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양 이 지배 하는가

1. 서론

1) 책 소개 및 연구방향 소개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역사학 교수이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역사학자인 이언 모리스의 저작이다. 서로 오랜 시간 경쟁해 온 동서양 문명을 광범위한 지식과 명쾌한 논리로 비교·분석한 최초의 통합적 역사 이론서이다. 1000쪽이 넘는 분량 안에 작가는 서양의 지배권력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 또한 현재 서양의 지배는 절대적이고 공고한 것인가? 동양이 서양보다 정녕 열등한가?’라는, 그동안 다분히 민족주의적인 사감으로 다뤄져 왔던, 따라서 객관성이 다소 떨어졌던 동서양의 지배 역사를 하나의 객관적 지표만으로 읽어내는 데 주력한다. 자민족주의 혹은 사대주의로 점철된 비이성의 잣대를 역사에서 떼어내고, 단 하나, ‘사회발전지수로 대변되는 객관적 잣대만으로 역사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의 결과물 - 그래서 서양이 우월하냐, 동양이 우월하냐 하는 문제 - 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서양이라는 힘이 세계를 어떻게 지배했는지를 이런 객관적 지표를 통해 탐구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역사를 보는 관점의 옳고 그름에 대해 논변하는 논술서는 아니다. 오히려 작가가 자신만의 뚜렷한 사관을 가지고 기원전부터 기원후까지의 방대한 인류 문명사를 통찰한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이 통찰의 과정에서 사용된 작가의 도구(사관)를 분석하고, 그 도구의 장단점에 대해 평하는 것이 옳은 접근법으로 여겨진다.

2) 베이징의 앨버트

이 책은 1848년 영국이 청 제국의 속국으로 편입되면서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 앨버트 공이 베이징으로 끌려가는 픽션으로 시작된다. 가설 속에서 앨버트 공은 중국에서 여생을 보내고 홀로 남은 여왕은 중국 제국 이전 시대의 마지막 유물이 되어 쓸쓸히 숨을 거둔다. 그러나 우리가 잘 알듯 실제 역사는 정반대였다. 중국의 항구를 거대한 범선으로 박살낸 영국군은 베이징의 궁전에서 약탈한 중국 강아지 루티를 발모럴 성에 있는 빅토리아 여왕에게 선물한다. 말하자면 실제로는 앨버트 대신 루티가 볼모였던 셈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실제로 발생한 서양의 지배를 발모럴 성의 루티, 혹시 일어났을지 모를 동양의 지배를 베이징 성의 앨버트로 환유한다.

왜 역사는 앨버트를 베이징으로 보내지 않고 루티를 영국으로 보냈을까? 다시 말해, 지난 200년 동안 왜 동양이 아닌 서양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구하는 대장정이다. 그동안 서양의 지배에 대한 의문에 나름의 답변을 해온 두 가지 이론이 있다. 인종이나 문화와 같은 장기고착적인 요인이 동양과 서양 사이에 크고 변경 불가능한 차이를 만들어내 산업혁명이 서양에서 일어나도록 결정했다는 이론(장기 고착 이론,(장기고착이론, 통상 장기론이라고도 함)과) 서양이 동양을 지배하는 원인은 단순한 우연적 사건에 따른 결과라는 이론(단기 우연 이론,(단기우연이론, 통상 단기론이라고도 함)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둘 모두 제대로 된 설명이 아니라며 오늘날 서양의 지배를 논증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지 지난 몇백 년간만을 살펴봐서는 설득력 있는 이론을 정립할 수 없으며, 장구한 역사 속 패턴과 문명의 법칙을 파악할 때에야 동양과 서양의 흥망성쇠를 통합적으로 고찰할 수 있고 미래도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여 년간 서양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원인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저명한 고고학자이자 역사가인 저자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볼 때 이에 대한 답변을 온전히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그가 고안해 낸 '사회발전지수'에 따라 재구성한 동양과 서양의 문명사는, 역사의 패턴과 문명의 법칙을 참신한 방식으로 통찰한다. 이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를 지배해 온 권력은 '물리적 지리'에서부터 비롯되었으며, 앞으로 다가올 22세기는 동양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혁명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 서양은 언제부터 동양을 앞섰는가?

