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경제 성장 어떻게

입력2018-07-27 17:26:51 수정 2018.07.27 23:08:10 변재현 기자

美 거침없는 성장 어떻게 가능했나

감세 영향 美경제 전반 확산...개인소비 3년반만에 최고

2005년 이후 처음으로 年 3%대 성장률 달성 낙관론 솔솔

일각선 "경기과열 신호" 분석 속 美中 무역전쟁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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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분기 경제성장률 발표를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그래나이트시티에 위치한 그래나이트시티 제철소에서 철강 노동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그래나이트시티=AP연합뉴스

“트럼프 효과(Trump effect).” (뉴욕타임스)

미국의 2·4분기 경제성장률이 4년 만에 4%가 넘는 호황을 누린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첫해인 지난해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온 기업규제 완화 정책과 올 초부터 시행된 대규모 법인세 인하가 본격적인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지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3%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솟구치는 경제성장률이 경기 과열의 신호라는 분석과 함께 본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는 등 트럼프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상무부는 27일(현지시간) 미국의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4.1%(연율 기준, 속보치)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미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연율 기준) 4%를 넘어선 것은 2014년 3·4분기(4.9%)가 마지막이다. 당시는 아직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회복 국면이라 높은 성장세를 달성하기 용이했다는 점에서 올 2·4분기의 성장 속도는 고무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2% 미만인 잠재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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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지출(PCE)이 전 분기 대비 4.0%(연율 기준) 증가해 2014년 4·4분기 이후 최고치를 달성하면서 경제 성장을 견인했다. 설비투자(주택 건설 제외)는 전 분기 대비 7.3% 늘었다.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모두 완연한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정부 재정지출도 전 분기 대비 2.1%(연율 기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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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은 이번 2·4분기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12월 입법 완료된 세제개편안의 효과가 미 경제 전체로 확장하는 신호로 분석했다. 세제개편안은 최고 35%의 법인세율을 21%로 낮추고 미국 기업이 해외에 쌓아둔 이익을 본국으로 이전할 경우 적용되는 송환세율도 35%에서 12~14.5%로 인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앞서 경제 전문가들은 이에 따른 기업 투자, 임금 인상, 개인 소비 확대가 GDP 성장률로 확인되려면 적어도 2·4분기는 돼야 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실제로 파격적인 감세안이 통과된 후 기업들은 앞다퉈 대규모 투자·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며 정부에 화답했다. 통신 기업 컴캐스트가 5년간 500억달러(약 56조원)를 기반시설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회사이자 최대 고용회사인 월마트도 2월부터 초임 시급을 9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하기로 결정했으며 기존 직원들에게는 최대 1,000달러의 특별 현금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감세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이어온 ‘규제와의 전쟁’이 기업의 자신감을 북돋운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정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 ‘규제 하나를 만들 때마다 두 개의 규제를 철폐한다’는 ‘원 인, 투 아웃(One in, Two out)’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사라진 규제는 1,600건에 달한다. NYT는 “미국 기업인들 사이에 ‘낙관의 물결’이 흐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2008년 침체 후 돈을 쌓아놓기에 바빴던 기업들의 ‘동물적 본능’을 일깨웠다”고 분석했다.

다만 고무적인 2·4분기 성장률 뒤에는 앞으로 미국 경제가 직면할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의회가 2월 통과시킨 향후 2년간의 예산안에 2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안이 포함됐다는 점 등을 들며 “재정 지출로 끌어올린 경제 성장”이라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가파른 성장 속도를 경기 과열의 신호로 봐야 한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더구나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관세를 피하기 위해 쌓아놓은 재고가 경제성장을 이끌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 관세 인상이 초래한 물가 상승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을 초래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이미 1조 달러 규모의 빚을 진 연방정부가 또다시 재정카드를 쓰기에는 부담이 크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이 “매우 잘못된 시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오는 2020년에는 ‘와일 E 코요테’가 절벽에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와일 E 코요테는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로드 러너를 잡으려 앞뒤 가리지 않고 뛰다가 절벽으로 떨어지는 캐릭터다. /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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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경제 성장 어떻게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감세와 금융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공화당 주류의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와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무역정책이다. 지금까지 공화당 주류는 자유무역을 옹호했다. 트럼프의 인민주의 정치의 핵심 소재 중 하나가 이민자 문제라면 다른 하나는 자유무역 문제다. 그런데 이 모든 정책은 미국경제에 새로운 위기의 가능성을 높인다. 왜 그런가? 이는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트럼프 경제정책의 기본방향 

첫째, 감세정책에서 트럼프는 1990년대 중반 뉴트 깅리치(전 하원의장) 이래 공화당 하원 주류와 유사하다. (“야수[연방정부]를 굶겨 죽여야 한다”는 레이건 정부의 구호다.) 그는 감세를 옹호하는데, 특히 법인세율의 대폭적 인하를 통한 기업 유치와 투자 확대를 주장한다. 법인세의 인하가 투자를 자극해서 고용을 증가시키고 세수를 늘린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에서 실행된 통화정책 중심의 정책 혼합에 대해 비판적이다. 이는 2015년에 시작된 ‘장기 침체’ 논쟁에서 제기된 하나의 견해이기도 하다. (장기침체란 미국경제에서 잠재 GDP와 실제 GDP의 괴리가 축소되지 않는 현실을 가리킨다.) 즉 연방준비은행(연준)의 수량완화 정책이 경제성장을 재개시키지 못하므로, 기반시설 투자를 포함해 대규모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와 상통한다. 그러나 감세와 대규모 기반시설 투자는 재정위기 가능성을 의미할 수 있다. 

