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는 수력 발전소가 얼마나 더 많아질까

중력 전지가 에너지 저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2022년 5월 22일

미래에는 수력 발전소가 얼마나 더 많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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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 주축이 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전문가마다 다르다

재생에너지 혁명은 한 가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바람이 불고 햇빛이 내리쬐고 파도가 일렁일 때는 친환경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밤이 되거나 환경이 고요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의 해답은 화석 연료를 더 많이 태워서 전력 생산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21세기 문제에 대한 20세기 방식의 해법이다. 즉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와 대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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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 주축이 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전문가마다 다르다. 어떤 전문가들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주목하고, 어떤 이들은 그린 수소에 기대를 건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서 화학 물질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힘 '중력'에 주목하는 이들이 있다.

"올라간 것은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뉴턴의 이 원칙이 중력 전지를 관통하는 원리다. 중력 전지의 에너지 저장 기술 원리는 이론적으로는 간단하다.

친환경 에너지가 풍부할 때는 잉여 에너지를 사용해 무거운 물체를 정해놓은 높이까지 끌어올린다. 그리고 재생 에너지가 부족해지면, 올라갔던 물체가 떨어지는 힘으로 발전기를 작동시킨다.

이와 유사한 게 "양수발전"이다. 양수발전은 현재 전 세계 대용량 에너지 저장 방식의 90%에 달한다. 잉여 전력이 있을 때, 그 전력을 활용해 물을 높은 곳으로 올려 보낸다.

그리고 필요할 때 물을 낮은 곳으로 보내며 발전기를 돌린다. 확실히 검증된 시스템이다. 하지만 문제는 확장성이다. 수력 프로젝트는 규모가 커서 비용이 많이 든다.

가파른 지형과 풍부한 물이라는 까다로운 지리적 조건도 필요하다. 하지만 인류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규모있게 돌아가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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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전지는 남는 에너지로 물을 높은 곳으로 올려보냈다가 필요할 때 내려보내며 터빈을 돌리는 양수발전과 유사하다

이 문제를 풀고 있는 스타트업이 에든버러의 '그라비트리시티'다. 이 회사는 작년 4월 첫 번째 중력 전지 프로토타입을 시험을 성공했다. 50톤짜리 철제 박스를 15미터 높이의 철탑으로 들어올렸다가, 천천히 떨어뜨리며 그 경로에 있는 발전기들을 가동시켰다.

그라비트리시티의 시뮬레이션 엔지니어인 질 맥퍼슨은 당시 설치된 테스트 장비는 "소규모"였지만, 약 750가구가 잠시나마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인 0.33kW의 전력을 생산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이 시스템의 잠재적 수명을 확인했다는 점도 고무적이라 했다.

맥퍼슨은 "우리는 시스템 제어로 리프팅 케이블 같은 특정 기계 부품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시스템은 운영 시스템 전체를 교체하는 대신 필요한 경우 개별 부품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수십 년간 운영하는 게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라비트리시티의 프로토타입은 박스를 위로 끌어올리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는 아래로 내려보내는 것에 초점을 둔 연구를 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이 회사 엔지니어들은 영국과 동유럽,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의 폐탄광들을 조사했다.

찰리 블레어 그라비트리시티 전무이사는 "지질학을 이용해서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데 굳이 탑을 높이 세울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기발한 발상이다. 지구에는 그라비트리시티가 활용하기에 충분할 만큼 깊은 폐광들이 있다. 이들 광산의 깊이는 최소 300미터 이상. 블레어는 정책 입안자들이 소위 "정의로운 전환(화석 연료 노동자들 및 해당 지역 사회의 생계를 보장하면서 진행되는 새로운 저탄소 경제)"이라고 불리는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는 만큼, 이와 관련된 정치권의 의지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금만 충분하다면, 2024년쯤에는 지하에 만들어진 프로토타입(현재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체코다)이 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블레어는 "우선 기존의 토목 구조물(축대와 축대 주변)이 굉장히 튼튼해서 수천 톤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메탄가스 및 광산의 침수 우려 등 잠재적인 안전 문제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그라비트리시티는 전용 축대를 찔러넣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이는 초기 투자 비용은 늘어나지만, 통일성을 높여줄 수 있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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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스타트업 그라비트리시티는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폐광을 사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모든 중력 전지 개발자들이 지하 시설을 사용하려는 것은 아니다. 중력 전지 분야 선두 업체인 '에너지 볼트'는 스위스 남부의 한 계곡에 20층 높이의 강철과 콘크리트 소재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이 장치는 친환경 에너지 공급이 수요보다 많으면 인공지능으로 돌아가는 크레인이 30톤 무게의 블록 한 쌍을 들어올린다. 그러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 블록이 천천히 내려오면서 전력을 생산한다.

