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 한국 활동 반대로

부서명작성자신맹호 국제법률국장작성일 2012-09-27 조회수8512

제목 : 우리는 왜 독도 문제를 ICJ에 가져가지 않는가

매체 : 한국일보

게시일자 : 201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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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일본이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하자고 제안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일본은 '글로벌 코리아'를 표방하는 한국이 ICJ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정부는 왜 ICJ를 통한 독도 문제의 해결에 반대하는지, 정부의 독도 문제 담당자로서 나름의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먼저, 독도는 역사적, 국제법적, 지리적으로 명백한 한국의 고유영토이다. 우리의 독도 영유권은 확고한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독도를 한국 영토로 기록한 우리 정부의 문서는 15세기부터 다수 존재하며, 일본정부는 독도가 일본 땅이 아님을 17세기부터 수차 확인하여 왔다. 그럼에도 일본은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전쟁중이던 1905년 러시아 군함을 감시할 필요성 때문에 독도를 편입했다. 당시 일본은 1904년부터 이미 한반도에 군사를 마음대로 주둔시키고 외교권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독도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전쟁 과정에서 강탈된 우리의 첫번째 영토이다. 일본의 독도 편입은 불법이며 원천무효이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아직도 주장하는 것은 과거 침략을 통해 얻은 점령지에 대한 불법적인 권리가 아직도 유효하다고 믿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이 독도 문제를 ICJ에 회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역사관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우리가 독도를 ICJ에 회부해 일본과 마주앉아 영유권을 논의한다는 것은 바로 일본의 과거 한반도 침략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은 불법적인 독도 편입조치와 강압에 의해 체결된 한국 병합조약이 모두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은 한국을 지배한 35년간 한반도의 수많은 여성들을 전선으로 데려가 성노예로 유린하는 등 한국민들에게 지대한 고통을 줬지만, 그것이 소위 합법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으니 아무런 법적책임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은 소위 합법에 이르는 과정에서 일본에 반대하는 한국의 황후를 무자비한 방법으로 시해했고, 수많은 한국민을 살상하고 인권을 유린했다는 것에는 침묵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협정상 분쟁해결 절차인 '양국간 협의'에조차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태도가 과연 ICJ가 구현하고자 하는 '정의'에 부합하는가. 그것은 '일본만의 합법'이고 '일본만의 정의'인가? 우리는 독도 문제를 ICJ에서 다루더라도 이길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ICJ에서 다룰 것은 일본의 불법적인 제국주의와 침략 문제이지 그 희생물인 독도가 아니다. 본말이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

일본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은 ICJ에 회부하자고 주장하지 않으면서, 오직 한국의 확고한 영토주권 하에 있는 독도 문제만 ICJ에 회부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모순된, 이중적 태도는 일본의 ICJ 회부 주장이 소위 '분쟁' 조성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법의 지배' 혹은 '법과 정의'에 입각한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우리에게 ICJ에 가자고 하기 전에 왜 동북아에서 자신만이 모든 이웃국가들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일본정부는 ICJ 회부 제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제 ICJ 일방제소까지 거론하고 있다. 한국이 8월30일 독도 문제의 ICJ 회부 제안에 응할 하등의 이유가 없음을 명백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ICJ 일방제소를 운운하는 것은 ICJ를 국제선전장으로 이용하겠다는 것 이외에 달리 무슨 목적이 있는지 찾기 어렵다. 일본의 ICJ 일방제소에 대해선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일본은 ICJ에 일방제소함으로써 한국에 대해 적대적이라는 증거를 영원히 ICJ의 담벼락에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를 역행하려 하는가.

왜 일본 한국 활동 반대로

왜 일본 한국 활동 반대로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2017년 당시 직책)
일본총리관저 홈페이지

“단기간에 이렇게나 서명이 모인 것은 국장에 국민의 불만이 얼마나 압축됐는지를 증명하는 것입니다.”

일본의 르포라이터 가마타 사토시는 지난 5일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國葬) 반대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가마타를 비롯해 일본의 대표적인 사회학자인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등이 각각 주도한 아베 전 총리 국장 반대 온라인 서명 운동 결과 28만명이 국장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우에노 교수 등이 주도한 서명 활동은 지난달 23일 시작해 2주 동안 15만명 넘는 인원이 국장 반대에 서명했다.

