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은 비트코인 사용을 허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의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활용처가 늘어나고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상점이 나왔다. 새로운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폭락한 것처럼 자칫 거품이 꺼질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비트코인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새로운 고효율의 글로벌 금융네트워크인 비트코인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최근 가격급등으로 관심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비트코인은 투기와 범죄에 악용될 수 있고, 이를 구제할 법률이나 기관도 없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미국·유럽선 이미 수용… 새로운 전자금융 패러다임 제시

왜 일본은 비트코인 사용을 허가

2013년 비트코인처럼 많은 논쟁과 화제를 이끈 주제도 별로 없을 것이다. 옥스퍼드 사전 선정 올해의 단어 중 하나로 꼽히는가 하면 미국 상원에서 두 차례 관련 청문회가 열렸고 중국 대륙이 들썩일 정도로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하루아침에 월드스타급 유명세와 인지도를 얻게 된 것이다. 물론 긍정과 부정이 극단적으로 교차하고 주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 역시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세간의 인식에 비쳐보면 그리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악플 자체가 아니라 악플의 내용을 구성하는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을 둘러싸고 때아닌 ‘화폐 자격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자격증과 스펙 만능주의가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논쟁에서까지 위력적인 프레임으로 작용하게 될 줄이야. 비트코인의 화폐로서의 자격을 중앙은행이 인정하고 말고가 갑자기 모든 논의의 핵심이 됐다.

각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실제로 한두 해 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돼 온 과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화폐로만 바라보면서, 화폐로서의 자격 여부를 갖느냐 마느냐를 금융당국이 규정하는 것은 무척이나 생경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적어도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사회적으로 논의해 온 과정에서 이런 ‘자격 논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여러 갈래의 논의가 이뤄졌지만, 그 핵심은 언제나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적 성취와 그것에 쏠린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부작용 없이 안정적으로 사회적 혁신의 기회로 만들 것인가였다. 비트코인을 화폐로 인정하고 말고는 전혀 논의의 중심이 아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으며 점점 그 쓰임이 늘고 있는데 한 국가의 중앙은행이 화폐로서의 자격을 부여하고 말고가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비트코인을 화폐 또는 투기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것도 문제다. 비트코인은 전자적 화폐이기에 앞서 글로벌 전자지불 네트워크이자 새로운 유형의 금융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플랫폼이다. 중앙 통제적인 금융기관의 개입을 배제했다는 것이 이 시스템의 가장 차별화된 특징이다. 수학적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참여자 모두에 의해 관리와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도 그렇다. 중앙 관리기관 없이 사람들의 컴퓨터와 컴퓨터를 이어 직접 거래하도록 하는 ‘P2P’(peer-to-peer) 방식의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거래를 포함한 모든 활동이 이뤄진다. 비트코인은 발행부터 네트워크의 관리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미리 정해진 알고리즘을 통해 이뤄진다. 사람의 손길 또는 정치 따위가 이 규칙에 개입할 여지는 없다.

비트코인 거래는 e메일을 주고받는 것과 비슷하다.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 사이에 돈이 오가는 P2P 방식이다. 이처럼 비트코인은 전혀 새로운 전자 금융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것을 낡은 프레임 속에 가두려고 하는데서 오해는 발생한다. 비트코인의 가치를 신기루 또는 튤립버블처럼 보는 시각이 그것이다. 지구적 차원에서 금융에 대한 수요를, 저비용 고효율의 방식으로 네트워킹한 것의 가치 역시 거품에 불과할까? 비트코인의 화폐적 가치의 토대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런 네트워크적이고 플랫폼적인 성격에서 비롯되는 고유의 ‘내재가치’ 때문 아닐까?

비트코인에 화폐의 자격을 운운하거나, 오해에 기반을 둬서 그 가치가 거품이라는 주장을 대하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프로크루테스가 생각난다. 사람을 침대 길이에 맞춰 죽이는 것처럼 비트코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 역시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이 제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존 화폐와 금융시스템에 끼워 맞추려고만 든다. 자신의 사고를 새로운 대상에 맞추는 게 아니라 대상을 사고에 맞춰 이리저리 뒤바꾼다. 그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태생과 목적이 다른 새로운 금융 기술을 놓고 기존의 법정화폐와 달라서 자격이 없다고 말하다니! 비트코인은 단지 디지털 골드가 아니다. 화폐도 아니다. 투기수단으로 개발된 건 더더욱 아니다. 비트코인은 이 모든 것의 중층적인 조합이다.

2014년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비트코인이 가져올 혁신이 조금씩 현실화하리라는 것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2014년에는 보다 많은 비트코인 관련 응용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이들이 낯섦과의 간극을 메꿔주며 비트코인은 더 친숙해지고 생태계는 더 견고해질 것이다.