둘째, 금융 규제 완화에 관해서 트럼프는 부시와 가깝다. 그는 하원 지도부와 마찬가지로, 2010년 도드-프랭크 법안이 담고 있는 금융 규제를 폐기하자고 주장한다. 도드-프랭크 법안의 핵심은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인데, 이는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대마불사의 폐해를 깨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금융규제의 폐기는 곧 금융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의미할 수 있다. 

셋째, 선거 캠페인 기간 동안 트럼프는 무역적자에 강박증을 보였다. 그는 쌍무적 적자 상태인 6개국(중국, 멕시코, 일본, 캐나다, 독일, 남한)에 초점을 맞췄다. 물론 단기적 초점은 중국과 멕시코다. 미국은 중국을 ‘시장경제’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자국의 여러 국내법을 이용해 중국에 대한 반덤핑(덤핑 상품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무역규제), 상계관세(수출국이 수출품에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수입국이 경쟁력을 상쇄시키기 위해 부과하는 누진관세)로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중국은 미국에 무역 보복을 가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 타이어에 대해 보호조치를 취하자 중국은 닭과 자동차 부품에 관해 보복 조치를 취했다. (보잉사 비행기, 아이폰, 콩 등은 미래 보복의 리스트다.) 만약 미국이 중국, 멕시코와 무역전쟁을 벌인다면 오히려 미국 경제에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트럼프와 미국 하원의 감세 계획

트럼프가 제안한 감세정책과 공화당 하원의 감세계획은 세부적으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양자 모두 기업친화적 조세체계를 개혁하려 한다는 점, 즉 법인세율을 대폭 내리겠다는 점에선 공통적이다. 현재 미국의 법정 법인세는 약 40퍼센트(연방법인세 35퍼센트에 주 수준에서 추가된다)인데 트럼프는 이를 15퍼센트로 낮춘다는 것이고, 공화당 하원은 기업의 현금흐름(기업경영에 따른 현금의 움직임)에 20퍼센트의 세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가 될 것이다.

대규모 법인세 감세 계획이 과연 투자를 촉진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대해 폴 크루그만은 이렇게 논평했다. “거대한 감세는 기업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법인은 거대한 현금더미 위에 앉아 있다. 그들의 현금능력이나 심지어 지본비용조차 그들의 투자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에 그칠 것이다.”  

하원의 계획 중 가장 논쟁적인 대목은 ‘국경세 조정’ 도입이다. 외국에서 수입되는 상품, 서비스에 대해서는 법인공제를 하지 않고, 미국이 수출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달러 환율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수입의 세후 비용은 동일한 국내 상품보다 25퍼센트 더 비싸질 것이며, 수출품은 25퍼센트 더 싸질 것이다. 따라서 지지자들은 국경세 조정이 미국계 다국적기업의 본사 해외이전, 아웃소싱, 이전가격 메커니즘(과세를 피하기 위한 가격조작)을 향한 인센티브를 극적으로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자들은 ① 달러 평가절상으로 효과가 상쇄된다고 주장한다. (미국 생산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증가할 경우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킨다. 동시에 미국 내에서 외국생산품 수요가 감소될 경우, 외국으로 미국 달러 공급을 감소시킨다. 양자의 경향 모두 달러의 평가절상으로 귀결된다.) ② 국경세조정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므로 미국이 스스로 구축한 자유무역체계를 파괴한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된다. ③ 하원의 계획이 통과될 경우, 미국의 세수는 연간 1156억 달러가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다.  

인프라 투자와 재정적자 

트럼프 정부는 향후 10년간 1조 달러를 교통, 항만, 수로 등의 인프라에 투자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것이 과연 실행 가능한 계획인가? 

현재 장기이자율 하락으로 인해 미국 정부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낮은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미국 정부는 마이너스의 실질금리로 대부를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이자율은 미국의 성장률보다 상당히 낮다. (미국의 성장률은 2퍼센트 전후로 매우 낮지만, 어쨌든 양의 값이다.)

이자율이 성장률보다 영원히 낮다면, 이는 재정에 극적인 함의를 지닌다. 정부는 부채를 발행하고 그것을 결코 상환하지 않게 된다. 계속 새로운 부채를 발행해 기존 부채를 갚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GDP 대비 부채 비율도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한다. 이렇게만 본다면 대규모 국채발행과 공공투자를 안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미국의 성장률이 낮긴 하나, 잠재성장률과 가깝다는 문제가 있다. 즉 대규모의 공공지출을 할 경우, 민간지출의 일부 요소가 감소되어야만 경기과열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공공투자가 민간투자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일시적 경기과열이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장기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구직 포기로 실업률이 하락했고, 그 때문에 어느 정도의 경기과열은 그들을 노동력으로 재편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중하게 고려된 공공투자는 필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현존 인프라의 보수·유지가 그렇다.

