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x에 대하여 p x

1. ∀xPx→∃xPx

3. ∃x(x≠x)
4. ∀x∃yPxy

 라는 문장이 있다고 합시다. 위 문장은 그저 앞서 언급했던 식형성규칙에 의해 승인되는 글자들의 특수한 나열일 뿐입니다. 다만 우린 이런 형태의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기호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뿐입니다. 논리학에서 '문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기초적으로는, 주어진 문장이 항상 참인지, 아니면 항상 거짓인지, 아니면 경우에 따라 참도 되고 거짓도 되기도 하는지를 논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면, 어떤 조건들이 부가적으로 주어지면 조건들 하에서 항상 참인지, 거짓인지를 따진다는 것입니다. 한 번 봅시다.

 1번 문장은 언제나 참인 문장입니다. '모든 x에 대해서 Px가 성립하면, 어떤 x에 대해 Px가 성립한다.' 모든 개체에 대해 성립하면 그를 구성하는 어떤 하나의 개체를 잡아도 성립하겠죠.

 2번 문장은 언제나 거짓인 문장입니다. 뒤에 보겠지만 우리는 동일성기호의 의미를 고정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기자신과 같지 않은 대상이 존재한다는 것은 일상적인 의미에서도 모순이죠.

 3번 문장은 참이 되기도, 거짓이 되기도 하는 문장입니다. 가령 우리가 다루는 전체집합이 자연수라고 하고, Pxy를 x<y로 해석한다면, '자연수 집합에는 가장 큰 원소가 없다'로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임의의 n에 대해 n+1을 대응시킴으로서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정반대로 Pxy를 x>y로 해석한다면, 이는 '가장 작은 자연수는 없다'는 의미이고 거짓이 됩니다. 이렇듯, 해석에 따라 참이 되기도 거짓이 되기도 하는 문장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문장들을 가려내기 위해서 우리는 해석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해석은 (3)에서 다루었던, 비논리상항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도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만 일상언어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은 많은 경우 의미를 정확히 정해줄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명확한 세계인 수학적 대상에 우리는 해석의 개념을 한정짓습니다. 물론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는 것이지, 마음 속으로는 일상언어에서 가능한 해석을 부여해서 미리 이 문장이 항상 참인지, 항상 거짓인지, 그렇지 않은지 가늠해본 후 결론이 나면 수학적인 해석을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일상언어에 의지하지 않고도 수학적인 해석을 찾을 수 있게 됩니다. 이제 해석에 대해서 정의해봅시다.

 해석 $\mathcal{I}$는 ($\mathcal{U}, \mathcal{C^I}, \mathcal{F^I}, \mathcal{P^I}$) 네쌍으로 표현됩니다. 각각에 대해서 설명해봅시다.

(0) 우선 우리는 비논리상항과 그에 대한 해석을 구분해서 쓸 겁니다. 즉, $a$는 그 자체로 의미가 없고, 어떤 해석이 그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여 나오게 되는 구체적인 개체값을 $a^{\mathcal{I}}$로 구분해서 쓸 겁니다. 가령 자연수집합에 관한 표준적인 해석을 생각하고 있다면 $a^{\mathcal{I}}=1$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술어기호, 함수기호에 대해서 동일합니다.

(1) $\mathcal{U}$는 해석에서 사용될 전체집합, 해석집합(Universe)를 뜻합니다. 우주, universe는 세상의 모든 것입니다. 즉, for all x나 for every x, for any x에 대해서 가능한 모든 x들의 집합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특정 체계 하의 모든 것(universe)를 다루고 싶기 때문에 물리적인 의미에서 우주..가 아니라 특정한 논의의 영역 하에서 우주를 이야기합니다. 또한 논의의 영역(domain of discourse)이라는 표현을 따서 $\mathcal{D}$라고도 씁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mathcal{|I|}$로 표현할 때가 많고, 해석에 사용되는 전체집합과 해석 자체에 대한 기호를 크게 구분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저도 $\mathcal{I}$로 표기할 것입니다.

