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병력은 어디있는가 왜 하지 않는가

몰락 병력은 어디있는가 왜 하지 않는가

북한은 2009년 4월과 6월 외무성 성명을 통해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며 “이제 와서 핵 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로 되었다”는 강경한 태도를 표명한 후 지속적으로 핵 능력을 발전시켰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핵 능력을 급속도로 고도화해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사회의 상당수 전문가는 여전히 6자회담을 통한 북한 비핵화 방안에 집착하면서 북한의 핵 능력에 대응하기 위한 독자적 핵무장 방안은 ‘비현실적’ ‘초현실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무조건 반대한다.

핵무장 반대론자들은 미국이 핵무장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핵무장을 하면 한국 경제는 파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핵무장을 통해 얻을 안보적, 외교적, 경제적 이익, 그리고 남북관계에서의 이익을 전적으로 외면하는 이념적 편향성을 보인다.

다수 전문가가 핵무장을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예상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됨으로써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반대론의 10가지 오류

핵무장론은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견해와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주장하는 의견으로 대별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옹호하는 견해에서 반대론의 논지를 10가지로 정리하고 그 한계를 지적하려 한다.

① 핵무장 반대론자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철저히 반대하며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핵 없는 세상’을 추구해온 오바마 행정부가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미국에도 실질적 위협으로 부상한 게 현실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가 조직할 새 행정부는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미군의 전략자산 배치로 한국을 방어하기보다 한국이 스스로 핵무장을 통해 자국을 방어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남북 핵 균형은 필수

기존 핵무장 국가들의 사례와 한미관계, 한중관계, 미국 대선 결과 등을 고려하면 한국이 핵무장을 본격 추진할 경우 주변 강대국은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그들의 국익에 부합하는지 냉정하게 평가한 후 ‘강력한 반대’ ‘절제된 반대’ ‘형식적 반대’ ‘사실상 용인’의 대응방안 중 하나를 택할 것이다. 초기에는 ‘절제된 반대’의 태도를 취하다가 곧 ‘사실상 용인’의 방향으로 전환하거나 ‘사실상 용인’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북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핵무장에 반대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공식적으로는 ‘절제된 반대’의 태도를 취했으나 평양이 핵실험을 한 후 3~6개월이 지나면 대북 제재 조치가 현저하게 완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강력한 대북 제재로 북·중관계가 현저하게 악화되거나 북한 체제가 불안정해지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실제로는 ‘절제된 반대’ 또는 ‘형식적 반대’ 태도를 취해온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미국은 한국의 핵무장이 미국의 안보와 국익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반대해도 한미 협상을 통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한국의 일정한 양보를 받아내고 핵무장을 용인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핵무장을 추진한다면 미국은 초기엔 강력하게 반대하다가 한미관계가 현저하게 악화되는 것을 막고자 곧 ‘형식적 반대’나 ‘사실상 용인’으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2000년 초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극소량의 우라늄 분리실험을 한 사실을 뒤늦게 안 미국이 200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가 양국 간 담판을 통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의장 결론’으로 종결지은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② 반대론자는 핵무장을 하면 한미동맹이 파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미동맹의 유지에 대해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이해관계를 함께한다. 또한 핵무장을 하면 북한에는 멀리 있는 미국의 핵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한국의 핵이 직접적 위협이 되기에 평양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할 필요성이 사라진다. 그 결과 미국 본토는 더욱 안전해지고 핵을 보유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③ 반대론자는 미국의 핵우산만으로 북핵 억제가 가능하고 미국의 확장억제 제공이 독자적 핵무장보다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의 핵우산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데 충분하지 않기에 한국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비용의 10∼13배나 되는 돈을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투입하고 있다. 핵무장을 하면 이처럼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핵무장이 확장억제 제공에 의존하는 것보다 국익에 더 부합한다.

