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놀이다 1부 공부 왜 하니

놀이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놀이가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삶이기에. 아이들과 매일 시간을 보내면서 더욱 놀이의 힘에 대해 느낀다. 그러나 현장에서 아이들과 놀기만 하다보면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있다. 선생이라는 호칭이 무언가를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강박을 들게 하는 것이 있는 것이다. 하루의 일정을 촘촘히 세워야 하고, 아이들이 정신없도록 선생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 같은... 이것이 우리나라 교육과 선생이라는 직위의 만연한 분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느새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야 하는 놀이터와 놀이 현장이 내가 무언가를 제공해주어야만 놀이할 수 있는 수업의 자리로 만들어 버릴 때가 있다. 매일 자발적 놀이를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있는 나인데도 말이다. 이 때 내게 필요한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기본은 단단한 이론적 바탕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론적 기반이 부족한 내가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며 시작한 자격증 과정에서 나온 과제로 그 동기는 더욱 뚜렷해졌고, 그래서 이 다큐에 나온 내용들의 대부분을 타이핑했다. 이 땅에 어린이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나고, 자신의 타고남을 탁월하게 발휘하길 바라며 함께 공유해봅니다 :)

***

“기저귀도 떼기 전인 19개월에 스스로 알파벳을 뗀 6살 예찬이. 대문자와 소문자를 구분하고 한글보다 영어 단어를 더 자유롭게 구사했던 예찬이는 지금 국어도 영어도 못하는 아이가 되었다. 놀이의 부재와 너무 이른 교육으로 인해 조음장애와 불안증세, 전반적 발달 장애와 더불어 대인관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찬이! 예찬이에게 이런 문제가 나타난 이유는 어린시절, 놀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교육경쟁에 밀려 사라진 놀이! 놀이의 가치를 조명한다.

아이들의 웃음이 사라진 놀이터, 아이들 대신 차들만 가득한 골목.

EBS ‘놀이의 힘’은 아동의 기본 인권이자 행복 조건인 ‘놀 권리’가 사라진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돌아보고, 나아가 놀이가 지니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재조명해본다. 뇌 발달뿐만 아니라 정서와 인지 발달, 그리고 사회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놀이의 힘을 조명해보고 아동의 삶에서 놀이가 사라졌을 때 아동의 삶에서 놀이가 사라졌을 때 아동에게 나타나는 현상을 샅샅이 파헤쳐 다룬 다큐멘터리

https://www.youtube.com/watch?v=B5ddcfO5HCc 1-1

초등학생

하루 평균 여가 시간 49분

하루 평균 학습 시간 6시간 49분

놀이를 잃어버린 아이들

놀이와 함께 잃어가는 것은...

그 아이가 그 방법을 통해서 배움을 지속했을 때 20~30살이 된 후에 그 방법으로만 배운 아이들이 결국엔 성공을 했을까?

또래 관계와 어울려 노는 것을 어려워하는 예찬이의 일화가 나온다. 엄마는 그런 예찬이를 환경에 대한 거부감은 없으나 사람에 대한 거부감은 있다고 소개한다. 문제행동증후군 테스트 결과 일곱가지 항목(정서적반응성, 불안/우울, 신체증상, 위축, 수면문제, 주의집중, 공격행동) 중에 다섯 가지 항목(신체증상과 주의집중 제외한 항목)에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 정서가 발달해야 할 시기에 학습을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정서적인 기초 위에서 인지적인 학습이 발달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예찬이에게는 학습이나 인지적 상호작용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불안하였던 것이다. “어머니와 예찬이가 우선은 놀아야 합니다.” 놀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을 하기 때문에 나는 할 일을 다 하고 있었다고 엄마는 생각. 놀이를 놓치고 있었다는 것이 아이에게 이렇게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된 엄마. 영어 몇마디보다 놀이가 필요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엄마, 그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상담센터를 찾아온 아이들의 반응과 비슷하다. 과도한 사교육과 놀이 부족으로 전문가를 찾은 아이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과연 놀이란 무엇일까.

