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은 어떻게 작동 하는가

마음은 무엇인가.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수 없는 생각들, 웃고 화내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두려움, 걱정, 사랑, 성적 충동이나 욕구 등 모두가 마음작용이다. 종교나 철학에 대한 신념, 관계의 형성, 그리고 자아에 대한 의식도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런 마음의 움직임에 어떤 원리나 메커니즘이 있을 수 있나?

스티븐 핑커Pinker가 쓴 마음은 어떻게 작용하는가How The Mind Works란 책은 인지과학, 진화생물학 그리고 기타 다른 과학적 논문이나 자료를 바탕으로 마음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하버드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타임즈가 선정한 세계 백대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98년 출간되어 미국에서 과학부분 베스트 셀러에 오르고 2009년 재판되었다.

이 책의 핵심 이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계산주의 마음computational theory of the mind이다. 마음의계산주의이론은마음을 뇌의정보처리 과정으로이해하고 사고는연산의 형태로 본다. 이론은처음 1961 Hilary Putnam에서 제안되었다. 이론의등장으로 인공지능컴퓨터 혁명이가능하게 된다. 둘째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다. 자연선택은진화생물학의 근간으로, 마음은 뇌의작용이고 뇌는자연의 선택에의해 진화되어왔다는 설이다. 이에 의하면우리의 마음은인류 진화사의 1%에도 미치지못하는 농업혁명이나산업사회에 형성된것이 아니라 99% 차지하는구석기시대 우리조상들의 수렵생활에맞게 진화되었다. 인간의 진화는 1-2만년 주기로이뤄지는 것이아니라 최소수십만 년의주기에 걸쳐일어난다. 

마음은 실체가 없다. 심장이나 간, 콩팥처럼 인체를 해부하여 실험하고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어떻게 보이지 않는 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가? 저자는 역설계reverse-engineering 기법을 쓴다. 역설계란 이미 세상에 나온 물건이나 제품을 꺼꾸로 추적하는 방식이다. 소니가 새로운 신제품을 시장에 내 놓으면 상대의 경쟁사 연구진들은 제품을 구입하여 이를 분해한다. 회로도를 분석하여 디자인 모양이나 터치 버튼들이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그 원인을 조사해 낸다. 저자는 첫 장에서 마지막 8장까지 모두 이 역설계 방식을 동원하여 마음을 추적하고 해설한다

1- 4장까지는 마음의 구성, 원리, 진화, 작용에 대해서다. 요지는, 우리의 인체기관이 DNA에 의해 설계되고 진화되어 왔듯이 마음도 인간게놈에 의해 설계되고 만들어진 조직organ란 것이다. 신체가 간, , 심장, 쓸게, 콩팥 등 여러 장기로 나뉘어져 각기 특수한 업무를 맡고 있듯이, 마음은 시각, 청각, 얼굴인식, 언어, 산수, 추론, 상식 등 여러 모듈(1)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 멘탈 모듈의 작용에 대해 간단히 예를 들어 본다. 우선 우리가 외부의 물체를 보고 인지하게 하는 시각모듈이다. 물체가 반사되어 망막에 상이 비치면 눈은 상의 정보를 에너지로 바꿔 뇌에 전달한다. 뇌는 양 망막에 비친 상의 편차를 구하고, 두 눈이 두 개골에서 서로 떨어진 거리와 사물을 주시할 때 생기는 두 눈의 시각을 바탕으로 삼각측량기법으로 입체시와 거리를 계산한다.(두 눈은 단지 2차원만 볼 수 있다.) 그 다음 음양과 색상을 전담하는 전문가가 음양의 밀도를 계산하고 색상을 구분하며 뇌는 망막에 꺼꾸로 맺힌 상을 바로 잡는다. 마지막으로 과거에 입력되어 있는 상과 대조하여 비로서 인지란 결과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가 낯선 물체를 보게 되면 뇌는 당황하여 눈을 끄게 뜨게 되는데 이는 과거에 입력된 정보가 없어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본다는 것은 마음의 눈(시각모듈)이 과거의 경험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하며 두 눈은 단지 시각정보의 입력 장치에 불과하다.(2)얼굴은 뚜렷이 떠오르는데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는 뇌에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는 저장장소가 각기 달라서다. 뇌를 다친 환자 중에는 유독 사람의 얼굴만 인식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다른 사물은 모두 정상적으로 인식하고 구별하는데 단지 사람의 얼굴만 알아보지 못한다. 아내나 다른 식구들도 목소리나 옷 색깔과 같은 것으로 구별할 뿐이다. 얼굴인식모듈이 손상이 간 경우라고 하겠다.           

