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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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허집鏡虛集 총목차總目次 법어法語 011_0589_a_03L 011_0589_a_05L 法語 十一篇。 011_0589_a_06L 泥牛吼。一塵話。與藤菴和尙。答 011_0589_a_10L 序文 九篇。 011_0589_a_11L 梵魚寺…淸規。梵魚寺設禪社契誼 011_0589_a_16L 記文 五篇。 011_0589_a_17L 陜川郡…創建記。梵魚寺鷄鳴庵創 011_0589_a_20L 書簡 四篇。 011_0589_a_21L 上張上舍金石頭書。上慈庵居士書。 011_0589_a_23L 行狀 二篇。 011_0589_a_24L 瑞龍和尙行狀。取隱和尙行狀。 011_0589_a_25L 影賛 七篇。 011_0589_b_01L금우 화상 영찬錦雨和尙影贊 011_0589_b_01L 錦雨和尙影賛。茵峰和尙影賛。大 011_0589_b_05L 五言絕 三篇。 011_0589_b_06L 遊隱仙洞。題通度寺白蓮庵。偶吟 011_0589_b_08L 五言律 六篇。 011_0589_b_09L 題梵魚寺普濟樓。雲達山途中口號 011_0589_b_12L 七言絕 二十六篇。 011_0589_b_13L 海印寺九光樓。伽倻山紅流洞。與 011_0589_c_01L희천 두첩사에 앉아서(坐熙川頭疊寺) 011_0589_c_01L熙川頭疊寺二 011_0589_c_02L 七言律 九十七篇。 011_0589_c_03L 訪武屹寺。與諸益登九重山。上靑 011_0590_a_01L흥유촌에서 김유근에게 화답하다(興有村和金有根) 011_0590_a_01L駱胄與其弟駞胄。興有村和金有根。 011_0590_a_22L 四六言 一篇。 011_0590_a_23L 歌 六篇。 011_0590_a_24L 悟道歌。尋牛頌二 011_0590_a_26L 鏡虛集補遺。 011_0590_b_01L서序 011_0590_b_01L 序 一篇。 011_0590_b_02L 梵魚寺總攝芳啣錄序。 011_0590_b_03L 法語 三篇。 011_0590_b_04L 尋牛圖法門。與法子慧月。與法子 011_0590_b_06L 五言節 一篇。 011_0590_b_07L 震應講伯答頌。 011_0590_b_08L 五言律 二篇。 011_0590_b_09L 香閣。遠客。 011_0590_b_10L 七言絕 九篇。 011_0590_b_11L 高義。祖師一去。湖西客。依舊 011_0590_b_14L 七言律 十九篇。 011_0590_b_15L 大光明。漸修頓悟。追慕古師。滌 011_0590_b_21L 歌 三篇。 011_0590_b_22L 金剛山遊山歌。金剛山名句二 011_0590_b_24L 附錄 一篇。 011_0590_b_25L 鏡虛禪師追慕頌三 011_0590_c_01L 법어法語 진흙 소의 울음(泥牛吼) 대저 참선하는 이는 무엇보다 먼저 무상이 신속하고 생사의 일이 중대함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러므로 고인은 “오늘은 비록 살아 있더라도 내일은 보장하기 어렵다.” 하였으니, 단단히 생각하여 조금도 방일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일체 세간의 일에 조금도 마음을 두지 않아 아무 작위作爲함이 없이 마음이 고요해야만 된다. 만약 마음과 경계가 서로 부딪쳐 마치 불과 섶이 서로 만나는 것과 같은 상태로 세월만 보낸다면 이는 화두를 드는 공부에 방해될 뿐 아니라 캄캄한 무명의 업장이 더욱 증장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일에 무심하고 마음에 일이 없는 것이니, 이렇다면 마음의 지혜가 자연히 맑고 밝아질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마음을 따라 만들어지니, 선하면 천당에 태어나고 악하면 지옥이 나타나고, 사나우면 이리가 되고 어리석으면 지렁이가 되고, 가벼우면 나비가 되는 법이다. 그러므로 고인이 “단지 이 한 생각이 어긋남을 말미암아 온갖 형상들이 나타난다.” 하였으니, 마음을 비워 성성하고 순일하여 산란하지도 혼침하지도 않고 텅 비어 툭 틔어 있으면 다시 어느 곳에서 생사를 찾으며, 어느 곳에서 선악을 찾으며, 어느 곳에서 지범持犯을 찾으리오. 이 활발발活潑潑하고 또렷이 밝은 것은 정수리 위로부터 발 아래까지 사무쳐 태어남을 따라 생겨나지도 않고 죽음을 따라 없어지지도 않으며, 부처가 되지도 않고 조사가 되지도 않으며, 크기로는 온 우주를 감싸고 작기로는 가는 티끌 속에 들어가며, 게다가 부처도 되고 중생도 되며, 크지도 작지도 않고, 둥글지도 모나지도 않고, 밝지도 어둡지도 않아 자유자재로 융통하니, 철저히 이와 같을 뿐이요, 다시 조금도 억지로 그렇게 만드는 도리가 아니다. 이 현묘한 문을 참구하는 사람은 늘 반조하여 참구하는 데 힘써서 마음을 씀이 성성하고 정밀하여 간단間斷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참구함이 지극히 간절하여 더 이상 마음을 써서 참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갑자기 마음 길이 문득 끊어져 본명원신本命元辰2)을 밟으면, 이 본지풍광이 본래 스스로 갖춰져 있어 011_0590_c_03L 夫叅禪者。第一怕怖着無常迅速生 011_0591_a_01L원만하여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다. 이러한 시절에 이르러서는 눈에 응할 때에는 마치 백천 개의 일월이 시방을 비추는 것 같고, 귀에 응할 때에는 마치 바다에 풍랑이 일어 그 소리가 수미산을 진동하는 것과 같으니,3) 이는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도리는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무릇 참선하는 사람은 착실하게 이 도리를 알고 법식法式을 반조하여 분명하게 형용하는 것이 거칠지 않고 세심細審하여야 한다. 이렇게 마음을 써서 수행하여 수행하는 공력이 순숙純熟해지면 실상의 이치가 절로 나타나는 법이다. 태고太古 스님은 “들었다 하면 화살이 바위에 깊이 박히네.4)”라고 하였으며, 청허淸虛 스님은 “마치 모기가 쇠로 된 소에 올라타서 부리를 댈 수 없는 곳에서 몸까지 파고 들어가는 것과 같다.”5) 하였으니, 화두를 들고 참구하는 이들은 이 말씀들을 지남指南으로 삼아야 한다. 일상생활 중의 만행萬行을 말할 것 같으면 가슴속이 공명空明하여 한 물건도 없어 육근이 텅 빈 자는 이 너그러운 마음이 바로 보시이며, 이 맑고 깨끗한 마음이 바로 지계이며, 이 겸허하고 유연한 마음이 바로 인욕이며, 이 본래 밝음이 항상 드러나 어둡지 않은 것이 바로 정진이며, 이 밝고 고요함이 어지럽지 않은 것이 바로 선정이며, 이 밝고 고요함이 또렷하여 법을 간택하고 공을 관찰하는 것, 본래 스스로 우치愚癡하지 않은 것, 모든 법상法相을 분별하여 동요하지 않은 것 내지 세상 인연에 수순하여 장애가 없는 것이 바로 지혜이다. 그러므로 달마 대사가 “마음을 관찰하는 한 가지 법이 모든 수행을 통괄한다.” 하였으니, 단지 뿌리를 배양하는 데 힘쓸 뿐 가지가 무성하지 않음을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단지 견성하여 부처가 되는 것만 알 뿐 부처에게 신통 삼매가 없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개 참학하는 진정한 도인인 본색납자가 되지 못하여 불법에 있어 진리를 알지 못하고 도안道眼이 확실하지 못하여 모두 갈림길에서 양을 잃는6) 격이라 술 취한 듯 꿈꾸는 듯 일생을 보내니, 슬프다! 동산洞山 스님이 011_0591_a_01L足。圓陀陀地。無欠無剩。到恁麽時。應 011_0591_b_01L“가사 아래에서 사람 몸을 잃는 것이 고통이다.”라고 말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대저 길을 가는 사람이 만약 첫걸음이 바르지 못하면 천 리나 멀리 가도 한갓 헛걸음만 할 뿐이니, 애초에 가지 않는 편이 낫다. 그러므로 규봉 선사圭峯禪師는 “분명하게 이치를 깨닫고 응당 수행해야 함을 결단하고 간택한다.”7)라고 하였다. 대저 초가삼간을 짓고자 해도 대패, 먹줄, 도끼, 자귀, 자 등 연장이 없으면 짓지 못하거늘, 하물며 원각圓覺의 대가람을 짓는 사람이 만드는 이치를 따르지 않고 성공할 수 있겠는가? 작은 일을 하고자 할 때에도 잘못되어 성공하지 못할까 걱정하여 그 이치를 생각해 알려 하고, 알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묻고, 그래도 분명히 알지 못하면 다시 다른 지혜로운 사람에게 물어 기어코 잘못되지 않고 성공을 거두고자 한다. 그런데 현묘한 불도에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개 소홀히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자세히 길을 결택하여 공부하는 이는 보지 못하였다. 이와 같아서야 공부를 망치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아, 조심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대저 무상無常을 경계하고 대사大事를 깨달아 밝히고자 하는 이들은 급히 스승을 찾지 않으면 어떻게 바른 길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일진화一塵話 이 ‘◯’을 두고 이것이라고 한다면 머리 위에 머리를 얹는 격이요, 이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머리를 끊고 살고자 하는 격이니, 여기에 이르러 어떻게 생각으로 접근할 수 있겠는가. 고인이 “생각하고자 하나 생각할 수 없어 그 자리를 밟을 때 만 리 하늘에 구름이 없어 늘 드러나 있다.”8)라고 하였으니, 이 또한 쓸데없는 말일 뿐이다. 또 “비록 천 척의 높은 소나무는 있으나 바위틈에 솟아난 죽순은 없다.”9)라고 하였으니, 죽순이 있은들 무엇하리오. 또 “공겁空劫 이전은 호리병 속 풍월10)이요, 위음왕불威音王佛 이전은 눈에 가득 아름다운 풍광이다.”라고 한 것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앙산仰山 화상은 “깨달음은 없지 않지만 제이두第二頭11)에 떨어짐을 어이하리오.”라고 하였으니, 이는 반쯤만 말한 것이다. 011_0591_b_01L謂袈裟下失人身是苦者。此也。夫行道 011_0591_b_15L 011_0591_b_17L ○若道這箇是。頭上安頭。若道這箇不 011_0591_c_01L수 산주修山主는 “알면 매우 기특한 일이지만 알지 못해도 인정한다.”라고 하였으며, 대혜大慧 선사는 5백 길 꽃과 버들 우거진 거리요 2천, 3천 곳 풍악 울리는 누각이다.”라고 하였으니, 여기에 누가 주둥이를 댈 수 있겠는가. 주둥이를 댄다면 나에게 주둥이 댄 곳을 도로 가져다 보여 달라. 한 사람이 나와서 이르기를, “그 또한 귀를 막고 요령을 훔치고 몸은 숨겼으나 그림자는 드러난 것이다.”라고 하면, 즉시 “네가 어느 곳에서 이런 소식을 얻었는가?”라고 하리라. 일러 보라.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이 도리어 맞는 말인가? 또 지금 푸른 벼랑은 깎아지른 듯 솟았고 소나무 삼나무는 푸른빛으로 우거졌으며, 시냇물은 졸졸 흐르고 안개와 구름은 피어올랐다 갰다 하고, 온갖 새들은 지저귀며, 들판은 아득히 드넓고 바다에는 파도가 일며, 경물은 어지러이 펼쳐져 사철에 따라 모습이 바뀌니, 이 중에 또한 불법이 있는가? 경에서 “삼계가 오직 마음이다.” 하였고, 또 고인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달빛 비친 물가가 진심眞心을 나타내 보이고, 노란 국화와 푸른 대나무가 묘법妙法을 드러내 밝힌다.” 하였으며, 또 “분명하고 분명한 백초百草12) 위에 분명하고 분명한 조사祖師의 뜻이로다.” 하였으니, 일러 보라. 어느 것이 진심과 묘법을 드러내 밝힌 것이며, 어느 것이 조사의 뜻이며 불법인가? 만약 없다면, 불조佛祖가 어찌 거짓말로 사람을 속였으리오. 이미 사람을 속이지 않았다면 또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고인이 말하였다. 一不造二不休 일단 일에 손을 댔으면 끝까지 해야 하니13) 그러나 이 또한 호떡을 눌러 기름을 짜는 격이라 크게 수고로울 뿐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한 승려가 묻기를 “어떤 것이 변천하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하니, 고덕古德이 “해가 동쪽에서 떠서 밤에 서쪽에서 진다.” 하였다. 또 한 승려가 앞의 질문을 하니, 고덕이 손으로 물이 흘러가는 시늉을 하였다. 그 두 승려가 모두 깨달았다. 일러 보아라. 무엇을 깨달았는가? 그 또한 단 복숭아와 감은 먹지 않고 산을 돌아다니며 신 배를 따는 격이니, 허물이 적지 않고 낭자狼藉14)가 적지 않도다. 그렇다면 필경 어떻게 해야 분명히 알겠는가. 우선 아래의 주각注脚을 들어 보라. 011_0591_c_01L一半了也。修山主云。會得甚奇特。不 011_0592_a_01L헛기침을 한 번 하고 이르노라. “조상이 똑똑하지 못하여 앙화가 자손에게 미치도다. 30년 뒤에 잘못 들어 말하지 말라. 쯧쯧.” 등암 화상에게 주다(與藤菴和尙) 부처님이 일대장교一代藏敎를 설하시어 오계와 십선법으로 인천에 태어나게 하였고, 고집멸도의 사제법으로 아라한과를 증득하게 하였으며, 무명과 행行 등 십이인연법으로 연각과 벽지불을 증득하게 하였고, 사홍서원과 육바라밀법으로 보살도를 행하게 하였습니다. 권교보살權敎菩薩15)은 아승지겁을 거치면서 사홍서원과 육바라밀을 행하여 과위果位가 십신·십주·십행·십회향을 지났어도 아직 묘도妙道를 알지 못하여 유위법을 보면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고, 무위법을 들으면 알지 못해 망연자실합니다. 그리하여 부처의 지견을 얻으려는 마음은 늘 끊어지지 않지만 번뇌의 습기는 그 뿌리를 다 제거하지 못하여 부처님의 계율과 가르침에 의지하여 늘 억눌러 조복 받으니, 비유하자면 주술을 잘하는 사람이 주술의 힘으로 맹수와 독사를 막아서 독을 품거나 물어뜯지 못하게 하지만 사람을 해치는 독을 아주 제거하지는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불법 중에는 의심이 끊어지지 않아 마치 한 물건이 가슴에 걸려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할 때 만약 참 선지식을 찾아가서 묘도妙道를 깨달으면 곧바로 십지十地의 과위果位에 오르고, 참 선지식을 찾지 않아 묘도를 깨닫지 못하면 끝내 퇴타退墮하고 맙니다. 보조 국사가 “무릇 참학하는 사람은 처음 출발할 때 먼저 정인正因을 심어야 하니, 오계·십선·사제·십이인연·육바라밀 등의 법은 정인이 아님을 믿고, 자기 마음이 부처임을 믿어서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면 3아승지겁이 공하게 된다. 이와 같이 믿는 것이 바로 정인이다.”라고 한 것이 이를 두고 말한 것입니다. 후세로 내려와 성인의 시대와 멀어지면서 사우師友의 연원淵源이 이미 끊어져 011_0592_a_01L脚。噓一噓云。祖稱 [3] 不了。殃及子孫。三 011_0592_a_03L 011_0592_a_05L 佛說一代藏敎。以五戒十善法。使之生 011_0592_b_01L무릇 수행하는 이들은 대개 권교權敎·반교半敎의 설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여 익히는 것은 오계와 십선에 그칠 뿐 사제와 십이인연 등의 법조차 수행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발심수행에 나아가는 정인에 있어서 이겠습니까. 반半이란 무엇인가? 도가 지극한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에 그친 경우를 말합니다. 권權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을 잡아끌어서 건져 주는16) 경우를 말합니다. 권교니 반교니 하는 것이, 항상하고 실다우며 원만하고 궁극적인 가르침이 못 된다는 것은 굳이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도 알 것입니다. 수 선사壽禪師는 “대도大道를 구하는 이를 위하여 일승一乘의 묘지妙旨를 설하고, 소행小行을 구하는 이를 위하여 육행六行의 권문權門을 설하였다.”라고 하였으니, 육도六度 등의 법도 권교를 면치 못하는데, 하물며 그 나머지 오계·십선·사제·십이인연 등이야 말할 나위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방편의 힘으로 염불법을 설하여 중생을 인도하시니, 그 뜻이 매우 오묘하기에 사람들이 모두 알지 못하여 심력만 허비하고 효과는 없습니다. 예컨대 『아미타경』에서 크게 정토의 장엄을 설하고, 심지어 왕생법을 설하면서 하루, 이틀 내지 이레 동안 일심으로 염불하여 일심불란하면 이 사람은 왕생한다고 하였습니다. 『십육관경十六觀經』에서는 관상성취법觀像成就法이 있어 마음을 한 곳에 묶어 두도록 하여 부처님의 형상을 관觀하는 것이 오랫동안 명료하면 삼매를 성취한다고 하였습니다. 『무량수경』에서는 세 부류17)가 왕생함에 모두 먼저 보리심을 일으키라고 설하셨는데, 보리란 무엇인가? 바로 중생의 일상생활 중에 신령하게 아는 성품입니다. 만약 이 신령하게 아는 성품을 개발하여 관상삼매觀像三昧를 성취하거나 일심불란을 성취한다면 어찌 왕생하지 못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규봉 선사圭峯禪師는 “염불하여 정토에 나는 경우에도 십육관선十六觀禪18)·염불삼매念佛三昧·반주삼매般舟三昧19)를 닦아야 한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줄곧 산란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잡고만 있으면 곧 극락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신구역新舊譯 경론에 모두 “십지十地 이상의 보살도 보신불報身佛의 정토를 일부만 본다.”라고 하였으니, 011_0592_b_01L源已絕。凡叅修行者。擧槩迷封滯殼於 011_0592_c_01L미타정토가 어찌 보신불의 정토가 아니리오. 십지 보살도 오히려 완전한 정토를 보지 못하거늘 어떻게 구박범부具縛凡夫20)가 산란한 마음으로 한갓 부처님의 명호만 외워서 극락정토에 왕생할 수 있으리오. 만약 산란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명호만 외워도 극락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면, 무엇하러 굳이 고생스레 수행하여 일심불란과 십육삼매十六三昧를 얻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미 부처님 말씀에 어긋났는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옛날에 자력은 나무를 심어 배를 만드는 것으로 비유하고, 타력은 배를 빌려 타고서 바다를 건너는 것으로 비유하여 한쪽은 더디고 한쪽은 빠르며, 한쪽은 어렵고 한쪽은 쉬워 공효가 다르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권화勸化21)의 방편입니다. 그러나 그 변설이 잘못되어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 후생을 크게 그르치고 있으니, 여기서 시비를 가려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래 뿌리 없는 나무가 있는데 굳이 심을 필요가 있으며, 본래 밑 없는 배가 있는데 굳이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까. 대천세계를 두루 덮고 인천을 널리 구제하여 그 도와 그 작용이 조금도 부족한 적이 없건만 어지럼증이 가라앉지 않고 흐릿한 꿈을 깨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인명론因明論22)에는 동유同喩와 이유異喩23)가 있으니, 불성이 허공과 같다는 것은 동유이고, 군대나 숲과 같다는 것은 이유이지 동유가 아닙니다. 만약 동유에 배대配對한다면 자기의 재물을 써서 굶주림과 고생을 구제하는 것은 자력이고, 남의 집에 가서 자기를 구제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타력입니다. 이와 같은 비유는 법에 맞아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경에 “자기 옷 속의 보배 구슬을 알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며 걸식한다.”24)라고 했으니, 이를 두고 말한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쪽이 어렵고 어느 쪽이 쉬우며, 어느 쪽이 더디고 어느 쪽이 빠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절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하루도 일심불란하고 이틀도 일심불란하다면 굳이 이레까지 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만약 하나의 관觀이 또렷하여 오랫동안 명료하면 십육관十六觀도 모두 또렷하여 오랫동안 명료할 터이니,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도 이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만약 이와 같은 온전한 공부를 참선하는 조사의 문중에 적용하여 수행한다면 누군들 견성성불하지 않겠습니까. 011_0592_c_01L薩分見報佛淨土。彌陀淨土。豈非報 011_0593_a_01L간화문 중에서는 성적등지惺寂等持25)하면 반드시 견성할 수 있다고 하며, 염불문 중에서는 일심불란하면 결정코 극락정토에 왕생한다고 하니, 일심불란이 어찌 성적등지가 아니겠습니까. 만약 일심불란을 타력이라 한다면 성적등지가 어찌 타력이 아니겠습니까. 만약 성적등지를 자력이라 한다면 일심불란이 어찌 자력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일심불란과 성적등지는 과연 어느 것이 더디고 어느 것이 빠르며, 어느 것이 어렵고 어느 것이 쉽겠습니까. 십지 이상의 보살도 오히려 정토를 온전히 보지 못하는데, 구박범부로서 정토에 왕생할 수 있는 것은 그 공력이 오로지 일심불란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일심불란하지 않다면 어떻게 정토에 왕생할 수 있겠습니까. 대저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곧고, 소리가 크면 메아리도 큰 법이니, 착한 마음은 인천에 태어나고, 악한 마음은 지옥에 들어가며, 청정하여 어지럽지 않은 마음으로 깨끗한 불국토에 왕생하는 것은 필연의 이치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형체는 굽은데 그림자는 곧고, 소리는 작은데 메아리는 큰 경우가 어찌 있겠습니까. 뿌리를 북돋우지 않고 가지가 무성하기를 바라며, 터전을 단단히 다지지 않고 누대가 기울지 않기를 바라는 이는 어리석지 않으면 미혹한 사람일 것입니다. 청허淸虛 화상도 자력·타력의 설로 정토왕생을 매우 권면했으나 청허 화상의 글에 산란한 마음으로 정토에 왕생한다는 대목은 보지 못했습니다. 경에 “부처님이 고해에 빠져 헤매는 중생을 보는 것은, 자애로운 어머니가 물과 불 속에 들어가는 어린아이를 보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부처님이 자기 명호를 부르는 이는 구제하고, 자기 명호를 부르지 않는 이는 구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찌 말이 되겠습니까. 자력은 나무를 심어 배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경우이고, 타력은 남의 배를 빌려 타는 것과 같은 경우라는 사소한 비유로 얼마나 많은 수행인의 목숨을 그르쳤습니까. 애석한 일입니다. 근래에 보면 수행인들 중에 진정한 사우師友를 찾아서 도안道眼을 결택하지 못하고, 오로지 타력으로 왕생한다는 설만 믿고 줄곧 부처님 명호만 외워서 부처님이 구제해 주기를 바라다가 011_0593_a_01L性成佛。看話門中。說惺寂等持。必能 011_0593_b_01L공부가 지극한 데 이르면 모두 마구니의 손아귀에 들어가기 마련이니, 나도 보고 들었는데 그 수가 매우 많습니다. 대저 발심수행해서 마구니에게 잘못 떨어지니, 슬픕니다! 조사가 “염念이란 생각하여 잊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또 “염불하되 만약 부처님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염불은 참된 염불이 아니다.”라고 하였고, 또 “자기 마음을 반조返照하여 어둡지 않게 하는 것이 바른 수행이다.”라고 하였고, 또 “참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보다 낫다. 내가 만약 너를 속인다면 장차 십팔지옥十八地獄에 떨어질 것이고, 네가 만약 나를 믿지 않는다면 세세생생 범과 이리에게 잡아먹힐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이와 같은 말들이 어찌 거짓말이겠습니까. 달마 대사가 중국 땅에 들어가 최상승법을 폈는데, 경을 읽고 염불하고 주문을 외고 예배하는 것을 논하지 않았으며, 장좌불와니 일종식一種食이니도 논하지 않았으며, 선정과 해탈도 논하지 않았으며, 지계니 파계니 승속이니 남녀니도 논하지 않았으며, 자기 성품을 보면 곧 성불한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만약 경을 읽는 등 여타의 법을 망령되이 불법이라 한다면, 그런 사람은 죽여도 죄가 없을 것입니다. 또 “전다라栴多羅26)가 견성성불함에 살생업을 지은 것을 따지지 않으니, 비록 업을 짓더라도 다른 사람과 달라서 업이 그를 구속하지 못하며, 속인이 견성성불함에 음욕이 있는 것을 따지지 않으니, 비록 남은 습기가 있더라도 문제되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홍주洪州는 “선도 이 마음이니 마음을 가지고 도로 마음을 닦을 수 없고, 악도 이 마음이니 마음을 가지고 도로 마음을 끊을 수 없다.”27)라고 하였으며, 우두 선사牛頭禪師는 “마음에 다른 마음이 없으니 탐심과 음욕을 끊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선지식의 목우행牧牛行28)에 81가지가 있으니, 불행佛行·범행梵行으로부터 심지어 살생·도둑질·음행·음주 등도 있으나 도안道眼이 명백하면 아무런 구애될 게 없습니다. 그러므로 위산 선사潙山禪師는 “다만 안목이 바름만 귀하게 여기고 행리行履는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법문은 삼승을 멀리 벗어났으니, 범범하게 배우는 사람은 실로 생각으로 헤아려 알 수 없습니다. 옛날에 소승의 계율을 익힌 이들은 모두 선사를 비방했으나 이는 버마재비가 수레바퀴를 막고29) 메추리가 붕새를 비웃는30) 격이니, 제쳐 두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011_0593_b_01L若到功極。皆被魔攝。余亦見聞證過。 011_0593_c_01L 게다가 계에는 대승계·소승계가 있고, 이계理戒·사계事戒가 있고, 작계作戒·무작계無作戒31)가 있으니, 처음 원심圓心32)을 발하여 스승에게 듣고 받은 계를 작계라 하고, 법을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과거와 미래가 끊어져 마음이 실상實相에 머무는 것을 무작계라 합니다. 그리고 십중바라이十重波羅夷와 사십팔경구四十八輕垢를 사계라 하니, 바로 『범망경』입니다. 탐욕이 곧 대도요, 진嗔·에恚도 마찬가지라, 이와 같은 삼독심 중에 일체의 불성이 갖춰져 있다 하여 제법에 계를 지킴과 범함이 둘이 아닌 것을 이계라고 널리 설하였으니, 곧 『제법무행경諸法無行經』입니다. 예컨대 보살계의 서문에서 “대승은 중생을 구제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을 생각하니, 사상事相에 국집하는 소승과는 같지 않습니다. 예컨대 말리 부인末利夫人은 오직 술을 계로 삼았고, 선예대왕仙豫大王은 오직 이익과 자비로운 행실,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을 계로 삼았으니, 어찌 법계에 억지로 강역疆域을 나누리오.”라고 하였습니다. 『담무참보살계본曇無讖菩薩戒本』에서 “대략 보살계를 잃는 두 가지 경우가 있으니, 첫째는 보살의 서원을 버리는 것이요, 둘째는 증상악심增上惡心입니다. 증상악심이란 사람과 법이 둘 다 공하다고 함부로 말하는 것과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서 얻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경우 외에는 이 몸을 버릴지라도 계는 끝내 잃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것들이 대승계입니다. 예컨대 “비구가 나무나 돌에 눌렸을 경우, 만약 나무를 꺾거나 흙을 파고서 벗어나와 몸이 죽는 것을 면하면, 이는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와 같은 것들은 모두 소승계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소승계의 조분條分이 어떠하고 대승계의 개차開遮가 어떠한지 알지 못하며, 설령 작계와 사계가 있는 줄 알더라도 무작계와 이계가 있는 줄은 알지 못하고서 한갓 부질없는 껍데기만 숭상하면서 “불계佛戒를 지킨다.”라고 하니, 역시 제쳐 두고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달마 대사는 “마음을 관觀하는 한 가지 법이 모든 수행을 총섭한다.”라고 하였고, 고덕古德은 “심지心地가 비고 툭 틔어 막힘이 없는 것이 보시이며, 심지가 청정하여 비루함이 없는 것이 지계이며, 심지가 담박하여 시비가 없는 것이 인욕이며, 011_0593_c_01L莫論。且戒有大小。有理與事。有作與 011_0594_a_01L오묘하고 고요한 이치를 간단없이 비추어 보는 것이 정진이며, 확연하여 고요함도 시끄러움도 없는 것이 선정이며, 사무치게 밝아 똑똑함도 어리석음도 없는 것이 지혜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또 고인이 “한 법도 옳다고 정하지 않으며 한 법도 그르다고 정하지 않나니, 거짓을 배척하고 참됨을 도모하며 이것을 버리고 저것을 취하는 것은 모두 스스로 자기를 속박하는 것이다. 만약 대도를 깨달은 사람이라면 한 법의 옳음도 보지 않는데, 어찌 한 법의 그름이 있으리오.”라고 하였습니다. 달마 대사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규역規域이라 하며, 대소승의 기본 내용을 규역이라 하며, 생사와 열반을 규역이라 하나니, 범부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성문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보살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내지 부처님의 마음조차 일으키지 않아야 비로소 규역을 벗어났다고 한다.”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이 죄를 범하여 지옥에 떨어졌더라도 자기의 법왕을 보면 곧 해탈한다.” 하였고, 또 “깨달음은 한순간에 있으니, 어찌 백발이 되도록 공부할 필요가 있으랴.” 하였습니다. 육조 대사는 “앞 생각(前念)이 미혹하면 중생이요, 뒷 생각(後念)이 깨달으면 부처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고인이 “용이 뼈를 바꿈에 그 비늘은 바꾸지 않는 것과 같으니, 범부가 마음을 돌이켜 부처가 됨에 그 얼굴은 바꾸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법문은 가장 존귀하여 백천 가지 삼매와 한량없는 묘의妙義가 그 사람의 한 생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고인이 “이 일승법은 듣고 믿지 않더라도 오히려 성불할 종자를 심는 인연을 맺으며, 배워서 이루지 못하더라도 오히려 인천人天의 복을 덮는다.” 하였으니, 하물며 들어서 믿고 배워서 이루는 자야 말할 나위 있으리오. 어찌 수행에 뜻을 둔 이가 이를 버리고 달리 찾으리오. 만약 참구하는 수행문修行門을 말한다면, 예컨대 “한 스님이 조주趙州에게 묻기를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자, 조주가 ‘없다’ 하였으니, 꿈틀거리는 생명들은 모두 불성이 있거늘 조주는 어찌하여 없다고 했는가?”라는 화두를, 옷 입고 밥 먹고 대소변을 보고 어른을 시봉하고 아랫사람을 가르치고 책을 보고 손님을 접대할 때 내지 행주좌와의 모든 때에 회광반조하여 거각擧覺하고 거각하며 011_0594_a_01L非。便是忍辱。妙寂之理。照無間斷。便 011_0594_b_01L의심하고 의심하며 관찰하고 관찰하며 연마하고 연마하되, 세간의 잡된 일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돌이켜 없다는 ‘무無’ 자 위에 두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공부를 하여 날이 가고 달이 가면 자연히 계오契悟할 것입니다. 