영국 캠브릿지 대학교 세계 최초 놀이 연구소

놀이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그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설립된 센터

데이비드 화이트브레드(영국 캐임브릿지대학교 부설 놀이발달연구소장)

“인간이 이렇게 진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놀이에 대한 자유를 허용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놀이는 다양한 인간 발달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놀이는 인간의 성장뿐만 아니라 인지발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태어나는 순간 완성된 뇌는 1층(생명의 뇌)뿐, 2층(감정과 본능의 뇌)은 유아기에, 3층(이성의 뇌)은 만 3세를 넘어서야 빠르게 발달하는데, 이 모든 것이 놀면서 이루어지게 된다.

2층 뇌가 발달해가는 과정

엄마가 들려주는 소리에 반응하고 스스로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 보기도 하면서 장난감을 물고 빠는 행위, 인간 최초의 놀이다. 이런 놀이를 통해 뇌의 회로가 연결되면서 비로소 오감을 기억하게 된다. 놀이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조절하고 교류하는 법도 배운다.

3살이 되면서 3층 뇌가 발달하기 시작한다.

뇌를 둘러싸고 있는 대뇌피질 부위인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제일 먼저 발달하기 시작하는 것은 전두엽. 전두엽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이들의 놀이를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들의 놀이를 보면 전두엽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다.)

나무 블록으로 놀이하는 아이들 관찰

“이렇게 우산으로 쓰면 되잖아.”

“그것 참 좋은 생각인데 머리에 혹이 난 것 같다.”

“내가 약을 발라줘야 겠다.”

상상놀이, 이맘때 아이들이 흔히 하는 놀이로 창의력이 싹트는 과정이다.

“우리는 도시를 만들 거예요. 엄청난 건물을 만들 거예요”

“그건 뭐야?”

“이건 다리”

“근데 길도 있어야 하잖아”

“이게 길이야”

“그런데 집부터 짓자”

“야, 아예 집을 연결할까?”

목표를 세우고 기획할 뿐만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는 법

“이쪽으로 못 가잖아”

“이렇게 하면 어때? 내쪽으로 가면 여기 다시 올 수 있잖아”

계획력, 실행력, 문제해결력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고, 역할을 나누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으는 법인 협동력

이 모든게 전두엽에서 관장하는 능력이다. 때문에 놀이를 반복할수록 전두엽의 회로는 더욱 치밀해지고 촘촘해진다. 놀이를 통해 전두엽이 발달해가는 것이다.

서유현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원장)

남보다 먼저 하면 망합니다. 뇌가 발달하기 전에 가르치면 망해요. 오히려 뇌가 망가지니까. 유아시절에는 전두엽을 잘 발달시키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전두엽에는 자극을 안주니 어떻게 됩니까? 적절한 자극이 없으면 회로가 도달하다가 다시 사라져요.”

적절한 자극이 계속 이어져야 뇌의 회로가 계속 연결되지 그렇지 않으면 망가진다. 전두엽을 잘 발달시키는 것이 바로 놀이.

한가지 실험

실험에 참가한 열한살 아이들

아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두 가지 - 30분간 자유놀이(마음껏 놀기)와 수학문제 풀기

30분이 지난 후 아이들의 뇌파를 측정하였다.

알파파

뇌파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알파파. 전부를 볼 수 있는 통찰의 힘, 그럴 때 나오는 창의성과 집중력에 관여를 한다. 알파파가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잘 나온다는 것은 뇌가 균형적으로 발달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베타파

하이 베타파가 계속 높아질 경우 뇌에 불균형이 오게 되고, 뇌에 불균형이 오면 통합적으로 뇌를 사용하는데 실패하게 된다. 그러면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안정적으로 무엇인가를 못하게 된다는 것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두 가지 상황에서 뇌파를 측정

비자발적 공부 후에 비해 자율 협동 놀이 후 알파파의 퍼센트가 443.3% 증가

자율협동놀이 후에 비해 비자발적 공부 후 베타파는 130.2% 증가

백현주 (명우임상심리연구소 수석책임연구원)

“좋은 알파파의 수치를 계속 높이고, 나쁜 베타파의 수치를 낮춘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내가 어떤 일을 하든 보다 편안한 상태에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겁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잘 노는 우리학교 만들기’ 리서치 결과 보고서

4개월 동안 30명의 아이들을 일주일에 한 번 60분씩 놀게 한 후 뇌파 변화 측정

더 놀라운 사실은 좌뇌와 우뇌의 불균형이 극심했던 한 아이의 경우, 뇌 불균형이 현저히 개선된 것이다.

