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의 위상 을 높이는 방법


 
‘국립국어원’을 아느냐고 주변에 물어 보면 하나같이 트위터를 말한다. 국어에 관한 궁금증이라면 무엇이든 해결해 주는 국립국어원 트위터@urimal365는 누리소통망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국립국어원은 1984년 학술원 산하 임의 연구 기관으로서 출범한 ‘국어연구소’가 1991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으로서 ‘국립국어연구원’으로 승격되고, 2004년 지금의 ‘국립국어원’이라는 명칭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국어 연구와 국어 정책 기능까지 아우르는 어문 정책 종합 기관으로 위상을 강화하며 국민과 함께 세계로 향하는 국립국어원. 국립국어원이 이토록 국민들과 밀착된 국어 정보를 나누기까지 어떤 일을 해 왔고, 또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을까. 23년 만에 공휴일로 다시 만나게 된 한글날을 맞아 국립국어원 민현식 원장을 만나 보았다.

일상의 국어   사람들은 우리말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렵다’고 느끼는 경향이 많은데요. 국민들이 우리말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어느 부분일까요?

한글은 배우기 쉬운데 한글 맞춤법이나 문법은 어렵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글은 발음대로 적는 표음성이 높아서 한글을 처음 배우는 데는 부담이 거의 없는데 맞춤법이나 문법은 어려워하는 경향이 많지요. 하지만 한글 맞춤법은 영어 표기법에 비한다면 1/10 정도의 부담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글은 쉽고 당연하다는 기대가 있어서 가볍게 대하다 보니 부담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맞춤법이나 문법에는 일정한 ‘원리나 질서’로서의 ‘규칙’이 존재합니다. 이런 규칙을 익히려는 노력은 우리가 국어를 사용하는 데 지불해야 할 최소한의 대가입니다. 국어를 경홀히 대하다 보니 학교 교육에서조차 문법 교육을 소홀히 하고, 입시에서도 거의 다루지 않다 보니 더욱 마주할 기회가 없지요. 우리가 제대로 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헌법과 문법을 잘 지켜야 합니다. 헌법은 나라의 기본, 문법은 언어생활의 기본이니까요. 국어원에서는 국어생활종합상담실에서 가나다전화1599-9979, 국어친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전화하시면 상담원들이 친절하게 상담해 드릴 것입니다. 국립국어원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도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근 청소년들의 언어폭력, 외계어 사용 등 언어생활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잘못된 언어생활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청소년들의 언어에서 지적되는 것이 욕설 문화와 외계어 수준의 통신 언어인데요. 청소년들은 또래 문화가 있어서 일정한 은어나 유행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언어생활과 예절 등이 늘 몸에 배어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가르쳐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안 되어 있어 생기는 현상입니다. 결국, 청소년들의 언어 문제는 청소년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의 문제라는 것이지요.가정에서는 대화가 부족합니다.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새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다그치고, 훈계하고 있어요. 무심코 하는 어른들의 말이 아이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누구 아이는 이렇다던데, 너는 왜 이것밖에 못하니.’ 식의 부정적인 말들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어 각자 가슴에 품고 있는 개성의 씨앗, 능력의 씨앗을 키우지도 못하고 시들게 하는 것이죠. 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능은 평균 106이고, 이것은 세계 1위의 수치입니다. 그런데 노벨상은 늘 남의 몫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일방적인 대화와 문제 풀이에 집중된 학교 교육 방식 때문입니다. 토론하고 질문하는 문화가 배제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오늘은 뭘 배웠니?”라고 묻지만, 유대인은 “오늘은 뭘 질문했니?”라고 묻는다고 합니다. 토론 문화가 활성화되면 친구들 사이에서도 서로의 가치관을 알 수 있어 토론 친구가 평생 친구가 되어 따돌림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없습니다. 늘 끊이지 않는 대화로 학교도 시끌벅적하겠지요. 이렇듯 가정과 학교에서의 언어 교육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대화’라는 것이 텔레비전의 언어, 외부의 비정상적인 언어뿐이고, 그것이 아이들의 언어생활을 지배하는 것이지요. 가정과 학교에서의 교육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면 우리 청소년들이 바른 언어생활을 기반으로 잘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대가 영어를 강조하고, 그러다 보니 우리말에 익숙해지기 전에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관이 활개 치고 있습니다. 옳은 일일까요?