이는 배고픈 사람이 한 숟가락 밥을 먹고 단번에 배가 부를 수 없으며, 글을 배우는 사람이 한 권의 종이에 쓰고 글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견실한 마음을 갖추어 시종 변치 않으면 도를 쉽게 이룰 것입니다. 고인이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한다.” 한 것은 심안心眼이 움직이지 않음을 뜻하고, “닭이 알을 품듯이 한다.” 한 것은 따뜻한 기운이 지속함을 뜻합니다. 화두를 들 때에는 마치 물길을 거슬러 돛단배를 젓는 것과 같아서, 때로는 냉담하여 아무 재미가 없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속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니, 단지 화두만 거각하는 것이 묘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을 모아서 화두를 들되, 너무 급하지도 않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으며, 성성적적惺惺寂寂하고 매우 면밀해야 합니다. 숨은 평상시와 같이 쉬고, 음식은 적당히 먹으며, 눈은 정채精彩를 띠고, 등뼈는 꼿꼿이 세워야 합니다. 사람의 한평생은 준마가 틈 사이를 달려 지나는 것처럼 빨리 지나가고,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덧없고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급하니, 온갖 계책을 다 써서 고생해도 결국에는 한 무더기 해골이 될 뿐입니다. 이 무상이 신속하고 생사의 일이 큼을 생각하여 마치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급급히 서둘러야 합니다. 태어날 때에는 온 곳을 알지 못하고, 죽을 때에는 갈 곳을 알지 못한 채 업식이 아득하고 심기가 어지러워 마치 땔나무에 불이 붙어 마구 타오르듯이 사생육취四生六趣가 가슴속에서 잉태되니, 어찌 두렵지 않으리오. 만약 진정한 참학參學이 있지 않다면 어떻게 생사의 업력을 대적하겠습니까. 이와 같이 분명하게 생각하면 공부를 허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상에서 열거해 말한 내용들은 모두 불조의 진실한 밝은 가르침이니 감히 한마디 언구도 속이지 않습니다. 지난날 분부한 말씀을 감히 저버릴 수 없어 이제 어리석은 충심으로 이 글을 써서 드립니다. 그렇지만 나는 나태한 까닭에 단지 마음속 생각을 말했을 뿐 글을 다듬는 데 힘쓰지는 않았습니다. 할 말은 끝이 없지만 개략은 이상과 같습니다. 011_0594_b_01L疑來疑去。察而復觀。磨而復硏。將思 011_0594_c_01L 대답한 법문(答話) “『선요禪要』에서 ‘어떠한 것이 진실로 참구하고 진실로 깨달은 소식입니까?’ 하니, ‘남쪽 산에 구름이 일고 북쪽 산에 비가 온다’ 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도리입니까?” “비유하면 자벌레가 한 자를 갈 때 한 번 구르는 것과 같다.” “고인이 ‘어떻게 견성합니까?’ 하자, ‘허공이 말할 때를 기다려라’ 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이치입니까?” “내가 귀 먹었을까 걱정하느냐? 도리어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목소리를 더 낮추어라.” “모르겠습니다.” 이에 당부하기를, “이제부터는 날마다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하여 다시 소리를 높여서 한 번 묻고 소리를 낮추어 한 번 묻고 가만히 서서 들어 보면 절로 한 곳에서 말해 주는 자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자기의 안신입명安身立命하는 곳과 불조의 안신입명하는 곳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세 번 말해 보라.” 세 번 말하고 나자, “이미 답했다. 알겠는가?”라고 하니, “모르겠습니다.” “이 질문을 하기 이전은 어떠했는가?” “모르겠습니다.” “세 번 말을 마친 뒤에 도리어 하나도 없고, 묻기 이전에 안신입명하는 곳을 갖추고 있다. 비록 이러하나 다시 30년 뒤를 기다려야 한다.” “고인이 ‘어떤 것이 부처님의 경계인가?’ 하자, ‘허공이 잠에서 깨어 유정有情·무정無情을 다 씹어 삼켜 더 이상 씹어 먹을 게 없어 배가 고파서 사방으로 달려간다’ 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이치입니까?” “급히 항마진언을 외라.” 항마진언을 한 번 외니, “만약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앙화殃禍가 생긴다.” 하고, 무어라 대답하려 하자, 등긁개33)로 때리며 이르기를, “무슨 소견을 일으키느냐?” 하였다. 법계당에게 보이다(示法界堂) 동산洞山 화상이 「자계自誡」에서 일렀다. 不求名利不求榮 명리를 구하지도 영화를 구하지도 않고 011_0594_c_02L 擧禪要云。如何是實叅實悟之消息。云 011_0594_c_05L 問。古云。如何得見性去。待虛空能言時。 011_0594_c_11L 問。自己安身立命處。佛祖安身立命處 011_0594_c_22L 011_0594_c_24L 洞山和尙自誡云。不求名利不求榮。秪 011_0595_a_01L秪麽隨緣度此生 그럭저럭 인연 따라서 평생을 살아가노라. 이 몇 마디 말은 또한 출가한 사람들이 날마다 경각警覺하고 때때로 경책하는 도리라, 응당 익숙히 읽고 음미해 왔을 터이다. 무상無常이 신속하고 생사의 일이 큼을 늘 생각하여 눈을 떴을 때도 급하고 절실히 공부하고, 눈을 감았을 때에도 급하고 절실히 공부하며, 행주좌와 모든 때 모든 곳에서 급하고 절실히 공부해야 하니, 이와 같이 공부한다면 어느 겨를에 허다한 잡념이 침범해 마음을 어지럽힐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고덕이 “설령 열반보다 나은 어떤 법이 있더라도 나에게는 꿈과 허깨비 같다.” 하였거늘, 하물며 세간의 허망하고 진실하지 못한 법 따위에 다시 무슨 마음으로 간여하리오. 쌍림雙林 부대사傅大士가 말하였다. 夜夜抱佛眠 밤마다 부처를 안고서 자고 이 몇 구절 또한 출가한 사람들이 날마다 조고照顧하고 때때로 참구하는 면목面目이니, 자세히 생각하고 환히 알아야 한다. ‘내 몸뚱이에 감춰져 있는 한량없는 값어치의 보배를 알지 못하여 이 때문에 오랜 겁을 지나도록 부질없이 신고를 겪어 왔는데, 금생도 그냥 지나쳐 버린다면 어느 생에 다시 견문이 맑아질 수 있으리오’라고 생각하여 불법을 만난 것이 다행스럽다는 마음과 용맹스럽게 정진하겠다는 뜻을 일으켜서 고인의 가르침을 따라 노력하여 수행해야 한다. 참선을 하거나 염불을 하거나 주문을 외거나 내지 육바라밀 법문에 대해서도 절대로 여러 가지 도리로 나누지 말고, 응당 회광반조廻光返照하여 마음의 근원을 비추어 보는 데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요함과 맑음(靜淨) 두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하니, 011_0595_a_01L麽隨緣度此生。三寸氣消誰是主。百年 011_0595_b_01L맑음이 보리이고 고요함이 열반이다. 그러나 투철히 요득한 뒤에는 어찌 이 두 가지 명칭으로 나누고 열반을 절목節目으로 삼으리오. 그러므로 “마음을 사무치게 비추어 보면 본체가 의지할 데가 없으니, 온몸이 그대로 대도大道와 합한다.” 하였다. 그렇다면 만행萬行은 비록 불자가 평상시 수행할 바이지만 지혜로 자기 본성을 비추어 보는 공부가 없어서는 안 되니, 이른바 “만행을 다 수행하되 오직 무념無念을 으뜸으로 삼는다.”라는 것이 이를 두고 말한 것이다. 앞의 다섯 바라밀34) 수행은 지혜의 공력이 없으면, 비유컨대 눈을 잃은 사람이 험한 길을 가는 것과 같으니, 어찌 그 근본은 이와 같은데 그 지말은 저와 같은 경우가 있으리오. 게다가 선과 악, 보리와 생사도 결코 둘이 아니며, 과거·미래·현재도 결코 둘이 아니며, 시방세계와 하나의 털끝도 결코 둘이 아니다. 그러나 제법諸法은 그렇다고 하여 하나도 아니니, 하나다 둘이다를 누가 이름 붙일 수 있으며, 이름 붙이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여기는 도리어 천비산天庇山 중암中庵 아래다.천비산 중암은 충청남도 대전군大田郡 산내면山內面 묘각사妙覺寺에 있다. 대저 불법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무겁고 큰 돌과 나무를 운반하거나 글과 무술을 배우는 것처럼 실로 마음을 일으키고 힘을 써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경천동지할 특별한 작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망상이 본래 없음을 비추어 요달了達하면, 성품의 본체가 밝고 맑으며 안락하고, 아무런 작위作爲가 없어 가볍고 무거움도 없고, 모자라고 남음도 없으며, 가고 옴도 없고, 살고 죽음도 없다. 대개 으레 이와 같을 뿐이니, 깨달은 이는 이와 같고, 미혹한 이는 이와 같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응당 이렇게 공부하고 이렇게 보임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란 것인들 어찌 있으리오. 대저 공부함에 있어 어찌 허다한 명상名相을 펼쳐 놓은 뒤에 착수한다 하리오. 단지 이것이다. “감히 묻습니다. 단지 이것이란 무슨 뜻입니까?” “산하대지와 명암明暗·색공色空이다.” “이미 명상입니다.” 011_0595_b_01L靜淨二字。淨是菩提。靜是湼槃也。然 011_0595_c_01L “네가 무엇을 가지고 명상이라 하느냐?” “지금 생각이 일어나고 생각이 사라져 삶과 죽음이 서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제거하겠습니까?” “네가 무엇을 가지고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진다고 하느냐?” “그렇다면 없습니다.” “나에게 말을 돌려 다오.” 대저 출가한 사람은 먼저 그 안목을 바로잡아야 하니, 안목이 바르면 누가 감히 불법과 세제世諦의 부질없는 말을 가지고 도리라 하리오. 그렇다고 해서 그저 깎아지른 벼랑처럼 높기만 한 것은 아니니, 푸른 대나무와 노란 국화, 꾀꼬리 노래와 제비 지저귀는 소리이다. “감히 묻습니다. 현재 불성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크게 웃으며 일어나리라. 이 편지는 내용이 얼마 안 되지만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되니, 응당 세밀히 참구하여 기어코 분명히 요달了達해야 한다. 이미 부탁을 받은 터라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기에 이제 몇 마디 말을 써 주노니, 비록 수만 권의 글을 쓰더라도 기실 강령綱領은 이것에 지나지 않는다. 부디 사소한 글을 보냈다 꾸지람을 하지 말기 바란다. 사족蛇足을 달아 달라고 부탁했기에 사족을 달았노라. 승화 상인에게 주다(贈承華上人) 대저 사람이 한 세상을 살면서 젊던 얼굴이 쉬지 않고 변천해 가니, 달리는 말과 같다느니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다느니 서쪽으로 지는 햇빛과 같다느니 하는 말들은 무상이 신속함을 말한 것이며, 똥 무더기 같다느니 꿈속 같다느니 원수와 같다느니 독사와 같다느니 하는 말들은 허망하여 좋은 일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공자는 “나는 말이 없고 싶다.”35)라고 하였고, 또 “오로지 주장함도 없고 오로지 부정함도 없다.”36)라고 하였으며, 장자莊子는 “현주玄珠를 잃었는데 망상罔象이 찾았다.”37)라고 하였고, 또 “천지는 하나의 손가락이고 만물은 하나의 말이다.”38)라고 하였는데, 하물며 우리 불법을 배우는 사문이야 말할 나위 있겠는가. 응당 본래 마음을 궁구해서 정밀히 연마하여 명묘明妙해져야 한다. 그렇게 하면 백천 가지 삼매와 한량없는 묘의妙義가 구하지 않아도 절로 얻어질 것이니, 모든 불조佛祖가 어찌 특이한 사람이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성인의 시대와 멀어져 출가한 사람들이 자기의 체제는 알지 못하고 그럭저럭 한가로이 지내다 일생을 보내고 만다. 그리하여 우리 부처님의 정법안장이 매몰되어 밝혀지지 못하고, 오로지 허위와 사악의 습성이 들었으며, 심한 자는 도리어 불법을 비방하니, 슬프다! 말을 할 수조차 없구나. 육조 대사는 “앞 생각이 미혹하면 중생이요, 뒷 생각이 깨달으면 부처다.” 하였고, 위산 선사潙山禪師는 011_0595_c_01L也。答。爾喚甚麽作名相。問。現今念起念 011_0595_c_09L 011_0595_c_11L 夫人生一世也。壯色不停。如奔馬。如 011_0596_a_01L“생각하되 생각함이 없는 묘妙로 신령한 광염光焰의 무궁함을 돌이켜 생각하여, 생각이 다하여 근원으로 돌아가면 성性·상相이 항상 머물고 사事·리理가 둘이 아니라 참 부처가 여여如如하리라.” 하였다. 그 빛을 얻으면 하루아침에 제불과 같아지고, 그 빛을 잃으면 만겁토록 생사를 따르고 말 것이다. 용이 뼈를 바꿀 때 비늘은 바꾸지 않듯이 범부가 마음을 돌이켜 부처가 됨에 그 얼굴은 바꾸지 않는 법이니, 무명의 참 성품이 곧 불성이요, 허깨비처럼 덧없는 이 육신이 곧 법신이다. 이 도리는 너무 가까이 있으니 눈을 뜨면 곧 보고, 눈을 감은 곳에서도 그대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바로 너이다.” 이러한 명백한 가르침들은 이루 다 인용할 수도 없거니와 모두 범부를 고쳐 성인을 만드는 직절直截한 도리이다. 고인들이 이와 같이 노파심으로 고구정녕하고 간절히 말했으니, 이러한 가르침들을 외워서 학습하고 돌이켜 궁구하며 선각들을 두루 찾아가 물어서 분명히 결택決擇하여 도를 깨닫겠다고 생각하여 자세히 탁마한다면, 그 누군들 도를 이룰 수 없으리오. 현우賢愚, 귀천, 노소,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슬프다! 머리를 깎고 먹물 옷을 입었으니, 응당 무슨 일을 해야 하겠는가. 눈이 색色에 끌려가면 아귀가 되고, 귀가 소리를 따르면 아비지옥에 들어간다. 그런데 색과 소리라는 짐주鴆酒39)에 취하고, 수受와 상想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정신이 흐려서 깨닫지 못하고 오늘도 이와 같이 보내고 내일도 이와 같이 보내다가, 납월 30일(죽음)에 이르면 머리가 찢어질 듯 아프고, 오장이 칼로 저미는 듯 아프고, 손발을 잡아 뽑는 것과 같아 마치 끓는 물속에 떨어진 게처럼 발버둥도 칠 수 없고,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는 거북처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정신이 혼미하여 천당에 올라가는지 지옥에 들어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아아 안타까운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도를 깨달은 옛날의 현인들은 임종할 때 앉아서 죽고 서서 죽어 마치 사람이 방문을 열고 밖에 나가는 것처럼 쉬웠다. 계 선사戒禪師는 지팡이에 기댄 채 입적했고, 불인 장로佛印長老는 한 번 웃고 입적했으며, 어떤 이는 밥을 먹다가 수저를 멈추고는 입적했고, 어떤 이는 한쪽 발을 드리운 채 입적했고, 어떤 이는 거꾸로 선 채 입적했고, 어떤 이는 몇 자 높이로 허공에 뜬 채 입적했으니, 이는 모두 자기 본성을 돌이켜 궁구하여 정定과 혜慧를 온전히 갖춘 결과이다. 011_0596_a_01L以思無思之妙。返思靈燄之無窮。思盡 011_0596_b_01L 슬프다! 고인인들 어찌 지금 사람들과 다르리오. 동산洞山 화상이 “가사 아래에서 사람 몸을 잃는 것이 고통이다.” 하였으니, 잠계箴戒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네 번 ‘슬프다’라고 한 데에서 감회와 한이 바다처럼 크고 많건만 누가 알리오. 이 글을 써서 승화 상인承華上人에게 주노라. 말쟁이 고개에서 나무꾼 아이들과 주고받은 문답(於馬亭嶺與樵童問答) 스님이 말쟁이 고개 아래에서 나무꾼 아이들이 여럿 모여서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너희들이 나를 아느냐?” “모릅니다.” “너희들이 나를 보느냐?” “봅니다.” 스님이 “나를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나를 보느냐?” 하고는 주장자를 주면서 “너희들이 이 주장자로 나를 때릴 수 있으면 과자 값을 주겠다.” 하였다. 한 영리한 녀석이 나와서 대답하기를, “참말입니까?” 하고는 주장자로 스님을 때렸다. 스님이 “나를 때려라.” 하였다. 또 때리니, 스님이 “어찌하여 나를 때리지 못하느냐? 나를 때린다면 부처도 때리고 조사도 때리고 삼세제불三世諸佛 역대조사歷代祖師 내지 천하의 노화상들도 한 방망이로 때릴 것이다.” 하였다. 그 아이가 “때렸는데 때리지 못했다고 하니, 스님이 나에게 과자 값을 주지 않으려는 것입니까?” 하니, 스님이 돈을 주고는 말하기를, “온 세상이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니,40) 숲 속에서 남은 생애를 보내는 편이 낫겠네.” 하였다. 박태평과의 문답(與朴太平問答) 태평 상인이 계룡산에 있을 때 스님의 명성을 듣고 부석사浮石寺서산군瑞山郡로 찾아가서 묻기를, “어떤 것이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입니까?” 하니, 스님이 주장자로 때렸다. 태평 상인이 “때리기는 때렸지만 조사서래의에는 어긋납니다.” 하니, 스님이 “어떤 것이 조사서래의인가?” 하였다. 태평 상인이 주장자로 때렸다. 스님이 “사자는 사람을 물고 011_0596_b_01L究自性。學全定慧之致也。嗚呼。古人 011_0596_b_05L 011_0596_b_07L 師於馬亭嶺下。見樵童成群作戱。師問 011_0596_b_19L 011_0596_b_21L 太平上人在鷄龍山。聞師聲華。訪于 011_0596_c_01L한로韓盧41)는 흙덩이를 쫓아간다.” 하였다. 태평 상인이 “법은法恩이 망극합니다.” 하자, 스님이 웃으면서 방으로 돌아갔다. 대중에게 보이다(示衆) 대저 참선이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단지 자기 집 속에서 자기 주인공을 분명히 보아서 외물外物에 뒤섞이지도 않고 생사에 끌려가지도 않아 홀로 우뚝하고 명백하게 드러나고 평안하여 속박된 것도 아니고 해탈한 것도 아니고 번뇌도 아니고 열반도 아니다. 종일 옷을 입어도 한 오라기 실도 몸에 걸친 적이 없고, 종일 밥을 먹어도 한 톨의 쌀도 씹은 적이 없으며, 심지어 화복과 생사가 나뉠 때에도 언제나 이와 같이 한가로워 아무런 일이 없다. 이는 일을 마친 사람이니, 일을 마친 사람의 분상에서는 때로는 부처와 중생, 하늘과 땅을 가지고 하나의 작은 티끌로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도록 내맡겨 두기도 하며, 때로는 모든 것들의 자리를 뒤바꾸기도 하여 일체에 자유자재하니, 이를 부사의대용不思議大用이라 하며, 자재해탈이라 한다. 해탈할 생사도 없고 증득할 열반도 없어서 임운등등任運騰騰하여 인연 따라 걸림 없이 사니, 이것은 진실하고 명백한 하나의 본래면목이 안락하고 쾌활하며 명묘明妙하게 수용受用하여 생사에 오고 가는 것이 마치 문이 열려 사람이 나가는 것과 같아서 천당과 불찰佛刹에 모두 자기 마음대로 가서 더 이상 몽환夢幻 같은 몸과 마음의 괴로움에 속박되는 일이 없다. 이는 본래 갖추고 있는 것이지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에 따라 고양이를 그려서42) 이러한 경지를 밟도록 하라. 껄껄! 법제자 만공에게 주다(與法子滿空) 011_0596_c_01L人。韓盧逐塊。上人曰。法恩罔極矣。師 011_0596_c_03L 011_0596_c_05L 夫叅禪者。不是特地之事。秪是返照自 011_0596_c_23L 011_0596_c_25L「帥」疑「師」{編}。 011_0597_a_01L 수산叟山 월면月面을 위하여 무문인無文印을 부촉하고 주장자를 들어서 한 번 내리치고 이르기를, “이 말소리가 이것이다. 일러 보라. 이것이 무슨 도리인가?” 하고, 또 한 번 주장자를 내리치고 이르기를, “한 번 웃음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는데, 안면도의 봄물은 쪽빛처럼 푸르다.” 하고는 주장자를 던지고 “훔”이라 하다. 중노릇 하는 법 대저 중노릇하는 것이 적은 일이리요 011_0597_a_01L 付了無文印。爲叟山月面。拈柱杖卓一 011_0597_a_05L 011_0597_a_06L중노릇 하는 법 [1] 011_0597_a_07L 대저 중노릇 하는 것이 적은 일이 011_0597_b_01L의심을 내여 궁구하되 011_0597_b_01L어두운가 의심을 내여 궁구하되 고 011_0597_c_01L이런 말씀을 자서히 들어 생각하며 011_0597_c_01L니 이런 말슴을 자서히 들어 생각하
011_0598_a_01L내 마음을 깨다른 후에 011_0598_a_01L리요 하시니라 내 마음을 깨다른 후 011_0598_b_01L다른 사람의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분별하여 참견 말고 011_0598_b_01L달리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잘하고 잘 011_0598_c_01L다 나고 죽는 법이라
하시고 011_0598_c_01L이 다 나고 죽는 법이라 하시고 오 011_0599_a_01L가벼운 마음으로 나비와 새가 되고 011_0599_a_01L한 물건이 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 011_0599_b_01L속이는 말로 알지 말고 진심으로 믿어 하여 갈지니라 서문序文 범어사계명암수선사방함청규梵魚寺鷄鳴庵修禪社芳啣淸規 대개 몸이 선방에 들어오고 이름이 방함록에 실리는 것은 하나의 인연이다. 그러나 후세에 아름다운 이름을 전하여 후인들로 하여금 사모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저마다 근기가 미열하고 정법은 흐려졌으니, 정법안장을 보호하여 유통하게 하는 것은, 실로 역량이 있는 형제들의 힘을 의지해야 한다. 하물며 무상이 신속하고 생사의 일이 크니, 어찌 그럭저럭 한평생을 헛되이 보낼 수 있으리오. 만약 진실로 참구하고 진실로 깨닫는다면 탐진치 번뇌의 마음이 모두 해탈이요, 갈대꽃, 버들 솜 등 만물마다 진리가 드러나 있으니,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를 어찌 마칠 수 없으리오. 011_0599_b_01L성불할 것이니 속이는 말로 알지 말 011_0599_b_15L 011_0599_b_17L梵魚寺鷄鳴庵修禪社芳啣淸規 011_0599_b_18L 盖身叅禪社。名載禪冊。一段因緣。然 011_0599_c_01L 대저 진정으로 참학하는 이는 범상하고 흐리멍덩하지 않으니, 설사 정식情識의 속박을 벗어나 초연히 청허淸虛하다 해도 정결함이 마음을 수고롭게 함을 면치 못하였으며, 그리고 마음의 빛이 혁연赫然히 빛나서 신령한 근원을 환히 비추었다 하더라도 겨우 반쯤밖에 드러내 보이지 못한 것이다. 고인이 “주장자를 어깨에 메고서 남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 천 봉우리 만 봉우리 속으로 들어간다.”라고 했는데, 설사 이와 같다 하더라도 단지 이렇게 갈 줄만 알고 이렇게 올 줄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또 고인이 “진중한 선재善財43)는 어디로 갔는가? 맑은 밤에 바람이 푸른 대숲을 흔드는구나.”라고 했으니, 비록 이와 같으나 어느 곳에서 이 소식을 얻었는가? 슬프다! 사람 몸은 얻기 어렵고 정법을 듣기 어려우니, 몸이 선방에 들어오고 이름이 방함록에 실린 것을 응당 스스로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상좌들이여! 대중을 통섭하는 청규는 건화문建化門44)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약간을 제시하노니, 이는 대중들과 상의해서 정한 바꿀 수 없는 법규이다. 모든 대중은 부디 준수하고 봉행하여 법화法化를 유통하기 바란다. 청규淸規 일. 법을 연설하는 종사宗師와 열중悅衆 스님은 그 임무가 가볍지 않으니, 응당 식견과 안목이 높은 이를 가려 뽑아서 그 책임을 맡겨야 한다. 일. 대저 선방은 온 세상의 납자들이 와서 머물면서 도를 닦는 곳이니, 선방을 맡아 일을 보는 주승主僧은 잘 가려 뽑지 않으면 안 된다. 응당 그 자리를 서로 전해 줄 때 십분 잘 살펴야 하고, 함부로 용렬한 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용렬한 자는 주제넘게 그 자리를 맡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일. 결제한 뒤에는 방榜을 받아서는 안 되며, 또 입방入榜한 뒤 중도에 물러 나와서는 안 된다. 일. 패역悖逆하고 난잡한 자나 중병에 걸린 자는 방을 받아서는 안 되니, 법화法化를 손상하고 대중들에게 수고를 끼칠까 염려된다. 일. 총림을 운영하는 데는 사무를 처리하는 규례가 없을 수 없으니, 011_0599_c_01L乎。夫眞正叅學者。不是尋常儱侗。設 011_0599_c_14L 一。演法宗師。悅衆禪和。其任不輕。當 011_0599_c_16L 一。夫禪社者。四海衲子。捿身硏道之所。 011_0599_c_20L 一。結制後不得受榜。又不得入榜後中 011_0599_c_22L 一。悖逆雜亂者。或身罹重病者。不得受 011_0599_c_24L 一。叢林行道。不可不有領辦事務規例。 011_0600_a_01L그 소임을 맡은 스님은 응당 태만하지 말고, 자기의 소임에 각별히 힘써서 대중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일. 진정으로 참학하는 이는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공부에 간단이 없어야 하니,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공부에 간단이 없기 때문에 구경에 생사와 열반의 그물과 조롱에 속박되지 않는다. 선상禪床에서 내려온 뒤에는 시끄럽게 웃고 떠들어 참구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일. 방부를 들인 뒤에 대중을 어지럽혀 화합하지 못하게 하는 이는 세 차례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으면 건추犍椎45)를 쳐서 축출한다. 일. 보청普請46)할 때에 빠져서는 안 되며 뒤처져서도 안 되고 늘 힘을 모아 함께 일을 해야 한다. 일. 술을 마시거나 음행을 하는 것은 부처님께서 깊이 경계하셨으니, 술을 마시거나 음행을 한 사람을 단연코 축출해야 한다. 그리고 의복은 6일이 되기 전에는47) 세탁해서는 안 된다. 일. 조실祖室, 열중悅衆, 선백禪伯, 지전知殿, 지객知客, 원두園頭, 간병看病, 반두飯頭, 정인淨人, 서기書記, 전다煎茶, 채두菜頭, 시두柴頭, 별좌別座, 도감都監, 원주院主, 화주化主. 범어사에 선사계의禪社契誼를 설치한 데 대한 서문(梵魚寺設禪社契誼序)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정법안장·열반묘심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하여 대대로 전수해 옴에 그 도가 직절하다. 그 오묘하고 심원한 이치는 마치 백료百僚·재상을 천자天子에 비기는 것과 같으니, 삼승의 교법으로 비교할 수 없다. 그 설은 서책에 갖춰져 있으니, 그 공리功理를 비교해 보면 선가의 법은 신선의 단약이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과 같다. 만약 진실로 참구하고 진실로 깨달아 한 생각을 돌이키면 옛 부처와 어깨를 나란히 할 터이니, 삼지겁三祗劫의 오랜 세월 동안 부질없이 공부할 필요가 있으리오. 진실로 참구하고 진실로 깨닫지는 못하여 혼침과 산란 속에 빠져 지낸다 하더라도 다른 인과의 법을 수행하는 가르침보다는 월등히 뛰어나다. 부처님이 설하신 일대장교一代藏敎에는 반교半敎이지 원교圓敎가 아닌 것이 있으며, 011_0600_a_01L則其爲所任者禪和。當另己所任。勿堕 011_0600_a_03L 一。眞正叅學者。無間於動靜。以無間於 011_0600_a_06L 一。付榜之後。有違亂淸衆不和者。三次 011_0600_a_08L 一。當普請時。不得闕目。又不得落後。 011_0600_a_10L 一。飮酒行淫。先佛深戒。斷當逐出。又 011_0600_a_12L 一。祖室。悅衆。禪伯。知殿。知客。園頭。 011_0600_a_15L 011_0600_a_17L 釋迦氏以正法眼藏。湼槃妙心。付囑 011_0600_b_01L권교權敎이지 실교實敎가 아닌 것이 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요의了義48)에 의지하고 불료의不了義에 의지하지 말라.” 하셨으니, 반교와 권교는 의지해서는 안 된다. 그 이치가 분명하건만 오늘날 수행하는 이들이 대개 반교 속을 헤매고 권교 속에 막혀 일생을 그르치고 마니, 슬프다! 옛날 고야 선인姑射仙人은 그 마음이 응집됨에 만물이 재해를 입지 않았고,49) 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은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때 그 집의 개와 닭들도 구름을 타고 따라 올라갔다.50) 개와 닭도 도화道化를 입었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야 말할 나위 있겠는가. 신선도 만물이 재해를 입지 않도록 할 수 있는데, 하물며 부처님의 무상정도야 말할 나위 있겠는가. 그러므로 “듣고 믿지 않더라도 오히려 성불할 종자를 심는 인연을 맺으며, 배우고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오히려 인천의 복을 덮는다.” 하였다. 그러므로 동참계의同參契誼를 설치하여 다 함께 최상의 인연을 맺고 다 같이 수역壽域에 이르도록 한다. 수역이란 무엇인가? 청산은 높고 벽해는 푸르며, 조각구름은 펼쳐지고 솔바람은 소슬하니, 모든 것이 자기 광명이 아님이 없어 이 광명이 천지를 두루 덮고 고금에 걸쳐 있어 비록 묘용이 항하수 모래와 같이 많으나 견고하기는 금강과 같다. 그러므로 고덕이 “반야상에는 헛되이 버리는 공부가 없다.” 하였으니, 만약 성불의 원력을 가진 이가 있다면 응당 깊은 마음의 큰 원력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 해인사 수선사 방함록의 서문(海印寺修禪社芳啣引) 방함록을 쓰는 까닭은 후세 사람에게 보이려는 것이다. 후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무슨 뜻에서인가? 육신은 물거품과 같고 목숨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건만 책려하여 부지런히 수행할 줄 아는 이는 누구인가? 법성法性은 본래 공하고 혜일慧日은 길이 밝건만 능히 깨달아 들어가는 이는 또 누구인가? 후세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를 보는 것이 지금 우리가 옛사람을 보는 것과 같으며, 후세 사람이 또 그 후세 사람을 보는 것이 또 후세 사람이 지금 우리를 보는 것과 같아 손가락으로 가리키듯이 분명히 알 수 있으리라. 슬프다! 이 수선사修禪社에 거처하는 이들이 거울삼아 경계해야 할 것이다. 011_0600_b_01L有半而未圓者。權而未實者。故佛自說。 011_0600_b_17L 011_0600_b_18L海印寺修禪社芳啣引 [1] 011_0600_b_19L 書芳啣所以然者。示後人也。示後人也 011_0600_c_01L 『정법안장正法眼藏』의 서문(正法眼藏序) 규봉圭峯 스님이 이르기를, “불경을 펼침에 대천세계 팔부대중이 나열하고, 선게禪偈로 요약함에 한 부류의 근기에 맞춘다. 대중이 나열한즉 드넓어 의지하기 어렵고, 근기를 맞춘즉 가르침이 분명해 공부하기 쉽다.”51)라고 하였다. 그 가르침이 분명하니 공부하기 쉬운 것들을 동지들과 공유하고자 생각하여, 동행한 염染 수좌에게 주어서 어록 10편 및 『염송拈頌』에 있는 선사들의 직절한 법문들을 써서 5책 한 질로 만들어 도에 들어가는 바른 안목으로 삼노라. 이 책의 내용은 비록 편언척어片言隻語라도 절실히 수행을 권면하고 분명히 법을 개진하지 않음이 없으니, 성불로 가는 길이 터럭만 한 장애도 없이 환히 드러나 있다. 만약 이 책을 읽고 완미玩味하여 마음의 근원을 돌이켜 비춰 보아 전일하고 정밀하게 공부한다면, 비록 경전을 보지 않더라도 경전이 이 속에 있을 것이다. 경전이 이 속에 있을 뿐만이 아니라 수행문修行門에서 가르침이 분명하여 실로 의지하기 어려운 경전보다 낫다. 도에 뜻을 둔 이라면 응당 유념하여 이 책을 자세히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전사傳寫 과정에서 오탈誤脫이 많고, 게다가 구두와 토吐가 잘못된 곳들도 있어 독자들이 본의本意를 알지 못할 수가 있다. 그래서 나 자신의 하찮은 학식을 헤아리지 않고 상세히 살펴서 수정하였다. 