전두엽은 유아기 때 기초가 형성되고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거쳐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발전을 한다. 그런데 뇌에 전두엽의 뼈대를 세워야 할 때 그 전에 내부 인테리어를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현재 상황. 그런데 기초 공사가 부실하면 결국 무너지게 된다. 전두엽이 튼튼해야 비로소 학습을 할 준비가 된다. 전두엽은 뇌의 사령탑이기 때문이다.

핀란드 헬싱키

OECD가 주최하는 국제학생 평가 프로그램 피사에서 해다마 우리나라와 1,2위를 다투는 나라

빠이반게르하 초등학교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들

“지금 다람쥐가 겨울을 대비해 둥지로 솔방울을 최대한 많이 갖다놓으려는 거예요.” 교사가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아이들은 놀이에 몰입하게 되고 놀이가 시작. 놀이를 하기 위해 두 팀으로 나누고, 상대팀의 주머니를 가져와 자신의 주머니로 옮기는 놀이. 더 많은 주머니를 가진 팀이 승리. 어떤 팀이 이겼는지는 직접 주머니를 짝을 지어봐야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아직 수의 개념을 모르기 때문이다.

“계산을 잘 못하는 경우는 또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요?”

“짝을 지어봐요”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방법들

초등학교 일학년 수학시간, 수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간단한 덧셈과 뺄셈 정도는 익히고 오는 한국과는 다르다.

주사위 개수로 아라비아 숫자를 익히는 수업

먼저 몸으로 직접 해보고 나서 할 때 아이들은 가장 잘 배워요. 먼저 몸으로 해보고 그 다음에 교구를 이용해서 하고 마지막에 책으로 학습합니다.” 덴마크의 한 초등학교 교사 마리아 메리칸토

때로는 아이들이 직접 교구를 만들기도 한다. 숫자 하나를 배우는데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있다. 처음으로 숫자를 접하기 때문이다. 수학뿐만이 아니라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어떤 학습도 하지 않는다. 학습보다 중요한 “놀이”라는 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미술 활동을 하는 아이들의 그림이 모두 다르다. 정해진 주제는 없기 때문에 작품이 다 다르다. 미술 시간이 아니라 놀이 시간이다.

핀란드 유치원의 하루 일과

1. 등원

2. 오전 소규모 놀이

3. 오전 바깥 놀이

4. 점심 식사

5. 낮잠 자기

6. 오후 바깥놀이

진짜 하루종일 놀기만 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바깥놀이 시간.

비도 오고 바람까지 거센 날이지만 아이들은 바깥놀이를 나왔다. 장난감 하나 없는 자연 속에서 스스로 탐색하고 집중하며,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 내고, 친구들과 어울려 사회성을 키워가는 것, 이것이 바깥놀이의 목적이다. 어린 시절에 배워야 할 모든 것이 이 바깥놀이에 있다는 신념. 때문에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무조건 밖으로 나간다. 비가 오는 날에도 마찬가지이다.

레타 가아시라이넨 (헤이스쿨 유치원 원장)

“비 오는 날은 오히려 밖에 나가 놀기에 가장 좋은 날씨입니다. 물웅덩이에서 놀 수도 있고, 흙으로 죽도 만들 수 있지요. 아이들은 비오는 날씨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비가 오면 꼭 밖에 나가서 놀아야 해요.”

바깥 놀이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건조기에 장갑과 옷을 넣는 일이다. 비 때문에 옷이 많이 젖어서 건조기가 있다. 필란드 유치원의 필수품은 건조기와 장화이다. 내일도 모레도 놀이를 이어가기 위해서이다.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성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가장 잘 배운다고 연구소 입증해주고 있습니다. 핀란드 유아 교육에서는 아이들이 배우기 위해 노는 것이 아니라 놀면서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습니다.”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

Playful Learning Center(플레이플 러닝 센터) - 예비교사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곳

수업준비가 한창인데 아무리 봐도 대학교 강의실 같지 않다.

이 센터는 놀이가 아이의 개발과 학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연구하고 놀이를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미래의 교사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이 놀잇감의 주인은 바로 아이들, 아이들이 가지고 놀 놀잇감을 미리 예비교사들은 준비해둔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 안에서 놀이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바로 수업이다. 놀이를 배우는 선생님이라 우리에겐 생소하게 느껴지죠?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교사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지식 중 하나가 놀이이다.