이안 모리스 교수님의 신작,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소개하는 세 번째 글이 되겠습니다. 아마 한번만 더 소개하고 끝을 낼 것 같은데.. 이건 내용이 네 번 정도의 소개로 충분하다는 뜻이 아니라, 책을 읽기위한 일종의 '해제' 역할을 하기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책 내용을 너무 많이 소개하면, 책 판매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 역시 책한권 정리 요약하는 셈이 되어버리니 너무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번으로 책 소개를 끝내기에는 책이 가지고 있는 내용이 너무나 알차기에 아쉽고.. 결국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네 차례로 나눠 간단하게 내용을 짚고, 쟁점을 정리하는 선까지 제 글을 이어가려 생각합니다.

이전에 읽었던 부분을 잠깐 정리해보죠. 1840년 이후 현재까지 서양(정확하게는 서양의 핵심부)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데, 이를 설명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론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왔던 이론은

'장기고착(long-term lock-in)' 이론으로 말 그대로 원래부터 서양이 동양을 이길 수 밖에 없는 제도나 혹은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역사학자들의 연구(및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단기우연(Short-term accident)' 이론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 이론을 주창하는 학자들은 1800년 전후까지는 동양이나 서양 모두 성장의 한계에 봉착했던 것은 동일했고 핵심부만 비교하면 오히려 동양이 서양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유지했었는데 서양이 석탄자원에 대한 접근 용이성 등의 행운 덕분에 승리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안 모리스 교수님은 이 책('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서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검증해보려고 맘을 먹었습니다. 정말 단기우연이론 학자들의 주장처럼, 1800년 전후까지 동양의 핵심부가 서양보다 잘 살았는지? 아니면 장기고착이론 학자들의 주장처럼, 항상 서양이 동양보다 앞서나간 끝에 1840년 아편전쟁에서 승리했는지 측정해보자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사회가 다른 사회보다 더 발전된 사회인지, 아닌지를 측정하는 방법은 어떤게 있는가?

이미 존재합니다. 바로 '유엔 개발지수'입니다. 유엔 개발지수는 국가가 인간의 잠재력을 실행할 기회를 얼마나 잘 제공하는지 측정한 지표로, 아래와 같이 구성됩니다(책 213 페이지 부분).

유엔 개발 프로그램은 국가가 국민에게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를 얼마나 잘 제공하는지는 측정하는 지수를 고안해 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인간개발이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자문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그것을 평균 기대수명, 평균 교육수준, 평균 소득이라는 세 가지 핵심 항목으로 요약했다.  

꽤 설득력있죠? 일단 소득과 기대수명, 그리고 교육수준은 분명 다양한 분야에서의 핵심지표로.. 또 인간의 생존과 발전에 핵심 지표라는 생각듭니다. 이런 면에 주목해서 이안 모리스 교수님은 동양과 서양의 사회발전을 측정할 네가지 지표를 선정합니다. 첫 번째는 에너지 사용량이며, 두 번째는 도시의 규모, 세 번째는 정보처리 양과 능력입니다. 이게 조금 모호하긴 한데, 문자와 숫자의 이용과 사용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또 분명하니 일단 넘어갑니다. 마지막 요소는 전쟁 수행 능력입니다