만약 이 책을 전사하는 이가 있다면 응당 십분 유념하여 전사한 뒤에 다시 재삼 교정하여 착오가 없도록 하고, 중생계에 두루 보시하라. 그렇게 하면 광명종자光明種子를 맺고 성불의 정인正因을 잃지 않으리라. 나의 깊은 바람은 여기에 있다. 화엄사 상원암에 다시 선실을 설치하고 완전한 규례를 정하는 글(華嚴寺上院庵復設禪室定完規文) 대저 선禪은 그 이치가 직절直截하고 고원하여 삼승三乘을 훌쩍 벗어났다. 그러므로 선을 배우는 이가 본지풍광을 깨달아 사무치면 옛 부처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니, 011_0600_c_01L鑑戒也哉 [4] [5] 。 011_0600_c_02L 011_0600_c_04L 圭峯師云。佛經開張。羅大千八部之衆。 011_0600_c_21L 011_0600_c_22L華嚴寺上院庵復設禪室定完規文 011_0600_c_23L 夫禪者。其理直截高遠。逈出三乘。故 011_0601_a_01L그 법이 요묘要妙하기가 이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으리오. 그러므로 달마 대사가 중국 땅에 들어온 이래 우리 동토에 이르러서도 그 법을 얻어 곧바로 불지佛地에 오른 이들이 한량없이 많았다. 그런데 근세에 이르러 그 도가 없어져서 세상에 전해지지 않았고, 설령 그 도를 공부하는 이가 있다 하더라도 애초에 참구하는 방법을 결택하는 데 힘쓰지 않아 마침내 혼침과 도거掉擧(산란한 마음) 속에 빠져서 한평생을 보내고 조금도 그 이치를 엿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다른 행업行業을 하는 이들이나 그들을 외호하는 이들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참선하는 사람을 보면 으레 비탄하니, 슬프다! 구제할 수 없도다. 이 난야는 처음 화엄사를 창건할 때부터 이미 선실禪室이 있었는데, 터가 신령한 승지勝地라 이곳에서 수행하여 도를 얻은 이가 많았다. 그런데 중간에 선방 운영을 그만두고 만 것은 시운이 좋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었고, 교화를 주도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광무光武 4년(1900) 늦은 봄에 청하 장로淸霞長老가 이 암자에 와서 주석하면서 선회禪會를 열었으니, 장로의 청정한 도심과 광대한 원력으로 산중의 스님들과 의논하여 결정해 성취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훗날 이 암자의 주지로 오는 이들이 불법을 펴는 일의 중대함과 고인이 이 암자를 창시한 본뜻에 따라 지금 장로처럼 선회를 다시 연 간절한 뜻을 생각하지 않고, 혹 사욕을 따르고, 혹 일시적인 편의에 따라 선실을 폐지하여 선객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이는 부처님 종자를 끊는 사람이요, 반야를 비방하는 사람이다. 인과가 분명하니, 두려워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유가 경전에서 “너는 그 양을 아끼느냐? 나는 그 예禮를 아끼노라.”52) 하였다. 경에서는 “한 생각 맑은 마음이 항하사와 같이 많은 보배 탑을 조성하는 것보다 낫다.” 하였고, 또 “최상승 법문을 듣고 비방하여 삼악도에 떨어지는 것이 항하사와 같이 많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보다 낫다.” 하였으며, 또 고인이 “듣고 믿지 않더라도 오히려 성불할 종자를 심는 것이며, 배워서 이루지 못하더라도 오히려 인천人天의 복을 덮는다.” 하였으니, 일체 도법道法 중에서 반야의 힘이 수승하기 때문이다. 011_0601_a_01L其法之要妙也。孰過於是。故達磨大士。 011_0601_b_01L 이를 통해서 본다면 참선하는 사람이 비록 혼침과 도거에 빠져서 도를 얻지 못할지라도 도업을 성취한 삼승의 학인보다 낫다. 원컨대 후세에 이 암자의 주지가 된 이는 이 글을 반복해 읽어 보고 선회를 이어 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저 불자로서 부처님 교화를 펴는 데 힘쓰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수승한 선회를 폐지한다면 천지신명이 알게 모르게 벌을 내릴 것이니 두렵지 않겠는가. 이와 같이 두려운 일이 있는데도 척연惕然한 마음으로 이 말을 준봉遵奉하지 않는 자는 그만이니, 나도 어찌할 수 없다. 함께 정혜를 닦아 함께 도솔천에 나서 함께 불과를 이루는 계사를 결성하는 글(結同修定慧同生兜率同成佛果稧社文) 『화엄경』에서 “응당 법계의 성품을 보라.” 하였고, 『법화경』에서 “항상 스스로 적멸한 상相”이라 하였으니, 그 적멸한 상과 법계의 성품이 어찌 중생이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그 성품이 아니겠는가. 『금강경』에서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다.” 하였고, 『열반경』에서 “모든 것이 무상하니, 이는 생멸하는 법이다.”라고 하였으니, 중생의 육신과 세계 및 선악善惡, 부동不動 등의 행업行業이 어찌 그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경의 게송들은 우리 불문에서는 삼척동자와 죽반사미粥飯沙彌53)도 익히 보고 들어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비록 오랫동안 경을 외고 참선과 염불을 한 석덕碩德들도 대개 그 뜻을 조금도 알지 못한 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지나쳐 버리고, 이것이 무슨 도리인지 생각해 보지도 않는다. 하물며 반조返照하여 그 뜻을 알고 깨달아 수행하는 이가 있겠는가. 슬프다! 이 몸은 물거품처럼 덧없으며 육신은 달리는 말처럼 멈추지 않고 늙어 가니,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잠깐 머물고 바람 앞의 등불처럼 빨리 사라진다. 게다가 몸속에는 온갖 진물과 고름이 들어 있어 아홉 구멍으로는 더러운 물을 흘려내니, 그 추악하고 무상하기가 이와 같이 두렵고 가증스럽다. 011_0601_b_01L觀之。禪人雖沉綿昏掉而未得意者。 011_0601_b_09L 011_0601_b_10L結同修定慧同生兜率同成佛果稧 011_0601_b_12L 華嚴經云。應觀法界性。法華經云。常 011_0601_c_01L그런데도 무명의 짐주鴆酒에 취하고 식경識境54)의 풍파에 흔들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온갖 정신을 다 써서 오랜 겁 동안의 허물을 짓고 있으면서도 끝내 알아차리지 못하니, 슬프다! 우리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이를 불쌍히 여겨 신통과 지혜의 힘을 써서 삼승교三乘敎의 그물을 펼쳐서 인천人天이란 물고기를 건져 올리고, 최후에는 정법안장·열반묘심을 가섭 존자에게 부촉하여 대대로 전수하여 달마 조사에 이르러 중국 땅에 와서 중생을 교화하여 선풍禪風을 크게 떨쳤다. “문자를 세우지 않고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견성성불하게 한다.”라고 한 것은 도의 강령을 보여 준 것이요, “밖으로는 모든 반연을 쉬고, 안으로는 마음에 헐떡임이 없어야 하니, 마음이 장벽과 같아야 도에 들어갈 수 있다.” 한 것은 도의 직절함을 보여 준 것이요, “마음을 관觀하는 한 가지 법이 모든 수행을 총섭摠攝한다.” 한 것은 도의 본체를 보여 준 것이요, “넓을 때는 법계를 두루 덮고 좁을 때는 침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한 것은 도의 대용大用을 보여 준 것이요, “세 번 절하고 제자리에 서자 골수를 얻었다고 인가하였다.”55) 한 것은 도의 연원을 보여 준 것이다. 이 밖에 불조의 백천 가지 방편들이 모두 말세의 중생들에게 자상하게 일러 지도해 준 수행의 바른 길이다. 혹자는 “영산회상에서 부처님께서 꽃을 들자 백만 대중은 모두 알지 못하고 오직 가섭 존자 한 사람만이 알아차리고 미소 지었습니다. 말세 중생들이 근기가 하열한 것을 헤아리지 못하고 모두가 조사의 선禪을 참구한다고 하니, 어찌 성공할 리가 있겠습니까?”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설邪說은 일일이 들어서 말할 수도 없다. 011_0601_c_01L如是之可畏可厭也。而沈醉於無明鴆 011_0602_a_01L이는 본래 지혜의 눈이 없는 데다 명안종사明眼宗師를 찾아가 묻지 않아서 이와 같이 식견이 거칠게 된 것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이 생각해 버리고 자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기 앞길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눈도 멀게 할 것이다. 이 물음에 답변해 보겠다. 부처님이 전법하실 때 제자들은 모두 불보살이 응화應化해 다시 태어나신 분들로 가섭·아난과 같은 이들이 무수히 많았으니, 어찌 이 도를 알 수 있는 근기가 없었겠는가. 한 사람에게만 법을 전한 것은 부처님이 입멸한 뒤에 한 사람을 들어서 일대교주一代敎主로 삼았으니, 이는 하늘에는 두 해가 없고 나라에는 두 왕이 없는 것과 같다. 그 밖에 도를 얻은 이들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따라서 서천의 조사들로부터 중국의 성현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우바국다 존자優婆毱多尊者는 사람을 득도하게 할 때마다 산가지(籌) 하나씩 넣은 것이 30척 넓이의 석실에 가득 찼다고 하며, 마조馬祖 아래에서는 88명의 종사가 나왔다. 그 이후에도 1천5백 명 선지식들이 동시에 도량에 앉아서 마침내 다섯 종파로 나뉘었으니, 한 선지식 아래에서 도를 이룬 이가 많게는 1천1백 명이고, 적어도 열 명을 밑돌지 않았다. 만약 백만 대중은 모두 알지 못하고 가섭 존자만 알고 미소 지었다는 그릇된 소견을 고집하여 말세 사람들이 조사의 선을 참구하는 것은 분수에 넘치는 일이라고 헐뜯는다면, 위에서 말한 종사들이 허다한 사람들을 교화한 것들은 모두 잘못 전수한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모두 근거 없는 허망한 설을 날조하여 전수한 것이란 말인가. 이러한 사적들은 분명하게 서책에 기록되어 있으니, 속일 수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말세의 도를 얻은 이는 많은데 영산회상에서는 한 사람에게만 도를 전수했다면 어찌 말세 사람들의 근기가 영산회상 대중들보다 나아서 그러했던 것인가? 이럴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오직 가섭 존자에게만 도를 전수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011_0602_a_01L此盖生無慧目。又不叅明眼宗匠。致得 011_0602_b_01L그대의 소견대로라면 오직 가섭 존자 뿐이고 다른 사람은 도를 전수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했던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불행히 가섭 존자 한 사람이 없었다면 정법안장을 전수하지 못하고 말았을 것인가? 또 만약 말세 사람의 깨달은 바가 영산회상에서 부촉한 바에 미치지 못하다고 헐뜯는다면 이는 더욱 옳지 못하다. 세상에 어찌 천생미륵天生彌勒과 자연석가自然釋迦가 있겠는가. 조사들이 사람들에게 마음을 밝혀 견성하게 했다는 말만 들었지, 말세 사람들이 정혜를 학습하는 것을 금지했다는 것은 보지 못했으니, 아무리 억지로 따져 보아도 말이 안 된다. 그러므로 “한 사람에게만 법을 전한 것은 부처님이 입멸한 뒤에 한 사람을 들어서 일대교주로 삼았으니, 이는 하늘에는 두 해가 없고 나라에는 두 왕이 없는 것과 같다. 그 밖에 도를 얻은 이들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니, 만약 그러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이제부터 고쳐라. 세존께서 “법을 의지하고 사람을 의지하지 말며, 요의了義에 의지하고 불료의不了義에 의지하지 말라.” 하셨다. 이제 『화엄경』·『법화경』·『능엄경』·『원각경』·『유마경』·『열반경』 등 대승경전과 마명·용수·무착·천친 등의 대승론과 『전등록』·『종경록』·『선문염송』 등 선문의 어록들을 보면, 어느 곳에 말세의 중생이 진정한 도를 참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 대목이 있는가? 허락하지 않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간절한 정성으로 특별히 알아듣게 일러 주고 장려하여 이 도에 들어가지 못할까 오로지 걱정하였다. 이는 우리들이 평소에 늘 말하고 들어온 것이니, 어찌 한마디 말, 한 글자인들 속일 수 있겠는가. 슬프다! 정법은 침체하고 사도邪道는 치성하니, “한잔의 물로 한 수레의 땔나무에 붙은 불을 끄는 격”이라는 탄식이 청허 노사淸虛老師의 교화가 융성하는 때에 있었거늘 오늘날이야 말할 나위 있겠는가. 대저 착한 생각은 인간과 천상을 이루고, 011_0602_b_01L於迦葉尊者者。是何以耶。抑將如君所 011_0602_c_01L악한 생각은 아귀와 지옥을 나타내는데, 이 조사 문하의 활구법문은 곧바로 고불미생전古佛未生前 소식을 보아서 대적광도량大寂光道塲에 안신입명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삼라만상 모든 사물이 청정한 불국토 아님이 없어 모두 해인삼매海印三昧이다. 근기가 뛰어난 이가 있으면 단번에 이 경지에 뛰어 들어가 중요한 나루를 장악하여 나라를 안정시킬 것이니, 어찌 다른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근기가 낮은 이는 이 공부를 단번에 성취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고인이 “죽순은 필경 대나무가 되지만 지금 죽순으로 뗏목을 만들면 사용할 수 있겠는가?” 하였으니, 즉 근기가 하열한 자는 오랫동안 닦아야 필경에 도를 깨달을 수 있다. 그러므로 대혜大慧 스님은 “일구월심 화두를 들면 자연 축착합착築着闔着56)할 것이다.” 하였으며, 조주趙州 스님은 “너희들이 20년, 30년 동안 총림을 떠나지 않고 진실하게 참구하여 만약 이 도를 알지 못한다면 노승의 머리를 베어 가라.” 하였다. 고인들의 이와 같은 가르침이 어찌 거짓말로 후생들을 유혹한 것이겠는가. 미혹한 이들이 이 이치를 알지 못하여 조사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면 성인의 경지라고 미루어 높이고, 단지 유위법有爲法인 사상事相에 힘써서 입으로 경을 외고 손으로 염주를 쥐기도 하고, 절을 짓고 불상을 조성하여 공덕과 보리를 바라기도 하니, 잘못 되었도다! 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양 무제梁武帝가 불상과 탑을 조성하고 재齋를 베풀고 승려를 득도시키는 등 한량없는 불사를 했는데도, 달마 대사는 “조금도 공덕이 없다.” 하였다. 또 육조 대사는 “미혹한 이들은 복만 닦고 도는 닦지 않으면서 복을 닦는 것이 바로 도라고 말한다.” 하였고, 영가永嘉 스님은 “상相에 머무는 보시는 천상에 태어나는 복을 짓지만 허공을 우러러 화살을 쏘는 것과 같으니, 힘이 다하면 화살이 도로 떨어져 내생에는 뜻대로 안 되게 되리라.”57) 하였고, 011_0602_c_01L成人天。惡心形鬼獄。而此祖庭之活句 011_0603_a_01L또 규봉 선사圭峯禪師는 “글자를 알고 경을 보아도 원래 증오證悟하지 못하며, 글 뜻을 아무리 잘 알아도 오직 탐진치 사견邪見만 치성하게 할 뿐이다.” 하였고, 또 홍인 대사弘忍大師는 “본래의 참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시방세계의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보다 낫다.” 하였으니, 이와 같은 말들은 모두 정혜定慧의 근본을 알지 못하고 잘못 수행하는 것을 꾸짖은 말이다. 대저 중생이 삼계에 빠져 사는 것이 갓난아이가 물과 불 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참혹하며, 제불이 대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어머니가 갓난아이를 불쌍히 여기는 것보다 더 간절하다. 그러므로 석가세존은 “모든 중생들을 라후라羅睺羅58)와 똑같이 본다.” 하였다. 그런데도 우리가 단번에 불지佛地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어찌 부처님이 자비가 없어서 그러한 것이겠는가. 그렇지 않다. 부처님 회상에서 아나율 존자阿那律尊者는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다가 부처님의 꾸지람을 받고 이레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애써 정진하여 천안통을 얻었으나 눈이 멀고 말았으며, 아난 존자는 가섭 존자의 꾸지람을 받고 비사리毘舍離에 머물며 홀로 정진하여 몸과 마음이 극도로 피곤해진 뒤에 아라한과를 얻었다. 만약 부처님의 신통력이 마치 입을 억지로 벌려 약을 부어 넣어 병을 낫게 하듯이 억지로 중생으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할 수 있다면, 이 두 존자들이 어찌 정진하여 몸과 마음이 극도로 지치고 애써 정진하다가 눈이 먼 뒤에 천안통을 얻고 성과聖果를 얻을 필요가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빌려서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수행하고자 한다면 가르침을 빌리지 않아서는 안 되니, 싹이 나고 자랄 때에는 실로 물과 흙의 힘을 빌리고 보배 구슬이 어두운 방에 있을 때 반드시 등잔 불빛을 빌려야 빛나는 것과 같다. 경론經論들 중에 급히 선지식을 찾아가 도업道業을 결택하라는 분명한 가르침이 남아 있다. 비유하자면 절과 도살장 곁에 있는 것은 같은 코끼리인데 선하고 악함이 때에 따라 다르고, 향초와 생선을 싼 종이를 잡은 것은 한 사람인데 비린내와 향기가 때에 따라서 바뀌는 것과 같다.59) 011_0603_a_01L墜。招得來生不如意。又圭峰禪師云。 011_0603_b_01L그러므로 고인이 “어진 이를 어진 이로 대우하되 여색을 좋아하는 마음을 바꾸어서 하라.”60) 하였고, 고덕古德이 “착한 벗을 받들어 섬기되 신명身命을 아끼지 말라.” 하였으니, 어찌 저처럼 중요시하고 이처럼 가볍게 여길 수 있겠는가. 내가 지난 기묘년(1879) 겨울, 계룡산 동학사 조실에서 조사선의 활구를 참구하여 홀연 깨달은 곳이 있었다. 그래서 동지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당시 숙질夙疾이 낫지 않았고 심지心志도 하열하여 한가로이 지내면서 어촌과 주막을 돌아다니고 그윽한 시내와 숲 속에서 쉬기도 하면서 유유자적 스스로 모든 것을 잊고 살아왔다. 그 후로 전쟁이 이어져 세상은 어지럽고 위태한지라 몸을 숨기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어찌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 성상星霜이 여러 번 바뀌어 어언 20년이 지났다. 막대한 부처님 은혜를 스스로 생각하여 진찰塵刹의 만분의 일이라도 받들고자 하여 주장자를 어깨에 걸치고 합천 해인사로 갔다. 때마침 수선사修禪社 선방을 신축하였기에 선덕禪德들과 함께 동안거를 나면서 황양목선黃楊木禪61)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화롯가에 단란히 모여 앉아서 얘기하다가 고인들이 결사結社하여 도를 닦았던 일에 말이 미치니, 그 자리의 스님들이 모두 잊었던 일이 문득 다시 생각난 듯 원력과 믿음이 물이 용솟음치고 산이 솟아오르는 듯이 일어나 우리가 서로 만난 것이 늦음을 한탄하였다. 즉시 결사동맹結社同盟하기로 의논하고 나를 맹주로 추대하였다. 나는 지난날 막대한 부처님 은혜를 갚고자 했던 때를 생각하여 나의 재주는 용렬하고 행실에 검속檢束이 없고 도는 부족함을 돌아보지 않고서 한마디도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허락하였다. 우리가 동맹한 약속은 무엇인가? 다 함께 정혜를 닦아 함께 도솔천에 나서 세세생생 함께 도반이 되어 구경에 정각正覺을 이루되, 만약 도력을 먼저 성취하는 이가 있으면 맹세코 아직 도력이 부족한 사람을 이끌어서 맹약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같은 생각, 같은 수행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승속, 남녀, 노소, 현우賢愚, 귀천을 따지지 않고, 또한 친소親疏와 이합離合, 원근과 선후를 따지지 않고 모두 입참入參하도록 허락하였다. 011_0603_b_01L古人云。賢賢易色。古德云。勝 [6] 事善友。 011_0603_c_01L 그 까닭은 사람마다 모두 한량없는 보배 창고를 갖고 있어 부처님과 다름이 없는데 단지 오랜 겁 동안 좋은 벗의 가르침을 만나지 못하여 삼계를 기어 다니고 사생四生에 빠져 헤매는 것이 연야달다演若達多가 머리를 잃고62) 궁한 아들이 고향을 떠난63) 것과 같을 뿐만이 아니다. 그리하여 윤회하여 떠다니며 온갖 고생을 다 겪고 심지어 하루 밤낮에 만 번 죽고 살기도 하니, 이를 생각할 때마다 오장이 찢어지는 듯 마음이 아파서 나도 모르게 길고 짧은 탄식을 하니, 어찌 다반사로 여겨 벗어날 길을 찾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은 실정을 상세히 알아서 다 같이 수역壽域64)과 낙토樂土에 가고자 함께 발원하는 것이다. 또 고인이 “취향이 다르면 얼굴을 마주 보면서도 초楚나라 월越나라처럼 아득히 멀고, 도가 서로 맞으면 하늘과 땅처럼 멀어도 함께 있는 것과 같다.” 하였다. 함께 있기 때문에 만상萬象이 비록 펼쳐져 있어도 공성空性이 이지러짐이 없고, 모든 물이 다 같이 흘러가도 바닷물은 더 불어나지 않는 것이니, 부디 용맹한 마음을 일으켜 허망하고 무상한 업행業行을 환히 비추어 알고 적멸세계의 성지性地를 깨달아 닦으며, 견해로 아는 알음알이를 잊고 정법안장·열반묘심을 단번에 증득하기 바라노라. 대저 이와 같다면 누군들 안 된다 하겠으며, 즐기고자 하지 않겠는가. 『인행경因行經』에서 “석가세존이 과거세에 선혜 선인善慧仙人으로 있을 때 연등불燃燈佛 앞에 머리카락을 펼쳐서 딛고 걸어가게 했는데, 그 광경을 보고 따라 기뻐하고 찬탄한 백만 천인天人 대중들이 그때 심은 인연으로 영산회상에 함께 모여서 도를 이루었다.” 하였으며, 『천불인연경千佛因緣經』에서는 “현겁賢劫65)의 천불千佛이 과거 보등염왕여래寶燈焰王如來의 상법像法시대에 학당學堂의 천 명 동자였는데, 삼보의 이름을 듣고서 불상에 예배하고 큰 서원을 일으켜 011_0603_c_01L皆許叅入。所以然者。人人皆有無量寶 011_0604_a_01L보리심을 내어서 이후에 다 같이 도를 얻어 천불이 되었다.”66)라고 하였다. 이 밖에 불보살들이 함께 발원하여 성도成道한 경우는 경마다 없는 곳이 없다. 근고近古에 이르러 혜원慧遠이 여산廬山에서 결사하고 백낙천白樂天이 향산香山에서 결사하고 목우자牧牛子가 팔공산에서 결사한 것도 모두 이러한 뜻으로 한 것이었다. 현장 법사玄奘法師는 “서역 사람들은 모두 도솔천에 왕생하는 행업을 닦는다.”라고 하였으니, 대개 도솔천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은 욕계 안이라 성기聲氣가 서로 합치하여 행업이 성취되기 쉽기 때문에 대승과 소승의 법사들이 모두 이 도솔천에 왕생하는 법을 인정했던 것이다. 미타정토는 비루한 범부가 수행하여 행업을 성취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신구역新舊譯 경론에서 모두 “십지十地 이상 보살은 분수에 따라 보신불報身佛의 정토를 본다.”라고 하였으니, 어찌 하품下品 중생이 곧바로 미타정토에 왕생할 수 있으리오. 그러므로 미타정토에 왕생하는 법은 대승에서는 인정하고 소승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현장 법사는 일생 동안 늘 도솔천에 왕생할 행업을 지었고 임종할 때에는 왕생하여 미륵불을 보고자 한다고 발원하고 대중에게 청하여, 南無彌勒如來應正等覺 미륵여래 응정등각彌勒如來應正等覺께 귀의하오니 라는 게송을 외게 하였다. 현장 법사는 법을 아는 훌륭한 스님이니, 필시 자신을 그르치고 남을 속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고금의 기록에서 도솔천에 왕생한 이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예컨대 무착無着·천친天親과 같은 보살들도 모두 도솔천 왕생을 발원하였으니, 지금은 그대로 본받기만 하면 된다. 비록 그렇지만 정토와 도솔천은 수행하는 사람의 잠시 동안의 지원志願에 따라 달라지니, 도솔천에 왕생하는 이가 미타여래를 친견하기를 원치 않겠으며, 정토에 왕생하는 이가 아미타불을 친견하기를 원치 않겠는가. 비유하자면 백벽白璧과 황금은 저마다 참된 보배이고, 봄 난초와 가을 국화는 다 같이 맑은 향기를 풍기는 것과 같으니, 011_0604_a_01L願。發阿耨菩提。以後共成千佛。其他 011_0604_b_01L어느 쪽이 낫고 어느 쪽이 못하며, 어느 쪽이 왕생하기 쉽고 어느 쪽이 왕생하기 어려움을 가지고 다투어, 옳으니 그르니 남이 옳다 내가 옳다 하는 생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이제 이 계사稧社에 먼저 들어온 사람은 이와 같이 왕생할 발원을 하고, 뒤에 들어온 이들도 마음과 입을 모아서 함께 발원하면, 설령 도력을 성취하지 못한 이가 있더라도 이 발원에 힘입어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하여 미륵존불의 위없이 높은 현묘한 음성을 듣고 속히 대각을 증득하고 돌아와 중생을 제도할 수 있으리니, 어찌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도를 닦는 이들은 옛날을 중하게 여기고 지금은 가볍게 여기지 말고, 발원하고 동참하여 좋은 인연을 깊이 심기를 바라노라. 그 나머지 일상생활 중에 할 일들은 경전에 실려 있어 그대로 본받으면 되니, 굳이 자세히 말할 필요가 없다. 고인이 “만행萬行을 다 닦되 오직 무념無念을 가장 으뜸으로 여긴다.” 하였으니, 수행의 요체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만행과 무념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아아! 한번 사람 몸을 잃으면 만겁에 다시 얻기 어려우니, 옛날의 영웅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러므로 고덕이 자신을 경계한 게송에서, 不求名利不求榮 명리를 구하지도 영화를 구하지도 않고 하였고, 또 고덕이 세상을 탄식한 시에서, 細推今舊事堪愁 고금의 일을 자세히 생각하면 시름겹나니 하였다. 또 고덕이 수행을 권면하는 글에서, 숨 한 번 내쉬고 들이쉬지 못하면 곧 다음 생이라. 아무리 처자식들이 안타까워해도 그대를 머물러 둘 수 없고, 비록 골육들이 눈앞에 가득해도 누가 너를 대신해 죽으리오. 길을 재촉해 가서 한 무더기 들불에 태우고, 만 리 먼 길 장송葬送하여 황량한 산에 묻으니, 011_0604_b_01L優劣難易諍起是非人我之見也。今稧 011_0604_c_01L우거진 풀숲 곁에 돌 비석만 부질없이 남았고, 푸른 백양나무엔 속절없이 지전紙錢만 걸려 있네.69) 눈물을 비 오듯이 흘릴 때는 속절없이 적적하고, 슬픈 바람이 부는 곳에는 차가운 소리 들린다.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이와 같이 되고 말 것이니, 여기에 이르러서 어떻게 각성하지 않으리오. 부처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누구의 말을 믿겠는가. 사람 몸으로서 도를 닦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는 닦기 어렵다. 하였으니, 실로 탄식할 만한 것이다. 응당 이 결사문을 반복해 자세히 읽어 마음속에 새기고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정진하고 이 생을 헛되이 보내지 말도록 하라. 심지어 이와 같은 간절한 규계規戒를 보고 듣고도, 마치 신발 위로 발을 긁고 월越나라 살찐 사람이 진秦나라 여윈 사람을 보듯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70) 조금도 감동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은, 병이 들었는데도 약을 구하지 않고 주렸는데도 밥을 먹지 않는 것과 같으니,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만약 진실로 이 강령과 연원淵源의 도를 수행하고자 하여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할 마음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부지런히 선지식을 찾아가라. 문장은 서툴고 종이는 다하여 글이 말뜻을 다하지 못한다. 삼가 이 수승한 인연에 의지하여 우러러 황제폐하의 성수가 만세토록 길이 이어지길 축원하며, 다음으로 농사는 풍년이 들고 시절은 화평하여 전란은 영영 사라지고, 정법은 무궁한 후세까지 유통하여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다 같이 묘각을 증득하길 축원하나이다. 결사 비구 성우惺牛 등은 일대교주 석가모니불께 귀의하오며, 당래교주當來敎主 미륵존불께 귀의하오며, 시방 삼세에 두루 상주하는 불법승에 귀의하옵니다. 불쌍히 여겨 가피하시는 힘에 우러러 의지하옵나니, 우리들의 발원이 헛되지 않고 속히 행업을 성취하게 해 주시길 엎드려 축원하옵니다. 정혜계사 규례定慧稧社規例 011_0604_c_01L草畔*漫留石碑。綠楊中空掛紙錢。淚 011_0604_c_14L 定10)慧 [10] 11)稧 [11] 社規例。 011_0604_c_15L「玄奘」結社文無有{編}。「餘」結社文作「於」 011_0604_c_16L{編}。「修」結社文作「脩」{編}次同。「漫」結社 011_0604_c_17L文作「謾」{編}。「纔」結社文作「才」{編}。「骨肉 011_0604_c_18L…替汝」八字。結社文無有{編}。「裡」結社文作 011_0604_c_19L「裏」{編}。「於」結社文作「扣」{編}。「意」下結社 011_0604_c_20L文有「謹此仗此。盛緣仰祝。皇帝陛下。聖壽萬歲。 011_0604_c_21L次願歲稔時和烟塵永絕。正法次流通於無窮。法 011_0604_c_22L界含識。同證竗覺。結社比丘惺牛等。歸依一代 011_0604_c_23L敎主釋迦牟尼佛。歸依當來敎主彌勒尊佛。歸依 011_0604_c_24L十方三世常遍常住佛法僧。仰仗憐愍加被之力。 011_0604_c_25L使我等所願勿浪失。速成就伏祝。大韓光武三年 011_0604_c_26L十一月十一日。結社盟主比丘惺牛。焚香再拜謹 011_0604_c_27L識」{編}。「慧」結社文無有{編}。「稧」結社文 011_0604_c_28L作「禊」{編}次同。 011_0605_a_01L 일. 응당 무상이 신속하고 생사의 일이 큼을 생각하여 부지런히 정혜를 닦아야 할 것이다. 만약 부지런히 정혜를 닦지 않으면서 불과佛果를 얻고자 하는 것은, 뒤로 물러가면서 앞으로 나가고자 하고 남쪽 월越나라로 가고자 하면서 수레는 북쪽으로 모는 것과 같다. 부디 유위有爲의 허망한 법을 집착하여 평생의 일을 그르치지 말라. 일. 정혜를 부지런히 닦아서 행업을 결택한 뒤에 공부를 잘못 하지 않으려면 응당 선지식을 찾아야 한다. 일. 예로부터 부처가 되고 보살이 되려면 반드시 행업을 갖추어야 하니, 그런 뒤에 될 수 있다. 정혜를 수행하는 까닭은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하여 다 함께 불과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일. 이미 이 계사에 들어온 이들은 정혜 수행을 급선무로 삼아야지 단지 도솔천에 왕생하기만 발원해서는 안 된다. 발원만 있고 수행은 없으면 그 발원은 헛일이 되고 말 것이다. 일. 참으로 정혜를 수행하는 이는 도솔천 왕생을 발원하지 않더라도 이 계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하며, 참으로 정혜를 수행하는 이는 극락왕생을 발원하더라도 역시 이 계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일. 본 결사의 뜻은 그 목적이 계사에 동참한 사람끼리 탁마하는 데 있으니, 별다른 사고가 없으면 반드시 한곳에 모여서 공부해야 한다. 일. 분명히 결택하여 정혜를 참으로 수행하는 이라면 한곳에 모이지 않아도 무방하다. 일. 도를 공부한 것이 미숙한지 익숙한지를 막론하고 형편상 어쩔 수 없는 사람은 굳이 한곳에 와서 모이지 않아도 된다. 일. 뒤늦게 계사에 참여한 사람의 거주지, 성명과 발원 등을 계책에 분명히 기록해야 한다. 일. 이 계의稧誼는 처음 만든 것이라 아직 다른 곳에서 유포하지 않았고, 이제 우선 해인사 선사禪社를 결사소結社所로 삼으니, 011_0605_a_01L 一。當念無常迅速。生死事大。勤*修定 011_0605_a_05L 一。若勤*修定慧。能決擇行業而後。不 011_0605_a_07L 一。