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같은 빈민국이 어떻게 도울 수 있습니까

 독점 인터뷰/柳明桓 외교통상부 장관

 『북한을 도울 수 있도록 북한이 우리를 도와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요청은 잘못 알려진 이야기다
  ●맥아더 동상 철거 요구가 미국인들 감정 자극했다
  ●韓美공조 통해 핵을 갖는 것이 북한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하도록 해야


유명환:1946년 서울 출생. 서울고 졸업. 서울대 법과대 행정학과 졸업. 제7회 외무고시 합격. 외무부 공보관 대변인. 駐 UN 대표부 공사. 북미국장, 駐미국공사. 駐이스라엘·필리핀·일본 대사. 외교통상부 제1차관.


「준비된 장관」과의 만남

  지난 2월18일 柳明桓(유명환) 당시 駐日(주일) 대사가 李明博(이명박) 정부의 첫 외교통상부 장관으로 공식 발표됐을 때 외교가의 평가는 「준비된 장관」이었다.
 외교가의 「준비된 장관」이라는 평가에는 직업 외교관 생활 35년이라는 기간도 작용했지만 그가 외교가에서는 보기 드문 「팔방미인 형 외교관」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柳장관은 북미과장, 북미국장, 주미대사관 정무공사 등을 거친 경력 때문에 미국통으로 알려졌지만 외교가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등 주요국은 물론 이스라엘 대사, 필리핀 대사, 아프간 문제 담당 대사 등을 거쳐 중동문제에도 정통한 「팔방미인형 외교관」으로 유명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4월13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柳明桓 외교 통상부 장관과의 인터뷰는 오전 11시, 오전 11시30분, 이렇게 두 차례 시간이 지연됐다. 15일 訪美·訪日(방미ㆍ방일)을 앞두고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가진 「대국민 기자회견」에 배석하기 위해서였다.
 한남동 외교통상부 장관 공관에 주인 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 일행에게 柳장관은 『늦어서 미안하다』며 자리를 권했다. 그의 말투와 행동에서는 외교관이라는 선입견이 주는 매끈한 세련됨보다는 털털함이 더 짙게 배어나왔다. 세련됨을 뛰어넘는 친화력이 그의 장점인 것 같았다.
 인터뷰는 韓美동맹의 복원과 북핵 문제, 북한에 대한 지원 문제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지난 달 말 레바논에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 동맹부대에 다녀왔습니다. 레바논 남부 지역에 1978년부터 30년째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고, 병력이 1만3000여 명까지 증강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작은 나라가 아닌데, 우리의 국제적 역할, PKO(평화유지군) 활동에 대한 인식이 좀 결여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새 정부의 모토가 「선진 일류국가」입니다. 일류 국가가 되려면 세계 10위권인 우리 경제력에 걸맞게 국제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합니다. 유엔 분담금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 더해 국제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죠. 특히 PKO 문제라든가 해외 빈민국에 대한 개발 원조 등을 선진국 수준에 맞게 늘려가야 합니다.
 개발 원조는 GNI(1인당 국민총소득) 대비 작년이 0.66%였고, 금년이 0.1%로 10억 달러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2012년까지는 GNI 대비 0.15%까지 늘리자는 것이 저희 외교부 내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국가 전체의 살림을 봐야 하기 때문에 예산을 배분받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죠. 돈 쓸 일이 좀 많습니까. 더군다나 복지 예산이 지난 10여 년 동안 상당히 늘어 부담이 되죠. 국내 배정하고 남는 것으로 해외 개발 원조를 하려니까 아무래도 예산이 힘들죠. 기획만 하고 있지, 아직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했어요』

