쪽으로 달려갔다. 호근은 사방에서 섬광이 일며 포탄이 터지자 머리를 감싸쥐고 아예 모래판에 국 박 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 런 바지 저 고리 라구야. » 기덕은 그의 등덜미를 끄당겨 일궈세워잡고 냅다 뛰였다. 허 우대 큰 호근은 씩씩거리며 간신히 따라왔다. 《어찌된 일이요?》 전호바닥에 털썩 물앉은 기 덕은 당금이라도 심 장이 튀 여 나올 듯 활랑거리는중에도 화를 참지 못해 물었다. 호근은 어질게 생긴 눈을 꺼먹거리다가 량해를 구하는 어조로 말했 다. 《부중대장동무가 여기에 사람이 없다고 자꾸 돌아가라고 해 서… 그리구 배가 왔습니다. 인민들이 많이 내렀습니다. 함지랑,궤 짝이 랑 이고요. 산으로 오르는걸 보구.》 《탄약이 온단말이지 ?》 《네,벼 랑이 가과로와서 힘 들게 오롭디다. 부중대 장동지 가 말 하기를 중대원들이 이걸 알면 기삐할것이라고 해서 먼저 왔습니다. 339 탄약이 분명 하다고 했습니 다.» 《수고했소. 그걸 제꺽 말할것이지.》 기덕은 그의 넙적한 잔등을 탁 때렸다. 호근은 비지땀이 흐르 는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훔치고나서 우측의 중기관총으로 다가 갔다. 직일기관총수로 있던 부분대장이 《이 친구.》하며 손을 내밀자 호근은 《혼났어요.》〉하며 그의 곁에 가 엎드렸다. 그제야 기덕은 자기가 그를 중기부분대장의 부사수로 임명했 음을 상기했다. 호근이가 말하던 《탄약》은 얼마 안있어 나타났다. 공급소대 군인이 몇이 섞였고 태반이 사민들이였다. 그중에는 녀성들도 있었 다. 기세가 오른 전사들이 내달려가 그들이 이고 진 짐들을 받아왔 다. 탄약은 물론 과일이며 떡이며 하는 음식도 있었다. 몇명의 처 녀들은 아예 눌러 앉아 싸울 잡도리로 전호에 뛰여들었다. 기덕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악수를 나누며 되돌아가라고 소리 쳤으나 남자들은 물론 녀자들까지 도 돌아갈념을 하지 않았다. 한 청년은 어데서 엄었는지 카빙총까지 메고 나타났다. 전기회사 전공 이였다고 하는 그 청 년은 돌아가라고 하는 말에 버 럭 성까지 내 象다. 《장교동지,그래 공화국은 동지 의것 만인줄 압니 까. 나도 48년 도 공화국창립때 선거 에 참가한 사람입 니 다.》 열 정 과 패 기 에 충만된 청 년의 이 름은 곽근철 이 였 다. (그래,그 렇지.) 기덕은 속이 그들먹해지였다. 아군비행대가 나타나 적기 를 추격하고 적진지쪽에 폭탄을 들붓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본 사 민들은 너무 기태 두팔을 쳐들고 만세를 부르기도 했 다. (그래,이게 우리 인민이야. 우리 편이 란말이 다. 참,이젠 싸움 판이 아니라 명절판이 되 였구나. ) 기 덕은 웃음이 스물스물 새 여나왔다. 그러 나 흥떤 기 분은 오 래가지 못하였다. 두개 중대 가량의 적 들이 고지 기 슭을 꽉 메 우며 달려들었다. 대부분의 사민들은 끝내 돌아가지 않고 전호에 뛰여들 었다. 탄약을 나르고 부상병들을 날랐다. 전기회사 전공이라고 하는 청 년은 서틀게 나마 제 법 총을 쏘았다. 기 덕이를 더욱 놀라 340 게 한것은 탄약상자를 이고왔던 몇명의 녀성들이 부상당한 군인 들의 총을 잡고 전투에 참가한것이였다. 기덕이 너무 희한해 그 들한테 다가가보니 서대문형무소 감방안에서 만났던 녀성들이였 다. 기 덕은 반갑고 가슴뭉클한 충격에 《야,동무들이 였구만.» 하 고 소리쳤다. 상대 가 녀성들이 아니 라면 막 그러 안아주고실었다. 기덕은 전투를 지휘하던중에 3소대 좌익에서 불을 쁨던 중기가 침 묵을 지키는바람에 그리로 달려갔다. 《어떻게 된거요?》 《방열통에 물이 떨어졌습니다. 물뜨러 전호근이 갔는데 소식 이 없습니다.》 중기부분대장은 이지러 진 얼굴로 보병 총을 쏘며 소리쳤다. 적들은 40〜50메터 까지 접 근했다. 기 덕은 수류탄을 준비하라 고 소리치고 샘터쪽으로 달렸다. 몇걸음 못가서 그는 아까처럼 벌 름벌름 기여오는 전호근을 보았다. 《여,왜 꾸물거 려 . 빨리 오라.》 전호근은 그의 웨침에 일어설듯하다가 그대로 엉금엉금 기였다. 《이런!》 기덕은 성이 독같이 나 달려갔다. 전호근은 미안쩍은 기색으 로 그를 보았다. 그런데 물뜨러 갔다던 그는 빈몸이 였다. 〈〈물은 어데 있소?》 《포탄에 물통이 터졌습니다. 물은 내 몸에…》 기덕은 전호근의 옷이 온통 물에 함씬 젖어있는것을 보았다. 기 덕 이 그의 옷을 잡아벗기며 보니 허 리부위에 끌로 파놓은듯 떨건 상처자국이 나있었다. 기덕은 속으로 뜨거운것이 울컥 치밀었으 나 내색하지 않고 엄하게 말했다. 《까딱말고 누워있소.》 되돌아선 기덕은 한 처녀가 얼굴을 가린채 그들을 등져 앉아 있는것을 보았으나 그대로 달렸다. 옷에서 짜낸 물은 얼마 못가 떨 어지고 다시 방열통이 끓기 시작했다. 그때 수집으면서도 여물찬 목소리가 울렸다. 《옛네요.》 341 기덕은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아까의 그 처녀가 명주 치마에 법랑소랭이를 감싸들고 서있었다. 기덕은 눈이 둥싯해졌 다. 이 처녀 역시 서대문형무소감방에서 본 처녀였다. 죽은 녀인을 부둥켜안고 슬피 울던 처녀… 처녀는 그의 시선에 무안을 람인지 약간 새침한 기색으로 눈을 내리깔았다. 중기부분대장이 취한듯 한 눈으로 그 처녀를 보며 물이 차랑차랑 넘치는 법랑소랭이를 받 아들었다. 《동무,나 좀 이따 보기요.》 기덕은 그 처녀에게 이 한마디를 하고 돌아섰다. (분명 그 처녀야. 운학이 사진에 있던… 아 이 무슨 인연이람.) 적들은 기덕이네가 총창돌격을 해서야 물러갔다. 기덕이 고지 중턱에까지 내려갔다가 오니 처녀도 호근이도 보이지 않았다. 중상 자후송조직을 하게 하고 두루 찾는데 전호뒤의 폭탄구뎅 이에 몇 명의 녀성들이 호근을 둘러싸고있었다. 기덕은 호근이가 후송되 기를 고집스럽게 거부하고있음을 알았다. 《여,군말말고 내 려 가우.» 기덕이 성난 어조로 말하며 다가가니 《림운학의 애인》이 다 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절을 하였다. 《저 … 동무 ! 날모르겠소 ?》 처녀의 얼굴이 파리처럼 붉어졌다. 《압니다. 감방에서… 고마웠어요 ! … 진정…》 모기소리처럼 가느다란 소리로 간신히 말하고는 머리를 수그 렀 다. (허,남도처 녀들은 봉건이 많다더 니 내우가 심 하구나. 그러 나 이 얼마나 다행인가.) 기덕은 림운학이를 생각하자 벌써부터 웃음이 슴새나왔다. 《내 동무를 얼마나 찾았는지 아시오?》 그의 말에 처녀는 물론 전호근이까지 흡뜬 눈으로 바라보았다. 기덕은 그에는 아랑곳않고 호기있게 물었다. 《동무,림 운학이 라고 모르오 ?》 《네 ? !》 342 처녀의 낯이 순간에 해쏙해지였다. 〈〈맞구만.» 〈〈그를… 어떻게… 알아요?》 처녀의 말소리는 떨렀다. (이런 일이라구야.) 기덕은 범잡은 포수의 기분이였다. 《난 그 동무의 친구입니다. 같이 군관학교에 다녔지요. 그 동 무는 늘 동무의 사진을 가슴에 품고다녔습니다. 름시간마다 동무에 대해 생각했고…》 기덕의 마지막 말은 물론 과장된 말이였으나 처녀는 그런것은 전혀 가늠하지 못하고 낯빛 이 희게도 푸르게 도 변했 다. 《그 동문 지금 어데 있나요?》 애련하면서도 어던가 수심이 비낀 눈길이 기덕의 얼굴에서 초 조히 헤염쳤다. 기덕은 운학의 행처를 똑바로 알수 없는것이 아쉬웠으나 그런 대로 들든 기분속에 말했다. 《그 동문 서울에 나왔습니다. 지금 병원에 … 아니,그도 여기 어디 나와있을겁니다. 그저께도 나를 만나 동무걱정을 했습니다.》 기덕은 흥분한 나머지 거짓말까지 척척 해댔다. 처녀는 고개 를 떨구고 손가락만 매만졌다. 기덕은 그가 너무 속을 태우는것 같아 위로삼아 말했다. 《이제 만나게 되겠지요. 그 동문 참모부군관이기때문에 화선 엔 별로 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니 마음을 놓고 상봉의 기회를 기다 리 십 시 오.» 처녀는 여전히 탄피가 널린 전호바닥을 내려다보기만 하였다. 밀려드는 황혼탓인지 그의 얼굴은 재빛으로 보였고 기삐하는 빛 은 꼬물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데… 아니 운학이 그 친구가 배 반당한것 아니 야. … 하 긴 그럴수 있지. 분렬이 되여 몇년이야.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을것이고… 그런 경우 복심이라면 어쩔가.) 343 발목까지 푹푹 빠져드는 모래불로 련화는 비칠거리며 걸어갔다. 어둠이 그 발자취를 살금살금 덮어버린다. 《련화동무,옆구리가 더 도져요?》 묻는 말에도 련화는 대답이 없다. 따뜻한 눈물이 샘솟듯 솟아 볼을 적신다. 한편으로는 기쁘고 한편으로는 끝없는 공허와 괴로움 이 강녘에 내려덮이는 어스름처럼 그의 마음을 짓누른다. 《저一련화…씨.» 어눌진 남자의 목소리에 련화는 걸음을 멈추었다. 카빙총을 거 꾸로 멘 옆집 두부장사의 아들인 전기회사 전공이 허겁지겁 달려왔 다. 련화는 며칠전에 그한테서 당한 《모욕》을 생 각하고 그대로 가려고 하다가 남자의 기색이 하도 진지한지라 눈을 내리깐채 기다 렀 다. 《날 용서해주.》 련화의 앞에 이른 그는 벌씬 웃어보였다. 련화가 입술을 깨문 채 까딱안하고있자 그가 덤벼치며 말했다. 《난 사실 련화씨를 아니,이제부럼 동무라 합시다. 그래 동무 를 부르죠아라고만 봤습니다. 근데 오늘보니 동문 공화국편이구 만. 우리 로동자들만 그런줄 알았는데. 이자 인민군대군관동지한테 물어보니 동무같은 사람도 다 김일성장군님을 받드는 인민이 될 수 있다는거요. 정말 미안하오. 난 이제부럼 인민군대를 따라 그냥 싸우러 가오. 그래서 동무한테 빌자고 따라왔소. 집에 가면 우리 어머니한레 잘 말씀드려주.》 그리고는 악수를 하려 손을 내밀려다가 련화가 응하려는 기색 이 아님을 알고 또한번 싱긋 웃더 니 획 돌아서 달려갔다. 《몸 무사하세요.》 련화는 가느다란 소리로 말했다. 왜서인지 눈물이 나려했다. 서대문감옥에서 나온 날 련화는 늦게 야 집으로 돌아왔다. 자 기를 대신해 죽은 그 녀인을 감장하고 어설픈 제사를 치르고나니 지금처럼 어슬녘이였다. 그런데 집은 비여있었다. 이웃집 두부장사 녀인한테서 아버지가 리윤병의 차를 타고 언니와 함께 떠났다는 것과 《해방직후에 다니던 젊은이》가 장교가 되여 찾아왔댔다는 344 사실을 알았다. 한꺼번에 받아안게 된 상실의 비애와 희망어린 기 쁨앞에 련화는 제 정신이 아니였다. 빈집 널마루에 앉아 한바탕 울 고나서 다시 그 두부장사녀인네 집으로 갔다. 거기서 이 청년을 만 났다. 경성전기회사 전공으로 있다는 정도로 아는 그는 련화를 담 장문안으로도 들여놓으러 하지 않았다. 《우리 집엔 뭣하러 오시오?》 그 투박스런 말투에 아연하여 련화가 쫓기듯 담장을 에돌아오 는데 그 말투보다 몇배 더 무서운 말이 귀전에 따라왔다. 《얘,그런 인사불성이 어데 있느냐. 고아나 다름없는 처녀를 막 밀어 쫓을 법이 어데 있느냐.》 그것은 두부장사녀인의 칭원이였다. 모질게 도사린 대답이 그 말을 눌렀다. 《어맨 참 막혔소. 리승만의 1등장관네와 사돈인 집 녀자를 집 안에 들여놓는단말이요.》 《원,무슨 소릴. 그 앤 가막소에서 나왔다두라.》 《가막소에 들어갔다나옴 다 인민의 편인가. 도적년도 있고 화 냥년도 있소.» 《어 이구, 네 입이 개천한가지로구나. 성 어른네 딸을 그런 잡 년들과 맞대놓다니. 네가 천벌을 받을기다.》 《흥,어쨌든 반동이란말이우다. 지금은 반동과 인민편으로 금 을 짝짝 거야 한단말이요. 저런 멋쟁이 부르죠안 다 반동이요.》 련화는 그때 앞이 캄캄해지였다. 담장에 기대여 한참이나 있 어서야 기운을 되찾았다. 그는 아버지의 《도주》를 확인하기 위하 여 련탄통과 허접쓰레기들로 위 장을 한 지 하실을 찾아 그안으로 들 어갔다. 초불 하나를 들고 캄캄한 지하실안을 더듬어 살피는 그 의 눈에는 쉬임없이 눈물이 굴러내렀다. 아버지의 《재산》은 그대 로 있었다. 덕대우에 흰 종이장이 주렴처럼 드리워있는것을 보고 흑시 자기에게 편지를 써 남긴것 이 아니겠는가 하고 생 각하였다. 그러나 그 희망과 기대는 종이장을 보기 바쁘게 와르르 허물 어졌다. 아버지는 단순히 《도주》만 한것 이 아니 라 이 세상 전 체를 비관하고 부정한것이였다. 종이는 하나의 유서라고도 할수 있 345 었다. 련화는 덕대우에 숨겨두었던 자기의 가방을 찾아쥐고 비칠걸 음으로 지하실을 나왔다. 안방에 들어온 그는 아버지가 읽으러 내 려놓은듯한 책무지에 그대로 엎드려 잠인지 실신인지 모를 혼미 속에 새 날이 밝을 때까지 꼼짝하지 않았다. 먼지낀 창문으로 얼 비추 들어오는 빛에 얼른거리는,집안의 퇴색한 도배벽과 검은 빛으 로 쩌들은 장서들을 보며 자기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가 하고 생 각을 달렀다. 그런데 구복이 원쑤라고 배 가 고팠다. 밥부터 지 어먹 어 야겠다 고 일어서다가《아.》하고 소리지르며 물앉았다. 그 록실할 헌병 장교의 구두발에 채인 옆구리가 빠개져나가는듯 아팠다. 그는 아 버지 가 관절에 좋다고 하여 구해둔 《멘솔담》을 옆구리에 바르고 참지로 붙인후 아무것이나 닥치는대로 책 몇권을 뽑아내리였다. 베개를 베고 누운 그는 분명 아버지가 잡숫듯싶은 귀떨어진 바가 지 에 담긴 누릉지 포박을 입 에 물었다가 그만 치 받치는 눈물때 문에 먹기를 단념하고 책을 펼쳐들었다. 그러나 책의 글줄도 들어오지 않 았다. 그림만 뒤적이다가 녀자처럼 머리를 길게 기른 두 사나이가 눈을 부롭뜨고 마주 노려보는 사진에 시선이 멎자 한숨을 내쉬며 책 을 떨궈버렸다. 책이 엎질러지며 한때 온 프랑스국민을 열광시켰 던 당똥과 로베르 스피 에르가 때묻은 장판바닥에 얼굴을 박았다. 〈〈그래,옳아 !》 련화는 시름겹게 중얼거렀다. 당똥과 로베르 스피에르가 웨친 〈〈혁명의 무자비》에 대한 글 구가 상기되였던것이며 왕당파라면 자기의 친구조차 서슴없이 살해 한 《혁명파》들의 단호성에 대한 일화들이 떠올랐고 동시에 그 것은 두부장사집 아들이 한 말에 대한 정당성의 반중처럼 느껴져 《그래,옳아.》한것 이 였다. 계급적 모순의 불상용에 대해서는 엄 엄한 수염 쟁 이 맑스는 물론 인자한 아저씨 같은 레닌까지 긍정 하 였다던것도 상기 하였다. 그리고 학생들속에서 쉬쉬 떠돌던 남로 당안에 서 의 무서 운 《계 급투쟁》에 대한 이 야기 까지 덧 끼여들며 자 기는 계급진지로 볼 때 《반동》이며 이 새 세계의 시점에서 이 단자라는 답에 도달하였다. 이렇게 된 모든것은 아버지가 그 흉물 346 스러운 리윤병이네와 함께 간데서 생겨난 비극이라는데까지 생각이 뻗자 련화는 아버지를 원망하게 된 불효스러운 자식의 팔자를 두고 또 한번 애타는 아픔을 느꼈다. 집으로 올 때 길가에서 본 괴뢰 군포로행 렬속에 끼여 따라가던 안재홍이며 이전 《국회의 원》들 의 초라한 행색이 떠오르며 아버지도 그냥 있었으면 끌려갈수도 있 었다는 생각이 피롭게 뇌리를 쳤다. 아버지는 청렴하고 깨끗했지만 《반동과 인민의 편…》으로만 나눈다면 과연 용납되겠는가. 그 렇다면 내가 설 자리,내가 가야 할곳은 어디인가. 그리고 운학씨앞 에서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짜디짠 눈물이 입 가로 흘러내 렀다. 그는 보기만 하면 늘 《행 복의 꿈〉〉을 키워주던 운학의 수첩을 찾아 가방을 뒤졌다. 채 못나 누어준 《평화통일호소문》묶음을 보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운 학의 수첩을 찾아쥔 그는 가슴에 꼭 대 인채 한동안 있다가 펴들 었다. 운학의 청으로 언젠가 써넣은 자기의 시가 펼쳐졌다. 흰눈 예쁘고 리없는 순결 외간 발굽에 밟히고 외 간 먼지 날아오면 공기되여 사라지리 바람되여 사라지리 《바람되여 사라지리》 마지막구절을 나직이 뇌여본 련화는 입술을 옥물었다. 정말 자기가 한점의 바람처럼 사라져버 리든가 시 골에 있는 이모네 집에 찾아가 수치스러운 아버지와 언니를 모르는 세계에 숨어버리고실었다. 이런 때 정록주가 찾아왔다. 련화는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인민군원호대를 뭇는다는 말에 별반 주저 없이 따라나섰다. 인민군원호대로 가는 길은 운학에게 가까이 가는 길일것이였다. 련화에게서 운학은 선과 정의, 량심과 아름다움의 구 감이였다. 그리고 그 길은 백정식이네의 세계를 반대하는 길이기때 347 문이기도 하였다. 감방에 서 쓰러 진 녀 동무를 생 각해 서 라도 그길 을 가는것이 옳다고 굳게 믿었다. 이렇게 나온 련화는 지원자들속에 곽근철이라고 하는 두부장 사집 아들까지 있는것을 보고 봐란듯이 탄약과 식사를 날랐다. 정 록주가 그의 옆구리타박상을 걱정해 고지에 가는것만은 삼가하라고 했으나 그냥 따라나섰다. 그통에 송기덕이라는 중대장을 만나 림운 학에 대하여 알게 되였다. 그는 운학이가 여전히 뜨거운 애정을 품 고 자기를 찾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찔한 흥분과 환희를 체험 했 다. 그러 나 아버지 에 대 한 생 각이 하나의 어두운 그림자처 럼 찾아 들어 그 환희에 찬서리를 끼얹었다. 그는 리없이 깨끗한 림운학 이앞에서 아버지로 하여 오점있는 녀성으로 되였다고 생각했다. 상 대를 너무 높이,귀중히 생각할 때 녀인들은 조그마한 일을 가지 고도 자기를 비하하며 피로와한다. 그것은 아름다운 감정이라고 도 할수 있으나 그때문에 서로가 말할수 없는 불행에 떨어지는 경 우도 있다는것을 련화는 생각하지 못했다. (운학씨는 현재처지의 나를 만나면 어떻게 생각할가. 아버지 에 대해서 잊어줄가. 이자 그 전공처럼.) 련화는 깊은 생각에 잠겨 걸었다. 운학이를 생각할수록 울고 싶어졌다. 그리고 운학이를 몹시 만나고싶으면서도 왜서인지 만 나는것이 두렵기도 하였다. (그이 야말로 얼마나 어질고 훌륭하고… 그리고 용감했던가. •••) 엠피의 손이 송충이처럼 징그립게 자기의 세라복소매를 쥐였 을 때 모두발로 그놈을 차넘겨뜨리고 자기의 손목을 잡은채 달리던 그의 모습이 밟혀오며 아픈 눈물을 더욱 진하게 만들었다. 《강에 다 왔어요.》 솨一 강바람이 비릿한 내를 풍기며 밀려든다. 출렁출렁,근심 도 슬픔도 모르는 강물이 발밑에서 굽이친다. 이따금 파도에 별 빛이 어려 부서진다. 빨간 전지불이 강심에서 떠 반짝거린다. 《어디요?》 《수도고지에서 왔어요. 중상자들이예요.》 348 〈〈어느 군의소요?》 《서울군의소예요. 호호호.》 정록주의 쾌활한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아,남들은 다 기삐서 웃는데.) 쪽배가 와닿았다. 열명밖에 태울수 없는 배여서 중상자들만 싣 고 전호근이를 부축한 련화까지 배에 올랐을 때 찦차 한대가 경 적을 요란히 울리며 달러왔다. 배사공(토인이였다.)이 긴 장대를 물에 대고 밀려고 하는데 차에서 다급한 소리가 터져나오며 한사람 이 뛰여내렸다. 《떠 나지 마시오.》 긴 그림자를 끌며 달려온 그 사람은 전지불로 배를 비쳐보고 는 《부상병 만 남기 고 내 리 시 오.» 하고 명 령 조로 말했 다. 너무나 급작스런 일이여서 벙벙해있자 그는 간청하듯 말했다. 〈〈어서요.》 련화와 함께 탄 전방군의소의 간호원이 먼저 일어섰다. 련화 도 엉겁결에 일어서는데 《그대로 있소. 같이 타지.》하며 다부 진 몸매의 사람이 재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배안을 살피고는 〈〈조금 만 죄이면 되겠군.》하며 별로 서두는 기색이 없으면서도 재빠른 동작으로 배에 올랐다. 배가 기우둥하자 그는 실한 몸매에 어울리지 않게 잽싸게 앉으며 련화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자기가 의지한 상대가 처녀임을 알았는지 인차 손을 떼고 유심히 바라보았다. 《의사요?》 《아닙 니 다. )) 련화는 어딘가 사람을 위 압하는 틀진 목소리와 여느 군관들것 과는 다른 누렇게 번쩍이는 어깨의 견장에 대번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더는 련화를 보지 않고 부상병들을 물끄러미 보 다가 한사람이 자기때문에 불편스레 다리를 꼬부리고있는것을 보자 그 다리를 스스럼없이 들어서는 자기의 무르팍에 올려놓았다. 먼저 달려왔던 군관이 배에 오르고 사공아바이가 장대로 밀자 배가 움씰 하며 기슭을 떠났다. 차에서 내 린 또 한사람이 물가에 서있다가 《장령동지,안녕히 갔다오십시오.》하고 소리치는것이 보였다. 349 련화는 그 음성에 흠칫 하였다. 온몸이 그대로 눈과 귀가 되여 물 가에 서있는 사람을 지켰으나 밤빛에 흰칠한 체격만이 안겨올뿐 얼 굴을 알아볼수도 그 음성을 다시 들어볼수도 없었다. (아니,착각이다. 내가 너무 운학씨 생각을 해서이겠지.) 하지만 어듬속에서 점점 작아지며 녹아버 리는 그 모습에서 눈 길을 떨수 없었다. 가슴이 화들화들 떨리였다. 〈〈어디서 싸웠나?》 장령이라고 불리운 사람이 침묵을 깨뜨렸다. 누웠던 부상병들 과 후송간호원 이 수도고지 에 서 싸웠 다는것 을 말하자 그는〈〈음.》 할뿐 더는 말을 하지 않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칙_ 성 냥을 켜대자 굵직한 눈섭 이 인상적으로 안겨왔다. 담 배를 들이빨 때마다 빨깃한 불빛에 볼과 인중의 거뭇한 수염과 그 리고 세모질사한 날카로운 눈이 드러 났다. 《저기서 월하시오?》 그는 담배불로 아래를 가리키며 사공더러 물었다. 강우로 건너간 철교밑에서 전지불이 오락가락 흐르고있었다. 사 공아바이는 그쪽을 얼핏 돌아보고 기다렸던듯 대답했다. 《철다리입네다. 장관어른… 수선공사를 합지요. 철도댕기는 내 아들서전 나가서 하는데 장관어른처럼 왕별을 단분이 나와서 지 휘를 한답니다. 저 길만 열리면 리승만의… 그 개백정을 싹 쓸어버 린 답네 다.» 장령은 싱굿이 웃었으나 인차 생각깊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담 배불을 강에 던지고 두손을 맞잡은채 어둠속을 묵묵히 내다보았다. (이분은 누굴가?… 이분한테 아까 그 군관이 누군가고 물어 볼가. … 만약 그라면…) 련화는 치마로 감싼 무릎을 꼭 감아쥐며 몸을 떨었다. 숨이 가 빠올랐다. 오매에도 잊을수 없는 환한 모습이 어둠을 헤집고 다 가오는듯실었다. 그는 눈을 꼭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 (아니야,안돼. 지금은 안된다. 이 새 세계,이 선의 세계에 원 가 기여하기전에는 ••) 광… 요란한 폭음이 울렸다. 련화는 깜짝 놀라《에그머니.》소 350 리질렀다. 《이게 뭐야 !》중상자들까지 몸을 뒤채며 놀라 웨쳤다. 장령만이 변함없었다. 철교쪽을 흘깃 돌아본 그는 심상한 일 이런듯 지나가는 소리처럼 말했다. 《폭약을 터치는군.》 배가 기슭에 닿자 우쩍 일어난 그는 간호병을 향해 부드럽게 물 었 다. 〈〈어델 가?〉〉 《세브란스대학 부속병원에 갑니다. 거기에 우리 군의소가 있 습니 다. )) 간호병 의 대 답이 채 끝나기 전에 장령은 소리 없이 배 에서 뛰여 내렀다. 완장을 두른 군관(도하장직일관)이 그에게 다가와 경례 를 붙이며 뭐라 말할 때에 미리 준비되여있은듯이 찦차가 옆에 와 섰다. 장령은 찦차문이 열리고 웬 사람이 경례를 붙이는것도 아 랑곳 않고 도하장직일관에게 물었다. 《위생차들이 왜 없소?》 《방금 한차 싣고갔습니다.》 〈〈저 차는 뭐요?》 장령은 부교가설을 위해 쌓은 목재더미 반대견에서 꽁무니를 강 쪽으로 돌려대고 무슨 통구리들을 싣는 화물차를 가리켰다. 몹시 불만스러운 높아진 어성에 도하장직 일관은 빳빳이 굳어졌다. 〈〈보위성직속 차입 니다. 놈들이 버 리고 간 통신기자재와 로획 품들을 싣 습니 다. )) 《그건 중지 하고 저 부상병 들을 먼저 수송하게 하시 오. )) 《네 ?— )) 군관이 어 리둥절해 되 묻자 장령은 팩 한 소리로 웨쳤다. 《귀가 먹었소? 내 최현이야. 책임은 내가 질레니 부상병들 을 세브란스까지 실어다준 다음 저 골동품을 나트오. 알겠어 ?》 《네,알았습니 다.》 군관은 참대처럼 곳곳해서 경례를 붙이고는 장령이 가리킨 련 화네쪽으로 성큼성큼 달려오며 물었다. 《어디요? 몇사람이요?》 351 련화는 얼핏 들은 최현이라는 이름을 되뇌이며 대단히 큰사람 이구나 생각하였다. 장령이 탄 차는 강기슭을 따라 철교쪽으로 내 리달리였다. 련화는 그 차에 탄 최현장령이 방금 강을 건너오기 전까지 운학이와 이 야기를 나누며 왔다는것을,더구나 자기에 대 한 이 야기까지 하였다는것을 전혀 모른채 옆구리의 아픔이 되살 아오르는것 때 문에 이 마살을 찌 프렸 다. 6월 28일 밤부터 6월 29일 새벽까지 남한강을 도하한 최현의 52사는 오늘 저 녁 금량장리계 선에 이름으로써 뒤떨 어진 사단으 로부터 앞선 사단으로 되 였다. 그러 나 최 현의 거 멓게 질린 얼굴 은 풀어지지 않았고 일정한 휴식을 요구하는 참모장의 제기에는 화를 내였다. 《수원에나 가서 보기요.》 최현은 바지혼솔에 붙은 도꼬마리들을 하나하나 잡아뜯어 유 심히 살피다가는 던지고 어떤 때는 손톱으로 누르기도 하다가 통분 하여 중얼거렀다. 《우리때문에 얼마나 손해를 본줄 알아. …》 최현은 자기 사단이 원래의 계획대로 수원에 갔더라면 지금처 럼 주타격방향부대들이 한강계선에서 지체되는 일은 없을것이라 는 자책에서 헤여나올수 없었던것이다. 그때 뜻밖에 도 최 춘국이가 최 현을 찾아왔다. 최 춘국은 62사 사단장으로 임명되여 서울을 거처 홍천쪽의 자기 사단으로 가던 중에 최현사단의 행군대 렬과 부및쳐 지 휘부를 찾아왔던것 이 다. 서로 바쁜 그들은 차를 반대로 세워붙이고 두손을 맞잡은채 그 간의 소식을 성급히 나누었다. 전쟁개시 첫날 김일성 동지의 명령을 받고 원산과 남포에 나가 해안방어대책을 세우고 돌아온 최춘국 은 임무수행을 보고한 그 시 각부터 전선에 내보내줄것을 제기하 여 승낙을 받기까지의 사연을 깊은 감회를 품고 말했다. 《…처 음엔 딱 짜르시더 군요. 정 우기 니 다리 때 문에 안된 다고 하시는것 이 아닙니 까. 뭐 최 현동지 까지 제 다리 가 신통치 않다고 했다면서요.》 352 《아 아니,난 오히려 그 반대의 말씀을 을렀어.》 최현이 당황해 사실을 밝히자 최춘국은 깨고소한 웃음을 지었다. 《물론 그랬겠지요. 제가 장군님의 심중을 모르겠습니까. 그 래서 난 〈장군님,정 그러시다면 제가 여기서 춤을 춰 보이겠습 니 다.〉고 했댔습니 다. 그러 니까 장군님께서 〈춰 보오.》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 》 《그래서 ?》 《췄지요.》 〈〈볼만했겠는걸.» 최춘국은 어색한 웃음을 짓고 데면데면해 말을 인차 잇지 못 했다. 옆으로 진창을 튕기며 굴러가는 중포를 바라보다가 《그 래서 ?》하고 최현이 또 물어서야 최춘국은 어딘가 면난한 표정 으로 나직이 말했다. 《다 추고 돌아보니 장군님께서는 창문가에 다가가 바깥을 내 다보시는것이였습니다. 그때까지 눈치를 못채고 〈갈수 있지요?》 하고 어린애 주정을 했습니다. 그래도 장군님께서는 움직이지 않으 시 였습니 다. 한참 있다가 돌아서 신 그이께서는 〈잘 추는군. 춤 추는 기백은 변하지 않았소.》라고 조용히 말씀하시는데 그 음성이 젖어있지 않겠습니까. 속이 별랬습니다. 내가 그대로 서있자 〈가 야지… 가야지 !〉하고 반대되는 생각을 물리치듯 곱씹어 뇌이시다 가 〈건강이 담보되고 무사할것이 담보된다면 열백번이라도 가야 지.〉하시는것이였습니다.》 최현은 가슴이 찡해서 고개를 돌렀다. 야포를 끌고가는 노란 암 말의 옆에서 털이 보르르한 망아지가 젖꼭지를 찾아 배밑에 기여들 다가는 깡충 뛰쳐 나오고 그랬다가 또다시 아장아장 기 여들어갔다. 6월 23일 저녁 자기를 떠나보내며 그토록 가슴아파하시던 장군님의 모습이 우렷이 밟혀오며 그리움이 애릿한 향수로 가슴을 적시였다. 최춘국이 먼저 《그 망아지 좋군.》하고 화제를 돌린후 최현의 얼 굴을 근심스럽게 더듬어보고는 《얼굴이 무척 랐습니다.》하고 말했 다. 《속이 타 그렇소.》 353 그 말에 최춘국의 눈빛이 한결 심각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장군님께서 최현동물 두고 걱정 하시 더군요.》 《무슨?》 최현은 눈이 다 둥싯해졌다. 최춘국은 최현을 똑바로 마주보며 한마디 라도 빼놓지 않기 위 해 이마살을 찌프려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 《장군님께서는 앞으로 최현동무의 사단엔 더욱 큰 적들이 막 아나설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어제도 어려웠지만 래일은 더욱 어 려울것이라고… 이번 반공격작전에서 가장 어려운 모통이를 말았다 고 하셨습니다.» 《그건 나를 위안하기 위한 말씀이시오.》 최현은 가슴이 억해졌다. 《그러시면서 장군님께서는 최현동무의 성미에 참기 어려울 정황들이 생길수 있는데 그럴수록 최대로 인내성을 발휘하고 특 히 최현동무가 개인적으로 모험하는 행동을 절대로 삼가하라고, 이것은 명령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명령을 최현동무 를 념려하는 단순한 우정으로만 생각지 말고 전략전술적필요로 생각하라고 심중히 당부하셨습니다.》 최현은 최춘국의 손을 꼭 잡고 간절한 눈길로 바라보며 약간 쉰 소리로 말했다. 〈〈우리처럼 되지 말게. 난 수원을 기일내에 타고앉지 못한것 이 일생 가슴에 못박힐거네.》 최춘국은 동정하듯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막았다. 《그러지 마십시오. 아닌게 아니라 내가 장군님께 그런 뜻을 비 쳤더니 제정된 시간표에 의한 렬차다님처럼 순조로우면 무슨 전 쟁이냐고 웃으시며 〈하긴 최현동무로선 그럴수 있지.》라고 하 시 더군요. 이젠 더 생각지 맙시다.》 최춘국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싱그레 웃고는 《무슨 조언을 줄 것 없습니까?》하고 말했다. 《없어. 아니 한가지… 지휘관들한테 항공습격시 대비책을 잘 일깨워주게. 나 역시 그런데 경험이 없다보니 소잃고 외양간 고 354 치는 식 으로 야단쳤지 . 참,장군님께 서 왜 62사를 동무에 게 맡겼 을가?》 최 현의 눈은 가느스름히 찌프러 져 마치 춘국의 준비정 도를 알 아보려는것만 같았다. 최춘국은 씩 웃으며 《최현동무는 어떻게 생 각합니까?》하고 되물었다. 《글쎄 내가 장군님의 그 깊으신 생각에까지 가닿겠소. … 그저 짧은 짐작으로 말하면 그전 사단장은 정규전은 밝은데 유 격전에는 쑥이였어. 그러니 유격전의 대가인 춘국일 찍은거지. 62사 방향엔 산이 많아. 춘국이야 산에서 귀신이 아닌가.》 《날 띄 운것 내놓고는 다 맞습니 다. 최 현동지 앞에 서 야 구태 여 감추겠습니 까. 장군님께 서는 제 가 38년에 독립 려단을 이끌고 대 부대 기동을 한것 을 례 들면서 거 의 독자적 인 행 동으로 병 행추격 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린접 에 구애되지 말고 산을 타고 나갈수 있 는껏 나가는것입니다.》 《배 후에 남은 적 은 어 떻 게 ? 역 포위 하려 달려 들지 않을가 ?》 《장군님께서는 적은 우리와 같은 군대가 아니라고 하시며 그 물속에 든 고기처럼 되여 붕괴될것이라고 하시였습니다. 더구나 미 군이 개입한 조건에서 빨리 나가는것만이 장땅이라는것입 니다.》 《그러 니 동문 냅 다 달릴판이군. 부럽소.》 최현은 보조타격부대로서 주타격의 움직임에 맞추게 되는 《시 집살이》에 대하여 말할가하다가 자기의 못난 생각이 낯뜨겁게 돌이켜지여 화제를 돌렀다. 《그래 전방지 휘소에 서는 다 잘 있습데 ?》 《네,강건참모장을 만났습니 다. 상동진 51사에 나갔더 군요. 서울에서 지체된 시간을 봉창하자고 윽윽하는판이지요. 강건동진 얼굴이 술치같이 됐어요. 미 24사선견대가 부산에 왔다는것으로 신 경 이 칼끝처 럼 돼있더 군요.》 《선견대라니. 벌써 그놈들이 들어섰단말인가?》 〈〈네,어제 나타났다는것 같습니다.》 《나타났다?!» 최현은 입술을 아프게 깨물었다. 355 행군대렬의 마지막인 사단군의소의 로획품 《엠불린스》(적십 자표를 그린 위생차)가 옆으로 지나갈 때야 그들은 너무 오랜 시간 을 지체했음을 깨달았다. 《이젠 가겠습니다.》 최춘국은 순박한 어린애의 미소같이 깨끗한 웃음을 머금고 최 현을 보았다. 최현은 낯색이 별로 회여보이는 춘국이를 물끄러미 보 다가 왜서 인지 불길스런 예감에 심 장이 묵_하고 찔리우는 아픔을 느꼈다. 그래 량손의 두손가락을 구부려 원을 짓고 눈에 대였다. 《잘 있소? 울지 않습데 ?》 안경쟁이인 최춘국의 부인을 말할 때 흉내내는 이 동작에 춘 국은 허허 웃고는 《참…》하면서 뒤에 앉은 련락병에게 뭐라 수군 덕거리더니 광목천에 싼것을 내밀었다. 《뭐요?》〉 최현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웃는 최춘국이를 수상쩍게 보자 춘 국은 벙글벙글 웃었다. 《우리 부인님의 솜씨 입 니 다. 내가 나간다니 얼싸좋다하며 밤 새워 빚고 구운것입니다.》 《이걸 내가 먹어서야 되겠나?》 최춘국의 말과는 반대의 정경이였음을 짐작하며 최현이 말하 자 최춘국은 여전히 롱말을 하였다. 《그래야 우리 처도 전선원호를 한것으로 되지요. 자,헤여집 시 다.» 《안을가?》 《안아야지요.》 최춘국은 최현의 어깨에 향굿한 김치내 비숫한것을 풍기며 얼 굴을 대였다가 떼였다. 최현은 그의 어깨를 꽉 쥐였다가 밀쳤다. 《잘 가오.» 최현은 이것이 최춘국이와의 영원한 리별임을 몰랐다. 최춘국은 이때로부터 열흘후 안동뒤산에서 그 유명한 《나에게 30분의 생명 을 연장시켜달라.》는 말을 남기고 심장의 고동을 멈췄던것이다. … 최현은 최춘국이 탄 차가 먼지를 보얗게 감아올리며 사라져가 356 는것 을 지켜 보다가 참모장을 찾았다. 그는 53사와 905땅크사단의 도착을 기다림이 없이 사단단독으로라도 수원공격을 해 야 하지 않겠는가 생 각하였다. 전방지 휘소의 명 령 에는 사단이 우익린접 주타격방향부대들이 수원계선에 도착할 때까지 익측 포위준비를 갖 추고 대기하게 되여있었으나 미군의 부산도착은 최현이로 하여금 그런 기다림을 허용할수 없게 만들었다. 《그 전투는 우리가 수원을 먹는가 못먹는가에 있는것보다 53사나 54사앞의 적을 떼여내여 그들의 진로를 열게 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보오. 그건 주타격의 보조로서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이 아니겠소.》 《그런 의미에서는 우리 사단 진출로선인 안성쪽으로 나가는 것이 더 합당하다고 볼니다.》 참모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본 최현은 사단의 이런 구상 에 대하여 전방지휘소에 제기하고 최종동의를 받으러 했다. 행군중 의 무선차를 멈춰세우고 전방지휘소를 찾을 때 먼저 보위상이 최현 을 찾았다. 즉시 서울의 전방지휘소로 도착하라는 지시였다. 이렇게 되여 사단을 떠난 최현은 시산리쪽에서 53사 9련대와 만 났다. 그는 패 잔병들이 도처에서 갈개고 전선경 계도 명 확치 않은 길 로 호위 도 없 이 달려 온데 아연해하는 김만익 련대 장에 게 자기 의 조급한 심정과 울화를 얼마간 터놓았다. 호위를 붙이겠다는것을 거 절하고 그 지대지형에 밝다는 군관 한명을 알선받았다. 그 안내 로 나온 군관은 림운학이였다. 최현은 며칠전의 환하던 얼굴이 화 상을 입어 거칠어지고 눈만 황황히 타는 림운학이로부터 아버지 도 애인도 못만났음을 알았다. 적들이 수감된 애국자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통보를 받은바있는 최현은 밝은 전망을 도저히 내다볼수 없 는 운학의 부친과 애인의 처지를 두고 근심스러웠으며 그들의 상봉 이 이루어지지 못한것도 자기 부대의 진격속도가 더딘탓처럼 느 껴졌다. 그가 만약 이런 심리적중압속에만 있지 않았더라도 좀전 강녘에서 자기를 바래주던 림운학이 인사말을 할 때 한 녀성간호원 의 행동이 이상스러웠음을 알아봤을것이였으나 그때의 그는 사단의 전투계획속에 묻혀 일체를 잊고있었다. 최 현은 철 다리 가 불빛 에 드러 나는 순간 거 기 어 디 에 류경 수가 357 있을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쳤다. 목에 호각을 건 각광을 단 군인이 길을 막아나서며 손에 쥔 빨 간 수기를 휘저었다. 《발동을 죽이시오.》 《무슨 일이요?》 〈〈이 주변에서 일체 소음을 내지 못하게 됐습니다.》 《방금전까지는 남포까지 놓더니 소음은 무슨 소음이야?》 최현이의 다부진 몸매와 위 압적인 말투에 《각광》은 몸을 곳 곳이 하며 공손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십분전에 우리 려단장동지가 그런 명령을 내렀습니다. 특수 임무를 수행할 땅크병들을 방금전에 취침시켰기때문입니다. 그들 을 승인없이 깨 우게 되면 처벌까지 주겠다고 했습니 다.》 《그래 ?》 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류경수를 찾아달라고 말했다. 《각광》 이 어둠속으로 사라진후 좀 있어 노젓는 소리가 들리고 전지불을 깜박거리며 철다리밑 어둠속에서 쪽배 하나가 나타났다. 배가 스르 록 하며 모래판에 닿자 아래우 맞달린 땅크병복을 입은 흰칠한 몸 매의 장령이 뛰여내렸다. 《어데 있습니까?》 〈〈여 길세.》 최현이 반가움에 차 소리치며 달려가자 류경수는 어푸러질듯 이 마주 달러와 최현이를 와락 그러안아 한바퀴 빙_휘둘렀다. 《근데 여긴 어떻게 나타났습니까? 전방지휘소에라도 소환된 것 아닙니까?》 모래불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류경수가 물었다. 《나야 그럴 재목이 되 나.》 최현은 기쁜 기색으로 류경수를 보며 말했다. 《서울해방에서 자네 공이 크다는걸 들었네. 기쁘이.》 《원 기쁜지 원지 앉은뱅이 노릇에 속이 랍니다.》 〈〈다행일세.〉〉 류경수는 별빛에 드러난 최현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시풀뚝 358 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 니 예 온건 왜 땅크가 아직 넘 어못가는가 질책하러 온 거겠 수다 ?》 〈〈점쟁이 이상이군. 아닌게 아니라 그때문에 별러서 온걸세.》 《나도 공공 앓습니 다. 그래 별 룩갑을 다 해 봤지 요. 떼 목,여 울도하, 자맥질도 수태 하고…》 최현은 소리치며 흐르는 검푸른 강물을 내려 다보며 이 철덩이 같은 류경수도 며칠째 꽤 속을 앓았겠구나 생각했다. 《동무가 바쁜 소릴 하는건 처음이군.》 《속이 끓어 그럽니다. 그래서 강건동무한테는 한바탕 해댔습 니 다. 빨찌산때를 다 잊었는가고. 땅크없이 못나가는가 하고…》 《이제 그 말해 뭣하나?》 《난 지금 장군님을 생각하면 영 괴롭습니다.》 류경수는 더 말을 못했다. 〈〈그래 아직 방법이 안섰나?》 《해보자는겁니다. 저 철교로 넘어가자는것입니다.》 《저 철다리도 끊어지지 않았나?》 《놈들이 폭파를 했지 요. 한데 경간구조물이 40도각도로 저 쪽 대 안에 내 려앉았습니 다. 그걸 방금 남포질을 해 서 60도경 사로 만들 어 놨습니 다. 그 경 사를 타고 저 쪽으로 내 려 가자는것 입 니 다. )) 《음,그래 서 ?» 《그런데 는 땅크를 다 물에 처박는다고 우는 소릴 하며 반대 하는 학자님들이 있다는데 문제가 있지요.》 《그래 승인을 못받았다는건가?》 《그걸 받자면 리론으로 증명해 야겠는데 내가 무슨 학자입니 까? 해놓고 볼판이지요. 실패하면 군사재판이겠지요. 까짓거 목이 날아나도 해볼판입 니 다. 못넘 기고야 내 가 무슨 장군님 의 유격댑 니까?》 《다리를 한번 보자구.》 전지를 켜든 최현은 류경수의 만류를 뿌리치고 철다리에 올라 섰다. 번뜩거리는 레루와 침목사이로 드러나는 물결은 불빛에 고기 359 비늘처럼 번뜩거렸다. 끊어져내린 다리끝 경간에 이르자 최현은 높 은 지붕에서 사다리를 내린듯 아질하게 내려간 레루를 한참이나 내 려 다보다가 돌아섰다. 타고온 찦차에 이르러서 걸음을 멈춘 그는 무거운 얼굴빛으로 류경수를 바라보았다. 《자신있나?》 〈〈어쩌겠습니까.》 《군사재판장에 나서면 나도 피고석에 앉겠어. 최춘국동무도 잘 싸우고있 더 군. )) 최현은 최춘국이에 대한 소식을 짤막히 이야기한후 우중충한 밤 어둠이 내려 앉은 대 안의 산언덕을 바라보다가 지나가는 소리처럼 한마디 했다. 《로량진의 적 들도 꽤나 지 독스레 덤 비지 ?》 《네 . 우리 기계 화련대 동무들도 거기서 혈투를 벌 렀습니 다.» 최현이 통산을 거처 중앙청에 도착하였을 때는 열한시 조금 못 미처서였다. 그는 직접 최용건보위상실로 찾아들어갔다. 부관장 의 안내를 받아 문에 들어서자 최용건은 안경을 끼고 확대경으로 지도를 내려다보고있고 다른 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무슨 보고를 받 고있 었 다. 《그런 우는 소린 그만두오. 905땅크도 래일은 넘 어가오. 그 러 니 래 일엔 동무네도 영등포에 가있어 야 되오. 다요 !》 최용건은 성난 음성으로 소리치고는 전화기를 소리나게 놓았다. 그리고는 무겁게 몸을 일으켜 최현한테 다가왔다. 《불러서 안됐소. 저녁은 자셨소?》》 《네. 근데 건강이 좋잖아보입니다.》 최용건의 눈청엔 피가 져있었다. 최용건은 알릴듯말듯 머 리를 저었다. 《뭐 내 몸은 일없소.》 그는 작전대앞에 이 르자 최 현을 곧추 향해 보며 말을 이 었 다. 〈〈좀전에 사단장들 회의가 있었소. 동문 거리상관계로 제외시 키게 되였으나 부트게 되였소. 미군이 부산에 들어섰소. 이때문 360 이요. 단단히 준비를 해야겠소. 수송기재가 발달한놈들은 어느사이 에 다닥칠지 모르오. 우린 그놈들이 십중팔구 여기 주타격방향부대 들이 나가는 전선서부로 나타날것이라고 봤소. 이런데로부터 부 대들의 전투임무와 계획에서 일부 변화가 있을수 있소. 변화래야 동무네 사단같은 경우 지역분담이 더 커지게 된다는 그것이요.》 《저 회도 예견하고있었 습니다.» 《어떤? 앉아서 말하오.》 최용건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최현은 참모장과 토론했던 사 단 단독으로라도 수원이나 안성쪽을 쳐나갈수 없겠는가에 대한 구상을 이야기하였다. 최용건은 최현의 얼굴에서 한초도 시선을 떼지 않고 묵묵히 듣 기만 하다가 움씰하고 상체를 바로잡았다. 〈〈최 현동무 !》 좀해 웃음이 없던 최용건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지였다. 《사실 동무를 꼭 만나자고 한것은 그때문이였소. 안성은 동 무네 진출계획지대에 포함되여있었으나 53사의 기본담당지역이였 소. 그런데 현재 53사가 지 체 된데 서 부득불 동무네 가 안성쪽도 맡아야겠소. 물론 53사는 자기들의 힘으로 안성도 해방하겠다고 하 는데 그건 좀 두고봐야겠소. 그리고 동무넨 53사와의 협동동작에 더욱 관심을 돌려야겠소. 미군이 53사 방향에 나타나는 경우 더 욱 그렇소. 동무네 사단쪽으로 나타나도 그렇고… 그나저 나 다른 사단들도 그렇 지 만 동무네 사단의 전투전개 지 역 이 더 넓어 진셈 이 요. 나는 동무네가 먼저 이걸 예상하고 계획을 가졌다니 마음이 놓 이오.》 최용건은 잠시 말을 끊고 지도를 내려다보다가 입술을 지그시 깨 물었다. 고개를 든 그는 엄 한 눈길로 최현을 보며 힘주어 말했 다. 〈〈우린 잃어버린 시 간을 만신의 힘을 다해 회 복해 야겠소.〉》 한강도하의 지체는 작전전반에 적잖은 장애를 가져왔다. 53사, 54사는 대 안에 발붙인 그 시 각부터 무려 세 개 사단의 반 공격에 부딪쳐 치렬한 격전을 치르지 않으면 안되였다. 강안에 나 가 로량진과 여 의 도의 공방전을 직 접 목격하면서 최 용건은 시 간 361 을 잃었다고 안타까이 뇌이시던 장군님의 말씀을 다시금 상기하 지 않을수 없었다. 적들은 정신을 차리고 대렬을 정비하며 달려 드는것이다. 쪽배에 실려오는 사상자들을 보면서 그는 자기의 작전 적착오가 빚어놓은 희생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이 후회와 아픔에 포로되지 않기 위하여 무진 애를 쓰지 않으면 안되였다. 하여 그는 더욱 엄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로 지휘관들에게 요구하고 따지고 추궁하였다. 강건이 그 빈름없는 타산과 계획으로 수립한 전투조직 에 대해서도 몇번씩 더 따져보군하였다. 자신에 대한 요구성이 비상히 높은 사람들이 항용 그러하듯 최 용건은 자기자신의 실책과 과오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 였고 일단 그에 대한 반성에 빠지자 그 번민의 숲속에서 인차 헤여 나오지 못했 다. 자기의 경험과 능력이 매우 제한되여있으며 정세판단과 분석 에서 예리하지 못하다는것으로 번져나간 가책과 후회는 제기되는 정 황앞에 서 신속하고도 명 확한 결심 을 가지게 하는것을 방해 하였 다. 어제 최춘국사단의 병행추격전에 대한 장군님의 명령을 연구하 던 강건이 최현사단을 대담하게 안성쪽으로 진출시키자는 제기에도 선뜻 대답을 주지 못했다. 경험이 많고 로숙한 장군들이 때로 실패 를 당하는 경우 자기 전체를 의심 하며 동요고민하는 그런 상태 에 빠져있다는것까지도 생각하며 자기를 다잡자고 애썼으나 평소의 강 한 의지도 여기에는 별로 도움이 없었다. 하여 최현을 불렀던것 이다. 최현은 그에게 또하나 용기와 신심으로 안겨들었다. 다음 날 새벽 온 전방지휘소가 지켜보는가운데 류경수의 땅크들이 끊 어진 철교로 넘어가는 《모험》을 단행했다. 끊어져 땅에 드리운 60도경사의 철교로 《날아내리는 교예》였다. 류경수는 쪽배우에 올라 그 어마어마한 도하를 지휘했다. 《배가 움직이지 않게끔 재간을 피우오.》 노를 젓 는 병 사들에 게 이 런 지 시 를 내 린 류경 수는 동상처 럼 우 뚝 서 날아내리는 땅크들에 수기신호로 명령을 내리군했다. 첫 땅 크가 날아내릴 때 지켜보던 많은 사람들이 눈을 감았고 저도 모 르게 신음소리도 냈다. 그러나 류경수는 빙글써 미소를 띠우고 362 (모든 전사들이 그렇게 보았다.) 태연자약히 있었다. 마지막 땅 크가 내 릴 때 까지 그는 그 자세 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마지 막땅 크까지 무사히 넘어갔을 때 류경수는 노것는 병사들을 그러안고 껄 껄 웃었는데 전사들은 장령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흐르는것을 보 고 한결같이 울먹거렀다. 류경수장령의 땅크들은 도하즉시 보병부대들과 함께 일격에 영등포를 휩쓸어나갔다. 그 기세로 7월 4일에는 수원해방전투까 지 결속지 었 다. 금량장리 를 해 방한 52사는 안성쪽으로 접 근하였 다. 수원해방전투때문에 주타격방향부대들에 나간 강건이 돌아온 시 각 주문진해 상에 서 미 군순양함 〈〈빨찌 모르》 를 격 침 시 킨 구체 적 인 상보가 보고되 였 다. 강건은 추진식 프로펠 라비 행 기 로 〈〈하늘 의 요새》라고 하는 《비 一29》와 분사식전투기 《에 프_86》을 쏴떨군 항공대 의 전과까지 종합하여 《미군의 기술적우세》가 이 땅에서 추풍락엽 의 신세 가 되 였다고 기 삐하였다. 최용건은 드문 일로 청사의 부서들을 찾아다니며 전방지휘소 성 원들과 담화도 하고 순양함 〈〈빨찌모르》에 대한 상식적 인 자 료도 들려주었다. 점심도 여유있게 차려놓은 식당에서 하였다. 바로 그때 정찰부장으로부터 미24사선견대가 100여대의 차에 분승하여 대전을 떠났다는 통보를 받았다. 어데를 목표로 하는지 모른다는 말에 최용건은 저으기 불안하였다. 그는 즉시 각 부대 장들에게 미군을 만나면 신중히 행동하여 린접과 병종호상간의 협동동작으로 실수가 없이 싸울수 있게끔 준비를 빈름없이 갖추 라고 명령하였다. 그리고 류경수를 무선전화로 직접 호출하여 미군 선견대 와의 조우를 예 견하여 단독행 동을 하지 말고 차지한 계 선 에 멈춰설것을 요구하였다. 《상대가 피뢰군과 다르다는것을 알아야 되오. 보병과 보조를 맞추고 정찰을 강화하며 서룰리 내담지 마오.》 최용건의 이 명령은 그날 오후 변경되였다. 김일성 동지께서 오 전정 황보고를 받으시 다가 그 사실에 류의하고 〈〈맞다드는 즉시 적을 갈길수 있게 만단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계속 공격속도를 높 이》라고 시 정 시 켜 주시 였 던것 이 다. 363 제 14 장 7월 5일 아침,내각청사의 수상실은 물을 뿌린듯 조용하였다. 들 어오는 사람마다 경건하고 엄숙한 자세로 의자소리마저 날세라 조심스럽 게 앉았다. 간밤에 당중앙위 원회 군사위 원회 에 서 심중한 문제들이 결정되였으며 김일성 동지께서와 김책이 이 방에서 꼬박 밝히 신것 을 잘 알고있는 그들이였기때 문이 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깍지낀 손을 책상우에 얹고 들어오는 사람 들의 인사를 가벼운 목례로 받으시였다. 그이의 앞의자에는 평양학 원 원장시절에도 줄곧 사복만을 입던 김책부수상이 군복을 입고 앉 아있었다. 누렇게 번쩍거리는 금장의 견장은 살갗이 푸릿한 그의 얼굴을 더 욱 엄엄하게 만들었다. 방금 면도질을 한듯 광택 이 나 는 턱 에는 면도칼에 베인 자리 가 나있었다. 《다 왔습니 다. » 여느때 없이 김책 이 아니 라 홍명희부수상이 나직 이 말씀드리자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부드러 운 눈길 로 좌중을 돌아보고 일 어 서 시 였 다. 련일 밤을 폐우다싶이 한것으로 하여 피 로의 흔적 이 미 간에 그 늘을 지 었으나 눈빛만은 예없이 빛 났다. 그이께서는 약간 갈리 신 음성으로 말씀을 떼시였다. 《오늘 동무들을 이렇게 급히 모이라고 한것은 우리가 당분간 김책부수상동무와 헤여지기때문입니다. 이미 아는 동무들도 있겠 지만 어제밤 군사위 원회 에서는 조성된 군사정세의 요구에 맞게 인민군대의 작전지휘체계를 개편하여 최고사령부를 조직하고 그 아 래 전선사령 부를 내 오는 문제 를 결 정하였습니 다. 김책동무는 오늘 전선사령관으로 전선에 나가게 됨 니 다. 참모 장으로는 강건,군사위 원으로는 김 일동무가 임명되 였습니 다. 잠정 적 으로 조직되 였던 전방지 휘소와 보조지 휘소체제는 폐 지 됨니다.〉〉 364 김일성 동지께서는 자신께서 최고사령관으로 되신 내용은 피하 고 전선사령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하여 간략하여 언급하시였다. 새 기 구체 계 의 조직 은 정 세 발전의 필 연적 요구였 다. 미 제 국주의 자들 의 로골적인 무력간섭책동으로 전쟁은 어렵고도 장기적인 싸움으로 넘어갔다. 이 싸움에서 승리하자면 온 나라,온 인민이 하나의 통일 적인 지휘체계속에 강철같은 규률과 조직성으로 철통같이 뭉쳐있어 야 했다. 이번의 조치는 이 통일성과 단결을 기구체계로 공고화 하는것이며 특히 최고수뇌부와 전선지휘를 밀착시키며 그 유일적지 휘 체계를 강화하여 생 기 발랄한 하나의 유기체로 만드는것 이 였다. 종래의 전방지 휘소와 보조지휘소체제는 불의적 인 전쟁도발에 대 처 하여 남조선피 뢰군부대 들과의 초기전투지 휘에는 응당하게 도 은을 냈으나 미군이 개입되고 전선의 길이와 너비가 커지고 각 종 군, 병종이 참여하는 립체적인 전쟁에서는 벌써 맞지 않는 체 제였다. 횡적인 련계에서는 물론 종적인 명령지휘체계와 보고체계에서 한두 일군의 우유부단과 동요가 크나큰 후과를 산생시킬수 있었다. 온 나라가 요새로 되고 온 인민이 전투원이 되여야 하는 싸움 이 라고 볼 때 더욱 그런것 이 였 다. 《이런데로부터 전선지휘의 일체 권한은 전선사령부에 집중됩 니다. 이런 의미에서 전선사령관은 곧 최고사령관의 1대리인으로 됩 니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신뢰어린 눈길들이 김책에게 쏠리는것을 잠 시 여겨보시였다. 그런데 김책은 책상에 시선을 몰박은채 옴짝 않 고있었다. 귀밑에 어린 한점의 홍조가 이 과묵하고도 날카로운 일 군의 흥분을 암시할따름이였다. 《군사위원회에서 토론된 기타문제는 오늘저녁 구체적대책안 을 가지고 따로 토론하려 합니다. 질문할것이 있거나 말씀할 동 무들은 하시오.》 김일성 동지께서 자리에 앉으시였다. 몇몇 부수상들이 전선사령부와 보위성,내무성의 호상관계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주의깊이 질문을 들으시고 365 대답을 주시였다. 《호상복종관계는 없습니다. 그러나 보위성이나 내무성은 전 선사령부의 요구에 응할 의무를 지니고있습니다. 우리 전선은 여러 개가 아니라 하나이기때문입니다. 그리고 최용건동무는 보위상 겸 최고사령부 부사령관직무를 가지고 사업 하게 됨니다.》 그이께서는 이 순간 최용건이를 생각하셨다. 이 며칠 그이의 가 슴언저 리에 무겁게 그늘을 지우는 최용건이였다. 최용건에게는 자기의 사색과 판단을 검토하고 정 리할 휴식기 가 필요한것이였다. 미군선견대의 출현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 았을 때 김일성 동지의 이 결심은 확정적인것으로 되였다. 최용건의 장점과 함께 기질적약점까지를 깊이 헤아려보시는 그이께서는 부단 히 변화되는 전선정황의 중하속에 최용건이 지휘에서 확고한 신 심이 없이 동요하고있음을 판단하셨으며 자칫하면 자신의 명령과 방침을 수동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으로 되여 앞으로 더 큰 실책을 범할수 있다고 보셨기때문이였다. 하여 그이께서는 전선사령관으 로 그를 류임시키면 좋을것이라는 값싼 인정이 아니라 전쟁승리 를 위하여 또 최용건자신을 위하여 소환해야겠다고 결심하셨다. 그러나 이 결심에는 괴로움이 따랐다. 파고드는 집념이 강하 고 내성적인 최용건의 얼굴을 그려볼 때 그에게 기쁨을 주지 못 한다는 피로움이였다. 《전선으로 나가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하려고 합니 다.》 김책이 불쑥 일어섰다. 두눈이 타오르는 숯불처럼 황황히 빛 났다. 좀해 보지 않던 모습이였다. 김책의 말소리는 낮았으나 뜨거운 쇠포박처럼 튕겨나왔다. 《동지들,중임을 말고 전선으로 떠나게 되는 저는 솔직한 심 정 으로 마음도 어 깨도 무겁 습니 다. 과연 나의 힘과 능력 과 지혜 로 감당할수 있는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명령받은 전 사로서 떠 납니 다. 저를 비롯하여 여기 모인 모든 부수상동무들은 오직 장군님앞에서 전사라는 이 자각 하나만을 명심합시다. 동지들 이 다 아는것처럼 이 좌우명은 조선혁명의 피어린 력사가 가르쳐준 절대적원칙이며 현재의 엄흑한 정세의 요청입니다. 366 최고사령관과 전사 이밖에 없습니 다. 부탁입 니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창문가를 내다보시였다. 반쯤 열어놓은 창 문에 부딪친 아침해빛이 금빛불빛으로 반짝이며 눈을 시글게 했다. (그래,김책은 지금 단결에 대해,뭉쳐진 의지에 대해 말하고있 다. 비장한 정황앞에서 비 장한 유언을 하는 자세로구나. 그렇다. 비장한 정황이다. 온 나라가 결사전에 나서게 되는 판 가리시각이 닥쳐오지 않았는가.) 스르륵一 태엽감기는 소리와 함께 벽시계의 커다란 괘종이 청아한 소리 로 땡땡一 아홉점을 쳤다. 순간 김일성 동지의 시선과 김책의 눈 길이 부및쳤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 시선을 피하시였다. 온밤 작전문제토론으로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누지 못했다는 생각이 이 순 간 가슴아피 떠올랐다. 바로 이때 문가에 김종항서기 가 나타났다. 〈〈장군님,항공입 니 다. 60여대의 적기가 날아든답니 다.》 창광산쪽에 서 싸이 렌소리 가 울러 왔다. 《아침 모임 은 이 만합시 다. » 김일성 동지께서는 펼쳐놓았던 문건을 접으시였다. 부수상들이 나가고 김 일성 동지 께 서 옷걸개 에 가서 모자를 벗 어쓰실 때 둔중한 폭음이 울러 왔다. 고사기관총의 자지 러 진 총성 이 화답하듯 을렀다. 《양각도쪽이 로군. » 김 일성 동지께서는 잠시 귀기울여 들으시 다가 복도로 나와 옥 상으로 오르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장군님 !》 김책이 그이의 행동을 저지시키려 말했다. 《잠간만 보고 내 려 옵시 다. » 김일성 동지께서는 걸음을 멈추지 않으시였다. 파란 통신선이 실뱀처 럼 뻗 어올라간 계 단을 따라 옥상에 오르 자 첫눈에 뜨이는것이 양각도와 평천리상공을 까맣게 뒤덮고있는 적기의 무리였다. 홉사 갈가마귀떼의 란무였다. 단층집들이 모여앉 은곳에서 화광이 일며 불기둥이 일어섰다. 요란한 폭음이 일며 풀 이끼가 돋은 콩크리트바닥이 떨었고 청사에 깃든 비둘기들이 구 367 구구一 울며 떼지어올랐다. 고사총수들은 거리가 너무 멀어 적기를 쏠념을 못하고 불안스런 눈길로 장군님의 거동만 주시하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무수히 일떠선 검붉은 불기둥이 서서히 무너져내 리며 매연과 재개비로 하늘을 덮는것을 까딱하지 않고 바라보시 였다. 넉대씩 편대를 지은 적기들은 평천리상공을 선회하면서 마구 잡이로 폭탄을 떨어뜨리였다. 평천리상공은 삽시간에 시커먼 매 연속에 어두워지고말았다. 《장군님,강건참모장동지 로부터 무선전화입 니 다. 905땅크 선견대가 미국놈들과 부및쳤답니다.》 강부관이 달려 올라와 김 일성 동지께 보고드렸다. 《미국놈들과?》 김일성 동지의 눈에서 섬광같은것이 번쩍였다. 《오산앞 금암리 계 선에 서 맞다들었답니 다. 계 획 대 로 되 고있답 니 다.» 《전화는 끊었소?》 《흑 다른 명령이 계실가 해서 기다리고있습니다.》 《가서 … 아니,내 가지.》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다시금 평 천리 쪽을 일별하시 였다. 근심 스런 기 색 으로 쳐 다보는 김 책이 를 띠 여 보고 조용히 말씀하시 였 다. 《놈들은 내가 가장 아파하는것을 때리고있소.》 그러시고는 결연히 돌아서시였다. 계단을 내리며 그이께서는 엊 저녁 《스미스특공대》문제로 하여 정찰국장과 강건 두사람과 나눈 전화내용을 상기하시 였다. 최 용건보위 상이 하달한 미 군과의 조우를 예 견하여 부대린접간 의 균형을 보장하며 공격속도를 조절하라는 명령을 변경시킨 즉 시 그이께서는 정찰국장을 전화로 호출하시였다. «〈스미스특공대〉라는것이 도대체 어떤 물건이요?》 그이께서는 몹시 격하여 물으시였다. 〈〈간단치 않습니다.》 정찰국장의 대답은 첫마디부터 불안이 느껴졌다. 《자료적으로 말하시오.》 368 « 〈스미스특공대》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미군선견대는 미24사 21련대 1대 대 와 52야포대 대 로 구성 된 강력한 전투단으로서 추정 병력은 약 1,000명입니다. 무장은 야포대대의 105미리포들외에 4인치 박격 포,75미 리 무반동포,최 신형 로케 트포,60미 리 직 사포로 갖춰진 증강된 전투대대로서 화력은 아군의 한개 련대와 맞먹는 다고 할수 있습니 다. 대 부분의 병 사들이 2차대전에 참가한 고참 병 들입 니 다. 특공대장인 찰스 비 스미 스중좌는 1939년 륙군사관 학교 최우수졸업생으로서 1941년 12월 일본군의 바바즈공격시 방 어전에 용맹을 떨친 지휘관입니다. 야포대대는 2차대전시 아프리카 전선에서부터 우수한 지휘관으로 지목되여 아이젠하워의 특별감 사를 받은바있는 폐 리 중좌가 지 휘 하고있습니 다.》 《대전에 도착한 미 M 사 34련대의 움직 임은 알아보았소 ?》 《네. 그저께 대전에 기여든 떤사단장이 사령부를 설치함과 동 시에 34련대는 평택방향으로 진출시켰습니 다.》 《미군의 전개계선에서 괴뢰군의 배치정형은 어떻소?》 《죽미 령 과 오산을 지 점 으로 좌우에 피 뢰 7보사, 2보사의 폐 잔 병 들과 수도사단 17련대 의 패 잔병 들까지 하여 약 4, 000명 이 너 비 4키 로메 터, 종심 16키 로메 터 의 전선을 형 성 하고있습니 다. » 《미군진출과 관련하여 도교나 워싱 론의 반향은 어 떻소 ?》 《굉장히 떠돕니다. 도교나 워싱론시사방송에는 전부 〈스미 스특공대> 에 대한 이야기뿐입니다. 맥아더 수행기자의 토핑뉴스 에 의하면 맥아더까지 이제 미군만 나타나면 전세가 달라지고 우리 가 주춤거 릴것 이 라고 장담했 답니 다. 뉴욕, 빠리 , 런던의 방송들은 이젠 우리 공화국의 존립 이 시 간문제 라고 주장하고있습니 다. 종합된 자료에만도 일본의 5공군외 에 마닐 라의 15공군,마리 아 나제도의 비29폭격기부대, 하와이도의 미7비행 단이 전투태세에 들 어 가고 광도와 마닐 라의 미 7함대 전부가 조선해 협 에 몰려왔습니 다. 영국함대도 이미 남해에 접근하여 미해군과의 협동작전체계 까지 짜놓고 북상하고있습니다. 이미 보고드렸지만 미24사주력 이 부산을 향해 출발한데 뒤이 어 오사까의 미25보사, 요꼬하마의 미1기 사가 출동준비 를 완료하고 중장비기 재 들을 수송선에 싣 고 369 있습니다.》 《알겠소. 그런데 동문 다른 사람들에게 보고할 때도 그렇게 혀 가 굳소?》 김일성 동지께서는 심중하게 물으시였다. 정찰국장이 선뜻 대 답을 못하자 그이께서는 재차 물으시였다. 〈〈동문 외나무다리에서 격투법을 알고있소?》 〈〈네 ?— )) 《정찰병들의 훈련있잖소. 일 대 일로 하는… 동문 언젠가 훈 련장에서 그 요령에 대 하여 나에게 설명까지 한적 이 있는데一》 《네,알겠습니 다. 그 경 우에 는 아무리 적 이 많아도 하나씩 덤 벼들기때문에 부득불 일 대 일의 단독접전입니다. 기본요령은 지지 점을 똑바로 짚고 적의 허수를 찾아 강타를 하는一》 《그전에 말할 때 동문 정신력을 집중해서 기 압을 넣는것이 중 요하다는 말도 했소.» 〈〈네 네,그렇습니다. 장군님.》 《그걸 명심하오. 동문 적들의 자료를 연구하던 나머지 그놈 들의 선전의 미끼 까지 받아물지 않았소.》 《장군님,말씀의 의도를 알겠습니다. 그러나 전 떨지 않습니다.》 《나도 그렇게 믿소.》 정찰국장과의 전화를 끝낸 김일성 동지의 마음은 더욱 무거우 셨다. 세계《최강》의 군대라고 떠드는 미군의 허세에 크나적으나 당황해 하고 주눅드는 기미를 감촉하셨기때 문이 였다. 그이께 서는 그길로 총참모부의 작전실로 가시여 지도사판앞에 오래도록 서계시 였 다. 수원_마산 가도를 따라 살피시던 그이께서는 오산지대를 적 의 선견대가 발붙일수 있는 지점으로 보고 강건참모장을 전화로 찾 으시였다. 강건참모장도 적의 병력전개지점을 오산으로 점찍고있 었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자신의 판단과 일치되는것이 기쁘셨으나 내 색하지 않고 물으시였다. 《왜 오산이 라고 생 각하오 ?》 