 참고로 우리는 $\mathcal{I}$가 공집합이 아닐 것을 요구합니다. 해석집합의 원소는 반드시 하나 이상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수학적으로 귀찮은 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논리학체계에서는 공집합을 허용하기도 합니다만 우린 공집합이 아니도록 정의합시다.

(1) 우선 $\mathcal{C}$를 개체상항들의 집합이라고 합시다. 가령 그 원소들이 $\{c,d\}$라고 한다면, $\mathcal{C^I}$는 $\{c^{\mathcal{I}}, d^{\mathcal{I}}\}$이고, $c^{\mathcal{I}}, d^{\mathcal{I}}$는 $\mathcal{I}$의 원소입니다. 즉, $\mathcal{C^I}$는 개체상항에 대한 $\mathcal{I}$ 하에서의 해석의 집합입니다.

(2) $\mathcal{F^I}$는 함수기호에 대한 해석들의 집합입니다. 가령 $f$이 $n$항 함수기호라면, $f^\mathcal{I}:(\mathcal{I}\times\mathcal{I}\times ...\times\mathcal{I})\longrightarrow\mathcal{I}$로 $f$를 해석합니다. 즉, $\mathcal{I}$의 $n$곱에서 $\mathcal{I}$로 가는 함수라는 것입니다. 수학기호가 나와서 당황스럽겠지만, 쉽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가령 자연수체계에서 $f$가 3항 함수기호라고 합시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f^{\mathcal{I}}(x,y,z)=(x+y)\cdot z$로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즉, $f^\mathcal{I}:\mathbb{N}\times\mathbb{N}\mathbb{N}\longrightarrow\mathbb{N}$이고 함수 값이 위처럼 정의되는거죠. 여기서 $\mathbb{N}$은 자연수집합입니다. 화살표 앞쪽이 정의역, 뒷쪽이 공역입니다. 기호는 어렵게 쓰여있지만 해석 하에서, 함수기호에다가 실제 함수를 대응시키는 것입니다.

(3) $\mathcal{P^I}$는 $\mathcal{I}$하에서 술어에 대한 해석들의 집합입니다. $P$가 $n$항 술어라면, 우리는 $P^\mathcal{I}$는 $\mathcal{I}$의 $n$항 곱의 부분집합이기만 하면 됩니다. 즉, $P^\mathcal{I}\subseteq\mathcal{I}\times ...\times{I}$이기만 하면 술어에 대한 해석요건을 만족합니다. 가령 자연수체계에서 2항 술어기호 $P$가 있다고 할 때 $P^\mathcal{I}$는 $\mathbb{N}\times\mathbb{N}$이어도 되고, 공집합이어도 되고, $P^\mathcal{I}=\{(n,m)|n\text{은 짝수}, m\text{은 홀수} \}$여도 됩니다.

 우린 등호도 논리학의 언어로 볼 것이므로, 이렇게 합시다. $=^\mathcal{I}$는 $\{(x,x)|x\in\mathcal{I}\}$로 합시다. 즉, $\mathcal{I}$ 하에서 수학적으로 등호가 성립하는 것들의 집합으로 봅니다.

 기호들이 너무 튀어나와서 힘드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 시간에 쉽고 구체적인 예시들을 많이 보시면 이해가 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forall x(x\neq a \rightarrow Ox)$

 를 생각해봅시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 문장은 언제나 참입니까, 언제나 거짓입니까, 아니면 둘 다 아닙니까? 그리고 우리가 그것들을 따질 때 어떤 식으로 위의 식을 이해하고 있습니까?

...

 우선 답을 적어봅시다. 답은 위의 문장을 참으로 만드는 해석도, 거짓으로 만드는 해석도 존재한다 입니다.

