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데이비드 빌어먹을 왜 안 죽

화창한 햇빛이 비치는 강남 광장

검은 양팀과 유정이 어느 카페 테라스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 좋다~날씨도 좋고 일도 잘 풀리고~”

유리가 행복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하자 슬비가 살짝 웃으며 말한다.

“그러게 말이야. 중도에 좀 안 좋은 일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잘 풀렸으니까…..”

슬비의 말에 제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대장은 걱정 하지 말라고. 더러운 일은 내가 할 테니까 대장이랑 동생들은 사람들을 구해주라고.”

“네, 아저씨!미스틸은 사람을 구하는 창이니까요!”

미스틸이 코코아를 홀짝이며 말하자 귀엽다는 듯 네 사람이 웃는다.

다만 단 한 사람…..세하만 웃지 않고 뭔가 마음에 걸린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를 보고 있다.

그 모습에 슬비가 세하를 보며 묻는다.

“왜 그래, 세하야?”

“….뭔가 좀 이상해서.”

“뭐가?”

슬비의 말에 세하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이상하지 않아?우리는 데이비드 지부장…..아니 데이비드 씨에 의해서 발안된 팀이야. 그리고 우리를 밀어주던 세력들은

데이비드 씨의 측근들이었고.”

“그런데?”

“…….데이비드 씨가 배신을 하고 자취를 감춰버렸는데도 유니온 쪽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잖아. 뭔가 이상하지 않아?”

세하의 말에 슬비의 표정이 긴장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렇지…..그러고보면…..데이비드 씨는 아무리 배신자라고 해도 한 곳의 지부장이었는데 이렇게 조용하게 넘어가는 게

더 이상한데…?”

“…….예감이 안 좋아…..게임이야기 이긴 하지만….꼭 이런 분위기면…..수작이 걸려온단 말이야….?”

세하가 커피를 보며 중얼거리던 그 때 갑자기 카페 안으로 요원복을 입은 사람들이 들어오더니 검은 양팀이 앉아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그 쪽이 검은 양팀인가요?”

“네. 신서울지부 소속 검은 양팀입니다만…..그쪽은 누구신가요?”

슬비의 말에 앞에 있던 요원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한다.

“찾았다. 유니온의 배신자들.”

요원의 말에 슬비가 화난 표정으로 말한다.

“저기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무슨 근거로 저희를 보고 유니온의 배신자들이라고 하시는 건가요?”

“뻔뻔하군. 데이비드의 개들. 너희들이 데이비드와 손을 잡고 신서울을 구하는 척하고 뒤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다닌다는 것을

이미 알아보고 왔단 말이다!”

요원의 말에 유리가 어이 없다는 듯이 말한다.

“저기요, 아저씨! 뭔가 착각 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는 배신자들이 아니라고요!오히려 데이비드 지부장의 테러행위를 막으려고

했다고요!”

“시끄럽다!배신자들. 그것 말고도 너희 죄는 많아!명령 불복종!차원종을 이 땅으로 불러들인 데이비드와 한편으로 움직인 죄!

게다가 수배중인 늑대개 팀과 협력하는 만행까지! 이것만으로도 너희들은 유죄란 말이다!”

요원이 말하며 삿대질을 하다가 자신들의 무기를 꺼내들며 말한다.

“얌전히 잡히면 상처 없이 끝날 거야. 만약 반항하면 죽여서라도 데리고 가면 되니까 말이야 히히…..”

“뭐…뭐?!다…당신들 ** 건가요?!”

“큭큭큭…..너희들….아직 너희들이 처한 상황을 잘 모르는 가본데……지금 신서울 전역에 너희들을 체포하라는 명령이 떨어

졌다고.”

“뭐…뭐라고요?!”

“큭큭…..너희들을 잡으면 A급 요원으로 진급시켜주고 보너스를 두둑히 준다더군 큭큭…..마다 할 이유가 없잖아?”

요원이 비릿하게 웃으며 다가오자 제이가 재빠르게 다가오는 요원을 제압하더니 뒤에 있는 다른 요원들까지 제압하고는 자신

의 밑에 깔려있는 요원을 보며 말한다.

“…..이봐. 그 수배령…..대체 누가 한 건 지 대답해주지 않겠나?”

“왜요?누군지 알면 테러라도 하실려고요?”

요원의 빈정대는 말투에 제이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요원이 키득거리며 말한다.

“큭큭…..주변을 보라고 멍청아. 다들 핸드폰 들고 있는 거 안 보여?”

요원의 말에 주변을 보자 다들 핸드폰을 들고 자신들을 찍고 있다는 것을 안 제이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키득거리며 말한다.

“큭큭…..게다가 너희는 지금 공무집행을 하는 요원을 잡았단 말이지 큭큭…..이걸로 너희들이 배신한 지부장과 같은 사상을

가졌다고 생각되어지는 거지 큭큭….”

요원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웅성웅성거리는 사람들…..

그 순간….

무엇인가가 슬비에게 날아온다.

“아!”

슬비가 맞은 것은…..돌맹이다.

“사라져라, 이 괴물아!”

“너희 같은 것들은 영웅도 아니야!”

“사라져!!”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돌팔매질에 슬비가 당황해 하며 사람들에게 말한다.

“저…저기 시민여러분들!저희의 말을….!”

“듣기 싫어! 사라져라!테러리스트들!”

슬비의 말에도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던지며 소리를 지르자 세하가 입술을 꽉 물더니 슬비의 손을 잡고는 5명에게 말

한다.

“아저씨 일단 도망가요.”

“하지만 동생…!”

“빨리요! 지금 이 사람들 우리 말 듣지도 않아요!”

세하의 말에 제이가 입술을 꽉 물더니 유정을 안아들고는 유리와 미스틸을 보며 말한다.

“얘들아 빨리 가자!”

“네, 아저씨!”

“길은 제가 열게요!”

미스틸이 창에 위상력을 집중하더니 천장을 뚫어버리며 올라가자 세하가 유리를 보며 말한다.

“유리야 빨리 올라가서 테인이를 보호해줘! 그 다음에 아저씨가 누나 데리고 올라가시고요!”

“알았어!!”

유리가 빠르게 구멍으로 올라가자 제이가 뒤이어 올라간다.

“슬비야 가자!”

“하….하지만 이대로 오해를 안 풀면….!”

“지금 저 사람들이 네 말을 들을 것 같아?! 빨리 올라가자!”

세하가 슬비를 안아들고 황급히 구멍으로 올라가자 그제서야 바깥의 상황이 들어난다.

“이게…..뭐야…..이건…..대체……”

유리가 멍한 표정으로 거리에 서서 자신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누나…..형……이게….어떻게 된 거에요?왜…..왜 우리가…..범죄자가…..테러리스트가 된 거에요?”

미스틸의 말에 세하가 이를 꽉 문 상태로 조용히 제이에게 말한다.

“…….아저씨.”

“…..왜 그러지, 동생?”

“……..이거……분명히 상층부의 짓이겠죠?”

세하의 말에 제이가 자신의 선글라스를 손으로 지긋이 누르며 대답한다.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총본부의 늙은이들이지…..데이비드 형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던 파벌들이 이번 기회를 틈타서 우

리를 없애버리려는 것일지도 모르겠어….”

“……….그것말고도 자기들이 했던 짓을 덮으려고 하는 것도 있겠죠.”

유정이 조용히 덧붙이자 제이가 선글라스를 누르며 말한다.

“후우…….일단은 동생이랑 유정씨랑 유리는 가족들한테 전화 해보는 게 어때? 지금 가족이 남아있는 건 3명 뿐이니까.”

제이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전 됬어요. 우리 엄마가 어디 가서 당하실 분도 아니고.”

“하긴 누님이라면 날려버릴 일은 있어도 당할 일은 없을 테니까.”

제이가 세하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유정이 전화를 끊고 한숨을 쉬며 말한다.

“다행히도 저희 부모님은 시골에 있으셔서 괜찮으신 거 같네요. 모함이라는 것도 아신 눈치고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만에 하나의 일이지만 유니온 상층부 녀석들이 정말로 치졸한 짓을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제이가 유정을 보며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옆에서 계속 핸드폰 화면을 누르며 발을 동동 구르는 유리의 모습을

보고는 얼굴을 굳힌다.

“유리야, 왜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야?”

“아….아저씨…..다…다들 전화를 안 받아요….”

“뭐?!”

“저…전화를 안 받는다고요!!부…부모님들한테도 전화 해봤고….도…동생들한테도 전화해봤는데 아무도 안 받는다고요!!”

유리가 덜덜 떨며 계속 전화를 시도하자 제이가 주먹을 꽉 쥐며 생각한다.

‘아니야….아무리 유니온 상층부의 늙은이들이 우리를 잡고 싶다고 해도 가족들까지 인질로 잡는 방법까지는 동원할 리가 없

어…..’

그러나 계속 드는 불안감에 주먹을 꽉 쥔 채 제이가 유리를 바라보자 슬비가 제이를 보며 말한다.

“…….한번 가보죠, 아저씨.”

“대장?”

“…..어차피 이곳에 계속 있을 수는 없어요. 일단….유리네 가족들의 안전부터 확인하고…..안전하다는 게 확인된다면…..염치

없지만 유리네 집에 잠깐 머물면서 상황을 지켜보죠.”

슬비의 말에 유리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슬비에게 말한다.

“슬비야…..도와줄거야….?”

“응. 걱정마. 도와줄거야. 그리고 가족들은 괜찮으실 거야.”

슬비가 유리를 토닥이며 말하자 세하가 조용히 밑에 있는 사람들을 보더니 자신의 건블레이드에 총알을 집어넣으며 말한다.

“그럼 일단 목적지는 유리네 집이지?”

“응.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으면…..우리의 움직임이 금방 들통날거야…..”

슬비의 말에 세하가 슬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더니 건블레이드를 어깨에 걸치며 말한다.

“내가 어떻게든 저 사람들 주의를 내 쪽으로 쏠리게 해 볼게. 그 틈에 너희들은 유리네 집으로 먼저 가.”

“동생!그건 위험해!아무리 저 사람들이 일반인들이라지만 주의를 끌다보면 요원들도 동생을 잡으러 올거라고!차라리 그런 역

할은 내가…!”

제이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이 중에서 가장 화려하게 남들 시선을 끌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저 잖아요.”

“하지만 동생! 이건 위험….!”

“아저씨.”

세하가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제이를 보며 말한다.

“걱정 마세요. 저 이래 봬도 알파퀸 아들이에요. 쉽게 잡히지는 않는다고요?”

“……..”

“그리고 지금 상황을 봤을 때….최악의 경우에는 유리네 집에도 요원들이 이미 와 있을 지 몰라요. 그렇다면 저 보다는 아저씨

가 계시는 게 더 나을 거에요. 제 기술은 민간인이 있으면 휘말리기 쉬우니까요.”

세하의 말에 제이가 유정을 안아들더니 세하를 보며 말한다.

“…….빨리 따돌리고 오라고, 동생.”

“걱정 마세요. 간단하게 게임 오버 당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럼 아저씨…..”

세하가 자신의 다리에 위상력을 모으며 말한다.

“유정이누나랑 애들 잘 부탁해요!”

세하가 말을 마치더니 카페 옥상에서 뛰어내리며 시선을 끌기 위해 일부러 사람들이 없지만 잘 보이는 쪽을 향해 공파탄을 날

리며 크게 외친다.

“난 여기 있다고! 잡아 볼 테면 잡아봐!!”

세하의 외침에 밑에 있던 사람들이 세하를 보며 외친다.

“배신자가 저기 있다! 잡아라!”

“놓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부스터처럼 건블레이드를 뒤로 향하게 하더니 공파탄을 분사하며 말한다.

“그렇게 느려서 절 잡을 수 있겠어요? 좀 더 열심히 뛰어보라고요!”

“거기 서라!!!”

“잡아라!!!!”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과 몰려오는 인파를 확인한 세하가 이어폰을 꾹 누르며 말한다.

“지금이야! 이슬비! 뛰어!!!”

“오케이! 가자!!!”

슬비의 신호에 5명의 인영이 세하가 날아간 곳과 반대 방행인 유리의 집으로 향하기 시작한다.

몇 분 후…..

다행히도 세하가 시선을 잘 끌어준 덕에 별다른 저항 없이 유리네 집 아파트 옥상에 5명이 무사히 착지한다.

“후우…..도착했네….빨리 가자 유리야. 너희 집 10층이지?”

“응! 빨리 가자!”

유리가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가자 미스틸이 뒤이어 달려가며 말한다

“유…유리누나 같이 가요!!”

그 모습에 슬비도 뒤따라가며 이어폰으로 세하에게 말한다.

“이세하!5명 전부 옥상에 도착했어! 빨리 따돌리고 와!”

“나이스 타이밍!!!라져!”

세하의 답에 슬비가 제이와 유정을 재촉하며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간다.

이윽고 5명이 전부 10층에 도착하자 유리가 다급한 표정으로 도어락버튼을 누르며 중얼거린다.

“제발…제발….제발…..엄마….아빠…..얘들아….”

몇 시간 같은 몇 초가 지나고 띠릭 하는 소리와 함께 도어락이 열리자 5명이 황급히 집안으로 뛰어든다.

“엄마!아…….빠…………..”

유리가 들어가며 부모님을 부르다 거실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털썩 주저앉는다….

“거….짓말……거짓말….이야……”

“유리….야…..”

거실에 펼쳐진 광경은……제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최악이고…..유리가 생각했던…..최악의 상황인…..

“거짓말이야!!!!!!!!!!!!!!!!!!!!!!!!!!!!!!!!!!!!!!!!!!!!!!!!!!!!!!!!!!”

유리의 가족들의……처참한 모습들이다….

유리가 울부짖으며 거실에 쓰러져있는 가족들을 끌어안으며 중얼거린다.

“싫어…..가지마…..부탁이야…..제발….부탁이니까….제발……내 곁에서…..떠나지 마요…..”

유리의 모습에 슬비가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삼키려던 그 순간….

:”하하하하하!!!!!!!역시 여기로 왔군!!!!역시 나는 현명해!!!하하하하하!!!!!”

방문이 열리면서 피 묻은 무기들을 든 요원들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나온다.

“큭큭…..어차피 오게 될텐데 왜 죽으려고 작정을 하고 반항을 하는 지 원 큭큭….”

요원의 말에 제이가 주먹을 꽉 쥐며 말한다.

“……구태여 묻겠는데……이 사람들…..당신들이 죽인 건가?”

“큭큭……그래!우리가 죽였어! 직접 이 무기로 말이야 큭큭…..”

요원이 당연하다는 듯 말하자 슬비가 감정이 격해졌는지 요원을 비트로 겨냥하며 반말로 말한다.

“왜 죽인 거야?!!유리네 가족들은 위상력이 없는 일반인인데!!!그저 평범한 사람들인데 왜 죽였냐고!!!”

“큭큭…..검은양팀을 불러주면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말했는데, 짜증나게 안 부르고 오히려 우리들을 방해하려고 하길래 죽인

거야.”

“당신들…..!”

“큭큭……그리고 말이야….본부에서 명령이 내려왔어. 범죄자를 숨겨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죽여도 된다고

말이야 큭큭….”

요원이 비릿하게 웃음을 짓는 그 때….

“……..이봐. 그게 가족들을 눈앞에서 잃은 애 앞에서 할 소리인가?”

제이가 낮은 목소리로 요원들을 보며 말한다.

“하아?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난 영웅이 아니라 돈독 오르고 권력욕 오른 녀석이라서 너희처럼 착한 척 못 하겠거든?”

“………..”

“그렇게 꼴 보기 싫으면 당신도 우리를 죽여. 공평하잖아?”

“……….”

“한 번 죽여보란 말……!”

요원이 빈정거리며 말하던 그 순간 제이가 아무런 준비자세도 없이 말 그대로 포탄처럼 날아가 요원의 복부에 주먹을 냅다 꽂

아버린다.

“커….억…….”

“……..그렇게 소원이라면 당장 저승으로 보내주지. 쓰레기 같은 놈.”

제이가 요원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내리치려는 순간 뒤에서 유정이 제이를 껴안으며 말린다.

“제이 씨!!!진정해요!!”

“유정씨 비켜줘. 난 이 자식을…..!”

제이가 자신을 뒤에서 껴안고 있는 유정의 행동에 주먹을 꽉 쥐자 유정이 더욱 세게 제이를 끌어안으며 말한다.

“알아요 제이 씨가 열 받는다는 거….하…하지만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뿐이에요…!”

유정의 말에도 제이가 주먹을 풀지 않은 채 요원을 노려보자 유정이 울먹거리며 말한다.

“제발….부탁이에요….이런 제이 씨 모습….무섭다고요…….”

“유정씨…..”

“한 번만…..한 번만…..제 말 들어주세요….네?”

유정의 말에 제이가 부들부들 떨더니 잡고 있던 요원을 벽으로 세게 집어던진다.

“………후우……”

제이가 한숨을 쉬며 일어나자 유정이 고맙다는 듯이 제이를 꼭 안아주며 말한다.

“고마워요, 제이 씨….참아주셔서….고마워요….”

유정의 말에 제이가 쓱쓱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꿈틀거리며 움직이는 요원의 모습에 유정을 자신의 뒤로 보낸다.

“큭….큭큭…..왜? 죽이고 싶지 않아? 아직 참을만한가 봐?부족하다면 좀 더 말해줄 수 있는데 말이지?큭큭….”

“너…..이 자식…..”

제이가 주먹을 꽉 쥐며 요원을 노려보는 그 순간….

“그 입 다무세요!!!!”

슬비가 요원들을 중력장으로 짓눌러버리며 말한다.

“당신들……정말 최악이야…..”

슬비의 중력장에 요원들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자 슬비가 중력장을 거두고는 유리에게 달려간다.

“유리야……”

“…흐윽…..슬비야……우리 엄마아빠랑…..내 동생들….어떡해……”

“……….”

“나 때문에….나 때문에……우리 가족이…흐윽….”

“그런 거 아니야, 유리야…..네 탓이 아니야….!”

슬비의 말에 유리가 울면서 슬비에게 안기자 슬비가 유리를 토닥거리며 말한다.

“울어도 돼, 유리야…..맘껏 울어……”

“흐윽…..흐아아아앙!!!!!”

유리가 지금까지 쌓였던 슬픔을 털어놓듯이 슬비를 안고 울자 제이가 유정을 보며 말한다.

“……..이런 일을 막으려고 내가 이 팀에 온 건데…….아무래도 난 보호자 실격인 것 같군….”

“아니에요 제이 씨는…..잘 해주고 계세요…..지금 슬비와 유리가 들킬 수도 있는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자신들의 감정을 솔직

하게 표현한다는 것은……제이 씨라는 믿음직한 사람이 있기 때문일 거에요.”

유정의 말에 제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렇게라도 말해주니 고맙군, 유정씨……덕분에 조금은 기운이 났어.”

제이가 슬비와 유리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던 그 때 집 밖 복도에서 누군가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헉….헉…..헉……저 왔어요….아저씨….”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유인하러 주변을 돌아다니던 세하다…

“동생! 무사했구나!”

“무사하다고는 못 말해요….윽….”

세하가 왼팔을 만지며 말하자 제이가 세하에게 달려가서 세하의 왼팔을 본다.

“왼팔을 다친 거야, 동생?!”

“하아…..슬비가 준 신호를 듣고 어떻게든 빨리 추적을 피해보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한 대 제대로 얻어맞아서요. 움직이

는 데에는 지장이 없어요. 평소보다 약간 파워가 떨어질 뿐이에요.”

세하가 왼팔을 만지작거리며 말하자 제이가 요원복에서 작은 주사를 꺼내 세하의 팔에 주사하며 말한다.

“진통제야, 동생. 몇 시간 동안은 덜 아프게 될 거야.”

“고마워요, 아저씨. 근데….괜찮으시겠어요?약 비축해놓으신 거….저 때문에….”

세하의 말에 제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동생들한테 나눠줄 약 정도는 비축해놓고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그보다 걱정인 건…..유리지.”

제이의 말에 세하가 엉망이 된 거실과 울고 있는 유리의 모습에 오른손을 꽉 쥐며 말한다.

“결국……선을 넘었나보네요…..유니온이….”

“…….아까 전에 요원이 그러더군. [범죄자를 숨겨주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죽여도 된다]고 말이야.”

제이의 말에 세하가 열 받은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아주 작정을 했네요…..그렇게나….저희가 미운 걸까요?”

세하의 말에 제이가 세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아니. 그저 상층부의 늙은이들이 자기들 마음에 안 든다고 어린애처럼 땡깡을 부리는 것 뿐이야. 곧….해결 될 거야. 동생.”

제이의 말에 세하가 살짝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이내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나저나 유리….괜찮으려나요….?이번 일은….그냥 넘기기 힘들텐데…..”

세하의 말에 제이가 선글라스를 꾹 누르며 말한다.

“넘어가기….힘들겠지…..아마도 악몽도 꾸겠지….그것보다 더 문제인 것은….”

“…….장례식….말이죠?”

세하의 말에 제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하가 제이를 보며 말한다.

“……선택지는 3개 정도에요. 하나는 그냥 나두고 간다. 다른 하나는 특경대에게 말해서 장례를 치뤄달라고 말한다. 마지막

은……”

“마지막은 뭐지, 동생?”

“……..제가 태워버리는 거에요.일종의….화장이죠.”

세하의 말에 제이가 선글라스를 지긋이 누르며 말 없이 서 있자 세하가 조용히 말한다.

“……..아무래도…..특경대에 부탁하는 게 낫겠네요…..나중에 누명이 벗겨지고 나서 찾아가기 편하니까요.”

“……특경대가….지금 우리의 부탁을 들어줄까?”

“다른 특경대는 저희를 잡으려고 할 지 몰라도……딱 한 사람 있잖아요.”

“채민우…경정이군.”

“민우 형이라면…..도와주겠죠…..만약에 못 도와준다고 하면……화장할 수 밖에 없겠죠….”

세하가 휴대폰 화면을 몇 번 누르더니 민우에게 전화를 건다.

몇 번의 신호음이 지나고 휴대폰에서 민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세하요원님! 괜찮으신겁니까?!”

“저희는 아직까지 괜찮아요…..다만…..유리네 가족분들이…..”

“무…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게…..”

세하가 민우에게 간단하게 현재 상황을 이야기하자 민우가 한참을 말 없이 있다가 입을 연다.

“알겠습니다. 서유리 요원님의 가족분들은 저희가 수습해서 장례를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고마워요, 민우형….”

“아닙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곧 저희 특경대 대원들을 데리고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충성!”

민우가 전화를 끊자 세하가 제이를 보며 말한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네요….와서 수습해준다네요….”

“후우…..불행 중 다행이군…..”

제이가 선글라스를 누르며 거실로 들어가자 세하도 따라서 거실로 들어간다.

“세하….야……”

유리가 세하를 보며 잠긴 목소리로 말하자 세하가 유리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민우형이 가족분들 유해를 수습하러 와 주신데….눈물 닦고….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마지막 인사는….제대로 해야지.”

세하의 말에 유리가 품에서 떨어지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화장실로 들어간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유리가 들어가자 슬비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괜찮아…?”

“괜찮아…..아저씨한테 진통제도 받았고....짐이 되지는 않을거야.”

세하의 말에 슬비가 세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미안해……그런 위험한 일을 맡겨서…..”

“괜찮아. 내가 적임이었는데 뭘….”

세하의 말에 슬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세하가 슬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괜찮다니까?나 보다는 유리나 챙겨……부모님 잃는 게…얼마나 힘든지 잘 아니까….”

“…..응…..”

슬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는 순간 화장실에서 씻고 나왔는지 물기가 묻은 유리가 나온다.

“이제 좀….진정 됬어?”

“응…..좀 진정 됬어…..고마워.”

유리가 5명을 보며 말하다가 주방을 보더니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특경대 오기까지….시간도 남았는데…..뭐라도 먹자…..엄마가….뭘 만들어 놓은 거 같아…..”

유리가 힘 없는 발걸음으로 주방으로 들어가자 유정이 유리를 돕기 위해 주방으로 뒤따라 들어간다.

그 순간….

“하…하하….하하하……..”

유리가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진 큰 냄비를 보고는 슬프게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오늘…..곰탕 먹으려고….했나보네요….하하하…..”

“………”

“하하하……..요즘 힘 없다고 생각하셨나보네요 하하….그래서….이런 걸…..”

유리가 횡설수설하며 울음을 꾹 참으려고 하자 유정이 유리를 꼭 안아주며 말한다.

“…….그렇게 참을 필요 없어……유리야….애들은…..울어도 되는 거야…..”

유정의 말에 유리가 유정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기 시작한다.

“흐윽…..언니…..유정이언니……..”

“그래그래……”

유정이 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하자 유리가 더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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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부탁드릴게요 민우형…..”

“걱정마십시오 요원님. 아 그리고 요원님들께 드릴 것이 있습니다.”

민우가 옆에 있는 작은 상자를 건내며 말한다.

“이건 저희 보급품을 모은 것입니다. 부디 써주시길 바랍니다.”

“채민우 경정님……”

“……분하지만….저희들은 아무런 힘이 없습니다……그렇기 때문에…..이런 지원 밖에 해드릴 것이 없습니다…..”

“……..”

“부디….이걸 받고…..누명이 벗겨지실 때 까지…..잡히지 말아주십시오….아니…..잡히겠다싶으시면…..저희가 있는 곳으로

오십시오……잡는 척 하고…..풀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민우형….잘 쓸게요….”

세하가 가방을 받아 들자 민우가 6명을 향해 경례를 하며 말한다.

“부디…..무사하길 기원하겠습니다….충성!”

민우의 인사에 특경대들도 다 같이 인사를 한다.

그 모습에 검은 양팀이 고개를 끄덕이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자 민우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신은 믿지 않지만……..오늘만큼은 기도해보고 싶군……….신이시여……부디…..저들의 앞길에 축복을…..”

민우가 그들을 보며 무사를 기원하고 있을 때…..검은 양팀은 어느 회사의 옥상에 멈춰선다.

“후우…..이제 우리 어디로 가야 하지?이렇게 되면….각자의 집도 사실상 비슷한 상황일텐데….”

세하의 말에 슬비가 입술을 깨물며 말한다.

“………나도 모르겠어……이렇게까지….유니온이 막 나갈 줄은 몰랐어…..”

슬비의 말에 제이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일단……하루라도 묵을 장소를 찾아야해…..벌써 3시니까….”

“그렇…네요….후우….”

유정이 한숨을 쉬며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 상황에서는…..호텔 같은 숙박시설은 이용할 수 없어…..그렇다고해서….이대로 멈추지도 않고 움직일 수도 없는 노릇이

고….’

유정이 고민에 빠진 채 끙끙거리고 있을 때…..세하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누구………..석봉이?!”

세하가 발신자를 확인하고 서둘러 휴대폰 버튼을 누르고는 통화를 시작한다.

“석봉아, 괜찮아?!”

“세…세하야!무…무사했구나!”

“너야말로 괜찮아?!”

“으응….괘…괜찮아!그…그것보다…무…무슨 일이 벌어진거야?너….너희들이…테…테러리스트라니?”

“누명이야, 석봉아. 우리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아…알아…그…그래서 전화한 거고….”

“응?”

세하가 이해가 안되는 말투로 말하자 석봉이가 말한다.

“구…구로로 와. 세하야. 여…여기는 아…아직 요…요원들이 오지 않았어.”

“구로….!그래….거기가 있었구나!”

“으응..!나…난민 분들도….너…너희들이라면 수…숨겨주실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빠…빨리 와…!편의점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

전화가 끊기자 세하가 제이를 보며 말한다.

“석봉이가 구로로 오라네요. 요원들도 아직 안 왔고 남아있는 난민 분들 또한 저희를 숨겨주신다고 하네요.”

“후우…..덕분에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를 얻은 것 같군….”

제이의 말에 유정도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러게요…..우선은…오늘은 구로에서 머무는 수 밖에…..”

유정이 말하며 앞을 보다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무언가를 보고는 슬비에게 말한다.

“슬비야! 드론이야!”

“네?!”

슬비가 당황한 표정으로 유정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드론 10대가 빠르게 다가온다.

“떨어뜨리겠습니다!!!”

슬비가 주변에 있는 물체들을 염동력으로 들어서 날리자 드론들이 민첩하게 회피를 하며 점점 다가온다.

“빠…빨라!”

슬비가 당황한 나머지 반응하지 못하자 세하가 슬비에게 말한다.

“슬비야, 공간압축!!”

“어?!아!아..알았어!!![공간압축!!!!]”

세하의 말에 드론들의 뒤로 공간압축을 사용하자 날아오던 드론들이 뒤로 조금씩 끌려들어가기 시작한다.

“유리야!”

“오케이!!!”

유리가 총을 들더니 엄청난 속도로 드론을 향해 쏘기 시작한다.

“맞아라!!!!”

유리의 위상력을 담은 총알이 드론을 뚫자 드론은 지직 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전원이 **버린다.

“휴우우…….드론처리 완……”

슬비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공간압축을 푸는 순간….

삐이이이이이!!!!!

갑자기 드론들에 전원이 들어오더니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자신들에게 날아오자 세하가 미스틸을 보며 외친다

“테인아! 발할라!!”

“네, 형!!![월 오브 발할라!!!]”

미스틸이 창을 바닥에 꽂으며 외치자 세하가 유리와 슬비를 보호막 안으로 넣어놓고는 건블레이드로 드론들을 겨냥하며 말한

다.

“좀 뜨거울거다, 고철덩어리.”

찰칵 하는 소리와 세하가 낮게 읊조리며 말한다.

"[공파탄 개(改)-개벽(開闢)]"

세하가 방아쇠를 당기자 하늘의 꿰뚫을 듯한 폭음과 함께 엄청난 크기의 불꽃이 드론들을 삼킨다.

그 순간…..

삐이이이이이!!!!!!!!!!

드론들에서 이상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폭발이 세하를 덮친다.

“커억…!”

세하가 폭발의 반동으로 발할라 안으로 튕겨져 들어오자 슬비와 유리가 울먹거리며 달려온다.

“세하야!!!”

“이세하!!!!”

“하아….하아….괘….괜찮….윽!!!”

세하가 숨을 몰아쉬며 답하다가 자신의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얼굴을 찌푸린다.

“파편….이네…..쳇…..다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세하가 자신의 다리를 보다가 박힌 파편을 덥썩 잡으며 말한다.

“……잠깐만 고개 돌려. 이슬비, 서유리.”

세하의 말에 슬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세하를 말린다.

“이…이세하 멈춰!!!!그대로 뽑으면 출혈이….!”

“괜찮아……이대로는….움직이기 힘드니까….출혈 쪽이 더 나아….”

세하가 슬비를 보며 말하다가 유리를 보며 말한다.

“….유리야. 이슬비랑 고개 돌리고 있어….너희는….이런 거 보기 힘들잖아.”

세하의 말에 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슬비의 눈을 가리고 고개를 돌리자 세하가 파편을 잡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뽑아

낸다.

“크….읏……”

뽑은 파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자 슬비와 유리가 다가와서 세하의 다리를 보며 말한다.

“괘…괜찮아?!사…상처가 너무 깊은데?!”

“우…움직일 수 있겠어, 세하야?!”

“크읏…..괜찮…아….이런 상황에…..짐이 될 순…없으니까….”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지팡이 삼아 일어나다가 비틀거리자 유리가 세하를 부축하며 말한다.

“바보야!!다리에 그 만큼 상처가 낫는데 뭐하는 거야! 움직이면 덧나!”

“안돼……움직여야…해….”

세하의 말에 슬비가 화난 표정으로 말한다.

“고집 피우지 말고 움직이지 마! 조금이라도 다리가 나은 후에 구로로…..”

“안된다고………그러면…..늦어…..”

“뭐가 늦는다는 거야?!”

“우리를 쫓는 사람들이…..우리의 위상력을 따라서 우리의 위치를 찾은 거라면 다행이지만…..방금 나랑 석봉이의 통화를 추적

해서 따라온 거라면….우리보다…..석봉이가 위험해…..”

세하의 말에 유리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지팡이처럼 짚으며 말한다.

“그러니까….빨리 가야 한 단 말이야…..늦으면…..석봉이도…..”

세하가 비틀거리며 움직이려고 하자 유리가 세하를 부축하며 말한다.

“알았어….알았으니까 진정해, 세하야….일단은 응급처치라도 하고 가자, 응?”

유리의 말에 슬비도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래, 이세하! 확실히 네 말대로 석봉이는 위험에 처해 있을 수도 있어…하지만..지금 이대로 가면 네가 더 위험해. 너 지금 제

대로 움직이지도 못하잖아!”

“……..”

“그러니까….제발 응급치료 받으라고 이 바보야…..”

슬비의 말에 세하가 한숨을 쉬고 순순히 앉자 슬비와 유리가 오기 전에 민우에게 받았던 상자를 열어 급하게 세하의 상처를 치

료하기 한다.

“큿…..”

“따갑지….?조금만….참아….”

슬비가 조심스렇게 상처부위를 소독하고는 안에 박힌 작은 조각들을 조심스렇게 뽑아낸다.

“……후우…..다 됬다…..일단….상처부위 소독이랑 상처에 남아있던 조각들은 다 빼냈어……혹시 이물감 남아있어…?”

“아니….이물감은 없어….”

세하의 말에 슬비가 약을 꼼꼼하게 발라주고는 상처부위를 붕대로 감으며 말한다.

“일단 응급조치로 붕대랑 약으로 감아뒀지만 최대한 조심해서 움직여야 해 알았지?”

“알았어…..고마워.”

세하가 비틀거리며 일어서자 유리가 세하를 부축하며 말한다.

“걸을 수 있겠어?”

“어떻게든….걸어야지….”

세하의 말에 슬비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가자.”

“뭐?”

세하의 말에 슬비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너랑 유리는 사이킥 무브를 멀리뛰기 하듯이 하는데 유리가 데리고 갈 수도 없고,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건 나랑 테인이랑 아

저씨뿐 인데 아저씨는 유정이 언니 데리고 가니까 제외. 테인이는 누굴 데리고 날아본 적이 없으니까 제외하면 나 말고는 없잖

아?”

