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리뷰]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사에카노) 1화
사실 러브코미디 작품은 제가 그다지 선호하는 장르는 아닙니다. 일단 멋있는 남캐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여캐들만 나오는 러브코미디물을 손이 가지 않는 것도 있고, 좀 정형화되어서 내용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멜로 영화인 이터널 선샤인은 제가 좋아하는 유튜버, '거의없다'님의 이터널 선샤인 리뷰를 보고서 기억에 관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작품으로 보게 되었고 언어의 정원의 경우에는 아직은 사회적이나 정신적으로 어린 남녀의 성장 이야기로 보았습니다. 거기다 이터널 선샤인은 중반부엔 SF스릴러나 다름없었다는 걸 생각하면 '나 어지간히도 러브스토리 안 좋아하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장면은 이런 멜로 작품에서 흔한 모자 줍기, 작은 만남으로 일이 시작된다는 왕도적인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런 건 학전도시와 같은 라노벨에서도 자주 보이는 클리세적인 장면입니다. 이런 장면으로 호감도를 쌓아 히로인과 이어지는 것이죠. 다만 다른 점은 히로인이 아닌 주인공이 이 상황으로 인해 이야기의 시작점이 된다는 점입니다.
거기다 주인공인 아키 토모야가 초반에 보이는 모습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하는 모습이나 다른 집 사람이 취향을 알 정도면 그만큼 외향적인 성향의 캐릭터로 보입니다. 나름 비전
있는 캐릭터로 보였고 나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호감적인 포인트가 됩니다.
앞에서 제가 히로인들을 설명해주는 캐릭터가 있다고 말했지요? 그런 놈이 튀어나와 캐릭터를 설명해줍니다. 그 뒤 주인공인 토모야가 에리리와의 대화 중 그녀가 에로 동인지를 그리는 사람이라 까발립니다.
거기다 소꿉친구였다고 말하는 건 덤이죠 이 캐릭터가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까지는 좋지만 그걸 그냥 설명 하나로 퉁치는 것에는 좀 아니었습니다.
이건 또 다른 히로인인 카스미가오카 우타하도 같습니다. 그녀 또한 전교 1등의 수재지만 뒤에선 인기 최고의 라이트 노벨 작가라는 것을 에리리와 같은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뻔한 캐릭터를 뻔한 방법으로 소개하니 이 캐릭터 또한 흥미보단 지겨움으로 찾아옵니다. 왕도적이며 흔한 캐릭터 또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데도 이런 뻔한 방법으로 고수하는 것엔 좋은 눈으로 볼 수 없더군요.
거기다가 주인공인 아키 토모야의 행동도 솔직히 비호감이었습니다. 앞에서 나름 노력하나 싶었더니만 에리리를 찾아가서는 아이디어 한 장 건네주고선 나름 동인지로 돈 벌 정도는 되는 사람에게 무일푼으로 같이 일해달라고 합니다. 그럼 적어도 그 사람이 그리고 싶어 할 만한 스토리를 가져와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니고 자신이 본 사람 얼굴도 모르는 상태입니다. 적어도 콘티라든가 장면 정도는 임팩트를 받았으면 곧바로 종이 같은 데다 적은 후 상세하게 이야기를 쓴 후에 아티스트에게 가져가야 하는 게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건 우타하에게 조언을 받으러 갈 때에도 변함이 없습니다. 분명히 일러스트레이터인 에리리한테도 까인 기획서인 만큼 수정 정도는 필수로 하고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에리리에게 퇴짜 맞아 꾸깃꾸깃 구겨진 종이 한 장 주면서 같이 참여해달라고 하는데 흔쾌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거기다 악을 쓰며 즉흥적이라는 게 아니라 말합니다만, 솔직히 저번 주에 모자 줍기 이벤트를 보고 기획서 쓴 거면 즉흥적 맞잖습니까.
어쨌든 두 명에게 퇴짜를 맞은 토모야는 나중에 시청각실에서 기다려달라고 멋대로 부탁을 하고는 다시 기획서를 3~4장 쓰고는 그녀들이 있는 곳에 가던 중 봄방학 때 장본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 와중에 에리리와 우타하는 갑자기 투닥거립니다. 얘네들이 무언가 친분이 있었던 건지 어떤 과거가 있었던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두 명 다 나름 가식을 풀고 대화할 수 있나 봅니다. 그리고 쓰잘머리 없는 말다툼을 하는데 캐릭터 자체들이 지금은 설명으로만 넘어가버려서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이 캐릭터의 서사가 짧게조차 없었기에 저는 그냥 헛소리 떠들어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어찌 됐든 이번 화에서 메인 히로인이나 다름없는 존재감이 옅은 여성, 카토 메구미를 화면에 비추어주며 자신의 만남이 운명의 만남이라는 것이 착각이었다는 토모야의 독백과 함께 이번 화는 끝이
납니다.
- 흔한 러브코미디의 시작이었던 화입니다. 이런 작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킬링타임으로 볼만하지만 저처럼 이런 클리세를 무분별이 사용하는 걸 싫어하거나 주인공이 비호감이었으면 바로 그만 볼 거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리뷰 때문에 끝까지 보겠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