오는 27일 도쿄 부도칸에서 열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이 10일 현재 2주가량 남았지만 일본 내 반대 여론은 갈수록 들끓고 있다. 보수 성향의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4일 유권자 107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시다 총리가 아베 전 총리 국장 실시를 결정한 데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반대)는 56%로 ‘평가한다’(찬성)의 38%를 크게 웃돌았다. 이 신문이 지난달 같은 내용으로 여론조사를 했을 때 국장 찬성 의견은 49%, 반대 의견은 46%로 찬성의견이 근소한 차이로 많았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국장 반대 의견이 찬성 의견을 뒤집은 데다 반대 응답률도 과반을 넘었다.

정치 활동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은 일본에서 아베 전 총리 국장에 대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반대 의견이 터져 나오고 있다. 헌정 사상 8년 8개월의 최장수 총리인 데다 그 이름에 걸맞지 않은 암살이라는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국장에 일본인들의 반대가 그토록 거센 것일까.

왜 일본 한국 활동 반대로

왜 일본 한국 활동 반대로

▲ 지난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서 참의원 지원 유세 중 총격을 받아 숨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장례식이 12일 도쿄 내 사찰인 조조지에서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조조지를 떠나는 아베 전 총리의 시신 운구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배웅하고 있다. 2022.7.12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에서 아베 전 총리 국장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세금’ 문제가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6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국장 비용으로 약 2억 5000만엔을 올해 예산 일반예비비에서 지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외국 인사 접대비나 국장 경비 등의 내역은 밝히지 않았다. 대규모 세금이 들어가는 데 대한 비판이 우려돼 감춘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본 정부는 지난 6일 뒤늦게 최종 내역을 공개했다. 앞서 2억 5000만엔 이외에 경비 및 외국 인사 접대비 등으로 14억엔가량이 들어가면서 총 16억 6000만엔(약 162억원)이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뒤늦게 최종 비용을 공개했지만 국장으로서는 패전 후 두 번째인 데다 역대 일본 총리의 장례식으로는 가장 큰 비용이 투입되면서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더욱 쏟아지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8일 중의원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국장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날 여러 행사와 비교해서도 타당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최초 국장이었던 1967년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국장 비용은 1804만엔이었고 전액 국비로 치러졌다. 2020년 정부와 자민당의 합동장으로 치러졌던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장례 비용은 1억 9000만엔이 들어갔다. 당시 지나치게 고액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정부와 자민당이 절반씩 부담했다.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국장 반대가 큰 데는 세금 문제도 있지만 그가 국장을 치를 만큼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많다. 요시다 전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재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국장이 치러졌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아베 전 총리 국장을 강행하면서 그가 최장수 총리를 지내며 국정 운영에 이바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과오는 더 많다. 아베 전 총리가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의 ‘모리토모·가케학원 스캔들’, 국가 예산이 들어간 정부 행사를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으로 수사가 진행됐던 ‘벚꽃을 보는 모임 스캔들’ 등 각종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태다. 도쿄신문은 6일자 사설에서 “국장에 대한 근거 법령이 없음에도 국가권력의 최고 기관으로 입법부인 국회를 거치지도 않고 내각의 독단으로 정한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왜 일본 한국 활동 반대로

▲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활동을 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총기로 저격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오른쪽)을 경호원이 제압하려 하고 있다. 2022.7.8 교도 AP 연합뉴스

국장에 대한 일본 내 뿌리깊은 거부감도 아베 전 총리 국장을 반대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국장의 성립 메이지국가와 공신의 죽음’이라는 책을 쓴 미야마 준이치 주오대 교수는 마이니치신문에 “국장은 천황(일왕) 아래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고 태평양전쟁 시절에는 전쟁 동원의 장치로 이용됐다”며 “지금의 일본 사회에서 국장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진 않겠지만 장래에 정권에 악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아베 전 총리 국장에 일본 국민이 반대하는 데는 때아닌 국장을 통해 과거 군국주의 사회로 회귀시키는 게 아니냐는 두려움이 깔렸다는 이야기다.

특히 아베 전 총리 국장이 가까워질수록 반대 여론이 더 많아지는 데는 그의 암살 원인이었던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전 총리뿐만 아니라 자민당 내 상당수 의원이 이 종교와 유착 관계가 있었다는 점이 끊이지 않고 드러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0일 이 종교와 관련 있는 각료를 배제하는 등 조기 개각을 단행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새롭게 임명된 각료의 상당수도 이 종교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가 수습되지 않고 있다.

또 자민당은 8일 이 종교와 접점이 있는 의원이 전체 379명 가운데 약 절반인 179명이라고 발표했다. 자민당은 앞으로 이 종교와 일절 관계를 갖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비판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8일 이 종교와 접점이 깊은 아베 전 총리를 국가적으로 추모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해당 종교와의 관계는 본인이 사망한 지금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도쿄 김진아 특파원