4억200만 달러 상당의 투자 받은 에너지 볼트는 기술 검증을 마치고, 상업용 출시를 위해 "EVx"라 불리는 모듈식 건물을 만들었다.

로버트 피코니 에너지볼트 CEO는 "(EVx는) 엘리베이터형 에너지 창고"라고 말했다. "친환경 에너지가 들어오면 재활용 물질로 만들어진 블록이 위로 올라가고, 그리드(전력을 공급하는 네트워크)에 전력 공급이 필요하면 블록이 다시 내려갑니다. EVx는 100메가와트의 저장 용량으로 하루에 약 2만5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전체 용량은 각 설비의 크기와 배치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이 모듈식 건물의 하단부를 만들려면, 수십 에이커(1에이커는 약 4047제곱미터)의 공간이 필요하다.

피코니는 이 시스템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풍력발전소나 태양광발전소 근처에 지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면적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깊은 구멍을 파지도 않고, 설치 장소와 관련된 제약 요소가 크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20층 높이의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설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유럽과 미국, 중동, 호주, 중국 등지에서 주문을 받고 있다. 피코니는 특히 중국의 관심이 흥미롭다고 했다. 자신들이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의 방향을 바꿔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리드 밸런싱

조만간 모든 국가들은 어떤 형태로든 녹색 에너지 저장 기술을 도입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중력 전지는 친환경 에너지 개발자들이 풀어야 또다른 과제와도 관련이 있다. 기존의 그리드가 재생 에너지가 아니라 화력이나 수력 발전 등과 함께 작동하게끔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에든버러 대학 전기 공학 전문가인 토마스 모스타인은 "항상 그리드는 전력 수요와 공급이 균형(그리드 밸런싱)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자들은 수요와 공급 균형을 끊임없이 맞춰야 하는데, 발전에 사용되는 자원이 풍력이나 태양광처럼 짧은 시간 안에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면 꽤 까다롭겠죠."

그런데 중력 전지는 거대한 질량과 놀라울 정도로 느린 하강을 맞물리게 해 엄청난 양의 회전력을 발생시켜 순식간에 최대 전력을 공급한다. 이러한 기술은 그리드 밸런싱을 가능하게 해주고, 장비 손상 및 정전 위험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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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의 폐기된 스타르지치 광산은 그라비트리시티가 에너지 저장소를 만들려 하는 후보지다

리튬은 어떤가?

오늘날 휴대전화와 노트북, 전기자동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리튬 배터리는 그 종합 효율도 중력 솔루션과 유사하며, 게다가 가격도 최근 몇 년간 많이 떨어졌다. 그렇다면 더 큰 화학 전지가 미래 에너지의 대안이 될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초기 자본뿐만 아니라 시스템의 총 수명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중력 전지는 기계 장치라 파손될 수 있다. 분명 파손은 문제지만 치명적이지는 않다. 개별 구성 요소를 비교적 쉽게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로코 라바트 국제대학의 에너지 저장 전문가인 아즈메 베라다는 이러한 "수리가능성" 덕에 중력 전지의 수명은 50년 정도로 확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기화학 배터리는 다르다. 베라다는 "리튬 이온 전지는 사용하면서 분해가 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장 용량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리튬 배터리의 총 수명 비용은 기계식 배터리의 두 배 정도 더 들어간다.

베라다는 코발트 채굴과 관련된 아동 노동 같은 인권 문제와 환경 파괴 문제도 지적했다. 그래서 리튬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에너지를 저장하는 수단이 꼭 필요하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이를 위해 그녀의 연구팀은 스페인과 모로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자체적으로 물을 활용한 중력 배터리 프로토타입을 개발중이다.

베라다는 "커다란 물체를 들어올리는 대신 잉여 에너지가 물에 잠긴 피스톤을 당기고 피스톤이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오면서 고압의 물을 발전기로 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와 독일에서도 유사한 시스템이 개발중이며, 네바다 주에선 독특하게 철도 기반 솔루션을 연구중이다.

인류에게 대담하고 창의적인 기후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중인 것들 중 어느 것이 결실을 맺을지는 알 수 없고, 아직까지 이 싸움에는 묘책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중력 전지는 중력이라는 무한한 힘을 사용한다.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