自古成佛作菩薩。必具行業。然後得 011_0605_a_10L 一。旣叅*稧社者。以定慧爲急務。不可 011_0605_a_13L 一。能眞*修定慧者。不願生兜率。亦許 011_0605_a_16L 一。本結社之意。要在同社琢磨。若無事 011_0605_a_18L 一。若決擇分明。能於定慧。用眞*修行 011_0605_a_20L 一。無論道之生熟。勢不可者。不必來會 011_0605_a_22L 一。追後叅社2)之者 [2] [1] 。居住姓名與發願等 011_0605_a_24L 一。此稧誼初創。未布於他處。今且以海 011_0605_b_01L거주지와 성명 등을 기록하여 인편으로 결사소로 보내어 결사소에 있는 사람들이 돌려 보면 될 것이고, 굳이 이 일로 번거롭게 왕래할 필요는 없다. 일. 계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마다 용맹한 마음을 일으켜 먼저 도력을 이루고, 아직 도력을 이루지 못한 사람을 제도할 뜻을 가져야지, 다른 사람만 믿고 방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람은 결사에 들어오지 않는 것만 못하다. 혹 속이는 마음을 가지고 결사에 들어온 이가 있다면, 속이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도를 이룰 수 있겠는가. 결사에 들이지 않는 것이 옳다. 일. 마음과 행실이 흉악하여 중죄를 지은 이나 나쁜 질병에 걸린 이는 절대로 결사에 들이지 않아야 하니, 그러한 사람이 있으면 교화를 손상하고 수행에 방해된다. 일. 견해가 같고 행실이 같은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결사에 참여시키지 말아야 한다. 일. 발원하여 동맹한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니, 이 계사에 들어온 사람 중에서 삼악도에 떨어져 사마외도邪魔外道에 흘러 들어간 사람이 있으면 먼저 도력을 이룬 사람이 성심껏 구제하여 동맹을 어기지 않도록 한다. 이를 미루어 말하면 동맹한 사람 사이는, 은혜는 부모를 넘고 우의는 형제보다 낫다. 부모와 형제가 어떻게 죽은 뒤에까지 구제해 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한마음으로 화합하여 질병이 든 사람을 구제해 주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해 주어야지, 길 가는 사람을 보듯 등한히 여겨서는 안 된다. 일. 이미 도솔천에 왕생하여 미륵여래를 친견하려는 발원이 있으면, 응당 세상 사람 중 큰 효심을 가진 사람이 나랏일(王事)로 말미암아 부모 곁을 떠나 타향을 돌아다니면서 고향에 돌아가 부모를 뵙고 싶어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하여 절로 잊히지 않는 것과 같아야 한다. 이와 같으면 염주를 세며 염송하지 않아도 그 생각이 늘 간절할 것이요, 늘 간절할 뿐만 아니라 자연히 생각나서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진실한 염불이다. 절대로 잡생각을 하면서 염주를 세어 천백 번 염송하지 말라. 기타 예배와 공양에 대한 규례도 응당 이를 미루어 적용해야 하니, 011_0605_b_01L印禪社定結社所。則其居住姓名等事。 011_0605_b_09L 一。心行凶惡者。被重罪者。惡疾惡瘡者。 011_0605_b_11L 一。若非同見同行之人。勿許叅社事。 011_0605_b_12L 一。發願同盟。此非小事。*稧中之人。若 011_0605_b_18L 一。旣有上生兜率。親見彌勒如來之願。 011_0605_c_01L향 한 가닥, 차 한 잔을 올릴 때 및 한 번 밥을 먹고 한 번 예배할 때에도 요컨대 성심으로 해야 하고 번잡하게 많이 해서는 안 된다. 일. 다른 각처에서 결사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있는 곳에서 사람이 많건 적건 처지에 맞게 수행하되, 모쪼록 함께 모여서 수행해야 하지 홀로 산림에 들어가 수행해서는 안 된다. 질병을 앓거나 사망한 사람이 도력을 이루지 못했는데 도반이 사후의 길을 열어 주지 않으면 생전의 공부를 잃어 대사를 그르칠까 염려되니, 결사한 사람끼리 서로 구조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한 벌의 납의를 걸치고 마음대로 남북을 다니다 보면 이렇게 질병이 들고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까 염려된다. 만약 이러한 사람들을 일일이 다 구조하려면 남쪽으로 긴 강을 건너고 북쪽으로 높은 산을 넘으며 길을 가느라 고생하는 일이 매월 있을 수밖에 없다. 하나는 형편상 할 수 없고, 하나는 공부에 방해가 되고, 하나는 산속에 있는 사람이 무슨 돈이나 재물이 있어 먼 외지에서 질병이 들고 사망한 사람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 만약 구조하지 않는다면 동맹을 어기는 것이라 대중들에게 비방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많고 적고 간에 거주하는 곳에서 함께 공부하도록 하라. 이 조항은 수행에 크게 관계되니, 기필코 준수해야 한다. 만약 홀로 외딴 곳에서 수행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결사에 들이지 말라. 일. 죽음은 피하기 어려우나 병이 들어 죽으려 하는 사람은 주위의 결사 도반들이 정성껏 간병하면서 무상의 법을 설하고 정혜의 이치를 설하고 도솔천에 왕생하는 발원을 설하여, 사망하는 이로 하여금 011_0605_c_01L應推此。自設一香一茶。至於一鉢飯 011_0605_c_03L 一。隨其*稧人之各在諸6)處 [6] 。或多或少。 011_0605_c_18L 一。大限難逃。而有致病欲殞者。在傍 011_0606_a_01L정신을 잃지 않고 도력을 잃지 않고 도솔천에 왕생하는 발원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 사망한 곳에서 주위의 결사 도반들이 다 함께 공양을 마련하여 미륵여래와 시방삼보께 축원하되, 지극한 정성을 다할 뿐이고 과도하게 힘을 들여 재齋를 차리지 말라. 일. 사망한 사유와 날짜를 분명히 적어서 믿을 만한 인편을 골라서 즉시 결사소로 보내면 결사소에서 결사 도반들에게 두루 보일 것이요, 오로지 이 일 때문에 먼 거리를 왕래해서는 안 된다. 계회稧會 중에서 이 소식을 들은 사람은 멀리 천 리 밖에 있더라도, 2~3사람이 한 회원이거나 4~6사람이 한 회원이거나 10~20사람이 한 회원이거나 100여 사람이 한 회원이던 모든 회중會中은 동맹한 약속을 생각하여 지성스런 마음을 일으켜 망인亡人을 위해 형편에 따라 얼마간의 공양을 차리고 은근한 정성으로 미륵여래와 시방삼보께 공양을 올려야 한다. 비록 한 회중의 회원이 백여 사람일지라도 각자의 이름을 쓰고, 또 각자 동참하여 무릎을 꿇고 절하며 축원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하게 하고 난 다음 망인의 영령에 제전祭奠을 올린다. 대상·소상 날에도 이대로 준행해야 한다. 일. 이제 정혜를 수행하기로 결사해 놓고 아울러 도솔천에 왕생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정혜에 힘을 얻지 못한 사람을 위해 베푼 것이다. 힘을 얻은 사람은 마음대로 자재하니, 어찌 원력의 힘을 빌어서 왕래하리오. 그러나 대력보살大力菩薩도 서원이 있는 법이니, 힘을 얻은 사람이라도 원력을 가지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래서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하고자 발원하는 것이다.” 이미 도솔천 왕생을 발원한 사람들로 결사해 놓고, 또 어찌하여 정토왕생을 발원한 사람들을 이 결사에 참여하도록 했는가? 011_0606_a_01L不昧精神。不昧道力。不昧上生兜率之 011_0606_a_03L 一。死亡之處。在傍*稧伴。辦供禱祝彌 011_0606_a_06L 一。死亡1)事 [1] 與日2)字 [2]
。當分明書着。擇信 011_0606_b_01L “정혜로 결사한 것은 정혜를 수행하기 때문이고, 극락왕생을 발원한 사람도 함께 결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참으로 정혜를 수행한 사람이라면 도솔천과 정토가 다른 곳이라 하여 다른 견해를 내겠는가.” 그렇다면 결사문 중에서 단지 도솔천 왕생만 발원하고 정토왕생은 말하지 않은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정토에 왕생하기는 어렵고 도솔천에 왕생하기는 쉬우니, 도솔천은 우리와 같은 욕계欲界 안이라 성기聲氣가 합치하기 때문이다.” 다른 권수문勸修文에는 “도솔천에 왕생하기는 어렵고 정토에 왕생하기는 쉽다.” 하였는데 지금 어찌하여 이처럼 말이 상반되는가? “여기에는 깊은 뜻이 있다. 경론과 고인의 어록을 두루 점검해 보면, 정토 왕생과 도솔천 왕생 어느 쪽이 어렵고 어느 쪽이 쉬우냐를 가지고 한쪽을 찬양했을 뿐만이 아니다. 혹자는 ‘도를 이루는 데는 주력呪力만 한 것이 없다’ 하였고, 혹자는 ‘불법을 배우는 데는 송경誦經만 한 것이 없다’ 하였고, 혹자는 ‘불상과 탑을 조성하며 보시하고 공양하는 공덕이 매우 크다’ 하였으며, 심지어 모든 수행들 중 이것저것을 들고서는 그 법만을 찬탄하였다. 이는 한 가지 법은 옳고 다른 법들은 옳지 않다는 말이 아니니, 단지 당시에 교화를 맡은 사람이 권도權道를 잘 써서 중생을 이롭게 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경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이름할 정해진 법이 없다’71) 하였고, 또 ‘부처님은 망어妄語를 하지 않으나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일이 있으면 때로 망어를 한다’ 하였다.” 그렇다면 정토왕생을 발원해야 하는가? 도솔천 왕생을 발원해야 하는가? “도솔천 왕생을 발원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규례에서 정토왕생을 발원하는 사람도 동참하게 한 것은 거짓이다. “다년간 정토왕생을 발원하는 것을 굳게 지켜 변치 않았기 때문에 허락한 것이니, 지금 도솔천에 왕생하여 도력을 이룬 뒤에 마음대로 정토에 왕생하되, 011_0606_b_01L結社7)于 [7]
定慧。以其*修定慧。而願極樂 011_0606_c_01L미륵여래를 친견하여 만에 하나도 잘못될 리 없는 것만 하겠는가. 다만 정토왕생을 발원한 사람은 곧바로 왕생하지 못할까 염려되니, 만약 곧바로 왕생할 수 있는 이라면 희유한 일이니, 어찌 불가할 리 있겠는가. 나도 그 사람을 뒤따라갈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십분 자세히 살펴야 하니, 최후에 눈빛이 땅에 떨어져 숨을 거둘 때 스스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일. 세상에 살면서 조그만 선업善業이라도 지었으면 이 결사에 동참한 사람들에게 회향하여 함께 불과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일. 단지 결사에 동참한 사람들만 성불하기를 발원하니, 일체중생들에게 회향하는 큰 원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이 결사에 동참한 사람들이 다 같이 성불하기를 발원하는 것은 실로 일체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인이 ‘자신의 결박을 풀지 못하고서 남의 결박을 푸는 경우는 있지 않다’ 하였으니, 만약 이 법을 떠난다면 달리 중생에게 회향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일. 이 결사문은, 권화勸化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각자 한 부씩 가지고 다니면서 결사에 동참하도록 널리 권면해야 한다. 이 글을 등사할 때 글자를 누락하거나 글귀를 잘못 써서 말뜻이 이치에 맞지 않고 혹 문맥이 끊어져 읽기에 불편하며, 또한 권화에 방해되지 않도록 십분 주의해야 한다. 011_0606_c_01L徃生於淨土。而親見彌11)勒
[11] 如來之事之 011_0606_c_07L 一。在世做少分善業。回向於同叅*稧人。 011_0606_c_09L 一。問曰。只有願於同*稧人之成佛者。豈 011_0606_c_15L 一。此結社文。其有力能勸化者。各持一 011_0606_c_20L「事」下結社文有「之」{編}。「字」結社文作 011_0606_c_21L「子」{編}。「二」上結社文有「或」{編}。「養」結 011_0606_c_22L社文無有{編}。「以」結社文作「願」{編}。「入 011_0606_c_23L叅」結社文作「叅入」{編}。「于」結社文作「乎」 011_0606_c_24L{編}。「徧」結社文作「遍」{編}。「坐住」結社文 011_0606_c_25L作「堅注」{編}。「而」結社文作「以」{編}。「勒」 011_0606_c_26L結社文作「陀」{編}。「軸」結社文作𨋀{編}。 011_0607_a_01L 일. 대저 사람의 목숨은 무상하여 오늘 살아 있어도 내일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이 결사를 창설한 사람들인들 어찌 오래도록 이 세상에 머물 수 있으리오. 삼가 바라건대 후현後賢들은 성심을 다하여 취지를 전하여 이 정혜 결사의 계의稧誼가 없어지지 않고 유구한 후세에 전해져 미혹에 빠진 중생들을 널리 제도하도록 해야 한다. 일. 이 결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 규례와 결사문을 자세히 읽어 보기 바라며, 이 결사에 먼저 들어온 사람은 새로 들어오는 사람을 자세히 가르치고 깨우쳐서 진정한 신심을 일으켜 진정한 도업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요, 절대로 풍기風氣에 따라 이리저리 변환變幻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일. 이 규례와 결사문은 하안거와 동안거에 함께 공부할 때 또는 평상시에 함께 모여 공부하면서 글을 잘 보고 종지宗旨를 아는 이로 하여금 모인 대중을 위해 자세히 설명하여 처음 발심한 사람과 글을 알지 못하는 도반들을 깨우치고 인도하여 결사의 본뜻을 잊고 전도顚倒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 이 규례와 결사문 중에 설혹 다른 수행에는 맞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이는 단지 이 결사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규례일 뿐이니, 이 결사 밖의 사람은 자기 수행과 어긋난다고 하여 시비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일. 이 규례는 단지 이 결사의 관계자에 대한 규례일 뿐이다. 기타 이런저런 수행들은 서책에 갖춰져 있으니 번다하게 인용할 필요가 없다. 일. 이 규례 외에 다시 상정詳定한 절목이 있으나 이제 막 결사한 날에 적용하기는 불편하기 때문에 우선 기록해 보이지 않고 훗날 이 결사가 성행할 때 다시 재정裁定하기로 한다. 그러나 개인이 마음대로 재정해서는 안 되니, 011_0607_a_01L 一。夫人命無常。今日雖存。明亦難保。 011_0607_a_06L 一。若欲叅社者 。1)此規例與稧社文 [1]
。幸 011_0607_a_10L 一。4)此規例與稧社文 [4] 。當熱際與寒際同 011_0607_a_15L 一。6)此規例與稧社文 [6] 之中。設有不合 011_0607_a_19L 一。8)此規例者 [8]
。只是規例於*稧社之關 011_0607_a_22L 一。10)此 [10]
規例之外。更有詳定事目。而有 011_0607_b_01L반드시 맹주 및 사리를 아는 결사 도반과 회의하여 상세히 토론한 뒤에 계책稧冊에 써서 각처에 나누어 주어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일. 이상의 규례를 저마다 준수할 것이요 방일하고 퇴타退墮하여 자리自利·이타利他를 잃지 않아야 한다. 남원 천은사 불량계佛粮契에 대한 서문(南原泉隱寺佛粮序) 대저 부처란 깨달음이라, 자기 성지性地가 청정하고 명묘明妙함을 깨달아 신통 변화가 무궁무진하고 덕용德用이 항하사처럼 많은 데 이른 분이니, 어떤 사람이 지성으로 기도하면 그 감응은 물에 달이 비치고 골짜기에 메아리가 울리는 것처럼 어김이 없어 중생을 두루 구제하여 마침내 수역壽域·낙토樂土에 이르게 한다. 이 절은 본래 터가 좋기로 이름난 곳으로 불상과 신상神像의 영험이 다른 절과 다르고 보면, 그 자비의 구름과 지혜의 비가 무궁한 후세에 길이 중생들을 적셔 줄 것이다. 본읍本邑에 거주하며 양청兩廳에 근무하는 이들이 큰 원력을 일으켜 각자 약간의 돈을 내어 불량佛粮을 공급하는 계를 설치하여 향을 사르고 공양을 올려 매월 모일마다 기도하여 재액을 없애고 길경吉慶을 맞이하며 자손이 번성하고 부귀가 이어지길 빌었으니, 기도에 불보살이 감응하는 것은 이치이다. 필시 알지 못하는 중에 가피를 받게 될 것임은 지혜로운 이가 아니라도 알리라. 따라서 수역·낙토에 마침내 이를 것임이 틀림없다. 내가 남방에 노닐다가 이 절에 들렀더니, 춘명 장로春溟長老가 내게 서문을 써 달라고 청하였다. 내가 이 일을 보고 사모하며 따라 기뻐한다. 덕유산송계암회록후성조권선문德裕山松溪庵回祿後成造勸善文 내가 중춘仲春(음력 2월) 하순, 경덕景德72) 실상사實相寺에서 화재로 소실된 백장암百丈庵을 중창하는 불사에 서문을 썼는데, 011_0607_b_01L不許擅自裁定。必與盟主與知事理*稧 011_0607_b_04L 一。如12)上 [12]
規例。各宜遵守。勿爲放堕喪 011_0607_b_06L 011_0607_b_07L南原泉隱寺佛粮 [1] 序 011_0607_b_08L 夫佛者。覺也。能覺悟其性地鍊淨明 011_0607_b_22L 011_0607_b_23L德裕山松溪庵回祿後成造勸善文 011_0607_b_24L 余仲春下澣。於景德實相寺。造百丈庵 011_0607_c_01L지금 또 이 소실된 송계암 복원 불사에 서문을 쓰게 되었다. 내가 남쪽에 온 지 오래라 글을 지은 것이 많은데, 만난 바를 글로 쓴 내용은 한가로운 흥취도 있고 낙척한 심정도 있고, 강개한 감정도 있고 경모하는 마음도 있었으니, 유한幽閑하기도 하고 청심淸深하기도 하며, 우수에 젖기도 하고 곤궁한 형편이기도 하여 그 일은 실로 갖가지이지만 이 두 암자처럼 이토록 참담한 경우는 없었다. 부처님이 “무상無常의 불길이 세간을 태운다.” 하셨고, 또 “삼계에 편안함이 없는 것이 마치 불타는 집과 같다.” 하셨건만, 사람들이 뉘라서 이에 대해 경계하고 각성하여 거듭 슬퍼하리오. 고덕古德이 “마음에 생주이멸生住異滅이 있기 때문에 몸에 생로병사가 있으며, 춘하추동과 성주괴공成住壞空도 이를 말미암아 있다.”라 하였으니, 만약 마음이 실지實地에 머문다면 변천하는 현상을 뱀의 비늘이나 매미의 날개처럼 가볍게 보아 저절로 변천하지 않을 것이다. 한 무제漢武帝가 곤명지昆明池를 파다가 겁회劫灰를 발견했으니,73) 천지도 화재를 면치 못하거늘 경궁瓊宮·요대瑤臺와 금봉金鳳·옥룡玉龍74)을 믿을 수 있으리오. 방점蚌黏·의질蟻垤75)에 비길 수 있을 뿐이다. 하물며 미미한 산중의 감실龕室이나 촌락이야 말할 나위 있으리오. 이를 미루어 보면 득실과 흥망 때문에 근심하거나 기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암자는 사적을 고찰할 수 없으나 이 지방 사람들이 전하는 말로는 신라 때 창건했다고 하니, 오래된 고찰이다. 011_0607_c_01L回祿成造序。今又此松溪庵。南來久矣。 011_0608_a_01L예전에는 문곡文谷·역암櫟庵 등 장로들이 이곳에 주석하여 강경講經할 때 학인들이 방 안에 가득하였었다. 근래에 와서는 운수가 비색否塞하여 근근이 절의 명맥만 이어오다가 마침내 팔인八人76)에 들고 말았으니, 천운이 변천하는 것이 진실로 이와 같단 말인가? 아니면 사물은 극도에 이르면 돌아오는지라 장차 크게 융성할 조짐으로 먼저 쇠퇴함이 이처럼 극도에 이른 것인가? 하늘은 높아서 따져 물을 수 없으나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77) 보시를 하면 인천人天에 태어난다는 것은 유전儒典과 불전에 그 이치가 환히 드러나 있어 터럭만큼도 어긋나지 않는다. 이제 화주化主 스님이 향을 사르고 선행을 좋아하여 크게 보시하는 집안에 널리 권선을 알리는 까닭이 이 때문이거니와 이 일을 떠맡아서 소실된 절을 중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뉘라서 불가하다 하리오. 나른한 산사에서 한가로운 봄꿈이 혼곤하던 차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기지개를 켜고 깨어 보니, 너울너울 날던 것은 나비라 아득한 전생의 일만 같고, 꿈을 깬 것은 몸이라 완연히 환화幻化로다.78) 담장 모퉁이의 붉은 살구꽃은 바람에 날려 뜰에 떨어지고, 푸른 풀은 비에 젖어 싱싱하게 자랐으니, 시절은 정히 늦은 봄이라, 하늘하늘 피어오르는 한 가닥 향 연기가 반은 부드러운 송라松蘿, 푸른 이내 속에 들어가누나. 슬프다! 천하의 득실과 고금의 흥망이.79) 상포계의 서문(喪布稧序) 내가 기해년(1899) 겨울, 해인사 선원 아래 수다라장修多羅藏(藏經閣)의 향각香閣에 우거하면서 화로를 끼고 앉아서 무릎을 어루만지고 있노라니, 몸이 늙었음은 비 오고 맑은 날씨에서 알 수 있고, 병이 들었음은 춥고 따스한 날씨에서 알 수 있는 법이다. 내 몸은 칠분七分은 사회死灰요 십분十分은 고목이라, 명산에서 약초나 캐면서 숨어 살려던 기약을 거의 저버리게 될까 염려될 뿐이었다. 두정斗正이란 이름의 사미승이 한 책자를 가지고 와서 나에게 말하기를, “저희들이 각자 은사恩師를 위해 상포계를 만들었으니, 스님이 서문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내가 그 뜻을 가상히 여겨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고인이 이르기를, ‘살아 계시면 예禮로 섬기고 돌아가시면 예로 장사지낸다’80) 하였고, 또 ‘초상은 슬픔에 그칠 따름이다’81) 하였다. 011_0608_a_01L之傳。創於羅代。盖古也。前有文谷。櫟 011_0608_a_15L 011_0608_a_17L 余己亥之冬。寓海印禪社下修多羅藏 011_0608_b_01L그러나 예를 알고 진정으로 슬퍼하는 이가 몇 사람이나 있겠는가. 근래에 이르러서는 불문佛門의 일을 가지고 보면, 자기 은사에게 소홀히 여기고 마음을 다하지 않는 상좌들을 이루 헤아릴 수 있겠는가. 심한 경우에는 길 가는 사람 보듯 하니, 내가 이 일에 대해 보고 들을 때마다 탄식한 지가 여러 해이다. 부모가 비록 내 몸을 낳았지만 스승이 바로 가르쳐 주지 않으면 어찌 사람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스승의 공덕이 크니, 살아 계실 때는 예禮로 섬기고, 돌아가시면 슬퍼하여 성심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고인이 ‘예의 근본은 공경일 따름이지만 옥백玉帛과 같은 형식이 아니면 예를 갖출 수 없다’82) 하였으니, 이 상포계를 만들어 서로 부의賻儀하는 이들은 실로 고인이 말한 크게 중정中正한 도리를 깊이 알았다 하겠다.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여기에 부족한 점이 있으니, 태어나서 온 것은 무슨 물건이고 무슨 모양으로 생겼으며, 죽어서 가는 것은 또 어떤 물건이고 무슨 모양으로 생겼는가? 아! 종일 예를 갖추고 슬퍼해도 예를 갖추고 슬퍼한 적이 없고, 종일 나고 죽어도 나고 죽은 적이 없는 본래면목을, 그 누가 살고 죽으며 예를 갖추고 슬퍼하는 가운데서 보아서 일생을 그르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고인이 ‘사생死生이 또한 크도다 ’83) 하였으니, 슬프다, 어찌 큰 일이 아니겠는가!” 두정 사미가 합장하고 일어나 “금일 이후로는 예를 갖추고 슬퍼하고 살고 죽는 본래면목을 참구하겠으니, 그렇게 하면 아마도 부족한 점이 있다는 탄식이 없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기에, 내가 “응당 이와 같이 해야 할 것이니, 그렇게 하면 속과 겉이 모두 달고,84) 사事와 이理에 모두 유감이 없을 터이니, 어찌 진선盡善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이에 서문을 써서 주노라. 기문記文 011_0608_b_01L其能知禮而哀之者。寔有幾人。而至于 011_0608_b_23L 011_0608_c_01L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 수선사修禪社 창건에 대한 기문(陜川郡伽倻山海印寺修禪社創建記) 나는 산수 유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산천을 두루 유람하였다. 그런데 선인仙人이 시해尸解한85) 곳이요 조사가 창건한 대가람86)이며 유명幽明의 두 임금이 큰 원력으로 대장경판을 조성한87) 곳이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인데, 아직 유람하지 못해 마음에 아쉬웠다. 기해년 가을에야 해인사에 와서 장판각을 열람하고 사우寺宇를 둘러보았으며, 홍류동 계곡에서 선인의 자취를 탐방하면서 형해形骸를 잊고 유유자적하였다. 하루는 한 선화자禪和子가 나에게 말하였다. “지금 천자께서는 성군이시라 지극한 인덕이 넘쳐서 그 은혜가 선림禪林에까지 미쳐 장경을 인쇄하고 당우를 중수하게 하시는 한편 수선사修禪社를 세워 참선하는 사람을 거처하게 하라는 칙명을 내리셨으니, 옛날 성왕들이 나라에 복을 주고 세상을 보우하였던 일을 본받으신 것이다. 이에 화주 범운梵雲이 사내의 스님들과 함께 일신의 고생을 잊고 부지런히 일하여 이해 5월에 시작하여 다섯 달 만에 낙성하였으니, 그 공로를 세운 것이 이토록 위대합니다. 스님은 문장을 짓는 분이니 기문을 지어 이 사실을 후세에 길이 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내가 “이런 일은 하지 말라.” 하니, 그 선화자가 말하였다. “옛날 석가모니가 정법안장을 가섭에게 부촉, 대대로 전수하여 달마에 이르러 중국으로 왔고, 또 석옥石屋에까지 이르렀는데, 우리 동국의 태고太古가 석옥의 법을 전해 받았고, 또 대대로 전수하여 청허淸虛에 이르렀으니, 청허는 석가모니의 63세 법손이 됩니다. 그 시절에는 산림의 납자들만 견성하여 도사導師가 된 게 아니라 위로 천자로부터 아래로 왕공王公·대인 및 초야의 현인·달사達士들까지도 무생無生의 이치를 사무치게 증득하여 좌탈입망하지 않은 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승을 찾아 공부를 결택決擇하기를, 마치 주린 사람이 밥을 찾고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는 것처럼 하여 그 형세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후대로 내려와 지금에 이르러서는 011_0608_c_01L陜川郡伽倻山海印寺修禪社創建 011_0608_c_03L 余嗜好遊山水者也。遊得徧。仙人尸解 011_0609_a_01L정법을 보기를 흙덩이처럼 여기고 혜명慧命을 이어가는 것을 보기를 아이 장난처럼 여기며, 심한 경우에는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는 등 못하는 짓이 없습니다. 슬프다! 후세 사람들이 정법안장의 법을 듣고자 하나 누구에게 듣겠습니까? 이런 때에 수선사를 창건한 것은 참으로 화중생련火中生蓮이니, 이 사실을 기록하여 후세에 길이 전하지 않아서는 더욱 안 됩니다.” 내가 “이런 일은 하지 말라.” 하였다. 그 선화자가 말하였다. “정법안장이란 것은 과거 부처님의 혜명이고, 수선사를 세운 것은 지금 천자의 칙명이니, 만약 시종 한결같이 준수하지 않고 폐지하거나 변혁한다면 이는 신명神明에게 벌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인륜 도의道義에도 죄를 짓는 것이니, 누군들 감히 경계하고 두려워하지 않아 이 일을 하겠습니까? 비록 그렇지만 만약 이 사실을 후세 사람들에게 밝게 보여 주지 않는다면 후세 사람들이 이 수선사가 이토록 엄중한 것임을 어떻게 알고 한결같이 준수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또 감히 사실을 기록하여 후세에 길이 전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스님은 굳이 사양하지 마시고 글을 써 주십시오.” 내가 정색하고 말하였다. “비루하구나! 그대의 견해여. 그대는 기록이 있는 것이 기록이 있는 것인 줄만 알고, 기록이 없는 것이 기록이 있는 것보다 낫다는 것은 모르니, 한 사람도 수선修禪하기 전에 십류十類의 중생들이 이미 일시에 견성했다는 것을 어찌 알겠으며, 하나의 공안을 들기도 전에 산하대지와 명암明暗·공색空色으로부터 삼실·대바늘 같은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일체가 이미 일시에 큰 광명을 놓는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또 이 수선사의 터를 닦기도 전에 이미 일시에 수선사를 완공했으며, 문설주를 만들 목재를 마련하기도 전에 이미 일시에 그 사실을 상세히 기록했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어찌 종이와 먹으로 굳이 글을 써서 정법안장을 참구하는 수선사에 군더더기 혹을 붙이고 지분脂粉을 바를 필요가 있겠는가?” 011_0609_a_01L正法如土塊。持續慧命者爲兒戱。甚 011_0609_b_01L 그 선화자가 흠칫 놀라 자리를 비켜 앉으며 말하였다. “스님의 말을 들으니, 도를 조금 알았다88)고 감히 자처하지 못하겠습니다만 감히 묻겠습니다. 정법안장은 무엇입니까?” “단지 이것이다.” “이것이란 무엇입니까?” “가야산 빛이 푸른 하늘에 꽂혔구나.” 양구良久하고 말하였다. “곧바로 알아차렸다 하더라도 곳곳마다 미친 견해일 뿐이며, 비록 말을 듣자마자 분명히 알았다 하더라도 역시 화살은 이미 서천西天을 지나갔다. 이렇다 하면 머리 위에 머리를 얹는 격이요, 이렇지 않다 하면 머리를 끊고 살고자 하는 격이니 일러 보라. 여기에 이르러 선禪은 도리어 어떻게 참구하겠는가? 억! 오늘 부질없는 말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으니, 형해를 잊는 의취意趣에 방해되는구나.” 선화자가 이 자리에서 한 얘기를 서술하여 수선사 기문으로 삼기를 청하기에 기록하노라. 범어사 계명암 창건에 대한 기문(梵魚寺鷄鳴庵創建記) 삼가 살펴보건대 본사의 『사적기』에 “지시계명방知時鷄鳴房 다섯 칸을 동쪽 기슭에 설치했다.” 하였고, 또 세상 사람들이 전하는 얘기에 “닭이 이곳에서 울었고, 암자 동쪽에 닭의 화석과 닭의 발자국이 있다.” 하니, 암자 이름을 계명이라 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10년 전 계사년(1893) 3월에 우화 장로雨華長老와 그 제자 혼해 강백混海講伯89)이 금봉 노사金峯老師와 함께 큰 원력을 일으켜 계명암의 옛터에 다섯 칸 정사를 세워 여덟 달 만에 낙성하고 탱화를 그려서 봉안하였다. 그리고 4년 뒤인 병신년(1896)에 또 칠성각 세 칸과 요사채 네 칸을 짓고, 칠성·독성·산신 등의 탱화를 그려서 봉안하였으나 암자의 일이 바빠 지금까지 8년이 지나도록 아직 그 사적을 기록한 글이 없다. 내가 남방을 다니다가 금강암에 머물고 있었는데, 주지인 성월 선백惺月禪伯90)이 나에게 그 사적을 기록해 주길 청하기에 내가 좋다고 하고 다음과 같이 쓴다. 011_0609_b_01L眼藏之禪社也哉。禪和子悚然避席曰。 011_0609_b_12L 011_0609_b_14L 謹按本寺記蹟云。知時鷄鳴房五間。置 011_0609_c_01L 대저 우리의 가풍은 마른 똥막대기91)와 쓸모없는 나무토막을 가지고서 활안活眼으로 비추고 신검神劍으로 지휘함에 고불古佛의 찰해刹海에 보망寶網92)이 드넓게 펼쳐지고 운대雲臺가 겹겹이 늘어서거늘, 무엇하러 굳이 애써서 벽돌을 쌓고 기둥과 서까래를 얹고 단청을 칠하고 종과 북을 시끄럽게 울리는 것을 대단한 일로 여기리오. 슬프다! 이것이 탑과 사찰이 만촉蠻觸93)처럼 덧없는 까닭이요, 우리 부처님의 정법 교화가 사라지고 없어지게 되는 까닭이다. 이 글을 써 내려가서 이 대목에 이르러 감회가 일어 재삼 탄식하노라니, 한 사람이 곁에서 발끈 화를 내며 말하였다. “마른 똥막대기와 쓸모없는 나무토막은 보망과 운대라 찬탄하고, 장엄한 사찰은 만촉처럼 덧없다고 폄하하니, 어쩌면 말이 이리도 이치에 어긋나는가?” “그러나 그대의 견해는 좁다. 어찌하여 섭 공葉公의 호오好惡94)와 원숭이들의 희로喜怒95)를 가지는가? 단지 신검神劍과 활안活眼이 없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지 마른 똥막대기와 쓸모없는 나무토막도 무궁한 법해法海가 될 수 있다. 하물며 천계天鷄96)가 울었던 승지에 청정한 사우를 세우고, 부처님 탱화를 그려 모시고, 향을 사르고 등불을 밝히고 종과 북을 울리면서 선남자·선여인들이 삼보를 받들어 모시고, 삼보에 공양을 올려 출세간의 참 인연을 지음에 있어서랴. 의당 여러 스님들의 공덕과 단월들의 선근은 항하사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을 터이나, 시종일관 부지런히 노력하여 이 일을 이룬 이는 혼해 강백이다. 그는 무궁한 후세에 길이 은혜를 베풀었을 뿐 아니라 선사先師의 유지를 원만히 성취했으니, 더욱 가상한 일이다.” 이에 그 사람이 기뻐하면서 “선재善哉라 이 말이여!” 하기에 나도 모르는 결에 흥미가 진진하여 붓을 놓고 차를 달여 마시고 다시 게송 한 수를 읊노라. 拈來何事政堪嬴 세상에 무엇인들 쓸모없는 것 있으랴.
