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 경제학 몇 분 만에

  1. 들어가며

올해 2016학년도 1학기가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가 한 달 내로 대학원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공부를 시작할 결심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올해 4월 초 공무원 시험 공부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때도, 물론 목표는 올해 합격으로 세우긴 했습니다만, 정말로 반 년 만에 합격하여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 합격 수기를 작성하고 있으리라고는 역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해냈습니다. 저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놀란 결과입니다만, 제가 반 년 만에, 필기시험만 따진다면 4개월 20일 만에 국가직 7급에 합격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제 합격에는 제가 사용한 공부법이 가장 큰 기여를 했으리라고 생각하여 이 수기를 작성합니다. 제 수기가 부디 내년 합격을 목표로 공부하는 수험생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 되기를 바랍니다.

이 수기는 1.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 2. 공부 방법, 3. 공부에 임하는 마음가짐의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1.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된 계기

저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대학원에 다니면서 학교 연구원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2016학년도 1학기가 석사 과정 5학기째였습니다. 학점 이수도 모두 마쳤고, 2016년 1월에 시행된 논문 자격 시험도 통과했습니다. 학위 논문만 작성하면 석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다이어리를 확인하면 3월 17일 목요일의 일입니다. 그날 저는 도서관에 가 선행 연구를 읽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아침 일찍 도서관에 도착해 책상에 가방을 내려놓고, 책장으로 가 제가 연구할 분야의 책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저는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책장에 빼곡히 꽂힌 책이 너무나도 많아 보였습니다. 저 책들을 전부 읽고 완전히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자 논문을 쓰는 것이 막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간신히 책 몇 권을 골라 자리에 돌아왔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금요일이 지나고 주말이 되자 상태가 심해졌습니다. 도서관에서 대출해 온 책을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활자를 읽고 이해하는 것 자체가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잠시 쉬었다 해야겠다 싶어 책을 덮어두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려고 해도 볼 수 없었습니다. 자막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렸기 때문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갓 돌 된 딸이 첫 걸음마를 떼는 모습을 보며 부모가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나도 어릴 때는 걷기만 해도 부모님께서 자랑스러워하셨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한심해졌을까 생각하며 펑펑 울었습니다. 결국 주말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24시간 중 18시간을 이불 속에 틀어박혀 울다가 자고 울다가 자는 것만 반복했습니다. 당시에는 서울에서 동생과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일이 있어 나간 사이에는 식사도 거의 할 수 없어 편의점에서 옥수수 캔을 사 와 그것만 겨우 목구멍으로 넘겼습니다.

의학에는 문외한입니다만 제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원래는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었지만, 이 상태로는 설령 학위 논문 제출을 무사히 마치고 석사 학위를 취득한다 하더라도 그 이후에 이어질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과 지도교수님과 제 상태를 알리고, 오랜 상담을 거친 뒤 결국 대학원을 그만두는 게 낫겠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연구원의 팀장님과 선배들, 후배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연구원을 나온 뒤, 본가인 수원으로 내려가기 위해 동생과 함께 살던 자취방에서도 제 짐을 뺐습니다.

4월 초, 주변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대학원을 그만둔 제 장래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내년에 환갑이 되시는 아버지께 언제까지나 손을 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디에든 취직을 해서 앞가림을 해야 할 텐데 어디에 취직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저를 명문대에 보내느라 부모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 주셨으니만큼 번듯한 곳에 취직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고 싶은데, 일반 사기업에 취직하기에는 제 스펙이 많이 모자랐습니다. 대학원 수료는 했으나 학위는 취득하지 못해 2년을 그냥 날린 셈이 된 저는 26살 여자였습니다. 제가 나온 국어국문학과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학과가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제가 대학원을 그만두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저는 그 흔한 토익 점수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공무원 시험은 반쯤 떠밀려서 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때의 저는 공무원이 되든가, 대학원에 돌아가서 논문을 쓰든가, 둘 중 하나의 길밖에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에 돌아가 논문을 쓰기는 정말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공부가 힘들어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너 이 공부 하기 싫으면 대학원 돌아가서 논문 쓸래? 아니야. 그러고 다시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이 수기를 쓰면서도 당시의 절박함이 떠올라 조금 울었습니다. 그 정도로 저때는 저에게 절망적인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마음이 느슨해지는 일 없이 필사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동안 큰 실패 없이 살아온 저에게는 저런 경험이 꼭 필요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1. 공부 방법