얀나 강아스 (핀란드 놀이교육 전문가)

“많은 다른 나라에서는 가르치는 것, 오늘 아는 교사로 뭘 가르치냐는 것만 생각해서 그 와중에 아이들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리게 됩니다. 하지만 핀란드에서는 배우기를 계획입니다. 모든 학습 계획은 어떻게 배우게 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계획합니다.”

핀란드의 교육목적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 그리고 그 힘을 길러주는 최고의 교육은 놀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은 그냥 노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배울 수 있는 그릇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놀다 보면 호기심이 생기고, 또 몰입하게 되고 이것이 놀이의 특성. 모든 배움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 코스의 주요 목적입니다. 그러는 가운데 아이들은 진짜로 배우게 됩니다.”

놀이야말로 배움과 지식을 이어주는 끈이다. 충분히 놀이야 배울 수 있는 힘이 길러지고, 그래야 성장해서도 스스로 학습할 준비가 된다는 것이다. 교사가 놀이를 연구하는 이유이다.

크리스티나 쿰풀라이넨 (헬싱키 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놀이는 인생이라는 집을 짓는데 재료가 되는 벽돌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놀이가 제공한 인생의 벽돌로 아이들은 자신의 미래를 지어가는 것이죠. 그러면서 균형잡히고 타인과 잘 어울리며 사려가 깊은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ㅅ’놀이치료센터

예찬이의 놀이치료가 시작되었다. 놀이에 익숙하지 않은 예찬이의 첫 번째 놀이 상대는 엄미. 무슨 그림이든 그릴 수 있도록 엄마가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지 놀이를 통해 배우는 중이다. 집에 돌아가서도 하루에 적어도 5분이상 예찬이와 놀이 시간을 갖기로 했다. 노는 시간을 응원해주고 놀이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엄마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과연 예찬이는 변화할 수 있을까?

두 달 후 찾아간 예찬이네

처음 놀이센터에 왔을 때 예찬이의 증세는 심각했으나, 10주 만에 문제행동의 지표가 되었던 다섯 가지 항목에서 네 가지가 놀라울 만큼 호전되었다. 놀이를 하다보면 사회성, 사회적 기술, 또 사회적인 관계맺는 방법들을 잘 터득하게 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예찬이가 단기간에 변화를 갖게한 것이 아닌가.

놀이를 되찾으면서 여섯 살 예찬이는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놀이를 통해 사람과 세상에 한걸음 가까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데이비드 화이트브레드 (영국 캠브릿지대학교 부설 놀이발달연구소장)

“부모들이 이해 못하고 있는 게 있어요. 성장 과정에서의 학습, 공기부여, 정서, 사회적 기술 등 이 모든 것들이 놀이의 다양한 측면 가운데 있다는 겁니다.”

앤지 페이지 (영국 브리스톨대학교 공공보건정책 연구 교수)

“놀이가 없는 삶을 상상해보세요. 여러분의 어린 시절이 어땠는가도 한번 떠올려보시고요. 한 개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 사회 속에서 다른 아이들과 더불어 성장해 나가는 것, 심지어 실수하는 법까지도 포함해 이때 배운 것들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가지고 가게 되죠.”

비좁은 골목길에서 동네 형과 누나, 그리고 꼬맹이들까지 모두가 한데 모여 놀던 시절. 놀기 위해서는 친구의 의견을 들어야 했고, 지는 것도 받아들여야 했으며 또 참을 줄도 알아야 했습니다. 골목길은 나를 단련시키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또 하나의 학교였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골목길에서도 놀이터에서도 아이들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세상을 배웠던 학교도 사라진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놀이의 기억을 되살려주겠다고 모인 초등학교 교사들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놀 시간이 없죠 일단. 놀 친구가 없어서 놀려고 학원 간다는 아이들도 있어요. 거기 가야 아이들이 있으니까.”

“아이들한테 스마트폰 왜 하는지 물어보니까 심심해서요 라고 말을 해요. 그러니까 모여서 뭔가는 하고 싶은데 못하니까 할 수 있는 건 스마트폰이고...”