370 《도로주변에 산을 낀곳은 그곳뿐입니다. 놈들은 시간적촉박 성으로 평지에 방어진지를 꾸릴 형편이 못되기때문에 도로 가까 이 야산들이 펼쳐진 그곳을 합당한 지점으로 볼것입니다. 그곳에서 는 특별한 참호굴설이 없이 병력을 전개할수 있고 도로만 차단하면 우리의 땅크를 쉽게 막을수 있다고 생 각할것입 니 다.》 《옳소,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그런데 놈들이 그 지대를 취하 는 리유의 다른 하나는 바빠난 경우 도망치기도 좋다는것 이요. 남의 땅에 와서 죽기는 싫을테니까.》 계속하여 김일성 동지께서는 적과 맞다들 경우 취할 부대들의 행 동에 대해 물으시고 자신의 결심을 단호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강건동무,이 전투는 특별한 전투요. 미군에 대한 환상과 공포와 싸우는 전투이며 불청객에 대한 조 선사람들의 인사법 을 시 위하는 싸움이 기 도 하오. 54사의 18련대 와 905땅크사단을 스미스특공대의 섬멸전에 인입시키시오. 섬멸 ! 알겠소? 섬멸이요. 그를 위해 땅크 몇대는 적진을 뚫 고나가 퇴로를 차단하시오. 보나마나 도로에는 지뢰를 묻지 않았을 것이요. 묻을 시간도 없거니와 지뢰를 묻게 되면 저희들의 퇴로 를 끊는것으로 되기때문에 절대 묻을수 없소. 그걸 리용해 도로 로 뚫고나가게 하시 오. » 그때 이러한내용의 지시를 하달하신 김일성 동지께서는 이제 와서 강건에게 따로 더 할 말씀은 없음을 잘 알고계시 였다. 강건 역시 그렇게 생각할것이며 다만 그의 전화보고는 예견이 맞아떨 어 진데서 오는 기 쁨을 나누기 위한것 일것이 였다. 무선실에 들어 서신 김일성 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잡고 폭탄소리를 가늠하여 한동 안 귀 기 울이 시 다가 우렁 우렁한 음성 으로 찾으시 였 다. 〈〈강건동무요?》 《강건 전화받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전투진입을 명령했소?》 《퇴 로차단을 위한 땅크선견대 를 출발시 켰습니 다. 땅크들은 3 분동안이면 적의 참호를 짓뭉갤 위치에 있습니다. 18련대는 진출과 정에 괴뢰군 한개대대를 진압소멸하였습니다. 그들도 15분후이면 371 전반적 으로 공격 출발진지 를 다 차지 하게 됩 니 다. 장군님,다른 말씀이 없으시 다면 이만 전화를 놓겠습니 다.》 〈〈무슨 정 황이 생겼소 ?》 《아닙니 다.》 강건은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간절한 어조로 말했다. 〈〈장군님,공습이 있다는데 빨리 피해주십시오.》 〈〈허… 빠른걸.》 그이께서는 긴장된 자세로 서있는 교환근무군관과 강부관을 돌아보고나서 나직이 한숨을 쉬셨다. 《강건동무,사실은 그때문에 내가 전화를 받았소. 미국놈들이 지 금 평천리를 재더미로 만들고있소. 무차별 폭격이요. 잘 싸우오.》 집무실에서 나오신 그이께서는 검은 유단으로 된 차광막을 제 끼고 창문을 여시였다. 화약내를 떠실은 바람과 함께 폭탄튀는 소 리가 밀려들어왔다. 그이께서는 묵묵히 그 소리를 들으시 다가 김책 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2제대 군부대들의 고사기관총들로 비행기를 떨궈봐야겠소. 주요군사기 지,도로주변,주민지 들에 강력한 대 공화력 망을 조성 하 고… 고사총이 적은 조건에서 중기관총도 리용할수 있다고 볼니다. 방법을 좀더 연구해봅시다.》 그이께 서는 한걸음 내짚 다가 옆에 와선 강부관을 띠 여보고 짤 막히 지시하시였다. 《리 학비 행 부사단장을 두시 까지 도착시 키 시오. » 공습해제싸이렌이 울리기도전에 석대의 차가 내각청사로부터 중 성쪽으로 빠져 달렀 다. 아직 은 보행 자단속을 위 해 나선 내 무원들 이 간흑 뜨일뿐 거리는 렁 비다싶이했다. 검은 재개비가 설핀 눈발 처럼 떠날았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무거운 상념에 잠겨 창밖을 바라보시였다. 초 가삼간 지어놓고 부모 모셔 를겁게 사는것을 최대의 꿈으로 삼던 소박한 인민들,해방과 혁명의 열파속에 가난과 무지의 누데기를 벗 어 던지 고 인간의 행 복된 삶을 알게 된 인민들,인간이 인간답게 살 려는 그 지 향과 념원에 대 하여 현세 기 의 마왕으로 등장한 미 국은 372 대포와 폭탄으로 짓밟아버리려 하고있다. 전쟁이 아니라 이것은 그 대로 하나의 살록이다. 그이께서는 평천리상공에 짙게 서 린 어둠의 장막이 끝없는 무 게로 육박해오는듯한 감을 느끼시였다. 평천리는 자욱한 매연의 바다였다. 이곳저곳에서 통트림하듯 불 길이 치솟았다. 친척과 친지들의 생사를 알려 찾아가는 사람들로 평천다리가 꽉 메다싶이했다. 경적을 울리며 내 닫는 선발차의 뒤를 이 어 김일성 동지께서 타 신 일반군용찦차가 나무포각이며 흙덩이들로 한벌 깔린 평천다리를 건너가자 검은 연기가 파도처럼 밀리는속으로 들어섰다. 화끈화 끈 달아오른 그 연기는 알싸한 내내와 류황냄새로 숨막히게 했다. 밑둥이 잘려 넘어져 너실너실 불타고있는 전주대가 길을 막는바 람에 차는 더 나갈수 없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차에서 내려 사 방을 살피시였다. 앙상한 벽체와 재 더 미, 움푹움푹 패인 검붉은 폭탄구뎅 이들… 황 량한 폐허가 펼쳐져있었다. 그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몽몽한 연 기속을 유령처럼 뛰여다니며 가족과 이웃들의 이름을 불렀다. 폐부 를 에이는 울음소리들이 그 처절한 웨침과 섞여 메아리쳤다. 무 너진 집터에서 서성거리는 사람,벽시계를 꼭 끼여안고 불무지를 넋 없이 보는 녀인… 기둥만 네귀에 솟아있고 가운데는 훌 날아버린 집 앞에서 두 장년사내가 두손을 맞잡고 소리쳤다. 〈〈덕만이,살았구나.》 《살잖구. 그 오라질놈들한테 죽간,한데 세간이 다 날아났어.》 《세간쯤 대수요. 목숨이 살았음 되지.》 《말말게. 어떻게 모은건가. 5년간 공력이 싹 날아났어.》 김일성 동지께서는 어금이를 지그시 깨무셨다. 그 뼈저린 소리 는 못처럼 그이의 기억속에 박혀 남아있을것이였다. (그래,많은것을 잃고있다. 앞으로 더욱더 많은것을…) 로케트포탄에 맞은듯 용마루가 무너져 앉아 내굴과 불길이 늠 실늠실 솟구쳐 오르는 집쪽에 서 흰 그림 자 하나가 얼씬거 렸 다. 울 바자가 나가넘어진 화단우에는 고물상점의 진렬품처럼 한집살림 373 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불이며 내의,식기따위들이 통구리 로 흑은 헤쳐진채 쌓여있었다. 그이께서 넘어진 울바자에 한발을 올려놓았을 때 그 흰그림자는 불붙는 집 안으로 뛰 여들어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너무나 뜻밖의 정황이여서 그대로 쌓아놓은 짐들 을 뛰여 넘 으시 였 다. 먼저 달려 간 부관이 마침 소랭 이 에 담겨 있는 물을 몸에 끼 없으며 그 불속으로 뛰 여들려는 순간 오돌차게 생긴 녀인이 광주리를 안고 비칠거리며 나왔다. 발이 놋버치에 닿자 녀 인은 누가 부축할새없이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머리에 동인 흰수건 과 저고리에 불이 당겨 너슬너슬 랐다. 녀 인은 그것도 모르고 가쁘 게 숨을 통았다. 부관이 수건을 잡아벗기고 물을 뿌려줘서 야 녀 인은 정신을 차린듯 주변을 살피 다가 갑자기 물러 앉으며 두손으 로 얼굴을 싸쥐였다. 녀인의 가날픈 어깨가 잔물결쳤다. 녀인이 안 고나온 광주리에는 푸른 비단으로 만든 세면주머니가 차곡이 담 겨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맨우에 놓인 불리가 떨어져 구멍이 뚫 린 세면주머니에 빨간 수실로 《승리》라는 두 글자가 곱게 새겨져 있는것을 보시고 전선원호품임을 알아맞히시 였다. 그러고보니 화 단우에 쌓여있는 광목으로 지은 군대용내의들과 소포통구리들이 다 그러루한 전선원호품이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저릿한 감동속에 불 리가 떨어 져 구멍 이 뚫린 세 면주머 니 하나를 집 어 드시 였다. 녀인은 자기에게 집중된 수많은 눈길들과 이상스런 정적에,아 니면 김일성동지의 움직이심에서 류다른 느낌을 받은듯 눈물이 그렁 한 눈길을 쳐들고보다가 《에그머니.》하고 어릴 때의 습관으로 놀란 소리를 치고는 허리를 푹 꺾으며 김일성동지께 절을 올렸다. 김일성 동지 께 서는 재 먼지로 매 닥질 이 되여 장난꾸러기 소녀 처 럼 보이는 녀인의 허둥이는 눈길을 응시하시 다가 부드럽게 물으 시였다. 《이 집 주인이요?》 《아닙니 다,장군님.》 김일성동지께서는 불길속에서 이 술한 물건을 꺼내온《녀장부》 가 매우 애어린 녀자임을 알아보시였다. 《이 집 주인들은 어데 있소?》 374 《이 집 아버지는 군의로 전선에 나갔습니다. 아주머니는… 아 이와 함께 있었는데… 제가… 역전에 갔다가 오니… 잘못되였습 니 다.» 녀인은 터져나오는 통곡을 막으며 입을 싸쥐였다. 《이건 전선위문품이요?》 김일성 동지께서는 가슴비트는 화제에서 벗어나려 광목내의를 가 리 키 섰다. 〈〈네.》 《그걸 동무가 다 구해냈구만.》 《…이 집 아주머니는 죽으면서 세면주머니를…》 녀인은 말하다말고 눈물이 목에 걸려 고개를 떨구었다. 이 녀인은 리복심이였다. 송기덕이와 헤여진 복심은 전쟁이 터진 뒤숭숭한 분위기에 묻 혀 며칠동안 - f — 떠 지냈다. 그런데 가두에서 전선원호사업이 벌 어졌다. 주인집녀자가 조국보위후원회 리책임자로 되면서 복심은 자연 그의 보좌관격으로 되여 위문품을 모으러 다녔고 밤이면 세면 주머니랑을 만들었다. 그런데 어제 전선에서 온 련대재정관리장 편에 군관가족들모두에게 남편들의 편지가 왔으나 복심에게는 없었 다. 복심은 서운한 심정을 금할수 없었다. 밤새워 세면주머니에 수 놓이를 끝낸 그는 주인집에서 붙잡는것도 마다하고 행장을 차리 고 역전에 나갔다. 온성쪽으로 가는 기차가 밤에 있다는것을 알 고 되돌아섰을 때 적기편대가 밀려들었다. 간성동 하수도속에 몸을 피했던 그는 공습이 끝나기바쁘게 주인집으로 달러왔다. 집은 절반 이 나 허 물어 진채 불타고있었다. 그는 자기 로도 모를 용기 로 집 에 뛰여들어가 시체부터 안아내왔다. 죽은 아주머니의 손에 채 수놓지 못한 세면주머니가 쥐여져있는것을 본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 울면 서 불속에 뛰여들어 닥치는대로 물건들을 꺼내왔다. … 김일성 동지께서는 녀인의 비통한 눈길이 이따금 무너진 허청 간쪽을 허둥지둥 살피는것을 보시고 그리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이 불아래 두사람이 누워 있는것 이 알렸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조심스레 이불귀통이를 쳐들었다. 30대의 녀성과 대여섯살 되나 375 마나한 소년이 잠들어있었다. 아이어머니의 얼굴은 모상을 알수 없 게 피투성이였다. 나란히 누운 사내애는 입을 앙다물고있는데 유리 알같은 두눈이 감기지 않은채 물끄러미 쳐 다보고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짜릿한 아픔에 숨을 그으시고 아이의 얼굴 을 조심히 쓸어만지며 두눈을 감기시였다. 연한 살결이 차겁게 감 촉되였다. 《장군님!》 김책이 먹장같은 얼굴로 다가왔다. 《전 … 이 제 출발하겠습니 다. )} 허리를 펴신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러한 김책이를 한참이나 여 겨보시다가 돌아서시였다. 언제 왔는지 모를 평양시내무서장을 발견하고 피해복구대책과 폭사자장례식을 조직적으로 할데 대하 여 이르시였다. 김책은 부동의 자세로 김일성 동지를 지켜보고있었다. 진한 고 통이 흐르는 눈에는 《장군님,장군님 의 아픔을 덜 어 드리 지 못하 는것이 한스럽습니다.》하는 통탄과 함께 억센 결심의 빛이 번뜩였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 시선을 느끼며 세면주머니를 내려다보 시였다. 《승리》라는 글자가 불꽃처럼 안겨왔다. 전쟁승리의 레일 을 그리며 한뜸한뜸 글자를 수놓았을,표상으로는 분명치 않으나 그 마음으로는 너무나 생생히 방불한 죽은 녀인을,그 녀인의 넋을 이 어 불길속에서 위문품을 건져낸 순진한 농촌녀인의 정신을 더듬 어 보시였다. 《장군님 !》 김책이 한걸음 더 다가섰다. 거멓게 이글거리는 눈길에는 떠 날것을 승인해달라는 강경한 요구와 함께 가슴아픈 집념에서 벗 어나올것을 간곡히 바라는 빛이 담겨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고개 를 고덕 이며 세 면주머 니 가 담긴 반짇고리를 가리 키 시 였다. 《저 걸 가지고 가시오. 가서 후방의 녀 인들에 대하여 말해주 시오.》 그이께서는 놀란 눈으로 쳐 다보는 복심 이라는 녀 인에게 웃음 어 린 시선을 주며 말씀하시 였다. 376 《그리고 이 세면주머니 하나는 내가 가져가겠소. 반대없지 ?》 녀인은 가볍게 몸을 떨었다. 《장군님,고맙습니 다. •■•)) 《고맙다는 인사는 내가 해 야겠소.》 김일성 동지께서는 진실로 이렇게 생각하시였다. 이 자그마한 에 된 녀인,평범하면서도 끝없이 순진한 녀인이 죽음의 선혈과 파괴의 화염이 휩쓰는 이 살풍경속에 쓰러지지 않고 시신을 꺼내오고 전선 원호품을 구원해낸것은 그대로 이 나라 인민의 충성된 정신의 시위 처럼 받아들여졌으며 내각청사의 옥상에 오르셨을 때부터 밀려드는 매연과 함께 짓누르던 중압과 고통을 한결 가셔주었다. 그만큼 내 인민,내 겨레에 대한 애정이 뜨겁게 파도쳐올랐다. 그이께서는 울고있는 복심이의 어깨에 한손을 얹으시였다. 《동무 집은 어데요?》 《온성 입 니 다.» 《온성 ? 그 먼데서 여긴 어떻게 왔소?》 《저… 우리게… 옆집사람을 만나러一》 《군대요?》 〈〈네.》 〈〈만났소?》 《예.》 고개를 떨구고 발부리만 내려 다보는 녀인의 어깨 가 한결 꺼져 내렸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녀인의 짧은 대답속에 원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끼시였다. 《지금 어데 있소?》 《전선에 나갔습니다.》 《소식을 받았소?》 《안… 못받았습니다.》 녀인은 머리를 더 깊이 수그렀다. 《그 사람과는 뭣이 되오?》 «•••» 부옇게 재먼지가 오른 녀인의 버선발에 눈물방울이 똑똑 떨어 377 져내렀다. 《허허… 말을 해야지.〉》 김일성 동지 깨서는 애어 린 녀 인의 신상에 대 하여 치 받치 는 각별 한 관심과 동정을 금치 못하시였다. 녀인은 육친의 다심한 정이 배 인 그 말씀에 어쩔바를 모르며 간신히 입술을 놀려 말씀을렀다. 《전에 결혼했는데… 갈라졌습니다.》 《갈라졌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호기심에 차 보시였다. 여느때면 미간을 찡 그리실 일이였으나 너무나 큰 재난과 슬픔의 살풍경속에서 녀인 의 대 답은 평 화론 생활의 아릿한 향기마냥 받아들여졌다. 〈〈왜 ?》 녀 인은 잠시 망설 이 다가 눈물이 가랑한 눈길을 쳐들고 어 린에 가 어버이에게 하듯 말씀드렸다. 《제가 촌녀자기때문에… 전 락후합니다.》 얼른 고개를 숙이는 녀인은 어딘가 괜한 말씀을 드렸다는 부 고러움에 목언저리를 붉혔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녀인의 옹골찬 몸매며 맑은 눈, 재 불에 덴듯한 작으나 힘이 느껴 지는 손을 다정 히 보시 다가 허 리를 약간 굽히 시 였 다. 《그 동문 여기 부대에 있었소?》 《네.》 《그래 직무는 무엇 이 라고 하였소 ?》 〈〈소대 장이 랍니 다. )) 〈〈이름은?》 《송기 덕 입 니 다. » 《송기덕?!》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새 삼스럽게 되 뇌 이 시 였다. 보안간부훈련소 에서 만났던 그 청년이 아닌가? 《장군님!》 녀인은 약간 당황하면서도 겁먹은 눈길을 쳐들고 김일성 동지를 우러러보다가 잦아드는 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은 나쁜 사람 아닙 니다. 욕하진 말어주십시오.》 378 김 일성 동지께 서는 가슴이 뭉클해지 셨다. 그이께 서는 뜨거운 눈길로 녀 인을 보며 말씀하시 였다. 《그렇지,옳아. 우리 군대엔 나쁜 사람이야 없지.》 그이께서는 녀인의 어깨를 쓰다듬어주시며 북받치는 감격을 터치시듯 밝은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걱정 마오. 동무같은 녀 인을 누가 사랑하지 않겠소. 그 동무는 꼭 동무를 다시 찾아올것이요. 동무가 좋아하는 사 람이 니 좋은 사람일레지. 그러 니 내 가 말하지 않아도,물러 가라고 쫓아도 올것 이요. 편지도 할것 이고… 나는 동무들의 사랑이 굳게 이루어지리라는걸 믿소.》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많은 말씀을 하고싶으시 였다. 전쟁과 인간에 대하여,우리 인민의 아름다움에 대하여,비바람 몰아치는 속에서도 인간의 아름다움과 슬기는 무질러지는것이 아니 라 더 활짝 꽃필것이며 반목과 질시,무미건조대신 사랑과 화목, 넘 치 는 정 열 이 지 배 하게 될 것 이 라는것 도 말씀하고싶 으셨 다. 김일성 동지께 복심이라는 녀성은 이 땅의 넋의 체현으로,승리 의 계시로 안겨들었다. 《잘 있소 !》 김일성 동지께서 녀인의 손을 꼭 잡아주시자 녀인은 얼굴이 빨 개지며 황급히 인사말을 올렸다. 《장군님, 부디 옥체 만강하시 고…》 《됐소,됐소.» 김일성 동지께서는 녀인이 최대의 정중성을 담느라 나이많은이 들의 인사법을 따라외우는것이 더욱 기특하여 어깨를 또 한번 다독 여주시고 자리를 뜨시 였다. 자욱하게 감돌던 연기가 한결 설펴졌다. 푸른 하늘이 열리고 정 오의 태 양이 담담한 빛 을 뿌렸다. 도처 에 서 복구대 가 달라불었다. 벌써 길을 내여 소방차와 자동차가 달리였다. 《팔죽집》간판을 써 붙인 벽 한쪽이 뭉청 떨어져나간 집앞에서는 커다란 가마를 내걸고 불을 때고있었다. 밥잦히는 냄새가 풍겨왔다. 《영 남아,영 남아. » 379 《와 그러우?》 사내의 거 센 부르짖음에 알찬 소년의 목소리가 대 답한다. 〈〈뇌 게서 월하니 ?》》 〈〈총알깜지 줏지뭐.》 《에끼 쌍,손모가지 부러뜨릴라. 그 더러운 미국놈걸 집어 ?》 《그저께 분단총회에서 파철줏기를 결정했어. 미국놈 잡는 포 탄을 만들려 구. )) 김일성 동지께서는 차에 오르시다가 뒤에 선 김책을 돌아보시 며 한결 밝은 기색으로 말씀하시였다. 《미국놈들이 이걸 알면 기절초풍할것입니다.》 그이께서는 김책의 만류를 물리치고 중화에까지 나가셨다. 이 미 와 대기하고있는 위장망을 두른 군용찦차들이 보이는 거리에 서 차를 세 우신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김 책 의 팔을 끼시 고 그 차들 이 있는데까지 걸어가시였다. 아무 말씀도 안하셨다. 단 한번 길가 의 논머리에 세워둔 제초기를 보시고 혼자소리처럼 말씀하셨다. 《남조선농민들에게 땅은 준다 해도 전시니… 농기구와 역축 보장은 걸리 겠군.》 전쟁은 잊은듯싶은 기색이시였다. 펼쳐진 논판들과 산언덕들 을 부감하시다가 팔을 빼며 김책이와 마주서시였다. 《부탁은 하나요. 건강하시오.》 《장군님,마음 상하실 일에 너무 집념하지 말아주십시오. 전 그 것이 걱정됩니다.》 《명심 하겠소.》 김책은 온갖 풍상을 겪은 장령으로보다 애된 전사와 같은 래 도로 경 건히 거수경례를 하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김책이를 와락 그러안으시였다. 김책은 얼 굴을 그이의 어깨에 대고 한동안 까딱않고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 내각청사에 돌아오셨을 때는 1시 조금 지나서 였다. 그이께서는 강건참모부 무선대와 결속하게 하시고 오산전 투진행에 대 한 보고를 받으시 였다. 무전보고문은 짧았다. 《…계획대로 됨. 전투는 계속되고있음. 강건.》 380 제 15 장 김책이 중앙청에 도착한것은 밤 12시 10분이였다. 그는 평양에서 떠난길로 내처 오산전투장까지 나갔었다. 그 어 떤 필요로 나갔는가고 누가 묻는다면 꼭 찍어 대답할수 있는 리 유란 없었다. 감정적으로 볼 때는 평천리폭격장에서 받은 그 어 떤 충격에 끌렀다고 할수 있었고 론리적으로 볼 때는 이제 최용 건이나 강건을 만나 사업에 들어가면 다시는 나가볼 시간을 얻어낼 수 없다는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원가 전선에 대한 일정한 표상과 준비를 가지고 인계사업에 들어서고싶은때문이 였 다. 나가본 소득은 컸다. 오산은 인간의 중오라는 감정이 얼마나 무 자비하고 거대한 힘을 낳는가를 보여주는 격전터였다. 미군의 《신 화》는 여기서 여지 없이 깨여져버리고말았다. 전투는 10시경부터 시작되였다. 도로를 따라 전진한 15땅크련대의 선두땅크들은 바주카포의 집중포화를 맞받아 맹속으로 돌진하여 그대로 남쪽으로 나가 평 택과 안성으로 가는 길을 차단하였다. 그뒤를 따르던 30련대의 땅크들은 도로변의 포좌지를 무한궤도로 짓뭉개고 폐 리중좌가 있는 포지휘소를 일격에 짓부셔버렀다. 포지휘기능이 마비되고 곡사포 들이 입을 다문 기회를 름타 18보병련대의 전사들은 땅크와의 협동 작전밑 에 스미 스특공대 의 제1제 대인 에 이 중대 와 비 중대 를 정 면과 익측으로 쳐들어가 전멸시켰다. 나머지순위의 중대들로 구성된 스미 스자신이 지 휘하는 주력 이 틀고앉은 118고지 는 강력한 중기 관총화력 으로 아군을 제 압하려 들었 다. 미 군비 행 대 까지 날아들어 미군의 권위 가 이 땅에 서 처 음으로 시험 되는 《모범전투》를 지 원하여 기관총, 폭탄사격 까지 퍼부었다. 그러 나 어떤 힘도 아군의 진격 을 막을수 없 었다. 한개 대대 가 익 측을 우회돌파하여 118고 381 지를 포위하는것으로 전투의 운명은 결정되였다. 논벌과 야산기 슭으로부터 총창을 꼬나들고 땅크의 장엄한 동음과 더불어 죽음 과 같이 무시무시한 함성을 웨치며 내달아오는 갈색옷차림의 사 람들이 불사신마냥 전호에 뛰여들 때 〈〈유람식싸움》,《스포츠적 인 놀음》,《경찰전》의 달를한 선전에 끌러와 일확천금의 환상 에 취해있던 미국의 젊은이들은 자기들을 이런 지옥에 끌어온자 들을 미처 저주하기도전에 총창과 총탁에 가슴팍이 뚫리고 골통 들이 바사져나갔다. 극소수의 인원만이 살아 도망쳤다. 미군포로는 없었다. 《항복》이라는 조선말을 배워주지 않은 미 군지휘관들의 잘못이였으나 보다는 남의 땅에 기여든 이 강도들에 대한 인민군전사들의 증오심이 그런 아량을 베 풀게 하지 않았다. 김책은 여기서 로획품 무기와 탄약을 자기들의 부대 운수차가 오면 실어보내려고 기 다리는 54사 18련대 군인들과 만났다. 알고 보니 그들은 118고지를 창격전을 벌려 점령한 모범전투중대로서 운 수차만 아니라 종군기자들을 기 다리고있었다. 그들은 사진촬영대 상으로 찍혀져있었던것이다. 김책은 송기덕이라는 중대장과 혼자 서 18명 의 미군을 찔러놓힌 병사와 짤막한 담화를 나누며 이들은 미국놈 알기를 헝짚막대기처럼 우습게 본다는것을 알았다. (그래,이것이 기본이지. ) 김책은 큰 발견을 한 사람처럼 기분이 부쩍 좋아졌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에서 그 기분은 깨여지고말았다. 도로는 내려올 때처럼 돌아갈 때도 완전한 복새판이였다. 왕복 90여키로밖에 안되는 길에 서 근 두시 간을 잡아먹 었다. 포차와 화물차,고등어차와 탄약차, 행 군하는 보병들로 립추의 여 지 없이 붐비는 도로는 저 마끔 앞서 겠다는 경적과 고함소리로 터져나갈 지경이였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김책은 사람과 차로 혼탕이 되여 굼뜨게 흐르는 행렬을 보며 심 각해지였다. 간밤에 하시던 김일성 동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미 군의 본격 적개 입 으로 전선사래 는 시 시 각각으로 엄 중해집 니다. 우리 의 승리적전진의 결과로 전선의 길이 가 멀어진 실정은 382 매 우 극복하기 어려 운 난관을 빚어내고있 습니 다. 군수물자의 수송보장,통신련락체계,이것이 제일 큰 고충으로 제기될것입니다. 또한 시간을 다투며 급변하는 정황에 대처하여 전 선지휘관들이 어떻게 령활한 반응과 기민한 전투조직을 하는가 하는 이것 입 니 다. 전선사령 관은 우마차운행 과 전화선가설법 으로 부터 작전에 이르기까지 박식할뿐아니라 포괄적으로 조직지휘하 는 군사가, 경 제 가의 두뇌 를 가져 야 합니 다. …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것은 이 전쟁이 전인민적전쟁이라 는것입니다. 이 전쟁의 목적과 의의를 자각한 인민군장병들과 함께 인민들의 힘을 능동적으로,창조적으로 조직동원하는면에 대해서 도 전선사령관은 응당한 주의를 돌려야 합니다. 거기서는 남반부인 민들도 례 외로 되 지 않습니 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것은 정연하고 유일적인 보고체계와 명령 지휘체계의 확립입니다. 독자적인 결심과 판단을 내릴수 없는 문제 는 즉시적으로 보고하여 결론 받아 움직이는 측면에서 지난 기간 결함들이 있었습니다. 그로 하여 전선지휘에서 우유부단하고 좌 왕우왕한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이런데서부터 일부 지휘관들속에 서는 자의적으로 움직이려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물론 이것은 오 래인 유격전쟁에 몸배 인 우리 지휘관들만이 할수 있는 장점 이기 도 합니다. 허나 그것은 립체적인 협동동작밑에 수행하는 현대전에 놓고볼 때 약점으로도 됨 니 다. 그렇 다 하여 복잡하고 수시 로 변 하는 각이한 정황속에서 지휘관들의 독자적인 결심채택을 무조건 억제하고 〈균형》과 협동만을 요구하면 결국 사슬에 묶어놓은 식이 됨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 전선사령관으 로서의 동무의 몫이 있습니다.》 중앙청계단을 오를 때의 김책의 마음은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무 거웠다. 그는 군사적인 능력과 지혜로 볼 때 언제한번 자기를 최용 건보다 낫게 여긴적이 없었다. 오히려 많은 면에서 그는 최용건 의 장점을 인정 하고 존경 하였다. 그러 나 그는 한강에서 범 한 최 용건의 실책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불만을 금할수 없었다. 오랜 벗 이였으나 이로 하여 그는 최용건에 대해 랭흑하다고 할 정도의 비 383 판적인 립장에 서있었다. 당직군관의 보고를 받고 뛰여나온 강건이 2층계단에서 김책 을 맞이하였다. 김책은 악수만 나누고 간단히 말했 다. 《부서장들이 다 있소? 2시 20분부터 전선사령부 부서장회의 를 합시다.》 김책은 강건이 최용건의 방에 안내하려는것을 그만두게 하였다. 《동문 입술에 통기까지 졌구만.》 김책은 강건의 주의깊은 시선을 느끼며 잠시 그대로 서있다가 문을 열었다. 차렷자세를 취한 최용건의 부관들에게 고개를 끄덕이 고 곧장 집무실문을 열었다. 탁상등이 푸릿한 빛을 던지는 작전탁모서리에 앉은채 두손을 지 도우에 얹고 내려 다보는 최용건의 모습이 흰벽에 커 다란 그림자 로 굳어져있었다. 《안녕 하시 오, 최 용건동무 !》 최용건은 알릴듯말듯 몸을 흠칫하였다. 《아,왔구만 ! » 의자를 와락 밀치고 일어선 그는 성급한 동작으로 걸어왔다. 두 사람은 한동안 꽉 부둥켜안았다가 손을 잡은채 작전탁쪽으로 걸 어갔다.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나 해서 걱정했소.》 최용건이 의자를 권하며 말했다. 격동과 고민이 스쳐간 자욱이 거밋하게 그늘을 지운 최용건의 얼굴은 전반적으로는 약간 상기되여있었다. 최용건은 작전탁우의 지도를 반듯하게 해놓고는 어설픈 미소 를 지으며 김책을 보았다. 《김책동무,나는 지금 대전까지 나갔어 야 할 전선을 겨우 여 기서 인계 하오.》 최용건은 오산계선을 조금 벗어나간 화살표식에 시선을 주었 다가 김책의 반응을 지키듯 입을 다물었다. 《다 알고있는 전선이니 그만둡시다. 강건동무도 있지 않소. 그 건 그만두고 나의 사업에서 앞으로 곡 필요하겠다고 생각되는 점들 384 에 대해서 말해주오.》 최용건은 저으기 놀란 빛으로 그를 보았다. 그러나 그의 얼굴 은 점점 고통스럽게 변해갔다. 《내가 무슨 신통한 조언을 줄수 있겠소. 있다면 나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것이요. 나의 실책은 서울에서의 3일간 지체를 만들 어놓았소. 그런데 아직도그것을 회복하지 못하고있소. 앞으로도 그것은 무엇으로도 보상 못할것 이요. 나는… 결국… 장군님의 작전방침에 지장을 준 사람으로 되였 소. 김책동문 응당 그에 대하여 말해야 될것이요.》 김책이 그에게 담배갑을 꺼내 내밀었으나 최용건은 그에 눈도 돌리지 않았다. 김책 은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담배대 를 뽑아쥐 다가 갑채 로 놓고말았다. 〈〈동무의 실책을 생각하면 괴롭소. 나 역시 그런 정황에 부및 치면 다른 방도를 엄지 못했을것이요. 아니,필경 그랬을것이요. 그 런데는 왜 제때에 보고하지 못했는가,이것이 안타깝소. 급속강행도 하명 령 을 받고도 동무가 그런 완만한 결심 을 단독으로 채 택한것 이 리해 되지 않소.》 김책은 바라지 않던데 로 화제 가 뻗어 가는것 이 못마땅했으나 일단 제기된 문제에서 피할수는 없었다. 《어찌보면 동무가 자만하지 않았는가 또 다르게는 가벼운 인 정에 끌려 그러지 않았는가.》 김책은 여기서 말을 끊었다. 최용건의 얼굴이 재빛으로 변해 가면서 눈섭 이 푸들푸들 떨었다. 《최용건동무,안됐소. 만나기 바쁘게 가슴아픈 말만 했구려.》 《무슨 말을 ! … 나 하나 가슴아픔이 뭐요? 조국의 운명이, 민족의 운명이 판가름되는 이때에… 나는 전쟁승리를 앞당기는데 아무런 보램도 못준 지휘관이 되고말았소.》 최용건은 가슴에서 태질하는 진통을 더 참을길 없는듯 김책을 보다가 계속하여 말했다. 《나는 시간을 잃었소. 이것은 나에게 일생 남을 후회요. 정 385 말이지 시간파 기회는 가버리면 다고 후회는 가실길 없으니 영원한 피 로움이 요. 김 책동무,열흘이 라는 길 지 않은 시 간들이 나를 검 증했 구만. 나는 낡았소.》 《최용건동무.》 《아니 ! 내가 왜 이처럼 피로운가. 그건 더구나 동무앞이기 때문이요. 나는 요즈음 자주 41년도 정월회의때를 생각했소. 지 금은 더욱 그렇소. 나는 그때의 열렬한 맹세와 약속을 어겼다는 느 낌까지 드오. 그래,어긴것이지.》 최용건은 머리를 절레절레 젓고 열어제낀 창가로 다가가 비통 한 자세로 기둥박힌듯 서있었다. 1941년 1월,북방의 밀림속,강마른 추위, 어데나 희디흰 눈뿐이 였다. 그날 김일성 동지께서는 항일련합군 지휘간부회의에 모인 자리에서 다가오는 조국해방의 대사변을 그리며 혁명의 광활한 전망을 펼쳐주시였다. 밤새 밀림을 쥐여흔들며 눈보라가 울부짖 었으나 그때 최용건이나 김책은 진달래 곱게 핀 조선의 산언덕을 해방자로 밟는 아릿다운 꿈에 취해있었다. 회의가 끝난 새벽,밖 으로 나섰을 때 눈보라가 고요히 잠든 밀림의 정수리를 꿰비치며 아침 해 가 떠올랐다. 흰눈을 붉게 물들이는 려조를 밟으며 김 책 과 최용건은 애된 소년의 천진한 마음으로 끝없이 걸었다. 최용건은 어느 작식대원이 떨어뜨린 장작개비를 들고 나무가지에 대고 힘 껏 던지고는 폭포처럼 쏟아지는 눈발속에 뛰여들어 허허 웃었다. 그러며 그때 그는 시정에 젖어 말했다. 〈〈김책동무,우리는 이젠 중로배들이지 만 장군님앞에는 어 린애 들이요. 장군님은 거인이요. 이처럼 위대한분을 모신 전사가 된 다는것은 과남한 축복이며 행 복이요. 그저 다른게 없소. 어중이떠중이들이 영웅으로 되겠다 개싸움 치던 조선공산주의운동의 종파력사가 우리 대에 끝나야 하오. 우리 는 장군님 받든 기 둥으로,주추돌로 영 원불멸해 야 할것 이 요. 엊저녁 내 장군님께도 말씀드렸지만 이제부터 나는 장군님앞에 서는 군장이 아니 라 전사요. 그러되 가장 모범 적 인 전사일것 이요. 앞으로의 나의 생은 장군님의 손과 발로 되는 길뿐이요.》 386 지금 최용건은 그때의 맹세,정화된 량심의 부르짖음을 잊지 않 고있다. 그점에서 조금도 변심이 없고 리탈이 없다. 그렇다면 최용 건은 장군님에 대한 인간적매혹,사상과 령도,담력과 예지에 대 한 감탄과 동경 하나에서 걸음을 멈춘것이 아닌가. 그것은 결국 장군님을 잘 받들겠다는 주관적욕망 하나에만 떨어지는것으로 된 다. 잘 받들겠다는 충신의 자세는 잘 모실수 있는 준비와 바탕을 필요로 하는것이다. 그렇다면 최용건은 장군님의 의도와 작전을 자 기의것으로 받아들이는데서 노력을 게을리하는것이 아닌가. 이야 말로 큰 교훈이 다. 누구나 장군님의 높이에서 내다보고 분석하고 판단할수는 없다. 그러나 가깝기 위해서 노력해야 되며 그이의 뜻을 자기의것으로 받아 들일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 그것은 곧 장군님의 사상과 령도, 방법을 골육에 새겨 살과 피로 만드는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김책은 날카로운 사색의 마루를 급히 뛰여념었다. 문기척소리와 함께 강건이 들어섰다. 그는 얼핏 두사람을 둘 러보고는 작전탁에 놓인 지도에 시선을 떨군채 조용히 말했다. 《부서 장들이 다 모였습니 다.» 《가겠소.» 김책은 일어서며 최용건을 향해 물었다. 《어 떻게 하겠소 ? 인차 떠 나가겠소 ?》 《좀 있다가.》 김책은 구석진곳에 놓인 쏘파앞 상두대우에 시집 〈〈백두산》 이 펼쳐져 있는것을 유심 히 보다가 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보위성의 행정체계속에서 국장,부국장으로 있다가 새로 조직 된 전선사령부의 부서장으로 직명변경을 받은 병종부서장들은 매우 긴장한 태도로 김책을 맞았다. 융화와 타협,에누리를 모르는 칼 날같은 김책의 성미를 잘 아는 그들이였다. 현란한 무리등의 빛발속에서 붉고 누런 견장들을 번뜩이며 곳 곳이 서 맞는 그들의 눈에는 일종의 두려움까지 비껴있었다. 김책의 뒤를 따르는 강건의 낯빛 이 심상치 않은데 다가 김책의 전선직행과 최용건보위상과의 단독접견에 대한 추리에서 얻어진 답 387 이 김책은 현재의 기적적인 승리에 대해서 조금도 만족해하지 않으 며 오히려 매우 불만해하고 그때문에 한바탕 된바람을 일으킬것 이라고 넘겨짚은것이였다. 이 답의 신빙성을 담보하는 례증이 즉시 에 생 겼다. 병 기국장을 본 김책은 《905땅크사단에 보내는 땅크 포탄운반도착정형을 확인하고 도착하지 못했을 경우 세시간안으 로 등짐을 져서라도 나르》라는 명령을 떨궈 내보내였다. 김책의 첫 인사말은 매우 짧았다. 〈〈이제부터 함께 일하게 됐습니다.》 하고는 이 미 련 락군관을 통해 알려진 전선사령 부 부서 장임 명 에 대한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서를 랑독하고는 직판 후방부사령관 을 일으켜세웠다. 《동무가 한 오늘사업과 전반사업에서 제기된 문제,풀어 야 되 겠 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말하시오.》 김책은 보고자의 얼굴에서 한시도 시선을 떼지 않다가 이따금 수첩 에 몇자씩 적 어넣군하였다. 후방부사령관은 남진하는 전선부대들이 후방기 지 로부터 점점 멀어 지는 상태에서 도로는 제한되고 운수기재가 부족된 형편에서 탄약 과 식 량수송이 매우 어렵 다는것을 수자와 사실을 례들며 말하였다. 적의 폭격에 수송물자의 도중손실이 많다는 대목에서 김책이 말 허리를 끊었다. 《그렇기때문에 야간수송을 위주로 하게 되지 않았소?》 김책은 예리한 눈길로 후방부사령관을 지켜보았다. 후방부사 령관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듯싶게 재빨리 대답했다. 《네,그런데는 명령시간이 있지 않습니까. 적의 폭격에 도로 나 다리 가 없어지는 경우 그것 이 수리될 때를 기 다리느라면 오래 주저앉게 되는데 그 지 체된 시 간을 회 복하자니 낮에도 움직 일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간 맞습니다. 이 문제를一》〉 후방부사령관은 여기서 말을 끊었다. 최 용건보위 상이 들어 섰던것 이 다. 김책은 놀랐다. 한편 반가왔다. 그러 나 이 것을 내색하지 않으 며 일어났다. 388 〈〈의자를 ! » 그가 일어서자 모든 장령과 대좌들이 일어서 보위상을 바라보 았다. 최용건은 누군가 김책이옆에 의자를 가져다놓는것을 보며 손 을 한번 젓고는 구석진곳에 놓인 팔걸이의자에 앉았다. 누구도 자 기를 상관하지 말라는듯 목책과 만년필을 빼들고 후방부사령관을 바라보았다. 김책 역시 흔연한 태도로 앉으며 후방부사령관에게 말 했 다. 《계속하시오.》 후방부사령관은 우물쭈물 망설이다가 방금 하던 말과 맥락이 맞 지 않게 자기비판으로 넘어갔다. 《사실 그건 제가 연구가 부족해서 방법을 찾지 못한데 있습 니다. 저의 이런 무능으로 다대한 지장을 주고있습니다. 제가 좀더 머 리를 쓰고 뛰 면 해 결할수도 있으리 라고 생 각합니 다. » 《동무 말이 옳소. 연구를 잘하면 풀수 있지. 지금 전선으로 물밀듯 밀려가는 군인들이 다문 포탄 한발씩만 지고가도 하루에 얼마나 많은 량을 운반할수 있소. 도보군인들은 도로가 아닌곳으로도 갈수 있고 또 인민들이 있지 않소. 물론 이건 동무 혼자힘으로는 풀기 어렵소. 그렇다면 이런 문 제를 제기해야지. 동무는 자기 사업에서의 이런 난점들을 다 보 고했소?》 후방부사령관은 고개를 수굿하고 안경만 매만지다가 거의 입 안의 소리로 웅얼거렀다. 《저의 힘으로 해보려고…》 《잘 안되는것을 뻔히 알면서 도 그랬 단말이 요 ?》 김책의 어성은 날카토왔다. 후방부사령관은 안경쥔 손을 떨어 뜨리며 곳곳이 몸을 폈다. 간곡한 눈길로 하소연하듯 김책을 보 았다. 《전선사령 관동지,전쟁 환경 인데 어 떻게 달라는 소리 만 하겠습 니까? 그래서一》 탕 ! 김책이 책상을 쳤다. 그의 눈에 불꽃이 번쩍였다. 《그 너절한 체면이 흐르는 사이에 전선 전사들이 얼마나 고생하 389 게 되는가,련속작전이 얼마나 저애를 당하는가 생각해봤소?》 숨소리 하나 없었다. 방안에 팽팽한 공기가 이젠 한마디만 더 하면 터질듯 부풀어올랐다. 김책은 입술을 꽉 다문 최용건의 얼 굴이 밤처럼 어두운것을 눈띠여보며 치받쳐오르는 노기를 눌렀다. 그는 만년필을 들어 돌리다가 한풀 소리를 죽여 계속했다. 《물론 군인은 그가 전사건 지휘관이건 자기앞에 떨어진 과업 은 자기가 무조건 수행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되오. 머리가 열백 번 포개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가 수행해야 되오. 그러나 하지 못 하면서도 잘되는것처럼 우물거리는것은 범죄요. 더구나 경애하는 장군님의 작전방침집행에서 그런 태도는 용서할수 없는것이요. 제때에 보고하지 않는것은 일종의 기만이며 결국 최고사령부에 혼돈을 가져오고 작전지연을 초래하는 행위로 된단말이요. 후방부사령관동무,전시후방사업은 나라의 온 경제력을 기울여 야 할 사업이요. 이걸 동무의 혼자힘으로는 다 풀수 없지 않소. 바 로 후방부사령관은 이 모든것을 생각하며 걸린 고리,풀어야 할 문 제,제기된 난관들을 실태그대로 종합하여 보고하고 요구해야 전 선사령부는 전선사령부적인 규모에서 대책을 세우고 그것도 안되는 경우 최고사령부적인 대책도 세워 해결할것이 아니요. 이것은 우에 의존하는것과 본질적으로 다른 보고체계문제며 전사로서의 초보 적도덕이기도 하오. 나는 물론 동무가 우의 눈치나 보고 자기 체면이나 세우려고 그 랬다고는 보지 않소. 교훈을 찾으시오. 앉소.》 《알겠습니다,전선사령관동지 !》 후방부사령관은 욕을 먹은 사람답지 않게 환한 얼굴이 되여 앉 았다. 김책은 그를 유심히 보다가 계속했다. 《나는 후방부사령관동무가 오늘저녁처럼 직접 차판에 짐을 날라 싣지 않고 깨끗한 옷을 입고 참가할 때가 오리라는걸 믿고 싶소.》 긴장으로 굳어진 좌석에 가벼운 바람이 불었다. 괜히 의자를 잡 아당기고 몸들을 추슬렀다. 《공병에서는 누가 왔소?》 390 김책은 수첩에 눈을 박고 물었다. 다림발이 짝 선 군복에 얼굴이 희멀끔하게 환한 중성 네알의 군 관이 수첩을 펴들며 일어섰다. 옆에 앉은 후방부사령관은 자기와 너무나 대조되게 환한 그의 용모에 주눅이 들어서인지 고개를 떨구 었 다. 《도로가 동무거지 ?》 《네,그렇 습니 다. 제 2제 대 계 선까지 저 희 가 맡고있습니 다. 제 1 제 대연선은 관하부대 공병 들이 담당하고있습니 다.》 공병 부장은 매 우 절도있게 거 의 경 쾌하다고 할 어조로 대 답했 다. 김책은 약간 미간을 찌프리였다. 《그래,제1제 대 부대 관하도로는 빼 고… 동무네 담당의 주요도 로망에 대해서 말해보오. 다리까지 포함해서一》 《알겠습니 다.» 공병 부장은 수첩 에 눈을 준채 빨락거 리는 종이장을 분주히 넘 겼 다. 《동무,수첩 을 보지 않고는 말못하겠소 ?》 김책 이 불만어린 눈길로 쏘아보았다. 대좌는 이제까지의 자신만만한 태도를 잃고 얼굴색이 알리게 변 해졌다. 김책은 그를 보지 않고 누구에게라 없이 말하였다. 《자기 말은 사업에 대하여 수첩을 보고서야 말할수 있는 사 탐은 이 회의가 끝난 즉시로 사임신청을 내시오. 계속하오.》 김책은 부단히 눈을 깜빡거 리 며 1등도로,2등도로 하고 꼽는 그의 말을 별로 새겨듣지 않고있다가 불쑥 물었다. 《주성 천 다리 가 끊어 진것 을 알고있소 ?》 《넷,알고있습니 다.》 〈〈고쳤소?》 《다섯 시 에 보고를 받고 대 책 을 세 웠습니 다. » 〈〈고쳤는가?》 《아홉시반경에 교량수리재목을 보냈습니다.》 《왜 그때 야 보냈소 ?》 김책의 말소리는 옆의 사람도 겨우 들릴 정도로 낮아졌다. 크 391 나큰 격분을 간신히 참느라 모지름 쓰는것을 아는것은 오직 강건뿐 이였다. 김책의 손가락에 끼인 만년필이 알릴듯 떨며 펜촉이 수 첩에 닿아 탁서비숫한것을 만들었다. 공병부장은 가느스름히 눈 을 쪼프리고 재빨리 대 답했다. 《적의 폭격에 하루에도 몇번씩 교량들이 파괴되는 조건에서 소 모되는 재목이 형편없 이 많습니 다.» 《간단히 말하오.》 〈〈네,교량수리재목이 미처 오지 않아…》 《그건 어데서 보장되오?》 《후방에서 오는 경우 여기서 날라가기도 하고… 도로주변에 제 재소가 있는 경우 거기서 얻기도 합니다. 전선사령관동지,좋기는 규격재목인데 그 보장이 잘 안됩 니 다. 이미 수차 그것을 보고했 습니 다.» 김책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 제재한 원목을 동무앞에까지 가져다주면 된다는것이 겠소? 재목이 안오거나 혼돈(도하창)이 폭격에 마사지면 어쩔수 없는것이고?》 김책은 거의 측은한 눈길로 그를 보았다. 바로 최용건의 실책 은 저런 사람의 견해에 끌린탓이 아니겠는가. 마음같아서는 당장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라고 하고실었다. 그 러나 그럴순 없었다. 이런 환경속에서도 일군들은 키워야 하는것이 다. 장군님께서 위청장령의 문제처리에서 보이신 모범이 생각났 다. 일군들은 위청을 강급철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본인이 의도적으로 범한 과오가 아니라 우리 식 전법 에 대한 리해부족에서 온것이라고 하시며 그 의견들을 막으시였다. 하루밤 꼬박 밝히며 위청과 담화를 하신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를 전 투훈련부국장으로 임명하시였다. 위청은 몰라보게 변하였다. 원 래 군사 상식 과 경험 이 있는데 다가 머 리 가 좋아서 인지 일 단 자기 오유를 깨닫자 조선인민혁명군의 전투 경험과 전술을 쉽게 파악 하였다. 초급군관들을 위한 전술학습제강을 만들었는데 김책으로 도 감탄할 지경이였다. 그리고 더욱 장한것은 위청이가 조선인민혁 392 명군 출신 지휘관들과 일군들을 만나 집체적인 연구를 하고있는 것이였다. 그는 좀더 일찌기 깨달았다면 유격전과 현대전의 배합에 대한 군사예술론문을 썼을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밤낮없이 새로 조 직되는 부대들에 나가 지휘관방식상학과 훈련조직에 눈코뜰새없 이 움직 인다. 그러고볼 때 이 공병부장이 라고 왜 앉은방아만 찧 겠 는가. 허나 김책은 표정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동문 주성천주변의 지형을 아오?》 《저 … 지대 상으로 보면 산지 대 입니 다. )) 《옳소. 그 산들엔 나무가 많소. 동무가 조직해보낸 재목차가 도착하기전에 그곳 인민들과 통과하던 군인들이 그 다리를 다 보수 했소.》 김책의 푸릿한 얼굴빛이 엄숙하게 굳어지였다. 《동무 ! 〈자력갱생〉이라는 말을 알고있소?》 《무슨 뜻인지 ? …》 《자체로 만들어 일떠선다는 말이요. 앉소.》 김책은 더는 그쪽을 보지 않고 작전,정 찰,통신… 차례 로 부서 장들에게서 제기된 문제들을 보고받고 일어섰다. 제나름의 가책 파 무거운 생각속에 고개를 떨군 장령들과 대좌들을 일별한 그는 시정극복해야 할 일련의 결함들을 지적하고 미지상군이 개입한 전쟁의 새로운 국면에서 각 부서들의 역할을 일층 더 높일데 대 한 문제를 강조하였다. 《끝으로…》 김책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 《장군님의 작전방침관철에서 잘못된 일이 있는 경우 직위여 하를 관계함이 없이 즉시 제기해달라는것입니다. 그런 문제에서 는 장소,시간을 관계하지 않겠습니다. 이만하겠습니다. 보위상동무,말씀할것 없습니까?》 김책은 최용건을 보았다. 목책에 무언가 적어넣던 최용건은 몸 을 움씰하며 고개를 쳐들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청탁인듯 의 아스럽게 보다가 천천히 목책을 접고 일어섰다. 김책은 회의 전 393 시간 지꽃은 그림자마냥 그의 사색에 그늘을 지으던 최용건의 굼뜬 반응에 원가 송구스럽고도 불만한 감정을 동시에 체험하며 병종 부서장들에게 눈길을 옮기고 극히 실무적으로 말했다. 《보위상동진 이제 평양으로 가게 됨니다.》 의자 밀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최용건이 일어섰다. 거뭇 하게 질린 얼굴의 그는 책망하는듯하기도 하고 원가 호소하려는듯하 기도 한 눈길로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웅글진 소리로 나직 이 말했다. 《정신을 차리고… 잘 싸워봅시다. 더는…결함들을 반복하지 맙 시 다. )) 마지막말을 갑자르며 힘겹게 한 그는 천천히 앞탁에 다가왔다. 일제히 일어서 경의를 표하는 병종부서장들 전체에 고개를 끄 덕이고 돌아설가 말가 망설이다가 매 사람과 악수를 하고는 그로 볼 때는 매우 성급한 동작으로 방에서 나갔다. 김책은 병종부서장들까지 나간후 한동안 지친듯 앉아있다가 이제부터 자기 사업거처로 될 최용건의 방으로 갔다. 방에는 불이 켜져있었다. 새벽빛이 푸릿하게 밀려드는,차광막을 열어제낀 창가에 최용 건이 우뚝 서있었다. 김책이 들어서자 최용건이 돌아보았다. 《이젠 떠나야 하지 않겠소?》 《떠나겠소. )) 《가면… 장군님께 전선실태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려주오. 특 히 포탄,탄약 수송에 대해서… 대책이 곡 서 야겠소.》 《알겠소.» 최용건의 눈매가 따뜻해졌다. 자신에 대한 김책의 인간적이며 동지적인 믿음을 크게 느꼈기때문이였다. 〈〈그런데 한가지 말할것이 있소.》 최용건은 망설 이 다가 계 속하였다. 《아까 부서장회의에서도 느꼈지만 동문… 모든 자질구레한 걱정거리까지 장군님께 보고드리자고 하는데 그건 마음에 안드오. 하긴 동무의 표현에선 걱정거리가 아니라 〈걸린 문제〉로 되 였소만.» 394 김책은 최용건이 마음의 문을 터친것 같아 기했다. 그러나 제기한 문제가 심각한지라 김책은 론쟁조로 말에 열을 띠지 않을수 없었다. 《물론 걱정을 끼쳐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동무의 견해엔 공감 하오. 지 난 기 간 나도 무엇때문에 별치 않은 문제 로 장군님께 부담 과 심려를 끼치겠는가 하고 내 단위에서 내식으로 처리한 실례가 있었소. 잘될 때도 없지 않았지만 결과는 대체로 신통치 못했소. 엄청난 후과를 빚어낸 경우도 있었소. 다음부터 난 보고드리고 결론받는 사업이 우리 혁명에서는 어 쩔수 없는 특징 이 라고 보았소. 나라가 생긴 력사는 짧고 일군들 의 경험은 없지,부닥치는 정황은 복잡다단하지. 우리 머리로 풀수 없는것이 개개거든. 우리 키가 더 자라면 어 쩔는지… 더구나 여느 문제도 아닌 조국의 생사운명을 두고 다투는 전쟁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필수적이요. 어쩔수 없소. 좋든 끓든 슬 프든피롭든 모든 문제를 장군님께 보고드리고 가르침을 받아 하 는것이 유일하게 정당한 길인것이요. 하나의 행복스러운 숙명이 라 할가. 보위상동무도 언젠가 말하지 않았소. 장군님의 뜻과 의도 를 받들어 관철하는 여기에 조선혁명의 승리가 있다고. 사실 터 놓고 말해서 전선지휘에서 동무가 범한 실책은 한마디로 여기서 부터 나온것이요. 장군님의 사상과 방침에 대한 의흑과 동요… 그 때문이 였소. 물론 의흑은 있을수 있소. 대번에 그이의 높이에 도달할수는 없 는것이니… 그 경우엔 그 의혹,그 의문을 보고드려 푸는것이 옳 은 일이였으나… 동문 거기서 과오를 범한것이요.》 김책은 두손을 의지하듯 창턱에 짚은 최용건이 온몸을 부르르 떠는것을 보며 입을 다물었다. 최용건은 그의 눈길을 피했다. (그러니 이 사람 가슴에 아픔을 싣고 보내 누나. ) 김책은 일순 가책비슷한 감정의 충격을 느꼈으나 위 안을 할수 도 또 위안을 받으러고도 하지 않을 자신과 최용건임을 알기때문에 침묵을 지켰다. 다행스럽게도 강건이 뛰여들었다. 강건은 두사람의 미묘한 심리적간극을 포착하지 못한듯 기쁜 빛 으로 말했다. 395 《최현동무네가 안성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렇소 ? !》 김책은 환성을 올리듯 말했다. 《멋진 일이요. 그들을 안성으로 진입케 한데 대하여 장군님께서도 잘한 일 이 라고 말씀하셨소. » 김책으로서는 강건이나 최용건이 이미 알고있는 사실까지 들 춰말했다. 이 전투조직의 배경에는 최용건의 공이 적지 않다는것을 은밀히 암시하는 이 찬탄에 대해서도 최용건은 침묵으로 대답했다. 아니,그는 아예 이런 세계와는 담을 쌓은듯 창가에서 쉬이 떠 나지 않는 새벽어둠을 응시한채 무슨 집념을 고독스레 추구하고 있는것만 같았다. 갑자기 전화종이 요란스레 울렸다. 특별한 전화외에는 작전실 과 비서방에 걸게끔 한것을 잘 아는 그들은 거의 동시에 서로의 얼 굴을 마주보았다. 김책은 최용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것 같은것을 느끼며 전 화기에 다가가 송수화기를 들었다. 《전선사령 관동지,최 고사령 부에 서 전화입 니 다. » 교환수의 애된 음성이 꺼지기도전에 증폭장치가 된 수화구에 서 우렁우렁한 음성이 방안을 가득 채우며 을렀다. 〈〈김 책동무입니까?》 〈〈장군님,김책 전화받습니 다.》 김책은 반가움을 금치 못하며 긴장된 자세로 대답올렸다. 잠 시 공간을 둔 사이에 울리는 장군님의 숨결을 감각으로 받아들이며 이 새벽전화를 거신 장군님의 의도를 알아보려 신경을 도사렀다. 《사업에 착수했습니까?》 《예.〉〉 《제기된것이 없습니까?》 《없습니다. 저…》 《전선에 나갔댔습니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사이를 두지 않고 약간 엄한 어조로 물으시였 다. 김책은 자신의 처사를 두고 김일성 동지께서 걱정하심을 알았다. 396 《전선은 아니고 오산까지 나가봤습니다.》 《오산까지 ? ! ᅳ 그런데 왜 최용건동무를 보내지 않습니까?》 (이것때문이였구나.) 김책은 저으기 당황해서 최용건을 보았다. 이미 창가에서 떠 나 부동의 차렷자세로 전화말씀을 듣던 최용건은 김책의 시선을 받 자 원가 말하려는듯 입술을 움죽거리다가 전화선에 묵중한 눈길 을 떨구었다. 김책은 신통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분명치 않게 말씀드렸다. 《두루… 저때문에 좀 늦어졌습니다. 지금… 여기 있습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김책의 약간 헤덤비는 말투에 원가 느끼신 듯 선뜻 말씀을 떼지 않고있다가 화제를 돌리시 였다. 〈〈특별히 제기할 일은 없습니까?〉〉 《없습니 다. 장군님,구체 적 인 보고는 보위 상동무편에 보내 겠 습니 다. )) 《그렇게 하시오. 그리고… 하나 알려줄것이 있습니다. 방금 들 어온 자료인데 미25사 사단장 킹이 오늘래일로 대전의 떤을 만나러 온다고 합니 다. 25사도 조만간 출동한다는 예고입 니 다. 무슨 부 탁할것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최용건동무를 바꿔주시오.》 두손으로 송수화기 를 받아쥔 최 용건은《안녕 하십 니 까,장군님 !》 하고는 더 말을 못하고 뿌리박힌듯 서있었다. 《인계 사업 이 잘되 였 습니까?》 김책은 약간한 불안속에 최용건을 주시했다. 최용건은 입술을 감빨다가 동안뜨게 말씀드렀다. 《미흡한 전선을… 그대로 인계했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미흡한 전선 ? !》 《그렇습니다.》 《최 용건동무 !》 격하신 음성이 울렸다. 《우리 가 공산주의자로서 자기 성 과에 도취 하거 나 자만하는것 397 은 그릇된 일이지만 비하하는것 역시 나쁜 일입니다. 과오에 늘려 살면 안됩니다. 과오를 찾는것은 반복하지 말자 는것이지 그에 눌러 피로와 있자는것은 아닙니다. 동문 우리의 승리,우리의 성과를 잊고있습니다. 세계의 어떤 전 쟁 력사에도 있어보지 못한 반공격작전에서 우리가 빛나는 승리를 이룩했다는것을, 그 성과에는 보위상동무의 공헌도 크다는것을 잊 어서는 안됩니다.》 〈〈장군님,그 승리야…》 최용건의 목소리는 떨리다가 여기서 끊어졌다. 볼편근육이 움 씰거리고 컴컴히 호려졌던 눈에 흥분어린 빛이 번쩍였다. 김책은 그가 채 못한 말(그 승리야 전적으로 장군님께서 마련하신것이 아 닙 니 까. 제 야 그 뜻을 관철하는데 서 오히 려 굼뜨지 않았습니까. ) 하는 말을 마음속으로 뇌이며 이 순간 왜서인지 가슴이 그들먹해지 고 눈굽이 뜨거워오르는것을 어쩌지 못했다. 격동을 주체 못하는 거물진 몸매의 최용건의 열떤 모습때문에 더욱 그런것 같았다. 《장군님!》 갑자기 최용건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의 얼굴과 눈빛은 엄숙 한 표정을 띠였다. 〈〈절 여기 남게 해주십시오. 김책동무를 도와 일하겠습니다.》 《김 책동무와?》 되뇌이신 김일성 동지께서는 밝게 웃으시였다. 《그러면 김책동무는 좋겠지만 나는 어쩝니까. 김책동무가 거 기 나간데다 동무까지 안오면…》 롱담조의 말씀이섰으나 간곡한 정이 깃든 그 말씀에 최용건은 《장군님 !》하고 책 상모서 리 를 꽉 움켜 잡았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이미 웃음기를 거두고 엄하면서도 따뜻한 어조로 단호히 말씀하셨다. 《다른 생각 말고 빨리 오시오. 여기엔 일이 산더미같습니다.》 《장군님 ! 이 즉시… 출발하겠습니다.》 최용건은 조용히 수화기를 놓고 손수건으로 눈굽을 오래도록 문 질렀다. 398 제 16 장 7월 7일 새벽부터 아군의 제3차작전이 개시되였다. 3차작전방 침은 패주하는 적들에게 숨돌릴 사이를 주지 않고 련속적인 타격을 가하여 금강과 소백산줄기 계선을 유지하려는 미제침략군의 기도를 파탄시키고 적의 기본집단을 대전과 소백산줄기의 동남부에서 각개 포위소멸함으로써 남해와 대구 방향으로 신속히 진출할수 있는 유리 한 조건을 마련하는것이 였다. 김 일성 동지 께 서 제 시 하신 작전방침 을 받아안은 인민군련합부 대들의 공격은 그 드센 타격 력과 높은 속도로 하여 적을 전를케 하 였 다. 미군부대들과 새로 편성한 피뢰군단들로 평택一장호원리_제 천계 선의 회 복을 시 도하던 맥 아더 는 그것 이 실패 로 끝나고 퇴 각 이 시작되자 백악관에 정식으로 5개 사단의 중원을 요구했다. 그때 는 이미 트루맨이 마지 막주패 장으로 쥐고있던 비 상대책안을 유엔 안 보결정으로 정식화하게끔 하였을 때였다. 7월 7일 유엔은 조선대표 는 물론 상임리 사국인 쏘련과 중화인민공화국 대 표의 참가도 없 이 《유엔군》의 조선파견문제를 《결정》하였다. 그 시각부터 미제를 비롯한 15개국 추종국가들의 병졸들과 비행기,땅크,대포, 탄약이 해로와 항로를 통해 조선으로 조선으로 밀려들었다. 세계는 《유엔군》조작《결정》에 대하여 원자탄의 첫 폭발때 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에 열여섯개 나라 의 무력 이 들어 간다는 사실에 공산주의와는 동거할수 없다고 생 각하는 서방의 많은 신사들까지도 분격을 금치 못했으며 한 약소국 가와 약소민족의 슬픈 멸망의 래일을 측은한 동정속에 주시하였다. 지구의 동반구와 서반구로 줄달음치는 전파속에 격분과 놀라움, 동정과 불안이 물끓듯할 때 이 시련을 감당하게 된 주인들의 래 도는 너무나 태연하였고 침착하였다. 399 김 일성 동지께 서는 7월 8일 방송연설을 통해 미제 를 비 롯한 서 방국가 군대들의 침공에 맞서 전체 조선인민이 한결같이 떨처나 조 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성전에 참가할것을 호소하시였다. 세계는 굴할줄 모르는 민족의 위대한 정 신과 기 백,고결한 량심과 의지 가 담긴 이 연설앞에 놀라움과 경 탄을 금하지 못하였 다. 인민군부대 들은 질 풍같은 공격 속도로써 최 고사령 관동지 의 호 소에 응하였다. 7월 10일경에는 주타격사단들이 벌써 금강에 접 근하였다. 후방에서는 7월 8일 하루동안에만도 수만명의 입대탄 원자들이 군사동원부로 내달았다. 해방된 남조선의 모든 도시 와 농촌들에서도 수만명의 인민군입대 탄원자들이 전선에 갈것을 희망하여 의용군부대들이 조직되였다. 《얘,그 엉뎅이 에 틀난 생각 그만해 라. 싸움이 란 남정 네들 하 는것이지 계집애가 삐칠게 못돼. 그저 지금처럼 땅 나눠주는 일 하는게 천하 장한건줄 알아라. 장선생도 그러지 않더냐. 이 마을에 네가 온건 천상선녀강림 한가지라구… 괜히 그 분탕같은 몸이 으깨 여져 대천들에 백골되면 늬애빈 어찌하며 난 또 어찌하냐? 더 말 말고 이 젠 나와 함께 예 살자. 땅도 랐겠 다 세 상 부럼 없 이 살아 보자꾸나. )) 련화의 등에서 부황단지를 하나하나 떼내는 이모는 또다시 그 수다스러운 신칙 으로 들볶기 시작했다. 이 럴 때면 련화는 입술을 꼭 다물고 생글생글 웃을따름이다. 이 며칠새 놀랍게 변한 이모 를 새삼스럽게 보면서 . 이 모는 원체 말이 적 었 다. 자식낳이 를 못하 는것 도 있겠지 만 한뉘 남편과 함께 척 박한 발에 코박고 치 여나는 통에 생의 활기마저 잃어버렸던것이다. 그런데 그저께 토지개혁 법 이 발포되고 이 모네도 백주사의 땅으로 닭알 노란자위 같은 논 1,000평을 분여받게 되였다. 이때부터 이모는 기쁨에 둥 떠 갑자기 말이 다사한 녀인으로 되고말았다. 련화는 닷새전부터 양음리의 이 이모네 집에 와있었다. 로량 진전투가 있은 그다음날 서울에 있던 인민군대들이 다 한강너머 로 남진해나가자 옆집에 살던 전공처럼 정록주를 비롯한 감방동 400 무들 거의다가 그 인민군대를 따라나갔다. 그러나 련화는 그들과 같이 가지 못했다. 전호근이를 세브란 스병원에까지 후송한 그는 다음날부터 고열과 오한으로 병원침대에 쓰러졌다. 의사들은 헌병의 발길에 채인 옆구리의 어혈로 오는 후 유증이라고 했다. 그러나 련화는 자기의 병이 그 어혈로 생긴 후유 중이 아니라 보다 정신적 타격에서 오는것임을 잘 알고있었다. 잠결에 그는 림운학이를 소리쳐 불러 다른 간호원들을 놀라게 했다. 열이 좀 떨어지자 그는 서울로부터 한 80 리 떨어진 이 이 모네 집으로 왔다. 이모는 수척해진 그의 얼굴보다 절망과 상심에 빛을 잃은 련 화의 슬픔어린 눈동자를 보고 더 욱 놀랐다. 련화와 아버 지 의 기 막힌 신세와 팔자를 두고 한바탕 울음을 울고난 이모는 그 즉시 로 련화의 병치료에 팔을 걷고 달라불었다. 의학의 혜택을 입어 보지 못하는 이고장 사람들은 웬간한 상처나 병은 조상대대로 물려 받은 민간료법으로 치료를 했고 그 기술을 전수받고있었다. 허나 련화의 병은 별로 차도가 없었다. 련화는 발에 나가 이모부와 이모가 김을 매는것을 구경하다가 는 자기도 호미를 들고 밭고랑에 들어섰다. 그러 나 한 이 랑도 못나 가서 주저앉고말았다. 그런데 그저께 남반부에서 토지개혁을 실 시할데 대 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내각결정 이 발표되고 토지 개혁위원회를 조직할 때 위원으로는 이모부도 뽑히웠고 어찌된 반연으로인지 련화가 서기로 추천을 받았다. 이모가 그를 굉장한 《사상가〉〉며 〈〈적색운동자〉》로 소문을 편탓도 있었다. 련화는 방에 누워있 다가 이 소식 을 전 달받았고 북조선파견원의 방문까지 받았다. 자기는 농민이니 장선생이라 하지 말고 장동무로 불러달라 고 하는 수더분하게 생긴 그 사람은 첫 대면에 《성춘향의 후손 이 아니시오?》라는 말로 좀 싱겁다는 인상을 주었으나 더없이 소 랄하고 성실한 태도로 련화의 마음을 끄당겼다. 그 사람은 떠돌 이 머슴군으로 산 자기의 파거와 땅을 받고 성인학교를 거처 이 제는 리농맹위원장까지 하게 된 일신사를 죽 털어놓은끝에 지금 이 동네에도 머슴살이와 소작부침으로 사람 못살 처지에 있는 농민 401 이 그득하니 그들에게도 빨리 사람다운 생활이 차례져 야 되지 않는 가,더구나 이 일은 위대한 김일성장군님의 하해같은 사랑이 빨리 가닿게 하는 중요한 사업 이 다,더구나 동무야 지 하투쟁까지 했다 는 운동자가 아닌가, 그런 처녀로서 이 에 무관심 하는것은 죄 악이 다 하고 검질기게 달라붙는통에 련화는 더는 못한다고 할수 없 었 다. 그때부터 련화는 거의 밤낮없이 그 사람과 함께 토지대장을 만 들고 분여명단을 작성하였다. 발들을 돌아보기도 하였다. 그럴때면 로인들과 아이들이 줄줄이 뒤쫓아다녔고 대접이 융숭하였다. 