1. $\mathcal{I}=\{x\in\mathcal{N}| x\text{는 소수}\}$라고 합시다. 그리고, $a^\mathcal{I}=2$라고 하고, $O^\mathcal{I}=\{x\in\mathcal{I}| x\text{는 홀수}\}$라고 합시다. 즉, $O^\mathcal{I}$는 소수들 중에서 홀수들만 모아둔 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의 문장은 참이 될 겁니다. 왜냐면, '모든 $x$'에서 $x$의 범위는 소수들(2,3,5,...)이고, 따라서 해석은 '각각의 모든 소수 $x$에 대하여, $x$가 $2$가 아니면 $x$는 홀수이다'라는 의미가 될 것이기 때문이고 이는 수학적으로 참이기 때문입니다.

2. 만약 $\mathcal{I}=\mathbb{N}$이고, $a$에 대한 해석은 2, $O$에 대한 해석은 홀수들의 집합이라고 한다면 위의 문장은 거짓이 됩니다. 2가 아니더라도 홀수는 무한히 많으니까요..

 비슷한 방식으로 우리는 $\exists x(x\neq a)$ 또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1번이든 2번이든 3은 2와 다르므로 참이 됩니다. 즉, $\mathcal{I}$에서 속하는 어떤 원소 $\alpha = 3$이 있어서 $\alpha\neq a^\mathcal{I}$가 참이 됩니다. 만약 우리가 해석의 원소가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면 거짓인 경우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전체집합에 원소가 하나밖에 없으니까 $a$는 그 원소가 될 수밖에 없고, 그와 다른 원소가 또 존재한다고 위의 문장은 말하므로 거짓이 됩니다.

 우리는 1,2를 본받아서 문장의 참/거짓에 대한 정의를 내릴 것입니다. 사실 책마다, 학파마다 이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우린 복잡하게 가지 않고 바로 참/거짓에 대한 정의를 내리겠습니다. 우린 $\mathcal{I}$가 문장 $\alpha$을 참으로 만든다는 표현을 $\mathcal{I}\models\alpha$ 또는 $\models_\mathcal{I} \alpha$로 쓰고 이를 '$\alpha$는 $\mathcal{I}$ 하에서 만족가능하다(satisfiable)/참이다'라고 부르겠습니다. 이에 대한 정의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집니다.

(i)$\alpha$가 원자문장일 때

 원자문장은 원자식 중에서 문장인 식을 뜻합니다. 원자식에서는 변항이 모두 자유롭게 나타나므로 원자문장은 변항이 없는 원자식을 뜻합니다. $\alpha =Pt_1t_2...t_n$인 원자문장이라고 할 때, $\mathcal{I}\models Pt_1...t_n$는 $(t_1^\mathcal{I}, ..., t_n^{\mathcal{I}})\in P^\mathcal{I}$로 정의합니다. 즉, 항들에 대한 해석의 쌍이 술어에 속할 때 원자문장이 참인 것으로 정의합니다.

 가령, 자연수체계 $\mathbb{N}$에서 $t_1=fab$, $t_2=gcd$라고 하고, $f^\mathbb{N}(x,y)=x+y$, $g^\mathbb{N}(x,y)=x\cdot y$라고 하고, $a^\mathbb{N}=2, b^\mathbb{N}=3, c^\mathbb{N}=3, d^\mathbb{N}=4$라고 합시다. 그리고 $P^\mathbb{N}=\{(m,n)|m\text{은 5의 배수}, n\text{는 12의 배수}\}$ 라고 합시다. 그러면 $Pt_1t_2$는 참입니다. 왜냐면 $t_1^\mathbb{N}=f^\mathbb{N}(a^\mathbb{N},b^\mathbb{N})=2+3=5$이고 비슷한 식으로 $t_2^\mathbb{N}=12$이고, $(5,12)$는 $P^\mathbb{N}$의 원소이기 때문입니다.

(ii)$\alpha = \neg\beta$라고 할 때, $\mathcal{I}\models\alpha$는 $\mathcal{I}\not\models\beta=\neg(\mathcal{I}\models\beta)$로 정의합니다. 즉, $\beta$가 거짓일 때 $\alpha$는 참이고, $\beta$가 참일 때 $\alpha$는 거짓으로 정의합니다.