슬비의 말에 세하가 말 없이 서 있다가 슬비를 보며 묻는다.

“괜찮겠어?힘들텐데…?”

“괜찮아…..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니까.”

슬비의 말에 제이가 세하를 보며 덧붙인다.

“그래, 동생. 지금의 문제는 석봉이의 안전이지, 대장의 체력이 아니야.”

“하지만….”

세하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말을 삼키고는 슬비를 보며 말한다.

“알았어. 그렇게 하자. 대신에….도착하면 넌 일단 뒤로 물러나있어. 내가 지켜줄 테니까.”

세하의 말에 슬비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무…무…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상황에?!”

“아니….두 사람 몫으로 사이킥무브를 하면 힘들 테니까 뒤로 물러나있으라는 소리지….”

“아….그…그 말이구나….”

슬비가 뻘쭘한지 시선을 피하다가 이내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5명을 보며 말한다.

“그럼 가도록 하죠. 구로로.”

슬비의 말에 제이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잠깐만 대장.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추적을 교란시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죠….하지만….세하가 이렇다보니까 교란작전은…..”

슬비의 말에 세하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다른 방법도 있어. 교란할 수 있는 방법은.”

“응?”

슬비가 세하를 보자 세하가 굴러다니는 드론파편들을 집으며 말한다.

“내가 여기다가 불꽃을 일으키고 거기에 우리의 위상력을 넣어서 네가 웜홀로 구로에서 먼 곳으로 날려버리면 기계들은 두 곳

에 우리가 있다고 생각하겠지.”

“아…!”

“게다가 우리는 구로 근처에 도착하면 사이킥무브를 하지 않을 테니까 우리의 위상력을 감지 못해서 한동안 추적할 수 없을테

고 추적하는 사람들을 교란시킬 수 있겠지.”

세하의 말에 제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일리가 있어, 동생. 그 정도면 저쪽도 우리를 쉽게 찾을 수 없을거야.”

“헤헷~우리 세하 똑똑한데?”

“그냥 떠오른 거야…..그리고 교란이 되지 않더라도 일단 오는 병력을 분산시키는 것은 가능하니까 걸어볼 만하다고 생각되는

데?”

세하의 말에 슬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렇게 하자. 세하야. 부탁해.”

“오케이.”

세하가 드론의 파편들을 향해 불꽃을 날리자 파랗게 빛나는 불꽃이 파편에서 피어오른다.

“좋아. 저기에다가 우리 위상력을 넣으면 된다는 거지?”

유리가 불꽃 근처로 가더니 자신의 칼로 파편을 살짝 건드리며 위상력을 불어넣는다.

“그럼 다음은 제 차례네요.”

이번엔 미스틸이 거대한 창으로 파편을 건드리며 위상력을 불어넣자 제이와 슬비가 동시에 손을 뻗으며 위상력을 불꽃에 흘려

보낸다.

“좋아. 이제 이걸 날려보내면 되는 구나.”

“응. 최대한 멀리.”

“……오케이. [웜홀 생성]. 좌표는 (10009254, 2903945, 1093728)”

슬비의 말에 파편들이 한순간에 슬비가 만든 웜홀로 빨려들어가자 세하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좋아. 서둘러서 가자. 그쪽 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 말이야.”

“알고 있어…..그럼….다들 구로로 출발하죠.”

슬비의 말에 제이가 유정을 안아들고 유리와 미스틸이 이동할 준비를 하자 슬비가 세하를 흘긋흘긋 보며 손을 내민다.

“소….손 잡아…..잡아야….날기 편하니까.”

“부탁할게, 슬비야.”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등에 걸치고는 슬비의 손을 잡자 살짝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검은 양팀을 보며 말한다.

“그럼…..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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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애들이 왜 안 오지….호….혹시….나….나 때문에…추….추적 당한 거야?”

석봉이가 편의점 계산대에 서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말한다.

“이…이럴 줄 알았으면 그….그냥 문자를 할 걸…..”

석봉이가 자신의 둔함을 탓하며 머리를 때리는 순간….

딸랑딸랑….

“석봉아!”

“석봉이!”

“석봉이형!”

기다리던 검은 양팀이 등장한다.

“얘…얘들아!!!아저씨!테인아!”

석봉이가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운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말하자 유리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우…..다…다행이다…..석봉이한테는 아직 안 왔구나…..”

“으응?아직 안 왔다니….그게 무슨…..”

석봉이가 멀뚱멀뚱 유리를 보다가 세하의 다리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한다.

“으아아아아…..세…세하야!그…다리 어…어떻게 된 거야?!”

“아……오다가 드론 파편에 맞아서…..일단 응급처치는 해놨는데….앰플이 없어서…”

“애…앰플 있으면 되는 거야?자…잠깐만 기다려!”

석봉이가 후다닥 편의점의 창고로 들어가더니 이내 앰플 여러 개를 상자에 담은 채 돌아온다.

“이….이거 요…요원들한테 파는 앰플이라는데….저…저번에 우리 가게가 정식으로 협약을 맺어서….이…이거 받아뒀어….그

러니까…이걸….써”

석봉이의 말에 세하가 석봉이를 보며 말한다.

“……나중에 갚을게 석봉아.”

“꼭 갚아…..누명 다 풀고 나서 당당하게 갚아….알았지?”

석봉이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석봉이가 상자에서 앰플 하나를 꺼내 세하의 다리에 주사하자 아까와 달리 재생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다.

“미…미안해….지금 된 앰플이….일반적인 앰플이라서….”

“괜찮아…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움직이기에는 별 지장은 없을 것 같으니까….”

세하가 계산대에 걸터앉으며 말하자 석봉이가 밑에서 큰 가방을 두 개 꺼내더니 편의점에 있는 물과 음식들을 안으로 집어넣

는다.

“뭐…뭐하는거지, 석봉이?”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이런 종류니까요.”

“석봉이….”

“……전 싸움도 못하고…..할 줄 아는 건 게임 밖에 없어서요…….그래서…..도와드릴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

“그래도…..저는 편의점에서 일하니까…..그러니까….이런 간단한 음식이나 물은 제공해드릴 수 있어요.”

“………미안하군……폐를 끼치게 됬어….”

“괜찮아요. 아저씨. 대신에…..약속 하나만 해주세요….”

“…….지킬 수 있는 약속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도록 하지.”

“……저희 애들……잘 부탁드려요.”

석봉이의 말에 제이가 선글라스를 지긋이 누르며 말한다.

“후우…..석봉이.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야. 난 어른이고 너희는 아직 아이들이니까. 어른은 아이들을 지키는 게 당연한 거

야.”

“그 말….지켜주세요…..저에겐……이 애들이….전부니까요.”

석봉이의 말에 유정이 석봉이를 보며 말한다.

“……..이렇게 우리한테 대놓고 지원을 하면….석봉이 넌….”

“상관없어요…..저는….슬비가…..세하가….유리가…..테인이가…..아저씨가….유정이누나가….범죄자라고 생각 안 해요.”

“………”

“게….게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여….영웅들은 언제나 질투를 받으니까요…..그…그러니까….npc 정도쯤 되는 저는….

이…이렇게 지…지원해드리는 게….최…최선이에요….그….그러니까….부탁드려요….누나…아저씨….우리 애들을….지켜주

세요…”

석봉이의 말에 유정이 석봉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래. 네 마음을 배신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애들을 지켜낼게.”

“부탁드릴게요…..”

석봉이가 유정이를 보며 말하는 순간....

유리가 무언가를 느꼈는지 유정을 보며 말한다.

“언니!살기에요!”

“뭐?!설마, 벌써 쫒아왔단 말이야?!”

유정의 말에 유리가 황급히 칼과 총을 꺼내들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들며 말한다.

“테인아. 너는 유정이누나랑 석봉이를 지켜줘.”

“걱정마세요. 반드시 지켜보일게요.”

테인이가 어른스럽게 말하자 세하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슬비야. 너는 아저씨랑 테인이랑 함께 석봉이랑 유정이누나를 보호해줘.”

“아니. 나도 전방에서 싸울거야. 너야말로 뒤로….”

슬비가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들려고 하자 세하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바보야. 무리하지 말라고. 나 까지 데리고 사이킥무브로 여기까지 왔으면 얼마나 위상력이 소모됬을 지는, 잘 모르는 나도 느

낌이 올 정도인데.”

“하지만…..”

“그리고 지금 여기서 두 사람 이상을 방어가능 한 건 테인이를 제외하면 너 뿐이야. 역할은…..나누는 게 좋잖아?”

“………..알았어…..하지만…..후방지원은 할 거야. 그 정도는 허락해주겠지?”

“당연하지. 하지만 왠만하면 너는 방어위주로 해줘…..우리가 위험하면 쏴 주고.”

“응. 걱정마.”

슬비가 주먹을 꽉 쥐며 말하자 제이가 슬비의 머리에 손을 얹은 채 쓱쓱 쓰다듬으며 말한다.

“무리하지말라고. 대장. 건강이 제일이니까.”

“….아저씨야말로 주의하세요. 가뜩이나 허약하신 분이.”

“걱정해줘서 고맙지만, 대장한테 걱정 받을 만큼은 허약한 남자는 아니라서 말이야.”

제이가 주먹을 꽉 쥐며 준비자세를 취하자 세하가 전방을 보며 말한다.

“작전 준비완료. 검은 양팀 5명 지금부터 편의점 방어전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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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하고 총알이 장전되는 소리가 울리자 구로 역으로 씩씩 거리며 요원들이 날아온다.

“여기 있었구나, 배신자들…..!”

요원들이 구로 역에 도착하자마자 검은 양팀을 보며 말하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겨누며 말한다.

“또 뵙네요? 잔인한 아저씨.”

“헹! 우리가 그렇게 쉽게 포기 할 것 같냐?!우리의 돈과 승진이 걸린 문제인데 말이야!”

요원들이 무기를 꺼내쥐며 말하자 세하가 경멸하는 눈으로 그들을 보며 말한다.

“정말이지……당신들이랑 내가 같은 클로저라는 게 부끄럽네요.”

“**라, 이 배신자들!!!!이번엔 쉽게 안 당할 거다!”

요원의 말에 뒤에 서 있던 요원들이 총을 꺼내든다.

“특제 페이즈건이다. 네 옆에 서 있는 계집애가 들고 있는 그 시작품 총과는 다르게 말이야.”

요원의 말에 서유리가 총구를 겨누며 말한다.

“글쎄요…?무기가 좋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닐텐데요?”

“큭큭큭……여전히 상황파악을 못하는가 본데….우리가 노리는 건 너희들이 아니야. 너희들 뒤에 있는…..”

요원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석봉이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 있는 편의점 꼬마지.”

“뭐?!”

세하와 유리의 반응에 요원이 낄낄거리며 웃더니 두 사람을 보며 말한다.

“저 꼬마…..위상능력자 아니지?그런 꼬마가….우리 같은 위상능력자의 공격에….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

“큭큭…..나도 실험을 안 해봐서 모르겠거든 큭큭…..실험데이터도 모을 겸…..”

요원이 팔을 들자 뒤에 있던 요원들의 손가락이 일제히 방아쇠로 향한다.

“쏴 볼까?”

요원의 팔이 내려가는 순간 유리와 세하가 동시에 각자의 무기를 들며 외친다.

“[공파탄 개(改)-개벽(開闢)]!!”

“[유리 스폐셜!!!]”

세하의 무기에서는 파란 불꽃이 유리의 검에서는 붉은 불꽃의 검기가 전방으로 날아오는 총알들을 향해 날아가자 무서운 폭발

음을 내며 중도에서 격돌한다.

“크윽….”

“꺄악!”

폭발연기가 사라지자 요원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한다.

“뭐야…..프로필 상으로는 위험한 녀석은 저 뒤에 있는 핑크꼬마였는데 이것들도 위험하긴 마찬가지 잖아?”

그러더니 뒤에 있는 부하들에게 손짓을 하며 말한다.

“작전 변경이다. 달려들어. 쪽수로 밀어붙인다!!!”

“와아아아아아아!!!!!”

요원들이 달려오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꽉 잡으며 말한다.

“아저씨!유정이누나랑 석봉이를 부탁해요!!!유리야 가자!”

“아자자자자자자!!!!!”

유리가 전차처럼 전방으로 달려들자 세하도 한숨을 쉬며 전방으로 달려간다.

묵직한 무기들의 소리가 어지럽게 울려퍼지자 제이가 주먹을 꽉 쥐며 생각한다.

‘후우…..당장이라도 동생들을 지원하고 싶지만…..나 까지 전방으로 가버리면….남는 건…..테인이랑 대장뿐이야…..게다가 

테인이와 대장은 이렇게 좁은 곳에서는 제 위력을 내지 못해….결국….내가 할 수 있는 건…..동생들에게서 벗어나서 오는 녀

석들의 처리인가….’

제이가 이렇게 생각하며 전방에 집중하고 있을 때…..

“큭큭…..적을 칠 때는 비겁하게 뒤쪽을 치는 게 정석이지!!!!!”

뒤에서 클로를 끼고 있는 요원이 유정과 석봉이가 있는 쪽으로 날아오자 제이가 다급하게 말한다.

“유정씨, 석봉이!!!! 위험…….!!!”

그 순간….

“[레일건]!!!”

슬비가 한 발 먼저 주변에 있던 물건들로 레일건 쏴서 요원을 떨어뜨린다.

“하아…하아…”

슬비가 숨을 몰아쉬면서도 올곧은 눈으로 뒤에서 기회를 엿보는 요원들을 보며 말한다.

“덤빌 테면….덤벼보세요….석봉이는….유정이언니는…..절대 못 넘겨주니까…!”

“1열 전진!!!2열 백업 사격!!!!”

요원의 말에 요원들이 달려오자 미스틸이 일어나서 요원들을 향해 달리며 말한다.

“누나! 백업을 부탁드릴게요!!!”

“알았어!!!!받아라!!!!”

슬비가 미스틸이 가는 앞으로 달려오는 요원들을 비트들로 겨냥해 맞추자 미스틸이 창을 꽉 쥐더니 요원들을 보며 말한다.

“미스틸테인, 돌파합니다!!!!!안 비키시면 아프실 거에요!!!”

빠르게 날아오는 미스틸의 공격에 요원들의 진형이 무너지자 이를 놓치지 않고 슬비가 비트를 쏜다…

“하아….하아…..”

“스…슬비야?!너….코에서 피가…!”

유정이 놀란 눈으로 슬비를 보며 말하자 슬비가 헉헉 대며 말한다.

“하아….하아…..지금…..피가 나는 게….문제가….아니에요…언니….지금 집중력을 잃으면…..테인이마저….위험해져요….”

슬비가 입을 앙 다문채 요원들을 보며 비트를 쏘아대자 석봉이가 카운터 밑으로 들어가더니 유정에게 무언가를 내민다.

“유…유정이누나….!이…이걸 쓰세요!!!”

“이건…..테이저 건 이잖아?!게다가 이 기종은….대위상능력자총인데…이걸 어떻게….?!”

“트…특경대분들이 카..칼바크턱스 같은 사람이 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대위상능력자 테이저탄을 발사할 수 있는 걸 주고 가셨

어요….쓰…쓰실 수 있으시겠어요?”

“할 수 있어. 일단 쏘는 건 꽤 많이 해봤으니까 말이야.”

유정이 총의 안전장치를 풀고 탄창을 확인하더니 요원들이 나오는 쪽을 겨냥하며 말한다.

“슬비야, 언니도 거들게. 무리하지마.”

“하아….하아….네…..!”

슬비가 힘겹게 대답하며 미스틸의 사각에서 공격해들어오는 적들을 향해 비트를 발사한다.

‘윽….역시…….위상력이…덜 회복됬어…..그래도….조금만….더…..조금만 더….버티자….슬비야…..’

슬비의 모습에 유정이 총구를 요원들을 향해 겨누며 말한다.

“죽진 않겠지만 죽을 만큼 아플거야!!!”

총구가 불을 뿜자 그들에게 다가 오던 요원이 감전된 듯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이내 쓰러진다.

그 모습에 제이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생각한다.

‘역시 왈가닥이라니까 유정씨도….뭐….그런 게 유정씨의 매력이지만….’

제이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앞으로 달려오는 요원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그럼 나도 멋진 모습을 보여야겠지….?”

제이가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내 마시고 요원들을 향해 말한다.

“버텨보라고….”

제이가 땅을 발로 쿵 찍자 충격파가 일어나며 요원들이 휘청거리자 제이가 이를 꽉 물고는 엄청난 속도로 난타하기 시작한다.

“아자자자자자자자자자!!!!!!”

제이가 엄청난 속도로 주먹을 난타하며 요원을 날려버리고는 피를 토하며 중얼거린다.

“쿠…쿨럭….어…어떻게든 시간을 맞췄군…..”

제이가 쿨럭거리며 주변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그 순간….

“죽어라!!!!!”

날아갔던 요원이 제이에게 공격하러 뛰어온다.

‘**…..반응이 늦었어….!’

제이가 서둘러 주먹을 뻗으려는 순간 뒤에서 유정이 소리친다.

“제이 씨 피해요!!!!!”

유정의 외침에 제이가 옆으로 구르며 피하자 유정이 정확하게 제이를 향해 달려오던 요원을 자신의 총으로 맞춘다.

“크악…..!”

유정의 총에 맞은 요원이 털썩 하고 쓰러지자 유정이 한숨을 쉰다.

“괜찮아요, 제이 씨?!”

“아….유정씨 덕분에 살았……”

제이가 유정을 보며 대답하다가 유정의 뒤로 보이는 요원의 그림자에 제이가 소리친다.

“유정씨! 고개 숙여!!!!!!”

제이의 외침에 유정이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옆으로 피하자 제이가 주먹에 위상력을 모으며 중얼거린다.

“[비타민 콤비네이션 개(改)-비타민 버스터!]”

제이가 주먹을 뻗자 지금까지 제이가 사용하던 비타민 콤비네이션과 차원이 다른 스피드의 공격이 일직선 상으로 뻗어나가 유

정을 공격하려던 요원들을 휩쓸어 간다.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폭음이 요원이 쓸려간 후 들려오자 제이가 쿨럭거리며 씩 웃는다.

“이 정도면…멋졌을 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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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전투가 끝나고 검은 양팀은 역 벤치에 쓰러지듯 앉는다.

“하아…..하아……이제….진짜 한계야……”

약한 소리를 하지 않기로 정평이 나 있는 슬비가 벤치에 널브러지며 말한다.

“나도….힘들어…..이렇게….많이 움직인 건……그 때 큰 녀석 유인 할 때 이후로는…처음인데….”

유리가 헉헉 거리며 말하며 널브러지자 유정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벌써 애들의 체력이 한계에 다달했어….하지만 아직 시간은 고작 4시30분…..아직도 추격의 여지는 남아있는데……이 상황에

서….공격을 받으면…..’

유정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제이가 세하와 석봉이와 함께 편의점에서 물과 컵을 가지고 나온다.

“유정씨 우리 왔어. 물로 목 좀 축이라고.”

“아….고마워요….제이 씨….”

유정이 살짝 미소를 띄며 물이 담긴 종이컵을 받아들자 제이가 유정을 보며 말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나보군, 유정 씨.”

“…….네…….솔직히……대책이 안 서네요……벌써 애들의 체력이….이렇게 떨어지면……후우….”

유정이 입술을 살짝 깨물며 인상을 찌푸리자 제이가 유정의 이마에 손가락을 대고는 인상 때문에 생긴 주름을 편다.

“제….제이씨?!지…지금 뭐하시는…?!”

“……너무 그렇게 혼자 고민하지 말라고, 유정 씨. 적어도 나는 어른이니까…..유정 씨랑 의논할 수 있어.”

“제이 씨……”

“혼자 짊어지려고 하지마….나도 옆에서 같이 짊어져 줄 테니까 말이야.”

제이의 말에 유정이 살짝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이 상황에서도 작업이라니….정말 대단하네요, 제이 씨는…..”

“전쟁 때에도 이런 일은 빈번했으니까 말이지. 후훗….”

두 사람이 서로를 보며 살짝 웃음을 짓고 있는 이 때…..

“스….슬비야…..이….이거 마셔….무…물이야….”

“으응…..고마워, 석봉아…”

석봉은 슬비에게 물을 건넨다.

“괘….괜찮아? 따…땀 좀 봐….”

석봉이 슬비에게 말하며 땀을 닦아주자 슬비가 희미하게 웃으며 말한다.

“고…고마워…석봉아…..”

“뭐…뭘…..이….이 정도 가지고…….무…물 더 마실래?”

석봉이 미소를 지으며 물을 건네는 모습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다.

“이런 상황이 되어서야 결실을 맺는 건가….우리 석봉이.”

“응?무슨 말이야?”

“뭐……나도 얼마 전에 안 거 지만……석봉이….슬비 좋아하는 거 같더라고.”

“지…진짜?!”

유리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뭐…..정작 당사자는 모르는 거 같지만 말이야….”

세하가 석봉이를 보며 웃다가 유리의 손을 보고는 한숨을 쉰다.

“그나저나 검도 했다는 애가 왜 이렇게 손바닥을 많이 다친거야? 피투성이가 됬네.”

“응?아….헤헤…..뭐….부딪히니까….. 손 안에서 계속 튕겨서 말이야 하하….괜찮아….별로 아프지도 않고….헤헤….”

유리가 특유의 덧니를 보이며 웃자 세하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유리의 손을 잡고는 약을 바른다.

“세…세하야?!가..갑자기 손은 왜…?!”

“가만히 있어. 약 바를 거니까….”

세하가 약을 손바닥에 바르자 유리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찔한다.

“거봐. 아프면서 안 아픈 척 하는 거였잖아.”

“헤헤…..”

유리가 머쓱하게 웃자 세하가 피식 웃음을 짓고는 유리의 손에 꼼꼼히 붕대를 감으며 말한다.

“…..다치지 마라.”

“으응?”

“……다치면…..내가 너희 가족들 볼 면목이 없잖냐.”

“세하야…..”

유리가 세하를 보며 말하자 세하가 유리와 눈을 마주하며 말한다.

“그러니까 다치지 말라고. 울고 싶은 일 있거나 속않이 하는 거 있으면 오고. 그 정도야 들어 줄줄 테니까.”

세하의 말에 유리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응….고마워, 세하야 히히….”

그 모습에 슬비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너도 다치지 마.”

“응?”

세하가 슬비를 보자 슬비가 더듬거리며 말한다.

“아…아까전에도 따돌리고 온다더니 다쳐오기나 하고…..게다가 아까 전에 옥상에서도…드론 파편에 맞기나 하고 말이야….”

슬비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알았어. 다음부터는 안 다칠게. 걱정 해줘서 고마워.”

“누…누가 걱정했다는 거야?!나…난 그저 리더로서 한 말이야!”

“그래도 고마워, 슬비야.”

“흐흥….아..알았으면 다치지 마. 알았…지?”

“응. 알았어.”

세하가 미소를 짓자 슬비가 황급히 고개를 떨군다.

그 모습에 석봉이가 조금은 슬픈 미소를 짓다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슬비야 괜찮아?”

“으응?뭐…뭐가?”

“몸 상태….말이야.”

“으응….괜찮아, 석봉아…..좀…..피곤할 뿐이야….”

슬비가 애써 미소를 짓자 석봉이도 살짝 웃다가 슬비를 진지한 표정으로 보며 말한다.

“슬비야.”

“으응?”

“……..하…할 말이 있어….”

“뭐…뭔데?”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와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석봉이의 모습에 슬비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석봉이가 몇 번 입술

을 달싹거리다가 입을 뗀다.

“나……나 말이야…슬비야…..”

“으응….”

“나….나…..난……슬비…너….널…..!”

석봉이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순간…..

철컥 하고 불길한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총구가 자신에게 향해 있는 것을 본 슬비가 손을 뻗으며 말한다.

“맞을 것 같…..윽!”

슬비가 염동력으로 총을 막으려다가 밀려오는 두통에 염동력이 풀어지자 요원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한다.

“같이….죽자….”

탕 하는 총소리가 들리자 슬비가 눈을 질끈 감으며 생각한다.

‘나….죽는 거구나……미안해요….제이 아저씨….유정이언니…..유리야….테인아….석봉아…그리고….세하야…..나 먼저….갈

게요……’

슬비가 이렇게 생각하는 그 순간…..

“슬비야!!!!”

누군가가 슬비를 밀어낸다….

그리고…..

살을 뚫고나가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슬비 위로 누군가가 겹쳐진다.

위에서 눌러지는 느낌에 슬비가 눈을 뜨자 위에 있는 것은….

“석….봉아?”

“………”

“서…석봉아….자…장난이지….?”

“…….”

“아…안돼…안돼…..안돼…...”

슬비 대신에 총에 맞은….

“안돼!!!!!!!!!!!!!!!!!!!!!!!!!!!!!!!!!!!!!!!!!”

석봉이다……

“안돼…석봉아…안돼…..”

슬비가 석봉이를 흔들며 말한다.

“왜…왜….왜……왜…….”

슬비가 눈물을 흘리며 석봉이를 흔들자 작은 숨소리가 들려온다.

“슬….비야…..”

“석봉아!!!”

슬비의 외침에 5명이 석봉에게 달려와서 상태를 살핀다.

“어…언니…..저…..바보니까….묻는 건데……시….심장은…..오른쪽에 있는 거죠?그죠?왼쪽…아니죠?”

“…………”

“아….아니죠?제가….왼쪽이라고 잘못 외우고 있는 거죠? 그죠?!”

유리의 말에도 유정이 답을 안 하고 그저 고개를 돌리고 있자 유리가 머리를 감싸쥐며 주저 앉는다.

“슬…비야….”

“석봉아…말하지마…..너…총에 맞았어….”

“하….하하……..안 맞았네……역시…..”

“무슨 소리야?! 너 총에 맞았…..”

“나 말고……슬비…..너 말이야…..”

석봉이의 말에 슬비가 눈물 맺힌 눈으로 석봉이를 바라본다.

“헤헤……언젠가…..한 번 쯤은…..나도….게임 속 의 주인공들처럼…..구해보고….싶었는데…..헤헤…..”

석봉이의 말에 슬비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바보야…..대체….왜 그런건데….?대체 왜 나를…..왜 나를…….”

슬비가 울면서 말하자 석봉이가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좋아….하니까…..”

“…………!!”

“난…….슬비 널……좋아하니까…..”

석봉이의 말에 슬비가 울음을 터트리자 석봉이가 중얼거린다.

“하하……죽을 때가 다 되니까……진짜 끝까지 말 못 하던 거도…..나오네…..헤헤….”

“죽긴 누가 죽어!!!!말하지마……지금부터….지금부터 너 들고…..케롤리엘 누나가 있는 곳으로 갈 거니까….!”

세하의 말에 석봉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늦은 거….같아 세하야…..”

“늦긴 뭐 늦었는데!!!!살릴 거야…..너는 꼭 살릴 거라고!!!!”

세하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하자 석봉이가 살짝 웃으며 말한다.

“세하야…….내 몸은….내가 더 잘 알아…..치료 받아도….안될 거….같아….”

“끄으으으윽……”

세하가 주먹을 꽉 쥔 채 눈물을 흘리자 석봉이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헤헤…..그래도…..행복하다……나랑 친한 유리도 있고….아저씨도 있고…..테인이도 있고……세하도 있고….그리고…..쿨

럭….”

석봉이가 말하다가 기침을 하자 슬비가 석봉이를 껴안는다.

“그만….그만!!!!더 이상 말하지마….”

슬비의 말에 석봉이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헤헤…..그래도…..나쁘지 않네…..내가…좋아하는….슬비가….이렇게 날….안아주니까…..”

석봉이의 말에 슬비가 눈물만 흘리며 꼭 껴안고 있자 석봉이가 제이를 보며 말한다.

“아저씨…….아까….약속 하셨죠…..?우리 애들…..지켜…주신다고요….”

“………..그래…약속했지…..”

“그 약속…..지켜주세요…..꼭….이요….”

석봉이의 말에 제이가 석봉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반드시 지키겠다고 맹세하마….석봉아….”

제이의 말에 석봉이가 세하를 보더니 씩 웃으며 말한다.

“세하야……이제…..네가 우리 학교 넘버 원이야…..축하해…..”

“그런 거….바라지도 않아….죽지마….제발……”

세하의 말에 석봉이가 웃으며 말한다.

“넘버 원 자리……너한테 줄 테니까….그러니까…..쿨럭쿨럭…..”

“석봉아!!!”

“쿨럭…..하아…….부탁….하나만….할게……세하야….”

석봉이가 세하의 팔을 붙잡자 세하가 석봉이를 바라본다.

“…….어떤 형태라도 좋아……슬비를…..지켜줘……”

“야….한석봉…..”

“내가…..좋아하는 애니까…..그러니까….네가….지켜줘…..”

석봉이의 말에 세하가 울컥 했는지 석봉이를 보며 말한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네 손으로 지키라고 바보야!!!!!”

“헤헤…..그래도….믿을 만한 사람이 너 뿐인데 뭐…..”

“석봉아…..”

“아저씨한테 맡기기에는 아저씨 나이가 많아서 안되고……테인이는 너무 어리고…..후훗……남는 건 너 잖아.”

“끄으으윽…..”

“그리고…..나랑 가장 친한 친구고…..가장 믿을 만한 친구니까….그러니까….부탁하는 거야…..”

“바보….자식아……”

“헤헤….그러다가….우연찮게….서로 마음이 맞으면….사귀어도 돼……슬비가…..행복해진다면……그걸로….나도….행복할 

테니까….그리고….너라면…….양보할 수 있으니까…..나보다….멋지고…..능력있으니까….”

“그만해….제발…..그런 말…..하지 말란 말이야…..”

세하가 석봉이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자 석봉이가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마지막 가는 길에……너랑 같이 있어서 다행이다…세하야….”

“죽지마….죽지말라고 자식아!!!!”

“고마워…..날 위해….울어줘서…..날….걱정해줘서…..헤헤…..”

석봉이가 옆에 있는 유리를 보더니 씩 웃으며 말한다.

“유리야….너는……네가 좋아하는 사람한테…..적어도 고백이나 해봐…..나처럼….끙끙대지 말고…..”

“흐윽….석봉아……”

유리가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자 이번엔 미스틸을 보며 말한다.

“테인아…..너랑 놀아주기로 했는데…..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

“그런 말….하지마세요 형…….”

“헤헤……역시…..어른스럽네…..테인이는…..쿨럭….”

석봉이가 쿨럭거리며 숨을 쉬다가 슬비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슬비야…..”

“응…..석봉아….”

“헤헤……어떻게든….너 행복하게 해주려고 했는데…..실패해버렸네…..헤헤…..”

“석…봉아…..”

슬비가 목이 잠긴 채로 자신을 부르자 석봉이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슬비야…..나…..부탁 하나만….해도 될까….?”

“부…탁?”

슬비의 말에 석봉이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나한테…..키스 해줄래…?”

석봉이의 말에 슬비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그게….부탁이야….?”

“응…….좋아한다고….말하고…..내가….해주고 싶었는데……몸이….안 움직여서…말이야….”

석봉이의 말에 슬비가 석봉이의 손을 꼭 잡고 석봉이의 입에 키스를 한다.

이윽고 입술이 떨어지자 석봉이가 행복한 표정으로 말한다.

“고마워……슬비야……내 부탁….들어줘서…..”

“석봉아……”

슬비가 석봉이를 부르자 석봉이가 살며시 웃으며 말한다.

“다음에…..다시 태어나면….그 때도…..나랑……친구해줄…거지?”

“응….그러니까….죽지 마…제발…..”

슬비의 말에도 석봉이의 눈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한다.

“헤…..헤헤…..행복해야해…..슬비야……”

석봉이의 말에 세하가 울부짖듯이 말한다.

“죽지마!!!죽지말라고 이 자식아!!!!!!!!”

“헤헤……잘 있어…..유리야….테인아….아저씨….누나…..세하야……그리고…….”

석봉이가 자신에게 죽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며 말하다가 슬비를 보더니 여태껏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내가…좋아하는…..슬비야……사……..랑………..ㅎ…….ㅐ………………………………………..”

툭 하고 석봉이의 손이 떨어지자 세하가 석봉이의 손을 잡으며 울부짖는다.

“한석봉!!!!!!!!!!!!!!!!!!!!!!!!!!!!!!!!!!!!!!!!!!!!!!!!!!!!!!!!!!!!!!!”

세하가 울부짖으며 석봉이를 부르자 슬비가 석봉이를 껴안으며 말한다.

“석봉아….석봉아…….”

그 모습에 유리는 주먹으로 땅을 치며 울음을 터트린다….

“석봉아….왜…..왜 너도….왜 너도…..”

유리가 울면서 중얼거리자 미스틸도 석봉이의 손을 잡더니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형 가지마요!!!!!죽지마요, 제발!!!!”

아이들의 모습에 제이가 편의점 벽을 주먹으로 치고는 이를 꽉 물며 중얼거린다.

“***!!!!!!!!!!!!!!!!!!!”

구로의 버려진 역사에…....검은 양팀의 슬픈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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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저녁……

구로의 버려진 역사 안…….백화점 난민들과 함께 검은 양 팀이 나무들을 쌓아 만든 화장대에 올려진 석봉이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다.

“…………”

“………….”

“……………”

“…………….”

“……………..”

“………………”

“………준비가 되었다네……이제……불을 붙이기만 하면 된다네…..”

난민 대표의 말에 세하가 화장대에 올려진 석봉이를 한 번 보더니 조용히 다가선다.

“………….마지막으로…..각자 한 마디씩….해도 되겠죠?난민 대표님…..?”

“…..물론이네.”

난민 대표의 말에 세하가 석봉이를 보며 말한다.

“……거기서…..리스폰 하지말고 기다리고 있어…..내가….갈 때까지…..”

세하가 주먹을 꽉 쥐며 말하자 제이도 석봉이를 보며 말한다.

“……걱정하지말고…..편히 쉬어라, 석봉아…..네 말대로…..우리 아이들한테는….손 못 대게 할테니까….”

제이의 말에 미스틸이 석봉이를 보며 말한다.

“하늘나라에서….편히 쉬세요 형…..그리고 언젠가….다시 만나게 되면….그 때도…..저랑….놀아주세요….형…..”