어 떤 날엔 몇십리를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피곤을 몰랐다. 련화는 이 땅의 력사에 없던 발갈이하는 모든 농민들에게 무 상으로 땅을 준다는 세기적사변의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크나큰 긍지를 느꼈다. 땅을 받게 된 마을사람들이 〈〈서울아가씨》로부 터 〈〈련화선생》으로 불러주며 존경과 감사의 따뜻한 눈길로 봐 줄 때 련화는 삶의 행복은 마치 여기에만 있는듯한 생각에 사로 잡히기도 하였다. 이럴 때는 아버지와 림운학에 대한 생각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그 생각에 멍들었던 마음속 상처마저 잊혀지군하였다. 이모는 련화의 이런 돌변에 그저 혀를 차고 깜짝깜짝 놀랄따 름이였다. 이곳 전답은 대부분이 채병덕의 장인되는자가 외눈백 이 병신삼촌에게 맡겨 관할하고있었다. 련화는 장선생과 함께 매 소작인들의 토지중서들에 네모배기 각도장으로 찍혀진 백가라는 성 을 볼 때마다 백정식에 대한 치떨리는 원한을 골수에 사무치게 느 껐으나 그것도 밝게 피 여오르는 그의 기분을 흐리게 못했다. 그 토지중서들을 모아 불에 태울 때 련화는 말로는 다 못할 통 쾌감을 느꼈다. 얇은 미농지가 거멓게 타들다가 바람에 날려가는것 을 보며 그는 마치 백정식이라는 허울이 타버리는듯한 기쁨에 휩싸 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오늘아침 면으로부터 김일성장군님의 방송연설소식이 이 촌에까지 날아들었다. 그러자 마을청년들은 저마끔 인민군대에 나간다고 법석을 놀았고 련화마저 그런 뜻을 이모에게 비추었다. 402 다른 청년들이 군대에 간다는데 대해서는 《암,가야지. 오라질 외눈깔(백지주의 별명)이 오면 땅을 다 빼 앗기겠는데 사내란 명 색들이 그걸 기 다리며 있겠느냐?》하던 이 모가 련화의 그 말에 대해서는 펄쩍 뛰며 막아나섰다. 《그래 네가 군대에 가 잘못되면 난 늬엄마를 무슨 낯으로 저 승에 가 만난단말이냐. 늬아버님도 어데가 헤매는지 모르는판에.》 이모가 한 마지막 이 말은 련화의 가슴깊이 응어리로 박혀들 었 다. (그래 너는 지금 누구편이냐?) 이런 질문을 띄워놓고 그는 몇번이고 생각을 굴리지 않을수 없 었다. 자기는 응당 아버지편이여야 할것이였다. 이렇게 론거를 세워보면 군대에 가는것이 무슨 큰 불효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백 정식이며 감옥에서 자기를 막아주고 죽은 녀인이며를 생각하면 군대에 가는것이 옳을것이라는데로 결론이 떨어졌다. 그 가장 중요 한 원인에는 림운학이가 있었다. 자기는 림운학의 편에 서야 할 것이였다. 그러나 지금의 처지에서 운학이가 과연 자기를 어떻게 볼가 하면 저모르게 얼굴엔 수심이 끼였다. 련화는 이불우에 뛰놀던 해빛이 가드라들고 문발그림자가 길 게 누운 마루를 내다보며 서글픈 심경에 사로잡혔다. 이때 갑자기 삐그덕 하는 대문소리와 함께 누구를 찾는 녀인 의 목소리가 을렀다. 련화는 벗어놓았던 세라복을 입으며 문가에 다가갔 다. 오골조골 주름살투성이의 키작은 녀인이 빌러입은듯이 후렁후 렁한 연미색비단치마저고리를 어색스레 쓸어만지며 마당에 들어 섰다. 부엌에 내려가 부황단지를 씻던 정화숙이 내다보고 환성을 올렸 다. 《어 휴, 무슨 진사마님 인가 했구만. 어 찌 왔소 ?》 마당에 선 녀인은 얼굴을 붉히며 얼른 절을 하였다. 련화는 순 남이의 어머니를 알아보았다. 이번에 순남이가 백지주의 집에다 가 2천평의 토지를 분여받자 딸집으로부터 아들한테 옮겨온 녀인이 였다. 그는 정화숙이 벙글벙글 웃으며 신기스럽게 보는것에 어색해 403 하며 입을 열었다. 《저… 오늘저녁 우리 집에 와줍소.》 〈〈무슨 일인데 ?》 《오늘 순남이 잔치 차려주자고 했습니더.》 《아휴 그런… 백죄… 소문도 없다가.》 《가출개 또순이와 정분이야 있었습지요. 그 집에서 우리 머 슴애가 맘있으나 매인 몸이라 싫다꼬 하다고… 이번에 허 락을 했 음. 길일을 봐달라고 웃골 큰무당댁에 물었더니 오늘이 좋다고 해서…》 《약혼식도 안하고 하오? 아니,방에 좀 들어와 얘길 하오. 야, 경사다 경사다 해도 순남이 네 같은 경사가 없고마.》 《글쎄 내 말이 그 얘기 아니오.》 녀인은 눈이 게슴츠레해지며 눈물방울이 찔끔 솟았다. 그는 누데기차림의 그전 습관으로 치마자락을 들어 눈물을 훔 치다가 련화를 띠여보고 〈〈서울아재 계셨군…》하고 허리를 구부려 절을 하며 뒤따라 말을 이었다. 《아무것도 차린거 없지만 서울아재 랑 꼭 와야 됨니다.》 하고 애잔한 미소를 보낸다. 《그런데 준비는 좀 됐소 ?》 정화숙이 못내 감동된 얼굴로 걱정스레 물었다. 《준비란 뭐,그저 신랑신부 무릎이나 맞추러고 합니다. 북에 서 오신 장선생 님 이 주례를 서주겠다고 했습니 다.》 《난 월하라우?》 《에그 무슨 소릴,순남이가 이만만 한게 뉘덕이요? 그저 오 기 만 하소. 서 울아재도… 약속했 소, 잉 ?》 녀인이 돌아간다음 정화숙과 련화는 순남이를 두고 한참동안 홍 떤 이야기를 벌렸다. 련화도 순남이를 잘 알고있었다. 미쏘공동위원회가 최종적으 로 깨여 진 얼마후 순남이 가 미군놈의 차에 다쳤을 때 련화도 몇 번이나 그가 입원한 병원으로 갔댔고 이 양음리로 내려올 때 아 버지가 엄은 말달구지에 그를 태우고 왔었다. 그때까지 련화가 알 404 고있던 순남이는 사람이 너무 좋아 어리무던한것이고 흰것을 검 다고 해도 믿을 정 도의 고지 식 한것이 였 다. 이번에 인민군대가 이 마을에 들어설 때 순남이는 실로 희비 극의 주인공이 되였다. 백주사는 가족과 함께 도망치면서 일체 재 산의 위임권을 순남에게 맡겼다. 그 값으로 보리 반섬에 입쌀 한말 을 남겼다. 순남은 중중 울리는 포소리를 들으며 《에라,죽기전 에 밥이나 실컷 해먹고 죽자.》하고 보리쌀에 입쌀을 약간 섞어 한 함지 실히 될 밥을 지었다. 밥이 잦아 퍼들고 한술 뜨러고 할 때 인민군대가 널대문을 두드리며 주인을 찾았다. 순남은 벌벌 떨리는 다리를 간신히 끌고 대문빗장을 열었다. 바 깥마당에는 낯설은 이북군대들이 곽 들어차있었다. 이마에 《룰》 을 찾았으나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순남이는 한숨 놓았으 나 어깨마다 번쩍이는 총을 보며 연신 우들우들 떨었다. 《동무가 주인이요?》 한 군인이 물었다. 순남은 어망결에 《아니.》라고 했다가 백 주사가 일러준대로 《그립지유.》라고 고쳐 대답했다. 《정말 주인이란 말이요?》 〈〈그립지 유.》 똑같이 울리는 말에 군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기웃거리 다가 집을 좀 보자고 하였다. 순남은 죽이지는 않는다는 생각에 한 숨 놓여 《그립지 유.》하며 뛰여 들어갔다. (성송암어른이 나같은건 죽이지 않는다더니 과연 고명한 선생 님 이 야. ) 안마당에 들어와 집 안을 둘러보던 군대들중에서 한사람이 그 가 먹으려던 보리밥을 년지시 들여다보고는 낯을 찡그렀다. 《여보,당신 정말 이 대궐같은 집의 주인이라는게 사실이요?》 《예… 저…》 순남이는 우들우들 떨며 더 말을 못했다. 군인은 한쪽구석에 삼 베등거 리를 덮어놓아둔 밥소랭이를 열어보고는 (보리밥우에는 파 리 가 까닿게 달라불어 있었 다. ) 눈빛 이 무섭 게 변했 다. 《에 잇 ! » 405 그 군인은 더 말 않고 군화소리를 요란히 내며 나갔다. 순남 은 그가 무엇때문에 성을 내는지 몰랐다. 무릎맥 이 빠져 주저 앉 은 그는 이제 들이닥칠 《무서운 일》을 그려보며 여기에 강제로 떨궈둔 백주사를 원망했다. 그런데 《무서운 일》을 저지를 군대도 오지 않았고 쌀을 가지려도 오지 않았다. 자기를 잊어먹고 다른 데로 갔는가 생 각할 때 례의 그 군인이 나타났다. 《이리 오우.》 순남은 푸주간에 끌려 가는 소꼴이 되 여 절뚝거 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주인님이 오시오 !》 활기찬 웃음들에 끌려 고개를 드니 마루와 마당에는 밥식기를 든 군인들이 한가득 둘러 앉아 그를 쳐다보고있었다. 《나두 왜정때 머슴질을 했습니다만 이 사람같진 않았소다. 세 상 둘도 없는… 자, 앉소.》 그를 데리고 온 군인이 누구에게라없이 말하고는 순남의 손목 을 잡아당겨 가마니우에 앉혔다. 그의 앞에는 남들보다 곱이나 되 게 담긴 흰쌀밥그릇과 고기국이 놓여있었다. 순남은 그 군인이 쥐 여주는 숟가락을 억지 다싶이 받아들며 눈길을 쳐들다가 흠칫 놀 래였다. 그 군인의 눈에는 물기가 배여있었다. 난생처음 보는 따뜻 한 정과 사랑이 스민 서글픈 눈길이였다. 둘러보니 다른 군인들 의 눈에도 그 비숫한 빛 이 갈마돌았다. 《동무,어서 드오. 인민군대는 다 동무와 같이 고생 하던 사람 들이요.》하고 누군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따뜻하게 일깨워줄 때 순남은 불시에 눈물이 솟구쳐올라 고개를 푹 숙이였다.… 련화가 이모와 함께 서울서부터 내내 품고온 돈 얼마와 쌀독 밑굽에서 퍼낸 입쌀 몇되박을 함지에 이고갔을 때는 백지주의 대청 마루와 마당이 로인과 아이들로 빼곡이 찼을 때였다. 그 짧은 시간 에 어떻게 차렀는지 웅기중기 놓인 상들에 떡그릇과 막걸리동이 들이 즐비하게 차있었다. 땅을 탄 기분들에 마음들이 후해져 부 조가 크게 들어왔기때문이 였다. 주름살마다에 웃음이 핀 순남이 어 머니가 지짐그릇과 수저를 들고 그 사이를 새처럼 날아다녔다. 406 《평생 백지주 입치거리를 받던 순남이네 호사났구나.》 얼근히 취한 토인들속에서 이런 부르짖음이 튀여나올 때 련화 는 눈허리가 시큰해졌다. 일생 백지주의 부엌데기로 있던 그가 오 늘은 자기의 아들을 위해 전을 부치고 음식을 만들고 술상을 나 르고있는것이 아닌가. 련화와 정화숙은 귀빈으로 지목되여 신랑신부가 있는 중방에 안 내받았다. 그러나 련화는 동리 처녀들이 몰켜있는 한쪽구석의 돗자 리에 가 자리를 잡았다. 거기서는 신랑신부의 머리밖에 보이지 않 았다. 늘 귀바퀴를 딥수룩하게 내리덮던 머리를 시원스럽게 깎아버 린 순남은 낯이 벌개서 이따금 주변을 살펴보다가는 사람들의 웃음 어 린 눈길과 부및치면 벌씬 웃었다. 그옆에 틀지게 앉은 장선생 은 백세루양복에 넥타이까지 받쳐 련화에게 마치 서울 동대문구 은 행사장같이 보였다. 해가 아직 한발가웃 남아있고 갈구랑달이 이마치기나 하듯 허 연 하늘에 삐죽이 솟구쳤을 때 식 이 시작되였다. 술잔들이 오고가며 흥떤 이 야기들이 련줄 터져나왔다. 백주사 의 집과 전답을 분여받은 순남이네의 경사를 두고 하나같이 축하를 했 다. 순남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신랑신부 잔을 돌릴 때 련 화앞에 이른 순남은 눈물이 그렁해 청원하듯 말했다. 〈〈어점,성선생 아버님두 모르시는것 있었이유. 아,이 좋은 정 치를 모르고 떠나가다니요. 내 같은건 무식해서 그렇지만 아 성 선생 어른이시 야… 왜 모르실란지유. 여기 계심 내 큰잔 올리였 을지라우. 그 어른님이 지금 얼마나 객고가 심하겠이유.》 련화에게 붙어 순남이 긴 사설조로 이 야기할 때 장선생을 둘 러싼 로축들은 전쟁이 언제면 끝날것 같은가,북에서는 어떻게 사 는가, 현물세 가 무엇 인가,마지 막에는 양복차림 에 까지 말이 오갔다. 《장선생이 농사를 했다는데 참말인갑쇼? 옷이랑 우리 고을 백 지 주것 보다 히 야번쩍 합니 다.» 옆에서 술을 쳐 권하는 사람의 그 말에 장선생은 싱굿이 웃다 가 《자,내 손을 보시오.》하고 마디마디 소나무굽처럼 튕겨난 407 크고 거 친 농사군의 손을 보였다. 그리고는 웃음을 거두고 감회 깊은 눈길로 자기의 옷을 내려 다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이 옷은 김 일성 장군님께 서 주신것 입 니 다.» 그 말은 폭탄과 같은 반응을 일으켰다. 〈〈장군님께서 ? ! … 대포를 놓은것이 아니시유?》 《장군님께서 주신것 입 니 다. 제가 남알생산을 많이 했다고 표 창으로 주신것입니다.》 《아니,제 농사를 잘 지 었는데 공으로 주셨단말이요.》 《그렇 습니 다. )) 진지 한 얼굴빛을 한 장선생의 그윽한 말소리에 좌중은 한동안 얼어붙은듯 굳어있다가 감탄의 소리들이 연방 터졌다. 《참으로 놀라운 일 이 요. » 《과시 해님이라고 하시더니一》 옹성거 리는속에서 어떤 사람은 장선생에게 다가가 그 옷을 만 져보기까지 했다. 잔치가 한고비 오르자 너도나도 일어나 춤을 추었다. 장선생 도 추었고 련화의 이모도 췄다. 춤을 못추는 사람들은 병신시늉 도 내고 짐승울음소리라도 내서 홍을 돋구었다. 달이 떠오르자 흥은 더욱 고조되였다. 할머니들까지 일어나 양산도를 추고 노들강변을 불렀다. 박수 가 일고 웃음이 물결쳐 갔다. 련화는 한폭의 그림 을,환상적 인 무 릉도원을 보는것 같은 기분속에 잠겨 열광어 린 환희에 잡긴 모습들 을 보았다. 많은데서 미지수로 그려져있던 새 세상의 전모가 이 들의 모습에 구가되여있는상실었다. (그래,이 생활을 위해서 라도 운학동무가 선 대오에 들어서 야 한다. | 다음날 련화는 네명의 마을청 년들과 함께 서울로 떠 났다. 련화는 함께 떠난 청년들을 데리고 종로행전차를 타고가다가 부 민관앞에서 백색 상의에 푸른 스카트를 입은 날씬한 몸매의 녀군인 의 아릿다운 모습을 반한듯 보다가 그가 학교연예대에서 함께 노래 를 부트던 동무임을 알아보았다. 련화는 너무나 반가와 동행한 청 408 년들에 대한 자기의 체면도 잊고 달리는 전차에서 뛰여내렀다. 《옥금아 !》 《련화 !》 둘은 많은 사람들이 본다는것도 잊고 두손을 맞잡은채 빙빙 돌 아갔다. 숨돌릴만하게 되자 옥금은 그간의 련화 일을 묻고 군대 에 입대하련다는 말을 듣자 손벽까지 쳤다. 〈〈잘됐어,우리 단장동지한테 가자.》 《단장이 라니 ?》 《아이,내 정 신 봐,소개 가 늦었구나. 난 인민군협주단에 들어 갔어. 우리 단장동진 기막힌 쏘프라노인데 글도 쓰고 노래도 짓 는 예술의 대가야. 지금 사람을 더 받는중인데 반동이 아니고 웬간 한 실력이 있으면 다 받아. 북에서 온 남동무들은 다 멋쟁이야. 기 량도 보통 높잖아. 너는 절대 환영할거야. 인물 곱고 노래 잘하 니 그 남동무들이 다 너한테 반할걸.》 련화가 별로 내켜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자 옥금이는 다른 각 도로 말을 번졌다. 《이 협주단은 서울시민들앞에서 공연을 마치고 이제 전선으 로 나간다나. 그리고 대우랑 참 좋다. 옷도 공짜,먹는것도 공짜 그 저 〈대원 손옥금 만날수 있습니까?》,〈외출할만합니까?》이 런 규정보고 몇자만 알면 돼.》 련화는 마음 한구석에서 손저어부트는 그 유흑에 솔깃했으나과 연 현재의 자기가 노래부트고 춤출수 있겠는가를 생각하고 서글 피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근데 난 전선부대에 입대하려고 해.》 《응,그렇구나. 하긴 그전 우리 반에 있던 술한 애들이 군대 에 탄원했어. 참 오늘아침엔 의용군에 입대한 학생들의 시위행진까 지 있었어.》 련화는 옥금의 안내로 군대초모소로 쓰이는 안성중학교에 갔다. 입대탄원자들이 어떻게 많은지 옥금이만 아니였더면 저녁까지 기다 려도 수속할수 없었을것이였다. 두눈에 안경을 낀 소성 한알의 군관이 학생용책상에 앉아 입 409 대자들의 이름,주소를 적었다. 분명 사람들의 끊임없는 출현에 지친듯한 그는 고개를 들지 않고 이름,나이,주소,직장을 적은후 역 시 보지 않은채 〈〈부모들의 승인이 있었습니까?》라고 좀 딱딱 한 어조로 물었다. 련화는 여기서 장황한 사연을 말한다는것이 어 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네.》라고 짤막히 대답했다. 군관은 련화를 유심히 보다가 안경을 다시 낀후 문건에 무언가 적어놓고《좋습니다. 그런데 신원보증을 할 동무가 있습니까?》 하고 정색해 물었다. 련화가 마당 한구석에서 웬 녀학생과 말하는 옥금이를 소리쳐 부트자 군관은 〈〈아,알겠습니다. 저 협주단 동무가 동물 데려왔 지요.》하고는 문건 맨밑에 날자와 제 이름자를 쓰고 그아래에 멋 을 부려 수표를 하였다. 그리고는 문건을 쥐고 다시금 유심히 련화를 보다가 상냥하게 말했 다. 《우린 동무를 믿겠습니다.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는 략하기로 하고… 동무를 특별취급으로 조직에서 추천해보낸 대렬에 편입시키 겠습니다.》하며 그는 종이장을 련화에게 쥐여주며 찾아갈 방을 가 리 켜 주었다. 《잘 싸우시오.》 그는 마지막에 악수까지 청했다. 련화는 그 군관의 말대로 특별취급대상이 되여 저녁에는 벌써 군복까지 타입고 다음날 아침에는 규정학습을 했다. 오후 한것은 가족들과 친척들을 만나는 외출이 승인되여 련화 는 계동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떠나던 때 그대로였다. 련 화는 방에 걸린 거미줄들을 털어내고 방바닥에 물걸레질한후 한 바탕 울고나서 아버지에게 남기는 편지를 썼다. 집에서 입고간 옷 과 이모가 준 행 리중에서 불필요한것들을 보자기에 싸놓고 그 우에 편지를 찔러놓았다. 새벽 두시에 련화는 그 군관의 인솔밑에 30명의 신입병사들과 함께 평 택쪽으로 가는 기 차에 올랐다. 매칸마다 련화처 럼 새 군 복을 떨쳐입은 사람들로 초만원이 였다. 410 사단대 렬참모라고 하는 그 군관은 다섯명씩 조를 짜서 매 칸 으로 데리고 가서는 《의용군동무들입니다.》하고 소개를 하고는 자리를 양보해줄것을 말하였다. 그러면 그의 말이 무슨 절대의 군령처럼 되여 박수갈채가 왔 고 여기저기에서 자리들을 권했다. 차칸마다 땀내와 열기로 화끈화끈하였으나 무엇이라 이름찍지 못할 가슴설레이게 하는 환희와 랑만의 공기가 차넘치고있었다. 련화는 도릿한 얼굴에 역시 동그스름한 두눈이 무척 귀인성스 러운 녀성군인옆에 앉았다. 《성 련화라고 불러 주세 요.» 련화가 자리를 내준데 대한 사의로 머리를 수그리며 자기를 소 개하자 그 녀성군인은 숫저운 웃음을 지으며 일어설가말가 망설 이다가 《리복심이라고 해요.》하며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고나 자 복심이라는 녀인은 먼저 인사차림을 못한데서 오는것인지 약 간 헤덤비는 태도로 사과며 복숭아가 담긴 구럭을 열었다. 《좀 들라요. 달다니깐요.》 련화는 귀설은 함북사투리의 독특한 억양에 방굿 웃었다. 복심이라는 녀성도 련화가 왜 웃는지 깨달은것 같았다. 그는 웃 으며 물었다. 《내 말이 우쁘게 들려요?》 《네…》 련화는 대답하고나서 《호호.》〉하고 소리내여 웃었다. 그에게 는 복심이라는 녀자가 북에서 온 녀자라는것으로 호기심이 들뿐 아니라 첫 인상에서부터 호감이 갔다. 그들은 인츰 친숙해져 일신상의 이 야기를 조용조용 나누기 시 작하였다. 7월 5일 그처럼 경모하여마지 않던 김일성장군님을 만나된 복 심은 집에 가려던 당초의 생각을 싹 잊고말았다. 그는 폭격현장 에 나온 인민군중앙병원 간호원들을 도와 무너진 집들에서 시체 들을 꺼내고 부상당한 사람들을 날랐다. 몸매는 체소하나 담차고 영악스러운 그의 일솜씨에는 오랜 군의들도 혀를 둘렀다. 그는 야 411 전병원에 가서 비편제간병원자격 으로 부상자들을 돌보았다. 그 병원에는 전선에서 온 부상병들이 많았다. 그 부상병들은 낮이고 밤이고 침상을 지켜 궂은 일,마른 일 가리지 않으며 전투이야기 가 나올 때면 해면이 물빨아들이듯 귀기울이면서 54사에서 온 사람 이 없느냐고 묻기 도 하는 온순하면서도 암팡진 이 녀성 에 대 하여 한결같은 사랑과 동정을 기울였다. 회복된 몇명의 부상병들이 전선 으로 나가게 되였을 때 복심이도 따라가겠다고 하였다. 병원일군들은 사민인 녀자가 어떻게 갈수 있느냐고 했지만 복 심은 막무가내였다. 퇴원하는 부상병들 역시 그의 편이 되여주었다. 이렇게 되여 복심은 의례적 인 규정을 뛰여넘어 서울까지 나왔 고 여기서 정 식 군복을 타입고 전방사단 간호원으로 배치를 받았 다. 그는 어느 한 싸움터에서 건 송기덕 이앞에 보란듯이 나타나고싶 은것 이 하나의 소원 이 기 도 했 다. 《나 역시 조국을 위해 한몫 했어요.》 이 말만 자랑차게 할수 있으면 더 원이 없을것이 였다. 그래도 자기를 깔본다면 그때에는 결단코 돌아설것이다. 그리고 작별시 값 눅은 동정 으로 남기 고간 로임봉투를 그앞에 던져 버 릴 것 이 다. 복심 은 군복을 바꿔입 을 때 예 전의 옷을 다 싸서 집 에 부치 면 서도 그 돈봉투는 기덕이 주던 그대로 꽁공 싸서 안주머니 깊숙 이 감추었다. 때로 젖가슴우에 놓인 그 돈을 감촉하느라면 눈굽 이 저릿해오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그는 마음을 모질게 도사려먹 군하였다. 기차는 평택에서 더 못나갔다. 그다음부터 자동차를 타고가게 되였다. 복심은 련화와 함께 한차를 랐다. 푸름푸름하게 동터올무렵에 그들은 포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부터 마사진 포와 자동차며 철갑모따위들 을 보게 되였다. 한 갈림길에서 붉은 완장을 두른 군인들이 차를 멈춰세웠다. 《이 길로 가면 안됩 니다. 적들의 반돌격으로… 점령 당했습니다.》 푸르무레한 새 벽 빛 속에 모두의 얼굴이 희 푸른 조각상처 럼 굳 어졌 다. 412 따르락 따르락… 산발적으로 울리는 중기사격소리가 가까이에서 울러왔다. 최 현장령의 52사가 싸우는 전투지대였다. 피 뢰 6사를 격 파하고 안성 을 거 처 진천에 돌입한 최 현장령 의 52사는 문암산,소을산 계 선에 서 예 상치 않은 적 의 강한 저 항에 부및쳤다. 새로 편성된 괴뢰 수도사단이 막아나섰던것이 다. 7월 5일,적은 록본명 령 2호로서 괴 뢰 1군단 조직 을 선포하고 거 기 에 수도사단, 1보사, 2보사,5보사,7보사 다섯 개 사단을 세 개 사 단으로 재편성하여 밀어넣 었다. 괴뢰수도사단은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들,《서 북청 년단》과 《족청》깡패들,북조선에 서 땅과 공장 을 빼 앗기고 도주한자들로 구성된 1군단의 기둥사단으로서 괴뢰 군의 원로로 자처하는 김석원이 지휘하였다. 김석원은 송악산,은파 산 침공작전실패의 책임을 지고 이때까지 예비역으로 물러나있었 다. 그는 군부내에서 자기의 경쟁적수였던 채병덕이 폐전의 모든 책임을 지고 참모총장직에서 물러나는 때에 사단장의 군직을 접 수한것으로 매우 비장한 각오와 기분을 체험하고있었다. 더구나 맞다든 상대 가 자기 의 운명 에 두번씩 이 나 심한 파곡선 을 그어준 최 현장령임 을 알고 이 를 갈았다. 1937년도에는 간삼봉 에서,1949년에는 송악산과 은파산에서 최현과의 싸움에서 매번 만신창을 당하고 패 전지장이 되 였던것 이 다. 일 선대 대 의 전호에까지 나타난 그는 행리 속에 간직한 일 본도 를 뽑아들고 전투지휘에 나섰다. 그의 이런 희비극적인 만용을 만 류하는 미군고문관앞에서 김석원은 열이 나 말했다. 〈〈사이껭 (최 현)은 나의 구적 이 요. 이번까지 패 전하면 나는 살 아돌아가지 않을레요 !》 문암산방어진이 허물어지자 그는 1련대를 데리고 직접 탈환전 투에 나섰다. 후퇴 하는자는 장교이건 사병 이건 무조건 총살하였 다. 7월 10일 하루동안에만도 세명이나 쏴죽이면서 11차례의 반 돌격을 벌렸다. 한번은 문암산의 봉화대에까지 접근하기도 하였 다. 미고문관들은 이 아시아인의 조폭하고 완강한 기질에 혀를 둘 413 렀으며 맥아더는 괴뢰수도사단의 《맹전》에 대하여 격려의 무전문 까지 날려보냈다. 이 전쟁이 일어나 미군은 물론 피뢰군들에게 있 어서 하루낮 하루밤을 전투로 밝히면서 반돌격까지 한 례는 없었던 때문이였다. 그러나 이 《무사도식》반돌격은 사단유생력 량의 삼분지 일을 까마귀의 제밥으로 만드는것으로 끝나고말았다. 최현장령 이 은밀 히 기동시킨 한개 련대의 우회기습으로 김석원의 사단은 여지없 이 붕괴되였다. 패주하는 괴뢰수도사단을 다쫓아 추격전을 들이댄 최현장령의 52사는 청주북쪽의 미호천계선에서 또다시 방어를 꾀하는 괴뢰군 한개 련대를 단숨에 무찌르고 7월 13일 충청 북도 도소재지 인 청 주를 해방하였다. 그런데 사단은 차후공격을 위한 출발진지를 확보 하기 위하여 교외남쪽으로 진출하던 로정 에서 이제껏 당해보지 못한 무시무시한 포사격 에 맞다들었 다. 그때 최 현은 사단지 휘 부로 정한 도청건물의 안방에 서 참모장 이 작성한 전투보고서 를 읽 고있 었 다. 첫 폭발의 진동에 열어놓았던 창문이 요란스레 닫기며 유리창 이 박산이 나 널마루에 쏟아져내렸다. 《6련대 쪽입니다.》 사단참모장이 낯색 이 확 변하여 소리쳤 다. 마치 그의 말을 증 명이나 하는듯 6련대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련대의 선두공격구분대 들이 대구경곡사포화력권에 들었다는것이였다. 최현이 그 사격권 에서 벗어나라는 지시를 내리고 송수화기를 놓자마자 따르릉 하 고 또다시 전화기 가 울어 댔 다. 4련대 에 서 오는것이 였 다. 《30번 보고합니다. 련대공격전방에 두개 대대가 새로 나타났 습니 다. 적 의 참호계 선까지 는 인발지 뢰 와 반땅크지 뢰원으로 되 여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강력한 포병대대들과 두개 련대의 적과 대 치 한셈 입 니 다. » 정 찰에 없 던 새 로운 정 황에 최 현은 아래입 술에 이 발을 박은채 17련대를 찾았다. 17련대 형편도 방금 전화한 4련대나 다름없었 다. 거기엔 한개 공격대대의 전방에만도 열다섯개의 토목화점이 막 아나섰다고 했다. 그런데 다가 한개 중대 가 나가는 말구령협곡같 은데 로는 두개 대대의 력 량으로 반돌격 까지 해온다는것 이 였다. 《11번동지,사단포나 싸마호트(자동포)의 지원없이는 공격이 거의 불가능할것 같습니다.》 《이보 련대 장,동무넨 왜 그모양이요 ? 6련대 나 4련대는 동무 네보다 곱절 어 려 운데 도 끄떡 않고있소. 그러 지 말고 참을인자 세 개 를 새기오. 세개를 ! 알았소. 그러면 듣소. 이제부터 전면공격을 당장 중단하고 차후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대별 구간에서 전투정찰 을 하시 오. )} 전화를 끊고난 최현은 다시 전투보고서를 펼쳤으나 별반 글줄 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6련대전방에서 울리는 포소리는 계속 높 아만갔다. 최현의 머리에는 불길한 예감이 시퍼런 빛줄기처럼 지나 갔다. 좀전에 받은 피반령계선에 나간 사단정찰조로부터 보내온 보 고가 사실이라는데 주의가 미쳤다. 그는 웃주머니에 구겨넣었던 그 무선수신지를 꺼내 펼쳤다. 《사단장동지 앞. 피반령 은 괴 뢰1군단의 수도사단을 중심 으로 좌익 은 1보사 13련 대,우익은 2보사,1사 11련대 와 12련대는 보은계 선에 예비대로 있 음. 적은 종장방어체 계형 성 … 미25사의 장비기재 로 된 대구경곡 사포 두개 대대 가 좌표 15,20 독립 바위릉선에 배치 …》 최현은 책상가넉에 놓아두었던 모자를 푹 눌러쓰며 일어섰다. 《참모장동무,피 반령정 찰조와 무선결속을 하여 그 곡사폰지 원지 하는걸 깔수 없는가 알아보시오.》 《어데 가시렵니까?》 《6련대에 나가보겠소.》 《보고서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건 좀 두고보기요. 우리의 결심이 명백히 서지 못하지 않았 소. 우선 6련대 의 공격안을 익혀보오.》 최현은 예견했던 정황중에서 최악의 경우가 도래했음을 알았다. 7월 11일부 전선사령관의 명령에서 최현사단은 늦어도 4〜5일안 으로 보은계선에 진출하여 대 전동남쪽을 포위 하기 로 되 여있었다. 그런데 적은 벌써 그 기미를 알아차리고 한개 군단의 장벽으로 앞 을 막은것이다. (침 착하자. 다시 금 잘 생 각해 보자. ) 최현은 자칫 잘못하면 사단이 이 막강한 화력 앞에서 전멸당할 수 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찌는듯 무더운 날씨였다. 최현은 아직 수색전투가 한창인 도 시의 중심부를 질러 교외남쪽으로 차를 몰게 했다. 늘 흐리던 하늘 이 활짝 개이고 해빛이 쨋쨋이 내리비쳤다. 교외의 들판에서는 그 해빛보다 더 눈부신 섬광이 일며 폭음과 함께 거대한 불기둥을 일 으켰다. 그 불기둥은 단번에 수십개씩 하늘로 뻗치다가는 무너져내 리며 짙은 연기와 흙비를 뿌리였다. 《이젠 더 못가겠습니다.》 운전사가 제동변을 잡아당겼다. 마치 그의 결심이 옳다는것을 증명 이나 하듯 공기를 째며 날아오던 파편 하나가 앞에 선 가로 수의 밋밋한 가지 한대를 뭉청 잘라냈다. 더위에 처진 가로수의 떡잎이 길옆 도랑물에 잠겨드는것을 바 라보던 최현은 가슴에 건 쌍안경줄을 바로잡으며 포탄이 작렬하 는 벌판에 눈길을 돌렸다. 포탄은 벌판끝에 어슴푸레 보이는 산너머 멀리서 날아오고있 었다. 최현은 벌판을 따라 나란히 질러간 달구지길을 보고 그리 로 차를 몰라고 했다. 부관과 운전사가 위험하다고 하자 최현은 성 을 내였다. 《몰라면 몰아.》 차는 포탄의 폭발로 운무가 낀듯 뽀얀 벌판을 따라 달렸다. 둔 덕과 응뎅 이들에 포사격을 피해 음폐한 군인들이 놀라운 눈길로 최 현을 바라보았다. 비온 뒤끝이라 온통 물투성인데 다가 삐죽삐죽 돌 들이 대가리를 쳐든 길이여서 차는 몹시 들추었다. 최현은 자주 엉 덩방아를 찜으면서도 그 벌판의 끝머리에 거뭇하게 보이는 산에 서 한초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뒤가 피반령인것이 였다. 최현은 적들이 미리부터 준비한 포진지에서 이미 계산해놓은 416 제원으로 면적사격을 하고있음을 판단했다. 적의 포지휘감시소는 벌판끝에 있는 산에 있을것이였다. 그리고 적의 포병대지휘관이 벌 판에 서린 화염과 포연때문에 자기가 탄 차를 보지 못하고있으므로 포사격을 유도하지 못한다는것도 알았다. 최현이 무심천언덕아래의 6련대지휘부에 갔을 때 포사격이 멎 었 다. 천막도 없 이 큰바위옆에 모포를 깔고앉은 흡사 굴뚝소제 를 하다나온것 같이 새까맣게 된 련대장은 최현이 차를 세우고 걸어올 때 까지 전화통을 마주하고 뭐 라 분주스럽 게 설명하다가 《다 무 사했소 ?》하는 소리 에 놀라며 일 어 섰다. 바지 한귀 통이가 찢 어 져 허연 내의가 드러나보였다. 그는 찢어진 바지를 감아쥐며 그 황 급한 동작속에 서도 송수화기 에 대 고《여 기 오셨습니 다.》하고는 보고를 하였다. 《앉소. 앉아서 말하오. 누구요?》 최 현은 싸늘한 바위 밑 에 기 대앉으며 전화통을 가리켰다. 련대 장은 어두운 얼굴로 사단참모장에게 정황보고를 했음을 말했다. 《희생자가 있소?》 《네,열세명 이 …》 최현은 몽몽한 연기 와 먼지 의 장벽 이 일떠서있는 벌판을 바라 보다가 아무말없이 모자전에 꽂아둔 실과 바늘을 뽑아들었다. 《찢 겨진 바지를 김 기요. 련대장이 꼴이 뭐요.》 그는 망설이는 련대장의 다리를 잡아당겼다. 《결심을 말하오.》 최현은 아무런 바쁜 일도 없는 사람처럼 천천히 바늘을 꿰며 물 었 다. 6련대장은 련대가 개활지대로 포복전진을 하는데 불시에 포탄 이 날아왔다는것,이때껏 겪 어보지 못한 대구경포탄이므로 기미가 이 상해 급히 련대 를 철 수시 켰 다는것 을 띠염 띠염 말했 다. 《그래 이젠 어떻게 하겠소?》 《뚫러볼만한곳을 찾아 정찰을 파견했는데 신통한곳이 없습 니 다. » 《신통한데 야 어 데 있겠소 ? 그래 도 이앞이 제 일 허 술할게 요. 417 포를 유독 동무네쪽에만 쓴다는것은 적들이 이앞에 방어를 제대 로 못꾸렀다는것을 의미하지 ?》 《섯 !》하는 웨침 이 을렀다. 최현은 열댓 메터 떨 어 져 서 있는 보초병앞에 2명 의 전사가 군 복앞자락에 원가 싸들어안고 서있는것을 보았다. 역시 련대장처럼 옷과 얼굴이 까닿고 입술만 깨끗할 정도로 붉 은 두 전사는 사단장을 알아보고 뻣뻣이 굳어졌다. 《뭐요?》 《저… 우리 중대장동지가 련대부에 참외를 가져가라고 해서 왔 습니다.》〉 《참외는 무슨 참외요?》 련대장이 큰소리치는것을 보고 최현은 싱굿 웃으며 전사들에 게 손짓하였다. 《가져 오우. )) 전사들은 최현과 련대장을 힐끔힐끔 보며 다가와서는 풀발에 무 릎을 끓고 쏟아놓았다. 각 하나를 단 군인이 최현의 웃음떤 눈길을 보자 용기를 내며 말하였다. 《참 맛있습니다.》 하면서도 무슨 추궁이 내리지나 않을가 하는듯 조심스레 눈치 를 살폈다. 최현은 아무것도 입에 멜 기분이 없었으나 숫저운 전사 들때문에 하나 들었다. 《어데서 난거요?》 〈〈정 찰을 나갔다가 땄습니 다. » 〈〈그곳이 어데요?》 최현의 눈빛이 긴장되였다. 《저一기 입 니 다. » 각 하나를 단 군인이 되돌아서 가리키는곳은 널직한 골짜기 였 다. 몽몽한 연기에 덮이여 잘 알아볼수 없으나 최현은 거기가 수도 사단과 1사의 린접점임을 알았다. 최현은 가슴이 널뛰듯해졌다. 《그래 참외발에 적이 없던가?》 418 두 군인이 얼떠름한 기색으로 마주보았다. 각 하나를 단 군인 은 사단장의 범연치 않은 기색에 주저주저하다가 말했다. 《없는것 같습니다. 저흰 저 왼쪽견의 고지로 나가 위력정찰 을 했습니다. 적의 사격이 너무 심해 골짜기로 내리뛰다가 이 참외 발에 잠시 엎드려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거긴 적이 없는것이 아닌가?》 《네,그런것 같습니다. 아니,그렇습니다. 저흰 너무 당황해서一》 《그래도 참왼 따지 않았는가?》 최현이 웃자 군인들도 따라웃었다. 《사단장동지,저희가 다시 나가보겠습니다. 우린 고지에만 신 경을 썼댔습니다.》 《골짜기 라 ? I •■•» 최현은 참외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다가 주머니를 급히 뒤졌다. 그리고 담배갑을 꺼내였다. 《하여튼 고맙소. 수고스레 가져온 참외를 그대로 먹을수 없지. 이거나 가져다 피우오. 그리고…》 최현은 입이 쩍 벌어져 벙글거리는 상등병의 손에 억지다싶이 담배를 쥐여주고 《동무네 중대장한테 가서 말하오. 사단장권한 으로 동무들에게 감사를 준다고一》 《네?…》 전사는 차렷하고 섰으나 너무나 뜻밖의 일이라 어쩔바를 모르 다가《조국을 위하여 복무함 !》이라고 웨쳤다. 최현은 짐짓 눈섭 을 찌프렀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걸 들고다니는건 찬성이 아니야. 동무네 가 나에게 월 이깨워줬기때문에 주는 감사야.》 최현은 기삐서 달려가는 전사들을 보다가 련대장에게 고개를 돌 렀 다. 《알겠소? 저놈의 골짜기가 우릴 도울것 같애. 저길 뚫러야 겠소.》 《적들이 잠복을 깔아두고 모른척하지 않았을가요?》 《허,동줄이 빠져 도망치던녀석들이 그럴 계제가 있소? 두가 419 지요. 하나는 사단린접점이기때문에 미처 주의가 돌아가지 않아 배 치를 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고지사이에 난 골짜기라는것으로 등 한시했을것이요. 일반적으로 저런 골짜기로 들어가는것은 전멸을 의 미 하니 까. 하여 튼 이 즉시 다시 정 찰을 해 보오.» 《알겠습니 다.» 《만약 거기가 구멍이라면… 일은 먹고 떨어지 오. )) 최현은 통쾌하게 껄껄 웃었다. 그리고 참외를 무르팍에 쳐 두 쪽으로 나누어 련대장에게 내여밀었다. 《먹기요.》 되돌아올 때 최현의 마음은 가벼워졌다. 물론 최현은 6련대가 성공된다 해도 결정적인것이 못되며 일 정 한 지 역을 점 령 하는것으로만 끝날것이며 일단 1참호나 2참호를 점령한후에는 또다시 전진이 좌절될수 있다는것을 모르지 않았으나 전혀 나갈수 없는 형 편에 서 단 몇 메터 라도 전진할 방안이 나온것 으 로 기쁨을 느꼈던것이다. 커다란 느티나무아래서 최현은 불시에 차를 멈춰세우라고 했다. 분명 울음소리를 들은것 같았다. 차에서 뛰여내린 그는 부서 진 돌멩이조박들과 풀잎들이 널린 달구지길을 따라 걷다가 흠칫 하 고 걸음을 멈추었다. 《복심동무! 복심동무!》 모자도 없이 온몸에 검댕이를 뒤집어쓴 녀성군인이 풀발에 누 운 한 군인을 정신없이 소리쳐 부트고있었다. 그옆에서는 다리에 붕대를 동인 장대 한 체 격의 하사관이 그 우악진 손으로 잔디 풀을 곽 그러쥔채 어깨를 떨고있었다. 최현이 가까이 가자 《복심동무 !》를 부트던 녀자가 눈물을 닦 으며 일어섰다. 잔디풀을 잡아뜯던 하사관은 사단장을 알아보고 일 어서려다 말고 《사단장동지 !》하고는 입귀를 이지러뜨렸다. 최현은 풀발에 누워있는 녀인을 내려다보았다. 왼련가슴을 가 로질러 동인 붕대에 동전잎만한 피자국이 새겨졌는데 녀인의 눈은 목 감겨 있었다. 그 얼굴을 찬찬히 여겨보던 최현은 깜짝 놀랐다. 〈〈이 동무 이름이 뭐라구?》 420 〈〈리 복심 입니다.》 가날픈 몸매의 처녀는 슬픔에 떨리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최현은 자기 눈앞에 의식을 잃은채 누워있는 녀자가 다름아닌 20여 일전 평 양 전차안에서 만난 녀자임을 알아보았다. 《어떻게 된 일이요?》 최 현은 무너 지 듯 주저 앉으며 복심 이의 손목을 잡았다. 맥 박을 가늠하려 했으나 전혀 감각이 없었다. 그러나 이따금 눈시울이 움 직이는것으로 봐 아직 숨이 멎지 않음을 알수 있었다. 《사단장동지,저 때 문입 니 다.》 하사관이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쳐들고 힘겹게 말했다. 《이 동문 저를 살리느라고… 부상당한 저를 끌어내다가 포탄 이 떨 어지 자 몸으로 저를 덮었습니 다. » 최현은 말없이 일어서 련락병과 부관에게 이들을 차에 실어 후 송하라고 하였다. 그는 차를 타고가면서 서럽게 우는 성련화라고 부트는 간호원을 통해 이 들이 아침 도 안먹 고 종일 뛰 여다니 면서 열 아홉명의 부상병을 구원한것이며 복심이가 평양에서 장군님을 만나 퇴옵고 그후 입대했다는 사실을 들었다. 최현은 가슴이 쓰렸다. 평화스러운 저녁의 수도풍경과 더불어 보꾸레미를 안은채 넘 어져 어쩔바를 모르던 이 녀인의 순진스런 모습이 떠오르며 코등이 저 릿 해 올랐다. (전쟁은 숫스러운 새각시같던 이 녀자마저 싸움터에 나서게 하 였다.) 최현의 얼굴은 먹장처 럼 질려있었다. 그는 복심이를 진찰대 에 놓히는것까지 본후 군의소장에게 무조건 살려내라는 명령을 주고 뛰다싶이 돌아나왔다. 사단참모장은 수정보충한 〈〈전투보고서》를 놓고 최현을 기 다 리고있었다. 작전참모들과의 협의끝에 채택된 보고서는 최현의 의도대로 6련대의 습격전투를 위한 계획 이 구체적으로 반영되여 있었 다. 최현은 손바닥으로 얼굴과 눈을 문다지고(그는 이로써 아직도 421 눈에 서물거 리는 복심이라는 녀대원의 강렬한 인상을 지우려 했 다. ) 보고서철을 펼쳤다. 그는 사단병력수가 적힌것을 보고 손가락 으로 그 수자를 가리켰다. 《이건 병력을 더 달라는거요?》 《우린 편제 에 비 해 서 2,500명 이 모자랍니 다. 현재 사단력 량 은 괴뢰군 사단에 비해 삼분지 이밖에 되지 않습니다.》 최현은 색연필을 집 어들었다. 병력요청을 바라는 참모장의 속 심을 빤히 넘겨다보면서 그대로 두는것은 비렬한 일이라고 생각 했 다. 그러나 우에서 실태를 알아야지 않는가,그것은 규정적보고인 이 상 뒤뒤 야 하지 않는가 하는 목소리에 주저했다. 결국 그는 색 연필을 그대로 든채 아래부분을 마저 읽 었다. 사단과 련대들에서 료해 한 적정 분석,피 반령계선의 적병 력집중 에 대해서는 완전히 확인된 사실처럼 《…피반령엔 괴뢰1군단의 수 도사단,1사,2사 3개 사단이 견고한 방어 진을 구축하였는바…》라 고 쓴데 서 부터 최 현은 미 간을 잔뜩 찜 그리 였 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대목은 그아래에 있었다. … 이 런 정 황으로 하여 현재 사단의 능력 으로는 7월 8일,7월 11일 전선사령부 명령에서 지적된 목표를 명령된 시간내에 점령 할수 없음을 보고드립니다. … 《이게 뭐요 !》 최 현은 자기 를 억 제하지 못하고 소리 쳤 다. 사단참모장과 작전 과장은 약속한듯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수그렀다. 최현은 색연필로 그 대목을 벅벅 그어버렀다. 연필알이 부러 져 나갔다. 그는 터 져오르는 분기를 간신히 억제 하고 그밑을 마저 읽었 다. …현재상태에서 피반령공격을 수행하자면 최소한으로 한개 사 단의 병력과 장비,두개 련대이상의 땅크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 다. … 최현은 담배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피우지는 않았다. 담배를 만 지작거 리 기만 하였다. 담배대는 손가락에서 흙먼지처 럼 부스러져 422 떨어져내 렀다. 최현은 종이까지 가루처럼 만들어버 리고 소리나게 손을 털었다. 이렇게 그는 자기 분노를 진정시켰다. 최현의 눈에 퍼런 빛이 번쩍이는것을 두려읍게 보던 참모장은 안경을 벗어 매만지는것으로 위압되는 자기를 다잡으며 매우 침 착히 말했다. 《사단장동지,그건 현재의 상태에서 반드시 필요한 수자입니 다. 객관적인 분석에一》 《객 관이 고 손님 관이 고 걷어 치 우오.» 《전선사령부에서 이 실태를 알고있어 야 한다고 봅니 다.》 《그래 알면 어떻게 한다는거요? 떤하고 맞불어 힘내기를 하 는 쪽에 대고 땅크랑 사단이랑 보내달라는거야? 그럼 거기는 어찌 는가. 아니 하늘에서 군대와 땅크가 떨어져내릴걸 생각하나. 결 국 못하겠다는 우는 소리지,무슨 소리야,응?》 최현은 책상을 쳤다. 오동나무로 만든 책상은 피 아노의 건반 을 한꺼번에 때릴 때처럼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였다. 그 소리에 최 현은 자기 입술을 깨물며 말을 삼켰다. 그는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앉으시오.》 최현은 그때까지 참모장과 작전파장이 서있다는것을 새삼스럽 게 느끼였다. 소리를 낮춰 부드럽게 말하려 했으나 말소리가 갈 리여 거칠어졌다. 최현은 자기가 왜 이처럼 자신을 다잡지 못하게 예민하여졌는 가를 생각하며 다시 전투보고서를 내려다보았다. 《…지원이 필 요하다고 생각합니다.》하는 글줄이 방금전과는 다른 의미로 해석 되였다. (생각한것은 우에다 말할수 있잖을가. 그러나 한개 사단과 두 개의 땅크련대… 이건 너무하다.) 최현은 만년필을 꺼내들고 그 한개 사단과 땅크라는것만은 지 워버렸다. 그리고 다시 읽어보니 《지원이 필요》라는 글줄이 마음 에 맞지 않았다. (결국 더 달라는 수작질이지. 최현 。 h 너도 구차하게 되였구나.) 423 최현은 입귀를 이지러뜨리며 지원이 필요하다는 대목마저 지 워버리러다가 멈칫하고 동작을 멈췄다. 그러자 수자들이,군사작전과 전술의 초보적규범들이 일시에 그의 사색에 뛰여들었다. 《1대 4…》 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 렀다. 참모장과 작전과장이 의 아스럽 게 지켜본다는것도 느끼지 못했다. 최현은 자기의 사단이 4배의 적과 맞다들었다는것을 우연스럽 게 입에 올린것이였다. 유격대시절부터 수십배의 적과 싸워버릇 한 최현에게 4배라는 적이 결코 두려운것은 아니였다. 그러나 지금 의 전투는 유리한 때는 적을 치고 필요한 경우에 물러서는 자유 자재한 유격활동이 아니다. 엄연히 전선을 유지하며 적을 소멸할뿐 아니라 한치한치의 땅을 해방하고 그자리를 지키는것이다. 물론 최 현은 정 규전이 라 해 도 방어 력 량보다 공격 력 량이 3배 우세할 때 만 공격 한다는 리 론같은것은 거 들떠보지 도 않았다. 이번 전쟁자체가 사실로써 그것을 중명했다. 최현의 뇌리에는 전쟁 첫날부터 오늘까지의 적과의 력 량상대비가 구체적전투정황 과 엇섞여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춘천을 해방하고 나올 때만도 1대 1이였다. 진천계선에 이르렀을 때 다 부서져나간 피뢰6사대 신 재정비된 수도사단과 경찰대와 마주섰을 때 력량상 아군 하나에 적이 둘로 되자 전투는 어려워졌다. 그때 최현은 물론 모든 전사들 이 마지막힘까지 다해 싸웠다. 그런데 이제는 적이 넷이다. 싸움을 의지와 담력,지혜 의 대결로 보면서도 전술적계산에 밝은 최현은 사 단참모부가 머리를 짜 만든 이 보고서가 결코 비겁쟁이의 우는 소 리가 아닌 매우 과학적 인것임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지원요청대목을 그대로 두는것이 옳지 않겠는가 생각하 였다. 최현장령도 결심이 흔들릴 때가 있다는 뒤말쯤은 두렵지 않 았다. 그러나 그는 생 각과 달리 그부분을 모조리 그어버 렀다. 매우 힘겹게 글자 하나하나를 다 지워버린 그는 큰일을 해제낀 사람처럼 모두숨을 내쉬였다. 그리고는 매우 미안스러운 거의 어줍은 기색으 로 참모장과 작전과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424 《사단장 권한으로 이런 독단을 하는데 대하여 … 량해를 바라오.》 성미가 드센 장령에게서 이런 말을 처음으로 듣는 사단 참모 장과 작전과장은 몹시 놀라는 기색이였다. 최현은 그런것에는 아랑 곳않고 생 각깊은 어 조로 계속했다. 《동무들의 분석은 정확하면서도 또 틀리기도 하오. 그것이 무 슨 아까데미에서 토론되는 작전전술리론이라면 매우 훌륭한 분석일 거요. 그러나 이미 명령을 받은 집행자의 눈으로 보면 틀린것이요. 명령에 대해서는 그것을 할수 있는가 없는가를 론하는 사람이 아니 라 반드시 하겠다,그러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하는것만 생각하는 사 람이 되여야 하오. 동무들은 전선사령부에서 내린 명령을 가지고 흥정하려드는데 그래서는 안되오. 그 명령은 곧 장군님께서 내리신 명령이 아니 겠소. 장군님께서 내리신 명령은 꼭 할수 있으며 또 죽더라도 해야 되는것이요. 나는 이제껏 그렇게 싸워왔소. 그렇게 싸워 실패한 적이 없었으며 매번 죽음을 각오했지만 살았소. 장군님께서는 우리 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신단말이요. 우리 장군님께서는一》 최현의 목청이 갑자기 떨리며 눈굽이 불깃해졌다. 그는 흥분을 내 리누르며 주먹을 꽉 부르쥐고 안깐힘을 쓰다가 힘주어 말했다. 《명령에 제시된 전투계획은 변경시키지 않겠소. 지원요청도 빼 겠소. 반대 없소?》 《알겠습니 다,사단장동지 !》 한시간후 최현은 련대장이상 모인 자리에서 새로운 전투계획 을 발표하였 다. 6련대 를 주공으로 사단공격 전투를 단행 하기 위한 그의 결심은 다음과 같았다. 4련대와 17련대는 어두울무렵부터 소구분대들의 산발적인 공 격 으로써 적 의 시 선을 끌어당긴다. 6련대 는 적 의 대 구경 포진지 를 습격하는 시 간을 기 준으로 미 리 준비 시 킨 대대 를 참외발골짜기 로 진입시켜 적의 종심을 뚫는다. 적들이 그 대대의 기습을 알아차 리고 력량을 거기에 집중시킬 때 6련대가 공격에 진입하여 그들 을 지 원한다. 그때에 4련대와 17련대는 6련대의 린접을 보장하고 있다가 변화되는 정황에 맞게 좌우로 우회하여 나가던가 6련대 가 개 425 척 한 통로로 계속 진격 한다. 이 계획 실현의 성과여부는 전적으로 첨입대대의 역할에 달려 있었다. 온 전선에 소동을 일군 름을 타 종심깊숙이 들어간다는 것도 문제지만 일정한 교두보를 확보하고 주력 이 올 때까지 견지한 다는것도 희생을 각오하는 결 사전 이 였 다. 《어느 대대를 보내겠소?》 마지막으로 이것을 물을 때 최현은 얼굴기색이 좋지 않았다. 그 는 6련대장의 대답이 어떻게 나오리라는것을 빤히 알고있었기때 문이였고 그가 예 상한것과는 다른 대대 가 찍혀졌으면 하고 바라 는 자기 의 속심 이 거 북하여 눈살까지 찌 프린것이 였다. 아닐세라 6련대장은 오래 생각지 않고 대답하였다. 《박로수동무의 대대를 보내겠습니다. 그런데서 경험도 있고 그 들은 벌써 낌새를 말고 련대정찰과 함께 참외밭을 돌아봤습니다.》 방안의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박로수에 대해 서는 모든 부직 간부들이 깊은 믿음과 신뢰 를 가지 고있는것 이 였다. 《동무넨 왜 2대대밖에 없소?》 최현은 목구멍에까지 치밀어오르는 이 말을 간신히 참았다. 그 는 련대에 가서 보고 결정을 짓자고 결심하였다. 최현에게는 오 랜 싸움과정에 미신이라고 할수도 있는 《예감》이 있었다. 그저께 청주전투를 앞둔 공격출발진지에서 최현은 잠시동안 박로수를 만날 수 있었다. 〈〈명혜한테서 편지가 왔나?》 최현은 인사말로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박로수의 얼굴색이 좋 아보이지 않았다. 《전쟁판에 편지 가 그렇게 쉽게 오겠습니까 ?》 《하긴 그렇지.》 최현은 겉으로는 긍정했으나 속으로는 약간 의 아해 졌다. 영헤 의 처지에서는 하루에도 몇번씩 드나드는 최고사령부기통을 얼마든 지 리용할수 있으니만치 오히려 평화시보다 편지가 빨리 올수도 있 는것이다. 그는 박로수도 필경 이쯤한것은 알리라고 생각하였다. 《저… 사단장동지 ! 후날 오영헤동무를 만나면 저에 대해서… 426 얘길… 하겠습니까?》 《거 야 해 야지 . » 《사단장동지,영헤동문 요구성이 높습니다. 춘천에서의 저의 잘못을 용서 안할것 입 니 다.» 《원,이런 바보라구야. 그래 몇시간 철직된것을 써보냈는가?》 《네.》 《알고보니 쑥이야. 남자란게 녀자한테 그렇게 오밀조밀 다 보 고하면 어 찌 하나. 하여 튼 후날 그건 내 가 말해 줘 . 》 《고맙습니 다.» 그때 박로수의 목소리는 분명 떨 리는것 같았다. … 회의가 끝난후 최현은 6련대장을 한발 앞서보내고 군의소에 전 화를 걸었다. 복심이의 진찰결과를 알고싶어서였다. 군의소장은 방 금전에 서 울로 가는 차편에 복심이 를 후송해 보냈 다고 하였다. 《파편이 심장근처에 박혔기에 우리로서는 수술할 능력 이 없 었습니다. 희망은… 별로 없습니다.》 최현은 맥이 풀렸고 마음이 우울해지였다. 복심이의 해쏙한 얼 굴과 박로수의 얼굴이 한데 겹쳐 빙빙 돌아갔다. 6련대지휘부까 지 가면서 최현은 줄곧 갈마드는 불안스런 생각에 눌러 마음의 안 정을 얻지 못했다. 주먹같은 비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져내리기 시작 하였다. 개였다가는 흐리고 흐렸다가는 개이는 변덕스러운 장마 날씨였다. 7월 11일이후 전선사령부의 시선은 금강에 쓸려있었다. 김책은 전선사령관으로 임명된 첫날부터 금강을 연구하였다. 최고사령관 김일성 동지께서는 적들이 그 천연적인 하수장애를 리용하여 강력한 방어진을 꾸릴것이고 그것이 주타격방향부대들의 전진로상에서 제 일 큰 암초로 될것 이 라고 말씀하셨다. 김책 도 그렇게 생 각하였 다. 그는 금강의 자연지리적인 특성은 물론 그 강의 력사와 유래에 까지 관심을 돌렀다. 최 고사령 관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대 전해 방작전을 준비하시 며 명 령 051호로 강행도하를 잘할데 대하여 특별히 강조하시였다. 김 427 책은 그 명령을 접수한뒤로부터는 전선사령부 정찰을 통해 매일 이 다싶이 금강의 방어 진지굴설정형 을 알아보았다. 금강은 장마비로 하여 그 수심과 너비가 최대로 불어있었다. 좁 은목이 라 해 도 300〜400메터 에 이 르렀고 제 일 열 은 여 울도 깊 이 가 1.5 메 터를 넘었다. 적 들은 연연 수십 키 로메터 의 금강을 포와 땅크,영 구화점 과 토 목화점,지뢰와 탐조등… 등 온갖 최신식전투기술기재로 요새처럼 꾸렀다. 도교와 대전 방송에서는 금강방어선을 3년간은 끄떡 없이 견지할수 있는 《불퇴 의 선》으로 선포했 다. 김책은 한강전투의 교훈으로부터 금강의 다리들을 점거할 결 심을 하였다. 다리만 확보하면 땅크와 보병의 련합돌격으로 파구를 조성할것 이 고 그렇게 교두보만 엄으면 시 간적 으로 좀 지체되는 감이 있어도 도하에 성공할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광정리를 해 방한 54사가 금강 북안으로 진출하였을 때 공주로 통하는 금강교가 불덩 이 로 화하여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와 거 의 동시 에 태평리 의 금남교,신촌의 철교가 폭파되 였다. 떤의 공병 대 가 선손을 쓴것 이 였 다. 배 마저 모조리 끌어가던가 불태워버 렸다. 이 것은 12일밤에 있은 일이였다. 김책은 그 보고를 받은 즉시 모든 신변 및 지방기자재를 총동 원하고 적들의 방어시설물과 빈집들을 털어서라도 도하기재를 준비 할것 을 명 령하였 다. 그러 나 그렇 게 준비한 도하기 자재 들은 하루 밤사이 쏟아진 폭우로 떼홍수가 진 물에 거의다 떠내려가고말았다. 비줄기가 억수로 드리운 무딥고 습한 밤이였다. 김책은 금강 에 나가있었다. 거기서 그는 새롭게 생나무를 찍어 무은 떼가 두세 사람이 타기바쁘게 물에 가라앉는것을 목격하였다. 그러나 그를 더 욱 위 협 하는것은 금강대 안의 방어 진이 였다. 뿌리채 뽑힌 나무들이 둥둥 떠내려가는 검푸른 강물우로는 람 조등이 시허연 빛줄기를 휘두르고있었고 연신 튀여오르는 조명탄에 제방돌의 이끼와 개버들의 아지까지 환히 드러났다. 강물우에 떠내 려 오는 뿌리 채 뽑힌 나무며 풀단들이 탐조등에 포착되 면 위혁 사 격 인지 심 심풀인지 적 의 기 관총과 포들이 우박같은 사격 을 들이 428 대군하였다. 그렇게 되면 거기엔 부글부글 끓는 물거품만이 남을뿐 이였다. 새로 전개한 53사도 같은 형편이였다. 김책은 차를 타기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강안을 따라 수십리를 오르내 렸으나 어데 라 없이 빈틈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주변인민들의 방조를 받아서라도 도하준비를 무조건 끝내라는 명령을 떨구고 돌아섰다. 그의 심정 은 비내 리는 날씨 나 다름없었다. 도계리를 지 나면서부터 길에는 53사 군인들로 꽉 덮여있었다. 모든 전사들이 무거운 배낭외에 널 판이 며 새 끼 통구리같은것 을 메 고있 었 다. 군대 대 렬 중간중간에 는 머리에 수건을 질끈 동인 농민들이 집재목이며 통나무따위를 실 은 달구지들을 몰고 버젓 이 렬을 지 어가고있었다. 김책은 갈림길목에서 인민군경무관과 싸우는 한 달구지군을 목격하고 차를 세웠다. 전조등에 얼핏 드러난 턱수염을 길게 기 른 농민의 얼굴은 쉰이 썩 넘어보였다. 한손으로 소코뚜레를 쥔채 경무관을 삿대질하며 소리치는 농 민의 두눈은 불빛에 화경처럼 번쩍였다. 《이녁은 아무리 장교라도… 그럼 못쓰네. 그래 내 아들,내 며 느리 원쑤를 갚자는데 무슨 훼방인가. 엉,말해보게.》 소리칠 때마다 볼수염에 맺힌 비방울이 떨어져내렸다. 경무관 은 억이 막힌듯 비죽이 웃다가 김책의 차에서 비치는 전조등빛에 한손을 눈에 가져가며 습관적으로 통과신호를 했 다. 김책은 불을 죽이게 하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말싸움에 대하여 호기 심을 가지고 떠드는 전사들의 말이 둘렀다. 《저 아바인 대대장감이 군.》 《뭣때문에 그런다나?》 《도하전투에 참가하겠 다는거 지 . 》 김책은 전지불로 달구지 를 얼핏 비쳐보았다. 까뭇한 널판들이 가득 쌓인우에 백 동장식 이 번쩍거 리는 장농이 바줄에 동여 있었다. 《무슨 일들이요?》 김 책 이 묻자 경 무관은 불의 에 나타난 장령 앞에 서 당황함을 금 치 못하며 말했다. 《장령동지 ! 도하기재준비로 사민들을 통과시키라는 명령을 받 429 았습니 다. » 《알고있소. 그런데 왜 이렇게 지체시키오.》 《저… 장령동지,명령에는 인민들의 재산에 침해가 되지 않게… 즉 쓸만한 가구같은것은 절대 받지 않게 되 였습니다. 그런데 이 아 바이는 고급장농까지 가지 고나왔습니 다. 그래,안된다고 하니一》 〈〈장관어른一》 눈을 감츠리고 대화를 엿듣던 털부숭이 농군이 한걸음 다가서 며 허리를 굽석했다. 《부탁이웨다. 미국놈들이 한주일전에 내 아들,며느리서전 다 죽였수다. 난 홀몸이웨 다. 그래 이 늙은게 저 장농은 해서 무엇 한단말이웨까? 좀전에 인민군대어른들이 문을 두드리며 〈주인 님,금강을 건느는데 떼무을 감이 없습니까. 돈을 드릴레니 널판 같은것이 있으면 팔아주십시오.〉 하는것이 아니겠소. 아,내 원 쑤를 갚으러 가는 사람들이 글쎄 널판을 사겠다고 한단말입 니다. 집 을 다 헐 어 가도 그놈들만 족치면 내 기 삐 만세를 부트겠는데_ 그래서 내 집에 덕대랑 가시대랑 다 부셔가져오는데… 저 젊은이는 물건 중한건 알지만 마음 상하는건 모른단말이우다…》 턱을 덜덜 떨며 하는 농민의 진정어린 말에 김책은 사뭇 격정 을 금할수 없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이 군관동무를 탓하지 마십시오. 우리 인 민군대는 인민들한테서 실 한오리 마음대로 써서는 안되게 되였 고 그것을 어기면 처벌을 받게 됨니다. 지금은 부득불 이렇게 신세 를 집니다만 저런 집안의 가보까지야 어찌 쓰겠습니까. 그러니 장 농만은 그만두십시오.》 《장관어른,왜 이 마음을 그리 몰라중니까. 그렇지 않아도 난 김일성장군님의 군대들이 어떠한가를 잘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저 장궤도 부셔가지고 올가 하다가… 고쳐 생 각했지요. 저 장궤 로 말하면 우리 고조할아버지가 만든것인데 바다에 띄워놓아도 물 한방울 새지 않습니다. 갑오경장때 우리 할아버지가 왜놈군대를 피해 저 궤짝에 들어가 물우에서 사흘을 살았는데 끄떡 않더랍니 다. … 자,그럼 장관어른,난 갑네 다. )} 430 그는 경무관쯤은 아랑곳않고 호기있게 소를 끄당기였다. 《이 랴 !》 호기진 웨침이 추썩거리는 비소리를 짓누르며 크게 을렀다. 김 책은 눈굽이 저릿해올랐다.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우리 인민이다.) 김책은 마음이 저으기 밝아졌다. 전선 동부와 중부에 대해서 까지 얼마간 사색할 여유를 가졌다. (최춘국이네는 지금 죽령을 넘을것이고… 동해안의 박정덕련 대장은 평해리를 떠났을것이고… 최현은 청주를 먹고 피반령에 접근할것이다. 피반령만 넘으면… 거기엔 피뢰 1군단이 집결된다고 했지 ? ! …) 그는 이 며칠사이 자기가 그쪽 부대들의 행동에 대해서 거의 관 심을 돌리지 못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하지만 금강을 넘기전에는,금강도하의 확실한 방안을 얻기전 에는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김 책 이 중앙청 에 도착했 을 때 는 새 벽 4시 였 다. 강건이 새 록새 록 마른 눈길로 방금전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전화로 찾으셨다는것을 알려 주었다. 《오시면 인차 전화를 걸어 달라고 하셨습니 다.》 《무슨 말씀이 계셨소?》 김책은 뽀얗게 습기가 낀 시계유리밑으로 시간을 보다가 물었다. 《금강도하문제때문이였습니다. 도하전투를 더 앞당길수 없는 가고 물으시고 구체적인 계획은 전선사령관동지가 온다음에 토론하 자고 하셨습니다. 지금 도교의 맥아더한레 륙군참모총장 를린즈 와 공군참모총장 반덴버그가 나타났답니다.》 《금강도하에 대하여 더 생각해본것이 없소?》 김책은 강건의 책상앞에 펼쳐져있는 금강지역지도에 시선을 주었다. 강건의 줄기찬 사색이 비껴간듯 지도는 무수한 부호와 선 파 점들로 차있었다. 《원래의 안에서 더 발전시킨것이 없습니다.》 하면서 강건은 허위도하로 적의 시선을 끄는 문제와 적의 화 431 력 진지 를 제 압할 방도 몇 가지 를 이 야기 하였 다. 김 책 이 이 따금 시 계 에 눈길을 주는것을 보고 강건은 은근한 기대를 보이며 말했다. 《빨리 전화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저 말하오.》 김책은 강건의 이야기가 끝나고 자기의 의견까지 비쳐본후 전 화를 들었다. 징一 하는 전류소리를 들으며 그는 될수록 랭정해 지려 애썼다. 자신의 결심과 계획에 설익은것이나 과장되거나 주관 에 빠진것 이 없는가를 되 돌이 켜 보았다. 김 일성 동지 께 서 나오시 자 그는 랭정해지려던 자세를 잃어버렸다. 《전선사령관 김책 전화받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금강형편이 좋지 않다지요?》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가 전선에 갔다온 사실에 대해서는 비추 지 않고 물으시였다. 김책은 그이께서 모든것을 다 아시고계신다는 생각에 짤막히 대답올렸다. 《그렇습니다. 좋지 않습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셨다가 말씀하셨다. 〈〈그래 말해 보시 오. 동무들의 결심과 계획을 말입 니 다. }) 김책은 강건의 지도를 눈바투 당겨놓고 먼저 정황을 간단히 보 고한후 작전회의와 강건과의 토론에서 합의를 본 결심을 보고드 렸 다. 〈〈우선 오늘 아침부터 전반지역에서 소구분대들로 부단히 허 위도하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전투정찰을 배합한 이 허위도하를 통 하여 적들이 숨겨놓은 화력진지와 방어정형을 알아보고 주요하게는 적들로 하여금 일분도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며 우리의 도하개시시 간을 가늠할수 없게 하자는것입니다. 그 사이 매 련대들마다 하 나 내지 2개의 유리한 도하지점을 찾고 거기에 포와 땅크들을 집중 시켜 대안가까이 은밀히 기동시키려고 합니다. 낮사이에 적의 화력 진지들을 포착하고 사격제원을 갖춘후 야음을 리용하여 그 지점 들에 강력한 사격을 집중시키면서 준비된 도하구분대들을 진입시키 겠습니 다. 일단 도하구분대들이 대 안에 상록하면 거 기서 지체하 는것 이 아니 라 포사격 으로 통로를 개 척하면서 계 속 진격하여 적 432 의 배 후로 뚫고나가게 하려 고 합니 다. )) 〈〈첨 입 (쐐 기 식 으로 뚫는것 ) 입니까?》 《네,그렇게 선견대들이 적의 배후를 쳐나가 지원로와 퇴각로 들을 차단하고 적의 포화력진지들을 기습하게 되면 적의 방어체 계에 일대 혼란이 빚어질것입니다. 그 시각에 주력부대들의 도하를 개시 하려고 합니다.》 〈〈좋습디다. 아주멋있습니다.》 김책은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그는 자기들의 방안 이 기본적으로 지지를 받았음을 알았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김일성 동지를 잘 알고있는 김책은 그이의 어조에서 완전무결한 지 지가 아님을 포착하였다. 몇초의 침묵이 김책에게는 매우 길게 여 겨졌 다. 《그런데 선견대의 첨입전투시 다른 구분대는 무엇을 하게 됩 니까?》 《출발진지에서 대기하게 됨니다.》 《대기라? ! … 그렇게 되면 선견대의 도하지점외의 적들은 구경을 하고있겠습니까? 말하자면 도하선견대가 저희 배후로 들어 갈 때까지 가만 있겠는가 하는것입 니 다.》 