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나라 땅 그 땅은 누구 땅일까

국토의 개념

국토는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배타적인 영역이다.

일반적으로 영토, 영해, 영공을 말하며, 국토가 경제적 개념으로 사용될 때에는 국민생산 활동의 기반을 의미한다.

또한 국토는 국민의 생활공간이자 삶의 터전이며, 국가 구성의 기본요소이다.

국토는 지형, 기후, 생물과 같은 자연적 요소와 역사,문화, 산업과 같은 인문적 요소로 구성된다.

국토의 범위

국토는 영토(嶺土), 영해(嶺海), 영공(嶺空)로 구분된다.

영토 嶺土, 육지의 공간적 범위

국제법상으로 지구상의 평면을 분류했을 때 영토, 영공, 영해가 국가영역에 속한다. 그 중의 영토는 토지로써 구성되는 국가영역이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영토가 없으면 영해도 없고 영토 및 영해를 떠나서는 영공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영토의 경계를 국경이라 하며, 국경선은 당사국간에 특별한 합의가 있으면 그 합의에 의하여, 특별한 합의가 없으면 해양·하천·호수·산맥 등의 자연적 지형에 의하여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토는 영영국의 주권하에 놓인다. 영토에 대한 국가의 주권을 영역권, 영유권, 또는 영토권이라 부른다. 영토는 국제법상 매매 ·교환 ·증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말한 바와 같이 영토는 영역국의 주권하에 놓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주권은 관계국간의 합의에 의하여 제한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제지역(國際地役)과 조차(租借)의 경우이다. 국제지역은 국가간의 합의에 의하여 영토의 특정부분에 대한 영역국의 주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영토의 일부에 대한 비무장의 의무, 영토의 일정부분에 대해서는 제3국에 권리를 두지 않을 의무, 외국군의 통과 및 주류(駐留)를 인정하는 것 등을 말한다.

조차는 국가간의 합의에 의하여 일국이 타국 영토의 일부를 차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에는 보통 일정한 기간이 있으며, 그 기간 내에는 영역국의 통치권의 행사가 전면적으로 배제된다. 조차는 실질적으로 영토의 할양(割讓)과 같은 외양을 지니며, 법률적으로도 입법ㆍ사법ㆍ행정면에서 조차국의 영토가 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지닌다. 그러나 기간이 만료되면 영역국에 반환해야 하고 조차지를 처분할수 없다는 점에서 영토의 할양과는 구별된다.

영해 嶺海, 바다의 공간적 범위

영해는 연안의 기선(基線)에 따라 일정한 폭을 가진 해역으로 연안해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으로 넓은 의미의 영해는 국가영역에 속하는 모든 해면을 총칭한 것이 었으나, 1930년 국제법전편찬회의에서 좁은 의미의 영해를 내수를 제외한 연안해만으로 규정하였다.영해는 연안국의 주권에 복종한다. 따라서 연안국은 영해 내에서 어업 및 기타 자원 개발을 배타적으로 독점할 수 있다. 그러나 영해내에서의 외국선박의 무해항행(無害航行) 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국제관습법은 모든 국가에 부과된 영역권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므로 외국선박 내의 범죄의 결과가 연안국에 미치거나 범죄가 연안국의 평화 또는 영해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경우가 아니면 영해 내를 항행하는 외국선박을 수색하거나 범죄인을 체포하거나 민사재판 관할권 행사를 위해 선박을 정지시키거나 항로를 변경시킬 수 없다.

영공 嶺空, 하늘의 공간적 범위

영해의 한계선에서 수직으로 는 국제법상 개별국가의 영토와 영해의 상공으로 구성되는 영역이다. 즉, 영토와 영해의 한계선에서 수직으로 그은 선의 내부공간을 말한다. 영공의 범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대기권에 한정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제연합총회나 우주평화이용회는 상공을 대기권과 외기권으로 구별하여 후자에 대해서는 국가의 영역권이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오늘날 영공은 국가영역으로서 그 지위가 매우 중요하게 되었고, 항공기와 인공위성의 급속한 발달로 영공의 상부 한계에 대해서도 그 명확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의 의의

우리민족과 땅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땅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땅은 어머니요, 인간 생활의 근본 터전으로 인식되어 왔다. 우리는 한 순간도 땅을 벗어나 살 수 없으며, 우리의 일상 생활은 갖가지 모습으로 땅과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국토의 개념에서 살펴본 바대로 국토는 비단 물질적인 개념의 땅과 하늘, 바다만은 의미하지 않고, 인간이 그 안에서 이루는 역사, 문화, 산업 등을 포함한다. 우리가 국토를 소중하게 보존하고 아름답게 가꾸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국토가 가지는 의의는 어떤 것이 있을까?