이상의 네 가지 요소를 이용해서 유사 이후, 다시 말해 신석기 혁명 이후 서양과 동양의 사회발전지수를 측정한 결과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로그로 좌축(사회발전지수)을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혁명(1850년 전후) 이후의 수직 상승만이 눈에 띄네요. 일단 아래 <그림>을 보면 두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비옥한 초승달지대에서 시작된 농업의 시작 덕분에 서양(중동도 서양으로 간주하면)이 신석기 혁명이후 꾸준히 동양을 앞서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이 <그림>에서는 잘 안보기는 하지만), 서로마제국 멸망 이후 서양사회가 신석기 혁명 이후의 우위를 잃어버린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죠.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이 비옥한 초승달지대를 원산으로 하는데, 중동을 서양에 포함시키면 당연히 동양이 서양에 뒤쳐지는 것을 어쩔 수 없습니다. 최근 중국 학자들의 연구 결과 쌀이 지금으로부터 약 7천년 전에 양쯔강 유역에서 재배되었음이 밝혀졌지만, 밀과 기장 등의 곡물이 이미 1만 년 전 이전부터 중동의 비옥한 초승달지대에서 재배된 것을 앞지를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

더 나아가 세계 최초의 문자로 인정받는 쐐기문자 등의 개발 등으로 '정보처리 능력'도 중동이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 암튼 서로마 제국 멸망까지는 서양(중동도 서양이라면)이 동양을 앞섰고, 장기고착이론의 주창자들이 맞았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의 <그림>의 뒷 부분에서는 동양이 서양을 앞지르는 것을 볼 수 있죠. 

뒷부분. 정확하게는 기원전 1600년부터 최근까지를 자른 게 바로 아래 <그림>입니다. A 국면은 로마제국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시기인데, 이때 서양은 1850년까지 최고점(40점)에 도달합니다. 당시 중국은 춘추전국시대로 역시 급격한 상승세를 지속하며 로마제국과의 격차를 끊임없이 줄여나갑니다. 특히 철제 농기구의 이용과 고가 국가체제. 즉 비용이 많이 드는 강력한 관료제국가의 수립을 통해 '정보수집 및 처리' 능력의 급격한 성장을 달성합니다. 

저희같은 아마추어 역사가들이 제일 좋아하는 질문이 바로 "카이사르 휘하의 로마 11군단이 당시 동양 최강의 기마군단을 자랑하던 조(趙) 나라와 맞붙었다면 누가 이길까?" 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논쟁에서 보급까지 감안한 장기전에서는 로마군의 승리. 반대로 그냥 평원에서의 1:1 전투라면 조 나라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끊임없는 보급, 그리고 법가(法家)의 강력한 관료제로 무장한 진(秦) 나라와의 전투에서 조 나라는 정말 박빙이었니까 말입니다(이 부분은 요즘 가장 뜨거운 역사 만화,"킹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실존인물과 만화의 등장인물을 비교한 글"만화 [킹덤]과 실제 역사 속의 인물들"도 재미있습니다).

암튼.. B지점은 동양과 서양 고대의 최고 정점이었습니다. 이후 보다 자세히 다루겠지만, 지중해의 침몰 선박수 그리고 대기오염의 수준 등에서 그 이후 수 천년 동안의 사회발전에서의 '정점'이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B 지점 이후에는 동양의 우위가 고착됩니다. 정확하게는 1773년까지 동양의 우위가 고착됩니다. 

다시 말해 서양이 원래 동양을 이길 수 밖에 없었다는 '장기고착이론'은 여기서 '패퇴'합니다. 포메란즈 교수를 비롯한 '단기우연이론'의 주창자들이 말했던 것처럼, 아편전쟁이 발발하던 바로 그 시점까지도 동양의 사회발전수준이 서양과 동등하거나 혹은 우위에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럼,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왜? 동양은 1773년까지 우위를 지속하다, 그 이후 무너지고 말았을까요? 이 부분은 다음 편(4편)에서 약간의 힌트를 드릴까 합니다. ㅎ 이 부분을 다 소개하지 않는이유는 저 역시 아직 완전히 납득(혹은 이해)한 것이 아닌데다, 또 이 부분까지 모두 소개하면 이 책을 읽으려는 동기가 약해질 것을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은 그냥 그렇게 절판되어 사라지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책이니까 말입니다.

즐거운 독서, 행복한 인생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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