《네,그것은 매우 어 렵습니 다. 문제는 그들이 얼마나 재빨리, 과감히 움직 이 는가 하는것 에 달려 있 다고봅 니 다. » 《옳습니다. 그러나 신속과감한 그것만 믿을순 없습니다. 적 들이 강력한 화력체계를 갖춘 조건에서.》 《최고사령관동지, 허위도하로 다른 적들이 그에 시선을 돌리 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그것입니다. 그런데 내 생각에는 허위도하로만 그치는것이 아 니라 도하선두구분대가 적의 배후로 처나가는것과 동시에 본격적인 도하로 넘 어 갔으면 합니 다. 전반적 지 역 에 서 폭을 넓혀 말입 니 다. » 《알겠습니다. 장군님,그렇게 되면 적들은 눈과 손을 어데다 둘 지 몰라 쩔쩔맬것입 니 다. » 김책은 그 광경을 그려보자 기운이 부쩍 치솟았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더 다른 말씀이 없이 한동안 잠잠히 계시 다가 심중한 어 조로 물 433 으시였다. 《도하시간은 어느때로 하렵니까?》 《야간도하를 하려고 합니다.》 《야간 ? ! 꼭 야간에 만 해 야 하겠 습니 까 ?》 《네 ? ! 그렇다면 낮에도 해본다는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동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놈들은 밤잠도 자 지 않고 눈이 벌개 지켜있다고. 우리가 야간전을 위주로 한다는 걸 알고있는 적들이니만치 이번에 그걸 리용해볼수 없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밤에 부단히 적을 피로케 한후 아침녘에 불시 도 하를 강행 하는 방법 으로. » 《옳습니다. 그것입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활기찬 음성으로 도하전투와 관련된 몇가지 문제를 더 언급하고 계속하시였다. 《이번 도하준비에 난관이 많지만 그 조직과 계획은 빈틈이 없 는것 같습니다. 전선사령관동무의 생각엔 어떻습니까?》 방금 김일성 동지께서 튕겨주신 방안은 확고한 승산을 보여주 고있었다. 그러나 김책은 몇초동안 몸짝않고 굳어져있었다. 정황을 두고,자신을 두고 랭 흑히 물었다. 〈〈자신 있는가 ?》그의 눈앞 에는 솟구쳐오르던 물기둥과 제방뚝에서 벙끗거리던 수천개의 불꽃 이 사물거렸고 물에 가라앉던 떼목이 떠올랐다. 책임적인 답변을 올 릴 때가 왔다는 결론에 이른 그는 몸자세를 바로잡고 말씀드렸다. 《오늘로 도하를 개시 하는것은 좀 어 려우리 라고 생 각합니 다. 53사는 더 말할것 없고 54사의 준비도 아직은 원만하지… 못합 니 다. » 《김책동문 언제 했으면 좋겠습니까? …래일이면 되겠습니까?》 김책은 입안이 말라들었다. 그이의 친근한 음성을 들으며 일 순 죄송스러운 감을 느꼈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고 침착히 대답 올렸 다. 《장군님,그만 걱정스러워서 … 명 령을 주십시오.》 《김 책 동무,우리는 이 전투만 아니 라 이 전쟁 이 끝날 때 까지 〈완전한 준비》를 갖춘 전투는 할수 없을것입니다. 434 힘들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더 라도 금강을 한시 바삐 도하하여 대 전지 역 에서의 포위작전을 실현하여야 합니다. 도하는 결정적으로 앞당겨 야 합니다. 54사는 래 일아침,53사는 늦어 도 모레 아침 으로 그 시 작시 간을 정 합시 다. 53사가 하루 늦게 도하하는 경우 54사의 도하는 달리 되여야 할것입니다. 어느 시간에 도하를 하는가 이 문제지요. 물론 적의 화력진지는 대낮에 때려야 합니다. 그렇게 한 조건에서는 저 녁이나 밤에도 계속 나가야 하겠습니다. 김책동무,우선 전사들을 믿 읍시 다. )) 김책은 전화가 끝난 뒤 한동안 아무말없이 방안을 천천히 거 닐었다. 강건의 열떤 눈길이 안타깝게 그를 좇는것을 느껴서야 걸 음을 멈추고 그는 웃음을 지 었 다. 《작전회 의 를 소집합시 다.》 이로부터 30분후 김책은 전선길에 나섰다. 또다시 금강으로 나가는것 이 였 다. 435 제 17 장 《장군님,김책동지는 53사도하장에 나갔답니 다. 전파장애로 그 이상은 알아보지 못했습니 다.》 복도계단을 그대로 뛰여온듯싶은 강부관은 약간 숨이 찰사한 어 조로 보고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색연필을 놓고 맞은편 벽가의 오 래된 구식벽시계를 바라보시였다. 눈가에 알릴가말가 주름살이 잡히였다. 그이께서는 오늘 전선사령부를 두번이나 전화로 찾으 섰다. 그때마다 김책은 없었다. 하여 좀전에는 강부관을 불러 보위 성작전국의 대출력 장파무선기를 통해 54사지휘부에 직접 알아보게 하시였던것 이 다. 그런데 김책은 54사도하장으로부터 또다시 53사 도하장으로 떠난것이다. (무엇때 문에 ? ) 매사에 정 확하고 빈름없는 김책,어떤 정 황에서나 리성 을 잃지 않는 김책,흠이 라면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돌볼줄 모르고 흑사 하는 습관, 칼날같이 예 리 하고 예 민한 신경 이 다. (무엇때문에 금강도하장에 하루가 넘도록 있는가. 무엇이 그 를 초조케 했는가. )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어 제 김 책 과 전화를 하실 때 하던 그의 말, 흥분과 긴장의 량극단으로 뜀박질하듯 고르롭지 못하던 그의 어조, 마지막 명령을 접수할 때 어딘가 떨리는듯하던 그 음성을 상기하시 였 다. (지 쳤는가 ? )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것이 념려스러우시였다. 지금 전쟁의 중 하는 점점 더 무겁게 온 나라를 내리누르고있다. 전선사령관으로 김책은 그 누구보다 이것을 예민하게 느끼고있는것이다. (좀더 너누룩하고 배포가 유해야 되는데. ) 이렇게 왼심을 써보기도 하섰다. 문득 펼쳐진 자료철에 시선 436 이 가닿으시 였다. 보위성정 찰국과 외무성, 조선중앙통신사들에 서 올려보낸 자료들중에서 특별히 주목할만하다고 여겨 자신께서 친히 철하신 자료들이였다. 이 정세 자료들이 오늘 그이로 하여금 김 책 과 전선전반에 대 하여 보다 심 각한 생 각을 달리게 했는지 몰랐 다. 그이께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자료철을 한장한장 번지며 색연 필로 밑줄을 그으신 부분을 훑어보시였다. _7월 4일 요시다내각에서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한 협력문제 토론,땅크수리, 폭탄,자동차,포,반땅크지 뢰,조명 탄생 산 주문접 수. ※오산전투장에서 일본군 장교시체 30구 발견. _7월 10일,부산에 상록한 미25사 대구동쪽 영 천에 지 휘 부설 치,피 뢰1군단의 배후진으로 예측. _맥아더사령부 대변인 인민군주력 소멸하고 7월내로 38선 수 복할것 이 라고 언명 . (에 이 피,도교방송) _재 쏘 영 국대 사 데 이 비 드켈 리 쏘련 외 무부상 그로되 꼬와 회 견, 쏘련은 전쟁 에 개 입안할것 임 을 관측,전승후 미 국은 북조선문제 를 어 떻게 처 리할것 인가를 도교주재 영 국사절 단 단장과 맥 아더 토론. (유피) 자료철을 접 으신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벽 에 걸린 작전지 도를 유 심히 보시 다가 강부관에게 시선을 돌리시 였다. 《오영헤동무를 불러주오.》 《장군님,저一》 강부관은 몹시 난처한 기색이 였다. 〈〈무슨 일이 있소?》 《오영 혜동문 정 문에 나갔습니 다. 공주해 방을 알렸더 니 지 도 에 표식 하겠다고 내려 갔습니다. 가서 데려 오겠습니다.》 《둬두시오. 아마 조직에서 받은 분공일것이요.》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책 상우의 자료철을 들고 오영헤 의 방쪽으로 걸 음을 옮기 시 였 다. 강부관이 먼저 달려가 문을 열 어드리 였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한걸음 내짚으시다가 그대로 서신채 한동안 방안 을 유심히 살피시였다. 검은 창가림이 무겁게 드리운 방안은 침침하고 을스산했다. 창 437 턱우에는 늘 놓여있던 꽃병들과 화분대신에 《조국보위수첩》이 라고 쓴 총창 쥔 병사의 전신상이 찍힌 책이 놓여있었고 옷걸이 엔 검은 바지가 걸려있었다. 책상앞 벽에는 두장의 연필화가 붙 어있었다. 하나는 공중전을 형상한 그림이였고 다른 하나는 불타는 집앞에서 강아지를 안고 울고있는 소년의 그림이였다. (오직 전쟁만이 있구나.) 놀랍게 변한 오영헤의 생활세계의 일단을 보시며 그이께서는 아 쉬움을 느끼시였다. 평소에 어찌다 이 방에 들어오시면 천진란만하 고 발랄한 처녀의 생신하고 환희에 찬 감정이 그대로 향기처럼 떠 돌군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누렇게 말라버린 백일홍이 꽃힌 꽃병이 라지에타옆에 놓인것을 보시고 창턱에 옮겨놓으시였다. 그리고 시든 꽃을 매만져보시 다가 강부관이 의 아한 시선으로 살 피고있음을 느끼고 손을 떼시였다. 《5에 20의 지도를 꺼내오. 그것이 남반부의 도별지도일것이요.》 김 일성 동지께서는 또 한번 방안을 찬찬히 더듬어보시 다가 책 상 한귀통이에 쓰다만 편지 한장이 놓여 있는것을 보시 였다. 알지 못할 사람의 이름이 였다. 정자로 곱게 박아쓴 폭에 비해 서는 이때의 처녀들이 항용 이름앞에 놓이는 《존경하는》이라든가 《귀중한》이라든가 하는 관사가 빠져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남의 편지, 더구나 방년의 처녀의 편지라는것으로 더 보실수 없었다. 《강동문 박로수라는 사람을 알고있소?》 그이께서는 지도말이를 안고 내려서는 강부관에게 물으시였다. 강부관은 책 상우에 있는 편지장을 보고는 난처한 기 색 으로 우 물거렀다. 《알고있습니다.》 강부관은 약간 얼굴이 붉어지며 사실을 밝히였다. 《박로수라는 동무는 52사에서 대대장을 하고있습니다. 오영 헤와는 평화시절부터 남다른 사이였는데… 요즈음 문제가 생긴것 같습니 다. » 《문제 라니 ?》 김일성 동지께서는 호기심이 불쑥 동하섰다. 한편 오영헤가 여 438 직껏 이런 일을 자신에게 감추고있은것 이 이상하기도 하시 였다. 《오영헤가 지금 좀 비싸게 놀고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좀전 에 그를 욕해주었습니다. 저 편지를 한창 쓸 때에 제가 이 방에 들 어왔댔습니다. 그런데 편지를 보니… 그 무슨 〈사랑과 전쟁은 공 존될수 없다〉는 유식한 술어까지 썼는데 그것이 마음에 걸려 따졌 습니다. 그랬드니 그 영헤 가 울상이 되여 하는 소리 인즉은 참 우습 기도 하고 한편 감동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그 박로수라는 동무 가 그전번 편지에 사랑에 대한 말을 좀 쓴것 같습니다. 영헤는 조 국이 생사운명을 다투는 때에 련애편지를 하면 어쩌는가 하는것 이였습니 다. 그래서 자기는 진심으로 그 사람밖에 따르지 않지만 〈사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모질게 썼다는것입니다.》 〈〈그러 니 사탕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야 된다는것이요?》 《네,결국 따져 놓고보면 그렇 습니 다.» 《사랑과 전쟁은 공존할수 없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웃으시였으나 내심으로는 커다란 충격을 받 으시였다. 모두가 저렇게 생각한다면 이것은 하나의 비극일것이 다. 전쟁은 매 대상의 성격과 준비정도에 따라 각이한 자취와 상처 를 남긴다. 물론 오영헤의 천진스럽고 단순한 편견은 아무때건 바 로잡아질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매 사람의 의지와 신경에 얼마만한 짐으로 되고있는가. 오영헤는 오영헤대로,김책은 김책이대로 이 전 쟁의 중하속에서 평소의 자기를 잃고있다. 좋게도 변하지만 그 반 대이기도 하다. 김책은 금강에서 돌아와 자기 위치에 있어야겠으나 오지 않고있다. 금강도하의 중요성으로 하여 그는 거기서 떠날줄 모르고있다. 후날 그는 자기가 거기 그냥 있은것은 전선사령관으로 서 할 일이 아니라는것을 알것이다. 그러나 전쟁정황의 엄흑한 중 압에 그의 신경과 의지는 객관적인 통찰력을 잃고있다. 그리고 지 금 최현은?… 김일성 동지께서는 많은 일군들이 보조타격방향부 대 라고 덜 관심하는 최현사단의 간고한 싸움에 생 각이 멎자 더욱 마음 무거워 졌다. 그 사래 앞에 지금 무쇠 같은 최현도 바빠할것 이 다. 현재 정세는 각일각 엄중한 단계에로 내닫고있다. 세계는 류례 없는 전승속도와 질풍공격을 두고 찬탄을 금하지 못하고있다. 그러 439 나 이 승리적인 반공격을 위해 매 전사들이 흘리는 피와 땀,매 지 휘관들이 바치는 신경과 의지에 대해서는 잊고있다. 지금 김책은 자기의 신경과 의지의 전체를 동원하고있다. 그이의 눈앞에는 메마른 얼굴에 늘 예민하게 번쩍이는 김책의 긴장 된 눈길이 떠올랐다. 제1제대군인들속에 선 최현의 얼굴도 보였다. 《강철은 휘여지진 않지만 꺾일수 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혼자소리로 뇌이 시였다. 며칠전부터 머리속 에서 떠오르던 결심이 이 순간 확고히 굳어지시였다. 미 1기 병 사단의 움직 임,대 구동쪽을 차지한 미 25사의 병 력 전개 … 그 모든것은 트루맨 이 나 맥 아더 의 공략작전의 꿈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것임을 말하고있다. 적들은 결정적인 작전을 준비하고있 다. 우리 역시 그렇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두손을 책상에 없으시며 강부관을 보섰다. 《강동무,이 제 조용히 서 울로 출발할 준비 를 하시 오.》 《네 ? !》 강부관은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장승처럼 굳어져 벌린 입을 다 물지 못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침착한 표정으로 다시 말씀하셨다. 《그렇소,서울로요. 일행은 동무와 기술서기 몇으로 하고…》 강부관의 얼굴은 밤처 럼 캄캄해 졌다. 그는 한참이 나 굳어져 있 다가 정신없는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장군님,길은 파괴되고 적의 항공대가 주야로 도로를 폭격 합 니 다.» 《걱정마오. 우리 전사들이 다 그 길로 가고있지 않소. 나는 그 곳 동무들이 보고싶소. » 강부관은 조상대대 로 미신을 믿지 않았다. 오직 땅과 제 손만 을 믿고 근면성실히 살아가는 농군의 후손인 강부관은 이미 교육받 기 전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들처 럼 운수팔자따위 에는 외 면하였다. 그러 나 그는 이번 전선출발에서는 그 운수까지 생 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출발준비를 극비밀리에 서두르면서 그는 중앙경 위련대의 가장 우수한 사격수들로 한개 중대쯤의 호위성원을 조 440 직하려 했다. 그러나 김 일성 동지께서는 호위조직을 부결하시 였다. 《우리 인민들과 군대들이 있는곳으로 가는데 무슨 호위가 필 요하겠소. 그만두시오.》 하여 몇몇 호위부관들과 기술성 원만이 동행 하게 되 였다. 그는 내내 찌프린 얼굴로 운전사들에게 주의를 주고 기 야변속이 일없 는가, 예비부속품은 갖췄는가,다이 야를 다시 살펴보라 하며 일일 이 따지고 주의를 주고 다짐을 두었다. 아무런 방탄설비도 없는 보 통 군용승용차에 장군님을 모시고 앞뒤에 두대의 차를 단채 내 각 청사를 떠날 때 예측할수 없는 험한 길을 내다보며 강부관은 자 기 일생 에 이 길 이 가장 어 렵 고도 중대 한 길이 라는 생 각에 가슴이 삐 근해 졌 다. 막연한 불안이 안개처럼 차올랐다. 단출하기 그지없는 석대의 차,아무런 중무장도 없는 차의 행렬을 돌이켜보며 그는 부득불 항 간에서 돌아가는 장군님의 《신통력》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사람의 심 리 란 이 상했 다. 비 과학이 고 미 신이 라고 여 긴 《신통력》 을 믿고실었다. (장군님께서는 하늘이 내신 위인이시니.) 하는 믿음에 의 지 하고싶었다. 장군님을 모시고 싸운 항일투사들로부터 들은 장군님께서는 항상 전투가 가장 치렬한속에 뛰여드셨지만 어떤 탄알도 장군님을 피했다던 얘기가 마치 절대적안전에 대한 담 보처럼 상기되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믿음이 맞아떨어지는것이였다. 사리원을 지나면서 두번씩이나 공습신호를 받았다. 여무진 따 발총의 사격소리와 더불어 뎅강뎅강 야음을 깨치는 종소리가 울 리면 길가의 모든 차들이 불을 껐고 《대피하시오! 대피 !》하 는 도로정 리원들의 웨 침소리 에 따라 길좌우로 행 진하던 군인들이 보도랑이건 발에 건 뛰여들었다. 그럴때면 강부관은 속이 한줌만 해 서 뒤를 돌아보군하였다. 장군님이 타신 차에서는 그대로 전진하라 는 신호가 왔다. 강부관은 온몸이 눈이 되여 검푸른 하늘을 바라본 다. 그러면 떨정고 퍼런 불이 번쩍이는 형체들이 먼 하늘가에 날아 가는것이 보였다. 〈〈우리쪽은 아니야.》 441 《암,어디라구.》 참았던 숨을 내뽑으며 안도의 목소리들이 울린다. 그렇게 위험은 닥칠듯닥칠듯하면서도 덤벼들지 못했다. 토산 을 지나면서부터 멀고 가까운 산발들에서는 신호탄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내무성 정치보위부를 통해 이 지대에서 패잔병 무리가 날친다는것을 들은바있는 강부관은 머리칼까지 쭈빗이 일어 섰다. 키를 넘게 자란 쑥대와 잡관목이 빼곡한 가운데로 갈 때는 더욱 그러 하였다. 강부관은 권총갑에서 손을 떼지 않은채 사방을 살폈 다. 내 내 깊은 사색 속에 계 시 던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이 황량한 숲을 지나칠 때만은 밖을 유심히 내다보시였다. 강부관은 이로 하여 한 층 더 긴장감을 느껴 권총지갑단추까지 열어놓았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그것을 알아차리 고 웃으시 였다. 《그러 단 바위를 보고도 놀라겠소.》 그러시고는 차안의 긴장을 가셔주기 위함인지 온화한 어조로 말 씀하시였다. 《여기가 38선이요. 표식없이도 알겠군. 누구의 손도 가지 않 아 발들이 다 황무지 가 되 였소.》 《장군님, 그러 니 저 큰 나무도 극상해 야 5년생 이겠지요. )) 《그럴거요. 통일이 되면 할 일이 정말 많지. 저 황무지를 다 일구자면 간단치 않을것이요.》 김일성 동지께서는 깊은 감회에 잠기시였다. 그이께서는 언제 한 번 이 땅을 갈라놓고 생 각한적 이 없으시 였다. 저앞에 도 내 인민,내 겨 레 가 있는것 이 였 다. 그러 나 해 방이 되 여 서 도 가보지 못한 땅이 요,만나보지 못한 겨레였다. 항일무장투쟁시기의 고향을 남에 둔 전사들과 김책이며 홍명희며 강건을 통해 만경대나 칠골의 아름 다운 산천처 럼 정 답게 그려보는 땅이 요,인민이 였다. 그리 고 서 울에 는 삼촌인 김형권이며 권영벽의 시신이 어덴가 묻혀있을것이다. 그 리고 지금은 우리 전사들이 생명을 바치고있다. 서울시민들에게 보장해야 될 식량이며 떨감 문제도 떠오르셨다. 몇 몇 일군을 보내 여 그 대책문제 를 세 우게 하섰으나 그 역시 걱 442 정이 되셨다. 갑자기 선두차에서 경적을 을렀다. 거의 동시에 폭음이 터졌다. 전방 2키 로지 점 에서 섬광이 번쩍 이고 시떨건 불기둥이 솟구쳤다. 어둠이 부서져나간 시퍼런 하늘엔 동체에 불을 켜단 비행기들이 나 타났다. 《불을 고고 계속 전진하오. 림진강쪽이요.》 김 일성 동지께서는 차를 멈추려는 강부관을 제지시키고 태 연히 적기 가 갈개는 하늘을 주시하시 였다. 적 기는 몇번 더 폭탄을 떨 어 뜨리고는 강부관에게는 더 없이 다행 스럽게도 도망쳐갔다. 《심상치 않은걸.》 김 일 성 동지 께 서 는 근심 스레 말씀하시 였 다. 5분도 못되 여 강부 관은 김일성 동지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가를 알았다. 어둠속에 장검으로 갈라놓은듯 펼쳐진 허연 공간이 나타났다. 《림 진강이 다 !》 저 마끔 어 린 애 같은 기 분속에 뇌 일 때 강부관은 기 침 을 터 뜨렸 다. 매캐 한 연기 가 강바람을 타고 밀려 왔던것 이 다. 《아니 !》 강부관은 허리가 뭉청 부러져나간 다리를 알아보았다. 그는 차 가 멎기도전에 뛰여내렀다. 군인들 몇이 서성거리는 다리목에 이른 그는 처음에는 아무 말도 못했다. 입구의 교각과 기둥만이 남고 다 리는 통채로 사라져버렀다. 검푸른 강물이 솨솨 소리지르고 열기어 린 재먼지가 숨못쉬게 밀려들었다. 《방금전 넉대의 비29가 날아와 쳤습니다. 매일 이 지랄입니 다. 그러나 제꺽 보수합니다.》 그의 신분을 확인한 도하장 직 일관의 배포유한 말에 강부관은 성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간신히 자제하고 행여나 하여 물었다. 〈〈그래 몇시간이면 된다는것이요?》 《오늘저 녁이면 끝납니 다.》 도하장직 일관옆에서 강부관을 호기심에 차 바라보던 나이지숙 한 공병 중대장의 대 답에 강부관은 더 는 참을수 없 었 다. 443 《동무넨 도대체 놀리는게요 뭐요? 저녁까지라면 옹근 하루 가 아니요?》 《허참,군관동지,그것도 기적이지요. 평화시라면 보름씩 걸려 도 못놓을 다리를 그것도 적의 폭격속에서 놓는것입니다.》 《짜장 그렇긴 하오. 하지만 우린 최고사령부의 특별임무를 수 행하는 차란 말이요. 좀 방법이 있을수 없겠소?》 강부관은 이들께 장군님을 모시고가는 차라는것을 말할수 없 는것이 안타까왔다. 그렇게만 되면 흑 방법이 있을수 있지 않겠 는가. 강부관같은 으름장에 수태 치 여 난듯한 공병중대 장은 어둠속에 서도 알리게 빙그레 웃었다. 《군관동지,하여튼 전투적으로 하겠습니다. 주변인민들까지 비상소집을 시켰으니 이제 곧 착수하면 몇시간은 앞당길수 있습 니 다.» 《몇 시간 ! 그것도 앞당기 는것이요?》 강부관은 괜한 주정인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다잡지 못하고 소리쳤다. 완전한 절망과 자포자기상태에서 분격을 터뜨리는 최 고사령부 파견군관의 태도에 위 압당한 공병중대장은 의기소침 해서 어깨를 떨군채 서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 그리로 걸어오시 였다. 강부관은 자기 가 소리 친것 을 그이께 서 들으셨으리 라는것 으 로 속이 뜨끔해졌다. 그러나 김일성 동지께서는 강부관에 대해서 는 아랑곳않고 도하장직일관과 공병중대장에게 말씀을 거시였다. 《수고합니 다, 동무들 !》 강부관이 차렷자세를 취하는것을 보고 상대가 보통분이 아 님을 알아차린 두 군관은 뻣뻣이 굳어졌다. 김일성 동지께서 악 수를 청하시 며 손을 내미시 였다. 공병중대장의 손을 잡으신 김 일 성 동지 께 서 는 웃음어 린 음성 으로 말씀하셨 다. 〈〈손에 장알이 든든히 배겼군. 술한 일을 제낀 손입 니다. …》 《예,전 공병 중대 장입 니 다. 그저 일을 합니 다. » 대답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코먹은 사람의 목소리처럼 울렸다. 《그래 놈들이 다리를 자주 때 립 니까?》 《네,매일이다실이 덤벼돕니다. 낮에는 고사포사격에 덤벼들 었다가도 얼뜬 도망치는데 밤이면 도적고양이처럼 덤벼들어 지랄합 니다. 이달에만도 여섯번이나 다리를 못쓰게 만들었습니다.》 도하장직일관이 대답했다. 《그러니 동무들의 고생 이 이만저만 아니겠습니다.》 《일없습니다. 전쟁이 아닙니까 . 》 김 일성 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 이시 였다. 《옳습니다. 전쟁이니까. 동무들은 참으로 중한 일을 합니다. 전 쟁승리는 이런 길,이런 다리를 통해 이루어지는것이기도 합니다.》 그이께 서는 다리 쪽을 한참이 나 보시 다가 도하장직 일관에 게 상 류쪽에 있는 철교는 어떤가고 물으시였다. 철교가 무사하다는것 을 아시자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강부 관이 그이의 뒤를 따르려 걸음을 멜 때 누군가 그의 팔소매를 잡았 다. 공병중대장이였다. 《미안합니다. 군관동지,저… 저분이… 누구십니까?》 그의 목소리는 떨리였고 호흡은 급했다. 강부관은 알려줄수 없 었다. 장군님의 전선출발은 비밀로 되였기때문이였다. 공병중대 장은 그의 옷소매를 놓지 않고 애원하듯 말했다. 《전 평 양에 서 살 았습니 다. 보위 성 공병 국에 있 었습니 다.» 강부관은 이 중대장이 분명 눈치를 차린것을 알았다. 그러나 말 해줄수 없었다. 그는 중대 장의 손목을 잡고 나직 이 말했다. 《너무 많이 알면 안될 때도 있습니다. 아까 소리친건 량해해 주오. 잘 있소.» 철교는 다리로부터 800메터 상거한 상류쪽에 있었다. 풀발을 질 러 먼저 달려간 강부관은 철교입 구에 들어 서다가 하마트면 다리 를 삐일번하였다. 짚었던 침목이 훌러덩 떨어져내렀기때문이였다. 《덤 비지 마오.》 김 일성 동지께 서 일깨 우셨다. 철교입 구에 이 르신 그이 께 서는 전지불로 철책 과 침 목을 비추 어 보시 였 다. 어 디 하나 성 한것 이 없 었 다. 철책 은 군데 군데 날아 나버 렸고 있 다는것 도 파편과 기총탄에 휘 여 들고 부러 져나가있 었 다. 침목들도 성 한채 있는것 이 없었다. 떨어져나간 자리가 많았 고 새로 한 침목들중에는 껍질도 벗기지 않은 통나무도 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몇걸음 침목을 짚으며 걸어나가시였다. 침 목들이 삐걱거렸다. 아찔한 밑에서는 검푸른 강물이 흰 이발을 번 쩍이며 부글부글 끓고있었다. 《장군님,더 나가시면 안되겠습니다.》 강부관이 얼결에 소리쳤다. 장군님임을 로출시킨것도 몰랐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철교끝을 전지 불로 비 쳐보시 였다. 두가닥 레루가 맞불을듯한 끝머 리 가 아슴푸레 보였다. 전지불을 끄시자 그 모든것은 짙은 어둠속에 잠겨버렀다. 소란스러운 물소리만이 울 렀다. 그이께서는 한참동안 먼 남쪽의 어둠속을 응시하다가 조용히 말씀하시였다. 《이 철교로 건너 가야겠소.》 《네 ? !》 강부관은 순간 온몸에 경련을 일으킨듯 떨었다. 눈앞이 캄캄 해졌다. 철교입구를 나서신 그이께서는 우렁우렁한 음성으로 말 씀하섰다. 《여기엔 겁쟁 이가 없지. 동무들, 철교로 넘 어봅시 다.》 《 안됩 니 다. )) 강부관은 자기가 얼마나 무엄스럽게 나선다는것도 잊고 장군님 앞 을 막아나섰다. 《최 고사령 관동지 !》 땅속에서 솟아난듯 공병중대장이 나타났다. 그는 덜덜 떨며 울 음맺힌 소리로 웨쳤다. 《이 길로는 안됩 니 다. 침 목들이 말이 아닙 니 다. 장군님,저 의 소원입니다. 저희 공병들이 이제 여기에 널판을 깔고 차를 끌고 나 가겠습니 다, 장군님 !》 공병중대장은 어깨를 떨며 굵은 눈물을 뿌렀다. 김일성 동지를 이 험지에서 뜻밖에 만나뵈온 감격,장군님께 다 가든 위험을 막지 못한 죄스러움,그 모든것이 섞인 눈물이리라. 강 부관은 그를 얼싸안고싶었다. 446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빙그레 웃으시 였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소.》 군관의 어깨를 다정히 두드려주시고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전쟁 이 아니요. 동무네가 가는곳을 최고사령관이라고 못가 겠소. 우리 운전사들은 다 대담하고 능란하니까 마음을 놓소. 지금 전선에서는 나를 기다리고있소.》 김일성 동지께서 차에 오르시였을 때 오영헤가 달러와 차문에 매 달려 발을 동동 굴렀다. 〈〈장군님,못가요. 못갑니다.》 그는 흐느끼며 소리질렀다. 《허허,내가 울보를 데리고 왔나. 정 무서우면 나와 타자.》 〈〈장군님,이러심 어찌 하십니까? 네?》 오영헤는 그대로 흐느꼈다. 강부관은 오영헤가 고마왔다. 철 없는 딸처럼 마구 억지를 쓰는 그의 눈물이 장군님의 마음을 되 돌려세우면 일생 오영헤를 업고라도 다닐 심정이였다. 그러나 김일성 동지께서는 공병중대장의 간절한 소원도 오영헤의 눈물도 수 원들의 만류도 아랑곳 않으시였다. 강부관이 재삼 만류하는 뜻의 말씀을 비 쳤을제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엄 하게 말씀하시 였다. 《동무들이 싸우고있는 전선전사들을 잊고있구만. 갑시다. 발 동을 거오.》 비바람 부는 음산한 밤,검푸른 강물은 솨솨 소리치며 호른다. 덜커덩,덜커덩… 침목을 타고 넘을 때마다 차들은 말처럼 껑충 쥔 다. 뿌지직… 썩은 침목이 부러지는 소리가 울린다. 《천천히 ! 천천히 ! 조향륜을 꼭 잡고一》 강부관은 운전사쪽 발판에 선채 눈을 부롭른채 마주다가서는 침 목과 번들거 리는 레루를 살핀다. 《강동문 잔소리많은 시어머니가 되였군. 운전사의 자주권을 침 해 하지 마오. 마음놓고 모오. )) 김일성 동지께서는 차창밖의 어둠을 묵묵히 응시하며 롱조로 말씀하신다. 그러나 강부관의 잔등은 화락하게 젖어들었다. 운전사의 얼굴 도 땀에 질편하다. 이따금 철교전체가 흔들거 린다. 강부관은 그 때 마다 이 발을 지 그시 악물고 〈〈음, 음 !》하고 마음속으로 기 압 을 넣는다. 차는 1단으로 고개 마루를 릎듯 입 구를 벗 어났다. 그 런데 갑자기 레루의 좌우로 그림자들이 얼씬거리며 지나간다. 《장군님 !》 《장군님 !》 목메인 웨침들이 터져나왔다. 강부관은 전지불로 좌우를 살폈다. 두명씩 조를 짜 각목과 통 나무를 든 군인들이 좌우에 울바자치듯 서서 쾌불로 주변을 환히 밝히며 차와 함께 달리고있었다. 만약의 경우 자기들의 몸으로 떨 어져내리는 차를 구하려는것이였다. 한 군인은 어무하며 침목을 빗 디더 빠졌다가 다른 군인의 부축을 받을새도 없이 그대로 무릎걸음 으로 벌렁벌렁 기여나갔다. 《세우시오 !》 엄한 웨침이 울렸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불빛에 번쩍거리는 눈 물젖은 군인들의 얼굴을,몸과 통나무로 〈〈철책》을 친 군인들을 한 참이나 보시다가 젖은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동무들,고맙소. 그러 나 이 건 나를 피 롭히는 일 이 요. 빨리 가서 다리복구를 다그치오. 전선에서는 포탄과 탄약을 기다리고 있소. 다리를 빨리 복구하는것이… 나를 위한 길이요. 돌아서시오. 최 고사령 관으로 명 령 하는것 이 요. » 김일성 동지 께 서 는 차문을 열 고 한손을 쳐 드셨 다. 해불을 쳐들고 흐느끼는 전사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김일성 동지의 눈언저리에 물방울이 맺힌것을 이 어둠만이 알것이였다. 미륵군사에서 《지까마우가의 바위》〉로 불리우던 19련대는 7월 15일 밤 자기의 영예와 명성을 일조에 말아먹는 비참한 패전의 목 조르기를 당했다. 미군사학교의 전술강좌에서 방어의 모범으로 칭송되던 이 련대의 파멸은 이미 13일에 마련되였으나 떤자신이 나 련대장 멜로이대좌는 공주의 34련대가 인민군 54사에 격파되 는 그 시 각까지 그런 비극적결말에 대해서 믿지 않았다. 34련대 448 의 패퇴에 어지간히 당황하기도 한 떤이였지만 오랜 군인의 경력을 가진 그는 결코 락심하지 않았으며 자기의 대위시절이 흘러간 련대 란것으로 더욱 총애하는 이 《바위련대》에 대해서만은 굳은 믿 음을 가졌다. 련대장 멜로이는 물론 련대병사들의 기세도 그러하였 다. 34련대 의 실패 에 《대아메 리 카의 신성 이 모독되 였 다》고 격 분한 장병들은 아시아의 군대에 치명적인 반격을 가하리라고 투 지를 가다듬었다. 포병대와 땅크가 배속된 19련대의 화력은 인민군 53사의 모든 화력에 비해서도 훨씬 우세하였다. 떤과 멜로이대좌는 14일에 있은 인민군의 묘하면서도 신속무쌍한 도하전술에 다시는 속지 않으리 라고 결심하였다. 떤은 인민군 53사의 주간도하를 막기 위하여 새벽 부터 비 행대 를 호출하여 금강우안을 폭탄과 기총탄으로 봉쇄하였다. 그리고 모 든 포와 땅크들을 강안가까이 진출시켜 움직이는 일체 목표를 소멸 하게 하였다. 그러나 비행대의 맹폭속에서도 옛말에 나오는 불사신 마냥 포를 끌고나온 인민군포병대와의 반포투쟁에서 19련대의 화력 진지 들이 여지 없이 격파되 였다. 다행 히 도 강과 기슭을 폭탄과 포탄 으로 종일 불태운 덕에 인민군은 주간도하를 강행하지 않았다. 떤 과 멜로이는 비록 손실은 컸으나 이것을 자기들의 성공으로 보았다. 황혼녘,면이 커피 와 행으로 간단히 저 녁식사를 치르고 오끼나 와의 5공군 부사령관과 야간비행대 파견문제를 전화로 이 야기 할 때 인민군53사의 도하가 시작되 였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멜로이대 좌와 전화를 바꾸자 멜로이는 이 미 제 정 신이 아니였 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각하… 종잡을수 없는 진출입 니다. 하나가 아니라 무려 세 개 방향입니다. 정면과 좌우량익에서 파도식으로 밀려돕니다. 병력 은 련대인지 사단인지 가늠할수 없습니다. 중원이 요구됩니다. 증원이一》 그로부터 반시간후에 멜로이대좌와의 전화는 끊어졌다. 떤은 새 벽까지 전화통에 마주앉아 모든 련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피로운 밤 을 보내였다. 새벽에 한쪽다리를 부상당한 멜로이가 련대의 절반을 잃은채 떤사령부로 찾아왔다. 멜로이는 《각하 !》이 한마디 말을 449 뇌 이 고는 기 절 하여 쓰러졌 다. 19련대 는 평 촌리 와 발산리 에 서 각 개 포위되여 괴멸되고말았던것이다. 전선사령관 김책은 53사 7련대의 마지막 구분대가 강물에 들 어서는것을 보며 도하장을 떠 났다. 대 안의 태평리쪽에서는 적의 마 지막 지탱점을 때리는 아군의 함성과 총성이 요란스레 을렀다. 그는 의자등받이에 기댄채 다리를 족 폈다. 련 사흘을 꼬박 밝 히다싶이한 그는 다음번의 작전을 위해서도 자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였다. 그러나 앉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쓰러져 굳잠이 들것 같 던 애당초의 피곤과는 관계 없이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꼭 감았으나 하루낮 하루저녁 꼬박 지켜본 도하전투의 매 장면들이 지 꿎게 살아올랐으며 웅웅하는 고막속에는 열떤 부르짖음과 포성이 울려 왔다. 53사도 54사의 경우처럼 아침부터 도하를 시도하였다. 직사포 들이 적의 면전에서 대 안의 백사장으로 《포복전진》하였다. 적 은 모든 화점과 포진지들을 드러내고 맹렬한 조에사격을 퍼부어 댔다. 로출된 상태에서 벌어지는 적아간의 반포투쟁은 용감성과 의 지의 격투였다. 적은 비행대까지 동원하였으나 이 전투에서 실패했 다. 아군 포수들은 백사장을 붉은 피로 물들이면서 적의 화점과 포진지 들을 하나하나 격 파해 버 렀 다. 그 성 과를 리 용해 어 두울 무렵 53사의 두개련대가 강물에 뛰여들었을 때 적의 화력은 거의 봉쇄되여있었다. 째듯한 해빛,번쩍이는 섬광,모래기둥,휘몰아치 는 폭연… 옷들을 벗어붙이고 포탄을 장진하는 포수의 이지러진 얼 굴… 선히 밟혀오는 모습을 방불히 보며 김책은 다시금 전투의 가 장 치렬한 순간에 체험한 아슬아슬한 긴장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기 도 하고 몸을 뒤척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잠속에서도 여전히 타래쳐오르는 포연과 전사들의 타는듯한 눈과 얼굴을 보았다. 다음 놀라읍게도 최현을 보았다. 대안을 향해 불을 쁨던 직사포가 입을 다물자 포판 뒤에서 량손에 수류탄을 쥐고 일어난 군인은 최현이였다. 40년도인 가 소부대공작을 마치고 돌아온 최현이 위장수염을 그대로 기른 채 장군님을 모시고 사진찍었을 때의 그 모습이였다. 입수염의 오 450 리오리가 일어서고 볼과 이마에 피가 흘렀다. 그는 맞은편 대안 의 적의 포진지와 화점을 향해 걸어가고있었다. 그를 향해 수많 은 적의 총구가 어릿거리는것이 보였다. 《최현동무,어델 가오? 위험하오. 서시오 !》 김책 이 소리쳤으나 최현은 그때마다 무거운 눈길로 돌아보고 는 그대로 적진을 향해 엄숙히 걸어갔다. 그러자 그를 겨누고있 던 포구와 총구들에서 무수한 불찌가 번쩍였다. 최현은 불길속에 말려 사라졌다. 〈〈최 현동무 !》 김책은 가슴이 터져나가는듯하여 손을 허우적이다가 깨니 꿈 이였다. 김책은 이마를 쓸었다. 축축한 땀이 내돋았다. 꿈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생동한 현실처 럼 여겨졌고 깊은 생 각을 하게 하 였다. 그는 이미 53사의 도하주력이 강물에 뛰여들고 (이젠 먹었구 나. ) 하고 안도의 기 쁨을 느끼던 순간부터 52사문제를 생 각하였다. 53사와 54사의 금강도하가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던 엊그제만 도 김책에게서 52사문제는 지금처럼 절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53사와 54사가 대전의 대문손잡이를 잡게 된 이 시각 52사의 위 치와 역할을 새삼스럽게 생각지 않을수 없었다. 차가 한강다리를 지나 서울시내에 들어설 때까지 그는 52사문 제에 대해서 명 확한 결심을 엄지 못했다. 다만 한가지 명 백한것 은 대 전포위작전의 시 간과 규모는 52사의 행 동여부에 많이 달렀 다는것 이 였 다. 차가 계 동쪽의 키낮은 집 들사이 를 빠져나가는데 자지러 진 총 소리가 울렸다. 김 책 은 총소리 가 나는쪽으로 차를 몰게 했 다. 뒤골목 못미 처 서 군인들이 길을 차단하고있었다. 그 길옆에 우뚝하게 솟은 기 와집 을 둘러 싸고 전지 불들이 낌 벅 거 렸다. 김 책 의 부관이 달려갔 다와서 대여섯명의 패잔병이 한 민가에 도적질을 하러 뛰여들었 다가 순찰하던 군인들에게 발견당하고 한명의 사상자를 남긴채 도주했음을 보고했다. 《별거 아니구 이런걸 훔치러 뛰여들었답니다.》 451 부관은 손에 들고온 그림족자를 보였다. 김책은 전지불로 글자를 비쳐보았다. 투명지를 덧씌운 화판에 어렴풋하게 새겨진 화가의 이름을 본 그는 저으기 놀랐다. 《이게 신사임당의 그림이 아닌가. 어느 집이요?》 《저 집입니다.》 부관은 전지불이 벙끗거리며 돌아가는 기와집 한채를 가리켰다. 《상한 사람들은 없다오?》 《빈집 이 랍니 다. 집 주인은 6. 28때 남으로 도망쳤답니 다. 성 송 암이 라고 이 름있는 학자랍니 다. » 《성 송암 ? ! …》 언젠가 김일성 동지의 집무실에서 이 비숫한 이름을 들은 기억 이 어렴풋이 떠올랐으나 도주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잡쳐 더 더듬지 않았다. 《그런데 죽은자의 몸에서 이런 요란스런 증명서가 나왔습 니 다. » 부관이 무궁화각인이 찍힌 가죽빠스포르르를 꺼내 내밀었다. 김 책은 잠시 그것을 뒤적 여보다가 부관에게 도로 주었다. 《이 증명서는 정찰국동무들에게 넘겨 주오.》 증명서의 소지자는 리승만경호대 장교 백정식이였다. 차가 골 목길을 빠져나갈 때 거적때기로 가려놓은 패잔병의 시체가 언뜻 눈 에 띄 였으나 김책은 중앙청에 가닿기전에 이 일은 잊 어버리고말 았 다. 중앙청에 이른 김책은 먼저 작전직일관실에 들렸다. 그를 맞 은 작전부국장은 반시간전까지 강건총참모장도 함께 기다렸음을 알 렀 다. 《52사문제때문이 였습니 다. 전투보고서 가 올라왔는데 형 편이 좋지 않습니 다. » 작전부국장은 52사앞에 조성된 정황과 그들이 치르고있는 가 렬처절한 전투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강건의 지도밑에 열린 작전 협의회에서도 52사문제를 가지고 진지한 토론을 벌렸으나 해결책을 엄지 못했다고 했다. 흑시 그동안에 무슨 좋은 변화라도 있지 않았 452 을가 하고 일루의 기대를 품었던 김책은 무거운 걸음으로 2층의 자 기 방에 올라왔다. 한발 앞서 올라와있던 부관이 문앞에서 기다 리고있었 다. 《강건참모장동지가 방에서 쉽니다. 전선사령관동지가 도착하 시는 즉시 깨워달라는 쪽지를 써놓고 잠들었습니다. 깨우겠습니다.》 《둬 두오.》 방안은 불이 환히 켜진채토였다. 강건은 구석에 있는 침대에 서가 아니라 작전탁앞 쏘파에서 불편스레 다리를 꼬부린채 자고 있었다. 볼편은 우무러들고 턱은 더 뾰족해지였다. 먹즙을 친듯 곧 고 진한 눈섭만이 패기로운 강건의 원래모습을 나타내고있었다. 김 책은 시계를 보고(세시반이 였다. ) 소리없이 전등스위치를 눌러 꼈다. 삽시에 방안이 캄캄해지였다. 김책은 책상앞의 의자에 가 앉았다. 지금 상태에서 잠을 자기는 애당초 글렀다고 생각하며 담 배를 꺼내물었다. 52사의 처지와 전망에 대하여 조금도 락관을 못가지 던 작전부국장의 불안스러 운 표정 을 그려 보며 라이타를 꺼 내 불을 켰다. 왁살스럽 게 크고 투박스러 운 라이타는 (해 방직 후 청 진제 강소 로동자에게서 기념으로 받은것이였다.) 왕붓같은 불초리를 솟 구쳤다. 김책이 담배불을 붙여 뒤모금 빨았을 때였다. 강건이 자던 사람 같지 않게 일어섰다.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김책은 그가 라이타를 켜는 서 슬에 깨 여났음을 알고 민망스러 움을 금치 못했 다. 《그렇게 신경이 예민해서 야 몸이 견디겠소. … 지금 오는 길 이요. 이 야긴 이 따 하기로 하고 좀 쉬기요. 작전부국장동무한레 서 대충 들었소.》 김책은 다리를 길게 뻗치며 의자등받이에 몸을 기대였다. 그 러나 강건은 앉지 않았다. 《사령관동지.》 강건은 근심낀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장군님께 서 사령 관동지 를 두번씩 이 나 찾으셨습니 다. » 《알고있소. )) 453 김책은 53사지 휘 부에까지 자기 의 소재를 문의 해 왔댔음을 상기 하며 필시 중요한 다른 문제가 있을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전선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말씀이 없으셨소?》 《52사가 처한 형편에 대하여 물으셨습니다. 저희가 신통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했음을 보고드리자 장군님께서는 알겠다고… 정 말 어려운 장벽에 부딪쳤다고 하시며 최춘국의 62사가 어데까지 나 갔는가를 물으시 고 그들의 속도를 보다 높이 게 하라고 하시였습 니다. 최현동무하고 상시적인 련계를 취하라는 지시를 주시고 전화 를 끊으시였습니다.》 《최현동무와는 언제 련계를 맺어봤소?》 《저 녁 열시경입 니 다.》 《그 동문 무엇 이 라고 하오?》 《걸 찍하게 말하더 군요. 깍두기판이 라고 도처 에 적 이 라고 하 였습니 다. 그런데 배포는 놀랍습니 다. 걱정말라는것이지요. 이제 중대,대대급으로 적 진에 구멍을 뚫은 다음 벼 락같이 나간다는것 이 지 요. » 《허허 참, 그래 그 52사때 문에 장군님께 서 까지 속을 태 우신다 는것을 말해줬소 ?》 《그런 얘긴 하지 않았습니다.》 《하긴 모르는게 낫지. 그 성미에 알았다간 견디겠소? 그 동 무네 보고서를 보기요.》 강건은 빼탐에 서 보고서 를 꺼 내 였다. 보고서는 매 글줄마다에 밑줄이 그어져있었다. 강건의 솜씨였다. 김책은 자동차 경적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바깥 철문쪽으로 군용짚차 한대가 들어서는것을 무 심히 보던 그는 결심 어린 태도로 입을 열었다. 《강건동무,53사의 제2제대인 9련대를 52사에 돌려야겠소. 피 반령 극복전투에 지 원시 키 자는것 이 요.》 9련대는 대전을 동북방으로 압축하게 된 부대였다. 김책은 금 강도하장에 나가 53사의 승리적전투진행을 보지 못했으면 이런 결심 을 채택하지 못했을것이 였다. 《53사는 9련대 참가없이도 도하를 해내지 않았소. 그들은 두 개 련대 의 공격으로도 적을 압축할수 있다고 보오. 그들이 작전 계획계선에 다 간 상태에서 52사가 피반령을 넘지 못하면 대전포위 를 못하는것으로 되지 않소.》 《그런데 문제 는 9련대 하나로 피반령 이 해 결될수 없 다는것입 니 다. » 《그렇다고 해서 손털고 앉아 무작정 최현동무한테만 강다짐 할순 없지 않소. 현재 도하할수 없는 자동차들과 로획품차들까지 동원시 키 면 한시간내 로 피반령 에 뽑을수 있소. 대 전동북방이 미 타하면 그런 식으로 돌려세우면 되는것이고一》 강건은 그의 초조한 기색 을 보다가 벽 에 걸린 작전지 도에 다 가가 9련대의 기발표식을 뽑아들고 피반령에 옮겨놓았다. 대전동북 방 압축이 잘 안되는 경우 한두시간이면 이 련대를 돌려세울수 있 다는 김책의 마지막말이 그를 움직여놓았던것이다. 김책은 강건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문기척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여느때없이 바삐 열리는 문가에 김책의 부관이 나타났다. 그뒤에 선 사람을 보았을 때 김책은 흠칫하며 두눈을 크게 떴다. 김책은 자기가 며칠밤을 새운탓에 무슨 환각상태에 이르지 않 았는가 생각하였다. 자기의 부관옆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책임부관이 서있지 않는가. 《전선사령 관동지, 안녕 하십 니 까 ?》 〈〈아니,이게 강부관이 아니요?》 《사령 관동지,장군님께 서 오셨습니 다. » 김책은 온몸이 돌처럼 굳어져 한동안 강부관을 물끄러미 보기 만 하였다. 너무나도 큰 충격에 숨까지 다 멎어버리는것 같았다. 《여기에 ? ! 여기가 어디라고…》 말이 목구멍에 걸려 채 나가지 않았다. 방금전 계동쪽에서 목 격한 패잔병과의 소전투가 상기되였다. 그의 얼굴은 희게도 검게도 변했 다. 《동문 !》 김책은 터져나오는 웨침을 가까스로 삼키고 무엇에 떠밀친 사 람처럼 뛰다실이 걸어나갔다. 《장군님께서는 작전 직일 관실 에 들리 셨습니 다.» 김책은 강부관의 말을 먼 꿈결처럼 들으며 화당거리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한채 문을 떠밀었다. 그런데 김일성 동지께서는 벌써 계단을 올라 복도로 걸어오고 계셨다. 평범한 군복차림이시였다. 모자를 왼손에 말아쥐고 얼굴에 는 함룩 웃음을 담으셨다. 김책은 몸을 떨었다. 《장군님 !》 《김 책 동무 !》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잡고 어깨를 껴안으셨다. 김책은 짜릿한 기쁨속에 가슴이 억해졌다. 그이의 눅눅히 습기찬 군복에서는 향굿한 풀내와 휘발유냄새 가 엇섞여 풍겼다. 김책은 자신을 다잡고 한걸음 물러섰다. 첫눈에 띄 인것 이 흙탕에 버무려 진 장군님의 장화였다. 바지 가랭이 에는 풀잎들이 달라붙어있었다. 〈〈새신랑차림 이 아니 니 너무 보지 마오.》 김일성 동지께서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였다. 김책의 얼굴은 대 번에 흐려지고 눈시울이 불깃해졌다. 《장군님,여길 ! … 어떻게 … 오셨습니까?》 김책은 입술을 떨었다. 《동무를 비 판하자고 왔습니 다. )) 김 일성 동지께 서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치시 였다. 《전선사령관이 〈사단장〉으로 내려가니 이 최고사령관이 동 무자리 에 와있어 야 할것 아닙 니 까. » 김책은 가슴이 찜一 저려들었다. (나때문에,나때문에 오셨구나. 내가 걱정돼서. ) 김책은 고개를 쳐들수 없었다. 《자,주인이 이러고있으면 어쩝니까. 방구경을 시켜야지요.》 김책의 손목을 꼭 잡으신 그이께서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이시 였다. 방안홀에 들어서시여 작전탁의 지도며 벽에 걸린 기관단총 (우리 나라 첫 제품이 나왔을 때 김일성 동지께서 친히 김책에게 선물 하신 총이였다.),비옷과 배낭을 살피시는 그이의 눈길에는 따뜻한 456 미소가 피 여흐르셨다. 《저건 무슨 그림입니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철함우에 세워둔 그림을 보고 물으시였다. 〈〈신사임당의 그림입니다.》 《신사임당? ! … 진품입니까?》 〈〈그런것 같습니다.》〉 김책은 무거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대 답을렀다.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오랜 세월의 풍우에 씻긴듯 색이 바랜 그림을 한동안 여겨보시였 다. 달밤의 산수를 그린 그림에서는 섬세하고도 은근한 화법과 함 께 아늑한 정취가 안겨왔다. 《동무들이 이런 그림을 볼 여유를 가지고있다니 마음이 놓입 니 다.» 그이께서는 밝은 웃음을 짓고 김책을 돌아보시였다. 김책은 낯 이 뜨거워졌다. 《저 … 그런게 아니 라 저 그림 은 방금 도적 놈들한테 서 빼 앗아 온것 입 니 다. » 김책은 계동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간단히 말씀드렀다. 《그 집에 경비대책을 세웠습니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투명지를 덧씌운 그림족자를 매만져보며 물 으시였다. 《미처 그 생 각을 못했습니다.》 《분명 성송암의 집이라고 했지요?》 《네, 홍명 희 선생 이 일 전에 말하던 그 학자같습니 다. » 《그가 저런 그림까지 남기고 떠났다는것이 참 슬픈 일입니다. 그 로인은 골동품과 유물수집가라는데 저 유명한 녀류화가의 그 림까지 두고간것으로 봐서 아직 다른것도 더 있을수 있습니다. 우 리가 지켜즘시다. 허허,그 로인이 끝내 떠났군.》 김일성 동지께서는 저으기 서운한 안색이시였다. 김책은 그이께서 옷걸이걸개에 모자를 벗어 거는것을 묵묵히 지켜보며 자신에 대 한 종잡을수 없는 불만에 시달렀다. 응당 성송암의 집 에 대하여 더 알아보아야 했으며 경비대책도 사전에 세웠어야 할것이였다. 그 리고 성송암의 도주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말씀드렸어야 했다. 이 모든 실수는 자기가 평소의 침착성과 여유를 잃어버렸기때문 에 빚 어진것이고 바로 이런데서부터 김일성 동지께서 이 서울까지 나오셨으리라는 직감이 그를 피롭혔다. 《도하전투가 핑장했다지요?》 김일성 동지께서는 어두운 얼굴색의 김책을 눈여겨보시며 탁 트인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김책은 더 참을수 없었다. 《장군님,제가 그만 금강에만 치우쳐있었습니다. 그건… 신심 이 두럽지 못한탓입니다. 그러나 그때문에 여기까지 오신것은一 찬 성할수 없습니다.》 《김책동무,그러지 마시오.》 김일성 동지께서는 정색하시고 김책을 보다가 부드럽게 말씀하 시였다. 《동무처럼 생각한다면 나 역시 믿음이 부족해 온것으로 되는 데 까놓고 말해서 동무들이 보고싶었고 또 서울구경도 하고싶었소. 하긴 대전문제가 나를 잡아끈것만은 사실이지만… 자,그러지 말 고 오래 간만에 만났는데 좀 웃어 들보기요.》 김책은 입술을 꽉 다물고 완강한 자세로 서있었다. 자꾸만 울 음이 북받쳐 올라왔기때 문이 였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김책 의 얼굴로 부터 강건의 손에 쥐 여있는 9련대 표식기 를 보시 고 가림 막이 열 린채 있는 작전지도에 눈길을 옮기시였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그 작전지도앞에 이르러 뒤짐을 진채 잠시 바라보다가 돌아서시였다. 《동무들이 지금까지 자지들 않고있는데 그래 무슨 문제를 토 론했습니까?》 《52사문제때문입니다.》 강건이 솔직히 말씀드렸다. 《52사? … 그 피반령 이 문제긴 문젭 니다. 그래 어떤 전진을 보 았습니까?》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여 전히 웃음을 지 우지 않았으나 눈빛 이 퍼 그나 심중해지시였다. 《신통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있습니다. 막부독한 수로 53사 458 9 련대를 52사전투지역에 인입시킬가 생각하고있습니다.》 《김만익동무 련대 말이지요?》 《네.》 〈〈언제 채택한 결심입 니까 ?》 〈〈오늘 도하장에 서 엄 은 생 각입 니 다. » 《도하장에 서 7 !》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무척 대 견하신 빛 이 였다. 《그런데 그에 대해 최현동무는 뭐라고 합니까?》 《아직 명령을 떨구지 않았습니다. … 최현동무는 사단단독으 로 돌파할수 있다고 하는데… 현재상태에서는 전망이 보이지 않 습니다.》〉 《가능성이 없단말이지요?》 《네,그들이 괴 뢰 6사와 수도사단과 맞서 진천으로부터 청주 계선까지 오는데 3일이 걸렀습니다. 그런데 지금 앞에 막아나선 것은 세개사단이고 그들이 가야 될 옥천까지의 사이는 지형도 더 험 한데 다가 적은 완전한 종심 방어 를 꾸려놓고있습니 다. » 《그런데도 최현동무는 간다고 한단말이지요. …》 《그 동문 결 사적 인 첨입전투를 준비 하고있 습니 다. 한개 의 습 격 조는 자기 가 직 접 인솔하려 고 한답니 다. » 〈〈그것이 사실이요?》 《네, 전화에서도 그걸 느꼈고 련락군관의 보고에서도 확인되 였습니다.》 강건이 김책을 대신해서 보고드렸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얼굴을 흐리셨다. 그이께 서는 훤히 밝아오 는 창문가를 바라보시였다. 《그는 꼭 그렇게 하고야말거요. 아마 몇명의 결사조를 무어 서라도 끌고 나가겠지. 죽어서라도 명령된 지점에 가있을것이요. 그는 원래 그렇게 찍 어진 사람이요.》 사랑과 그리움에 타는 그 말씀에 김책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최현동무가 보고싶구만.》 김일성 동지께서는 창문가로 다가서시여 문을 활 열어제치시였다. 459 흰히 들린 하늘아래 우유빛 안개가 자욱히 서려있었다. 김책은 시계를 내려다보았다. 15분전 다섯시였다. 《장군님,9련대 파견에 대 해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 까 ?》 《꼭 보내겠습니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김책의 심리를 한눈에 꿰뚫듯 예지에 빛나 는 눈길로 돌아보시였다. 김책은 김일성 동지께서 9련대 파견에 별로 의 의를 부여하지 않고있음을 알았다. 《장군님,현재대 로 두면 52사는 역포위 의 위험 에 빠질수 있습 니다. 물론 한개 련대 의 지 원으로 다 해 결되는것은 아니 지 만 지 금 당장은 다른 수가 없습니다.》 《다른 수가 없다면… 역 시 그 수가 나은거 지 요. 그렇게 합시 다.》 이때 문기척소리도 없이 문이 열리며 김책의 부관이 취사원을 앞세우고 들어섰다. 강건이 들어오지 말라고 손을 지었으나 때는 늦었다. 김 일성 동지께 서 돌아보시였던것 이 다. 다반에 통졸임 과 깡통맥주를 안고 들어온 몸집이 강건이와 김책을 합쳐놓은만큼 우람한 취사원은 〈〈장군님 !》〉하고 굽석 절을 하는데 너무 기태 덤 벼 치는통에 통맥주가 하나 주단우에 굴러떨어졌다. 김책은 엄 한 눈길로 강건을 보았고 강건은 얼굴이 빨개져 김 일성 동지 의 눈치를 살폈 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어 쩔바를 몰라하는 취사원에게 웃음으로 인사를 받으셨다. 《마침 잘됐소. 그러지 않아도 출출하다 했는데 핑 장하구만.》 김일성 동지의 말씀에 취사원의 입이 쩍 벌어졌다. 〈〈장군님,여긴 없는것 이 없습니다.〉〉 장군님을 여기서 만나뵈옵고 치하까지 받아 훌 뜬 취사원은 원 탁우에 통졸임을 놓으며 염량좋게 말씀드렸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으며 취사원을 보시다가 강부관을 부트시였다. 《거… 우리 거 가져오우.》 좀있어 강부관은 커다란 벼짚망태기를 들고 들어왔다. 거기에 는 노랗게 잘 익은 참외가 가득 담겨있었다. 《장군님,그 먼데 서 참외 까지 … 참왼 여 기 도 많습니 다. » 취사원은 너무 황송하여 손까지 썩썩 비비며 〈〈아야,향기가 보 460 통 아닙 니 다.》하고 벙 글거 렀다. 《동무네 차린것보단 못하겠지만 우리 만경대할아버지가 가꾼 거요. 김책동무,오시오. 강건동무도…》 김일성 동지께서는 제일 잘 익은 참외를 고르시려는듯 벼짚망 래 기 아구리 를 벌 리 고 내 려 다보시 였 다. 취사원은 얼어붙은듯 굳어있었고 김책은 《올과일이 어떻습니 까?》하고 래연한 빛을 띄웠고 강건은 젖어든 눈길로 김일성 동지를 넋없이 우러러보았다. 《태풍때문에 좀 해를 보긴 했지만 과일도 그렇고 곡식작황도 괜찮다고 하오. 바쁜 구실로 나가보지는 못했소만…》 이렇게 허두를 떼신 김일성 동지께서는 정치위원회와 내각회의 에서 토론된 문제들로부터 김책과 강건의 가족들 안부까지 말씀 하신후 화제를 전선문제에 돌리시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상우에 널린 참외씨를 하나하나 모아놓으며 깊은 생각에 잠기시였다. 김책에게는 그 모아놓은 참외씨들이 피반 령방어계선처 럼 보였다. 멀리서 닭울음소리가 희미하게 울러왔다. 《장군님,좀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귀중한 새벽을 눈붙이고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시가상공을 감돌던 희푸른 아침 안개 와 연기는 점차 설펴져가 면서 검 고 푸른 고궁의 기 와지 붕과 희 고 붉은 담벽들을 드러 냈다. 경복궁,창덕궁,덕수궁의 고색창연한 지붕이 해빛을 받아 번쩍였 고 멀리 동대문이며 남대문이 어렴풋이 보이였다. 일터로 나가는 시민들의 거뭇거뭇한 모습이 세종로와 광화문쪽으로 련련히 줄져흘 렀다. 간간이 꽃으로 단장한 전차들이 명랑한 종소리를 울리며 장 난감기차처럼 천천히 굴러갔다. 고성기에서 울려나오는 건드러진 노래소리가 전차의 종소리와 합쳐 활력에 차넘친 도시의 교향곡 을 들려준다. 평화의 도시요 안정의 도시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북악산 중마루에 오르시여 거의 한식경이나 아무 말씀없이 도시 를 부감하고계셨다. 여기로 오르실 때까지만도 여러가지 복잡한 전 선문제를 가지고 줄곧 묻고 말씀하시던 그이시 였다. 461 김책은 다양한 감회가 엇드는속에 김일성동지의 명상어린 고 요한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금 김일성동지의 심중에 자리잡아 끓고 있는 사색과 감정은 무엇일가. 해방년의 그달,미제침략군의 남조선 강점으로 이 땅이 남북으로 량분되게 되였을 때 분노에 차 뇌이 시던 말씀. 《결국… 조국해방을 위한 우리의 목표는 절반밖에 못이루어 진 셈이요. 서울을,남해의 다도해를 그리며 눈을 감던 전우들의 유 한도 못풀어주었소.》 그때 로부터 5년,5년만에야 서 울에 오셨다. 장군님의 서울입성을 바라서 이 고도의 수십만 인민들이 얼마 나 애 타게 기 다렸던가. 45년 8월부터 그 이듬해까지 저 서울역은 장군님을 맞으러 밤이고 낮이고 인민들로 덮여 있었다지 않는가. 《여러분,김일성장군님께서 여기 오셨소 !》 이렇게 한마디만 소리치면 온 서울이 달려올것이다. 눈물의 바 다,감격의 바다가 펼쳐질것이다. 〈〈김책동무 !》 김일성동지께서 조용히 부트시였다. 〈〈서울해방전투에서 희생된 전사들의 묘는 어데다 썼습니까?》 《주로 서 대 문형 무소 뒤 산에 안장했 습니 다. » 《묘를… 돌보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그건 미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김책은 자책감에 얼굴이 화끈해졌다. 《좀 어 렵 겠지 만 서 울시 의 대 공방어 를 위한 화력기 재 들을 보 충해줘야 하겠습니다. 고사기관총과 고사포들을 여기도 좋고 저 빈 민가들이 널린 인왕산쪽에다 많이 걸어놓고 적들의 항공습격을 막아야 하겠습니다. 우리 전사들이 피로써 지킨 인민들의 생명재산 과 저 오랜 건축물들에 조그마한 피해도 없게 해야 합니다. 이것은 희생된 전우들을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금 서울시가를 유유히 굽어보시다가 걸 음을 옮기시였다. 그이께서는 경무대쪽으로 난 길가에 이르러 수행 원들중의 군의국장을 부트시였다. 462 《동무네 병원으로 가봅시다.》 김책은 시계를 보았다. 김일성 동지께서 오전안으로 대전작전 문제와 관련되여 정황청취를 하시겠다고 하여 작전일군들을 모이게 한 시 간이 돼오기때문이 였다. 《몇분 더 정황을 연구하라고 합시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벌써 김책의 심리를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 씀하셨다. 김책은 자기의 부관에게 눈짓을 주어 병원에 먼저 가게끔 하였다. 군의국장은 어쩔바를 모르는 거동으로 김일성 동지를 병원에 안내하면서 아직 신설중이여서 질서가 잡히지 않고 정리가 잘 안되 였다는 등 자기비판식으로 말씀드렀다. 《나는 보건검열원은 아닙 니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이런 말씀으로 당황해하는 군의국장을 진정 시키고 치료와 부상병취급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물으시였다. 병원마당에는 김책의 부관이 달려가 어떻게 해놓았는지 얼씬 거리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접수과로 향하는 복도굽이로 돌아서 시였을 때 간막이 복도 저 견에서 옹성웅성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군 복차림을 한 일여덟명의 군인들이 복도로 나왔다가 뒤밀려들어가고 있었다. 