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미 정상 몇 가지 우려 해

사설 한 미 정상 몇 가지 우려 해

庚寅年의 남북관계 – 북핵 문제와 남북정상회담

이 동 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

‘호랑이의 해’(庚寅年)인 한반도의 2010년은 다사다난을 예고하는 많은 ‘날짜’들을 잉태하고 있다.

우선 금년은 조선왕조가 제국일본에게 국권을 강탈당한 ‘경술국치’ 100주년(8월 29일)이 되는 해다. 대한민국의 경우 금년은 4.19 학생의거(1960) 50주년, 광주 항쟁(1980) 30주년이 되는 해이며 임기 절반의 반환점을 돌아서는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끄는 한나라당 정권의 국정에 대한 중간평가와 함께 오는 2012년에 재연될 좌•우 양대 진영 간의 대권쟁패의 전초전이 될 지방선거(6월2일)가 예정되어 있는 해이다.

남북관계에서 금년은 북한의 전면 남침으로 일어난 한국전쟁 발발(1950) 60주년의 해이자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2000)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런가 하면 북한은 금년이 일본 식민통치로부터의 ‘조국해방’과 ‘조선노동당’(공산당) 창당 65주년이라는 사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5와 0으로 끝나는 해를 ‘꺾어진 해’라고 하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현실 세계의 차원에서 한반도에서의 2010년의 최대 현안은 여전히 북한 핵문제다. 지난 2003년 시작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베이징 6자회담은 실질적으로는 북한의 핵포기는 커녕 오히려 북한으로 하여금 ‘사실상의 핵보유국’(de facto nuclear state)의 지위를 주장할 수 있게 만드는 시간을 제공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가 초래된 직접적인 원인은 북한의 협상 전략과 전술에 어두운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6자회담 수석대표가 ‘회담의 진전’에 급급한 나머지 2005년 9월 19일자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비핵화’(denuclearization)가 아닌 ‘조선(한)반도’(Korean Peninsula)의 ‘비핵화’라는 용어를 수용한 데 있었다.

6자회담의 주 이슈는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문제의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서 ‘조선(한)반도’의 ‘비핵화’라는 북한이 주장하는 표현을 받아들임으로써 6자회담의 주 이슈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조선(한)반도’의 ‘비핵지대화’(nuclear free zone)로 변질•희석되게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6자회담은 바로 여기서 고장이 나고 말았다. 실질적인 이슈인 ‘북한의 핵문제’ 해결은 한 걸음도 나가지 못 하는 가운데 북한은 오히려 이 시간을 역이용하여 플루토늄은 물론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까지 비밀리에 진전시켜 두 차례(2006년10월9일•2009년5월25일)의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면 이제는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공공연하게 주장하기에 이르고 있다.

사실은 북한이 실시한 두 차례의 지하 핵실험이 과연 성공적이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 북한이 실제로 “핵무기를 개발하여 보유하는 데 성공했느냐”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의 대상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 억지력”(nuclear deterrence)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사용하여 ‘핵무기 보유’를 우회적으로 주장하면서 이를 근거로 베이징 6자회담 변질 시도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를 다루기에 앞서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원인을 제공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을 먼저 다루는 미-북 양자회담”으로 회담의 틀을 바꾸든가 아니면 “북한뿐 아니라 모든 다른 핵보유국가의 핵포기를 함께 논의하는 국제적 군축회담”으로 6자회담을 변질시키라는 것이다.

작년 1월 출범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행정부는 오랜 외교적 줄다리기 끝에 작년 12월 스티븐 보스워스(Stephen W. Bosworth) 대북정책 담당 특별대표의 평양방문을 수용했다. 그러나 보스워스의 평양방문 결과는 공수거•공수래였다.

