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는 언제 멸망 해

지구 는 언제 멸망 해

인류 문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급격한 지구온난화를 부르고 있다. 빨간색이 온도 급상승 지역. 위키미디어 코먼스

생로병사. 모든 생물이 거치는 과정이다. 생물 개체의 끝은 죽음이지만, 이를 종으로 확대하면 멸종이 된다. 진화과정에서 도태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화산 분출, 운석 충돌, 감마선 폭발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 과학자들은 척추동물이 등장한 이후 5억년 동안 다섯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다고 말한다. 고생대의 삼엽충, 중생대의 공룡이 이로 인해 지구에서 사라졌다.

다음번 멸종은 언제 어떻게 올 수 있을까? 역대 최고 포식자인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재앙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 스웨덴의 글로벌챌린지재단(GCF)은 전지구적 재앙을 부를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조사해 매년 보고서를 낸다. 세계 인구의 10% 이상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지를 따져 선별한다. 세번째로 낸 올해 보고서가 꼽은 종말적 재앙의 후보는 모두 10가지다.

가장 먼저 꼽은 건 핵전쟁이다. 핵폭탄 투하 지역 반경 4km 안의 생물 치사율이 80~95%다. 더 끔찍한 건 그 뒤에 오는 핵겨울이다. 핵먼지가 햇빛을 가려 기온을 크게 떨어뜨린다. 4~5년에 걸쳐 최고 8도까지 내려갈 수 있다. 농작물 재배가 불가능해진다. 이어 생화학전이 꼽혔다. 생화학 무기는 제조비용이 핵무기보다 저렴하다. 시리아 내전은 화학무기의 참상을 잘 보여줬다.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핵폭탄이 만든 핵먼지구름. 위키미디어 코먼스

셋째는 기후변화다. 산업활동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지구온도를 이미 1도 높였다. 2도가 넘으면 지구 곳곳이 더 강력하고 잦은 홍수, 가뭄, 한파, 태풍 등 이상기후에 직면한다. 그런데 3도 상승 가능성이 30%를 넘는다. 과학자들은 재앙을 막을 수 있는 기간이 1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넷째는 생태계 붕괴다. 인간 활동이나 자연 재해가 원인이다. 자연엔 스스로 회복하는 힘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미 한계점을 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1970년대 이후 척추동물 개체수는 58%나 감소했다. 생태계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다섯째는 전염병이다. 인류는 6세기(유스티니아누스역병)와 14세기(흑사병) 두 차례에 걸쳐 당시 세계 인구의 13~16%가 목숨을 잃는 경험을 했다. 도시화와 세계화, 내성 박테리아의 등장은 전염병의 확산 위험을 더 높인다.

여섯째로 꼽힌 소행성 충돌이다. 보고서는 12만년에 한 번꼴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소행성은 공룡 멸종을 비롯해 3차례의 대멸종에 관여했다. 공룡을 멸종시킨 것보다 10분의 1 작은 소행성에도 수억명이 희생될 수 있다.

일곱째는 화산 대폭발이다. 고생대 페름기 대멸종의 원인이다.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대폭발은 7만4천년 전, 가장 최근엔 2만6500년 전에 있었다. 대폭발은 1만7천년에 한 번꼴로 일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인류의 예측 능력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예방법은 전혀 모른다.

여덟째는 태양 지구공학이다. 성층권에 에어로졸을 쏘아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과 열을 우주로 돌려 보내는 기술이다. 보고서는 하버드대 연구진이 첫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날의 칼이다. 지구 기후나 생태계가 불안정해져 또다른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아홉째는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을 악용할 경우 가공할 무기가 될 수 있다. 보고서가 꼽은 마지막 위험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위험들이다. 보고서는 “상당수는 인간의 기술 개발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행성 충돌 상상도. 핵무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현실성을 떠나 이 명단에서 중요한 건 소행성 충돌, 화산 폭발을 제외한 8가지가 인간 활동과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1만2천년 동안 안정적이었던 자연환경이 인간 활동으로 최근 50년 사이 급변했다”며 “앞으로 50년이 인류의 향후 1만년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연의 법칙대로라면 앞으로 수억년 동안 지구는 거주 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인류는 그때까지 지구와 함께할 수 있을까?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에 지구의 내일을 생각하며 자문해 본다.