김책의 부관이 《최고사령관동지의 서울시 찰은 극비》라 는것때문에 퇴원해나가는 군인들을 도로 자기 방에 가있게 한것 이였다. 그런데 촉기빠른 한 전사가 간막이쪽으로 물러서 다가 김일성 동지를 알아보았다. 《최 고사령 관동지 !》 감격에 넘친 웨침이 그 전사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그러자 간 막이쪽으로 들어 가던 군인들이 돌아섰다. 《장군님!》 《최 고사령 관동지 !》 전사들은 꿈결같이 웨치며 달러왔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어푸러질듯 달려오는 전사들을 보시자 만면 에 환한 미 소를 머 금고 껴 안을듯 급히 마주가시 였 다. 《최 고사령 관동지 !》 전사들은 눈물에 목이 메 여 그이 앞에서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463 그이께서는 매 전사들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고 이름과 부대 명을 물으시였다. 다 나아서 퇴원한다는 보고에 그이께서 못내 기 삐 하시였다. 《그래,병원생활이 어떠했소?》〉 《싫었습니다. 겨우 견였습니다.》 몸집이 류다트게 큰 전사가 눈물을 닦다 말고 큰소리로 대답 을렀다. 그 말에 군의국장의 낯이 대뜸 거떻게 죽어들어갔다. 《왜 ? 치료가 좋지 않소? 식사가 나쁘오?》 《식사랑 치료랑은 좋습니다.》 《그런데 ?一》 김 일성 동지 의 눈길 에 는 웃음이 넘 실거 렸다. 몸매 가 큰 전사는 손으로 눈물을 닦고는 심 각한 표정으로 말씀드렸다. 《장군님,미국놈들이 자꾸 들어온다는데 저흰 공밥만 먹으니 누 워도 바늘방석에 누운것 같았습니다. 빨리 그놈들을 족쳐야 하지 않습니까.》 《미국놈과 싸워봤소?》 《전- • ■ 못싸워봤습니다. 여기 로량진전투에서 부상당했습니다. )) 《최 고사령 관동지,전 싸워 봤습니 다. )) 패 기있게 생 긴 52사에 있 다는 하사관이 한걸 음 나섰 다. 《그래,그놈들이 어 떻 던가 ?》 《영 겁쟁이들이고 바보들입니다. 빈 탄창이 달린 따발총을 내 들어도 손을 번쩍번쩍 돕니다.》 《그렇다? ! 그래 동문 몇놈이나 잡았소?》 《옛,… 많인 못잡았습니다. 열두놈밖에.》 《허 대단하오. 매 사람이 다 그렇게 잡으면 미국놈이 남아 날가. » 그이께 서는 수행한 일군들에게 까지 웃음어린 시 선을 주시 다가 약간 시무룩해 있는 몸집 이 큰 전사에게 물으시 였다. 《동무도 그렇게 할만하오 ?》 〈〈장군님,자신있습니 다.》 〈〈동문 언제 입대를 했소?》 464 아직 군대생활이 몸에 익지 않아보였기때문이였다. 《6월 27일에 입대를 했습니다.》 《입대전엔 월했소?》 《평남도관개관리소 로동자였습니다. 그전엔 떼도 몰고… 전 힘 으로도 그놈들 문제없습니다. 그놈들은 다리힘이 약하기때문에 육박전을 할 때 안다리 를 걸 면 영 낙없 답니 다.》 《연구를 많이 했구만,허허.》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전사의 너무나도 순진한 대 답에 웃음을 터 치시였다. 약간 덤빌사하면서도 크고 어진 두눈에 무척 성실해보이 는 그 전사가 무척 호감이 가셨다. 《동무 54사 18련대 라고 했지 ?》 《옛,2대 대 3중대 중기분대 대 원 전호근.》 《전호근이라. 동무네 18련대가 싸움을 잘하지. 당원부대니까.》 김일성 동지께서는 매 전사들에게 다시는 부상당하지 말고 잘 싸 우기를 바란다고 하신후 그들과 헤여지셨다. 한 방문앞에 이르렀을 때 군의 국장이 딱한 얼굴로 그이앞을 막아섰다. 《장군님,여 기도 보시 겠습니 까 ?》 〈〈보면 안되오?》 《중상자호실 이 여 서 그립 니 다. » 〈〈중상자? ! 봅시다.》 복심은 귀익은 음성에 또 무슨 꿈을 꿨는가 생각하며 눈을 떴 다. 우유빛갓을 씌운 전등알이 두개로 되였다가는 세개로 되고 다 시 두개 로 돌아갔다. 그는 여 드레 째 반생 반사의 상태 에 서 헤 매 였 다. 그러나 의식 만 은 거의 언제나 똑똑하였다. 간호원들이 자기 안주머니에 있던 돈 봉투 (송기 덕 이 주고간) 를 꺼 내 들고 《야,이 동문 살림 차비 를 알 뜰히 했구나…》하고 귀속말로 속삭이던것까지 들었으며 또 지금껏 기억하고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전선에 나오며 송기덕동무한테 절대로 지지 않겠다고 맹세한것을 결국 실천하지 못하게 됐다는 생 각까지 해나갈수 있었다. 그러나 회진때마다 서로 나누는 의사들의 465 말이나 표정을 보면 자기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많았다. (누구실가?) 유난히 굵고 우렁우렁하신 음성… 그 음성은 죽어도 잊지 못 할 평천리의 폭격현장에서 들어본 음성이 아닌가. (이게 의사들이 말하던 《환각》이라는거지.) 복심은 눈을 감았다. 《환각》은 계속되 였다. 인기척과 옹성 거리는 소음이 고막에서 맴돌았다. 《이 동무는 포격속에서 자기 몸으로 부상병을 막다가 중상을 당했습니다.》 조용조용한 목소리다. 언젠가도 이런 말을 들었다. 복심은 《환 각》에서 깨려고 눈을 떴다. 전등알대신 흰 위생복이 어른거 린다. 또다시 《환각》이 온다. 근심어린 엄숙한 얼굴,부드러운 눈빛… 이것은 《환각》일가. 복심은 눈에 정기를 모았다. 《아 !》 소리는 목구멍에서 잦아든다. 무거운 산소마스크가 입을 가리 우고있는것 이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녀인이 자신을 알아보았음을 느끼셨다. 녀 인의 눈까풀이 떨렸다. 백랍처럼 흰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더 커져 가고 눈동자도 더 커져갔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천정에 붙어있는 선 풍기가 움직이지 않는것을 보시고 창문을 열라고 하셨다. 그리고 허리를 굽힌채 녀인의 손목을 꼭 잡으시였다. 순간 녀인의 떨리 는 눈시울로 맑은 이슬방울이 맺혀올라 귀밑으로 굴러내렸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손수건으로 그의 눈굽의 눈물을 닦아주셨다. 《힘을 내오| 힘을 !》 김일성 동지께서는 누군가 가져다주는 의자에 앉아 근 한식경 이나 녀인을 지켜보셨다. 녀인의 얼굴에는 홍조가 어리는듯실었다. 그러다가 녀인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래도 김일성 동지께서는 자 리를 뜰념을 하지 않으셨다. 〈〈의식을 또 잃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자주 반복됩니다.》 466 원장의 송구스럽게 하는 말을 듣고서 야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문가에서 한참이나 서서 돌아보셨다. 복도에 나오셨을 때 그이께서는 침통한 안색을 감추지 못하고 그 녀 인의 상태 에 대 하여 물으시 였 다. 원장은 김일성 동지께서는 모든것을 다 알고계신다고 생각한 탓인지 김책이로도 모를 라린어까지 써가며 수술경위와 지금까지의 치료과정을 말씀드렀다. 녀 인은 혈관과 신경조직 의 손상과 심 한 출혈로 극도로 쇠 약해 진데다가 혈압이 생명위험선에 떨어졌기때문에 치유전망을 속단 하기 어렵다는것이였다. 김일성 동지의 안색이 눈에 띄우게 어두 워지섰다. 그이께서는 엄하신 눈길로 원장을 보시였다. 《사람은 그렇게 죽음에 쉽게 굴하는것 이 아니요. 동문 저 녀 자가 지금 살기 위해 얼마나 애쓰는지 아오?》 《장군님,저희들이 꼭 살려내겠습니다. 그 동문 이제까지 의 식을 회복한 상태라도 감정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문 분 명히 최고사령관동지를 알아뵈옵고 반응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치료에서 하나의 전진입니다.》 《허허,그것이 정말이라면 얼마나 좋겠소. 원장동무,나를 위 안할 생각을 말고 한번 기술을 총동원해보시오. 이건 최고사령관의 명령으로 생 각해도 좋고 내 개 인의 부탁으로 들어도 좋소.》 《최고사령관동지,명령대로 꼭 살려내겠습니다.》 《고맙소.»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심려 어 린 안색으로 김책을 돌아보시 였다. 《그 동무를 모르겠소?… 평천리 폭격때 만났던 녀자요. 리 복심이라고…》 〈〈네 ? !》 그때 김 책 이 받은 충격은 이 만저 만 크지 않았다. 김 일성 동지 를 모시고 사업하는 과정에 그이의 비상한 기억력에 늘 감탄하는 그였 으나 산소마스크로 얼굴절반을 가리다싶이한 녀성을 대번에 알아보 신데는 놀라움을 금할수 없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셨다가 가슴아픈 어조로 말씀하셨다. 467 《남편한테 소박당한 녀자요. 그 남편이라는 동무를 찾아봐야 겠소. 54사 18련대에 있는데 이름이 송기덕이요. 내 한번 만나본 동무같소. » 《장군님,제 가 그런 사람을 만났댔 습니 다. » 김책은 오산전투장에서 만났던 중대장을 상기하였다. 《그 사람을 꼭 찾아야겠소. » 김 일성 동지께 서는 가볍게 한숨을 쉬 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 였 다. 《중앙청》마당에 이 르신 그이께 서는 뒤따르는 차에 서 내 리는 영헤를 보시자 강부관에게 조용히 말씀하시 였다. 《이제 저 오영헤를 시켜 희생된 전사들한테 가져갈 꽃다발을 만들어야겠소. 가는것은 오영헤와 함께 동무가 내대신 가주오. 여기 동무들에게 부담끼칠 생 각 말고 조용히 해주오.》 468 제 18 장 돌격서 렬에서 병사들과 내처 함께 달렸던 림운학은 아직도 혈 관을 룩특 치는 심한 맥박과 가쁜 호흡을 진정하지 못한채 언덕 길을 내 렸다. 련대 장이 그를 찾은것이 였다. 53사 9련대 참모로 배치된 그는 전의전투때부터 늘 1대대에 내러와 싸웠다. 오늘도 그 는 1대 대 에 속해 52사 4련대 한개 중대 가 공격하는 《호박더 기》 (지도의 표식대호였다.)점령전투에 참가했던것이다.… 언덕을 내려 《지뢰해제》라는 폐말이 불은 길로 들어서는데 백 키로들이 장약통을 목고로 메고오는 두명의 52사군인을 만났다. 그 들이 멘 장약통에는 고기국이 가득 담겨 출렁거렸다. 고추가루가 우러난 벌건 기름물이 장약통겉면으로 흘러내렀다. 《우리에게 주는거요?》 운학의 뒤를 따라오던 대대장이 장약통을 피 하느라 뒤로 몸을 제치며 묻자 이제껏 가마불앞에 있은듯 얼굴에 재리가 앉은 앞의 목도군이 벌씬 웃으며 대답했다. 《네,53사 9련대 동지 들을 위 해 후방부 비 상폰트를 총동원했 습니 다. 최 고의 특식입 니 다.》 《고맙소!》 두눈이 치째져 험상궂게 보이는 대대장은 고기점을 하나 건져 맛을 보는것으로 자기가 얼마나 감격했는가를 보이였다. 《멋 있소,별 맛이 요.》 그러 다 찦차에 앉은 김만익 련대 장을 먼발치 에서 보자 대대 장 의 얼굴은 대번에 찡그러졌다. 〈〈동문 왜 왔소?》 김만익련대장은 운학의 옆에 보호자연한 자세로 와 경례하는 대 대장을 이상스럽게 보았다. 대대장은 차우에 있는 운전사와 낯모를 군관 (52 사 정 찰참모였 다. ) 을 경 계 하듯 보고는 두손을 바지 에 딱 469 붙이고 그 거 센 모습에 비 해 서는 매우 노근노근한 태 도로 말했 다. 《련대 장동지,련대 장동지 도 아시 다싶 이 전 전술에 는 락제 입 니 다. 작년도 지도지형상학때 련대 장동지도 제 가 중대 장자격도 없 다고 하잖았습니까?》 《동문 무슨 소리를 하고있소 ?》 얼굴이 까뭇한 김만익련대장은 성을 낼지 웃어야 할지 몰라 의 아해 하였다. 대대 장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참모동무를 우리 대대에서 떼지 말아주십시오. 저의 대댄 아 시 다싶이 저나 상급부관 다가 전술엔 무식하지 않습니까.〉〉 《허허,알겠소. 돌려보낼레니 걱정마오.》 《저,련대장동지,여기서 식사를 하고 가십시오. 핑장히 차렸 답니다.》〉 《걱정마오. 우린 최현아바이한테 가는 길이니 얼싸하게 대접 을 받을거 요. » 차우에서 김만익은 두팔을 저으며 껑충껑충 달려가는 대대장 을 보다가 림운학에게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저 뚝보가 동무한테 홀딱 반했소?》 《모르겠습니 다.» 림운학은 쑥스럽게 웃었으나 내심으로는 기겠다. 련대장의 말 마따나 전의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도 이 대대 장은 운학이를 무슨 샌님이냐 하는 투로 보았다. 운학은 불쾌했으나 어쩔수 없었다. 전 투속에서만 사람의 진가를 평가하는데 습관된 화선군관임을 잘 아는 그였다. 대대가 전의시가전에 들어갔을 때 운학은 적들이 버리고간 대 형트럭에 한개 소대를 태우고 최현장령이 하던대로 도로를 따라 남 쪽으로 달렸다. 시외의 야산에 소대를 전개시키고 도망치는 적들을 거기서 거의 전멸시켰다. 이 성과로 하여 대대장은 전투총화에서 높은 평 가를 받았다. 대대 장은 그때부터 나이 로나 별로나 아래 인 운학이를 깍듯이 공경하고 아꼈다. 《련대 장동지,최현사단장동지 가 우릴 불렀습니까?》 《아니,이제부터 그에게 배속되였으니 가서 보고도 하고 지시 470 도 받아야지. 동무는 거기서 정황지도를 작성해야겠소.》 이삭만 자른 보리발을 꿰질러 얼마 안가서 산턱에 붙여지은 귀 틀집 세채가 나타났다. 52사지휘부였다. 〈〈빨찌 산식귀틀집이 군.》 김 만익 련대 장은 매 우 흐뭇한 표정 으로 둘러 보다가 운학이에 게 말을 걸었다. 《최현아바이와 동무가 아는 사이지.》 〈〈네,좀.》 《이 제 그 아바이가 굉 장히 맞아줄거 요. 빨찌산때 부터 손님 대 접 잘하는걸로 이름이 있었소.》 커다란 탱자나무뒤에서 완전무장을 갖춘 보초병이 나타나 그 들을 멈춰세웠다. 안내하는 군관이 뭐라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보 초는 그들을 통과시키려 하지 않았다. 바빠난 안내군관이 지휘부로 뛰여들어갔다오더니 매우 미 안쩍은 기색으로 사정 하듯 말했다. 〈〈련대 장동지,저 그늘에서 쉬 십시오.》 〈〈무엇때문이요?》 융숭한 환대 를 기대하며 희색 이 만면해 있던 김만익 련대 장은 불끈 성을 냈다. 〈〈회의중입니다.》 《무슨 회 왼데 못들어가오 ? 배 속된 련대 장이 면 나도 응당 참 가하여야 할것 아니요?》 《저… 사단장동지가… 그렇게 했습니다.》 《사단장동지 가 ? ! … 나라는걸 아오 ?》 《네.》 《무슨 감투끈인지 모르겠군.》 최현은 목깃단추를 열어놓고있었다. 공식적인 장소에서 이런 현 상은 그에게서 례외적인것이였다. 그의 모자와 어깨의 위장망에 는 쑥대며 씀바귀따위 풀들이 잔뜩 꽃혀있었다. 그는 얼마전까 지 6련대 공격계선에 나가있었다. 거기서 참모장으로부터 53사 9련대의 지원에 대한 보고를 받은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방 금 돌아와 부사단장들을 방에 불러놓았다. 부사단장들외에 개별 471 적으로 찍어 참가시킨 사람은 사단통신과장과 작전과장이였다. 최현의 얼굴은 해쓱하게 질려있었고 이마에는 방울방울 땀이 솟 았다. 책상우에 올려놓은 손은 경련하듯 떨었다. 이틀전부터 말 라리아에 걸려 오후면 미열과 오한에 시달리는 그였다. 이런 그 에게 대전작전의 주타격사단에서 한개 련대를 떼여낸 사실은 청 천벽력같은 일로 안겨왔다. 《말을 하시오. 누가 그따위 우는 소리를 했는가?》 최현은 9련대를 떼여보낸것이 여기 누구의 송사질때문이라고 생 각하고있었다. 누구도 말이 없었다. 폭풍의 한고비 가 가라앉기만 기 다리는 그들이 였다. 최현은 그 완강한 침묵에 기진한듯 옆에 앉은 문화부사단장을 돌아보았다. 원 가 방조를 기 대하는 눈빛 으로 저 으기 청 을 낮추어 말했 다. 《문화부사단장동무,그래 이게 옳소 ? 우리 여기에 그런 겁쟁 이가 있는걸 어찌해야 되오?》 《사단장동지 ! 사단에서 요구한건 없습니다.》 참모장이 안경을 벗고 일어서며 조용히 말했으나 최현은 들은 척 않고 문화부사단장만 지켜보았다. 최현은 어떤 막다른 골목이나 자기의 격분을 주체하기 어려울 때면 정치일군들의 견해를 알아 보군했 다. 《사단장동지,혹시 …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실태를 료해하시고 취한 조치가 아닐가요?》 〈〈아니 요. 요까짓 적 에 부딪 쳤 다고… 허 참,동무네 가 장군님 의 담력과 믿음을 어떻게 알고있는거요?》 최현은 숨결이 고르롭지 못했다. 그는 비칠거리며 일어나 배 낭우에 걸어놓은 늄물통을 벗 어내 렀다. 눈앞이 핑 돌았으나 이를 악물고 마개를 뽑았다. 물통아구리를 입에 대였을 때 물이 옷깃 에 흘러내렸다. 이발이 쇠전에 부및치는 소리가 떡떡 을렀다. 문화부사단장이 조용히 문밖으로 나갔다. 그는 사단장의 병세가 악화됨을 알고 군 의를 불러오게 하려는것이였다. 최현은 자리에 앉았다. 여전히 눈앞이 뿌옇게 돌아갔다. 그는 허리를 굽히고 방에 들어서는 뿌 472 연 형체가 문화부사단장임을 알아보기까지 책상귀통이를 꽉 잡은채 옴짝 않았다. 《사단장동지, 53사 9련대 장이 도착했 답니 다. » 《이렇게 합시다.》 최 현은 안깐힘 을 써 일 어났다. 오한이 최 고도로 나는 이 순간 에 움직이지 않으면 쓰러진다고 생각하며 그는 전신의 기력을 다 짜냈다. 그리고 자기의 병세를 알아차릴가봐 매우 신경을 쓰며 몸 자세를 끗끗이 잡으러고 애썼다. 《동무들의 태도로 봐서는 우에서 원가 오해가 생겨 9련대를 보 낸것 같습니다. 대전작전방침은 장군님께서 주신것입니다. 9련대 가 거기서 돌려진다는것은 그 작전에 허수가 생기는것으로 됨니다. 우리가 죽지 않은 한 그것을 허용할수 없습니다. 나는 9련대를 돌려보낼 결심을 하였습니다.》 이제껏 머리를 떨구고있던 부사단장들이 고개를 쳐들었다. 놀 라움과 의 흑,찬성 하지 않는 눈빛들이 였다. 참모장이 좌중을 둘러보 다가 일어섰다. 《사단장동지,53사 9련대 지 원문제는 이미 전선사령부지시로 찍 어 진것 입 니 다. » 〈〈나도 아오. 우선 거기에는 시시한 전투보고서를 올려보낸 내 책임도 있소. 때문에…》 최현은 다리가 떨리고 이발이 마주쳐 말을 이을수 없었다. 35년 도 미혼진밀영에서 열병을 앓을 때의 증세보다 더 심했다. 그는 책 상귀통이를 쥔 손에 힘을 넣었다. 《참모장동무,쓰시 오.》 최현은 입술을 피가 터져라 하고 깨물고있다가 천천히 불렀다. 《전선사령관 김책동지 앞. 특별 한 작전적리 해 관계 가 없는 한 53사 9련대 의 지 원은… 아 니,다 지워버 리오. …》 최현의 눈섭은 시종 푸들푸들 떨었다. 《쓰오. 53사 9련대 지 원은 요망한것 이 아님. 내 이름과… 참 모장동무도 이름을 쓰오.》 473 〈〈사단장동지 !》 참모장은 결연한 자세로 일어났다. 최현은 그가 무엇때문에 일 어섰는가를 알았다. 최현은 손을 저 었다. 《이 만합시 다. 참 김 만익 이 가 왔다지 ?》 최현은 딴전을 부리며 책상을 에돌아 걸음을 옮겼다. 다리가 휘 친거려 하마트면 벽에 부및칠번한 그는 우연인듯 귀틀목우에 손 을 짚으며 문화부사단장을 돌아보았다. 《문화부사단장동무,좀 설명을 해주오.》 그는 마치 문화부사단장과는 미리부터 다 약속되고 견해가 일 치된듯한 태도를 취했다. 문화부사단장은 얕게 한숨을 쉬고《알겠 습니다.》하고 대답했다. 그는 최현의 정당성을 이자리에서 제일 선참 깨달은 사람이 였다. 《들어 오시 랍니다.》 안내군관이 운학이네에게 달러와 소리쳤다. 운학은 지휘부 귀틀집에서 한사람이 나와 해빛조임이라도 하 려는듯 벽에 기대는것을 보았다. 차에 올라 잔디가 듬성듬성한 마 당에 이르렀을 때 운학은 그가 최현장령임을 알아보았다. 최현은 차에서 내리는 련대장을 보고도 벽에 기대인채 움직이지 않았다. 《만익 이냐?》 최현은 김만익련대장의 보고는 들은척도 않고 아래우를 흘끔 흘끔 살피다가 운전사가 대피처로 가려고 차를 돌리는 순간 차의 뒤공무니에 매단 예비바퀴의 한쪽이 뭉청 떨어져나가고 철판이 칼로 베 인듯 갈라져 있는것을 보고 눈살을 찌프렸다. 《차는 왜 저꼴이야?》 《오다가 반보병지뢰를 다처놨습니다. 다행히 차가 속도를 높 인 때여서 뒤에서 광 하더군요.》 《잘은 한다. 대전에 가보지도 못하고 북망산에 갈번했구나.》 《뭐 그저,근데 사단장동지,열이 나지 않습니까?》 김만익은 최현의 낯빛을 근심스럽게 살폈다. 최현은 이마의 땀을 팔소매로 씻었다. 〈〈동무네때문에 좀 열이 났어.》 〈〈무엇때문에 말입니까?》 《동무네 련대 전투임무가 무엇이냐?》 《네 ?… 거야 이제 받아야지요.》》 《7월 8일부 최고사령관동지 명령으로 떨어진 임무말이야?》 《거야 대전을一》 《근데 뭣때문에 여기루 왔어 ?》 《네 一에 ? )) 김만익련대장은 깜짝 놀란 눈길로 최현을 보다가 눈섭을 찌프 렸 다. 《명령이니까 왔지요. 우리 사단장동지도 뭐 좋아서 보낸건 아 닙 니 다. 잔뜩 울상이더 군요.》 〈〈좀아,좋아. 그럴레지.》 최현은 처음으로 싱굿이 웃었다. 《저기 가 좀 앉자구.》 그는 김만익 련대장의 팔을 끼고 땡별이 쏟아져내 리는 잔디발을 가리켰다. 그러지 않아도 더위에 지친 김만익련대장은 그늘 하나 없 이 노랗게 익 은 잔디발을 끔찍 스럽 게 보다가 정 색 하여 말하였다. 《우선 임무부터 주십시오.》 〈〈임무? ! 임무는 한사람의 손실도 없이 있는거야. 예비대로 있으라구.» 최현은 김만익련대장을 끌고 잔디발으로 가다가 무슨 생각이 들 었던지 댓걸음 떨어져있는 참모장과 림운학을 돌아보았다. 《저 사람들 밥 먹었나?》 《밥을 먹을리 있습니까?》 《식사를 시켜야지.》 최현은 말하다 말고 림운학에게 눈길을 떨구었다. 《이거 구면친구 아니 야 !》 《사단장동지, 53사 9련대 참모군관 림운학.》 림운학은 아까 경례를 했으나 다시 차렷을 취하고 거수경례를 했 다. 《그러니 동무까지 왔구만.》 그는 만익련대장의 팔에서 손을 빼더니 빠른 걸음으로 마주 걸 어왔다. 림운학의 손을 잡은 그는 은근한 소리로 물었다. 《그래 만났어 ? 못만났다? ! ••■》 최현은 운학이를 찬찬히 보다가 머리를 저었다. 《안됐어. 안되구말구. … 하지만… 대전에 가면 만나게 돼. 놈들이 서울형무소수감자들을 대전에 옮겼어. 대전엘 가야지.》 그는 운학의 잔등을 룩특 치 다가 〈〈참모군관이 라구?》〉하고 물었다. 《그렇 습니 다,사단장동지 . 》 《참모 ? ! … 전투를 해봤나?》 《해왔습니다.》 〈〈만익이,이 사람 어때 ?》 《보배 입 니 다. )) 《허,나하구 구면친구야. 내가 동무한테 보냈어.》 최현은 다시금 운학이를 찬찬히 살폈다. 《일루 올 때 피로웠겠군…》 《아 아닙니다,사단장동지…》 림운학은 최현이 자기의 속을 빤드름히 들여다보는것 같아 어 지 간히 당황했다. 낯이 파릿한 최현장령의 손은 불돌처 럼 뜨거웠 다. 얼굴색이 파릿한것이 중병을 앓고있음이 틀림없는것 같았다. 《사단장동지,건강이 좋지 않아뵙 니 다.》 《나… 난 앓는 법이란 몰라.》 최현은 운학의 잔등을 두드려주고 돌아섰다. 이때 담가를 든 간호원 두명과 군의근무군관 한명 이 정 문쪽에 나타났다. 무심히 그들을 바라보던 림운학은 갑자기 가슴이 후두두 해졌다. 빨간 견장빛의 반사로 더욱 붉어보이는 가름하면서 약간 새침한 얼굴,이마에 달라붙은 머 리칼을 추어올리는 연연한 손동 작,눈길을 치떴다가 다시 내리까는 모습… 너무나 방불하였다. (성 련화가 ? 'I '시 그러나 녀간호원은 고개를 숙인채 그대로 옆을 스쳐지나간다. 앞장선 군의근무군관은 사단장실쪽으로 걸음을 옮기 다가 김만 476 익련대 장과 나란히 앉아있는 최현을 보고 그쪽으로 성큼성큼 걸 어간다. 최현이 뭐라 소리쳤다. 그러나 림운학의 귀에 그 말소리는 어 렴풋이 들린다. 바로 그 순간에 련화라고 생각한 녀자가 자기를 돌 아봤기때문이였다. 최현이 손을 흔들자 그 녀자와 다른 간호원은 물러서고 군의근무군관이 위생가방을 열고 주사기를 꺼내였다. 최현이 껄껄 웃으며 팔소매를 춰올리다가 김만익련대장에게 팔을 맡긴 다. 림운학은 그냥 녀간호원을 살폈다. 녀간호원은 이젠 그에게서 돌아서 서 같이 온 동무와 뭐 라고 말하는듯했 다. (내가 착각했는가? 얼뜨기. ) 림운학은 한숨을 쉬고 머리를 수그렀다. 그러나 눈길은 자꾸 그 쪽으로 돌아간다. (아서 라. ) 림운학은 완강히 입을 다물고 그쪽을 보지 않으려 했다. 《거… 안나카까지 껴 묻혀놓지. 응,좋아.》 최현의 말소리는 똑바로 들려왔다. 《좀 떨릴따름이야… 그래,전화를 받은 사람이 잘못 받았군… 좀 가서 욕을 해주라구. 담가까지 가지고 오면 사단장의 위신이 어 떻게 되나… 나같은 환자가 또 있다고… 넨장… 말라리아란 어데서 굴러 온건가… 이게 금계 람이 란거 야… 미 국아들거 라구… 청주에 서 로획한거란거지… 좋아,빨리 가보게.》 림운학은 녀간호원쪽을 그냥 보았다. 녀간호원은 림운학의 지 꿎은 눈길에 분명히 기분을 잡친듯 돌아다보지 않았다. (저렇게도 같을수 있는가?) 운학은 따라가 알아보고싶은 충동을 참노라 이발을 악물었다. 《뭐,누구와 비숫한 사람이 있나?》》 운학은 와뜰 놀랐다. 최현장령이 뒤에 와 서있었다. 운학의 얼 굴을 본 그는 눈섭을 중깃거 리 다가 보초선밖으로 사라지는 군의 소 일행을 살폈다. 《저중에 비숫한 동무가 있나? 거 … 동무의 애 인과一》 《아닙 니 다, 사단장동지 !》 림운학은 낯이 파릿해서 얼버무리듯 중얼거렀다. 최현은 동정 하듯 그를 보다가 불쑥 물었다. 《동무,그 애 인의 이 름이 뭐 랬더 라. » 《저,사단장동지…》 림운학은 얼굴이 화끈해올랐다. 《말하라구. 혹 알겠나. 내가 찾아줄지 …》 최현은 이렇게 말하고 사단장실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다시 운 학이쪽을 보았다. 《저 기 가는 한 동문 일주일전에 서울서 입대 한 의용군이 야.》 〈〈네 ? ! — )) 운학은 흠칫하며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최현은 빙그레 웃었다. 《내 알아보지. 우선 식사부터 하자구.》 그때 사단장실토부터 참모장이 뛰여나왔다. 그는 주변에 낯모 를 군관이 있는것도 보지 못하는듯 갈린 목소리로 다급히 말했다. 《사단장동지,4련대 에 서 적 의 반돌격 이 있다는 보고입 니 다. » 《소등산의 1사겠지.》 《네,소등산쪽에 서부터 밀려 온답니 다. » 《그러지 않아도 내 오늘 거길 가자고 했소. 놈들도 최상의 방 어는 공격이란걸 알지. 위협에 불과한거요. 하지만 내 가겠소. 련대장동무에게 그렇게 말하오.》 《아니,그 몸으로 ?》 〈〈추워서 방안엔 못있겠으니 어쩌겠소.》 그리고 최현은 김 만익과 운학을 돌아보며 량해를 구하는 투로 말했 다. 《동석식사는 못하겠소. 푸대접을 하려는건 아니였는데一》 53사 9련대 의 피 반령계 선 진출은 도교의 맥 아더 사령 부에 충격 적 인 정보로 날아들었다. 그것은 작전부서들에 활기 를 불러일으 켰고 동시에 여러가지 련쇄반응을 일으켰다. 478 …요란스럽게 두드리는 문소리에 깨여난 채병덕은 잠시 어리 둥절한채로 있었다. 참모총장직에서 떨어져 이 부산바닥에 내려 온 이후부터는 누구도 이런 정밤중에 찾아든 일이 없었다. 아무 런 부하도 대원도 없는 부산시 림시편성군 사령관이 라는 허울만 있 는 직제에서 오늘도 해종일 시청의 한 구석진 방에 틀고앉아 도 주병과 신병모집수자 통계장을 주무럭거리며 자기의 불우한 신세를 두고 햄리트의 《사느냐 마느냐》를 몇번씩이나 뇌여본 그였다. 한 강교의 조기폭발사건문제로 물끓듯 찾아들던 륵군감찰부와 출판 업계의 어중이떠중이들은 그 책임이 공병감 최창식대령에게 돌아가 군사법정에서 사형을 선고하는것으로 막을 내리자 아예 발을 끊 었고 막역한 사이의 친지들도 그라는 존재가 과연 세상에 있느냐싶 게 문안조차 없는 판이다. 《무엇 때문일가요?》 구겨진 이불로 퍼런 정맥이 드러난 허벅다리를 가리우며 하는 처의 불안스런 물음에 채병덕은 원가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였으나 베개잇자리가 새겨진 주글주글한 처의 얼굴을 한번 만지는것으로 그 예감을 털어버리였다. 응접실겸으로 쓰이는 전실에 나왔을 때 채병덕은 불면증때문에 마신 위스키의 술기운까지 싹 사라져버렸 다. 씨아이씨의 장교 두사람이 뻣뻣이 서있었다. 《갑시다.》 그들은 아무런 설명도 량해도 구함이 없이 다만 상부의 명령 이라는 애매몽롱한 말 한마디로 채병덕이를 밖으로 끌고나가 차 에 태웠다. 채병덕의 유일한 부하이자 기둥인 부관마저 야멸차게 떼여놓고 처의 인사도 받을 겨를이 없이 차를 몰아댔다. (련행 ? ! ) 씨아이씨의 솜씨를 잘 아는 채병덕은 등골이 오싹했다. 이런 야 밤에 피 의 극을 연출하는데는 그자신도 지난 기 간 적 지 않게 관 여했 다. (무엇때 문에 ? …) 공포와 전를속에 태질하는 마음을 가까스로 눅잦히며 채병덕 은 리성적인 판단을 내리려 애썼다. 죄란 오직 한가지 패전의 책임 479 을 자기 에 게 만 지 우려 고 하는 힘 앞에 서 자기 를 옹호해 나선 것뿐이 다. 그러나 그 옹호도 기실 얼마나 소극적이였던가. 기실 모든 책 임이 로버트나 라이 트, 나아가서는 맥아더에게 있는것을 번히 알 면서도 그들에 대해서만은 침묵을 지켰다. 그들까지 혀에 올리는 날엔 그날로 목이 날아나 염라국에 명함을 들이밀게 됨을 너무나 잘 아는 그였기때문이였다. 음산한 바람이 목덜미를 후려 쳤다. 그는 턱을 잔뜩 떨군채 최 근에 자기가 만났던 사람들과 술좌석들을 상기하며 어망중에나마 그들을 언감생심으로 해하는 말을 하지 않았던가를 곰공히 따져 보았다. 차가 시내를 벗어날 때 채병덕의 두뇌는 이미 기억을 더듬는 것을 단념하고 자포자기상태에 들어갔다. 될대로 되 라는 체 념속 에서 그는 매우 태연한 기색으로 려송연을 꺼내 불을 붙여물었다. 차에 탄 장교들이 불을 끄라고 하였으나 듣는척도 않았다. 무연한 어둠속에 퍼런 불,뻘건 불이 낌벅이고 차바퀴밑으로 풀 발이 지나갔다. 발동기소음과 더불어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모 자가 벗겨질듯하여 손을 올리던 순간 채병덕은 풀발우에 메뚜기 처럼 서있는 《씨一53형》수송기를 알아왔다. 차는 그앞에서 멎 어 섰 다. 비 행 기 다라쁘옆에 서 있던 한 미 군장교가 채병 덕에게 와 인사를 하며 비행기에 오르라고 하였다. 채병덕은 한바탕 꿈을 꾸지 않는가 생각하며 담배불을 손등에 가져갔다. 뜨거웠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차에서 내렀다. 비행기에 서 마중한 장교가 낯익은 미군사고문단 련락장교임을 알아본 순 간 희망이 꿈틀거렀다. 마치 목에 올가미를 걸었다가 대사령을 받 은 죄수의 심정이 였다. 그는 자기 를 호송해온 두 미 군헌병 에 게 금담배 갑과 라이타를 던 져주고 비칠거리며 다라쁘로 올랐다. 이 비행기는 요단강을 건늘 지옥사자의 배가 아니라 하늘로 오르는 옥황상제의 비통차일수 있다. 흰 카바를 씌운 의자에 든든히 자리잡고 앉은 채병덕은 얼마 전 자기가 맥아더에게 편지를 썼댔음을 상기했으며 이것은 그 편지 와 련관된 움직임이라는것을 알았다. 480 (그렇 다면…) 맥아더가 자기 편지를 봤는가,그가 직접 호출했는가 아니면 다른 누가 만나겠는가. 무슨 중요직책에 임명하자는것은 아니겠는가. 비행기가 리룩하자 채병덕은 야릇한 노린내와 휘발유냄새가 풍기는 좌실안을 살피였다. 알 사람은 미군사고문단 련락장교뿐 이 였다. 그러 나 그도 채병 덕 이는 아랑곳않고 잠을 청 하는 자세 로 눈을 곡 감고있다. 오싹하고 랭기가 치밀었다. 창름으로 얼음같 은 바람이 불어들었다. (그런데 무엇때문에 이처럼 비밀리에 끌고가는가?) 불시에 의심스러운 구석을 찾아본 채병덕은 불안을 감촉한 구 랭이처럼 몸을 도사리고 신경을 바늘끝처럼 세웠다. 맥아더에게 써 보낸 편지내용을 더듬어봤다. 그러자 편지를 쓰던 그때의 울분과 반항심 이 되살아올랐다. 동시에 그 울분과 반항심을 맥아더가 포착 했다면 자기의 이 길이 저승길일수도 있다는 공포가 또다시 엄습해 왔 다. 6월 30일 리승만《대통령》의 어지 로 발송된 해 임탈관처 분장 을 받아든 채병덕은 절망의 낭떠러지에 이른 심정이였다. 그러나 쉽게 비관하려 하지 않았다. 실폐 의 책 임을 지고 물러서는것은 의례상으로도 있음직한 일 이라고 수준 높게 사래를 평가하려 애썼다. 하여 그는 륙군본부를 떠난것이 아니라 허세의 미소로 무장을 하고 륙군본부와 같이 움직 였으며 선배의 아량으로 이전의 자기 수 하참모장이 였던 정 일권이 사회하는 작전회 의 에 청 탁을 받지 않고 자진 참가하였다. 처음에는 그가 있는지 없는지 아랑곳을 않다가 점점 소박이 따랐다. 정일권은 그를 쓴외보듯하였고 작전회의에 서 그의 의 견같은것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만주국군의 이전 중위가 이전의 일본군 소좌를 그토록 안하무인격으로 대하는데는 검질긴 야망으로 일시적인 자존심마저 버렸던 채병덕이라 하지만 참을수 없었다. 그런데 다가 한강교 조기폭발의 장본인이 라고 뒤 에서 시비가 물끓듯하였다. 륙본의 보급계에서는 응당 배달되여 야 할 커피며 술따위의 기호품 공급까지 중단해버렀다. 절망적인 481 울분속에 으르렁거리며 대전에 오니 유일한 희망으로 남았던 자 기의 애첩마저 중기처럼 사라져 나타나지 않았다. 유성의 국제전화 중계소에 가서 꼬박 하루를 기다려 도교와 련계를 맺어 애첩과 금 의 행처를 알아봤으나 거기서는 모른다는 답변이 왔다. 채병덕은 그 순간에야 자기는 이 전쟁으로 하여 모든것을 잃 었음을 깨달았다. 모욕감과 분노가 온 심 신을 태웠다. 그는 승용차를 타고 대구 를 거쳐 진해에로 내달렀다. 진해만의 별장에 와 은거해있는 리 승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안개비가 창문을 때리는 찬 방안에서 얄팍한 외투를 걸치고 화 독불을 포이던 리승만은 울울불락해 나타난 채병덕을 보자 대번 에 노성을 터뜨렸다. 패전지장은 역신이요 역신은 죽어야 하느니 어찌 감히 대통령 존전에 나타났느냐 하는 로망섞인 힐책이였다. 채병덕은 근기있게 듣다가 목소리는 낮으나 그 울분의 도에서는 대 통령을 찜쪄먹을 청으로 속에서 피이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놓 았다. 《각하,전패의 책임이 제 하나에 있고 제 하나를 치죄하여 대 승을 이 룰수 있다면 이자리에서 각하의 손에 죽고싶습니 다. 하나 정세를 넓게 살펴보십시오. 미군들이 전선을 막고 정일권이 제 후 임으로 분투하나 대세는 더 비참지경으로 내닫고있지 않습니까. 저 는 제 하나 명리를 꾀하고저 각하를 언감 뵈온것이 아닙니다. 살아 도 죽어도 각하를 위해 일심할 저의 충성 이 지금 비웃음을 당하 고 릉멸을 받고있습니다.》 채병덕은 광포할 정도의 기상으로 얼굴빛이 험했으나 그의 생 존기법으로 련마된 아첨의 천부적능력 이 이 순간에도 말마디를 기름진것으로 골라 리승만의 저락된 마음을 따뜻이 업히게 했다. 리승만은 채병덕의 장황한 정황분석과 기염섞인 해결책을 다 듣 고난후 한동안 안면신경마비가 온듯 얼굴을 씨루다가 일어섰다. 그 리고 맥이 빠진 나른한 손으로 채병덕의 떡돌같은 잔등을 두드리면 서 영탄하듯 말하였다. 《임자는 언제나 내 심 복이 야. 내 적당들을 다 친 수고를 왜 잊 482 겠나.》 채병덕은 그때 감격과 함께 증오를 체험했다. 리승만을 위해 려 운형이며 김구며를 다 쳐버린 공적을 잊지 않으면서도 급전직하 로 떨어지는 자기의 처지를 관망하고만 있다는데서 오는 불만에 서부터였다. 리승만은 방안을 천천히 거닐면서 말했다. 《자네는 나에게서 항우 맞잡이였어. 지금도 그렇지. 허나 군 사야 미국사람들이 하는 일 아닌가. … 충신은 자고로 벼슬을 가 리지 않는것이니 그 뜻에 리가 없이 수고를 하느라면 자연 옥이 빛 을 낼 때가 오겠지. …》 몽유병자의 푸념같은 알쑹달쑹한 연설을 듣고있던 채병덕은 이 시취가 풍기는 토구에게서는 아무런것도 기대할바 없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마지막 도박을 결심하였다. 그렇게 되여 맥아더 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보냈던것이다. … 비행장에서는 사복차림을 한 두명의 미국인이 그를 맞았다. 쥐 빛 유개승용차가 그를 싣고 새벽 안개 가 넘 실거 리는 도교의 한복 판을 고속으로 질러달렀다. 차가 및어섰을 때 채병덕은 넉달전 리 승만과 함께 왔을 때 자기가 류숙한바 있는 데이고꾸호텔을 알아보았 다. 슬픔과 희망이 섞 인 짜릿한 감회 가 척추를 훑어냈다. 그는 목 욕실까지 달려 있는 2층의 아담하면서도 사치한 방에 안내되 였다. 불색 짧은 스카트에 가슴이 시원스럽게 패인 노란 적삼을 입 은 스물이 될가말가한 처녀가 나타나 식사는 무엇으로 하겠는가 고 물었다. 채병덕이 목욕부터 하겠다고 하자 처녀는 낯에 약간 홍 조를 띄우며 때를 밀어줄 사람이 필요한가고 물었다. 채병덕이 그 말뜻을 새겨보는 사이 처 녀는 고혹적 인 웃음을 흘리며 사뿐 절을 하고 종종걸음으로 방에서 사라졌다. 뒤늦게야 그 처녀의 말뜻을 깨달은 채병덕은 급작스럽게 변화된 주위환경에 대한 놀라움과 이런 세계의 생활을 영 잊다싶이하고 지낸 자신에 대한 어처구니없 는 생각에 기막힌 웃음을 터뜨렀다. 그리고 그 처녀를 부르리라 마 음먹고 복도로 통하는 문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입니까?》 복도에서는 그를 예까지 데리고 온 미국인이 못마땅한 눈으로 483 바라보았다. 채병덕은 아무 말도 않고 문을 닫았다. (저자식은 분명 월로우비의 씨아이씨다. 감시로 붙어있구나.) 채병덕은 목욕탕의 뜨스한 물에 몸을 잠그면서 각성을 늦추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였다. 욕실에서 나왔을 때 그의 침대에는 분명 그가 입게끔 마련된듯싶은 새 내의와 놀랍게는 백화점같은데서도 조만해 찾아볼수 없는 특호양복이 놓여있었다. 그 양복을 본 순 간 채병덕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이제껏 잊혀졌던 금괴가 머리에 떠올랐고 이 천재일우의 기회 를 름타 그 행처를 알아봐야 하며 필요하면 문밖의 미국인을 제 끼고서라도 찾아가야 한다는 비상한 생각이 뇌리를 쳤기때문이였 다. 그는 침대머리맡 원탁우에 놓인 전화기에 다가가 도적팽이처럼 문쪽을 살피고는 송수화기를 들었다. 그러나 송수화기에서는 아 무 소리도 없었다. (줄을 끊어 놓았구나. 개 쌍 백 당놈들 ! ) 채병덕은 악에 북받쳐 송수화기를 내려다보다가 팽개쳤다. 아 침식사를 날라온 써비스양으로부터 다른 방들의 전화시설에는 고장 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보이지 않는 조종사가 자기를 외계와 완 전히 차단시켜버리기 위해 전화선을 끊었음을 명백히 알았다. 그는 아침을 먹을 때까지 침대에 앉아 닥쳐올 일을 두고 별의 별 억측을 다하다가 마지막에는 이 호출은 맥아더가 아니라 월로우 비가 채병덕의 금괴건을 알고 도중에서 가로젠후 흥정하기 위해 자 기를 불렀을것이라는 결론을 지었다. 그러나 구주의 포병장교시 절을 추억케 하는 사시미로 아침식사를 치른후 다시 데리러 나타난 두 미국인을 따라간곳은 정보국장 월로우비의 방이 아니라 처음 의 추측대 로 맥 아더 의 관저인 히 비 야본점 5층 1호실 이 였 다. 5성원수 맥아더와 실각된 피뢰소장 채병덕과의 기이한 회견은 당시 발달된 후각을 가진 도교련합사령부 출입기자들에게도 알려지 지 않은 비밀로 되여있었다. 맥아더는 채병덕이와의 회견이 마치 국가의 안전문제와 관련되는 일인듯 정보국장 월로우비의 선을 통해 특급비밀로 조직하였다. 맥아더는 이 회견이 세상에 알려지면 자기 의 지 체높은 체 면에 똥칠 이 된다는것 을 모르는바 아니였으나 484 역시 그다운 광기로 결단해버렸던것이다. 최근 맥아더는 바탄에서의 도주이후 처음되는 곤경과 번민을 개 열핥듯 맛보고있었다. 어찌보면 그 역시 채병덕이나 다름없는 사면 초가에 빠져있었다. 다르다면 채병덕은 이미 죽음과 절망의 나락을 굽어보며 얼마간 체념한 상태이고 맥아더는 사방에서 다가드는 파멸의 아찔한 심연을 내려다보고 혼비백산해 신경을 도사리고있다 는 그점 이였다. 맥아더는 이미 7월 13일 콜린즈 륙군참모총장과 반덴버그 공 군참모장을 만나기전부터 워싱톤의 백악관과 펜타곤에서 자기에 대 한 불신임의 기운이 극도로 높아간다는것을 알았다. 국회와 펜타곤 의 공화당 동료들과 친구들로부터 보내오는 편지에서 맥아더는 트루맨 이 지 금까지 의 《한국전쟁실폐》를 전적 으로 맥 아더 의 경 솔성과 어리석음에서 시작된것으로 평가한다는것을 알았다. 한 나라의 평시민이 아니라 자기의 별을 떼고 붙일수 있는 트루맨이 그런 견해를 공공연히 표명한다는데는 맥아더로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트루맨을 훌 무시해버리려고도 해봤으나 여하튼 바보라 도 백악관 통좌에 올라앉아있다는 사실을 부정할수 없을진대 그 눈 치 에 무관심할수 없 었 다. 맥 아더는 일 본사람들이 중국사람들에 게 서 넘 겨 받아 쓰고있다 는 달관료법인지 기공료법인지 하는것으로 트루맨의 영상을 잊으려 했으나 생리적피곤을 주는 그 원시적운동은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 했다. 격동된 그는 7월 12일 텔레타이프로 합동참모본부 의장 브랫 들리에게 이곳 전쟁의 승산은 확고하며 현재의 미군으로 금강계선에 서 적 의 주력을 소멸할뿐만아니 라 충격 적 인 새 작전으로 38도선을 밀고나갈것 이 라는 《엄 숙한 메쎄지》를 보냈다. 다음날 도교에 나타난 콜린즈와 반덴버그앞에서도 같은 소리를 되 풀이했다. 콜 린즈는 국방성은 물론 트루맨까지 기대 에 어굿나는 전쟁추이 에 관해 심심한 우려를 표명하는 조건에서 맥원수의 결의는 응당한 좋 은 반영을 나타낼것이라고 고무하였다. 맥아더는 그 말에서 자기가 헤여나기 어려운 골목에 빠졌다고 때늦게 깨달았다. 하여 자기로서 485 도 도저히 믿지 않는 《쏘련의 개입》설을 들고나오며 쏘련을 견제 하고 대만을 지키며 중국본토를 수복하기 위해서 최소한 다섯개 사 단이 더 필요하다는것을 강경히 주장하였다. 그때 콜린즈는 품속에 가지고온 뉴욕타임스의 석간 한장을 내밀었다. 콜린즈가 손톱으로 그어놓은 글줄을 읽어본 맥아더는 자신의 인기 와 명예를 살리기 위한 연기가 어떤 결과에로 뻗어가는가를 보았다. 《현재 〈한국》에 투입된 미군만으로도 전승의 담보는 위력 하다고 맥 아더원수 장담,징 집된 록군의 2만명은 그곳으로 출발이 없을것이며 앞으로도 〈한국〉땅은 밟지 않게 될것이다.》 《이건 어떤 개자식이 썼소?》 맥 아더는 를린즈와 반덴버그가 귀국하면 자기의 몸짓 하나하 나까지 흉내내 여 동료들과 기 자들에게 떠벌이리 라는것을 모르는 바 아니였으나 이 순간은 분격 을 참을길 없 었다. 를린즈는 미 안 스런 웃음을 지으면서도 똑똑히 알아두라는 투로 말했다. 〈〈맥원수께서 언명 하신 사실에 기 초하여 국방부에서는 어 저께 기 자들과 인터 뷰가 있 었습니 다. 그걸 어 느 맹 랑한 녀 석 이 되 받아 썼군요. 그래 원수는 그 언명 을 철회 할 생 각입 니 까.》 《아니,난 철 회하지 않소. 난 현재 의 력량으로 현재 의 계 선을 유지할것이며 반드시 획기적인 승리를 쟁취할것이요. 하지만 이 전 쟁을 한정된 반도에만 고착시켜 생각하는것은 바보요. 대국적인 자 세에서 바라볼 때 이 전쟁은 북조선 하나와의 전쟁이 아니란것을 잊지 말아야 되오. 금강계선에만도 적은 십수만이요. 적의지휘 와 병사들의 움직임은 고도로 세련되였고 원숙하오… 우리는 어떤 비적이 아니라 잘 훈련된 강력한 군대와 고전을 치 르고있다는걸 알아야 하오.》 맥아더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말이 사개를 잃었고 혼란에 빠 졌다. 결국 그의 말은 하루전에 선언한 원군이 없어도 승리를 이루 어보겠다고 한 소리를 뒤집는 론증으로 되고말았다. 사래를 여러모 로 알아본 를린즈와 반덴버그도 결국 현재 미 군력량으로는 어 림 없다는것을 인정했으며 대통령에게 그렇게 보고하겠다고 했다. 맥 아더는 그들이 풋내 기 대 통령앞에 서 로장 맥 아더 를 마구 짓 밟을것 486 이라는것으로 가슴아팠다. 하여 그는 다시금 오만한 배우의 연기로 금강계선이남으로 《적》을 들여놓지 않을것 이며 그 계선에서 맥 아 더작전의 기본인 《지 연전》,《소모전》은 끝나고 새 공세 가 시 작될 것 이 라고 언명 하였 다. 콜린즈는 맥 아더 가〈〈푸른 심 장작전》 이라고 명한 1기사로 37도선의 어느 한 지점을 때려 허리를 절단하 겠다는 새로운 공세작전에 대한 설명을 들은후 그의 의견에 동의하 고 심심한 존경 의 뜻을 표하고 떠 나갔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도 못되여 금강이 돌파당했다. 맥아더는 콜린즈는 물론 트루맨과 미국시민들앞에서 도교주재 영 국사절 단 단장 가스코인이 말한대 로 《허 풍선이》가 되 여가고 있음을 피롭게 깨닫지 않을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자기의 자리 를 노려 눈을 희번득거리는 아이젠하워며 리치웨이따위들을 상기하 고 몸서리를 쳤다. 이것을 생각한 순간 맥아더는 얼마전에 받은 철 직 당한 남조선괴 뢰 군 참모총장의 편지 를 상기하였 다. 무슨 패전의 책임이 자기에게 있느냐 없느냐 하는 푸념으로 엮 어진것이라 몇자 보지 않고 집 어던진 그 편지의 서투른 영 어글씨들 이 그때 맥 아더에게는 먹 이를 움켜쥐 려는 독수리 의 발톱처 럼 떠 올랐다. 이번 전쟁의 리면사와 작전진행과정에 대해서 채병덕이 가 손금보듯 꿰뚫고있음을 잘 아는 맥아더였다. 만약 채병덕의 입이 터진 광주리처럼 열리는 날엔 맥아더는 물 론 미국의 명예가 세계의 면전에서 여지없이 떨어질수 있다는것 을 생각했을 때 맥아더는 력대 대통령들이 흔히 쓰는 수법으로 쥐 도 새도 모르게 그를 이 세상에서 없애버릴가도 해보았으나 그것은 천한 후버 (미 련방수사국장) 따위 나 할 노릇이 지 대 맥 아더 로서는 창피 스러 운 일 이 라고 단념하였 다. 그러나 채병덕은 맥아더의 든든한 신경속에서도 초침이 재깍 거리는 시한탄처럼 사라져버릴줄 몰랐다. 만약 그자가 이번 전쟁과 관련한 맥아더나 맥아더사령부의 일체 행동비밀을 맥아더반대파 의 어느 국회의원에게라도 상소하는 날엔 그날로 자기 모가지가 떨 어질것이 였다. 그러 면 광휘 로운 맥 아더 가문의 명성은 끝날것 이 고 그렇 게 되 여 아시 아래 평 양주의 의 기 수가 사라지 면 미 국의 원대 한 487 세계제패의 야망은 또 몇세기 뒤로 밀릴수 있게 되는것이였다. 채병덕의 존재가 이처럼 금강작전의 실패에 덧달린 골치거리 로 나타나 맥 아더의 우울증을 격발시킬 때 대전공격사단인 인민 군 53사의 한개 련대가 인민군 52사가 돌파를 시도하는 피반령계선 에 진출했다는 정보가 날아왔다. 맥 아더는 확대경을 들고 그 정 보를 가지고 온 신임작전부장 라이트와 함께 피 반령과 대전을 지도 에서 찾아보았다. 타이트는 피 반령으로부터 대전까지의 거 리,인민군 52사와 53사의 현재 형편과 력량,작전기도를 분주히 설명하던 끝 에 맥아더가 그토록 신경을 쓰는 채병덕의 이름을 끄집어냈다. 《각하,현재 공산군의 기 도는 6월 27일 서 울공략당시 와 비 숫 합니다. 그때도 적은 아군을 정면으로 핍박하면서 인민군 52사를 우회시 켜 포위전을 기 도했 습니 다. 그 기 도는 우리 미 군사고문단 에서도 포착했을뿐만아니라 전 참모총장 채병덕도 간파한바 있습니 다. 그때 우리가 취한 대응작전으로 하여 인민군은 전술을 변경 시 켜 53사와 54사,905호땅크려단으로만 공격 을 하였습니 다. 예 상 치 않은 공격 이 라 그때 서 울은 지 켜 내 지 못했 습니 다. 이번의 대전작전도 초기 서울공격전의 기도와 비슷하다고 봅 니다. 이번에는 기 어코 대 전을 포위하여 우리 미군을 전멸케 하 려 는 시 도가 분명합니 다.》 〈〈갈은 전술의 반복은 실패 라는것을 그들이 모를가?》 《각하, 아닙 니 다. 따지고보면 같을수가 없습니 다. 그들은 서 울을 우회포초할듯하다가 불의기 습으로 점 령했 습니 다. 적 의 사령관은 보매 우리가 그에 대한 교훈을 잊지 않고있으리 라는 전제 밑에 이번에 대 전만은 반드시 포위 공격할것 입 니 다. 그때문에 대 전의 주공부대인 53사에서 한개 련대를 떼내지 않았습니까.》 〈〈그래 한번 속은 사람은 두번 속지 않는다는 점 을 고려한것 이 라는것 이 지 . 》 《각하,그렇 습니 다. 그러 나 피 반령 은 철벽 입 니 다. )) 기 삐 하는 라이트를 보며 맥 아더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그렇 지 . 그 피 반령 뒤 엔 우리 25사가 대 기 하고있고. )) 맥아더는 영천의 미25사와 피반령사이를 손가락으로 짚어보면 488 서 모든 실패를 만회할 대결전의 장엄화려한 작전의 전모를 눈앞에 보았다. 그는 령감에 사로잡힌 시인의 자세로 천천히 공고 파이 프를 물고 지도앞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칭찬을 바라는 사냥개처 럼 굳어져있는 라이트에게 손을 들어보였다. 《감사하오. 당신은 오늘 나를 기쁘게 하였소.》타이트가 문 밖에 사라지는 순간 그는 껄껄 소리내여 웃다가 불쑥 허탄한 한 숨을 지었다. 수십만의 전선군과 방면군을 호령하던 대맥아더가 인 민군 한개 련대 이동에 이처럼 열이 나 있다는것이 허구프기 그 지 없었다. (그러 나 모든것 은 작은데 서 시 작되 지 않는가. ) 맥아더는 이렇게 자신을 위안한후 작전국장 시볼트와 워커를 불 러 《부르하트작전》 ( 〈〈푸른 심 장작전》》 ) 을 중지 하고 북상하는 미1기병사단을 태운 수송선들을 즉시 포항쪽에 진출시켜 대전에 돌 릴것을 엄숙히 지시하였다. 이 작전의 《위대성》을 선뜻 깨닫지 못하는 두사람의 얼떠름한 얼굴기색을 보자 맥 아더는 선량한 로 인의 부드러운 음성으로 설명하였다. 《인민군은 대전을 우리 미군의 무덤으로 만들려고 하고있소. 하지만 무덤의 십자가에 누구의 이름을 올리는가 하는것은 그때 두 고보기요. 그런데 여기서 피반령계선의 역할이 중요하오. 그러나 그들만을 믿는 바보로는 되지 맙시 다. 영천에 전개된 25사는 피 반령방어의 예비대로도 되오. 그러나 신이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 한 피반령계선은 넘지 못할것이요. 그때 누가 누구를 포위하고 섬 멸 하는가?》 맥아더는 이런 때면 늘 하는 습관으로 턱을 쳐들고 파이프를 든 팔을 약간 앞으로 내민채 어딘가 천정쪽을 바라보며 실눈을 지었 다. 맥아더의 머리에는 확고하고 명확한 결심과 구상이 구체화되여 갔다. 그는 전개되는 작전을 보며 몸을 떨었다. 그러나 입을 열 었을 때 그의 어조와 표정은 평온하였다. 《포항에 상륙한 1기사는 강행군으로 대전 피반령사이로 진출 하여 피반령을 위협하면서 대전방어의 외곽전선을 형성한 즉시 24사 와 협 동하여 인민군 53사단을 역 포위하여 전멸시키 고 떤은 〈한 489 국군》의 호남전선사령부와 련계를 취하여 호남쪽으로 진출하려 는 54사의 측방을 후려쳐 포위소멸하는것이요. 그때 킨은 무엇을 하는가. 오른쪽으로 예봉을 돌려 피반령에서 분주탕을 놓는 인민군 52사의 측면을 들이쳐 역시 포위소멸하는것이요. 그렇게 되는 경우 영 천의 25사는 피반령 이 아니 라 동부 산악지 대 로 타고오는 인민 군을 섬멸하는 소모전을 하게 될것 이요. 〈부트하트작전〉은 결 국 〈대전작전》으로 물러 났지만 그 성공의 의의에서 대전작전은 더 큰 의의를 띠고있소. 여기서 가장 중요한것은 시간문제요. 인 민군은 새 사단들을 급속히 꾸리고있소. 월로우비의 말에 의하면 1,000만도 못되는 북조선에서 50만이나 참군하겠다고 나섰다는건 무시할수 없는 힘이요. 이 적의 새 예비대가 나타나기전에 이 모든 계획이 집행돼야 하오.》 맥아더의 판단과 결심,그 계획은 오랜간의 그의 전쟁경험과 최 근 작전참모부서들에서 제출된 견해가 보래진것으로서 그 타산에서 일정한 과학성 을 내 포하고있었다. 직 감과 추리,타산력 에 서 자기 의 천재 를 믿고있는 맥 아더는 이 작전의 수행가능성 을 의 심하지 않았다. 기동력과 화력장비에서 적아의 대비,이 모든 계산에서 답은 정 수로 맞아떨어진것이 였다. 워커 와 시볼트의 응당한 감동과 지지 를 박수갈채처 럼 받아들 인 맥아더는 자기의 결심에 대한 한국인의 견해가 듣고싶어졌다. 그때 생각난것이 채병덕이였다. 오늘아침 맥 아더의 기분은 요즈음 형편에서 최고로 〈〈날씨 맑 음》이 였다. 방금 받은 15일부의 미국신문들과 주요하게는 부관 이 찾아낸 채병 덕의 편지를 본탓이 였다. 뉴욕타임스지 에서는 금 강전투의 실패를 작전전술상 실패로가 아니라 북조선군의 막강한 실 력 인것으로 분석하였다. 그중에서 《인민군은 15만의 병 력과 60대 의 땅크로 금강을 돌파》라고 한 대목이 제일 맘에 들었다. 맥아 더는 금강도하작전에 투입된 인민군이 2만도 채 못됨을 알고있었다. (거 짓 말을 써 낼 바엔 이 렇 게 큼직 하게 해 야지 .) 그다음 본 《성조기》지면에 실린 콜린즈대 장의 인터뷰도 신 490 경을 돋궈가며 봤으나 〈〈후퇴와 지연작전이 련속되는 가렬한 환 경에서도 미군은 우세한 장비와 전투력으로 적의 예기를 계속 꺾고 있다.》라는 귀맛좋은 칭찬밖에 없었다. 거기에다 채병덕의 편지는 위스키뒤에 마시는 달를한 브란데 와 같은 작용을 했다. 초기 공격의 좌절은 적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부터 시작된것 이 라는 대목에서는 원가 맥 아더의 처사를 까밝히려는 은근한 암 시가 있는듯싶어 거슬렀으나 서울함락까지의 과정을 어쩔수 없는 사실로 론증하면서 세계적명장들의 전례에 맥아더의 실례까지 겹쳐 쓴 대목을 두번씩이나 읽었다. 〈〈각하,저는 할수 있는것은 다 하였습니다. 할수 없는것까지 하 여 야 했으나 저는 초인이 아니였습니 다. 존경하는 처치준장과 라이 트대좌도 여기서는 례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운명적 인것이였습니다. 운명에는 거역하지 못하는 법이 아닙니까. 저 옛 날 알엑 싼더 대 왕이 하이 파니 스강에 서 퇴 군한것 이 나 나폴레 옹이 모스크바에서 퇴각한것도 다 그 실례라고 볼니다. 저는 때로 운 명의 총아인 씨저가 제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겠는가를 생각 합니다. 분명히 그는 템스강이나 라인강에서 했듯이 자발적인 퇴각 파 회군을 단행했을것입니다. 외람된 얘기입니다만 맥아더원수각 하께서 코레히돌에서의 격전장을 떠남으로써 일본의 패전을 마련했 듯이…급속퇴각을 했을것입니다. 저의 잘못이라면 바로 이런 대 용단을 내 릴 포재와 안목이 없은것입니다. …》 맥아더는 바탄에서의 그의 수치스러운 도주를 미화하는 글구 에 황홀하기까지 하였다. 거기에는 낯간지러운데가 있었으나 우 직스럽다고 할 정도의 로골적인 아첨에 마음이 떴다. (령리한자다. 이 정도로 상대를 띄울줄 아는 머리를 가졌다는 것은 반대로 그만큼 내리깎을 재간도 가지고있다는것을 의미한다.) 맥 아더는 이자를 불러온것이 장한 처사라고 흡족해졌다. 신성 모와 정 일권을 통 껴잡아〈〈군사를 인기잡이 외교술로만 아는 무능 한 군계의 지도층》〉으로 비난하면서 실패한 전투들을 일일이 꼬 집어 분석하고 어찌어찌했으면 좋을것이라고 쓴 대목에서는 이 아시아인들이란 출세와 명리라면 저들끼리 물어뜯는 개와 같다는 서 491 글픈 통탄을 금치 못하였으나 그 역시 기분을 좋게 했지 나쁘게 하 지는 않았다. 맥아더는 마지막대목에서 주의를 집중하여 읽었다. 《…그런데 저로서 통탄하게 되는것은 우방 미국군에 대한 우 리 〈국군》수뇌의 무관심입니다. 아무리 용맹한 군대라 해도 그 땅과 자연,지형지물파 주민에 익숙되지 않으면 싸우기 어렵다는 것은 옛날이나 오늘이나 다 같은 사실 입 니 다. 그런데 〈국군》수뇌는 극도로 유리한 동중부의 산악지대를 지키는데 무려 두개 군단을 붙여놓고 공격에는 리롭고 방어에는 극 히 불리한 서부의 평원을 사수하는 미군에는 극히 비우호적으로 무 관심 하고있다는겁 니 다. 지금상래 에 서 저 는 동부와 중부에 서 서 너 개 사단을 떼 여 응당 미24사의 량익과 정면을 지켜 야 한다고 봅 니 다. 그리 고 정 찰과 지 형파악을 위 해 미 군부대 지 휘 관들에 게 우리 는 응당한 방조를 줘 야 한다고 봅니 다. … 나는 현재의 미군전선과 〈국군》전선의 모순점들을 보고 또 북 조선군과의 첫 대결에서 엄은 경험과 지금까지의 연구로부터 전 반작전에 서 일 련의 개 선이 필요하다는것 을 맥 아더 원수께 〈한국》 군 장성으로 보고하는것을 응당한 의무로 여기며 가급적으로 저 의 작전견해를 들어주실것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맥 아더 는 여 기 서 도 채 병 덕 이 자못 령 리 하다고 판단하였 다. 군 사작전적견해란 진부하고 유치하여 참고할만한 가치가 쥐틀도 없었 으나 무관다운 꿋곳한 고집과 결단력을 보았고 주요하게는 미국 과 미 군에 대 한 철저한 옹호정 신을 보았다. 맥아더는 그 편지를 개여 빼람에 넣고 매우 유쾌한 얼굴빛으 로 부관을 찾아 채병덕이를 들어오게 하라고 하였다. 대기실에서 무려 한시간동안이나 초긴장상태로 앉아있던 채병 덕은 갑자기 일어서는바람에 다리에 쥐가 일었다. 그는 한동안 병신 처럼 얼굴을 찡그린채 옴짝 못하다가 이를 사려물고 걸음을 옮겼다. 맥아더는 구겨진 보위색 와이샤쯔차림으로 신문을 보다가 채 병덕에게 고개를 돌렸다. 《오,제네랄 채.》 492 맥아더는 70객의 몸에 비해서는 매우 재빠른 동작으로 일떠나 채병덕에게 다가왔다. 《각하, 저’는…》 채병덕은 그만 눈굽이 찡해오며 말이 목에서 나가지 않았다. 맥 아더는 그의 손등을 한번 다치고 매우 너그러운 눈길로 보았다.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나는 당신의 편지를 받았습 니 다. 많은데 서 공감을,깊은 감동을 받았습니 다. 그러 나 나에 젠 그 감상을 나눌 시간이 없습니다. 당신은 피반령을 압니까? 대전방어 선에 대해서도 압니까? 좋습니다.》 맥 아더는 채병 덕 이 한테서 다른 긴 말이 나올가 저 어하듯 성급 히 몇가지를 묻고는 일본인형들이 가지런히 놓인 장옆에서 자기 의 키만한 지시 봉을 들었다. 그 지시 봉이 유난스레 큰데 놀라 채병 덕 이 유심 히 살피 자 맥 아더 는 빙 굿 웃었 다. 《당신네 조그만 전선이 이 로병 맥아더의 손에 이런 짐까지 지 읍니 다. » 하며 대 전을 짚은 지 시봉을 피 반령 쪽으로 옮기 며 말하였다. 《이 대전과 피반령계선을 한개전선으로 봅시다. 그리고 이 전 선을 맡은 사령관이 제네랄 채 라고 합시 다. 당신의 결심과 작전 구상을 말하시오.》 채병덕에게는 너무나 뜻밖의 질문이였다. 그는 대화를 전혀 이 런 방향에서 예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순간의 대답에 자기의 운 명전체가 결정될수 있다는 예리한 직감에 온 중추신경이 곤두박 질치며 일떠섰다. 맥아더는 용기를 주듯 또한번 벙굿 웃으며 조 용히 말하였다. 《어제 낮 대 전북방의 인민군 53사 9련대 가 피 반령 계 선에 이 동 했다는것을 참고하시오.》 《각하.» 채병덕은 드디여 입을 열었다. 《북조선공산군은 일반 야전전투규범과 조례를 무시하고 싸우 는 군대입니다. 그들은 작전의 초보인 군사장비와 화력기재의 이동 과 집 중,그 수자와 보급의 량적 측면은 별로 중시하지 않고있습 493 니다. 바로 거기에 우리로서 판단하기 어려운 함정이 있습니다. 그 들이 렬세한 무기와 장비로 계속 남하해오는것은 독특한 전술과 전 법의 응용입니다.》 《제 네 랄 채, 여기는 군사아까데 미 야가 아니 고 이 맥 아더는 사 관학교 학생 이 아니 요.» 그 말에 채병덕은 찔끔하였으나 자기가 여기서 수그러들면 오 히려 축잡힐수 있다는것으로 태연히 계속하였다. 《그런 군대이 니만치 대전 피반령전선을 유지하고 적을 제 압 하자면 고대로부터 오늘까지의 전쟁에서 사용된 온갖 기만과 책 략의 모든 수들을 다 내 다보고 대비책 을 세 워 야 할것 입 니 다.» 《그래 그 대비책이 뭐요?》 맥아더는 눈살을 찌프리고있었다. 채병덕은 자기의 박식과 론 리로 일정하게 맥아더를 틀어쥔 다음 내대려던 결론을 먼저 꺼낼수 밖에 없었다. 《제가 생각건대 북한군은 그 풍부한 게 릴라전의 경험으로부 터 반드시 기 습과 우회로 대 전을 포위 공격 할것 이 라는것 입 니 다.» 《대전포위의 임무를 떤 인민군부대가 나오지 못하는 조건에 서도?》 《각하,그 부대는 반드시 나올것 입 니 다. 다만 시 간문제 입 니 다. 그 사단장은 게 릴라전의 능수로서 김일성 수상이 가장 믿는 지 휘관의 한사람입니다.》 《그건 내가 못나오게 할레요. 이 로병 맥아더가 결심한것이요. 그 사단이 절대 포위 진을 형성하지 못한다는 전제밑에서 말해 보오.》 《그렇다면 서울시가전의 재판이 이루어질수 있습니다. 그들은 게릴라수법으로 땅크와 기습대를 진입시켜 배후를 교 란하면서 정면으로 공격합니다. 그리고 지역별로 방어진을 분산 포위 하여 각개소멸합니 다. 그 시 간선택과 돌입의 불의성 과 교묘 함때 문에 지 휘 부가 미 처 결심 을 채 택 하기 전에 녹 아나게 됩 니 다.» 《게 릴라적 기습이 라 ? ! 물론 떤이 나 그 병사들이 그에 습관 못된것만 사실이지. 하지만 서울의 재판이란 있을수 없소.》 494 맥아더는 채병덕이가 완전한 바보는 아님을 알았다. 그의 말 에는 무시할수 없는 경험과 진실이 담겨있었다. 맥아더는 중을 뜨 듯 채병덕을 다시금 찬찬히 보다가 위엄있게 입을 열었다. 《이 제 30분후에 당신은 워 커장군과 함께 대 구로 가시 오. 거 기서 오늘 당신들의 지휘권을 워커중장이 넘겨받는 의식을 정식 치 르게 되오. 그리고 가린대좌가 가져가는 〈유엔기〉를 8군사령부에 게 양하는 행사도 치르오. 아마 이 행사는 당신들 장병들의 사기 를 돋구는데 크게 이 바지할것 이 요.》 〈〈각하,알겠습니다. 그것은 패퇴에 저 락된 용기를 북돋는 력 사적 인 사변으로 될 것 입 니 다. » 채병덕은 원가 자기에게 크나큰 행운이 닥쳐온다는것으로 가 슴설레이며 진심을 기울여 말했다. 맥아더는 그의 말에는 별로 반 응이 없이 계속했다. 〈〈당신은 오늘부터 대 전과 피 반령방어계 선에 서 워커 와 떤장군 을 협 력 하시 오.》 《각하,영 광으로 받아들입 니 다. 죽기 로써 소임 을 수행하겠습 니 다. )> 《죽을것까지야 없지. 죽어서야 아무것도 못할테니.〉〉 맥아더는 너그립게 웃었다. 채 병 덕은 잃 었던 세 상을 다시 찾는 황홀경 에 도취하였다. 그 는 은닉된 금의 행처를 알아보지 못하게 되였다는것쯤은 이젠 아랑 곳 않았다. 얼마전부터 《국군》장성들속에서 돌아가던 워커의 보좌관제가 나올수 있다던 말을 상기하고 오늘 자기 가 그 일인자로 지 목되 였다고 기뼈하였다. 워커 의 보좌관이 면 정 일권은 물론 신 성 모의 모가지 까지 휘 둘러 댈 수 있는 자리 일 것이 였 다. 