미스틸의 말이 끝나자 유리가 울먹거리며 말한다.

“거기서……하고 싶은 게임도 하고……편하게…..쉬고 있어……우리가….갈 때…까지…..”

유리가 말하다가 울음을 터트리자 유정이 유리를 토닥이며 말한다.

“…..석봉아…..지켜주지 못해서….미안해……그 쪽에서는….부디 편하게 쉬렴….”

유정의 말이 끝나자 마지막으로 슬비가 석봉이를 보며 말한다.

“……다음에 만날 때는…..이렇게…….슬프게….끝내지 말자……석봉아…….잘 가…석봉아…..거기서 편하게….쉬고 있어……”

슬비가 말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자 미스틸이 슬비에게 다가와서 눈물을 닦아준다….

“………..후우………..”

세하가 석봉이를 보다가 제이를 보며 말한다.

“……..시작…할게요…..”

세하가 난민 대표로부터 받았던 라이터를 꺼내더니 라이터를 켜고 불꽃을 일으킨다.

“…………………”

한참을 불꽃을 바라보고 있던 세하가 라이터의 불꽃에 자신의 위상력을 불어넣어 증폭시키더니 이내 라이터를 석봉이가 있는 

화장대에 던지며 말한다.

“안녕……..석봉아…………”

툭 하고 라이터가 닿자 빠르게 타오르는 화장대의 모습에 세하가 이를 꽉 물고 있다가 석봉이를 향해 말한다.

“거기서 꼭 기다리고 있어, 한석봉!!!!!!!멋대로 혼자 갔으니까 거기서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알았냐, 한석봉?!!!!!!!!기

다리고 있어!!!!!!가면…..가면……….거기 가면 내가 죽도록 팰 거니까 기다리라고 있으라고!!!!!!!!!!!!!!!!!!!!!”

세하의 울부짖음에 다른 사람들도 울면서 말한다.

“석봉이형!!!!!저 갈 때까지 기다리려요!!!!!!알았죠?!!!!!기다려요 형!!!!!!”

“우리가 갈 때 까지 기다리고 있어, 석봉아!!!!!!!재밌는 이야기…….슬펐던 이야기…..온갖 이야기 다 가지고 갈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석봉이!!!!!!애들은 걱정하지 말고 거기서 편하게 쉬면서 기다리고 있어!!!!이 형님이 있는 힘껏 지킬테니까!!!!!!!!!!!!!!!!!!!”

“이번엔 도망치지 말고 딱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석봉아?!!!!!!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검은 양팀이 각자 한 마디씩 하는 사이 어느새 불꽃은 더욱 세게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석봉이를 집어삼킨다………

이윽고 불이 꺼지자 세하가 저벅저벅 화장대가 있던 자리에 남은 잿더미로 걸어가더니 들고 왔던 작은 항아리에 잿더미를 쓸어담고 일어선다…..

“…….이제…..가죠……아저씨….”

세하가 항아리를 닫고 제이에게 다가오자 제이가 조용히 묻는다.

“그건…….”

“….나중에…..뿌려주려고요…..여기에 나두고 갈 수 없으니까요…..”

세하의 잔잔한 목소리에 제이가 세하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한다.

“…..뿌릴 때 부르라고, 동생….혼자 뿌리기에는…..너무 많잖아?”

“……..네….아저씨….”

세하가 저벅저벅 걸어가자 유리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세하야……그거…….석봉이지?”

“……응……”

세하의 말에 유리가 조용히 세하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뿌리러…..갈 거야?”

“……응.”

세하의 말에 유리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럼…..그 때 같이 가자……나도…..석봉이 마지막 가는 거….배웅하고 싶어…..”

“……….그래…..같이 가자…..”

세하의 말에 미스틸이 세하를 보며 말한다.

“저도 같이 갈래요, 형…..저도…..석봉이 마지막 가는 거…..보고 싶어요……”

“……..그래……같이 가자 테인아…..”

미스틸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하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너도….같이 갈 거지?”

“……응…...적어도…..마지막 가는 건……해주고 싶어……”

슬비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난민대표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럼 서둘러 가도록 하지……서두르지 않으면 또다시…..싸워야 하니까 말이야….”

난민대표의 말에 세하가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난민대표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이윽고 도착한 백화점 내부……여전히 이리저리 망가진 곳이긴 하지만 거주구역 만큼은 잘 정돈 되어서 깔끔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자면 되네…….”

“숨겨주셔서…..감사합니다, 난민 대표님….”

유정이 정중하게 이야기를 하자 난민 대표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닐세…..오히려….우리를 구해준 당신들에게 이 정도 밖에 못 해준다는 게…..너무나도 미안하네…..”

“그렇지 않습니다.....숨겨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유정의 말에 난민 대표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가자 유정이 검은 양 팀을 보며 말한다.

“……그럼…..우리는……석봉이 마지막 배웅이나 하러 가죠……”

유정의 말에 세하가 석봉이가 든 항아리를 유골함을 들고 움직인다.

이윽고 백화점 옥상에 도착하자 세하가 유골함의 뚜껑을 열고는 재를 한 줌 쥐더니 이내 옥상에서 바람에 재를 실어 보내기 시

작한다.

“……….잘 가라….석봉아…..너랑 만난 그 2년동안……너무 재밌었어……거기서….편히 쉬면서…..네가 원하던 게임…..하고 

있어…..”

세하가 몇 번 재를 바람에 실어 보내다가 제이에게 유골함을 넘기며 말한다.

“다음은….아저씨가 해주세요…..”

“….그러지 동생….”

제이가 유골함을 받아들고 재를 한 줌 움켜쥐더니 세하와 똑같이 바람에 실어 보내며 말한다.

“……거기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라고….석봉이……우리가 거기 갈 때까지 말이야…….그리고……어른으로서…..널 지켜주

지 못해서…..미안하다…..”

제이도 세하처럼 몇 번 재를 뿌리다가 이번엔 유정에게 넘기자 유정이 재를 움켜쥐고는 흩뿌리며 말한다.

“…….잘 가렴, 석봉아…….거기서는…..아프지 말고…..편히 쉬렴…….애들은…..나랑 제이 씨가…..꼭 지켜보일테니까….”

유정이 몇 번 재를 뿌리다가 유골함을 받아들고 유리에게 넘기자 유리가 재를 뿌리며 말한다.

“석봉아. 거기서……기다리고 있어……정말….재미있는 이야기…..즐거웠던 이야기…..에피소드 같은 거…..많이 가져갈 테니

까…..거기서….기다리고 있어줘……”

유리가 슬프게 미소를 지으며 재를 뿌리며 말하자 미스틸도 손을 넣어 재를 움켜쥐더니 옥상 밖으로 흩뿌리며 말한다.

“잘 가요….형….그리고…..제가 갈 때까지 기다려줘요….알았죠?저랑….놀아주기로 하셨으니까…..알았…죠?”

미스틸이 유리와 재를 몇 번 흩뿌리고는 유골함을 들고 슬비에게 다가선다.

“…..누나…..이제…..누나 차례에요……”

“……응…….해야지…….”

슬비가 재를 움켜쥐고는 바람에 실어 보내며 말한다.

“……..잘….있어야 해….석봉아……내가 갈 때까지…..기다려….바보 같이….또 도망가서….못 만나는 일….만들지 말고…..알

았…지?기다리란…말이야….바보…한석봉……”

슬비가 재를 몇 번 뿌리고 유골함의 뚜껑을 닫자 세하가 유골함을 받아들고는 5명을 보며 말한다.

“…….다들…..고마워요….석봉이….마지막 가는 거….보러와줘서…..”

세하의 말에 제이가 선글라스를 바로 잡으며 말한다.

“당연하잖아, 동생…..석봉이도….우리의 동료니까……동료의 가는 길은……배웅해줘야지…..”

“후훗……지금 말 석봉이가 들었으면 엄청 좋아했을텐데 말이에요…..”

세하가 하늘을 보다가 제이를 보며 말한다.

“아저씨. 전 여기 좀 더 있다가 갈게요. 먼저 애들 데리고 내려가주세요….”

“…….너무 늦게 내려오진 말라고, 동생…...”

제이가 선글라스를 바로 하고 4명을 데리고 내려가자 세하가 옥상에 앉더니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든다.

“……..이렇게 내가 자발적으로 술을 찾게 될 거라고는…..생각 못했는데 말이야….”

이내 세하가 술을 따더니 술과 함께 가져온 작은 술잔 두 개에 술을 따르고는 한 잔을 집어들며 말한다.

“석봉아….우리 처음 만난 날 기억 나냐? 우리 처음 만난 날…..둘 다 다크서클이 축 늘어진 채로 입학식 때 만났잖아 큭큭…..”

세하가 술을 꿀꺽 삼키더니 웃으며 말한다.

“그 때 묘하게 동질감이 들었는데…..그 때 네가 내가 마침 하고 있던 게임을 꺼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잖아……”

세하가 다시 자기 잔에 술을 따르더니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어간다.

“그 때부터 우리 둘 다 게임광이라는 걸 알아가지고 입학식 때 그 지루한 연설 동안 둘이서 게임이야기를 하면서 보내고…..

반배정 받고나서도 계속 쉬는 시간마다 만나서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랬잖아 큭큭……그 때 최고였는데 큭큭….”

세하가 어딘가 모르게 슬픈 미소를 지으며 다시 술을 따르고는 이내 다시 마셔버린다.

“크으…….그 다음에 언제 였더라….1학년 2학기 때였나….? 선생님이 뭐라도 좋으니까 상 좀 가져와 보라고 했을 때 우리 둘

이서 게임대회 나가서 1등, 2등 타 오는 바람에 선생님들 기절초풍 하기 까지 했고 큭큭……”

세하가 웃으며 말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멈추더니 이내…..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그렇게나….재미있었는데…..그렇게나……재미있는 시간을 같이 보내놓고는…….혼자 치사하게….먼저 가냐….?”

세하가 술을 한 잔 따라마시더니 말을 이어간다.

“같이 있으면 재밌다고 그렇게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해놓고는……그래놓고는…..혼자…..치사하게…..치사하게……..먼저 가버

리면 어떡하라는 거야….석봉아……”

결국 울음 섞인 목소리로 하늘을 보며 세하가 중얼거린다.

“바보 같이……왜 죽냐…..멍청아…….왜……친구인 날 두고….먼저 가 버리냐….한석봉…..”

세하가 하늘을 보며 말한다.

“너 없으면…..나 누구랑 놀라고…..?이 사태가 끝나면…..난….누구랑 놀라는 건데….한석봉……”

이내 세하가 술을 병 째로 마시더니 하늘을 보며 말한다.

“바보 한석봉……..나중에……거기 가서 보자……거기 갔을 때……거기 게임 1등이 너 아니기만 해봐…..한 대…쥐어박아줄 

테니까…..”

그러더니 자신의 게임기를 꺼내서 한참을 두드리던 세하가 이내 스코어 화면에 1등이라고 자신의 스코어가 나타나자 자신의 

이름 대신 H.S.B라고 쓰면서 중얼거린다.

“……신강고 게임 넘버원은…..영원히 너야…..바보야. 네 1등은…….다음에 다시 태어나서….그 때….도전해서 가져갈게……

석봉아……”

그러더니 자신의 게임기를 끄고는 하늘을 보며 말한다.

“잘….살고 있어라….한석봉…..그 때까지…..연습 많이 해둬……가자마자….바로….도전할 거니까….”

세하가 피식 웃으며 내려가려다가 하늘을 보며 눈물을 한줄기 흘리며 말한다.

“잘 가…….내 베스트 프렌드…..석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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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어느 정도 충격에서 회복한 제이가 역사 주변 정찰을 마치고 백화점으로 들어온다.

“아, 제이 씨….오셨군요…..바깥의 상황은 어떤가요?”

“여전히 살기등등한 기운이 넘실거려…..다행히도 아직은 여기에 우리가 있다는 건 들키지 않았지만 언제 발각 될 지 걱정이

되는군……”

제이의 말에 유정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떠나기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으니 이동하는 것도 문제고요….후우…..”

유정이 한숨을 쉬며 지도를 이리저리 살피자 제이가 한참을 말 없이 서 있다가 유정을 보며 말한다.

“……애들은 어때, 유정씨?”

“……..모두….심적으로 지친 거 같아요…..어제 그런 일을…..눈 앞에서 겪었으니까…..”

유정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제이가 한숨을 쉰다.

“이해해……나도 전쟁 때 내 앞에서 전우가 죽어서 그 기분 아주 잘 이해해…..”

“그나마……..테인이는 약간 침울해져 있지만 비교적 괜찮은 편이에요….문제는…..세하랑 유리, 그리고…슬비에요….”

“후우….알 만하군……동생은….자기의 친한 친구를….대장은…..자신을 좋아해주는 친구이자 몇 안되는 친구를 잃은 셈이

고…..유리는……..가뜩이나 지친 마음을 기댈 친구 하나를 잃은 거니까 말이야….”

“……솔직히…..어떻게 위로를 해줘야 될 지…..감도 안 오네요……하아……”

유정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하자 제이가 가만히 있다가 유정을 보며 말한다.

“…….일단은….가만히 냅둬야 돼, 유정 씨…여기서….섣부르게 위로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알아요……후우……하지만……애들이 저렇게 힘들어 하는데…..관리요원이라는 사람이…..이렇게 아무런 도움도 못 주는 게

너무 괴로워서 그래요…..”

유정의 말에 제이가 유정을 꼭 안으며 말한다.

“괜찮아, 유정 씨…..유정 씨는 잘 하고 있어. 지금 동생들이 저렇게 스스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이유는 유정 씨가 있기 때문

이라고 생각해….”

“제이 씨…….”

유정의 말에 제이가 유정을 더욱 세게 안으며 말한다.

“그러니까…..유정 씨도…..힘든 게 있으면….나에게 말해줬으면 해….비록….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나지만….유정 씨가

힘들어 하는 것에 대해서는….들어주고 위로해주지….”

“……고마워요….제이 씨……덕분에…..좀 마음이 나아졌네요……”

유정이 제이의 품에서 나오더니 제이를 보며 말한다.

“제이 씨…..일단…..애들한테 갔다 와주실래요? 저는 여기서…..다른 은신처를 알아보고 있을테니까요….”

“그러지…..”

제이가 뚜벅뚜벅 걸어서 백화점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자 웅크린 채 잠든 슬비와 그 옆에서 창을 들고 보초를 서 듯이 기다리

고 있는 미스틸의 모습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아, 아저씨…..정찰 끝나셨나요?”

“그래….테인아. 대장은?”

“아직 정신적으로 힘드셨나봐요….다시 잠들었어요….”

“동생이랑 유리는?”

“유리누나는 저기 있어요. 세하 형 옆에.”

미스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세하가 자신의 다리 위에 유리의 머리를 누여놓은 채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제이가 미스틸을 지나서 세하에게 다가서자 세하가 제이를 발견하고는 인사한다.

“정찰 수고하셨어요, 아저씨. 다친 곳은 없으시죠?”

“난 괜찮아, 동생…..그것보다…..동생은 괜찮아?”

“……전 괜찮아요.”

“……..”

“저 보단….유리랑 슬비가 문제죠…..정신적으로 많이 몰려서…..”

세하가 제이를 보며 자신의 상태가 아닌 두 사람의 상태를 이야기하자 제이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동생…..”

“네, 아저씨.”

“……두 사람의 상태보다…..난 동생의 상태가 더 심각한 거 같은데.”

제이의 말에 세하가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저는 괜찮아요……이런 상태에서…….친구를 잃었다고 해서…..축 쳐져 있을 수 만은 없으니까요…”

세하가 괜찮다는 듯이 말하자 제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런 점은 누님을 닮았군, 동생은.”

“…..네?”

“…..이 형님의 눈을 속일 수는 없지. 동생…..”

제이가 세하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말한다.

“동생. 난 동생의 마음….이해해. 바로 앞에서 자신의 친우가 죽었을 때의 그 느낌…..이 형님도 잘 알아.”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생 스스로 동생의 마음을 속이는 건 안돼. 얼마나 힘들지는 이 형님도….”

“……그렇다고 해서….뭐가 달라지나요.”

“…뭐?”

세하의 말에 제이가 놀란 듯 반응하자 세하가 제이를 보며 말한다.

“확실히….아저씨 말대로….솔직히는…..떼 쓰고 싶고…..화 내고 싶죠. 그렇게 하면 속이 시원하겠죠.”

“………………..”

“하지만……전……친구를 잃었을 뿐이에요……”

“동생……”

“유리처럼…..하루 만에 자기 가족들과 친한 친구가 죽은 것도 아니고, 슬비처럼…..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위해 죽은

것도 아니에요…..”

“……..”

“두 사람에 비하면….전…..아주 괜찮아요….”

“동생……”

“그러니까….저는 걱정하지마세요…..나중에…..슬비랑 유리가 깨면….두 사람 좀 잘 달래주세요…..전….괜찮으니까요….”

세하가 애써 웃으며 말하자 제이가 말 없이 일어나서 유정이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아, 제이 씨. 돌아오셨군요. 어때요?애들의 상태는 괜찮아 진 것 같나요?”

“………대장이랑 유리는 자고 있어서 괜찮은 지는 잘 모르겠지만…..잠든 걸 보니까 어느 정도는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

같아보이더군…..”

“테인이랑 세하는 어때요? 괜찮아 보이던가요?”

“테인이는…..괜찮은 것 같았지만……..동생은…….후우……”

제이가 한숨을 쉬며 선글라스를 지긋이 누르자 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역시……세하도 만만치 않은 충격을 받았겠죠…….”

“문제는 그게 아니야, 유정 씨…….다른 세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그나마 솔직한 반응을 내보이고 있지만…..동생은……

그 반대로 가고 있어….오히려….자기의 감정을 숨기려고 하고 있어.”

“네?그게 무슨….?”

“그게 말이지……”

제이가 조용히 세하와 나눈 대화를 들려주자 유정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정말…..딱 반대로 가고 있네요……애들이랑…..”

“…..내가 보기에는…..동생…..너무 아슬아슬해…..저대로 두면….나중에 비슷한 일이 생겨버리면…..그 때는….완전히 무너져

내려 버릴지도 몰라…..”

“그….그 말은…..”

유정의 말에 제이가 선글라스를 한 번 누르며 말한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거지만…..최악의 경우에는……돌이킬 수 없을 지도 모르겠어, 유정 씨….”

제이의 말에 유정의 얼굴이 하얗게 변하게 제이가 유정을 보며 말한다.

“걱정마, 유정씨….어디까지나 나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거니까……절대로 애들이 그렇게 되게 하지 않을 거야…..”

제이의 말에 유정이 제이를 보며 말한다.

“부탁…할게요, 제이 씨…..이미….저 아이들은…..제 가족 같은 아이들이에요…..그리고…..미안해요…..이런….힘든 일만 맡

겨서…..”

“괜찮아, 유정 씨. 난 오히려 기쁘다고? 이렇게 유정 씨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는 게 말이야.”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저야말로 고맙죠…..”

유정이 살며시 웃으며 답하자 제이도 살짝 미소로 답하고는 유정이 보고 있는 지도를 보며 묻는다.

“그나저나….이 표시들은 다 뭐지?위치가…..신강고등학교랑…..플레인게이트가 있는 곳인데? 은신처로 쓰기에는….너무 위험

한데 말이야…”

“은신처가 아니에요, 제이 씨….이건…..애들이랑 관계가 있는 지역이에요.”

유정의 말에 제이가 선글라스를 살며시 누르며 말한다.

“……석봉이처럼…말이군.”

“네……석봉이는….구하지 못했지만….적어도….이 아이들은…..지킬 수 있겠죠…..”

“……..애들이 회복 되는 대로 가봐야겠군. 유니온 녀석들이…..더러운 수 까지 동원해서 우리를 잡으려고 드니까 말이야…”

“……네…..그 전까지……우리끼리라도….작전을 한 번 짜보죠….더 이상…..저 아이들에게…상처를 주고 싶지…않아요.”

유정이 주먹을 꽉 쥐며 말하자 제이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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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열심히 작전을 구상하는 그 시각…..

세하는 자신의 허벅지에 머리를 댄 채 잠들어 있는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잘 자네…….역시…..심적으로 많이 힘들었겠지…….그런 일을 두 번이나 겪었으니까….’

세하가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자 유리가 잠꼬대로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엄마….아빠…..얘들아…석봉아…가지마…..가지마세요…..”

“……….”

“부탁이에요…..나만 두고….가지마세요…..제발…..제발….”

잠꼬대로 가족들과 석봉이를 찾으며 우는 유리의 모습에 세하가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너만 두고 안 가니까 걱정하지말고 잠이나 자.”

세하의 말이 들렸는지 울던 유리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이내 미소를 띄우며 조용해진다.

‘그나저나 유리도 문제지만…..슬비랑 테인이도 문제인데……..세 명 다…..말은 안 해도 충격 많이 받았을텐데….하아….어떻

게 해야되지……멘탈이 강한 테인이는 몰라도 유리랑 슬비는 강한 척 해도 멘탈 은근히 약한데…잘못하면….얘들마저….’

세하가 세 사람을 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생각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세하!! 이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야지, 최악의 상황부터 가정하면 어쩌자는거야!!!’

세하가 한숨을 쉬며 등을 대고 있는 백화점 벽에 머리를 대며 생각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일단…..유리는 멘탈이 붕괴 될 뻔한 일을 두 번이나 겪었고….슬비는 한 번…..테인이 한번….아저씨

는….우리 중에서 멘탈이 가장 강하고….유정이 누나가 있으니까…상관없겠지…..’

세하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현재 상황을 계속 분석한다.

‘그러다면 사실상 위험순위로 두면…..유리가 1순위…..슬비가 2순위….테인이가 3순위 정도인가…..평소 같으면…..유정이누

나가 어련히 알아서 애들을 챙겨주겠지만…..지금 상황에서는….아저씨도….누나도…..앞으로 일을 생각한다고 바쁘겠지……

그렇다면…..역시……’

세하가 눈을 감으며 중얼거린다.

“…….어리광 피울 수는 없겠네…..”

세하가 쓸쓸하게 웃으며 생각한다.

‘그래….어짜피……속으로 삼키는 거…..많이 해봤으니까…..괜찮아….평소처럼…..삼키는 거야….이세하….남들에게 피해 안

가게…..남들이 눈치 못 채게…..’

세하가 이렇게 생각하면서 쓸쓸하게 웃고 있는 그 때 누워있던 유리가 부시럭거리며 일어난다.

“우으응……세하야….?”

“아….미안…..내가 깨웠어?”

세하의 말에 유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일어나서 앉는다.

“잘 잤어?”

“응……어제는 제대로 잠을 못 잤는데….이번엔….잘 잔 거 같아…..”

유리의 말에 세하가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다행이네. 그나마 좀 잤다는 건.”

세하의 말에 유리가 세하를 보며 묻는다.

“…..너는 괜찮아, 세하야?”

“뭐가?”

“…….너도…..나만큼 힘들잖아….”

“………..”

“사실……울고 싶은 거 아니야?”

유리의 말에 세하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난 괜찮아, 유리야. 잠도 잘 잤고.”

“…………”

“나보다는 다른 애들이 문제지….테인이나 슬비.....”

“괜찮을 리가 없잖아!!!!!”

갑작스럽게 유리가 세하의 말을 끊고 말하자 세하가 멀뚱멀뚱 유리를 본다.

“유리…야?”

“어딜 봐서 이게 잠을 잘 잔 건데?! 눈에 다크서클 가득에 눈도 평소보다 생기도 없고!이게 어딜봐서 괜찮은 사람의 얼굴인

데?!”

유리의 말에 세하가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다크서클은 원래부터 있었거든?그리고 정말 난 괜찮아.”

“세하야!”

“난 너처럼 부모님이 죽은 모습을 눈 앞에서 본 것도 아니고 슬비처럼 날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 때문에 죽지도 않았으니까…..

그러니까….괜찮아.”

세하의 말에 유리가 눈물 맺힌 눈으로 세하를 보며 말한다.

“거짓말….”

“거짓말 아닌데?”

“거짓말 맞아…..넌 거짓말 하면 눈동자가 흔들리니까.”

유리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진짜인데?나 괜찮아, 유리야.”

“……….”

“나보다 다른 애들이나 걱정해줘. 나보다 테인이나 슬비가 더 힘들 테니까.”

세하의 거듭되는 말에 유리가 눈물 맺힌 눈으로 세하를 보다가 말한다.

“…..나로서는……의지가 안되는거야?”

“………”

“정미나 슬비처럼……똑똑하고 딱 부러져야…..의지할 거야?”

“…….너한테도 의지하고 있어, 유리야.”

“그러면 왜 말을 안 해주는 건데?!뻔히 보이는데!!!”

유리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괜찮으니까 너한테 의지를 안 하는 거지. 그리고 너…..지금 되게 힘들잖아?”

“………..”

“난 안 힘들어. 그러니까 오히려 네가 나한테 의지해. 알았어?”

“…………”

“으으….말을 너무 많이 했다. 물도 가져올 겸 바람 좀 쐬고 올게.”

세하가 웃으며 일어서자 유리가 뒤따라 일어나며 말한다.

“가…같이 가!”

“그냥 여기 있어, 유리야. 다른 애들 깼을 때 두 사람이나 없어지면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머리 더 혼란스러워질라.”

“………..”

“너무 걱정하지마, 유리야. 난 정말로….괜찮으니까.”

세하가 유리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말한다.

“다녀올게. 애들 깨면 나 물 가지러 가면서 바람 쐬러 갔다고 말해줘.”

세하가 유리한테 빙그레 웃음을 짓고 유리의 시선에서 멀어지자 유리가 작게 중얼거린다.

“…….바보야…어딜 봐서…..괜찮은 건데…..”

유리가 주먹을 꽉 쥐며 생각한다.

‘바보인 나도 알겠는데……네가……우리보다 더 힘들고 아프다는 거….잘 아는데….그게…..너무 잘 보이는데….왜….왜 숨기

는 거야, 이 바보야….’

유리가 세하가 간 곳을 보며 걱정하고 있는 사이 세하는 물과 컵을 들고 제이와 유정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동생?동생이 왜 여기에…..”

“저 안에 있기에는 너무 심심해서요. 작전 회의 중이셨어요?’

“그래, 동생. 다음 은신처는 미리 정해놔야 후에 이동하기 편하니까.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안전도 확인해야하니까….라고 말하시려고요?”

세하의 말에 제이가 흠칫 놀라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뭐에요, 아저씨. 저 이래보여도 게임하면 공대장 같은 거 많이 해봐서 전략 같은 건 잘 아는 걸요?”

세하가 웃으며 말하고는 유정이 보고 있는 지도를 보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정미 구출작전과 보나 구출작전……최소 걸리는 시간과 추격 해 올 요원들의 숫자, 가야 하는 거리, 복귀하는 시간, 그리

고 흔적을 지우려면 최소 하루는 걸릴 테니 둘 중 하나를 우선시 해야겠네요.”

세하의 거침없는 말에 유정이 놀란 눈으로 세하를 보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말했잖아요. 전략게임에서 이런 거 많이 해봤다고요. 언제나 다른 사람들은 이상한 짓만 골라서 하는 바람에 제가 사실상 전

략부터 다 짜서 공략했거든요.”

“….그러면 하나만 묻지, 동생…..동생은 어느 쪽을 우선시 하면 좋을 거 같아?”

“…….아까 전에 말씀드린 모든 점을 고려해본다면…….”

세하가 생각하는 듯 가만히 지도를 보더니 진지한 얼굴로 제이를 보며 말한다.

“정미를 우선적으로 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 세하야?”

“뭐…..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보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차원압력과 차원문의 권위자에요. 유니온이 아무리 막장짓을

하더라도 인지도 높은 보나를 인질로 잡는 그런 방법을 택하지 않을거에요. 게다가….”

세하가 살짝 웃으며 말한다.

“잊으셨어요?거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수상한 제 후배가 있다는 걸요.”

세하의 말에 제이도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김가면이를 말하는군. 하긴….그 친구라면 보나에게 손 못 대게 할 수 있겠지.”

“네. 하지만 반면에 정미의 경우에는……인질로서 노리려면….우리가 없는 이상…..유리네 부모님 만큼이나 쉽게 잡을 수 있겠

죠.”

“……………”

“그 외에도….이유가 하나 더 있지만요.”

뒤늦게 덧붙인 세하의 말에 제이가 의문을 표하며 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지, 동생?”

“…….뭐…..제 개인적인 감정을 접어두더라도…..정미는…유리의 소꿉친구이자 슬비와 저의 친구이자 테인이에게는 누나 같

은 존재죠.”

“………”

“특히나 유리와 슬비는……어제 일어난 일 때문에 상당히 불안정해요. 이 상황에서…..정미까지 잃어버린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겠지.”

제이가 세하의 말을 받자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네. 그렇기 때문에 우선시 해야 한다는 거에요. 보나도 위험하겠지만….거기는 여차하면 김가면씨가 어떻게든 해 줄 테니까

요.”

“…….지금까지 우리가 고민한 게 완전히 시간낭비가 되어버릴 정도로 완벽한 논리야, 동생.”

“그저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한 생각일 뿐이에요. 누나와 아저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확실히….그 편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해…..하지만 문제는…..보호가 문제가 아니라….연락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인

데…..”

유정의 말에 제이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정이 한숨을 쉬며 말한다.

“일단은…..정미를 우선적으로 구한다는 걸 기준으로 연락을 취할 방법을 찾아야겠구나…..”

“효과적인 연락 방법을 찾으면 말해주세요. 일단은 전 애들한테 가 있을 테니까요.”

세하가 저벅저벅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자 제이가 그런 세하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린다.

“……..결국 너도……..그렇게 짊어지는 걸 택한 거냐……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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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시간은 점심을 지나 해가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시간…..

최근 다시 학기가 시작된 신강고등학교의 옥상에서 정미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다.

“언니, 준비는 거의 다 되셨나요?”

“Yes~정미가 말한 대로 정미랑 검은 양 팀원들만 오면 되도록 준비 해두도록 말해뒀어요. 저도 곧 도착할 거 같고요.”

“고마워요, 언니. 그럼 지금 애들한테 전화를 넣어서 그쪽으로 갈게요.”

“Oh….알았어요. 거기서 봐요. 하지만 조심해요, 알았죠, 정미양?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주고요.”

“네, 언니. 그럼….나중에 뵐게요.”

정미가 통화를 종료하고는 단축키 2번을 꾹 누른다.

심심한 통화연결음이 몇 번 지나자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상대는 바로 유리다.

“나야, 유리야.”

“정미야!무사했구나!!다행이다…..너 어디….”

“지금 안부 물을 시간 없어, 유리야. 너희는 지금 쫓기고 있잖아. 길게 통화하면 추적당한다고.”

“아….그…그렇지…그럼…왜 전화 했어?”

유리의 말에 정미가 한숨을 한 번 쉬고는 조용하게 말한다.

“지금 신강고등학교로 와. 사람들 다 데리고.”

“시…신강고등학교로? 왜?”

“길게 설명할 시간 없어. 빨리 와. 오면 설명해줄게, 유리야.”

“아…알았어!!빨리 갈게!”

이윽고 통화가 끝내고 정미가 돌아서는 순간 왠 남자애가 자신을 보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는 싸늘한 표정으로 정미

가 말한다.

“뭐야?나한테 무슨 볼 일 있어?”

“큭큭큭……다 들켰다고. 재수 없는 계집애야. 너 지금 검은 양인가 뭐시긴가 하는 팀을 우리 학교로 불렀지?큭큭큭…..”

남자애의 말에 정미가 싸늘하게 남자애를 쳐다보며 말한다.

“그래서?”

“….뭐?”

“내가 누굴 여기로 부르든 그건 네가 상관 할 바가 아닐텐데?강태경.”

정미의 말에 강태경이라고 불린 남자애가 정미를 보며 말한다.

“그 자식들은 인류를 배신한 데이비드 리와 한 패라고!! 그런 녀석들과 그렇게 통화를 한다는 건 너도 배신자들과 내통하고 있

었다는 거지!!!”

태경의 말에 정미가 말 없이 가만히 있자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태경이 말을 이어간다.

“큭큭큭…..하지만 걱정마. 너의 이야기는 나만 들었으니까…..나랑 한 번 놀아주면 방금 전 그 통화는 못 들은 걸로 하겠어 큭

큭…..어때 구미가 당기지 않아?”

태경이 비열하게 웃으며 정미에게 다가와 정미의 어깨에 손을 얹더니 정미의 얼굴을 보며 말한다.

“옳지, 옳지.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나는 방금 전 통화에 대해서 못 들은 걸로…..”

태경이 비열한 웃음을 흘리며 정미의 와이셔츠 단추로 손을 옮기려는 순간…..

“……..더러운 손으로 날 만지지마!!”

정미가 순식간에 다리로 포물선을 그려서 태경의 다리 사이를 직격하며 말한다.

“커…….억…………”

태경이 바들바들 떨며 소중한 곳을 잡고 무릎을 꿇자 정미가 경멸스러운 눈으로 태경을 보며 말한다.

“말하고 싶으면 말해봐. 내가 불렀다고. 내가 검은 양팀을 배신자들을 여기에 불렀다고 한번 말해봐. 비겁한 xx.”

정미가 뚜벅뚜벅 옥상에서 걸어내려가자 태경이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린다.

“끄…..윽……우….정미……..그…렇게 나오겠다면…….이쪽도…..생각이 있지……”

태경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비열하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큭큭큭……우정미……그 재수 없는 얼굴이 비참하게 무너지게 만들어 주마…..”

핸드폰 패드를 몇 번 누르던 태경이 핸드폰에 대고 말한다.

“거기 유니온이죠? 신고 좀 하려는데요…..”

같은 시각…..검은 양 팀 쪽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보고 있다.

“지….지금 정미가 우리를 부른 거지…?그치?”

슬비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유리를 보며 말하자 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근데 왜 갑자기 신강고등학교로 오라고 한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우리 학교는 숨을 만한 곳이 못 되는데…..?”

“그러게……정미가 그런 걸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닐텐데….”

슬비의 중얼거림에 세하가 가만히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조용히 입을 연다.

“……..케롤 누나…..”

“응?”