멘탈 모듈들은 어떻게 지시를 받고 작동하는가?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컴퓨터가 만들어진 원리를 역설계 한다. 컴퓨터는 인간이 생각을 모방하여 만들어낸 일종의 생각하는 기계. 컴퓨터는 모든 것을 기호로 처리한다. 언어, 숫자, 색상, 사운드 등 모든 것을 기호로 받아 드리고 이 기호는 01이라는 디지털 신호로 전환되어 디스크에 저장된다. 뇌의 작용도 이와 유사하다. 우리가 시각, 청각, 후각 및 촉감을 통하여 입력되는 모든 정보는 하나의 기호 symbol로 바뀌고 이 기호는 전기적 에너지(+, -, 0)를 띄고 뉴런의 축색돌기axon을 통하여 뇌에 전달되고 저장된다. (3). 컴퓨터는 컴퓨터 자체 고유의 언어와 문법으로 정보를 받아드리고 해석하며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 반면, 인간은 니드needs와 욕구에 의해 행동한다. 니드와 욕구에는 목표가 따르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애물을 극복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를 이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지능intelligence. 인간은 어떻게 지능을 만들어 내는가? 책에서는 인공지능 신경망 컴퓨터가 어떻게 지능을 생성해 내는지, 그 작동원리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이를 인간의 뉴런 신경망에 비교한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에는 사고의 언어(thought of language, mentalese)라는 것이 있어 이것이 마치 컴퓨터처럼 기호symbol들을 조합하여 언어를 만들어 내고 추론하며 상상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한다. (4).

5- 7장까지는 마음의 생성물들이 생기는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다. 인간은 어떻게 추론을 하는가, 우리의 여러 가지 감정들 즉, 자연에 대한 미감, 역겨움, 분노, 조바심, 두려움, 행복은 어떻게 일어나고 작용하는가, 그리고 사회적 관계(친척, 부모와 자식, 부부, 친구, 적과 동맹자)의 배경, 인간 본성, 갈등원인에 대해 얘기한다. 마음의 생성물들은 한 마디로 유전자가 생존과 자기복제를 위한 자기표현에서 생긴다. 유전자는 태고의 생명체로부터 오늘날 에 이르기까지 단 한가지의 목표인 생존과 자기복제만을 위하여 움직이는 바이오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이기적인 인간에게 도덕과 양심은 어떻게 생겨나고, 왜 우리는 남의 평판에 그렇게 신경을 쓰게 되는가? 이를 저자는 마치 감정의 진화과정에 생긴 부산물로 설명한다. 사회적 동물이 공동체 생활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상호 이타적 행동이다. 이타적 마음이 생기게 된 배경을 책에서는 여러 예들과 학설로 설명한다. 여기는 새들의 무리생활을 한 예로 간단히 요약해 본다.  새들은 여러 무리로 그룹을 지어 살지만 이기적이다. 이들 새에게 기생충을 옮기는 이가 번지기 시작했다. 새는 자기 날개, 몸통에 붙어 있는 이는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머리에 붙어 있는 이는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처음 새들은 자신만 도움을 받으려 하지 남을 도와주지 않는다. 결국 많은 무리들이 기생충이 번져 죽는다. 그러나 일부 그룹 중에는 남을 도와 주는 놈이 돌연변이 같이 생겨났다. 그런데 남을 도와 주던 녀석이 정작 자신은 도움을 받지 못해 죽는다. 이것을 지켜 보던 무리들 중 일부는 서로의 도움을 주고 받는 약정을 한다. 그러나 일부는 약속을 어기고 남을 도와 줄 시간에 먹이를 독차지 하는 놈이 또 생겨났다. 무리들은 결국 이런 얌체를 가려내야 했고 자신은 얌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남으로부터 인정 받아야 한다. 얌체로 낙인이 찍히면 무리에서 따돌림을 받고 죽기 때문이다. 이기심을 숨기는 가장 철저한 방법은 자기 기만이다. 자기기만은 나아가 이타심이 되고, 또 도덕심으로 진화한다. 양심이란 누군가 자기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기만을 엿보고 있다는 경각심이다.  행동이 반복되면 습관이 되고 습관이 각인 되면 본성처럼 유전된다.       