(iii) $\wedge, \vee, \rightarrow$의 경우 모두 명제논리의 진리표에 해당했던 것처럼 똑같이 정의합니다. $\wedge$는 연결사에 의해 서술되는 대상이 모두 참일 때 참으로, 아닐 경우 거짓으로. $\vee$는 양 쪽 중에 하나가 참이면 참으로 정의하고, $\rightarrow$는 실질조건문의 정의에 따라, 전건이 참이고 후건이 참일 때만 거짓으로 정의하고 나머지는 모두 참으로 정의합니다. 같은 말로 전건이 참이거나 후건이 거짓일 때로 정의해도 좋습니다.

(iv) $\alpha= \exists x\beta$이고 $\alpha$가 문장인 경우는,
$\mathcal{I}\models\alpha \Longleftrightarrow\mathcal{I}\models\exists x\beta\Longleftrightarrow \text{어떤}a\in\mathcal{I}\text{에 대해},\quad\mathcal{I}\models\beta_{a'}^x$로 정의합니다.

 $\beta_{a'}^x$는 $\beta$에 나타나는 $x$ 중에서 자유롭게 나타나는 녀석들을 모두 $a'$로 대체시킨다는 말입니다. 이 때 $a'$는 $\mathcal{I}$에 속하는 원소 $a$를 표현하는 개체상항이라고 의미를 고정시킵니다. 즉, $a=(a')^\mathcal{I}$입니다.

 기호만 보면 무슨 소리인가 하실겁니다. 위에서 본 $\exists x(x\neq c)$ 사례를 가져옵시다. 해석을 $\mathcal{I}=\{2,3,4\}$로 생각하고 $c^\mathcal{I}=2$라고 합시다. 그러면, 이 문장이 이 해석 하에서 참인 이유는 '그 어떤 x'를 바로 3(이나 4)으로 했을 때 문장이 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해석집합의 원소 3은 우리가 다루는 논리기호 밖에 있는 수이기 때문에 문장 안에 직접 넣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3은 해석집합의 원소, 개체이므로, 개체상항을 추가해서 그 개체상항에 대한 해석을 3으로 하면 될 겁니다. 즉, $a$ 개체상항을 추가해서 $a^\mathcal{I}=3$이라고 한다면, $\mathcal{I}\models a\neq c$ 즉, $a^\mathcal{I}\neq c^\mathcal{I}$이므로 원래 문장이 성립하게 됩니다.

 식이 복잡해보이지만 결국 존재양화사가 들어간 문장의 참/거짓을 다루는 우리의 직관을 기호로 표현한 것에 불과합니다.

(v)$\alpha=\forall x\beta$이고 $\alpha$가 문장인 경우는,
$\mathcal{I}\models\alpha\Longleftrightarrow\mathcal{I}\models\forall x\beta\Longleftrightarrow \text{각각의 모든}a\in\mathcal{I}\text{에 대해},\quad \mathcal{I}\models\beta_a'^x$가 성립한다 로 정의합니다.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a'$는 $a\in\mathcal{I}$에 대한 개체상항입니다.

 가령, $\mathbb{N}$이 해석이고, $P^\mathbb{N}$는 $m<n$인 $(m,n)$들의 집합이라고 하고, $c^\mathbb{N}=1$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mathbb{N}\models\forall x Pcx$는 $\mathbb{N}$에 속하는 각각의 모든 자연수 $n$에 대해 $\mathbb{N}\models (Pcx)_a^x$ 즉 $\mathbb{N}\models Pcn'$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각각의 자연수 $n$에 대해 $c^\mathbb{N}<n'^\mathbb{N}$가 성립한다 즉, $1<n$이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작은 자연수를 $1$로 보면 이는 $1<1$이 되므로 모순입니다. 따라서 위의 식은 자연수 해석 하에서는 거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