“……정미는 지금….우리랑 함께….케롤 누나가 있는 플레인게이트로 가려는 거야.”

세하의 말에 제이가 놀란 표정으로 세하를 보며 묻는다.

“플레인게이트로? 하지만 그곳은 외부차원에 가까우니까 정미 같은 일반인…..아!”

“케롤 누나의 약이라면….어느 정도 되겠죠. 차원문까지 접근하지 않는다면….어느 정도의 보호복 정도로 몸을 감싸면 영향력

은 적겠죠. 게다가….”

“….거기에는 함부러 못 건드는 사람이 2명이나 있으니까……”

“네. 아마 정미도 거기까지는 예상을 하고 이런 행동을 했을 거에요. 다만 지금 문제라면….”

“…..통신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이동경로로 인해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거군….”

“….그것말고도…..한 가지 신경쓰이는 게 있지만요…..”

세하의 말에 슬비가 조용히 세하를 보며 말한다.

“…..우리를….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애들 말이구나?”

“응. 나랑 너, 유리랑 정미…..우리 4명 전부….애들한테 못마땅하게 보이는 애들이니까…..지금 통화한 게 누군가에게 들킨다

면….”

“….신고할 수도 있겠구나…”

“네.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서둘러 가야해요.”

세하의 말에 제이가 가방을 짊어지며 말한다.

“그럼 빨리 가자고. 교란 작전 같은 건 통하지 않을 거 같으니까.”

“네. 교란 작전 같은 건 통하지 않을 거에요. 그렇다면……”

세하의 말에 유리가 마무리를 짓는다.

“최고속도로 달리기만 하면 된다는 거지?”

“응. 방해가 붙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세하의 말에 모두 각자의 짐을 챙겨들고 움직이려고 하자 난민대표가 다가온다.

“……가는….건가?”

“…….네…..숨겨주셔서 고마웠습니다.”

“…….혹시 또 다시 쫓기게 된다면 여기로 와도 되네. 여긴 언제나 열려있으니 말일세….”

“….감사합니다 난민대표님. 그럼….저희는 이만....”

“아….아…잠깐….이걸 가져가시게나.”

난민대표가 무언가를 꺼내 유정에게 내민다.

“이건…….”

“……자네가 가지고 있는 총의 총알일세. 재료가 몇 개 없어서 많이는 만들지 못했다네.”

난민대표가 유정에게 탄창을 넘기고는 이번에는 세하에게 다가간다.

“자네의 총알도 준비되어 있다네. 물론 좀 특별한 총알이지만.”

“특별한 총알이라고 하신다면?”

“자네 능력이 열과 폭발이라고 했던가?그 능력을 극대화 할 수 있게 해 주는 증폭탄일세.”

“증폭…탄?”

난민대표가 세하가 탄창을 건내자 세하가 총알을 보고는 중얼거린다.

“위상력 증폭 탄……늘려주는 탄을…이런 식으로 개조하신 거군요.”

“물론이네. 비록 자네의 것은 관리요원의 총알 보다 만들기가 까다로워서 탄창 한 개 밖에 준비 못 했지만 말이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난민대표님.”

세하의 말에 난민대표가 살짝 미소를 짓더니 다른 사람들을 쭉 둘러보며 말한다.

“자네들의 길에……축복이 있기를 빌겠네.”

“감사합니다. 그럼…..저희는 이만…..”

검은 양팀이 꾸벅 인사를 하고 사라지자 난민대표가 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며 중얼거린다.

“…….부디……꺾이지 말아주게나…..젊은이들…….자네들 앞에…..어떤 불행이 닥치더라도 말일세……”

난민대표가 검은 양팀이 간 곳을 보며 중얼거리는 그 시각….

“제이 씨 여기서 왼쪽으로 가주세요!”

“알았어, 유정씨. 대장, 동생들! 왼쪽으로!!!”

“네!!”

검은 양팀은 자신들의 위상력을 숨기지 않고 사용하며 신강고등학교로 날아간다.

“근데 정말 괜찮을까?!이렇게 하면 정말 들키는데?!”

유리의 말에 슬비가 유리를 보며 말한다.

“어차피 교란작전은 의미가 없어.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런 교란에 쓸 위상력이랑 체력을 아껴서 빨리 가는 게 나으니까….!”

슬비가 유리를 보며 말하는 그 순간 제이가 무언가를 감지한 듯 움찔한다.

“제…제이 씨?!왜…왜 그래요?!”

“**…..예상보다 너무 빠른데? 따라붙었어…!”

제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쪽에서 몇 명의 요원들이 소리친다.

“서라, 검은 양!!!!!”

무서운 스피드로 따라 오는 요원들의 모습에 세하가 제이를 보며 말한다.

“아저씨!!!유리랑 슬비 데리고 먼저 가세요!!!저랑 테인이랑 막아볼게요!!”

세하의 말에 유리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나도 같이 가!!세 명이 막으면 빨리 해치우고……!”

“너까지 힘 뺐다가 저쪽에서도 갑자기 요원들 나오면 어쩌려고? 빨리 가, 유리야!”

“하….하지만….!”

“빨리 가!!!!정미마저 잃을 생각이야?!”

“………!!!”

세하의 말에 유리가 눈을 질끈 감더니 미스틸을 보며 말한다.

“테인아!!!세하를 잘 부탁해!!!”

“네, 누나!!!먼저 가세요!!!여긴 저랑 세하 형이 처리하고 금방 따라 갈게요!!!”

미스틸의 말에 유리가 제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제이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이번엔 다치지 말고 오라고, 동생!!!!”

“알았다고요!!!!테인아, 가자!!!”

“네, 형!!!!”

세하의 말에 미스틸이 세하와 같이 어느 빌딩 옥상에 착지하더니 창을 고쳐잡으며 말한다.

“전 준비됬어요, 형. 근데….괜찮으시겠어요, 형?”

“뭐가?”

“…….정미누나 걱정 하고 계시잖아요.”

미스틸의 말에 세하가 미스틸을 보며 말한다.

“응. 걱정돼. 그래서 남은 거야.”

“네?”

미스틸이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세하를 보며 말하자 세하가 살짝 웃으며 말한다.

“쫓아오는 놈들을 박살낸다면 적어도 양쪽에서 공격당하는 경우는 없을 테니까.”

“형…….”

미스틸이 세하를 보며 말하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꽉 쥐며 중얼거린다.

“다시는 안 잃어버릴 거야……절대로…..그 누구도…..내 앞에서…..사라지게 놔두지 않아…..”

세하가 평소보다 굳은 얼굴로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요원들을 보며 말한다.

“병원신세지기 싫으면 오지 마라, 권력의 개들아.”

“잡아라!!!!!”

세하의 말에도 다가오는 요원들을 보며 세하가 말한다.

“……..난 경고했다…….이 자식들아.”

세하가 요원들을 보며 중얼거리더니 건블레이드를 요원들에게 겨누며 말한다.

“집중 포화 개(改)- 진천(震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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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하와 미스틸이 요원들을 막는 그 시각, 나머지 4명은 신강고등학교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되요!!”

“좋았어. 속도를 내자고, 대장, 유리야.”

“네!!”

“……….”

제이의 말에 대답하는 슬비와 달리 무언가를 생각하듯 대답하지 않는 유리의 모습에 슬비가 유리를 보며 묻는다.

“유리야, 왜 그래?”

“………괜찮을 거야….괜찮을 거야….괜찮을 거야…..”

유리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대답하지 않자 슬비가 유리를 보며 소리친다.

“유리야!!!”

“어?!”

슬비의 외침에 유리가 화들짝 놀라며 슬비를 보자 슬비가 유리를 보며 말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야?”

“………걱정되서…..”

“…………”

“정미도 걱정되고……뒤에 남겠다고 한 두 사람도 걱정되고…….”

유리가 불안한 표정으로 슬비를 보며 말한다.

“괜찮겠지? 정미도 세하도 테인이도 모두 괜찮겠지?”

유리의 말에 슬비가 유리를 보며 말한다.

“바보야. 당연하잖아. 그 바보는 쉽게 죽지 않아. 게다가 테인이도 있으니까 괜찮아. 정미도….괜찮을거야….우리가 서두르면.”

“응…….미안……”

“미안해 할 거 없어. 빨리 가자……정미만큼은……우리가 구해야지…..”

슬비가 유리를 보며 말하자 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슬비와 속도를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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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4명과 떨여져 추격해오는 요원들을 막던 세하와 테인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헥....헥....형....이제.....추격자는....없겠죠?"

"하아....하아.....그런...거....같네....."

숨을 몰아쉬는 두 사람 앞에는 10명이 넘는 요원들이 뒹굴면서 고통을 호소한다.

"끄아악!!!!이.....자식들....."

"...미안해요, 아저씨들....병원에 가서 치료만 잘 받으면 일상생활 하는 데 지장은 없을 거에요."

세하가 미안한 표정을 짓고 테인과 돌아서자 뒤에서 요원 하나가 비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크....크큭....신서울을 떠들썩하게 만든 테러리스트 주제에 참 감성적이군, 그래...?"

"....저희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 저희는.....이 신서울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을 뿐입니다."

"크큭....아니.....너희는 테러리스트야. 봐....네 주변에 있는 요원들을!!!"

요원의 말에 세하가 주변을 둘러보자 처참하게 부서진 옥상 바닥과 진한 살 타는 냄새와 사람들의 비명소리까지, 참혹한 광경

이 눈에 담긴다.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건 누구지?!이 옥상을 이렇게 만든 건 누구냔 말이다!!!"

요원의 일갈에 세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요원이 비웃으며 말한다.

"이런 일을 한 주제에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크큭....웃기지마. 이제 그 누구도 너희를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지는 법입니다. 그게.....정의니까요."

"크큭.....정의?정의라는 건 없어. 진실이란 것도 없지. 정의와 진실은 다수의 군중이 만들어내는 허깨비 같은 거다. 언제든 뒤

바뀔 수 있는 얕팍한 것에 불과하단 말이다!!!"

요원이 일갈을 하며 두 사람을 밀어붙이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꽉 쥐며 말한다.

"....당신 말대로 지금 모두가 우리를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한다면.....우리가 바꾸면 됩니다. 바꿔서 진짜 진실을, 진짜 정의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됩니다."

세하의 말에 요원이 비웃음 섞인 조소를 지으며 말한다.

"잘 해보라고, 철 없는 왕자. 그런 사람이 남아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게 무슨...."

세하가 요원을 돌아보는 순간, 세하의 핸드폰이 크게 울리기 시작한다.

"여보세요?"

"세...세하야, 큰일났어! 하....학교에 요원들이 정미를 인질로 잡고 우리를 겨누고 있어!"

"뭐?!"

세하가 당황한 목소리로 되묻자 유리가 울먹거리며 말한다.

"어떡해.....아저씨랑 슬비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방법이 안 나오나봐....게다가 애들이 주변에 있어서...."

유리의 말에 세하가 주먹을 꽉 쥐더니 조용히 말한다.

"유리야....지금부터 내 말대로 해줘."

"바....방법이 있는 거야?!"

"....대신에 이 전화가 끊기면 안돼. 그러면 모든 게 틀어져버려."

"아...알았어!"

"좋아. 그럼 지금부터 유리 너는 내게 상황을 전해줘. 작은 거라도 상관없이."

"알았어....어....일단은 요원은 30명 정도 쯤 되고.....그리고.....교실에는 애들이 있어!"

"오케이. 무장 상태는?"

"어....총든 사람 7명 그리고 큰 대포 같은 걸 든 사람이 5명...나머지는 다 칼이나 근접무기야.현재는 3층에 있어."

"오케이. 그 정도면 됬어. 혹시 모르니까 핸드폰은 밑에 내려놓고 있어. 지금 갈 테니까."

세하가 말을 끝내고는 테인이를 보며 말한다.

"테인아. 미안한데 좀 더 싸울 수 있겠어?"

"네, 형....아직은....참을 만해요...."

테인이 의젓하게 말하며 일어서지만....

".....많이 힘들구나...."

덜덜거리며 떨리는 다리는 어쩔 수 없이 티가 난다.

"괜찮아요. 가다보면 좀 더....나아질 거에요."

테인이가 애써 밝게 이야기 하려 하지만 힘든 표정이 밖으로 드러난다.

'.....테인이의 힘이 돌아와야 창을 날려서 그 요원들을 제압하고 정미를 구할 텐데....테인이의 상태가 이렇다면.....'

세하가 한참을 고민하다가 테인이를 보며 묻는다.

"테인아. 솔직하게 말해줘. 창 몇 개까지 부를 수 있어?"

"지금으로서는 3개 정도에요."

"발할라를 쓰게 된다면?"

"그러면....사실상 1개가 끝일거에요."

테인이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 정도면 됬어. 구할 방법 찾았어."

"네?!진짜요?!"

"그래. 자세한 건 가면서 이야기 하자."

세하의 말에 테인이가 세하를 따라 학교를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형, 작전이 뭐에요?"

"정미를 요원한테서 어떻게든 떨어뜨리고 그 사이로 네가 날아가면서 니플헤임을 던져서 진로를 막은 뒤에 우리 애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발할라를 펼쳐. 최대한 강하게."

"네?하지만 그렇게 하면 요원들이 많이 남는데요?"

"그건 걱정마. 형이 날려버릴테니까."

세하의 말에 테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꼭 다물고 달리기 시작한다.

'조금만 기다려 정미야.....조금만....조금만 더....내가 곧...갈테니까.'

한편....

신강고등학교에서는 여전히 요원들과 검은 양팀이 팽팽히 대립중이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테러리스트들!안 그러면 이 여자애의 목숨은 장담 못한다!"

"해 볼테면 해봐! 손대는 순간 그 손 그래도 날려버려줄테니까!!"

슬비와 요원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자 정미가 입술을 꼭 깨물며 생각한다.

'바보....도와주기로 한 주제에 이렇게 잡혀서 애들을 곤란하게만 만들고.....최악이야....'

그 순간

유리의 핸드폰에서 세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유리야? 응답해, 유리야!"

"세...세하야!"

유리가 다급하게 전화를 받자 슬비의 표정에 자신감이 깃든다.

'좋아. 세하가 오고 있구나! 좋았어...조금만 더 이 상태를 유지하면.....이 요원들을 날려버릴 수 있어!'

"유리야, 잘 들어. 지금부터 테인이가 날아갈거야. 그 때 신호를 주면 정미를 어떻게든 너희 쪽으로 끌어당긴 뒤에 납작 엎드려

. 그러면 테인이가 발할라로 막아줄테니까 그대로 가만히 있어. 알았지?"

"아...알았어!슬비야!"

"듣고 있었어. 말한대로 해 줄테니까 확실히 끝내달라고 해."

"확실히 끝내주겠다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너희가 강하다고 해도 여기서 공격을 시도하면 근처에 있는 학생들이 다치고 

또 이 여자애가 다칠텐데, 어떻게 이 상황을 뒤집겠다는 거냐!!!너희는 결국 갓 특수요원이 된 애송이들이란 말이다!!!!"

요원의 말이 끝나는 순간, 핸드폰에서 세하의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지금이야!!!"

세하의 신호에 정미가 자신을 붙잡고 있는 남자의 팔뚝을 세게 깨물자 요원이 비명을 지르며 그녀를 놓아버린다.

그 찰나의 순간, 정미는  있는 힘껏 요원의 낭심을 걷어차고는 검은 양 팀이 있는 곳으로 뛰어가며 외친다.

"슬비야!!"

"나이스!!!"

슬비가 미소를 지으며 한 손으로 염동력을 사용해 정미를 끌어당기자 요원들이 다급하게 뛰어온다.

그 순간.....

"이 앞으로는 못 보내드려요!!!"

테인이가 창문을 뚫고 들어오더니 요원들의 진로에 니플헤임을 꽂아 막아버리고는 곧바로 검은 양 팀 곁에 발할라를 펼친다.

하지만 적들도 상당한 실력의 요원들인지, 니플헤임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듯 얼음을 부수기 시작한다.

"이것들이.....이딴 걸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요원의 말에 슬비가 얼음이 뚫린 공간으로 단검을 날리고는 말한다."

"막을 수는 있지. [공간 압축 EX !!]"

슬비의 말에 단검에서 엄청난 중력장이 뿜어져나오더니 요원들이 단검 주변으로 끌려가기 시작한다.

"끄으으.....이깟....능력....쯤이야...."

요원들이 중력장에 저항하려고 하자 슬비가 입술을 꽉 깨물며 힘을 더 끌어올린다.

"이걸로 우리를....이길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요원의 말에 슬비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아니. 널 잡는 건 내가 아니야."

"뭐라고?!"

요원의 반응에 슬비가 있는 힘껏 외친다.

"이세하!!!!!지금이야!!"

그 말에 맞은 편에 건물에서 듣고 있던 세하가 건물을 박차고 뛰어오르더니 위상력을 다리와 건블레이드에 집중시키며 외친다

.

"모두 엎드려!!"

그리고는 공중을 박차며 초고속으로 학교를 향해 날아가며 외친다.

"[유성검 개(改)-초신성!!!!]"

평소의 2배는 넘는 크기의 유성이 요원들에게 직격하자 엄청난 크기의 폭팔이 요원들을 덮친다.

"끄아아악!!!"

요원들이 날아가는 순간, 세하가 한 바퀴 회전하며 그대로 다시 한 번 건블레이드를 긋자 불꽃의 파도가 날아가는 요원들을 재

차 덮쳐버린다.

"하아....하아....하아....."

세하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세를 바로잡자 폭발과 불꽃들로 위해 일어났던 연기들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연기가 걷히고 보이는 건 바닥에 기절한 요원들과 다소의 상처를 입은 요원들이다.

"이 자식......우리가 누군 줄 알고 감히...!!!"

"누군지는 상관 없어.지금 중요한 건...."

세하가 눈에서 불꽃을 튀기더니 건블레이드에 위상력을 불어넣으며 말한다.

"당신들이.....우리 팀원들을 건드린 거.....그리고.....정미를 인질로 잡은 점이야."

세하의 몸 주변으로 푸른 위상력이 흘러나오며 요원들을 압박한다.

"내 친구들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 지 지금부터 톡톡히 보여줄게."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고쳐잡자 뒤에서 슬비와 유리가 세하의 곁으로 다가온다.

"혼자 폼 잡지마, 이세하. 별로 안 멋있으니까."

"그래도 세하 말에는 동의해....우리 애들 건든 댓가가 어떤 건지 보여주자."

유리가 칼과 총을 꺼내들자 슬비도 단검들을 꺼내 준비하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폼은 자기들이 잡으면서."

그럼에도 기분은 좋은지 건블레이드를 꽉 잡으며 말한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도와주라."

"당연하지. 이런 상황인데 너 혼자 싸우는 건 안 맞잖아?"

유리가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슬비도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아, 정말이지.....이 두 바보 때문에 긴장 다 풀렸잖아....."

그러면서 주변 사물들을 띄운 슬비가 어느 새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와 말한다.

"늘 하던대로 3인 포지션이야. 세하가 스트라이커하고, 유리는 세하와 함께 공격해. 나는 뒤에서 원거리 공격과 지원. 다들 이

해했지?"

"응! 늘 하던 거니까!!"

"바뀐 건 없잖아. 신속, 정확, 확실. 3개 맞지?"

"그래. 변한 건 없어. 우린.....우리가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키는 거야."

슬비의 말에 세하가 탄창을 갈아끼우며 말한다.

"그 오글거리는 대사 원래 내 꺼였는데 이젠 자연스럽게 쓴다, 너?"

"......가끔씩은 써도 되잖아? 저작권 달라고 하면 일 끝나고 마실 거 사줄게."

"하여간에 한 마디를 안 져요....."

그럼에도 평소 같은 분위기에 세하가 살짝 미소를 짓다가 앞을 모며 말한다.

"자, 그럼.....임무 시작해보실까?"

건블레이드에 위상력을 집어넣자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검신에서 위상력이 길게 뻗어나온다.

그 모습에 슬비가 냉정한 눈빛을 취하며 말한다.

"검은 양 3명. 지금부터 신강고 탈환 작전 및 우정미 구출 작전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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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요원이 비웃음을 지으며 대포를 연사한다.

귀가 멍멍해질 정도의 소리가 여러번 나고 아무런 반응이 없자 요원들이 연기를 보며 낄낄대기 시작한다.

"푸하하하하!!!!이 x신들아!!우리가 그렇게 눈 뜨고 당할 줄 알았냐?푸하하하!!!"

요원들이 낄낄대며 웃는 그 때....

"[질주 개(改)-염룡주]"

연기 속에서 세하의 목소리가 울리더니 한 마리의 용이 된 세하가 연기를 뚫고 요원들을 휩쓸고 지나간다.

기습적이고 패도적인 공격에 전방에서 긴장을 풀고 낄낄대던 대 여섯명의 요원들이 그대로 날아가버리자 남은 요원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어느새 등 뒤에 있는 세하를 본다.

"뭐...뭐야?!무슨 일이...?!"

요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연기 안에서 들리더니 이번엔 유리가 연기 밖으로 뛰어나온다.

"이...이 꼬맹이들이!!!"

요원들이 무기를 꺼내들고 달려오자 유리가 물 흐르듯 유려한 동작으로 지나치고는 조용히 말한다.

"[음속베기 개(改)-꽃잎 떨구기]"

유리의 읊조림에 유리가 지나갔던 요원들의 몸에 상처가 생겨난다.

"커억...."

물론 날로 벤 게 아니라 죽을 만큼 치명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치명상은 치명상인지 요원들이 풀썩 쓰러지자 뒤에 있던 요원들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뭐....뭣들 하는 거야!!!다....달랑 여자애 하나잖아!!밀어붙여!!!"

요원의 말에 앞으로 요원들이 몰리자 유리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아저씨들 바~보"

"뭐...뭐라고?!이 계집애가!!!"

요원들이 얼굴을 울그락붉그락 하며 유리에게 달려오자 유리가 가볍게 벽면을 차고 뛰어오르고는 뒤에서 뛰어오른 사람을 보며 말한다.

"바톤 터치~!"

"잘 했어, 유리야. 나한테 맡겨"

슬비가 빙그레 미소를 짓더니 자신의 주변에 떠도는 비트들을 날리며 말한다.

"[중력의 진]"

슬비의 말에 날아가던 10여 개의 비트들이 제각기 중력장을 펼치더니 이내 하나의 거대한 중력의 진이 펼쳐진다.

"끄아아악!!!"

엄청난 압박에 정신을 못 차리는 그 때 슬비가 단검을 하나 단져 땅에 꽂으며 말한다.

"[그레비티 스톰!]"

슬비의 시동어에 중력장을 펼치던 비트들이 회오리 치듯 단검을 중심으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안에 있던 요원들이 말 그대로 싱크대에 빨려들어가는 물처럼 중심부로 회전하며 끌려가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슬비가 중력의 폭풍 뒤에 있는 세하를 보며 말한다.

"이세하!!!!큰 걸로 한 방 날려버려!!!!!"

"휩쓸리지 않게 조심해. 앞 뒤 안 가리고 날려버릴테니까."

세하가 위상력을 갈무리하며 뛰어오르자 유리가 빠르게 슬비를 뒤로 끌어당기며 말한다.

"지금이야!!"

유리의 신호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바닥으로 향하게 하더니 그대로 밑으로 내려찍으며 말한다.

"[화염 분쇄 개(改)-낙양]"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바닥에 내려꽂자 여태껏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불꽃이 솟구친다.

"끄아아악!!!"

요원들의 비명에도 세하는 묵묵히 건블레이드를 바닥에 박은 채로 계속 불꽃을 폭발시킨다.

마치 조용히 분노를 터트리는 것처럼 정적이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도 위험할 정도의 패도적인 푸른 불꽃의 기둥이 연이어 요원들을 집어 삼킨다.

이윽고 불꽃이 사그러들고 세하가 탄매가 묻은 얼굴로 검은 양팀의 곁으로 비틀거리며 다가오자 제이가 달려와 세하의 몸을 받치며 말한다.

"수고했어, 동생. 아주 잘 했어."

"아저씨도요....쿨럭쿨럭....!"

세하가 힘없이 웃다가 기침을 하더니 이내 코피까지 흘리기 시작한다.

"동생?!괜찮아?!"

"쿨럭쿨럭.....후우....그냥...좀....힘들어서 그래요.....평소보다....좀 열 받아서.....저도 모르게 그만.....세게 나가버렸네요...."

세하가 몸까지 덜덜 떨면서 말하자 제이가 자신의 배낭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세하에게 내민다.

"이거 마셔. 기운을 차리는데 도움을 줄 거야. 몸을 움직이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고마워요...아저씨..."

세하가 힘겹게 제이가 준 약을 마시고 부축을 받은 채 검은 양 팀 곁으로 돌아오자 검은 양 팀 멤버들 사이로 정미가 뛰어나온다.

"세하야!!!"

뛰어나온 정미가 세하에게 달려가더니 그대로 그를 껴안고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세하야....세하야....."

정미가 세하를 꼭 껴안은 채 말을 잇지 못하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정미를 토닥인다.

"다친데 없지, 정미야?"

"지금 내 걱정 할 때야?!네 몸 부터 챙겨야 할 거 아니야?!"

정미가 울먹이며 말하자 세하가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말한다.

"내가 이렇게 다치는 거 한 두 번 본 것도 아니면서..."

"그래도....볼 때마다 싫거든?그리고...이번엔....괜히 내 탓 같아서...."

정미가 웅얼거리자 세하가 정미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네 잘못 아니야, 정미야. 그러니까 자책하지마."

"세하야....."

"푸흡....그래도 가끔씩은 다쳐야겠다. 이렇게 당황한 모습 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네."

"뭐?!이게 진짜!!"

정미가 찌릿하고 세하를 쏘아보더니 어디서 배웠는 지 모를 원 투 스트레이트로 세하를 때리며 말한다.

"너 진짜.....누구는 걱정되서 죽을 뻔했는데, 뭐?가끔씩 다쳐야겠다고?이씨....그게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할 소리야?!"

정미가 세하를 보며 말하자 세하가 정미를 품에 안으며 말한다.

"이렇게 걱정해주니까 좋아서 그런 거야...화 풀어, 정미야."

"느....느끼한 소리 하면 내...내가 풀릴 거 같아?"

"그럼 취소할까?"

".....취소하지마....화 풀렸어...."

정미가 얼굴을 붉히며 세하에게 안기자 세하도 빙그레 웃으며 정미를 안는다.

그 때....

"이....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이...이봐!!요원 아저씨들!!!이....이렇게 쓰러져있으면 내가 당신들을 여기로 부른 의미가 없잖아!!!빨리 일어나서 저 테러리스트들을 잡으라고!!!!!"

태경이 요원들을 보며 소리치자 유리가 그를 보며 묻는다.

"태경아.....네가.....이 사람들을 여기로 부른 거야?우리를...잡겠다고?"

유리의 말에 태경이 그녀를 적의에 찬 얼굴로 바라보며 말한다.

"그래...너희들 잡으러 오라고 내가 불렀어. 너희가 뭔데 날 이렇게 몰아세우는 건데?너희가 오기 전까지는 내가 이야기의 중심이었어. 공부 잘하고 돈도 많고 운동도 잘 하는 내가 이 학교의 중심이었다고!!그런데....너희가 나타나면서 모든 게 엉켜버렸어. 내가 가진 위치와 인기가 너희한테 쏠리고 나는 그저 평범한 학생으로 전락해버렸다고!!감히 너희 따위가!!괴물 주제에 너희가 나한테 모욕감을 줘?!"

태경의 말에 유리가 태경을 노려보며 말한다

"고작....그런 이유로....우리를 죽이려고 한 거야...?정미를 인질로 잡은 이유도....우리가 마음에 안 들어서였다고...?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어떻게......어떻게 친구한테 그럴 수 있어?"

유리의 말에 태경이 비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크큭.....친구라고?여기에 네 친구가 어디 있는데?다들 널 괴물로 보고 있는데 누가 친구로 여긴다는 건데?"

그러더니 태경이 주변의 사람들을 보며 묻기 시작한다.

"얘들아. 여기서 저 애들의 친구 있냐? 저 테러리스트들의 친구는 손 한 번 들어봐. 몇 명인지 보게."

그의 말에 아이들이 서로 눈치만 보며 웅성거린다.

"야, 너 쟤랑 저번에 밥 먹었잖아. 손 들어."

"야, 밤 한 번 먹은 거 가지고 친구야?그리고 나 쟤들 마음에 안 들었어."

웅성거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태경이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봐. 이게 진실이야.크큭.....다들 겉으로만 친구,친구 한 거지, 아무도 너희를 진심으로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 크큭....."

태경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끝내는 순간,

"있어. 이 애들을 친구라고 여기는 사람이."

정미가 세하의 품에서 빠져나오며 말한다.

"그래. 네 말대로 다른 애들은 얘들을 친구라고 안 여길거야. 나도 전에 그랬으니까."

정미가 교실에 뭉쳐있는 학생들을 보더니 묻기 시작한다.

"그럼 한 가지만 물어볼게. 너희들은 얘들이 일 안 할 때의 모습 본 적 있어?"

정미의 말에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래. 너희는 본 적 없겠지. 근데 난 봤어. 얘들의 [평소] 모습을."

정미가 검은 양 팀을 쭉 보더니 말하기 시작한다.

"여기 있는 이슬비는 학교나 매스컴에서는 모범적이고 딱딱한 학생으로 비춰지지. 근데, 집에서 얘는 사람과 차원 전쟁 같은 드라마 좋아하고 책 보며 울고 의외로 펭귄 인형 같은 조그맣고 귀여운 인형 좋아하는 애야. 서유리는 알다시피, 고기 좋아하고 밝고 운동 잘 하는 애지. 근데, 얘도 잘 우는 거 알아? 바보 같이 힘든 건 숨기고 밝은 것만 보여줄라고 노력하는데 혼자 있으면 눈물 흘리면서 우는 거 알아?여기 있는 테인이. 꼬맹이 주제에 어른스럽게 말하고 똘똘해. 근데 얘 몇 살인지 기억해?고작 13살이야! 아직 중학생도 안된 어린애라고. 아직까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면서 가끔은 애처럼 투정도 부르고 그러는 어린애라고. 그리고, 제이 아저씨. 늘 골골거리고 힘들어하는 아저씨지만 애들한테 무슨 일 생길까봐 늘 걱정하고, 위험하다 싶으면 자기 몸은 생각 안 하고 제일 먼저 달려가서 혼자 끝나고 오는 그런 아저씨야. 마지막으로....세하. 세하는 너희가 잘 알듯이 공부 안 하고 게임 중독에 만사 귀찮아하는 그런 성격이지. 근데, 얘도 다른 면 많아. 자신이 한 일도 아닌 일에 사과를 하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울기도 하고, 누군가를 다정히 안아주고 위로 할 줄도 아는 그런 애야."

정미가 학생들을 보며 일장연설을 하고 숨을 고르더니 다시 학생들을 보며 말한다.

"얘들도 사람이야. 우리처럼 울고!웃고!먹고!마시고!자고!사랑도 하는 그런 사람들이라고!!!근데 너희가 무슨 권리로 얘들을 평가해!!!"

"입 **, 우정미!!!!계속 그렇게 나오면 너도 저것들이랑 똑같이 취급 받을 뿐이야!!!"

태경이 총을 겨누며 말하자 정미가 무표정으로 태경을 보며 말한다.

"상관없어. 난 너희들이랑 같은 취급 받는 게 더 기분 나빠. 학교의 영웅이네, 새로운 영웅이네 하며 떠받들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너희들보단 난 내 친구들 옆에, 내 남자친구 옆에 서겠어."

정미가 뚜벅뚜벅 태경을 향해 걸어가자 태경이 총을 겨누며 말한다.

"가까이 오지마!!오면 쏴 버릴거야!!!"

"쏠 테면 쏴 봐. 그런 배짱이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정미의 말에 태경이 방아쇠에 손을 얹기는 했으나 쏘지 못한 채 덜덜 떨기 시작한다.

결국 태경의 앞까지 온 정미가 발로 태경의 정강이를 걷어차 무릎 꿇게 만들더니 한 쪽으로 총을 차 버리고는 그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나 하나 쏘지도 못하는 사람이 애들을 죽이겠다고?어리광도 적당히 부려. 정말 지긋지긋하고 못나보이니까."

정미의 말에 태경이 부르르 몸을 떨며 정미를 노려보고는 말하기 시작한다.

"그래....그 때도 그랬어. 내가 너한테 호감 있다고 다가섰을 때부터 넌 쭉 그 표정이었어.경멸 섞인 그 눈. 쓰레기를 보는 듯한 그 눈!!"

태경이 광기 섞인 눈빛을 보이며 정미에게 말한다.

"대체 왜 나를 그렇게 보는 거지?!이세하 저 자식보다 내가 돈도, 지식도, 운동도 어느 것도 아나 빠지지 않고 훨씬 앞서는데, 왜!!!"

"........"

"왜 내가 저딴 쓰레기한테 밀리...."

"입 조심해, 강태경!!!"

정미가 날카롭게 쏘아붙이더니 그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까놓고 이야기 해줘? 난 네 성격이 마음에 안 들어. 모든 게 자기 마음대로 안되면 땡깡 부리고 화 내고 하는 그 모습이 너무 보기에 추했거든."

"그러는 이세하는?"

"....."

"이세하는 어떻는데?!게임 밖에 모르는 바보가 어디가 좋다는 건데!!!"

"입 조심하라고 했지!!!"

정미가 정말 유려한 동작으로 유현의 얼굴에 킥을 꽂아넣고는 그를 쏘아보며 말한다.

"그래. 세하는 게임중독 바보 맞아. 근데 그거 알아?세하는 적어도 남을 무시하지 않아.둔하고 세상에 관심 없는 것 처럼 보여도!!언제나 내가 힘들 때 말없이 위로해주고, 날 위해 달려와주는 그런 애야!!!너 같은 밑바닥이랑 다르다고!!!"

정미의 말에 유현이 지금껏 느껴** 못한 열등감과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주먹을 꽉 쥐더니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네가 뭔데......"

"뭐?"

"너 따위가 뭔데!!!!!!!"

달그락하는 작은 쇳소리와 함께 태경의 몸이 정미를 덮친다.

그리고.....

푹 하는 들려서는 안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아아.....아아아아아......"

