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연결 어미를 가르친다면 어떤 순서로 지도할 것인가

한국어 교육을 위한

문법적 특성에 대한 연구

조성문(한양대 국문과 교수)

1. 서론                                   3.1. 유형적 특성

  2. 문법 교육의 중요성                       3.1.1. 형태적 특성

    2.1. 문법 교육의 순서                     3.1.2. 구문적 특성

    2.2. 문법적 특성 교육의 필요성          3.2. 그밖의 특성

  3.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                 4. 결론

1. 서론

  이 연구는 효율적인 한국어 교육을 위해 다른 언어와 구별되는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을 이용한 교수법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의사소통 능력의 증대와 통합 교육의 추구로 인하여 문법 교육에 대한 인식이 많이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서 문법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무시할 수 없는 분야이다. 또한 요즘 다시 문법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문법 교육에서 어떤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대부분 빈도, 난이도 등의 기준들을 고려해서 문법의 우선 순위가 선택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한 논의들은 문법 교육의 타당성을 증명해 주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문법 교육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먼저 외국인들이 초급 단계에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을 미리 학습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에 대한 교육은 지금까지 교육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된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언어와 대비되는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들을 우선적으로 제시하여야 한다고 본다. 그럼으로써 한국어 학습자들이 한국어에 대해서 전반적인 이해를 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장에서는 문법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문법 교육의 단계화를 위한 순서와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함께 제시하겠다. 3장에서는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에 대해서 논의하겠다.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그 특성들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를 다룰 것이다.

2. 문법 교육의 중요성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교육하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학습자들이 한국어를 바르게 익히도록 하기 위해 문법과 문형 학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실용성이 없다고 하거나, 방해 요인이 된다고 해서 문법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그것은 외국어 교수이론인 문법-번역 교수방법을 이용해서 문법만을 독립시켜 개별 항목으로 교육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형 중심의 학습법은 1960년대 영어 교수법으로 널리 사용된 유형 연습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한 이 교수법에 의해서 교재를 편찬할 때 가장 중요시 되었던 것은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서 문법 항목을 숙달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은 교사 중심의 교수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문법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실제 언어 생활에서 그것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그러한 문제점이 지적되어 새로운 언어 교수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그것은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하는 교수 방법이다. 인지이론이나 생성문법에서 제기된 반론으로 인하여 의사소통 중심의 학습법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교수법이 반영된 교재는 학습자를 중심에 둔 자연스런 언어 환경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학습자의 동기와 흥미 유발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의사소통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유창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문법의 정확성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최근 다시 문법적 지식이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의사소통 기능과 문법을 통합해서 한국어를 교육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1) 그 이유는 언어 교육에 있어서 모방과 훈련에 의한 언어 사용 능력 증대가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만 표면적인 훈련만으로는 완전한 언어 습득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문법적으로 정확한 표현이 의사소통 능력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으나 문법 규칙을 인지하고 올바르게 적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은 실제 언어 생활에서 원활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꼭 필요하다. 특히 한국어는 조사나 어미처럼 형태소 하나가 독특하고 고유한 의미를 더해주기 때문에 문법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에서 문법 교육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라고 하겠다.

1) 이종은(1998)에서 의사소통과 문법 교육을 통합시킨 수업 모형을 제시하고 있다.

2.1. 문법 교육의 순서

  지금까지 문법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아 보았다. 그런데 실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문법 교육이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았고 어떤 명확한 성과가 이루어지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원인은 대체로 문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교재 내용의 부적절성, 그리고 한국어 교사들의 문법 지식 부족과 지도 방법의 비능률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형태든지 언어 교육에는 일관성 있게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 있어야 하고, 이 원칙은 합리적인 근거에 의하여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세워진 원칙에 의해서 교육할 때 한국어 교육은 효과적이고 전문화될 것이다. 그 원칙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어떤 것을 먼저 가르쳐야 하는 가에 대한 원칙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문법 교육에 있어서 무엇부터 가르쳐야 하는 가에 대한 문제는 교사나 학생에게 있어서 똑같이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문법 교육에서 무엇부터 가르쳐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쉽게 결정될 문제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한국어 문법이 교사의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기 위해서는 타당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 원칙으로 제시되는 기준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2)

