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filetype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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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서 롤 모델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조지 오웰이라고 답한다. 그는 쉽고 명료한 문장을 고집했고, 당대 사회현실에 늘 관심을 가졌고, 당당히 발언했고, 현장에서 발로 뛰는 저널리스트였고, 뛰어난 논픽션과 에세이, SF도 썼다. 다 따르고 싶은 길이다.

<나는 왜 쓰는가>는 오웰이 쓴 수많은 칼럼과 에세이 중 29편을 한국 출판사가 추려서 엮은 책이다. 21편이 처음 번역한 것이라고 한다. 표제작 ‘나는 왜 쓰는가’와 유명한 에세이 ‘코끼리를 쏘다’는 전에 읽은 적이 있었고,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나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도 각각 다른 책을 통해 오웰의 의견을 접한 바 있었다. 내게는 다른 글들이 핵심이었는데, 읽으며 큰 위안을 얻었다.

이전까지 내게 오웰은 ‘정치적이지 않은 글쓰기는 없다’는 말로 다가오는 작가였다. 그러나 이상적인 술집, 서평 쓰기의 괴로움, 봄의 즐거움, 부정할 수 없는 애국심, 톨스토이와 셰익스피어에 대한 에세이를 읽다 보니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됐다. 그건 ‘작가는 신념의 총폭탄이 돼야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작가는 정직해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에세이 ‘정치와 영어’는 그야말로 통쾌했다.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긴 수사와 젠체하는 단어는 속임수일 가능성이 높다.

고백하건대, 나는 정직해지는 것이 두렵다. 정직하게 썼다가 정치적으로 바르지 않다거나 미학적으로 서툴다는 비판을 받으며 고립되고, 이런저런 변명을 속으로 늘어놓다가 내면이 일그러지게 될까 봐 무섭다. 그런 내게 오웰은 스승이자 등대다. 그의 정신은 끝까지 건강했고 유머를 잃지 않았다. 결핵으로 몸의 건강은 해쳤지만…. 딱 하나 오웰을 따르고 싶지 않은 게 있는데, 단명한 것이다.

About this ebook

남과 다른 길을 감으로써 남과 다른 눈을 얻다

오웰은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감으로써 남들이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열 살 전후 무렵 부잣집 아이들만 다니는 예비기숙학교에서 학비 일부 면제 장학생 신분으로 교장 부부의 차별을 경험했고, 명문 이튼스쿨을 졸업했으나, 대학생 대신 피식민지 버마의 경찰간부가 되었다. 유럽에 돌아와서는 런던과 파리를 떠돌며 부랑자 생활을 경험했다. 탄광 지역에 들어가 광부들의 삶과 그들의 생활 조건을 취재하기도 하고, 프랑코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 의용군으로 스페인내전에 참전했다. 그 자신 사회주의자를 자처했으나, 책상머리 좌파들과 그가 보기에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러시아 편향의 주류 사회주의자에 상당히 비판적이었다. 문단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시골에 살면서 식료품 가게를 하거나, 2차대전 후 명사가 된 다음에도 한적한 섬에서의 은거를 택했다.
역자 이한중 씨가 오웰에 대해 “자신의 이력을 통해 패턴과 인습을 거부한 작가”라고 표현했듯이 그는 전 생애에 걸쳐 항상 조금씩 비켜나 있었고, 과감히 남들의 기대를 배반하는 선택을 감행했으며, 그럼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특별한 눈을 가지게 된다. 이번 에세이 선집은 오웰이 맨처음 발표한 글인 부랑생활 체험기 「스파이크」에서부터 마지막 집필 원고인 「간디에 대한 소견」까지 오웰이 글을 쓴 순서대로 엮었으며 29편의 에세이를 통해 오웰 삶의 각 국면에 대한 세세한 이해, 정치적 입장, 현실에 대한 작가로서의 태도 등 인간 오웰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할 것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탁월한 이해자, 조지 오웰