세계화 시대에 맞춰 외국어의 중요성이 참 많이 커졌습니다. 영어는 국제어라 그렇고, 요즘은 중국어까지 자녀에게 사교육으로 가르치는 분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외국어를 배우는 노력은 평생 해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제1 언어인 자신의 모어를 부모로부터 바르게 배우고, 국어 능력의 기초를 바르게 쌓아야 외국어도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언어학자들의 전제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외국어교육자들은 우리가 외국어를 못하는 이유가 모어를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합니다. 모어를 정확하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고 외국어를 배워야 외국어 능력이 잘 길러진다고 보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우리말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아이들에게 어린이 영어 유치원 등에서 배워야 발음이 좋다며 4~5살 때부터 영어 교육을 강요하지요. 물론 아이 스스로가 영어에 흥미가 있다면 도와줄 필요가 있겠지만, 원치 않는 아이들에게조차 강요하다가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영어에 대한 강박 관념으로 소아 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로 모어도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어를 배우게 되면 아이들에게 혼란이 오기 때문입니다. 영어는 물론 국어 실력까지 계속 뒤처지게 되는 거지요. 아이들에게 바르고 정확한 우리말을 먼저 가르쳐 주세요. 영어 교육은 학교에서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외국어 교육은 부모의 강요가 아니라 학습자의 동기가 중요합니다.

  최근 부적절한 경어법 표현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잘못된 경어법을 사용하는 이들도 많지만, 그런 경어법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많아서 걱정이 되는데요?

서비스 문화의 발전으로 고객 존중 높임 표현도 함께 발전하게 됐습니다.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로 “고객님, 만 원이십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 “손님, 이쪽으로 오실게요.” 등 희한한 어법들이 생겨났죠. 우리가 높여야 하는 것은 사람이지 사물이 아닙니다. “고객님, 만 원입니다.”, “커피 나왔습니다.”, “손님, 이쪽으로 오세요.”라고 해야 맞는 말인데, 이제는 이 말조차 어색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말이란 것이 그렇게 전염성이 높은 것입니다. 몇 번만 듣고, 몇 번만 말해 보면 어느새 익숙해져 버립니다. 매장 직원들도 잘못된 말이라는 인식이 흐려지게 된 거죠. 과잉 높임에 대해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부실한 것이 사실입니다. 국립국어원도 이러한 잘못된 높임법을 알리기 위해 만화 동영상을 제작 배포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어의 오용에 대해서는 방송 매체에서도 조금 더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국가의 국어   우리말 다듬기 사업이 이제 국민 참여형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습니다.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 사업도 진행 중이고요. 이렇게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어 정책,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국어 정책은 국가가 전면에 나서서 하향식으로, 강압식으로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훼손된 우리말을 신속히 되살리고 신생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건설하려면 당시에는 국가 주도의 어문정책이 필요했고 오늘날에도 다양한 언어문제가 대두되어 효율적 어문정책이 필요하여 국립국어원의 역할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점차 복잡다단한 언어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어문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말 다듬기의 경우, 과거에는 국어학자 몇 사람이 일방적으로 순화어를 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리집 말터malteo.korean.go.kr에서 국민들이 제시한 순화어 중에서 후보를 고르고 이 중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의회를 열어 결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국민 참여를 통해 좀 더 많은 의견을 모으고, 참신하고 창의적인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대적인 요구의 반영도 있습니다.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도 국민의 참여를 통해 국민과 언어 자원을 함께 가꿔 나가자는 취지입니다. 이 세상의 곳곳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일터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전문가이고, 그들이 사용하는 전문적인 용어가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 다양한 분야의 언어를 발굴해 관리하고 바르게 다듬어 나가기 위한 가장 적합한 형태가 바로 ‘개방형’입니다. 누구나 어휘의 뜻을 제시할 수 있고, 또 공유할 수 있는 거죠. 정신과 지식을 담고 있는 사전은 국어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것입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국립국어원이 없어도 국어가 잘 운용되는 것이겠죠.웃음

   

   

언어 소외 계층이 이전에는 미처 국어 교육을 받지 못한 노년층에 집중되었던 것에 비해 이제는 새터민, 결혼 이민자, 중도 입국 자녀, 다문화 가정 등으로 확대•변화하고 있는데요. 국립국어원에서는 이런 흐름에 어떠한 대응 방법을 마련하고 있나요?