유현은 당황했다. 분명히 그가 집은 무기는 세하의 공격으로 이가 나가버린 단검이었다. 그러나 그 무딘 단거은 너무나도 쉽게 여린 소녀의 몸을 찔렀다. 마치 덜 익은 고기를 자르기 위해 칼을 들었을 때 느꼈던 기묘한 느낌과 동시에 소녀의 몸을 열심히 돌던 뜨거운 피가 그의 손을 타고 흐르는 걸 보자 그는 엉덩방아를 찍으며 뒤로 넘어진다. 이내 자신의 손에 묻은 게 눈 앞에 있는 소녀, 정미의 것이며 그녀의 배에 꽂혀있는 칼은 자기가 한 것이며, 이 모든 게 꿈이 아닌 현실인 걸 깨달은 그가 뒷걸음을 치며 말한다.

"아....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

".....아.......윽......"

정미가 옆으로 쓰러지자 유리가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와 그녀를 받친다.

"저..정미야!!!!정미야!!!!"

유리의 말에도 아픔에 정신이 없는 지 신음소리만 내자 제이가 세하를 데리고 달려온다.

"정미 동생!!!"

제이가 황급히 달려와 정미의 상태를 보더니 얼굴을 굳히며 말한다.

"유리야. 당장 내 배낭에서 깨끗한 수건이랑 소독용 약병 그리고 지혈제 좀 가져와줘!!!"

"아....알았어요!!!기...기다려요, 아저씨!!!"

유리가 쏜살같이 뛰어가자 세하가 하얗게 질리니 얼굴로 제이를 보며 묻는다.

"아저씨!!이..이제 어떻게 하죠?출혈이 너무 심해요!!!"

"조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동생. 유리가 내가 말한 걸 들고만 오면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진지한 제이의 말에 세하가 말을 잇지 않고 한 손으로는 정미의 손을 꼭 잡고 다른 손으로는 출혈부위를 누르고는 파리한 정미의 얼굴을 입술을 깨문채 본다.

그 때.

유리가 한 손에 제이가 말한 용품들을 든 채 뛰어오더니 곧바로 제이의 손에 인계한다.

"이...이거면 되요?!이거면 우리 정미 살릴 수 있냐고요!!!"

"살릴려면 정미를 의사한테 데리고 가야지. 지금부터 내가 할 건 그 때까지 버틸 응급처치야."

말을 끝낸 제이가 소독약병을 유리에게 쥐어주며 말한다.

"유리야. 지금부터 내가 이 단검을 뽑을 거야."

"네?!그....그러면 피가 더 나잖아요!!!차라리 이대로 의료시설까지 가면...."

"이 단검, 위상력에 덮혀있어."

"....네?!그게 왜....."

유리가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제이를 보자 세하가 입술을 꽉 깨물며 답한다.

"일반인에게 위상력은.....독이나 다름없으니까....거의 맹독이야."

"뭐....뭐라고?!"

유리의 반응에 제이가 시간이 없다는 듯 단검을 잡으며 말한다.

"셋에 뽑을거야. 뽑으면 유리는 바로 소독약 뿌리고, 세하는 지혈제를 뿌린 뒤에 수건으로 지혈해줘. 알겠니?"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제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단검을 보며 말한다.

"하나....둘....셋...!"

쑤욱 하고 단검이 정미의 배에서 뽑히자 유리와 세하가 번갈아가며 약을 뿌리고는 곧바로 지혈에 들어간다.

"ㅇ....아....윽....."

정미가 괴로운 지 고운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를 내자 유리가 정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정미야!조금만 참아! 곧 의사가 있는 곳으로.....!"

".....하...아.....유리....야....."

"정미야!말하지마! 말 안 해도 괜찮으니까...."

유리의 말에도 정미가 힘겹게 고개를 젓다가 말한다.

"플레인....게이트...."

"플레인 게이트?!거긴 왜?!지금 네 상태로는....!"

"케롤....언니.....언니한테.....가자...."

정미의 말에 듣고 있던 세하가 유정을 보며 말한다.

"유정이 누나!케롤 누나한테 전화해주세요!!정미가 위상력 칼에 찔렸다고요!!!"

"알았어!슬비야!도주경로 확보를 부탁해!!!"

"알았어요, 언니!!!"

슬비가 빠르게 뛰어올라가 주변의 경로를 탐색하기 시작하자 세하가 돌연 자신의 요원복을 벗더니 정미의 배에 있는 수건에다

가 묶는다.

"이 정도면 수건이 흔들리거나 하진 않을거야...이제 남은 건...."

"골든타임 안에 들어가**다는 거지....."

제이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테인이 걱정되는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형...괜찮아요?아직도 몸도 제대로 회복 못 했는데....."

"괜찮아. 이 정도면 뛸 수 있으니까. 서두르자."

그러더니 정미를 자신의 등에 업고는 뒷걸음 치며 벌벌 떨고 있는 태경을 건블레이드로 겨누며 중얼거린다.

"그 전에 저 쓰레기부터 태워버리고."

분노 때문인지 평소와 다르게 살기 짙은 위상력이 건블레이드에 모이기 시작하자 유리가 기겁을 하며 말린다.

"자자잠깐만, 세하야!!그건 좀 아니잖아?!사람을 죽일 셈이야?!"

"사람?저딴 게 사람이야?열등감 때문에 정미를 찌르고 그런 주제에 벌벌 떨고 있는 저게 사람이냐고!!!"

세하의 말에 유리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세하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으며 말한다.

"이런 쓰레게는 뼛조각 하나 안 남기고 태워버려야 해. 흔적도 안 남게."

저벅저벅 세하가 피할 수 없는 거리까지 다가가 태경의 머리에 건블레이드의 총구를 들이대자 유현이 눈물콧물을 다 쏟으며 말한다.

"사...살려줘....아니....살려주세요.....죽기 싫어요....살려주세요......잘못했습니다...한번만...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그럼에도 세하의 표정은 이미 쏘기로 마음 먹었는 지 굳어져있다.

이내 세하의 입에서 사형선고 같은 말이 떨어진다.

"사라져, 쓰레기."

세하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하지....마....."

등 뒤에서 들려온 가느다란 목소리에 세하가 멈칫한다.

"정미...야...."

"...하아....하지마....세하야....손....더럽히지...마...."

"정미야...난..!"

"알아....나 때문에....화난 거....콜록.....하아.....그래도.....안돼....손 더럽히면....너도....똑같아지잖아...."

"......."

"그러니까...콜록....그냥....가자....응?"

정미가 세하의 목에 건 팔에 힘을 주며 말한다.

"내가 아는 세하가 아닌 것 같아서.....나....무섭단 말이야....."

정미의 말에 세하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더니 방아쇠를 당기며 소리를 지른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크기의 불꽃이 소리와 함께 건블레이드에서 뿜어져나왔지만.....

"꼬로록......"

태경이나 주변사람들은 다치지 않고 천장에 구멍과 함께 그을린 자국이 났다.

"고마...워....세하야....콜록콜록!!!"

정미가 말하다가 축 늘어지자 세하가 다급한 목소리로 정미를 부른다.

"정미야!!정미야!!!"

".....하아.....빨리 가자......세하야.....추워....."

"응....가자.....따뜻한 곳으로 가자."

세하가 몸을 돌려 검은 양 팀쪽으로 뛰자 유리가 손짓하며 재촉한다.

"세하야!!!"

"출발해, 유리야!!최고 속력으로!!"

세하의 외침에 검은 양팀이 슬비가 봐 둔 도주경로로 뛰기 시작한다.

"정미야, 조금만 참아. 케롤 누나가 있는 곳까지 최대한 빨리 가고 있으니까....!!"

세하의 말에 정미가 푸흡하고 작게 웃으며 말한다.

"빨리 안 가도 되는데....."

"무슨 말이야?!빨리 가야 치료를 받을 거 아니야?!"

세하의 말에 정미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렇게 업힌 건 처음이잖아....."

"........"

"늘 창피하고 부끄러워서.....안 업힌 건데....업히니까.....좋다...헤헤...."

정미가 세하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말한다.

"크고....따뜻해, 세하 등......이렇게 기분 좋을 줄 알았으면 많이 업힐 걸....."

"그만.....그만해, 정미야.....말 아껴....너 지금 다쳤다고....!!!"

세하의 울음 섞인 말에 정미가 세하의 목에 건 팔에 힘을 주며 말한다.

"이렇게 울보인데....자기도 힘들면서 나 먼저 챙겨주는 바보인데.....뭐가 무서워서....이런 행복을 거부했던 걸까....?"

"그만.....그만하란 말이야....."

결국 세하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자 정미가 더 꼭 껴안으며 말한다.

"그래도....너랑 만났던 시간 동안....되게 행복했어....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 못 했었는데.....이렇게 너랑 만나고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서.....되게 기쁘다?"

결국 정미도 목이 메는 지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세하야....."

"응....정미야....."

"꼭.....좋은 사람 만나....또 나 같이 틱틱거리기만 하는 여자애 만나지 말고....알았지?"

"정....미야...."

"밥 거르지 말고.....게임 줄이고.....나 없어도 옷 잘 다려입고......콜록...!"

정미가 말하다가 결국 입에서 피를 살짝 토하더니 세하의 볼에 자신의 볼을 부빈다.

"하아....이것도....많이 해둘걸....세하 냄새....아빠 같이 포근해서...편해지는데...."

"앞으로도....많이 하게 해줄테니까.....조금만....조금만 더 버텨....."

그 말에도 불구하고 정미의 의식은 점점 흐려져가기만 하며 세하와 있었던 일들을 다시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와 처음 만났던 기억, 그에게 심한 말을 했던 기억, 그럼에도 다가오는 그에 대해 설레었던 기억 등 그에 대한 여러가지 감정과 추억들이 떠오르자 정미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그와 동시에 정미의 머릿속에는 지금껏 미뤄뒀던 말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좋아한다고. 날 사랑해줘서 고맙다고. 내 곁에 있어줘서 행복하다고. 늘 마음 속에 담아뒀지만 부끄럽다는 이유로 말하지 못했던 진심. 그것이 그녀의 머리 속에 맴돌기 시작하자 정미가 흐려져가는 의식을 붙잡으며 생각한다.

'말해야해....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 말을....꼭 전해야 한단 말이야!!!정신차려 우정미!!!!'

그러나 그녀의 몸은 이미 제어를 벗어난 상태....찔린 부위에서 계속 새어나오는 피와 몸 안을 돌며 정신마저 헤집는 위상력이 이제는 몸의 제어권마저 상실케 한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건.....세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다.

"세....하야...."

".....조금만....조금만 더 버텨.....얼마 안 남았으니까.....!!!"

"하아.....세하야....."

정미가 힘겹게 세하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조용히 속삭인다.

"사랑해, 세하야...."

"......."

"사랑해, 세하야. 날 사랑해줘서 고마웠어. 네가 내 곁에 있어줘서 정말로 행복했어...."

정미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세하도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응....그러니까.....조금만 더 버텨줘.....부탁이야....."

세하의 말에 정미가 세하의 볼에 얼굴을 부비며 생각한다.

'할 말 다하면....후회 같은 거.....없을 줄 알았는데....자꾸....욕심이 나네.....세하 옆에.....오래오래 있고 싶은데....더 많이....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그러나 그녀의 의식은 그녀의 생각과 다르게 흐려지기 시작한다.

흐려지는 의식 속, 정미는 한 번 더 그에게 말한다.

"세하야.......사랑해......"

정미의 말이 끝나는 순간.....

툭 하고 그녀의 팔이 축 늘어진다.

".....정미야?"

"......"

"정미야.....장난치지 말고....."

"........"

".....***.....우정미!!!!눈 떠!!!!조금만 더 버티란 말이야!!!!!!"

세하의 절규에 앞에서 달려가던 슬비가 돌아보고는 황급히 세하의 곁으로 다가와 정미의 상태를 살핀다.

'숨이 약해.....맥박도 거의 잡히지 않고.....이대로 두면.....도착하기도 전에....!!'

정미의 상태를 확인한 슬비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이세하, 정신 차려!!정신 차리고 내 말 들어봐!"

"정미야....정미야....."

"이세하!!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슬비의 일갈에 세하가 빨개진 눈으로 슬비를 바라본다.

"슬비야.....나....어떻게 해야 해?정미....어떻게 해야 해?"

"진정해. 진정하고 내 말 잘 들어, 이세하."

슬비가 세하를 다독이며 말을 이어간다.

"아직 정미 안 죽었어."

"뭐?!"

"살릴 수 있다고!!거의 빈사라 그렇지, 언니한테 가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살려둘 순 있다고!"

"그....그게 정말이야?!어...어떻게?!내....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넌 계속 달리기만 해. 정미는.....내가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그러더니 정미의 등 뒤에 손을 얹더니 위상력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러자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슬비의 손에 작은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일종의 자동제세동기야. 강제로 심장을 뛰게 만드는 거지."

"그....그러면 아예 살릴 수도 있지 않아?!"

"잊었어?!정미의 심장을 뛰게 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 않아!!심장이 뛰기 시작하면 다시 출혈이 시작될 거고, 가뜩이나 몸을 상하게 하는 위상력이 더 날뛰게 될테니까!!!"

슬비의 설명에 세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이내 결심한 듯 말한다.

"....즉...한계가 명확하다는 뜻이구나...."

"응. 게다가 내 위상력으로는 기껏해봐야 5분 남짓이 한계니까 시간도 촉박해. 언제까지고 유지하는 건  불가능 해. 최대한 빨리 도달하는 수 밖에 없어."

"그런 거라면.....자신 있어."

세하가 전방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슬비에게 묻는다.

"게이트까지 얼마 남았지?"

"대략 5분정도. 속력을 높혀야 해."

"좋아.....어디 한 번 해보자고...."

세하가 다리에 위상력을 집중시키더니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나가며 생각한다.

'정미야....조금만 더 힘내줘.....꼭....꼭 살려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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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울 구석진 곳에 위치한 플레인 게이트.

평소와 다르게 여유를 잃은 케롤리엘과 정도연 박사가 게이트 입구를 보며 서성거린다.

"빨리 와야 하는데.....위상력에 너무 오래 노출되면 진짜 큰 문제가 생기는데...."

"너무 걱정말아요, 닥터 케롤리엘. 그들은.....제 시간에 올 거에요."

"그래도.....걱정된단 말이에요, 닥터 정...."

케롤이 불안한 표정으로 게이트를 보는 그때....

"케롤 누나!!!"

세하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뛰어들어온다.

"What the....?! 세...세하군?!이...이게 어떻게...."

"설명은 나중에요....일단 정미부터 살려주세요!!!"

슬비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말하자 케롤리엘이 다른 의사들에게 정미를 데리고 가라고 한다.

정미의 몸에 자동제세동기가 부착되고 이내 슬비가 해낸 것과 마찬가지로 심장을 뛰게 만든다.

"Oh, god.....세하군.....상처가....!여기요! 거기 몇 분 이 요원 좀....!"

케롤이 고개를 돌리며 의료요원을 부르려 하자 세하가 케롤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저보다....정미를 먼저 살려주세요...."

"세하군! 정미 양도 중요하지만 세하 군도 very dangerous 하다고요!!"

"알아요....그래도....정미부터 살려주세요....!!!"

세하가 눈물을 흘리며 케롤에게 말한다.

"부탁이에요.....제발....정미를 살려주세요....."

세하의 말에 케롤리엘이 입술을 꽉 물더니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럼 조금만 기다려요. 정미 양을 살리고 돌아올테니까....그 때까지.....꼭 버텨요. 알았죠?"

케롤이 수술실 방면으로 뛰어가자 정도연이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주머니에서 주사기 하나를 꺼내며 말한다.

"이거 맞고 기다려요, 이세하 요원. 적어도.....정미 양 수술 끝날 때까지는 버텨야 하잖아요?"

"이게 뭐죠....?"

"일종의 진통제에요. 급한 출혈이랑 몸에 누적된 데미지를 일시적으로나마 막아주는 약이죠."

"......."

"단, 이걸 맞는다고 해도 낫는 게 아니에요....그저....임시로 연장하는 거지."

"......."

"....그럼에도 맞고 기다릴거죠? 정미 양이 나올때까지?"

".....네. 기다릴 거에요."

세하의 말에 정도연이 세하의 팔에 주사를 놓더니 빙그레 웃는다.

"제가 괜한 걸 물었군요. 세하 군이 황소고집인 건 세상 사람들이 아는 사실인데."

그러더니 수술실을 한 번 쓱 보더니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럼 저도 수술실로 가볼게요. 닥터 케롤리엘과 의료요원들의 실력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위상력에 중독된 사람의 치료는 생명공학쪽만으로는 조금 힘들테니까요."

정도연 박사가 수술실 방향으로 뛰어들어가자 슬비가 세하를 보며 묻는다.

"괜찮을거야, 세하야....정도연 씨랑 케롤 언니의 실력은 너도 알잖아....."

"......"

"그러니까.....조금만 기다려보자....."

슬비의 말에 세하가 말 없이 수술실 앞에 위치한 긴 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건블레이드를 지팡이 삼아 쉬기 시작한다.

"......"

".....물 마실래?"

"......응. 부탁해."

세하의 말에 슬비가 연구실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나온다.

그 때....

"슬비야!!!!"

뒤에서 쫒아오는 요원들을 막기 위해 흩어졌던 유리, 제이, 테인이, 유정이 게이트로 들어온다.

"저...정미는?!세하는?!수...수술 잘 못 됬어?!"

"진정해, 유리야.....하나하나 말해 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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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쯤 지났을까...

모두가 누적된 피로로 인해 졸고 있는 와중에, 세하만이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수술실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기다린다.

그 때....

몇 시간 동안 계속 켜져있던 수술실 사인이 꺼지고 닫혀있던 수술실 문이 열린다.

문이 열리자 졸고 있던 검은 양팀도 눈을 번쩍 뜨더니 수술실에서 나온 케롤리엘과 정도연에게 다가간다.

"케롤누나, 정도연 박사님. 정미....정미 수술은 어떻게 됬나요?!"

"......."

"수술 어떻게 됬냐고요!!!!!!"

세하가 화내듯 말하자 케롤리엘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수술 자체는.....성공했는데......"

"성공했는데....?"

"흐흑.....미안해요, 세하군.....정미양이....정미양이....."

케롤리엘이 울음을 터트리자 세하가 손을 덜덜 떨며 묻는다.

"정....정미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에요?!무슨 일이 생긴 건데요!!!!!"

"흐흑.......미안해요...미안해요, 세하군...."

케롤리엘이 펑펑 울며 오열하자 세하가 정도연을 보며 묻는다.

"정도연 박사님.....정미한테....무슨 일이 생긴거에요?"

".......아까 닥터 케롤리엘이 말한 대로 수술 자체는 성공했어요.....문제는...."

"문제....는?"

".......출혈이 너무 심해서.....의식불명 상태에요......"

".....네?"

".......미안해요, 이세하 요원.....깨어나긴 하겠지만......언제 깨어날 지는......장담을 못 하겠네요."

정도연 박사가 눈을 꼭 감으며 말하자 세하가 털썩 바닥에 주저앉는다.

"세...세하야!!!"

"안돼......안돼 정미야.....안....돼....."

세하가 이동식 침대에 실려나오는 정미를 보고는 벌떡 일어나 달려가 정미의 얼굴을 확인한다.

"안돼....정미야....제발....제발 부탁이니까.....일어나....."

세하가 정미의 손을 잡고는 자신의 볼에 비빈다.

"정미야......안돼....안돼....안.....돼...."

그 순간.....

세하의 몸이 휘청하더니 그대로 세하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지며 피웅덩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세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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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의 이차원 연구소인 플레인게이트 안, 슬비와 유리가 누워있는 정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위상력에 뒤덮힌 검에 찔린데다가, 심각했던 출혈까지 일반인으로서는 위험한 수준에, 의료진인 케롤리엘 마저도 의식을 회복할 수 있을지 확답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니, 도울 수 없는 두 사람은 그저 이렇게 바라보며 의식이 돌아오길 기도하는 게 고작이다.

"정미...괜찮겠지?별 문제 없이...일어나겠지?"

".....그랬으면 좋겠어, 나도...."

슬비의 힘없는 말에 유리가 쏘아보며 따지자 슬비도 유리를 쏘아보며 말한다.

"나라고....나라고 정미가 안 일어나길 바라는 줄 알아?! 나도 정미가 일어났으면 좋겠어! 근데!근데....케롤리엘 언니도....그 똑똑한 언니마저도 일어날지 못 일어날 지 장담 못한다 잖아. 일어날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은데...계속 못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걸 나보고 어떡하라고!!"

유리가 뭐라고 말하려다, 슬비의 눈에 맺힌 눈물에 말을 삼키고 입을 다문다.

그 때....

똑똑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케롤리엘이 안으로 들어온다.

"미안해요.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본의 아니게 들어버렸네요."

슬비와 유리가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모르고 있자 케롤리엘이 빙그레 웃으며 정미의 몸에 부착된 기계를 체크한다.

"후훗...그런 표정 지을 필요 없어요, 둘 다. 그런 생각, 저라도 했을테니까요."

"죄송해요.....언니도 그런 말 하기 힘들었을텐데...."

슬비의 말에 케롤리엘이 살짝 미소를 짓더니 두 사람을 보며 말한다.

"힘들긴 했어요. 제 조수이기도 하고 참 성실한 아이였으니까요. 그래서....뭐라도 제대로 된 정보가 나오면 그 때는 꼭 말해주려고 했어요. 정미 양은 여러분한테도 소중한 친구이니까요."

"그 말은.....뭔가 나온 부분이 있다는 건가요?"

"그래요. 나왔어요. 지금부터 확실히 나온 결과들을 알려줄게요."

케롤리엘이 차트를 넘기더니 밝은 목소리를 내며 말한다.

"우선 정미 양의 몸 상태는 전망이 좋은 편이에요. 위상력은 지금도 꾸준히 밖으로 빼내고 있고, 그로 인한 악영향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편이에요. 바이탈도, 점차 안정되는 단계에 이르렀고요....다만.....의식쪽은 확답이 안 나오네요. 워낙 오는 동안에 받은 부담이 심해서인지 의식부분은 장담이 안되네요. 한 달일 지 1년일지...아니면 그 이상일 지..."

케롤리엘의 말에 유리가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주저앉자 슬비가 유리를 토닥이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지켜보던 케롤리엘의 눈시울도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한 편....

방안으로 들어오려다가 안의 분위기에 들어가지 못한 채 문 앞에 서성이던 제이가 이내 돌아서더니 병동에서 멀어진다.

이윽고 플레인 게이트의 입구부분까지 온 제이가 요원복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더니 길게 한숨을 쉰다.

"**....미치겠군....애들도 이제 한계가 왔나.....후우....."

제이가 라이터를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지다가, 자신의 옆으로 쓱 내밀어 진 라이터에 고개를 돌린다.

그 곳에 있는 사람은.....그가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다.

"불 찾았죠, 아저씨? 여기 있어요."

"동...생? 동생이 왜 라이터를 들고 있는 거야? 동생은 담배 안 피잖아."

"안 피죠. 그냥....석봉이 짐 정리하다가 담배랑 라이터가 있길래 가져왔죠....유품 같아서요. 그나저나.....아저씨야말로 담배 피시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 왜 들고 계신 거에요?"

"오늘은 안 피고는 못 배길 거 같아서.....예전엔 잠깐 폈어. 너희 앞에서 피는 모습 보이는 건 어른스러워 보이지 않아서 끊은 거지만...."

제이의 말에 세하가 제이가 물고 있는 담배에 불을 붙여주며 말한다.

"한 개비만 피고 가세요. 유정이 누나, 담배 냄새 싫어해요."

"잘 알지. 동생은 필 거야?"

"답답해서 피고는 싶은데...정미가 담배 피면 헤어지겠다고 협박을 해서 말이죠..."

세하가 씁쓸한 미소를 짓다가 제이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아저씨. 정미는 좀 어때요?깨어나자마자 아저씨 따라와서 아직 정미한테는 못 가봤는데."

세하의 말에 제이가 말 없이 담배를 피자 세하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한다.

"안 좋나보네요. 아저씨 모습을 보니까."

"...그래도 몸 상태는 좋은가봐. 의식은 아직 불명이지만...."

"그건....불행중 다행이네요..."

말과 다르게 어둡기만 한 세하의 얼굴에 제이가 피던 담배를 바닥에 밟아 끈 후, 세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동생. 너무 그렇게 상심하지 말라고. 정미는 곧 일어날 거야."

"그렇겠죠...?정미는....강하니까요."

세하의 말에 제이가 어깨를 두드려주고 플레인게이트 안쪽으로 들어가자 세하가 제이가 간 곳을 한참을 바라보더니 이내 밖을 보며 깊은 한숨을 쉰다.

어떻게든 마음을 쓰지 않을려고 노력하지만 세하의 마음 안에는 정미에 대한 미안함이 계속해서 생겨난다.

자신과 엮이지 않았다면 이렇게 도망 칠 필요도, 의식불명이 될 일도 없을텐데 라는 생각에 머리 속이 복잡해지는 그 때....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야, 이세하?"

익숙하지만 들려서는 안되는 목소리에 세하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경계태세를 갖춘다.

"너 뭐야....어째서....'내 모습'을 하고 있는 거야?!애쉬와 더스트가 보냈어?! 아니면 데이비드의 잔당이야?! 아니면 유니온이냐?!"

세하의 날 선 반응에 세하의 모습을 한 보라색 눈의 세하가 키득거리며 말한다.

"네가 생각하는 그 어느 쪽의 사람도 아니야. 아니, 애초에 사람이 아니지 크큭.....난 너야. 네 마음 속에 있는 너의 '또 다른 면'"

"'또 다른 면'...이라고?"

세하의 눈에 의문이 떠오르자 보라색 눈의 세하가 장난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정확히는 '또 다른 이세하'랄까? 착한 척, 정의로운 척 한다고 억누르고 있는 복수에 대한 갈망이 바로 나야."

"거짓말 하지마!네가 '또 다른 나'라면 이렇게 내 눈 앞에 선명하게 나타날리가 없잖아!"

세하의 말에 보라색 눈의 세하가 떨어져 있는 돌을 향해 손을 뻗어 집으려 하지만 손이 돌을 통과해버린다.

"봐봐. 이게 잡히지도 않고 오히려 뚫렸지? 이게 증거야. 내가 환상이라는 증거. 그리고, 네가 미쳐간다는 증거."

"내가....미쳐간다고?"

"정확히 말해주자면 너 스스로 너를 통제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뜻이지. 네 안에 쌓인 분노와 복수심, 원망과 배신감을 누르고 있던 사슬들도 이제는 없어져버렸으니까."

보라색 눈의 세하가 세하에게 직설적으로 말하다가 한 발짝 다가와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솔직히 말해서 이젠 참을 필요없잖아?정미는 의식불명이고, 석봉이는 죽었고, 유리네 부모님은 살해당했어. 널, 아니, 우리를 영웅처럼 생각하던 사람들은 그저 날조된 증거에 우우 몰려들어서 이제는 우리를 반역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러면 더 이상 그들을 지킬 필요가 없잖아? 내가 소중히 여기는 걸 다 부숴버린 게 그들인데 왜 나는 이렇게 정의의 사도인 척 하면서 사람들을 지켜야 하냐고!!!!"

"입...**!!!!!!!!!!!!!!!!!!"

세하가 옆에 굴러다니는 쇠지렛대를 휘두르자 보라색 눈의 세하가 반으로 갈라지며 서서히 옅어진다.

"크큭....거봐.....지금도 분노에 못 이겨서 휘두르잖아....너도 사실은 부수고 싶은 거잖아!!!"

"아니야...난!!!"

세하의 말에 보라색 눈의 세하가 서서히 사라지며 목소리를 남긴다.

"언제까지 부정 할 수 있을까....'나'를.....크큭.....궁금해지네....네가 내가 되는 그 때.....어떤 표정을 지을지....또....얼마나 미움받게 될 지.....기대하면서 기다리도록 하지......유니온의 특수요원 이세하님.....크큭...."

보라색 눈의 세하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세하가 쇠지렛대를 떨어뜨리며 중얼거린다.

"절대.....절대 난....너처럼 그렇게 되지 않을 거야....그래야....사람들이....우리를 다시.....그들의 편이라고 생각할테니까....이게....정의니까...."

세하가 중얼거리는 그 때, 뒤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세하에게 말한다.

"선배님이 옳으십니다."

"김가면 씨....언제부터....."

"조금 전 혼자서 '무언가'와 대화하는 부분에서부터 봤습니다."

"아.....그건 잊어주세요....미치광이로 보인다는 건 아는데...잊어주세요, 제발....잠깐.....지쳐서 헛것을 본 거니까요."

세하의 어설픈 변명에 김가면이 세하를 보며 말한다.

"알겠습니다. 뭐....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선배님. 후배가 선배님에게 감히 한 말씀 올리자면 정의는 언젠가 꼭 옳은 것이 됩니다. 그러니까, 선배님. 선배님께서는 부디 본인이 걸으려는 길에서 다른 길로 가려고 하지 말아주십시오. 선배님은 바른 분이니까요."

"....충고 감사해요, 김가면씨. 최대한.....지키려고 노력해볼게요."

세하가 애써 평온한 목소리로 김가면에게 말하고는 정미가 누워있는 병동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머리가 복잡한 탓이었을까 생각보다 빨리 정미의 병동에 도착한 세하가 병동 안으로 들어가려다 안에서 울고있는 유리와 슬비의 모습에 차마 문을 열지 못한 채 머뭇거린다.

그 순간....

슬비가 고개를 들다가 살짝 열린 문틈으로 보인 세하의 눈을 보고는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들어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녀의 손짓에 세하가 안으로 들어오자 유리도 세하를 발견하고는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세하야....왔어?"

".....얼마나 운 거야, 너희?"

".....좀 됬어....갑자기 눈물이 나서.....아무도 없길래...."

유리가 잠긴 목소리로 두서없이 말하자 세하가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미안하다, 유리야.....정미 다치지 않게 한다는 약속 못 지켜서...."

세하의 말에 유리가 고개를 젓더니 세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괜찮아?"

 많은 의미를 함축한 세 글자에 세하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괜찮아. 나보단 너희들이...."

세하가 영혼없는 대답을 꺼내자 유리가 세하의 어깨를 잡으며 말한다.

"그런 틀에 박힌 말 말고 진짜 네 마음을 말해달란 말이야! 너도 힘들잖아! 울고 싶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구는 건데? 우리가 그렇게 못 미더운 거야?우리에겐 네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없다 이 말이야?"

유리의 말에 세하가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입을 뗀다.

"미안해.....못 미더운 게 아니야....그래도....."

세하의 말에 결국 유리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세하를 보다가 나가버리자 슬비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우리 걱정 해주는 건 알겠는데....그래도....유리는 네가 조금이라도 자기에게 기대주길 바랬던거야.....나도....그렇고...."

"....미안해....유리....좀 달래줘....."

"괜찮아. 쉬고 있어....유리 좀 달래고 올테니까..."

슬비가 문을 닫고 나가자 세하가 정미의 침대 옆 의자에 털썩 주저 앉으며 중얼거린다.

".....잘 자네....안 아파 보이고.....무슨 꿈 꾸냐.....정미야....나 심심한데....."

세하가 정미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슬픈 미소를 짓는다.

들었던 심각한 상태들과 달리 너무나도 평온해 보이는 정미의 모습에 세하가 상황을 잊고 정미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한 편....

회의실에 모여있는 5명은 회의실 정면의 모니터들에 떠 있는 화면에 한숨을 쉰다.

"....환장하겠군....이제 거의 악의 축인데 우리.... "

"유니온이 썩었다는 건 전부터 조금씩 인지하긴 했지만.....이렇게까지 썩었을 줄이야....."

제이와 유정의 말에 정도연 박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간다. 

"문제는....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중앙의 화면을 봐주세요."

"뭐지....이건? 왜 점들이.....일정한 방향으로 흩어지는 거지?"

"이동하는 파란 점들은 저희가 개발한 디코이에요. 여러분들의 위상력 파장을 흉내내는 것이기 때문에 아마 저쪽의 기계들은 이 점들을 여러분으로 인식할 거에요....그런데....."

정도연 박사가 말끝을 흐리자 제이가 선글라스를 지긋이 누르며 말한다.

"그 쪽을 인식하고도 우리를 찾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무리가 있나보군."

"맞아요. 그래서 대략적으로 오는 사람들의 규모와 도착시간을 계산해보았는데.....규모는 크지 않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요. 이대로 가면....."

정도연 박사의 말이 끝나려는 그 순간, 제이가 조용히 말한다.

"우리를....찾아내겠지."

"네....어떻게든 그들의 시선을 분산시켜서 시간을 벌어보려고 하지만 효율이 그렇게 좋지 않아요...."

정도연의 말에 제이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한다.

"그럼 지금 수준의 교란만 유지해줘. 소용이 없다면 붙을 준비를 해야하니까."

"제이씨...설마....이 사람들이랑 싸울려고요?!안돼요!절대 허락 못해요!"

"...유정씨.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야. 그 역할에는....어른인 내가 맞는거고."

"그래서 안된다는 거에요!왜 혼자 짊어지려는 건데요?!제이씨도, 유리도, 슬비도, 테인이도, 세하도!왜 전부 혼자 짊어지려는 건데요?우리는 팀이에요, 팀! 혼자 희생하고 그러는 건 절대 용납 못해요!"

유정의 단호한 말에 보나가 제이를 보며 말한다.

"유정씨의 말이 맞아요. 제이 씨. 저 보고는 혼자 짊어지지 말라고 하셔놓고는 본인은 혼자 짊어지시려는 건가요?"

"보나야..."

"희생은 자기가 하겠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세요. 전 모두가 이곳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그런 방법을 반드시 찾아낼거니까. 제이 씨는 혹시나 모르는 싸움에서 꼭 살아남고, 아이들을 지켜 주세요. 제가 세우려는 계획은....검은 양팀 모두가 있어야만 성공이니까요."

"명심하지....절대....아이들도....나도....우리 모두 살아나갈 수 있게 노력할게."