  (1) ㄱ. 사용빈도  ㄴ. 난이도  ㄷ. 일반화 가능성  ㄹ. 학습자의 기대 문법

  사용빈도를 고려한다는 것은 언어 자료를 통해 검토해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문법 항목을 먼저 교육해야 된다는 의미이다. 난이도는 문법 항목들을 의미, 기능, 담화로서의 문법으로 나누어서 그 중 쉬운 항목부터 먼저 선택하여 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화 가능성은 가장 응용 효과가 큰 무표적인 것을 학습했을 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효과가 큰 것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또한 학습자가 기대하는 문법을 고려해야 한다. 외국인으로서 학습자가 다른 언어에서 무엇을 먼저 배우고 싶어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중 어느 하나의 기준만을 고려하기보다는 모든 요소를 종합할 때 문법 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본 연구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기준에 의해서 문법 항목을 단계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단계화된 문법을 교육하기 전에 먼저 제시해야 할 사항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언어와 대비되는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이다.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보다 일반적인 사항을 교육하고 학습하는 것이 모든 분야에서 우선된다고 생각한다. 의사소통 능력을 돕는 방법으로 문법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더욱더 일반적인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에 대한 교육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대부분의 한국어 교재에서는 이러한 일반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어 교사들도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에 대해서 막연하게 인지하고 있을 뿐 그것을 구체적으로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2) 이러한 기준은 기존의 논의들을 종합한 김유정(1998)에서 제시한 것으로 타당성이 있는 제안이다.

2.2. 문법적 특성 교육의 필요성

  우리는 여기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문법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국어 문법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문법은 그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학습하는 대상이 다르다는 것은 문법의 교육 방법과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외국어를 학습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어려움 중의 하나는 자신의 모국어와 다른 체계를 가지는 외국어 문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문법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기초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국어로서의 언어 습득과 외국어로서의 언어 습득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실제 언어 습득의 과정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편이다. 성광수(1988, 6)에서는 언어 습득의 기회를 1차 언어인 모국어와 2차 언어인 외국어의 습득으로 나누어 어린이와 어른별로 살펴보았다.

  (2) 1차언어(모국어): ㄱ. 어린이  ㄴ. 어른

  (3) 2차언어(외국어): ㄱ. 어린이  ㄴ. 어른

  언어습득을 위해서 (2ㄱ)과 (3ㄴ)의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고, 2중언어 교육의 필요에 따라서는 (3ㄱ)이 요구되기도 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2ㄴ)의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경우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성인이 될 때까지 1차언어를 습득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2ㄱ)과 (3ㄴ)의 경우를 대상으로 해서 비교해 볼 때 문법 교육에 차이를 두어야 할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비교한 결과 차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언어교육의 대상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모국어의 교육은 어린이에게 실시되고 있고, 외국어의 교육은 대부분 어린이가 아닌 성인에게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어린이는 모국어를 학습하게 되므로, 이를 절대적 개념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어를 학습하는 성인의 경우는 이미 습득한 자신의 1차언어와의 상대적 개념으로 외국어를 이해하게 된다.

  이처럼 외국어 교육 방법이 모국어의 적용 방법과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면 학습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한국어의 문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은 언어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충분한 인지력을 가지고 있다. 인지가 발달한 성인 학습자들은 외국어의 구조를 규칙적으로 제시할 때, 자신의 인지 능력으로 그것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어 교육 초기 단계에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을 제시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문법적 특성에 대한 설명이 언어 교육이나 학습에 있어서 방해 요인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이미 1차언어를 습득한 외국인 대상의 한국어 교육에 있어서 이해의 단계는 중요한 것이므로 문법적 설명은 필요하리라 믿는다.

  또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이 범하는 오류의 유형을 살펴 보면 문법적 특성의 교육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한국어 학습자들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분석해 보면 대부분 한국어만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조사나 어미의 사용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3)

  이렇게 문법적 설명이 필요하다면 어떤 것을 설명할 것인가? 그것은 효과적인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므로 다음 장에서는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나 교재에서 필요한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을 제시하도록 하겠다. 