비트코인의 가파른 가치상승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전 세계적으로 참여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인프라를 이루고 있는 마이너(채굴자)의 집합적 컴퓨팅 파워가 천문학적 규모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2014년엔 이 흐름이 더 가속될 것이다. 중국에서의 투기 열풍도 중앙은행들의 입장발표도 그냥 참고만 하라.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껏 그래왔듯이 비트코인이 현실에서 어떻게 채택되고 쓰이는가이다.

<김진화 |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Korbit) 이사·<넥스트머니 비트코인> 저자>

■ 해킹 위험에 관리 감독 기관 없어 범죄에 악용 여지

왜 일본은 비트코인 사용을 허가

최근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가 디지털 시대가 낳은 신개념의 결제수단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실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비트코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싸이월드의 ‘도토리’나 ‘네이버 캐시’와 같이 실제 돈은 아니지만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 이용료를 결제할 수 있는 디지털 결제수단 중 하나이다.

이러한 비트코인이 갑작스럽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유럽연합이 키프로스에 구제금융을 주는 조건으로 예금에 세금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로 인해 많은 예금자들이 비트코인으로 예금을 옮겨갔고 이는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을 유발시켰다. 이후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발표를 하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거기에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더해지면서 시장은 점차 과열양상을 보였다. 이와 같은 과열양상은 2009년 1월 비트코인이 첫선을 보였을 때 5센트 수준이었던 가격이 4년10개월 만에 그 가치가 2만배 이상 높아지면서 1000달러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하게 되었고, 이는 사람들에게 황금빛 투기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

비트코인은 2009년도에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가명의 프로그래머가 개발했다. 2145년까지 총 2100만 비트코인을 발행하도록 설계했고, 비트코인의 해킹을 방지하기 위해 10분 단위로 거래기록을 암호화하는 과정을 ‘채굴(Mining)’이란 용어로 실시해 가장 빠르게 암호화한 사람에게 25비트코인을 보상으로 주고 있다. 이러한 ‘채굴’을 하는데 복잡한 수학풀이 과정이 많아 고성능 컴퓨터가 사용되기 때문에 일반인은 채굴을 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은 거래소를 통해 1%의 수수료를 내고 거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가격상승이 큰 폭으로 이루어진다면 해킹을 어렵게 하는 ‘채굴’ 과정 대신에 해킹을 시도하여 큰 이익을 내려는 세력이 생겨날 것이다. 이미 덴마크 및 호주의 비트코인 거래소는 해킹의 공격을 받아 상당량의 비트코인을 도난 당하는 등 해킹의 위험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해킹의 공격으로 인한 위험성뿐 아니라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비트코인은 관리, 감독을 하는 기구나 기관이 없기 때문에 보유자의 개인정보가 기록되지 않아 거래의 익명성이 있다. 이는 비트코인을 예찬하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특징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러한 익명성은 탈세, 돈세탁, 마약거래, 도박 등의 범죄에 활용될 여지가 많으며 시장이 더욱 커질 경우 지하경제 시장을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 해킹공격을 받아 5400 비트코인을 분실했다는 ‘시프마켓플레이스’도 불법무기, 마약 및 불법 약물을 판매하던 불법적인 사이트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음성적인 부분에서 비트코인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투기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총 발행량을 2145년까지 2100만 비트코인으로 제한한다는 희소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실물이 없는 인터넷 코드로 구성된 비트코인을 어느 누군가가 복제를 한다거나 불법적인 발행을 한다거나 하는 신뢰성의 문제가 발생해 가치에 대한 불안이 싹트는 순간 급등한 가격 거품은 한순간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비트코인에 투자한 사람들 중 일부는 투자금을 쉽게 현금으로 교환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이중의 가격하락을 겪을 것이다. 비트코인을 구제할 법률 또한 미비하고 중앙통제기관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 및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에서 규제가 확대되면서 유통의 자율성도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비트코인의 특징이기도 한 세계 각국에서 공통적으로 결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점차 국가들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결제수단으로서 각광받았던 가치도 점차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인터넷에서 개인간, 상호간의 판매가 된다면 국가의 규제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도 있지만 만약 이와 같은 거래가 늘어날 경우 세금 및 불법여부의 문제로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거래는 위축될 것이다.

기존의 화폐를 대신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인터넷과 모바일기기에 익숙한 대중들 사이에서 성장한 비트코인은 분명히 앞으로 가상화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아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첨가된다면 새로운 미래의 결제수단의 탄생도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 예측해본다.

<김홍년 |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