"저도 최선을 다해서 도와드리겠습니다. 벌처스에....최대한의 지원을 요청해보겠습니다. 적어도....도주 수단쯤은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마워, 가면이. 덕분에 한 시름 놨어."

"아닙니다. 더 적극적으로 못 도와드려서 죄송할 따름입니다.그럼 전 다시 계획 검토를 해보겠습니다..."

김가면이 제이에게 말하고는 두 박사와 함께 도주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제이가 터벅터벅 회의실에서 걸어나오다가 복도 벽에 기대더니 콜록거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입에서 손을 뗀 제이의 손에는 검붉은 피가 한 가득 묻어있다.

검붉은 피를 본 제이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생각보다 몸 상태가 심각하군.....약을 더 늘려야겠어......가뜩이나 힘든 우리 애들이랑 유정씨한테 짐이 될 순 없으니까...'

제이가 입가를 쓱 닦고 고개를 드는 순간,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는 얼어붙는다.

"유정...씨?"

"제이 씨.....지금.....피 토한 거...맞죠?"

유정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제이가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내가 피 토하는 거 한 두번 보는 것도 아니면서....."

"그래요....당신이 그렇게 피 토하는 거 한 두번 보는 게 아니죠.....당신이랑 내가 같이 있던 시간이 얼마인데...."

유정이 제이를 보며 한숨을 쉬다가 제이의 손을 덥썩 잡아 피가 덜 닦인 손바닥을 펴며 말한다.

"근데 당신이 이렇게까지 검붉은 피를 토하는 건 본 적이 없었어요!이렇게까지 당신 몸이 망가졌을 줄은 몰랐다고요!"

유정의 말에 제이가 유정의 어깨를 잡으며 유정을 달래려하자, 유정이 제이의 손을 뿌리치며 말한다.

"맨날 자기가 힘든 건 다하려고 하고, 그러면서 힘든 건 티 안내려고 하고! 당신은 당신의 몸 걱정 안 하는 지 모르겠지만, 난 걱정돼. 걱정된다고! 당신도 내 곁에서 사라질까봐, 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질까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곁에서 떠난다는 게 난 싫고 무섭단 말이야!!!!"

유정이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하자 제이가 선글라스를 벗고 무릎을 꿇더니 유정과 눈높이를 맞추며 말한다.

"유정씨...아니...유정아. 나 안 죽어. 널 두고 먼저 안 갈 거야. 이렇게 날 위해 울어주고 걱정해주는,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두고 절대 안 죽을 거야."

"거짓말...그렇게 말해놓고는 또 위험한 일 있으면 또 먼저 나가서 잔뜩 다쳐올 거면서...."

"응....아마도 그렇겠지....동료들과 약속한 것 때문에....또 그들에게 배웠던 것들 때문에, 그들에게 빚졌던 목숨의 댓가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뛰어가겠지만....약속할게, 유정아. 절대....너만 놔두고 죽지 않을게. 네 옆에 계속 있을테니까...그러니까....너도.....내 옆에서 떠나지마..."

제이의 부드러운 말투에 유정이 울며 제이에게 안기자 제이가 유정의 등을 토닥거리며 생각한다.

'누님....형.....베로니카....그리고....내 전우들.....이제 나한테도 그 때의 당신들처럼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생겼어....당신들이 날 지켜주기 위해 싸웠던 것처럼, 나도 당신들을 다시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게 싸우고 싶어졌어. 그러니까....내 숨이 다 할 때까지, 내 주먹이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내 몸이 움직이지 않는 그 순간까지....날 지켜줬던 그 때의 당신들처럼....내가 지키고 싶은 이 여자를....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게....내게 꺾이지 않을 의지를....내가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축복이 있기를.....빌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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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뒤....

눈을 뜨지 않는 정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세하는 어느새 그녀의 침대 옆 좁은 책상에 이마를 댄 채 꿈을 꾸고 있다.

'....여긴 어디지....?왜 이렇게 ....깜깜한 거야?'

세하가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을 향해 이리저리 팔을 휘두르며 한 발을 내딛자, 발 밑에서 찰박하고 액체를 밟은 듯한 소리가 난다.

'물....인가?도대체 여기가 어디길래.....물이 바닥에....?'

세하가 확인을 위해 위상력을 사용해 빛을 밝히려 하나.....위상력이 나오질 않는다.

'뭐야....?왜....위상력이 안 나와? 서....설마....나....위상력 상실증이라도 걸린거야?!'

세하가 당황하며 계속 위상력을 발동시키려는 순간, 세하의 눈 앞이 갑자기 환해진다.

이윽고, 빛이 가시자 보이는 것은....특수요원복을 입은 검은 양팀 인원들이 자신의 앞에서 싸우는 모습이다.

'뭐...뭐야...지금...어떻게 된 상황이야?'

상황을 이해 못한 세하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앞으로 이동하는 그 때...

푸욱 하는 들려서는 안되는 소리와 함께 제이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진다.

'아저씨!!!!!'

세하가 소리치려고 하지만 나오는 건 숨뿐....목소리는 속에서 울려퍼질 뿐이다.

'**....!왜 목소리도 위상력도 다 안 나오는 건데!!!!제발 나와! 나오라고!!!!'

세하가 계속 위상력을 짜내려고 시도하는 그 순간....두 번째 불길한 소리가 세하의 귀에 연이어 들려온다.

'테....테인아!!테인아!!!!'

이번엔 테인이의 작은 몸이 종이인형처럼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자 세하가 절망과 분노가 섞인 표정을 지으며 팀원들을 공격하고 있는 요원들에게 달려든다.

그러나....상대는 요원. 위상력이 나오지 않는 평범한 그의 몸으로는....

'커억...!'

처참하게 짓뭉개질 뿐이다.

요원들의 공격에 만신창이가 된 세하가 몸에 힘을 모아 일어나려고 하자, 위에서 요원 하나가 그를 찍어 누르며 말한다.

"뭐야, 이거 벙어리에 위상력 상실증이야?이것 참.....알파퀸의 아들이라고 해서 재미 좀 보나 했는데 재미없게 됬네."

'이...자식들....'

자신을 노려보는 세하의 눈빛을 본 요원이 무언가 재밌는 게 떠올랐는지 세하처럼 제압 당한 유리와 슬비 그리고 유정을 세하가 잘 보이는 장소로 데리고 오더니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칼을 꺼내든다.

"거기서 지켜봐. 네 친구들이, 네 관리요원이 우리들에 의해서 망가지는 모습을."

'그...그만둬!!!!그만두라고!!!!!!!'

"뭐....우리끼리 재미보다가 재미없어지면 그 땐 너한테 돌려주지. 그때까지....이것들이 제정신일지는 모르겠지만."

요원이 세 사람의 옷을 찢어버리고, 자신의 허리춤을 만지작거리자 세하가 그 후에 일어날 상황을 알았는지 요원들로부터 벗어나려 발버둥친다.

"세...세하야!!!살려줘!!!!"

"세하야!!!"

"이세하!!!!!"

'유리야!!!유정이누나!!!!슬비야!!!!"

세하가 힘겹게 그들을 향해 손을 뻗어**만.....

"꺄아아악!!!!"

"아...아파!!!!사...살려줘, 세하야!!!!"

그 손은...닿지 못한다.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세하가 눈을 질끈 감고 자신의 귀를 막으며 소리친다.

'그만그만그만그만그만!!!!!!!!!!!!!!!!!!!!!!!!!'

그러나....귀를 막아도....그녀들의 비명은 끝없이 그의 귀로 들려온다.

'제발...제발 그만해.....그만하란 말이야!!!!!!'

세하가 속으로 그만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외치자 갑자기 귀에 들려오던 그녀들의 비명소리가 멈추고, 위에서 누르던 무게가 사라진다.

'뭐...야?갑자기....왜...아무것도 안 들리지?'

세하가 몸을 일으키자 보이는 것은 또다시 어두컴컴한 어둠이다...

그 때....

어둠속에서 저벅저벅 걸어나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한 형체가 세하의 눈 앞에 나타난다.

'슬비....야?'

".....왜 날 안 도와준 거야?왜 내가 이 꼴이 되게 놔 둔거야?난 널 좋아했는데...난 네가 구해줄 거라고 믿고 버텼는데....!!!"

'슬...비야....'

"미워...미워미워미워미워!!!!!!!!!!"

이리저리 찢긴 옷을 입은 슬비가 세하에게 달려들어 목을 조르자 그 반동에 세하가 그대로 바닥으로 넘어진다.

그러나 세하의 생각과 다르게 바닥에 그의 몸이 닿는 그 순간,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세하의 몸이 밑으로 가라앉기 시작한다.

세하가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자 주변에서 기포들이 뭉치더니 유리와 유정, 그리고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이 나타나 세하에게 몰려든다.

"죽어....죽어죽어죽어!!!난 널 믿었는데!!!넌 내가 이런 꼴이 될 때까지....!!!"

"죽어....이런 꼴이 될 때까지 도와주지 않았던 너 같은 건...!!!!"

"죽어...!!!"

주변에서 들여오는 목소리와 자신의 목을 조르는 사람들의 악력에 세하가 눈물을 흘리며 버둥거린다.

'아니야....!!안 도와 주고 싶어서 안 도와준 게 아니라고....내가 원해서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눈물을 흘리며 자신을 원망하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세하의 옆에 익숙하면서도 이질적인 목소리의 세하가 세하에게 말을 건다.

'원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들리지? 느껴지지?이게 바로 현실이야. 힘이 없어지고, 힘이 약한 네가 맞이하게 될 현실. 이런데도 날 거부할 생각이야?네가 지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지키려면 내가 필요하지 않겠냐고!!!!'

보라색눈의 세하가 말을 하며 세하에게 나가오다가 수면 위를 돌아보더니 중얼거린다.

'흐음....밖이 시끄럽네....아무래도 우리의 대화는 다음으로 미뤄야겠어...'

'뭐?그게...무슨...?'

세하가 말하려는 순간, 세하 주변에 거품이 끓어오르더니 세하의 몸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수면 위로 세하의 몸이 떠오르는 순간, 현실의 세하가 눈을 뜬다.

"도....돌아온 거야?"

세하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멀지 않은 곳에서 느껴지는 위상력과 충격파에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이 정도로 위상력의 충돌이 있다는 건.....누군가가 싸우고 있다는 건데...?!**....들켰나?!빨리 도우러 가야...!'

세하가 의자에서 일어나 자신의 장비가 있는 자신의 병실로 가려는 그 때, 병실 문이 열리면서 요원들이 들어온다.

"찾았다. 여기 있었군. 세트로."

"빨리 잡고 합류하자고. 슬슬 끝나가는 모양이니까."

요원이 장비를 꺼내며 다가오자 세하가 요원들의 움직임을 보다가 주먹을 꽉 쥐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신기루]"

세하가 읆조리자 세하의 다리와 팔이 푸른 빛에 물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세하의 몸이 사라진다.

그 순간, 세하의 앞에 있던 요원들의 몸이 끈 떨어진 인형처럼 앞으로 고꾸라지더니 그 뒤로 세하가 나타난다.

'역시...이건 힘 조절이 안돼......게다가....너무 힘들어.'

숨을 몰아쉬던 세하가 쓰러진 요원들을 질질 끌어 복도에 던져놓고는, 자신의 방으로 뛰어가 건블레이드를 집어들고 밖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제발....아무 일도 없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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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하가 불길한 마음을 누르며 병동블록을 빠져나오자 보이는 것은 긴 생머리가 헝클어진채 숨을 몰아쉬는 유리와 피가 나는 

팔을 누르고 있는 슬비와 피투성이가 된 채 유정과 테인에게 보호를 받고 있는 제이의 모습이다.

"이게 뭐하는 짓이죠?!이렇게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공격해도 되는 거에요?!"

보나가 요원에게 소리치자 요원이 시끄럽다는 듯 귀를 파며 말한다.

"이봐, 최보나 박사. 이 사람들은 범죄자들이라고. 다른 것도 아니고, 데이비드의 하수인 짓을 한 죄인들인데, 이렇게 다뤄도 

된다고."

"그들이 한 건 사람들을 구한 것 뿐이에요!데이비드를 막으려고 한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취급한다면 유니온에 인권유린이라

고 정식으로 항의하겠어요!"

보나가 씩씩대며 말하자 귀를 파던 요원이 보나를 째려보더니 이내 보나에게 손찌검을 한다.

보나의 몸이 바닥에 나뒹굴자 요원이 내려다보며 말한다.

"이게 진짜....그래도 박사라고 오냐오냐 해줬더니 계속 기어오르네, 꼬맹이가. 확 죽여버리기 전에, 눈 풀어라, 앙?"

그 순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하가 까드득 하고 이를 갈더니 온 몸에 위상력을 집중시키며 보나의 앞에 있는 요원을 향해 총알처럼 날

아가 몸통박치기를 한다.

그 충격으로 요원이 다른 요원들이 있는 곳을 넘어 날아가자 세하에게 모든 시선이 집중되지만 세하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요

원들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온다.

"지금부터 셋을 셀테니까, 그 안에 내 앞에서 꺼지세요. 지금 전 기분이 되게 안 좋거든요."

"웃기지마! 네가 그런다고 우리가....!"

요원 중 하나가 세하에게 말을 하다가 자신의 앞으로 날아오는 거대한 화염에 기겁을 하며 옆으로 굴러 피한다.

"말했죠, 저 지금 기분 안 좋다고. 우리 애들이랑 아저씨, 누나, 그리고 보나까지....내 사람들을 건들고도 이런 건 예상 못했나

보죠?"

"이...이 반란분자가!!!!"

클로를 낀 요원이 클로를 뻗으며 다가오자 세하가 무심하게 건블레이드로 요원에게 폭발을 날리며 걸어간다.

"지금부터 셋을 세겠습니다. 하나...둘...셋...."

세하가 셋을 세더니 건블레이드에 위상력을 집중시키고는 요원들을 향해 말한다.

"뭐.....안 꺼질거라고 예상은 했어요...그럼.....그 몸뚱이 채로.....치워드리죠, 이곳에서."

세하의 몸에서 지금껏 느끼지 못한 살기등등한 엄청난 양의 위상력이 폭사되자 슬비가 가슴을 부여잡으며 힘겹게 말한다.

"세하야!!!죽이면...안돼!!죽이면 우리는 진짜....!"

"안 죽여. 그러니까 걱정말고 뒤로 물러나 있어. 이것들은 차라리 죽여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롤 망가뜨릴 거니까."

살기등등한 기운을 풍기며 세하가 천천히 걸어가자 요원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며 대응할 준비를 한다.

"네까짓 게 감히, 우리들을 묻어버리겠다는 거냐?너 같은 그저 잠재력 뿐인 반푼이가?"

요원의 도발에 세하가 비릿한 미소를 짓더니 팔다리에 위상력을 끌어모으며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닌데....한 가지 오해하는 게 있어. 난 남들이 나 보고 알파퀸의 아들 답다는 소리하는 게 듣기 싫어서 안 한거지, 

재능이 없는 건 아니거든....특히나....압도적인 힘으로 누르는 거라면 더더욱."

세하의 몸이 앞으로 쏘아지더니 이내 도발한 요원의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폭쇄.]"

엄청난 기운의 폭발이 부채꼴 모양이 퍼지자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마치 바람에 휘날리는 종이인형처럼 사방으로 날아간다.

"이...이 자식이...!!"

멍하게 있던 요원들이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세하에게 덤벼들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불나방들 주제에.....까불지 말란 말이다!!!!!!!!!"

세하가 달려오는 요원들의 공격에 맞춰 몸을 피하며 요원들의 등 뒤에 연이어 치명적인 공격을 날리자, 요원들이 급히 피하기 

시작한다.

"뭐...뭐야?!왜....왜 이렇게 센 건데?!고작...고작 반푼이가 왜 이렇게 세냐고!!!!"

"거참, 반푼이 반푼이 시끄럽네....입부터 날려버려야 하나?"

세하가 살벌한 눈빛과 대조되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요원들이 오싹함을 느낀 듯 자신들의 기술들을 퍼붓기 시작한

다.

푸른색의 위상력 덩어리들이 세하에게 집중되서 날아와 폭발하자 요원들이 됬다 하는 표정을 지으며 웃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게 전력이신가보죠?아무래도.....저보다 더 약하신 것 같네요....당신들은."

세하가 너덜너덜해진 환자복 상의를 벗으며 연기 속에서 빠져나오자 요원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이내 고함을 지르며 요원들이 막무가내로 달려들자, 세하가 칼등이 아닌 칼날로 요원들을 차례로 베며 전진한다.

그 수라 같은 모습에 맨 뒤에 있던 팀장이 벌벌 떨며 세하를 본다.

"뭐...뭐야....너....대체 정체가 뭐야?!"

"....유니온 총본부 사태를 해결한 팀의 일원이자 유니온이 벌려놓은 쓰레기들 청소 중인, 학살의 마녀의 하나뿐인 아들.....정

도랄까?"

세하가 팀장의 목에 건블레이드를 겨눈채 내려다보자 팀장이 덜덜 떨며 빌기 시작한다.

"제...제발 살려줘....아...아무리 우...우리가 잘못했다고 해도....이....이렇게 주...죽이는 건 아니잖아?!응?!사...살려줘...나...나

는 자식도 있고 아내도 있다고!!!먹여살릴 가족도...!!!"

팀장의 말에 세하가 팀장의 배를 걷어차 뒤로 눕히더니 이번엔 머리에 건블레이드의 총구를 들이밀며 말한다.

"그래서....그게 어쨌다는 건데?실패하면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 못했어?"

"사...살려만 줘....주....죽긴 싫단 말이야!!!"

"안 죽일거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겠지만."

세하가 서서히 건블레이드를 들어올리자 팀장이 손을 싹싹 파리처럼 비비며 애원하기 시작한다.

"사...살려줘!!!이...이대로 물러날게!너...너희는 다시는 안 건들고 너...너희의 누명도 벗기기 위해 노력할테니까!!!"

그럼에도 세하는 건블레이드를 든 채 내려그을 준비를 하며 요원에게 차갑게 내뱉는다.

"늦었어."

세하의 검이 내려오자 팀장이 자신의 머리를 팔로 감싸며 소리를 지른다.

그 순간....

처형대의 칼날처럼 매섭게 내려오던 세하의 검이 팀장의 몸 위에서 멈추더니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세하야!죽이지 마!죽이면 너도 저 사람들이랑 똑같아지는 거라고!!!'

세하의 머리속에 울리는 정미의 목소리에 세하가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이내 검을 치우며 말한다.

".....내 여자친구한테 고마워해요. 걔 말만 아니었으면 그냥 망가뜨렸을 거니까."

세하가 뒤돌아 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팀장이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위상력을 끌어모아 세하의 등 뒤에 칼을 꽂는다.

"커....억....."

무방비 상태로 등 뒤를 허용한 세하가 피를 토하자 팀장이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크....크큭.....푸하하하하하!!!!병x새x야!!!!그걸 믿냐?내가 왜 너희들을 신고 안 하는데?! 너희만 잡으면 난 영웅이 되서 부와 명

예를 누릴 수 있는데!!!!"

세하의 등에서 칼을 뽑은 팀장이 쓰러지는 세하의 손에 들린 건블레이드를 발로 차더니 그대로 세하의 머리를 짓밟아 땅에 박

으며 말을 이어간다.

"지금 뛰어오는 소리 들리지? 우리 백업 팀이야. 이제 너희는 죽은 목숨이라고, 크큭...."

"....."

"네 친구들은 우리가 잘 가지고 놀아줄테니까, 그대로 잠들어. 꽤나 보기 민망한 장면이 연출될테니까, 말이야, 크큭...."

팀장이 세하의 머리를 세게 짓밞아 땅에 눌러버리고는 뒤에서 다가오는 요원들을 보며 말한다.

"여자들 빼고 다 없애버려. 여자들은....나머지를 다 없애고 즐긴다. 이의 없겠지?"

팀장의 말에 요원들이 욕망에 찬 눈빛을 빛내며 다가오자, 테인이 창으로 땅을 찍으며 말한다.

"[결전기 발할라의 안뜰 개(改)-아이기스(Aegis)!!]"

테인의 말에 푸른 빛의 거대한 돔 형태 결계가 펼쳐지더니 결계 주변에 있던 요원들을 사방으로 날려버린다.

"호오?절대결계의 강화버전인가?생각보다 튼튼해보이고 성능도 좋아보이네...근데 말이지....버틸 수 있겠어?이제부터는 인정

사정없이 공격할건데."

"해볼테면 해보세요. 절대 물러나지 않을거니까요."

요원에게 대답을 한 테인이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더니 유리에게 외친다.

"유리누나!!세하 형을!!!!"

"오케이!!!!"

유리가 빠르게 결계 밖으로 뛰쳐나오자 요원들이 유리를 향해 공격을 하기 시작한다.

촘촘한 간격으로 날아오는 공격에 유리가 발에 온 힘을 집중한 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세하를 향해 달려가 그를 들어올린다.

"뭐들 하는 거야!!!저걸 잡으라고!!!!"

팀장의 외침에 요원들이 아까보다 더 촘촘한 간격의 공격을 퍼붓자 유리가 전속력으로 결계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조금만...조금만 더...!'

유리가 숨을 가쁘게 쉬며 뛰어가는 그 순간, 유리의 발목에 공격이 명중한다.

그 반동으로 유리가 세하를 껴안은 채 데구르르 굴러 결계 가장자리로 들어오자 슬비가 서둘러 결계의 중심지로 그녀를 끌어

당긴다.

"세하야!!!정신 차려, 세하야!!눈 좀 떠봐!!!"

유리가 축 늘어진 세하를 흔들며 깨어보려고 하지만 세하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유리가 세하를 깨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이 슬비는 올라가지 않는 왼손을 늘어뜨린 채 오른 손만으로 주변의 파편들을 조종해 

테인이의 결계를 강화시킨다.

'아직 모자라....더....더...!'

슬비가 이를 악 문채 더더욱 파편을 모으는데 집중하는 그 순간, 슬비의 방어막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진다.

"꺄악!!!"

슬비가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나가자 제이가 슬비를 받으며 앞을 본다.

'이거....위험한데....이대로 가다간....테인이의 이 결계도 깨질텐데....!'

제이의 우려처럼 결계 위로 아까 못지 않은 맹렬한 공격이 쏟아지자 테인이 창을 꽉 붙잡은 채 버티기 시작한다.

"호오?버틴다 이건가?좋아, 그럼 좀 더 세게 나가주마."

요원들이 동시에 위상력을 개방하더니 이내 각자의 결전기를 결계를 향해 뿌리기 시작한다.

아까와 달리 거센 충격파가 결계 안으로 밀려들어오자 테인이의 표정이 일그러지더니 이내 입에서 피를 흘리기 시작한다.

"테인아!너....!"

"버틸 수.....있어요...아직....버틸 수 있어요!!!"

테인이 창을 꽉 쥐며 다시금 위상력을 내뿜자 금이 가던 결계가 다시 말끔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적들의 공격 또한 끊임없이 몰려오자 결국 테인이의 결계가 깨져버리고 만다.

그 반동으로 테인이 피를 토하며 쓰러지자 요원들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더니 무기를 들고 천천히 검은 양팀에게 다가온다.

"자....이제 어떻게 할래? 이제는 우리를 막을 방법이 없는 거 같은데?"

"누구 마음대로....!!절대 포기 안해요!!!"

유리가 검으로 경계선을 긋고는 총을 넣고 검을 잡더니 매서운 표정으로 앞을 보며 말한다.

"그 경계선 넘기만 해봐요. 진짜 베어버릴거에요!!!"

"베어버리겠다고?어이구, 무서워라. 근데 그 팔로 되겠어? 잘 해봤자 한 두번 일 거 같은데?"

"실험해보고 싶으면 해보시던지요."

유리가 애써 호기로운 목소리를 내며 검을 잡아**만 자신에게도 느껴지는 떨림에 속이 타들어간다.

'정신차려, 서유리....내가...내가 어떻게든 해내야 돼!!지금처럼 짐이 될 순 없잖아!!'

유리의 경고에도 요원 하나가 건들거리면서 선을 넘어오자 유리가 망설임없이 검으로 요원을 베어버린다.

요원이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구르기 시작하자 다른 요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선을 넘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유리가 사방팔방으로 분신이 생길 정도의 엄청난 스피드로 검격을 날리다가 바로 앞에서 날아온 권풍에, 땅을 구르

기 시작한다.

그 몸 위로 팀장이 발을 얹어 멈추더니 제이와 유정을 보며 말한다.

"이봐. 이 친구는 우리가 잘 데리고 가도록 하지. 우리에게 감히 덤빈 댓가로 말이야."

그러더니 유리를 보더니 혓바닥을 할짝거리며 말한다.

"그나저나...흙이 좀 묻어서 그렇지, 꽤나 상등품인데?어디 그러면....맛 좀 볼까?"

팀장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단추를 뜯으려는 순간....

".....그 더러운 손 떼...."

그 어떤 때보다 섬뜩한 목소리의 세하가 어느새 일어나 팀장의 팔을 잡으며 말한다.

그 모습과 목소리에 팀장이 흠칫 놀라다가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세하에게 말한다.

"크큭....입만 산 주제에 감히 누구한테 명령질이야!!!"

팀장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세하에게 말하자 세하가 그저 말없이 있다가 섬뜩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입만 산 건.....너지."

"뭐?"

팀장이 뭐라고 대꾸하려는 순간 세하의 주먹이 팀장의 복부에 꽂힌다.

"커.....억...."

펑하는 소리와 함께 팀장의 상체가 사라지며 피가 흩뿌려지자 요원들이 멍한 표정을 짓다가 세하를 보며 소리친다.

"사...살인자다!!!!살인자!!!이젠 넌 진짜 반역자가 된 거라고!!!"

".....그래서?"

"뭐?"

"그래서....어쩌라는 거지?지금까지 계속 그렇게 불렀잖아?새삼스럽게 왜 그러는 거지?"

"하! 참 당당하군!살인자는 살인자야!!지금까진 그저 혐의였지만 이젠 너희는 진짜 살인자라고!!"

요원의 말에 세하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한다.

"크큭....그래....그말이 맞아....그래서....지금부터는 진짜 살인자답게, 무자비하게 죽여보려고해.....우리 애들 건든 댓가....철저하게 갚게 해줄게....크크큭....."

세하의 눈에서 검은 피눈물을 흐르기 시작하자 세하의 몸 주변에 검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팔과 다리에 검은 색의 

갑옷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고...공격!!!퍼부어버려!!!!!!"

요원의 말에 엄청난 공격이 쏟아지지만 검은 기운에 부딪히자 공격들이 모조리 소멸되기 시작한다.

"크큭....겁쟁이들....고작 이 정도인 주제에.....우리 애들을 건드려?"

세하가 광기 섞인 눈빛을 빛내더니 이내 자신의 건블레이드를 집어들며 중얼거린다.

"[광염 즉흥곡]"

순식간에 요원들 앞까지 달려간 세하가 건블레이드와 주먹으로 무자비하게 폭격에 가까운 공격을 퍼붓자 아까보다 더 잔인한 

풍경이 플레인 게이트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끄아아아!!!!이 괴....!"

요원 중 하나가 숯덩어리가 된 팔을 부여잡으며 말을 하다가 깔끔하게 지나가는 세하의 검에 그대로 절명해버린다.

"히이익...!!!도...도망쳐!!!"

요원들이 뒤늦게 상황파악이 됬는지 후다닥 플레인 게이트 밖으로 뛰쳐나가**만 갑자기 치솟아오르는 검은 불의 장벽에 멈

춘다.

그 뒤로 세하가 저벅저벅 걸어오며 요원들에게 말한다.

"어딜 도망가?너희는 죗값 안 치뤄도 되는 줄 알았어? 웃기고 있네....너희들도 내 뒤에 흩어져있는 저 고기덩어리들처럼 죽어

야지....어딜 도망가려고?"

세하가 한 손에 위상력을 집중시키자 요원들이 뒤에 일어날 상황을 파악하고는 기겁을 하며 사방으로 도망간다.

그 모습에 세하가 위상력을 응축한 검은 색 덩어리를 하늘로 띄우며 스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살인 결전기- 무(無)의 대지]"

세하의 말에 검은 색의 위상력 덩어리가 주변을 불태우며 블랙홀처럼 요원들을 비롯한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사...살려...!!!"

"으아아...!!!난 죽고 싶지 않....!"

"으아아아!!!!"

요원들이 검은 색 구체 안으로 모두 빨려들어가자 세하가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린다.

"내 앞에서 사라져라, 쓰레기들."

세하의 말이 끝나자 엄청난 폭발과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꺄아아악!!!!"

보나가 충격파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려고하자 테인이 한손으로 창을 꽂고는 한손으로 보나의 손을 꼭 잡는다.

"테...테인아!!"

"으그극....놓지 마!!!지금....아이기스...펼칠테니까!!"

계속해서 밀려오는 충격파에 테인이 힙겹게 아이기스를 다시 불러내자 결계 안에 충격파가 사그라든다.

"하아...하아...."

"테인아!!!!"

보나가 황급히 뛰어와 테인의 상태를 살피자 테인이 애써 웃으며 말한다.

"난....괜찮아....그것보다....세하 형은?"

테인이의 말에 이제는 서서히 걷혀가는 연기를 보던 검은 양팀 팀원들이 나타난 풍경을 보고는 모두 얼어붙는다...

그곳에는....

"마...말도 안돼....이....이게 다....세하 형이...한 거라고요?"

정말 세하가 시전한 기술 이름처럼 단 하나의 인물, 세하를 제외한 그 어떤 것 조차 남지 않은, 그저

황무지가 펼쳐져 있을 뿐이다.

테인이 놀란 나머지 말을 더듬자, 세하가 테인의 존재를 인식하고는 피로 범벅이 된 건블레이드를 질질 끌며 다가온다.

다가오는 세하의 모습에 슬비가 자신도 모르게 경계를 취하자 세하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내가 무서운가 보네....그렇게.....날 향해 경계자세를 취하는 걸 보니까...."

"아...아니야, 세하야!!그....그게....."

슬비가 자신도 모르게 반응한 자신의 본능을 원망하며 애써 변명해보려고 하지만.....덜덜 떨리는 몸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동생....지금 동생 모습.....큐브 폭주때 보았던 그 녀석의 모습 같아....."

은백색의 머리와 보랏빛으로 빛나는 눈동자, 그리고 몸 주위를 맴도는 검은 기운까지.....도저히 평소의 세하 답지 않은 모습

에 제이마저도 주먹을 쥔다.....마치 맹수를 눈 앞에 둔 전사처럼 말이다.

예상치 못한....아니....예상은 했지만 제발 일어나지 않길 바랬던 최악의 가정에 가까운 반응에 세하가 중얼거린다.

"....역시....다 똑같아....지켜주고 싶은 사람도.....날....적으로......결국 난.....혼자야......"

세하의 눈빛이 탁해지더니 이내 몸 주변의 검은 기운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 순간....

몸 주변에 맴돌던 검은 기운과 갑옷이 사라지자, 마치 마법이 풀리듯 세하의 온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오르더니 이내 

앞으로 고꾸라진다.

"세하야!!!!!!!!!!!!!!!!!!!!"

쓰러져가는 세하의 흐릿한 의식 속에 팀원들의 목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오자 세하가 눈을 감는다.

한 마디의 중얼거림과 함께 말이다.....

"살인자가 된 걸 축하해. 이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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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적막이 흐르는 플레인게이트 안, 제이가 다시 검은 머리로 돌아온 세하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린다.

"....어떻게 된 거지? 도대체...아까 전, 동생의 그 모습은 대체...."

제이의 중얼거림에 보나가 말없이 서 있다가 한 가지의 가설을 내뱉는다.

"....또 다른 경우의 수....일 지도 몰라요. 아까 전 세하의 모습은."

"무슨 말이야, 그게? 자세히 설명해줘."

옆에서 잠자코 있던 유리가 묻자, 보나가 머리를 긁으며 말한다.

"으으....설명하자면 복잡한데....최대한 쉽게 풀어서 설명하자면.....방금 그건 [세하가 용이 됬을 때]의 모습일 지도 모르겠다는 거야."

"용....이라면....아스타로트나 헤카톤케일 같은 걸 말하는 거야?"

"응. 그 때 너희가 다 같이 아스타로트를 잡았다지만 결국 그 녀석에게 치명상을 입힌 건 세하였으니까....그것 때문에 일종의 [용으로서의 자격] 또는 [계승권] 같은 게 옮겨간 게 아닌가 싶어. 그래서....아까 전 모습이 발현 된 거고."

보나의 충격적인 가설에 슬비가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보나에게 묻는다.

"그런데 그 가설에는 한 가지 변수가 있어....세하에게 그런 계승권이나 자격이 있다면 어째서 레비아는 용의 힘을 쓸 수 있는 거야? 가설대로면 레비아는 그 힘을 못 써야 하잖아?"

"그 이유는 두 가지 경우로 추론 할 수 있어....첫번째는 레비아와 세하가 독립적인 [용으로서의 자격]이 있다는 것. 그렇다면 세하와 레비아, 둘 다 온전하게 용의 힘을 쓸 수 있겠지. 두 번째 경우는.....두 사람의 힘이 나누어졌다는 것. 즉....세하의 힘이 반쪽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거지."

보나의 말에 유정이 설마하는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그럼 세하도....요원들의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야? 아까 전엔 아예 공격이 소멸되는 걸로 보였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아까 세하의 수술을 위해 위상력 매스로 집도를 하는데, 잘 작동했어요. 즉....그 [검은 아지랑이]가 아니라면, 세하는 공격 받을 수 있어요. 게다가.....그 아지랑이가 제 3 위상력 급의 방어막이라고 해도, 그걸 우리에게도 씌울 수 있는지, 또 본인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이기에.....일단은 공격 받는다고 생각해야요."

생각보다 복잡한 상황에 검은 양팀이 혼란에 빠진 표정을 짓자, 보나가 타블렛 PC를 꺼내 그들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이거 보이시죠? 세하 안에 이상할 만큼 뭉쳐있는 이 위상력 덩어리."

"보여...하지만 크기가 많이 작은데 위험한 거야?"

유리의 말에 보나가 작은 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충격적인 발언을 한다.