3) 허용(1999)에서는 한국어 학습자들의 오류를 분야별로 분석해 놓고 있다.

3.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

  여기에서는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이 무엇이고, 또 그것을 어떻게 제시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논의하고자 한다. 한국어는 모든 언어가 가지는 일반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일반적 특성이 많다면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가 좀더 쉽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언어들과 대비되는 특성들을 한국어는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언어와 대비되는 특성, 그 중에서 문법적 특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3.1. 유형적 특성

  언어 유형론에서는 여러 언어들의 구조적 특성을 비교 대조하여 서로 비슷한 특성들을 가진 것끼리 묶어서 분류하고 있다. 이 유형론에서는 무엇보다도 구조적 특성에 따라 언어들을 나누고 있다. 그 유형은 다음과 같다(서정수 1996, 9).

  (4) ㄱ. 음운 유형  ㄴ. 형태 유형  ㄷ. 구문 유형  ㄹ. 의미 유형

  음운 유형은 모음 체계, 자음 체계, 음소, 운율 등의 유무에 따라 언어를 분류하는 것이다. 형태 유형은 문법 요소인 접사 등의 발달 유무에 따라 언어들을 분류하는 것이다. 구문 유형은 어순 등 문장 구조의 특성에 따라 언어를 나누는 것이다. 의미 유형은 수사, 색채어, 친족어 등 어휘적 특징에 따라 언어를 나누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4ㄴ)과 (4ㄷ)이다. 왜냐하면 이 두 유형은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을 기술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이나 유형 등을 잘 제시한다면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이 좀더 쉽게 한국어를 배우게 될 것이다. 그 학습자들은 이미 자기 모국어에 대한 문법적 체계를 머리 속에 가지고 있는 성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만의 특성을 제시한다면 그들 나름대로 자기 모국어와의 비교와 대조를 통해서 한국어를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유형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럼 먼저 한국어의 형태적 특성에 대해서 알아 보기로 하겠다.

3.1.1. 형태적 특성

  형태 유형은 실질적 의미부와 문법적 형태부의 결합 관계를 바탕으로 나눈 문법 관계 표시 방법에 따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나누어지는 유형은 다음의 4가지이다.

  (5) ㄱ. 고립어  ㄴ. 굴절어  ㄷ. 포합어   ㄹ. 첨가어/교착어

  고립어는 중국어와 같이 실질적 형태만 있고 문법 형태가 발달되어 있지 않은 언어 유형, 곧 문법 관계 표지가 영(φ)인 유형이다. 굴절어는 실질적 의미를 나타내는 부분과 문법적인 기능을 나타내는 형태가 서로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는 언어 유형이다. 라틴어, 영어, 불어, 독일어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포합어는 문장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한데 섞여서 한 단어처럼 여겨지는 언어 유형이다. 에스키모어가 그 예이다. 첨가어는 실질 형태에 문법 형태를 첨가하여 문법 관계나 기능을 나타내는 언어 유형이다. 한국어, 터키어, 일본어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어는 첨가어적인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어의 형태적 특성은 많은 문법 형태가 발달되어 있고 그것들이 서로 어울려서 실질 형태에 규칙적으로 첨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용언의 경우 문법 형태들이 그 선행 어간에 규칙적으로 덧붙어서 갖가지 문법 기능을 드러낸다.

  (6) ㄱ. 아이가 빵을 먹는다.

      ㄴ. 선생님이 부산에 도착하시었겠습니다.

      ㄷ. 학교에 사람이 많이 모이었더군요.

위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어는 용언에 문법 요소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첨가되어 시제, 서법 등의 문법적인 기능을 나타낸다. 그런데 이 문법 요소들은 그 앞의 어간과 뚜렷이 구분되어 결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굴절어인 영어, 불어 등과 대비되는 한국어만의 특색이다.

  (7)ㄱ. 학생이 공을 잡았다.

      ㄴ. The student caught the ball.