 아프가니스탄에는 재건 사업 참여

 ―유엔 분담금 미납액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潘基文(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좀 곤란하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기획예산처에서 「유엔 분담금을 좀 깎으면 안 되냐」고 한다면서요.
『예전에 그랬죠. 회원 대접을 받으려면 회비는 내야죠(웃음)』
 ―지금 언론에 「미국이 이명박 정부에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요청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요청을 하고 있습니까.
 『캐슬린 스티븐스 駐韓 대사 내정자가 의회 청문회에서 한 얘기인데, 의회에 원문을 요청해 보니까 그런 내용은 없고,「자신이 부임하면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협의해 보겠다」는 얘기만 한 것으로 나와 있더군요. 거기에 파병 문제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은데, 모 언론사 기자가 「파병」으로 쓰니까 모든 언론이 따라 쓴 것 같습니다. 파병 문제는 지난번에 마무리 짓고 철수하기로 한 것인데, 다시 재파병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파병 철수 후 우리가 하는 것은 지방 재건 사업(PRT)입니다. PRT는 우리나라 새마을 운동 같은 것인데, 마을을 개발하고, 위생, 보건, 수도 문제 등을 해결하며 자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죠. 33명으로 구성된 재건 팀을 보내기로 했고, 현재 선발팀이 가 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과 같이 지원하고 있는데, 그런 일도 상당히 중요하죠. 우리는 그런 뜻으로 알고 있는데 「파병」이라고 하니까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2004년에 이라크의 쿠르드지역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에 다녀왔습니다. 가보니까 쿠르드 자치지역 정부와 주민들은 미군을 해방군으로 여기고 있었고, 소요 사태가 전혀 없었습니다. 자이툰 부대 파병 이후 지금까지 인명피해는 장교 한 명이 총기로 자살한 것이 전부입니다. 이라크 戰後처리를 위해 3000명 이상이 피를 흘린 상황에서 소위 혈맹이라는 한국이 아무런 소요사태가 없는 쿠르드지역에 「평화 재건 팀」을 보낸데 미국이 적지않게 실망했고, 그게 韓美동맹 파탄의 시작이었다고 이야기하는 미국쪽 사람들이 많습니다. 내일 모레 訪美하는 李明博 대통령의 가장 큰 숙제가 韓美동맹의 복원입니다. 미국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요.
『미국이 자이툰 부대의 성격이라든가 목적 등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우리가 충분히 사전 협의를 거쳐 파병했으니까요. 우리 국민의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성격의 전투병을 보낸다는 것은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기 때문에 국내 정치적 사정과 미국이 원하는 사항을 협의해서 결정한 것입니다. 미국이 그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한미 동맹 관계에 실망했다는 식의 추론은 좀 무리가 아닐까요』

 동맹은 공짜로 얻어지는 것 아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미국 정부나 연구소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미국 쪽에서는 한국이 월남전에서와 같이 실제로 전투에 나가 미군과 함께 싸우기를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겠죠. 그렇지만 아프간 전쟁에서 우리의 능력을 생각해야 합니다. 월남전과는 상황이 다르잖아요.  전통적으로 아프간 지역은 유럽과 관계가 밀접한 곳입니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은 그쪽의 지형이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상당히 가깝게 느끼기 때문에 이라크에 가서 전투를 한다 해도 문화적 심리적 접근이 어렵지 않아요. 우리가 월남에 가서 전투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한 지역에서 전투한다고 하면 우리 국민이 지지했을까요. 우리가 일방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지역의 균형을 봐서 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영국이 맡은 지역 못지않게 우리가 담당한 쿠르드 지역의 재건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었어요. 그쪽 지역의 안전이 무너지면 이락남부까지 연결되니까요. 우리 군은 그 나름대로 역할을 했고, 미군으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한미 동맹에 문제가 생겼다고 이야기 하면 국민들이 오해합니다』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시위하는데 여당 국회의원들이 가세했고, 이 국회의원들이 철거대상 민가의 지붕에까지 올라가 농성하는 상황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쪽은 「노무현 정부가 미군기지 이전을 해주겠다고 하면서, 핵심 여권인사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청와대는 이런 교착상태를 방조한다」는 느낌을 받았던 게 사실 아니겠습니까.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그런 시위 행위는 미국 안방까지 그대로 전달됩니다. 예를 들어서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자」는 시위는 미국인들의 감정을 상당히 자극하죠. 이름도 잘 모르는 낯선 땅에 와서 3만7000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 희생 위에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해왔는데, 그런 과거에 대해 한국이 기억을 못하고 맥아더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하면, 미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부분들이 한미 관계의 신뢰에 손상을 가져온 겁니다.
  미국인들로서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고마움과 이런 부분에 대한 감정이 교차하는 거죠. 그런 면에서 우리는 다음 세대에 역사 교육을 제대로 해야 합니다. 동맹국 간의 신뢰라고 하는 것은 그냥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미 동맹은 6ㆍ25전쟁과 월남전 등 많은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것입니다. 다음 세대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도록 기성세대가 가르쳐야 합니다』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는 합의대로

