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느 ssm 대표의 참 쉬운 노후 준비

심재일 이마트에브리데이 전 대표, 재직 중 아내 명의 법인과 특혜성 입점 계약

단독 어느 ssm 대표의 참 쉬운 노후 준비

이마트에브리데이 대구 죽곡점이 입점해 있는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의 4층 상가건물. 정대연 기자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운영하는 (주)이마트에브리데이 심재일 전 대표(58)가 재직 중 가족 명의로 설립한 법인과 특혜성 매장 입점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받은 수십억원대 보증금을 이용해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신축한 뒤 매장을 입점시켜 매달 수천만원대의 월세를 받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심 전 대표의 행위는 회삿돈을 이용해 자신의 자산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이마트에브리데이의 ‘대구 죽곡점 임대차 계약서’를 보면, 2014년 9월 이마트에브리데이는 부동산 임대업체인 (주)BS가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에 짓는 4층짜리 건물 1층(전용면적 970.2㎡)에 직영점을 입점시키는 계약을 체결했다. BS는 심 전 대표의 부인인 문모씨(53)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임대기간은 영업 개시일인 2015년 3월부터 2024년 12월까지로 잡혔고, 보증금 25억원에 월 임대료 2300만원을 내도록 했다. 월 임대료는 2018년부터 2415만원, 2021년부터 2535만원, 2024년부터 2662만5000원으로 점점 인상되도록 돼 있다.

계약서상 건물 임대인은 BS 대표인 문씨, 임차인은 당시 회사 대표이던 심 전 대표였다. 부부의 이름이 계약 당사자로 기재된 것이다. 심 전 대표는 2012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대표를 지냈는데, 이 매장은 심 전 대표가 퇴임한 달에 맞춰 문을 열었다.

심 전 대표의 아들도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BS 이사를 지냈다.

지난달 대구 죽곡점의 총 매출액은 2억4569만원으로 하루 평균 847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SSM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매장의 하루 예상매출액을 기준으로 월세를 책정하는 게 관행”이라며 “300평 규모에 하루 매출액 800만원대 매장이라면 보증금 10억원에 월세 1000만원 이하가 적절한 계약”이라고 지적했다. 부인 명의 회사에 보증금 25억원, 월세 2300만원을 내도록 한 계약은 특혜성이라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는 “SSM 직영점의 매출액 대비 마진율(이익률)은 20% 정도”라며 “죽곡점에서 발생하는 수입은 매달 5000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서 2000만원이 넘는 월세와 인건비, 전기·수도요금 등을 빼면 이 직영점의 적자가 수천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BS는 2014년 9월 이 건물이 들어선 토지를 38억9900만원에 사들였고, 다음달에 공사 허가를 받아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건물을 짓는 데 20억원가량 들었을 것으로 추정돼 토지 매입비까지 총 60억원 가까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BS는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짓는 과정에 이마트에브리데이에서 받은 보증금 25억원과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시중은행에서 받은 53억원의 대출금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 전 대표 입장에서는 사실상 자기 돈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 땅과 건물을 취득한 셈이다. 게다가 건물의 다른 층에서도 임대·분양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이종훈 변호사는 “회사 대표가 자신의 가족에게 일반적인 거래보다 높게 보증금과 임대료를 책정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것이라면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신세계그룹 계열사로, 직영점 200여개와 가맹점 30여개 등 전국에 23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전직 대표가 부동산 수익을 누리는 사이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97억원과 5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이에 대해 심 전 대표는 “회사 신규출점팀에서 해당 지역에 이미 입점 여부와 세부 조건을 결정한 이후에 부동산업자로부터 제안을 받고 투자하게 됐다”면서 “대표로서 직원들에게 압력을 가해 입점 조건을 바꾸거나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대표를 관두고 나가더라도 괜히 구설에 오를까봐 처음에는 투자를 안 하려고 했다”며 “퇴직을 하면 나도 먹고사는 문제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하게 됐지만 (건물 다른 층에) 장기간 공실이 생기면서 재미를 못 봤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