  (7ㄱ)의 경우처럼 한국어에서는 “잡 + 았 + 다”와 같이 동사 어간, 시제, 어미가 분명하게 구분되어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7ㄴ)과 같은 영어에서 과거형 “caught”는 어간과 문법 형태의 구분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형태적 특성에서 잘 드러나는 것처럼 우선 실질 형태와 문법 형태가 구분되는 특성을 잘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어는 조사나 어미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문법 형태를 중요시하여 교육해야 할 것이다. 국내 한국어 초급 교재의 문형 목록을 종합해 본 결과 항목이 모두 156개 정도였다.4) 그 중 조사에 관련된 문형은 41개, 어미에 관련된 문형은 50개였다. 이렇게 두 문형의 수량이 2/3 정도인 것을 볼 때 조사와 어미의 비중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한국어에서는 조사와 어미같은 문법 형태가 매우 발달해 있다는 것을 미리 인지시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4) 분석의 대상으로 삼은 교재는 고려대, 서울대, 선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외국어대 등의 것이다.

3.1.2. 구문적 특성

  한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그 언어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세계 언어의 어순 유형은 다음과 같이 나뉜다(Greenberg 1963, 77).

  (8)ㄱ. 주어+동사+목적어(SVO 유형): 영어, 중국어, 불어, 이태리어

      ㄴ. 주어+목적어+동사(SOV 유형): 터키어, 몽고어, 한국어, 일본어

      ㄷ. 동사+주어+목적어(VSO 유형): 겔트어, 아이리쉬, 헤브루어, 아랍어

보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어는 터키어, 몽고어, 일본어 등과 함께 (8ㄴ)의 “SOV 유형”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특성은 한국어가 속하는 문장 구조가 SOV 유형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예시하면 다음 (9)와 같다.

  (9)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어(S)  목적어(O)    동사(V)

이 어순은 우리말의 가장 정상적인 순서로 인정되는 것이다.

  이것과 관련된 또 다른 특성은 한국어의 어순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9)의 일반적 어순은 다음과 같이 바꾸어 볼 수 있다.

  (10)ㄱ. 당신을 나는 사랑합니다.

       ㄴ. 나는 사랑합니다 당신을.

       ㄷ.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을.

(10ㄱ)과 같은 어순은 비교적 자연스럽다. (10ㄴ), (10ㄷ)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허용되는 어순이다. 이처럼 어순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인지시킬 필요는 있으나 이 사항을 먼저 제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다른 언어와 한국어의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인지시키는 것이 우선된다고 하겠다.

  한국어가 SOV 유형의 언어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구문적 특성이 있다. 그것은 수식어가 항상 피수식어의 앞에 온다는 점이다. 수량어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수식어는 원칙적으로 피수식어의 앞에 놓인다. 영어의 경우처럼 관계대명사로 인해 피수식어의 뒤에 수식 성분이 놓이는 일은 거의 없다.

  (11) 저기 웃는 저 사람은 한국 요리를 참 잘 만듭니다.

(11)의 예에서 모든 수식어가 피수식어 앞에 오고 있다. 이러한 순서에서 벗어난 경우는 특수한 경우 말고는 비문이 된다.

  의문문에서도 한국어의 특성이 나타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의문문에서 주어와 서술어의 위치가 바뀌는 일이 없다. 또한 의문사가 반드시 문장의 처음에 와야 한다는 제약이 없다.

  (12)ㄱ. 한솔이 빵을 먹었습니까?

       ㄴ. 먹었습니까 한솔이 빵을?

  (13)ㄱ. 우리가 무엇을 먹습니까?

       ㄴ. 무엇을 우리가 먹습니까?

(12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순을 바꿔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 경우는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12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어와 서술어위 위치가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13ㄱ)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어는 영어처럼 의문사가 반드시 문장 앞에 오지 않아도 된다.

  SOV 유형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가장 명확한 것은 후치사적 특성이다. 문법 관계 표시 요소들이 선행어의 뒤에 놓이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영어, 불어, 독일어 등 SVO 유형의 언어에 전치사가 발달되어 있는 것과 대조되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어가 후치사 구조를 가지는 것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첨가어적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첨가어는 본래 문법 요소가 선행 실사의 뒤에 덧붙는 것이므로 자연히 그런 후치사적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후치사 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조사이다. 명사구는 문장 내에서의 통사적, 의미적 관계를 나타내는 요소인 조사와 결합한다. 한국어의 격조사나 한정사는 바로 유형론적 관점에서 후치사로 특징지을 수 있는 요소이다. 한국어의 명사가 문장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다양한 격조사들이 첨가된다.

