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가

대럴M. 웨스트 지음 ㅣ홍지수 옮김 ㅣ원더박스 ㅣ 364페이지

‘왜’와 ‘어떻게’란 질문이 너무 뻔해 답도 뻔하다. 창업이난수성(創業易難守成), 왜냐면 돈을 버는 것보다 그것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하는 데 민주주의는 부자가 돈을 늘리고, 안전하게 지키는 데 최적의 제도여서 그렇다. 그래서 부자들은 매우 교묘하거나 노골적인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사랑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선거와 정치인을 매수하거나 직접 출마하는 식이다.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시도는 집요하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 부자들의 이야기인데 여기서 부자란 우리나라로 치면 30대 재벌그룹 오너에 해당하는 어마무시 부자들이다. 물론, 그런 재벌은 아닐지라도 테헤란로에 빌딩이 있고, 평창동, 청담동에 저택이 있는 정도의 부자라면 행동행태가 재벌의 오너와 다를 게 없을 것이므로 부의 규모로 상위 10%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부자라고 쳐도 저자의 분석과 배치되진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경우 자산가 상위 1%가 국가 전체 부의 33%를 소유하고 있다. 2012년 미국 대선 투표율이 58.2%였는데 같은 선거에서 상위 1%의 투표율은 99%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자들은 정치에 참여하면 이득을 본다는 것과 정치가 국가적, 세계적 이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다. 어떤 부자는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스배출을 제한하려는 법률의 저지를 위해 상원의원을 매수하기까지 한다. 상원의원은 이 부자를 위해 법률통과를 ‘보류’시킨다.

왜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가

미국은 현재 하위 빈곤층 5%의 자녀가 상위 5% 수준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6%다. 반면 부유층 5%의 자녀들은 그 확률이 39%다. 부와 가난이 명백하게 대물림되는 것인데 부자들과 특수이익집단들의 정치관여, 실력행사가 워낙 은밀한데 비해 디지털 세계로 수익이 취약해진 언론은 ‘짖지 않는 개’로 전락했다.

저자 웨스트가 제안하는 미국의 양극화 해소법은 ‘투명성 제고, 상원 개혁, 언론 강화, 공존을 우선하는 기업가 인식 전환, 공정한 정책, 계층이동 유연성’ 등이다. 압축하면 ‘공정한 기회가 가능하도록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를 하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자가 부자일 수 있는 것은 사회 전체가 도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자는 사회 전체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흙수저’와 ‘헬조선’이 젊은이들의 키워드가 된 우리나라의 현실을 일러 무엇할까. 동국대 경제학과 김낙년 교수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66%를 차지한 데 비해 하위 50%계층은 겨우 2%에 머물고 있다. 거기다 통계청은 올해 1/4분기 5분위와 1분위 계층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이 8배로 벌어져 있다고 확인했다. 금수저, 흙수저가 그저 말장난이 아니라는 것인데, 상위 10%에는 개인의 자질과 능력보다 상속으로 그리 된 사람이 증가한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제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이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고까지 진단한다.

부자를 위한 치안유지와 방범비용이 공존을 위한 복지와 투자보다 커지는 경계선에 체제위협과 공멸이 꿈틀거린다. 이를 어쩔 것인가. 만약 현재 우리나라의 부와 소득의 양극화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나 정치인이 있다면 그들부터 추방하는 것으로, 시작하자. 아니면 이 책부터 좀 읽자. 비록 미국의 현실이긴 하지만 우리와 다를 것이 없으므로 막연하게 짐작하기보다 구체적 데이터로 확인해야 대안모색과 행동도 구체적이지 않겠는가. 우리나라의 현실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이 따위 불평등’(이원재 외 지음. 북바이북)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초반까지 영상 번역가로 활동하며 케이블 TV 디스커버리 채널과 디즈니 채널, 그 외 요리 채널 및 여행전문 채널 등에서 240여 편의 영상물을 번역했다. 그 후 바른번역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 회원으로 활동하는 출판전문 번역가이다. 옮긴 책으로는 『와인의 세계』, 『이웃집 소녀』, 『템플기사단의 검』, 『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 『무조건 행복할 것』, 『지하... 연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초반까지 영상 번역가로 활동하며 케이블 TV 디스커버리 채널과 디즈니 채널, 그 외 요리 채널 및 여행전문 채널 등에서 240여 편의 영상물을 번역했다. 그 후 바른번역 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 회원으로 활동하는 출판전문 번역가이다. 옮긴 책으로는 『와인의 세계』, 『이웃집 소녀』, 『템플기사단의 검』, 『살인을 부르는 수학공식』, 『무조건 행복할 것』, 『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3~7세 아이를 위한 사회성 발달 보고서』, 『허풍선이의 죽음』, 『마지막 별』, 『아도니스의 죽음』, 『미라클라이프』, 『예쁜 여자들』, 『전쟁마술사』 등이 있다.