소통을 위해서는 소통이 안 되는 불통 지대를 잘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50만에 이르는 외국인이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결혼 이민자,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인데 이들이 한국말을 잘 배워 우리나라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 잘 통합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는 다문화 가정용 교재,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한 교재, 근로자를 위한 교재, 3~8세 유아 방문 학습지 개발 등을 진행했습니다. 또 탈북동포들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여겨지는 외래어 이해 능력을 키우는 어휘 자료를 발간하여 탈북동포들에게 공급하고 있고요. 그리고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 아동의 국어 교육을 위해 지역 아동 센터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재를 개발하고 있고, 지도 선생님들을 파견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앞으로도 더욱 다양한 교재 개발과 공급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입니다.

 

한류 열풍의 영향도 있지만 한국어가 점차 세계인에게 많이 인식되고 또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세계인의 바른 국어 교육을 위해 힘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가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의 수요가 국내외에 많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한국어 교육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시급하고 필요한 것이 ‘한국어 표준 문법’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어디에서나 바르고, 또 동일한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리고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세계 곳곳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120여 곳에 자리하고 있는 세종학당에서 사용할 교재인 <세종한국어> 교재와 교사용 지침서를 개발해서 직접 공급하고 있습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은 무엇보다도 교사의 질이 중요합니다. 보다 정확하고 올바른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 연수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매년 외국에 있는 한국어 교육자들을 초청하여 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언어는 재미있고 흥미롭게 배워야 합니다. 세계인이 한국어를 즐겁게 배워 갈 수 있도록 다각화된 교육을 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국립국어원의 목표입니다.

미래의 국어   한국어가 우리에게는 단순한 모어이지만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보면 엄청난 국가 경쟁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한국어란 국가적 의미로 어떤 존재일까요?

전 세계에 6천여 개의 언어가 존재합니다. 한국어는 이 중 13위의 서열에 올라 있고, 남북한, 국외 동포까지 포함한다면 8천만이 넘는 인구가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엔에서도 세계 10대 실용 언어에 한국어를 포함시킬 만큼 우리 국어의 위상은 굉장히 높습니다. 국어는 국력과 비례합니다. 2011년과 2012년에 우리나라는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20-50클럽국민 소득 2만 달러 이상의 5천만 인구를 가진 국가에 세계 일곱 번째로 진입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진입한 일본1987년, 미국1988년, 프랑스•이탈리아1990년, 독일1991년, 영국1996년 등 여섯 나라에 비해 우리는 가장 적은 오천만 인구로 전쟁의 폐허를 딛고 압축 경제 성장을 달성한 점에서 우리가 얼마나 부지런한 민족인지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습니다. 경제적인 위상에 걸맞게 우리의 국어도 발전해야 합니다. 선진국에 걸맞게 품위 있는 한국어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격에 맞는 국어의 품격을 지녔는지, 각자의 언어생활은 어떠한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입니다.

그동안 <전문가의 말>에서 만나 뵈었던 전문가들이 최근 국립국어원의 연구 범위나 사업이 심화되고 확대되어 참 반갑고, 또 다행이라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국립국어원이 힘쓰는 국어의 보전과 발전이 결국 국어의 미래와 이어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국어 연구와 지원에 대한 정책에 대해 들려주세요.

사실 국어 연구라는 것이 지금까지는 어문 규범이나 문법 연구 정도에 머물러 있었으나, 최근 들어 국민의 국어 능력과 소통 능력을 키우는 것이 국제 사회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이와 관련된 사업과 연구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우선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표준 한국어 문법,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 교수법 개발, 한국어 능력 시험의 평가 등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습니다. 또 정보화 사회에 걸맞은 한글과 한국어의 발전을 위해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을 국어 정보화의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국내의 어문 관련 주요 학술단체들이 결성한 ‘한국어문학술단체연합회’를 통해 정책 제언과 민관 협력의 모범을 이루고자 합니다. 각 시도에 설치된 국어문화원을 통해 지역 밀착의 국어 능력 증진 사업도 지원하고 있고요. 다양한 분야에서 다각화된 연구와 사업 진행을 통해 우리말이 더욱 경쟁력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가는 우리 자부심의 원천이 되도록 국립국어원에서는 앞으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 나갈 예정입니다.