  (14)ㄱ. 주  격: 사람+이

       ㄴ. 목적격: 사람+을

       ㄷ. 여  격: 사람+에게

       ㄹ. 탈  격: 사람+에게서

       ㅁ. 공동격: 사람+과

  또한 다양한 양태적 의미를 나타내는 한정사도 결합될 수 있다.

  (15) ㄱ. 사람+은  ㄴ. 사람+만  ㄷ. 사람+도 ……

  어미가 발달해 있다는 것도 한국어의 후치사적 특성 중의 하나이다. 한국어에는 연결어미와 종결어미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문법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조사가 체언에 붙는 후치사적 특성을 갖는다면, 어미는 용언에 붙어서 후치사적 특성을 드러낸다. 그 예를 보면 다음과 같다.

  (16)ㄱ. 집에 가 전화하세요.

       ㄴ. 밥을 먹 숙제를 합니다.

       ㄷ. 도서관에 가 공부합니다.

       ㄹ. 배가 고프니까 식당에 갑시다.

  (17)ㄱ. 여행을 갑시다.

       ㄴ. 어서 오십시오.

       ㄷ. 한국말이 재미있군요.

       ㄹ. 편지할게요.

(16)은 연결어미, (17)의 종결어미의 일부를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 어미들이 한국어에는 많이 존재한다.

  한국어의 후치사적 특성 중 또 하나는 여러 가지 보조용언이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 보조 용언은 항상 본용언에 후행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본용언 뒤에 놓여 문장을 구성하는 보조용언의 예이다.

  (18)ㄱ. 한국말을 배우다

       ㄴ.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

       ㄷ. 한국말을 배우지 않다.

한국어 보조용언의 위치는 SVO 언어인 영어나 불어에서처럼 본동사에 선행하는 조동사의 위치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3.2. 그밖의 특성

  위에서 제시한 형태적이고 구문적 특성 외에 다음과 같은 문법적 특성이 한국어에 있다. 먼저 한국어는 주제와 주어가 함께 두드러진 언어로 분류된다(H-M Sohn 1980).

  (19) 은영은 얼굴이 예쁘다.

  (19)에서 한정사 “은”과 함께 쓰이는 명사구는 주어보다는 주제가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겹주격이나 겹목적격 문장을 이루는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20) 한솔이 마음이 좋다.

“한솔이”와 “마음이”라는 두 주격이 한 서술어에 쓰이고 있다. 이 겹주격 현상도 한국어의 한 유형적 특성으로 꼽힌다.

  한편, 주제중심언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들 특징은 대체로 한국어에서 관찰되는 속성들이다(홍재성 1999, 179-181).

  (21)ㄱ. 주제가 명시적인 표지를 지니고 문장구조의 일정한 위치에 규칙적으로         실현된다.

       ㄴ. 피동구문이 존재하지 않거나 그 사용이 제한되어 있다.

       ㄷ. 비인칭구문을 형성하는 영어의 it과 같은 비인칭주어가 없다.

       ㄹ. 이중 구문이 존재한다.

       ㅁ. 주제가 될 수 있는 문장성문에 제약이 없다.

       ㅂ. 이어지는 문장에서 생략된 성분의 선행사는 보통 주제이다.

       ㅅ. 주제는 주어와 달리 서술어의 의미적 논항이 아니어도 된다.

       ㅇ. 주제중심어는 SOV어순을 갖는다.

  이상의 관찰에 의하면 한국어는 주제중심 언어의 여러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에서 문법적인 주어는 전형적인 주제중심 언어와는 달리 문장의 내적 구조의 구성이나 몇몇 문법 절차의 실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주제와는 별도의 격표지를 가지고 문장 속에 실현된다. 이런 점으로 보아 두 요소의 비중을 모두 인정해서 한국어는 주제-주어중심 언어로 특징지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어는 생략 현상이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는 언어 유형에 속한다.