그러나 트럼프는 민관협력(PPP)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협력은 민간자본을 유도하기 위해 인프라 건설 후 발생하는 운행수입을 민간이 소유하며, 민간이 투자한 자금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 경우 재정적 수익이 목표가 되어 부적절한 과잉투자를 야기할 수 있다. 

무역과 국제경제 

트럼프 미국 경제 성장 어떻게

1월 23일, 트럼프는 세 가지 행동을 취했다. 첫째. 북미자유무역협정(이하 NA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행정명령. 둘째,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하 TPP)에서 철수하라는 행정명령. 셋째, 기업 최고경영자에게 일자리를 해외로 이전하면 그들이 미국 내로 수입할 때 35퍼센트의 세금을 과세하겠다는 발언.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미국 대통령이 선택적으로 개별 기업에 35퍼센트의 관세를 물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가 특정 기업에 세금을 물릴 경우, 차별 금지를 명문화한 헌법 위반으로 법원에 갈 것이다. 하지만 그 기업이 수입하는 품목을 설계 수준에서 매우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관세를 물릴 수는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위협은 상당히 실제적이다. 

둘째, NAFTA 재협상은 무엇을 대상으로 하는가? NAFTA라는 이름을 제거하고 NAFTA의 실체를 캐나다, 멕시코와의 양자 협정으로 대체하려고 할 것이다. 캐나다와의 협상이 상당히 부드럽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면, 상대적으로 멕시코와는 난감한 문제가 많다. 가장 큰 건은 자동차 관련 원산지 규정이다. 현재 원산지 규정에 따르면 자동차나 부품의 65퍼센트가 북아메리카에서 제조된 것이면 무관세가 적용된다. 그런데 이를 75퍼센트나 80퍼센트로 올리면 어려움을 느끼는 회사가 있을 것이며(예를 들어 도요타), 어떤 기업은 환영할 수도 있다.

반면 멕시코가 미국에 무엇을 요구할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는 남부 국경지역 인프라 투자를 제시할 수 있다. 멕시코의 대미 무역흑자는 연간 6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미국에게는 큰 수치가 아니지만, 멕시코에겐 큰 수치다. 미국의 무역적자 폭을 감소시키려 하면 멕시코 경제에 큰 타격이 가해질 것이다. 

셋째, TPP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상무장관 윌버 로스는 다자간협상이 아니라 양자협상을 선호한다. 거대한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지렛대 삼아 무역파트너로부터 더 많은 걸 짜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무역체계를 옹호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경제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 노동조합의 대표적인 요구를 수용하면서라도 TPP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TPP 당사국이 공동선언을 통해 통화조작 문제를 다루었으나 이를 본 협정에 통합하고,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S)의 절차를 개선하거나 삭제하는 방향으로 TPP 재협상을 시도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 정부가 TPP 재협상으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을 점치긴 어렵다.  

트럼프와 한국경제 

트럼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일자리 킬러’라고 주장했다. 8만 5000개에서 10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이미 오바마 정부 당시 미국은 한국의 한미FTA 이행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따라서 미국이 한미FTA 탈퇴를 거론하며 협의를 요구하고, 한국이 기꺼이 양보를 하지 않는 경우 대통령의 특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만약 합의가 달성된다면 재협상이라기보다는 부속합의나 부록 형태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협정의 효력을 유지하며, 미국 의회와 한국 국회에서 전체 협정이 재비준되어야 하는 상황을 피하게 할 수 있다. 

환율조작 문제도 있다. 한국은 현재 환율조작국 기준에 포함되지 않지만, 그 이전의 관련 입법을 더욱 신축적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오바마 정부도 한국은행이 통화시장에 불균형적으로 개입하여 원화의 평가절상을 방지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한국은 언제라도 공격 받을 수 있다. 

오히려 한국 문제는 1~2년 후에 본격 부상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세금 감면, 지출 증가(인프라, 국방)는 상당한 재정 자극을 야기할 것이다. 그 결과 단기적인 성장 스퍼트와 이에 동반되는 예산 적자, 이자율 상승, 달러 평가절상이 예측되고, 미국 무역적자의 지속적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 이는 1980년대 레이건 1기 행정부의 끔찍한 버전인데, 무역적자의 지속적 증가로 레이건은 무역보호조치를 취했었다.

레이건은 자유무역 지지자였고, 보호무역조치를 취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미국의 파트너 국가로 하여금 ‘자발적 수출제한’이라는 형태를 취하도록 압박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자유무역 옹호자 행세도 전혀 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이유로 2018~2019년의 시점에 이르렀을 때, 트럼프의 재정 자극 정책이 부정적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트럼프 정부는 무역적자 증가를 막기 위한 일종의 ‘돈키호테’ 방식의 시도로서 무역보호조치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세계경제는 또다시 난기류에 처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