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지은 유시민의 책입니다. 책의 앞날개에 저자 소개에 보면 그의 나이가 55세라는 사실이 맨 먼저 등장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저자는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책으로 펴낸 것 같습니다. 나이가 쉰다섯 살이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주제보다는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는 식으로 책을 쓰는 것이 어울릴 것 같은데요. 그는 이제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지 이 책을 통해서 그 결심을 알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책표지부터 볼까요? '이보다 단순할 수는 없다. 이보다 더 깔끔할 수는 없다.' 이런 느낌입니다. 정말 성의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는 책표지입니다. 저자의 명성에 기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저자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인지, 판단할 길은 없지만 참으로 검소한 표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1. 어떻게 살 것인가 2. 어떻게 죽을 것인가 3.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4.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책은 장황하게 쓰여져 있지만 저자의 주장은 매우 명료합니다. 한 마디로 하면 '니 마음대로 살아라'입니다. 1장의 첫 번째 글의 제목과도 같습니다. 제목은 "마음 가는 대로 살자"입니다. 그 다음 글의 제목도 동일한 논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제목은 "내 인생은 나의 것"입니다. "자유의지"라는 제목의 글도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1장의 세 번째 글인 "왜 자살하지 않는가"라는 글에서 유시민은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 탐구합니다. 실존적인 고민이라고 해야 할까요? 전에는 실존주의 철학을 그냥 무시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실존주의 철학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읽었는데요. 저자는 카뮈의 책을 읽었을 때 그 책을 의미 없는 철학적 지껄임 정도로 치부했다고 쓰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유작가님과 같은 책을 읽었다는 반가움이 있었습니다. 실존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의 존재 의미는 각자가 발견해야 합니다. 누군가 대신 발견해 주지 않죠. 유시민은 인간의 존재 의미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책의 곳곳에 저자는 음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음악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철학자들도 비슷한 주장을 할 때가 많습니다. 이 책에 핵심 주장에 좀더 살을 붙이면 이렇게 되겠네요. "음악을 즐기면서 자기 마음대로 살자." 유시민은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습니다. 인간은 죽으면 그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도 자주 자신은 무신론자라고 고백합니다.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좀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위의 차례에 보이시죠? "나는 영생이 싫다"라는 제목 말이에요. 진시황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는 진시황이 영생을 꿈꾸었기 때문에 그는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가 영생을 탐하지 않았다면 그는 훨씬 훌륭한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추측해 보는데요. 제 생각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일리가 있는 추측입니다. 에필로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가 어떻게 죽고 싶은지 쓰여 있습니다. 유시민은 슬픈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합니다. 저자는 연암 박지원이 다른 사람들의 웃음 소리와 대화 소리를 들으면서 죽었다는 일화를 전합니다. 그리고 유시민 스스로도 그런 죽음을 맞고 싶다고 얘기합니다. 자신의 죽음에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자기 자신에게도 말하고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유작가님은 이 책에 나온대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마음대로 살기 위해서 정치를 하고 있지 않은 것 같고요. 그런데, 그렇게 행복한 유시민을 사람들은 가만히 놔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은 행복한 유시민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작가님, 혼자만 행복할 겁니까? 우리 같이 좀 행복합시다." 사람들의 생각도 맞습니다. 어떻게 불행한 지도자가 대중을 행복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불가능한 일입니다. 행복한 사람만이 자신 주변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중의 행복을 위해 한 사람의 행복이 희생된다면 그것은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죠.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는 그의 주장에서 '사랑'과 '연대'가 놀고 일하는 것보다 앞으로 튀어 나오면 유작가님도 다시 앞으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P.34 P.37 P.89 P.104 P.213 P.249 곽정은의 책을 여기저기에서 많이 봤지만 한번도 그녀의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없다. 그녀는 트렌드 잡지의 에디터였고, TV 속의 곽정은은 "연애 칼럼니스트"로 소개되고 있었다. 자세히 알고보면 그렇게 나이차이도 많이 나지 않지만 싱글인 그녀는 항상 세련되고 자신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남의 연애에 저렇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니 어쩐지 나중 일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그녀의 선택이기에 존중할 수밖에. 이렇게 나와는 좀 많이 다른 사람의 인생과 생각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가 갑자기 이렇게 책을 읽게 된 것은 신간소개를 읽다가 책을 카트에 집어넣은 나의 실수 덕분이었다. 배달된 책을 보고 앗차 싶었던 것. 한달 내내 신간소개 읽고 넣어두었던 책을 월초에 구매했는데 이 책이 들어있는 줄은 몰랐다. 왜 그랬을까나. 책은 평소 그녀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씩씩하게 혼자 살아내고, 열심히 일을 하고, 또 자신을 위해 보상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좀 부러웠던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것. 결혼하고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고 새로운 일들이 계속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어떨때 보면 워킹맘들은 이중인격자같다. 직장에 오면 집안일, 아이들 일 따윈 다 잊은 것처럼 일을 하고, 집에 가면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다보면 내가 언제 일을 하다 왔나 싶다. 12시간씩 다른 장소에서 다른 인격으로 살다보니 직장에 오면 아! 어제 이걸 안하고 갔었지 싶고, 집에 오면 또 잊고 하지 않은 일들이 생각난다. 양쪽으로 정신없는 여자가 되어 그렇게 살아낸다. 결혼 전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생각에 깊이 빠져서 청승도 떨어보고, 감성에 젖어 글도 써보고 눈물도 흘려보고. 그녀의 글을 나의 젊은 시절에 비춰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이 조금은 부러웠다는 얘길 하려는 것이다. 다만 그녀의 고민을 많이 공감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서로 다른 삶의 공간 때문이리라. 이성을 만나고 이별하고 그리워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겪는 그녀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들어진 나의 메마른 감성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 책에는 단지 "연애 칼럼니스트"로서의 이야기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그녀는 이렇게 소개되는 게 싫다고 말한다) 그녀는 마틴 셀리그만이 얘기한 '삶의 세 가지 길'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삶을 추구하는 세가지 방식. 즐거운 삶, 몰입하는 삶, 의미 있는 삶. 세번째 의미 있는 삶에 대해 중점을 두고 이야기한다. 이 글을 읽다보니 어쩐지 부끄러워졌다. 내 몸이 편하고, 나와 내 가족이 행복하고 그런 작은 것들에 웃고 울며 살아왔는데, 삶의 의미를 생각하긴 버겁다고 생각했는데,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삶.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은데, 그래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았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나에게 집중하는 삶에 대한 곽정은의 에세이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