곽노필 선임기자 , ▶곽노필의 미래창 바로가기

'인간 이후' 출간

지구 는 언제 멸망 해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지구에 출현한 것은 '불과' 20만년 전이다.

지구 전체의 역사를 24시간으로 볼 때 인류가 출현한 것은 불과 몇 초 전의 일일 뿐이다. 인류 이전에 지구에 존재했지만, 지금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생물들이 있는 것처럼 인류도 영원할 수는 없다.

미국의 과학저술가 마이클 테너슨의 '인간 이후'(쌤앤파커스 펴냄)는 지구상에서 인류의 멸종을 경고하고 인류가 사라진 미래 세상의 모습을 상상하는 책이다.

지구 역사상 모든 종의 75% 이상이 사라지는 '대량멸종'은 다섯 번 있었다. 대량멸종의 원인은 빙하기와 초화산(supervolcano)의 분출, 소행성 충돌 등 다양했다.

인류에게도 핵전쟁이 벌어지거나 다시 소행성 충돌이나 초화산의 분출이 일어난다면 대량종말이 없으리라고 확신할 수 없다.

이런 사건 외에도 이미 인류 멸망을 경고하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 번째 경고는 토양이다. 세계 인구가 안정화되지 않는 한 곡물이나 소를 키울만한 땅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인구 70억명을 위한 농산물 생산에 육지 43%가 쓰이고 있다. 인구가 90억명으로 늘어나면 지구 육지 중 60%가 농산물 생산에 필요하다. 수백 년 동안 인류가 지표면에 미친 영향은 마지막 빙하기가 미친 영향만큼이나 크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두번째 경고는 항생제 내성이다. 가축을 비좁은 과밀 공간에서 키우면서 질병을 막기 위해 사료에 주입한 항생재로 항생제 내성을 지닌 병원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단일 질병이 역병이나 제2차 대전, 에이즈보다 더 많은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더라도 새로운 질병이 항생제 내성과 결합하고 과잉인구, 식량 부족 등과 결합한다면 그 결과는 인류 멸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해양에서는 이미 종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멕시코 본토와 바하 칼리포르니아 사이의 칼리포르니아 만은 풍부한 해양 동물로 '바하 물고기 덫'(Baja Fish Trap)으로 불리던 곳이었다.

그러나 어류 남획과 산성화, 수온 상승으로 과거 풍부했던 청새치나 황새치, 상어는 급감하고 훔볼트 오징어와 향유고래 위주의 새로운 생태계로 재편됐다.

우리가 먹는 오징어포의 주재료인 훔볼트 오징어는 산소농도가 옅은 물에서도 살 수 있고 번식력이 매우 뛰어난 생물이다. 산소가 극소한 해양 대역에 들어와 훔볼트오징어를 잡아먹을 천적이 없다.

저자는 이런 경고 신호가 계속되고 인구과잉과 질병, 기후변화, 숲 파괴, 토양 파괴, 천연자원 고갈 등이 지금 추세대로 계속된다면 500년, 5천년, 5만년 안에 인류에게도 '대량멸종'의 시기가 찾아올 것으로 전망한다.

인간이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사격 중지를 외치는 군인의 소리에 머리 위로 쌩쌩 날아가는 총알들이 멈추는 모습으로 묘사한다. 인류의 공격에 시달렸던 자연이 숨을 돌리면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게 된다는 것.

그러나 과거와 같은 야생상태로 되돌아가기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류의 탈출구는 무엇일까. 책은 화성 이주, 유전자 조작, 인간복제, 인공지능 같은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론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류는 언젠가 사라질 것이고 그 뒤에도 자연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며 인류가 사라진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것이라는 것 외에는. 이한음 옮김. 408쪽. 2만원.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02/09 15:5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