국토의 의의

첫째 국토는 민족의 존재 기반으로서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아 후손에게 물려주는 귀중한 재산으로서의 의의를 가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국토를 아름답고 깨끗하게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둘째 국토는 민족의 문화공간으로서 민족의 고유 문화와 역사, 생활 양식을 형성·발전시켜 온 바탕이다. 국토의 지형적·기후적 특징은 민족의 고유한 문화 형성과 발전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셋째 국토는 민족의 가치공간으로서 민족의 얼과 뜻이 담긴 소중하고 의미 있는 공간이다.

넷째 열린 미래로의 산실로서 지방화의 산실이자 세계화의 수용 무대이며, 나아가 통일국가의 터전이다.

생활권의 확대

냉전의 종식으로 인한 국제관계의 변화는 국토의 위상의 변화를 가져왔다. 이전의 군사적·정치적 동맹이나 대립 관계에서 발전하여 경제적·문화적 협력과 경쟁의 관계로 국제관계가 발전해왔고, 이러한 변화의 틀 속에서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역시 분쟁과 대치 관계에서 융화와 협력 관계로 변하였다. 이러한 국제화·개방화의 움직임에 따라 사람·물자·정보의 이동이 늘어나면서, 국토에 대한 개념도 개방적인 구조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 민족 이나 국가의 특유한 가치나 편견을 부정하고, 인류 전체를 하나의 세게 시민으로 보는 코스모폴리터니즘(cosmopoptanism)과 같은 사상이 등장함에 따라 기존의 국가, 그리고 국가영역으로서의 국토의 위상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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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나라 땅 그 땅은 누구 땅일까

“내가 이 길을 걷는다고 하는 것은 바로 내가 이 길의 역사에 편입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의미 깊은 일인 것이다. 만약 세대 간 단절이 더 중요하다면 땅의 역사를 각별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 길을 의미 깊은 그림일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어떤 길목에서 할아버지가 보던 풍경을 똑같이 아버지가 바라보았고, 나 또한 같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대한 사건이자 역사다. 동일한 풍경을 동일한 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같은 풍경을 기록하고 보존한다. 같은 풍경을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 파인 레코드판이 소리를 저장하듯 말이다. 그래서 사회학자, 인류학자들은 이렇게 오래된 길들을 그림일기(Figurative Journal)라고 부르는 것이다.“

작고 2주기를 맞는 건축가 고 정기용(1945~2011)의 건축과 도시, 삶과 문화의 오래된 길, 그림일기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정기용 건축가가 작고 직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 약 2만점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1년 간 연구하여 구축된 정기용 아카이브 2천여 점이 선별 공개되는 전시, ‘그림일기 :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 전이 2월 28일부터 9월 22일까지 개최된다.

에디터 | 구선아 객원기자
자료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삶과 문화 나라 땅 그 땅은 누구 땅일까

‘그림일기’라는 전시 제목은 그의 저서 ‘감응의 건축’에서 발췌되었다. 이 제목에는 할아버지가 보던 풍경을 똑같이 아버지가 바라보고 나 또한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의 반복된 걷기를 통해 만들어 지는 길이 우리의 오래된 길로 우리의 역사이자 안내지도가 되듯이 본인이 평생 남긴 드로잉과 글이 건축과 삶에 대해 새긴 일상의 보고가 되기를 바랬던 작가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는 자신의 작업들이 그 지역, 그 장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어울리기를 바랬으며 화려하거나 튀지 않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갖길 원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남긴 드로잉과 글들을 보면 우리의 땅을 사랑했고, 우리의 풍경을 사랑했고, 그 장소에 내재되어 있는 본질적 의미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정기용 건축가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작업물과 자료들을 어떻게 소장하고 있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깨끗하지만 선 하나 메모 하나 숫자 하나까지 숨 쉬는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작품은 드로잉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친필로 쓴 원고와 도면, 모형 그리고 소장하고 있던 책, 집필한 책 등 아카이브 전시에 걸맞게 2천여 점이라는 엄청난 수의 작품이 7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건축의 뿌리(Roots of Architecture)와 거주의 의미(Meaning of Residence), 성장의 공간(Space of Growth), 추모의 풍경(Memorial Landscape), 그리고 도시와 건축(City ans Architecture), 농촌과 건축(Rural Area ans Architecture), 정기용의 도서관(Chung Guyon’s Library)이다. 각 테마별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축의 뿌리(Roots of Architecture)