공부 방법을 작성하기 전에 하나 미리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국어와 영어는 제게 자신 있는 과목이었기 때문에 다른 과목에 비해 공부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국어의 경우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 전공이 국어학이고 세부 전공은 국어사였기 때문에 국어 문법과 국어사(중세, 근대국어) 파트는 따로 시간을 들여 공부하지 않았고, 일본어를 할 줄 아는 데다가 국어사 연구를 하려면 한문 공부가 필수였기 때문에 한자 파트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영어의 경우는 중학교 시절 해리 포터 시리즈를 좋아해 원서를 사서 밤마다 사전을 옆에 끼고 읽다 보니 영어 독해를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어 독해 파트는 거의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이 점 유의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2.1. 전체 공부 스케줄

면접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정이 끝나자 마음에 여유가 생겨, 그 전까지는 가입만 하고 들어가지 않았던 공무원 시험 관련 카페에 들어가 수험생 분들이 올린 글을 여러 개 읽어 보았습니다. 대부분은 공부 방법과 관련된 글이었습니다. 공부 방법은 크게 여러 과목을 하루에 조금씩 하는 방법과 한 과목씩 며칠 동안 몰아서 하는 방법의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후자였습니다. 한국사, 국어, 영단어는 매일 조금씩 했지만 나머지 과목들과 영어 문법은 몰아서 공부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제가 제일 처음 들었던 강의가 경제학 이상근 선생님의 오리엔테이션 강의였는데, 거기에서 선생님이 이 방법을 추천하셨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과목을 하나씩 몰아서 공부해야 진도가 빨리 나가서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 방법이 제게 맞지 않았으면 나중에라도 바꿨겠지만, 실제로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에 바꾸지 않았습니다. 전효진 선생님께서 강의에서 설명해 주신 8421 공부법도 어떻게 보면 한 과목을 며칠 동안 몰아서 하는 공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8421 공부법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공부를 시작한 4월 8일부터 시험 전날인 8월 26일까지 총 5회독을 했습니다.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4월 8일~6월 2일: 이론 강의 수강

6월 3일: 휴식

6월 4일~7월 14일: 기출 문제 강의 수강

7월 15일: 휴식

7월 16일~8월 24일: 421(8421 변형)

8월 25일~8월 26일: 마무리(헌법 최신 판례, 국어 문법 규정·한국사 문화유산 체크, 암기 어려웠던 부분 다시 한 번 암기 등)

제 공부 방법을 설명할 때 전효진 선생님의 8421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는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자세한 공부 방법과 팁은 전효진 선생님의 강의를 참조해 주세요.) 8421이란 한 과목을 시험 전날까지 8일 동안, 4일 동안, 2일 동안, 1일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공부 방법입니다. 제 경우로 예를 들자면, 제가 8421을 변형한 421로 공부한 과목은 경제학, 행정학, 헌법, 행정법, 한국사의 다섯 과목인데, 이 과목들을 경제학 4일 - 행정학 4일 - 헌법 4일 - 행정법 4일 - 한국사 4일 - 경제학 2일 - 행정학 2일 - …… 의 일정으로 공부했습니다.