 

올해부터 한글날이 공휴일로 재지정되었습니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쉬는 날이 하루 늘어 반갑긴 하지만 사실 더 큰 의미가 있을 텐데요.

우리나라에는 5대 국경일이 있습니다.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그리고 한글날입니다. 한글날을 제외한 나머지 국경일은 모두 국가와 민족에 관련된 의미를 지니지만, 한글날은 인류 지혜의 산물로 세계적 학자들이 우수한 문자로 인정하는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문화 국경일’입니다. 《훈민정음》의 서문에는 우리말이 중국과 다르므로 우리 고유의 문자가 필요하다는 자주정신, 문자를 배우지 못해 고통을 겪는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애민 정신, 그리고 날마다 쓰기에 편하게 만든 실용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한민족의 문화 독립 선언서와도 같지요.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6천만의 인구로 그들의 언어와 문화를 선진화했듯 이제 우리 5천만 대한민국, 8천만 한민족이 한국어와 한글을 국제 언어, 국제 문자로 만들 꿈을 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한글날은 한국어와 한글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언어생활에서도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배려하며 공동선共同善을 추구하는 언어생활이 되도록 각자의 언어생활을 되돌아보는 날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한국어 가꾸기’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쉼표, 마침표.>에도 매달 활동 내용이 게재되고 있는데요. 우리의 한국어가 아름다워진다는 것, 우리의 삶과 미래와 어떤 연결 고리를 갖고 있을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답기를 원하죠. 외모도, 마음도요. 아름다운 마음이란 언어로 표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말을 아름답게 가꾼다는 것은 욕설을 삼가고, 곱고 바른 말을 쓰는 것일 텐데 이것은 국가에서 강요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고, 주변에서의 강압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죠. 사람은 살아가면서 욕구가 넘치고, 불만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갈등 관리가 잘 안 되다 보니 표현이 거칠어지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들을 서슴없이 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는 한 핏줄의 한민족 아닙니까.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국민적 성실과 책임을 다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한국어 가꾸기는 아름다운 한국인으로서의 심성을 가꾸는 것이고 국어 교양을 높이는 길입니다. 우리가 그렇게 변할 때 외국인들도 ‘한국어 참 배워 보고 싶다’, ‘한국에 살고 싶다’, ‘한국은 꿈의 나라다’라는 소망을 갖게 되어 국어의 품격도 저절로 높아질 것입니다. 문화융성이라는 국가 과제를 실천하는 데에 현실적으로 국어의 측면에서 손쉽게 실천하는 방법이 바로 ‘아름다운 한국어 가꾸기’입니다. 몇 세기 전 영국인들이 그런 꿈을 가졌고 또 이루어졌듯, 21세기가 한국어의 시대가 될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높은 꿈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은 1446년이지만 한글날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1926년부터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음력 9월 ‘훈민정음’이 반포되었다는 기사에 의거해 9월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29일, 양력으로 11월 4일에 기념식을 거행했고, 이날을 ‘가갸날’이라 불렀다. 그리고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면서 음력 9월 10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10월 9일을 한글날로 조정하고 1945년 광복 이후 공휴일로 지정하여 기념식을 거행하기 시작했다. 1991년 휴일이 많다는 이유로 공휴 국경일에서 제외된 한글날은 기념일로 강등되었으나 2005년 다시 국경일로 승격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2013년, 공휴 국경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글이 없었다면, 역사의 어느 틈새로 한글이 사라져 버렸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문자를 사용하고 있을까. 자음뿐인 통신 용어도, 감미로운 노래 가사도, 나라 안팎의 소식들도 모두 한글이 있기에 누릴 수 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자유로운 언어생활을 하기까지 한글을 만들고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기 위해 애쓴 선조들의 모든 순간에 감사하며 다시 공휴일로 맞이한 한글날을 조금 더 뜻 깊게 보낼 수 있길 바란다.

민현식 제9대 국립국어원장2012. 4.~현재.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졸업, 동 대학원 졸업. 강릉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를 지내고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국제한국어교육학회장, 한국어교육학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국어정서법연구〉, 〈국어문법연구〉 등 다수의 논저가 있다.   글_ 최민영 / 사진_ 김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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