그는 우선 김정일을 만나지 못했다. 그는 그의 대화 상대였던 강석주 외무성 부상으로부터 “6자회담의 2005년9월19자 공동성명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지만 6자회담의 속개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미-북간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북한의 “미-북 양자회담에서의 현안문제 해결 이후의 6자회담 속개” 주장에 대해 미국은 ‘6자회담의 속개’를 전제로 하는 “6자회담 테두리 안에서의 미-북 양자회담”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새해 들어 언론의 관심은 김정일의 중국방문 임박설로 쏠리고 있다. 김정일의 중국방문 실현 여부가 국제적 관심의 표적이 되는 이유는 두 가지 사정과 관련되어 있다. 하나는 그 동안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에게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설득을 집요하게 주문해 왔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북한에서 재작년부터 김정일의 건강이상 의혹과 함께 그의 셋째 아들로 이어지는 두 번째의 권력세습이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끈질기게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일부 관측통들 사이에서는 작년 11월 돌발적인 ‘화폐개혁’을 불가피하게 만든 경제난국으로 더 이상 국제사회와의 갈등구조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 북한이 무언가 핵을 둘러싼 교착국면의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으며 중국을 통하여 그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김정일의 중국방문은, 만약 실현된다면, 이 같은 궁금증을 해소시킬 수 있는 ‘잠망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남북관계의 기본 양상도 미-북 관계와 다르지 않다. 남북관계에 관한 북한의 입장도 작년 7월말을 고비로 크게 반전하기 시작했다. 김정일은 작년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이어서 현대그룹의 현정은 회장을 평양으로 불러 직접 만나고 억류 중이던 현대아산 직원의 석방•송환과 1회로 국한된 남북이산가족 금강산 상봉이라는 선물을 안겨주었다.

북한은 재작년부터 개성공단을 상대로 단행했던 여러 가지 일방적인 통제 및 제한 조치들을 대부분 백지화시켰고 5월에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때는 ‘조전’으로, 그리고 8월에 있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망 때는 노동당의 김기남 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포함된 고위급 ‘특사조의사절단’ 서울 파견이라는 특단의 유화(?)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이때부터 북한의 행보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메시지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식 러브콜이었다. 11월10일에는 3차 ‘연평해전’이라는 돌발 사태가 발생했지만 이 사태는 NLL을 넘은 북한 해군함정이 우리측 해군함정의 화력에 압도당하는 당랑거철의 에피소드로 피날레를 고했고 남북간에는 이와 상관없이 북한의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한국의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싱가포르에서 비밀접촉이 이루어지는 등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이 계속되었다.

해가 2009년으로부터 2010년으로 바뀌기 무섭게 남북간에는 또 다시 정상회담 군불질이 시작되고 있다. 이번에도 그 신호탄은 북한 쪽에서 올려졌다.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이후 매년 반복되고 있는 1월1일자 당•군•청년조직 기관지 <노동신문>•<조선인민군>•<청년전위> 등 3개 신문의 ‘공동사설’ 내용이 그 신호탄이 되었다.

북한의 이 신년 ‘공동사설’이 남한 사회 안에서 지금 ‘남북정상회담’ 회오리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남도 북도 ‘정상회담’ 모드로”를 주제로 “성사 때 하반기 유력… 8.15나 추석 전후 개최 가능성”을 부제로 단 <동아일보> 1월4일자 기사가 이 같은 남한 사회의 들뜬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었다.