④ 반대론자는 핵무장을 하면 남북한 간 핵 군비경쟁이 발생해 통일의 길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다수 핵 전문가가 전망하는 것처럼 북한이 2020년 50~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면 남북 군사력 격차는 더욱 확대된다. 북한이 ‘핵 강국’이 되면 우리가 경제력에서 아무리 앞선다 해도 한국 주도의 통일을 실현할 수 없다. 한국은 50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보유했기에 북한과의 핵 군비경쟁을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한국 주도 통일을 위해서도 남북의 핵 균형은 필수다.

⑤ 일부 반대론자는 핵무장을 하려면 전시작전지휘권부터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전작권 전환이 먼저 이뤄지고 그다음에 핵무장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북한의 급속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고려할 때 핵무장과 전작권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기 충격 후 정상 궤도

몰락 병력은 어디있는가 왜 하지 않는가

⑥ 반대론자는 한국의 핵무장이 일본과 대만의 핵무장을 불러오므로 중국이 강력하게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하는 중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막으려고 적극 나선다는 것은 명분이 매우 약하다. 또한 핵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북핵에 대응하고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미국의 요구를 거의 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한국, 그리고 핵을 보유함으로써 안보적·외교적 자율성을 갖게 돼 미국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 중에서 중국은 후자를 선호할 게 분명하다. 중국의 한국 핵무장 용인을 이끌어낼 수 있는 논리는 분명히 있다.

⑦ 반대론자는 한국의 핵무장이 전 세계적으로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와 세계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할 기술과 충분한 핵물질 및 운반수단을 보유한 것은 아니기에 이 같은 주장은 과장된 것이다.

⑧ 반대론자는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로 전락해 국제사회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는 것은 독재국가, 반미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과 가치를 함께하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친미국가라 한국을 북한과 같은 불량국가로 간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이 최근 국회 포럼에서 주장한 것처럼 “과거 다른 국가의 핵무장 사례를 따져보면 외교적으로 단기적 충격은 있었지만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정상 궤도로 돌아가는 것이 관례”였다. 한국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⑨ 반대론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무장에 나서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한국 경제가 파탄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후 중국이 대북 제재에서 민생 분야를 예외로 한 것처럼, 한국이 핵무장하면 원자력 산업은 부분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민생과 관련된 일반 경제까지 타격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⑩ 반대론자는 핵무장을 하면 전기 생산량의 31%를 차지하는 24개 원자력발전소에 공급할 원료 수입이 중단돼 곧바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고 대량 정전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 현재 한국이 운용하는 원자로는 핵연료를 한 번 장전하면 기본적으로 1년 6개월 동안 가동이 가능하다. 또한 한국은 18~24개월 분량의 농축연료를 비축해놨기 때문에 당장 농축 우라늄을 못 사온다 해도 3년 정도는 원자로 가동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이렇듯 핵무장 반대론자의 논지를 엄밀하게 분석해보면 핵무장을 통해 입을 손실을 과장하고 핵무장을 통해 얻을 이익은 거의 전적으로 무시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대론자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다음과 같은 10개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 국방정책

① 반대론자는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핵 포기가 과연 어떻게 가능한지 구체적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가. 핵 포기를 이끌어낼 묘안을 제시한다면 찬성론자도 그것을 수용할 것이다.

② 일부 반대론자는 북핵이 어디까지나 대미 협상용이고 한국의 안보에는 실질적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그 같은 주장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 북핵이 안보에 실질적 위협이 아니라면 북한이 계속 핵실험을 해도 우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데, 이는 안보 차원에서 매우 위험한 사고다.

③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수소폭탄까지 개발한 후 핵 동결을 조건으로 북미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 협상을 미국과 진행할 경우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국은 핵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기 위해 이 같은 협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지금까지 개발한 핵무기는 사실상 용인돼 비핵화는 요원한 과제가 될 수 있다.

④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안보 정책에 언제까지 매달릴 것인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면서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이다. 한국이 핵을 보유함으로써 자국의 안보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맡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만 미국에 의존하는 것이 건강한 한미동맹의 모습일 것이다.