"이 위상력의 농도.....일반적인 요원들 기준....아니 세하의 원래 상태를 기준으로 해도.....일반적인 농도로 퍼트리면 세하의 위상력 전체....잠재위상력까지 모두 합한 값에 해당될 정도로 짙어.....게다가 이 위상력....지금 거의 한계치까지 압축되어있는 상황이야....만약....세하가 깨어나서 힘을 쓰다가 이 위상력에 대한 제어가 풀리면....."

"풀리...면? 풀리면 어떻게 되는데?"

".....최소 신서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고, 최악의 경우....한반도 전체에 위상력 오염이 진행될 거야. 그것도....심각한 수준으로."

보나의 말에 유리가 얼어붙자, 슬비가 보나를 보며 다시 묻는다.

"그런데 만약 저 힘이 얌전히 있는다면 문제 없지 않아?그러면 위상력 총량이 늘어난 것에 지나지 않잖아?"

"일단 단기적으로 보면 그렇지.....그 힘으로 또 무언가 특별한 일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고."

"그러면 좋은 거 아니야? 그런 게 가능하다면...."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거지. 이대로 가면....세하의 뇌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뭐?"

슬비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보나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애초에 위상력을 사용하면 뇌에 부담을 주게 돼. 그래서 한계가 있는 거고. 근데 지금 세하는...자신의 뇌가 지금까지 받던 부담의 2배를 갑작스럽게 받고 있어. 버틸 수야 있겠지만....뇌에 문제가 생길 지도 몰라. 예를 들면.....트라우마 가중이라던지, 환각이라던지, 환청이라던지, 아니면.....과민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고."

보나의 가설에 제이가 보나를 보며 말한다.

"보나야, 무슨 방법 없어? 그 위상력 덩어리를 어떻게 줄여서 동생의 뇌에 가는 부담을 적게 할 수 있느 방법이 없냐고?"

"시도해봤어요, 이미......하지만.....그 위상력 덩어리에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기계가 고장났어요.....결국....추출이나 다른 방법으로도.....그 위상력을 줄일 수 없었어요....."

보나의 절망적인 말에 제이가 벽을 주먹으로 치고는 몸을 부르르 떨며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또 이렇게 되는거야...?또 이렇게 내 동료가, 동생이 죽어가는 걸 무기력하게 바라만 봐야 하냐고!!!"

제이가 벽을 계속치며 욕을 하던 그 순간...

세하가 눈을 뜨더니,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는 힘겹게 말을 한다.

"아저씨....그만 해요.....다쳐요...."

"동생!깨어난 거야?!괜찮은 거야?"

제이의 말에 세하가 자신의 손을 말없이 보다가 중얼거린다.

"몸은 괜찮은 것 같은데 ....정신이 안 괜찮네요....."

세하의 대답에 보나가 옆으로 다가오더니 세하에게 묻는다.

"이세하. 지금 네 앞에 있는 손에 무슨 특별한 거라도 있어?왜 그렇게 빤히 보는 거야?"

"피투성이라서 보는 건데, 왜. 문제 있어?"

세하의 까칠한 대답에 보나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결국....우려했던 대로...문제가 생겨버렸나...."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빨리 나가줘. 나 쉬고 싶어."

세하의 말에 유리가 뭐라고 하려 하지만 제이가 유리를 말리고는 이내 보나를 데리고 세하의 병실에서 나간다.

이윽고, 병실에 세하 혼자 남자, 세하가 조용히 중얼거린다.

"오토. 나와봐."

세하의 말에 옆에서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세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타난다.

"뭐야, 이젠 나한테 이름도 지어주는 거야?이거 영광인데? 근데 왜 하필이면 오토야? 다른 이름도 많을텐데?"

"오토스카피(Autoscopy. 자기상 환시. 통칭 도플갱어 [doppelganger]). 자기상 환시를 뜻하는 단어에서 따온 거야. 싫으면 그냥 그림자라고 불러줘?"

"그림자보단 오토가 낫겠네. 다른 뜻으로 부를 수도 있고."

"다른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니 그게 무슨...."

세하의 말에 오토가 어깨를 으쓱하며 중얼거린다.

"난 네가 아는 지식보다 많이 아는 편이지만 이번엔 너도 아는 뜻이라고?"

".....설마.....오토 대제(Otto the Great. 신성로마제국 초대 황제)를 말하는 거냐?"

"빙고. 난 그 뜻의 오토(Otto)를 쓰겠어. 넌 날 오토스카피(Autoscopy)의 오토(Auto)라고 불러도 좋아. 어차피 발음은 같으니까."

무언가 아까와 달리 살짝 쾌활해보이는 느낌의 오토에 세하가 오토를 보며 묻는다.

"그나저나.....너 아까 전이랑은 느낌이 많이 달라졌는데.....대체 어떻게 된 거야?"

"네 반대편이 나니까. 내가 변한다는 건 곧 너의 변화를 의미하는 거지."

"내가.....변해가는 거라고?"

"이미 변한 건 하나 있잖아?아까 전에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였잖아?"

오토의 말에 세하가 자신의 손을 꽉 쥐며 중얼거린다.

".....그 감각이 아직도 내 손에 남아있어.....사람을 베는 그 감각이....사람들의 비명이.....그리고 사람들의 피가....머리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아...."

세하의 말에 오토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서?두려운 거야?그 장면을 다시 겪기 싫다는 거냐?"

"당연하지!그 감각이 무서워......검이 살을 파고 들고 뼈를 가르는 그 느낌이.....무서운데.....동시에....이상한 감각이 몸에 느껴져.....마치 게임 할 때 처럼 짜릿한 느낌이.....그 장면을 생각할 때마다 그런 느낌을 느낀다고...."

"......"

"혼란스러워....내가 내가 아니게 되는 것 같아. 살인에 익숙해지고 그것에 중독되어가는 내가 나 같지 않아."

세하의 말에 오토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혼란스러워 하는 건 알겠지만, 너 이대로 어정쩡하게 있으면 아무것도 못해."

"무슨....말이야?"

"언젠가 너도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거야. 손에 피를 묻힌 이상, 계속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죽이느냐....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자수해버리던가."

"왜 그렇게 극단적인 건데?!좀 더 다른 방법이....!"

"그딴 이상론으로는 아무도 못 구한다는 걸, 도대체 몇 명이나 잃어야 인정할 건데?!네 주변을 봐!!석봉이는 죽었고, 정미는 의식불명에, 슬비는 한쪽 팔 부상에, 다른 애들과 아저씨도 몸이 성치 않아!!그런데...그런데도....그런 어정쩡한 이상론을 유지하겠다고?제정신이냐?!"

"오토!!!"

"정신차려 이세하!!!지금 네 앞에 있는 건 세이브, 로드가 있는 게임이 아니야!!현실이고 네가 헤쳐가야하는 사실이라고!!!넌 이미 사람을 죽였고, 이제는 더 이상 영웅이라 불릴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해**다고!!!!"

"입 ** 오토!!!"

세하가 옆에 있는 물컵을 던지자 오토의 몸이 스르륵 사라진다.

"확실히 선택해, 이세하....어정쩡하게 있으면 결국....또 잃을테니까."

오토가 사라지며 남긴 말에 세하가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린다.

"네가 뭘 알아....난...네가 말하는 대로 이상론자가 아니야....이건....내가 옳은 거라고...."

세하가 중얼거리다가 드륵하고 문이 열리자 문 연 사람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한다.

"뭐야, 이슬비. 나 혼자 있고 싶다고 했잖아. 왜 들어온 거야?"

"....걱정되서 들어왔어...세하 네가 걱정되서..."

"하!걱정? 아까 전에 나 보고 무서워하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는데?날 공격하려했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냐고!"

"세하야...내 말 좀 들어봐.그건...."

슬비가 다가와 세하의 팔을 잡자 세하가 세차게 슬비를 뿌리친다.

그 힘에 슬비가 밀려나 벽에 부딪히자 유리가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와 슬비를 챙긴다.

"슬비야!!괜찮아?!"

"유리야....나 괜찮아...호들갑 떨 것 없어...."

"무슨 소리야!!너 지금 이마에서 피 나!!"

유리의 말에 세하가 슬비를 보고는 손을 덜덜 떤다.

"내가...내가 슬비를 밀쳐서...?그래서....슬비가...."

"세하...야?"

"내가...내가 다치게 했어...내가...내가!!!"

세하의 몸에서 갑자기 위상력이 뿜어져 나오더니 주변의 온도를 갑자기 끌어올리기 시작한다.

"뭐...뭐야?!슬비야!세하 왜 저래?!"

"몰라....일단 진정시켜야해!!!!세하야!!정신 차려!!!"

"내가...내가...내가 슬비를...."

세하가 머리를 감싼 채 중얼거리고만 있자, 슬비가 세하에게 달려가 그를 껴안으며 말한다.

"세하야, 난 괜찮아!!!그러니까...진정하고 정신차려!!"

슬비의 말에 세하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던 위상력들이 서서히 안정화 단계로 들어서더니 이내 세하도 슬비를 보며 말한다.

"슬비...야?괜찮은 거야?"

"괜찮아....그러니까...진정해..."

"미안해...미안해 나 때문에....네가...."

세하의 고개가 숙여지자 슬비가 그의 머리를 껴안은 채 토닥이며 말한다.

"괜찮아...의도한 게 아니었으니까...."

슬비의 토닥임에 불안정하게 뿜어져나오던 위상력이 다시 세하에게 돌아오더니 이내 잠잠해진다.

안정화된 그의 모습에 슬비가 안도의 한숨을 쉬더니 그에게서 떨어진다.

"일단 쉬고 있어.....아까 전 일 때문에...마음이 많이 싱숭생숭한 것 같으니까...."

".....두고 갈 거야?나 혼자 두고?"

"잠깐만 있으면 돼....금방 올게..."

슬비가 세하를 달래며 문을 닫고 나오자 먼저 나와 있던 유리가 슬비를 보며 묻는다.

"세하...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위상력이 뿜어져나오더니.....하마트면 병실을 태울 뻔 했잖아....?"

"....가끔 있어....트라우마로 인한...위상력 제어불능이....주로....정신이 무너질 때나 일어나는 건데..."

슬비가 설염을 하다가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이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슬...슬비야?우...울어?"

"흐윽....유리야...세하 어떡해?저렇게 겁 먹은 세하는....저렇게 위축된 세하는 처음봐.....나한테 가지 말라고 붙잡을 정도면 심각하다는 건데 어떡해?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나?"

"슬비야...."

슬비가 결국 자리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하자 유리가 그녀를 꼭 껴안은 채 토닥이기 시작한다. 마치....엄마가 자식을 달래듯 슬비의 몸을 꼭 껴안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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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회의실에 모인 검은 양팀 멤버들이 김가면이 나누어 준 자료를 보고 있다.

"진짜....이대로 하실 건가요?위험부담이 너무 큰데?"

"네.....실패하게 되면 저희 회사에 타격이 크겠죠....겨우 되살린 회사는 풍비박산이 날 것입니다....하지만....그것보단 여러분들이 더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이런 식으로 취급받는 거....저는 더 이상 못 보겠습니다."

"김가면씨...."

"잠시후 저희 직원이 납품 차량을 몰고, 이곳으로 올 겁니다. 그 때, 여러분께서는 그 차에 타셔서 폐쇄구역까지 가셨다가 저희가 준비해둔 비행기를 타고 가시면 됩니다. 연락 가능한 대포폰도 같이 준비해뒀으니 도망가신 뒤 그걸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그 후는 제가 어떻게든 해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그럼 짐 챙겨올게요."

세하가 김가면에게 말하고 밖으로 나가자 다른 멤버들도 그를 따라 각자의 짐을 챙기러 간다.

'후우....일단 챙겨야 할 약이랑 필요한 도구들은 다 챙겼고....세하는...잘 하고 있으려나...?또 멍 때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슬비가 자신의 배낭을 어깨에 매더니 세하의 병실을 향해 간다.

그러나 있어야 할 세하의 배낭과 세하의 모습이 병실에 없자 슬비가 당황하다가 설마 하는 마음에 맞은 편에 있는 정미의 병실 문을 열어본다.

열어 본 병실 안에는 쓸쓸한 미소를 지은 채 누워있는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세하의 모습이 있다.

"세하야....여기 있었네?"

".....왔어?"

세하가 힘 없이 대답하자 슬비가 세하에게 다가와 그의 상태를 살핀다.

"....정미는 걱정 안 해도 돼.....보나랑 정도연 박사님이랑 케롤 언니가 잘 치료한다고 하니까...."

"알아....아는데....왜 자꾸 발이 안 떨어지지...?"

"세하야...."

"자꾸만....자꾸만 못 돌아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세하의 말에 슬비가 그를 꼭 껴안으며 토닥거린다.

"괜찮아, 세하야....잘 될거야.....우리는 죽으러 가는 거도 아니고, 못 돌아오는 것도 아니야...."

"....."

"그러니까....약해지지마. 너 까지 약해져버리면.....나는 어떡하란 말이야...."

슬비의 말에 세하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미안....약한 소리 해서......출발하자....늦으면 계획에 차질 생길텐데...."

세하가 배낭을 짊어지고 일어나려다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이내 무언가를 꺼내 침대 옆 테이블에 놔둔다.

".....가자, 세하야. 늦겠어."

슬비가 병실 문을 나서자 세하가 그 뒷모습을 보다가 정미를 돌아보고는 작게 중얼거린다.

"....금방 갔다올게, 정미야. 돌아오면....꼭 깨어있어야 해?"

세하가 살짝 미소를 짓고 슬비를 따라 나가자, 어느새 각자 배낭을 맨 채 기다리는 검은 양 팀 멤버들이 그를 반긴다.

"인사는 잘 하고 온 거야, 동생?"

"네....인사 하고 왔어요. 이제 가면 되는 건가요?"

"응. 빨리 짐 넣고 출발하자고. 그 녀석들이 쫒아오기 전에."

제이의 말에 모두 자신의 짐을 안에 넣고는 그 안으로 들어가 납품 품목의 산 뒤에 몸을 숨긴다.

"그럼 여러분....행운을 빌겠습니다."

김가면이 납품 차량의 문을 닫자, 곧이어 차가 출발하기 시작한다.

덜컹거리며 가는 차 안이지만 그간에 쌓인 피로 때문일까? 

제이와 세하를 제외한 4명은 덜컹거리는 그 안에서 눈을 감고 쪽잠을 자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피곤했을 세하와 제이는 핏발이 선 눈으로 그저 멍하게 실려가고 있다.

"...세하야. 안 자냐?"

"...아저씨야말로 안 주무시네요?"

"나야 뭐 좀 있다가 잘까 싶은데 동생은 왜 안 자?잠이 안 오는 거야?"

"....잠들기가 무섭네요...잠들면 또 그 꿈을 꿔버릴까봐....그때는....되돌아올 수 없을까봐....두려워서 잠을 못 자겠네요..."

"....무슨 꿈?자세히 이야기 해봐."

제이의 질문에 세하가 자신이 꾼 꿈과 그 안에서 벌어진 일을 제이에게 말하자 제이의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이내 세하에게 되묻는다.

"그럼....동생은 그 꿈이 실제일 거 같아?"

"잘 모르겠어요....근데....확률이 없진 않을 것 같아서 더 두려워요..."

세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제이가 선글라스를 올리며 말한다.

"동생. 그런 일은 없을 거야. 형은 절대 죽지 않아. 그리고....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동생을 포함한 모두를 구해낼테니까, 동생은 쉬고 있어. 사람을 상대로 목숨을 거는 건 형이 할테니까."

"하지만 아저씨..!!"

"지금 동생은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수록 트라우마가 증폭되서 불안정해지고 있어.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상태의 동생은 오히려 방해돼."

"......"

"그러니까 이번만 후방에 있어. 그 트라우마가 나으면 다시 전방에 서서, 형이랑 같이 등을 맞대고 싸워보자고. 이해해줄수 있겠지?"

대답이 없는 세하의 모습에 제이가 세하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품에서 작은 알약을 하나 꺼낸다.

"이거 먹어, 동생. 내가 불면증 있을 떄 먹던 수면제야. 잠깐 눈 붙이는데 도움이 될 거야."

"고마워요, 아저씨...."

세하가 제이의 알약을 받아들고 물과 함께 삼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르륵 잠이 든다.

그 모습에 제이가 작게 중얼거린다.

"....이번엔...절대 너희들 손에 피를 묻히게 놔두지 않겠어....그로 인해....내 몸이 망가져서 돌이킬 수 없다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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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아직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있는 국제공항 폐쇄구역 안으로 검은 양팀을 태운 차량이 들어와 주차된다.

"으음....도착한 거야?"

"그런 거 같아....시동이 꺼진 걸 보니까..."

유리와 슬비가 쪽잠에서 깼는지 눈을 비비며 몽롱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수면제를 먹고 잠들었다 깬 세하는 깨어난 직후부터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에 제이에게 눈짓을 한다.

"아저씨....아저씨도 이상하지 않아요?아무리 새벽이라지만 이렇게 스산한 느낌이 드는 건...."

"글쎄....동생이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원래 폐쇄구역은 이렇게 조용했어야 했어."

제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세하를 달래지만 세하는 찜찜한 기분을 버릴 수 없는 지 자신의 건블레이드를 만지작거린다....

그 순간....

차량의 문이 열리더니 차량을 운전해준 직원이 그들을 향해 손짓한다.

"어서 나오세요. 안 그러면 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직원의 말에 검은 양 팀이 밖으로 나오자 직원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지금부터 저희는 폐쇄구역의 숨겨진 길을 통해 비행기 탑승구로 향할 겁니다. 길이 좀 좁고 어둡겠지만 모든 것은 계획을 위해서이니 양해주십시오."

직원의 말에 검은 양팀이 고개를 끄덕이자 직원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기 시작한다.

아까 전 설명처럼 좁고 어두운 길에 줄줄이 한 줄로 검은 양 팀이 걷기 시작하자 세하가 미심쩍다는 듯 주변을 둘러본다.

'....분명 그 아저씨...이 길이 숨겨진 길이라고 말했어....그런데 원래 이곳을 관리하던 감찰부의 데이터베이스에 조차 없는 길이라니.....그 말은 이 길이 처음엔 없었다는 건데....?그럼 대체....이 길을 누가 만든 거야?그것도....아무도 모르게?'

세하의 생각이 절정에 달할 때 쯤, 갑자기 앞에서 걷던 직원이 검은 양 팀을 보며 말한다.

"...서둘러야겠네요. 방금 안드로이드 공장 중 한 곳에서 엄청난 수의 안드로이드를 여러분을 타켓으로 풀었다고 하네요."

"들킨건가?"

"어쨋든 서두르시죠. 조금만 더 가면 비행기 탑승 로비니까요."

직원이 앞장서서 뛰어가자 그 뒤를 검은 양 팀이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한참을 달리던 직원이 앞에 보이는 문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겁니다. 저기로 가서 44번 게이트로 가시면 여러분을 안내할 사람이 있을겁니다. 전 뒤에서 오는 안드로이드들을 막고 가겠습니다."

"...건투를 빌지."

제이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검은 양 팀을 데리고 뛰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목적지에 가까워질 수록 세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뭔가 이상해....너무 딱딱 맞아 떨어지잖아. 탑승동 로비에 다 와 가는데 공장 중 한 곳에서 안드로이드들을 뒤늦게 보냈다? 그리고 우리의 조력자가 한 명 더 있다고? 너무...모든 게....계획 된 것처럼 딱딱 맞아 떨어져....'

세하의 불안감이 커지가는 그 때, 제이가 44번 게이트를 발견하고 미소를 짓는다.

'다행이야. 아직 이쪽까진 못 왔나보군.'

제이가 검은 색 후드를 뒤집어 쓴 채 시계를 보는 사람을 향해 다가가며 말한다.

"이봐. 우린 검은 양 팀인데...가면이가 준비해둔 비행기가 이건가?"

제이의 물음에도 대답을 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는 그 때....

부우웅...부우웅...

세하의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김가면씨?지금 탑승동 로비인데 44번 게이트 맞나요?"

"선배님!!!!!도망치십시오!!!!!그 자들은 선배님들의 편이 아닙니다!!!!!!!!!당장 도망 치세요!!!!!!"

"네?!"

세하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 그 순간, 제이 앞에 있던 사람이 후드를 벗으며 말한다.

"잡았다, 쥐**들."

후드를 입고 있던 사람이 손에 쥐고 있던 스위치를 누르자 주변에서 엄청난 숫자의 안드로이드들이 나타나고 닫혀있던 문 안에서 요원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게...대체.....어떻게 된 거야?왜...여기에 이 만큼의 안드로이드들과 요원들이...?"

유리가 급격한 상황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어버버거리자 요원이 키득거리며 말한다.

"뭐긴 뭐야....너희는 배신당한 거야. 너희를 여기로 데려온 그 아저씨한테 말이지."

"거...거짓말...그 아저씨는 우리를 위해서 숨겨진 길로 우리를 안내했어!!"

"그 길.....왠지 돌아가는 듯한 느낌 못 받았을까나?"

"....뭐?"

유리의 표정에 요원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한다.

"그 아저씨는 우리가 도착해서 숨어있을 때까지의 시간을 벌어준 거야. 크큭....어이, 아저씨!!!당신 연기력이 좋았나본데?이 애 좀 보라고!아직도 못 믿고 있잖아?"

요원의 말에 직원이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오더니 요원에게 말한다.

"에이씨....왜 불러내는 거야!이것들 갔다줬으면 됬잖아!!!"

"크큭....이 얼빠진 표정 구경하라고 불렀지. 혼자 보긴 아까워서 말이지."

요원의 말에 정신을 차린 슬비가 직원을 향해 말한다.

"아저씨!!!어째서....어쨰서 우리를 배신하신거에요?!저희를 도와주기로 약속하셨잖아요!!!"

"너희들을 도와주는 거? 그래...그 얼빠진 가면성**가 세계를 구해준 의리를 지켜**다며 내게 부탁하더군...빌어먹을.....지금 같은 상황에 무슨 의리야, 의리가!나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그딴 의리가 아니라 눈 앞에서 오고 가는 막대한 양의 현상금이야!!너희 같은 애송이들을 지킬 바에는, 차라리 이 자식들한테 너희들을 팔아넘기고 현상금을 가지는게 더 낫다고!!!"

직원의 말에 세하가 크큭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크게 웃기 시작한다.

"크큭....푸하하하하하!!!!!크크큭....그래....너 같은 족속들이 그렇지 비겁하다 못해서 찌질한 너희들이 하는 짓이 거기서 거기지. 뒤에 어떻게 될 지는 생각도 못하는 네놈들의 생각은 뻔했어 크큭....덕분에...머리가 비었어."

"뭐?"

직원이 말을 하며 따지려는 순간 목에 붉은 줄이 생기더니 직원의 머리가 스르륵 미끄러져내린다.

"아저씨. 죄송한데 저기 있는 고기덩어리들 좀 맡아주실래요? 짜증나서 이 고기덩어리는 베었는데 영 손맛이 안 좋네요.더 짜증나버렸어요. 이 기분을 좀 식히려면 저 고철쪼가리들을 다 부숴야할 거 같으니까 저한테 방해 안 오게 부탁드릴게요."

세하가 저벅저벅 걸어나오며 건블레이드에 위상력을 집중시키자 평소보다 짙은 위상력이 깃들며 뻗어나간다.

그 모습을 본 세하가 키득거리며 말한다.

"잘 됬어....안 그래도 답답하고 짜증나고 열 받아서 어디에다 풀고 싶었는데 말이야....고마워....내 앞에 나타나줘서....부수고 뜯고 없애고 망가뜨릴 수 있게 해줘서!!!!!!!!!"

세하가 광기 섞인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안드로이드들을 향해 달려가 부수기 시작하자, 제이가 입술을 꽉 깨물며 세하를 보다가 이내 요원들을 향해 자세를 취하며 말한다.

"뭐....동생을 말리는 건 나중으로 하지....지금은....내가 당신들을 막아야 할 것 같으니까. 우리 아가씨들은 내가 지키기로 약속해서 말이지."

"뭐라는 거야....고작 늙다리 주제에!!!"

"늙다리라 미안하지만 참아주라고. 어짜피....모두 다 잠시 뒤면 병원신세 질테니까."

"이...이게 누굴 놀리나?!야!!담구어버려!!!"

요원들이 달려오자 제이가 품에서 약을 한 번 쭉 들이키고는 요원들을 보며 말한다.

"말하는 것부터 고쳐주지. 신사적으로 말이야!!!"

제이마저 요원들을 상대하기 위해 달려가자, 유리가 상황을 보다가 세하 쪽을 보고는 슬비를 돌아보며 말한다.

"슬비야. 난 세하 도우러 갈게. 아무리 그래도 안드로이드들을 혼자서 상대하는 건 무리일테니까."

"그럼 나는 제이 씨 쪽을...!"

슬비의 말에 유리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너는 여기서 유정언니랑 테인이를 지켜줘. 방어전은 내 약점이잖아?"

"...알았어....대신 절대 지지마....알았지?"

"걱정마. 난 절대 안 져. 다녀올게."

유리가 긴 생머리를 올려묶고 세하 쪽으로 달려가자 슬비가 한참을 말 없이 있다가 유정을 돌아보며 묻는다.

"언니....혹시 은이 언니 전화번호 있어요?"

"은이...씨?....그래.....은이 씨네 공항경비대!!"

"밑져야 본전이에요. 빨리 걸어주세요. 왠지....이쪽도 노려지는 기분이거든요."

슬비가 세하와 유리가 부순 안드로이드 파편들을 끌어모아 자신의 옆에 띄우더니 경계 태세에 들어간다.

그 모습에 테인이도 여러 개의 창과 결계를 펼치며 전투태세에 돌입한다.

"....테인아. 미안해....그래도 누나 좀 도와줘...."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요 누나. 이게 우리가 할 일이잖아요?"

"....꼭 살아남아야 해, 테인아.....알았지?"

"누나도....꼭 살아남아야 해요....제가....최선을 다해서 지켜드릴테니까 꼭 살아남아주세요....더 이상 제 앞에서 누군가 죽는 건....보기 싫어요."

슬비와 테인이가 서로 등을 맞댄 채 살짝 주먹을 마주하고는 이내 자신들의 눈 앞으로 밀려오는 안드로이드 무리를 향해 자신들의 공격을 날리기 시작한다.

한편....

"뭐야....이것밖에 안돼?잔챙이들 말고 센 놈들 보내보라고!!!!이래서 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 많던 안드로이드들을 문자 그대로 고철로 만들어버린 세하가 리모컨을 들고 연신 새로운 안드로이드들을 불러내던 요원에게 말하자 유리가 세하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달랜다.

"세하야...너 지금 너무 흥분했어....조금만 진정해....."

"아닌데?나 지금 최고로 이성적이야. 머리가 아주 맑아졌다고. 어이, 빨리빨리 만들어보내봐! 다 부서줄테니까!!!"

세하의 도발에 리모콘을 들고 있던 요원이 인이어에 뭐라고 말을 하더니 이내 히죽 웃으며 말한다.

"그래...다 부수겠다고 했겠다?그럼....이것들도 부술 수 있나 볼까?"

요원이 리모콘을 누르자 하얀 옷을 입고 가면을 쓴 인형(人形) 세 개가 나타난다.

"헤에..?세 개뿐이야?그렇다면....엄청 세다는 거네? 마음에 들어!!!"

세하가 앞으로 건블레이드를 들고 달려가자 맨 앞에 있던 인형이 들고 있던 대검으로 그의 검을 정면에서 받아친다.

"호오....좀 센데?그럼 어디....더 날뛰어볼까!!!"

세하의 눈에 스산한 광기가 흐르더니 이내 무차별적인 속도로 대검을 든 인형을 향해 공격을 퍼붓는다.

눈이 멀 것 같은 푸른 빛의 향연에 유리가 다가가지 못하다가 세하를 향해 슬금슬금 거대한 헤머를 들고 오는 인형의 모습에 탄환을 장전하고는 그대로 얼굴을 향해 집중사격을 해 세하에게 멀리 떨어뜨린다.

평소보다 화려한 만큼 더더욱 강력해진 공격에 결국 헤머를 든 인형(人形)이 얼굴의 가면에 공격을 허용한다.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가면이 부서지자 검격을 나누고 있던 세하가 자신의 앞에 있던 인형을 날려버리고는 헤머를 든 인형을 향해 광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크큭....그래....어디 낯짝 좀 보자....이번엔 어떻게 생겼....?!"

세하가 말을 하다가 가면 사이로 들어난 얼굴을 보고는 건블레이드를 놓치더니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그럴 리가 없어....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

세하의 절규에 부서진 가면을 끼고 있던 인형이 가면을 벗고는 세하를 보며 말한다.

".....이세하. 제거 대상. 날 죽게 만듬. 내가 좋아하는 여자도 뺏어갔음. 제거해야 함...."

"아...아아...아아악!!!!!!!!!!!!!!!!!!!"

세하가 가면을 벗은 인형을 향해 절규하자 모두의 시선이 인형에게 쏠린다.

가면 안에 있던 얼굴은....

"서....석봉이?!"

한석봉이다.

".....원래의 한석봉은 죽음. 잿가루가 된 걸로 확인. 나는 유니온이 채취한 건강검진용 세포에서 만들어진 클론. 그것이 나의 원형."

석봉이 무미건조하게 말을 하다가 옆에 있는 두 인형을 향해 가면을 벗으라는 듯 고개짓을 한다.

이윽고 두 인형이 가면을 벗자, 이번엔 유리와 슬비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저...정미?!"

"아...알파퀸님?!"

세 사람의 놀란 표정에 요원이 웃음을 터트리며 말한다.

"크크큭...어때?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너희 검은 양팀을 잡기 위한 대(對) 검은양 팀 병기 3개의 모습이?과연 너희가 이길 수 있을까?아니....애초에 공격 할 수 있겠어?"

"으...어어...."

"뭐....저쪽은 예상보다 반응이 심하네....저러면 재미없는데....뭐.....괴롭히는 김에....확실히 괴롭혀주는 것도 재밌으니까."

요원이 손을 휘젓자 정미의 모습을 한 인형이 세하를 향해 매스를 들고 달려든다.

푸욱 하는 살을 파고 드는 섬뜩한 소리와 함께 몸 속으로 파고 드는 금속의 감촉에 세하가 정신을 차리고 공격하려고 하지만....

".....세하야....나도 죽일 거야...?날 베고....죽이고.....그리고....도망 갈 거야? 날 두고?"

상대는....정미의 모습을 완벽히 흉내낸 인형....불안정한 세하의 정신상태로는.....버틸 수 없다.

게다가 자신의 소중한 연인이 자신을 공격했다는 사실에 미약하게 타오르던 반격의 불씨가 아예 **버렸는지 세하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다.

그 모습에 유리가 세하에게 달려오며 인형들을 향해 검격을 세게 날린다.

하지만....인형들도 그것을 예측했는지 재빠르게 세하에게서 떨어져 진형을 다시 갖추기 시작한다.

그 사이 세하 앞에 도착한 유리가 세하를 흔들며 말한다.

"세하야!!정신 차려!!!지금 네 앞에 있는 건 정미도, 석봉이도, 아줌마도 아니란 말이야!!!!"

"정미가 날 찔렀어....석봉이가....날 죽이려 해.....엄마도....날...."

유리의 외침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혼잣말만 중얼거리는 세하의 모습에 유리가 제이에게 다급하게 소리친다.

"아저씨!!!세하가....!"

"알고 있다...!어서 동생을 데리고 결계 안으로 뛰어!!뒤는 내가 어떻게든 처리하마!!"

제이의 말에 유리가 세하를 데리고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하자 제이가 눈빛을 반짝이며 약을 들이키고는 다리에 힘을 모은다.

"자....모두....낙하산은 챙겼나? 안 챙기면 착륙할 때 좀 아플거야!!!!"

제이가 땅을 박차며 날아오르자 엄청난 폭풍이 제이가 있던 곳을 삼킨다.

[날아갈 듯한 기분]. 그의 결전기 중 대인전 범위와 범용성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이 발동되자 주변에 있던 요원들과 대(對) 검은양 팀 안드로이드들이 폭풍 안으로 끌려들어온다.

그 모습에 제이가 그대로 안에 모인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을 향해 위에서 떨어지며 엄청난 공격을 가한다.

단 한번의 일격에 폐쇄구역에 일시적인 지진이 일어나자 미처 끌려오지 않았던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마저 여파로 넘어지며 적지 않은 타격을 입는다.

물론....

"쿨럭쿨럭....역시....착륙은 영 느낌이 안 좋군.....쿨럭...."

큰 기술을 쓴 제이의 몸도 적지 않은 데미지에 각혈하기 시작한다.

한참을 쿨럭거리던 제이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아직도 많은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는 결계 쪽으로 다가와 유정에게 말한다.

"....유정씨....미안하게 됬어...."

"네?제이씨....그게 무슨.......서...설마?!제이씨! 그만둬요!!!"

유정이 제이가 하려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눈치챘는지 다급하게 결계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동생들. 유정씨 좀 잡고 있어줘. 휘말리면....안되니까...."

"안되요, 제이씨!!!안된다고요!!!빨리 들어와요!!!은이씨 한테도 연락 해뒀으니까 여기 와서 몸 사리라고요!!!!"

"....미안해, 유정아....그건....못하겠다...."

제이가 유정을 보며 지금껏 보이지 않던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유정이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제발 고집피우지 말고 들어오라고. 자신을 위해서라도 들어와달라는 그녀의 부탁에 제이가 결계 안으로 손을 뻗어 유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안된다는 걸 네가 더 잘 알잖아....나한테는 이제....시간이 없어....곧 약효가 떨어질 거고....그러면 난 다시 한 번 짐이 되겠지....그러고 싶진 않아.....불씨가 꺼지기 전에.....마지막으로 너희를 지키기 위해 화려하게 불태우고 싶어....뭐....가장 큰 이유는.....너를 지키기 위해서지만."

"제발....제발 부탁이야, 오빠.....부탁이야....가지마....고집 그만 부리고....들어와....제발...."

유정의 울음섞인 목소리에 그녀의 반듯한 이마에 입맞춤을 한 제이가 유정에게 마지막이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잘 있어...유정아....꼭....살아남아줘...."