몸으로 세상을 겪은 오웰이 여타의 작가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타고난 영민함과 밑바닥 삶과 극한의 전쟁 체험을 겪으며 인간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남다른 통찰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 묶인 적잖은 에세이들이 오웰의 자전적 요소를 띠고 있는데, 그렇게 인간에 대한 남다른 깨달음을 얻게 된 사건들, 오웰 자신이 삶의 전환적 순간이라 했던 사건들이 이 책 곳곳에 담겨져 있다.
자신을 차별한 예비학교 교장 부부를 통해, 죽도록 미워하면서도 그들의 인정과 총애를 받으려 했던 인간의 이중성을 어린 시절 이미 깨닫기도 하고, 식민지 경찰간부 생활을 겪으면서 민족․인종 사이에 놓여진 위계와 그걸 공고히 하는 제도의 폐해를 절감했다. 게다가 계급을 막론해 젠체하기와 위선, 허영과 속물근성은 인간이 벗어던질 수 없는 숙명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인간의 모순적이고 비이성적 행태에 눈살을 찌푸리는 대신 그것을 인정하고 직시함으로써, 자신 작품의 인물 속에 그러한 인간을 표현해냈다. 그가 좌파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보냈던 까닭도, 적잖은 당시 좌파들이 “자본주의만 전복하면 사회주의가 도래할 것이라” 생각하거나 “진실이 알려지면 박해는 절로 패퇴하리라는” 혹은 “인간은 본래 선량하며 외부 환경 때문에 부패하는 것일 뿐이라는” 순진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웰은 과연 왜 썼을까?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통해 오웰은 “어떤 책이든 정치적 편향으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으며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 태도인 것이다”라고 자신의 명확한 작가적 입장을 밝힌다.
문학이나 예술의 순수성을 주장하는 입장을 향한 이 똑부러진 일침은, 결코 정치적 신념에 복무하는 문학 작품을 쓰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글에서 그는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이었다”며, 『동물농장』이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해보려고 한 최초의 책이었다”고 선언한다.
오웰은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모든 형태에 대한 반대” 입장에 서 있으며, 피압제자의 편에 서는 것이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주의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체험한 피억압자의 정서를 글로 표현했다. 한때 파시즘에 맞선 스페인 혁명에 도움이 되고자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가 택한 것은 글과 문학이었다. 그는 모든 형태 전체주의(나치의 파시즘과 스탈린식 공산주의, 자본주의)에 반대했다. 혁명가로서 전체주의와 싸운 것이 아니라, 전체주의의 폐해를 문학으로 표현함으로써 전체주의에 맞섰다. 그리고 50년이 넘게 지난 현재까지 전세계 독자들은 오웰이 던진 성찰의 ‘현실성’에 고개를 끄덕임으로써 오웰의 문학적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한겨레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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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 지은이 : 조지 오웰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다. 1903년 6월 25일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태어났다. 책에서 말하듯 “하급 상류 중산층”에 속한 그는 영국 사립 최고 명문인 이튼 학교를 마치고는 명문 대학이 아닌 버마로 향한다. 식민 통치기구인 ‘인도 제국 경찰’에서 일하기 위해서였다. 식민지 경찰 활동에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에 영국으로 돌아와 런던과 파리에서 자발적인 부랑자 생활을 하고, 이 체험을 바탕으로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펴내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나선다. 조지 오웰이라는 필명도 이때부터 쓰기 시작한다. 작가로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오웰은 1936년 1월, 한 진보단체로부터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들의 실상을 취재하여 책을 써달라는 제의를 받고, 두 달에 걸쳐 위건, 리버풀, 셰필드, 반즐리 등 랭커셔와 요크셔 지방 일대의 탄광 지대에서 광부의 집이나 노동자들이 묵는 싸구려 하숙집에 머물며 면밀한 조사활동을 한다. 바로 이 취재의 결과물이 『위건 부두로 가는 길』(1937)이다. 같은 해 일어난 스페인 내전을 예의 주시하던 그는 이 책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겨주자마자 “파시즘에 맞서 싸우러” 스페인으로 떠났고, 이후 이 전쟁 체험을 『카탈로니아 찬가』(1938)를 통해 전한다. 영국 북부 탄광 지대와 스페인 내전에서의 경험은 조지 오웰의 지향점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고 이후 『동물농장』(1945)과 『1984』(1949)를 구상하는 밑거름이 된다. 『1984』의 집필 중 폐결핵 판정을 받은 그는 1950년 1월 21일, 마흔여섯 나이로 숨을 거둔다. ■ 옮긴이 : 이한중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자로 일하고 있다. 역서에 『인간 없는 세상』 『울지 않는 늑대』 『글쓰기 생각쓰기』 『안 뜨려는 배』 『작은 경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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