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타랜드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책은, 기존 경제학 이론에 대해 과감한 반기를 드는 「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입니다. 제목이 매우 깁니다만 원제를 그대로 끌고 왔습니다.
솔직히 저자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양극화는 전 세계 경제학자와 정책 당국자들의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저자가 이 난제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생각과 함께 과연 어떤 원인 분석과 대안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여 무작정 집어 들었습니다.
새 책을 구매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만 2012년 출간 당시 바짝 3쇄 찍은 후 아직까지 그대로네요. 왜 인기가 없는 책인지 펴는 순간 알게 됐습니다. 제목은 완전 내 스타일인데 생각처럼 책이 잘 안 넘어갑니다ㅎ
수확 체증, 불완전 경쟁 vs 수확 체감, 완전 경쟁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이겁니다. 즉단위 비용의 하락으로 불완전 경쟁하에서 시장 지배력이 생기는 형태인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선진국과, 어느 수준 이상으로는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생산을 확대할 수 없는 수확 체감과 제품 차별화의 어려움이 결합된 형태인 원자재 생산을 기반으로 한 개발도상국 혹은 후진국 간의 구조적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죠.
저자는 대놓고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과 애덤 스미스의 경제 이론이 지금의 경제 태세를 만들었고 식민지를 정당화했다며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는 경제 이론들이 누구의 입장에서 저술된 것들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자본주의 경제학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두 이론을 대놓고 까긴 쉽지 않았을 텐데 저자의 기질이 조금이나마 예상되었습니다ㅎ
통상 그토록 주창하는 '자유 시장 경제'가 갖고 있는 막연한 느낌은, 시장에 맡기면 애덤 스미스 「국부론」에서 언급한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율될 것으로 생각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임을 우리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애덤 스미스도 '보이지 않는 손'이라 말한 것은 본인도 그 부분에서 막혀 결국 '그 무언가'가 해결해 준다며 마무리한 것이죠.
그럼 제조업 육성에 무게를 실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해결책을 생각하게 됩니다만, 이 역시 쉽지 않음을 알려줍니다. 누적된 산업구조와 시대의 변화가, 벌어진 양극화를 좁히는 허들이 된다는 것이죠.
저자는 무조건 제조업만이 살 길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농업, 광업, 어업과 같은 원자재 생산이 가지고 있는 수확 체감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계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군과 규모의 경제를 이룰 시장을 만들어야 하며 이는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이 왜 많이 안 팔렸는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해되었습니다. 다양한 경제 이론들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보니 경제학에 대한 백그라운드 지식이 없으면 쉽게 읽기 어려운 책입니다. 저 역시 경알못 중 하나로서 이런 경제서적에 대한 리뷰(개인적인 느낌으로 괜스레 서평이라고 하면 너무 무거울까 싶어 계속 '책리뷰'라는 제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를 남길 깜냥이 못되어 매번 면구스럽습니다. 돌려 말하자면 마음 한 켠에 마이너한 감성을 가진, 대놓고 말하자면 반골기질의 소유자라 그런지 남들과 다른 담론을 담은 책에 호감을 갖는 편입니다. 이 책 역시 처음 책을 펼 때 의도와 달리 헌걸차게 써 내려간 저자의 필체와(물론 번역본이라 원서가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기존 경제학 이론을 광정하고 본인의 주장을 선명함에 끌려 맨 뒷장까지 넘길 수 있었습니다. 한 번쯤 다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픈 느낌이 든다면,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경제 지식이 맞나 싶은 의심이 든다면 일독해볼 만한 「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