 ―현 정부의 對美외교를 「從美주의」 외교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정부가 추구했던 「자주 외교」라는 말이 사라졌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요.
 『어떤 동맹이건 우리 외교는 국익을 전제로 합니다. 우리는 국익우선의 실용주의 외교를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다만, 자주외교라는 표현은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위치에 비추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 주장에 동조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대외적으로 자주외교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李明博 대통령이 국가수반으로서 첫 해외 방문지를 미국으로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있습니까.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동맹국으로 6ㆍ25 전쟁과 베트남전에서 함께 싸운 혈맹입니다. 우리의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도움을 준 가장 가까운 우방인만큼 한미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대통령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미국을 선택한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韓美 정상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잘 아시겠지만 캠프 데이비드는 부시 대통령이 자신과 마음을 좀 터놓고 얘기할 상대를 초청하는 곳입니다. 넥타이도 안 매고 아주 프라이빗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비공식 만남이 이뤄지는 곳이죠.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18일 도착하면 양국 대통령 내외가 함께 식사를 하는데, 아마 6, 7명 정도의 극소수 인원만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음 날 있을 한미 정상회담도 굉장히 릴렉스하게 진행될 거예요. 소파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시기도 하고, 산책하거나 운동하면서 아주 자연스런 분위기 속에서 얘기를 나눌 겁니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그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실한 친구 관계를 맺겠다는 데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되었고, 보수적이며 한미 동맹 관계를 중요시 한다는 점 등의 이야기를 부시 대통령이 듣고 회담 장소를 정한 것이죠. 국빈 방문은 나중에 하기로 했으니까, 가급적 빨리 자연스럽게 만나 허심탄회하게 한반도 문제와 국제정세, 한미 관계는 물론 오는 7월 일본 훗카이도에서 열리는 G-8 정상회담 전에 만나 거기서 나올 이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李明博 대통령의 訪美 때 전시작전권 이양 문제가 재론됩니까.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습니다.
  『그 문제는 양국 정부가 이미 합의를 한 거예요. 전환 과정이 이미 시작이 되었거든요. 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능력, 작전권을 전환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봐가면서 진행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연기하자, 단축하자, 하는 논의보다는 그 전환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 협의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한.미간 대북 억지력을 계속 유지 강화하는 것을 전제로 협의해 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요. 2012년 환수한다는 것은 합의한 사항이니까 있는 그대로 봐 주시면 됩니다. 

 국가 간 관계에는 세계화 시대에서 제로섬 게임 안 돼

 ―북한이 최근에 김태영 합참의장의 『일단 유사시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적 타격』 발언에 대해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의연하게 대처하니까 그걸로 끝났습니다. 사실 韓美 군사 동맹만 튼튼하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무시할만한 수준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북한의 군사력은 아직도 상당한 파괴력이 있습니다. 휴전선에 배치된 장사정포 같은 무기의 위력은 상당히 크기 때문에 한미 연합사령부에서 그에 대한 많은 대책을 세우고 있지요. 최근 들어 한미 관계를 복원하고, 신뢰를 회복해야겠다는 것이 저는 국민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530만 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의석은 153석이라고 하지만 거기에 보수적 무소속, 친박연대, 자유선진당 등을 합치면 3분의 2가 보수 아닙니까. 국민들의 선택에는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韓中관계라든가 한러 관계를 소홀히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장관에 취임하고 첫 번째 방문지가 중국이었는데, 중국쪽과 그런 교감을 나눈 건가요.
 『21세기 국제화된 세계정세에서는 국가의 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가 미국과 친하면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다는 건 과거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입니다. 이제는 윈윈 개념의 시대이죠.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韓中관계에도 도움이 됩니다. 패러다임이 바뀐 국제 환경에 적응해야 해요. 韓中관계 역시 제3국가와의  관계에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중국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국익 차원에서 생각하고, 미국과의 친분을 기초로 주변국과의 관계를 확대해 가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북한 核문제가 核 시설 신고 문제와 과거 核 규명 문제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새 정부의 對北정책을 「느슨한 형태의 봉쇄」로 보면 되겠습니까.  
『봉쇄, 즉 「브로케이드(blockade)」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쓰지만 국제 정치라든가 국제법에서의 의미는 달라요. 그 의미가 갖는 임팩트가 상당히 큽니다. 일반 사람들은 쓰지만 우리는 쓰지 않아요. 전시 상태를 가상해서 하는 액션이기 때문입니다}
  ―브로케이드가 강하다면 컨테인먼트(containment)로 보면 될까요.
 『대화와 협력과 화해의 시대인 21세기에는 적과도 대화하는 콘셉트이기 때문에 컨테인먼트(봉쇄), 어피즈먼트(유화 정책) 같은 냉전 시대의 용어를 쓰지 않습니다. 교과서에는 나오지만 현실 외교에는 등장하지 않는 용어가 되었죠』