8421은 스스로도 효과를 많이 느꼈고 합격에도 가장 큰 도움이 된 공부법입니다. 8421의 장점으로는 우선 강제적으로라도 회독 시간을 줄이고 회독 횟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8421을 했기 때문에 40여 일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회독을 세 번이나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혼자 힘으로 기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과정에서 강의에서 짚어주지 않은 내용도 눈으로라도 체크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빠른 시간 안에 한 과목을 전체적으로 보기 때문에 과목의 전체적인 얼개가 머릿속에 잡히게 됩니다. 저는 시간이 부족한 탓에 모의고사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채 시험일을 맞았는데, 8421을 하면서 과목의 전체적인 얼개가 머릿속에 잡혔기 때문에 실제 시험장에서도 문제를 큰 어려움 없이 풀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전효진 선생님께 배워서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이 단권화입니다. 기출 문제를 풀 때 기본서에 없는 지문이나 해설이 나오면 기본서에 옮겨서 정리하도록 가르쳐 주셨는데, 저는 이 단권화를 다른 과목에도 적용해서 문제 해설에 모르는 내용이 나오면 문제집에 줄을 긋는 등의 표시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해설을 기본서에 옮겨 적었습니다. 또 전한길 선생님의 한국사 강의를 들을 때 선생님께서 필기 노트로 강의를 하신 뒤에는 기본서를 보시는 식으로 진행을 하셨는데, 이때도 선생님께서 짚어 주시는 부분 중 필기 노트에 없는 내용이 있으면 그대로 옮겨 적었습니다. 기본서에만 수록된 사료 역시 중요 키워드를 간단히 필기해 문제에 제시되더라도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단권화를 진행하면 마지막 마무리를 할 때 여러 책을 뒤적거릴 필요 없이 한 권만 보면 되기 때문에 굉장히 간편합니다.

저는 위와 같이 5회독을 진행했습니다. 일정을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저는 이론 강의와 기출 문제 강의만 수강했습니다. 그 외에는 헌법 최신 판례 강의를 제외하면 동형 모의고사, 헌법 OX, 한국사 사료 특강 등 어떤 강의도 듣지 못했습니다. 기출 문제 강의가 끝난 뒤 시험일까지 남은 일자를 계산했을 때 8421 중 421을 할 시간밖에 남지 않아 421을 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강의를 또 들을 것인지 스스로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첫 시험이니만큼 기본서부터 확실하게 외우고 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여 기본서만 충실히 익혔습니다. 시간에 여유가 있으신 분이라면 선생님께서 제공해 주시는 강의는 되도록 많이 듣는 것이 좋겠지만, 저처럼 시간이 촉박하신 분이라면 다른 강의를 듣기보다는 기본서를 몇 차례 더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4개월 20일 동안 저는 총 이틀을 쉬었습니다. 어느 강의에서나 선생님들께서 강조하시는 것이 시험 직전 한두 달 가량을 제외하고는 일주일에 쉬는 시간을 잠깐이라도 가지라는 것이었는데, 저는 시험까지 남은 기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험 전날에는 지칠 대로 지쳐서 다음 날 시험을 잘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시험이 끝나서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반 년 안에 끝났으니 다행입니다만 이 생활이 1년 더 이어졌더라면 대학원을 그만둘 때와 같은 정도의 우울증을 겪었을 것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루 종일 쉬는 것이 부담된다면 저녁 시간만이라도 잠시 숨을 돌리는 것이 오래 공부하는 데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다른 취미는 모두 끊었지만 웹툰만큼은 매일 밤 보고 잤기 때문에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2. 하루 공부 스케줄

저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독서실에 다니며 공부했습니다. 하루의 대략적인 스케줄은 다음과 같습니다.

07:30 기상

07:30~09:00 세수, 아침식사, 영단어

09:00~09:10 독서실 가기

09:10~13:00 메인 강의

13:00~14:00 점심식사

14:00~18:30 메인 강의

18:30~19:30 저녁식사

19:30~20:30 메인 강의

20:30~22:30 한국사 강의

22:30~23:00 귀가, 샤워

23:00~01:00 국어 공부, 영단어

01:00 취침

이상은 이론 강의와 기출 문제 강의를 들을 때의 스케줄입니다. 8421을 할 때는 밤 11시, 늦으면 밤 12시 반까지 기본서를 본 뒤 집에 돌아와 샤워하고 영단어를 보는 식으로 공부를 진행했습니다.