한국에서 미술을 전공한 정기용은 1972년 파리에 유학하여 1986년 귀국하기까지 실내건축, 건축, 도시계획을 차례로 공부하며 실무의 기틀을 쌓았다. 프랑스에 체류하는 동안 정기용은 자신의 사상적 뿌리가 되는 문화와 글을 많이 접했다. 특히 푸코, 아날트 콥, 앙리 르페브르 등 프랑스 68혁명을 이끈 신지식인들의 영향을 받아 고착화된 기존 제도를 거부하고, 근대가 남긴 부조리한 유산에 반기를 들었다. 이렇듯 유학시절에 접한 풍부한 문화 담론들은 건축에서 삶의 문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모든 것이 땅에서 나와 땅으로 돌아가는 흙건축에서 영감을 얻었고, 프랑스 신도시 건설에 대한 비판적 논의 등을 전개하며 자본이 외면한 미비하고 무가치한 것들에서 건축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유학하는 동안 쌓은 정신적 사상의 토대 위에서 정기용은 자연스럽게 한국의 사회 현실과 구조로 시선을 옮기며 우리 땅의 문제에 참여한다.

거주의 의미(Meaning of Residence)

많은 집들이 거주의 의미를 상실한 채 균질한 공간으로, 단지 집이 지닌 부동산 가치에만 집중하고 있는 오늘날, 정기용의 주택 작업은 집이라는 공간에 담긴 ‘거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거주한다는 것은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내가 머무르는 장소에다 내 삶의 과정을 새기는 일이다. 우리가 집에서 거주할 수 있을 때, “집은 나와 세계를 이어주는 관계의 시작”이 되고 삶은 역사가 된다. 따라서 거주를 위한 집이란 개인의 내밀한 사적 공간과 도시의 공적 공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형태의 공간이다. 삶의 기억이 오롯이 저장된 추억의 공간, 그래서 회상할 가치가 있는 공간은 개인의 장소이자 집단의 장소로서 존재한다.

성장의 공간(Space of Growth)

정기용이 설계한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는 그의 건축이 보여주는 친근함과 진솔함이 가장 많이 묻어난다. 그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건축 언어로 작업하여 어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그래서 이러한 건축물 작업 과정을 살펴보면 정기용 특유의 상상력과 사용자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드로잉을 많이 볼 수 있다. 그에게 학교와 같은 공공건축은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고 회상할 가치가 있는 기억의 보고”이다. 아이들이 장소와 교감하면서 만들어지는 아늑하고 풍요로운 감정이야 말로, 학교나 도서관과 같은 성장의 공간을 통해 정기용이 전하고자 했던 아름다운 가치다.

추모의 풍경(Memorial Landscape)

죽은 자의 공간을 삶 속에 공존시킬 때,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슬픔과 함께 기념할 수 있다. 일상 공간과 죽은 자의 공간이 함께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은 죽음의 공간이 삶과 격리되면서 죽음은 기억되지 못하고 덧없이 잊혀진다. 산 자가 죽은 자를 기억하는 장소로서 추모의 공간은 “우리 사회에서 죽음을 어떻게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건축에서 역사적인 사건을 기억하고,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위는 “물질과 장식이 아니라 공간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정기용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을 공간에 새겨 놓고 역사가 소외한 죽음의 의미를 기념하고자 했다.