 6자 회담 틀은 새 정부에서도 유용

 ―그렇다면 사실상 李明博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책임자로서 對北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갈 건지 개요를 좀 설명해 주십시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기자회견에서도 말씀하셨는데, 북한도 우리도 변화하여 진정한 남북 간의 대화를 해야겠지요. 북한 주민의 생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대통령께서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것 같습니다. 북한의 인도적인 어려움, 즉 기근이 발생하고 홍수 가뭄 등으로 인한 어려움은 얼마든지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언론이 通美封南(통미봉남)이라는 말을 쓰는데, 북한이 미국과만 대화하고 남한을 배제해서는 안되고, 그러면 성공할 수도 없고 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없지요. 한미 간에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 생각하고 싶습니다.
   한미 공조를 통해 핵을 갖는 것이 북한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북한이 스스로 깨닫고 인식하도록 해야 합니다. 북한이 전략적으로 核무기를 갖는 것이 체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말이죠.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지역 정세가 긴장되면 일본 등의 주변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합니다』
  ―6자회담이라는 외교적 틀을 유지하는 겁니까.
 『6자회담이라는 과정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면 6자회담이라는 틀이 다자 안보 기구 같이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동북아 평화 안전을 협의하는 협의체도 될 수 있습니다. 6자회담이라는 틀은 새 정부에서도 유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선 6자회담을 통해 핵을 해결하자는 것이 정부의 기본 생각입니다. 핵을 해결하고 난 후 동북아에서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협의체를 끌고 나가자는 것인데, 좋은 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1993년 3월 북 한 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역대 정부들이 북한 핵 문제와 대북 지원, 핵문제와 경제협력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 고민해 왔습니다. 金泳三(김영삼) 정부 때 처럼 아주 강하게 연계시켜서 나가려고 하면 북한이 삐걱거렸습니다. 지난 10년 간은 느슨하게 연계시켰습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하고 핵보유를 선언하는 와중에도 경제 지원과 인도적 지원은 일방적으로 해왔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엄청난 불만을 샀습니다. 장관님께서『북핵과 경제지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겠다』고 하시는데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건 어떻게 연계한다는 겁니까.
 『우리가 정책 수단으로서 북한의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잘 나가기도 하고 위기에 봉착하기도 하고. 거기에 맞춰서 우리가 갖고 있는 영향력을 활용해야겠다는 것이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다 남북 관계에만 써 버리면 핵 문제 해결하는 데서 우리의 영향력이 없어진단 말이에요.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을 남북 협력 채널로 다 해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우리와 협력할 아무런 필요성을 못 느낄 것 아닙니까.
  핵을 포기하지 않아도 남북경협을 통해 외화가 들어오지, 식량 들어오지, 비료 들어오지, 부족할 게 없는데 왜 핵을 포기하겠습니까. 미국과 대결을 하더라도 한국에서 경제 협력 계속해 주면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할 인센티브가 없단 말이죠. 그러니까 적절히 유기적으로 연계해서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6자회담서도 하지만, 남북 관계 개선도 유기적으로 맞춰서 가야 하지 않겠느냐하는 생각입니다.』