이밖에도 <한겨레신문>(1월3일자, “남북관계 전환으로 한반도 문제 진전을”), <국민일보>(1월3일자, “남북정상회담 추진할 만하다”), <중앙일보>(1월5일자, “남북 간 새로운 전기’ 적극 모색할 때다”) 등의 신문 사설들이 그러한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이 같은 남한 언론들의 긍정적 논조는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 내용에 대한 긍정적 평가에 근거를 둔 것이었다. 이들 남한의 언론들은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 종전과는 달리 “남한 당국을 헐뜯는 표현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특히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동사설’이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조국통일의 앞길을 열어가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고 주장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남한 언론들은 북한의 대체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가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 내용을 토대로 ‘예감했다“고 보도한 “올해의 극적 사변”이 곧 ‘남북정상회담’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도 이 같은 평가를 상당히 공유하고 있는 것 같다. 1월4일에 있었던 이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 중 남북관계 언급 대목과 잇달아 청와대 춘추관에서 있었던 출입기자들과의 대담 중 관련 언급 내용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관한 북한의 입장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를 관찰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남북이) 서로 욕 안하는 것만 해도 오래간만이다. 긍정적 변화의 일부분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고 이어서 “남북정상회담은 늘 우리 쪽에서 목이 매여 하던 상황에서 바뀌었느니 긍정적”이라고 덧붙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그것은 남한 언론들과 이명박 대통령의 긍정적 평가가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것이다. 사실은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 내용에 대한 이들의 평가는 문제의 ‘공동사설’의 지나치게 거두절미된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공동사설’의 실제 내용은 단순히 “북남관계 개선”이 아니라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에 기초한 북남관계의 개선”을 말하고 있다. 동시에 “남조선 당국이 6.15 공동선언을 부정하고 외세와 결탁하여 대결 소동에 계속 매달린다면 북남관계는 언제 가도 개선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하여 남한 정부 당국자에 대한 지명 비방은 없었지만 북한은 남북관계와 남북대화에 관한 종래의 기존입장을 확고하게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북한이 보낸 메시지는 여전히 ‘남’의 ‘조건’이 아니라 ‘북’의 ‘조건’에 입각한 ‘남북정상회담’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은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수용하지 않고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에 입각한 남북대화를 주장해 온 이명박 정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북의 주장대로 한다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이명박 정부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면 “‘6.15 선언’과 ‘10.4 선언’에 관하여 타협을 해서라도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을 스스로 자청하는 결과가 초래될 우려가 없지 않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은 “북과 남, 해외의 온 겨레는 련대련합을 강화하여 조국통일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면서 “남조선에서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한 투쟁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험한 표현을 동원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에 대한 전복 투쟁을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신년 ‘공동사설’에 나타나고 있는 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입장 역시 문면을 잘 뜯어보면 타협을 위한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공동사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으나 동시에 “오늘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근본문제는 조-미 사이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다짐함으로써 핵문제를 ‘조선(한)반도’의 ‘비핵화’, 즉 ‘비핵지대화’의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의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 문제에 관하여 예상치 못했던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듣는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는 국정연설에서 ‘북한’이 아니라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결국 6자회담에서 다루는 핵문제에 관한 북한의 입장에 맞장구를 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한나라당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새해의 남북관계에 관하여 상당히 낙관론에 기초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1월4일의 신년 국정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는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면서 북한에게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하라”고 촉구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한반도의 비핵화가 진전되고 본격적인 남북협력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 사이의 상시적인 대화기구 마련”을 북한에 제의하는 한편 금년이 “6.25 남침 60주년의 해”임을 상기시키면서 “금년에는 남북대화를 통해 북의 땅에 묻혀 있는 국군포로 유골 발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발언은 그의 북한관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한•미 양국에 대한 종전의 비방 공격을 자제하고 의도적으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대미관계에 관한 언급이 그랬다.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은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조선반도의 공고한 평화체제를 마련하고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것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으나 동시에 “오늘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나서는 근본문제는 조-미 사이의 적대관계를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다짐함으로써 핵문제를 ‘조선(한)반도’의 ‘비핵화’, 즉 ‘비핵지대화’의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분명하게 재확인했다.

이에 대하여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사용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은 앞으로 적지 않은 혼선의 불씨가 될 소지를 남기는 것이었다.

결국 이 같은 분석이 말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 2010년의 한반도 정세에는 남북관계는 물론 미-북 관계와 6자회담을 포함하여 큰 변화가 없으리라는 것이다. 북핵 문제에 관하여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부여 거부 및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논의 (미-북 양자회담은 6자회담의 테두리 안에서만 수용) 입장을 고수하는 한 현재와 같은 교착 상태가 타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문제는 형식의 차원에서 북한이 대한민국의 배제를 고집하고 내용면에서 “대북적대시 정책의 폐기”라는 명목으로 한-미 안보동맹의 실질적 파기를 고집하는 한 미국이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론되고 있는 몇 가지 가능성 가운데는 북한이 또 다시 지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벼랑 끝’ 전술로 국제사회를 협박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지하 핵실험에 대해서는 이미 실시된 두 차례의 핵실험의 성공 여부는 고사하고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 그만큼 면역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2010년에도 유엔안보리 결의 1874호에 의거한 대북 제재체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이렇게 될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과연 북한에 대해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냐의 여부와 함께 이에 대한 북한의 저항이 과연 무기한 지탱할 수 있을 것이냐의 여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장기간 북한의 행태를 정밀하게 관찰해 온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선택은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지난 기간 60년간 지속된 국제적 포위망 속에서 북한이 존재를 유지하는 데 의지해 온 기본전략은 ‘통미봉남’과 ‘통남봉미’ 전술 사이를 왕래하면서 한-미 관계를 이간•분열시키는 것이었다. 공산주의자들의 전통적인 혁명전략인 ‘통일전선’ 전략의 한 변형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이 같은 북한의 ‘통미봉남’ 전술에 대해 “그것은 안 된다”는 마지노선을 확고하게 그어놓은 상태다.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국무장관은 작년 3월 아시아 방문 도중 “한-미 관계는 미-일 관계와 마찬가지로 ‘가족 관계’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북한이 절대로 이간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북한의 선택은 ‘통남봉미’ 쪽으로 행보를 옮기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것이 바로 ‘남북정상회담’으로의 러브콜의 형태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을 하되 “남쪽이 설정하는 의제”가 아니라 “북쪽이 설정하는 의제”를 가지고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은 이 역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남한 사회에 존재하는 친북•좌경 ‘우군’ 세력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쪽에서는 벌써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이외에도 언론과 시민사회는 물론 정부•여당 안에도 널리 포진해 있는 친북•좌경 성향의 동조세력들이 ‘남북정상회담’ 군불 때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국토분단 65주년이 되는 2010년의 시점에서 남북간의 분단관리라는 관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은 우리가 무조건 반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해서는 우리가 반드시 고수해야 할 원칙이 있다.