제이가 말을 마치고 결계 밖으로 걸어나오더니 이내 품에서 해골 표시가 된 검은색 약병을 꺼내들며 말한다.

'....이걸 쓰지 않길 바랬는데.....유정이를 지키기 위해....동생들을 지키기 위해....이기적으로 목숨을 버리고 애들에게 떠넘기는 이런 짓은 하고 싶진 않았지만......유정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어.'

검은 색 약병을 보던 제이가 결계 안에서 자신을 보며 울고 있는 유정을 돌아보더니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유정이를 더 많이 보고 싶었는데....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었는데....유정이를.....더 많이 사랑하고 싶었는데.....'

복잡한 심경으로 유정을 보던 제이가 이내 약병을 열고 쭉 들이키자 그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이 있다면.....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붉은 색이라는 점과 공기를 진동시키는 압도적인 압박감이다.

"푸우.....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정리해야 할 일이 이제야 마무리 되서 말이야."

"하! 고작 위상력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이 많은 인원들을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저승길 동무로 다 데리고 갈 수 있으면 최고겠지만....안되면 최대한 많이라도 데리고 가야지."

제이가 한쪽 발을 들더니 이내 세게 땅을 구르며 중얼거린다.

"[일점 집중]"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제이의 발이 땅에 박히자 주변에 있던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이 마치 자석에 끌리는 금속조각처럼 제이가 발을 구른 지점으로 끌려오자, 제이가 그 옆으로 순식간에 이동하더니 주먹을 꽉 쥐며 말한다.

"버텨봐....이게.....내가 가진....내 각오의 무게다."

꽉 쥐어진 제이의 주먹에서 기이할 정도의 위상력을 감지한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이 급히 대피하려하지만....제이의 주먹이 그들보다 앞서 뻗어진다.

"[최종결전기-남아일언중천금]"

굽혀졌던 팔이 뻗어지며 일직선이 되는 순간....황금색의 찬란한 빛이 폐쇄구역을 비춘다.

뒤이어, 세하의 [무의 대지]보다 더한 폭음과 충격파가 밀려오자 슬비가 본능적으로 자신의 모든 힘을 짜내 안드로이드 잔해들로 아이기스 위에 결계를 형성한다.

이윽고 엄청난 충격파와 폭음이 가시자 슬비가 정신을 잃고 그대로 풀썩 쓰러진다.

"슬비야!!"

유리가 쓰러진 슬비를 안아들고 맥박을 체크하더니 유정을 돌아보며 말한다.

"어...언니!!슬비 맥박이....!"

유리가 다급한 목소리로 유정에게 말을 하지만....그녀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눈에는 아무런 풍경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자신의 눈 앞에...있는 깔끔하던 요원복이 넝마가 됬음에도 불구하고.....그럼에도 주먹을 올곧게 뻗은 채 온 몸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자신의 연인의 모습만이....그녀의 눈에 담길 뿐이다.

그 모습에 유정이 아직 요원들이 있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제이에게 달려가다가 옆에서 날아온 폭발에 옆의 기둥으로 날려가 부딪히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진다.

"안...돼....제이....오....빠...."

힘겹게 그를 향해 뻗던 손이 이내 땅으로 툭 떨어지자 테인이 두 사람을 보며 소리친다.

"누나!!!아저씨!!!일어나요, 제발!!!!"

두 사람을 보며 울던 테인이 이내 자신의 결계에 가해지는 충격에 핏발 선 눈으로 요원들과 안드로이드들을 노려보더니 유리를 보며 말한다.

"누나....죄송해요....예전에 약속했던....같이 놀이동산 가기로 한 거....그거....못 지킬 것 같아요."

"무슨 말이야, 테인아...안돼!!!너마저 잘못되면...!!"

"유리 누나!!!"

테인이의 일갈에 유리가 움찔하자 테인이 유리를 돌아보며 말한다.

"지금 슬비 누나랑 세하 형을 지킬 수 있는 건 누나뿐이에요. 그리고 이런 장기 방어전은 제 특기고요."

"......"

"그러니까....꼭 살아남아주세요, 누나...."

테인이 고개를 돌리더니 아이기스를 마치 전차처럼 밀어붙으며 달려가더니, 이내 요원들을 향해 창들을 날리며 말한다.

"절대...용서 못해요!!!모두....모두 사냥해드리겠어요!!!!"

테인이 평소보다 과격하게 창들을 날리며 요원들과 싸우기 시작하자, 유리가 입술을 꼭 깨문 채 상황을 보다가 슬비를 조용히 눕혀놓고는, 세하를 돌아본다.

세하의 겁 먹은 듯 떨리는 몸과 눈동자에 유리가 결심했다듯이 세하를 부른다.

"세하야. 내 말 들려?들리면 고개 끄덕여줘."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리가 세하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뛸 수 있겠어?"

"응....뛸 수 있어....하지만....검은 못 잡겠어.....너무....무서워...."

"괜찮아. 검 안 잡아도 돼. 넌....슬비를 데리고 도망치기만 하면 돼."

유리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들자, 유리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나랑 테인이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게. 그 사이에 최대한 멀리, 저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할 곳에 숨어....그 정도는 할 수 있지?"

"그러면 너는? 테인이는?너희 둘은 어쩌려고?!"

세하의 말에 유리가 세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너희가 도망갈때까지 버텨야지....죽게 되더라도...."

"죽을 때까지 버티겠다고?왜....?대체 왜?너도 무섭잖아?!너도 살고 싶잖아?!그런데 왜?!"

세하의 말에 유리가 입가에 예쁜 호선을 그리며 말한다.

"널 좋아하니까."

"....뭐?"

"에헤헤.....말했버렸네....정미랑 슬비 때문에....왠만하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서....유리...."

유리가 세하의 눈을 바라보더니 이내 눈물이 글썽거리며 미소를 짓는다.

"나...바보라서 이런 거 밖에 못해.....너를 지키기 위해서.....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내가 희생하는 거.....이거 말고는.....내 머리로는 방법이 안 나와...."

"안돼, 유리야....!!같이 도망가자...!!"

세하의 말에 유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안된다는 건....네가 더 잘 알잖아, 세하야....테인이 혼자서는....절대 못 막아. 나까지 있어야.....겨우 너희 둘을 이곳에서 도망치게 할 수 있어...."

"유리야...."

"그러니까.....부탁이야.....도망쳐....도망쳐서, 살아남아서, 우리 누명 다 벗겨줘. 알았지?"

유리가 세하에게 말하고 일어서다가 문득 무언가 미련이 남았는지 세하를 돌아보고는 다가온다.

"마지막으로......한 마디만 더 하고 갈게, 세하야...."

유리가 세하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오더니 이내 그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며 말한다.

"사랑해, 세하야....그리고....잘 있어....내....첫사랑아...."

유리가 이내 휙 돌아서 테인이 싸우고 있는 전장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자, 세하가 부들부들 떨며 중얼거린다.

"어떻게 해야하지....내가 뭘 어떻게 해야하냐고...!나보고 이제 뭘 어쩌라고...!!!!!"

세하가 머리를 싸매며 고개를 숙이던 그 순간....

귓가에 울리던 총과 칼의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던 세상의 모든 소리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이내 눈 앞의 장면이 흑백으로 바뀌며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뭐....야.....?이번엔 대체....무슨 일이....?"

"선택할 시간이라는 거지, 이세하."

뒤에서 들리는 낯익은 목소리에 세하가 고개를 돌리자 검은 갑옷을 입은 오토가 하얀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와 함께 그에게 다가온다.

"오토....이거....네가 한 거야?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야?어째서 나만 멀쩡히 움직이는 거야?"

"마음 급한 건 이해하지만 질문은 하나씩 해. 대답 할 시간을 줘야 답을 하지."

오토의 말에 세하가 입을 다물자 오토가 흑백으로 된 세상을 둘러보며 말한다.

"이건 느려진 게 아니야. 그저.....지금 우리의 대화가  머리 속에서 너무나도 빠르게 이루어지다보니 색깔도 시간도 느리게 찾아오는 거야."

"뭐?그럼....이 대화가 끝나면....."

"다시 현실이 찾아오겠지. 제이 아저씨 전투불능, 유정이 누나 부상 후 기절, 슬비 기절, 유리랑 테인이는 너랑 슬비를 살리겠다고 상대도 못 하는 요원들의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간 그 현실이 말이야."

"안돼....그러면 안돼....어떻게든 살려야 해....!저 사람들을 어떻게든 살려**다고!!!"

세하의 말에 오토가 차가운 목소리로 되묻는다.

"어떻게 살릴 건데?사람을 베지도 못하고, 죽이지도 못하고, 심지어 자기 친구, 연인, 가족 얼굴을 한 안드로이드들에게는 반항조차 못하고, 그런 병x주제에 도망도 못 가는 네가 대체 어떻게 저 사람들을 구한다는 건데?!"

오토의 말에 세하가 아무 말이 없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하얀 옷의 남자가 세하를 보며 말을 건다.

"....많이 유약해졌군,이세하 요원. 내 본체랑 싸울 때의 그 눈빛과 패기는 어디 가고 이제는 겁먹은 강아지 마냥 떨고만 있군."

"당신....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거야?설마....당신도 오토처럼 내가 만든 내 모습이야?"

세하의 말에 하얀 옷의 남자가 고개를 젓더니 후드를 벗으며 말한다.

"하긴....자네는 내[인간형]의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군. 정식으로 인사하지.난....네가 쓰러뜨린 헤카톤케일이다. 정확히는 그 영혼이지만."

하얀 옷의 남자, 헤카톤케일의 말에 세하가 놀란 표정을 짓자, 헤카톤케일이 살짝 한숨을 쉬고는 말을 이어간다.

"표정을 보아하니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군....뭐....무리도 아니지만 자네에겐 시간이 없을 듯 하니 무엇이든 빨리 결정하는 게 나을 듯 싶군."

"시간이 없다니...?그게 무슨 소리야, 헤카톤케일!"

"말 그대로 일세. 곧 있으면 이 대화도 끝나고 다시 자네는 시간의 섭리가 작용하는 현실로 돌아갈테니까. 즉....정지된 시간이 다시 정상적으로 흐른다는 거지."

"....."

"그 전에 자네는 선택해야하네. 저들에게 맞서 싸울텐가? 아니면 자네 옆에 있는 이슬비 요원을 데리고 도망갈텐가?"

"헤카톤케일...."

"난 자네의 선택을 존중하지. 자네가 도망치길 원한다면 자네에게 아공간으로 도망갈 수 있는 힘을 주도록 하지. 하지만.....만약 자네가 싸우길 원한다면, 내가 가진 권능과 힘을 자네에게 모두 물려주겠네."

헤카톤케일의 제안에 세하가 놀란 표정을 짓자, 헤카톤케일이 세하를 보며 말한다.

"아스타로트에게 배반으로 권능을 뺏기긴 했지만, 그래봤자 용의 영지 내의 권능이다. 그리고 그건 자네가 쓰러뜨린 덕에 자네가 내 힘을 계승하게 된다면 얻게 될 힘이지. 내가 주는 건....그가 뺏지 못했던 한 때 이름없는 군단의 힘과 지혜의 정점이었던 헤카톤케일의 전** 시절의 힘이다. 싸우길 원한다면.....주도록 하지."

"......."

"선택이...어려운가?"

"어려워....어렵다고!!!사람을 죽이기도 싫고 그렇다고 두 사람을 놔 두고 도망가기도 싫어! 두 가지 다 하고 싶은데....그건 불가능하잖아!!!"

"불가능하다. 두 가지 방안의 공존은."

"그래....그래서 선택을 더 못하겠어. 어느쪽을 골라도 다른 편의 경우를 생각하게 돼...어떻게 해야 해?난....대체 뭘 골라야 하냐고!!!"

세하의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헤카톤케일이 입을 연다.

"내가 아는 이세하였다면 분명 싸우는 걸 택했겠지.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

"......"

"물론 그 때와 지금은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 지금의 자네는 살인을 저질렀고, 영웅도 아니니까. 성공한다고 해도 그 생이 끝날 때까지 싸워야 할 지도 모르지...."

"....."

"그러나....그런 상황이 계속된다고 해도, 내가 아는 자네였다면 이렇게 말했겠지.'비겁하게 싸우기도 전에 꼬리 말고 도망가서 후회하느니, 차라리 맞서싸우고 후회하겠다고 말이야."

헤카톤케일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들자 헤카톤케일이 손을 내밀며 말한다.

"구하고 싶지 않나?그저 이대로 친구들을,동료들을,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싶은 건가?"

"헤카톤케일...."

"일어나라. 그리고, 너의 두 손으로, 두 발로 내딛고 싸우고 구해내라. 이세하 요원!!!"

헤카톤케일의 말에 세하가 그와 눈을 마주하며 말한다.

"지키고 싶어. 구하고 싶어....!!!다른 사람들을 희생해서라도 내 가족, 내 연인, 내 사람들만은 지키고 싶어!!!설령 그게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행동들과 반대되는 것이라고 해도!!!!!"

"....."

"그러니까 나를 도와줘. 저것들을 부수고 공포에 떨게 만들고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만큼 깊은 절망의 끝을 보여주고 싶어...다시는 우리 애들한테 손 대지 못하게...!!!!!"

세하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헤카톤케일을 바라보자 헤카톤케일이 그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좋다. 내 힘을 계승해주마, 나의 계승자여. 이 힘으로 네가 지키고 싶은 것을, 네 손으로 너의 적을 부숴라."

그 시각...

세하가 머릿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 필사적으로 적군을 막던 테인이 힘이 부치는 지 숨을 몰아쉬며 창을 날리다가 쿨럭거리기 시작한다.

그 찰나의 틈이 생기자, 숨 쉴 틈 없이 촘촘히 이어지던 공방에도 틈이 생기고, 이내 요원의 공격을 허용해 쓰러진다.

푹 하는 불길한 소리가 유리의 귓가에 들려오자, 유리의 집중력이 한순간 흐트러진다.

그 모습에 유리를 상대하고 있던 요원이 유리를 날려버리고는 주변에 있는 요원들에게 눈짓을 한다.

"후우....꼬맹이들 주제에 힘 빼게 만들고 있어....짜증나게...."

요원이 대검은 든 채 무방비하게 걸어오자 유리가 부서진 검을 검집에 집어넣더니 조용히 말한다.

"범위 안에.....들어오셨어요....."

"뭐?"

요원을 따라오던 요원들이 순간 멍하게 있는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빠르게 요원들의 몸을 스친다.

그 바람에 따라오던 요원들의 몸에서 피가 솟아오르자, 베이지 않은 요원들이 바람의 근원지를 살펴보다가 경악한다.

그곳에는 반토막 난 검으로 [유리불패]를 시전한 유리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요원들을 노려보고 있다.

'역시.....반토막짜리로는.....이게 한계구나......그래도....후회는 없어.....이 정도면 세하랑 슬비도.....도망갔을테니까....'

유리가 이내 칼을 떨어뜨리더니 이내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격을 보다가 눈을 감으며 생각한다.

'잘 있어....세하야, 슬비야.....꼭....살아남아줘....그리고.....내 몫까지....행복해줘.....'

유리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눈을 감는 순간....갑자기 유리의 몸이 붕 뜨더니 공격의 범위 밖으로 움직인다.

그 감각에 유리가 눈을 뜨고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세하...야?너....어떻게.....?"

"....미안....많이 늦었지....?미안해, 유리야....이렇게 네가 다칠 때까지.....내가...바**만 해대서..."

세하가 유리를 다른 검은양팀을 모아놓은 곳에 내려놓더니 유리를 한 번 꼭 껴안아주며 말한다.

"이제부터는 내가 할게.....그러니까.....쉬고 있어, 유리야."

세하가 유리를 뒤로 한 채 요원들을 향해 걸어오자 요원들이 세하에게 느껴지는 기묘한 위화감에 모두 경계를 취한다.

"하....!다들 쫄지마!어차피 저녀석은 사람 못 죽여!그것 때문에 팀원들 뒤로 숨은 겁쟁이가 우리랑 맞설 수 있겠냐!!!!"

요원의 말에 세하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오른쪽 눈을 손으로 누른다.

"그래....사람도 못 죽이는 주제에 뒤로 물러나지도 못하는 병x이 나지....그것때문에....아저씨를...누나를....슬비를...테인이를....그리고 유리까지 잃을 뻔했지...."

밑을 보며 자조적으로 웃던 세하가 고개를 들더니 요원들을 노려보며 말한다.

"근데 이젠 아니야. 너희를 죽여서라도, 유니온의 모든 사람들을 죽여서라도, 아니,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다 죽여서라도 우리 애들을 구할 거야....더이상....이 이상......우리 애들은 절대 못 건드려...."

세하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하자 츠츠 소리를 내며 세하의 까만머리가 은빛으로 변하고, 몸에는 폭주 때 잠깐 일부 생성되었던 갑옷이 완벽하게 생성되며 그의 몸에 착용되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요원들이 덜덜 떨며 중얼거린다.

"너....너 뭐야....너 대체 뭐야!!!!!!!!!!!"

"나는....이세하....너희의 공포가 될.....최종보스다....."

세하의 말에 요원이 덜덜 떨며 세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너....넌 악마야!!!네가 아무리 답답하고 억울하다고 사람을 죽여도 이제 넌 정의가 될 수 없다고!!!!"

요원의 말에 세하가 키득거리며 말한다.

"정의?그딴 게 왜 필요한데?지배하고 공포를 주고 모두가 두려움에 경배하며 따르면 그게 정의다. 그리고 그건 이제 나랑 상관없어. 이제부터 내가 하는 건.....내 개인적인 복수거든."

세하의 말에 지난번에 세하의 몸에서 솟아나던 검은 아지랑이가 마치 아우라처럼 퍼져나가고 이내 등에 날개처럼 맺힌다.

그 모습은 마치.....세상의 모든 악의 정점에 선 마왕의 모습이다.

"으으....으아아아아!!!!!"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에 요원 중 하나가 버티지 못하고 세하에게 달려들자 세하가 무심하게 건블레이드를 내려긋는다.

그러자 너무나도 가볍게 달려오던 요원의 몸에 선이 생기고 그 뒤로 엄청난 길이의 검기가 지나간다.

그 모습에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어깨에 걸치더니 요원들을 보며 말한다.

"....다음은 누구냐?아니면....다 같이?"

"으으....대 검은양 안드로이드 1호 2호 3호!!! 돌격해!!!!"

요원의 말에 안드로이드들이 전방으로 달려나오자 세하도 앞으로 쏘아나가더니 석봉이의 얼굴을 한 안드로이드의 얼굴을 잡으며 말한다.

"내 친구의 얼굴은....네까짓 고철덩어리가 쓸 게 아니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단단한 안드로이드의 두부가 산산조각이 나자 연이어 달려오던 알파퀸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가 매서운 공격을 세하에게 날린다.

그 순간...

너무나도 가볍게 대검을 막아낸 세하가 안드로이드들을 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한다.

"역시....네 검은 가벼워....우리 엄마 검은.....이것보다....더 무거웠어."

대검을 젓가락 부수듯 부순 세하가 이내 안드로이드의 멱살을 잡더니 조용히 중얼거린다.

"...사라져....짝퉁."

세하의 [영거리 포격]이 지근거리에서 폭발하자 두부가 부서지는 정도가 아닌 안드로이드의 몸체 전체가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이윽고 더러운 걸 치우듯 안드로이드의 잔해를 내팽개친 세하가 매스를 든 채 가만히 서 있는 정미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를 보며 말한다.

"...정말 똑같이 만들었네....넌....베고 나면....뒷맛 안 좋겠어...."

"...세하야....살려줘......"

안드로이드의 말에 세하가 서서히 다가오더니 안드로이드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그래도 넌....곱게 보내줄게....잘 가."

세하의 손이 안드로이드의 뒷목으로 향하더니 이내 목부분을 부서버리고는 남은 손으로는 심장부분을 부순다.

"세...하.....시스템....에러...."

안드로이드가 바닥으로 쓰러지자 세하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영혼 없이 정미 목소리로 말해도....이젠.....안 속아."

세하가 이내 요원들을 향해 싸늘한 시선을 던지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한다.

"뭐야....그 표정들은....?오는 것 조차 무섭나 봐? 내가 가줘?"

"으으....도...돌격해!!!!!"

요원 중 하나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자 그 뒤로 요원들이 줄줄이 달려오며 소리친다.

"....역시 그렇게 나오는 건가...그럼 이쪽은....그에 걸맞게 싸워주지...."

건블레이드를 어깨에 댄 채 고개를 까딱거리던 세하가 총구를 요원들 쪽으로 향하며 중얼거린다.

"타죽어라....[광연(狂燃)]"

세하의 시동어에 건블레이드가 평소의 푸른 화염이 아닌 검은색 화염을 뿜어낸다.

5연속으로 뿜어진 화염 사이로 세하가 건블레이드를 찔러넣더니 작게 중얼거린다.

"지옥으로....**라."

세하가 방아쇠를 잡아당기자 지금껏 나오지 않았던 엄청난 불꽃 기둥이 5개의 화염마저 불사지르며 요원들을 삼켜버린다.

이윽고 화염이 사그러들자, 그 자리엔 무언가가 있었다는 듯한 잿더미만 나타난다.

"아....아직까진 우리가 더 많아!!!밀어붙여!!!!"

요원들이 달려들자 세하가 검을 수평으로 눕힌 채 어깨 높이까지 들더니 조용히 읊조린다.

"[이세하 류 일격기- 파천(破天)]"

세하의 팔이 앞으로 뻗어지자 검에 모여있던 위상력들이 마치 창처럼 요원들처럼 뚫고 지나간다.

기술로 인해 생긴 먼지구름이 걷히자 몸의 일부가 소실된 채 피를 뿜고 있는 요원들이 나타나자 세하가 검을 되돌리며 말한다.

"끝났나....드디어..."

"세하야....너...대체....."

유리가 갈라진 목소리로 세하를 부르며 다가오려는 순간....

"손들어!!움직이면 발포한다!!!"

은이가 이끄는 공항경비대가 나타난다.

"은이언니!!잘 왔어요...유정언니랑 아저씨 그리고 애들이...?!"

유리가 말하며 은이에게 다가오자 은이가 유리를 자신의 등 뒤로 보내며 세하에게 말한다.

"유리야 뒤로 가 있어. 위험해."

"언니...!"

"....뭐죠 누나?왜 제가 위험한 인물 인 것처럼 구시는 거죠?"

"...세하야. 무기 버려....넌 지금....살인자야....무기 버리고 투항하면 형량 줄일 수 있어. 조금만 지나면 검은 양팀에 복귀할 수 있다고....그러니까.....!"

"....상관없는데요, 딱히...?"

"뭐?"

"전 우리 애들이랑 정미, 그리고 제 사람들만 있으면 되요. 그 외의 사람들이 제 사람들을 건드는게 보기 싫으니까 이 세상에서 지우려는 거에요. 그게 뭐가 잘못됬나요?"

"세하야...왜 그러는거야!!어쩌다가 그렇게 된 거야!!!착하던 네가 어쩌다가 이렇게 됬냐고!!!!"

"착한 게 아니라 멍청했던 거겠죠!!!!세상은 잔혹하고 어른들은 우리를 죽이려들고 괴물 취급하는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마저 희망은 있을 거라 믿는 멍청이....그게 저였겠죠!!!!"

세하가 말하며 한발한발 걸어오며 살기를 뿜자 은이가 자신도 모르게 총을 쏴 버린다.

그 총성에 같이 있던 공항경비대가 사격을 개시하자 유리가 세하를 향해 달려간다.

"유리야 위험...?!"

은이가 황급히 말하며 유리를 붙잡으려는 순간...

은이의 앞에 검은 화염과 함께 세하가 달려와 유리를 감싸안으며 총알을 막아낸다.

이윽고 총알이 다 떨어졌는지 모두가 총구를 내린 채 탄창을 교체하자 세하가 은이를 돌아보며 말한다.

"....가차없네요, 누나. 그래도 한때는 같이 생사를 나눈 동료였는데."

"...미안해 세하야...하지만...난....시민을 지키는 쪽이야....위법자를 잡는 게 내 일이니까..."

은이의 말에 세하가 슬프게 미소를 짓더니 조용히 말한다.

"슬프네요....그게...한 때 동료를 쏘는 이유가 되다니....."

"....미안해...."

"....좋아요....그럼....누나는 누나 할 일을 하세요. 우리 애들을....지키라고요..."

"너...설마....이 일을 그만 두지 않을 생각이야?!"

"....우리 애들을 지키기 위해서 아저씨가 했던 걸.....누나가 해오던 걸.....제가 이어받은 것뿐이에요. 피를 뒤집어 쓰고,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악에 빠져가면서도 사람을 구하는 거......그렇게 해서라도 제가 지킬테니까....모든 악은....제가 들고 갈테니까...."

세하가 말을 하다가 유리를 염동력으로 은이 곁으로 보내더니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러니까....제가 없는 동안....우리 애들...지켜주세요....모든 죄와 악은....제 몫으로 가져갈테니까."

세하의 말을 들은 유리가 그제야 말을 이해했는지 세하에게 달려가려하지만 양 옆의 특경대가 그녀를 막는다.

그 모습에 세하가 자신의 검을 들어 뒷쪽을 세로로 내려긋자 차원문이 열린다.

한참을 차원문을 바라보던 세하가 이내 몸을 돌려 누워있는 검은 양 팀을 향해 걸어가더니 양 팔을 들며 헤카톤케일에게 묻는다.

'케일. 지금 내 상태로는 어디까지 치유가능해?'

'네가 아는 병 상태까지만이다. 그 외는 치료불가능해.게다가....지금 몸 상태로 치료했다간...'

'댓가는 상관없어. 치료한다. 케일. 도와.'

'....참으로 용 답지 않은 용이군....좋아...도와주지.'

헤카톤케일의 대답에 세하가 양손을 검은 양 팀에게 뻗자 손에서 밝은 빛이 나와 그들을 감싸기 시작한다.

빛이 닿자 그들의 몸에 있던 상처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겉보기에는 멀쩡한 상태로 돌아온다.

이내 유리의 몸까지 치료한 세하가 유리의 눈을 바라보자 유리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세하를 바라보며 말한다.

"세하야....가지마....나 두고 가지마...부탁이야...."

"....미안해....이게....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야...그리고...이게....너희를 위한 거야...."

"싫어...이런 건 싫어....그냥 따라가고 싶어...."

"서유리!!!!"

"난 바보라서 그런 거 몰라!!!!난 그저....그저....며칠 전까지만 해도 할 수 있었던 그 작은 다과회를 다시하고 싶단 말이야.....우리 모두 다 같이 있었던 그 때로...."

"....그걸 위해서....내가 떠나는 거야.....그 때로 되돌아가려고..."

"세하야..."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고....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고....최악엔....너랑 적으로 만날 수도 있는 모르는 일이지만....그래도....적어도 너희한테....그 때를 되돌려주고 싶어....이런 이면을 몰랐던 그 때를."

유리를 향해 말하던 세하가 각성 후 처음으로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말한다.

"그러니까....기다려주라....돌아오면....꼭 너희를 찾아서...그 때처럼 다과회 하고 싶으니까."

세하의 말에 유리가 눈물에 젖은 눈을 반달로 휘며 세하에게 말한다.

"기다릴게....얼마가 됬든 기다릴테니까....정미랑 슬비랑 테인이랑 아저씨랑 언니랑 다 같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꼭 돌아와야 해...!!꼭이야!!!!"

유리의 말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은이에게 말한다.

".....아마 제가 없어져도 남은 사람들에게 추궁이 갈 거에요....그 때....변호 잘 해주세요...모든 건 제가 했다고 해주시고요....아시죠...?우리 애들....저 빼고는 다 착한 거."

세하의 말에 은이가 가만히 서 있다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세하에게 경례를 하며 말한다.

"특경대 경정 송은이 외 15명!!이세하 요원으로부터 전해받은 지령을 끝까지 지킬 것을 저희의 명예를 걸고 맹세합니다!!!!"

은이의 행동에 세하가 고개를 떨구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아 진짜....끝에 울리고 난리야....가기 힘들게...."

그러더니 이내 눈물을 훔쳐내더니 차원문 쪽으로 한 걸음씩 걸어간다.

걸어가던 세하의 발이 차원문에 닿는 그 순간....

"세하야!!!!!!"

뒤에서 들려온 유리의 목소리에 세하가 고개를 돌리자 유리가 눈물 어린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한다.

"꼭 돌아와!!!!다 같이 다과회 하는 거 잊지 말고!!!꼭이야!!!!"

"아이씨....저 고기바보가...끝까지 사람 눈물 나게 한다니까...."

세하도 결국 눈물을 흘리더니 유리를 보며 말한다.

"꼭 돌아올게!!!그러니까.....그 때까지 우리 팀원들을...!!!잘 부탁해!!!!"

세하의 말에 유리가 눈물을 흘리면서도 애써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자 세하도 손을 흔들어주다가 이내 차원문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괜찮겠나, 세하....이렇게 헤어져도...?'

차원문을 넘어선 직후, 황무지 같은 땅에 도착한 세하의 귓가에 헤카톤케일의 말이 들리자, 세하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끝이....아닐거라고 믿으니까.....다시 만나게 될 거야...우린...."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을 거 같군.....당장 눈 앞에 있는 것부터 말이야..."

헤카톤케일의 말에 세하가 앞을 보자 안드라스를 포함한 살아남은 여러 차원종들이 세하를 향해 적의를 뿜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환영식이 너무 거창한데..."

"이제부터 자네가 해야 할 일이지....할 수 있겠나...?"

"....할 거야....끝까지 말이야....그로 인해....내가 영원히 인간에서 멀어지게 되고....악에 떨어지게 되서....그 애들 손에 죽게 되도 말이야..."

"....흥미롭군....끝까지 동행하고 싶어졌어....나의 계승자, 이세하여...자네가 어디까지 걸을 수 있을 지.....또 어디까지 떨어질 지.....그 모든 걸....자네와 함께 해주지...."

"....방해나 하지마....이제부턴....끝없이 악해질 거야.....다시는 빼앗길 일 없을 만큼....당하지 않을 만큼.....악해질거야...."

세하가 자신의 손에 쥐여진 건블레이드를 꽉 쥐고 차원종 무리에게 달려가며 생각한다.

'기다려 얘들아.....꼭.....돌아갈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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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그로부터....1년후.....

여전히 깨어나지 않는 정미가 누워있는 플레인게이트 안 병동에 작은 차원문이 열리더니 이내 그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나온다...

"....오랜만이야 정미야.....꼬박 1년 인가?"

차원문을 열고 나타난 건....다름 아닌 1년전 자취를 감췄던 세하다...

"....선물을 주려고 왔어....생각보다....저쪽이 정리할 게 많아서 아직 정리조차 다 못했어...아마...더 늦을 지도 몰라....그래서....미리 선물을 주려고 왔어...."

세하가 병동 침실 옆 서랍장 위에 작은 오르골을 놓더니 그 위에 곱게 접은 편지를 올려놓고는 정미에게 말한다.

"정미야....네가 일어나게 된다면....날 원망 할 지도 몰라....널 두고 갔다고.....그렇게 생각 할 지도 몰라....그래도....그래도....바보 같은 내 머리로는....이 방법이....널 위한 최선 일 듯 싶다...."

세하가 정미의 이마에 손을 얹더니 작게 중얼거린다.

"회복 술식...[AMOR VINCIT OMNIA(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한다)]

환한 빛이 정미의 몸을 감싸다 이내 스며들자 세하가 손을 떼고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말한다.

"생일 축하해, 정미야...."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며 정미의 볼을 쓰다듬는 그 순간....

병동 문이 열리더니 정도연 박사가 들어온다.

"누...누구...?!....아?!이세하 요원...?!"

"박사님...."

"....돌아...온 거에요?"

"....아직이에요....오늘은....정미한테 선물 주려고 왔어요....."

"......그렇군요...아직 준비는 안됬나보군요...."

"네.....그러니까....박사님.....정미를...."

"정미를 잘 부탁한다는 말이군요. 걱정마요, 이세하 요원. 닥터 케롤리엘과 저와 보나 그리고 김가면씨가 어떻게든 정미를 보살피고 지킬테니까요....걱정말고....준비 잘 하고 돌아와요...."

"....감사합니다....그럼....건강하세요..."

세하가 차원문 안으로 들어가자 도연이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린다.

"...걱정마요, 이세하 요원.....정미만큼....절대 안 잃을 거에요.....절대.......검은 양팀 처럼 만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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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그 시각....

유니온 지하의 취조실....

위상력 억제 수갑이 채워진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제이가 앞에 있는 요원을 노려보며 대치한다.

"....몇 번이나 말한 것 같은데...?난 절대 동생을 배신하지 않을 거야. 약속했으니까."

"....하아....정말이지....당신이나 그 꼬맹이들이나 똑같네.....고집을 안 꺾어...."

요원이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제이를 보며 말한다.

"....좋아. 당신이 그렇게 나온다면....우리도 어쩔 수 없어....망가뜨려서 복종시킬 수 밖에..."

"뭐?! 이 자식이!!!"

제이의 몸이 앞으로 튕겨지듯 나오자 옆에 있던 요원들이 제이를 억눌러 강제로 다시 자리에 앉힌다.

"너....!우리 애들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털끝 하나만 건드려봐, 그 땐 가만히 안둬!!!"

"그러니까 빨리 이세하가 한 짓이라고 하라고. 그러면 안 건드릴테니까."

"웃기지마!!!!동생을 팔라니!!!!"

"선택해. 사라진 이세하냐, 남은 검은 양팀이냐. 듣자하니 김유정 전 부국장은 위상력에 오염됬다지?게다가.....못 걷고 말이지?"

"유정이까지 건들 생각이냐!!!!!너흰 악마야, 악마!!!!"

"악마여도 상관없잖아, 당신에겐? 연인과 남은 동생들까지 잃고 싶지 않으면 빨리 말해. [이세하가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이라고.그러면 애들한테 손 안대고 김유정 전 부국장도 치료해주지."

"....."

"선택해....과거냐...미래냐."

요원의 말에 제이가 입술을 꽉 물더니 조용히 읊조린다....

".....잠시만....시간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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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 데이비드 빌어먹을 왜 안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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