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친환경 농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봅시다

친환경농업은 생태적 가치를 지향하는 농업입니다. 친환경농업을 실천하여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면 여러 세대에 걸쳐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모든 생물은 생태계 안에서 다른 생물과 상호작용하는 한편 주변 환경과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계 각지의 사람들은 저마다 자연환경에 순응해가며, 각자 지역에 잘 어울리는 전통농업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또 전통농업은 그 자체가 생태계의 한축으로 오랜 세월 동안 농촌의 경관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영향력이 강력해지면서 이런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전체 생태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생활하고 어떻게 자연을 대하느냐에 따라 지역사회나 국가를 넘어 지구 생태계의 미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로부터 자연을 거스르는 농업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사례가 많습니다.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유럽 전역이 황폐화되고 유럽의 농업기반이 몰락하자, 당시 국토에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던 미국의 농업은 유래 없는 발전과 호황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때는 새로운 농법은 차치하고라도 재배면적을 확대하면 할수록 더 큰 이익이 즉시 생겨났기 때문에, 사람들은 앞 다투어 대평원의 광활한 초지를 무분별하게 농지로 바꿔나갔습니다. 그런데 1930년대에 접어들어 가뭄이 빈발하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거칠어진 땅에서 흙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걷잡을 수 없는 모래 폭풍으로 바뀌어 수많은 농지와 민가를 뒤덮었습니다. 결국 수만 명의 사람들이 생활 근간인 농토와 집, 모든 것을 모래 속에 묻어 두고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습니다.

물이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국경지대에는 아랄쿰사막이 있습니다. 겨우 반세기 전,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해가 7만 ㎢에 가까운 광대한 면적을 자랑하던 곳입니다. 구 소련은 아랄해로 흘러들어가는 강물을 모두 차단하여 목화와 벼 등을 재배하는 데 이용하였습니다. 그러자 수심이 얕은 아랄해가 급속히 말라붙었고,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호수 주변의 도시는 황폐화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소금먼지 날리는 황량한 사막을 등지고 흩어져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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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의 농업에는 큰 문제가 없을까요?

현대농업은 혁신적인 과학기술의 뒷받침 속에서 인류 모두가 충분히 나누어 먹고도 남을만한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역사상 지금처럼 풍요로운 시절은 없었습니다. 수량, 맛, 영양가, 안전성 등 모든 면에서 월등하게 뛰어난 농산물이 세계 곳곳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품질면에서도 역사상 어떤 농작물들보다 우수합니다.

하지만 이런 풍요의 시대가 언제 막을 내릴지 모릅니다. 우리의 선택에 따라 그 시점이 다음 천년, 다음 세기, 아니면 다음 세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풍요의 시대의 결말을 예고하는 듯한 이상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일명 파나마병으로 알려진 식물 곰팡이병으로 인해 전 세계 바나나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캐번디시 품종’이 절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유전적 다양성이 높으면 이런 일이 잘 발생하지 않지만, 세계 주요작물들의 유전적 다양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서 한번 큰 병이 돌기 시작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습니다.

한편 국제금융위기가 파국으로 치달을 무렵, 2007년부터 2008년 사이에 국제유가가 급등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 화학비료 가격과 운송비가 급상승하여 곡물 생산비가 크게 올랐습니다. 바이오에너지 생산용 곡물 수요 또한 급증하였습니다. 결국에는 국제 곡물가격이 2배 이상 폭등하였으며, 세계 30여 개국에서 식량폭동이 발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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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지속가능한 농업과 관련된 고민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기후변화, 물 부족, 지하자원 고갈, 에너지 위기, 인구 변동, 세계화, 도시화, 생산-유통-분배체계 등 국내외 농업현안을 망라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논점을 다루려면 스치듯 훑어보기에도 버거운 탓에, 지금부터는 ‘유기합성농약’ 문제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소비자의 관심이 많은 주제이기도 하고, 농약을 비롯한 농업용 화학물질을 오남용하면 생태계나 소비자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친환경농업의 발전 방향을 논할 때 비중 있게 다루어 볼 만한 주제입니다.

사실 유기합성농약의 역사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길지 않습니다. 20세기 초에만 해도 파리스 그린 등의 비소계 농약이 흔히 사용되었는데, 독성이 지나치게 높았습니다. 1939년에 비로소 DDT의 살충능력이 발견되었고, 피부에 직접 뿌려도 괜찮을 만큼 접촉 독성이 낮아서 당시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단점이 발견되었습니다. DDT는 생물농축을 통하여 물새와 같은 상위포식자에게 다량 축적되었으며, DDT에 오염된 새가 낳은 알은 껍데기가 얇아서 쉽게 깨져 버렸습니다. 그런 사실이 알려지자 생태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여러 국가들이 1972년을 전후로 DDT 사용을 금지하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생태계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물질이 농약으로 등록되지 않도록 각국 정부가 사전에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2001년부터 시작된 스톡홀름 협약에 따라서, DDT와 같은 농약뿐만 아니라 각종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의 사용이 국제적으로 금지 또는 규제되고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제법 위험성이 줄어들었더라도 여전히 합성농약의 사용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분이 많습니다. 아무튼 농약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물론 오랜 경험과 노하우, 풍부한 노동력이 있으면 농약 없이도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엄지손가락만한 박쥐나방 애벌레가 포도나무 밑동 깊숙한 곳에 자리 잡으면, 서둘러 꼬챙이로 찔러 죽여야 합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포도 과수원 내 나무껍질을 모조리 벗겨서 하늘소 애벌레를 잡아 주어야 합니다. 수세가 약해지면 나무좀이 슬기 쉬우므로 나무를 항상 튼튼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응해야 할 병해충의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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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정성과 땀으로만 농사를 지으라고 농업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친환경농업 또는 유기농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려면 과학기술의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 빠르게 발전하는 정밀농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경지의 흙 한 줌,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까지 정확하게 파악하여 적기에 꼭 필요한 만큼 농약이나 비료 또는 친환경농자재를 사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 지리정보시스템(GIS), 인공지능의 발전과 더불어 그 꿈이 현실로 눈앞에 다가와 있습니다.

