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는 왜 마이너스 가 되는가

2015년 들어 유럽 주요 국가들의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스위스 식품업체인 네슬레가 발행한 회사채(4년) 금리는 0% 아래로 떨어졌다.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는 흔히 있었지만, 마이너스 명목금리는 화폐경제 사회에서는 드문 일이다.

일반적으로 자금의 융통과정에서 이자를 지불하는 까닭은 대출 받은 돈으로 투자하여 수익을 낼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물가상승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을 보상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이너스 명목금리는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는 커녕 거꾸로 보조금까지 얹어주는 기형적 금융거래 형태다.

마이너스 금리가 시사하고 있는 바는 무엇인가?

상식과 어긋나는 것처럼 보이는 마이너스 금리는 한마디로 미래의 경기상황이 어두운데다 디플레이션까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기를 부양하려면 실질금리를 낮추어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고 돈을 돌게 해야 한다. 그런데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빚의 가치가 더 커져 실질금리 즉 실질자본비용이 높아지고 투자심리는 더 위축된다. 적어도 물가하락률보다는 명목금리를 더 낮추어야 자본비용을 줄이고 투자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디플레이션이 벌어지면 물가가 떨어지는 만큼 부채의 가치가 높아진다. 예컨대, 명목금리가 2%,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 1%라고 가정하면, 실질금리는 이자지급률 2%와 화폐가치 상승분 1%를 더하여 3%가 된다. 마이너스 금리는 끝 모를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상황을 벗어나려는 중앙은행들의 궁여지책이자 선제대응이다.

아울러 기초경제여건 향상 없이도 자국 통화가치가 고평가되는 부작용 즉 환율전쟁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는 국가들은 대부분 물가가 안정되고 대외준비자산이 충분하다. 금리 차이나 통화가치 변동을 노리고 유입되는 핫머니는 금융시장 균형을 깨트리고 결국 실물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스위스 중앙은행은 금리인하와 동시에 환율의 제한폭을 풀어 포트폴리오투자 자금 유입을 사전에 차단했다.

개방경제체제에서 성가신 핫머니 유입을 막으려면 고금리나 고환율을 틈탄 차익거래의 기회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간과하고 고환율과 고금리를 통하여 외자유입을 유인하게 되면,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초과수익을 제공하게 된다. 실물부분에서 힘들게 벌어글인 외화를 금융부분에서 빼앗기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대규모 경상수지흑자를 기록하고도 대외준비자산이 부족하여 100억 달러에 불과한 통화스왑 협정을 일본에게 요청하는 까닭이 어디 있는지 생각해보자,

통상 채권수요는 많은데 반해 채권공급은 적기 때문에 채권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채권을 발행하여 조달한 자금을 투자하여 수익을 추구한다. 그런데 세계경제가 공급과잉 상태에 빠지고 불황이 예상되다 보니, 신규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아 채권발행을 주저하게 한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완화로 풀린 돈은 많은데, 기업이 공급하는 채권은 부족하니 금리는 내리기 마련이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ECB)이 2015년 3월부터 양적완화(QE)를‘16년 9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 상당의 채권을 사들이겠다고 했다. 채권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어 급기야  시장금리가 마이너스에 이르게 되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실질적 마이너스 금리가 오랫동안 존재했다. 고성장과 고물가 시대에 정책금융, 구제금융 같은 초저금리는 기업에게 역금리를 지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금융억압 상황에서 정경유착으로 거액을 빌릴 수 있었던 기업들은 사실상 정부 보조금으로 문어발 확장을 거듭한 셈이었다. IMF 사태 때 대부분 상업은행들이 무너진 까닭이다.

한국의 경우 2011년 이후 하향 기조를 보이기 시작한 물가는 2015년 현재 물가상승률이 제로 내지 마이너스에 가까워짐에 따라 (경제성장률 대비) 실질금리는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증가될까 두려워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중앙은행의 변명(?)과는 반대로 불황 속에서 높은 실질이자 부담으로 말미암아 가계부채 멍에는 점점 더 조여지고 있다.

LTV, DTI를 강화하여 부채증가를 억제하고, 금리는 대폭 인하하는 정책조합(policy mix)만이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가계부채 짐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통화당국과 시장과의 대화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너스 금리의 세계
은밀하게 진행 중인 글로벌 통화전쟁을 꿰뚫어본 책!