 정기적인 대규모 지원 인도적 차원으로만 볼 수 없어

 ―햇볕 정책을 펴면서 지난 10년간 매년 북한에 지원해 돈과 물자가 평균 10억 달러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중 정례화된 지원이 쌀 50만 톤과 비료 30만 톤입니다. 최근 국제 쌀값이 두 배로 뛰어올랐습니다. 국제 쌀값이 오른 만큼 매년 50만톤의 쌀을 지원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습니까.
 『재정적 부담이 가능하겠느냐가 큰 문제입니다. 비료도 석유 값에 따라 올라가죠. (배석했던 이용준 외교부 차관보가 「비료값은 지난해 4배 가까이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농민들이 기절할 정도로 비료 값이 올라간 겁니다. 비료 30만톤이면 남한 소비량의 거의 반을 지원하는 문제입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는지 확인해 봐야 합니다.
  그렇게까지 지원하면 북한도 핵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와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북한은 핵 문제는 미국과의 문제니까 한국과는 얘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보유하면 가장 피해를 보고 위협을 받는 건 남한이지 미국이 아닙니다. 북한이 핵무기 몇 개 가지고 미국을 어떻게 위협해요. 인식에 있어서 그런 차이가 있는 거예요.
  미국은 核무기 자체도 문제지만 북한이 核무기를 딴 데 팔지 않을까 하는 위협을 상당히 크게 느끼고 있어요.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이기 때문에 북한의 위협 인식을 공유해야 합니다. 미국이 신경 쓰니까 우리는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면 동맹 관계가 유지되지 않습니다. 동맹국가는 위협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도와준다는 게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북한의 핵 문제는 6자회담이 잘 진행되는 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가속화 시켜서 가시적인 진전을 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상황 하에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쌀 지원은 계속되는 겁니까.
  『인도적 지원은 북핵 등 여타 문제와 연계시키지는 않을 계획이지만 북핵 문제의 순조로운 진전이 큰 규모의 대북 지원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정기적인 대규모 지원은 순수한 인도적 지원으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만큼 한반도 주변 상황, 국민적 합의, 북측의 식량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李明博 정부의 「비핵 개방 3000」의 키워드는 북한의 정상국화입니다. 통상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남북관계 외에 북한을 정상국화하기 위한 복안이나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통일부의 소관인데, 남북대화에서 합의한 것은 지켜야 합니다. 남북기본 합의서, 남북 비핵화 공동 성명서 등은 역사적인 문건들입니다. 그것을 협의하기 위해서 참 많은 노력을 했고, 남북기본 합의서를 낼 때는 이제 서로 싸우지 않고 화해 협력을 통해서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북한도 북한 나름대로 개혁과 개방을 하겠구나 하는 기대감에 당시 참석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비핵화 하자마자 1차 핵 위기가 터지고, 북한이 NPT 탈퇴하고 난리를 치지 않았습니까. 남북관계가 정상화 되려면 진정한 의지를 가지고 대화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군사 문제는 우리와 대화 자체를 안 하려고 합니다. 남북 간의 대화 자체에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됩니다. 대화를 통해 뭔가를 끌어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판단인 것 같아요. 그런 상황을 만드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남북한 간의 대화 채널이 통일부와 북한도 있고, 우리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한과 대화도 하고, 북한을 계속 설득해 나가야겠죠. 정세의 변화라든가, 남북한 간에 외교적으로 협의할 사항 등, 협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나갈 생각입니다』