『개의 마음을 읽는 법』 책을 번역한 전행선, 구세희, 고빛샘, 김경희, 전혜상은 ‘꿰어서 보배’ 소속 번역가들이다. ‘꿰어서 보배’는 소설, 인문, 경영, 심리, 교육 등 각 분야의 실력파 번역가들이 독자들에게 빈틈없고 유려한 번역을 선보이고자 뜻을 모아 만든 팀으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속담에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 옮긴 책으로는 『창조의 순간』 등이 있다

로뮤토피아는 인간이 가장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 '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왜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가
<리비에르, 신뢰, 1869>

는 인간의 진화와 더불어 인간과 가장 가까이 지내온 존재이다. 요즘에는 인간과 함께 사는 가족이라는 의미에서 '반려견'이라고도 한다. 스스로 개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스티븐 부디안스키는 '개에 대하여'를 통해 개의 본성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여러분은 개를 사랑하는가?

보편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사랑스러운 강아지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곧바로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들의 눈동자 속에는 천국보다 더 포근한 안식이 있다. 그들은 충직할 뿐만 아니라 넘치는 사랑의 소유자이다. 사랑에 흠뻑 취해 정신이 모호해질만큼 우리에게 사랑을 준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그 사랑을 피해갈 방법이 없다. 남녀 간의 사랑을 포함한 인간의 사랑에 비할 바가 아니다. 조건 없는 사랑을 노래한 그 어떤 문학작품보다 더 소중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왜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가
<에드윈 랜드시어, 늙은 양치기의 상주, 1837>

흥미로운 점은 우리의 사랑스러운 개는 인간의 본성을 철저히 이용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지구상의 그 어떤 종도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없다. 개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개는 사랑스러운 미소를 통해 인간의 호주머니를 털어간다. 개는 부자이든 가난한 사람이든 상관하지 않고 주머니를 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 기꺼이 주머니 속의 돈을 내어준다.

존재하는 개의 종류가 많은 것 이상으로 그들은 개별적인 존재이다. 개들의 성향은 개체마다 다르다. 엄마가 나가면 화를 내는 개, 꼭 한 자리에서만 밥을 먹어야만 하는 개,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자야만 하는 개, 기쁨에 넘치면 빙글빙글 돌거나 뛰어오르는 개, 엄마는 자기 것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확인시키는 개...수많은 독특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그들은 어찌 되었든 사랑받는다이다. 상황을 바꿔서 인간이 그런 행동을 하면 어떤 반응이 되돌아올까? 아마도 우리는 십중팔구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왜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가
<쩡판즈, 가면시리즈, 1998>

로뮤토피아의 삶에도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 보보, 모모, 또또, 알폰소, 라헬...그들의 견성은 다 달랐다. 보보는 충직하고 믿음직스러웠고, 너무 똑똑해서 반쯤은 인간이었던 모모는 늘 사랑을 갈구했고, 또또는 마냥 어린 아이 같았고, 알폰소는 영리하고 질투심이 많았고, 식탐이 많은 라헬은 늘 산만하고 애정표현이 과하다. 게다가 말도 많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쁨을 주었고 로뮤토피아의 삶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었다. 그리고 그 벅차고 커다란 사랑만큼 상실의 아픔도 주었다. 세상의 모든 개엄마는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만 하는 비극적 운명을 견뎌내야만 한다. 그렇다고 개를 사랑하는 걸 멈출 수는 없다.

왜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가
<보보와 모모>

여러분은 개가 얼마나 영리한지 알고 있는가?

개들도 꾀병을 부린다. 거짓말을 한다. 어떤 행동을 하면 엄마가 걱정을 하고 다독여주는지, 특식을 주는지 다 알고 있다. 때로는 멀쩡한 다리를 절뚝거리며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바라보기도 한다. 심하게는 토하기도 하고 설사를 하기도 한다. 개들은 이렇게 엄마를 가지고 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와 함께 사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왜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가
<부산스러운 라헬-병원에서>

진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개는 그 어떤 동물도 해내지 못한 커다란 성공을 해냈다. 조금의 노력도 없이 인간의 거주지 안에 자기의 자리를 마련하고, 끼니를 해결한다. 경제학적으로 본다면 자기 밥값을 제대로 해내는 개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현대의 개들은 낯선 침입자들로부터 집을 지키는 가장 평범한 역할조차도 해내지 못한다. 여러분은 택배기사를 보고 미친 듯이 꼬리를 흔들어대는 아가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낯선 사람의 방문은 그들에겐 삶의 활력소일 뿐이다. 으르렁거리며 짖어대는 개들조차도 곧장 관심을 잃는다.