이미 인터넷 세상에는 농업인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가득합니다. 농촌진흥청은 GIS 기반 토양・기상・병해충 관련 정밀 자료를 축적하여, 농업인 별로 맞춤형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토양환경정보시스템(‘흙토람’)에 농경지 주소만 입력하면 토양 특성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농업기상정보서비스를 통하여 기상상황이나 기상재해에 신속하게 대비할 수 있습니다.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을 활용하면 주요 병해충 발생 현황과 전망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세계 각국이 농업정보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연구진이 관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각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공위성이나 드론, 농업용 로봇, 각종 시설·설비·장치에 장착된 센서가 농업정보 플랫폼으로 끊임없이 자료를 전송할 것입니다. 그러면 농업정보 플랫폼에 결합된 인공지능이 빅 데이터를 분석하여 농업인에게 실시간으로 컨설팅 결과를 전송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농업용 로봇을 직접 제어할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정밀농업의 발전과 더불어 농약이나 친환경 농자재의 사용량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하지만 정밀농업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합성화학물질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낮추고 생태학적 원리에 따라 병해충을 관리하는 것이 친환경농업 또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근본 취지에 좀 더 부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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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이용되는 합성화학물질에는 농약과 비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플라스틱, 그 중에서도 비닐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비닐은 생산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병해충의 발생을 매우 효과적으로 억제합니다. 밭두둑을 비닐로 덮어주면 작물의 생육을 촉진하는 동시에 잡초 발생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습니다. 비닐하우스가 있어야 계절의 한계를 극복하여 연중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으며, 병해충의 유입을 차단하여 농약 사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북태평양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존재하는데, 그 면적이 무려 160만 ㎢에 이르러 프랑스의 세 배쯤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눈에 잘 띠지도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어, 장차 인간의 건강 또는 생물권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농업을 포함한 각 분야에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찾고 있으며, 플라스틱의 내구성이나 재활용률을 높이는 한편 생분해를 촉진하는 방법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에 대한 인류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각종 합성화학물질에 의존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병해충을 관리하려면 농업생태학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우리 농장의 흙 속에 어떤 미생물과 토양동물이 살고 있는지 알아야 하며, 바람, 물, 빛의 흐름에 따른 미기상의 변동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요 생물 간 상호작용에 대한 정보도 중요합니다. 무엇이 해충이고 그 해충의 천적이 무엇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작물을 어느 작물 다음에 심어야 튼튼하게 잘 자라는 지 알아두면 좋습니다.

농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주변 자연환경과 좀 더 잘 어울리는 생산 시스템을 디자인하여 생태학적 원리에 따라 병해충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냐와 영국의 연구진들은 동아프리카의 소농을 위해 푸쉬풀(push-pull) 시스템을 개발하였습니다. 해충을 밀고 당겨 원하는 곳에 머물도록 한다는 뜻입니다. 옥수수 밭 내부에는 해충이 싫어하는 식물을 심어 접근을 꺼리도록 하고, 밭 바깥쪽에는 해충이 좋아하는 식물을 심어 자연스럽게 옥수수와 멀어지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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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를 들면, 들묵새와 같은 풀을 놓아기르면 과수원에서 잡초발생을 현저하게 억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농경지에 적당한 종류의 꽃을 키우면 천적의 활동에 도움이 됩니다. 애벌레 때는 해충을 먹고 살다가 성충이 되면 꽃을 찾아다니는 종이 많기 때문입니다. 바닥까지 낮게 깔리는 허브류를 심어주면 천적인 포식성 딱정벌레들이 좋아합니다.

물론 생태학적 원리만으로 병해충을 관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나의 생산체계를 디자인하는데도 오랜 기간의 관찰, 조사,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재배하는 작물의 종류와 주변 환경의 차이를 반영하여 생산체계를 조정해야 하는데, 관련분야의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병해충이 돌발적으로 많이 발생하였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가 어렵고, 병해충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일부이기 때문에 완전히 없애기도 힘이 듭니다. 잎에 구멍이 나거나 과실 표면에 긁힌 흔적이 남는 등 상품성이 떨어지기가 쉽습니다.

다행히 정밀농업의 활성화가 다양한 자연친화적 농업기술의 발전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밀농업을 통하여 농업인의 병해충 관리 역량이 한층 강화되면, 상호보완적 차원에서 ‘생태학적 원리를 활용한 병해충 관리체계’를 적용할 여지가 생길 것입니다. 인간이 지닌 힘을 절제하여 사용하려한다는 면에서 정밀농업과 생태학적 농업기술이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21세기는 친환경농업의 시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친화적인 농업기술은 소비자가 농촌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통로를 제공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어느 농촌이든 논밭에서 생태학을 배우고, 과수원에서 과학기술 문명과 자연의 조화를 논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친환경농업을 통하여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고, 농촌 들녘에서 다른 생물과 인간이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날을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대한민국의 농업기술이 강력하게 뒷받침할 것입니다.

글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