동래군 금정산 범어사 계명암鷄鳴庵에 선원을 창설한 데 대한 기문(東萊郡金井山梵魚寺鷄鳴庵創設禪社記) 011_0609_c_01L不朽。曰。諾。夫吾儕家風。拈乾屎片破 011_0609_c_21L拈來何事政堪嬴。不托端宜土椀成。 011_0609_c_22L穿入鷄巖藏一笑。他年天畔化雷聲 [1] 。 011_0609_c_23L東萊郡金井山梵魚寺鷄鳴庵創設 011_0610_a_01L 『화엄경』에서 “보살마하살은 크게 자慈·비悲·희喜·사捨97)하는 마음으로 머무는 곳을 삼으며, 내지 일체의 법이 평등한 것으로 머무는 곳을 삼는다.” 하였으니, 여기가 바로 머무는 곳이다. 심문 분心聞賁 선사98)가 말하기를, “위산 화상潙山和尙이 ‘생각하되 생각함이 없는 묘妙로 신령한 광염光焰의 무궁함을 돌이켜 생각하여 생각이 다해서 근원으로 돌아간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무엇인가? 여기서 벗어나면 무슨 정결할 게 있겠는가.99) 이미 생각하는 자도 없고 또 정결한 것도 없으니, 그야말로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격이라, 자기의 본체마저도 전혀 보지 못한다. 이렇게 시끄러운 속진의 역순逆順 경계에 들어간다면 누구로 하여금 성내고 기뻐하여 오염되게 하리오. 이러한 뒤에 밝음과 어두움 양쪽을 해결하고서 밝지도 않으며 어둡지도 않은 곳에서 ‘대비원大悲院에 재齋가 있다’100)라는 화두를 보아야 비로소 그 연유와 낙처落處를 알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일척안一隻眼101)으로 산하대지를 비추어 보는 것이 마치 장검을 빗겨 든 것과 같다면, 누가 감히 그 앞에 마주 보고 서리오. 이와 같은 근골이 있어야 비로소 성현들 속에 들어가서 자기와 남을 아울러 이롭게 할 수 있다. 법문은 단지 이 한 가닥 길로 갈 뿐이지 별다른 도리는 없다.” 하였으니, 여기가 또 머무는 곳이다. 혼해 장로混海長老가 성월 선백惺月禪伯을 청하여 계명암 주지를 맡게 했는데, 범어사 대중들이 의논하여 이 계명암에 선원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각 방房과 암자에서 38두락의 논을 거두어 수선사에 주었고, 또 혼해·성월·담해湛海·화월華月 등 스님들과 동래부東萊府에 거주하는 이씨李氏 보현화普賢華, 초량草梁에 거주하는 김씨金氏 지명화智明華가 산야에 모연하여 돈 4천여 전錢을 거두어 논 42두락을 사서 선원에 주었고, 또 본사本寺의 토굴에 거주하는 김씨 각심화覺心華가 논 2두락을 헌납하여 선원에 주었다. 이상 도합 82두락은 그 수입을 단연코 수선사의 대중에게만 공양을 대고 달리 쓰지 않는다. 011_0610_a_02L 華嚴經曰。菩薩摩訶薩。以大慈大悲大 011_0610_b_01L이 규정을 영구히 준수하기로 했다. 본사의 모든 스님들과 속가 단월들의 공덕과 신심은 모두 불가사의한 것이거니와 성월 선백이 주지로 있으면서 개도開導하고 권화勸化한 그 공덕이 더욱 크다. 이후로 팔도의 선객 납자들이 이 선원에 들어와 포단蒲團을 펴고 화롯가에 둘러앉아 참선할 터이니, 여기가 또 머무는 곳이다. 이상 세 머무는 곳이 같은가, 다른가? 다르다고 한다면 어찌 같은 적이 있었겠으며, 같다고 한다면 어찌 다른 적이 있었겠는가? 소뿔은 있다 할 필요가 없고, 토끼 뿔은 없다 할 필요가 없다. 일러 보라! 필경 어떠한가 고인이 “도안道眼이 밝지 못하면 물 한 방울도 소화하기 어렵다.” 하였으니, 이 선원에서 참구하는 이들은 광음은 덧없이 흘러가고 사은四恩102)은 중대하다는 것을 생각하여 자명 원慈明圓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른 일103)과 귀종 권歸宗權이 다리를 뻗고 울었던 일104)을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범어사 금강암에 칠성각을 창건한 데 대한 기문(梵魚寺金剛庵七星閣創建記) 대저 대지의 물건 중에서 견고한 것은 금강이요, 하늘에 빛나는 별 중에서 추요樞要는 북신北辰이다. 추요인 북신의 조화로 인간의 수명과 복을 증장하고, 견고한 금강의 삼매로 세간을 벗어나는 나루터와 다리를 개척하니, 금강암에 북신전北辰殿이 있는 것은 그 관계가 마치 아교와 칠105) 같고, 산봉우리와 이끼 같아서 어느 한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제 탱화를 그려서 오로지 인천의 복전이 되는 독성獨聖으로 삼아 모셔 두었으니, 이 인연이 장차 중생들을 두루 이롭게 하는 것은 마치 항하사처럼 한량없으리라. 본읍本邑 초량草梁에 거주하는 청신녀 만원화滿願華 김씨가 그 아들 배정헌裵正憲을 위하여 칠성각을 창건하고 칠성상을 설치하여 공양을 올렸으니, 의당 그 아들 배정헌의 길경吉慶이 성만成滿할 것임을 알겠으며, 재물을 보시하여 칠성각 완공을 도운 다른 신도들도 011_0610_b_01L以此永久一遵。盖渾寺僉位。與在俗檀 011_0610_b_12L 011_0610_b_13L梵魚寺金剛庵七星閣創建記 011_0610_b_14L 夫大地之物。堅牢爲金剛也。周天之耀。 011_0610_c_01L어찌 그 발원을 성취하지 못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공양답供養畓을 바치고 일용의 사물四物106)을 장만해 준 것은 그 공덕이 바다처럼 큰데 이 모두가 화주 스님 월송月松의 법력이다. 내가 20년 전에 사불산四佛山의 절들에 노닐면서 금정산이 승지勝地인데 금강암이 그중에서도 요지라는 말을 듣고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구경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미 늙었다. 세상의 영고榮枯를 다 겪은 터라 모든 세념世念이 불 꺼진 재처럼 식었다. 가야산으로부터 납의를 걸치고 이곳으로 찾아왔더니, 마침 월송 대사月松大師가 주지로 있으면서 칠성각 조성을 끝마쳤다. 대사는 본래 속진을 벗어난 선덕禪德이라 자기가 거처하는 방에 녹라헌綠蘿軒이란 편액을 건 것은 송라松蘿의 그윽하고 한적한 정취에 뜻을 두었기 때문이다. 대사와 만나 얘기를 마치기도 전에 마음이 서로 맞아서 형해形骸를 벗어난 취미가 서로 통하였다. 대사가 노고하고 신도들이 불사를 성취한 일에 대하여, 모두들 “그대는 글을 짓는 이니, 기문을 지어 주시오.” 하기에 내가 수락하였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허전한 것이 있다. 북신은 하늘에서 형상을 이루고 전각을 세워서 형상을 안치한 것이 이것이다. 그러나 금강삼매란 것은 과연 어떠한 것이며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가? 슬프다! 성인의 시대와 더욱 멀어져 출가한 사람들이 오로지 자기의 일을 체득해 알지 못하여 우리 부처님 금강의 바른 정定이 끊어져 그 명맥이 전해지지 못하니, 내가 금강암의 기문을 지으면서 온갖 감회가 함께 일어난다. 동리산 태안사 만일회 범종을 시주한 단월의 방함기(桐裏山泰安寺萬日會梵鍾檀那芳啣記) 범종이니 법고니 운판이니 목어니 하는 것들은 모두 표상表象이 있고 용도가 있으니, 이것이 절간의 사물四物이다. 그중에서 종이 가장 긴요하여 무릇 상당하여 법문할 때나 대중이 울력할 때나 불공을 올릴 때나 대중공양을 할 때 이것이 없으면 모두 할 수가 없다. 011_0610_c_01L相成者。又豈可以不成就其願耶。况乎 011_0610_c_19L 011_0610_c_20L桐裏山泰安寺萬日會梵鍾檀那芳 011_0610_c_22L 曰鍾。曰皷。曰雲版。曰木魚。皆有表有 011_0611_a_01L더구나 청량한 소리가 중생의 고苦를 쉬게 하고, 『능엄경』의 본성을 가리킴107)으로부터 지옥에 있는 항하사처럼 많은 중생의 고뇌를 쉬게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 공용功用은 실로 불가사의하다. 본사에 거주하는 영월 대사暎月大師는 행업이 정련精鍊하고 학식이 심박深博한데, 불법 교화의 운세가 비색否塞하고 중생이 고단함을 생각하여 이 암자에 만일염불회萬日念佛會를 만들었었다. 그런데 이 암자에는 예전부터 종이 없어 허전하였다. 이 때문에 대사가 개연慨然한 생각을 가진 지가 여러 해였다. 완산부完山府에 거주하는 단월檀越 송주상宋柱商이 대사의 가르침을 받고 청정한 신심을 내어 돈 천여 금金을 내어 범종을 사서 바치고 귀한 아들을 낳기를 발원하였다. 첩첩산중은 울창하고 긴 밤은 침침한데 종소리가 울려 퍼질 때 그 음향이 맑고 시원하여 혼원渾元의 세계가 한 번 열림에 기운이 만물을 생동하니, 그 감응이 통하여 귀한 아들을 틀림없이 낳게 될 것이다. 후인들에게 권화權化하고 훌륭한 일을 한 분의 이름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자 하여 몇 마디 짧을 글을 적노라. 서간書簡 장 상사와 김 석두에게 올린 편지108)상사의 이름은 효영孝永이고, 호는 정련 거사淨蓮居士이며, 석두는 이름은 병선炳先이고, 석두 거사는 그의 호이다. 모두 예천군 생천동生川洞에 산다.(上張上舍金石頭書上舍名孝永, 號淨蓮居士;石頭名炳先, 石頭居士, 其號也.俱居醴泉郡之生川洞.) 한가로이 지내시는 근황이 좋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소승은 줄곧 병으로 신음하는 두타로 지낼 뿐입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지난달 모일에 실상사實相寺 약수암藥水庵의 승려 편에 서찰 한 통을 부쳤는데, 받아 보셨는지요? 지금 용문龍門으로 가는 인편이 있기에 몇 자 적어서 부칩니다. 유가에서는 “군자는 자기를 미루어 갈 뿐이니, 자기에 만족하여 밖에서 바라고 기다림이 없는 것을 덕德이라 한다.” 하였으니, 이것은 선비들이 늘 하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불교 공부에 적용해 보면, 그 이치가 매우 많고 큽니다. 대개 생사와 열반, 범성凡聖과 선악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참선, 송경, 기도, 염불 등 수행까지도 011_0611_a_01L可以事之。况淸凉之息苦。楞嚴之指 011_0611_a_14L 011_0611_a_16L上張上舍金石頭書 [1] 上舍名孝永。號淨 011_0611_a_18L 靜居道候。伏想玄裕。鯫禿一味作吟 011_0611_b_01L모두 밖의 것이 아님이 없으니, 자기 밖의 것이라면 이미 옳지 않습니다. 동정운위動靜云爲의 모든 행위에 자기도 모르게 외물外物에 얽매이고 이끌리는 것이 마치 교외의 우산牛山109)과 같습니다. 하물며 생사와 화복이 갈리는 즈음에야 말할 나위 있겠습니까. 틀림없이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조 공肇公110)이 이르기를, “지인至人은 자기가 없다.” 하였는데, 이는 교가敎家에서 너무나 많이 써서 싫증이 나는 말이지만 도리어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옛 스님이 이르기를 “지극히 반조返照하여 자신이 의지할 데가 없으면 온몸이 그대로 대도大道에 합한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거울을 깨고 오면 그대와 서로 대면해 보리라.” 하였던 것입니다. 대저 한 점 신령한 마음은 그 자체가 걸림 없이 툭 트이고 아주 말쑥하여 본래 갖추어진 바탕에 터럭만 한 것도 아무 흔적도 없습니다. 따라서 도달할 본래 자리에 도달하면 자기의 밖이니 자기니 하며 지리支離하고 모호하게 구별할 필요가 없으니, 이 경지에 이르면 자유롭다는 것조차도 쓸데없는 말일 뿐입니다. 연전에 남쪽으로 오셨을 때 공께서 불법을 힘써 공부하는 것을 보았기에 안부 편지를 보내는 차제에 붓 가는대로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정으로 받아 주고 허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는 곳이 서로 아득히 멀어 만날 수 없는 터라 편지를 쓰노라니 마음이 서글픕니다. 자암 거사에게 올린 편지(上慈庵居士書) 천장암이 좋으니 한쪽은 산이요 한쪽은 바다입니다. 비록 이러하지만 구경하는 유람객이 오지 않는 곳일 뿐 아니라 식견이 트인 선비들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식견이 있는 선비들만 찾아오지 않을 뿐 아니라 부처와 조사도 하찮은 존재일 뿐이니, 괴롭고 괴롭습니다. 이 어찌 말할 수 있는 대목이겠습니까. 들은 바로는 병을 앓으신다고 하니, 이것이 바로 수행인이 마구니를 항복하는 곳이며 정신을 바짝 차릴 곳이며 몽환夢幻 경계에 유희하는 곳이니, 근심하고 기뻐할 게 어디 있겠습니까! 하물며 병은 마음으로부터 생기고 마음은 아지랑이 같은 것임에 있어서이겠습니까! 경허는 배고프면 배고프다 말하고 추우면 춥다 말할 뿐이요, 그 밖에는 잠이나 잘 뿐 전혀 수행하는 상相이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두세 선객이 있어 산야의 노래를 함께 부르니, 이 다행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011_0611_b_01L無非是外。外已早不是。動靜云爲。自不 011_0611_b_13L 011_0611_b_15L 天藏庵好。一面山。一面海。然雖如是。 011_0611_c_01L또 듣건대 이곳을 찾아오실 의사가 있다고 하니, 내년까지 기다릴 게 있겠습니까? 겨울 날씨가 몹시 추워 왕래하기 어려우니, 날씨가 화창할 때가 되거든 좋은 인연을 잊지 말고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김 석사와 장 상사에게 올린 편지(上金碩士張上舍書) 반야삼매의 힘으로 금강의 바른 정定에 편안히 머물고 계신다니, 도체道體가 평안하고 만복하심을 축하합니다. 이 중은 도에는 진전이 없고 사람은 제도하지 못하고 있으니, 비록 평안하나 무슨 말 하리오. 드릴 말씀은, 지난번 보내 주신 ≺염기가拈己歌≻와 두 연구聯句를 쓴 건, 이 글씨, 이 노래를 평범한 세상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너무 좋아서 완상玩賞하느라 글씨의 먹이 변하고 종이가 해질 지경입니다. 진 상서陳尙書111)와 방 거사龐居士112)가 이 세상에 다시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고인이 이르기를, “지극한 이치를 궁구하는 것은 깨달음을 법칙으로 삼는다.” 하였습니다. 대저 불법을 배우는 이들이 실지實地를 밟지 못하고 문자나 알음알이로만 불법을 알다가 죄다 업풍業風의 힘에 휘둘려 마침내 실패하고 마니, 자신을 스스로 잘 점검하여 공부를 정밀하게 해야 합니다. 서로 사는 곳이 다소 멀어 만나서 회포를 풀지는 못하지만 심월心月은 거리에 구애되지 않으니, 그저 이 심월의 삼매로 서로 만납시다. 마침 인편이 있기에 몇 자로 안부를 묻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대필하게 하는 터라 서신의 예를 갖추지 못합니다. 합장하고 올립니다. 무이당에게 편지를 부쳐 보내다장곡사 보광암의 비구니에게 부쳐 보낸 편지(寄贈無二書長谷寺普光庵比丘尼) 차별하는 생각이 다하지 못한 것이나 차별하는 생각이 이미 다한 것이나 둘이 아니니, 어째서인가? 사오백 길 꽃과 버들이 우거진 거리요, 이삼천 곳 풍악을 울리는 누각이로다. 일러 보라. 이것이 둘이 아닌가, 둘인가? 알면 매우 멍청한 놈이요, 알지 못하면 도리어 옳다고 인정하리라. 비록 그렇지만 이 경지에 이르러서는 다시 3생 60겁을 참구해야 한다. 011_0611_c_01L又聞有垂訪之意思。何待明年。冬候寒 011_0611_c_04L 011_0611_c_06L 以般若三昧力安住金剛正定。爲賀道 011_0611_c_18L 011_0611_c_19L寄贈無二書長谷寺普光 011_0611_c_20L 或差別商量未盡。或差別商量已盡。未 011_0612_a_01L 행장行狀 서룡 화상의 행장(瑞龍和尙行狀) 고덕이 “불법이 멸망할까 걱정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나는 도리어 멸망할까 걱정한다. 걱정하지 않는 것도 까닭이 있고 걱정하는 것도 까닭이 있다. 비록 본래 멸망하지 않는 이치가 있으나, 계·정·혜 삼학을 익히고 닦지 않으면, 이른바 멸망하지 않는 것을 반드시 멸망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청산 기슭에 고니와 학처럼 늘어서 있는 것들은 모두 부도이고, 사찰의 누각에 비단 화폭에다 그려 놓은 것은 모두 영탱影幀인데, 이것들 모두 반드시 그렇게 할 만하여 부도를 세우고 영탱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장은 그렇지 않아 행장을 쓸 만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행장을 쓰지 않으니, 삼학의 도를 닦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행장을 써서는 안 된다. 나는 본래 재주는 없고 성품은 게을러 문장을 짓지 않은 지가 오래이다. 그러나 때로는 사람들의 부탁에 끌려 마지못해 글을 짓기도 하였으니, 그렇게 한 것이 적지 않았다. 매양 행장을 지을 때마다 붓을 멈추고 감회에 잠기지 않은 적이 없었다. 대저 출가한 사람이 삼학三學을 닦지 않으면 도업道業을 이루지 못하고, 도업을 이루지 못하면 지을 행장이 없다. 지을 행장이 없는 것은 애석하지 않으나 도업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애석하니, 도업을 이루지 못하면 부처님의 혜명慧命을 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삼학이 강령이 되어서 불법이 멸망하지 않는 것이 진실로 이와 같거늘 오늘날 사문들은 이 삼학을 닦지 않으니, 개탄할 일이다. 삼가 행록行錄을 살펴보건대 화상은, 속성은 김씨이고 본관은 광산光山이며 휘諱는 상민詳玟이고 서룡瑞龍은 법호이다. 춘택 공春澤公113)이 증조이니, 사계 선생沙溪先生114)에게 8대손이 된다 화상은 인종仁宗(청나라 황제) 가경嘉慶 19년 갑술년(1814)에 경성에서 태어났다. 011_0612_a_03L 古德云。佛法不怕爛却。余却怕爛却。 011_0612_b_01L어릴 때부터 용모가 맑고 인품이 순수하였다. 17세 때 종로를 걸어가다가 벼슬아치가 처형되는 것을 보고 문득 세상의 명리가 우환거리임을 알고 싫어져서 무상을 느끼고 경기도 안성安城 청룡사靑龍寺 영월 장로影月長老에게 의탁하여 삭발하고 계를 받았다. 나이 19세에 이르러 명산을 탐방할 뜻을 가지고 지리산에 들어갔다. 당시 용악 장로龍岳長老가 안국사安國寺에서 강석을 크게 열고 있었기에 스님은 그 문하에 들어가 수학하여 학문이 점차 진보하였고, 다음으로 용암 화상龍巖和尙에게 참문參問하여 지견이 열렸다. 27세 때에는 기양 성전騎羊聖典 장로에게 입실하여 도명道名이 높아졌다. 성전 장로의 유촉을 받고 벽송암碧松菴에 주석하였고, 암자가 퇴락하자 화상이 중수하여 면모를 일신하였으며, 상주물常住物을 아끼고 사우를 중흥하였다. 그리고 화상은 자기 본분사를 밝히지 못함을 염려하여 칠불암七佛庵에서 몇 해 동안 면벽하였으니, 화상의 높은 식견으로 응당 깊은 선지禪旨를 얻었을 터이나 도가 같은 이가 아니면 알 수 없다. 광서光緖(청나라 德宗의 연호) 16년(1890) 경인년 섣달 27일에 화상은 작은 병을 얻어서 29일에 이르러 열반에 들려고 하였다. 이때 대중이 섣달그믐의 과세불공過歲佛供을 걱정하니, 화상은 “내가 중이 된 지 60년인데 세상을 떠날 때 어찌 삼보의 일에 방해될 수 있겠는가. 걱정하지 말라.” 하였다. 시일을 끌어서 그 이듬해 정월 초이튿날에 이르러 화상이 또 열반에 들고자 할 때 대중이 또 칠성제七星祭115)를 지낼 일을 걱정하니, 화상이 또 전과 같이 말하고 시일을 끌어서 4일 사시에 이르러 대중에게 묻기를, “오늘 가도 방해될 일이 없겠느냐?” 하였다. 대중이 그렇다고 하자 부촉하는 말을 마치고는 대중에게 경을 외고 염불하게 하고 엄연奄然히 열반에 들었다. 경에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116)로 스승을 삼으라.” 하였고, 또 “시방제불이 모두 계정혜에 의지하여 열반에 든다.” 하였다. 화상은 평소 계를 지켜 부지런히 노력하고 늘 조심하여 그 인품은 옥처럼 맑고 순수하였고, 학식이 넉넉하였으며, 입적할 때 수명을 자유로이 연장하였으니, 011_0612_b_01L而淸瀅粹然。十七歲時。遊鍾路。見官 011_0612_c_01L수명을 자유로이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력定力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옛날에 삼학을 정밀히 닦아서 도업을 성취한 이일지라도 이보다 더 낫지는 않을 것이다. 그 법맥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회암晦庵은 한암寒庵에게 전수하고, 한암은 추파秋波에게 전수하고, 추파는 경암鏡庵에게 전수하고, 경암은 중암中庵에게 전수하고, 중암은 기양騎羊에게 전수하였으며, 회암은 보광葆光의 법을 잇고, 보광은 모운慕雲의 법을 잇고, 모운은 벽암碧庵의 법을 잇고, 벽암은 부휴浮休의 법을 잇고, 부휴는 부용芙蓉의 법을 이었으니, 화상은 부용에게 11대손이 된다. 향년은 78세요 법랍은 60세이다. 법문法門의 동량이 꺾였으니 총림이 모두 불법의 운수가 비색否塞함을 슬퍼하였다. 내가 광무光武 4년(1900) 겨울에 화전花田(남해의 옛 이름) 용문사龍門寺에 들렀더니, 호은 장로虎隱長老가 화상이 시순時順117) 동안에 도행道行이 탁월했음을 크게 칭찬해 말하면서 나에게 행적을 후세에 길이 전하도록 행장을 써 주길 청하기에 내가 문장에 능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사양하였다. 그리고 수십 일 뒤 벽송암에 들렀더니, 영운嶺雲·동운東雲 두 고덕이 있었으니, 바로 화상의 제자들이다. 이 두 분이 또 선사先師를 위해 행장을 써 주길 부탁하며 그 청이 더욱 간곡하였다. 내가 회상해 보니 매우 어릴 때 벽송암에서 겨울 한 철을 지낸 적이 있었는데, 당시 화상을 보니 맑고 엄숙한 도기道氣가 충만하여 밖으로 발산하였다. 그러나 나는 당시 나이가 어리고 식견이 적어 법문을 들어 마음의 티끌을 씻지 못했으니, 여한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이제 나이 55세118)라, 머리털은 세고 얼굴엔 주름이 졌건만 불법에는 깨우친 게 없어 두 가지 이익119)을 다 잃었으니, 아, 탄식하는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화상의 도덕에 대해 크게 흠모하는 마음이 있는 데다 두 고덕이 지성으로 청하고 호은 장로가 부탁하신 터라, 굳이 사양할 수 없어 문장이 서툰 것도 헤아리지 않고, 이상과 같이 대략 쓰면서 때때로 붓을 멈추고 감회에 잠기기를 재삼 마지않았다. 011_0612_c_01L自在也。非定慧 [3] 。固不能也。雖古之精 011_0613_a_01L 취은 화상의 행장(取隱和尙行狀) 내가 호서 지방에서 쓸모없는 몸으로 병을 조섭하면서 게으르게 지내 온 지가 20여 년이었다. 취은 화상取隱和尙의 덕향이 멀리까지 알려졌으나 남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찾아뵙고 마음의 티끌을 씻지 못하였는데 화상이 훌쩍 입적하시고 말았으니, 한스러운 마음이 유독 깊었다. 광무光武 4년 겨울, 운유雲遊할 뜻이 있어 조계산 송광사에 들렀다. 때는 마침 궁음窮陰120)이라 눈보라가 사납게 몰아치기에 선창禪窓 아래 이틀을 묵었다. 자응慈應·금명金明·자성慈城 세 사형제가 나에게 일렀다. “우리 선사先師이신 취은 화상께서 시순時順121)사이에 이룬 출세간의 도업은 비록 옛날의 조사에 비길 수는 없지만 근세에는 거의 보고 듣기 어려운 것입니다. 선사의 높은 덕행으로 볼 때 우리 제자들은 의당 행장을 지어서 후세에 길이 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행장을 짓지 못한 것은 그럴 겨를이 없어서였습니다. 고명하신 스님께서는 문명이 평소 알려져 있고 선지禪旨도 깊으신데 마침 이곳에 오셨으니, 원컨대 스님의 한마디를 빌어서 우리 선사의 남긴 발자취를 빛내고자 합니다. 이와 같이 해 주신다면 우리 선사의 행업行業이 우뚝이 후세에 전해질 뿐만 아니라 저희 제자들도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청컨대 스님께서는 문필을 아끼지 말아 주소서.” 내가 재삼 사양했으나 그 청이 더욱 간곡하였다. 삼가 화상의 제자가 적은 기록을 살펴보건대, 화상의 휘는 민욱旻旭이고 법호는 취은이며 속성은 최씨崔氏이고 본관은 해주海州이다. 가경嘉慶 20년 을해년에 처음 경상도 봉화奉化에서 기식寄食하면서 그 이듬해 9월까지 남의 집을 전전하였다. 나이는 어렸으나 어른스럽고 과묵하여 노성老成한 풍도가 있었다. 화상은 14세에 속세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 북쪽에 있는 태백산 각화사覺華寺 태주 장로泰珠長老에게 의탁하여 삭발하고 계를 받고서 세연을 따라 환망幻妄 속에 산 것이 여러 해였으니, 011_0613_a_02L 余廢棄湖西。以養病懶。二十有餘年矣。 011_0613_b_01L보리도가 세간을 여의지 않는다는 것을 어찌 깨달았겠는가. 나이 불혹에 이르러 태백산 미륵암에서 초은 장로超隱長老를 찾아가서 옷깃을 여미고 법을 물어서 정안正眼을 결택, 스승과 제자의 도가 계합하여 10년 동안 초은 장로를 시봉하였으니, 응당 현묘한 경지를 얻었을 터이나, 화상은 자신을 숨기는 데 뜻을 둔 터라 사람들이 알 수 없었다. 그 후 화상은 나이 68세 때인 계미년에 이르러 반야봉 아래 용수율와龍樹霱窩에서 10년 동안 우거하면서 흙덩이처럼 앉아 온갖 망상이 불 꺼진 재처럼 싸늘히 식고 홀연 돈오한 곳이 있었으니, 고인이 “사람이 물을 마심에 차고 따뜻함을 스스로 안다.”라고 한 것이 이를 두고 말한 것이다. 청허 선사淸虛禪師가 “차라리 천겁 동안 생사에 윤회할지언정 성인들의 해탈을 사모하지 않는 것은 선가禪家의 눈이요, 남의 시비를 보지 않는 것은 선가의 발이다.” 하였다. 화상은 발심할 때 돈오하리라 기약하여 깨달았고, 깨달은 뒤의 생애는 한 덩이 돌처럼 굳었으니 선가의 눈에 거의 가깝다 하겠으며, 청황보불靑黃黼黻122)과 같은 화려한 장식이나 관현의 악기와 같은 아름다운 음악에는 굳이 귀먹고 눈멀지 않아도 시비가 절로 끊어졌으니 선가의 발을 십분 갖추었다 할 만하다. 화상은 북쪽으로 묘향산에 들어가고 남쪽으로 지리산에 들어가 반평생 행적이 한가로운 구름, 들판의 학과 같았으나 또한 탈쇄脫灑하다고 자처하여 스스로 고상한 척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면에 온축한 도덕은 위대하고 정중하여 굳이 지혜로운 이가 아니어도 알 수 있었다. 79세 때인 갑오년(1894) 봄에 동리산桐裏山 미타암에 주석하면서 선회禪會를 열어 현풍玄風을 떨쳐 탁월한 행적을 보이면서 노년에 이르러서도 게으르지 않았다. 그리고 4년 뒤 정유년(1897)에 열반할 곳을 잡아서 명적난야明寂蘭若에서 편안히 지낸 지 3년째 되던 해 기해년(1899) 정월 7일에 작은 병에 걸려 14일 신시申時에 이르러 입적하였다. 슬프다! 형상이 있는 것은 반드시 공으로 돌아가는 것은 세상에서 면치 못하는 바이지만, 도인이 입적함에 011_0613_b_01L妄。亦有年所。豈曾悟其菩提道法。不 011_0613_c_01L산야山野가 모두 통곡하여 마지않음을 어이하리오! 화상은 입적할 때에 정신이 평안하고 한가로웠으며 평소처럼 단정히 앉아 있었다. 당시 원주 혜운慧雲 상좌가 묻기를, “화상께서 지금 입멸하려 하시니, 사산四山이 핍박해 오는데123) 정혜의 일념이 견고하여 매昧하지 않습니까?” 하니, 화상이 목침을 세우고는 엄연히 앉아서 숨을 거두었다. 구지俱胝 화상이 한 손가락을 세운124) 것이 끝내 거칠고 허황한 것이 아니었으니, 온 하늘 아래가 다 춥다느니 덥다느니125) 한 것이나, 뜨거운 벽돌을 치니 속까지 얼었다126)고 한 것은 모두 정신이 나가서 외변으로 달려가는 짓이다. 화상이 목침을 세운 것은 살활殺活이 자재하고 조照도 있고 용用도 있는127) 소식이니, 암주庵主가 조주趙州 스님에게 대답한128) 것이 반드시 옛날의 아름다움을 독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날 밤 3경에 한 줄기 상서로운 빛이 마치 무지개처럼 허공을 가로질렀고, 다비한 뒤 5일이 지나도록 그 빛은 더욱 맑고 오색이 영롱하게 모였다 흩어졌다 했으며, 또 상서로운 구름이 사방에서 모여 서로 엉키고 뒤섞이니, 원근의 승속이 모여서 우러러보며 옛 도인이 입멸할 때와 같다고 경탄하였다. 화상은 가경嘉慶 21년 병자년(1816)에 태어나 대한 광무光武 3년(1899) 기해년에 입적했으니 향년은 84세이고, 14세에 출가하여 계를 받았으니 법랍은 71세이다. 화상은 초은 의유超隱義宥의 법을 이었고, 초은은 연월 이준淵月以俊의 법을 이었다. 부휴浮休는 벽암碧庵에게 전수하고, 벽암은 취미翠微에게 전수하고, 취미는 백암栢庵에게 전수하고, 백암은 무용無用에게 전수하고, 무용은 영해影海에게 전수하고, 영해는 풍암楓巖에게 전수하고, 풍암은 벽담碧潭에게 전수하고, 벽담은 영월詠月에게 전수하고, 영월은 낙파樂坡에게 전수하였으니, 화상은 부휴에게 12대손이 되고, 태고太古에게 17대손이 된다. 불법의 교화가 점차 쇠잔하여 정법안장이 죄다 사라졌는데, 화상은 정혜를 오로지 닦아서 이 세상에 무너진 불법의 기강을 크게 바로잡았으니, 불 속에 연꽃이 피어난 격(火中生蓮)이라 하겠다. 011_0613_c_01L之乘化也山野皆痛悼不已何。其臨滅 011_0614_a_01L찬탄을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무능하고 용렬하여 세상에 쓸모없는 몸이라 불법 교화에 온갖 폐단이 쏟아져 나오건만, 도덕으로도 구제할 수 없거늘 문장으로 어찌 구제할 수 있으리오. 이로 말미암아 감분感憤하여 문묵文墨을 놓고 지낸 지 여러 해였다. 더구나 염량세태를 겪으면서 문사文辭가 쇠락하여 글 짓는 일 따위에 마음을 쓸 수 없었다. 그렇지만 화상이 세상에 나와 그 도업이 이처럼 탁월하고, 그 제자인 자응·금명·자성 세 사형제가 또 이처럼 간곡히 청하기에 굳이 사양하고 말 수는 없었다. 이에 이상과 같이 대략의 행적을 기록하는 한편 지난날 찾아뵙고 배우지 못한 한의 만분의 일이나마 이 글에 담노라. 영찬影賛 금우 화상 영찬(錦雨和尙影賛) 虎隱之父 호은虎隱의 은사요 인봉 화상 영찬(茵峰和尙影賛) 豊厚其貌 그 모습은 풍후하였고 011_0614_a_01L讃何可盡。余以踈慵癈棄。無用於世。 011_0614_a_10L 011_0614_a_13L 虎隱之父。華雲之子。能文而賢。有德 011_0614_a_18L 011_0614_a_20L 豊厚其貌。其心則賢。一念之中。佛覺 011_0614_b_01L 대연 화상 영찬(大淵和尙影賛) 居龍門大淵長老 용문사에 주석한 대연 장로는 귀암 화상 영찬(歸庵和尙影賛) 裵公問黃檗老 배 공이 황벽 스님에게 묻기를 고암 화상 영찬(古庵和尙影賛) 高提祖令 조사의 정령正令을 높이