도시와 건축(City and Architecture)

정기용은 우리 도시에 대해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발언한 건축가였다. 문화연대, 서울건축학교 등에서 각종 활동을 하면서 도시를 보고, 읽고, 표현한 그는 도시 속에 감추어진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였다. 그는 “도시 속에 세워진 한 건물 안에는 도시 전체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도시의 건축은 장소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도시의 문맥 사이에 들어서는 건축은 어떤 문장에 삽입되는 단어처럼 도시 풍경을 해석하는 새로운 의미를 만든다. 어느 작업보다 건물의 표정과 연속성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정기용의 도시 건축은 다양성의 보고인 도시에서 같지만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

농촌과 건축(Rural Area and Architecture)

급속한 개발이 진행된 한국에서 도시가 아닌 그곳, 농촌은 오랫동안 소외된 장소였다. 그 땅에서 긴 시간 일궈온 전통은 낙후된 것으로 여겨졌고, 분별없이 받아들인 신문물은 땅의 오랜 의미를 훼손시켰다. 그렇게 사그라지는 농촌의 현실에서, 정기용은 어떻게 주민들이 자신의 역사를 존중하며 거주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는 대다수 현대 건축가들이 외면한 농촌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의 삶을 살피며, 그들에게 필요한 삶의 행태를 그려냈다. 그러한 과정은 ‘무주 프로젝트’와 ‘흙건축 작업’으로 구체화되었다. 또 그는 땅에 새겨진 시간의 이야기를 건축에 담아내는 것은 “모더니티를 통해 배제된 것들, 그 자잘하고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회복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러한 태도로 건축을 바라볼 때 건축은 오브제를 넘어선, 시간으로 해석되는 매체로 확장된다.

정기용의 도서관(Chung Guyon’s Library)

정기용은 생전에 드로잉과 스케치 등 그림만큼 많은 글과 메모를 남겼다. 그가 남긴 각종 자료에는 기획자로서, 사회운동 참여자로서, 교육자로서의 자취가 새겨 있다. 실천하는 지식인이었던 정기용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건축 안에 담아야 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이었다. 그러한 고민은 건축 바깥에 놓인 여러 사회적 사안들에 대해 일관된 목소리로 임하게 했다. 거대 권력에 의해 소외된 사람과 장소, 제도권이 포섭하지 못하는 교육의 영역 등 사회로부터 배제된 것들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정기용은 이러한 목소리를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전달하기 위해 TV, 라디오,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가 말하고자 했던 삶의 태도는 원고와 메모, 각종 회의 자료집 등에 담겨 있으며 이는 우리가 들추어 읽어봐야 할 사회학적 미학의 보고로 존재하고 있다.

전시 외에도 전시기간 동안 정기용 건축가의 건축과 삶을 다루는 교육 및 문화행사가 진행된다. 지난 3월 9일에는 정기용의 건축 다큐멘터리 영화 ‘말하는 건축가’를 미술관 대강당에서 상영되었으며 정재은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되었다. 4월 중에는 미술, 건축, 인문사회 등 각 분야 전문가와 함께 정기용의 건축 문화를 살펴보는 대담회가 개최되고 5월 중에는 미술관 컬렉션 상설강좌의 일환으로 '정기용 건축과 일상성'을 주제로 한 강연도 준비되어 있다.

“우리가 분명히 해둘 것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지고 있는 근대의 유적들이란 누가 선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나간다는 사실이다. 그것들은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던 것으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아 재창조되어 또 다른 시간대로 지속된다. 역사적 가치란 다시 생산될 수도 없고 대체할 수도 없는 가치를 말한다. 단순한 회상이나 기억의 대상이 아니라 다시 생명을 불어넣을 창조적 힘이 가해질 때 유적은 단순한 유물이 아니라 동시대의 예술적 가치로 환원될 것이다. 파괴로부터 시작하는 건설이 아니라 있는 것으로부터 재창조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들은 이제 파괴의 발톱에서 신음하는 시간과 기억들을 구출하여 그들이 존재할 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 정기용 글에서 발췌

‘그림일기 :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전은 그가 이제껏 걸어왔던 길을 따라 걷듯,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의 흔적을 따라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그의 치열하지만 부러울 만큼 멋졌던 오래된 길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오래된 길이 우리의 삶과 마주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때쯤이면, 건축이 장소의 기억과 시간의 흔적이 함께하면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과는 다른 건축과 도시가 가지는 자연스런 빛의 아름다움에 매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