그러 나 채 병덕의 기쁨은 일렀다. 아직 맥아더는 채병덕이를 그런 영광의 자 리에까지 올려놓을 생각이 없었다. 맥아더는 자기의 결심으로 채병 덕이를 그자리에 올려놓는 경우 남조선의 군부와 사회계는 물론 미 국계에서도 강력한 반발을 살수 있다는것을 내다보았다. 그는 이만 큼 주물러놓는것으로도 채병덕이의 복수심을 갈앉힐수 있으며 또 채병덕의 손과 머리를 충분히 써먹을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495 이것을 모르는 채병덕은 기세등등하여 대구로 날아갔다. 마치 워커의 보좌관으로 정식 임명된듯한 심리였다. 행사장인 8군사령부앞마당으로 차를 타고 들어가던 채병덕은 옆 으로 선행하는 검은빛 대형《크라이슬러 리무진》차를 보다가 하마 트면 소리를 지를번하였다. 반쯤 제낀 창가림뒤로 황급히 숨는 파 마머 리를 본 채병덕은 그 녀자가 그토록 찾으러 애쓰던 팔판동의 애희임 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 차에 무초가 타고있는것도 보았 다. 채병덕은 심장이 지지우는듯한 삐근한 아픔을 체험하며 차가 선 다음에도 한참이 나 의자등받이 에 기대있었다. 마음같아서는 당장 뛰쳐나가 차문을 부시고 계집을 꺼내오고싶었다. 그러 나 그것 이 무지 개 처 럼 비 껴 든 출세 의 행 운을 영 원 히 쫓아 버리는 비극으로 끝날것이라는것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 태에 있었다. 《계집이란 그런거지.》 이렇게 중얼거 려도 보고 대 의를 위해서 라면 제 총애하던 계 집 의 피를 칼에 묻히는것도 서슴지 않은 전국시대의 일본 무사들의 이름도 꼽아보고… 한창 씨 투던끝에 흔연히 일 어났다. 회 의 석 으 로 가다가 무초의 차를 얼핏 돌아보았다. 창가림은 몸꼼히 내려져있는데 흰 철갑모를 쓴 엠피가 그앞에 굴왕신처럼 지키고있었다. (그래 참기를 잘했 다.) 그는 회의휴식름에 매우 천연한 태도로 무초와 인사도 나누었 고 연회석에서는 술잔까지 포았다. 무초의 노리개로 전락된듯싶 은 어제날의 그의 정부는 어데도 나타나지 않았다. 채병덕은 그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대 의 를 위 해 사사는 희 생 해 야 하거 니 .) 그는 일본의 어느 소극에서 나오는 가사를 되뇌이며 불끈거리 는 분노의 발작을 진정시키군했다. 김 일성 동지께 서 계시는 방에서 나온 김책 과 강건은 눈같이 흰 백포가 깔린 침대 두개가 나란히 놓인 방에 들어서자 잠시 서로 마 496 주보았다. 〈〈어떻게 할가?》 〈〈쉬셔야지 요.》 이때 두사람의 얼굴에는 행복스러운 소년들만이 가질수 있는 미 소가 피여올랐다. 두사람은 등을 마주한채 앉아 공공 갑자르며 장 화를 벗었다. 그리고 세면장으로 들어간 그들은 다같이 어 린애가 된듯싶은 기분으로 푸푸 소리를 내며 머리도 감고 발도 씻었다. 강건은 수건걸개에 매여달린 푸른 세면주머니에 시선이 가자 두 눈이 호기심으로 빛났다. 노란 수실로 새긴 《승리》라는 글자를 만져보기까지 하고 김책을 돌아보았다. 《이건 어디서 받은것입니까?》 김책은 피끗 돌아보고 수건을 비틀어짜며 말했다. 《그 임자를 오늘 만났댔소. 난 잊었는데 장군님께서 알아보 셨소.》》 〈〈어떤 녀자인데요?》 《우리가 평천폭격장에서 만난 녀자인데 오늘 이곳 병원에서 만 나보았소.》 김책은 침실에 들어와 복심이라는 녀자를 만난것으로부터 낮 에 있은 일 몇가지를 말해주었다. 오늘오후 김일성 동지께서는 김책과 함께 서울시내 여러곳을 돌아보시였다. 한강에 부설한 잠수교를 보신 그이께서는 적의 항공 대가 모든 도로와 다리를 제 압하는 조건에서 큰 강들마다에 이런 잠수교를 가설하고 주요도로와 다리들에 항시적으로 복구대를 두고 련락장을 꾸릴데 대하여 가르쳐주셨다. 련락장은 야간행군을 위 주로 하는 인민군대와 보급물자운반대렬이 낮에는 대피도 하고 식사도 할수 있는 장소로 되여야 하므로 진료소와 간단한 자동차수 리소까지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매 작전과 전투조직이 끝 난후에 군수물자를 날라가는 종래의 방식을 고치고 예견하는 주 요작전지 구들에 중앙병 공창의 분살림 형 래 로 선두병 공창을 꾸릴데 대한 발기를 하셨다. 물자의 수송보급문제로 늘 골을 앓던 김책 에게 이 것은 하나의 혁명적 방안이 였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계속하여 497 작전물자의 보급을 철도나 자동차 하나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원 적으로 떨쳐난 인민들의 힘에 의거할데 대하여 주요하게 말씀하 셨다. 그길로 김일성 동지께서는 경성 전기회사자리에 들리시여 평양 에서 파견된 경제일군들과 짤막한 담화를 하신후 서울에 군수생 산분국을 조직하며 피복류와 신발 같은 일용품을 여기서 자체생 산하여 보장할데 대하여 가르쳐주시였다. 그때 김책은 이것이야 말로 산업상이였던 자기가 포착하고 조직해야 할 일이 아니였던 가 하는 자책을 심하게 느꼈으나 이 역시 그이의 특출한 예지로 만 할수 있는 일이라는데 생각이 몇고말았다. … 창문에 부딪치는 날벌레들의 날개짓소리가 들려왔다. 두사람 은 침대에 걸터앉은채 창문쪽을 내다보았다. 《사령관동지,우리 결심안에 대해서 장군님께서 그대로 비준 하실것 같습니까?》 강건이 느닷없이 물었다. 그들은 방금전 김일성 동지께 대전작전에 대 한 전선사령 부의 최 종결심 안을 보고드렸 다. 김 일 성 동지 깨 서 는 그 들의 초조한 얼굴을 지켜보다가 레일 새벽에 토론하자고 하며 이젠 밤이 깊었으니 쉬 라고 하셨다. 《너무 옹생원이 되지 말기요. 자기를 믿어야지. 그만 자자구.》 《그런데 장군님께서 정말 지금 쉬실가요 ?》 《내 강부관한테도 단단히 말했으니 오늘에야 좀 쉬시겠지. 벌 써 두시구만.》 《그럼 좀 누웁시 다.» 그들은 서로 마주 빙굿 웃고 모포속에 몸을 감추었다. 강건은 오른쪽으로 몸을 꼬부린채 누워 인츰 코를 골았다. 알 릴락말락하는 그 코소리를 들으며 김책은 습관대로 하루사업에서 잘못된것이 없는가를 생각해보려 했다. 그러나 여느때와 달리 생각 이 흐리멍렁해지며 무섭게 잠이 몰려들었다. (대전작전결심 안이 과연 완성된것일가. ) 김책은 사단들의 진격로들을 머리속에 그려보다가 잠들었다. 그들은 다같이 김일성 동지께서 곁에 와 계신다는것으로 모든 근 심을 잊고만것이였다. 498 김 책 과 강건이 초보적 으로 완성 한 대 전작전안은 최 고사령 관동지 의 7월 8일부 작전방침에 철저히 근거해 작성한 포위전계획이였다. 주 타격부대들의 7월 8일이후의 전투들은 바로 이 최종작전에로 내 닫는 행 동이기 도 하였 다. 53사와 54사의 성 과적 인 금강도하로 하여 대전작전은 성공할수 있는 마지막그물을 치는것으로 남 았 다. 오늘저 녁 총참모부 결심안으로 제출된 대 전전투는 세 개 사단 으로 수행 하게 되 여있었다. 53사는 대전을 정면과 동북방으로부터 압축하며 54사는 대전 의 우익 인 서 쪽에 서,52사는 대 전의 동남쪽인 대 전_금산간의 도 로를 차단하고 포위 망을 좁혀 24사를 전멸시 키 자는것이 였 다. 대 전의 서 남쪽에 서 24사의 좌익린접 을 형 성하러 지 원해 올수 있는 호남지구 전투사령부의 병력은 론산쪽으로 진출하는 54사 18련대 로 제 압하게 되 여 있었고 대전동쪽의 피 반령 에서 미24사의 우익린접 을 형성하러 지 원해올수 있는 피 뢰1군단에 대해서는 52사의 2제 대 련대와 (대전후면으로의 52사 진출은 두개 련대로 예견하고있었 다. ) 53사 9련대 의 일부 력량으로 막게 끔 타산되 였다. 대 전 포위 공 격전투날자는 7월 21일까지 대전뒤 옥천계선에 나가겠다는 최현 의 결심 에 근거하여 7월 22일로 잡았다. 7월 16일까지 의 적 아의 력량과 전선형 편을 볼 때 이 작전은 매 우 과학적인 빈틈없는 작전이였다. 김책과 강건이 이 작전에서 우 려 한것 이 있다면 피 반령에서 저지 된 52사가 과연 제시 간안에 대 전후면을 차단하겠는가 하는것뿐이 였다. 그러 나 그것도 최현장령 의 확답속에 가능한것으로 된이상 거칠것이 없었다. 김책과 강건은 현재 의 결심안에 자신을 가졌 다. 어 떤 어 려 운 문제 나 그 예 리 하 고 정확한 통찰력과 천재적예지로 즉석 판단하시는 김 일성 동지께서 별다른 의견이 없이 김책과 강건을 쉬라고 하셨다는데서 이들은 더 욱더 마음을 놓은것이 였 다. 그러나 이 두 장령은 바로 자기들이 잠든 시각에 부산으로 상 륙하리 라 생 각한 1기 병사단이 포항을 향해 침 로를 돌린것은 몰랐 다. 김책과 강건이 대전에서 미제침략군 주력을 결정적으로 소멸해 499 치우자고 결심 한것처럼 맥아더와 워커 역시 이 대전을 한니발의 깐느격 전장으로 만들겠 다고 결심한것이 였 다. 하여 22일 이 아니 라 20일 이 면 1기 병 사단이 대 전에 도착하여 피 반령쪽으로부터 남 하하는 52사앞에 장벽을 조성하면서 대전방어를 보강하고 53사 와 905땅크사단을 역포위하여 격 파할수 있는 위험 이 질 어간다는 것은 더욱 알수 없었다. 탁상등의 불그스레한 빛발은 흰 모슬린이 드리운 벽들마다에 움 직 이지 않는 그림자들을 새겨놓고있었다. 파아란 담배연기가 그 벽 을 따라 그물거리며 기여오르다가는 맹렬히 돌아가는 선풍기의 나래바람에 부및쳐 흐트러지군했다. 깊어가는 밤의 고요와 정적이 그대로 옮겨앉은듯한 방이였다. 차광막을 대신하는 검은 비로도창가림은 이따금 웨치는 보초병의 구령도 자동차의 소음도 먼곳에서 울리는 야간비행대의 폭음도 막아주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눈부시게 흰 와이샤쓰의 웃단추를 터치신채 책상우의 지도를 마주하고계셨다. 새벽 한시,두시… 시간의 분침은 계속 움직였으나 김일성 동지께서는 그 자리에서 움직 일줄 모르셨다. 어느 틈으로 날아들었는지 모를 하루살이들이 탁상등주위를 맴돌다가 소매를 걷어올린 그이의 팔우 에 주저없 이 앉는것 도 느끼 지 못하시 였 다. 옥색 재털 이 우에 놓 인 담배에 손을 뻗치였다가 그 담배가 절로 다 타서 재가 된것을 아시 고는 그대로 손을 끄당겨 이마에 가져가셨다. 《장군님!》 조심스레 울리는 목소리에 그이께서는 고개를 드셨다. 책상앞 에는 강부관이 서있었다. 두손을 바지혼솔에 딱 붙이고 차렷자세를 한것으로 자기는 매우 공식적 인 임무를 집행한다는것을 암시하는 시위적인 자세 였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그가 신랄한 공격 을 가해 올 잡도리라는것을 아셨다. 좀전에 그가 들어와 쉬실것을 간청 할 때 그럼 자겠 다고 웃옷까지 벗 으며 약속하신 그이시 였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이럴 때는 선손을 써 막는것이 좋다는것을 아 500 섰으나 방금 이 어가던 생각때문에 다시 지도에 시선을 주셨다. 다행히 강부관은 기척이 없었다. 1분,2분,또 10분…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강부관이 나갔는가 하여 눈길을 드셨다. 그런데 강부관은 그대로 서있었다. 옛날 과오를 범 한 유격대 원들이 자기스스로 금을 그어놓은 원안에 들어가 하루 종일 차렷을 한채 《근신처벌》을 받던 그런 자세였다. 입술은 뿌 주름히 내밀어있었고 내리깐 눈에서는 당금이라도 눈물이 쏟아질상 실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눈섭을 찌프리셨다. 《강동무,그러 지 말고 가서 좀 자라구.》 《장군님 !》 요지부동일듯싶던 강부관이 한걸음 내짚었다. 목에서 울대뼈 가 움씰하고 얼굴이 떨정게 질려갔다. 《장군님께서는 지금 며칠밤을 안쉰지 아십니까. 그렇게 못쉬 구서 어떻게 미국과 전쟁을 끝까지 하겠습니까 ! 이러시다가 앓 으시 면一》 강부관의 고개는 외로 틀어졌다. 맹렬한 시작에 비해서 뒤는 물 렀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껄껄 웃으시였다. 《아직 초저녁인데 월 그러나?》 《장군님 지금 두십 니다. 다섯시면 작전회의를 하시잖습니까. 그러면…》 《벌써 두신가. 허허. 그럼 자야지. 자겠소.》 김일성 동지께서는 색연필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강 부관은 온 얼굴이 비 씻긴 하늘처럼 환해졌다. 그는 방안을 두루 살피다가 침대우에 대형작전지도가 펼쳐져있는것을 보고 허락을 받 을념도 않고 달려가 두루루 말았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어이없는 웃 음을 띠우신채 그를 살피다가 창가의 쏘파에 가앉으셨다. 《강동무,난 여기서 자겠소. 이럴 땐 야전식으로 자는게 더 좋 지. 침대에선 동무가 자라구.》 강부관은 딱한 기색으로 김일성 동지와 침대를 엇갈아보다가 한수 양보한다는 식으로 침대우의 깃털베개와 백포를 주섬주섬 501 벗 겨 들었다. 《장군님, 탁상등도 끄겠습니 다.» 쏘파우에 베개와 백포를 내려놓은 강부관은 큰 승리를 한 개 선장군마냥 만족스런 기색이였으나 그 빛을 감추느라 말소리는 매우 공손했다. (이건 완전히 강짜인걸. ) 김일성 동지께서는 하는수 없이 쏘파우에 비스듬히 누우셨다. 순 간 온몸이 둥 뜨는듯하며 천정과 벽이 핑 돌아가는것 같았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자신께 서 몹시 지치 셨음을 깨 달으셨다. (그래,옳다. 좀 자야 한다. 저 보모의 역을 노는 강부관의 말 이 옳다. 자자.) 그이께서는 오른손을 이마우에 얹으며 눈을 감으셨다. 딸깍 하 고 탁상등 스위치를 끄는 소리와 함께 포근한 어둠이 눈시울을 덮 었다. 그러자 온몸이 아득한 나락으로 잠겨내려가는것 같고 눈앞에 는 계선과 형태가 명백치 않은 광대한 전선이 펼쳐졌다. 산길과 도 토와 참호들,땅크와 보병중대의 행렬이 지도의 화살표들과 치차 표식의 부호에 엇섞여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검푸른 바다가 펼 쳐졌고 물갈기를 일으키며 내담는 군함의 검은 선체와 그물사다 리를 타고 내리는 중무장한 적군병사의 모습도 보였다. (그래,이건 내가 미1기병사단의 움직임에 대한 답을 엄지 못 한탓이 다. 김책과 강건은 그 1기사도 부산으로 상록하리라 보고있다. 항 만시설이라던가 전례로 보면 그것이 옳다. …그러나…) 김일성 동지께서는 지도앞에 앉으셨을 때와 같은 사색의 세계 에 되돌아가셨다. 머리는 점점 더 맑아지섰다. 좀 다르다면 수자적 인 계산과 추리대신 상념이 뒤섞인 영화의 화면같은 광경이 줄곧 눈앞에 서려오는것이였다. 언젠가 외 국기 록영 화에 서 보신 미 드웨이 해전과 사이 판도상륙 작전의 몇개 장면까지 떠오르셨다. 탄약이 떨어진 몇천에 불과한 일본군을 대상해 수백대의 비행기와 땅크를 앞세워 초토화작전을 벌리며 몇개 사단의 무력으로 살룩전을 벌리던 화폭이였다. 화염방 502 사기의 불길,땅을 짓씹는 무한궤도,까만 먼지처럼 자욱히 덮여 내달려오는 보병의 돌격대형… (그렇 다. 맥 아더는 병 력과 화력 의 절대 적 우세 하에 서 만 싸우는 자다. 그의 작전적 안목이 란 땅크와 대포의 수자,총탄과 포탄의 론수에서 적아의 대비를 재빨리 계산하고 결심하는 거기에 있다. 코레히돌에서는 약간한 병력차이때문에 도주까지 하지 않았던가. 지금 그는 화력의 절대적우세를 떠벌이던 금강이 돌파당한 상태 에서 몇배의 병력지원을 꾀할것이다. 물론 그도 지금 대전을 생 각할것이다. 그렇다면 어저께 요꼬하마부두를 떠난 1기병사단은 어 데를 목표로 하겠는가. 대전으로 온다고 봐야 할것이다. 그 1기 사가 대전에 오는것은 맥 아더가 우리의 수에 걸려 피동에 빠진것으 로 된다. 그러나 당면한 대전작전에서 1기사의 출현은 명백한 위험 으로 된다. 그렇다면… 아니, 다시 생각해보자. 맥아더가 보다 담이 큰놈이라면 동서해안의 어느곳에서 상록작전을 할수도 있잖을가?) 동서의 해안선들이 일시에 떠오르고 공격산병선들이 죽 펼쳐 졌 다. (어디로 들이밀것인가. 55사의 전투지구?… 그 55사는 울진 과 평해 리를 지났지. 맥 아더는 산이 많은 그 험지에 기 계 화사단 을 들이밀수는 없다. 최춘국의 전선중부 역시 그렇다. 그들은 단양 고개를 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서부?… 온양一공주쪽으로 쳐 들어온다는것인데 거기는 한개 사단이 상륙할 항만이 없지 않은가. 거 기는 아니 다. 현재 맥 아더 가 상륙을 꾀할수 있는곳이 란 목포나 부산,포항뿐이다. 목포까지는 바다길의 거리가 멀므로 그것은 지워 버리자. 부산과 포항?… 부산은 지금 미본토와 일본에서 들여오는 군수물자 하역으로 빈름이 없다고 했다. 그렇 다면 포항이다. 포항은 대 전과 직 선으로 이어 진곳이 고…) 써늘한 랭기가 가슴 한골을 파고 지나가는것 같으셨다. 1기병사단이 출동했다면 그 선견대는 하루사이에 포항에 들어 설것이 였다. 바다우에 까맣게 덮여드는 상륙정들과 모래불로 뛰 여내리는 군인들의 모습이 환영처럼 움직였다. (그래,나의 불안은 바로 여기에 있은것이 야. 22일이라는 작전 503 개시날자에 대한 불만도 바로 여기로부터 시작되는것이고…) 김일성 동지께서는 김책과 강건이 제출한 대전작전안에서 두가 지 모순점을 포착하섰다. 하나는 작전준비시간을 너무 오래 잡는것 이 였다. 피 반령 돌파를 기 준한다는 리 유로 닷새 동안이 나 우물거 린 다는것은 그 어 떤 객관적 인 사정으로도 합리 화할수 없었다. 또한 변화된 현실과 정황에 관계없이 곧은목으로 나가려는 유연치 못 한 립장이였다. 그러나 김일성 동지께서는 이 모든 불만과 의견을 보류하섰다. 이 전쟁에서 시간의 절박성,그 시간의 의의를 누구 보다 잘 알고있는 김책과 강건이 더 다른 방안이 없어 택한 결심임 을 너무나 잘 아셨기때문이였다. 그리고 늘 밤을 못자 수척해진 그 들의 얼굴로 하여 차마 말씀을 떼실수 없었다. 그이께서는 이 문제 해결의 과제를 스스로 자신께서 젊어지지 않을수 없었다. (그렇 다면 맥 아더는 우리 의 의 도를 다 알고 움직 이 는셈 이 다. 최현사단을 한개 군단으로 막는것도 그놈의 선견지명으로 봐 두자. 그 뒤쪽에 25사를 응크리고있게 한것 역시 그렇다. 놈은 우리의 대전포위작전구상을 대체로 짐작하고 막는셈이다. 현재의 그 무력이면 놈들은 역포위를 시도할수 있으나 역시 맥아더는 엉큼 한자다. 놈은 더 많은 무력을 끌어들여 력 량상 절대적인 우세를 보 일 때를 기다리고있다. 1기사? 1기사라? … 그외에 어떤 무력을 대전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 피반령이 돌파당하는 경우 괴뢰1군단이 들어설것이고… 김천에 있는 미25사의 한개 련대가 덧붙여질것이다. 호남지구전투사령부 관하 부대들도 움직일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여섯개 사단이다. … 이것을 다 자루속에 넣자면…) 김일성 동지께서는 어둠서린 천정에서 희미하게 번뜩이는 무리 등에 시선을 주신채 입술을 아프게 깨물으셨다. 너무나 적은 군 대며 약소한 무장이였다. 완전장비된 서너개의 보병사단과 한두 개의 비행사단만 더 있어도 단숨에 모든 적들을 구축하고 이 나 라 강토를 깨 끗이 할것이 였 다. 폭격 기 편대 로 부산 1부두를 봉쇄 하고 저격부대들을 적의 주요지점들에 파견하여 앞으로 치고 뒤 504 에서 치면 그까짓 적이 무엇인가. 그러나 신생공화국에서 그런 희 망은 한갖 꿈에 불과한것 이 다. 지금 대전작전에 투입 할수 있는 사단도 오직 53사와 54사,52사뿐 이였다. 예비대도 없었다. 매일같이 인민군대 탄원자들이 수만명씩 나선다 하여도 그들에게 메워줄 충분한 무장도 없었다. 현재의 무력으로 적과 판가름을 할수밖에 없었다. 대비할수 없 는 력량의 차이는 매 전사들에게서 넘쳐나는 애국심과 의지,용맹으 로 메꾸어야 하였다. 그들의 용맹과 애국심이 헛된 피로 흘러내 리지 않게끔 그들을 승리의 지름길로 이끌어 야 한다는 책임감이 지 금 천정을 바라보시는 시각에도 가슴뿌듯이 절감되셨다. (현실적으로 판단하자. 문제는 1기사나 기타의 적들이 대전에 이르기전에 포위섬멸하는것이다. 여기서 결정적인것은 포위 작전 의 시간을 앞당기는것이다. 그 짐은 52사가 지고있다. 그런데 52사에 그 무거운 짐을 지 운채 방임하는것은 결국 그들을 쏘구역 에 밀어넣는것과 같은것 이 다. 최현은 죽기내기로 할것이다. 최악의 경우엔 그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 길에서 다시 일어서지 못할수도 있다.) 《안된다.》 《장군님!》 벽가에서 검은 그림자가 일어서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강부관이 또다시 속을가봐 지켜있는것을 아 시고 어지간히 놀라셨다. 《동문 왜 안자고있소 ?》 《장군님,좀 쉬십시오. 계속 무슨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 잠소리를 했군. 그러니 내가 좀 잔것이 아닌가. 동 무도 이 젠 감시 를 그만하고 자오. » 김일성 동지께서는 무리등의 희뿌연 형체가 더욱 명료히 드러 나는것을 점도록 보시였다. (내가 신경 이 너무 예민해 진것 이 아닌가. 좀 자긴 자야겠다. ) 그러자 눈앞에는 또다시 최현의 이글거리는 눈과 치솟는 눈섭 이 꿈틀거 리며 다가왔다. 그가 53사 9련대를 되돌려보낼것을 강 505 경히 주장해왔다고 하던 김책의 말이 떠오르며 원가 섬광처럼 스쳐 가는 착안점을 붙잡으시였다. (53 사 9련대 의 피 반령진출은 적 들로 하여 금 아군의 대 전포위 작전에 대해 완전히 단정할수 있는 근거로 될수 있다. 맥아더는 여 기서 회심의 미소를 지을수 있다. 52사와 53사 9련대의 피반령 돌파시간을 맥아더는 자기의 의도를 실현할 여유시간으로 잡을수 있 다. 그러면 결론은 피반령에서 손을 떼는것이다. 9련대는 원래의 공 격 선 대 전동북방에 로 돌려야 한다. 그러 나 9련대 가 맡은 지 탱 점 이 비면 52사는 어찌되겠는가. 물론 최현은 끄떡도 하지 않을것 이다. 그러면서 최현은 결사적인 전투에 나갈것이다.) 때맞지 않게 저택에서 마지막으로 본 최현의 모습이 떠오르셨 다. 통옥이를 꼭 부둥켜 안고 어색한 미소를 띠우던 그,그 정상이 가슴아파 하루밤 자고 가라고 했으나 최현은 떠 났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가빠오르는 숨결을 누르며 눈을 감으셨다. 불쑥 다른 얼굴이 떠오르셨다. 병 원에 서 본 복심 이라는 녀 인 이였다. 그 얼굴은 종이장처럼 회였다.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은 떨 고 스러지는 초불같은 눈길에는 그래도 웃음이 떠돌았다. (정숙동무가 싸움터에서 늘 적의 총탄을 맞받아 전우들을 지 키더니 그 녀인도 역시…) 뼈 아픈 짜릿 한 추억 이 바람처 럼 지 나갔다. (우리 나라 녀성들은 참으로 훌륭하다. 모두가 영웅이다.… 그런데 그 남편이라는 녀석은 어찌된 사람인가. 그런 녀성을 마 다하다니… 도대체 가정이나 사랑이란걸 월루 아는건가. 김책이 가 만났다는 그 중대장이 과연 그 녀자의 남편일가. 진짜배기 싸움 군이라고 했지… 그렇다면… 이 전쟁통에 그도 원가 깨닫겠지. 아니,이 문제 엔 내 가 개 입 해 야 돼 . 그런데서는 오영헤도 매한가지야. 뭐 전쟁때에는 사랑이 없다 구… 진짜배기혁명가들의 사랑관을 안다면 저러지 않겠는데… 세대차 이인가?… 오영혜한레 김혁이의 사랑에 대해서 좀 말해줘야지.… 506 그런데 복심의 남편은 54사 18련대라고 했지. 여기 가까이만 있 으면 만나겠는데…그들은 지금 론산쪽으로 가고있다.… 지금픔 그들은 적진연구를 할가, 아니면 잘가… 그녀석을 만나야 되는데 … 53사 9련대를 빼면 52사앞에는 위험이 조성된다. 그러면 또 2의 3의 리복심 이가 나올수 있고… 아니,그보다 더한 희 생 이 나 올것이다. 그러나 9련대는 돌려야 한다.… 그렇다면 포위는… 대전 의 후면포위를 누가 하는가? …) 산줄기들과 도로, 행군하는 보병대렬… 상상속에 그려지는 송 기덕이라고 하는 군관이며 최현,리복심,그런 얼굴들이 간단없이 눈 앞에 오간다. (내가 너무 지쳤구나. 이래서야 신통한 수를 엄지 못하지.) 코고는 소리가 을렀다. 방안의 공기를 다 빨아들이듯 거세게 숨 을 들이쉬 다가 드르릉하고 폭음같은 소리를 터치고는 잠시 있다 가 요란한 풀무질소리로 후하고 내불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쏘 파등받이대를 잡으시고 몸을 일으키시 였다. 문가의 장의자우에 앉은 강부관이 고개를 한쪽 어깨에 떨군채 셈평 좋게 자고있었 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빙 굿이 웃으시 였다. 잠시 망설 이 다가 베 개 를 드시 고 발끝걸 음으로 가시 였 다. 장의 자우에 베개를 놓고 강부관의 어깨에 손을 가져갔다가 머리를 설레 설레 저으며 물러서시였다. 깨는날엔 랑패라는 생각이 번개치듯 했던것이다. 그이께서는 침대에 놓여있는 이불을 가져다가 그의 옆 구리에 놓아주시고 조심스럽게 문을 여시였다. 멀 리서 닭울음소리 가 들려왔다. 김책은 정각 네시에 깨여났다. 강건이가 어 린애처 럼 베 개에 얼굴을 박고 자는것을 만족스럽 게 보며 조심히 침대 에 서 내린 그는 간단히 세면을 하고 작전직 일관실에 내려갔다. 거기서 다른 정황이 없음을 확인한 그는 아 직 잠기를 완전히 덜지 못한 머리를 밝게 하러 밖으로 나섰다. 불깃하게 서기가 어려있었다. 김책은 오늘 날씨가 매우 좋을 것 이 라고 생 각했다. 습관대 로 건물을 에 돌아 정 향나무들이 띠염 띠염 널린 공지로 걸음을 옮기던 김책은 그만 우뚝 걸음을 멈추 507 었 다. 약간 둔덕 진 잔디 발우에 김 일 성 동지 께 서 서 계 시 였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새벽려명에 어둠이 갈라진 동견하늘을 바라보 고계셨다. 손에는 백 합꽃 한송이가 들려 있었다. (밤을 패셨구나.) 김책이 송구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다가가 인사를 을렀을 때 김일성 동지께서는 매우 밝으신 안색이시였다. 《우린 산에 익숙되여서 그런지 역시 방안보다 이 나무가 있 고 풀이 있는 밖이 좋구만.》 그이의 어깨는 정향나무잎들에서 떨어져내린 이슬들로 점점이 얼룩져있었고 장화 역시 젖어 비맞은 뒤처럼 번들거렀다. 《김책동무,이렇게 합시다.》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백 합꽃송이 를 나무가지 우에 끼워놓고 신중 한 눈길로 김책을 보시였다. 〈〈대전작전안은 변경시켜야겠습니다.》 《네 ? !》 김책은 너무나 뜻밖의 말씀에 등골에 찬바람이 획 지나가는것 만 같았다. 김 일성 동지 께 서 는 그러 한 김 책을 잠시 눈주어 보시 다가 힘 있게 말씀하시였다. 《피반령에 진출한 53사 9련대 를 본래의 공격위치 로 이동시켜 야 하겠습니다.》 «?-» 김책은 원가 수수께끼와 같은 거대한 담벽에 부및친 심정이였 다. 그는 아직 아무런 리해에도 이를수 없었다. 그것은 명백히 불 안이였다. 강건참모장이 뛰다실이 달려왔다. 그는 6월 23일 전선시찰을 마치 고 왔을 때보다 더 당황한 표정으로 김일성 동지께 보고를 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정찰국 긴급통보입 니다. 미1기사가 포항으 로 상록한다는 적의 무선통신을 잡았답니다.》 김책은 숨이 곽 막혀들었다. 그는 자신의 내부적혼란을 간신 508 히 억제하며 김일성 동지를 바라보았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백합꽃을 보며 미소를 머금고계셨다. 자신의 예견과 타산이 맞아떨어진것이였다. 《1기 사는 대 전을 지 원해 올것 입 니 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며 신심에 넘치신 밝은 얼굴로 두사람을 보다가 말씀을 떼시였다. 《우리는 그 1기사가 도착하기전에 대전포위도 끝내고 전투도 결속지 어 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형편에서 52사가 대전후면에 진출 할 때까지를 기다린다는것은 맞지 않는 일입니다. 적들은 이미 우 리의 기도를 일부 알아차리고 최현사단의 진출을 막기 위하여 결사 적으로 발악하고있습니다. 오늘도 래일도 계속 그럴것이며 또 그러 라고 합시다. 우리는 적들이 거기에 시선을 쏟아붓고있는것을 리용 하여 현재 론산으로 진출하고있는 전선서부의 54사 18련대를 동 남쪽으로 급속 우회기동시켜 대전의 후면포위를 완성 하자는것입 니다. 이 포위는 늦어도 래일까지는 끝나야 하며 우리는 모레 즉 7월 20일에는 대전을 해방하여야 하겠습니다.》 적들에 게는 청 천벽 력 으로,군사예 술사가들에 게는 신비 적 인 기 적으로 보여진 대전포위전투의 구상은 이렇게 래여났다. 이날아침 김일성 동지의 지도밑에 진행된 작전회의에서는 대전 포위문제 로부터 전선동부,전선서 부를 비 롯한 전반전선문제 가 토 론되고 일련의 새로운 방침이 제기되였다. 대전포위전투와 관련 된 토론들에서는 미1기사보다 먼저 대전후면에 도착해 야 될 54사 18련대의 행군의 중요성과 간고성 이 언급되였고 53사 9련대를 대 전동북쪽으로 이동철수시키는 조건에서 52사가 원래의 《연기》 를 계속하는것 이 매우 어려우리 라는것도 론의되 였다. 509 제 19 장 피 반령계 선에 서의 53사 9련대 철수는 비 밀무선 암호문으로 시 달되여 극비속에 진행되였다. 52사 지휘참모일군들은 이 조치가 최 현사단장의 고집 스런 제 기 때 문에 취 해 진것 으로 생 각했 다. 최현사단장에게도 이 일은 뜻밖이였다. 그제저녁 그는 9련대 문 제로 강건과 무선전화를 하였다. 그때 강건은 대전정면은 걱정말고 빨리 피반령을 극복하라고 하면서 9련대 철수문제를 부결하였다. 하여 최현은 피반령 공격전투조직에 9련대도 포함시켰었다. 그런데 그 지시가 변경된것이다. 참모장은 여직껏 보이지 않던 완강한 래 도로 최현에게 들이댔다. 《9련대 철수는 하루만 연기하게 해 주십 시 오. 6련대 의 공격 이 야 9련대 의 엄 호밑 에 하기 로 되 여있지 않습니 까. 9련대 가 가면 우리 의 공격 계 획은 뒵 니다.》〉 강경하게 나오는 참모장의 주장에 최현은 여느때라면 어성을 높 였겠으나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여 보,사내 장부일 언이 중천금이라고 그저 께 만도 우린 9련대 가 없는 전제밑에 공격계획을 짰고 또 9련대 철수제의에 동무도 동 의를 하지 않았소. 글쎄 볼에 밤알을 물긴 했댔지만.》 참모장은 그의 말에 더 격동되여 열을 을렀다. 《사단장동지,이것이 개인의 체면과 관계된 문제입니까. 사단 의 운명,작전의 운명 과 관계 된것 이 아닙 니 까 ?》 〈〈그건 옳소. » 최 현은 순간이 나마 침 울해 졌 다. 피반령 을 아직 극복하지 못했 다는 생 각이 비수같이 날아들며 그를 괴롭혔다. (그래 체면문제가 아니라는 참모장의 말은 백번 옳다. 그러나 그때문에 9련대를 다시 둬달라고 할수는 없다. 9련대는 대전정면을 압축하게 되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어제 까지 철수를 부결하다가 510 오늘엔 명령으로 떨궜겠는가.) 최현은 여러가지 번거로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그리고 참 모장을 설득시키지도 못한채 배비변경을 하고있는 전방으로 나갔다. 53사 9련대가 차지하였던 계선에는 7련대의 한개 대대가 전개 하였다. 9련대 는 한정량의 포탄을 피반령 의 적방어연선에 쏟아붓는것 으로 마지막작별인사를 하였다. 그 포사격은 련대의 철수를 적의 감시 로부터 음폐 하기 위한 수단이 기 도 하였 다. 긴 여 름해 가 서견으로 떨 어 질무렵 53사 9련대 의 마지 막종대인 군의소대 렬 이 출발하였다. 그 군의 소대 렬속에 는 성 련화가 있 었 다. 련화는 자기가 어떻게 되여 53사 9련대 군의소로 소환되게 되였 는지 몰랐다. 늙수그레한 군의소장은 량식카드를 주면서 매우 섭섭 한 기색으로 《어찌된 영문인지 나도 모르겠소. 엊저녁 아바이한레 주사를 놓으러 가니 동무에 대해서 꼬치꼬치 캐물었소. 동무가 서 울에 서 왔다는걸 들었을 때는 아바이가 매 우 기 태 했는데 … 하여 간 이상한 일이야. 동무의 소환은 아바이의 지시거든.》라고 말 했 다. 그 의 문은 군의 소대렬을 지 나치 던 9련대 장의 찦 차가 멈 춰 섰을 때 풀렸다. 52사에서 넘어온 간호원을 찾은 련대장은 성련화가 부끄러울 정 도로 한참이나 훌어보다가 림운학이를 아는가고 물었다. 련화가 대 답을 못하고 얼굴만 잔뜩 붉히자 련대장은 〈〈이제 만나면 다시는 헤여지지 말라고… 최현사단장이 부탁했소. 알겠소?》라는 말을 남기고 그 차에 올라 사라졌다. 련화는 길가의 오동나무밑에 서서 말없이 그들을 바래주던 수 염이 거밋한 최현사단장의 주름진 얼굴을 상기하자 가슴이 아릿 해 났다. 그 사단장이 자기와 림운학의 관계를 어떻게 알며 또 가흑한 전 투환경 에 서 하루에 도 몇 번씩 전방에 오가는 사단장이 자기같은것 이 무엇이라고 그렇게 관심할가. 운학이를 만나면 어떻게 대하고… 놀라움과 의 혹,기 쁨과 황송함이 착잡히 엉 켜 드는 속에 련화는 얼굴이 점점 달아올라 옆에 동무들의 눈길이 그에게 자주 쏠려드는 511 것도 모르고 기계적으로 걸음을 옮겼다. 최현사단장에게서 림운학의 일은 가장 사사로운것이면서도 잊 어넘겨버릴수 없는 문제 였다. 성 련화를 찾아 9련대에 돌린것은 그의 수만가지 잔걱 정 중에 하나를 매듭지 은셈이 였다. 한사람에 게 라도 기쁨을 주었다는것이 9련대 철수로 생겨나는 마음에 하나의 온기로 스며들었다. 그 역시 참모장앞에서랑은 땅땅 큰소리를 쳤지 만 정작 한개 구간을 맡고있던 9련대가 떠나니 속이 허전했다. 하 여 그는 9련대의 진지에 배비된 7련대 1대대에 나가 병사들과 한식 경이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전히 사기넘친 전사들과 어울려있 으니 부직간부들의 불안스런 태도로 엉쳐있던 불쾌감도 어지간히 날려버 려 졌다. 병 사들은 한개 련대계선을 대대 로 담당한다는데 대 하여 두려워 하는것 이 아니 라 오히려 긍지 를 가지 고있었다. 《이 런 전사들을 볼줄 모르거 든. 샌 님들이야,샌 님들.》 최현은 참모장이며 그러루한 부직간부들의 얼굴을 눈앞에 그 리며 몇번이고 이렇게 중얼거리며 사단지휘부로 돌아왔다. 그런 데 그를 기 다리 고있던 참모장은 한결 풀려진 그의 마음에 또하나 타격을 안겨주었다. 《4련대와 6련대 계선에서 적들이 반돌격을 개시했습니다. 이 젠 반돌격 까지 해오는 형편입니다.》 최현에게 타격 으로 된것은 그 사실자체라기보다 과장된 표정 과 억 양으로 말하는 참모장의 태 도때 문이 였다. 그것 도 차에 서 내린 최현이 문에 들어서기전이였다. 《자, 보십 시오. 사래는 점 점 엄중해오지 않습니까.》 참모장의 눈빛은 이렇게 말하고있었다. 참모장은 최현의 얼굴 이 활짝 달아올라 갓 구워낸 무쇠빛으로 변하는것을 여느때면 두려 읍게 보았겠으나 직책상 임무와 책임감에서 하는 보고라는듯 눈 길을 곧추 세워보고있었다. 최현은 불끈하고 성미가 살아올랐으 나 참았다. 하등 성을 낼 일이 못되며 참모장은 자기의 직책상 보 고를 하고있 다는것 을 깨달았다. 그리 고 화가 뻗 쳐 오는것 이 참모 장탓이 아니라 자기 역시 현사래에 초조하고 불안했기때문이라는것 도 알았다. 부관이 뛰 여나와 전화가 왔다는바람에 적 당한 대 답을 512 고르던 최현은 그대로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수화기를 들자 6련대 장의 되 알진 목소리 가 울려나왔다. 《적들이 역포위를 시도하고있습니 다. 할수없이 2대대도 전투 에 말려들었습니다.》 《2대대를?》 《그렇 습니 다. 그런데 대 대 장 박로수동무가 상했 습니 다. )) «•■•)) 최 현의 얼굴은 삽시 에 컴 컴하게 질 려 갔다. 2대 대 는 오늘밤 피 뢰 2사와 3사의 린접점을 뚫고나가는 전투를 하게 되여있으므로 일 체 전투에 인입시키지 않고 대기하게끔 되여있었다. 그것을 잘 알며 사단내 지휘관들중에서 그중 담보가 센 6련대장이 2대대를 전투에 인입시 킨것은 사태가 그만큼 엄중하다는것을 의미하는것 이였다. 《11번동지,포사격 을 하게 해주십 시오.》 《그건 안되오.》 최 현은 딱 잡아떼 였다. 6련대 뒤계 선에는 포대 대 를 은밀 히 기 동시켜놓고있었다. 그런데 그들 역시 오늘밤 전투에서 진로를 개척 하기 위 해 써 먹 으려 는것이 였 다. 《내 … 곧 가겠소.》 최현은 수화기를 놓고 부관에게 자동총 총탄 두정 량분을 준비 하라고 했다. 《또 나가겠습니까?》 참모장은 아연하여 그를 보았다. 최현은 군복 웃저고리를 벗 었다. 모직으로 된 그 옷은 몹시 더웠고 장령으로 전투에 참가하는 것은 불허되였기때문이였다. 그는 철함우에 개여놓은 전사복을 입기 시작하였다. 그때 모터찌클 발동소리가 울리는가싶더니 문 밖에 서 부르릉소리를 내지 르며 멈 춰 섰다. 참모장이 뛰 여나갔다가 얼굴이 환해서 다시 달려들어왔다. 모자에 《 M 》 형표식을 새긴 중 성 한알의 군관이였다. 먼지투성이의 그 군관은 전사복을 입은 최 현을 놀랍게 보았고 최현 역시 단추를 채우다 말고 그 군관을 삼키 듯 바라보았다. 《사단장동지 !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친서를 보내셨습니다.》 513 우드득 단추가 떨어져나갔다. 단추를 채운채 전사군복을 급히 벗는바람에 그렇게 되였다. 최현은 장령군복을 다시 입고 목깃 호 크까지 다 채운다음 련락군관의 손에서 봉서를 받아쥐 였다. 《장군님께선 건강하시오?》 최현의 목소리는 떨리였다. 련락군관은 차렷한채로 대답했다. 《장군님께선 건강하십니다. 52사에 대해서 걱정이 크십니다.》 최현은 손칼을 꺼내 봉서 모서 리를 찢고 하얀 모조지를 꺼내 들었다. 최현은 오래도록 그 편지를 보았다. 그리고 말없이 참모장 에 게 그 친서 를 넘 겨 주고 발깃한 저 녁 해빛 이 쏟아져 들어 오는 되 창가에 다가가 못박힌듯 서있었다. 편지를 다 읽고난 참모장은 숨이 막힌 사람처럼 한동안 까딱 않다가 울먹진 소리로 조용히 불렀다. 《사단장동지!》 최현은 그대로 서있었다. 《용서해주십시오.》 《원지… 알겠소?》 《큰 ! 멋진 싸움입니다. 우리를 믿으시고… 그리고 우리가 모 험적 인 행동을 할가봐… 새 로운 작전안이 있는것 같습니 다.》 참모장은 목이 꺽 막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친서는 많은 경우 암시 적이 였지만 그들에게는 쉽게 리해되는것 이 였 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사단이 앞으로 더욱 가혹한 정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것을 밝히면서 48시간동안 현재의 공격태세를 계속 견 지하라고 하섰다. 그러되 사단장을 비롯한 모든 전투원들이 《무모 하고 결사적인 돌격》을 하는것을 금하며 공격기도는 보이되 유 생력량을 적의 증대될수 있는 화력권에 마구 로출시키지 말라고 당 부하섰다. 《동문》 최현이 돌아섰다. 그의 눈에는 물기가 배여있었다. 《우리가 왜 장군님 ! 장군님 ! 하는지 아오?》 최현은 환희에 밝아진 참모장의 얼굴을 마주보다가 련락군관 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고맙소 !》 《사단장동지,편지 가 또 있습니 다. » 련락군관은 전투가방에서 또 하나 편지를 꺼내 내밀었다. 《장군님께 서 꼭 본인에게 전달하라고 한것 입 니 다. » 편지를 받아든 최현은 의아해 그를 보았다. 《그러니 장군님께서 이 편지를 직접 주시더란말이요?》 《그렇습니다.》 최현은 6련대장에게 전화를 걸가 하다가 고쳐 생 각하였다. 원 래의 결심대로 그쪽에 나가야겠다고 마음먹 었다. 과장이상 모여 김일성동지의 친서사상을 전달한 그는 화선진출을 금하라고 하신 명령을 어긴다는 참모장의 반발을 무롭쓰고 차에 올랐다. 그는 달 리 는 차우에 서 오영 헤 가 박로수에 게 보내 는 편지 를 만지 작거 렸다. 태풍이 휘몰아쳐간듯한 언덕,홀날리는 초연과 먼지속에 엷은 락 조가 엇비스듬히 흘러내렀다. 아름드리 신갈나무밑에 박로수가 누워있었다. 련대 장으로부터 전투과정을 들으며 언덕에 오른 최현은 박로수가 누워있는데서 좀 떨어진 아래비탈에 팔밥이 담긴 수십개의 휴대용밥통을 주런 이 늘어놓은채 취사병인듯한 군인이 고개를 떨구고있는것을 보았 다. 박로수앞에 끓어 앉아있던 군인들이 불시에 나타난 사단장앞 에 조심스레 길을 퇴워주었다. 박로수는 적우회대의 불의적인 기습을 맞받아 총창돌격을 하 다가 흉탄에 맞은것이였다. 목으로부터 왼쪽가슴을 엇가로 동인 붕 대는 피에 젖어 뻘건 반점들이 중간중간 배여있었다. 그의 머리 맡에는 부혁이 끊어진 자동총이 놓여있었다. 최현은 조용히 무릎을 꺾고앉아 그의 팔목을 잡아쥐였다. 뼈 대굵은 팔목이 나무토막같이 온기도 맥박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여,대대장 ! » 최현은 나직이 불렀다. 반쯤 감츠린 박로수의 눈이 최현이를 물 끄러 미 보다가 눈까풀이 떨 었다. 눈에는 물기가 어 려 있는듯실었다. 최현이를 알아본듯 입술을 움죽거리다가 낯을 찡그리였다. 동맥과 후두가 못쓰게 된 박로수는 말을 할래 야 할수 없는것이 였다. 최현은 앞이 흐려들어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 사람을 처음으 로 알게 되던 소양강 기슭으로부터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견장도 없이 후줄근해 섰던 모습,투박스런 손에 잡힌 숟가락 이 떨던것까지 방불히 보였다. 그저께 오영헤를 두고 하던 궁상 스럽다고 여긴 말이 귀전을 을렀다. 《…오영헤동무는 편지를 안쯤니다. 후날 그에게 이 박로수는… 용감한 군인이였다는걸 알려주면 더 원이 없겠습니다.》 그때 왜 이 사람을 욕했던가 하는 생각에 목이 메여올랐다. 누군가《흑一》하고 흐느낌을 터뜨렀다. 최현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쳐들었다. 거뭇한 얼굴의 하사관이였다. 소양강에서 이 박로수를 변호하던 분대장이였다. 최 현은 터 져 나오려 는 슬픔을 참고 그에 게 오영 헤 의 편지를 내 밀었다. 《이걸 독보하오.》 박로수의 묻는듯한 눈길을 느끼 자 최 현은 애써 웃으며 말했 다. 《오영헤가 편지를 보내왔다.》 최현의 손에 잡힌 박로수의 팔목에 경련이 지나갔다. 타는듯 한 눈이 최현에게 애원하듯하는 빛을 발사했다. 최현은 그가 자 기 눈으로 직접 보고싶어한다는것을 알았다. 분대장이 최현이를 앞 질렀다. 《진짜편지 입 니 다.» 꺽꺽 막히는 소리로 부르짖는 분대장은 편지장을 박로수의 앞 에 펼쳐들었다. 박로수는 한껏 눈을 치뜨고 편지의 글발을 보다 가 또 한번 팔목에 경련을 일으키며 눈을 감았다. 그러자 분대장이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큰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박로수동지에게 ! 저는 장군님앞에서… 이 편지를…써요…》 둔덕우에 메 아리치던 자지러진 총소리도 사라진듯싶었다. 최 현은 꿈을 꾸는듯한 상태에서 박로수만 내려다보았다. 감겨진 박로 516 수의 눈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렀다. 생명의 온기가 떠나간듯 싶던 박로수의 팔목에도 힘 이 뻗쳐올랐다. 그래,이 사람은 살것이다. 어떻게 죽을수 있는가. 〈〈대대장동지 !》 뼈아피 부트는 소리에 정신을 차렀다. 모두가 어깨를 들먹이 고있었 다. 《울지 말어.》》 최현은 크게 소리쳤으나 그자신도 눈물을 걷잡을수 없었다. 박 로수의 팔목이 또다시 꿈틀했다. 최현은 놀라 내려다보았다. 박로수는 그의 손에서 팔목을 뽑으러 하고있었다. 최현이 손 을 놓자 박로수는 물기가 그렁한 눈으로 최현을 보다가 온 얼굴 을 이지러뜨리며 반대로 최현의 손을 잡았다. 오른손으로 최현의 손바닥에 글을 썼다. 나무꼬챙이 가 손바닥 을 뚫는듯한 감촉이였다. 박로수는 필사의 기력으로 마지막말을 남 기는것 이였다. 모두가 울음을 짓씹고 숨을 멈춘채 박로수의 손가락이 움직이 는 최현의 손바닥을 지켜보았다. 《장…군… 님 …께 •••고…맙…습…니 "• 다…》 박로수의 팔이 맥없이 떨어져내렀다. 전호가에 어둠이 내려덮일무렵 박로수는 최현의 손에 팔목을 잡 힌채 숨을 거두었다. 놀랍게도 하늘을 우러르는 그의 눈에는 여전히 미소가 실려있었다. 최현이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까칠까칠한 눈 섭이 손바닥에 미칠 때 최현은 어금이를 부서져라 깨물었다. 무겁게 몸을 일으킨 그는 검은 조각군상처럼 굳어진 대원들을 둘러보다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제부터 대대는 내가 지휘하겠소.》 그는 눈시울이 떨정게 짓무론 취사병에게 다가갔다. 〈〈식사여분이 있소?》 《있습니다.》 〈〈하나 주오.» 밥통을 받아쥔 그는 자기를 지켜보는 군인들에게 엄하게 말했다. 《다들 식사를 가지고… 일루 모이시오.》 최현은 발치에 딩구는 수류탄상자우에 걸터앉아 주머니에 늘 갖 고다니던 양은숟가락을 꺼내들었다. 사단장의 어마어마한 호령탓인지 아니면 슬픔을 이겨내려 애 쓰는 최현의 심정에 대한 동정때문인지 하나,둘 밥통을 들고 그 의 주변에 와 앉았다. 최현은 눈섭을 잔뜩 찌프리고 둘러보다가 숨 가락으로 밥을 푹 떴다. 〈〈이래야 박로수가 좋아해. 든든히 먹고 이제 그의 복수전을 하 자구. )) 그는 눈을 감고 밥을 떠넣었다. 기침이 터져나오려 했다. 입안에 들어간 밥알은 모래알처럼 홀어지였다. 그런대로 꿀꺽 삼켰다. 사단장의 행동을 지켜보던 한 전사가 터져나오는 울음을 간신 히 참으며 말했다. 《사단장동지,일없습니다. 우린 …슬픔에 지지 않습니다.》 최현은 숟가락을 올리 다 말고 울음이 터져나올것 같아 고개를 수그렀다. 《그래, 그래 야지 . 》 전사들은 그의 갈린 목소리에 고개를 떨군채 기계적으로 숟가 탁을 옮기였다. 최현이 넘어 안가는 밥을 억지로 삼키고있을 때 부관이 달려 와 사단참모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는것을 알려주었다. 최현은 련락군관에게 사단의 결심을 알려줘야 한다는것을 상기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주신 명령대로 적의 이목을 계속 끌뿐만아니라 종전의 계획대로 피반령을 점령할 결심을 다시금 굳게 다진 최현이 였 다. 7월 18일 아침, 대전비행 장에 내린 채병 덕은 마중나온 초라한 모 습의 면에게서 6월 28일의 패전을 전후한 자기를 보았다. 비행기 다라쁘에서 내려서는 워커를 향해 거수경례를 한 떤은 무어 라 중얼거렸으나 발음이 똑똑치 않았고 흐리멍렁 한 눈길은 차고 딱딱스런 워커의 눈길앞에 갈팡질팡하였다. 군정장관(떤은 한 518 때 서울에서 군정장관을 했다.)시절의 그 여유어린 몸짓과 기품 은 찾아볼래 야 볼수 없었다. 워커는 떤파 그의 참모장교 몇명만을 데리고 비행장옆 막사로 들어갔다. 대전작전에서 떤사단장의 《한국인》고문격으로 사업 할 특명을 지닌 채병덕은 이 변덕스러운 푸대접에 적잖게 기분이 잡쳤으나 미군헌병들로 에워싸인 막사옆 풀발에 대전시가도를 펼쳐 놓고 앉아 지도작업을 하였다. 뜨거운 해별아래 무려 한시간동안이 나 를파스와 부호자를 놀릴 때 작전토론을 끝마치고 나온 워커는 벽돌장처 럼 달아오른 얼굴에 땀이 비오듯하는중에서도 끄떡 않고 지형판독에 열중하는 채병덕을 보고 저으기 감동하는 상이였다. 그 는 채병덕에게는 알리지 않을 심산이였던듯한 《비밀》을 알려주는 것으로 그 감동의 일부를 표현했다. 《제네랄 채,이틀을 견지하면 됨니다. 이틀후면 1기병사단이 대 전작전의 크라이 막스를 장식 하는 포문을 열 것 입니 다.» 워커를 쫓아 막사로 들어갈 때만도 우거지상이 되여 흐려있던 떤은 활짝 개인 얼굴로 채병덕에게 악수까지 청하며 말했다. 《우리는 의의깊은 력사적지점에서 벗으로 되게 되였습니다.》 워커가 비행기에 올라 떠나가자 떤은 채병덕에 대해 더욱 너 그립고 선량한 사람으로 되여 친히 자기 차에 태웠다. 떤의 지휘소 는 사방에 콩크리트방탄벽을 한 요새화된 건물안에 있었다. 창문마 다 기관총대좌가 설치되여있었고 파리와 모기의 침습을 막기 위 해 뿌린 향수내가 지독스레 코를 찔렀다. 떤의 방문앞에 이르렀 을 때 부관인듯한 금발머리의 애젊은 장교가 수심어 린 빛으로 보고 했 다. 《사단장각하,아이 물론스중좌님 이 자총을 했 습니 다. 히 스레 리 발작이 끝난 뒤였습니다.》 떤은 걸음을 멈추고 채병덕을 피끗 살피고는 사나운 눈길로 금 발머리를 쏘아보았다. 《그건 잘한것이야.》 그리고는 십자를 그으려는듯 손을 올리다 말고 문을 활 떠밀 어 성급히 걸어들어갔다. 떤은 철모를 벗어 모자걸개에 건후 따 519 라들어서는 미국인장교들을 다 보내고 한동안 침울한 눈길로 창 문쪽을 내 다보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 장교는 훌륭한 군인이였소. 대대가 전멸된것으로 고민하 던 끝에 자기 병사들을 따라간셈이요.》 떤은 작전탁우에 접어놓은 지도를 천천히 펼쳤다. 누런 반지 가 번쩍거리는 투실투실한 손가락에서 새까닿게 때가 끼인 뾰족 한 손톱이 눈을 끌었다. (세면도 못하고 지내는구나. ) 그 손롭과 떤의 머리에 듬성듬성 섞인 흰 머리칼이 채병덕의 곳 곳한 마음을 얼마간 눙그러뜨렸다. 《당신 자살을 생각해봤소?》 떤은 둥딴지같은 물음으로 채병덕을 얼떨떨하게 만들었다. 웃 는것 같기도 하고 쏴보는것 같기도 한 종잡을수 없는 서양인의 노 란 눈알을 바라보던 채병덕은 점점 얼굴이 붉어져갔다. 서울함락직 후 절망과 울분 속에 표류하던 자기의 심리를 직시한 질문같았다. 채병덕이 대답을 못하자 떤은 싱그레 웃었다. 《당신은 일본군출신이지 ?》 《그렇습니다.》 《우리 미국인들은 당신네 일본군대의 할복자살법을 무지 스럽 다고 비웃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난 거기에 군인으로서 경 의를 표하오. 전패한 군인은 죽어야 한다. 이것은 일종의 랑만주의 며 동시에 군대의 기강을 세우는 훌륭한 질서지. 그런데 우리 미국 사회는 아직 이것을 리해 못하고있소. 막다른 골목에서는 포로되여 서라도 살라고 하는것이 미국의 선전이요. 물론 이것은 군대를 싫 어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미국젊은이들을 싸움판에 내보내기 위해 필요한 선전이긴 하지만 나는 반대요. 나는 어제 우리 사단장병 들에게 퇴각과 포로란 있을수 없다는것을 정식 명령으로 떨궜소. 기자나부랭이들이나 국회의 리론가들이 이 떤을 시비한다 해도 나는 이 초지를 꺾지 않을것이요.》 《각하,저 역시 초전실패후 군인의 도로써 그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살아서 적을 타승해야 할 임무가 있었습니다.》 520 《아니,나는 당신을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니요. 이 대전을 두 고 나의 결심을 말하자는것이요. 왜냐하면 이 대전을 사수하느냐 못하느냐에는 나의 사단의 명예뿐아니라 대아메리카의 명예가 달려 있기때 문인것 이 요.》 《각하에게는 명예만 있지만 저에게는 나의 생활의 전부, 나의 과거와 고향,친척과 친우들 전부가 있습니다. 빨갱이들한테 이제 다시 쫓기는 날에는 멸망만이 있습니 다. 사상과 생 활전부를 위해 나는 이 싸움에 자신의 전체를 바치지 않을수 없습니다.》 채병덕이 서투른 영어로 이까지 말하고났을 때 떤은 저으기 감 심한 낯빛이였다. 〈〈우리는 서로 비숫한 처지요.》 그리고는 싱그레 웃으며 조선말로 말하였다. 《우리 함께 아리 랑고개를 아리 랑 아리 랑 넘어 갑시다.》 다른 두손으로 지도의 주름살을 펴며 영어로 계속하였다. 《이것은 대전방어도입니 다. 나는 당신의 의견을 듣고저 합니다.》 떤은 매우 허심한 태도로 청했다. 채병덕은 삼각방어진으로 구 축된 진지형성에서 이렇다할 흠집을 발견할수 없었다. 지도상의 표 기대로 보면 대전은 철통같은 수비속에 들어있는셈이였다. 모든 길 목이 땅크와 장갑차,지뢰원으로 차단되여있고 인민군 보병 이 진 격해올수 있는 구역마다 집중적인 포사격을 해댈수 있게끔 조밀 한 포화력망이 꾸러져있었다. 채병덕은 떤으로 하여금 입을 딱 벌 릴수 있는 신통한 의견을 주고싶었으나 름이 없었다. 부득불 도 교의 맥아더앞에서 쁨내본 범벅된 전투경험을 말할수밖에 없었다. 《인민군의 전술은 다종다양합니다. 그들은 김일성장군이 만 들어낸 게릴라전법을 응용하므로 전투가 진행될 때까지 그 기도 와 행동을 예측할수 없습니다. 예상외의 지점에서 예상외의 습격과 교란작전으로 방어진을 뚫고 모든 지휘와 작전을 마비시키고 들 이칩니다. 서울함락의 교훈으로 볼 때 여기서도 땅크와 보병기습대 의 게 릴 라적 침 투를 막는것 이 가장 중요한 과제 라고 생 각됩 니 다. )) 《어데가 그 위험지점으로 될수 있다고 생각하오?》 떤은 저으기 초조한 기색으로 지도의 여기저기를 더듬어 살폈다. 521 〈〈기본은 대전정면이겠지요. 그러나 주의를 돌릴것은 여기 우 리 1군단과의 린접점입니다.》 《세개 사단의 방어 를 그 인민군 52사가 돌파할수 있 다고 생 각하오?》 《물론 할수 없습니 다. 그러나 그들은 신묘합니 다.》 떤은 음울한 눈길로 채병덕의 손가락이 가닿는 벌판을 보다가 조용히 물었다. 《그곳으로 진출한 인민군 사단장이 〈산악게릴라전》의 용장 이 라는 사람이지 ?» 〈〈그렇 습니 다,각하.〉〉 《그가 어떤 수를 쓸수 있소?》 〈〈게 릴라적인 침투로 조용히 잠적해들어올수 있습니다.》 《당신네 세개 사단이 나 되 는 국군이 그것 을 못막아낸단말 이요?》 《막아낼것입니다. 그러나 만약의 대비책은 서야 할것입니다.》 《다음은 어 디 라고 생 각하오 ?》 채병덕은 딱히 짚을만한 지점이 없었다. 그의 손가락은 미군 전투부대가 투입되지 않은 공간인 대전후면의 금산_영동간 계선을 짚었다. 《이 후방계선에 도 일정한 방어 진을 조성 하는것 이 필요하다고 생 각합니 다. » 떤은 불만스레 미간을 찌프리며 어이없다는 눈길로 채병덕을 보 다가 《노, 노.》를 련발하였다. 채병 덕 이 입을 곡 다물고 침묵을 지키자 떤은 벌떡 일어서며 성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나를 겁쟁이로 만들려고 하는것이 아니요? 인민군 이 항공륙전대가 없는 이상,날개가 달리지 않는 이상 어떻게 그 지 점에 나타날수 있단말이요?》 〈〈각하,그들의 용병 술은…》 《그만하시오.》 떤은 책상을 두드리고 방안을 성급히 왔다갔다하다가 방구석 에 부풀어있는 방수포를 홱 잡아벗겼다. 무반동포 비숫한 형래의 522 포가 놓여 있었다. 떤은 장탄대를 절컥 잡아당겼다가 도로 놓고는 한결 풀린 어조로 말하였다. 《이 무기는 어떤 땅크도 격파할수 있는 최신형 바주카포요.》 채병덕이 그대로 서있자 떤은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다가 지도 앞에 다가와 손바닥으로 피반령쪽을 덮쳤다. 그리고는 채병덕을 보 고 살기어린 웃음을 지었다. 《여 기 의 인민군은 이틀후면 우리 25사단의 포위타격 에 섬 멸 될것이요.》 《네 ? !》 채병 덕은 1기사의 출동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보다 더 놀랐다. 떤은 고개를 끄덕이고 주먹을 움켜쥐며 채병덕의 코등을 스칠듯 하며 흔들어댔다. 《그렇소. 25사가 피반령 을 동쪽으로부터 지 원하고 1기 사가 그에 맞춰 가위작전을 펼치면 이 대전에서 인민군은 주력전체 가 소 멸된단 말이요. 알겠소?…》 《각하.» 채병덕은 환희에 목소리가 떨렸다. 행운의 녀신이 그에게 축 복의 미소를 보내주는상실었다. 떤은 싱그레 웃는듯하다가 병아 리를 덮치는 독수리의 눈이 되여 채병덕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 작전의 비밀을 아는 한국인은 오직 제네랄 채뿐이요.》 《각하,믿음에 죽기 로 보답하겠습니 다. )) 채병덕은 떤과 함께 있는 이 대전이 자기 운명에서 대역전을 마 련할 기회임을 알았다. 그는 대전방어가 적을 저지시키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민군주력을 소멸하는 섬멸전으로 되리라는것을 알았 다. 맥 아더 의 륜곽적 설 계 를 심 화시 킨 워 커참모부의 대 전작전은 미 24사와 1기 사,25사로 인민군을 역 포위하여 섬 멸 하려 는데 그 목 적 이 있었다. 떤의 미24사가 인민군 53사와 54사의 공격을 견제 하는 그 시간을 리용하여 포항의 1기사를 대전 동남쪽으로 진입 시키고 영천의 미25사를 우회기동시켜 피뢰 1군단과 합세하여 인민 군 52사를 압축 소멸한후 동북쪽으로부터 53사와 54사를 반달형 으로 포위하여 섬 멸 한다는 이 구상은 작전전술적 면에 서 그 실현 523 가능성이 충분한것으로 인정되였다. 《워커사령관은 이 작전이 한니발의 깐느작전보다 못지 않는 것으로 될것 이 라고 했소. 그런데 이 승패 여부는 전적으로 시 간에 달려 있소. 1기사의 도착전에 피 반령 이 돌파당하면 이 거창한 작 전은 한갖 신기루로 나타났다 사라지는것으로 끝날것 이요. 미스 터 채의 견해는 어떻소? 당신네 김홍일군단이 우리 미군부대의 도 착전까지 고수해낼것 같소?》 《제가 가보겠습니다.》 《그렇 다면 대 단히 고맙겠습니 다. 그 군단 고문관은 웨포사관 학교시절의 나의 후배요. 나의 인사도 전하오. 물론 나의 련락장교 도 보내겠소만 이번 작전만 성공되면 나는 맥 원수에게 직접 당신의 군사적 능력과 열성에 대해 보고하겠소.》 《각하, 고맙습니 다.» 채병덕은 전패의 쓰디쓴 고배를 마셔본 떤이 적잖게 자기에게 의지하려 한다고 속으로 쾌재를 올렸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는 또 다시 보라색으로 채색된 명예회복과 출세의 화려한 지평선이 바 라보였다. 떤은 그를 바래여 부관실에까지 따라나왔다. 부관실에는 여러명의 좌급장교들이 대기하고있었다. 왼손에 붕대를 처맨 중 좌를 발견한 떤은 대번에 얼굴이 험악하게 이지러지였다. 《당신은 뭣때문에 여기 와있소?》 《각하, 〈비》지 구의 전기 철조망가설지 역은 주민지 입 니 다.» 《그래서?…》 《주민들이 알면 비밀루설이 될수 있고 또…》 《대략 얼마나 있소?》 《가옥만도 100여 채 입 니 다. » 〈〈그때문에 왔소?》 〈〈그렇습니다,각하.》 떤은 가없다는듯이 그 중좌를 바라보았다. 뚜벅뚜벅 다가간 그 는 중좌의 손에 처맨 붕대를 가볍게 다쳐보고는 머리를 설레설레 저었다. 《파상풍주사는 맞았소?》 524 《맞았습니 다, 각하.» 《그렇다면 좋고… 내 이제 당신한테 장갑보병중대를 보내주 겠소.》 《네 ? ! 그건…무슨…》 《한시간내로 가설하오. 그리고 그 비밀을 아는 〈한국〉인은 없 어 야 하오.» 《알겠습니 다, 각하. » 《전쟁 이 니 科. » 떤은 싸늘히 굳어진 얼굴에 웃음을 띠우다가 그때까지 번히 서 있는 채병덕을 보고 어깨를 룩 쳤다. 《전쟁에는 바라지 않는 희생도 있는 법이요.》 떤은 엄숙한 눈길로 채병덕의 속까지 꿰뚫듯 바라보았다. 채 병덕은 가슴이 써늘해졌다. 두개 부락을 초토화할데 대한 명령을 내 리고도 눈섭 하나 까딱 않는 떤의 담보에 위 압이 되 였던것 이 다. 밖에 나와 차에 오를 때에야 그는 떤이 《한국인》의 목숨따위는 개벼룩만치도 여기지 않는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장갑차의 포격과 기관총사격에 쓰러져 나딩구는 늙은이 와 부녀자들의 피흘리는 모습을 환영으로 그려보며 입술을 앙다 물었다. 떤의 생각은 옳다. 큰것을 위한 작은것의 희생이다. 모든 위 대와 명성은 그런 피의 무덤우에 솟아 빛나는것이 아닌가. 대아 메리카도 인디안의 백골우에 건축된것이다. 인간도 같다. 나의 명리와 나의 영광을 위해서는 그 어떤것도 희생해야 한다. 그리 고 그 무엇보다도 반공성전의 승리를 위한것이 아닌가 ! 채병덕은 호위와 감시를 위해 붙은 미군대위의 만류에도 불구 하고 피반령계선의 1선진지에까지 나갔다. 그는 인민군 박격포탄이 쉬임없이 날아오는 참호를 돌아보고 사병들과 장교들에게 이틀간만 견지하라고 고무하였다. 빈틈없이 굴설된 참호와 포진지를 돌아 본 채병덕은 한개 사단이 아니라 그 몇곱의 병력으로도 이 계선 돌 파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엄었다. 그가 보은에 있는 김홍일사령부 로 가보려고 할 때 어디서 침을 맞았는지 만나려던 김홍일이도 전 525 방진지로 나왔다. 평시에 서로 너는 만주괴뢰군의 늙다리요,너는 한갖 탄약따위나 주무른 병기장교요 하는 식으로 쓴외보듯했던 채병덕과 김홍일은 다가오는 거창한 작전을 앞두고 서로의 간극 을 뛰 여넘은채 굳게 악수도 하고 진지하게 토론도 하였다. 채병 덕은 김홍일로부터 래일아침부터 전면적인 공격에 진입하겠다는 반 가운 답변을 가지고 떤에게 돌아왔다. 면은 부관실에서 채병덕을 맞았다. 상아손잡이로 된 지시봉을 든 떤은 아침에 보았을 때보다 더 욱 자신만만하고 여유어린 표정이였다. 그는 채병덕의 보고가 몹시 궁금한듯 선자리에서 대 답을 요구하였다. 피 반령계선에서의 인민 군돌파가 불가능하며 김홍일이 공격을 결심했다는 얘기를 했을 때 떤은 입가에 둥그런 주름살을 그리며 웃었다. 《감사하오. 당신은 이젠 가서 쉬시오. 그리고 래일부터 당신 은 〈한국군》부대들의 전투진지를 순회하면서 인민군게릴라의 시내침투를 막기 위한 대응책을 세우시오.》 떤은 조선말과 영어를 엇섞어 말하고는 자기 방으로 총총히 사 라졌다. 채병덕은 누런 가죽을 덧대인 문이 열렀다 닫기는 순간 떤 의 작전탁앞에 여러명의 미군장교들이 서있는것을 보았다. 부관 실벽 옷걸개에는 여러개의 철갑모와 코트가 걸려있었다. (나를 제외시키는구나.) 채병덕은 떤이 자기를 작전수뇌부의 머리로가 아니라 하나의 수 색장교역에 불과한 처지에 떨궈버렀음을 깨달았다. 《한국》장성의 도움을 받는다는 세론이 꺼려서인가,아니면 전승후의 공로를 나누기 싫어서인가. 떤,당신은 용렬하다. 그는 어금이를 꽉 악문채 떤이 사라진 문을 노려보다가 낌을 질경 질겅 씹고있는 부관의 조롱기 어 린 눈길을 느끼자 홱 돌아서 나왔다. 밤의 시가는 골목골목을 순회하는 땅크와 장갑차의 소음으로 떠 들썩했고 귀설은 외국말과 휘파람소리로 악마구리 끓듯했다. 채 병덕이 탄 차는 분주히 오가는 트럭들사이를 조심스럽게 빠지며 숙 소인 도시 남쪽변두리의 영빈관쪽으로 달렸다. 