제창하니 금봉화상영찬金峰和尙影賛 金峰長老 금봉 장로여! 011_0614_b_02L 居龍門大淵長老。講貝葉。大振玄風 011_0614_b_08L 011_0614_b_10L 裵公問黃檗老。高僧眞儀在此。高僧安 011_0614_b_16L 011_0614_b_18L 高提祖令。星北水東。物無是非。非私 011_0614_b_21L 011_0614_b_23L 金峰長老。大願唯深。扶護梵刹。供佛 011_0614_c_01L一亘淸空 한 줄기 맑은 허공과
같아라. 문중의 말학 경허 성우는 향을 사르고 삼가 짓다.(門末鏡虛惺牛焚香謹撰.)131) 동계화상영찬東谷和尙影賛 뜻을 얻으면 거리의 쓸데없는 얘기도 늘 정법을 굴리는 것이요, 말에서 잃으면 용궁의 장경도 한바탕 잠꼬대일 뿐이다. 비록 이와 같으나 비단옷을 입는 게 영화로우나 도인은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필경 그 뜻은 어떠한가? 원앙새 수놓은 곳은 보여 주어도 되지만 금침을 남에게 주지는 말라. 동곡 장로여, 이咦!132) 구름을 어루만지고 세제世諦를 지은들 어떠리.133) 다음과 같이 게송을 붙이노라. 奉佛護法 부처님을 받들고 불법을 보호하여 오언절구(五言絕) 은선동에 노닐며(遊隱仙洞) 山與人無語 산과 사람은 말이 없는데 통도사백련암에서 제하다(題通度寺白蓮庵) 宕情收未了 호탕한 마음 거두지 못해 우연히 읊다(偶吟) 011_0614_c_01L一亘淸空。忽悟卽是。物物頭頭。靑山 011_0614_c_03L 011_0614_c_05L 得其旨也。街中閑談。常轉正法。失於 011_0614_c_11L 奉佛護法。維德孔揚。 011_0614_c_12L性相常住。萬古神光。 011_0614_c_13L月白川印。花發春風。 011_0614_c_14L一幅寫照。高掛雲堂。 011_0614_c_15L惟卓其道。山高水長 [2] 。 011_0614_c_16L 011_0614_c_19L 山與人無語。雲隨鳥共飛。 011_0614_c_20L水流花發處。淡淡欲忘歸。 011_0614_c_22L 宕情收未了。長袖拂千岑。 011_0614_c_23L深院聽鵑語。江山萬古心。 011_0615_a_01L 斜陽空寺裡 석양이 기우는 빈 절에서 [1] 喧喧寧似默 떠들어대는 게 어찌 침묵만 하랴 [2] 無事猶成事 일 없는 게 도리어
일이 되기에 [3] 那山幽寂處 어느 산 그윽한 곳에 [4] 有事心難測 이 일은 마음으로 헤아리기 어려우니 [5] 低頭常睡眠 머리를 숙이고 늘 조노니 [6] 山光水色裡 산 빛과 시냇물 빛 중에 [7] 靑松白石上 푸른 솔 흰 바위 위에 [8] 011_0615_a_01L 斜陽空寺裡。抱膝打閑眠。 011_0615_a_02L蕭蕭驚覺了。霜葉滿階前。 011_0615_a_04L 喧喧寧似默。攘攘不如眠。 011_0615_a_05L永夜空山月。光明一枕前。 011_0615_a_07L 無事猶成事。掩關白日眠。 011_0615_a_08L幽禽知我獨。影影過窓前。 011_0615_a_10L 那山幽寂處。寄我枕雲眠。 011_0615_a_11L如得其中趣。放狂十路前。 011_0615_a_13L 有事心難測。困來卽打眠。 011_0615_a_14L古今傳底句。秪在此門前。 011_0615_a_16L 低頭常睡眠。睡外更無事。 011_0615_a_17L睡外更無事。低頭常睡眠。 011_0615_a_19L 山光水色裡。面目自端的。 011_0615_a_20L欲識箇中意。八兩是半斤。 011_0615_a_22L 靑松白石上。何事獨沈吟。 011_0615_a_23L一杖還歸處。飛鳥亦無心。 011_0615_b_01L 打睡粥飯事 잠자고 죽과 밥 먹는 일 [9] 秋風凄復凄 가을바람 처량하고 또 처량하니 [10] 古路非動容 옛길은 거동을 떨치는 곳 아니요 [11] 書到紙面空 글씨를 쓰매 지면이 공空하니 [12] 驥兒見此頌 기아驥兒는 이 송구를 보거늘138) [13] 遊翫未歸路 한가로이 노닐다 돌아가지 않고 [14] 可惜香山仙 애석해라 향산의 선인들은 [15] 熙熙太平春 온화한 기운 태평한 봄이니 [16] 011_0615_b_01L 打睡粥飯事。此外夢幻吟。 011_0615_b_02L山庵何寥寂。霜葉滿庭心。 011_0615_b_04L 秋風凄復凄。深夜不能眠。 011_0615_b_05L胡以虫悲語。使吾淚枕前。 011_0615_b_07L 古路非動容。悄然事已違。 011_0615_b_08L少林門下事。不意生是非。 011_0615_b_10L 書到紙面空。盡得一線通。 011_0615_b_11L一線還不盡。紅日禪窓東。 011_0615_b_13L 驥兒見此頌。我指碧山層。 011_0615_b_14L諦信卽無疑。何處非燃燈。 011_0615_b_16L 遊翫未歸路。悠然憇石林。 011_0615_b_17L落花流逝水。明月上孤岑。 011_0615_b_19L 可惜香山仙。恨未聞獅吼。 011_0615_b_20L但能了一物。何論佛前後。 011_0615_b_22L 熙熙太平春。看看百草新。 011_0615_b_23L鷄龍山上雨。昨夜浥輕塵。 011_0615_c_01L 何處靑山好 어느 곳 청산이 좋은가 찾아서 [17] 燕頷雪衣下 눈 덮인 연암산 아래 [18] 緣知生死大 생사의 일이 큰 줄 알기에 [19] 打算年前事 생각해 보면 연전의 일은 [20] 白雲因底事 흰 구름은 무슨 일로 [21] 孰非無二法 어느 것인들 불이법不二法이 아니랴 [22] 是非名利路 시비와 명리의 길에서 [23] 人心如猛虎 사람 마음은 사나운 범 같아 [24] 011_0615_c_01L 何處靑山好。携笻與汗帉。 011_0615_c_02L十年忘世界。今日訪仙君。 011_0615_c_04L 燕頷雪衣下。白花日已曛。 011_0615_c_05L書童來我吿。飯鼓已鳴云。 011_0615_c_07L 緣知生死大。萬事一風飛。 011_0615_c_08L今日隨雲坐。四峰鶴舞歸。 011_0615_c_10L 打算年前事。偬偬野馬飛。 011_0615_c_11L不離飛野馬。天外一鵬歸。 011_0615_c_13L 白雲因底事。日日向山飛。 011_0615_c_14L似嫌塵世惡。隨我箇中歸。 011_0615_c_16L 孰非無二法。秋日雁南飛。 011_0615_c_17L這箇眞消息。春應向北歸。 011_0615_c_19L 是非名利路。心識狂紛飛。 011_0615_c_20L所稱英雄漢。彷徨未定歸。 011_0615_c_22L 人心如猛虎。毒惡徹天飛。 011_0615_c_23L伴鶴隨雲外。此身孰與歸。 011_0616_a_01L 鐵樹花開一 쇠나무에 꽃이 한번 피었건만 [25] 風飄霜葉落 바람에 흩날려 서리 맞은 잎 지더니 [26] 當處殞空虛 당처에 허공이 무너지면서 [27] 喝水和聲絶 흐느끼는 물은 소리와 함께 없고 [28] 眼裡江聲急 눈 안에 강물 소리 급하고 오언율시(五言律) 범어사 보제루에서 제하다(題梵魚寺普濟樓) 神光豁如客 신령한 빛이 툭 트인 길손이 운달산으로 가는 도중에 입으로 불러서 읊다(雲達山途中口號) 橫擔一筇竹 대지팡이 하나 어깨에 걸치고 011_0616_a_01L 鐵樹花開一。根株勿處尋。 011_0616_a_02L草堂春睡稔。百鳥費淸音。 011_0616_a_04L 風飄霜葉落。落地便成飛。 011_0616_a_05L因此心難定。遊人久未歸。 011_0616_a_07L 當處殞空虛。空花方結實。 011_0616_a_08L知此亦春光。幽香吹我室。 011_0616_a_10L 喝水和聲絕。聻山並影非。 011_0616_a_11L聲影通身活。金烏夜半飛。 011_0616_a_13L 眼裡江聲急。耳畔電光閃。 011_0616_a_14L古今無限事。石人心自點。 011_0616_a_15L 011_0616_a_18L 神光豁如客。金井做淸遊。 011_0616_a_19L破袖藏天極。短笻劈地頭。 011_0616_a_20L孤雲生遠峀。白鳥下長洲。 011_0616_a_21L大塊誰非夢。憑欄謾自悠。 011_0616_a_23L 橫擔一笻竹。濶步嶺湖中。 011_0616_a_24L面前飛白月。袖裡捲長風。 011_0616_b_01L日暖千郊稔 날이 따스하니 들판마다 곡식 익고 이별하며 주다(贈別) 爲君賦遠遊 그대를 위해 원유를 읊노라니145) 서동을 시켜 물을 읊게 하고 스스로 읊다(使書童咏水自咏) 斡旋成一六 원기가 돌아서 일륙一六이 되니146) 우연히 읊다(偶吟) 鳥飛去空天 새가 날아 텅 빈 하늘로 가지만 [1] 病者問乎爾 병자여 그대에게 묻노니 [2] 天地如是廣 천지는 이처럼 넓거늘 011_0616_b_01L日暖千郊稔。霜侵萬木紅。 011_0616_b_02L獅王雖晦迹。衆獸豈能同。 011_0616_b_04L 爲君賦遠遊。使我涕先流。 011_0616_b_05L百歲如逆旅。何方竟首邱。 011_0616_b_06L片雲生遠峀。落日下長洲。 011_0616_b_07L屈指人間事。悠悠摠是愁。 011_0616_b_09L 斡旋成一六。樂處智還深。 011_0616_b_10L影影㴠天像。聲聲徹海心。 011_0616_b_11L市朝俄變替。歲月暗侵尋。 011_0616_b_12L做得魚龍窟。風雷自古今。 011_0616_b_14L 鳥飛去空天。望之不盡乎。 011_0616_b_15L欲將有相物。難窮去無餘。 011_0616_b_16L半途絕樹林。困疲沒休居。 011_0616_b_17L不識經營誤。憮然且躊躇。 011_0616_b_19L 病者問乎爾。胡病不起乎。 011_0616_b_20L方丈有神藥。服者壽有餘。 011_0616_b_21L人生如草露。又未得安居。 011_0616_b_22L病者歔悕道。難得故躊躇。 011_0616_b_24L 天地如是廣。此生可笑乎。 011_0616_c_01L半生已過了 반평생이 이미 지나갔으니 [3] 人生不足恃 인생은 믿을 게 못 되나니 [4] 鐺前九節草 솥 앞의
구절초148)는 [5] 山中樵客遇 산중에서 나무꾼을 만났으니 [6] 平生無固必 평생에 기필하고 고집함이 없어151) [7] 011_0616_c_01L半生已過了。餘年復幾餘。 011_0616_c_02L憂愁長侵汨。幾時得安居。 011_0616_c_03L如醉不覺悟。空然得躊躇。 011_0616_c_05L 人生不足恃。張趙爲化乎。 011_0616_c_06L屈指念知者。存者得幾餘。 011_0616_c_07L無論少與老。黃泉是歸居。 011_0616_c_08L身施早覺悟。大急莫躊躇。 011_0616_c_10L 鐺前九節草。病者之所須。 011_0616_c_11L不知諸小兒。無病欲相求。 011_0616_c_12L居然還自思。不病其有誰。 011_0616_c_13L可惜百年事。爾我同一丘。 011_0616_c_15L 山中樵客遇。暫語亦因緣。 011_0616_c_16L近間居士洞。下去夕陽天。 011_0616_c_17L柳魂飛欲盡。蝶夢杳難圓。 011_0616_c_18L回頭人不見。鴉噪遠村邊。 011_0616_c_20L 平生無固必。萬事付因緣。 011_0616_c_21L燕頷留道士。浮石送炎天。 011_0616_c_22L漁歌何處晩。山月向人圓。 011_0616_c_23L來坐高樓上。醘鷄亂一邊。 011_0617_a_01L 十載空門裡 10년 동안 불문에 사노라니 [8] 蟲聲來喞喞 풀벌레 와서 찍찍 울어대고 [9] 奇哉是何處 기이해라 여기가 어디인가 [10] 書童來我告 학동이 와서 내게 말하기를 사상동158)을 지나는 길에(社上路中) 春光正値三 봄빛도 그야말로 3월이라 011_0617_a_01L 十載空門裡。自然忘世緣。 011_0617_a_02L好花開滿地。明月上靑天。 011_0617_a_03L衆流歸海一。萬像至空圓。 011_0617_a_04L興智今行日。鏡心照遠邊。 011_0617_a_06L 蟲聲來喞喞。枕榻月明秋。 011_0617_a_07L葉下深院裏。風驚古澗頭。 011_0617_a_08L有思空自感。無聊轉添愁。 011_0617_a_09L顧此蜉蝣寄。亦當一氣收。 011_0617_a_11L 奇哉是何處。來坐更炎空。 011_0617_a_12L床白靑天月。襟淸大海風。 011_0617_a_13L始成先佛手。重建久師功。 011_0617_a_14L荷擔賢人力。此棲與子同。 011_0617_a_16L 書童來我吿。今日願登山。 011_0617_a_17L藥草堪搜取。鵲巢可引攀。 011_0617_a_18L松琴風瑟瑟。林語鳥𠴨𠴨。 011_0617_a_21L 春光正値三。百鳥語喃喃。 011_0617_a_22L花朶般般錦。柳絲處處藍。 011_0617_a_23L風景雖云樂。羈懷實不甘。 011_0617_a_24L悠悠還自詠。誰識賦江南。
011_0617_b_01L 칠언절구(七言絕) 해인사 구광루海印寺九光樓 依依經閣到仙巒 웅장한 장경각이 선산仙山을 마주하였나니 가야산 홍류동(伽倻山紅流洞) 孰云是水孰云巒 어느 것이 물이요 어느 것이 산인가 남천당 한규에게 주다(與南泉堂翰奎) 默坐禪窓歲已闌 선방에 묵좌하노라니 한 해가 저물어 또(又) 默坐禪窓歲已闌 선방에 묵좌하노라니 한 해가 저물어 즉사卽事 甘口時行蝎處深 달콤한 말 속에 독한 사갈이 숨었나니 통도사백운암通度寺白雲庵 白雲庵裏白雲在 백운암 안에 백운이 있나니 통도사 백련암에서 환성喚惺 노사161)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通度寺白蓮庵謹次喚惺老師韻) 擲金遺什揭虛楹 금을 던지는 듯한162) 유편이 기둥에 걸렸나니 범어사 하안거 해제일에 원효암에 올라(梵魚寺解夏日上元曉庵) 祖師入滅傳皆妄 원효 조사 입멸했다는 건 모두 거짓말 011_0617_b_03L 猗猗 [2] 經閣對仙巒。徃事無非一夢間。 011_0617_b_04L適有乾坤呑吐客。九光樓上秤千山。 011_0617_b_06L 孰云是水孰云巒。巒人 [2] 雲中水石間。 011_0617_b_07L大光明軆無邊外。披腹點看水與山。 011_0617_b_09L 默坐禪窓歲已闌。渾忘緣瘐帽圍寬。 011_0617_b_10L雖然渾忘非無驗。老驗雨晴病驗寒。 011_0617_b_12L 默坐禪窓歲已闌。鄕心寧有少分寬。 011_0617_b_13L忽憶故人音信絕。聊書一偈寄暄寒。 011_0617_b_15L 甘口時行蝎處深。蟻群蠅隊總難禁。 011_0617_b_16L四物侵尋忙拂拭。仍忘庭栢歲寒心。 011_0617_b_18L 白雲庵裏白雲在。半掛層岩半掛空。 011_0617_b_19L千樹煙蘿多韻致。隨風搖曳白雲中。 011_0617_b_20L通度寺白蓮庵謹次喚惺老師韻 011_0617_b_21L 擲金遺什揭虛楹。道價千秋海岳輕。 011_0617_b_22L悠悠曠感無人識。寒磬空留刼外聲。 011_0617_b_24L 祖師入滅傳皆妄。今日分明坐此臺。 011_0617_c_01L杖頭有眼明如漆 지팡이 머리에 눈이 칠흑처럼 밝아 범어사로부터 해인사로 가는 도중에 입으로 불러 읊다(自梵魚寺向海印寺道中口號) 識淺名高世危亂 식견은 얕고 이름은 높고 세상은 위태하니 불명산 윤필암에 들르다(過佛明山尹弼庵) 酒或放光色復然 술도 혹 방광하고 여색도 그러하니 윤필암에서 하안거 해제 뒤에 우연히 읊다(尹弼庵解夏後偶吟) 不爲叅玄不爲遊 참선도 안 하고 노닐지도 않는데 영명당과 불령사로 가는 도중에(與永明堂行佛靈途中) 摘何爲妄指何眞 무엇을 거짓이라 하고 무엇을 참이라 하랴 또(又) 任是妄兮任是眞 참이든 거짓이든 아랑곳하지 않노니 또(又) 高士文朋意亦眞 고상한 선비와 글벗들 뜻이 참되니 지리산 영원사에서(題智異山靈源寺) 不是物兮早駢拇 물건이 아니라 해도 벌써 군더더기이니 허주 장로에게 부치다164)(寄虛舟長者) 因筆及此心緖亂 붓 가는 대로 이 시를 짓노라니 마음이 착잡해 011_0617_c_01L杖頭有眼明如漆。照破山河大地來。 011_0617_c_02L自梵魚寺向海印寺道中口號 011_0617_c_03L 識淺名高世危亂。不知何處可藏身。 011_0617_c_04L漁村酒肆豈無處。但恐匿名名益新。 011_0617_c_06L 酒或放光色復然。貪嗔煩惱送驢年。 011_0617_c_07L仗屨無端化獅子。等閑一踢孰能前。 011_0617_c_09L 不爲叅玄不爲遊。佛明山裏又淸秋。 011_0617_c_10L不知明日一笻竹。去上嶺南幾箇樓。 011_0617_c_11L與永明堂行佛靈途中 [1] 011_0617_c_12L 摘何爲妄摘 [2] 何眞。眞妄由來總不眞。 011_0617_c_13L霞飛葉下秋容潔。依舊靑山對面眞。 011_0617_c_15L 任是妄兮任是眞。張癲醉打李翁眞。 011_0617_c_16L懸羊賣狗年來事。識得分明認得眞。 011_0617_c_18L 高士文朋意亦眞。塵中無累最淸眞。 011_0617_c_19L直須覰破威音外。莫把儱侗以認眞。 011_0617_c_21L 不是物兮早駢拇。許多名相復何爲。 011_0617_c_22L慣看疊嶂煙蘿裏。無首 [1] 猢猻倒上枝。 [2] 011_0617_c_24L 因筆及此心緖亂。遮箇境界共誰伊。 011_0618_a_01L鵠白烏黑心言外 따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으니 마음과 말 밖이라 송광사 육감정에서(題松廣寺六鑑亭)一說羽化閣 靈境許多淸興慣 선경의 경치 허다하여 늘 맑은 흥취 일어나 금산 보석사에서(題錦山寶石寺) 蕭瑟一碑傍寺門 쓸쓸한 비석 하나 산문 곁에 서 있나니 마곡사에서 제하다(題麻谷寺) 塞却眼兮塞却耳 눈을 막고 귀를 막으니 또(又) 啞却爾耳聾我口
네 귀는 벙어리 내 입은 귀머거리 천장암에서홍주군에 있다.(題天藏庵洪州郡) 世與靑山何者是 속세와 청산 어느 것이 옳은가 答滿空問和尙歸去後衆生如何敎化 雲月溪山處處同 구름과 달, 시내와 산이 도처에 같음이 석왕사 영월루(題釋王寺映月樓) 上方春日花如霰 산사의 봄날 꽃은 싸락눈처럼 지고168) 갑산 이수동을 지나며(過甲山利水洞) 011_0618_a_01L鵠白烏黑心言外。無生佛兮有山水。 011_0618_a_02L題松廣寺六鑑亭一說羽化閣 011_0618_a_03L 靈境許多淸興慣。曠然遊戱付年年。 011_0618_a_04L喝開兎角風雷殷。無數魚龍上碧天。 011_0618_a_06L 蕭瑟一碑傍寺門。靑山影裏幾朝昏。 011_0618_a_07L圭師徃蹟無人問。落日牛羊下遠村。 011_0618_a_09L 塞却眼兮塞却耳。大千沙界沒滲漏。 011_0618_a_10L莫言密室人無覰。不通風處卽十路。 011_0618_a_12L 啞却爾耳聾我口。一句普應大千機。 011_0618_a_13L莫言金剛棒不起。蚯蚓吟雨下淸池。 011_0618_a_15L 世與靑山何者是。春城無處不開花。 011_0618_a_16L傍人若問惺牛事。石女心中刼外歌。 011_0618_a_17L答滿空問和尙歸去後衆生如何敎 011_0618_a_19L 雲月溪山處處同。叟山禪子大家風。 011_0618_a_20L慇懃分付無文印。一段機權活眼中。 011_0618_a_22L 上方春日花如霰。異鳥聲中午夢甘。 011_0618_a_23L萬德通光無證處。揷天曉嶂碧於藍。 011_0618_b_01L 利水洞前江勢急 이수동 앞에는 강 물살이 빠르니 낚시질을 구경하며(觀釣魚) 百尺深淵胡不住 백 척 깊은 물속에 어이하여 머물지 않고 연은이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것을 보고 읊다(詠蓮隱種樹栽花) 花滿墻垣葉滿枝 꽃은 담장에 가득하고 잎은 가지에 가득하니 또(又) 培養靈根上達枝 신령한 뿌리 길러 가지가 위로 뻗으니 또(又) 淸流門植碧山枝 맑은 시내 곁 문 앞에 푸른 산의 나무 심으니 약초꾼 조 씨의 시에 차운하다(次採藥商趙氏韻) 不願功名但願山 공명은 원치 않고 다만 산만 원해 偶吟 千峯一水勢中分 천 봉우리와 한 줄기 시냇물이 여기서
나뉘는데 [1] 龍汀江上野叟之 용정강 가에 시골 늙은이 가기에 [2] 011_0618_b_01L 利水洞前江勢急。靑靑黯黯吼中輕。 011_0618_b_02L孤雲曾有伽倻句。永絕是非到耳聲。 011_0618_b_04L 百尺深淵胡不住。無端淸淺伴苔磯。 011_0618_b_05L沙禽時窺漁翁釣。可惜身殱自取機。 011_0618_b_07L 花滿墻垣葉滿枝。莫敎荊棘箇中垂。 011_0618_b_08L蓮隱時遊隣老會。流鶯啼處好風吹。 011_0618_b_10L 培養靈根上達枝。疾風暴雨不須垂。 011_0618_b_11L他年高拂靑雲裏。倘有仙笛過此吹。 011_0618_b_13L 淸流門植碧山枝。綠影紅香日夕垂。 011_0618_b_14L知君不是粧垣屋。恐或腥塵一點吹。 011_0618_b_16L 不願功名但願山。山中採藥幾年間。 011_0618_b_17L深深松籟烟霞裏。一曲芝歌萬境閑。 011_0618_b_19L 千峯一水勢中分。隱仙洞下晩歸雲。 011_0618_b_20L若使烟霞分一半。從今消息斷相聞。 011_0618_b_22L 龍汀江上野叟之。回首喟問路分岐。 011_0618_b_23L野叟無語山又晩。何處滄浪韻凄遲。 011_0618_c_01L 蕭條一榻滿山秋 쓸쓸한 침상 가을빛이 물든 산들 [3] 稱佛稱祖早謾語 부처니 조사니 이미 부질없는 말일 뿐 [4] 火裏蝍蟉卽不問 불 속의 지네는 묻지
않거니와 [5] 石人乘興玩三春 돌사람177)이 흥을 타고 춘삼월 구경하노니 [6] 風埃蟬蛻雖已成 풍진 세상 벗어난 것은 비록 이뤘지만 [7] 佛與衆生吾不識 부처와 중생을 나는 알지 못해 [8] 世間萬法誰炎凉 세상 만법에 누가 염량180)을 쫓으랴 희천181) 두첩사에 앉아서(坐熙川頭疊寺) 僧胡不住名山是 중이 어이 머물지 않는가 명산이 여긴데 또(又) 011_0618_c_01L 蕭條一榻滿山秋。大湼槃光不盡流。 011_0618_c_02L賴有性師終未會。熊津元不異公州。 011_0618_c_04L 稱佛稱祖早謾語。蓍龜未兆鬼猶眠。 011_0618_c_05L松雲湛寂蘿月晩。泰華山下古今傳。 011_0618_c_07L 火裏蝍蟉卽不問。秋江烟澄鷗鷺眠。 011_0618_c_08L遮般展振無人會。槐國風光夢裡傳。 011_0618_c_10L 石人乘興玩三春。不成虎畵更看新。 011_0618_c_11L林壑在天星月下。死鷄捕鼠祭亡人。 011_0618_c_13L 風埃蟬蛻雖已成。箇中神蚌有誰擎。 011_0618_c_14L浮生如夢塵緣了。祖佛江山一髮明。 011_0618_c_16L 佛與衆生吾不識。年來宜作醉狂僧。 011_0618_c_17L有時無事閑眺望。遠山雲外碧層層。 011_0618_c_19L 世間萬法誰炎凉。任時圓兮任時方。 011_0618_c_20L普天匝地諸情類。箇箇靈空愼勿通。 011_0618_c_22L 僧胡不住名山是。谷谷烟霞轉轉浮。 011_0618_c_23L靈鶴不來人易老。倚樓怊悵夕陽西。 011_0619_a_01L 汲泉炊粟仍高枕 샘물 길어 조밥 지어 먹고 한가히 누웠으니 벗과 이별하며(別友人) 石州三月上山樓 석주의 3월에 산 누각에 오르니 칠언율시(七言律) 무흘사를 찾아가서(訪武屹寺) 蠅尋暑鬱足塵愁 파리 떼 덤비고 날씨 무더워 짜증이 나기에 벗들과 구중산에 올라(與諸益登九重山) 松間一榻勝禪關 솔숲 사이 앉았노라니 선방보다 나아 청암사수도암에 올라(上靑岩寺修道庵) 平步已難上最遲 평지도 걷기 어렵고 산길 오르긴 매우 더뎌 수도암을 찾아가서(訪修道庵) 登登復轉訪仙庭 산길을 오르고 올라 선경을 찾아오니 011_0619_a_01L 汲泉炊粟仍高枕。豊樂菴中一夜情。 011_0619_a_02L大道天眞忘語處。山童時有爇香淸。 011_0619_a_04L 石州三月上山樓。桃杏花開挾澗流。 011_0619_a_05L一別天涯俱是客。眼前風物倍生愁。 011_0619_a_06L 011_0619_a_09L 繩 [1] 尋暑鬱足塵愁。遐想滄溟萬里洲。 011_0619_a_10L槐柳醬坪將望野。烟霞武屹轉登樓。 011_0619_a_11L草罨虛窓難辨晝。蛛封古塔幾經秋。 011_0619_a_12L許多淪落人間事。如得其情涕可流。 011_0619_a_14L 松間一榻勝禪關。酤酒何妨去遠村。 011_0619_a_15L石影空山同邃古。水聲今日又黃昏。 011_0619_a_16L萬波囓嶼還餘骨。百鬼侵人竟有魂。 011_0619_a_17L吟想無窮况佳節。酣楓妍菊此堪論。 011_0619_a_19L 平步已難上最遲。懍乎强壯不多時。 011_0619_a_20L去遺仙海探珠術。辜負名山採藥期。 011_0619_a_21L邃谷雪騰雲轉石。古藤風吼月明枝。 011_0619_a_22L梵堂如畵僧無語。玉磬聲中篆影移。 011_0619_a_24L 登登復轉訪仙庭。靜裏眞人悟道靈。 011_0619_b_01L半戶江山分耳目 반쪽 방문으로 보이는 강산에 이목이 나뉘고 옥과군 관음사 수익 스님에게 주다(贈玉果觀音寺修益師) 天涯客意政堪傷 머나먼 타향이라 길손의 마음 처량한데 영호당에게 화답하다(和映湖堂) 萬事悠悠此百年 만사가 부질없이 흐르는 백 년 인생 송광사 금명당에게 화답하다(和松廣寺錦溟堂) 旣面終慚御李遲 뵙고 보니 어리御李191)가 늦은 것이 부끄럽구려 송광사 월화 강백과 함께 화엄사로 가는 도중에 입으로 불러 읊다(松廣寺月和講伯同行華嚴路中口號) 寓矚過聞景轉新 보고 듣는 것마다 풍경이 더욱 새로워 011_0619_b_01L半戶江山分耳目。虛欄星漢上衣屛。 011_0619_b_02L龕松經刼龍將老。嵐石叅天鬼或靑。 011_0619_b_03L慘極亡僧還佇久。奔雲遏 [1] 鳥隔林㝠。 011_0619_b_05L 天涯客意政堪傷。高士相尋此講堂。 011_0619_b_06L無間雖然心似月。做離其奈鬢添霜。 011_0619_b_07L憑目鵬圖千里遠。回頭蟻夢萬邦忙。 011_0619_b_08L古桐三尺知音絕。折柳聲聲也不妨。 011_0619_b_10L 萬事悠悠此百年。還如逆旅暫留連。 011_0619_b_11L篆香深處將忘世。靑鳥飛來忽見仙。 011_0619_b_12L酣菊爛楓秋色晩。浮雲流水夕陽邊。 011_0619_b_13L曩緣已遽今重別。白髮層巒共對憐。 011_0619_b_15L 旣面終愧行 [1] 李遲。曹溪山月抵窓時。 011_0619_b_16L索珠罔象元非實。入夢陳生竟是誰。 011_0619_b_17L來訪烟霞名勝地。擬看松栢歲寒枝。 011_0619_b_18L叢林自有高人在。隆化玄乘斷可期。 011_0619_b_19L松廣寺月和講伯同行華嚴路中口 011_0619_b_21L 寓矚過聞景轉新。所期淸興那嫌塵。 011_0619_b_22L石增嵐氣分光恠。村匿林心寫境眞。 011_0619_b_23L畝犬或蹲隨菜女。磵鳩時語傍耕人。 011_0619_b_24L樵歌一曲斜陽外。醞藉群山淡入雲。 011_0619_c_01L 또(又) 幾廻峻嶺又深川 몇 번이나 높은 재 넘고 깊은 시내 건넜던가 또(又) 隨足隨纓任濁淸 발 씻고 갓끈 씻는 건 청탁淸濁에 맡기노니195) 공림사公林寺 行到公林萬疊山 길을 걸어서 공림사 첩첩산중에 이르니 沃川花日浦 幾經酒肆幾書樓 몇 번이나 주막 지나고
서루196)를 지났던가 定慧寺 德崇山頭定慧幽
덕숭산 위 그윽한 정혜사 경내 011_0619_c_02L 幾廻峻嶺又深川。窘步長程愧未前。 011_0619_c_03L喬木寒烟春景早。淡雲孤鳥夕陽邊。 011_0619_c_04L浪遊無端身長老。醉棄何妨世外眠。 011_0619_c_05L樽酒未闌高士又。風流秪可任夫天。 011_0619_c_07L 隨足隨纓任濁淸。况乎春夢此浮生。 011_0619_c_08L活水淡山多少景。閑雲落照古今情。 011_0619_c_09L野霞晴曳孤禽白。春竹森圍萬戶靑。 011_0619_c_10L吟想無窮還取醉。隔林何處酒旗明。 011_0619_c_12L 行到公林萬疊山。上方秪是別人間。 011_0619_c_13L玉峰層立靑嵐下。古殿香深白日閑。 011_0619_c_14L短笻高掛吾將老。大事雖成孰與還。 011_0619_c_15L堪惜澗流流界外。愀然來坐石苔班。 011_0619_c_17L 幾經酒肆幾書樓。坐歇平莎漫自悠。 011_0619_c_18L山欲石高斬截立。水容魚大廣深流。 011_0619_c_19L靑烟亂作江村夕。爽籟來吹野樹秋。 011_0619_c_20L落影林泉俗離月。應嗟此釋暮年遊。 011_0619_c_22L 德崇山頭定慧幽。婆娑歲月萬年秋。 011_0619_c_23L禪林情慣前身到。栢樹心空曠刼悠。 011_0619_c_24L富貴門前流水去。帝王都上白雲浮。
011_0620_a_01L諸君莊蝶眞如事 제군들이여 장자 호접이 진여의 일이니198) 동짓날 상순에 도하리 서당에서 강계200)에 부친 시(至月上浣在都下里書塾寄江界韻) 無心無事傍書欄 일없이 무심히 서당에 앉아서 또(又) 遙想眄柯亭上欄 멀리서 면가정202) 난간 위를 생각하노니 갑산 길에 들어서서 강계 아득포령을 넘으며(入甲山路踰江界牙得浦嶺) 人間何貴積南金 세상에 남금204)을 쌓아 둔 게 무에 귀하랴 장진을 지나는 길에(長津路上) 十逢人屋九逢虛 인가를 열 번 만나면 아홉이 빈 집 장진강을 지나며 세쌍둥이를 보다(過長津江見三胎子) 六月風聲恠動金 유월 바람소리가 쇠를 움직이듯 세차니 011_0620_a_01L諸君莊蝶眞如事。我亦從今曳尾遊。 011_0620_a_02L至月上浣在都下里書塾寄江界韻 011_0620_a_03L 無心無事傍書欄。半世榮枯抱鏡看。 011_0620_a_04L三月未花春尙早。千岩藏雪夏猶寒。 011_0620_a_05L境不厭深知我老。書何頓絕念君安。 011_0620_a_06L丈夫自好無羇絆。乘興相尋也不難。 011_0620_a_08L 遙想眄柯亭上欄。欄邊景致勝前看。 011_0620_a_09L雨着薔薇紅頰濕。風生楊柳翠腰寒。 011_0620_a_10L醉後有詩還誦詠。閑來無事不平安。 011_0620_a_11L寄書莫說江城樂。蕩子心腸任俠難。 011_0620_a_12L入甲山路踰江界牙得浦嶺 011_0620_a_13L 人間何貴積南金。好是淸閑物外襟。 011_0620_a_14L細看松栢深千谷。漸上煙霞亘萬尋。 011_0620_a_15L奇花不變靑春色。怪鳥相傳太古音。 011_0620_a_16L垂白長爲塵臼客。那能捿此靜身心。 011_0620_a_18L 十逢人屋九逢虛。亂嶂啼禽古澗魚。 011_0620_a_19L塵笠如盤行赤脚。繩裙似網運長鋤。 011_0620_a_20L連竈飯牛柴或糞。編材成壁柵爲廬。 011_0620_a_21L窘艱生計言難盡。玉燭那能照此居。 011_0620_a_23L 六月風聲恠動金。長津江上冷衣襟。 011_0620_a_24L三胎眞箇希時見。一杖不妨遠地尋。 011_0620_b_01L滿原有草皆荒色 들판 가득한 풀들은 모두 시든 빛이요 서회書懷 邊城留滯誤經營 변방에 머문 것 애초에 잘못 생각했노니 또(又) 酒婆商老與之班 늙은 주모 장사치와 어울려 지내노니 창평211)의 빗장수 양씨에게 답하다(答昌平粱梳商) 一穂靑燈與子同 가물대는 등잔불 앞에 그대와 함께 앉아 강계 종남면에서 이여성李汝盛에게 화답하다(江界終南面和李汝盛) 風塵幸得此身支 풍진 속에 다행히 이 몸을 지탱하여 이 교사와 밤에 읊다(與李敎師夜吟) 倉皇世事實難支 황망한 세상사 실로 지탱하기 어려워 011_0620_b_01L滿原有草皆荒色。盡日無人聽德音。 011_0620_b_02L四顧沉吟仍覔句。誰能知我此中心。 011_0620_b_04L 邊城留滯誤經營。鄕思千般詎盡名。 011_0620_b_05L病衰難却苔岑契。文術誰求草芥輕。 011_0620_b_06L半天雲盡層峯色。邃壑風生落木聲。 011_0620_b_07L自是不歸歸便得。好看松菊滿園淸。 011_0620_b_09L 酒婆商老與之班。韜晦元來好圓圜。 011_0620_b_10L未暮火行山豹下。深秋風搏塞雁還。 011_0620_b_11L不貪金玉人間寶。亦忘煙霞物外閑。 011_0620_b_12L超脫無疑心自得。只緣曩日窺玄關。 011_0620_b_14L 一穂靑燈與子同。爲憐桑海曩緣空。 011_0620_b_15L浮雲嶺外來遊客。落木聲中伴學童。 011_0620_b_16L山寒凍雪齊腰白。世亂腥塵滿目紅。 011_0620_b_17L千里行裝珍重去。愧吾關塞未歸翁。 011_0620_b_19L 風塵幸得此身支。放曠逍遙晩老時。 011_0620_b_20L千村日暖燕飛亂。太古山寒鶯語遲。 011_0620_b_21L江草自來遊客夢。村醪何妨故人期。 011_0620_b_22L多少榮枯今始悟。白雲深處訪君之。 011_0620_b_24L 倉皇世事實難支。一醉一醒付一時。 011_0620_c_01L汀洲春夢相思久 강가의 봄꿈에 그리워한 지 오래였는데 심회를 쓰다(書懷) 鷗席萍蹤付一時 백구와 부평초처럼 정처 없는 몸이라 제야(除夕) 千緖暗懷詎以言 온갖 생각에 암울한 마음 어이 말로 표현하랴 설날(元旦) 天載無聲敢訴言 소리 없는 하늘218)에 감히 호소하노니 우연히 읊다(偶吟) 薪火相交也難息 섶에 불이 붙으면 꺼지기