 합의한 것은 지키는 풍토 만들어야

  ―독일의 경우, 동방정책 이후 동서독간의 비밀 대화 채널이 정권이 바뀌면서도 계속 인수인계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정권이 바뀌면 남북간에 대화 채널을 여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입니다.
 『대화 자체가 정치적인 목적이 컸기 때문에 그렇죠. 정치적인 게 아니고, 남북한 간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문화 사업이라든가 이산가족 사업, 인도적인 사업 등을 그 자체 목적을 위해 협의를 해서 계속 진행이 돼야 하는데 어떤 정치적 고려에 의해 그런 사업의 큰틀이 결정이 되면 이어지기가 쉽지 않죠. 새 정부가 남북한 관계에 있어서 실질적이고 진정한 대화를 원하는 이유는 그런 차원에 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 인정, 남북한 간의 도움이 되는 사업, 민족의 동질성 회복이라는 사업 등을 구체적으로 놓고 진정한 대화를 하고, 합의한 것은 꼭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우선 비핵화 문제만 해도 합의를 해놓고 핵실험을 했습니다. 합의한 것은 지키는 풍토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키지 않는데 열심히 만나서 합의한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북한이 핵 관련 시설, 과거 핵, 우라늄 농축을 성실하게 신고를 하더라도 IAEA가 성실하게 신고했는지 검증사찰하는데 2년 내지 3년이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북한과 주고받을 것은 없습니까.
 『전문적인 부분인데, 북한이 신고하는 것을 전문가들이 보고 1차적으로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는데는 수개월이면 됩니다. 오차 범위 내에 들어간다는 판단이 우선 나올 수 있어요. 세부적으로 하는 것은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때마다 단계별로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어떤 일정으로 해줄 것인가에 대해 세부적인 협의에 들어가면 된다고 봅니다』          
  ―1994년 북한과 미국이 제네바 핵 합의를 타결할 때 북한이 핵능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주기로 했던 것이 경수로입니다. 경수로 건설비용은 50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북한 외무부는 핵포기의 대가로 그정도의 보상은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정리 되는 겁니까.
 『6자회담에서 그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합의가 아직 없습니다. 핵 폐기가 진척되는 단계에 가면 북한이 그 문제를 제시하겠죠. 거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북한을 뺀 다섯 국가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어요. 그것은 앞으로의 과제이죠.
 북한이 더 이상 플루토늄을 만들지 않는 상황, 그것도 상당히 의미는 있는 거죠. 자꾸 뒤에서 몰래 만들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진전이죠. 차근 차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협상을 통해 한다는 것인데, 협상은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짧아질 수도 있습니다. 협상 기간을 단축해서 북한이 빨리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또 건설적인 방법의 경제적 지원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이 배고픔과 질병에서 해방되게 하는 게 중요하니까 빨리 단축시키는 게 외교의 목표죠』    
   ―李明博 정부의 외교안보팀의 책임자로서 만일 우리가 갖고 있는 레버리지를 이용해서 북한에 변화를 압박하다가 북한이 군사적 위기를 조장하거나 위기 상황을 조성할 때 어떻게 대처할 생각이십니까.
  『북한도 달라지겠죠. 북한도 국제 사회에서 처한 자신들의 상황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만약의 경우에도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어야겠지요. 우리가 먼저 북한을 자극할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는 항상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으며, 도와줄 자세도 되어 있으니까 우리가 북한을 도와줄 수 있도록 북한도 우리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이를 도외시하고, 자꾸 도발로 나온다면 누가 북한을 도와주겠습니까. 중국도 러시아도 돕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완전히 고립될 겁니다.
우리는 우리의 입장을 항상 주변국에 얘기하기 때문에 우리를 비판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남북 관계에서 긴장 조성의 책임을 새 정부가 질 일은 없을 겁니다. 그것은 항상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지요. 북한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설득하고, 주변국을 통해 그런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면 잘 해결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韓EU 관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李明博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것은 아닙니까.
 『대통령의 말씀은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되 韓日 양국이 신뢰하는 가운데 미래를 향해 협력해 가자는 의미로 봅니다. 일본 정부도 성실하게 대응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취지에서 한신 말씀이기 때문에 일본 측이 이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韓日 FTA 체결은 준비되고 있습니까.
 『2004년 11월에 협상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다시 협상이 재개된 후 또 실패하게 되면 오히려 양국 관계에 악영향이 우려됩니다. 우선 양국 실무차원의 예비협의를 통해서 협상 재개 여건 조성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한일 FTA가 서로 이익을 준다는 양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본 정부가 최근 한일FTA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관심 분야인 농산물 시장 개방수준 제고 및 각종 비곤세 장벽 완화 등에 대한 입장 변화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입니다』
 ―지리적 정치적 이유도 있겠지만 韓EU 관계는 韓美, 韓日 韓中 관계와 비교해 소원한 감이 있습니다.
 『정부도 국제 사회에서 유럽과 EU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금년 10월에는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ASEM), 韓EU간 자유무역협정 체결과 96년 체결된 韓 EU 기본협정의 발전적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FTA 체결과 기본협정 개정이 이루어지면 기존의 경제, 통상 관계의 확대 발전뿐만 아니라 정무분야에서도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형성하게 돼 명실상부한 21세기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과거 駐中대사관이나 심양총영사관에서 탈북자 문제에 부적절하게 대처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습니다. 여론이 들끓으면 외교부 당국자들이 사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숫한 일이 되풀이되고 아직도 일부 해외공관에서는 탈북자 문제에 대해 소극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주재국과의 관계만 너무 중시한 데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닙니까.
 『우리 정부는 탈북자의 국내 조기 이송과 본인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지 않도록 관련국들 및 국제연합난민고등판무관사무소(UNHCR) 등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탈북자 문제는 체류국에게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우리측이 탈북자 문제를 제기하는 데 있어서 외교적 수단에 제한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해당 체류국의 협조 사실이 공개될 경우 체류국의 탈북자 관련 방침이 강경해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협조채널이 폐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조용히 협조를 추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柳장관은 韓美FTA 관련 회의가 있다며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金演光 月刊朝鮮 편집장
 金成東 月刊朝鮮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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