마지막 8장은 인생의 의미에 관해서다. 예술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예술을 즐기는지, 인간은 왜 종교를 믿게 되는지, 그리고 자아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결론을 내린다.

이 책에 한가지 미흡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마음이 모듈들로 되어 있다고 하면서도 뇌의 어떤 부위에, 어떤 뉴런들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세부적인 설명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은 1998년에 출간되었다. 그 동안 DNA 인간게놈의 지도가 완성되고 뇌의 연구도 많은 발전을 했다. 뇌의 기능을 설명하는 부위로 장기기억은 해마hippocampus, 언어는 브로커 영역(언어 구사)과 베르니카(언어 이해)에서 담당하며, 생식의 욕구는 뇌간에서, 우정이나 애정의 감정은 변연계limbic system, 단기 기억이나 의식은 신피질 4번 등이라는 것은 사실상 오래 전에 밝혀졌다. 중요한 것은 이와 관련된 유전인자가 하나 둘 드러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저자는 2009년 재판 서두에서 멘탈 모듈의 구조가 언젠가는 세부적으로 밝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ps

생각은 마음대로 멈추거나 바꿀 수 없다. 멘탈 모듈이 자율신경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 KBS TV 스페셜에 참선이나 명상을 많이 한 사람의 뇌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 준 적이 있다. 어느 일간지에는 바둑 프로기사의 뇌 한 부분이 달리 발달해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모두 생각을 집중적으로 하면 뇌의 모양이 바뀐다는 증거 같다. 이에 대해서는 다니엘 아멘Amen이 쓴 뇌를 바꾸면 인생도 바뀐다.change your brain, change your life라는 책에 자세히 소개된다. 참선이나 명상, 기도를 꾸준히 하면 생각을 바꾸고 멈출 수 있는 경지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
1.
여기서 모듈의 의미는 신경세포간의 결합 또는 연결상태를 의미한다. 또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의미하는 여러 코드들이 결합하여 어떤 특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단위도 내포한다.

2. 2010 7월 국내 중앙일보에 이라크 전쟁에서 두 눈을 잃은 영국군인이 미국에서 특수 제작한 카메라를 머리 위에 부착하고 물체를 인식하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다. 머리에 달린 카메라가 물체를 포착하면 이 물체의 정보는 혀 밑에 부착된 센서로 전해 지고, 여기에서 정보가 전환되어 뇌로 전달되면서 물체를 인식한다. 이는 태어날 때부터 맹인에게는 가능하지 않은 것 같다. 뇌에 사물의 기억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3. 2010 10월 인셉션이라는 영화가 개봉될 때 뉴욕타임지는 영화 소개와 함께 꿈의 치료에 대해 보도했다. 악몽을 꾸는 환자에 대해 꿈의 내용을 바꿔 치료한다는 것이다. 예로, 매일 밤 호랑이가 자기 뒤를 급히 따라오는 꿈이라면 호랑이를 나비로, 급히 쫓아 오는 형태를 사뿐사뿐 뒤 따라 날아오는 것으로 전환해 주는 것이다. 꿈속의 이미지를 조각 내어 바꾼다는 것인데 이는 우리 뇌 속의 이미지나 생각이 기호화symbol로 되어 있어 가능하다는 것이다.

4. 멘탈레스mentalese는 사고의 언어 또는 마음의 언어라고 하는데 모든 인류에 공통이다. 인간이 언어를 만들어 내고 마음을 담아 낼 수 있는 것은 멘탈레스가 있어 가능하다는 것이다. 멘탈레스는 우리가 캐나다 사슴elk는 뿔이 크다라는 생각을 할 때, 캐나다라는 지식, 사슴이라는 지식, 뿔이라는 지식, 크다라는 지식, 이런 각 지식들이 합성하여 마음속에 그려 지는 것과 유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