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나라는 왜 계속 가난한가

가난한 나라는 왜 계속 가난한가

안녕하세요. 스타랜드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책은, 기존 경제학 이론에 대해 과감한 반기를 드는 「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입니다.

제목이 매우 깁니다만 원제를 그대로 끌고 왔습니다.

가난한 나라는 왜 계속 가난한가

솔직히 저자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양극화는 전 세계 경제학자와 정책 당국자들의 풀리지 않는 숙제입니다.

저자가 이 난제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생각과 함께 과연 어떤 원인 분석과 대안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여 무작정 집어 들었습니다.

가난한 나라는 왜 계속 가난한가

새 책을 구매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만 2012년 출간 당시 바짝 3쇄 찍은 후 아직까지 그대로네요.

왜 인기가 없는 책인지 펴는 순간 알게 됐습니다.

제목은 완전 내 스타일인데 생각처럼 책이 잘 안 넘어갑니다ㅎ

가난한 나라는 왜 계속 가난한가

부국들의 수출은 '좋은' 효과(수확 체증과 불완전 경쟁)를 얻는 데 비해,

빈국들의 전통적인 수출품은 그 반대인 '나쁜' 효과(수확 체감과 완전 경쟁)를 얻는 것이다.

p.51

수확 체증, 불완전 경쟁 vs 수확 체감, 완전 경쟁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이겁니다.

단위 비용의 하락으로 불완전 경쟁하에서 시장 지배력이 생기는 형태인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선진국과,

어느 수준 이상으로는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생산을 확대할 수 없는 수확 체감과 제품 차별화의 어려움이 결합된 형태인 원자재 생산을 기반으로 한 개발도상국 혹은 후진국 간의 구조적 한계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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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도의 경제학은 경제 이론으로부터 경제의 변화와 동력에 대한 질적 이해를 배제시킴으로써 한 국가가 빈곤을 특화하도록 만드는 경제 이론을 세웠다.

p.68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오늘날 세계 경제 질서를 떠받치고 있는 무역 이론이 질적 특성이 모두 배제된 동일한 노동 시간을 질적 특성이 없는 같은 분량의 노동 시간과 맞교환하는 국가를 기준으로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p.77

리카도 식 무역 이론은 식민주의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근거를 마련한 최초의 이론이었다.

명시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제조업을 금지하는 것이 모든 식민지와 신식민주의 정책의 핵심인데도, 일반적인 리카도의 무역 이론은 그런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결과 세계의 경제 질서는 아마존의 토착 부족과 실리콘 밸리를 경제적으로 통합하면 두 공동체가 똑같이 부유해질 것이라고 예견하는 이론에 기반하게 되었다.

p.142

저자는 대놓고 리카도의 '비교우위론'과 애덤 스미스의 경제 이론이 지금의 경제 태세를 만들었고 식민지를 정당화했다며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배우고 알고 있는 경제 이론들이 누구의 입장에서 저술된 것들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에 대해 잘 알진 못하지만 자본주의 경제학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두 이론을 대놓고 까긴 쉽지 않았을 텐데 저자의 기질이 조금이나마 예상되었습니다ㅎ

가난한 나라는 왜 계속 가난한가

시장은 그냥 내버려 두면 여러 국가 간에 이미 존재하는 임금 격차를 없애기보다는 더 넓히는 경향이 있다.

시장의 마법은 부국과 빈국 간에 존재하는 비대칭적 경향을 더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p.191

통상 그토록 주창하는 '자유 시장 경제'가 갖고 있는 막연한 느낌은, 시장에 맡기면 애덤 스미스 「국부론」에서 언급한 그 유명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율될 것으로 생각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반대임을 우리는 경험칙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애덤 스미스도 '보이지 않는 손'이라 말한 것은 본인도 그 부분에서 막혀 결국 '그 무언가'가 해결해 준다며 마무리한 것이죠.

가난한 나라는 왜 계속 가난한가

오늘날에는 과거보다 재산업화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수많은 지식 집약적 산업이 특허권으로 보호 받는 상황에서는 이런 일(역설계)이 일어나기 어렵다.

또 산업은 예전보다 점점 더 '무게가 없어지고' 특정 지역에서 육성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선진적인 서비스 산업은 구산업의 수요에 의존한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서비스 산업은 염소 사육을 생업으로 하는 나라에는 출현하지 않는다. 이런 나라는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요구할 만한 구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늘 그렇지만 발전과 퇴보의 배후에는 모두 누적된 원인과 결과가 있고, 그것들이 선순환과 악순환을 만든다.

p.276,277

그럼 제조업 육성에 무게를 실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단순한 해결책을 생각하게 됩니다만, 이 역시 쉽지 않음을 알려줍니다.

누적된 산업구조와 시대의 변화가, 벌어진 양극화를 좁히는 허들이 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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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낮은 생산성과 낮은 구매력이라는 악순환을 성공적으로 벗어나는 공식은 오직 최소한의 규모와 다양성을 지닌 수확 체증 부문을 국가의 노동 시장에 포함시키는 것뿐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와 정치 시스템 간의 구조적 연결이다.

p.416

저자는 무조건 제조업만이 살 길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농업, 광업, 어업과 같은 원자재 생산이 가지고 있는 수확 체감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계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직업군과 규모의 경제를 이룰 시장을 만들어야 하며 이는 국민적 공감대와 합의가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이 왜 많이 안 팔렸는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이해되었습니다.

다양한 경제 이론들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보니 경제학에 대한 백그라운드 지식이 없으면 쉽게 읽기 어려운 책입니다.

저 역시 경알못 중 하나로서 이런 경제서적에 대한 리뷰(개인적인 느낌으로 괜스레 서평이라고 하면 너무 무거울까 싶어 계속 '책리뷰'라는 제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를 남길 깜냥이 못되어 매번 면구스럽습니다.

돌려 말하자면 마음 한 켠에 마이너한 감성을 가진, 대놓고 말하자면 반골기질의 소유자라 그런지 남들과 다른 담론을 담은 책에 호감을 갖는 편입니다.

이 책 역시 처음 책을 펼 때 의도와 달리 헌걸차게 써 내려간 저자의 필체와(물론 번역본이라 원서가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기존 경제학 이론을 광정하고 본인의 주장을 선명함에 끌려 맨 뒷장까지 넘길 수 있었습니다.

한 번쯤 다른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고픈 느낌이 든다면, 혹시 내가 알고 있는 경제 지식이 맞나 싶은 의심이 든다면 일독해볼 만한 「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