여러분은 개가 얼마나 많이 먹는지 알고 있는가?

왜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가
<한 마리의 표범처럼>

몸무게 1kg당 필요한 음식의 양은 개가 사람보다 두 배나 더 많다. 미국의 경우 개 5,500만 마리가 먹는 양이 로스앤젤레스 전체 인구가 소비하는 양과 비슷하다. 달러로는 50억 달러, 한화로는 6조 250억 원이다. 여기에 수의사에게 치료받는 비용까지 포함하면 70억 달러를 더해야 한다. 개의 경우 의료보험 같은 것도 없으니 엄청나게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만 한다. 사람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무슨?'이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도 생명이다. 일단 가족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이상 그들의 삶을 책임져야만 한다.

개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개'라는 단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어느 문화권에서나 경멸을 의미하는 용어로 종종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라틴어 사전에는 'canis'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기생충, 식객'이라는 의미이다. 고대 히브리어의 성경에도 개를 뜻하는 'kelev'라는 단어는 '신전에 있는 남창이나 엉터리 예언자'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모든 문화권을 가로질러 '개'가 붙은 단어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욕설이다. '개새끼'는 욕을 먹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부모까지도 모욕하는 단어이다. 모네리자는 왜 그러한가에 대해 많이 궁금했으나 그 어떤 문헌에서도 그에 대한 답을 해주지 않았다. 다만 프로이트가 개는 생식기를 핥아대는 민망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그러한 엉뚱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 바 있지만 충분한 설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즘 정반대의 긍정적인 의미로 '개'라는 접두사가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개꿀, 개대박, 개좋아 등이 그러하다.

왜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가
<로뮤토피아의 부캐, 라헬>

많은 학자들은 개와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이야기한다. 개를 사랑하는 사람은 종종 정상적인 인간관계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는 부적응자이거나 사랑을 쏟을 대상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어 버린다. 개를 열렬하게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불행한 사람으로 낙인찍혀 버린다.

그리고 또 하나 원하는 것을 다 충족시켜주는 엄마를 만난 개는 인간을 좌지우지하는 폭군으로 사는 법을 학습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늑대와 개의 사회구조가 가진 본성이기 때문이다. 천둥이 무서워서 몸을 떠는 개를 안고 다독여줬다면 그런 행위를 이끌어내기 위해 몸을 떠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그러하다.

왜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가
<리비에르, 공감, 1878>

동물행동학자들은 '선천적 이완기제'라는 것을 통해 개와 인간의 관계를 설명한다. 우리는 작고 약한 것, 눈이 크고 머리가 둥근 대상을 보면 감싸고 보호해주고 싶은 느낌을 갖는다. 진화의 차원에서 본다면 후손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동이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귀엽고 작은 존재에 대한 타고난 호감이 존재한다. 개는 바로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인간을 마음대로 조종한다.

생물학자들은 인간에 의해 동물이 길들여지는 상황을 '노예화'라고 부른다. 인간이 주도하여 생물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과 함께 살아남은 인간 주변의 모든 종들은 그들의 선택에 의해 인간 주변에 머무르며 진화에 더 유리하도록 인간을 조종했다고 주장한다. 동물뿐만 아니라 곡물조차도 스스로 길들여지기로 선택했고, 길들이기의 성패여부는 동물이나 곡물의 특성에 따라 좌우된다. 우리는 그들에게 선택되었다. 개를 포함해서 말이다.

왜 사람은 사람보다 개를 사랑하는가
<록웰, 집에서 보내는 휴가, 1945>

개와 인간의 관계는 진화의 역사가 가져다 준 선물이다. 이 독특하고 소중한 관계를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려면 개의 진정한 본성과 능력을 존중하고, 개를 존재 그 자체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이 아니라 개가 인간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영리하다.

이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개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우리는 그 아이들을 운명처럼 만나 열렬히 사랑한다. 평생동안 우리에게 어린 아이인 그들은 무지개 다리를 건너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어린 아이이다.

로뮤토피아의 사랑스러운 인간의 반려동물, 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로뮤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스티븐 부디안스키, 개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