일반적으로 ‘금리’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가장 친숙한 것은 은행의 예금 금리와 주택담보 대출 금리 정도일 것이다. 이 책은 우리 ‘눈에 보이는 금리’를 결정하는 수면 아래의 금리세계를 보여준다. 채권 분야 애널리스트의 시각에서 일반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이너스 금리’의 움직임을 낱낱이 알려준다. 세계적으로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현상과 낮은 성장률의 문제,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에도 해소되지 않는 경기침체의 원인까지 지금 벌어지는 경제현상을 뿌리부터 파고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취하면서 통화전쟁을 벌이는 이면에 ‘구조적 저성장’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마이너스 금리의 시작이 금리저하에 있고, 저금리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구조적 저성장’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오로지 ‘성장’만을 외치며 경쟁적으로 양적완화와 재정확대 정책을 펼친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본래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되던 저금리, 마이너스 금리가 고성장은커녕 반대로 마이너스 성장을 가져오는 모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미국, 일본, 유로존 등 경제 강대국이 자국의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자국의 화폐를 무제한적으로 찍어냈지만 세계는 경기 부양은커녕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본은 엔저를 더 유발함으로써 ‘아베노믹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상황은 당초 일본은행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엔화 가치가 7% 상승하고, 닛케이 주가 평균도 10%나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금융·경제의 모든 상식을 뒤엎는 마이너스 금리의 세계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 장롱 속에 현금을 인출해서 넣어둘까?
주식과 부동산이 폭등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매우 일반적인 ‘표준 경기회복약’이었던 저금리 정책이 ‘한계’에 부딪힌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며 마이너스 금리의 세계가 몰고 올 금융·경제의 변화를 예측한다. 예를 들면,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을 받고 시간이 흘러 대출을 상환할 때 다시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을 받으면 오히려 갚을 돈이 적어진다.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갚아야 할 돈은 0에 가까워진다. 반대로 예금자라면, 은행에 이자를 내고 돈을 맡겨야 할지 모른다.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아직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상에 불과하지만 저자는 일본경제를 통해서 이제 곧 우리 눈앞에 닥칠 현실을 냉철하게 파악하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더불어 마이너스 금리라는 ‘위험한 실험’이 가져올 금융·경제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라고 경고한다. 이 길은 아직 세계의 어느 나라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추천사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 시대라는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선 세계경제. 과연 극단적 통화완화 정책이 세계경기 회복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일본경제를 통해 저성장 시대에 마이너스 금리 처방의 영향에 관한 객관적이면서 독창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저성장 기조 탈출을 위한 해법에 목마른 한국경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든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정진영 수석연구원, 포스코경영연구원

누군가는 이 책을 읽고 나면 크게 공감할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상당한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마이너스 금리 시대’의 결과는 단 하나뿐이다. 미래는 ‘마이너스 금리’를 읽는 독자들의 ‘공감’과 ‘비공감’ 중 하나만 현실화된다는 뜻이다.
이 책은 ‘마이너스 금리’를 실감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 사고 영역 자체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좋은 책이다.
-이성규 기자, 〈이코노믹리뷰〉

마이너스 금리란 예금이나 채권에서 이자를 받을 수 없고 오히려 손실을 보는 상황을 뜻한다. 현재의 소비를 희생하고 빌려주는 돈에 지불하는 값인 금리는 플러스인 게 상식이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경우는 종종 있었어도 마이너스 명목금리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유럽중앙은행은 2014년 6월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최초로 시중은행이 맡기는 하루짜리 초단기 예금에 -0.1%의 금리를 매기기 시작했다. 스위스(-0.75%), 덴마크(-0.75%), 스웨덴(-0.35%)도 이런 방식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도 시민들의 예금이 아니라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는 지급준비금을 넘어서는 ‘초과 지급준비금’이 대상이다. 현재 기준으로 예치금의 3분의 1 정도가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마이너스 금리는 대부분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간 문제이지만, 스위스의 한 은행이 최근 거액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은행 예금금리보다 통상적으로 낮은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중 3분의 1가량이 현재 마이너스 금리(수익률)에 빠졌다. 너무 낮은 금리 때문에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집값이 폭등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돈을 집에 보관만 하고 예금하지 않는 ‘현금 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