“지금 아이들은 이미 놀이 문화가 깨졌으니까 놀이를 배울 사람이 없는 거죠. 그러니까 모르는 아예 무(無)의 상태인거죠.”

“아이들에게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고, 놀이를 알려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시작한 놀이 프로젝트

비석치기, 원 안에 공기 넣기, 눈 감고 박수쳐 잡기, 실뜨기

청주 한솔 초등학교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에 학교가 들썩들썩

요즘 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

5년 전 아이들에게 골목놀이를 알려주기 시작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교우관계

“놀다 보면 서로 다투기도 하는데 다툼을 계기로 서로 친해지기도 하고”

“평소에 친하지 않았던 애들이 서로 말하고 친해지고 나와 맞는 친구도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놀이가 재미있어요.”

서로에게 마음을 터놓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이 또 있다. 수학시간, 슬슬 머리가 아파오는 친구들도 있을 법하다. 스스럼없이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또 흔쾌히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수업 분위기가 좋아졌고 학습능력도 상승했다. 이게 다 놀이를 통해 관계가 맺어진 것이다. 놀이를 통해 관계가 맺어지니까 서로 소통한다. 진짜 놀이가 공동체의 바탕인 것 같다는 교사.

“많이 놀아보면 아이들이 그 안에서 갈등이 생기더라도 조절하는 힘이 생기는데 아이들이 그걸 확실히 알더라고요.”

“본인이 어려운 점이 있을때에도 쉽게 이야기하고, 교사가 이걸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제안하면 더 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놀이가 노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관계를 형성해줘요. 수업시간에도.”

목요일 오후마다 대강당 놀이. 아이들보다 선생님이 더 신난 것 같다. “평소에 공부할 때랑 놀 때가 선생님이 좀 달라요. 선생님도 저희랑 같은 나이가 된 것 같아요.” 선생님도 아이들도 계급장 빼고 맞붙는 날. 진짜 친구가 따로 없다.

아이들에게 골목놀이를 가르치고 학교를 놀이터로 만든 것도 선생님. 놀이를 배우면서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함께 있어도 스마트폰과 게임기를 꺼내 들던 아이들, 그런데 이제는 함께 노는 맛에 푹 빠져있다. 이렇게 노는 것이 진짜 노는 것. 아이들이 달라지면서 부모님들까지도 놀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좋아요. 엄마들끼리 화합도 되고, 아빠들끼리 화합도 되고, 서로서로 다른 집과 가정 간에 화합도 많이 되죠.”

놀이가 아이들과 부모들을 불러모으면서 어느새 학교는 마을 놀이터가 되었다. 놀이가 살아나면서 나 아닌 친구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선생님들의 작은 뜻이 모여 학교를, 아이들을, 또 학부모를 변화시키고 있다. 놀이가 가져온 작은 기적이다.

2011년 유엔 아동권리 위원회는 한국의 사교육을 주요 원인으로 주목하며 아이들의 놀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공교육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

다큐를 보면서 느낀 것을 요약해보면

결국, 유아교육에서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충분히 환경을 탐색하고, 경험하고, 놀아본 아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고 또 배우고 익혀 성장해나갈 힘을 가진다. 많이 놀아본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힘을 가진다. 그렇다면 유아교육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충분히 놀아볼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놀이를 되돌려주고, 그러한 환경을 만드는 사명을 가진 사람들인 것이다. 우리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 관찰자, 촉진자이다.

유아, 어린이, 청소년 교육은 결국 부모를 어떻게 설득하고 함께하는 동역자로 교육이라는 길을 걸어가느냐가 관건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은 부모가 이끄는대로 경험하고 배워나갈 수 밖에 없기에 정말 올바른 교육을 통해서 이 땅의 어린이 청소년들이 온전하게 성장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고, 나아가 이웃과 민족 세계를 위한 일꾼이 될 수 있도록 성장하게 도우려면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이 서로 긴밀히 교류하고 신념을 공유해야 선생이 아이들과 오래 만나면서 진정한 교육이 일어나고, 새 시대를 위한 새 부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부모님들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도록 준비되는 선생, 이론적 바탕을 가진 선생, 그래서 부모님들이 안심하게 내 아이를 맡기고, 또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동지가 될 수 있는 선생, 그리고 아이들이 마음껏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사람, 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