그것은 분단 후 60여년의 치열한 ‘체제경쟁’을 통해서 ‘승자’가 된 대한민국이 ‘갑’의 입장에 확고하게 서고 ‘패자’가 된 북한이 ‘을’의 입장을 확실하게 수용하여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동포들에게 비인간적인 고통을 강요하고 있는 세습 독재정권인 ‘김씨왕조’의 연명을 도와주는 회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남북정상회담’은, 개최된다면, 이를 통해 지난 시기 좌파 정권들이 생산한 ‘6.15 선언’과 ‘10.4 선언’이라는 위헌적 합의문건에 의하여 왜곡•오도된 남북관계를 올바르게 바로잡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

만의 하나, 앞으로 있을 ‘남북정상회담’의 발표문에 ‘6.15 선언’과 ‘10.4 선언’을 ‘재확인’할 뿐 아니라 북핵 문제에 관하여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의 유지로 북한의 확고한 의지”라던가 “북핵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기 때문에 원인 해소의 차원에서 미-북회담이 필요하다”라는 등의 표현이 담기기라도 한다면 그 같은 ‘남북정상회담’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회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정치범수용소 등 원천적인 인권문제나 미귀환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포함하여 1천만 이산가족들의 인간적 고통을 총체적으로 해소하는 문제를 다룸이 없이 소수의 납북자와 국군포로의 문제만을 ‘상징적’으로 해결하는 식의 합의를 이룩하는 ‘정상회담’이라면 이 역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회담이다.

이 같은 ‘남북정상회담’은 지금의 시점에서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북한의 거부는 걱정할 일이 아니다. 북한의 거부는 북한이 지금 겪고 있는 경제난국의 장기화를 뜻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물론, 그 경우 북한 동포들의 고통이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남북정상회담’이 현재의 북한 체제가 변화 없이 연장되는 것을 도와주는 회담이 된다면 그 결과는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그만큼 연장시켜 주게 되는 것 또한 분명하다. 오히려, 만약 김정일의 북한 정권이 우리가 원하는 ‘남북정상회담’을 거부할 때는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그로 인한 ‘금단증상’의 고통을 감내하게 함으로써 그 수명의 단축을 감수하게 하는 것이 옳다.

이 경우, 대한민국의 선택은 자명하다. 든든하게 유지되는 한-미 안보동맹의 바탕 위에서 유비무환의 대비로 있을 수 있는 북한의 군사도발을 효과적으로 억지하면서 대한민국의 시장경제를 더욱 발전시켜서 앞으로 북한 체제의 변화를 통하여 한반도 통일 상황이 전개될 때 필요해 질 경제력의 파이를 최대한 키워 놓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2010년의 중요한 국정과제의 하나는 미국과의 협의를 통하여 2012년으로 못 박혀 있는 한국군 전시작전권 이양 시기를 북핵 문제 해결에 연계시켜 순연시키는 일이다.

요컨대, 2010년의 대북정책과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에 주문할 일은 남북관계에 관한 한 모든 일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추진하고 진행시키라는 것이다. 남북대화에서도 이제는 ‘비선(秘線)’을 배제하고 당국 대 당국의 차원에서 공개적이고 투명한 ‘통신선(line of communication)’을 구축하여 활용하고 일체의 대북정책은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이제 한해 1조원을 넘기고 있는 ‘남북경협’ 예산의 집행을 투명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남북경협’ 예산이 단순히 인도적 차원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라 북한의 체제변화를 자극하고 촉진시키는 유인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