  (22) 네가 노래를 불렀어?

  (23)ㄱ. 내가 (노래를) 불렀어.

       ㄴ. (내가) 노래를 불렀어.

       ㄷ. 불렀어.

(22)와 같은 질문에 대답하는 말에서는 (2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어나 목적어 등이 비교적 자유롭게 생략되는 것이 상례이다. 이것은 영어 등의 경우와는 구별되는 현상이다.

  일본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어는 대우법이 발달된 언어 유형에 속한다. 말하는 이, 듣는 이 그리고 제3의 인물과 관련하여 사회적 상하 관계를 반영하는 표현들이 상당히 다양하게 발달된 언어이다.

  (24)ㄱ. 성수야, 밥을 먹어라.

       ㄴ. 어머니, 진지를 잡수십시오.

(24ㄱ)처럼 친구나 아랫사람에게 말할 경우에는 낮춤 표현을 하지만 “어머니”와 같이 윗사람에게는 (24ㄴ)처럼 높임말을 쓴다. 다른 언어에도 윗사람을 존대하는 방식이 있지만, 한국어처럼 다양한 대우 표현이 체계적으로 발달된 언어는 거의 없다.

  한편, 한국어는 계통상 알타이어족에 속한다. 알타이어족에 속하는 언어는 만주어, 몽고어, 터어키어 등이 있으며, 이견이 있지만 일본어도 이 어족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알타이어족에 속하는 언어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주로 음운론적 사실과 관련된 내용들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문법적 특징 면에서도 공통되는 점들이 있다. 그것은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교착성을 보여주는 점, 관계대명사나 접속사가 없다는 점, 보조용언이 있다는 점 등이다. 또한 한국어와 알타이어족에 속하는 언어에서 모든 단어의 파생과 굴절은 접미사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한국어의 접미사에 의한 파생과 굴절은 계통론적 특징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법적 특성들을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에게 미리 인식시킨다면 실제 교육 과정에서 한국어의 문법을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에 대한 교육은 한글을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4. 결론

  지금까지 한국어 교육을 위한 문법적 특성에 대해서 살펴 보았다. 먼저 문법 교육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그것을 근거로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 교육이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 제시되어야 함을 논의하였다.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는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성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한국어의 문법적 특성을 제시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 실제로 제시할 수 있게 하고, 한국어 교사들이 미리 학습할 수 있도록 한국어의 문법적 특징을 형태적 특징과 구문적 특징으로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한국어 학습을 효율적으로 시키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국어 교재에도 이러한 내용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 문제는 문법 교육의 단계화 문제, 의사소통기능과 문법의 통합 문제와 함께 더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

■ 참고문헌

고려대 한국어 문화연수부. 1995. 《한국어 1》.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김유정. 1998.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문법 교육>. 《한국어 교육》9-1.         국제한국어교육학회.

백봉자. 1991.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문법>. 《동방학지》71․72.

서정수. 1996. 《국어문법(수정증보판)》. 한양대 출판원.

서울대 어학연구소. 1996. 《한국어 1》. 풍남출판사.

선문대 한국어교육원. 1998. 《출발! 한국어》. 선문대 출판부.

성광수. 1988. <한국어 문법의 내용과 설명>. 《말》13. 연세대 한국어학        당.

연세대 한국어학당. 1992. 《한국어 1》. 연세대 출판부.

이상억. 1998. <외국인용 한국어 교재에 포함된 문법사항의 비교 평가>.         《한국어 교육》9-2. 국제한국어교육학회.

이종은. 1998. <의사소통과 인지 중심의 한국어 문법 교수>. 《한국어 교        육》9-2. 국제한국어교육학회.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1999. 《말이 트이는 한국어1》. 이화여대 출판부.

허  용. 1999. <한국어 학습에 나타나는 오류 분석>. 《외국인을 위한 한        국어 교육의 방법과 실제》.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부.

홍재성. 1999. <한국어의 구조 유형론적 특성>.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의 방법과 실제》. 한국방송통신대 출판부.

Greenberg, H. 1963. Universals of Language. MIT Press.

Sohn, H-M. 1980. Theme-Prominence in Korean, Korean           Linguistics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