어렵나니 [1] 011_0620_c_01L汀洲春夢相思久。藝榻終南此會遲。 011_0620_c_02L亂山寂寂靑燈活。逝水悠悠白髮期。 011_0620_c_03L安得天門堪排闥。河東賦上一言之。 011_0620_c_05L 鷗席萍蹤付一時。於何歷歷話心期。 011_0620_c_06L馬失安知非福語。鶴歸何不學仙詩。 011_0620_c_07L山氣鐵寒風滿壑。雪花綿白月千枝。 011_0620_c_08L魯連蹈海無難事。父母之鄕步步遲。 011_0620_c_10L 千緖暗懷詎以言。山深雪冷一書軒。 011_0620_c_11L去歲淸明江界邑。今年除夕甲山村。 011_0620_c_12L俄忽鄕關先入夢。不期旅悒暫忘痕。 011_0620_c_13L窓燈耿耿喧嘩絕。佇聽隣鷄幾倚門。 011_0620_c_15L 天載無聲敢訴言。五雲何處打龍軒。 011_0620_c_16L自憐元日他鄕客。也幸夷山好禮村。 011_0620_c_17L首祚布陽宜養素。屠蘇治疫罄無痕。 011_0620_c_18L牧童不識邦家恨。簫鼓杵謠響里門。 011_0620_c_20L 薪火相交也難息。鶻鼻衫裡歲華深。 011_0620_c_21L花鬚葉蒂擬天柱。山精木恠證佛心。 011_0620_c_22L十虛㝠諦雲展張。一殼堪忍雨沉霪。 011_0620_c_23L微塵未破經未現。量等三千實難尋。 011_0621_a_01L 換水添香願福田 물 긷고 향 피워서 복을 빌면서 [2] 平生志槪樂山幽 평소의 뜻이 그윽한 산을 좋아하여 [3] 避雨隱身藪石幽 그윽한 숲 속에 비 피해 몸 숨기니 [4] 已過榮枯等是辛 영화와 고생 겪어 보니 똑같이 신고라 [5] 幾番蟲語與禽歌 몇 번이나 벌레 울고 새 노래했던가 011_0621_a_01L 換水添香願福田。鬼魔窟裡送驢年。 011_0621_a_02L弱喪幾刼水中泡。忽覺當身火裏蓮。 011_0621_a_03L驅牛誰識五臺聖。擊鼓難逢呂巖仙。 011_0621_a_04L忘機一念還滯殻。春禽啼盡惱客眠。 011_0621_a_06L 平生志槪樂山幽。曾訪是庵過一秋。 011_0621_a_07L永日賞心歸鳥晩。萬塵如夢片雲悠。 011_0621_a_08L華嶽那邊天北遠。洪陽前對海西浮。 011_0621_a_09L風光依舊重來我。數句淸吟話昔遊。 011_0621_a_11L 避雨隱身藪石幽。蕭蕭寒氣夏亦秋。 011_0621_a_12L野老憐僧窮縮縮。書童笑我漫悠悠。 011_0621_a_13L伽倻山色雲中濕。羅朴川聲陌上浮。 011_0621_a_14L此行已暮衣巾浼。歸宿禪庵翌日遊。 011_0621_a_16L 已過榮枯等是辛。伽倻山裡討幽眞。 011_0621_a_17L鳥歌花笑心無限。月白風淸道未貧。 011_0621_a_18L况有維城莊寶界。應將皇極度迷淪。 011_0621_a_19L從今一衲重重補。不下雲岑老此身。 011_0621_a_21L 幾番蟲語與禽歌。可惜年光若流波。 011_0621_a_22L知我屠龍惟是已。問君畵猫又如何。 011_0621_a_23L虛空已殞塵塵寂。山水重看佛佛多。 011_0621_a_24L善友幸逢勸請益。免敎一念落邪魔。 011_0621_b_01L [6] 有一淨界好堪居 거처하기 좋은 맑은 세계 하나 있으니 감회가 있어(有感) 搔首悵然念君去 머리 긁적이며 떠나는 그대 생각하노니 우연히 읊다(偶吟) 鑪鞴多方作精鍊 풀무로 온갖 방법 써서 정련하건만233) 또(又) 是佛是魔總未休 부처니 마구니니 모두 쉬지 못하니 인풍루239)에 앉아 판상板上의 시에 차운하다(坐仁風樓次板上韻) 江城斜日坐江樓 강계 땅 석양에 강가 누각에 앉았노라니 011_0621_b_02L 有一淨界好堪居。窮刼已前早成墟。 011_0621_b_03L木女石人心本實。星翳燈幻事非虛。 011_0621_b_04L哭來春光塵沙外。笑入蒼空古今餘。 011_0621_b_05L聖凡渾淪還成差。求伴同留興不踈。 011_0621_b_07L 搔首悵然念君去。留之不得我心愁。 011_0621_b_08L堪苦齋粮深雪裏。爲憐携酒硬氷頭。 011_0621_b_09L事上攸宜如未達。道中至妙豈能求。 011_0621_b_10L炎凉世路經過了。山自蒼茫水自流。 011_0621_b_12L 鑪鞴多方作精鍊 □□□□豈外乎。 011_0621_b_13L倒卓看山印不解。沿流付水慣無餘。 011_0621_b_14L不坐誰稱無炎位。喪身早非絕人居。 011_0621_b_15L撒手歸來只這是。敢保行人莫躊躇。 011_0621_b_17L 是佛是魔總未休。靈機收盡手中鈎。 011_0621_b_18L踐紅枯骨春深笑。戴白嬰兒刼石尤。 011_0621_b_19L昨夢旣虛來亦爾。此心未達外何求。 011_0621_b_20L所嗟凡事終難測。臨別冲冲更引愁。 011_0621_b_22L 江城斜日坐江樓。江柳如煙江水流。 011_0621_b_23L酒半男兒何世界。琴中花月自春秋。 011_0621_b_24L嵓雲曳雨飛簷角。汀鳥含魚上檻頭。
011_0621_c_01L浮世多難身又病 덧없는 세상 다난하고 몸마저 병들었으니 또(又) 西藩雄鎭一高樓 서쪽 변방 지키는 웅진에 높은 누각이라 박리순과 회포를 풀다(與朴利淳叙懷) 煙霞深處萬松寒 연하 그윽한 곳에 솔숲이 서늘하니 포청동 이 선생에게 화답하다(和捕廳洞李先生) 器範如君重若山 기국器局이 그대 같은 이 산처럼 무거우니 김담여·김소산·오하천과 단란히 모여(與金淡如金小山吳荷川團會) 特危身老兩難寬 시국 위태함과 몸 늙음 모두 근심스러운데 최문화에게 화답하다(和崔文華) 傷時訪僻興難乘 시국 걱정에 외진 곳 찾아와도 흥이 없어 011_0621_c_01L浮世多難身又病。尋常羗笛動邊愁。 011_0621_c_03L 西藩雄鎭一高樓。徃事悠悠歲幾流。 011_0621_c_04L散步星辰搖影夜。窮吟鶗鴃折芳秋。 011_0621_c_05L水連瀛海喧千曲。山入遼關矗萬頭。 011_0621_c_06L打下斜欄長嘯立。丈夫豈有等閑愁。 011_0621_c_08L 煙霞深處萬松寒。匝地淸光仔細看。 011_0621_c_09L貴富如雲非所願。漁樵忘世有何難。 011_0621_c_10L懷家雙鬂秋增白。憂國寸心老益丹。 011_0621_c_11L欲學仙方隨鶴去。念言君父太無端。 011_0621_c_13L 器範如君重若山。一堂淸寂百忙間。 011_0621_c_14L鄕寒酒力難長醉。世亂詩聲倍舊閑。 011_0621_c_15L風打空江危局面。月流荒塞少孱顏。 011_0621_c_16L漢城杳爾千餘里。怊悵吾行不復還。 011_0621_c_17L與金淡如金小山吳荷川團會 011_0621_c_18L 特危身老兩難寬。偶得淸遊此日歡。 011_0621_c_19L半戶群山留面目。孤城深雪上衣冠。 011_0621_c_20L羨君鶴子梅妻隱。愧我風裳水佩寒。 011_0621_c_21L落日蒼蒼樽酒晩。醉將華軸再三看。 011_0621_c_23L 傷時訪僻興難乘。履薄而今幾路氷。 011_0621_c_24L天下浮生終有數。樽前華髮惜無能。 011_0622_a_01L藪荒古郭新聲繞 숲이 황량한 옛 성곽에 시 읊는 소리 새로 들리고 황린리 노상에서 입으로 불러 읊다(黃麟里路中口號) 黃麟路上復沈吟 황린리 노상에서 다시 상념에 잠기노니 진평리에서 최문화와 이별하며(津坪里別崔文華) 人生於世貴知心 세상에 살면서 마음 알아주는 벗이 귀한 법 영변의 신시장을 지나며(過寧邊新市場) 詩聲酒力擬豪英 시 읊고 술 마시며 호걸인 양 뽐내며 오수산 아래에서 눈 내리는 밤 감회가 있어(烏首山下雪夜有感) 烏山深雪復停行 오수산에 눈 깊이 쌓여 다시 갈 길 멈추노니 신덕재에서 김일련과 회포를 읊다(新德齋與金日連咏懷) 新德齋留唱醉歌 신덕재에 머물러 취한 노래를 부르니 011_0622_a_01L藪荒古郭新聲繞。崖立寒矼石照登。 011_0622_a_02L誰識此行成話欛。淸香異日更添騰。 011_0622_a_04L 黃麟路上復沉吟。塗炭生靈一樣今。 011_0622_a_05L機杼蓬頭霜織廡。爨炊龜手雨鎌林。 011_0622_a_06L誰無父母愁兵苦。設有田園見吏侵。 011_0622_a_07L欲忘難求千日酒。黯然心緖孰能禁。 011_0622_a_09L 人生於世貴知心。旣去寒踪復幾尋。 011_0622_a_10L縱有浮雲朝暮變。豈无靑嶂古今深。 011_0622_a_11L萬林茂夏非松翠。百鳥喧春異鶴音。 011_0622_a_12L寂寂兩江江上夜。更將荒搆別仙襟。 011_0622_a_14L 詩聲酒力擬豪英。新市場中遣旅情。 011_0622_a_15L大水淼茫千里走。雄峰嶃屹萬崖傾。 011_0622_a_16L薰天道德誰能仰。量海文章不待鳴。 011_0622_a_17L桎梏榮名都棄拂。自饒雲鶴伴餘生。 011_0622_a_19L 烏山深雪復停行。親戚何年話舊情。 011_0622_a_20L西月亂山長夜曙。北風高樹大冬鳴。 011_0622_a_21L文章雖博黃金盡。經略无端白髮生。 011_0622_a_22L松燭已殘樽酒晩。推門長嘯意難平。 011_0622_a_24L 新德齋留唱醉歌。寒踪多謝欵情多。 011_0622_b_01L百花胡以餘春夢 백화는 어이하여 아직 봄꿈이 남았느뇨 김소산의 서재에서(於金小山書幌) 步步無端西復東 걸음걸음 무단히 동쪽 서쪽 오가면서 공귀리에서 벗들에게 화답하다(公貴里和諸益) 悠悠杖屨再軒門 유유한 발길이 다시 이 집에 이르니 [1] 話來襟抱與君同 그대들과 함께 회포를 얘기하노니 [2] 打坐何妨有小窓 앉아 있음에 작은 창 있은들 어떠리 [3] 011_0622_b_01L百花胡以餘春夢。萬事由來摠刼波。 011_0622_b_02L迫窄蝸牛成石戶。團圓明月有烟簑。 011_0622_b_03L塞雲漠漠腥塵沸。知己如君此別何。 011_0622_b_05L 步步無端西復東。泮宮高處對秋風。 011_0622_b_06L生憎惡草除還碧。堪惜奇花落亦紅。 011_0622_b_07L一天雲影孤城上。盡日江聲亂岫中。 011_0622_b_08L也有月明酒醒夜。那能詩話與君同。 011_0622_b_10L 悠悠杖屨再軒門。賢雅文聲世絕群。 011_0622_b_11L一般坎坷家如國。百閱風霜我亦君。 011_0622_b_12L山寒岩竇經年雪。洞邃茅簷盡日雲。 011_0622_b_13L歲事翩飜衰且病。天涯情契最難分。 011_0622_b_15L 話來襟抱與君同。半世炎凉萬慮空。 011_0622_b_16L數夜夢魂塵累外。孤村烟藪朗吟中。 011_0622_b_17L興亡有感思遼鶴。禍福難知懷塞翁。 011_0622_b_18L君子安心先聖戒。元無求達更何窮。 011_0622_b_20L 打坐何妨有小窓。淸冷也喜聽春江。 011_0622_b_21L一樽相對靑山萬。千里歸來白髮雙。 011_0622_b_22L病酒伊來將忘國。訪仙是處更爲邦。 011_0622_b_23L淸簞淡蔬堪足慰。欲忘京洛舊心腔。 011_0622_c_01L 沽酒題詩跌宕多 술 마시고 시 지으며 질탕하게 노니 [4] 新文舊式兩依微 신학문과 구학문 모두 희미하니 [5] 氷布長江雪滿臺 얼음은 긴 강을 덮었고 눈은 누대에 가득해 [6] 數日之過如暫時 며칠이 잠시 동안인 양 지나가 버려 [7] 見君志節嶷千峯 그대의 뜻과 절개는 천 봉우리처럼 높으니 011_0622_c_01L 沽酒題詩跌宕多。風塵鼎沸也將何。 011_0622_c_02L東風漸釋千山雪。異日竟成萬里波。 011_0622_c_03L政以神交今相別。如能乘興更相過。 011_0622_c_04L林屋淸凉塵累遠。賴忘桑海鬂絲加。 011_0622_c_06L 新文舊式兩依微。痛飮一忘是或非。 011_0622_c_07L渴腸堪止輪輪轉。瘦腋怳如翼翼飛。 011_0622_c_08L爲傷病櫟經霜老。也喜靈芽得雨肥。 011_0622_c_09L誰識囊中藏寶訣。有時輕着六銖衣。 011_0622_c_11L 氷布長江雪滿臺。公村二月客重來。 011_0622_c_12L白日將和春可詠。紅顏更借老宜盃。 011_0622_c_13L故人情契千金在。遼塞行裝一屐開。 011_0622_c_14L天惜吾人無樂事。也留烟月共徘徊。 011_0622_c_16L 數日之過如暫時。聽君詩話忘捿遲。 011_0622_c_17L非無長渚盟鷗計。可負名山採藥期。 011_0622_c_18L幽壑晴雪雲轉石。古藤風吼月明枝。 011_0622_c_19L假使乘運叅榮達。何似而今愚不知。 011_0622_c_21L 見君志節嶷千峯。想子心腸大洪鍾。 011_0622_c_22L天意如何安泰少。世途元是險艱重。 011_0622_c_23L繞砌淸川鳴似玉。倒軒靑嶂揷如鋒。 011_0622_c_24L愛予政厚思予切。自愧叅承太半慵。 011_0623_a_01L [8] 百代聲塵永忘侵 백대토록 속진이 영영 침노하지 않느니 희천253) 두첩사에 앉아서(坐熙川頭疊寺) 唱出无生一曲歌
≺무생곡≻254) 노래 한 곡조를 부르니 동짓날에 벽동 창명학교에서 박형관 및 다른 벗들과 함께(冬至日碧潼暢明學校朴亨觀與諸益) 料外淸緣訪學堂 뜻밖에도 좋은 인연으로 학교를 찾아와서 봉천대에 노닐며(遊奉天臺) 嗒焉而忘訪釋門 멍하니 세상사 잊고 불문을 찾아와서 임 상사에게 화답하다(和林上舍) 萬事悠悠雪映簪 만사는 덧없고 흰 머리털만 가득한데 011_0623_a_02L 百代聲塵永忘侵。靑松長奏沒絃琹。 011_0623_a_03L題詩宜是高高咏。沽酒何妨濺濺斟。 011_0623_a_04L析薪童子和春雪。汲水女兒帶夕岑。 011_0623_a_05L洞深俗古淸閑已。有願斯鄕養此心。 011_0623_a_07L 唱出无生一曲歌。大千沙界湧金波。 011_0623_a_08L雖云大道不人遠。其奈浮生如夢何。 011_0623_a_09L永日山光淸入座。遙村林影亂連坡。 011_0623_a_10L拈來物物皆眞面。何必雌黃辨佛魔。 011_0623_a_11L冬至日碧潼暢明學校朴亨觀與諸 011_0623_a_13L 料外淸緣訪學堂。瓊章擊節頰生香。 011_0623_a_14L松窓爲席堪憑倚。山菜登盤好淡黃。 011_0623_a_15L閉屋營車君志遠。窮途荷鍤客懷長。 011_0623_a_16L同胞有愛朋交切。別意隨添共一觴。 011_0623_a_18L 嗒焉而忘訪釋門。深山遊鹿與之群。 011_0623_a_19L早行夫子忠君禮。晩悟瞿曇出世文。 011_0623_a_20L幽壑春生多恠鳥。虛汀日暖少歸雲。 011_0623_a_21L老僧炊飯慇懃待。喜捨餘風可尙云。 011_0623_a_23L 萬事悠悠雪映簪。不材於世病相侵。 011_0623_a_24L一樽幸對泉雲境。千語何妨金玉音。 011_0623_b_01L日暖江村軟柳曳 햇살 따스한 강촌에는 버들가지 하늘거리고 하청동에서 오하천과 단란히 만나(河淸洞與吳荷川團會) 荷川高士枕山頭 고사인 하천의 집 산속에 있으니 [1] 靜居學得聖賢功 고요히 살면서 성현의 공부를 배우니 [2] 有友聯襟十里暉 벗이 나란히 찾아오니 10리 길이 빛나누나 [3] 綠楊搖曳燕鶯遊 푸른 버들 하늘거리고 제비 꾀꼬리 날고 [4] 不覺鞦韆五五新 어느새 그네 뛰는 단오가 새로 오니 011_0623_b_01L日暖江村軟柳曳。春生林嶂恠禽吟。 011_0623_b_02L與君同科情交切。怊悵關河去住心。 011_0623_b_04L 荷川高士枕山頭。五月窮村水自流。 011_0623_b_05L得失人間誰塞馬。浮沉十載我江鷗。 011_0623_b_06L懶雲飛屋閑將午。亂木翳牕爽欲秋。 011_0623_b_07L琹了而詩詩了酒。庶忘遊客暫時愁。 011_0623_b_09L 靜居學得聖賢功。百代狂塵未此中。 011_0623_b_10L設是塗糊心似月。無非和洽德如風。 011_0623_b_11L千群藉草蛙聲碧。永夜偸燈蝶翅紅。 011_0623_b_12L誤着朱門身已老。知心多謝主人翁。 011_0623_b_14L 有友聯襟十里暉。河淸齋裡坐依微。 011_0623_b_15L花雖謝樹禽猶語。石或奔崖水欲飛。 011_0623_b_16L善軸深樽縱自得。壯心衰髮奈相違。 011_0623_b_17L聖時亦許嵓耕士。何羨屠門大嚼肥。 011_0623_b_19L 綠楊搖曳燕鶯遊。小屋淸凉不讓樓。 011_0623_b_20L天下奔忙皆夢外。樽前酩酊也心求。 011_0623_b_21L鵑啼籬角靑山邃。花落庭心白日幽。 011_0623_b_22L風光如許高朋又。不妨河淸暫地留。 011_0623_b_24L 不覺鞦韆五五新。深山黃鳥與之隣。 011_0623_c_01L臥犢始醒芳草夢 누운 송아지는 방초의 꿈을 비로소 깨고 [5] 荷翁精舍景光圓 하천이 사는 집은 경치도
좋은데 上院庵與荷川叙舊 鬢毛雖白眼能靑 머리털은 희어도 눈은
푸른빛261)이라 또(又) 簪纓每入夢中驚 벼슬살이 시절 늘 꿈에 들어와 놀라노니 또(又) 靜居眞是道之元 고요히 거처하는 게 참으로 도의 근원이니 임인규에게 화답하다(和林麟奎) 011_0623_c_01L臥犢始醒芳草夢。啼禽猶訴落花春。 011_0623_c_02L大荒散步樽前住。浮世淸襟物外親。 011_0623_c_03L詩歌戞戞琹絃咽。塵海忙忙此日賓。 011_0623_c_05L 荷翁精舍景光圓。詩酒絃歌五月天。 011_0623_c_06L黃鳥聲中來燕子。綠楊影裏又長川。 011_0623_c_07L心隨白日淸如水。眼入靑山暖欲烟。 011_0623_c_08L兒女不知悲祭掃。粧奩娯戱各紛然。 011_0623_c_10L 鬂毛雖白眼能靑。且喜松門盡日扄。 011_0623_c_11L貝葉經眞曾梵刹。沙鷗盟慣更漁汀。 011_0623_c_12L對君此地淸緣足。缺界何人大夢醒。 011_0623_c_13L溪柳漸舒山鳥語。與之携手短長亭。 011_0623_c_15L 簪纓每入夢中驚。晩悟當年谷口耕。 011_0623_c_16L身心已學靑山重。歲月偏欺白髮輕。 011_0623_c_17L念荒玉食呑難下。憂國藤床臥未平。 011_0623_c_18L衰境云云多感慨。悠然相對一燈明。 011_0623_c_20L 靜居眞是道之元。果欲珍香養在根。 011_0623_c_21L千禽啼樹叅詞客。百草偃風學聖門。 011_0623_c_22L掩關高枕君何夢。携軸題詩我亦魂。 011_0623_c_23L上院庵中聽眞諦。暫忘塵海百般喧。 011_0624_a_01L 孝能爲福福應回 효성은 복이 되고 복은 돌아오나니 김낙주와 그의 아우 치주에게 화답하다 이들의 아버지 김형익과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는데 다시 오니 이미 세상을 떠났다.(和金駱胄與其弟駞胄與其父金亨益有舊, 而重來則已化.) 鶯梭已斷燕巢連 꾀꼬리는 날지 않고 제비는 둥지 짓는데 흥유촌에서 김유근에게 화답하다 본래 충청도 홍주 갈산에 살다가 이곳에 온 지 10년이 되었다고한다. 예전에 경성에서 만난 적이 있다.(興有村和金有根本居忠淸道洪州葛山, 而來留此地十年云.有舊於京城.) 雨聲蟲語一江樓 빗소리 벌레 소리 들리는 강가 누각에서 김담여에게 화답하다(和金淡如) 三人情契百朋多 우리 세 사람 우정은 백붕267)보다 더 값져 두문동에서 강봉헌에게 화답하다(杜門洞和姜鳳軒) 年來所學亂東西 근년 들어 학문은 동양 서양이 뒤섞여 011_0624_a_01L 孝能爲福福應回。俯聽卑於上帝臺。 011_0624_a_02L知子溟鵬將展翼。奈吾巷櫟半成灰。 011_0624_a_03L薄氷和水藍猶淺。殘雪連梢錦未開。 011_0624_a_04L泥途政滑江村暮。多謝故人遠引盃。 011_0624_a_05L和金駱胄與其弟駞胄與其父金亨益 011_0624_a_07L 鶯梭已斷燕巢連。肸蠁塵生蝶夢邊。 011_0624_a_08L隔柳新秧靑嶂境。帶烟疎屋夕陽天。 011_0624_a_09L故人一去成千刼。遠客重來有二賢。 011_0624_a_10L滿目塞雲樽酒晩。登公里也浪吟憐。 011_0624_a_11L興有村和金有根本居忠淸道洪州葛山。
011_0624_a_13L 雨聲虫語一江樓。千里歸懷欲重頭。 011_0624_a_14L萬事是雲何者實。百年如水此生浮。 011_0624_a_15L團圓難强遲今日。契濶无端閱幾秋。 011_0624_a_16L父母之鄕先聖重。早爲歸計莫長留。 011_0624_a_18L 三人情契百朋多。不妨聯襟唱醉歌。 011_0624_a_19L顏樂常希貧亦可。杞憂雖切老將何。 011_0624_a_20L堪憐桑梓天涯遠。又感淸明塞外過。 011_0624_a_21L如得東風花滿樹。願醅樽酒若江波。 011_0624_a_23L 年來所學亂東西。大聖指歸見醉泥。 011_0624_a_24L幸對幽人心以遠。欲探靈境話難齊。 011_0624_b_01L浮雲影外滄洲近 뜬구름 그림자 너머로 푸른 물가가 가까이 뵈고 위원渭原272)에서 서울 사는 유진구에게 화답하다『삼강록三綱錄』을 가져왔다고 한다.(渭原和京居劉震九持三綱錄來云) 千里論交坐忘年 천 리 밖 타향에서 나이 잊고 사귀노니 위원에서 송의징에게 화답하다(渭原和宋儀徵) 樵老連扉復釣翁 나무꾼 집 이웃에는 낚시꾼 집이요 한학순에게 화답하다(和韓鶴淳) 岸柳輕姸澗靄流 언덕의 버들은 하늘대고 냇가엔 물안개 장사윤에게 화답하다(和張士允) 文術有名行亦佳 문장은 명성이 있고 행실도 아름다운데 김수호에게 화답하다(和金守鎬) 訪鶴尋雲物外還 학을 찾고 구름 찾아 세상 밖에 돌아오니 011_0624_b_01L浮雲影外滄洲近。杜宇聲中白髮催。 011_0624_b_02L黜陟不聞刀鉅絕。羨君靑笠釣烟溪。 011_0624_b_03L渭原和京居劉震九持三綱 011_0624_b_04L 千里論交坐忘年。亂山秋日小亭邊。 011_0624_b_05L蚨囊政竭難留醉。鷗席有分悵各眠。 011_0624_b_06L無限林泉多隱逸。偶然笻屐亦因緣。 011_0624_b_07L那將世路滔滔客。盡卜斯鄕樂性天。 011_0624_b_09L 樵老連扉復釣翁。渭城歸客任西東。 011_0624_b_10L二年落魄知吾放。半日淸談與子同。 011_0624_b_11L曜高虛室閑生白。凍僻幽花發未紅。 011_0624_b_12L此別依依多悵缺。願言緣約願言豐。 011_0624_b_14L 岸柳輕妍澗靄流。倉坪歸客訪書樓。 011_0624_b_15L日晴高嶂長含雨。春晩窮林尙帶秋。 011_0624_b_16L好句詠來堪助興。淸樽雖乏足忘愁。 011_0624_b_17L那將嵓穴無聞士。去叩天門尺五留。 011_0624_b_19L 文術有名行亦佳。烟霞深處則仙街。 011_0624_b_20L遊人已是風塵路。名士又何寂寞涯。 011_0624_b_21L撲地楊花迷澗壑。半天松韻爽林齋。 011_0624_b_22L相知雖晩交如舊。做別關山有所懷。 011_0624_b_24L 訪鶴尋雲物外還。聲塵捿屑隔千山。 011_0624_c_01L怳然靈境知何處 신선이 사는 곳은 어드매에 있느뇨 박영상에게 화답하다(和朴瑛祥) 客到新坪夕炊生 신평에 오니 저녁연기가
피어오르는데 오남사를 구경하면서(遊午南寺) 寰海榮枯散若風
고해의 영고성쇠 바람처럼 덧없는 것 송평리 서숙에서 김응삼에게 화답하다(松坪里書塾和金應三) 渺茫襟懷好放開 아득한 들판 길 가슴을 열어젖히기 좋으니 김영항과 김담여에게 화답하다(和金英抗與金淡如) 千年遼塞此城臺 천년 요동 변방 땅 이 성의 누대에서 벗들과 자북사280)에 올라(與諸益上子北寺) 011_0624_c_01L怳然靈境知何處。果是賢人在此間。 011_0624_c_02L窮林寂寞禽未語。衆澗奔忙鷺自閑。 011_0624_c_03L所詠詠懷咏惟苦。倚窓不覺夜將闌。 011_0624_c_05L 客到新坪夕炊生。先生高倚白雲楹。 011_0624_c_06L已於聖學深能得。况是詞家大有鳴。 011_0624_c_07L傍溪田畝隨流仄。跗石簷頭帶谷傾。 011_0624_c_08L同志如君相對晩。一笻遼塞不勝情。 011_0624_c_10L 寰海榮枯散若風。午南寺路醉西東。 011_0624_c_11L三月蹉跎醒醉裏。諸天髣髴畵圖中。 011_0624_c_12L幾處曇雲經刼白。長年花雨上樓紅。 011_0624_c_13L那將幻海迷茫客。盡入玄門悟色空。 011_0624_c_15L 渺茫襟懷好放開。松坪眞箇畵中臺。 011_0624_c_16L日暖幽林晴靄細。春入荒山恠鳥來。 011_0624_c_17L短褐風霜知我誤。掩門絃誦感君才。 011_0624_c_18L有朋相慰多情理。憂世寸心暫忘摧。 011_0624_c_20L 千年遼塞此城臺。散客襟懷一放開。 011_0624_c_21L舊契已深新志在。紅香雖謝綠陰回。 011_0624_c_22L靑山滿目堪爲句。白髮閑心更進杯。 011_0624_c_23L悠亮歌謠多緬邈。無何鄕裏去忘來。 011_0625_a_01L 雨花實實釋門深 꽃비가 내리는 넓은 절간은 그윽하니 또(又) 衰老於山轉苦登 노쇠한 몸 산을 오르기는 더욱 힘들건만 위원에서 이택룡에게 화답하다(渭原和李澤龍) 杖屨經年塞外城 해를 지나도록 변방 고을을 다니건만 또(又) 一床詩書攤西東 방 안엔 서책들이 동서에 널려 있으니 벗들에게 화답하다(和諸益) 扈江離與辟芷兮 그대는 난초를 허리에 찼고286) 나도 그러해 011_0625_a_01L 雨花實實釋門深。樵客仙踪分外斟。 011_0625_a_02L杖掛嵓松餘解虎。衣垂蓮幌見捿禽。 011_0625_a_03L淨界天然心月照。路歧胡以鬂霜侵。 011_0625_a_04L沉淪苦海君如我。何日靈山悟法音。 011_0625_a_06L 衰老於山轉苦登。只緣仙客玉欄憑。 011_0625_a_07L留詩遼塞君疑鶴。尋社香山我亦僧。 011_0625_a_08L下界塵生誰悟夢。千江印月可傳燈。 011_0625_a_09L而今鰈域如炎夏。有願慈雲處處凝。 011_0625_a_11L 杖屨經年塞外城。男兒遊世愧無名。 011_0625_a_12L幾回滄浪沙鷗夢。又是深山杜宇聲。 011_0625_a_13L聖世桑麻皆雨露。幽人床榻好逢迎。 011_0625_a_14L風塵寂寂身無事。有菜登盤有酒盈。 011_0625_a_16L 一床詩書攤西東。高士淸閑世未同。 011_0625_a_17L孤鶴不知何歲老。狂塵未入此山紅。 011_0625_a_18L照心是箇碧蘿月。吹面且宜楊柳風。 011_0625_a_19L盡日聯襟還坐忘。數聲漁笛夕陽中。 011_0625_a_21L 子佩蕙蘭我亦垂。天涯情契復於誰。 011_0625_a_22L璞玉最良堪作器。谷鶯相喚更遷枝。 011_0625_a_23L歌笛晩汀來活畵。煙霞高閣有新詩。 011_0625_a_24L時局關心終是數。好乘晴景倒深巵。 011_0625_b_01L 김용선에게 화답하다(和金用宣) 狂塵未染碧蘿衣 속세 홍진이
벽라의碧蘿衣289)를 물들이지 못하나니 벗들과 함께 북문루291)에 올라與諸益上北門樓(與諸益上北門樓) 萬斛塵愁鬱未寬 만 섬 시름 답답한 가슴을 풀지 못했는데 강장에 와서(遊講場) 滄桑萬變任飄暉 상전벽해 변하는 세상이야 세월에 맡겨 두고 해암과 초당에 앉아서 운을 뽑아 선 자를 얻다(與海岩坐草堂得仙字) 茅屋淸凉細篆煙 초가집은 청량하고 연기는 가늘게 피어오르는데 또(又) 能於詩畵行尤佳 시화에 능하고 행실은 더욱 좋으니 011_0625_b_02L 狂塵未染碧蘿衣。惟有煙霞盡日歸。 011_0625_b_03L知我不材終委翼。問君何事又關扉。 011_0625_b_04L深山携酒流鶯在。楊柳長程細雨飛。 011_0625_b_05L屈指榮枯皆幻夢。那能此地共淸暉。 011_0625_b_07L 萬斛塵愁鬱未寬。幸隨高躅暫爲歡。 011_0625_b_08L一天雲影孤城寂。五月江聲亂岫寒。 011_0625_b_09L大人莅邑風流酒。倦客登樓廢忘冠。 011_0625_b_10L楊柳依依夕陽好。等閑景物拭眸看。 011_0625_b_12L 滄桑萬變任飄暉。與子聯衿忘是非。 011_0625_b_13L老樹含風斜日漏。靑山曳雨迅雷飛。 011_0625_b_14L樵兄荷斧驅牛返。漁弟持竿擧網歸。 011_0625_b_15L幽人遯世多幽趣。愧我腥塵未拂衣。 011_0625_b_17L 茅屋淸凉細篆煙。腰魚肩鹿坐忘筵。 011_0625_b_18L書釰如夢靑雲際。醒醉何心白髮前。 011_0625_b_19L木末斜陽蒼疊岫。沙邊芳草逈廻川。 011_0625_b_20L窅然跌宕天涯客。數日林庄伴地仙。 011_0625_b_22L 能於詩畵行尤佳。竟見關西獨步家。 011_0625_b_23L流水門庭淸似鏡。浮雲世路薄如紗。 011_0625_b_24L盤宜藥菜何求肉。手掬寒泉不用茶。
011_0625_c_01L馴鶴盟猿餘外事 학과 원숭이 벗할293) 뿐 세상사 부질없어 또(又) 色色景光管領難 행형색색 경치들은 이루 다 구경하기 어려워 낮잠(午枕) 豈料行裝一草亭 이 초가집에 올 줄 생각이나
했으랴 시습재에 걸린 판상의 시에 차운하다(次時習齋板上韵) 時習名奇一塾開 시습時習이란 좋은 이름의 서숙을 열었으니 해암과 밤중에 앉아서(與海岩夜坐) 盆蘭砌薥伴書樓 화분의 난초 뜰의 접시꽃이 서재를 짝하였나니 운파의 별장을 찾아서운파는 기생의 이름이다.(訪雲坡林庄雲坡 邂逅一緣定亦天
뜻밖에 만난 이 인연 하늘이 정한 것이라 011_0625_c_01L馴鶴盟猿餘外事。農談隣里緩當車。 011_0625_c_03L 色色景光管領難。壑巒磐沼並風湍。 011_0625_c_04L花明騷客來時壑。禽樂遊人去後巒。 011_0625_c_05L滌塵尋柳成絲沼。運屐緣蘿漏絡磐。 011_0625_c_06L碎玉風湍頻入耳。閑中趣味有多般。 011_0625_c_08L 豈料行裝一草亭。當年高閣畔天庭。 011_0625_c_09L古戍江山殊耳目。荒村蚊蝎穿衣屛。 011_0625_c_10L難師原子貧非病。也學阮公醉不醒。 011_0625_c_11L午枕無端化蝴蝶。故園花柳夢中馨。 011_0625_c_13L 時習名奇一塾開。數飛如鳥戒將來。 011_0625_c_14L妙香山月淸凉戶。鴨綠江雲斷續臺。 011_0625_c_15L書釰半生君抱玉。風塵萬國客停盃。 011_0625_c_16L聖賢事業遺方册。嗟爾冠童可勉哉。 011_0625_c_18L 盆蘭砌薥伴書樓。半袂淸凉聽水幽。 011_0625_c_19L老驗人心危棧閣。學知聖化速乘郵。 011_0625_c_20L江山不盡文章感。天地難停歲月流。 011_0625_c_21L賴有先生多厚意。欲忘桑海客魂悠。 011_0625_c_23L 邂逅一緣定亦天。香鬟隨后鶡冠前。 011_0625_c_24L陽臺雲雨憐朝暮。洛浦鴻龍杳婉翩。 011_0626_a_01L病葉荒林長夏晩 잎이 시든 황량한 숲에 긴 여름은 저물고 중복날 시습재에서 술을 마시며(中庚日時習齋小酌) 三庚小酌好晴欄 삼복에 쾌청한 마루에서 술을 마시노니 금천관에 노닐며(遊錦川舘) 古人創設有斯樓 옛사람이 창설하여 이 누관이 있는데 일해정사에서 술을 마시며일해는 김박언의 호이다.(一海精舍小酌一海金泊彥號也) 處世嶷然不讓峯 세상에 처신 우뚝하여 산봉우리 못지않지만 북문 밖을 나와 박 상사朴上舍를 방문하다포산·소산·매은도 함께 모였다.(出北門外訪朴舍苞山·小山·梅隱同會.) 棄拂榮枯醉送年 세상의 영고성쇠 떨치고 취한 채 세월 보내노니 밤중에 앉아서(夜坐) 江州八載一寒衣 강주江州에서 8년 동안 옷 한 벌로 지냈는데 011_0626_a_01L病葉荒林長夏晩。淡煙逝水古城邊。 011_0626_a_02L惜別依依樽酒了。浮生此席感餘年。 011_0626_a_04L 三庚小酌好晴欄。俗吏何論逸士團。 011_0626_a_05L偶得神交淸似水。欲言心臭郁如蘭。 011_0626_a_06L瓷樽箋軸宜精舍。藥菜珍鷄上別盤。 011_0626_a_07L耕鑿倘能分一半。從君於此保平安。 011_0626_a_09L 古人創設有斯樓。墻缺榱零感歲流。 011_0626_a_10L萬事隨風何者實。百年如水此生浮。 011_0626_a_11L禽成好語啼山角。雲自無心出樹頭。 011_0626_a_12L吾友海岩奇畵在。暫時倚枕忘羇愁。 011_0626_a_13L一海精舍小酌一海金泊 011_0626_a_14L 處世嶷然不讓峯。落花流水任形容。 011_0626_a_15L孤襟誰識埋塵寶。四座不妨侮雪松。 011_0626_a_16L市樽方至花香馥。書檻才憑雨滴濃。 011_0626_a_17L一海應知心許士。遊人相對意重重。 011_0626_a_18L出北門外訪朴舍 [1] 苞山小山 011_0626_a_19L 棄拂榮枯醉送年。岩楓籬菊古城邊。 011_0626_a_20L千里有朋來偶爾。九秋望野政蕭然。 011_0626_a_21L傍樹軒牕深塞境。隔江人馬夕陽天。 011_0626_a_22L算來塵緣堪搔首。何處靑山寄一眠。 011_0626_a_24L 江州八載一寒衣。氷雪孤村感叩扉。 011_0626_b_01L事似蹇驢停未走 일은 절름발이 나귀 같아 멈춘 채 달리지 못하고 인풍루에서 저물녘에 조망하다(仁風樓晩眺) 江樓秋景薄於羅 강가 누각의 가을 경치 비단보다 얇은데 남문루南門樓 碧樹鶯聲日政遲 푸른 나무에 꾀꼬리 울고 해는 뉘엿뉘엿 남문루에 올라(登南門樓) 長渚雲煙畵裡開 구름과 안개 낀 긴 물가 그림처럼 펼쳐져 또(又) 荒吟最澁興難先 거친 시 서툰 솜씨라 흥은 일지 않지만 수자리 서러 간 사내의 아내(征婦) 011_0626_b_01L事似蹇驢停未走。心如鈍鳥擧難飛。 011_0626_b_02L淺深樽酒皆情境。長短窓燈亦世機。 011_0626_b_03L知不仲尼竟何究。羲經三絕運之歸。 011_0626_b_05L 江樓秋景薄於羅。淸宦來遊幾度過。 011_0626_b_06L孤帆影邊楊柳細。短簫聲裏碧山多。 011_0626_b_07L古邑荒凉看氣像。一人憤啑驗風波。 011_0626_b_08L珠還乳復祥非實。乃是治平頌且歌。 011_0626_b_10L 碧樹鶯聲日政遲。南門樓夏坐來時。 011_0626_b_11L短碑寂寂橫深草。衆蔓垂垂上幾枝。 011_0626_b_12L塞邑千年多感慨。浮生此日可襟期。 011_0626_b_13L江光如練山光暮。把酒相看不盡思。 011_0626_b_15L 長渚雲煙畵裡開。倚欄無事爽靈臺。 011_0626_b_16L林深籬落家家隱。雨洗峯巒面面來。 011_0626_b_17L事感風霜樓有韵。心期宕曠客連杯。 011_0626_b_18L旅窓岑寂堪消遣。何處遊人奏落梅。 011_0626_b_20L 荒吟最澁興難先。只得心機一一天。 011_0626_b_21L衰眼遙村還隔樹。短笻殘堞半爲田。 011_0626_b_22L樓晴燕尾依山遠。野晩煙光上樹懸。 011_0626_b_23L前日香婆今更對。良緣於此欲無邊。 011_0626_c_01L 園竹蒼蒼月欲生 푸른 대숲에 달이 뜨려 하는데 야학촌野鶴村 一遊另辦出城東 한번 나들이하여 성 동쪽으로