⑤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제공받는 대신 우리가 지불하는 경제적 비용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한국은 2014년에만 78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해외에서 구입함으로써 무기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로 기록됐고, 수입 무기의 90%인 70억 달러어치를 미국에서 구입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궤도에 진입한 상황에서 재래식 무기에만 의존하는 ‘고비용·저효율 국방정책’을 핵무기에 기반을 둔 ‘저비용·고효율 국방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

일본 핵무장도 고려해야

⑥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수록 외교적 입지가 더욱 축소되는 것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미-중, 미-러 간 패권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기에 한국이 안보를 위해 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면 한-중, 한-러 관계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⑦ 한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으면 북한은 군사 문제에 관한 한 핵을 가진 미국하고만 대화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할 텐데 그래도 좋은가. 한국이 핵을 갖지 않으면 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도 미국과만 진행하려고 할 것이다.

⑧ 북한만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한국 주도 통일이 가능한가.
서독이 주도한 독일 통일은 서독이 군사 분야에서 동독보다 우월적 지위를 가졌기에 가능했다. 한국은 현재 북한에 비해 병력 규모뿐만 아니라 전략무기에서도 뒤처져 있기에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면 한국 주도의 군사통합, 더 나아가 정치통일은 기대하기 어렵다.  

⑨ 한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으면 통일 과정에서 북한 지역이 강대국에 의해 분단될 가능성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한국이 현재처럼 북핵 대응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갑자기 붕괴하면 미군은 핵무기를 해체하고자 북한 지역으로 진출하고 중국도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고자 북한으로 진출해 북한이 강대국에 의해 분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한국의 핵 보유는 급변사태 시 한국 주도 통일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⑩ 한국보다 일본이 먼저 핵무장할 가능성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최근 미국 국방부의 용역을 받아 작성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향후 10년 내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핵 재처리 시설을 갖춘 일본은 결단만 하면 단기간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일본이 핵무장할 경우 한국도 함께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기존의 핵무장론은 두 가지 시각으로 대별된다. 첫째는 독자적 핵무장이든 미국 전술핵무기의 재배치든 핵무장이면 무엇이든지 다 좋다는 안보 중심적 시각이다. 둘째는 자주국방과 자주외교, 경제, 남북관계 정상화까지 고려해 더욱 포괄적인 관점에서 독자적 핵무장에 접근하는 시각이다.

한반도 문제의 再한반도화

두 번째 시각은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에 대한 효과적인 억지력 확보, 미국에 대한 지나친 군사 의존도를 줄이고 자주국방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외교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수단, 재래식 무기 위주의 고비용·저효율 국방정책을 저비용·고효율 국방정책으로 전환하는 수단, 미국하고만 대화하겠다는 북한을 남한과의 군사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하는 수단으로 독자적 핵무장을 검토한다.

또한 안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 통일 과정에서 외세의 개입으로 남북한이 다시 분단되는 상황을 막고 한국 주도 통일을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핵무장 문제를 검토한다. 그러므로 핵무장론은 무조건 대북 강경론이고 대결적 논리라는 편견으로 핵무장론을 백안시하는 것은 결코 이성적인 태도가 아니다.

북한은 향후 1~4년 내에 수소폭탄과 ICBM,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실전배치하고 50개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열린 태도’를 가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으므로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독자적 핵무장을 본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핵무장에 대한 주변국의 반대 여론을 무마하고자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조건부 핵무장론’도 검토해야 한다.

독자적 핵무장의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무엇보다도 국가 생존을 위해 일시적 난관을 두려워하지 않고 주변 강대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자주적이고 결단력 있는 정치 지도자가 필요하다. 그런 대담한 지도자야말로 두 얼굴을 가진(실용주의적이면서도 호전적인) 김정은과 한반도 문제 해결에 큰 이해관계를 갖지 않은 주변 강대국의 지도자들을 모두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해 대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