저는 매일 아침 7시 반에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자마자 씻고 머리를 말린 뒤 바로 책상 앞에 앉아 영단어를 공부했습니다. 아침식사를 한 뒤에는 다시 바로 책상에 돌아와 커피를 마시면서 영단어를 마저 공부했습니다.

제가 다닌 독서실의 오픈 시간은 9시인데, 가끔 아르바이트생이 늦게 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9시에 출발했습니다. 독서실에 도착하면 9시 10분 가량입니다. 그때부터 독서실 사물함에 놓고 다니던 노트북으로 강의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강의를 들을 때 한 과목을 며칠 동안 몰아서 보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공단기의 하루치 강의가 약 4시간 분량이기 때문에, 저는 하루에 이틀치 강의를 들었습니다. 선생님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1.3배속으로 들었고 강의 하나가 끝날 때마다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눈으로 다시 한 번 훑으면서 복습을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들은 강의는 경제학, 행정학, 헌법, 행정법의 네 과목입니다. 한국사는 뼈대는 어느 정도 잡혀 있었기 때문에, 앞 강의의 그날 분량이 끝난 뒤 매일 2시간씩 끊어서 들으며 공부했습니다.

한국사 강의까지 모두 끝난 뒤 집에 돌아가 샤워를 한 뒤 국어 공부를 하고 영단어를 외웠습니다. 저는 그날 공부할 분량이 모두 끝난 뒤에야 잠이 들었는데, 평소에는 12시 반 내지는 1시에 취침했고, 시험 직전 일주일은 새벽 3시에 잤습니다.

늦잠을 자는 일이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그 외에는 위의 스케줄을 반드시 지켰습니다.

2.3. 과목별 간략한 공부법과 강의 후기

2.3.1. 경제학(이상근 선생님)

다른 선생님의 강의는 듣지 않아 비교는 못하겠습니다만,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분량을 많이 줄여주는 강의를 하신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저는 경제학을 비교적 재미있게 공부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이해가 되지 않아 울다가 잠들기도 했습니다만, 어느 선을 넘어가자 쉽게 느껴졌고 변수가 변하면서 그래프가 이동하는 것을 마치 태엽이 잘 맞물려서 돌아가는 것을 보듯이 신비롭게 여기기도 했습니다.

경제학은 이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학 과목처럼 그 이론이 실제 문제에서 어떻게 응용되었는지를 익히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과목은 기출 문제를 한 번만 풀고 나머지 시간은 기본서에 집중했지만, 경제학만큼은 421의 4를 할 때 기본서 대신 기출 문제를 보면서 풀이 과정을 스스로 떠올리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상근 선생님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시험장에서 생소한 학자나 이론이 출제되었을 때 체계적으로 찍는 법을 가르쳐 주시는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의 도중에 어려운 기출 문제가 나오면 찍는 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는데, 저는 그 방법으로 경제학 4문제를 찍어 2문제를 맞혔습니다. 이상근 선생님의 강의를 수강하시는 분이라면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한번 시도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3.2. 행정학(김중규 선생님)

가장 애를 많이 먹었던 과목입니다. 수능 때 선택했던 사회문화 과목을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했다가 기출 문제 강의 첫날 문제 중 3분의 2를 틀리고 울면서 잠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김중규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다시피 기본서에 있는 내용을 정확하게 외우고 함부로 확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본서가 좋기로 정평이 나 있는 김중규 선생님이시니만큼 강의를 들은 뒤 혼자 기본서를 보면서 강의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이라도 전부 보고 암기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시기 바랍니다.

2.3.3. 헌법, 행정법(전효진 선생님)