나오니 북루北樓 半生心事付靑天 반평생 심사는 푸른 하늘에 맡겨 두노니 소산의 정원 정자에 앉아(坐小山園亭) 悠悠一榻足淸襟 유유한 정자 위에 흉금이 맑아지니 망미정에 올라(登望美亭) 望美亭邊易夕暉 망미정 가에는 석양이 쉽게 지니 011_0626_c_01L 園竹蒼蒼月欲生。玉關何在夢難成。 011_0626_c_02L非緣薄命千愁並。只念良人萬死輕。 011_0626_c_03L華燭雖殘衾自遠。粉粧無用鏡空明。 011_0626_c_04L鳴鳩乳燕還多福。比翼同巢不盡情。 011_0626_c_06L 一遊另辦出城東。野鶴村前日未中。 011_0626_c_07L繞屋蕪菁含宿雨。連阡禾黍帶商風。 011_0626_c_08L秋雨無事眠荒草。晴燕胡心上碧空。 011_0626_c_09L林老能知欵賓禮。堆盤苽菜列靑紅。 011_0626_c_11L 半生心事付靑天。淪落江城白髮前。 011_0626_c_12L崪乎是箇千層岳。逝者如斯萬里川。 011_0626_c_13L墻角微風添遠樹。瓦鱗匝地起晴烟。 011_0626_c_14L遠親幸到隣朋在。淸趣應知此一邊。 011_0626_c_16L 悠悠一榻足淸襟。鶯語雖遲燕亦音。 011_0626_c_17L小檜長枝成翠盖。奇花並蒂疊黃金。 011_0626_c_18L風塵應是遊人事。亭閣何妨遯世心。 011_0626_c_19L對樽桐隱江湖客。多謝萍蓬特地尋。 011_0626_c_21L 望美亭邊易夕暉。汀沙汀草暎欄圍。 011_0626_c_22L衿帶如今荒堞繞。蓬瀛何處彩雲飛。 011_0626_c_23L野色秋晴千種穀。砧聲古渡萬家衣。 011_0626_c_24L樂憂天下知誰在。感慨賢良此世稀。 011_0627_a_01L 바둑(圍棋) 賭棋之樂勝看書 바둑 두는 즐거움이 책 보기보다 나으니 인풍루에 올라(登仁風樓) 文章習氣老猶餘 문장 짓는 버릇은 늙어서도 남아서 제비(鷰) 鼕鼕社鼓載晴陰 둥둥 사고社鼓 소리 날씨는 맑았다 흐렸다 찍찍 우는 벌레 소리(喞喞) 一聲喞喞亂西東 찍찍 벌레 소리가 동서쪽에 어지러이 울어 빗속에 거연정에 올라(雨中登居然亭) 緩步居然上小亭 천천히 걸어 거연이란 작은 정자에 오르니 011_0627_a_02L 賭棋之樂勝看書。何特仙山四皓居。 011_0627_a_03L拓地千兵閑似鶴。潰圍一帶活如魚。 011_0627_a_04L指端點點江鴻下。枰上丁丁夜雨踈。 011_0627_a_05L犄角連環君莫道。消長夏計信紆餘。 011_0627_a_07L 文章習氣老猶餘。擬作長虹貫太虛。 011_0627_a_08L滄桑幾見歸來鶴。湖海曾尋活潑魚。 011_0627_a_09L嘉禾舖野年將稔。積雨和風日未舒。 011_0627_a_10L百步倚欄多瞻感。蒼生何處可安居。 011_0627_a_12L 鼕鼕社鼓載晴陰。燕子飛來一境深。 011_0627_a_13L粘巢知托人皆愛。遊世輕身物不侵。 011_0627_a_14L雨細簾櫳連夏木。風淸巷陌帶商金。 011_0627_a_15L辜恩負義塵間客。慚愧微虫訪主心。 011_0627_a_17L 一聲喞喞亂西東。於野於床於戶通。 011_0627_a_18L悲語政多深院月。動機又可晩林風。 011_0627_a_19L百年孀婦思君裡。千里遊人做夢中。 011_0627_a_20L何事浮生無感歎。感歎於爾最難空。 011_0627_a_22L 緩步居然上小亭。淸凉泉石去昏㝠。 011_0627_a_23L全城入草鷄聲碧。永日連松雨滴靑。 011_0627_a_24L東海當年誰願蹈。中山一醉自難醒。
011_0627_b_01L遊人詩話多眞境 길손은 시 얘기하고 진경이 많으니 청명일에 동문루에 올라(淸明日上東門樓) 西醉東醒又咏東 서쪽에서 취하고 동쪽에서 깨고 동쪽에서 시 읊노니 북루北樓 老熱最蒸七月陽 노염이 몹시 찌는 듯한 7월 더위에 육삼정六三亭 六三亭子又今朝 육삼정 정자에 오늘 또 오니 봉선화鳳仙花 姸姸花朶伴苔衣 곱디고운 꽃이 이끼 곁에 피었으니 육삼정六三亭 霖雨乍晴又此尋 장맛비 잠깐 갤 제 또 이곳 찾아오니 011_0627_b_01L遊人詩話多眞境。賴忘風塵鬂髮星。 011_0627_b_03L 西醉東醒又咏東。幾般心思暗相通。 011_0627_b_04L蒼凉野色長川外。的歷村容細雨中。 011_0627_b_05L遠客登樓雙鬂白。萬家拜塚一樽紅。 011_0627_b_06L聊知聚散浮生事。半入於雲半入風。 011_0627_b_08L 老熱最蒸七月陽。北樓高處爽凉長。 011_0627_b_09L日斜山影連城碧。雨漲江光上檻黃。 011_0627_b_10L舊習雖存難搏虎。挾書何貴見亡羊。 011_0627_b_11L樽前華髮天涯客。犬馬無功感廟堂。 011_0627_b_13L 六三亭子又今朝。宵雨乍晴水滿橋。 011_0627_b_14L過檻雲影看世態。吹筵松籟聽寒潮。 011_0627_b_15L許多炎海人相苦。驀地仙山路不遙。 011_0627_b_16L上帝亦知遊子興。故飛風雨鎻烟條。 011_0627_b_18L 妍妍花朶伴苔衣。鳳亦非凡仙亦稀。 011_0627_b_19L閨屋深深吹細雨。畵簾寂寂轉晴暉。 011_0627_b_20L錦心增態堪題軸。玉手成紅幾上機。 011_0627_b_21L愛蓮愛菊愛蘭又。誰識高名物外飛。 011_0627_b_23L 霖雨乍晴又此尋。孤亭淸景爽詩襟。 011_0627_b_24L古塞江聲朝復暮。深山松籟昨如今。 011_0627_c_01L天外悲秋虫有語 머나먼 타향에 가을이 오니 벌레 우는 소리 면가정眄柯亭 志在江湖亦一生 강호에 뜻 두어 한평생 은거하니 용포재에 와서(遊龍浦齋) 禿魯江流盡日西 독로강331)은 흘러서 진종일 서쪽으로 가는데 김박언에게 부치다(寄金泊彥) 天以好生禀則身 하늘의 이치를 받아서 태어난
몸이니 김수장에게 부치다(寄金水長) 四朔夷山秋又聲 변방 마을 넉 달 만에 가을이 또 왔건만 신해년 봄에 우연히 송남하를 만나(辛亥春偶逢宋南河) 長安風日暗塵沙 장안의 풍광은 티끌 먼지로 암울한데 011_0627_c_01L天外悲秋虫有語。關西爲客槖無金。 011_0627_c_02L夕陽已盡盃樽晩。萬國風塵感我心。 011_0627_c_04L 志在江湖亦一生。眄柯亭好是風情。 011_0627_c_05L暮山含雨連簷碧。小草留花上檻明。 011_0627_c_06L數樽市酒能爲國。千里鄕愁未敢城。 011_0627_c_07L荒塞聯襟多雅士。春風中坐又金聲。 011_0627_c_09L 禿魯江流盡日西。雨聲黌閣夕鷄啼。 011_0627_c_10L亂梢遮野禾香漏。蔀屋和泥燕影低。 011_0627_c_11L病酒關心城市鬱。高朋携手碧蘿齊。 011_0627_c_12L倚欄相笑還相忘。龍浦之遊擬虎溪。 011_0627_c_14L 天以好生禀則身。雖然坎坷敢言貧。 011_0627_c_15L風流應許傑魁士。性行眞知金玉人。 011_0627_c_16L海濶遊龍堪奮鬛。山靈藥草自深根。 011_0627_c_17L江州八載悠悠客。有願君家熙熙春。 011_0627_c_19L 四朔夷山秋又聲。無題童蒙鬂絲生。 011_0627_c_20L故人審 [2] 札千金重。關西行裝一髮輕。 011_0627_c_21L明月穿林來客榻。白雲和水映書屛。 011_0627_c_22L紅楓搖落黃花老。幾望江州憶舊情。 011_0627_c_24L 長安風日暗塵沙。落落邊城白髮斜。 011_0628_a_01L以我浮雲流水客 뜬구름 흐르는 물 같은 이 나그네 몸이 또(又) 藍碧深江黛遠山 쪽빛 푸른 깊은 강에 먼 산은 짙푸른
빛 청암사 조실에서 만우당과 작별하며(靑岩寺祖室與萬愚堂話別) 蛩吟夜雨碧山樓 귀뚜라미 울고 밤비 내리는 푸른 산 절간 사육언四六言 ◇ ◇ 011_0628_a_01L以我浮雲流水客。與君晴日碧山家。 011_0628_a_02L儀容挺特禽中鶴。詞格燦爛錦上花。 011_0628_a_03L屈指此生元是夢。何妨樽酒放詩歌。 011_0628_a_05L 藍碧深江黛遠山。仙庄春景畵中顏。 011_0628_a_06L樽酒仍勸吾當醉。文墨相從子亦閑。 011_0628_a_07L千里思鄕雲漢外。一身爲客塞城間。 011_0628_a_08L朗懷如月詩如玉。不意天人此地還。 011_0628_a_09L靑岩寺祖室與萬愚堂話別 011_0628_a_10L 蛩吟夜雨碧山樓。暗地鄕愁欲重頭。 011_0628_a_11L萬事是雲何者實。百年如水此生浮。 011_0628_a_12L團圓難强遲今日。契濶無端閱幾秋。 011_0628_a_13L白首已悲飄梗又。那堪君去我仍留。 011_0628_a_14L 011_0628_a_16L ◇ 011_0628_a_17L 今日淸明。不妨出遊。 011_0628_a_18L出遊何所。松間林邱。 011_0628_a_19L觀望何景。雨霽雲收。 011_0628_a_20L無限風光。滿目淸幽。 011_0628_a_21L忽焉其思。轉兮悠悠。 011_0628_a_22L三界綿綿。何處出頭。 011_0628_a_23L靑山日暮。碧海長洲。 011_0628_a_24L ◇ 011_0628_b_01L誰是孰非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 ◇ ◇ ◇ 011_0628_b_01L 誰是孰非。夢中之事。 011_0628_b_02L北邙山下。誰爾誰我。 011_0628_b_03L ◇ 011_0628_b_04L 張三李四遷化。我亦當見其事。 011_0628_b_05L風止火滅夢中。平生貪嗔人我。 011_0628_b_06L ◇ 011_0628_b_07L 一擧兩得。大是無端。 011_0628_b_08L掀飜窠臼。屈着一般。 011_0628_b_09L塵裏風中。化作神丹。 011_0628_b_10L賴遇恁麽。命立身安。 011_0628_b_11L豈無幞頭。禦天之寒。 011_0628_b_12L履霜氷至。和情遂摶。 011_0628_b_13L惡水何潑。難潤其乾。 011_0628_b_14L用此二科。流水靑山。 011_0628_b_15L恰好其言。死鷄聲𠴨。 011_0628_b_16L古朴綻破。從頭不刓。 011_0628_b_17L剔耳雛看。鳧疑神鸞。 011_0628_b_18L大家提唱。具眼難瞞。 011_0628_b_19L ◇ 011_0628_b_20L 山自靑水自綠。淸風拂白雲歸。 011_0628_b_21L盡日遊盤石上。我捨世更何希。 011_0628_b_22L ◇ 011_0628_b_23L 本太平天眞佛。月明中樹上啼。
011_0628_b_24L山空夜深人寂。唯有爾聲東西在定慧寺 011_0628_c_01L◇ ◇ 가歌 오도가悟道歌 四顧無人 사방을 돌아봐도 사람이 없으니 011_0628_c_01L ◇ 011_0628_c_02L 一句無前。其來何極。 011_0628_c_03L聾人自笑。欲聞不得。 011_0628_c_04L天藏庵中。何物不是。 011_0628_c_05L不乖而異。盖天盖地。 011_0628_c_06L四聖六凡。惟光明智。 011_0628_c_07L理無異體。山河大地。 011_0628_c_08L有智無用。其智何用。 011_0628_c_09L山山水水。無處相訟。 011_0628_c_10L棒也喝也。徹天其怨。 011_0628_c_11L今日靈山。有聖有賢。 011_0628_c_12L ◇ 011_0628_c_13L 萬事無非夢中。忽然覺悟。拈柱杖携甁 011_0628_c_21L 011_0628_c_24L 四顧無人。衣鉢誰傳。衣鉢誰傳。四顧 011_0629_a_01L春山花笑鳥歌 봄 산에 꽃은 웃고 새는 노래하며 011_0629_a_01L無人。春山花笑鳥歌。秋夜月白風淸。 011_0629_b_01L變地獄作天堂 지옥을 바꾸어 천당을 만드는 것이 심우송尋牛頌 소를 찾다(尋牛) 本自不失 본래 잃지 않았거늘 발자국을 보다(見跡) 韶光之妙 봄빛의 오묘함은 011_0629_b_01L妄言。變地獄作天堂。摠在我作用。百
011_0629_b_14L忽聞人語無鼻孔。頓覺三千是我家 011_0629_b_16L 011_0629_b_19L 本自不失。何用更尋。秪這尋底。毘盧 011_0629_b_23L 韶光之妙。不在百花爛熳。最是橙黃橘 011_0629_c_01L好好哥哥 좋구나 좋아라 소를 보다(見牛) 喝云 억! 소를 찾다(得牛) 見得則不無 소를 본 것은
없지 않으나 一把柳條收不得 한 줌 버들가지를 거두어 잡지 못하여 소를 치다(牧牛) 善惡俱是心 선과 악이 모두 마음이라 且道 일러 보라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騎牛歸家) 六途四生 육도와 사생에 呵呵 하하! 011_0629_c_01L親。好好哥哥。古廟裏香爐。澄秋野水 011_0629_c_04L 喝云。得如靈光獨耀。盖天盖地。猶是 011_0629_c_08L 見得則不無。爭奈爲第二頭。未見得者。 011_0629_c_14L 善惡俱是心。不可以修斷。是如過蠱毒 011_0629_c_23L 六途四生。歷劫辛酸。何曾一步。移着家 011_0630_a_01L雖然如是 비록 이와 같지만 會麽 알겠는가 소는 잊고 사람만 있다(忘牛存人) 撞眠去 잠이나 자거라 不見道 보지 못했는가 爲甚如此 왜 이러한고 噫嘻 허허! 低頭仰面無藏處 머리를 숙여 보고 얼굴을 치켜들어도 숨을 곳이 없으니 사람과 소가 모두 없다(人牛俱亡) 悉利蘇魯 沒多野 地多野 娑婆訶 시리소로 못다야 지다야 사바하 長年修行 오랜 세월 수행해도 塞外將軍令 변방에서는 장군의 명령이요 근원에 돌아오다(返本還源) 鶴脛雖長 학의 다리가 비록
길지만 鉢盂不得着柄 발우는 자루를 붙여서는 안 되고 是箇湖南城下 이는
호남성 아래에서 更有一句 다시 한 구절이 있으니 011_0630_a_01L山脚。雖然如是。敢保老兄猶未歸。會 011_0630_a_04L 撞眠去。何得恁地狼藉。兀然無事坐。 011_0630_a_14L 悉利蘇魯。沒多野。地多野。娑婆訶。又摘 011_0630_a_19L 鶴脛雖長。斷之則憂。鳧脛雖短。續之則 011_0630_b_01L 저잣거리에 들어가 교화를 펴다(垂手入鄽) 木女之夢 石人之歌 나무 여자의 꿈과 돌사람의
노래도 遊芳草岸 방초 우거진 언덕에 노닐고 寔爲了事漢境界 이는 일대사一大事를 마친 사람의 경계인데 皮下有血底 피부 아래 피가 있는 자라면 심우송尋牛頌 소를 찾다(尋牛) 가소롭구나 소를 탄 이여可笑尋牛者소를 타고서 다시 소를 찾는구나騎牛更覔牛석양이 비낀 방초 우거진 길에斜陽芳草路소 찾는 일 실로 아득하기만 하구나那事實悠悠 소 발자국을 보다(見跡) 원숭이와 새는 봄이 와 즐거워하는데猿鳥春心慣옛길을 오르지 못하여 시름겨워라太登古路愁이 가운데 소의 소식이 있으니箇中消息在발자국이 깊은 숲 속을 향하였네跡向藪雲幽 소의 온몸이 드러나다(露現全軆) 曠劫相將地 광겁토록 늘 함께 있었는데 조복하고 보임하다(調伏保任) 幾廻成落草 몇 번이나 풀밭에 들어갔던가 한가롭게 집에 돌아오다(任運歸家) 東西非內外 동쪽 서쪽도 안과 밖도 아니니 소는 잊고 사람만 있다(忘牛存人) 011_0630_b_02L 木女之夢。石人之歌。也是前塵影事。 011_0630_b_08L 011_0630_b_11L 可笑尋牛者。騎牛更覔牛。 011_0630_b_12L斜陽芳草路。那事實悠悠。 011_0630_b_14L 猿鳥春心慣。太登古路愁。 011_0630_b_15L箇中消息在。跡向藪雲幽。 011_0630_b_17L 曠劫相將地。驀然透一區。 011_0630_b_18L曾聞雪山裏。乳香萬年留。 011_0630_b_20L 幾廻成落草。鼻索實難投。 011_0630_b_21L賴有今日事。江山盡我收。 011_0630_b_23L 東西非內外。任運向家邱。 011_0630_b_24L無孔一枝笛。聲聲難自由。 011_0630_c_01L 風燈泡沫了 바람 앞에 등불과 물거품346)이 다하였으니 사람과 소를 모두 잊다(人牛俱忘) 寂光猶未至 적광토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으니 이류異類 속의 일349) 被毛兼戴角 털을 쓰고 머리엔 뿔을 인 채 참선곡叅禪曲 忽然히 생각하니 011_0630_c_01L 風燈泡沫了。何法更堪求。 011_0630_c_02L寄語長安道。聲前不得休。 011_0630_c_04L 寂光猶未至。添得一毛毬。 011_0630_c_05L此道無多在。山高水自流。 011_0630_c_07L 被毛兼戴角。燈榻語啾啾。 011_0630_c_08L祖佛 [1] 今身外。長年走市頭。 011_0630_c_09L 011_0630_c_11L 忽然히 생각하니。 011_0630_c_12L都是夢中이로다。 011_0630_c_13L千萬古。英雄豪傑。 011_0630_c_14L北邙山 무덤이요。 011_0630_c_15L富貴文章 쓸대업다。 011_0630_c_16L黃泉客을 免할소냐。 011_0630_c_17L嗚呼라 내의 몸이。 011_0630_c_18L풀끝에 이슬이요。 011_0630_c_19L바람속의 燈불이라。 011_0630_c_20L三界大師 부처님이。 011_0630_c_21L叮嚀이 이로사대。 011_0630_c_22L마음깿어 成佛하야。 011_0630_c_23L生死輪廻。永斷하고。 011_0630_c_24L不生不滅 저 國土에。 011_0631_a_01L常樂我淨 無爲道를 011_0631_a_01L常樂我淨。無爲道를。 011_0631_a_02L사람마다 다할줄노。 011_0631_a_03L八萬藏經。遺傳하니。 011_0631_a_04L사람되야 못닥그면。 011_0631_a_05L다시 工夫 어려우니。 011_0631_a_06L나도 어서 닥가보세。 011_0631_a_07L닥난 길을 말하랴면。 011_0631_a_08L허다히 만컷마는。 011_0631_a_09L대강 추려 적어보세。 011_0631_a_10L안꼬 서고 보고 듯고。 011_0631_a_11L着衣喫飯。對人接語。 011_0631_a_12L一切處。一切時에。 011_0631_a_13L昭昭靈靈。知覺하난。 011_0631_a_14L이것이 어떤겐고。 011_0631_a_15L몸뚱이난 송장이요。 011_0631_a_16L妄想煩惱。本空하고。 011_0631_a_17L天眞面目 내의 부처。 011_0631_a_18L보고 듯고 안꼬 눕고。 011_0631_a_19L잠도 자고 일도 하고。 011_0631_a_20L눈한번 깜작할새。 011_0631_a_21L千里萬里 단여오고。 011_0631_a_22L許多한 神通妙用。 011_0631_a_23L分明한 내의 마음。 011_0631_a_24L어떠케 생겻난고。 011_0631_b_01L疑心하고 疑心하되 011_0631_b_01L疑心하고 疑心하되。 011_0631_b_02L고양이가 쥐잡듯이。 011_0631_b_03L주린 사람 밥 찻듯이。 011_0631_b_04L목마른이 물찻듯이。 011_0631_b_05L六七十 늘근 寡婦。 011_0631_b_06L子息을 일흔 후에。 011_0631_b_07L子息생각 간절틋이。 011_0631_b_08L생각생각 잊이 말고。 011_0631_b_09L깊이 궁구하여가되。 011_0631_b_10L一念萬年 되게 하야。 011_0631_b_11L廢寢忘飱 할지경에。 011_0631_b_12L大悟하기 각갑도다。 011_0631_b_13L忽然이 깨다르면。 011_0631_b_14L本來 生긴 내의 부처。 011_0631_b_15L天眞面目 絕妙하다。 011_0631_b_16L阿彌陀佛 이 아니며。 011_0631_b_17L釋迦如來 이 아닌가。 011_0631_b_18L점도 안코 늑도 안코。 011_0631_b_19L크도 안코 적도 안코。 011_0631_b_20L本來 생긴 自己靈光。 011_0631_b_21L盖天盖地 이러하고。 011_0631_b_22L湼槃眞樂 가이 없다。 011_0631_b_23L地獄天堂 本空하고。 011_0631_b_24L生死輪廻 本來 없다。 011_0631_c_01L善知識을 차저가서 011_0631_c_01L善知識을 차저가서。 011_0631_c_02L了然이 印可마저。 011_0631_c_03L닷이 疑心 없은 後에。 011_0631_c_04L世上萬事 忘却하고。 011_0631_c_05L隨緣放曠 지내가되。 011_0631_c_06L빈 배갗이 떠놀면서。 011_0631_c_07L有緣衆生。濟度하면。 011_0631_c_08L報佛恩德 이 아닌가。 011_0631_c_09L一切戒行 직켜가면。 011_0631_c_10L天堂人間 壽福하고。 011_0631_c_11L大願力을 發하여서。 011_0631_c_12L恒隨佛學 생각하고。 011_0631_c_13L同體大悲 마음먹어。 011_0631_c_14L貧病乞人 괄세말고。 011_0631_c_15L五蘊色身 생각하되。 011_0631_c_16L거품갗이 觀을 하고。 011_0631_c_17L밧같으로 逆順境界。 011_0631_c_18L夢中으로 생각하야。 011_0631_c_19L喜怒心을 내지 말고。 011_0631_c_20L虛靈한 내의 마음。 011_0631_c_21L虛空과 같은 줄로。 011_0631_c_22L眞實이 生覺하야。 011_0631_c_23L八風五欲。一切境界。 011_0631_c_24L不動한 이 마음을。 011_0632_a_01L泰山갗이 써 나가세 011_0632_a_01L泰山갗이 써 나가세。 011_0632_a_02L헛흔소리 우시개로。 011_0632_a_03L이날 저날 헛보내고。 011_0632_a_04L늑난줄을 忘却하니。 011_0632_a_05L무삼 工夫 하여 볼가。 011_0632_a_06L죽을제 苦痛中에。 011_0632_a_07L後悔한들 무엇하리。 011_0632_a_08L四肢百節 오려내고。 011_0632_a_09L머리골을 쪽이난듯。 011_0632_a_10L五臟六腑 찟난중에。 011_0632_a_11L압길이 캄캄하니。 011_0632_a_12L寒心慘酷 내 노릇이。 011_0632_a_13L이럴줄을 뉘가 알꼬。 011_0632_a_14L저 地獄과 저 畜生에。 011_0632_a_15L내의 身世 慘酷하다。 011_0632_a_16L百千萬劫 蹉跎하야。 011_0632_a_17L다시 人身 망연하다。 011_0632_a_18L叅禪 잘한 저 道人은。 011_0632_a_19L안저죽고 서서죽고。 011_0632_a_20L알토안코 蟬脫하며。 011_0632_a_21L오래 살고 곳 죽기를。 011_0632_a_22L제 맘대로 自在하며。 011_0632_a_23L恒河沙數。神通妙用。 011_0632_a_24L任意快樂。自在하니。 011_0632_b_01L아무쪼록 이 世上에 011_0632_b_01L아무쪼록 이 世上에。 011_0632_b_02L눈코를 쥐여뜻고。 011_0632_b_03L부지런이 하여보세。 011_0632_b_04L오날 내일 가는 것이。 011_0632_b_05L죽을 날이 당도하니。 011_0632_b_06L푸주간에 가는 소가。 011_0632_b_07L자옥자옥 死地로세。 011_0632_b_08L이전 사람 叅禪할제。 011_0632_b_09L마듸그늘 액겻거늘。 011_0632_b_10L나는 어이 放逸하며。 011_0632_b_11L이전 사람 叅禪할제。 011_0632_b_12L잠오난것 성화하야。 011_0632_b_13L송긋으로 찔넛거든。 011_0632_b_14L나는 어이 放逸하며。 011_0632_b_15L이전 사람 叅禪할제。 011_0632_b_16L하루해가 가게 되면。 011_0632_b_17L다리 뻣고 울엇거늘。 011_0632_b_18L나는 어이 放逸한고。 011_0632_b_19L無明業識。毒한 술에。 011_0632_b_20L昏昏不覺 지내가니。 011_0632_b_21L嗚呼라 슲으도다。 011_0632_b_22L타일너도 아니 듯고。 011_0632_b_23L꾸지저도 조심안코。 011_0632_b_24L심상이 지내가니。 011_0632_c_01L희미한 이 마음을 011_0632_c_01L희미한 이 마음을。 011_0632_c_02L어이하야 인도할꼬。 011_0632_c_03L쓸때없난 貪心嗔心。 011_0632_c_04L공연이 이르키고。 011_0632_c_05L쓸때 없난 許多分別。 011_0632_c_06L날마다 紛擾하니。 011_0632_c_07L우습도다 내의 지혜。 011_0632_c_08L누구를 한탄할꼬。 011_0632_c_09L知覺없난 저 나뷔가。 011_0632_c_10L불빗을 貪하여서。 011_0632_c_11L저 죽을줄 모르도다。 011_0632_c_12L내 마음을 못닥으면。 011_0632_c_13L如干戒行少分福德。 011_0632_c_14L도모지 虛事로세。 011_0632_c_15L嗚呼라 寒心하다。 011_0632_c_16L이 글을 자세 보와。 011_0632_c_17L하로도 열두시며。 011_0632_c_18L밤으로도 조금 자고。 011_0632_c_19L부지러니 工夫하소。 011_0632_c_20L이 노래를 깊이 믿어。 011_0632_c_21L책상 우에 페여 놓고。 011_0632_c_22L시시때때 警策하소。 011_0632_c_23L할 말을 다 하랴면。 011_0632_c_24L海墨寫而不盡이라。 011_0633_a_01L이만 적고 끛이오니 可歌可吟 일없는 鏡虛堂이 011_0633_a_01L이만 적고 끛이오니。 011_0633_a_02L부대부대 깊이 아소。 011_0633_a_03L다시 할말 있아오니。 011_0633_a_04L돌장성이 아희나면。 011_0633_a_05L그때에 말하리라。 011_0633_a_06L 011_0633_a_08L 일없는 鏡虛堂이。 011_0633_a_09L노래하나 지여내니。 011_0633_a_10L世上사람 들어보소。 011_0633_a_11L들어보소 仔細듯소。 011_0633_a_12L凡世人間 사람들이。 011_0633_a_13L善惡因果 받아나니。 011_0633_a_14L前生에 惡한 사람。 011_0633_a_15L牛馬虫蛇。今生이요。 011_0633_a_16L地獄餓鬼 불상하다。 011_0633_a_17L前生에 착한 사람。 011_0633_a_18L國王大臣富貴豪傑。 011_0633_a_19L目前에 分明하다。 011_0633_a_20L今生善惡 미루면은。 011_0633_a_21L後生일을 알찌로다。 011_0633_a_22L父母兄弟。具存하고。 011_0633_a_23L妻子眷屬 삼때같고。 011_0633_a_24L金銀玉帛。丘山같고。 011_0633_b_01L天子되며 輪王되여 011_0633_b_01L天子되며 輪王되여。 011_0633_b_02L無量快樂 받으라도。 011_0633_b_03L사람 목숨 無常하야。 011_0633_b_04L아츰나절 성하더니。 011_0633_b_05L저녁나절 黃泉일세。 011_0633_b_06L오늘날은 이러하나。 011_0633_b_07L來日 모래 어찌될지。 011_0633_b_08L庖厨間에 가난 소가。 011_0633_b_09L자옥자옥 死地로다。 011_0633_b_10L寒心하고 可憐하다。 011_0633_b_11L蜉蝣같은 人生 목숨。 011_0633_b_12L幾日幾年。保存할꼬。 011_0633_b_13L電光石火。夢中이라。 011_0633_b_14L一息不回。來生이니。 011_0633_b_15L來生 일을 또 알손가。 011_0633_b_16L設使定命 산다해도。 011_0633_b_17L잠든 날과 病든 날과。 011_0633_b_18L憂患疾病 걱정근심。 011_0633_b_19L無限妄想 다 빼놓면。 011_0633_b_20L사는 날이 몇일이며。 011_0633_b_21L便한 날이 몇일인가。 011_0633_b_22L부질없는 貪嗔人我。 011_0633_b_23L我慢嫉妬愛慾心과。 011_0633_b_24L諂曲矯狂無限妄想。 011_0633_c_01L내것 삼아 受用하야 011_0633_c_01L내것 삼아 受用하야。 011_0633_c_02L三惡道에 墮落하야。 011_0633_c_03L百千萬劫。輪廻受苦。 011_0633_c_04L그 아니 慘酷한가。 011_0633_c_05L비록 善心 좋은지라。 011_0633_c_06L天上人間。快樂하나。 011_0633_c_07L有漏因果。無常하야。 011_0633_c_08L六道輪廻 못免하니。 011_0633_c_09L그런故로 祖師말슴。 011_0633_c_10L曾向天帝殿中遊타가。 011_0633_c_11L也向閻公鍋裏煑라。 011_0633_c_12L分明히 일럿으니。 011_0633_c_13L그 아니 取信할가。 011_0633_c_14L故로 三界夢中이라。 011_0633_c_15L淸淨光明眞如佛性。 011_0633_c_16L나도 않고 죽도 않고。 011_0633_c_17L無爲眞樂。恒常이요。 011_0633_c_18L蕩蕩無碍自在하니。 011_0633_c_19L寂光土 좋은 國土。 011_0633_c_20L白雲流水。處處로다。 011_0633_c_21L부쳐한번 되여 놓면。 011_0633_c_22L무슨 걱정 있을손가。 011_0633_c_23L보고 듯고 안꼬 눕고。 011_0633_c_24L밥도 먹고 옷도 입고。 011_0634_a_01L말도 하고 잠도 자고 011_0634_a_01L말도 하고 잠도 자고。 011_0634_a_02L恒沙妙用。總持하니。 011_0634_a_03L얼굴앞에 分明하고。 011_0634_a_04L이마뒤에 神기롭다。 011_0634_a_05L찾는 길이 여럿이나。 011_0634_a_06L아주 옅게 말할진대。 011_0634_a_07L返照工夫最妙하다。 011_0634_a_08L善心惡心無量心을。 011_0634_a_09L地水火風 제쳐놓고。 011_0634_a_10L찾아보면 都無하니。 011_0634_a_11L비록 찾아 無形하나。 011_0634_a_12L靈知分明不昧하니。 011_0634_a_13L그 아니 可笑론가。 011_0634_a_14L石人唱笛木馬奏絃。 011_0634_a_15L하웃없다 虛妄夢中。 011_0634_a_16L世上事를 忘却하고。 011_0634_a_17L白雲靑山奇岩流水。 011_0634_a_18L秋月春風無限景에。 011_0634_a_19L景槩조차 奇異하다。 011_0634_a_20L菜根木果。充腹하고。 011_0634_a_21L一條寒衲。打睡하니。 011_0634_a_22L潺潺流水。盤石上에。 011_0634_a_23L절로 생긴 松亭이요。 011_0634_a_24L瑟瑟한 琴韻조차。 011_0634_b_01L明月淸風 相和로다 011_0634_b_01L明月淸風。相和로다。 011_0634_b_02L법국새 한 소리에。 011_0634_b_03L盡日無心。終夜無心。 011_0634_b_04L無心客이 되엿으니。 011_0634_b_05L明月이 無心하야。 011_0634_b_06L날 비쳐 無心하고。 011_0634_b_07L淸風이 無心하야。 011_0634_b_08L날 불어 無心하다。 011_0634_b_09L無心行李 이러하니。 011_0634_b_10L無爲眞人 이아니며。 011_0634_b_11L出世丈夫 이아닌가。 011_0634_b_12L諸佛諸祖。別求할가。 011_0634_b_13L興亡盛衰 누가 알며。 011_0634_b_14L黜陟刀鉅 누가 알꼬。 011_0634_b_15L泡沫風燈。可笑롭다。 011_0634_b_16L眞如湼槃。昨夢일세。 011_0634_b_17L이런 快樂。無上樂을。 011_0634_b_18L可憐하다 世上 사람。 011_0634_b_19L어이하야 하지 않고。 011_0634_b_20L지리 죽을 酒色에는。 011_0634_b_21L貴賤없이 다 즐기고。 011_0634_b_22L眞樂받을 成佛法門。 011_0634_b_23L僧俗男女 다 避하니。 011_0634_b_24L善心없어 이러한가。 011_0634_c_01L末世되여 이러한가 법문곡 오회라 세상사람 나의 노래 들어 보소 011_0634_c_01L末世되여 이러한가。 011_0634_c_02L智慧人이 하나없네。 011_0634_c_03L無常歲月。虛妄事를。 011_0634_c_04L어서어서 바삐깨쳐。 011_0634_c_05L善知識을 親見하야。 011_0634_c_06L自己붙어 어서 찾아。 011_0634_c_07L六道衆生。濟度하야。 011_0634_c_08L如我無異한 然後에。 011_0634_c_09L東園桃李芳草岸에。 011_0634_c_10L露地白牛 어거하야。 011_0634_c_11L無孔笛을 비껴들고。 011_0634_c_12L囉囉哩哩囉囉哩。 011_0634_c_13L太平歌를 불러보세。 011_0634_c_14L 011_0634_c_16L 오회라 세상사람 나의 노래 들어보 011_0635_a_01L지렁이와 촌충이와 버러지도 무수하다 011_0635_a_01L부 살펴보니 구비구비 똥오좀 지렁
011_0635_b_01L우나니 눈물일세 011_0635_b_01L우나니 눈물일세 부모형제 지친으로 011_0635_c_01L생사윤회 면하기를 우인지우 낙인지락 011_0635_c_01L야 사람사람 성불하야 생사륜회 면
011_0636_a_01L하늘땅이 손바닥 우에 있고 천만년이 일각이오 011_0636_a_01L부럽지 않다 하늘땅이 손바닥 우에 011_0636_b_01L죽는 날이 잠깐이니 부지런이 공부하야 011_0636_b_01L하야 죽는 날이 잠깐이니 부지런이 011_0636_c_01L낯우어 가지면 복이 된다
하시니 준제공덕취 적정심상송准提功德聚 寂靜心常誦 나무칠구지불모대준제보살南無七俱胝佛母大准提菩薩 호신진언護身眞言 관세음보살륙자대명왕진언觀世音菩薩六字大明王眞言 준제진언准提眞言 이차풍송진언덕
일체액란개소멸 마음 달이 외로이 둥그니 그 빛이 만상을 삼키도다. 빛과 경계가 다 없어지면 이 무슨 물건인가!(心月孤圓, 光吞萬象. 光境俱亡, 復是何物.) 011_0636_c_01L음과 몸을 낯우어 가지면 복이
된 011_0636_c_04L준제공덕취 적정심상송。 011_0636_c_05L일쳬제대란 무릉침시인。 011_0636_c_06L천상급인간 수복여불등。 011_0636_c_07L우차여의주 증획무등등。 011_0636_c_08L나무칠구지불모대준제보살。 011_0636_c_09L정법계진언 옴람。 011_0636_c_10L호신진언 옴치림。 011_0636_c_11L관세음보살륙자대명왕진언 옴마니 011_0636_c_13L준제진언 나무사다남삼먁삼못다구 011_0636_c_16L이차풍송진언덕 일체액란개소멸。 011_0636_c_17L수부겸득제호쇄 속성정각도미륜。 011_0636_c_18L1) 011_0636_c_19L光呑萬像 011_0636_c_20L光境俱忘 011_0636_c_21L復是何物 [1] 011_0636_c_22L鏡虛集終。 011_0636_c_23L此詩。底本在序文之前。編者移置於此。 011_0637_a_01L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이상하 (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