이따금 완전무장 을 갖춘 순찰대가 차를 멈추기도 하였으나 워커중장의 수표가 있는 526 그의 증명서를 보고는 군말없이 통과시켜주었다. 그런데 영빈관에 이른 채병덕은 뜻밖의 광경에 부및쳤다. 아 침에만도 경찰 두명이 지켜서있던 영빈관이 미국헌병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도처에서 전지불이 낌벅이면서 움직이는 모든 형체를 그 불빛으로 살살이 흙었다. 정원등이 희미한 빛을 던지는 정문에서는 키가 전보대같은 헌 병과 그의 배허벅에나 와닿을 흰두루마기차림의 로인이 마주서 닭싸움하듯 불었다 떨어 졌다 하였다. 헌병은 팔을 휘저으며 맹 렬히 돌진해오는 두루마기의 공격에 분명 싫증을 느낀듯 곤봉으로 그 늙 은이의 배허벅을 뚝묵 찌르며 《노,노.》하고 소리를 질렀다. 곤봉 에 가슴을 떠박질리운 두루마기는 두손으로 가슴을 탕탕 치며 기광 스럽게 고아댔다. 《야 이녀석들아,눈깔이 멀었느냐. 이 내가 이래뵈두 〈대한 민국》의 〈장관〉이다.》〉 헌병은 그 소리는 듣는척도 않고 마주오는 채병덕의 차를 무 섭게 쏘아보며 곤봉을 뻗쳐 길을 막았다. 채병덕은 그 헌병보다 자 동차불빛에 들어선 두루마기가 어제 대구에서 《유엔기게양식》 에 참가하고 〈〈위문단》인지 《갈보》들인지 한차 싣고 대전으로 떠나온 리윤병 임을 알고 저으기 놀랐다. 그는 육중한 몸을 차문 에 부및치며 맹렬한 기세로 밖에 뛰여내렀다. 헌병은 불쑥 뛰여 나온 장대 한 몸집의 군복을 보자 동족의 장성으로 여겼는지 《차 렷》을 했다. 《여 보게,채 총장 !》 울음이 버물린 소리와 함께 맥빠진 손이 채병덕의 팔소매를 움 켜잡았다. 뾰족한 수염턱을 달달 떨며 리윤병이 눈물이 질척한 눈 으로 채병덕이를 바라보았다. 《령감님이 어찌된 일입니까?》 《글쎄 내가 망녕인지 저 사람들이 망녕인지. 자네가 말 좀 해 주게 . 아, 글쎄 저 두억 시 니 같은 량반들이 갑자기 들이 닥치 더 니 이 가방만 쥐여주고는 말할새도 없이 내쫓는것이 아니겠나. 아니 내차라도 줘 야겠는데 … 무슨 굴뚝쇠들인지 예수를 믿는 나라 사 527 람들같지 않다니.》 채병덕은 흙이 게발린 리윤병의 바지무릎을 보고 처량한 심회 를 걷잡을수 없었다. 그는 증명서를 꺼내들고 이때까지의 대화를 흥미있게 지켜보던 헌병에게 다가갔다. 이미 채병덕이 미국인이 아 니라 〈〈한국군》》장성에 불과하다는것을 알아차린 헌병은 방금전에 보인 공손성을 갚음하기 위해서인지 두다리를 쩍 벌리고 선채 눈을 들들 굴리며 아래우를 훑어보고는 증명서를 되는대로 받아펼쳤다. 전지 불까지 비 춰 증명 서를 확인하고난 그는 어떻게 처 리 하면 좋 을지 모르는듯 망설이다가 호각을 불었다. 그러자 위병장교인듯 한 역시 키꼴이나 한 중위가 뛰쳐나왔다. 그는 헌병보초에게서 중 명서를 받아보고는 정중한 자세로 채병덕에게 돌려주며 뒤따르라고 손짓 하였다. 〈〈여보게.》 리윤병이 한손으로 두루마기자락을 걷잡아쥐고 뛰여오는것을 그 헌병이 밀쳐버렸다. 채병덕은 차마 이것을 그대로 볼수 없었다. 《중위 !》 채병덕은 그 광경을 못본척하고 빠른 걸음을 놓는 미군장교를 불러 세웠 다. 《저 사람은 〈정부〉의 고관이요. 이거야 너무하지 않소. 저 사 탐의 승용차까지 징발하고있다니… 이런 무례한 법이 어디 있소?》 중위는 알았다는 식으로 머리를 끄덕여보이고는 《갑시다.》 하고 걸음을 옮겼다. 채병덕은 부질부질 끓어오르는 분격을 간신히 참으며 뒤따라갔다. 그런데 미군중위는 현관문에 이르자 채병덕 이를 멈춰세웠다. 《기 다리 시 오. » 《여 기 가 내 숙소요. » 채병덕이 따라들어가려 하자 문전보초가 총대로 막아나섰다. 《이 건 뭣 이 야 !》 채병덕은 몸을 떨며 소리쳤다. 그때 중위가 나타나 례의 그 상 냥한 웃음을 지으며 두개의 트렁크를 쳐들었다. 《어느것이 당신것입니까?》 528 젊은 중위는 채병덕의 군사칭호같은것은 인정않는 투로 물었다. 채병덕은 얼굴이 퍼렇게 질린채 중위를 쏘아보다가 터져나오는 노성을 간신히 누르고 점잖게 물었다. 《중위,경고하건대 나는 워커중장의 명령으로 떤사령부에 와 있는 〈국군》소장이요. 알겠소?》 《알고있습니다.》 중위는 트렁크명세란을 보고는 《이것이지요?》하며 밤색 트 링크를 내밀었다. 채병덕이 눈을 딱 부롭뜨고 움쩍않자 중위는 량 해를 구하는 투로 말했다. 《나는 떤사단장의 명령을 집행하는중입니다. 이 건물에 〈한 국인》은 한명도 없이 하라는 지시입니다.» 〈〈나도?》〉 《그렇 습니 다. )} 채병덕은 눈앞이 뿌잇하게 흐려왔다. 주먹이 와들와들 떨렀다. 갑자기 째지는 녀자의 비명소리가 울리며 긴 교리치마를 입은 녀인이 달려나왔다. 저고리 팔소매 한짝이 떨어져나갔다. 그 녀 인은 질은 분내를 풍기며 채병덕에게 매달렀다. 《살려 주세요.》 너무 뜻밖의 일에 채병덕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뻥해있는데 투닥거리는 군화소리와 함께 불머리의 미군장교 하나가 문을 걷 어차며 뛰쳐나왔다. 그 불머리는 채병덕과 위병장교를 보고는 주춤 했다가 껄껄 웃으며 녀자의 손목을 잡아채 였다. 《살려 주세요.》 녀인은 끌려가며 또다시 소리쳤다. 진하게 화장을 한 얼굴이 이 지러진채 원망스럽게 채병덕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 순간 채병덕 은 녀인의 애원어린 눈길이 아니라 그 녀인을 끌고가는 미군대위의 팔을 보고있었다. 팔에는 말대가리가 새겨져있었다. 《1기사의 선발대요?》 채병덕은 중위에게 물었다. 《그렇 습니 다. )} 채병덕은 아무 말없이 중위의 손에서 자기의 트렁크를 받아들 529 고 돌아섰다. 중위는 그의 점잖은 행동에 분명히 감동된듯 《〈한 국〉량반의 차를 가져가시오.》라고 친절을 베풀었다. 미군병사 하 나가 리윤병의 차를 몰아 정문밖에 내다세웠다. 《여보게,저 사람들은 왜 이 다지 거 친가. 아무리 군대 라도 이 런 법 있는가? 내 데려온 녀배우들서전은 한명도 놔주지 않고 나 만 내쫓지 않았나.》 승용차를 받고나서도 리윤병은 불만이 풀리지 않아 채병덕에 게 하소연하였다. 얼굴색이 거멓게 죽어 나온 채병덕은 리윤병을 독살스레 쳐다보았다. 《령감님,공산주의가 더 싫소,저 량반들이 더 싫소?》 《아,그야 빨갱이들이지. 내 그때문에 잃은 땅과 불쌍한 북의 교인들을 생각하면…》 《그럼 군말 말고 가십시오. 저들은 빨갱이들과 결사전을 할 군 대입니다. 나나 령감을 위해서 말입니다.》〉 《아,그야 옳은 소리지. 헌데 군졸들이라 교양이 없구만.》 채병덕은 그 말을 들으며 입술을 곽 깨물었다. (그렇다. 참아야 한다. 이 모든것은 사사로운것이다. 문제는 승 리에 있 다.) 《정부》〉의 장관과 륙군장성을 내쫓고 영빈관에 들어앉은자들 은 미1기병사단의 참모장교단 1진으로서 떤사단과의 협동작전을 토 론하며 동시 에 중대 장들에 게 까지 발급할 대 전지 도를 복사하기 위 해 먼저 도착한것이였다. 채병덕이 음울한 심사를 비장한 초지속에 묻 어버리고 시가남쪽의 피뢰군수색대를 찾아가고 리윤병이 자기 며느 리와 사돈령감이 틀고앉은 장촌동의 친척집으로 차를 달릴 때 포항 앞바다에는 미1기사의 마지막 보병대렬을 실은 수송선이 도착했 고 캄캄한 어둠속에서 유령 같은 급유차가 굴러 다니며 항만과 도 로에 빼곡이 널린 거뭇거뭇한 바위같은 장갑차와 땅크들에 최종 연유공급을 끝냈다. 그리고 자동차들마다에 여섯줄씩 앉은 보병 들이 배멀미로 하여 채 하지 못한 저녁식사를 치르며 전투명령을 받았으며 2차대전시기 《붉은 사냥군》이라고 불리운 6개의 바퀴로 달리는 장갑차와 불도젤삽을 단 60론급 패 론땅크와 40톤급의 셔 530 만땅크로 된 척후대가 지도작업을 마치고 출발시동을 하였다. 도로 상의 장애물은 그것이 설사 사람이건 달구지건 가차없이 제껴버 리 라는 명령을 받은 조종사들은 렵 기적 홍미 와 광적인 열 기 에 차 차 를 몰아댔다. 척후대가 떠나 5분후 게 이사단장의 흥분된 목소리 가 련대장으로부터 소대 장들에 이르기까지 휴대하고있는 무선송 신기의 진동판을 요란스럽게 울려댔다. 《나의 친애 하는 전투병들 ! 아메리카의 땅을 진감시키던 용맹한 기병사단의 전통을 떨칠 때 가 다가왔다. 24사의 형제들이 우리를 기 다리고있 다.》 포항시가 생겨 들어보지 못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수백대의 자 동차와 땅크,장갑차들이 일시에 발동을 건것이였다. 검은 하늘에 검은 연기를 토하며 사단전투종대가 움직였다. 전투급식 으로 배 당된 위 스키 로 얼근해 진 검 둥이,흰둥이 운전 사들은 만용을 쁨내며 가스답판을 세차게 누르며 전속으로 차를 몰 아댔 다. 회오리바람처럼 굽인돌이를 돌았고 어지간한 고개는 변속도 없이 날아넘었다. 울통불통한 도로에서 차가 들추고 굽이길에서 차 가 옆으로 쓸릴 때 바람처럼 날아떨어지는 병사도 있었다. 그러 나 누구도 넘 어 진 차나 날아떨 어 진 병 사를 위 해 차를 멈 주지 않 았다. 《명 령없이 차를 세우는 경우는 재 판없이 총살이다. 최대속 도로 !》 명령은 엄격하고 단호하였다. 척후대가 내달리며 깔아버린 괴뢰군부상병들의 시체와 부서진 달구지들을 흙속에 짓뭉개며 이 거대한 행렬은 질풍같은 속도로 대 전으로 대전으로 달렀다. 공중에는 무선전파가 맹렬히 날아다녔다. 그 전파들속에는 인 민군 최고사령부의 특수정찰과 62사 잠복정찰이 날리는 무선전파도 있었 다. 《…포항으로부터 미군 기계화대무력이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음…》 531 전선사령부무선대는 조치원으로 이동준비를 갖추던중에 이 전 파를 받았고 그 사실은 즉시 김일성 동지께 보고되 였다. 《이젠 누가 더 빨리 대전후면에 도착하는가에 따라 승패가 결 정된다고 볼니다.》 54사 18련대의 기동을 념두에 두고 하는 김책의 말에 대하여 김 일성 동지께 서는 태 연자약하신 음성 으로 말씀하셨다. 《옳습니 다. 이 것 은 생 사를 두고 하는 경 기 와 같습니 다. 기 계 기 술과 정 신력 의 경 기 입 니 다. 나는 그 동무들을 믿습니 다. » 굳센 믿음이 였다. 18련대 와의 일체 통신련 락은 엄금되 여있었 다. 비밀엄수와 관련하여 일체 전파도 오고갈수 없게 되였다. 그리 고 그들의 행처도 아직은 알수 없었다. 김책이며 강건을 비롯한 작 전일군들은 지도상에 그어진 18련대의 로정을 지켜보며 조바심치는 마음을 믿음 하나를 가지고 눌러 야 할따름이 였다. 7월 18일 저 녁 여섯시에 론산군 련산리를 떠 난 54사 18련대는 120리를 목표로 한 류례없는 강행군을 개시하였다. 그가 지 휘관 이든 전사든 매 인당 제정 된 장구외에 1.5 정 량의 저 격 탄, 3주야분 의 식 량과 두발의 박격 포탄을 의무적 으로 휴대하였다. 합계 50~ 60키로그람의 중량을 걸머진 그들은 초인간적의지로 달렸다. 그들이 걷는 앞길엔 태 고의 수림과 산과 골짜기,날벼 랑과 장 마로 범람한 탕수가 막아나섰다. 밤이 되자 캄캄한 어둠이 짙은 그 길에 또하나 장애로 덮씌웠다. 그러나 일분도 설수도 쉴수도 없 었 다. 걷자 ! 빨리 걷자 ! 미국놈들이 나타나기전에 ! 모든 삶의 목적과 의의가 이 하나에 집중된듯실었다. 오직 이 땅,이 자연,이 산악의 아들들만이 할수 있는 행군이 였다. 먼 후 날 이 행군을 회상할 때 사람들은 인간의 승화된 감정과 의지가 어 떠한 힘을 냈는가를 자랑스럽게 추억할것이다. 그들의 그 감정, 그 의지에는 하나같이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관철하겠다는 철석 같은 신념,그이의 믿음에 끝까지 따르겠다는 결사의 투지가 비껴있 532 었다. 그 행군대오속에는 송기덕이도 있었고 서울계선에서부터 로무자격으로 억지다짐으로 따라오다가 끝내 입대한 전기회사 로동자 곽근철이며 오늘아침 퇴원해온 전호근이도 있었다. 전호 근은 장군님을 만나뵈옵고 악수까지 나누었다는 사실로 온 중대 와 대대에 파문을 일으켜놓고 이 대렬속에 들어섰다. 송기덕은 중대의 맨 뒤끝에서 걸었다. 이따금 행군속도가 떠 지면 앞으로 나가군하였다. 넘어진 전사를 일으켜 그의 배낭을 메 기도 하고 벼랑에 오르는 전사의 발밑에 어깨를 들이밀기도 하였 다. 그리고는 다시 중대행렬이 다 지나갈 때까지 서있다가는 맨 마 지막 병사의 옆에 붙어섰다. 그 병사는 호근이였다. 기덕은 좀전부 터 호근이의 숨소리가 높아지는것을 들으며 망설이다가 입을 열 었 다. 《이젠 내가 좀 메자구.》 《또 깔보는군요. )) 호근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그대로 수걱수걱 걸었다. 여전 히 부르터있는것이다. 허약자와 부상병들을 떨구라는 련대부의 지시에 따라 호근이도 떨어지게 되여있었다. 이때문에 호근은 기덕 이한레 한바탕 쌈싸우듯 대들었다. 《중대장동진 나에게 무슨 원험이 있어서 그러시오. 그래두 우 리 야 아는 사이 가 아니시오. (그는 전쟁 이 시작된 첫 날 황주一중 화길에서 만난것을 코에 건것이다.) 그렇다면 도와주는게 옳지 썩은 호박 따버리듯한단말이요. 그래 내 죄가 뭐이시오. 부상당 한것 이 야 내 잘못입 니 까. 또 부상처 가 나은지 가 언젠데 . 》 기덕은 딱했다. 그는 이 호근이에 대해서 각별한 친근감을 품 고있는것이였다. 로량진전투때 받은 인상도 인상이지만 이 호근 이가 복심이의 소식을 가져왔기때문이였다. 호근은 장군님께서 한식경이나 계셨다는 한 녀성중상자의 방에 찾아까지 가서 복심 이를 보았을뿐아니라 그 전투행적까지 상세히 알아와 한바탕 눈 물이 글생해 연설을 하였던것이다. 그때부터 기덕에게는 호근이 가 남남같지 않았다. 하여 기덕은 호근이가 밸집을 드러내는데 조 금도 성을 내지 않고 말했다. 533 《호근동무, 인정 으로 봐서 도 그래. 이번 행 군은 특별 하거 던. 파 악없는 적후의 길 인데 다가 잔뜩 짐 을 지 고 하루밤새 100리 를 넘 어 달려 야 하는데 갓 퇴 원한 형편에 어 림 있나말이 야.》 이 말에 호근은 받을 소상을 하고 팔소매까지 걷어불였다. 《그럼 중대 장동지, 저 하고 팔씨 름을 해 봅시 다. )) 《호근이,생떼를 쓰지 말라니까. 동무가 쓰러지면 대신 업고 가 야겠지. 그러면 어떻게 되나말이야.》 〈〈중대장동지, 이거 정말 황주에서 첨 만날 때부터 우습게 알 더니, 아 저 야 로동계 급이 라고 몇 번 말했 습니 까. 중대 장동지 도 말했 지요. 이번 행군은 진짜배기 장군님 전사로 되느냐 마느냐 하는 엄 숙한 길이 라구… 신입병사래서 너무 깔보지 마십시오. )) 호근은 눈물까지 글썽해서 소리치고는 가둑나무숲을 와작와작 헤치며 사라져버렸다. 기덕은 그래놓고 보내니 속이 좋지 않아 슬 그머니 따라가보았다. 호근은 잔디뿌리가 꽉 엉킨 땅을 보병삽으로 광광 조겨대고있었다. 잠간새 에 구뎅 이를 판 그는 배 낭을 거꾸로 들어 사품을 쓸어넣었다.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하여 불필요한 사 품을 처 리하라고 한 지시를 집행 하는것이 였다. 흰면내의에 싼 통구 리가 나오자 호근은 잠시 추연한 표정으로 보다가 한숨을 길게 내 쉬고 그마저 구뎅이에 처넣었다. 기덕은 호근이가 그자리를 뜬 다 음 구뎅이를 파헤치고 내의에 싼 통구리를 꺼내였다. 그안에는 푸 른 비단이 있었다. 기덕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전라도 어디엔가 산 다는 제 누이에게 가져다주겠다고 하던 옷감이였다. 기덕이 그 천 을 자기 배 낭에 넣고 숲에서 나오니 호근이 가 배 낭 가득 탄약과 중 기총차까지 메고 자기 분대대렬속에 버젓이 서있었다. 기덕은 자기 가 업고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떼놓아서는 안된다고 마음먹 었다. 그런데 호근이는 쓰러지지 않았고 여느 병사들 못지 않게 짐 까지 그냥 지고가는것이 다. 대렬이 불시에 멈춰섰다. 모두가 앉을념을 못하고 나무에 기대인채 서있었다. 이제 앉 았다가는 다시 일어설 힘이 없었기때문이였다. 기덕은 알싸한 냄새를 풍기는 나무기둥에 화끈한 얼굴을 대고 534 잠시 서있었다. 《이거 야단났소. 저 공병들이 바줄을 늘여보자는건데 두사람 이 다 물에 들어갔다가 초주검 이 돼 나왔소.》 대대 장이 다가와 근심스럽게 말했다. 《에도는 길은 없답니까?》 《그러자면 20리를 에돌아야 되오. 날이 밝는데 야단났소. 동 무네 수영명수가 없소?》 〈〈제가 해보겠습니다.》 《동무솜씨 는 내 잘 아오. 어 림없소.》 〈〈해 볼판이지요.〉〉 그는 대대장의 대답도 듣지 않고 공병들이 있는곳으로 뛰듯이 걸어갔다. 사색이 된 공병 세명이 바줄을 버리여잡고 《악악》소 리치고있었다. 네굽을 쳐 노호하는 검붉은 흙탕물속에 팽팽히 행기 운 바줄끝에는 벌거숭이 군인이 매달려 물속에 잠겼다 솟았다 하다 가 그대 로 척 늘어 진 상태 에서 끌려나오고있었다. 기 덕은 잽 싸게 신발과 웃옷을 벗었다. 바줄에 동인채 끌려나온 공병의 어깨와 머 리는 짓찢겨져 피가 흘렀다. 기덕은 그의 몸에서 풀어낸 바줄을 허 리에 동이며 사품쳐흐르는 강을 으쓸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급한 물살에 와당탕 통탕하며 바위돌까지 굴러내러왔다. (돌탕에만 맞지 않으면 되는데.) 그는 한껏 공기를 들이키고 무슨 뾰족한 나무에 발을 찔러며 강 물에 뛰여들었다. 그러나 더 나갈수 없었다. 바줄이 헤워들며 잡아 끌었다. 《중대 장동지 !》 온 중대가 다 달려와있었다. 벌써 날쎈 전사들은 웃옷과 바지 를 벗고있었다. 기덕은 껄껄 웃었다. 《허 기운들이 남아있구나. 이건 놔. 시간이 없다.》 그는 바줄을 감아쥔 손들을 잡아 뿌리치고 다시 물에 뛰여들 었다. 강웃쪽으로 헤덤비며 뛰여올라가는 허우대 큰 몸집이 피끗 눈에 띄였다. 전호근이였다. 535 (저치는 왜 그래,설사를 만난게 아니야. ) 그런데 호근의 뒤로는 곽근철이까지 따랐다. 근철은 호근이가 신대원이라는것을 알고 어디서나 승벽내기로 그가 하는 일은 같 이하려고 하였다. 강물에 몸을 잠근 순간 세차게 들이치는 물바래에 하마트면 사 레들릴번한 기덕은 입과 코로 흘러든 물을 내쁨으며 도하훈련시 에 배운대로 팔을 길게 뻗쳐 뺄헤염을 쳐나갔다. 그러나 수십론 중량으로 내 리쏟아지는 급류는 기덕이의 의도를 비웃듯 그를 풀 잎처럼 가지고 놀았다. 발바닥이 땅에서 떨어진 이후부터 더욱 그 랬다. 그럴수록 그는 굴러내리는 돌과 나무에 치이지 말자고 정 신을 바싹 도사리고 손발을 움직였다. 그러나 몸은 아래로 떠밀 려갈뿐 별로 전진하지 못했다. 문어 다리처럼 가닥진 나무뿌리가 그 를 떠밀치며 하류로 끌고내려갔다. 나무뿌리에서 벗어나려 하다 가 물을 먹 었다. 눈앞이 핑핑 돌았다. 그때 무언가 흰 물체가 그를 향해 돌진하였다. 기덕은 나무가 지사이로 언뜻거리는 그 물체를 굴러내리는 바위로 생각하고 필 사적으로 빠져나려 했으나 그 물체는 지척에 다가왔다. 기덕이 다 시 한번 피 하려는 순간 세 찬 물결이 그를 후려 갈겼다. 또다시 물을 먹자 눈앞이 아찔해졌다. 그때 물큰한것이 그의 손 을 잡았다. 《중…대 장동지 . 》 전호근이 물귀신처럼 입으로 물을 쁨으며 한손으로는 그의 팔 목을,다른 손으로는 얽힌 나무뿌리를 밀쳐내며 물에 잠겼다 솟았다 했 다. (이 친구 떼를 랐다고 했지.) 흐려진 머리속에도 이런 기억이 찾아들었다. 기덕은 물속에 머 리마저 잠긴채 바줄을 풀려고 했다. 전호근이 가 가지고 가게 하 자는것이였다. 그러나 바줄을 어루더듬기만 했을뿐 매듭을 찾아 풀 어내는 재주가 없었다. 몸이 둥 떴다. 시원한 공기와 흰한 빛이 눈 에 들어왔다. 나무뿌리는 보이지 않고 흰내의바람의 전호근이 그를 떠받친채 한손으로 물을 헤가르며 헤염치고있었다. 536 기덕은 마지막기력을 다 짜내여 소리쳤다. 《날 두고… 바줄을 풀어 건너라. …》 《허 릴 ! 내 허 릴 …》 우악진 손이 기덕의 팔목을 쥐며 빳빳한 허리띠로 이끌었다. 《잡으라니까.》 기덕은 한손으로 호근의 허리띠를 잡고 물을 헤갈랐다. 《좋수다 !》 호근은 두팔을 일시에 내뻗치며 물고래처럼 헤여나갔다. 기덕은 커다란 통나무 하나가 물속에서 솟구치며 호근이의 머 리를 향해 쓴살같이 내려오는것을 보았다. 검은 통나무의 터슬터슬 한 껍질과 삐죽삐죽한 옹이들을 보며 기덕은 절망적으로 손을 뻗쳤 다. 손에 마주친 통나무는 핑그르 돌며 사나운 짐승처럼 기덕이 의 어깨에 부및쳤다. 그 둔탁한 타격에 기덕은 물속에서 한고패 굴 었다. 숨이 곽 막혀들고 눈앞에 노랗게 안개가 끼였다. 그는 혼 미한 의식속에서도 기계적으로 손을 저었다. 허리를 동인 바줄이 팽팽히 죄여들었다. 《바줄을 풀어… 가라… 풀어 ! ■•■)) 기덕은 물을 삼키며 소리쳤다. 무릎과 어깨를 무엇엔가 세차 게 부및치며 눈을 떴다. 꽉 막혔던 가슴이 시원히 열리며 흰한 빛 이 안겨들었다. 다리는 아직 물속에 잠겨있었으나 온몸은 모래흙에 버물린 풀발에 나와있었다. 그는 흙냄새를 느끼며 물을 토했다. 한 바가지가량 토하고나니 정신이 거뜬해졌다. 코앞에 멍이 들고 찢겨 진 시뻘건 종다리가 보였다. 두손으로 풀뿌리를 틀어쥔 호근은 땅 에 얼굴을 박은채 어깨를 푸들푸들 떨고있었다. 기덕은 엉기적거리 며 기여가 그의 어깨를 그러안았다. 《호근이,살았어 ?》 호근은 푸一하고 숨을 내쉬고 일어나앉았다. 《그잘나게 헤염을 치면서 뛰여들건 뭡니까. 알리지도 않고…》 기덕이 와 호근은 서로 부축한채 강웃쪽으로 올라가 짝지발이 진 구름나무에 바줄을 동여맸다. 기덕은 왼쪽팔을 도저히 쓸수 없 어서 결국 호근이가 그 일을 끝내고 맞은편 강안에 대고 손짓했다. 537 그쪽에서는 두팔을 쳐들고 《만세》신호를 보냈다. 물우에 한메 터정도의 높이로 띄운 바줄을 타고 병사들이 건너오기 시작할 때 기덕이와 호근은 서로 약속이나 한듯 그자리에 쓰러졌다. 《중대장동지,월 생각합니까?》 《영?…》 기덕은 돌아누웠다. 호근의 크고 유유한 눈길에 마주치자 사 무치는 애정이 솟구쳤다. 〈〈처 생각을 했어. 후날 동무를 데리고 가면 어떻게 맞겠는가 를 생각했어.》 《처가 있습니까?》 《있지,눈이 동무 비숫해.》 《허,소문엔 총각이 래서 우리 누이 동생 을 어쩔가 했는데 . 》 기덕은 호근의 눈길을 피해서 얼굴을 돌렸다. 눈물이 왈칵 쏟 아지려 했던것이다. 아침부터 내내 가슴속에 서려돌던 복심이의 모 습이 이 순간 사무치는 그리움속에 떠올랐던것 이 다. 《…그 녀성동문 전선신문에까지 났대요. 부상병을 자기 몸으 로 막아 구원한 녀자라는데 체네가 아니고 아주머니라는것이 아 니겠습니까. 군관가족이래요. 남편의 생활비를 공공 싸서 몸에 지니고있더라나요. 전쟁이 끝나면 살림을 잘해보려고 했겠는데… 가망이 없 다는것 같애 요. 우리 가 들어 가도 모르더 란 말입 니 다.» 호근이가 하던 말이 귀가를 쟁쟁히 울리며 그의 어깨를 떨게 했 다. 지금까지 내처 참고있던 감정이 지금 호근이와 몸을 나란히 붙 이고있으니 피였던 샘이 터져나오듯 온몸을 타고 흘렀다. 평천리에서 마지막으로 본 엿보자기를 자기에게 안겨주고 얼 굴을 싸쥔채 돌아서던 모습은 그의 가슴을 북북 긁어댔다. (복심이 ! 죽지 마오. 복심이 ! 내가 한심한놈이였어. 한심한…) 기덕은 복심이가 앞에 있다면 무릎을 끓고 용서를 빌고실었다. 《중대장동지,왜 그럽니까. 쥐가 오르는것이 아닙니까?》 호근이가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엉 ? ! … 아니 그저.》 기덕은 눈살을 찡그리고 호근이를 외면한채 있다가 더 참지 못 538 하고말았다. 《이보게,동무가 봤다는 그 복심이라는 녀자는 바로 내 처야.》 〈〈네 ?— )) 전호근의 눈이 화경처럼 커졌다. 《그… 그랬댔군요. 야一》 강을 건너온 병사들은 사기들이 올라 호근이를 칭찬도 하고 익 살어 린 롱담까지 던졌다. 《여 호근이,동문 물고기가 되려다 사람된것 아니야.》 《저 친구 아까 옷을 벗을 때 보니 밑에것이 대왕님이더군. 그 게 노질을 하니 여북 잘 뜨겠나.》 웃음이 터져 잔물결처럼 흘러갔다. 11호차라고 하는 보병,이 보 병의 행군에서 웃음어 린 이 야기는 휘발유와 같은것이 다. 《우리 어머니 말씀으로 분석하면 내 헤염은 궁한 팔자탓에 배 운것 이 구요, 계급적 으로 분석 하면 일제식민지통치때 문이지요.》 총차는 누구에젠가 빼 앗기고 배낭만 멘채 활개걸음을 치는 호 근은 짐짓 시뿟한 기색으로 말을 꼬아하며 전사들의 귀를 항아리처 럼 만들었다. 본래 전라도 구례에서 살았던 전호근이네는 해방되기 몇해전 에 빚값으로 땅과 누이마저 빼앗긴채 떠돌다가 림진강떼놀이장에서 보짐 을 풀었 다. 호근의 아버 지는 딸의 빚값 80원을 마련하기 위 하여 호미 를 잡던 손에 떼장대 를 잡았다. 열 다섯 살 소년의 호근 이도 풀려진 통나무를 물에서 건져내는 살판뜀에 들어섰다. 갈고랑 이 하나를 쥐고 사나운 물속에 뛰여들어 죽음을 내대고 하는 격 투였다. 그 한대,한대의 통나무를 림업주의 도감독에게 넘기면 짤락거 리는 엽 전이 그의 손에 쥐인다. 그 돈을 가지고 어머 니에 게 달려가 이 제 얼 마나 있으면 누이 를 찾아오는가 묻고는 또다시 물바다로 나간다. 그렇게 물과 싸우며 살았으나 끝내 80원을 마 련하지 못한채 비 바람 세 찬 폭우의 날 소용돌이치는 물속에 떼 와 함께 아버지를 잃고 누이가 기다리는 고향으로가 아니라 먼 친척이 있는 북쪽으로 눈물어린 걸음을 걸 었다. 숲을 꿰지른 새벽빛이 오솔길우에 그려내는 희미한 무늬를 밟으며 539 기덕은 이런 숲속,이런 오솔길에서 당했던 옛일들을 돌아보았다. 나무지게를 진 소년이 걸어가고 그옆에 싸리나무단을 인 소녀 가 총총히 따른다. 시뻘건 혀를 빼문 호개가 길목을 막고 무릎까지 오는 장화에 렵총을 멘 짝귀간수가 나타나 호통을 뺀다. 《요 도적놈들 잘 만났다. 뉘집 거지들이냐,산림도벌죄로 징 역을 살아봐야겠느냐.》 나무지게가 나동그라지고 회초리가 울고 발길에 채인 소녀의 애 처로운 비명이 터진다. 〈〈복심이,우지 마.》 소년은 날아드는 회초리와 발길속에서도 이웃집소녀가 팽 이처 럼 딩구는것이 가슴아파 목메여 웨친다. 다음 주재소에 끌려 가고 무릎 끓림을 당한채 류치장안에서 고달픈 하루밤을 밝힌다. 눈물에 싸인 어머니가 《나리님》을 웨치며 주재소에 와 사정사정하고 벌건 인즙을 손에 발라 《벌금통지서》에 지 장을 찍은 아버지가 매 질과 굶주림에 지친 소년을 집으로 데려간다. 그와 함께 찢겨진 저 고리자락을 손으로 감싸쥔 소녀가 서럽게 울며 따르고… (그런 일은 다시 없을것이다. 다시는. 복심이… 우리 이 모든 일을 옛말하며 살수 있을가. ) 기덕이네 중대는 한시간후에 보문산 기슭에서 다시 위장을 하 고 대전一영동간 도로를 끼고앉은 삼정리에 도착하였다. 기덕이 네는 도로와 직 선거 리 로는 30〜40메터,경 사거 리 로는 50〜60메터 되는 둔덕에 자리를 잡았다. 누릉지로 아침요기를 하면서 전호를 팠다. 전호를 파고난뒤 휴 식이 선포되였으나 잠에 곯아떨어지는 전사는 하나도 없었다. 온 밤을 밝혀 100여리 넘는 길을 헤쳐온 사람들같지 않았다. 오전 11시 경 에 낡은 《시 보레》승용차 한대 가 기 덕 이 네 매 복한 앞도로로 지나가다가 수류탄 튀는 소리를 내며 멈춰섰다. 밀려드는 잠과 되 약별에 눈살이 무겁게 처져 있던 기 덕은 자동차의 한 바퀴 가 물러앉 는것과 동시에 뛰여내리는 도리우찌를 쓴 운전사의 황급한 기색 을 보며 무슨 일인가 생각하였다. 다이야를 만져보던 운전사가 차 안에 대고 뭐 라 말하자 중절모와 맨머 리바람의 두 령감쟁이 가 나왔 540 다. 이 삼복더위 에 둘 다 두루마기차림 인데 맨머 리바람의 령감은 중절모의 어깨에나 와닿을 난쟁이였다. 그 맨머리가 운전사에게 삿 대질을 하며 야단을 치자 중절모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잡읍시 다. 고관놈들이 야요.» 곽근철이가 눈을 번뜩이며 그에게 기여왔다. 다른 병사들도 그 런 눈빛으로 보았으나 《안되오. 더 큰걸 먹어야지.》하고 기덕 은 엄하게 막았다. 쌍안경에 비치인 두 령감쟁이는 꾀죄죄한 옷 차림으로 봐서 도망군떨거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였다. 운전사가 자끼로 차체를 뜨고 바퀴에 붙어 씨름하는 사이 중절모는 길녘에 서서 막연히 사방을 살피고 맨머리는 길을 왔다갔다 하며 서북쪽만 바라보았다. 마침 《엠블린스》(미군전용위생차)가 나타나자 맨 머 리는 멀 리 서 부터 두팔을 휘 저 으며 《스톱 ! 스톱 !》하고 코맹 맹 이소리를 내질렀다. 그러나《엠블런스》는 그의 옷자락에 진창만 잔뜩 뿌려주고 바람처럼 지나갔다. 좀 있어 또 한대의 스리퀴타가 지나갔으나 그 령감쟁이나 빵크난 차에 대해서는 아랑곳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앞대가리에 흰 별을 새긴 군용찦차 한대가 쓴 살같이 달려오다가 무작정 막아나서는 난쟁 이령감의 앞을 스쳐 얼마 안가서 멈춰섰다. 난쟁 이령감은 죽은 조상의 귀신마중이나 하 듯 달려 가 뒤 좌석 에 엇 비 스듬히 기 대앉은 피 뢰 군장교에 게 손짓 몸짓 다 써가며 이야기했다. 기덕은 쌍안경을 쳐들어 살피다가 장 교의 굉장한 몸집우에 붙어있는 계급장에서 두개의 큰 별을 알아보 았 다. 기덕은 대대부와 련결된 전화기를 급히 잡아들었다. 《대 대 장동무,우리앞에 괴 뢰 장령 과 교관놈들이 탄 차가 멎 었 습니다. 홀치겠습니다.》 《나도 보고있소. 움쩍 말라는 명 령 이 요. » 괴뢰장성이 탄 차는 뒤공무니에 매여단 예비다이야를 떼여놓 고 바람처럼 사라져갔다. 기덕은 쌍안경렌즈속에 든 음울한 얼굴의 괴뢰장성 이 자기쪽을 돌아보는것을 보고 쌍안경을 내렸다. 해빛 반사로 그놈한테 발각될수 있었기때문이였다. 기덕이네가 잡을수 있었으나 보다 큰것을 위해 놓아보낸 장성은 채병덕이였다. 541 채병 덕은 오늘 아침 구봉산쪽으로 순회하던 순찰대 로부터 2렬 종대를 지은 인민군대가 산길을 타고 움직 인다는 긴급보고를 받 고 떤한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조선말과 영어 절반으로 황급히 웨 쳐대는 채병 덕의 보고에 대하여 떤은 야유어린 대답으로 면박해 왔 다. 《당신네 조선속담에 놀란 토끼 자라 보고도 호랑이 님 한다고 했습니다. 공포에 눌러 요언을 돌리는자들은 처벌하시오. 새벽은 겁쟁이들에게서 유령을 보는 시간입니다.》 로골적 인 멸시 와 비양이 담긴 그 말에 채 병 덕은 아연격 분하여 그렇 지 않다고,정 그러 면 미 군정 찰대 를 급파하여 서라도 다시 알 아볼 필 요가 있 다고 고집하였 다. 떤은 이 말에 이 제 까지 의 허 식 을 벗 어버리 였다. 《그만하오. 나에게는 수다스런 로파가 필요없소. 당신은 자 기 사병 들에 게 나 훈시 하시 오. )) 채병덕은 자기의 모든 성의와 진심을 한꺼번에 묵살하고 짓밟 는 이 모욕앞에서 더는 견밀수 없었다. 하여 그는 이 설분을 풀 려고,그리고 이 설분보다 더 크고 주요한 인민군으로부터의 대전사 수를 위하여 대 구의 워커 사령 부를 찾아가는 길 이 였다. 너는 무엇을 피하여 어데로 가느냐? 또다시 덜컹거 리는 차우에 올라앉았다. 고달픈 행 각,비 참한 도주다. 성송암은 두눈을 곡 감고 낭떠러지로, 낭떠러지로 줄기차게 내담는 자신을 쓰겁게 돌이켜보고있었다. 이젠 사색도 상념도 죄다 버렸다. 의지와 신념은 애당초 있지도 않았거니와 있었다 해도 그 것은 집떠나는 날 밤에 그 한강교의 폭발속에 다 재처럼 홀날려 버렀다. 아무런 희망도 뜻도 없이 지어진 운명의 소로길로 끌려 갈뿐이 다. ••• 《채병덕 이 그 사람 인물은 인물이 야. 운수가 사나와 일시 고 액을 겪긴 하지만… 하느님 굽어 감찰하옵소서.》 리윤병의 수다가 다시 시작되였다. 보름전만도 채병덕이를 적 색마귀 에 홀려 얼뜨기 가 된 천치 라고 질욕을 퍼 붓던 그는 다이 야 542 한짝에 훌러덩 변심이 되여 칭찬의 꽃다발을 엮는다. 성송암은 치 밀어오르는 역기를 느끼며 곱지 않게 눈을 치떴다. 제 로친네며 재 산까지 강물에 처박히게 한 장본을 극찬하는데는 인간추물로 락 인하여버린 리윤병이라지만 다시 보지 않을수 없었다. 리윤병은 창밖을 내다보며 쭈그렁박같은 얼굴에 웃음을 띠였다. 초가집마당에서 서너명의 애들이 돌차기를 하고 터밭에서 흰수건을 동인 아낙네가 김을 매다말고 달려가는 차를 물끄러미 보고있었다. 〈〈여긴 치안이 잘돼가는군. 민심이 평온해.》 채병덕에게서 인민군대가 대전지경에까지 들어선것 같다는 말 을 들은 뒤 한동안은 자라목이 되여 눈알이 뱅뱅 돌아가던 리윤 병은 제법 《장관》의 직분을 상기했는지 좀상한 몸집을 잔뜩 뒤로 제끼고 고개까지 끄덕거렸다. 인민군대의 총알이 더는 따라오지 못 할곳에 이르렀다는 안도감이 그의 가벼운 체통을 훌 띄워놓은것 같 았다. 《차 좀 세워줘요.》 꺼져드는 목소리에 송암은 소스라치며 고개를 돌렸다. 창백하 다 못해 푸르게 질린 계화의 얼굴에는 진땀이 한벌 덮이였다. 《또 멀미냐?》 〈〈네,못참겠어요.》 곡 깨문 계화의 입술이 바들바들 떤다. 손목은 얼음장처럼 차 겁다. 《아가, 조금만 참아라. 한시 간이면 된다. 배에 힘을 주고 멀 리 내다봐라. 멀리 !》 리윤병이 안경 알을 번쩍이며 뾰족한 입술을 나불거 린다. 〈〈세우오.》 송암은 윤병이를 찔 흘겨보며 운전사의 어깨를 잡았다. 차는 논 벌가운데서 멈춰섰다. 송암은 헝겊막대처럼 가벼워진 계화를 부 축하고 차에서 내 렸다. 체면에 안됐는지 리윤병 이도 계화의 한쪽 손을 잡고 따랐다. 《그 멀미란건 입쓰리탓일게다. 입쓰리란것두 맘먹기에 달렸 느니 라. 그래 토할바치 고는 곽 토해 라. » 543 리윤병은 길가의 뽀뿌라나무밑에 웅크리고 앉은 계화의 등뒤 에 딱 불어서서 그 다사스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만 물러서구려.》 성송암은 보다 못해 한마디 하였다. 리윤병은 요즈음 점점 더 통명스럽게 나오는 송암의 태도에 늘 그러듯 가시돋힌 눈길을 한번 빨고는 《애햄,애햄.》하는 기침소리로 며느리며 사돈에 대한 불감 의 일부를 표시하고 돌아섰다. 송암은 그에는 아랑곳않고 토할듯토 할듯 하면서도 어깨만 떨고있는 계화를 바라보았다. (불쌍한것 ! ) 가슴 한복판을 무딘 칼로 북一 긁어내는 아픔이 치밀었다. 천안삼거리의 한 빈집에서 기총탄에 맞아죽은 소고기내포를 설 삶아먹은 뒤로부터 앓기 시작한 계화였다. 성송암이 차고있던 회중시계를 찔러주고 데려온 의사는 계화의 병이 식중독만이 아 니라 입쓰리에 로독이 겹친것이라고 하였다. 입쓰리라는 소리에 너 무 기가 막혀 성송암이 아무 말도 못할 때 리윤병은 바람벽을 마주 십자를 그었다. 《주님의 덕은 측량무진코나. 악운속에서도 복을 주심을 잊지 않으시니…》 코맹맹 이 그 소리에 송암은 터져나오는 울기를 참지 못했다. 《여보,그 망녕된 소리 작작하오. 이 란세에 복은 무슨 말라 죽은 복이란 말이요?》 《사돈,모르는 소리요. 이 건 우리 가문에 재액 이 끝났음을 말 하는것이요.》 한강교폭발통에 잃어버린 안해 와 재산을 두고 쩍하면 쥐오줌 방울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던 리윤병은 실성한놈처럼 웃기까지 하였 다. 이 몰골앞에서 송암은 세상의 종말을 보는듯했다. 그러나 우선 은 계화를 살리고봐야 했다. 의사는 입맞는 음식과 보약제로 잘 구 완하면 쉽게 회복될수 있다고 했으나 피난민과 패잔병무리가 황 충이떼처럼 휩쓸고 지나간 땅에서 쌀 한중 얻는것도 쉽잖은 일이였 다. 하루밤 편히 안정할새도 없었다. 포소리만 울리면 리윤병은 자 다가도 벌떡 일어나 운전사를 두들겨 깨우고 계화를 끌고 내달았 다. 송암은 계화때문에 리윤병의 낚시줄에 걸린 고기처럼 할수 없 이 따라갔다. 모든 체면과 량심을 하나하나 집어던지는 길이기도 하였다. 남의 집 처마전에서 감자와 오이를 훔쳐오기도 하였고 밥 을 동냥하기도 하였다. 휘발유를 도적질하는 운전사를 지켜 감시보 초가 되기도 하였다. 수치감과 부끄러움도 별반 없었다. 모두가 이 렇게 하니 나도 한다는식이였다. 그리고 이 모든것은 어쩔수 없 는 환경앞에 지어진 운명의 순종으로 보았다. 때로 반디불처럼 리 성과 자존심이 살아오를 때도 있었다. (네가 과연 청렴한 학자로 자처한 성송암이가 옳단말이냐?) 이 질시어 린 비난앞에서 그는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내 대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일생을 길바닥에서 천한 개처럼 누워지낸 그와 자기에게는 공통의 분자는 있으나 공통의 분모는 없었다. 디 오게네스는 가족도 재산도 명예도 민족도 다 초월하고 버렸지만 송 암은 력사속에 민족을 붙안고 우는 사람인때문이였고 혈붙이인 딸에 비끄러매여있는 사람이였다. 너는 무엇을 피해 어데로 가느냐? 이런 물음앞에 그는 대답이 막혀 당흑했고 종잡을길 없는 모 순속의 자기와 자기의 래일을 물어보며 억이 막힌 웃음을 터뜨리기 도 하였다. 그럴 때면 계화는 겁먹은 눈길로 그를 보군했다. 송 암은 얼굴을 붉히며 그 눈길에서 외면하군했다. (내가 살아 움직이는것은 이 딸이라는 혈붙이때문이다. 대의 를 잃은 사람에게서 유일한 일은 가족에 대한 자기 의무를 리행 하는것뿐이다.) 이렇게 송암은 자기를 합리화하다가도 여기서도 엄청난 모순 에 부및치군했다. (아버지로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해주고있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말인가.) 이것은 그야말로 가흑한 깨달음이였다. 그러나 이 느낌이 강 렬할수록 그는 자기가 딸을 위해 산다는 신념을 굳혔으며 사실 그 렇게 돼갔다. 그는 이제껏 다 못준 아버지로서의 관심과 정을 봉창 이나 하듯이 계화를 성심성의로 돌보았다. 대전에 와서는 그처럼 아끼 던 5룡촉대 를 《한국은행〉〉에 저 당잡혀 계화의 몸조리 에 썼 다. 《장관》구실을 하느라고 도청에 나가 박혀있는 리윤병 이가 이 따금 얻어오는 미군의 통졸임같은것보다 자기가 직접 지은 밥을 계 화에게 먹일 때 그는 일종의 행복감까지 느꼈다. 리윤병이가 《정 부》를 따라서 도망치고 계화와 단둘이 남은 며칠은 악몽같은 현실 마저 잊으리 만치 눈물어린 정 속에 보낸 달콤한 나날이 기 도 하였다. 캄캄한 밤에 문독 깨여나 계화의 숨소리를 듣고 가느다란 손목에서 맥박이 뛰는것을 감촉하느라면 죽은 처와 련화의 얼굴까지 떠오 르며 슬픔어린 환희 가 짜릿 하게 가슴을 파고 지 나갔다. 나한레 남 은것은 계화밖에 없다. 계화야말로 나에게 남은 삶과 미래의 전 부다. 이미 리윤병이를 통해 대전감옥에도 련화가 없음을 알고 죽 은 자식 으로 단념한 송암이 였 다. 그의 인생 이 담겨 진 서 울에 두 고온 유물들마저 이제는 다 없어져버렸으리라고 단정하는 송암이였 다. 결국 그를 이 세 상과 련결시 키는것은 계화뿐이였고 그때 문에 리윤병이 와 결별하지 못하는것이 였다. 그로 하여 리윤병 이 대 구 로부터 미 국놈의 양갈보로 섬겨 바칠 《위 문단》을 끌고 나타났을 때도 침묵하고말았으며 대전에서 싸움이 붙기때문에 떠나자는 요구 에도 순순히 응했던것이다. 그러나 어제저녁 영빈관인지 원지 하는데서 리윤병과 채병덕 이 미군장교한레 놀아나는것을 먼발치에서 구경한 뒤로부터는 도대 체 자기가 가는 세계가 무엇인가를 생각지 않을수 없었다. 존재 가치를 다 체념해버린 그였으나 자기가 추악과 혐오의 세계로 간다 는 느낌은 시종 그를 피롭히는것이였다. 《이젠 좀 일없느냐?》 송암은 계화가 논벌 한끝을 망연히 보는것에 시선이 미처 물 었다. 계화는 얼굴을 돌려 방그레 웃었다. 검버섯이 핀 수척한 얼 굴엔 피기란 찾아볼수조차 없다. 《아버지,저 걸 봐요.》》 송암은 계화의 손끝이 가리키는 논뚝쪽을 보았다. 두마리의 학 이 논뚝우에 서 서 의 좋게 거닐고있었 다. 머리를 맞비 비 기 도 하고 목을 빼들고 사위를 근엄히 둘러보기도 하였다. 546 《저들에게는 여기가 너희들이 말하는 에덴동산이다.》 송암은 롱말을 하였다. 물기가 가랑가랑한 눈이 송암이를 쑥 스럽게 보고는 얼른 외면하였다. 송암은 부질없이 던진 자기의 말 을 후회하였다. 염세적인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보였다고 생각한 때문이였다. 푸른 논벌우에서 근심없이 노니는 학들은 어릴적 동심 에 비껴들던 아름다운 꿈나라에 대한 동경처럼 그자신의 마음을 걷 잡을길없이 흔들었다. 《그만 가지 않으련 ?》 《아버 지,여기 가 좋네 요. 조금만 더 있 어요.» 계화는 어리광치듯 말하였다. 《이게 무슨 소리요?》 논두렁쪽으로 나가 소변을 보고 돌아오던 리윤병 이 깜짝 놀란 소리를 쳤다. 성송암은 폭음을 들었다. 뿌잇한 구름이 떠있는 하늘 로 수십대의 비행기가 해빛을 반사하며 나타났다. 송암은 쓴 웃 음을 머금었다. 《하느님의 천사들이군.》 《이거 우리를 잘못보고 폭탄을 떨구지 않을가. 이 허허벌판 에 서 피 하지 도 못하고.» 리윤병은 낯이 까매져서 뾰족한 수염을 떨었다. 〈〈허허,하느님의 천사들이 하느님의 수제자를 몰라보겠소.》 《여보시오. 사둔,당신은 어째 늘 비꼬임이시오?》 《비꼬임 이 아니 라 사실이 그렇지 않소. 미 국군대를 하느님의 천사들이 라고 귀 닮게 말한것 이 누구시 오?》 송암이 여전히 웃으며 말하자 리윤병은 며느리앞이여서인지 《령감은 참 !_》하고 억지웃음을 지었으나 눈길은 비행기에서 한 초도 떠나지 않았다. 높이 뜬 비행기들은 구름장름새마다에 허연 비행운을 남겨놓고 북쪽으로 날아갔다. 〈〈북쪽으로 가는군. 우리 군댈 돕자는겁네다. 그럼 그럴레지.》 리윤병은 언제 빼들었는지 모를 꼬닥교닥 꾸겨진 성조기를 주 머니에 집어넣으며 승용차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만 가봅세 다. )) 운전사가 발동을 걸자 계화는 나직이 한숨을 짓고 일어섰다. 그 는 여전히 논벌가운데 서있는 학들을 바라보다가 성송암의 그늘 진 얼굴에 시선이 닿자 가날픈 웃음을 지어보였다. 《여기 그냥 있음 좋겠네요.》 휘발유와 찐 담배내가 뒤섞여 떠도는 차안에 들어섰을 때 계 화는 사지판에 가는 사람처럼 얼굴빛이 어두워 입을 꼭 깨문채 눈 을 내 리깔았다. 차는 얼마 안가서부터 별스런 꾸르럭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운전사는 마을을 지날 때마다 쉬고가자고 했으나 리윤병 은 밤중으로 《정부》가 있는 대구까지 가야 한다며 말을 듣지 않 았다. 해질녘에 이르러 차는 피난민과 부상병 달구지로 가득찬 길 에 들어섰다. 내무부장관 조병옥의 포고령으로 집에서 쫓겨나 남하하는 사 탐들의 대렬이였다. 달구지 하나를 앞질러나가는데도 경적을 몇 번씩 울리지 않으면 안되 였다. 사민들은 그 소리에 놀라 황급히 뒤 돌아보고는 길을 내주었으나 총대를 거꾸로 메고 절뚝거리며 걸 어가는 피뢰군들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리윤병이 분을 참지 못하고《이 몰상식한것들 !》하며 욕질을 하다가 하마트면 깜장콩 알을 먹을번하였다. 다짜고짜로 총대를 벗겨든 괴뢰군들이 격발 기를 절컥거렀던것이다. 《이사람들… 이…이게 무슨짓인가. 한 나라 장관앞에,영 ?》 리윤병은 며느리 와 성송암의 앞이 라 열을 올리 다가 정작 총구 가 그를 겨누자 달팽이껍질속에 기여들듯 차문을 닫으며 몸을 옹송 그렀다. 군인들은 짐승같이 흉한 웃음을 터뜨렀다. 다른 때면 《주 여 !》를 부트며 십자를 그렸을 리윤병은 이번에는 그럴념도 못 하고 손수건을 꺼내 이마만 문질렀다. 그때부터 안절부절만하였 다. 길을 막는 달구지 건 사람이 건 탓할념을 못했다. 파국은 지진현상과 같은 땅울림으로부터 시작되였다. 바람째 는 소리를 내며 쌕쎄기들이 도로를 핥듯이 날아오며 기총탄을 쏘아 대고 새된 부르짖음과 비명이 터져나올 때도 무엇이 닥쳐오는지 몰 랐다. 그 모든 소음을 짓누르며 온 대지 를 포개 여놓을듯한 폭음 이 승용차의 창문까지 드릉드릉 울릴 때도 몰랐다. 알았을 때는 늦 548 었다. 앞서가던 사람들이 《아! 아!》하는 단말마의 포효성을 지 르며 길가의 도랑과 발에 뛰여들었다. 공기를 째는 예 리한 기관 총성과 더불어 소가 꺼꾸러지고 사람들이 쓰러졌다. 시꺼먼 포신을 내뻗친 무수한 철갑피물들이 끝없는 렬을 이루어 맹속으로 달려 오고있었다. 단테의 《신곡》에도 없는 지옥의 한장면이 눈깜박 할새 성송암의 앞에서 벌어졌다. 장갑차와 땅크들에서 발사하는 예 광탄이 퍼런 불빛을 날리며 날고 무한궤도와 바퀴들에 소며 달구지 들이 처참하게 무질러지였다. 운전사가 조향륜을 꺾어 길옆발에 차 를 들이몰 때 유리창이 박산나며 그 포박이 성송암의 뺨을 갈겼 으나 그는 그것 도 모르고 굳어 진 동공으로 그 괴 물들만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아버지 ! » 실낱같은 부르짖음에 송암은 고개를 돌렀다. 계화가 한손으로 동가슴을 꼭 누르고있었다. 손가락짱으로는 빨간 피 가 슴새 여나 와 하늘색 치마우에 똑똑 떨어졌다. 《아니 !》 송암은 눈앞이 아찔해서 한동안 멍청하니 보기만하였다. 그것 도 모르고 리윤병은 《저 사람들이… 저 사람들이 ! •••» 하더니 무슨 용기에서인지 차문을 열고 뛰여나갔다. 윤병은 두팔을 쳐들고 만세시늉을 하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하였다. 땅크포탑뒤에 우뚝 서 무표정한 눈길로 파괴의 흔적을 바라보던 미국군인이 윤병이 의 해괴한 움직임을 보다가 싱굿 웃으며 손을 저어주었다. 그러 자 윤병은 승용차를 손짓 하며 쏘지 말라는 시 늉을 하고 주머 니 에 찔러두었던 《성조기》를 꺼내 열심히 흔들었다. 송암은 가슴속깊이에서 터져나오는 호곡을 참으며 덜덜 떨리 는 손으로 계화의 가슴을 헤쳤다. 자그마한 총알구멍에서는 피가 샘솟듯 솟구쳤다. 따뜻한 피는 전류처럼 손바닥을 지졌다. 《아버지 ! » 소리는 없고 계화의 입과 눈이 그것을 말하고있었다. 눈자위가 돌 기 시작하였다. 송암은 《으흐흑.》흐느끼며 계화를 끌어안았다. «안된 다, 안돼 . 이 못난 애 비 때 문에 네 가 죽다니 . 안된 다, 549 안돼 !》 계화의 몸이 꿈틀했다. 눈이 한껏 커졌다. 바르르 떨던 입술 이 옴죽거렸다. 《아버지,련활 만남 나…용서하라고…》 《빌어 먹을一년.》 송암은 그대로 울부짖었다. 눈물방울이 계화의 볼에 방울방울 떨어 져내렸다. 계화는 그 눈물을 닦아주려는듯 손을 쳐들다가 맥없이 떨궈 버렸다. 고개가 한쪽으로 떨어지고 눈까풀이 소르르 맞불었다. 〈〈계 화야 ! )) 송암은 정신없이 딸의 얼굴에 볼을 비 였다. 모자가 벗겨져 날 아나고 길게 자란 흰 머 리 칼이 계화의 이마를 덮었다. 《선생 님,정신차리십시오.》 운전사가 어깨를 흔들어 고개를 들었을 때 송암의 얼굴에서 초 점잃은 두눈이 황황히 불랐다. 그는 어스름이 내리는 바깥에서 무 언가 안고 들어오는 윤병이를 응시한채 미륵처럼 굳어있었다. 《그 사람들 참,조포하면서 도 어 린애 같은데 가 있어. 이런걸 뿌리 더라니—》 차문을 열고 들어서던 윤병은 의외의 사래에 깜짝 놀라며 가 슴에 안고있던것들을 떨어뜨렀다. 마분지통이 열려지며 도로프스 알들이 좌르륵 흩어지였다. 송암은 눈을 감았다. 바로 이것이 지옥의 끝이다 i ᄂ 그는 배낭을 둘러메였다. 그리고는 차에서 내려 축 늘어진 계 화의 시신을 안아내렸다. 윤병이 코멘소리로 뭐라 부르짖는것도 아 랑곳않고 가을한 보리 발으로 비칠비칠 걸어갔다. 윤병 이가 달려 와 그의 배낭을 잡는바람에 하마트면 넘어질번하였다. 송암은 딸의 시체를 보리그루에 찔릴세라 고랑에 조심히 놓히고 천천히 일어 섰다. 그리고 윤병이의 뾰족한 얼굴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주먹을 곽 쥔 손으로 뺨을 후려갈겼다. 〈〈가라. 딸은 내것이다!》 축축한 바람이 불어왔다. 좀 있어 비방울이 가늘게 날렸다. 운 전사의 도움으로 밭둔덕에 무덤을 팠다. 봉분도 묘비도 없는 무 550 덤속에 계화를 잠재웠다. 윤병이가 곡을 했으나 송암은 울지도 않 았다. 검은 하늘을 쳐다보며 저주를 퍼부었다. 《내가 딸을 죽였다.》 이날밤 송암은 길녘에서 주어든 지팡막대에 의지하여 대전쪽 으로 가는길로 돌아섰다. 대전쪽 하늘은 밤새 벌정게 물들고 폭 음이 련속 울러왔다. 551 제 20 장 포위 ! 이 것은 전멸을 의 미하는 말이 다. 7월 19일 밤 대 전시 가는 완전포위속에 들었다. 54사 16련대는 대전 서남쪽 6키로메 터지점에,905땅크사단과 협 동작전을 벌린 54사 5련대는 대 전 서 북쪽 10키로지점에, 53사 9련대는 대전 동북쪽계선인 읍내 리에 이 트러 시가방어의 량익에 철통같은 담벽을 쳤고 북쪽에서는 53사주력 이, 남쪽에서는 54사 18련대가 대전의 앞뒤 숨통을 막아놓았다. 이렇게 형성된 강철같은 고리환은 시 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 히 좁혀 져 들어 갔다. 워커 의 미 8군사령 부가 이 것을 깨 닫게 된것은 영 동_대전도로 를 따라 전진하던 미1기병사단 선견땅크대가 어데서 솟아났는지 모 를 《유령》같은 공산군들의 매복에 걸려 송두리채 괴멸되였다는 보고를 받은 다음이였다. 떤사단장과 마찬가지로 채병덕의 《인민군배후진출설》을 겁 쟁이의 신경과민으로 평 가했던 워커는 이 리해 할수 없는 사래에 기 절초풍할 정도로 놀래여 도교의 맥아더를 통신실에 불러내지 않 을수 없었다. 맥아더는 워커의 절망적인 넉두리에 피반령계선진출사단인 인 민군 52사의 대 전접 근을 불허 하라고, 인민군 52사가 대 전후면포위 를 완성하지 못하는 한 대 전은 고수될 것 이 라고 욕설 절 반 위 안절 반의 으르렁거 림으로 대 답한후 20일아침 강력한 비 행대타격 으로 1기 사의 진출로를 봉쇄 한 《인민군게릴 라》를 소멸 하고 1기 사의 대 전지원을 완료하며 그때까지는 1기사를 영동에 머무르게 하여 피 반령방어선의 제2제대를 형성하라는것과 만약경우에 대비하여 미25사 를 인민군52사와 62사의 공격지구에 전개시키라는 명령을 주었다. 조치 원에 나온 김 책 의 전선사령 부는 밤 12시 경 에 적후정찰로 부터 1기사가 영동에서 기동을 멈추었고 미25사의 일부가 최현 552 의 52사와 최춘국의 62사쪽으로 전개한다는 통보를 받고 즉시 최 고사령 부에 무선으로 보고하였 다. 최 고사령 관 김 일성 동지 께 서는 적의 이 새로운 작전적움직임에 대하여 야간공격을 단행하여 적을 혼란에 빠뜨리며 대전공격을 새벽으로 앞당길데 대하여 명령하시였다. 《최 현동무네 가 위 험합니 다.》 무전문 마지막에 적힌 문장은 이러했다. 7월 20일 새벽 5시 수만명의 미군과 괴뢰군들로 올챙 이 끓듯 하는 대 전시 가 60평방키 로메터지역 에 대 한 인민군련합부대들의 총공격이 개시되였다. 수백문의 대포들이 시가의 외곽방어진지로부터 중심지대까지 가 차없이 타격한뒤 땅크를 앞세운 보병련합부대들이 시가공격을 개시 하였다. 54사 16련대 는 옥되 와 대 흥동쪽으로,54사 5련대 는 통두동쪽으 로,53사는 선화동,삼성 동,소제 동쪽으로. 도시에는 살아있는 일반주민이란 없었다. 7월 13일부 괴뢰내 무장관 조병옥의 지시로 모든 주민들이 강제적으로 《피난철수》당 했고 적의 화력진지와 방어진지주변의 인민들은 민가의 소각과 함께 전부 살해되였다. 전투시작과 더불어 선참 대전형무소로 진입 한 905땅크사단 땅크병들은 모든 수감자들이 하루전에 전부 학살되 였음을 알았다. 《미제침략자들은 대전감옥의 애국자들을 전부 학살하였다. 대전감옥은 피바다. 형제들의 복수를 위 하여 전우들 ! 한놈도 용서치 말라 !》 류경 수장령 이 날린 무선전파가 모든 구분대 의 지 휘 관,선동원 들의 입 을 통하여 시 가에 돌입 하는 전사들의 심 장에 불을 질렀다. 이때부터 인민군전투원들에게 있어서 시가안의 모든 생물체는 살인자로 범죄자로 되여있었다. 대전은 인간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격전장으 로 되였다. 시꺼먼 포연에 휘 감겨 검은 장막을 뒤집 어 쓴듯한 도시 의 상공 으로는 끊임없이 불기둥이 솟구쳐올랐고 포탄파렬로 부서진 대포며 553 자동차,철갑모,찢겨진 시체들이 재개비처럼 날아올랐다. 아침 7시경 인민군련합부대들이 시가중심에 들어서자 떤사령 부는 도시방화를 명령하였다. 삼복더위의 땡별에 버쩍 마른 초가집 들과 기 와집 들이 화약더미 처 럼 불타오르자 도시는 염열의 지옥을 련 상시 켰 다. 대아메리카제국군의 강대성에 대한 환상과 백인종에 대한 우 월감,화력 과 장비 의 우월성 에 대 한 과신으로 뼈 속까지 물든 미 군장 병들은 광적 인 모험심과 무분별한 용기 로 발악하여 나섰다. 동시에 《빨갱이》들에 대한 질은 원한에 미쳐버린 《정예》 의 륙본직속 괴뢰군 혼합부대들과 《사관학교》학생들도 피거품을 물고 발악해 나섰다. 놈들은 자기들이 저지 른 죄 로 하여 용서받을 희 망마저 잃 고 죽기 로써 덤 벼 든것이 였 다. 전투에서 절망적인 광기의 발악은 참흑한 죽음으로 값을 치르는것 이 다. 성 난 사자같이 돌입 한 인민군전투원들은 수류탄과 총창,총탁으 로 골목과 집들에서 저항하는 적들을 무자비하게 쓸어놓혔다. 련대장들까지 자동총을 들고 집과 집,토대와 토대들사이를 건 너뛰며 사격전을 벌리였고 때에 따라 창격전까지 하였다. 류경수장 령은 땅크에 올라 무선송신기로 땅크들의 행동을 일일이 지휘하 면서 가장 요긴하고 어 려 운 모통이마다 내 달아 적 의 화점 과 포, 땅크들을 무자비하게 부셔버렀다. 적의 포탄과 화염병에 그의 땅크 장갑은 우그러들고 불에 그슬렸으나 종횡무진으로 시 가를 달렀다. 떤사단장 역시 《전투원》이 되였다. 인민군대의 질풍공격에 모 든 련대들의 방어선이 무너지고 통신련락마저 끊어지자 도시방화를 명령한 그는 호위원들과 바주카포병을 데리고 사령부로부터 기여나 왔다. 자기 방에 자랑거 리로 놓아두었던 3. 5인치 바주카포까지 부관에게 들려가지고 나온 그는 몇대의 인민군땅크를 멈춰세우든가 요격하여 장병들의 사기 를 돋굴 결심이 였다. 다행스럽게도 그의 바주카포가 대전백화점앞에서 인민군땅크 한 대를 명중시켰다. 파괴된 땅크에서는 불길에 휩싸인 땅크병 하나가 기 여나왔다. 그 땅크병 은 옷에 달린 불을 끄려 고 포장도로우에 서 몸을 비틀며 덩굴었다. 《보라, 당신네 무서워 하는 땅크엔 불사신이 아니 라 저 렇게 죽 어가는 사람이 랐다.》 떤은 인민군땅크병의 최후를 랭랭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때 땅크병의 손이 언뜻하였다. 떤이 서있는 아래층창문이 쟁가당一 하고 깨여지는 소리와 함께 수류탄의 폭음이 울리고 비명이 터져나 왔다. 떤을 호위하고있던 병사들이 경악하며 총을 쳐들 때 골목 길로부터 수십명의 인민군전투원들이 쓸어나왔다. 맨 앞장에서 자동총을 휘두르며 달려나오던 군관은 떤의 부하들이 《보루》로 사용하는 몇개의 건물을 가리키며 뭐 라 소리치다가 죽어가는 땅 크병 을 발견하고는 쓴살같이 달려 오는것 이 였다. 철수를 요구하는 수원들의 아우성에 귀머거리가 된듯 묵묵히 있 던 떤은 그 군관이 땅크병앞에 채 이르지 못하고 쓰러지는것과 거 의 동시에 어데선가 적십자가방을 둘러멘 묘령의 녀성군인이 나 타나 총탄이 비발치는속을 내달려오는것을 보았다. 《나이팅게일!» 떤은 썩은 콩씹은상이 되여 돌따섰다. 뒤마당에 대기하고있던 땅크에 오른 그는 무선마이크앞에서 1기갑사단장 알버트게이를 목쉰 소리로 찾는 부관을 밀어젖히고 무선송수화기를 가진 모든 지 휘관들을 찾아 퇴각을 명령하였다. 그런데 이때까지도 떤은 자기가 몇시간후에 산속으로 도망쳐 들 어가 한달동안 과수발과 콩발을 돌아다니며 짐승처럼 날열매를 따먹 다가 인민군전사에 게 체 포되 리 라고는 생 각지 못하였 다. 림운학은 오늘 몇번이나 죽음과 맞다들었다. 그때마다 죽음은 매번 그를 피했으나 이번만은 그렇지 않은것 같았다. 대대 상급 부관으로 정식 임명된 그는 2중대에 포함되여 처음부터 전투에 참 가하였다. 땅크를 타고 대전형무소까지 이르는 어 간에 총탄은 여 러 번 그의 귀전을 스치고 어깨의 한쪽 견장까지 떼여버렸다. 파편 에 전투가방마저 찢 어졌다. 건물이 무너지며 불타는 각목이 그의 잔등을 스쳐 떨어지기도 했다. 형무소지하실에 숨어 발악하는 적들 을 총창과 수류탄으로 요정내며 돌격할 때 구석에 숨었던 놈의 총 창이 그의 목을 견줘 날아들었다. 자기가 그것을 어떻게 피했던 지 아리숭한 일이였다. 형무소의 감방은 렁 비였고 어떤 방들은 피 투성 이시체가 한가득 넘쳐있기도 했다. 형무소의 수감자들이 전 부 학살당했다는것을 알게 된 그는 이상하게도 눈물 한꼬치 안나왔 다. 아버지를 만나보리라던 희망이 꺼져버리자 그는 슬픔이라고 할 수도 없고 분노라고도 할수 없는 이상스런 감정속에 포로되여 《죽 여라 !》,《죽여라 !》하는 소리만 연신 내뱉으며 맞다드는 적들 을 쏘고 찌 르고 죽어 넘 어 진자에 게 도 다시 금 총탁세 례 를 안기 였다. 그는 다른 많은 전사들과 마찬가지로 이 대전에 틀고있는 모든 미 국놈들을 다 쓸어놓히는것과 특히 범죄의 진범인인 떤을 잡는것 이 소원이였다. 그러나 떤이 도사리고있었다는 도청안은 렁 비여있 었다. 그 주변 어 던가에 그놈들이 배겨있을것이 라는 판단밑에 운학 이네는 땅크에서 뛰여내려 골목골목 뒤져 가며 혼전속에 이르렀다. 대전백화점쪽으로 내담던 그는 자기들이 타고오던 땅크가 바주카포 에 불타고 거기서 기여나온 땅크병이 수류탄을 던지고 쓰러지는 것을 보자 눈앞이 홱 돌았다. 땅크병을 구원하고 적을 요정내리 라는 결심으로 내담던 그는 발밑에 무수히 튕겨나는 도탄되는 탄환 의 번쩍임을 보았으나 그쯤한것은 아랑곳 않았다. 누군가 그를 부 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때 불시에 머리가 불 로 지지는듯 아파나며 땅이 거꾸로 일어서 돌아갔다. 그는 포장 도로우에 태질을 당한듯 넘어졌다. 눈망막으로 무수한 불꽃이 흘러 갔다. 몇걸음앞에 쓰러져있는 땅크병 이 천리밖에 있는것처럼 보 였으나 그 모습도 안개속에 잠겨드는것 같았다. (이렇게 죽는가?) 짧은 찰나의 순간에 무수한 생각들이 뜀박질해갔다. 다시 보 지 못할 아버지며 어머니… 그리고 련화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가는 사라졌다. 언젠가 최현장령한레서 들은 장군님께서 자기 동생 의 죽음을 슬퍼하며 이름까지 목책에 적어넣으셨다는 사실이 떠 오르며 눈귀에 눈물이 슴배올랐다. 둥근 회색모자에 역시 회색양복 을 입으셨던 보안간부훈련소마당에서 뵈온 장군님의 영상이 우렷이 그려지며 마지막최후를 마칠 때 전사들이 웨치던 《만세 !》를 556 웨 치 고싶 었 다. 그러 나 생각뿐 입 이 열려 지 지 않았다. 날카로운 비명이 고막을 치며 그의 의식을 잠깨웠다. 단발머 리가 산산이 홀어진채 달려오는 녀성군인이 보였다. 52사에 가서 보았던 녀성간호원이였다. 《련화 ? ! …》 그는 입속으로 뇌였다. 화끈 단 손이 그의 목과 머 리를 그러안 았다. 녀자의 가름한 얼굴에서 초불처럼 타는 두눈이 커다랗게 안겨왔 다. 소독약냄새와 함께 화약내와는 다른 향굿한 체취가 안겨왔다. 《련화 아니요?… 동문 어데서 나타났소? 52사에서 본것이 동무가 옳지 ! … 그동안 어떻게 지냈소?… 그리고 나의 아버 지는? …》 수많은 물음이 머리속에 맴돌아쳤으나 운학은 아무 말도 못했다. 《운학동무 !》 처절한 웨침을 마지막으로 들으며 운학은 의식을 잃었다. 송기덕중대는 대전에서 쫓겨 밀려나오는 적들과 마지막 결전 을 벌리고있었다. 도로와 논판은 불타는 자동차와 땅크로 한벌 메 였으나 죽기내기로 도망쳐나오는 적의 땅크와 자동차 행렬은 끝 없이 나타났다. 선두땅크들은 앞을 막은 자동차 몇대를 논판에 구겨 박으며 나 오다가 불타는 땅크에 부및치자 멈춰섰다. 뒤따르던 자동차들이 서 고 벌떼 같이 날아내 린 적들이 좌우 논판에 산개하였다. 선두땅크의 포탑문이 열리며 브로닝기관총 총신이 쑥 내밀리 고 두놈의 얼굴이 솟구쳤다. 기덕은 잽싸게 자동총으로 갈겨댔다. 한놈이 꺼꾸러지자 다른놈은 재빨리 숨어들어갔다. 반땅크수류탄 을 다 써먹은것 이 한스러웠다. 그때 전호근이 가 땅크를 향해 바 람처럼 내달았다. 첫 전투때 중기를 마사먹고 보병총으로 싸우던 그였다. 호근은 허우대 큰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속도로 땅크에 뛰 여올랐다. 그는 포탑우에 내민채 있는 브로닝기관총을 잡자 와락 나꾸겠다. 총탁을 잡아쥔 두손이 딸려오르다가 호근의 발길에 채여 떨어졌다. 호근은 류크문을 무릎으로 담았다. 적의 시체가 끼여 벌 려진 문짱으로 총탄이 날아나왔으나 호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 글이글 타는 눈으로 중대쪽으로 덤벼드는 적들의 산병선을 노려 보다가 기관총을 휘둘러댔다. 적들은 썩은 바자 넘어지듯하였다. 《장하다 ! 호근이 !》 적땅크가 기미를 알아차린듯 후진하기 시작하였다. 저희 보병 들로 하여금 호근이를 없애치우려는 수작같았다. 조금만 더 가면 호근은 적의 무리속에 들어가는 판이였다. 기덕은 자기가 가지고있던 마지막수류탄을 빼들고 달려갔다. 역 한 배 기 가스에 숨막히는듯한속에 그는 날쌔게 땅크에 뛰 여 올랐다. 류크문에 찍힌 적의 시체에서 쁨어나오는 피로 하여 장갑판은 미끄 러웠 다. 《호근이,주의 하라 !》 기덕은 시체가 끼운 짬새로 수류탄을 집어넣으며 호근의 허리 를 꽉 그러안았다. 광一하는 폭음과 함께 류크문이 훌쩍 들리는 듯하였으나 떨어지지는 않았다. 땅크는 멈춰섰다. 〈〈멋있다!》 호근이 소리치며 쏘아댔다. 박격포탄이 적의 자동차종대와 논판의 적들속에 날아가 터졌다. 그러자 논판의 적들이 황급히 공무니를 사리기 시작하였다. 기덕은 경사지의 요소요소에 박혀있는 적들을 잡기 위하여 중대를 돌격 에로 진입시켰다. 개미떼처럼 우글거리던 적들이 차우에서 논판에서 도로에서 거의 다 시체로 남고 얼마 안남은 놈들이 박격포탄의 추격속에 되 돌아서 시가로 도망칠 때 기덕은 호근이를 찾았다. 조금전만해도 땅크포탑우에서 범 같은 기 상으로 총을 쏘아대 던 호근이 가 보이지 않았다. 기덕은 불길한 예감속에 땅크에로 달러왔다. 호근은 땅 크의 류크문우에 앉아있었다. 머리는 기관총총탁에 드리워있었다. 《호근이 !》 기덕이 소리치며 뛰여올라갔으나 호근은 옴짝하지 않았다. 오 른손가락은 여전히 방아쇠를 당기고있었다. 탄통에 탄알은 하나 558 도 남지 않았고 격발기실이 열려있었다. 호근은 무려 여섯군데나 관통상을 입고 이미 숨져있었다. 방아쇠를 쥔 손가락을 풀어내리려 했으나 어찌나 힘을 줬던지 그 손가락은 꺾쇠처럼 굽혀있었다. 《야 ! … 누이도 만나지 못하고 이렇게 되면 어찐단말이니… 엉 ! •••» 기덕은 호근이를 부둥켜 안고 그만 소리를 내여 울음을 터뜨렸 다. 전사들은 준엄한 표정으로 전장을 굽어보았다. 너무나도 엄청난 광경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있었다. 수백대의 자동차가 불타고있는 들판은 적의 시체로 꽉 깔렸었 다. 바람이 불 때마다 검은 연기가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면서 황 금과 기만에 속아온 먼 나라 땅 젊은이들의 처참한 주검들을 드 러 냈 다. 쫓겨 가는 자동차종대 와 보병 종대의 시꺼먼 무리 가 대전 쪽으로 가는 길끝에서 아물거렸다. 53사와 54사의 후리그물속에 들어 포로의 운명을 지 니게 될 두개 련대 의 패 잔무력이 였다. 