법 과목이라 암기량이 많습니다만 저는 행정학보다는 수월하게 공부했습니다. 법조문은 문제에 법조문이 그대로 복사 후 붙여넣기 되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조문이 생긴 모양을 눈에 잘 익혀두면 문제를 푸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고, 판례는 이야기를 읽는다고 생각하면 재미있게 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처음 보는 판례를 만났을 때에도 제가 판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자 문제의 답이 보여서 신기하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작하면 가장 부담을 많이 느꼈던 두 법 과목을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가게 되어서 전효진 선생님께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법 과목만이 아니라 다른 과목을 공부할 때에도 전효진 선생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2.1. 전체 공부 스케줄에서 언급한 8421과 단권화뿐 아니라 공부 자세도 전효진 선생님께 배운 것입니다. 저는 스터디도 하지 않고 혼자 독서실을 다니며 공부했고, 마음이 다른 곳으로 쏠릴까 봐 공부 중에는 공무원 시험 관련 카페 등의 커뮤니티에도 일절 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부법과 관련된 정보는 인터넷 강의를 통해서밖에 얻지 못했는데, 그 중에서도 전효진 선생님께서 제게 가장 영향을 많이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 사시를 준비하실 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부하다 보니 저는 제가 경쟁해야 하는 2만 명의 수험생이 모두 전효진 선생님처럼 공부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2만 명이 모두 아침에 일어나 세수만 얼른 하고 바로 도서관에 가 바나나를 얼른 까 먹으면서 책을 보고 밤에도 책을 읽다가 잠드는 생활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전효진 선생님처럼 공부한 것은 아닙니다만, 2만 명의 전효진 선생님과 경쟁해야 한다는 데에 위기감은 느낀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저는 공부 시간을 늘리는 대신 공부하는 동안 집중의 정도를 높였습니다. 제가 공부한 독서실이 동네 독서실이라 고등학교 시험 기간이면 공부하러 온 학생들의 기침 소리, 지퍼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등 많은 소음이 발생했지만 그 소리들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해서 공부했고, 집에서도 부모님이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시든 말든 문을 닫고 국어 공부와 영단어 암기에만 집중했습니다.

개그 코드도 저와 잘 맞아서 강의 중에 여러 번 웃었습니다. 여러모로 제게 큰 도움이 되신 선생님이십니다.

2.3.4. 한국사(전한길 선생님)

제게 한국사는 공포의 과목이었습니다. 수능 때 모든 과목이 같은 등급이었는데 유일하게 두 등급 높았던 과목이 바로 국사였습니다. 수능 때도 암기할 것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수능 이상으로 암기 중심으로 나온다는 공무원 시험 한국사를 준비할 생각을 하자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암기 중심으로 가르치신다는 전한길 선생님의 강의를 큰 고민 없이 선택하여 수강했습니다.

유명하신 선생님이시니만큼 인터넷에 비난 글도 많은 분이신 줄로 압니다. 가장 큰 비난 중 하나는 필기 노트에 소위 ‘빵꾸’가 많이 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여기에 대해 필기 노트는 기본이다, 기본서를 모두 암기하려면 10년이 지나도 합격 못한다, 필기 노트를 모두 비껴간 시험을 출제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한다면 과락이 90퍼센트 이상 나올 것이기 때문에 그런 시험은 절대 나올 수가 없다고 반박하시고, 저도 그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는 기본서는 선생님께서 짚어주신 부분만 보고 나머지는 필기 노트만 외워서 합격했습니다. 대신 필기 노트를 아주 확실하게 외웠습니다. 필기 노트 한 페이지를 본 뒤 허공을 보면서 그 페이지를 그대로 그리는 식으로 외워서, 나중에는 어느 용어를 보면 필기 노트 어느 페이지의 어느 위치에 있었다고 바로 떠올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2.3.5. 국어

국어는 강의는 듣지 않고 선재국어 기본서와 기출 문제집만 사서 매일 밤 혼자 조금씩 공부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국어학을 전공해서 문법 부분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맞춤법 규정 부분을 좀 더 공들여 봤습니다. 국어는 기출 문제집을 먼저 푼 뒤 기본서를 보는 순서로 공부했는데, 기출 문제를 풀어본 결과 표준어와 표준 발음 파트가 약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기본서의 해당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이고 수시로 들춰보면서 무엇이 표준어이고 표준 발음인지가 눈에 익도록 했습니다.