연기가 설펴지자 정오의 찬란한 태양이 어지러운 모든 군상을 불래워버릴듯이 뜨거운 별을 쏟았다. 그 시각 대전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보문산 기슭에서 이 가렬 처절한 전투의 증견자마냥 한것이나 서있던 로인이 지팽이를 번 쩍 쳐들고 주문이나 외우듯 뇌이였다. 《장하다 ! )) 그리고 오열하듯 소리없이 흐느꼈다. 그는 성송암이였다. 7월 20일 낮 12시 20분 무선전신지 를 움켜쥔 민족보위상 최 용 건이 거의 뛰다싶이한 걸음으로 김일성 동지의 집무실에 들어섰다. 《김책동무로부터의 보고입니다. 대전이 해방되였습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최용건과 악수를 나누고 무선전신지를 잠시 내 려다보시다가 전화대에 다가가시였다. 전화기를 드신 그이께서는 통신국장을 찾으시였다. 〈〈최현동무와 아직 련결이 되지 않았습니까?》 〈〈찾고있는중입 니 다. » 《53사교환에 파업을 주시오.》 전화기를 놓으신 그이께서는 집무탁의 지도에 눈길을 멈추신 559 채 부동의 자세로 계셨다. 《련대들은 전반적으로 각개 포위되였습니다.》 최현사단장의 엄폐호에 뛰여든 참모장은 헐떡거리는 숨결을 진정하지 못하며 지도를 펼쳤다. 여기저기 급하게 연필을 휘두르는 통에 구멍이 나고 찢겨진 지도에서 전선은 들쑹날중한 톱날형으 로 되여있었다. 사단장을 호위하고있던 전사들이 놀라 치뜬 눈으로 그들을 보고있었다. 최현은 참모장의 어깨를 잡아 거치른 숨소리가 볼에 미치는데 까지 끌어 당기고 귀 에 입 을 댄채 속삭였다. 《이제 두번다시 그런 소릴 했다간 총살할레요.》 참모장이 얼떨떨해 그의 손에서 어깨를 빼며 물러서 안경을 바 로잡을 때 최현은 크게 소리쳤다. 《포위란 없소. 포위는 우리가 했단말이요. 우리가 ! … 이제 해 만 지면 그 결과가 보일것이요.》 《사단장동지,그렇지만 17련대 후면에 들어온 적들은…》 《그건 다 물만 찌면 저절로 죽을 올챙이떼요. … 여기선 한개 분대도 뗄수 없소. 동문 그러지 말고 련대들과 련락을 취할 방도나 생각하오. 저기 괴뢰군련대 장 엄폐호에서 지금 무전기수리가 끝 나가고있을것 이 요.》 《사단장동지, 상하지 않았습니 까 ?》 참모장의 말에 최현은 뭉청 갈라져나간 오른쪽옆구리의 옷자 탁을 내 려 다보고 싱굿 웃었다. 《상하긴, 상했다간 내가 장군님한테 무슨 졸경을 치르자고… 어 서 가보오. 이제 적들이 밀려들면 당신까지 총질을 하기 시작하 겠는데… 안경쟁이까지 싸울건 못돼.》 최현은 전호턱에서 너슬너슬 타고있는 고목등걸에 대고 담배 불을 붙여물고 적의 시체가 너저분히 깔린 보리발을 내다보았다. 깡그리 불타고 뒤집혀진 거뭇한 등성이의 여기저기에서는 적 의 시체들이 타고있었다. 30분전에 날아온 적의 대폭격기편대가 소 이 탄과 줄폭탄으로 주변의 땅을 다 뒤집고 래울만한것은 남김없 이 태워버렸다. 560 최현은 전호앞 열댓메터앞에 다 타버린 강냉이단처럼 시꺼멓게 되 여 연기를 쁨고있는 적의 시체를 물끄러미 보며 이마살을 찡그렀다. (여하튼 일은 신통치 않다. 사단장까지 전투한줄 알면 얼마나 말들이 많겠는가. 저 불쌍한것한테 하마트면 찔리울번하지 않았 는가. 역포위라?… 그래 역포위에 들수도 있다.) 최현사단은 엊저녁 황혼이 내리는것을 시작으로 첨입전투를 진행하였다. 매개 련대가 일선형공격기도를 보이고는 적의 부대 간 린접점마다 집중포사격을 해대고 종심공격을 단행했다. 최현 은 6련대의 두개 대대로 피뢰 1사 13련대와 수도사단의 린접점을 뚫고 1계단방어진을 허물어버렀다. 그 기세로 근 6키로메터를 전진 하였다. 이로 하여 사단의 전선은 톱날형을 이루었다. 최현으로서는 이미 이것을 예견하였고 지휘관들에게 이번 전 투가 매개 련대,대대가 단독적인 결심으로 싸우는 유격전형식으 로 되리라는것을 말했다. 그러나 적의 진중에 너무 깊숙이 박혀 후 방과는 물론 린접과 차단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당황했다. 적들은 종심에 들어온 대대들에 쉴새없는 공격을 들이맴과 동 시에 우회와 역습으로 후방의 공간지대까지 뚫고들어와 역포위망을 좁히 고있는것이 였 다. 최 현은 이 제 라도 첨입전투대 대 들을 되 돌려 세워 후방으로 침투한 적들을 들이치고 전선을 련결시키면 위기 에서 피할수 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대전까지 진출 하려 는 작전방침 에 어 굿나는 퇴 각이라고 생 각했 다. 명 령앞에 서 전진만을 아는 최현에게서 그것은 죽음보다 무서운 일이였다. (이제 해만 지면…) 최현은 폭연속에 잠기여 빨간 감알처럼 보이는 해를 보며 이 를 으드득 갈았다. 그때 면 남은 포탄을 저앞에 다 쏟아붓고 나갈것 이 다. 그는 이앞에는 요새화된 진지가 없으므로 일단 적의 첫 참호 를 벗어나면 대전뒤까지 나갈수 있다고 믿고있었다. 때때로 웃주머 니에 넣은 장군님의 친서를 감촉할 때면 자기의 행동을 두고 머 리 를 기 웃거렀으나 다른 결심 을 내릴수 없 었다. 《사단장동지,17련대 와 무전련락이 취해졌습니 다.》 561 참모장이 다시 나타났다. 최현은 벌떡 일어섰다. 〈〈어떻다오?》 〈〈적의 돌격이 뜸해졌답니다.》 《놈들이 우리 기도를 알아차린것이 아닐가. 야간공격이 두려 워 무슨 꿍꿍이를 꾸밀수도 있지. 여기서도 벌써 30분동안 끄떡 않거든. 6련대장에게 전투정 찰을 하라고 하시오.》 그때 참모장련락병이 달러왔다. 《사단장동지,정 찰과장동지 가 굉 장한 전화를 도청 하고있습니 다. 빨리 오시라고 합니다.》 련 락병 은 얼굴이 환해 서 말했 다. 중상자 몇명 이 누워있는 엄 폐호안에서는 정찰과장이 레시바를 꽂고 눈이 통방울처럼 되여 듣고있었 다. 《뭐요?》 《사단장동지,적의 공개무선입 니다. 대전이 함락되 였고 미24 사가 포위소멸되 였다는것 입 니 다. 진지 이동에 대 하여 떠벌 이는데 영 어와 뒤섞 여서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 허튼 소리요?》 〈〈아니,사실 입 니 다. 대 전은 포위 됐 다. 미 24사는 살지 못했다. 이런 소리들로 곽 찼습니다. 좀 들어보십시오.》 최현은 레시바를 내여미는 정찰과장의 손을 쳐버렀다. 《속임 수요. )) 그는 비칠하며 콩크리 트벽 을 짚 었 다. 그리 고 한참이 나 고개 를 떨군채 움직이지 않았다. (정말일수 있잖을가.… 아니 그럴수 없다. 아직은… 이것은 음흉한 모략이다. 우리의 신경과 사고를 흐리게 하고 함정에 빠 뜨리자는 수작이다. ) 《기만이요.》 최현은 고통스럽게 뇌이고 돌아섰다. 《사단장동지,여 러 군데 서 떠 드는 소리 입 니 다. 들어 보십 시오. )) 《난 꼬부랑말은 몰라. )) 그때 전화종소리가 길게 을렀다. 최현은 부관의 손이 뻗치기 562 전에 그 송수화기를 잡아들었다. 4련대장이였다. 최현은 듣다 말고 소리 쳤 다. 《다시 말하오.》 《그렇습니다.》 《그렇 습니 다가 뭐 요. 정 확히, 자세 히 말하오. » 《련대군의소앞까지 들어왔던 적들도 다 전투없이 도주하였습 니다. 우리 주위 를 역 포위하던 적 들도 다 사라졌다는것 입 니 다.》 《사라졌는가,숨었는가 확인했소 ?》 《도망쳤 습니 다. » 최현은 입술을 질근질근 깨물었다. 사납게 찌프린 눈으로 책 상우에 펼쳐진 지도를 쏴보다가 결심한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17련대와 여기 6련대방향에 엄호조를 붙인 통신병 들을 파견하여 전화선을 가설하시오. 그들의 선을 동무네 교환대를 거치지 않고 직접 이 선에 련결시키시오. 그리고 〈집》(전선사 령부)과의 전화선이 끊어진 상태유무를 확인하고 대책을 세우시 오. 다음… 군사부사단장동무에게 말하여 사단예비대인 직속대대 들을 17련대에 파견하게 하시오. 그리고 동무는 경비소대와 사단후 방부성원들로 사단후위 를 말고 일체 포와 전투중대들을 나에게 보내오. 시간은 30분안으로요. 이상이요.》 〈〈사단장동지 !》 참모장의 황급한 웨침을 들으며 최현은 전화기를 놓았다. 이 마에 돋힌 땀을 닦으며 최현은 참모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요?》 《예 비 대 까지 다 끌어 내 오면 우리 뒤 는 완전한 공백 지 대 입 니 다. )) 《총공격을 하자는것이요.》 〈〈총공격 ?! 그건 모험입니다. » 《그럴수도 있소.» 최현의 생각은 복잡하였다. 안개낀 골짜기에 떨어져 방향을 가 늠할수 없을 때와도 같은 심정이기도 하였다. 《사단장동지,어떤 모험도 하지 말라는 명령 이 계시지 않았습 니까?》 563 최현은 흠칫하며 참모장을 바라보았다. 먼지낀 안경알밑에서 초 조한 눈길이 안타까이 자기를 지켜보고있었다. (그렇다. 장군님께서는 나나 사단장병들의 무모한 희생을 념 려 하시였다. 그러나 시간이란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 장군님께서는 대전 을 지켜보고계실것이다. 그런데 대전은 우리가 나가야만 한다. 우리가 ! 오직 빨리 나가는 길밖에 없다. 적은 바로 우리의 전진을 굼뜨게 하기 위해 책략을 꾸미고있다. 책략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설사 책 략이 아니더라도 빨리 나가는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 최현은 참모장을 향해 침착한 태도로 말했다. 《30분내 로 공격 전반을 료해 하고 시 작해 야겠소. )) 《해가 있는데도 말입니까?》 《그렇소. 적은 야간공격에 대비해있소. 지금의 이 고요나 전 파놀음이 다 우리 의 야간습격 을 막기 위한 방어 전구축이 라든가 배비변경 을 위한 모략일수 있소. 이 경 우엔 예 상치 않은 행 동으 로 적을 놀래우고 우리의 수에 걸려들게 하는 길밖에 없소.》 매 련대들에 련락병들을 파견한 다음 최현은 빈 포탄상자우에 걸 터 앉은채 써 레 기 담배 를 말기 시 작하였 다. 흥분이 심 할 때면 권 연 보다 담배를 말아피우는데 습관된 그였다. 그런데 담배가 잘 말 아지지 않았다. 손끝이 가늘게 떨리는것이 알렸다. (내 가 지금… 당황한것 이 아닌가. 원가 섞갈리 고있는것 같다. 대낮에 공격산병선을 로출시키는것은 무모한것이 아닌가. 그러나…) 최현의 손에서는 담배가루가 푸실푸실 날아내렀다. (우린 장군님께서 그어주신 화살표대로 못나가고있다. 희생이 있더라도… 그대로 하는수밖에 없다.) 찌르릉, 전화종소리 가 다급히 길게 을렀다. 최현은 끝내 담배 를 말지 못한채 그 송수화기를 집 어들었다. 《뭐 라구 !》 최현은 벌떠덕 일어서며 고함쳤다. 그는 왼손을 저어 조용하 라는 신호를 보이고는 숨을 끊고 수화기에 귀를 바싹 불였다. 흥분 한 목소리가 쨍쨍 히 울려나왔다. 564 《53사교환입 니다. 최고사령부에서 52사 사단장동지를 찾습니 다.》 공개통화였다. 이게 과연 사실이란말인가. 최현은 장미를 곤 두세우고 몸을 떨었다. 《내가 최현이야. 빨리 대라.》 지도를 보던 참모장이며 구석벽에 기대여있던 중상자들의 놀 란 눈길이 그에게 쓸릴 때 최현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지고 좁혀 진 눈시 울이 떨 었 다. 그는 열 병환자처 럼 가쁘게 숨을 쉬 였 다. 굵고 선명한 목소리 가 수화구의 진동판을 울렸다. 〈〈최현동무가 옳소 ?》 《접 니 다, 최 현입 니 다.》 《그래 지금 거기가 어디요?》 《장군님,아직 저흰 돌파를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하겠습 니 다.» 〈〈거기가 어데요?》 김 일성 동지께 서는 재 차 물으시 였다. 최 현은 엄폐 호안을 돌아 보고는 뜨덤뜨덤 대답을렀다. 《사단장지 휘 감시 소입 니 다. » 《거짓말을 하지 마시오. 지금 거긴 최전방이지요?》 «-» 《동문 내 편지를 못받았습니까?》 《받았습니 다.» 《받았다?… 그래 이제 돌격하자는것입니까?》 《네,오늘밤안으로 꼭 나가겠습니 다.》 《지금 거기 적정은 어떻소?》 《겉으로는 조용합니 다. 놈들은 무슨 흉계를 꾸미고있는것 같 습니다. 그래서 지금 결정적인 공격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최 현동무,놈들의 행 동은 무슨 흉계 가 아니 라 퇴 각하는것입 니 다.» 〈〈네 ? ! — )) 《대전의 적이 포위 섬멸되였습니다.》 《장군님,그것이 사실입니까?》 565 《사실입 니 다. 대전은 우리 수중에 들어 왔습니 다. 나는 이 사 실을 알리자고 동무에게 전화를 건것 입 니다.》 《장군님 !》 최현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매연에 절은 거밋한 볼로 두줄 기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최현동무,왜 그러오? 무슨 일이 있소?》 《장군님,기 태 서 … 죄송합니다. 우린 대전을 포위하지 못하고… 장군님께 걱정만 끼쳐드리고… 면목이 없습니다.》 〈〈최현동무.》 김 일성 동지께 서는 너그러운 어 조로 말씀하시 였다. 《대전포위작전에는 동무들의 숨은 공로도 깃들어있소. 만약 동 무들이 피뢰 1군단을 붙잡아놓지 않았더라면 대전포위전은 어려 웠을것이요. 동무들의 완강하고 희생적인 공격으로 하여 적의 시선 이 거기에 쓸렀기때문에 우리의 포위작전은 훌를하게 수행될수 있었소. 나는 이에 대하여 동무들에게 감사를 드리오. 그리고 하나 알려 줄것 이 있소. 철호동무가 군조국보위 후원회 사업 에 대 단한 솜 씨를 보이고있소. 룡옥이랑 아이들이 다 잘 있다오.》 《장군님 !》 최현은 전화가 끝나 한동안 포탄상자우에 무너지듯 주저앉아 얼 굴을 싸쥔채 몸짝않고있었다. 이상스럽게도 전쟁이 일어나 오늘까지 거의 잊다싶이했던 처 며 아이 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잠에 취 한 룡옥이 를 껴안고 일 어 섰을 때 더없이 측은하고 아프신 눈길로 보시던 장군님의 모습이 그리움속에 살아오르며 가슴을 쥐고 흔들었다. 참모장이 물통을 쥐고 다가갔을 때 최현은 뿌리치듯 밀쳐버 리 고 일어섰다. 《장군님께서 우리에게 감사를 주셨소.》 최현은 술취 한 사람처럼 휘 친거 리며 전호에 나가 흉장우에 널 려 진 모래 가마니우에 주저앉았다. 웬일 인가 하여 올려 다보는 전 사들의 탄염에 거칠어지고 초연에 꺼매진 얼굴들을 묵묵히 보다 566 가 불현듯 《허허.》하고 웃었다. 눈물자리로 얼룩진 그의 얼굴 은 우습강스럽게 이지러지였다. 《다들 일루 오라구.》 최현은 안주머니에서 노란 절연지에 싼것을 꺼내였다. 약간씩 떠는 손길로 그 절연지를 벗기자 금박글씨가 박힌 붉은 담배곽이 나왔다. 최현은 그 담배곽을 터쳐 담배를 꺼내였다. 제일 첫대를 뒤에 따라와선 참모장에게 내밀었다. 《전 안피읍니다.》 《피 우오. )) 최현의 눈섭이 꿈틀거렀다. 그다음 전사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마지막 한대 가 남자 최현은 아수한 눈길로 담배 곽과 전 사들을 보다가 경기관총수를 발견하고 그에게 내밀었다. 〈〈발으라구.» 《사단장동진…》 《글쎄 피우라구.》 전사들은 엄한 사단장의 명령이라 무슨 중대한 의식을 치르는 사람들처럼 담배불을 돌려가며 붙이고 연기를 빨았다. 최현은 두눈 이 가느스름해져 담배를 빠는 전사들의 모습을 보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맛이 어떻소?》 〈〈좀습니다.》 누군가 한마디 하자 저마끔 떠들었다. 구수하다거니,향기롭다 거니. 합창처럼 터져나오는 소리에 최현은 입 이 벙글써해졌다. 《그래,정히들 피 우오. 그건 장군님께 서 주신것 이 요.» 전사들은 담배를 피우다 말고 다들 굳어져 사단장을 바라보았 다. 최현은 여전히 웃음을 띠운채 말하였다. 《전쟁 이 승리한 날 피우자던 담배요.》 행 복스런 미소가 그의 얼굴을 무척 천진스럽게 만들었다. 김책은 대전시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련포군장의 지휘감시 567 소에서 전화를 하고있었다. 밖에서는 오래간만의 상봉을 즐기는 련합 부대 장들의 호걸찬 웃음과 명 랑한 말소리들이 겨끔내기로 울렸다. 그러나 김책의 얼굴빛은 자못 엄숙했고 굳어져있었다. 그에게 서 대전해방은 단순한 기쁨 하나로 안겨지는것이 아니였다. 지금 그는 최고사령관동지께 전투전과를 보고하면서 그것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거창한 감격과 환희와 함께 그 어떤 애수 비숫한 감정이 밀물처럼 격돌았다. 김일성 동지께서 살상포로된 적의 수자와 파 피 및 로획한 무기,기자재에 대한 보고를 받으신후 《우리 전사 들이 어떻게 싸웠는가 하는 자료종합은 못했습니까?》라고 물으실 때는 더욱 그러하였다. 김책은 흥분을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평소의 그답지 않 게 약간 들뜬 어조로 대답하였다. 《장군님,그렇지 않아도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지금 부대장동무 들은 경쟁적으로 영응후보자들을 추천하면서 제가 마치 전투위훈 편집 기 자나 되 는것 처 럼 가지 가지 무훈담을 얘 길 해 오고있습니 다.》 《그건 좋은것입 니다. 하긴 우리 모든 전사들이 다 영웅인 셈 이 아닙니까. 나에게 올려보낼 보고서에 그 모든 사실들을 다 기록 하여 주시 오. 오늘의 전투승리는 바로 그 영웅전사들의 불타는 애국주의와 불 요불굴의 투지가 있었기에 마련된것입니다. 나는 어제밤 54사 18련대 동무들을 생각했습니다. 수십키로의 장구를 지고 100여리 험한 길을 헤쳐간 그들의 피와 땀이 어린 행 군을 생각하며 우리 인민의 무진장한 정신력을 생각했습니다.》 《장군님,그들은 다 영웅들입 니 다. 제 가 좀전에 18련대 의 전 투보고를 받다가 그 중대장을 찾아냈습니다.》 《누구라구요? 크게 말하시오.》 《네,평 천 리 와 서 울에 서 만난 리 복심 이 라는 녀 성 동무 있 지 않 습니까. 그의 남편인 송기덕동무를 찾아냈습니다. 54사 18련대 모범전투원명단에 그가 들어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참 잘됐습니다. 하긴 그 동문 원래부터 잘 싸 우게끔 된 동무입니다. 3년전에 내가 그를 만나본적이 있습니다. 568 정말 피눈물나는 과거를 가지고있는 동무입니다. 그래 그 동무를 불렀습니까?》 〈〈제가 오늘저녁 그 련대에 내려가서 훈장수여식에 참가하려 고 합니다. 거기서 훈장도 주고 처를 소박한데 대해 혼쌀도 내고 서울에 올려 보내려고 합니다.》 《허허 혼쌀을 낸다? ! … 모름지기 그 동문 처에 대해서 알 면 맨발로도 달려 갈것 입 니 다. 김 책 동무, 이 런 싸움에 서는 사람들 이 다 아름다와지게 되는 법입니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그 동무를 이 즉시로 서울에 보냈으면 합니다. 복심동무를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알겠습니 다.» 김책은 깊은 감동속에 대답올렸다. 《지금 동무가 가지고있는 훈장이 얼마나 됨니까?》 김 일성 동지께 서 물으시 였다. 〈〈제 기 한데 비 하면 절 반수자도 안될 것 같습니 다. » 《그건 얼마든지 보낼테니 모든 모범전투원들에게 빠짐없이 수여 하도록 해 야 하겠습니다. 나는 그 전권을 동무에게 위임 합니다. 김책동무,오늘은 참 기쁜 날입 니다. 방금 최현동무하고도 전 화를 걸었습니다. 다 잘되고있습니 다. 오늘은 〈만세 ! ) 를 부를만 합니 다. 7월 20일, 이 날은 우리 인민이 어제날의 조선인민이 아니 라는것을 세계에 떨쳐보인 날로 될것입니다.》 《장군님,정말 조선사람의 본때를 보였습니 다.》 《조선사람의 본때 ! 옳습니다. 조선사람의 본때 이지요. 우리 는 세계에서 미국놈의 거만한 코대를 꺾어놓은 첫 인민으로 되였습 니 다.» 통쾌한 웃음소리가 호탕하게 들리였다. 《첫 인민 !》 전화를 끝마치고난 김책은 그 어떤 소중한 금언인듯 이 말을 뇌 였 다. 김책은 손수건을 꺼내 눈굽을 닦았다. 바람결에 떠실려온 푸 릿한 연기속에 섞인 재개비가 눈에 날아들었다. 569 도시상공에는 검 붉은 구름이 쭈욱 깔려 있었다. 초연과 먼지 에 두터워진 구름장을 금빛해살이 꿰뚫고나가며 붉은색갈로 물들인 것이다. 시가를 바라보는 김책의 뇌리에는 전쟁 첫날부터 오늘까지의 모 든 일들이 화면처럼 떠올라 흘러갔다. 그 숨막히던 첫날 새벽이 방 불히 재현되며 감회깊은 명상과 사색을 불러일으켰다. 6월 25일 새 벽이야말로 혁명과 나라의 운명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이른 위기 일발의 순간이였다. 모든 민족과 국가의 흥망성쇠는 대체로 오래인 수십,수백년의 시공간속에 직선 또는 파곡선의 자기 궤도로 움직인 다. 그러나 그 홍하고 망하는것이 매듭지어지고 결정지어지는것 은 순간이다. 저 멀리 로씨 야10월혁명은 레닌이 《어제도 아니고 레일도 아 닌 오늘》에 폭동을 일으킴 으로써 승리하였 다. 바로 우리는 6월 25일 새벽 즉시적인 반공격이 결심됨으로써 승리를 이룩하였다. 대 전작전은 그 대 표적 례 증이기 도 하다. 단 하루라도 늦게 움 직 였 다면 우리 는 제1기 병 사단과 25,24 보병 사단의 강력한 역 포위 전앞에서 패배를 당했을수 있다. 김책은 금강도하작전으로부터 대 전작전전야에 이르기 까지 자 기 가 체험한 정 신_심 리적 혼돈과 망설임 의 과정을 더듬자 소름 이 끼쳐들었다. 김일성 동지의 명철한 판단이 없었다면 과연 어쩔번했는가. 자기 역 시 최 용건이보다 더한 실책 을 빚 어 낼수 있 었 다는 느낌 이 김책의 가슴에 차디찬 얼음꼬챙이처럼 찔러들었다. 김 일성 동지께서는 그 어떠한 최특급비밀자료들이라 하여도 김 책이나 최용건에게 다 알려주시였다. 오히려 전선실태에 대해서 는 늘 전방에 있는 김책과 최용건이가 더 많이 알았다. 허나 분 석과 판단의 신속성과 정확성에 있어서 김책과 최용건은 많은 경우 굼떴고 착오를 범하기도 한것이 다. (이 것은 어쩔수 없는 숙명같구나. ) 김책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이 야말로 진실로 인민적 지 혜,인민적 의 지 의 집 대 성 이 시 기 때 570 문이다. 그이께서는 이 땅에 내려진 축복이며 행복이다.) 김책은 순간과 력사에 대하여 위인과 민족의 운명에 대한 시 적인 상념속에 깊이 잠겨들었다. …운학은 두번째로 마취상태에서 깨여났다. 머리뼈의 부상에 서 오는 동통으로 모르핀을 맞았던것이다. 부서진 창문을 가리운 백포가 바람에 흐느적거리며 소독약냄새가 지독스러운 방안에 매캐 하고 아릿한 초연냄새를 싣고 들어왔다, 침대옆 쪽걸상에는 한쪽귀가 탄 둥글납작한 녀성군모가 놓여 있었다. 련화는 보이지 않았다. 운학은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하 나의 꿈처 럼 생 각되 여 허둥이는 눈길로 방안을 더둠었다. 침상에 누워 점적을 받고있던 군인이 《깨여났군요. 그 동문 밖에 나갔 습니다.》하는 소리에 꿈이 아님을 확인하였다. 그러자 다시금 혼몽한 세계속에 잠겨 행복이 랄지 슬픔이라 할지 모를 기분상태 에 빠져들어갔다. 운학은 전투직전에 대대장으로부터 련대전방군 의소 간호원들이 대대에 배속되였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그속에 련화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 병원에 와서 의식을 회 복하고서야 탄우속에서 자기를 구원한 녀성간호원이 련화임을 알았 다. 그런데 련화는 몹시 변하였다. 군복을 입은데다가 얼굴이 타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어던가 범접할수 없는 쌀쌀함과 수심이 어려 있었다. 말말끝에 때로 울먹거리기도 하고(운학의 아버지가 49년 도에 옥사했다는 사실을 말할 때 특히 그러했다. ) 죄송스러운 빛으 로 멍 하니 굳어있군하였 다. 운학은 리 윤병이 를 따라간 아버 지 성송암이 때 문에 생 겨난 고 민 이 라고 리 해 해 보려 했 으나 여 하튼 서 운하고 야속하기 까지 했 다. 운학에게는 성송암이 끝내 바른 길을 밟지 못한것이 안타깜고 불만 스러운 일이였으나 어찌보면 하나의 장애가 없어진것 같은 감도 없 지 않았다. 다만 아직까지 련화가 아버지의 세계에서 완전히 벗 어나지 못했다는것으로 그 뜻을 입에 올릴수 없었다. 그는 그저 《이번엔 과주지 않겠소.》라는 한마디로 그 모든 감정을 표시 했 다. 그 말에 련화는 고개를 떨구었을뿐 대답을 못했다. 그래도 운 571 학의 손만은 꼭 잡아쥔채 놓을줄 몰랐다. 밖에서 떠들썩 울리는 말 소리에 운학은 빙빙 감쳐돌아가는 그 생각에서 벗어났다. 말소리는 점점 더 가까와왔다. 《…글쎄 그 로재 (토인이라는 함북방언)가 나무몽치를 휘두른 다는데는 우리 창격전 명수들도 감탄할 지경이였단말입니다. 그 독 함지같은 미국놈이 대가릴 싸쥐고 디굴디굴 굴며 닭똥같은 눈물 을 쏟는 꼴이야 어디 보겠습디까.》 청높은 그 목소리가 운학에게는 귀익은것이였다. 〈〈우리 아버님은 젊었을적에 택견(태권도)도 하시고 수박회 (고구려시기 무술)동작도 몸에 익히셨대요. 우리 나라 고대의 무술 이 라고…》 수집게 발는 녀자의 목소리는 분명히 련화였다. 《이 방이예요.》 기척이 없이 문이 열렀다. 운학은 머리를 들려다가 눈앞이 핑_돌 아가며 어지러워 눈만 크게 떴다. 눈굽이 발깃이 젖어 웃는지 우는 지 모를 녀인은 련화고 강파롭게 생긴 얼굴에 잔뜩 치든 두눈이 벙 글벙 글 웃는 사람은 전달 30일 날 만났다 헤 여 진 송기 덕이 였다. (내가 이거 꿈을 꾸는건 아니 야. ) 《여 운학이, 이거 염 라국 귀신 다 된거 아니 야.》 《기덕이 가?…》 《그래 날세, 나지. 〈송기떡〉이 야.》 기덕은 일어나려 움찔거리는 운학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목멘 소 리를 내고는 껄껄 웃었다. 《여,내 사실 동무한테 단단히 인사를 받자고 했는데.》 기덕은 이까지 말하고 문앞에 서있는 련화를 곁눈질하며 다시 그 청높은 함북토배 기의 말투로 고아댔 다. 《지금은 병상에 오른 팔부이니 후날로 미루겠당이. 이 봐,내 동무의 가시 아버 지 를 살려 모셔 왔단말이 야. » 《가시 아버 지 라니 ?一》 운학이 의아스럽게 되물으며 련화를 보았다. 련화의 얼굴은 온 통 눈물투성이였다. 572 《그래요 ! 아버지 가 왔어요. 아버 진 우릴 축복하겠다고 해요. 그리고… 아버진 미국놈까지 죽였대요. 그렇지요,중대장동지 ?》 운학은 한송이 이슬맺힌 들장미같이 핀 련화의 얼굴을 놀라움 속에 보았다. 《그래,운학이,임자 가시아버진가 하는 어른이 어쨌는가.》 기덕은 홍이 나서 련화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전투가 끝나기 바쁘게 주변수색에 착수한 송기덕이네는 한 수 림속에서 두루마기차림의 로인과 미군병사와의 격투를 목격하였 다. 물론 송기덕이가 련화에게 말한것처럼 로인이 승리자가 된것은 아니였다. 미국놈은 탄알이 떨어져서 그랬는지 아니면 인민군대가 가까 이 있다는것을 타산한때문인지 총은 쏘지 못하고 사생결단으로 지팽이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련화의 아버지라는 로인에게 이리 주춤,저 리 주춤 밀 리 다가 총탁으로 로인의 가슴팍을 질렀다. 그 통에 허궁 쓰러진 로인을 그놈이 재차 총탁으로 까려는 순간 기 덕이네가 그놈을 쏴갈겼다. 가보니 로인은 목숨이 간신히 붙어 다 죽은 사람처럼 기척이 없었다. 중대위생지도원이 응급처치를 하 고나자 로인은 정신을 차렸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련화는 기덕의 말이 끝날 때까지 내처 운학을 보았다. 사랑의 정이 타는 환희어린 미소가 방끗거렀다. 《아버지를… 만났음 좋겠어.》 운학이 말하자 련화는 새처럼 가볍게 걸어와 운학의 손을 꼭 잡았 다. 그는 옆에 기덕이며 부상병들이 있다는것도 다 잊은듯 말했다. 《고마워요. 아버질 용서하죠. … 난 이젠… 떳떳해요.》 《동문 참…》 운학은 언젠가 자기를 흰눈이라 하며 시를 읊던 련화를 생각 하고 코등이 저려올랐다. 련화의 이상스런 태도의 원인이 밝혀지자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것이 속에서 돌개물처럼 소용돌이쳤다. 《기덕이,왜 서있나. 앉으라구.》 운학은 자기 행복에 겨워 친구를 잠시나마 잊은것이 면구하여 말했다. 기덕은 씽굿 웃었다. 573 《난 인차 떠나야 돼.》 《그런데 어떻게 왔나? 내 있는것은 어떻게 알고?》 《동무가 있는것은 밖에서 이 〈부인〉을 만나 알고.》 기덕은 련화의 얼굴이 파리처럼 붉어지는것을 흡족하게 음미 한후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난 새 부대 편성으로 소환되였어. 서울로 가는 길이야. 차 편에 우리 대대 부상병들과 동무네 그 가시아버지될분을 싣고와 피 뜩 들린다는게 이렇게 되였어. 저 성련화동무와는 구면이야. 앞 으로 전쟁 이 끝나 잔치를 하게 되면 동무가 찾지 않아도 저 동문 날 찾을거 야.» 기덕은 서운해하는 운학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얼굴이 약간 붉 어지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 길에 난 처를 만나게 돼.》 《처라니 ? 동문 처가 없다지 않았나?》 운학이 놀란 소리를 하자 기덕은 어색히 웃었다. 《그렇게… 철없을 때가 있네. 동무넨 그러지 않으리라 믿어. 운학이, 날 누가 부르신줄 알아. 장군님께서 찾으셨어. 우리 처를 장군님께서 아셔. 서울병원에 지금 그가 있어. 내가 꼭 가야 한대. 난 정말 기쁘다. 그만 만나면 이젠 원이 없다.》 기덕은 손굽으로 눈등을 룩 문지르고 다시금 어색하면서도 행 복스러운 웃음을 짓고 손을 내밀었다. 김 일성 동지께서는 집무실안을 천천히 거 닐으셨다. 무언가 놓친것이 없는가,미흡한 고리가 없는가 하루사업을 총 화지으며 휴식삼아 움직 이는 걸음이시 였다. 그이께서는 방금전 국가계획위원장을 부트시여 적의 공습피해 를 막기 위한 대 책 문제 를 30분나마 토론하셨다. 김 책 과 전화를 끝낸후 떠오르신 생각중의 하나가 미24사의 참패로 적들이 《광 증》을 일으키리라는것이였다. 백악관파 미국 전체가 아우성칠것이고 한편 허장성세로 《보복》을 떠들것이였다. 그《보복》이 가장 확 실하게 미칠곳은 이 땅과 무고한 인민일것이였다. 평천리의 폭격보 다 몇배,몇십배 우심한 폭격으로 촌토와 마을을 불태울것이였다. 주요 공장,기 업소들과 도시주민들의 소개사업,방공호굴설로부 터 대공화력체계망까지 구체적으로 지시를 떨구셨다. (이제 못한것이 무엇인가.) 다망하신 그이의 일과속에는 대전전과의 기쁨을 누리실 시간 조차 별로 없는것이다. 창가림을 꿰비쳐들어온 오후해의 잔광이 벽과 서류함의 여기 저기에 타원형의 금빛반점을 새겼다. 걸음을 옮기실 때마다 그 반 점들이 움직이는것만 같았다. 그이께서는 문독 서류함우에 세워 둔 한폭의 유화에 시선을 멈추셨다. 오영헤가 서울에 간날부터 스 케 치 하여 엊저 녁 에 완성 한 그림 이 였 다. 서 울시 가중심 으로 행 진하 는 인민군땅크대와 보병대 렬을 환영하여 꽃다발을 안기고 수기를 휘젓는 시민들의 모습이 부각되여있었다. 보병대렬의 선두에 밝 은 얼굴로 손을 젓는 중성 한알의 군관이 구도중심에 서있었다. 오 영헤는 모름지기 자기 애인이라고 한 박로수를 저 그림에 형상하였 는지도 몰랐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나직이 한숨을 지으시였다. 대전작전지휘로 잠시 잊혀지였던 박로수의 희생이 상기되면서 이 비보를 오영헤에게 전해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딱한 사정이 뚫고 나가기 어려운 장벽처럼 다가서 시름을 북돋구었다. 서울에 나가셨을 때 오영헤를 불러 박로수에 대해 묻고 편지 를 쓰게 한 일이 지금에 와서 이처럼 후회어린 아픔으로 새겨질 줄은 모르셨다. 그때 그이께서는 오중홉이나 오중성이 그자리에 있 었다면 분명히 했을상실은 질문을 오영헤에게 하시였다. 그 동무가 어떤 사람인가, 어떻게 알게 되였는가,나이는 몇살이 고 성격은 어떤가? 오영헤는 처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 수집음을 타며 대답을 못했다. 김일성 동지께서는 진정을 담아 말씀하시였다. 《마음이 정 안드는것을 억지로 하라는것은 아니다. 마음에 없 다면 그만두는것이지. 그러나 지금은 안된다. 목숨을 내대고 싸 우는 사람에게 그런 거절은 참혹한 상처로 된다. 난 동무네 사랑이 성취되기를 바란다.》 오영헤는 대번에 눈물이 그렁해졌다. 《장군님 ! 전 그 동무외 엔 다른 사람은 모롭니 다. 전 오직 그만을 사랑해요. 허나… 온 나라가 생사의 판가리싸 움을 하는데… 어떻게… 사랑을… 말… 하겠습니까. 전 그가… 마 음이… 약해질가봐 겁납니다.》 《영 헤 야,사랑은 사람을 약자로가 아니라 강자로 만든다.》 그이께서는 더없는 기쁨을 안고 먼 옛날 김혁과 차광수의 련 애담에 대해서까지 들려주셨고 오영헤가 박로수를 알게 된 눈물 겨운 사연을 들으셨다. 유격 근거 지 해 산이 후 오래 희 로인네 일 가는 유격 대 가족이 라는것 으로 이만저만 박해를 당하지 않았다. 어느해 봄날 더덕을 캐러 산에 갔던 오영헤가 초기를 만나 쓰 러진것을 다행 히 이웃동네 지주집 머슴소년인 박로수가 구원해왔 다. 박로수는 기미년 《토벌》때에 부모를 잃은 혈혈단신의 고아였 다. 그는 오영헤를 제 친누이동생처럼 대하며 허물없이 찾아다녔 다. 지주집의 눈을 피해 연자방아간에 흘어진 수수쌀을 가져다주기 도 하고 떨나무도 해왔다. 해방전에는 유격대를 찾아간다고 떠났다 가 먼 북방탄광에서 징 용살이도 했다. 해방이 되여 오영헤와 박로수가 조국땅에서 만났을 때는 서로 가 내우하게 된 청춘남녀로 되여 결국 사랑하는 사이로 되였다. 그런데 이제는 두번다시 오영헤와 박로수는 서로 만나게 되지 못할것 이 다. (이를 어떻게 하면 좋단말인가.) 김일성 동지 깨서는 시름겨운 생각에 서 헤 여 나지 못한채 책 상에 다가가 대전전과가 적힌 종이를 내려다보시였다. 그러나 수자는 안겨오지 않고 오영헤의 사진에서 본 박로수의 믿음스런 얼굴만이 떠오른다. 오영헤는 얼굴이 발깃해 펜을 달리였지. 한손으로는 편지를 가 리우고,그러나 다 쓴 다음에는 소학생이 선생님에게 수험지를 바치 듯이 그 편지를 나에게 주었지. 《련애편지 야 남이 봐선 안되지. 저 봉투에 넣고 풀로 잘 붙 576 여 라. )) 그때 오영 헤 의 생 글생 글 웃던 눈이 함초롬히 젖 어 있었 다. 《장군님 ! 정말 오늘로 가닿습니까?》 〈〈그럼,가구말구.》 여기까지 기억을 더듬어가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빼람옆에 붙 은 신호단추를 누르시였다. 1분도 안되여 문이 방싯이 열리며 오영헤가 들어섰다. 〈〈장군님,기술서기 오영헤 명령대로 왔습니 다.》 흰 군복저 고리 에 푸른 치 마,견장에 달린 두개 의 작은 별,옷의 구리단추는 창문으로 밀려든 석양빛에 금빛으로 반짝인다. 《이걸 필사해야겠다.》 그이께서는 대전전과보고가 적힌 용지를 들어 오영헤에게 내 미셨 다. 《세통을 필사해서 하나는 중앙통신에 그리고 하나는 나에게, 다음것 은 청 사게 시 판에 붙여 라. » 《장군님,지 시 대 로 집 행 하겠습니 다. » 오영헤는 군인식으로 간단히 대답했다. 여느때 같으면 원가 감탄과 환희에 찬 반응을 보였을 영헤 였다. 군복차림에 군인식 대답이여서 그런가. 어던가 이상스러운 느낌 이 드셨다. 그이의 집무실이 최고사령부로 되다보니 얼마전부터 기 술서기들과 교환수 거의다가 군복을 입고 내무규정준칙대로 행동하 게 되였다. 그러나 아무리 사복에서 군복으로 바꿔졌다 해도 늘 아 리잠직하면서 도 방실거 리는 웃음으로 소녀같아보이 던 오영헤 의 태도가 오늘은 별로 이상스레 보이 였다. 《무슨 일이 생겼느냐?》 《장군님,아무 일도 없습니 다.》 오영헤는 웃어보였다. 그런데 어덴가 낯이 핼쑥해보이며 눈에 겁기가 어려있는것 같 效다. 《그 수자들에서 잘 모를것이 없니 ? 전화를 받으며 급히 쓴 것이여서 모를데가 있을게다.》 《장군님께서 쓰신 글씨는 제가 눈감고도 알아맞힘니다.》 응석 기 까지 느껴 지는 대 답이 였다. 김 일성 동지께서는 찬찬히 오영헤를 살펴보시다가 박로수에 대해서는 지금 알려줘서는 안되겠 다고 고쳐 생 각하셨다. 차마 오영헤의 얼굴에 그늘이 지게 하실 용기가 없으셨다. 《그럼 가보거라. 그리구 그 수자 하나하나를 다 외워둬라. 그 하나하나의 수자에는… 그 전투성과에는 우리 전사들의 피가 스 며 있 다.» 어떻게 오늘의 승리가 이루어졌는가. 어떻게 전사들이 야밤 백 리길을 걸었고 탄우속을 내달으며 최현이며 박로수가 어떻게 사 선을 넘나들었으며 그 길에서 박로수가 영응적인 삶을 바쳤는가 를 꼭 이 야기하고싶기도 했으나 말씀하실수 없었다. 오영헤한테 는 그 비보를 전할수 없는것이다. 뒤로 미루어야 한다. 그것이 어 느날,어느 시각으로 될지 그이께서는 결정하실수 없었다. 아마 그것은 더 큰,더 기쁜 최후승리의 날일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화제를 돌리시였다. 《난 너의 저 그림에 찬성이다. 그래서 네 그림을 인민군화보 에 내려고 한다.》 《제 그림을요?》 《그렇 다. 모두가 다 보게 . 》 김일성동지께서는 여기서 숨이 막히시였다. 긴장하게 파고드 는 오영헤의 시선에선 분명 그이상의 다른 말씀을 기다리는 빛 이 담겨져있는것 같으셨다. 《박로수동무도 볼것 이 다. 꼭 보지 . 보고 크게 힘 을 엄을것 이 다, 힘 을. 그 동문 참 훌륭한 싸움군이 라고 하더 라.》 《장군님!》 오영헤의 말소리가 푹 떨어져내리며 가야금의 선을 건드리듯 파 문을 지으며 을렀다. 다소곳이 숙인 얼굴에 피기가 핼끔하게 사 라졌 다. 《너 웬일이냐? 어데 아프냐?》 《장군님,일…없습니 다.》 578 «?•••» 《전… 일없습니다.》 오영헤는 재차 뇌이고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눈시울이 불 그레하게 변해갔다. 〈〈너 우는것이 아니냐?》 《장군님, 전… 일없습니다. 울지 … 않습니다.》 오영헤는 대답하다 말고 흐느낌을 터뜨렀다. 두손으로 입을 싸 쥐였으나 흐느낌을 막아내지 못했다. (알고있었구나.) 그이께서 지탱하고있던 가슴속 버림기둥들이 와그르르 무너져 내리였다. 《영헤야.》 그이께서는 조용히 부트시였다. 가슴이 억해져 말씀이 잘 나 가지 않으시였다. 터져오르는 비감을 누르신 그이께서는 울음을 참 노라 막은 오영헤의 손을 끄당겨내려 꼭 잡으셨다. 《울음이 나면 여기서 실컷 울어라. 이제 울고… 더는 울지 말 어 라. 박로수동무는 영웅으로 살다가 영웅으로 갔다.》 그이께서는 창가에 다가가 우뚝 서시였다. 밖에서는 대전승리 를 알리는 방송원의 씩씩한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퍼지고있었다. 《아까운… 아까운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 희생된다 !》 오영헤의 흐느낌이 점차 낮아지다가 끊겼으나 그이께서는 여 전히 창가에 서계섰다. 《이처럼 영웅적인 인민은 이 세상에 더는 없을것이다.》 그이께서는 조용히 입속으로 뇌이시였다. 579 종 장 7월 21일 새벽부터 련속타격과 대규모적기동으로 특징지어지 는 아군의 4차작전이 개시되였다. 전선은 하루사이에 수키로 지 어 수십 키 로메터 씩 전진하였 다. 세계는 이 전광석화와 같은 공격속도에 찬탄을 금치 못하였다. 빠리,런던, 뉴욕의 조간, 석 간 신문들에 는 매 일 빠짐 없 이 이 리 해 할수 없는 군대의 전투에 대한 소식을 실었으며 텔레비죤회사들 과 잡지 사들에 서는 12만여 평 방키 로메터밖에 안되 는 북조선의 지 형과 문물을 소개하며 돈을 벌었다. 장죽을 물고 망건을 쓴 자그마 한 백의인이 하늘소를 타고다니는 그림들로 소개되던 조선안내광고 는 날카롭고 예 지있는 인상을 과장하여 그려 낸 날파람있는 인민 군 군관과 전사들의 초상소개로 바꿔졌다. 세계는 2차대전후의 초대국으로 등장한 미국군대의 련속되는 패전을 20세기의 수수께끼 로 떠들었으며 세계지리전문가들의 상식속에 콜 롬브스 이전의 미 발견반도처럼 새겨졌던 조선이 경 이의 나라,경 탄할 민족들이 사 는 나라로 알려졌다. 이즈음에 와서 트루맨은 안면신경마비 비 숫한 병 증에 걸려 들 었다. 오랜지기인 주치의는 그것이 과로한 신경성흥분과 분노의 발 작으로부터 온것 이 라고 말하였다. 휴식과 오락을 권하는 주치의 의 말대로 트루맨은 단 몇시간이라도 악몽같은 현실을 떠나고싶 어 때마침 열리는 딸 리사이틀의 음악회에 갔었다. 그러나 이것 은 흑떼러 갔다가 흑붙인셈으로 되였다. 리사이틀은 첫 곡을 다 부 르기 전에 휘 파람과 발구름,마지 막에 는 썩 은 닭알세 례 를 받았다. 그 다음날 세개의 주도시들에서 미24사 장병가족들의 반전시위가 벌어 졌다. 투서와 항의편지들이 끊임없이 백악관에 날아들었다. 《력대 대통령중에서 으뜸가는 바보 !》 《미국의 아들딸들을 죽음에로 끌어가는 요단강의 배사공.》 580 《이 제 라도 조선에 서 손을 떼 라. )) 민주당의 국회의원들이 그의 무능을 두고 우롱했고 갖은 비난 과 모욕으로 그를 짓밟았다. 트루맨은 진퇴 량난의 협곡에 빠져든것같은 극도의 절망과 자 포자기 의 분노속에 몸부림쳤다. 7월 26일 아침 후버(미 련방수사 국장)가 제출한 자료에는 프랑스의 한 기자가 김일성수상을 만나기 위하여 빠리를 출발하였다는 보고가 적혀있어 그를 더욱 격분케 하 였다. 기자가 북조선에 간다는 사실에서보다 대통령에게 보고할 하 등의 중요성 도 없는것 을 고의 적 으로 적 어넣은것은 마치 멀잖아 친선적인 우방국가의 공민들이 트루맨을 저버 릴것이라는 암시처 럼 여겨져 괘씸한 생각을 금할수 없게 한것이였다. 그런데다가 관 방실장은 떤의 부인이 찾아와 행방불명된 남편을 찾아달라고,그 렇 지 않으면 대 통령 을 만나겠 다고 성칼지 게 들이 댄다는것이 였 다. 그런데 그날저녁 청천벽력같이 맥아더로부터 대만의 장개석을 만나 련다는 취지의 보고가 씨. 아이. 에이 (미중앙정보국)선으로 들어왔 다. 장개석을 만나는것은 개전직전 백 악관과 펜타곤의 밀실에서 작 성한 《한국군》의 평양입성과 더불어 대만군을 중국본토작전에 인 입하기 위하여 계획된것이였다. 이미 서울을 잃은 시각부터 이 전 쟁의 모든 희망을 털어버린 트루맨은 몸이 오싹한 상태에서 텔레타 이프앞에 맥아더를 호출하였다. 그런데 맥아더의 대답은 그를 미칠 지경에 몰아넣었다. 맥 아더 는 중국본토공략작전에 장개석군을 내세 움으로써 전쟁 을 국지 전으로부터 세 계 적 인 판도로 넓 혀 《자유세 계 국가》군대 전 부를《공산권박멸》전쟁 에 한시 바삐 인 입 시 켜 야 된 다는것 이 였 다. 이 것은 6월 26일까지 트루맨이 견지하던 구상이였으나 언제 그런 생 각을 했더냐싶게 다몰아댔다. 《존경하는 원수,귀 관은 리 성 을 잃고있지 않는가. 지금 귀 관 과 귀관의 군대에 대한 나자신과 미국의 믿음이 여지없이 허물어지 고있다. 패퇴 하는 전선, 잃 어버 린 미국의 병 사들, 사단과 사단들… 귀관은 미국전체를 24사로 만들려고 하는가.》 《각하,절 망하기 에 는 이 르다고 본다. 기 회 는 있 다. 나에 게 다 581 섯개 사단을 더 증파하라. 그러면 반드시 수복할것이다.》 《그것은 어렵다. 귀관과 귀관의 군대의 실패는 군대의 동원 을 심 한 난관속에 몰아넣고있다. 귀 관으로 하여 미 국은 지금 세 계 의 웃음거 리 가 되 고있 다.» 《실패의 책임이 어떻게 나에게만 지워지는가. 지금은 이것이 문제 가 아니 다. 일단 일에 들어선 이상 우린 물러설수 없다.》〉 맥아더의 대답은 도전적 이였다. 트루맨은 그의 말에 엄연한 진리가 있음을 실감했다. 미국이라는 나라전체를 걸고 도박판에 들어서지 않으면 안된 다는것을 깨달은 트루맨은 모든것을 하느님께 맡긴다는 심정으로 지상군의 계속적 인 투입을 약속하고 대만의 장개석을 전쟁에 말 아넣는 모험만은 삼가하라고 간청하는 투로 말했다. 맥아더는 그에 대한 대답은 피하고 워커가 있는 〈〈한국》전선에 날아가겠다는 울분어린 말로써 대화를 마쳤다. 트루맨은 《나는 귀관이 더는 우 리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는 반위협,반애원의 말을 남기고 기대 에서 물러 났다. 그리고 그는 국무장관 애치슨을 불러 1950년〜 1951년 군사비를 배로 늘일데 대한 문건기 안을 지시했다. 이날 트루맨은 진종일 우울과 락담 속에 전전긍긍했다. 한편 트 루맨으로부터 일생 최대의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한 맥아더는 그 다 음날로 워커의 사령부로 날아갔다. 8군사령부를 부산으로 옮기겠다 는 워커의 제의를 단호히 일축해버린 맥아더는 단 한번이라도 인민 군을 이 기는 승리 적 인 전투조직 을 요구해 나섰다. 그리고 신성모 와 정일권이 참여한 한미고위지휘관 비밀회의를 벌려놓고 대전전투 실패를 간단히 총화했다. 대전전투의 실폐책임은 면과 함께 워커사령부의 판단에 혼돈 을 야기시킨 채병덕에게 들씌워졌다. 법적추궁문제가 론의되자 채병덕을 처벌전투에 내보내려는 신성모의 제의가 수락되였다. 맥아더는 반쯤 조는 자세로 앉아 침묵을 지켰다. 그때 그는 트루맨 과 자기 관계를 되살펴보았으며 언젠가 자기에게도 그런 운명이 차 례 지 지 않겠는가를 생 각하였 다. 트루맨과의 텔 레 타이 프회 견에 서 는 호기를 보인 그였으나 이 싸움에서 승리를 거둘 실제적인 전 582 망은 찾아보지 못했기때문이였다. 일단 심연을 향해 떨어진 물체는 등가속도의 법칙으로 골바닥 에까지 떨어지는것처럼 시위를 떠난 화살은 그냥 나는데까지 난 다는 식으로 맥 아더는 필사의 발악을 하는것이 였다. 채병덕은 7월 27일 낮 12시에 련락장교로부터 신성모의 편지 를 받았다. 편지는 첫 서두부터 살기가 풍기는 글이였다. 〈〈귀하는 서울을 잃고 대전방위에 치명처를 입혔다. 책임은 크 고 중하다. 지금 적은 전남에서 경남으로 지향하고있다. 련합군사령부는 이 적을 격퇴하는 모범전투를 조직하게 되였다. 강력한 미군의 정예대 대로 진행되는 금번 전투에서 귀관은 아군 대대를 이끌고 안내 겸 독전관 자격으로 나서게 된다. 무공을 세울 절호의 기회다. … 귀하의 성공을 빈다.》 채병덕은 자기의 운명에 끝장이 왔음을 감득했다. 그는 신성 모의 편지 를 찢 어 버 리 려 다가 자기 가 보던 시 집 갈피 속에 밀 어 넣 었 다. 자기가 손톱금을 그어가며 읽던 시줄이 한눈에 확 안겨들었다. 내 언제 라도 다시 온다면 어릴 적 딩 굴며 놀던 고향동산에 돌아가련다 푸른 들판 맞닿은 끝없는 하늘을 올려 다보며 내 언젠가는 안식을 그려 모기불에 옛이 야기 끝이 없는 고향집으로 가련다 지는 해에 붉은 노을을 등에 드리우고서 내 기다란 그림자 길게 끌고 동구에 들어서 다시 세상을 살지 못하는 운명 이여 … 583 채병 덕은 그 시집을 가슴에 품고 세시간후 미29독립련대 3대 대의 선두에서 경상남도 하동고개에 올랐다. 좌우앞은 깊은 골짜기 였다. 그 골짜기에는 인민군 한개 기습대가 진을 치고있었다. 인민군전사의 보병총총창이 번쩍이는것을 본 채병덕은 권총을 황급히 뽑아들었으나 너무나 늦었다는것을 알았다. 인민군 경기 관총이 불을 쁨었 다. 채병덕은 사태 를 설명 하려 고 고개 를 돌리 다가 아무 소리도 못하고 꺼꾸러졌다. 괴뢰의 비참한 운명의 표본으로 채병덕은 이렇게 죽었다. 이 날 하동고개 에 오른 미군은 단 하나도 살아돌아가지 못했다. 맥 아더는 하동전투가 실패 하고 경 상남도,전라남도 계 선 방어 진이 허 물어졌다는 보고가 들어 오자 미 8군사령 부의 부산철퇴 를 승인하고 즉시 자기의 《바탄》을 타고 도교로 날아갔다. 그 시각 서울시 야전병원에서는 리복심이가 갓 찍어낸 신문을 보고있었다. 신문에는 최고사령부의 전과보도로부터 새로 군대에 입대하는 로동청 년들에 대 한 소식,무슨 이 전 국회 의 원이 였다는 안재홍이라는 인사의 담화며 하는것들과 함께 대전전투에서 위훈을 세 운 군인들에 대 한 수훈명 단이 게 재 되 여 있 었 다. 복심은 송기덕이 사주고간,이제는 겉면이 약간 말라 보들보들 한 감촉이 도는 사과를 매만지며 신문 2면의 수훈자란에 적힌 자기 의 남편이름을 보고 또 보았다. 푸른 새벽 림 진강의 잠수교우로는 거 의 그칠새없 이 포차며 군 용차들이 남으로 남으로 달렀다. 그 흐름을 거슬러 중절모를 깊숙이 내려쓴 체대 큰 로인이 커 다란 배낭을 지고 걸어왔다. 물면에 약간 잠긴 다리를 내려다보고 바지를 걷은 그가 다리 목에 들어서자 호각소리가 울렸다. 로인은 머쏙한 태도로 호각을 든 군인을 보며 배 낭을 다시 추 슬러메고 용기를 돋구듯 건기침을 한다. 《아바인 어데로 가시는 길입니까?》 584 〈〈평양으로… 갑니다.》 《평양으로요?》 경무관은 뚫어지듯 바라보다가 의례히 하는 식으로 물었다. 《증명서가 있습니까?》 그러자 로인은 구겨진 모시적삼안자락에서 보풀이 질사한 종 이장을 내밀었다. 경무관은 그 종이장을 보고는 토인의 얼굴을 다 시 쳐 다보고 또다시 종이 장을 보다가 밝은 웃음을 지 었다. 《아바이,저기 앉아 잠간 쉬십시오. 이제 위생차들이 오면 래 워드리겠습니다.» 《성의는 고마우나 일없습니다. 난 걸어갈 작정이우다.》 〈〈평양까지요?》 《네,과객이 되여 가보자는겁니다. 북조선구경이지요. 아시겠 소? 옛날 헤초라는 우리 먼 조상되는 사람은 수만리 대룩길을 도 보로 걸어갔소. 그 사람은 풍물구경 이지만 난 나라의 얼을 찾아 가는 걸음이 요. )) 이상스런 대답에 경무관은 두눈이 휘둥그래 보다가 《잘 다녀 가십 시 오.» 하고 거 수경 례 까지 해 보였다. 그 로인이 다리목에 들어서자 그 경무관은 자기 동료에게 신 기 한 발견이 나 한것 처 럼 속삭였다. 《무슨 괴짜령감인지 통 모르겠소. 우리가 파견한 특수정 찰같 기도 하고… 아,글쎄 문화부상 김일동지의 수표가 있는 증명서를 가지고있는것이 아니겠소.》 그 토인은 성송암이였다. 그의 파란많은 행각은 끝났다. 보문 산 기슭에서 인생 전체의 방향각을 바문 그는 대전병원에서 림운학 과 련화를 만나 그들의 행 복을 축복하고 계속 북행길에 올랐다. 그러 나 그 걸음은 쉬운것 이 아니였다. 낡은 세계 와는 대담하 게 작별했으나 새 세계는 의연히 많은데서 미지수로 남아있었다. 서울에 거의다 이른 신촌에서 그는 뜻밖에도 양음리의 김순남을 만 났다. 성송암이 서울로 들어가는 차들이 없을가 하고 길녘에 앉 아 쉬고있을 때 였다. 달구지 에 무슨 짐 을 가득 싣고 송암이 로서 는 들어보지 못한 코노래를 흥얼거 리며 걸어오던 순남이가 《선 585 생님이 아네요.》하고 달려오지 않았으면 모를번하였다. 그전날 때 국이 흐르고 주접이 들었던 모습이 아니였다. 눈에 정기가 돌고 말 하는품이 완연히 다른 사람이였다. 그는 인민군대에 보내는 지원물 자를 싣고 가는 길 이 라고 했 다. 그것도 자진해서 나섰다는것 이 였 다. 그는 헤여지면서 송암이에게 참으로 많은 생 각을 불러 일으킬 말을 했다. 《선생님,난 선생님이 욕하던 그 〈빨갱이》가 됐이유. 근데 가 만 생각하니 난 날 때부터 〈빨갱이》였이유. 백주사한레랑 눌러우 고 속아 몰라 그랬지. 근데 가만 생각함 선생님도 〈빨갱이》야유. 그 나쁜 학식때 문에 좀 생 각이 잘못되 신것 같애요. 〈빨갱 이》란 좋은 사람들이 라는거예요. 난 선생 님이문 세상을 다 잘 아시는줄 알았이유. 지내보니 선생님두 모르는것이 있이요. 이렇게 돌아온다 니 정말 반갑지라우.》 순남이는 인민군지원물자로 날라가는 포대에서 큰 참외 몇개 를 꺼내 그에게 주고 헤여졌다. 이 충격도 큰데 서울집에 도착하니 그지없이 놀라운 사실이 그를 기다리고있었다. 그의 집에는 푸른 견장을 단 군대가 보초를 서고있었다. 그 보초는 송암이를 문밖 에 세워놓고 엄하게 따져물었다. 송암은 속이 오주주해서 그 문 초에 응할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보초병 은 입이 귀밑으로 돌아가 어덴가 달려갔다오더니 군관을 데려왔다. 송암은 그 군관을 통해 보초가 김일성장군님의 령을 받고 자기 집 가산과 비장품을 지킨다는것을 알았다. 그는 울었다. 김규식이나 최동오는 물론 안재홍이까지 네활개를 치며 서울거리의 당당한 주인으로 있는것을 본 성송암은 그날밤으로 옛날의 친지 이자 현 재의 공화국정부 《부통령》(당시 서울에서 공화국 부수상을 이 렇게 불렀다.)인 홍명희에게 과거를 회개하는 편지를 썼다. 《벽초 ! 이자리에 신채호가 있다면 나처럼 울고 나처럼 미치 고 나처럼 소리칠것입니다. 상해 취각루에서 통곡하며 뇌이던 그의 한생의 고민, 〈…하늘은 동쪽에서 해를 솟게 하고 그 빛이 되라 동방에 조 586 선을 찍었거늘 어찌하여 그 삼천리금수강산이 노예의 땅이 되여 영 원의 암흑속에 묻히게 되였는가. 공자와 석 가로 고구려의 슬기를 부패시키고 사대와 매국으로 백성을 결박시킨 권세가와 선비들을 저주한다. 구천에 지하에 사무친 원한 품고 사라져간 애국의 정 령들의 목소리를 들으라. 개인의 명리와 물리에 피눈이 되여 대의를 잊고 진리를 저버 린 량반사대 부들이 여,수신제 가의 넉두리로 제 몸 하나 살리는데 만 급급한 선비 들이 여 . 그대들의 죄를 아는가. 이 땅, 이 민족을 살리기 위하여 진리 와 방편을 애써 찾은자 과연 누구인가. 공자와 석가,예수와 맑스로 주의를 운운하며 요설을 편 사람들 ! … 그대 정 녕 민족을 살리고 민족에 리되게 그 주의를 가꿔 받아들였단말인가. 개개의 입에 떠 올린 그 주의 란 제 권력과 영 달의 방편이 였지 진정 한 구국민생의 기치 였단 말인가. 목마른자 샘 을 찾듯 진리 를 갈구하는 백 성 에 게 그네들은 갖가지 미사려구로 주의의 반찬을 떠올리고는 결국 주 의의 노예로 만들지 않았는가. 설령 그 주의가 정의스럽고 진리 라 하더라도 주의의 노예가 된이상 과연 자기를 살리고 민족을 살 리는 무기로,방편으로 될수 있단말인가. 공자를 받아들여도 조선의 공자로 받아들이고 석 가를 받아들여도 조선의 석가로 받아들여 야 하거늘 그네들은 공자의 조선,석 가의 조선을 만들려 개돼지 싸움 을 벌리 다가 오랑캐의 제밥이 되였다. 그러 니 이 땅에 과연 참된 주의가 있을수 있겠는外 인민에게 받아들여지고 인민을 뭉치게 하는 주의를 찾아 내 가 슴을 두드린다. 무지와 편견에 죽어가는 고답한 넋들이 헤매는 이 땅에 참된 주의가 언제 깃을 펴겠는가. 없다. 있다 해도 그 주의를 떠올릴 영 걸이 없으니 앞이 캄캄하다. 아, 현세와 후세에 고하거 니 남을 바라지 말고 우리의 주의를 만들고 그 주의를 떠올릴 영걸 을 내세우라. 그리하여 2천만민중이 하나의 얼로 뭉치고 한몸이 될 때 영원히 삶과 빛을 얻을것이다. 아,과연 이 땅에 인민을 위한 주의 가 펼처 지 고 그 홀어 진 마 음을 모두고 품어 빛 낼 단심 의 기둥,화합의 얼,향도의 빛은 정 녕 587 없으려는가. •••) 이에 대답이 없고 그 희망이 없어 몸부림친것이 어째 신채호 나 저뿐이라 하겠습니까. 그로 하여 나는 이 땅, 이 민중의 혼을 보 려고조차 하지 않았고 관조와 회의의 심연속을 끝없이 걸었습니다. 그길에서 나의 장녀의 죽음은 응당한 귀추로 남았습니다. 나의 도 주행각은 해빛에 숨은 바퀴처럼 진리와 정의를 떠난 비극의 도피였 습니다. 그것을 깨닫고 돌아섰을 때 나는 찬연한 광망을 보았습 니다. 미군을 쳐이기는 조선사람들의 모습에서 나는 위대한 령도의 힘을 보았습니다. 하나의 그림족자를 거둬주는 덕에서 커다란 애국 을 보았고 반동의 길을 걸은 사람마저 품어주는 아량에서 나는 거 룩한 사랑을 보았습니다. 이제껏 개개의 물방울로,실개울로 떠돌며 잦아들던 우리 민족이 지금처럼 뭉쳐 장강대하로 흐른적이 과연 있 습니까. 이 송암이도 하나의 물방울이였지요. 물방울이란 공기로 날려 버리면 죽어버리지요. 그러나 이제 대하를 본이상 어찌 물방울로 외롭게 죽어가겠습니까? 나는 수천년 력사에 없던 오늘의 이 기적을 두고 하늘에 감사 하고 땅에 감사합니다. 이 땅과 하늘이 정녕 무심치 않아 수백천년 사라졌던 조선의 정기,조선의 얼을 되모아 우리에게 구세주를 주신 것 입 니 다. ■••)) 그리고 회답을 기다리려 했으나 더 참지 못하고 자기 일생이 담 긴 유물들중에서 제일 값진것을 짐으로 꾸러가지고 이처럼 북행 길에 오른것이였다. 그는 이 걸음이 자기 생의 마감을 장식하는 것이면서 그 총화라고 여겼다. 동시에 이 길은 그에게서 민족의 미 래를 찾아보러 가는 의미깊은 순방의 길이기도 하였다. … 성송암은 앞을 찌르는 불빛에 더 나가지 못하고 손을 이마우 에 얹고 뒤뚝거리며 되돌아섰다. 군대차의 바쁜 움직임에 방해를 놓 은것만 같아 서둘러 되돌아나오던 그는 강녘에 이르러 다리를 헛 짚어 한쪽다리가 무릎에까지 물에 빠졌다. 좀전의 그 경무관이 아니 면 물참봉이 될번하였다. 그의 부축으로 물녘에 나와선 그는 차들이 지나쳐가기를 기다렀다. 맨앞의 차가 마른 땅에 올라와 부릉_하 588 고 변속을 하며 속도를 놓았다. 바퀴에 붙었던 물줄기가 빗살처 럼 뿌려치면서 성송암의 몸에도 뿌려졌다. 송암은 몇걸음 더 뒤로 물러 났다. 헛짚은 다리가 시큰거려 기우둥한 자세로 서있는데 두번째 찦 차가 그의 앞을 조금 지나가다가 길녘 모래불에서 문득 멈춰섰다. 《어데 다치지 않았습니까?》 강반의 정적을 헤치며 부드러우면서도 우렁우렁한 음성이 들렀다. 송암은 그 물음이 자기에게 향한것임을 처음에는 몰랐다. 군모가 아닌 평상모를 쓴 후리후리한 키에 어슬빛에도 류달리 환하신 얼굴로 인상적인분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차에서 몇사람이 뛰여내려 경계태세 를 취하는것을 보며 성송암은 마주오는분이 례사로운분이 아니라는 직감속에 반사적으로 모자를 벗어들고 눈을 똑바로 치떴다. 《저에게 물으시는 말씀이오니까?》 《그렇습니다. 년세도 많으신것 같은데 어찌하여 이런 밤길에 오르셨습니까?》 끝없이 친근하면서도 끝없는 위엄이 깃든 음성이며 어조였다. 앞서갔던 차가 되돌아와 소리없이 멈춰서는것을 보며 송암은 자기앞 에 선분이 보통간부가 아니란것을 알았다. 그런분의 관심과 특히 그분의 얼굴과 눈빛에서 발산되는 위엄에 이즈음 늘 격동과 홍분 에 뒤설렘 하던 마음이 문을 떠밀치며 초연한 말소리 로 흘러 나왔다. 〈〈늙마에 몸과 마음을 깃들일곳을 찾아갑니 다.》 세상을 초탈한 풍류객의 사담같은 그 대답에 마주서신분은 별 로 개의치 않고 물으시였다.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평 양입 니 다.» 《로인장의 말씀을 봐선 게가 고향은 아닌것 같은데요.》 《네,본적지 와 출생 지 를 말씀드리 면 서울입 니 다.» 《그렇다면 평양에는 아는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별반 없습니 다. 있다면 벽초 홍명 희 라고 공화국정부의 부통 령으로 되는분이 있고 …또… 김일성장군이 제 이름자를 알고계 신 다는 것 입 니 다. )) 《그렇다면 선생이… 혹시 성송암이라는분이 아닙니까?》 589 성송암은 몸이 절로 와들와들 떨렀다. 순간 자동차의 불빛이 주 변을 확 밝히다가 꺼졌다. 남쪽에서 달려오던 한대의 위생차가 저 만치 멈춰섰다. 송암은 몇초사이 비쳐진 그 불빛에서 아니 그 불빛 이 비치기전에 자기앞에 서계신분이 누군가를 알아차렀다. 송암은 숨이 꺽 막히는 흥분에 취하여 저도 모르게 꺾 인듯 무 릎을 끓었다. 《장군님,성송암 문안올립 니 다.» 《아니?》 《장군님,미 둔한 이 백성도 받아주십 시 오.» 《로인장이 이러시면 어찌합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다급히 로인을 일으켜세웠다. 송암은 그이의 손길에 이끌려 일어서긴 했으나 다리맥이 풀려 몸을 주체할수 없었 다. 눈물이 비오듯 쏟아져내렸다. (아,이것은 나에게 차례진 행운이고 축복이다. ) 송암은 팔소매로 눈물을 닦았으나 수십년 맺힌 모든 고뇌가 이 시각 눈물로 풀려나가는듯 울음을 참을수 없었다. 《선생님,고정 하십시오. 그런데 무슨 짐 이 이 리 도 무겁 습니 까 ?》 김일성동지께서 성송암의 어깨에 멘 배낭을 벗겨주시였다. 그 때 야 송암은 그이의 손에 들린 배 낭을 황급히 되잡아 땅우에 놓 으며 감격어 린 소리로 말씀드렸다. 《여기엔 우리 민족의 재능과 근면의 소산들이 담겨있습니다. 아름답고 착실하고 훌륭한… 수백 년동안 이 재능은 나래를 펴지 못하고 죽어갔습니다. 그러나 장군님치하에서는 그 모든 아름다움과 훌륭함이 다시 소생 하고있습니다. 나는 이것을 나의 한생과 함께 장군님께 바집니다. 우리 민족과 나라의 창창한 미래는 장군님품에 있지 않습니까.》 성송암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목메인 부르짖음들이 강반의 정적을 뒤흔들었다. 〈〈최고사령관동지 !_》 《장군님 ! _》 590 위생차쪽에서 여러명의 군인들이 부딪치고 밀치며 달러왔다. 김 일성 동지께 서는 그들쪽으로 돌아서시 였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달려오는 부상병을 보시자 량팔을 벌리고 마 주가시였다. 《가만들 서 있소. 서 있으라구.» 그이께서는 재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부상병을 부축하시였다. 부상병 이 그이의 가슴에 얼굴을 묻자 뒤따르던 여 러명의 군인 들이 김일성동지께 매여달리듯 안겨들었다. 성송암은 눈물에 잡긴 눈으로 령도자와 인민의 혼연일체를 보 았다. (바로 이것이다 ! 여기에 힘이 있고 승리가 있고 민족의 찬란 한 미래가 있 다!) 하늘이 갑자기 훤히 들리였다. 찬란한 아침노을이 강물우에 드 리운 새벽안개와 어스름을 밀어내며 붉은 기폭을 휘둘렀다. 강물우 로 날던 물새 한마리가 금빛채광이 서린 하늘을 향해 곧추 날며 끼 르륵一 끼르륵一 청 아한 노래를 읊조렸다. 그 어떤 경 사로운 소 식을 온 우주에 알리럼인듯. 잠시후 김일성동지께서 타신 차는 불타는 노을을 안고 아득한 남쪽길로 내달았다. 충주의 수안보로 가시는 길이였다. 591 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50 년 여 름 제 3 판 저 자 안 동 춘 편집 신지탁,조창근 표 지 김용광,백학훈 교정 김정 임,오순미 를퓨터 편성 고려 전자출판물사 리 현옥,박영 애 낸 곳 문학 예 술출판 사 인쇄소 평 양 종 합 인 쇄 공 장 1판발행 주체 79(1990) 년 3월 31일 2 판 발행 주체 9 0 ( 2 0 0 1 ) 년 2 월 1 5 일 3판인쇄 주체 94(2005) 년 8월 25일 3 판 발행 주체 9 4 ( 2 0 0 5 ) 년 8 월 3 0 일 T— 06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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