선재국어 4권의 고유어와 한자어는 영단어와 함께 매일 조금씩 외웠습니다. 저는 단어를 외울 때 뜻을 정확하게 외우기보다는 단어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발음에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남상남상하다’라는 단어를 예로 들면, 저는 이 단어의 발음에 그릇에 가득 담긴 물이 그릇 너머를 지꾸 기웃기웃하는 이미지를 연상시켜서 외웠습니다. 또 발음과 의미가 비슷한 다른 단어와 연상시키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번에 출제된 ‘음전하다’는 제가 ‘얌전하다’와 발음과 의미가 비슷하다고 외웠기 때문에 쉽게 풀 수 있었던 단어입니다.

2.3.6. 영어

단어는 시중에 판매되는 어휘집을 사서 혼자 외웠습니다. 공단기에 어휘 강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들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자습을 선택했습니다. 어휘집도 여러 차례 봤는데, 처음에는 어휘집의 하루 분량을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고, 두 번째에는 그 중에서도 중요하다고 표시된 단어를 공책에 옮겨 적으면서 외웠고, 세 번째부터는 공책만 수 차례 반복해서 보며 암기했습니다. 총 47페이지였기 때문에 시험 직전 마지막 5일 동안은 하루에 10페이지씩 후루룩 넘겨 보면서 외웠습니다.

독해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거의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문법도 원래는 따로 공부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공단기에서 제공되는 데일리 퀴즈를 풀었을 때 문법 문제를 틀리는 빈도가 높았고, 출제 유형을 알아보기 위해 수강한 손진숙 선생님의 올인원 강좌에서도 문법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손진숙 영문법 기적의 40 포인트를 사서 8421 중간중간 밀리는 과목을 커버하기 위해 만들어 둔 여유일에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차례 몰아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시험 직전 이틀 동안 특히 어려웠던 문법 부분을 한 번 더 확실하게 외운 뒤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1. 공부에 임하는 마음가짐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절박하게 공부하라는 것입니다. 2.1. 전체 공부 스케줄에서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휴식 시간을 가지라고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그것을 단순한 휴식이 아닌 합격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생각하시고, 휴식이 끝난 뒤 다시 공부를 시작하실 때는 누구보다도 절박하게, 필사적으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경우는 대학원에 돌아가서 다시 논문을 쓰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 저를 절박하게 만들어 준 이유였습니다만, 그 외에도 정년 퇴직이 가까워지시는, 혹은 이미 퇴직하신 부모님, 이미 취직한 친구 부모님들 사이에서의 내 부모님의 위상, 내 취직을 염려하는 친척들,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형제자매, 조카들 등 이유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하다못해 친구들에게 합격한 모습으로 나타나 자랑하고 싶다는 이유라도 괜찮으니 절박하게 공부할 이유를 하나라도 만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전효진 선생님께서도 여러 번 말씀하셨듯 수험 생활에 결코 안주하지 마시고, 한시라도 빨리 수험 생활을 탈출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그치고 채찍질하면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본인이 선택한 선생님을 신뢰하라는 것입니다. 저는 공단기의 어느 선생님이든 이미 강의 능력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공단기에서 영입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선생님께서 외우라고 하시는 것은 반드시 외우고 하지 말라고 하시는 것은 하지 않을 정도로 선생님들을 믿고 따랐습니다. 선생님을 신뢰하지 못하면 그만큼 강의 내용도 받아들이기 힘들어지고, 다른 공부 방법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공부 시간도 줄어들게 됩니다. 처음 선생님을 선택할 때는 신중하게 탐색하고 선택하시되, 그 이후로는 전문가이신 선생님을 믿고 따라가시기 바랍니다.

  1. 나가며

위와 같이 공부하여 저는 4개월 20일 만에 행정법 75점, 나머지 과목 90점으로 총점 615점, 평균 87.84점의 성적을 거두어 국가직 7급에 합격했습니다. 내년 시험을 목표로 하면 마음이 느슨해질까 봐 올해 시험을 목표로 삼기는 했지만, 정말 합격할 수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반 정도는 기쁘고 반 정도는 얼떨떨합니다. 이 수기를 읽으시는 분들도 반드시 합격하여 저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거기에 이 수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이상으로 합격 수기를 마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